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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총무비서관 이재만입니다.” 지난해 7월 초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재만 비서관을 자칭한 한 남성의 전화를 받았다. 이 남성은 “조○○ 장로를 내일 오후 3시에 보낼 테니 취업을 시켜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이튿날 오후 박 사장을 찾아온 조 씨는 “총무비서관이 보내서 왔다”며 대학 학·석사 학위, 대학교 겸임교수 등 가짜 서류를 건넸다. 박 사장은 조 씨가 이 비서관의 추천을 받을 정도의 경력과 능력을 가진 것으로 믿고 다음 달 대우건설 주택사업본부 계약직 부장으로 채용했다. 이 비서관을 사칭한 사기꾼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감쪽같이 속여 취업까지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임관혁)는 2일 “이 비서관이 추천했다”며 허위 학력과 경력이 기재된 응시원서를 제출해 대우건설과 KT의 CEO를 속인 혐의(업무방해)로 조모 씨(52)를 구속기소했다. 검찰 조사에서 조 씨는 “수년 전 종교단체 활동을 하며 이춘상 전 박근혜 의원 보좌관과 알게 됐고, 이 전 보좌관의 소개로 (당시 박 의원 보좌관이던) 이 비서관을 한 번 만나 명함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던 시절 최측근이던 이 전 보좌관은 2012년 12월 대통령선거 직전 강원도 유세 과정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조 씨는 정치권과의 작은 연결고리를 교묘히 이용해 대우건설에 취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조 씨는 1년 가까이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동안 출근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업무능력도 떨어졌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회사 측은 올해 7월 조 씨를 퇴사시켰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민간기업이 청와대에 약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청와대 비서관이라고 하는데 어디에 확인할 곳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조 씨의 ‘대통령 측근’ 사칭 범행은 계속됐다. 올해 8월 이 비서관의 휴대전화번호와 비슷한 번호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황창규 KT 회장에게 연락해 똑같은 수법으로 취업을 시도했다. 황 회장을 만난 조 씨는 “VIP(대통령) 선거 때 비선조직으로 활동했고 10년 전부터 VIP를 도와왔다. 현재도 VIP를 한 달에 한두 번 면담하고 직언을 하고 있다. VIP에게 정부산하기관 기관장이나 감사로 갈 수 있으나 회사에 취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등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황 회장은 조 씨의 신분을 수상히 여겨 신분 조회를 한 뒤 청와대에 신고했고, 청와대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했다. ‘청와대 실세의 힘’을 내세워 대기업 CEO를 농락한 조 씨의 꼬리가 잡힌 것이다. 조 씨는 전북 전주에 있는 한 교회의 장로로 일정한 직업 없이 기독교 청장년단체와 봉사활동 조직 등의 사무총장 직함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여든이 넘은 아버지가 뺑소니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는데 생활이 어려웠다. 내 이력과 학력 경력으로는 정상적으로 취업하기 어려워 이런 일을 저질렀다”고 실토했다. 조 씨는 과거에도 여러 지인에게 “힘 있는 사람에게 얘기해 전북도청이나 현대자동차, 교사로 취업을 시켜주겠다”며 수천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집행유예 기간에 자신이 직접 사기 취업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여야가 지난달 30일 합의한 세월호 특별검사(특검) 추천 절차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상설특검법)’의 입법 취지였던 ‘정치적 독립성’과 ‘법적 안정성’ 원칙에서 크게 어긋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 합의안에는 ‘특검 후보군 4명을 여야가 합의해 특검후보추천위원회에 제시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추천’ 대신 ‘제시’로 바뀌었고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는 후보는 배제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사실상 ‘추천위는 국회가 고른 후보군 4명 중에서만 최종 후보를 의결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조계는 이 합의안이 특검 추천위원 7명을 국회 추천 4명과 법무부 차관, 법원행정처 차장, 대한변호사협회장 등으로 골고루 구성해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하려는 상설특검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과적으로 법무부 대법원 대한변협 측은 거수기로 전락하고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특검 후보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의 김태훈 상임대표는 “여야 합의안은 ‘특검 후보 추천위원은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고 독립해 직무를 수행한다’는 상설특검법 제4조7항에도 위배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여야가 수년간의 진통 끝에 통과시켜 6월 19일 발효된 상설특검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상황에서 이번 세월호 특검법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얘기다. 상설특검법은 특검을 도입할 때마다 관련법 제정과 수사 대상, 추천권자 등을 놓고 여야의 공방이 벌어지고 특검 수사 결과를 불신하는 것이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제정됐다. 그때그때 개별법을 제정하기보다 관련 절차를 미리 정해두고 특검을 발동하자는 거였다. 