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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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5~2026-06-14
연극37%
문학/출판16%
인사일반13%
문화 일반13%
무용11%
미술8%
칼럼2%
  • 온몸이 푹 잠기듯… 작품 속으로 빠지다

    경기 김포시의 복합문화공간 ‘나인블럭 아트스페이스 김포’. 카페와 함께 운영되는 이곳 전시관에는 495m²(약 150평) 규모의 텅 빈 공간이 있다. 관람객이 들어서면 60여 대의 빔 프로젝터가 작동하고, 삭막했던 바닥과 벽돌은 캔버스가 된다. 흐르는 음악과 함께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 속으로 온몸이 푹 잠기는 듯한 경험을 선사하는 이 공간은 ‘반 고흐 인사이드2: 더 라이트 팩토리’ 전시의 하이라이트인 메인 미디어홀이다. 이번 전시는 2016년 옛 서울역사인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에서 석 달 동안 관객 15만 명이 찾은 ‘반고흐 인사이드’의 후속 전시다. 전시를 기획한 미디어앤아트의 지성욱 대표는 “상영되는 콘텐츠의 스토리는 물론이고 벽면과 바닥까지 5개 면에 이미지를 매핑(대상물에 영상을 비춰 다르게 보이도록 하는 기술)하는 방식도 순수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만들었다”며 “아이들과 함께 오는 주부 관객을 포함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최근 ‘반 고흐 인사이드2’와 같은 ‘이머시브(immersive·몰입경험)’ 요소가 문화계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머시브’란 ‘에워싸는 듯한’, ‘실감 나는’ 등을 의미하는 단어로, 가상현실(VR) 기기 등을 이용해 완전히 다른 공간에 푹 빠져드는 몰입적인 경험을 의미한다. 공연예술계에서는 ‘이머시브 시어터’가 오래된 화두다. 2003년 영국 극단 펀치드렁크의 ‘슬립 노 모어’를 통해 촉발된 ‘이머시브 시어터’는 무대의 경계를 없앤 체험적 요소가 특징이다. ‘슬립…’은 배우가 호텔로 개조한 여러 공간에서 연기하고 관객이 3시간 동안 공간을 넘나들며 개별적 경험으로 이야기를 좇는 구조로 미국 뉴욕과 중국 상하이에서 꾸준히 상연 중이다. 이머시브 붐은 전시, 연극, 영화 같은 장르의 경계마저 무너뜨린다. ‘레버넌트’ ‘버드맨’ 등을 연출한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육체와 모래’가 대표적이다.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난민들이 미국 국경을 넘는 사투를 다큐멘터리 영화, 설치미술, VR의 장르를 넘나들며 생생하게 보여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2년 넘게 전 회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업계는 올해를 이머시브 열풍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영화제 가운데 VR 섹션이 있는 곳은 지난해 40여 개에서 올해 110여 개로 껑충 뛰었다. 27일 개막하는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4년째 이어온 VR 섹션을 크게 확대했다. 김종민 프로그래머는 “예술의 흐름이 VR, AR(증강현실), MR(혼합현실)를 넘어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XR(확장현실)로 가고 있다”며 “올해 개막식에 이머시브 공연인 ‘스마트폰 오케스트라’를 전진 배치하는 등 세계의 첨단 이머시브 콘텐츠들을 보여줄 예정이다”라고 했다. 이머시브 요소가 지닌 ‘체험’의 중요성은 순수 예술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개막한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에서도 전시관을 인공 해변으로 바꿔 바닷가에 온 듯한 체험을 하게 한 리투아니아 국가관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미술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의 젖지 않고 빗속을 통과하는 설치 작품 ‘레인 룸’도 영국 런던 바비컨센터와 LACMA, 상하이 유즈 미술관 등을 순회할 정도로 인기다. 이머시브 열풍은 4차 산업혁명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다양한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의 발달로 문화계 콘텐츠는 정보의 일방적 전달보다 상호작용과 감각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특징이 두드러진다. VR나 AR, 3차원(3D) 프로젝션 매핑 등 다양한 기술 발전이 체험의 효과를 극대화했다. 다만 ‘이머시브’는 원천 콘텐츠를 더 풍부하게 하는 기술일 뿐 맹목적으로 추종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전시기획사 대표는 “예술 작품은 원화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다”며 “기술 발전만 추구하기보다 그 안에 담을 콘텐츠에 대한 고민도 많아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 kimmin@donga.com·임희윤 기자}

    •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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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직립보행-언어-관습… 인류의 시작을 찾아서

    인간은 어떻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을까. 고대 신화와 종교는 이 근원적 질문에 대한 답을 은유와 신앙으로 제시해왔다. 올림포스 신이 필요에 의해 인간을 만들었다거나,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베어 물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과학의 발달과 고대 문명의 발굴로 오래된 믿음엔 금이 간 지 오래다. 수천 년간의 이데올로기가 무너지고 철학가가 ‘신은 죽었다’고 외친 20세기는 그야말로 격동기였다. 저자는 역사학, 생물학 등 여러 학문의 발전을 토대로 모든 것의 시작을 탐구한다. 직립보행, 언어, 일부일처제 등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의 출발을 추적해 나간다. 교양서의 눈높이에 맞춰 여러 학문적 성과를 검토하며 저자는 설득력 있는 답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깨닫는 건, 여전히 인간은 그 모든 것의 시작에 대해 어떤 해답도 얻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시작에 대한 철학적 질문이 사라지지도 않고, 시작의 시대가 멀리 있어서 생긴 온갖 구멍이 메워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여러 출발을 탐구하는 끝에 도달하는 건, 변증법적으로 발전하는 줄 알았던 역사가 사실은 서로 연관성 없는 사건들이 예측 불가한 방식으로 결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인간은 창조의 최고봉이 아니라, 조금 주목할 만한 존재’라는 저자의 표현이 오히려 요즘에 걸맞은 격언으로 느껴진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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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공간을 핫 플레이스로 뚝딱 ‘황금손 듀오’

    목욕탕, 공장, 우체국, 한옥…. 버려진 공간들이 건축·디자인 듀오 ‘패브리커’의 손을 거치면 사람 몰리는 ‘핫 플레이스’로 변한다. 2015년 서울 종로구 계동의 목욕탕을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 쇼룸으로 바꿨더니, 목욕탕을 개조한 갤러리나 카페가 유행처럼 번졌다. 2016년에는 폐공장을 개조한 카페 ‘어니언(ONION) 성수’가 문을 열자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최근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어니언 안국’까지 선보인 이들을 만났다. 패브리커는 디자이너 김동규(37), 김성조(36)가 결성한 팀으로 현재 ‘카페 어니언’의 아트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항해하는 도전 정신’을 보여주려 폐선박을 쇼룸 앞에 갖다 놓는가 하면, 홍익대 입구의 새 매장 ‘퀀텀’에는 15일마다 완전히 다른 공간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다. 오래된 공간의 재생만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패브리커의 작업은 오랜 대화와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결과물이기에 돋보인다. 목욕탕을 개조할 때는 서울 시내 오래된 목욕탕을 샅샅이 뒤졌고, 폐선박을 가져올 때는 충남 대천에 오래된 배가 흉물로 방치된다는 기사를 보고 움직였다. 김성조는 “기존 리모델링에서는 철거가 굉장히 빨리 이뤄지는 데 반해 어니언 안국은 어떤 것을 버리고 채워야 할지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카페 내부 한쪽 벽면을 보면 아랫부분은 흙벽을 두고 위쪽은 흙벽 내부의 구조물 역할을 하는 ‘사잇간’을 노출시켰다. 또 포도청에서 한의원, 요정, 한정식집으로 바뀌며 사라져버린 중정을 되살렸다. 공간에 접근하는 방식도 새롭다. 보통 상업 공간이 상권이나 접근성을 따진 뒤 디자인을 맞추는 반면에 패브리커는 디자인에 맞는 공간을 먼저 찾는다. 카페 어니언 2호점이 미아, 3호점이 안국에 열리게 된 이유다. 만약 안국동의 한옥을 찾지 못했다면 3호점이 ‘어니언 제주’가 될 뻔했다고. 김동규는 “카페는 좋은 공간과 콘텐츠가 쏟아지는 ‘격전지’이기 때문에 음료를 팔아 돈을 버는 확장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어니언의 공간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예술가가 작업할 때의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블루보틀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해외 유학 경험이 없다는 점도 독특하다. 두 사람 모두 성균관대 서피스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로 꼽고 스스로를 ‘김치 아저씨’로 칭한다. 그런데도 ‘어니언 안국’을 찾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두 사람은 ‘어니언’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만 해도 브랜드가 너무 많은데, 우리는 아직 대기업만 떠올리잖아요. 서울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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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욕탕, 공장, 한옥…그들 손 거치면 버려진 공간서 ‘핫플레이스’로

