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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후에도 나의 무언가는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고 싶군요. 그렇게 많은 경험을 쌓았는데, 어쩌면 약간의 지혜까지 쌓았는데, 그 모든 게 그냥 없어진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묘해집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민음사)가 24일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신비주의로 일관했던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전기를 통해 ‘약간의 지혜’를 남기고 싶어했다.이 책은 미 시사주간 ‘타임’의 전 편집장이자 CNN 전 CEO인 월터 아이작슨이 2009년부터 2년간 스티브 잡스를 40여 차례 인터뷰한 뒤 쓴 첫 공식 전기다. 책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가 가진 인생의 목적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 두 번째는 이를 영구히 지속할 수 있는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었다. 잡스가 인재를 뽑는 원칙은 회사에 ‘머저리가 급증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이었다. “맥(매킨토시) 팀은 그와 같은 완전한 팀, 즉 A급 선수들로 이뤄진 팀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였어요. 사람들은 그들이 서로 사이가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지요. 하지만 저는 A급 선수들은 A급 선수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들은 단지 C급 선수들과 일하는 걸 싫어할 뿐이지요.”이 책에서 잡스는 그동안 철저히 감춰온 개인사를 공개했다. 어린 시절 입양된 잡스는 자신을 키워준 부모를 누군가가 ‘양부모’라고 부르거나 ‘진짜’ 부모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들은 1000% 제 부모님”이라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반면 생부모에 대해서는 “나의 정자와 난자 은행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시절에 선(禪)불교와 채식주의, 환각제인 LSD에 빠져든 경험도 고백했다. 인도 순례 여행을 다녀온 후 잡스는 “선불교의 직관적 통찰은 제 삶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했다. 훗날 컴퓨터를 개발하면서 잡스는 팬이 필요없는 전원 공급장치를 원했다. 컴퓨터 내부의 팬이 내는 소음이 정신집중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그는 물질적 소유에도 무관심했다. 집이 너무 검소해서, 그를 방문했던 빌 게이츠는 당황하며 “가족 모두 여기서 사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또 그는 프랜시스 무어 라페의 ‘작은 지구를 위한 식습관’ 등을 읽으면서 채식에 빠져들었다. ‘애플 컴퓨터’란 이름도 채식주의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마침 그때 저는 과일만 먹는 식단을 지키고 있었어요. 사과 농장에서 돌아오는 길이었고요. ‘애플’은 재밌으면서도 생기가 느껴지고 또 위협적인 느낌이 없었지요. ‘컴퓨터’란 말의 강한 느낌을 누그러뜨려 주잖아요.”어릴 적에 아버지로부터 완벽주의를 배운 그는 투병 중에도 디자인에 집착했다.“한번은 폐 전문의가 그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우려 했다. 그러나 잡스는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서 쓰기 싫다고 투덜거렸다. 그는 손가락에 끼운 산소 모니터도 너무 볼품없고 복잡하다며 불평했다. 그러고는 더 단순하게 디자인하는 방법을 제안했다.”잡스는 뉴스코퍼레이션의 회장 루퍼트 머독과 만나 “오늘날의 주요 양대진영은 자유주의와 보수주의가 아니라 건설주의와 파괴주의”라며 “폭스뉴스는 파괴적인 사람들에게 주사위를 던졌다”고 독설을 퍼부었다.전기는 잡스가 아이작슨과 죽음에 대해 나눈 대화로 끝을 맺는다. “그(잡스)는 오랫동안 말이 없었다.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냥 전원 스위치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딸깍! 누르면 그냥 꺼져 버리는 거지요.… 아마 그래서 제가 애플 기기에 스위치를 넣는 걸 그렇게 싫어했나 봅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홍명보 감독의 추천 도서-전설의 리더, 보1969년 미국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으로 부임 후 1989년 은퇴하기까지 20여 년간 234승, 승률 85%라는 전설적인 기록을 세운 보 스켐베클러의 이야기. 항상 ‘팀이 전부다’라고 외쳤던 그의 리더십과 자기관리의 비결을 소개한다.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이순신은 철저한 낙관주의자였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던 이순신이 어떻게 방황과 시련을 겪으며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학습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꾸는 영웅이 될 수 있었는지를 분석한다.》 “축구는 상상력과 창의력의 게임입니다. ‘생각의 속도’가 늦으면 이길 수 없습니다.” 