그러나 여야는 이번에 세월호 특별법을 합의하면서 기존의 상설특검법을 적용하지 않고 ‘여당이 추천위원을 임명할 때 야당과 유족의 동의를 받는다’는 등의 내용을 포함한 특별법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한 원로 법조인은 “이번 세월호 특검법 합의는 결정 과정뿐 아니라 추후 특검을 도입할 때마다 추천권을 놓고 유사한 갈등이 반복될 우려가 높다. 국회 스스로 만든 상설특검법을 사문화시키는 결정이자 ‘입법 만능주의’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검찰이 KB국민은행의 전산시스템 교체 비리 의혹과 관련해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59)의 e메일 기록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김후곤)는 전날 국민은행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해 임 전 회장이 KB금융지주 사장에 취임한 2010년부터 최근까지 주고받은 e메일 기록이 포함된 전산 자료를 확보했다. 임 전 회장은 지난달 28일 금융위원회의 직무정지 징계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직을 사임했다. 검찰에 행정소송을 취하했다는 내용의 문서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은 KB 내분의 진원지였던 임 전 회장을 둘러싼 납품 비리 의혹의 사실관계를 밝히는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특히 논란이 된 주전산기 교체 사업과는 별도로 임 전 회장의 재임 당시 진행된 다른 전산 장비 교체 사업에서 임 전 회장이 금품 로비를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내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국민은행 직원들을 참고인 자격으로 잇따라 소환해 주전산기 교체를 비롯해 임 전 회장이 추진했던 각종 사업들을 조사하고 있다. 일단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은 고발 사건인 임 전 회장과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45·최고정보책임자·CIO) 등이 은행 전산시스템을 IBM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로비를 받고 입찰 관련 보고서를 ‘유닉스’에 유리하게 조작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임 전 회장이 시행한 다른 사업들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납품과 관련한 금품 로비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최우열 기자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중국 법원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중국조선소인 STX다롄 임직원들을 출국금지한 뒤 풀어주지 않아 한 달째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형사 범죄 혐의가 아닌 파산 관련 절차에 있는 한국 기업인의 출입국이 제한된 것은 드문 일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에서 기업회생절차 중인 STX다롄 소속 박모 사장(STX조선해양 상무), 허모 부사장 등 4명은 지난달 중국 법원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다. 특히 허 부사장은 최근 누나가 별세해 한국 귀국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박 사장도 부친의 병세가 크게 악화된 상황이라고 설명했지만 출국금지를 풀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STX 본사에서 이들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보증서까지 제출했지만 허사였다. STX조선해양은 6월 중국 다롄(大連) 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조선, 중공업, 해양중공업, 엔진, 금속, 중형장비 유한공사 등 STX다롄 내 6개 법인에 대해 한국의 기업회생절차에 해당하는 ‘중정(重整)’ 절차 개시를 승인받았다. 한국 대기업으로선 이례적인 중국 내 기업회생절차로 기업 정상화의 청신호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뒤 일부 임직원이 출국금지 당한 뒤 이유조차 명확하게 듣지 못한 상황이다. 일단 출국이 금지된 이유로 알려진 것은 “중국 내 자금과 기술의 한국 유출 우려” 때문이라고 한다. 베이징과 다롄의 정통한 한 소식통은 “법원이 지방정부(다롄 시)에 문의했지만 답이 없다고만 한다”면서 “지방정부와 법원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전했다. 선양총영사관 다롄 대표처도 나서서 법원에 공문을 보냈으며, 회사 측이 주중 한국대사관 권영세 대사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형사 절차에 의한 수사기관의 출국금지 조치만이 가능한 한국과는 달리, 중국은 민사소송 등 다양한 경우에 법원이 직권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해결된 민사 사건이 있는 경우나 근로자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연체한 경우도 출국금지 대상이다. 특히 “관련 사건이 해결되기 전에 당사자는 출국하지 못한다”는 포괄적인 규정도 있다. 중국법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채권채무 관계에 있는 중국인들이 법원에 요청하는 방법 등으로 중국법원이 직권으로 외국인을 출국금지할 수 있는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지난달 중국 당국이 이틀 사이에 한국인 마약사범 3명의 사형을 집행한 데 이어 파산 등 경제 관련 절차에서의 기업인 출국금지로 한중 간의 외교적 마찰도 예상된다.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베이징=구자룡 특파원}