    목욕탕, 공장, 우체국, 한옥…. 버려진 공간들이 건축·디자인 듀오 ‘패브리커’의 손을 거치면 사람 몰리는 ‘핫 플레이스’로 변한다. 2015년 서울 종로구 계동의 목욕탕을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 몬스터’ 쇼룸으로 바꿨더니, 목욕탕을 개조한 갤러리나 카페가 유행처럼 번졌다. 2016년에는 폐공장을 개조한 카페 ‘어니언(ONION) 성수’가 문을 열자 ‘필수 관광 코스’가 됐다. 최근엔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어니언 안국’까지 선보인 이들을 만났다. 패브리커는 디자이너 김동규(37), 김성조(36)가 결성한 팀으로 현재 ‘카페 어니언’의 아트 디렉터로 일하고 있다. 이전에는 선글라스 브랜드 ‘젠틀 몬스터’의 ‘항해하는 도전 정신’을 보여주려 폐선박을 쇼룸 앞에 갖다 놓는가 하면, 홍대입구에 새 매장 ‘퀀텀’에는 15일 마다 완전히 다른 공간 인테리어를 선보이는 등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다. 오래된 공간의 재생만으로 주목받은 건 아니다. 패브리커의 작업은 오랜 대화와 많은 시간을 투자한 결과물이기에 돋보인다. 목욕탕을 개조할 때는 서울 시내 오래된 목욕탕을 샅샅이 뒤졌고, 폐선박을 가져올 때는 충남 대천에 오래된 배가 흉물로 방치된다는 기사를 보고 움직였다. 김성조는 “기존 리모델링에서는 철거가 굉장히 빨리 이뤄지는 데 반해, 어니언 안국은 어떤 것을 버리고 채워야할지 오랜 시간을 들여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카페 내부 한쪽 벽면을 보면, 아랫부분은 흙벽을 두고 위쪽은 흙벽 내부의 구조물 역할을 하는 ‘사잇간’을 노출시켰다. 또 포도청에서 한의원, 요정, 한정식집으로 바뀌며 사라져버린 중정을 되살렸다. 공간에 접근하는 방식도 새롭다. 보통 상업 공간이 상권이나 접근성을 따진 뒤 디자인을 맞추는 반면 패브리커는 디자인에 맞는 공간을 먼저 찾는다. 카페 어니언 2호점이 미아, 3호점이 안국에 열리게 된 이유다. 만약 안국동의 한옥을 찾지 못했다면 3호점이 ‘어니언 제주’가 될 뻔했다고. 김동규는 “카페는 좋은 공간과 컨텐츠가 쏟아지는 ‘격전지’이기 때문에 음료를 팔아 돈을 버는 확장보다 브랜드의 정체성이 중요하다고 봤다”며 “어니언의 공간은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예술가가 작업할 때의 마인드로 접근하고 있다”고 했다.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미국 블루보틀을 떠올리게 하는 방식이다. 세련된 감각이 돋보이는 두 사람이지만 해외 유학 경험이 없다는 점도 독특하다. 두 사람 모두 성균관대 서피스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나의 아저씨’를 인생 드라마로 꼽고 스스로를 ‘김치 아저씨’로 칭한다. 그런데도 ‘어니언 안국’을 찾는 고객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 두 사람은 ‘어니언’을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보여주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고 싶다고 했다. “미국과 일본만 해도 브랜드가 너무 많은데, 우리는 아직 대기업만 떠올리잖아요. 서울의 독특한 커피 문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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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겁게, 유머러스하게 그린 ‘나와 너’

    서울 강남구 포스코미술관에서 13일 개막하는 기획 초대전 ‘김상연의 그림―나를 드립니다’는 미술관 안쪽에 위치한 아카이브 공간을 먼저 보기를 추천한다. 회화, 조각 등 20여 점이 전시된 가운데 아카이브 공간이 최근 작품들의 출발점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카이브 공간에 들어서면 정면에 추사 김정희의 ‘부작란도(不作蘭圖)’가 보인다. 가까이 보면 추사의 그림을 작가가 목판으로 본떠 만든 작품이다. 김상연 작가는 “동양화 전통이 선대의 회화를 임모(臨模·모방해 그리는 것)하며 그 정신을 배웠던 것처럼 추사의 그림에서 그의 정신과 지적 유희를 학습했다”고 설명한다. 그 결과 나온 회화는 전시장의 회화 작품으로, 목판은 설치·조각 작품으로 다양하게 변주된다. 서울에서 김 작가의 개인전은 2011년 마이클슐츠갤러리에서 열린 뒤 8년 만이다. 독일 기반이었던 이 갤러리가 한국에서 철수한 뒤 작가는 중국과 독일, 한국에서 간간이 전시를 열었다. 그간 광주의 한 축사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쌓아온 내공을 오랜만에 확인하는 자리다. 전시장 가운데 뫼비우스의 띠 형상을 한 붉은 조각 ‘나는 너다’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내가 온전한 자아를 갖고 타인을 이해하면 그 사람은 ‘남’이 아닌 나와 같은 존재가 된다는 의미를 담았다. 작가는 이런 공감과 이해를 통해 평화를 추구할 수 있다고 봤다. 광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험도 작품에 반영됐다. ‘나는 너다’의 뒤쪽 벽면을 장식한 ‘풀다’는 소와 유사한 형상인 작은 동물 조각들이 떼를 지어가는 모습이다. ‘20세기 최고 퍼포먼스’라고도 불렸던 1998년 ‘정주영 소 떼 방북사건’과 2008년 광우병 사태와 연관이 있다. 고 정주영 회장이 북한에 돈이 아닌 소 떼를 데려간 상징적 의미, 그리고 광우병 사태 때 오로지 먹거리로만 소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받은 충격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나를 드립니다’라는 제목처럼 전시 작품들은 작가가 몸으로 느낀 솔직한 감각을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풀어내고 있다. 대형 회화 작품 ‘존재’가 타인의 흔적을 짙은 먹으로 무겁게 그렸다면, 나무 조각 ‘나를 드립니다’는 작가의 몸에 고인 다른 대상의 흔적을 농담을 던지듯 재미있게 표현했다. 중국 전통 판화기법인 ‘수인판화’를 재해석한 수인회화 작품 ‘존재―손’도 처음 공개한다. 7월 9일까지.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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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심 속에 꼭꼭 숨은 ‘불친절한 공간’… 젊은 감성 유혹