홍명보 올림픽축구대표팀 감독은 청소년, 유소년 축구선수들에게 늘 책을 선물하곤 한다. ‘책을 읽는 것은 미래의 삶에 대한 대비일 뿐 아니라 축구선수로 성공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최종예선을 치르느라 바쁜 요즘도 그는 가방에 책을 한두 권 넣고 다니며 틈나는 대로 읽는다. 17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축구선수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선수들은 언제 부상이 닥쳐 선수생활을 그만둘지도 모르고, 잘해도 30대 중반이면 은퇴합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운동선수들은 책을 통해 교양과 지식, 간접경험을 많이 쌓아야 합니다. 제 경우 고교 시절 코치 선생님이 ‘천자문을 10번씩 써오라’고 숙제를 내주신 덕분에 지금도 한자를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게 고맙습니다.” ―‘책을 읽어야 축구도 잘할 수 있다’는 말의 뜻은…. “현대축구는 그야말로 ‘콤팩트(compact)한 전쟁’입니다. 드리블하면서 볼을 끌 시간이 없지요. ‘얼마나 빠르게 결정하고, 정확하게 판단하고, 예측해서 실행하는가’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습니다. 90분간 생각하는 축구를 하려면 ‘축구지능’을 키워야 합니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운동장 훈련 외에도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머릿속에서 갖가지 상황 설정을 해보면서 상상훈련을 하는 것이다. 축구에서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플레이라면 이미 통하지 않는다. 상대의 생각을 뒤집을 수 있는 창조적인 플레이를 해야 승리할 수 있다. 그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책을 읽을수록 커진다”고 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게 된 계기가 있나. “1997년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벨마레 히라쓰카에서 뛸 때였습니다. 팀 동료인 일본 국가대표 나카타 히데토시가 이탈리아 프로축구 진출 꿈을 안고 늘 이탈리아 관련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어요. 미국 LA갤럭시에서도 선수들은 중요한 경기 전에 커피숍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더군요.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아드보카트 감독, 핌 베어벡 코치와 함께 해외원정을 갈 때마다 책을 읽는 것을 보며 저도 자연스레 독서하는 습관이 배었습니다.” ―어떤 책을 주로 읽는가. “지도자로서 리더십, 소통의 기술, 심리학 분야의 책에 관심이 많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리더십 관련 책이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리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쓴 책은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성공과 실패의 경험담이 생생히 담긴 책을 좋아합니다.” 홍 감독은 ‘책의 향기’ 독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 ‘전설의 리더, 보’(서돌), ‘그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스타북스)를 꼽았다. “‘전설의 리더, 보’는 미국 미시간대 풋볼팀 감독 보 스켐베클러의 이야기입니다. 지인이 선물해준 책인데, 제가 국가대표팀 운영에 절대적인 모델로 삼고 있는 책입니다. 보 감독은 개개인의 선수보다 팀을 우선시하고, 모든 사람을 팀의 일원으로 대해주는 리더십으로 감동을 주었습니다. 미국에 있을 때 선수들이 저를 ‘보’라고 불러 더 친근감이 갑니다(웃음). ‘나는 어떻게 이순신이 되었나’는 요즘 읽고 있는 책입니다. 지금 현재의 제 상황에 잘 맞는 책이죠. 특히 ‘내겐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는 말은 제게 정말 필요한 긍정적 마인드입니다. 올림픽대표팀에도 현재 해외진출, 부상으로 주전이 많이 빠진 상태인데,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팀 전력을 유지할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 U-20 대표팀, 아시아 경기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으며 젊은 선수들과 함께해 온 그는 ‘소통의 기술’을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축구는 25명이 하는 팀스포츠입니다. 감독으로서 사실 선발 출전하는 11명의 선수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관건은 경기에 나가지 못하는 선수들을 어떻게 격려해 주느냐 하는 겁니다. 만일 후보선수들이 서운하게 생각해 분위기가 깨지면 그 팀은 절대 한 팀이 될 수 없습니다. 축구는 ‘단합된 팀’이 힘을 발휘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홍 감독은 2002년 월드컵대표팀에서도 주장으로서 김병지 이민성 등 벤치를 지키던 선수를 꼼꼼히 챙겼다. 그가 후배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또 하나는 ‘인성(人性)’이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인성과 교양이 없으면 아무리 축구를 잘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홍 감독이 이사장인 홍명보장학재단은 국민독서문화진흥회와 함께 올해부터 3년간 전국 초중고교 축구선수들에게 매년 1000권씩 책을 보내주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새 코너 ‘독서人’을 이번 주부터 싣습니다. 운동선수, 작가, 배우, 기업가 등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와 리더들이 자신의 삶과 책에 얽힌 사연, 독서의 힘이 가져온 긍정적 변화를 소개합니다.}