검찰이 방위사업청을 전격 압수수색하는 등 해군의 최신예 수상구조함인 통영함과 기뢰탐지함인 소해함의 납품 비리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3부(부장 문홍성)는 2012년 9월에 진수된 통영함과 현재 건조 중인 소해함에 선체고정음파탐지기(HMS) 납품을 중개한 미국 H사의 국내 관계업체인 부산 해운대구 N사와 서울 용산구 방위사업청 등을 압수수색해 사업계획서 등 납품 관련 문서를 확보했다. 감사원은 방위사업청이 H사를 직접 납품중개업체로 선정해 수의계약을 하고 41억 원을 들여 통영함에 장착한 HMS의 성능이 1970년대 장비와 비슷하고 원가도 2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관련자 2명을 22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수상구조함인 통영함은 이런 장비 결함 때문에 4월 16일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했을 때 출동도 하지 못했다. 소해함은 아직 건조 중이라 HMS가 정식 납품되지 않았다. 검찰은 HMS 납품중개업체로 H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방위사업청은 2009년 해당 HMS에 적합 판정을 내렸지만 해군은 자체 평가에서 성능이 미달한다며 수차례 인수를 거부했다.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하며 H사 선정을 결정한 황기철 해군참모총장도 최근 감사원의 조사를 받았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 은평구 통일로의 병원 밀집 지역에 있는 4층짜리 건물 주인 A 씨는 1층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세입자 B 씨와 계약이 끝나면 죽 전문식당이 들어오길 바랐다. 인근 병원 환자들이 자주 찾으면 건물의 가치도 올라가고 2, 3층에 들어선 내과와 산부인과의 환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B 씨가 권리금을 더 많이 쳐줄 수 있는 다른 업종의 세입자를 주선할까 봐 걱정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A 씨는 B 씨가 주선한 세입자와 우선적으로 계약해야 한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24일 개정안이 발표된 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상권을 망칠 게 뻔한 세입자를 주선 받아도 반드시 계약해야 하느냐” “초등생 보습학원 건물에 유흥주점을 들이겠다고 해도 받아들여야 하느냐”는 건물주들의 불만 글이 폭주했다. 건물주의 세입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이런 우려는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에 따르면 건물주에게 부과한 의무는 ‘기존 세입자가 권리금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는 차원에서 주선에 가급적 응한다’는 것이지 ‘반드시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 세입자와 계약해야 한다’는 취지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민선찬 민법전문 변호사는 “개정안이 시행돼도 신규 세입자가 기존 세입자에게 정당한 권리금만 주면 건물주는 얼마든지 세입자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법무부가 개정안에 ‘건물주가 세입자의 주선을 거절할 수 있는 기준’을 명확히 마련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에는 ‘물주가 세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거나 점포를 1년 이상 영리 목적으로 제공하지 않으면 세입자가 주선한 신규 세입자와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정당한 보상’과 ‘영리 목적’의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실제로 분쟁이 발생해 건별로 사법부의 판단을 받기 전까지는 어떤 결론이 나올지 확신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때문에 적정한 권리금 기준을 놓고 소송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강무 한국부동산정보학회장은 “현장에서의 원만한 조율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기준을 더 명확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건물주의 세입자 선택권을 일부 제한하는 게 이미 대법원 판례로도 인정된 만큼 심각한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르면 연말부터 상가 주인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기존의 임차인(세입자)이 주선하는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에 응해야 한다. 건물주가 기존 계약을 일방적으로 종료하고 임차인의 권리금을 가로채면 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정부가 24일 밝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계획은 그동안 법의 사각지대에 있던 ‘권리금 거래’를 명문화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물주의 재산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건물주들이 월세를 약탈적으로 인상해 세입자를 간접적으로 쫓아내거나 표준계약서 작성을 꺼릴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정안을 둘러싼 궁금증을 주무 부처인 법무부에 자문해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Q. 권리금을 끼고 점포를 빌렸는데 건물주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임차인이 데려온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해 권리금을 받지 못했다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 A. 개정안에 따르면 가능하다. 건물주는 가급적이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 임차인과 계약해 기존 임차인이 권리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협력할 의무가 있다. 협력 의무는 계약이 종료된 뒤 2개월까지 유지된다. 건물주가 신규 임차인에게 직접 권리금을 요구하거나 월세를 올려 협력 의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Q. 임차인이 데려온 신규 임차인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건물주는 계약에 응해야 하나. A. 건물주의 협력 의무 면제조항도 있다.