    왁자지껄한 서울 남대문시장 건너편인 중구 회현동의 한 골목. 세월을 머금은 빌라와 상가, 게스트하우스가 복잡하게 얽힌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piknic’이라고 적힌 흰 표지판이 눈에 띈다. 간판 위 얇은 화살표를 따라 발길을 재촉하면 흰 바탕 위 짙은 갈색 나무 쪽문이 보인다. 처음 이곳을 찾은 이라면 이 문은 당황스럽다. 밀어야 하나, 당겨야 하나, 아님 옆으로 밀어야 할까. 지난해 개관한 복합문화공간 ‘피크닉(piknic)’은 이 문처럼 묘한 공간이다. 사근사근하진 않지만 묵묵하게 동네를 바꾸고 있는. 오렌지 빛 타일로 꾸며진 피크닉의 건물은 1979년 완공한 한 제약회사의 본사였다. 그 뒤 ‘효림빌딩’이란 이름의 임대사무실로 쓰이다, 2017년 전시기획사 글린트가 인수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뼈대는 그대로 둔 채, 푸른색 기와 모양 지붕과 창문 프레임을 바꾸는 등 군더더기를 제거했다. 리모델링 설계를 맡은 NIA건축 최종훈 대표는 피크닉 자체가 오브제가 아니라 배경으로서의 건축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산을 비롯한 주변과의 조화와 건축의 원래 기능에 집중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장식적 요소는 제거하고 기본만 갖춘 미니멀리즘적 공간이 탄생했다. 안내판이나 설명을 최소화한 것도 ‘의도된 불친절’이다. 피크닉은 입구가 두 군데지만 찾기가 쉽지 않다. 남산 쪽 정문은 대로에서 보이지 않고, 주차장을 넘어 내리막길 앞까지 와야 보인다. 주소를 알고 와도 헤맬 정도라 “큰마음 먹고 와야 하는 곳”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가영 글린트 기획팀장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공간 사용법을 정해 주기보다 직접 경험하고 즐기도록 하고 싶었다”며 “숨겨진 공간에서 보물찾기 하듯 각자 다른 감각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평일 낮에도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지하 1층∼지상 4층에 들어선 전시 공간과 카페, 레스토랑, 디자인숍이 있다. 1층 카페는 ‘카페가 개념미술 작품처럼 보일 수 없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벨기에 예술가인 마르셀 브로타에스의 화분, 의자 등으로 구성된 설치 작품 ‘Un Jardin d‘Hiver’(1974년)와 드리스 반 노튼의 2004년 패션쇼 공간 테마에서 영감을 얻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시 공간은 관객 체험에 집중하는 글린트의 특징에 맞춰 평범하게 구성했다. 열리는 전시에 맞춰 매번 그 모습이 달라진다. 개관 전시로 사카모토 류이치 특별전 ‘Ryuichi Sakamoto: Life, Life’를 개최해 주목받았다. 현재는 피나 바우쉬(바우슈)와 30여 년간 협업한 무대 미술가 페터 팝스트의 전시 ‘피나 바우쉬 작품을 위한 공간들’(10월 27일까지)이 열린다. 김범상 글린트 대표는 “과감한 표현을 위해 천고가 높고 시야가 탁 트이는 전시실을 만들고 싶었는데 오래된 건물의 제약이 여전히 아쉽긴 하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전시를 위해 밑그림을 그린 공간이 운이 좋아 저절로 모습을 갖추게 된 거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보러 오는 사람들을 위한 기능을 추가하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분야와 호감 있던 사람들과의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독립적 경쟁력을 갖춘 건축물이 된 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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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고흐의 방에 그의 작품 한 점을

    “언젠가 카페에서 나만의 전시를 할 수 있을 거라 믿어.”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세상을 떠난 1890년 형 테오에게 보낸 편지엔 이런 문구가 있다. 생전 전시는커녕 그림 팔기도 어려웠던 고흐의 못 다한 꿈을 이루기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도미니크 얀센 반고흐재단 대표(71·사진)가 7일 한국을 찾았다. 반고흐재단은 프랑스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고흐가 머물렀던 라부 여인숙을 관리하는 비영리재단이다. 얀센 대표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식품기업에서 이사로 재직했던 경제인이다. 그러다 1985년 라부 여인숙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다. 회복을 하며 고흐의 편지를 읽고 감동 받은 얀센은 바로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라부 여인숙을 인수해 고흐의 마지막 흔적을 복원했다. 네덜란드 안네 프랑크의 텅 빈 집에서 받은 감동을 떠올리며, 고흐가 머물렀던 방도 관객이 상상하도록 비워 뒀다. 이 빈 공간에 고흐의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 그림 한 점을 걸어 놓자는 것이 ‘반 고흐의 꿈’ 프로젝트다. 얀센 대표는 “2007년 고흐가 오베르쉬르우아즈 시절 그린 밀밭 작품이 경매에 올라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의 보증을 받고 모금을 통해 매입하기로 했지만, 이듬해 금융 위기로 원 소유자가 급히 처분해 구입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도 여러 기업, 특히 중국에서 대규모 후원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월트 디즈니처럼 고흐를 상품화하는 전략에 사용하고 싶지 않다”며 “한국 기업 중에서도 고흐의 예술을 존중하는 곳이 있다면 함께 일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프로젝트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진행하고 있다. 기부자에게는 디지털 인증서, 고흐의 방 디지털 열쇠 등을 제공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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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 12~16일 코엑스서

    입체 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아트페어 ‘조형아트서울(PLAS)’이 12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국내외 86개 갤러리가 참여해 조각과 설치, 미디어아트, 회화 등 2000여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조각가 김영원의 미디어아트 협업 작품과 잠실창작스튜디오 입주 예술가 6명(김현하 김환 이민희 정은혜 홍석민 홍세진)의 작품이 특별전을 통해 공개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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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내밀하고 솔직한 기록, 일기로 보는 여성의 삶

    공식적으로 기록되거나 출판되기 어려웠던 여성의 이야기는 내밀한 일기로 전해져 왔다. 이미 10세기 일본 궁중 여인들이 베갯머리 책으로 일기를 간직해 왔으니 짧은 역사도 아니다. 숨죽인 채 꿋꿋이 적어 내려 온 일기에 담긴 여성의 삶을 풍부한 사례를 통해 살펴본다. 저자는 수년 동안 ‘여성 일기 연구회’를 운영하며 다양한 일기를 읽었다. 일기에 적힌 건 아주 사적인 이야기지만, 그 안에 사회의 억압과 제약, 결혼과 양육, 삶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기로 등 여러 중요한 문제가 담겨 있었다.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이다’라는 68혁명의 문구처럼 1970년대 페미니즘 운동은 일기를 통해 여성의 글을 해석하고 비평하며 여성의 관점에서 사회를 다시 돌아봤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 감옥 생활 중 쓴 일기를 그대로 출판한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등 다양한 여성 작가의 일기에서 발췌한 내용을 읽어볼 수 있다. 고독과 가난 속에 스스로 생을 마감한 시인 실비아 플라스의 일기는, 그가 죽은 후 남편에 의해 불리한 내용은 편집된 채 발간되기도 했다. 스스로도 오랜 시간 동안 일기를 써 온 저자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독자에게도 일기 쓰기를 제안한다. 변하지 않고 늘 내 곁에 있는 친구와도 같은 일기장을 통해 솔직한 나만의 목소리를 찾고, 억압받은 감정을 치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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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디자이너 폴 스미스 “패션 아닌 내 인생을 전시합니다”