‘샤인(Shine)’과 ‘차임(Chime)’. 미국 출판계의 영예로 꼽히는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에서 책이름의 발음이 혼동돼 최종후보작이 뒤바뀌는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청소년 문학가인 로렌 미러클 씨는 19일 미국 온라인매체인 허핑턴포스트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자유낙하했던 일주일간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10일 미러클 씨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증오범죄의 희생자가 된 게이 청소년을 그린 자신의 소설 ‘샤인’이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작으로 선정됐다는 내용이었다. 미러클 씨는 “작가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흥분된 전화였다. 내 영혼을 모두 바친 책이 올해 최고의 책 중 하나로 인정받는 순간이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정말인가요? 진실로 맞나요?” 하고 몇 차례나 물었다. 전화를 건 헤럴드 오젠브롬 전미도서협회 이사장은 따뜻한 목소리로 “맞다. 축하한다”고 말했다. 12일 전미도서상 후보자 명단이 공식 발표되자 작가의 편지통, 음성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은 축하 메시지로 뒤덮였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2시간 뒤 친한 기자가 e메일을 보내와 “당장 구글을 검색해보라”는 것이었다. 구글을 찾아본 결과 “전미도서협회가 수상자 선정 과정에서 보안상 이유로 모든 의견교환을 전화로만 하는데, ‘샤인(Shine)’과 ‘차임(Chime)’을 혼동해 수상작을 잘못 발표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미러클 씨는 “온몸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충격과 수치스러움에 내 무릎은 꺾였고,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고 회상했다. 오젠브롬 이사장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당신은 여전히 최종 후보 중의 한 명이다. 원래 후보작이었던 프래니 빌링슬리의 ‘차임’을 여섯 번째 후보작으로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미도서협회 측은 이후 내부 논의 과정에서 미러클 씨에게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해줄 것을 요청했고, 미러클 씨는 16일 이에 동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러클 씨는 “이번 사건은 내게만 힘든 것이 아니라 전미도서협회, 심사위원, 청소년 문학가들에게도 큰 시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도서협회는 실수로 작가에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사과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게이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단체에 5000달러(약 570만 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후보작 철회 이후에도 작가 미러클 씨에게는 여전히 수많은 e메일과 카드, 꽃과 샴페인이 배달되고 있다. 트위터에는 ‘샤인’을 지지하는 이들이 사용하는 해시태그(말꼬리) ‘#isupportshine’도 생겼으며, 아마존닷컴에서 ‘샤인’의 판매순위도 크게 올랐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보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정보기술(IT)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전기(傳記) 원고가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제게 배달됐습니다. 한국의 드라마 작가들도 애용하는 ‘쪽대본’ 형식이었죠.”번역가인 안진환 씨는 7월 말 미국의 사이먼 앤드 슈스터 출판사로부터 국제우편물을 받았다. 전기작가 월터 아이잭슨이 쓴 애플 최고경영자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제목 ‘스티브 잡스’) 원고였다. 요즘 번역 원고는 e메일로 주고받는 게 추세인데, 출판사 측은 책을 장(章)별로 A4 용지에 복사해 여러 차례에 걸쳐 국제우편물로 보냈다. 원고 전체가 한꺼번에 유출될 위험을 막기 위해서였다.23일 오후 6시(미국 동부시간 기준) ‘스티브 잡스’의 전 세계 동시 출간을 앞두고 각국 번역본 출판사에 사전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비상이 걸렸다. 미국 출판사 측은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번역본 출판을 맡은 민음사에도 번역자, 편집자, 북디자이너, 저작권 담당자 등 4명의 ‘서약서’를 요구했다. “사전에 유출될 경우 번역 출판계약이 파기됨은 물론이고 어떠한 손해배상도 감수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민음사 측은 국내에서 인쇄 작업 도중 원고가 유출될 상황을 우려해 인쇄소 측에도 별도의 비밀유지 서약서를 요구했다.안 씨는 “20년 넘게 번역작업을 해왔지만 서약서를 쓰고 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달 만에 940쪽에 이르는 방대한 원고를 번역하느라 밤샘 작업을 해야 했다. 당초엔 크리스마스 대목을 노려 11월 중순 출간할 예정이었지만 잡스의 사망으로 발매일이 앞당겨졌다. 소니픽처스가 영화 판권을 구입해 영화로도 제작할 예정이다. 이 책은 현재 예약주문만으로도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있다. 