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이나 월세를 낼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기존 임차인이 월세를 3회 이상 연체했거나 건물주 몰래 다른 임차인에게 세를 놓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건물주가 다른 임차인과의 계약을 원한다면 기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약 상대를 선택할 수 있다. 건물주가 점포를 임대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쓰고자 해도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해당 점포는 1년간 영리 목적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Q. 손해배상액의 기준이 되는 적정 권리금은 어떻게 산정하나. A. 토지와 건물의 가치를 매길 때와 마찬가지로 감정평가사 등 전문가들이 국토교통부 고시에 따라 건별로 산정한다. 상점의 이미지와 단골손님 수 등 무형 재산은 수익환원기법에 따라 전문가가 감정한다. 국토부는 2015년 1분기까지 권리금 산정기준을 고시로 확정할 계획이다. Q. 임대차 계약 시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 A. 정부는 권리금 산정과 수수 근거를 규정한 ‘상가임대차 표준계약서’와 ‘권리금 거래 표준계약서’를 보급해 임대차 계약 시 당사자들이 활용하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추후 분쟁이 발생하면 해당 계약서들은 권리금을 돌려받는 주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임차인들은 2015년 시중에 출시될 ‘권리금 신용보험’ 상품에 가입해두면 관련 분쟁이 생기더라도 권리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에 신설될 예정인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가 조정 및 합의 절차를 돕는다. Q. 상가 건물이 재건축 대상이 돼 없어질 상황이라면 권리금은 어디서 회수하나. A. 신규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는 환경에서는 권리금을 회수할 수 없다. 권리금은 기본적으로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에게 받아야 하는 돈이기 때문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군사기밀을 빼돌려 해외업체에 넘긴 혐의로 7월 구속 기소된 방위산업 브로커 김모 씨(51)의 뒤에는 한불상공회의소 부회장 등을 맡아 국내 방위산업계와 폭넓은 활동을 해온 프랑스 기업인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는 김 씨가 빼돌린 기밀을 수집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프랑스 방위산업체 계열사인 T사 대표 P 씨(64·프랑스인)와 한독 합작 L사의 H 씨(57·독일인)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P 씨 등은 김 씨가 2008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군부대를 출입하며 빼돌린 차기 호위함(FFX) 전력 추진 자료와 신형 해상감시레이더 전환 평가 보고서 등 2급 기밀 1건과 3급 기밀 30건을 불법 수집한 혐의로 출국 정지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특히 P 씨는 T사 대표로 재직하며 김 씨를 컨설턴트로 채용해 10여 년간 수십억 원을 보수로 준 것으로 확인돼 P 씨가 김 씨의 군 기밀 유출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P 씨는 T사의 모기업이 국내의 한 대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방위산업체 S사의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국내 방위산업계에서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한불상공회의소 부회장과 프랑스 대외통상자문위원회의 한국지부장까지 겸임하며 2011년 주한 프랑스 대사로부터 공로훈장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P 씨는 올해 초 검찰과 국군기무사령부의 수사 대상에 오른 뒤 5월 한불상공회의소 부회장에서 물러났다. 이를 놓고 당시 한불 무역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입지가 넓은 P 씨의 퇴임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검찰은 P 씨 등을 이르면 다음 주에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른바 ‘철피아(철도+마피아)’의 민관 유착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철도시설공단의 전직 고위 간부가 뇌물을 받은 혐의를 추가로 포착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김후곤)는 철도시설공단 재직 시절 삼표이앤씨 등 철도부품 납품업체 2곳으로부터 2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오병수 전 철도시설공단 부이사장(61)을 21일 체포해 조사한 뒤 22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오 전 부이사장은 관련 업체들이 철도시설공단과 수의계약 등을 맺고 공단이 발주한 철도 공사에 부품을 납품하게 해준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다. 그는 김광재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58·사망)이 이사장에 임명된 직후인 2011년 10월 건설본부장에서 부이사장으로 승진해 2년여간 재직한 뒤 지난해 말 퇴직했다. 오 전 부이사장의 뇌물수수 혐의가 포착되면서 올해 5월 검찰이 철피아 수사에 나선 이후 철도시설공단의 최고위급 임원 상당수가 관련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철피아 수사를 다음 주에 마무리할 방침이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법무부와 검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사망)의 최측근 김혜경 한국제약 대표(52·여)가 다음 달 6일경 미국에서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인도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세월호 참사(4월 16일) 전 미국으로 출국했던 김 씨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뒤 도피 생활을 하다 4일(현지 시간) 버지니아 주의 한 아파트에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에 체포됐다. 