    “제 프레젠테이션이 너무 지루하진 않았죠? 다행이네요!” 훤칠한 키의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73)가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커리어를 담은 전시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8월 25일까지) 개막으로 한국을 찾았다. “보통 패션 전시는 옷을 보여주거나 브랜드를 홍보하죠. 하지만 제 전시는 ‘폴 스미스’의 성장 과정을 담았어요. 패션보다 인생에 관한 전시입니다.” 이날 스미스는 격식 있는 감색 정장 차림이었지만, 버건디와 네이비 색이 교차된 줄무늬 양말을 신었다. 예의를 갖추면서 위트와 친근함을 잃지 않는 성격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시에도 그는 ‘겸손’을 강조했다. “전시장 초입에 1평 남짓한 제 첫 매장 보셨죠? 이 전시는 보잘것없는 상황에서 출발해 노력하며 경력을 일궈 나가는 것, 삶을 향한 적극적 태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전시장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시절부터 최근까지의 여정을 보여준다. 돈이 없어 호텔방을 쇼룸으로 사용한 기억, 첫 매장에서 기록한 메모 등을 볼 수 있다. 패션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영상도 있다. 스미스는 “내 커리어의 구체적인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인 전시”라고 했다. 독창적 아이디어가 자산인 디자이너가 민낯을 공개하는 게 껄끄럽진 않았을까. 그에게 ‘왜 비법을 공개하느냐’고 물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전시가 굉장히 솔직하다고 말해요. 하지만 사람들이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죠. 바로 제 마음속에 들어오는 거죠. 호기심 많고 삐딱하게 보길 좋아하는 제 마음은 저만이 볼 수 있답니다.” 2013년 같은 제목으로 영국 런던디자인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전시는, 뮤지엄 역사상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데얀 수직 관장(66)은 “내 사무실 책상이 세상에서 가장 어지럽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 어지러운 스미스의 책상을 공개할 수 있어 즐거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에도 전시된 스미스의 책상엔 최신 기기와 오래된 라디오가 함께 놓인,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혼합이 인상적이다. 이 얘기를 건네자 스미스는 웃으며 재킷 안주머니에서 종이와 펜을 꺼냈다. “재밌는 관찰이네요. 전 여전히 아날로그 드로잉으로 아이디어를 생각해요. 물론 최신 기술도 활용하죠. 그러나 유명한 ‘멀티 스트라이프’도 수작업으로 만들어집니다. 종이 위에 여러 색의 털실을 감아 입체감을 만들고, 그 색들이 서로 부딪치며 아주 정확하고 환상적인 스트라이프가 탄생하죠.” 40년 동안 꾸준히 이어진 한 팬의 독특한 선물도 만날 수 있다. 의자, 스키, 스케이트보드, 닭 인형 등 온갖 물건이 박스도 없이 우표만 붙은 채 그에게 보내졌다고 했다. “손 글씨가 매번 같아 한 사람이 보낸 거라 추측할 뿐 누가 보냈는지 아직도 몰라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순수한 우정의 표현이 놀랍고 사랑스럽죠.” 그는 자신을 “과거를 돌아보지 않고 늘 미래를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전시를 통해 과거를 보니 뿌듯함을 느낀다고 했다.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것. 너무 많은 것들이 너무 빨리 돌아가는 지금에도 전 여전히 그런 것이 좋습니다. 젊은 디자이너에게도 좋은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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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강인함 교차… 獨이주 한인 간호여성의 초상

    한국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한국과는 다른 집 안 풍경. 그 한가운데 중년 여성이 무표정하게 앉아 있다. 이질적 풍경 속, 화면 아래에서 조금씩 떠있는 발이 왠지 모를 불안감마저 자아낸다. 마치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이 온전한 나의 땅이 아니라는 것처럼…. 사진작가 김옥선(52)의 신작 ‘베를린 초상’은 재독 한인 간호 여성을 조명한다. 제주에 거주하는 이방인이나 국제결혼 부부, 다문화가정, 난민 등을 담아 온 그간 작업의 연장선에 있다. 이번에 공개하는 25점 사진 연작도 눈앞의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사진 기법에 바탕을 뒀다. 전시장에 줄지어 나란히 걸린 사진을 보면 이들이 이질적 환경에서도 저마다 고유의 뚜렷한 개성을 일구며 살아왔음이 드러난다. 불안한 토대일지언정 묵묵하게 자신의 환경을 지켜온 강인함이 표정에 묻어난다. 모두가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한국을 떠나 타지에서 자신의 삶을 지켜온 주인공들이다. 한인 간호 여성의 독일 집단 이주는 독일에서 의사로 활동했던 이수길 박사의 중개로 1966년 1월 시작했다. 간호 인력이 부족한 독일, 해외 경험과 돈벌이를 희망한 한국 여성, 외화가 필요했던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1976년 독일 정부 정책이 변경될 때까지 1만여 명이 이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주가 중단되고 현지 잔류, 제3국 이주, 귀국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이 중 현지 잔류를 선택한 대부분의 간호 여성들은 독일 경제가 악화되면서 시행된 강제 귀국 조치 등의 대책에 강력하게 저항하고, 연대를 통해 자리를 지켜왔다. 그 역사의 숨소리가 작품을 통해 뚜렷하게 전해진다.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 7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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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로잉’ 통해 보는 한국 미술사

    ‘드로잉’은 통상 예술가가 회화나 조각을 만들기 전 그리는 스케치를 말한다. 이 드로잉으로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돌아보는 전시가 관심을 끈다. 23일까지 서울 송파구 소마미술관에서 열리는 ‘素畵(소화)―한국 근현대 드로잉’전이다. 박수근부터 평소 접하기 힘든 김영주, 최욱경은 물론이고 이불까지 없는 작가가 없다. 작가 수 218명에 작품은 300여 점. 그런데 전시 작품 90%가 한 사람의 소장품이라니 더 놀랍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겸 미술평론가 김동화 씨(50)가 20대부터 모아 온 작품들이다. 지난달 23일 전시장에서 그를 만났다. 미술작품 수집이라면 흔히 투자를 얘기한다. 그런데 그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겨졌던 드로잉을 모두 국내 작가 작품으로 수집했다. 독특한 수집의 이유를 묻자 그는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고 했다. “투자라면 부동산을 샀겠죠. 그림 투자는 30년은 봐야 하는걸요. 전 특별한 작품을 보유하는 ‘짜릿함’ 때문에 수집을 해왔습니다.”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모은 것도 특징. 그는 “한국 근현대 미술사의 퍼즐을 맞추듯 수집한 것”이라고 했다. 전시는 그 퍼즐을 어느 정도 맞췄다는 생각이 들어 열었다고 한다. 예술과의 첫 만남은 20대 후반.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레지던트 시절 서점에서 본 화집이었다. 예술이 감각을 전달하는 방식에 충격을 받고 책 수백 권을 읽었다. 이후 전국 화랑 지도를 그리고 휴가마다 곳곳을 다니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 결과 나타난 컬렉션을 그는 ‘나의 표현’이라고 했다. “소장자에겐 그림이 물감이고 전체가 작품이에요. 전 개인의 수집으로 끝나기보다 미술사 맥락을 정리하고 학예적 가치를 만들어 기여하고 싶었어요.” 이렇게 쌓인 연륜으로 전시 평론을 쓰고 국립현대미술관 연구 논문을 발간하는 등 미술계에서도 이미 전문가다. 그런 그는 ‘단색화’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보인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엔 똑같은 집이 모여 있잖아요. 단색화 작품들도 작가별 차이가 별로 없어요. 남이 사니까 과시용으로 따라 사는 심리도 비슷하죠. 그런데 어제 경매에서 단색화 작품이 시작가 절반에 낙찰되고 있더라고요.” 자신은 그림을 보고 발동하는 미감을 기준으로 작품을 소장하기에 손해 볼 일이 없다며 웃었다. “보통의 소장자는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희생을 감수하고 그림을 사요. 그런데 투자를 위해 샀다면 값이 떨어질 때, 그림만 봐도 화가 나지 않을까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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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SNS 세상에서 당장 탈출하라” IT 전문가의 경고