민음사는 국내에서도 초판 인쇄 10만 권이 출간 직후 바로 소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어판은 번역과 디자인 작업 등을 모두 마치고 현재 밤샘 인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책은 저자 아이잭슨이 2년간 40여 차례에 걸쳐 잡스를 인터뷰하고 썼다. 안 씨는 “그동안 잡스 관련 책은 작가의 해석만 있었지 잡스에게 물어보고 쓴 책은 없었다. 이 전기는 잡스의 목소리가 들어가 있는 유일한 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안 씨는 “사람들은 잡스에 대해 늘 독단적인 행동을 하거나, 지나치게 집착하고,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표면적인 행태에 관심을 가져왔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해야만 했는지 잡스 자신의 설명을 통해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잡스는 생전에 출판사 측과 “집필 과정에 절대 관여하지 않으며, 사전에 원고를 보지 않겠다”는 원칙에 동의했다고 한다. 장은수 민음사 편집인은 “잡스는 긍정적, 부정적인 면을 모두 객관적, 종합적으로 쓰길 원했다”며 “그는 출간된 전기를 보기 원했지만 결국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최근 영국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 1위는 단연 데이비드 니콜스의 소설 ‘어느 날(One Day)’이다. 2009년 출간돼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올랐다 사라졌던 이 소설은 올해 7월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다시 인기를 얻어 몇 달째 소설 부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출판사는 개봉 일자에 맞춰 영화의 한 장면을 표지로 한 개정판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1988년 7월 15일에 처음 만난 남녀가 그 후 매년 7월 15일을 기점으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그렸다. 에든버러대 졸업식 날 처음 만난 에마와 덱스터는 서로에게 일시적으로 끌리지만 다음 날 미련 없이 헤어진다. 전형적인 중산층인 덱스터는 부모에게서 받은 재산으로 자유로운 청춘을 누리고, 서민인 에마는 빠듯한 아르바이트 생활을 전전하며 작가가 되고픈 꿈을 그려간다. 이렇듯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그들이지만 둘은 종종 안부를 주고받으며 20년 동안 우정을 키워 나간다. 자신이 향유한 많은 것을 제대로 누릴 줄 모르는 덱스터는 곧 여자, 술, 마약 등에 휩쓸려 방탕한 삶을 살게 된다. 그와 반대로 에마는 꾸준히 습작을 이어간 끝에 아동 소설 작가로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덱스터는 예전의 화려함을 뒤로하고 부인에게 버려진 이혼남이 돼 있고, 비로소 에마와 덱스터는 그들이 서로 오랫동안, 아니 언제나 서로 사랑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드디어 7월 15일에 결혼하게 되지만…. 언뜻 보기에 ‘그렇고 그런 로맨스 소설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지만 더타임스가 “이 책은 사실 외로움과 운명의 잔인함에 대한 이야기이다”라고 평하고, 가디언이 “니콜스의 유머감각과 글 솜씨가 아낌없이 발휘된 감동적인 작품”이라고 칭찬할 만큼 단순히 남녀의 흔한 사랑 이야기만은 아니다. ‘어느 날’ 외에도 최근 영국의 영화계와 출판계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을 잇달아 제작하고 있다. 일본계 영국인 작가 이시구로 가즈오가 쓴 ‘나를 보내지 말아요(Never Let Me Go)’는 최근 영화가 개봉하면서 가즈오 붐을 다시 일으켜 그의 책들이 서점 진열대를 장식했다. 2011년 9월 개봉한 ‘그녀가 도대체 어떻게 해내는지 모르겠어(I don't know how she does it)’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고, 이외에도 ‘도우미(The Help)’나 ‘방(The Room)’처럼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줄지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들의 흐름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이 발견된다. 그것은 ‘출판계는 재미를 보았으나 영화계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어느 날’의 경우 저자 니콜스가 직접 각본도 썼지만 극장의 수익은 예상보다 낮았다. 그러나 이 영화 장면을 표지로 해 새로 나온 개정판 소설은 날개가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가즈오도 ‘나를 보내지 말아요’의 개봉을 앞두고 그의 다른 작품들까지 덩달아 판매가 뛰었지만 영화는 호평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영화화가 계속되는 것은 해리 포터가 영화로 성공했던 것을 그리워해서일까. 아니면 기발한 영화의 소재를 다른 데서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런던=안주현 통신원}