김 씨는 미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한국 검찰 수사에 협조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김 씨가 강제추방이나 여권 무효화 조치에 이의를 제기하며 한국 송환을 거부할 경우 미국 이민법정에서 추방 여부를 결정하는 재판을 받아야 되기 때문에 국내 송환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김 씨가 변호사와 상의한 끝에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기로 했고, 미국 당국도 2주 정도 규정된 절차를 진행한 뒤 김 씨를 한국으로 송환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김 씨가 갑자기 망명을 신청할 경우 이를 받아들일지와 별개로 난민 심사 절차 등이 있어 막판에 송환이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법원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1심에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것을 두고 항소 여부를 고심하던 검찰이 결국 항소했다. 이에 따라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항소심에서 다시 유무죄 판단을 받게 된다. 서울중앙지검은 17일 공소심의위원회(공심위)를 열어 의견을 들은 끝에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무죄)과 국정원법 위반(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 판결에 대해 각각 ‘법리 오해’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서울중앙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날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4시까지 열린 공심위에서는 항소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심위는 검찰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를 맡아온 윤웅걸 2차장과 이정회 특별수사팀장 등 수사·공판검사 외에 공안 형사 특별수사 분야 소속 부장검사들까지 모두 10명이 참여했다. 공심위의 핵심 쟁점은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느냐였다. “원 전 원장이 선거 관련 지시를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선거운동의 능동성 계획성 목적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항소 포기’ 의견과 “법원이 댓글과 트윗 내용의 실체를 판단하지 않고 싸잡아 ‘선거운동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건 문제”라는 ‘항소 강행’ 주장이 맞서면서 참석자들의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항소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공심위 내에서 ‘항소 포기파’는 “논란이 많은 기소였던 만큼 1심에서 매듭 짓자”고 주장했다. 반면 ‘항소 강행파’는 “항소를 포기하면 1심 판결만으로 재판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여론 때문에 오히려 논란이 증폭될 수 있으니 결과가 어떻든 대법원의 판단까지 받아보자”는 논리를 폈다. 논란 끝에 1심 재판부가 국정원 직원의 e메일 등 디지털 증거의 증거능력 상당수를 배척한 부분은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대가 이뤄지면서 항소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검찰은 선거법 위반 혐의의 실체를 따지기보다 증거 채택 과정이 부당했다는 논리와 항소 포기에 따른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항소를 결정한 셈이 됐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혐의에 선거법 85조(공무원의 선거운동 금지) 외에 86조(공무원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금지)를 추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조건희 becom@donga.com·최우열 기자}
대형 할인마트 홈플러스 직원들이 고급 외제 승용차 등 고가의 경품 행사 추첨 결과를 조작해 차량을 가로챈 횟수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더 많고, 추첨 조작과 고객 개인정보 판매에 가담한 직원이 더 있는 정황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검찰은 서민을 우롱한 사기성 이벤트로 얻은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팔아 1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이날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홈플러스 본사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경품행사 결과를 조작하는 데 이용된 BMW 차량 한 대 외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총 7, 8대의 차량이 조작으로 주인이 뒤바뀐 단서를 잡고 수사 중이다. 홈플러스가 자체 진상조사 후 수사기관에 추가 조작 가능성을 인정한 아우디, K3 등 승용차 3대에 이어 조작한 횟수와 규모가 추가로 드러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품 추첨을 조작한 횟수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많으며 추가 조작 사례가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서민 생활과 밀접한 영업을 하는 홈플러스가 사기성 이벤트에 응모한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팔아넘겨 1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사건의 전모를 철저하게 수사할 계획이다. 홈플러스가 팔아넘긴 개인정보에는 고객이 활용에 동의한 정보와 동의하지 않은 정보가 뒤섞여 있다. 검찰은 고객들이 개인정보를 외부에 판매하라는 취지로 정보 활용에 동의한 게 아니라고 보고 개인정보 유출에 가담한 홈플러스 임직원을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회사에 개인정보를 판매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관여한 경영진까지 수사 대상에 올려 놓고 있다. 검찰은 경품 추첨 전산프로그램을 조작하는 과정에서도 유통업체와 추첨업체 간 갑을(甲乙)관계가 작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품 추첨을 대행한 한 직원은 검찰 조사에서 “추첨 계약을 맡긴 홈플러스 직원이 추첨을 조작하자고 제의해 ‘을’의 입장에 있는 우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becom@donga.com·장관석 기자}