    “(소셜미디어는) 사용자들의 관심과 시간을 최대한 많이 빼앗기 위해… 심리의 취약성을 이용한다. 이것이 아이들의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신이 아니고서는 모를 일이다.”(숀 파커 페이스북 초대 대표) “엄청난 죄책감을 느낀다… 그러나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내 해법은 이 도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벌써 수년 전부터 사용을 중단했다.”(차마스 팔리하피티야 페이스북 사용자 확산 담당 부사장) 이들의 우려는 이미 현실이 됐다. 감정을 증폭하도록 설계된 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분노와 편견을 확산시킨다. 인종차별 발언을 서슴지 않는 ‘트위터 중독자’가 미국 대통령이 됐고, 미얀마 로힝야족에 대한 거짓 선동이 핍박을 부추긴다. 정치적, 사회적 영역에서뿐인가. ‘세상을 연결시킨다’는 소셜미디어는 일상 속 박탈감과 외로움을 증폭시켰다. 가상현실(VR) 기술을 고안한 컴퓨터과학자인 저자는 소셜미디어가 왜 당신을 외롭게 만드는지 조목조목 분석하며, ‘해결책이 없다’는 페이스북 부사장의 말을 반박한다. 제목은 소셜미디어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이나, 저자가 분석한 문제의 핵심은 ‘버머’ 알고리즘이다. ‘사용자의 행동을 수정해 왕국(대기업)을 위해 이용하는 것’이라는 영어 설명의 앞 글자를 딴 단어다. 즉 소셜미디어가 이용하는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 확률을 계산하고, 그렇게 행동하도록 유도한다. 이것이 자본을 만나 광고에 이용되면서 모든 문제가 시작됐다. 이 버머 알고리즘을 제거한 서비스의 탄생이 문제 해결의 관건이다. 버머 알고리즘은 ‘관심종자’ 우위 사회, 모두의 삶에 참견하는 오지랖, 최악의 꼴통이 분노를 조장해 돈을 버는 사회, 가짜 군중과 위조자의 사회를 만든다. 그 결과 “한쪽 끝에서 꼴통들이 똥폭풍처럼 쏟아져 나오고, 다른 쪽에선 극도로 조심하며 인위적으로 착해 보이는 행동을 한다”고 그는 진단한다. 또 다른 문제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우리의 데이터가 돈벌이에 활용되며 일자리마저 빼앗는다는 것이다. 온라인상 수많은 번역 문장을 공짜로 긁어모은 인공지능(AI)은 결과적으로 전문 번역가의 일을 빼앗는다. 예술가들의 데이터를 수집한 AI가 그린 작품이 비싼 값에 팔리는 일도 일어난다. 저자는 이것이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신 데이터를 제공한 대가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그 대가는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차라리 유료 서비스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 소셜미디어의 그늘을 재치 있는 문체로 풀어내 ‘지적 무기’를 제공한다. 우리가 당연히 받아들인 무료 독점 플랫폼 서비스들(페이스북, 구글 등)을 이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절실한 경고이기도 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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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세’를 살고 있는 우리를 돌아보며…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展

    ‘지구상 남은 마지막 한 그루의 나무가 베어지면…우리는 그때야 비로소 돈을 먹고 살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크리족 인디언) 30일 개막하는 일민미술관의 ‘디어 아마존: 인류세 2019’ 전시장 한쪽에 적힌 문구. ‘인류세’란 온실가스 배출, 핵실험 등 인간의 활동이 자연을 큰 폭으로 변화하게 만든 지질시대를 일컫는 말이다. 2000년 네덜란드 대기화학자 파울 크뤼천이 이름 붙였고, 최근 기후변화나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인류세’의 퇴적물 단면이 드러나면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전시 주제가 ‘인류세’인 이유는 이렇다. 이 전시는 브라질 동시대 예술가와 한국 작가, 디자이너 등 총 19팀이 참가했다. 조주현 학예실장은 “비서구권 국가에서 ‘인류세’를 가장 활발하게 논의하고 있는 곳이 브라질”이라고 설명했다. 또 보통 ‘인류세’는 자연사박물관에서 흔히 다루는 주제지만 인류가 지구에 미칠 영향을 복합적 감각으로 상상하는 예술의 역할도 중요하기에 미술관 전시 주제로 꼽혔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20, 3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브라질 예술의 감각과 분위기를 가늠해볼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서는 ‘나’에 집중한 사적이고 즉물적인 경향이 두드러진다. 귀 퐁데(36)의 설치 작품은 자신의 신체를 ‘사회적 조각’으로 내놓아 눈길을 끈다. 검은 스크린에 구멍을 뚫어 일부 신체 부위만 내놓고, 손가락 끝에는 사슬을 묶은 사진에 헤드셋을 끼면 “나는 (스마트폰) 스크린을 만질 수 없다”는 문구가 흘러나온다. 컵케이크로 몸을 감싼 사진은 “나는 단것을 먹고 욕망을 채운다”는 말이 나오는 식이다. 몸을 활용해 일상 속 감각이나 타인의 시선을 표현한다. 2층에 전시된 중견 작가 작품은 근대화 과정을 직접적으로 다뤄 정치색이 짙게 드러난다. 조나타스 지 안드라지의 설치 작품은 ‘헤시피’ 지역의 도시화 과정을 주제로 한다. 원경에서 봤을 때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의 모습과 가까이서 봤을 때 괴리감이 느껴지는 일상을 나란히 배열했다. 도시의 겉모습만 서구 모더니즘을 따라 하면 과연 삶도 나아지는지 질문을 던진다. 3층 영상 전시장을 지나 프로젝트룸에 들어서면 숲 속에 온 것 같은 공간이 펼쳐진다. 푹신한 소파와 해먹, 포근한 카펫이 깔린 ‘미술관 속 소풍’을 위한 라운지다. 이곳에서 명상, 요가, 퍼포먼스, 발효주 워크숍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관객이 즐겁게 참여하며 환경 문제를 가깝게 느끼도록 유도한 공간. 공교롭게도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리투아니아관과 같은 주제를 유사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이 밖에 솔란지 파르카스 비데오브라질 디렉터가 기획한 스크리닝 프로그램 ‘비데오브라질 히스토리 컬렉션’도 5층 신문박물관 영상실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으나 바스의 ‘석기 시대’ 등 총 9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8월 25일까지. 5000∼7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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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비에서]이미 정해진 답?

    “너무 가감 없이 기사를 쓰셨어요.” 27일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미술관 측이 언급한 ‘가감 없는’ 기사는 현재 회고전이 열리는 예술가 박서보의 인터뷰였다. 해당 기사는 작가 작업실을 찾아 회고전을 열게 된 소감과, 그간 제기된 여러 이야기에 관한 작가의 생각을 듣고 정리했다. 그런데 미술관은 “다른 곳은 전시에 포커스를 맞춰 써주셨는데, 해당 기사는 작가 발언을 가감 없이 써서 난감하다”고 했다. 난감하다고 한 것은 이런 내용이다. ‘국내 최초 앵포르멜 작가’라는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과 ‘팝 아트’, ‘옵 아트’를 수용했다는 미술관의 설명에 대해 작가가 부인한 대목이다. 마치 미술관과 작가가 대립하는 입장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앵포르멜’과 팝 아트, 옵 아트를 수용한 것은 이미 다 정립된 맞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미 다 정립됐다’는 시각이다. 미술관은 현재 생존 작가의 전시를 열고 있다. 미술사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당연히 다른 의견이 제기될 수 있다. 더구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아닌가. 공공의 목적으로 전시를 열었다면 비판까지도 수렴해 건강한 담론을 형성하는 게 마땅하지 않을까. 오스카 와일드는 “예술은 정답이 있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처럼 봐서는 안 되며, 미스터리에 휩싸인 여신처럼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좋은 예술은 예술가 자신을 포함해 다양한 사람의 치열한 비평과 검증을 거쳐 탄생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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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 2114년 출간될 작품 노르웨이에 전달

    소설가 한강이 25일 노르웨이 공공예술단체 ‘미래도서관’에 2114년에 출간될 미공개 소설 원고 전달식을 가졌다. 미래도서관은 2014년 사업을 시작해 100년간 매년 작가 1명의 미공개 작품을 받아 2114년에 출판하는 프로젝트다. 책은 노르웨이 오슬로 외곽의 숲에 100년 동안 심은 나무 1000그루를 사용해 만든다. 한강은 다섯 번째 참여 작가로 그의 소설은 95년 뒤 출간된다. 한강이 공개한 소설 제목은 ‘사랑하는 아들에게(Dear Son, My Beloved)’로 분량이나 소재, 내용은 모두 비밀에 부친 채 봉인돼 오슬로 도서관에 보관된다. 한강은 ‘미래도서관의 숲’에서 열린 원고 전달식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스코틀랜드 예술가 케이티 패터슨에게 흰 천으로 둘러싸인 원고를 넘겼다. 한강은 이날 전달식에서 “나의 원고가 이 숲과 결혼을 하는 것 같기도,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리는 작은 장례식 같기도, 대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긴 잠을 위한 자장가 같기도 하다”며 “한국에서 신생아를 위한 배냇저고리, 소복, 홑청으로 흰 천을 사용하기에 원고도 흰 천으로 감쌌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래도서관 올해의 작가 선정 당시 소감문도 낭독했다. 소감문에서 그는 “첫 문장을 쓰는 순간 100년 뒤 세계를 믿어야 한다. 인간의 역사는 사라져 버린 환영이 되지 않았고 지구가 무덤이나 폐허가 되지 않았으리라는 근거가 불충분한 희망을 믿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도 불확실성 속에서 무언가 애써 보려는 100년의 기도”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오슬로 시장과 재단 관계자, 내외신 언론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한강은 전달식이 끝난 뒤 오슬로 공공도서관에서 독립 언론인 로지 골드스미스와 대담을 진행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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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서보 작가 “난 뿔난 도깨비… 피 토하듯 새로운 길 찾아왔다”

    《‘뿔난 도깨비.’ 원로작가 박서보(88)는 16일 자신의 회고전 간담회에서 세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박서보의 회고전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는 그의 신작부터 1950년대 초기 작품까지 역순으로 소개한다. 약 70년의 여정을 작품 129점과 아카이브를 통해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다.》  그는 단색화의 대표 작가이자 교육자, 행정가로 활발히 활동해 왔다. 1950년대 ‘반(反)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 선언’을 이끈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홍익대 사단을 거느린 패권주의자’라거나 ‘서양 미술을 모방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23일 서울 서대문구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났다. ―회고전 소감이 어떤가. “과거 작품이 전통의 양식적 해석이 많아 부끄러웠는데, 이번에 보니 시대의 산물이고 누구의 영향도 없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화 No.1’도 오랜만에 전시됐다. ‘잭슨 폴록’의 모방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폭격을 맞은 종로 거리 부서진 철근 아래를 걸어가며 나도 모르게 그런 작품이 나왔다. 그릴 때 잭슨 폴록은 몰랐다.” ―구체적 형상을 표현했나. “형상에서 추상이 된 거다. 안료 가루를 기름에 섞어 소주병으로 밀어 물감을 만들었다. 이게 현대 미술의 출발이었다. 그때 김창열 윤명로 등 함께한 작가들이 ‘안국동파’라고 놀림을 받았다.” ―현대 미술의 집단화가 왜 중요했나. “국제화가 중요했다. 일본이 현대 미술전으로 해외 진출을 했고 우리도 질 게 없다 생각했다. 남들은 내가 정치를 했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일을 했다.” ―잭슨 폴록을 정말 몰랐나. “그림을 잘 보면 밑색이 보인다. 자주 다시 그려 ‘땜빵’한 흔적도 있다. (‘No. 1’ 제목은 어떻게 나왔나?) 시리즈의 첫 그림이기에 그렇게 붙였다. 유사성 지적은 자유지만 당시 정보가 없었다. 나는 보수 정권에서는 혁신가, 좌파 정권에선 우파 퇴물 취급을 받는다. 온갖 역경 아래 ‘현대 미술 가치관 집약 운동’을 했고 그것이 우리나라 미술을 만들었다.” ―‘묘법’은 사이 트웜블리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연필을 썼다고 비슷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트웜블리는 즉흥적 낙서를 표현했고 나는 행위의 반복, 자연과의 합일을 표현했다. 정신이 다르다. 트웜블리는 작품도 순식간에 완성한다. 물론 재주 있는 친구다. 죽기 전에 2인전으로 겨뤄 보고 싶다. 내 신작은 수신(修身)에 ‘치유’ 개념까지 넣어 트웜블리는 게임이 안 된다.” ―‘수신’이 그림만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왜 그런가. 이번 신작도 남들이 먼저 ‘완전히 수신과 치유를 동시에 잡는다’고 이야기한다. 화이트큐브 디렉터, 일본 평론가 모두 내 그림이 좋다고 했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개념적으로 접근해 ‘선만 긋고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단색화가 급조된 이론이라는 비판에 대한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 미니멀리즘의 한국적 해석이 아니라 나를 전부 비워 내는 것이다. 서양은 개념적으로 접근하고 우리는 사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인데 구별을 못 한다.” ―예술 작품의 독창성은 어떻게 생긴다고 보나. “큰 흐름에서 자신만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평론가 이일이 나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작가’라 했는데, 우리 사회가 발전해 이제 나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 나폴레옹이 그 시대에 안 나왔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 앞장서야 했던) 시대의 산물이고, 화살받이가 됐다.”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까. “그렇다. 나처럼 시대가 명확하게 바뀐 작가가 없다. 피를 토하듯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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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로작가 박서보 “나는 시대의 산물이자 화살받이”