법안 처리 기능이 마비된 '식물 국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는 '국회선진화법(개정 국회법)'에 대해 보수 변호사 단체가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현행 국회법 85조의2, 86조, 106조의2 등 조항이 위헌이라며 18일 오전 10시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국회선진화법은 상임위원회 안건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할 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을 요구하는 내용 등으로 2012년 5월 도입됐다. 국회 몸싸움이나 '날치기' 법안처리를 막으려는 취지였다. 그러나 여전히 국회 파행이 지속되자 "야당이 여당을 합법적으로 '발목 잡기'할 때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여당 내에서도 의견이 갈려 섣불리 국회선진화법 폐지나 헌법소원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김태훈 한변 상임대표는 "국회선진화법의 '5분의 3 찬성' 요구 조항이 헌법 49조가 정한 다수결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국회가 국회선진화법에 발이 묶여 민생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돼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검찰이 공공부문의 민관 유착 비리를 겨냥한 동시다발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한국도로공사에 납품하는 대보그룹 계열사의 횡령 및 금품로비 정황, 한국전력공사의 납품비리 흔적을 포착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서영민)는 15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대보그룹과 그 계열사인 대보정보통신을 압수수색했다. 대보그룹은 서원밸리골프클럽과 대보건설을 비롯해 고속도로 휴게소 15곳, 주유소 13곳을 운영하는 대보유통 등 10여 개 계열사를 갖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1조 원을 넘었다. 검찰의 핵심 수사대상은 2002년 공기업인 고속도로정보통신공단을 인수한 대보정보통신이다. 이 회사는 도로공사의 발주를 받아 통행료징수시스템 등 고속도로 정보통신시설을 통합한 뒤 유지 및 관리해 왔다. 검찰은 이 회사 자금이 빼돌려진 단서를 잡았으며, 납품 과정에서 도로공사와 국토교통부 등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수사 중이다. 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부장 장영섭)는 16일 K사 등 한전 납품업체들과 한전 및 자회사인 한전KDN 전현직 간부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납품업체들로부터 전력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를 봐 준 대가로 한전KDN 간부들이 거액을 받은 혐의를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납품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간부가 3, 4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한전 또는 한전KDN과 장기간 거래해 온 납품업체들이 건넨 금품이 경영진에 상납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특히 전력 장비를 한전KDN에 납품해 온 K사 등에서 뭉칫돈이 자주 빠져나간 흔적이 포착됐고, 한전 간부 A 씨는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을 자신의 아내 계좌로 받은 정황이 파악된 것으로 전해졌다.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변종국 기자}

‘KB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비리 의혹’에 연루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 징계를 받았던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59·사진)이 16일 처분이 부당하다며 징계 취소 행정소송을 법원에 제기했다. 사퇴를 압박하는 금융당국과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사정당국에 맞서 자진 사퇴를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16일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 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하며 소장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제재의 취소를 신청하며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법적 절차를 통해 그동안 왜곡됐던 진실이 명명백백히 밝혀져 KB금융그룹과 본인의 명예가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17일 KB금융지주 이사회를 앞두고 임 회장이 금융당국의 결정에 정면승부로 나선 것이다. 다만 임 회장이 가처분 신청을 했더라도 KB금융 이사회가 이번 주 내에 해임 안건을 의결하면 임 회장은 신청 결과와 상관없이 회장 직을 잃게 된다. 이 때문에 임 회장은 16일 이사들에게 해임 의결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전산시스템 교체 비리 의혹의 ‘연결 고리’로 지목된 김재열 KB금융지주 전무(45·최고정보책임자·CIO)를 시작으로 임 회장을 상대로 한 수사를 확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김후곤)는 15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KB국민은행 전산센터를 압수수색해 김 전무 등 전산 관련 임직원 4, 5명의 사내 및 개인 e메일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e메일 자료를 분석해 임 회장과 김 전무 등이 은행 전산시스템을 IBM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찰 관련 보고서를 ‘유닉스’에 유리하게 조작하고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확인 중이다. 김 전무 등이 입찰 관련 자료를 사전에 비공식적으로 임 회장 등에게 보내는 등 부당한 지시 관계가 드러나면 검찰 수사는 입찰 대상 업체와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 확인하는 단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조건희 becom@donga.com·유재동 기자}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이선봉)는 16일 동양그룹 이혜경 부회장(62·여)이 보유한 고가의 미술 작품을 빼돌려 대신 팔아준 혐의(강제집행면탈 및 횡령)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61·여·사진)를 구속했다. 홍 대표는 이 부회장이 보유한 고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등 국내외 유명 미술가의 작품들을 수사기관의 강제집행 전에 대신 팔아준 혐의로 수사를 받아 왔다. 검찰은 홍 대표가 미술품 2점의 판매 대금 15억여 원을 챙긴 혐의도 확인했다. 검찰은 조만간 이 부회장도 강제집행면탈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경품 행사 추첨 결과를 조작해 고급 외제 승용차를 빼돌린 홈플러스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개인정보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첨단범죄수사2부장)은 2012년 5월 홈플러스 경품 추첨프로그램을 조작해 1등 상품인 BMW320d 승용차(시가 4500만 원)를 부당 수령한 혐의(업무상배임 및 업무방해)로 담당 직원인 정모 과장(35)을 구속 기소하고 최모 대리(32)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 과장 등은 경품 추첨을 대행하는 B업체의 손모 대표(45)와 짜고 추첨 프로그램을 조작해 최 대리의 친구 김모 씨(32)를 1등으로 당첨시킨 뒤 승용차 판매대금을 나눠가진 혐의다. 손 대표와 김 씨도 업무방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정 과장 등이 다른 경품행사에서 같은 방식으로 아우디A4 등 경품 차량 3대(시가 1억5000만 원 상당)를 가로챈 혐의도 조사하고 있지만 정 과장의 구속기한이 만료돼 2012년 5월 범행만 우선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정 과장과 최 대리가 2010년 6월경부터 경품 행사를 맡아 다른 행사 결과도 조작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응모자들의 개인 정보가 유출됐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검찰이 ‘관피아(관료+마피아)’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아온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 신학용(62),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72)을 15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가 수사해 온 신학용 의원은 신계륜 김재윤 의원(49·새정치연합·구속 기소)이 공동 발의한 ‘직업학교 명칭 변경’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신분을 이용해 교육부 차관과 담당 과장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학용 의원은 올해 1월 말 김민성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SAC) 이사장(55)이 위원장실에 찾아와 “교육부가 법안 통과를 반대하니 도와 달라”고 부탁하자 그 자리에서 교육부 차관에게 전화해 “반대가 많은 것 같은데 한번 잘 챙겨봐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신 의원에게 현금 1000만 원을 건넸다. 신 의원은 당시 교육부 전문대학정책과장에게도 전화를 걸어 같은 취지로 압력을 행사했고 해당 법안은 교육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월에 통과됐다. 신 의원의 공소사실에는 지난해 9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전 이사장 석모 씨(53)로부터 입법 청탁과 함께 출판기념회 축하금 명목으로 뇌물 3360만 원을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그는 지난해 4월 한유총의 사립유치원 특혜성 법안을 대표 발의한 뒤 같은 해 9월 국회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석 씨 등 한유총 회원 수십 명의 이름으로 3360만 원을 쪼개 받았다. 검찰은 신 의원이 출판기념회 전에 보좌관에게서 “석 씨로부터 여러 사람 명의로 된 돈이 들어올 것”이라고 보고받은 점 등을 근거로 이 돈을 입법 청탁에 따른 뇌물로 판단했다. 앞으로의 재판 과정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불투명한 금품 수수와 탈세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출판기념회 축하금이 뇌물로 인정될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직업학교 명칭 법안을 대표 발의한 신계륜 의원은 지난해 9월∼올해 5월 김 이사장으로부터 국회 의원회관 등에서 5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김후곤)는 2012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철도부품 납품업체 AVT사의 이영제 대표(55)로부터 납품 편의 대가 등으로 충북 제천시 지역구 사무실 등에서 수차례에 걸쳐 65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송광호 의원을 기소했다. 