    ‘뿔 난 도깨비’ 원로작가 박서보(88)는 1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대규모 회고전 간담회에서 세간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단색화의 대표 작가이자 교육자, 행정가로 활발히 활동했다는 평가를 받는가 하면, ‘홍익대 사단을 거느린 패권주의자’라는 비판도 받는다. 그런 그의 작품 129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고 있다. 23일 서울 서대문구의 작업실에서 그를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봤다. 회고전을 열게 된 소감을 묻자 자신 있는 모습이었다. “과거 작품이 전통의 양식적 해석이 많아 부끄러웠는데, 이번에 적나라하게 내놓고 보니 그것 역시 시대의 산물로 누구의 영향도 없이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 전시장에서 입체 작품인 ‘허상’을 볼 수 있다. 미국 조지 시갈의 인체 조각과 일본 다카마쓰 지로의 그림자 회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건축가 김수근이 재밌겠다고 해 오사카 만국박람회에도 출품했다.” ● “‘No.1’ 그릴 당시 폴록 몰라…서양 미술 수용한 바 없어” 박서보는 1956년 ‘반(反) 국전(대한민국미술전람회)’ 선언으로 미술계에 이름을 알리고 1년 뒤 ‘회화 No.1’를 발표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작품이 박서보를 ‘국내 최초 앵포르멜 작가로 알렸다’고 한다. ‘앵포르멜’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생겨난 추상 미술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설명대로라면 박서보는 ‘최초로 앵포르멜을 모방한 작가’가 된다. 만약 ‘앵포르멜(프랑스어로 ’형태가 없는‘)’이 문자 그대로 추상의 의미라면, 이미 1930년대 유영국 등이 추상 미술을 선보인 바 있어서 최초로 보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그는 앵포르멜을 모방한 것이 아니며 고유의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회화 No.1’은 잭슨 폴록의 작품과 형태가 비슷하고 제목도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예술가들은 일본의 월간지 ‘미술수첩’을 통해 서양 미술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잭슨 폴록은 미군도 즐겨 보던 ‘라이프’지에 대대적으로 소개된 유명 작가였다. 그러나 박 화백은 당시 폴록을 몰랐다고 말했다.― ‘회화 No.1’이 오랜만에 전시됐다. “미술사에서 중요한 작품이다. 그런 실험을 누구도 하지 않았다. 당시 전쟁으로 폭격을 맞은 종로 거리 부서진 시멘트 조각이 붙은 철근 아래를 걸어가며 나도 모르게 그런 작품이 나왔다. 그림을 그릴 때 잭슨 폴록은 몰랐다.”― 그렇다면 구체적 형상을 표현한 작품인가? “형상에서 추상이 된 거다. 이 그림도 처음에는 페인트의 두께감이 생기지 않아 안료 가루를 기름에 섞어 소주병으로 밀어 물감을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 현대미술이 출발했다. 그 때 함께한 김창열, 윤명로, 김종학 등이 ‘안국동파’라고 놀림을 받았다.”― 잭슨 폴록을 몰랐나? “그림을 잘 보면 밑색이 보인다. 자주 다시 그려 ‘땜빵’한 흔적도 있다. (제목은 왜 ‘No.1’이라고 붙인 것인가?) 시리즈의 첫 그림이기에 그렇게 붙였다. 지적은 자유지만 당시에는 정보가 아무것도 안 들어왔다. 무역도 없던 시절이다. 나는 보수 정권에서는 혁신주의자, 좌파 정권에선 우파 퇴물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좌도 우도 아닌 개혁파다. 나는 역경을 겪으며 ‘현대 미술 가치관 집약 운동’을 했고 그것이 우리나라 미술을 만들었다. 평론가들이 서양 글만 짜깁기하고 자기 얘기가 없다. 그래서 내가 자연과 인간을 서양인처럼 이원화하지 않고 나도 자연의 한 부분으로 보는 동양적 가치관을 현대적으로 정립시켰다. 내 생각을 비워야 자연과 ‘합일’이 되고 ‘수신’을 한다는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이번 전시 설명에는 1960년대 ‘팝 아트’와 ‘옵 아트’를 수용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그런 것을 수용한 일이 없다. 옵 아트는 착시 현상을 일으켜야 하는데 내 작품은 단순한 색띠 구성이다. 서양의 이론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는 것이 우리의 문제다. 그만큼 자기의 이론도 눈도 없다.” ● “내 ‘묘법’ 트웜블리(톰블리)보다 낫고 연대도 확실” 1970년대 그의 작품은 연필로 선긋기를 반복한 ‘묘법’으로 변화한다. 그는 둘째 아들이 공책에 글씨를 쓰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한다. 이 때부터 색채와 형태가 단순해진 작품들은 ‘단색화’로도 분류된다. 한편 이들 작품은 낙서를 모티브로 ‘유희성’ 등 인간의 속성을 보여준 미국 작가 사이 트웜블리(사이 톰블리·1928~2011)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박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정신성’을 지녔기에 차별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67년 ‘묘법’ 최초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는데, 류병학이라는 엉터리 평론가가 연도를 속였다고 주장한다”며 “초기 실험작을 누가 발표하나. 그런데 아직도 무식한 소리를 사람들이 퍼나른다”고 했다. ― ‘묘법’은 사이 트웜블리와 비슷하단 지적이 있다. “세잔과 르누아르의 정물을 두고 똑같은 유화인데 영향을 받았다고 하나? 연필을 썼다고 비슷하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트웜블리는 즉흥적 낙서를 표현한 것이고 나는 행위의 반복, 자연과의 합일을 표현했다. 정신이 다르다.” ― 트웜블리의 작품을 정신성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그 작품은 순식간에 완성이 된다. 물론 재주는 있는 친구다. 그 친구 작품이 한 점에 1000만 달러가 넘는데 나는 옥션에서 200만 달러가 겨우 넘었다. 2인전으로 겨뤄보고 싶다. 내 신작은 수신에 ‘치유’ 개념, 색채까지 넣어 최대의 경지로 트웜블리는 게임이 안 된다.”― ‘수신’이 그림에서 드러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왜 그런가. 문맹 같은 사람이 고정관념을 가지면 뭘 쥐어줘도 모른다. 이번 작품만 해도 남들이 먼저 ‘완전히 수신과 치유를 동시에 잡는다’고 이야기 한다. 외국 갤러리와 평론가가 모두 내 그림이 좋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나 개념적으로 접근해 ‘선만 긋고 아무것도 없다’고 한다.”― 국내에서 이해하지 못한다면 왜 한국적 미학인가? “보고도 모르는 사람은 문맹이다. 자기들이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하나. 또 내가 건강이 나빠지며 조수를 쓰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수신’은 바닥에 깔고 ‘치유’의 개념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런데 왜 수신이라고 해놓고 조수를 쓰느냐고 공격한다. 장제스(蔣介石·장개석)가 ‘한국 사람은 개인적으로 우수한데 한 사람이 올라가면 밑에서 끌어 내린다’고 했는데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작가의 설명보다 작품이 직접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작품을 봤을 때 느껴야지. 내 신작은 모두가 전에 없던 밀도감이 있다며 높이 평가한다.” ● “나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산물이자 화살 받이” 단색화 논란에 대해서도 “외국 컬렉터와 평론가는 좋아하는데 국내에서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또 단색화는 다색의 반대 개념으로 한 색을 사용한 ‘모노크롬(단색)’의 이미가 아니라 수행의 개념이며 서양의 잣대로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민중미술에 대해 평가할 때는 ‘팝 아트’ 등 서양의 사조를 기준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 주변에서 존경과 호평을 많이 받는다. “단색화는 지금 없어서 못 파는 것이지 지속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다. 또 단색화 다음에 민중미술이 뜰 거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민중미술의 출발은 훌륭했지만 양식은 19세기 고전주의 스타일이다. 가난한 사람이 쭈그리고 앉아있는 그림은 없는 사람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또 팝 아트는 앤디 워홀이나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이 다른데, 민중미술 작품은 전부 비슷하다.”― 한국적 상황을 담았다는 측면에서 민중미술도 가치를 지닐 수 있지 않나? “글쎄. 남한테 관심이 없어서. 다만 그동안 나온 걸 보면 양식이 다 사실주의다.”― 단색화가 급조된 이론이라는 비판에 대한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 미니멀리즘을 한국적으로 해석한 것이 아니라, 나를 전부 비워내는 것이다. 서양은 개념으로 우리는 사상적으로 접근하는 것인데 구별을 못한다.”― 예술 작품의 독창성은 어떻게 생긴다고 보나? “큰 흐름에서 자신만 가능한 길을 찾아야 한다. 평론가 이일이 나를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작가’라 했는데, 우리 사회가 발전해 이제 나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 나폴레옹이 그 시대에 안나왔다면 다른 누군가가 그 역할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누군가 앞장서야했던) 시대의 산물이고, 화살받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평가를 받을 거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나처럼 시대가 명확하게 작품이 바뀐 작가가 없다. 피를 토하듯 새로운 길을 찾아왔다.” 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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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봉준호, 세계 영화 지형도 바꿨다…거장들 총출동한 칸서 韓 최초 황금종려상

    “‘패러사이트’(기생충·Parasite) 봉준호!” 25일 저녁(현지시간)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호명에 숨죽임 끝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상의 영광을 향한 ‘예우의 함성’은 국적을 불문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이름이 울려퍼지자 옆 자리에 앉은 배우 송강호를 뜨겁게 얼싸안았다. 그리고 대극장의 관중들을 뒤돌아보며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가 처음 칸을 밟은 지 13년 만에 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품에 안는 순간이었다. 베네치아, 베를린 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는 당대 영화의 어젠다를 주도하며 국제영화제 중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1990년대 이후 헐리우드 영화에도 문호를 열었으며 아시아 영화에도 주목해 일본의 이마무라 쇼헤이, 이란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중국의 첸 카이거 감독 등도 칸을 통해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라섰다. 수상 직후 외신은 봉 감독의 영화세계와 한국 영화 최초 수상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AP통신은 봉 감독과 황금종려상(Palme d‘or)의 합성어인 ’봉도르(Bong d‘or)’라는 제목으로 “여러 장르가 결합한 이 영화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가장 호평받은 영화다”라고 설명했다. AFP통신은 “한국의 신랄한 풍자가 봉준호가 칸에서 역사를 썼다”며 봉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송강호는 한국의 국보급 배우”라고 주목했다. ●거장들 총출동한 칸에서 거머쥔 황금종려상 ‘기생충’의 수상 여부는 칸 영화제 초청작이 발표되는 4월 중순만 해도 ‘시계 제로’의 상황이었다. 총 21편의 경쟁작 가운데 5편의 감독이 이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거장들로 초청작의 면면이 여느 때 보다 화려했다. ‘영 아메드’로 올해 감독상을 수상한 장 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와 ‘쏘리 위 미스드 유’의 켄 로치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감독이다. 지난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어느 가족’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해 아시아 영화는 수상에서 멀어지는 것 아니냐는 예측도 나왔다. 그러나 ‘기생충’은 칸 현지 상영 직후 전 세계 언론과 평단, 영화제 관계자들에게 압도적인 호평을 받으며 영화제 전 설왕설래를 무색하게 했다. 특히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성장으로 맞닥뜨린 빈부 격차와 양극화의 문제를 블랙코미디로 풀어낸 것이 보편적인 공감대를 샀다는 평가를 받는다. 칸 영화제에 앞서 봉 감독은 “한국적인 디테일이 포진해 있지만 빈부차이는 전 세계의 보편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가족이 거주하는 반지하, 치킨집을 하다 망한 이야기 등 기택네 가족에 대한 묘사는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이는 세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 외신들은 “덩굴손처럼 뻗어와 당신 속으로 깊숙이 박힌다(가디언)”,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 감독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의 현실에 대한 발언(헐리우드 리포터)” 등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평론가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한국의 문제를 넘어 세계의 보편적 문제가 된 계층과 양극화 문제를 사회학에 영상미학을 더해 풀어낸 것이 칸의 인정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100년 맞은 한국영화사 새로운 도약 계기 올해는 1919년 단성사에서 최초의 한국영화인 김도산 감독의 ‘의리적 구토’가 개봉한지 100주년을 맞는 해로 영화계는 이번 황금종려상 수상으로 한국 영화가 국제무대에서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칸 영화제에서 장편 경쟁부문에 진출한 첫 한국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2000년 영화 ‘춘향뎐’이다. 임 감독은 2002년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또 2004년에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고, 같은 해 홍상수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도 경쟁부문에 올랐다. 2007년에는 ‘밀양’(이창동)의 주연 전도연이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수상해 2회 본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이듬해에는 ‘시’(이창동)가 각본상을 받았지만 이 때를 마지막으로 한국 영화는 한동안 연달아 수상에 실패했다. 한국영화의 칸 본상 수상은 이번이 9년 만이다. 2014년 ‘표적’(창감독)을 시작으로 한국 영화는 비경쟁 부문인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올해 ‘악인전’(이원태)까지 6년 연속 진출을 기록해왔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봉 감독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세계 영화의 지형도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며 “특히 아시아 영화가 2년 연속 칸에서 상을 받으며 앞으로 세계 영화 시장에서 아시아 영화가 집중적으로 조명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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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마음 담아 고르고 해설한 ‘위로 같은 詩’

    매주 토요일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으로 독자를 만난 여러 편의 시 중 88편을 골랐다. ‘풀꽃’의 시인 나태주의 딸로 자란 저자는 시에 대한 원망과 궁금증을 품고 살았다고 한다. 시가 안 된다며 자주 우는 아버지를 보면서 자랐기 때문이다. 결국 시를 이해하기 위해 국문과에 진학하고, 현대시를 연구한 뒤 문학평론가가 됐다. 피에 흐르는 시적 유전자를 거부할 수 없었던 탓이다. 그런 그가 발굴한 시와 이에 관한 대중적 해설을 한 쪽씩 엮은 책이다. 익히 알려진 시인의 작품도 있지만 숨겨진 감동을 주는 시가 중심이 된다. 김영랑의 ‘내 마음을 아실 이’부터 김종삼 ‘묵화’, 송영택 ‘소녀상’, 박용래 ‘저녁눈’ 등이 각 부의 첫 장을 장식한다. 유명세보다는 마음이 좋아하는 시를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저자는 시가 단아한 꽃처럼 독자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면 해설은 그 꽃을 피워낸 따뜻한 햇볕처럼 포근하게 시를 빛내 준다고 설명한다. 함축적인 언어로 표현된 시와, 그 시 속에 담긴 시대정신을 담아 오늘을 살아가며 좌표를 잃고 지친 현대인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시는 나를 울어주고 정성껏 슬퍼해’주기 때문에, ‘당신의 마지막 친구로 시를 선물하고 싶다’고 머리말에서 저자는 설명한다. 시와 해설을 한 폭의 이미지로 담은 김수진 작가의 삽화도 책 사이사이 삽입됐다. 저자는 시를 찾는 일이 마음을 보는 일이라고 한다.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그것이 어렵지만, 시에는 우리의 존재와 흔적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마음을 찾아 따뜻하게 안아 주고, 일상을 희망으로 담는 것이 저자가 설명하는 책을 펴낸 이유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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