송 의원은 AVT사가 2011년 11월∼2012년 2월 경부고속철 2단계 공사에서 납품업체로 선정되는 등의 과정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선물 포장지로 싼 돈다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11일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서관 502호 법정. 1년 2개월 동안 8차례의 공판 준비기일과 37회 공판을 연 끝에 재판부가 “국가정보원 심리전단의 사이버활동은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벗어난 정치관여 행위로 국정원법 위반이지만 불법 선거운동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그 순간 법정 안은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의견을 달리하는 방청객이 서로 “유죄를 선고해야 한다” “조용히 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을 불과 8일 앞두고 불거진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은 수사 단계부터 재판 선고까지 말 그대로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검찰총장 낙마와 지휘부 공백 상황에서 터진 윤석열 특별수사팀장의 항명 파동까지 이어진 논란이 1심 판결로 잠재워질지 주목된다.○ “검찰, 정치행위→선거운동 전환 논리 자가당착” 재판부는 이날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선거 또는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행위’와 ‘선거운동’을 엄격히 구분했다. 선거운동이 되려면 특정 후보를 낙선 또는 당선시키려는 능동적인 계획 행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가 “선거운동에 해당된다고 보기엔 검사의 입증이 부족하다”고 결론을 내린 건 불법 선거운동의 시점조차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검찰 수사 결과 국정원 심리전단은 원 전 원장 취임 3개월 뒤인 2009년 5월부터 댓글 활동을 해왔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을 처음 기소했을 때 2012년 8월 29일부터 12월까지의 댓글 활동만 선거법 위반이라고 특정했다. 2012년 8월 말부터 각 정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돼 기존에 해왔던 댓글 활동은 그 시점부터 불법 선거운동이 된다는 논리였다. 검찰은 그 후 공소장을 바꾸면서 선거운동 시작 시점을 2012년 8월 말에서 1월로 앞당겼다. 대선후보 윤곽도 드러나지 않은 2012년 1월부터는 특정 후보 낙선을 위한 선거운동이 당연히 성립할 수 없는데도 공소장을 바꿔 자가당착에 빠진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은 국정원의 정치관여 활동이 선거 시기가 되면 당연히 선거운동으로 전환된다고 주장했지만 선거운동으로 보려면 계획적이고 능동적인 계기가 더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스스로 ‘전환 논리’를 깬 점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원 전 원장이 대선이 가까워진 2012년 8, 9월 부서장회의 때 “대선에 (국정원이) 휩싸여선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는 등 선거중립을 강조한 것도 검찰 주장을 받아들이기 힘든 대목이었다. 2012년 10월부터는 오히려 트윗 건수가 감소하기도 했다.○ 원세훈 “항소”… 검찰은 항소 포기할 수도 개인 비리로 수감됐다가 이틀 전 만기 출소한 원 전 원장은 재수감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국정원법 위반이 인정돼 전직 정보수장으로는 치명상을 입었다. 재판부도 “국가기관이 자유로운 여론 형성에 개입한 행위는 절대로 허용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걸로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원 전 원장은 재판정을 나서며 “(유죄 판결을 받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도 북한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한 것이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은 판결 결과에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옛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했던 교사 등 상당수에게 선거법 위반죄가 인정됐던 전례에 비춰 봐도 이해할 수 없는 모순된 판결”이라며 “즉시 항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 검찰 지휘부의 입장은 달랐다. 검찰 고위 간부는 “공직선거법은 처음부터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했고, 1심에서 예상했던 대로 판결이 나왔다”고 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공직선거법을 적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무죄가 났다. 또 지난해 서울고검 국감 때 윤석열 팀장의 항명 파동 발단이 된 추가 압수수색 때 나온 트윗 계정도 법원이 거의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법무부만 속으로 웃게 됐다”고 말했다.신동진 shine@donga.com·신나리·조건희 기자}
서울대가 주관하는 국가공인 영어능력 평가시험 텝스(TEPS)의 응시료 수십억 원을 빼돌려 필리핀으로 달아났던 접수대행사 전 대표 장모 씨(48)가 최근 검거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부장 장기석)는 2002~2010년 텝스(TEPS) 응시료 44억3823만 원을 빼돌린 혐의(횡령 및 범죄수익 은닉)로 장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회사 계좌에서 응시료를 가지급금 등 명목으로 출금해 사업 자금을 돌려 막는 등 개인 용도로 유용한 혐의다. 2009년 9월 장 씨는 서울대로부터 텝스 접수대행 계약 해지 통보를 받자 횡령 사실이 적발될 것을 우려해 해외로 도피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같은 해 12월 응시료 11억5764만 원을 인출해 달러로 환전한 뒤 가족과 함께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검찰은 장 씨를 기소중지한 뒤 필리핀과 사법 공조를 통해 장 씨의 여권을 무효화해 행적을 추적해왔다. 장 씨는 올해 7월 현지에서 불법체류자로 발견돼 수감됐다가 지난달 20일 한국으로 강제 추방돼 검찰에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장 씨가 횡령한 응시료를 전부 사업자금으로 탕진했다고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