요즘 미국과 유럽에서는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외침이 거세다. 탐욕과 부패로 물든 카지노 자본주의를 개혁하라는 시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거대한 시장붕괴 현상 앞에서 ‘국가의 역할’이 다시 화두가 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정치지도자들은 이전까지 시장에 맡겨두었던 의사결정 권한을 다시 거둬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장통제권은 금융수도에서 정치수도로 옮아간다. 뉴욕 월가에서 워싱턴으로, 상하이에서 베이징으로, 상파울루에서 브라질리아로, 뭄바이에서 델리로, 두바이에서 아부다비로…. 프랜시스 후쿠야마가 전 세계적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승리를 선언하는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했지만, 21세기 들어 10년간 자본의 공영화, 공적투자, 국영화는 다시 무대에 등장했다. 브레머의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는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등장이 향후 글로벌 세계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분석한다. 2009년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세계 경제침체가 미국의 금융규제 실패 때문에 일어났다”고 비난했다. 그의 비난에는 중국식 국가자본주의가 미국식 자유시장 자본주의보다 더 뛰어난 시스템이라는 의미가 넌지시 깔려 있었다. 현재 중국 러시아 등이 내세우고 있는 국가자본주의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더는 공산주의도, 중앙계획경제도 아니며 자본주의를 포용한다. 다만 목적이 다를 뿐이다. 국가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익이 아니라 정치권력 유지다. 이들은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역동적인 경제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경제에 대한 정부의 통제력을 극대화하기를 원한다. 정부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시장을 통제하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들은 원유를 수출해 얻은 막대한 돈으로 정권의 안정과 국민의 복종을 사들인다.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들을 해외로 진출시켜 석유, 가스, 금속, 광물 등에 대한 장기 사용권을 확보한다. 러시아에서는 총리가 TV 카메라와 함께 폐쇄된 공장을 방문해 기계를 돌릴 것을 지시하기도 한다. 현재 세계 원유매장량의 3분의 2는 러시아, 중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국영 석유회사가 소유하고 이다. ‘포브스’가 2009년에 발표한 세계 5대 기업에는 중국 궁상(工商)은행, 차이나 모바일, 페트로 차이나가 포함돼 있다. 와이너의 ‘그림자시장(Shadow Market)’은 국가자본주의 국가들의 국부펀드가 사모펀드, 헤지펀드와 함께 앞으로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거대한 세력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전 세계 국부펀드는 50개에 이른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8년 초 국부펀드는 6조 달러를 넘어섰고 그중 3분의 1은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때 씨티그룹, 메릴린치 등에 수백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 건 아시아와 중동의 국부펀드였다. 국부펀드는 대부분 비밀리에 운용되는 데다 정치적 목적도 곧잘 개입된다. 자원과 돈을 정치화하는 것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중국뿐이 아니다. ‘인권과 도덕성 기준’에 따른 투자지침을 갖고 있는 노르웨이 정부의 석유펀드는 2009년 9월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이스라엘 기업 엘비트시스템스의 지분 600만 달러어치를 매각했다. 저자는 “노르웨이가 국부펀드를 통해 정치적 주장을 펼치는 것이나, 중국이나 리비아의 투자전략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렇다면 금융위기 이후 시대를 맞아 각국은 국가자본주의로 변모해야 하는가. ‘국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의 저자 브레머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시장을 적절히 규제하는 데 실패한 것을 두고, 시장 자체가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대규모 시장 개입은 자유시장의 포기보다는 구제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비록 세계 금융위기가 매우 심각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위기 이전 30년간의 유례없는 호황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세계 각국은 정부 부문의 민영화를 통해 국내총생산(GDP)을 거의 150% 키웠다. 중국, 러시아 같은 가난한 나라가 글로벌 경제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자본주의 이전에 자유시장경제의 도입 때문이었다. 반면 쿠바나 북한의 경우처럼 시장경제에 대한 편입 없는 ‘퍼주기 식 개발원조’는 자립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저자는 “국가자본주의가 위기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며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는 자원 배분의 비효율적 의사결정 때문에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오직 자유시장만이 지속가능한 경제 번영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 책은 한국에 대해 자유시장과 국가자본주의를 섞은 ‘하이브리드형’ 국가, 또는 잠재적인 ‘그림자시장’ 국가의 일원으로 보고 있어 흥미를 끈다. ‘국가자본주의’든 ‘그림자시장’이든 위기에 빠진 서구인의 시각에서 본다면 아시아, 중동 부국들의 질주는 공포로 다가오는 셈이다. ‘그림자시장’의 저자는 한국과 같은 신흥국가에 대해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로 (이들에게는) 위험과 함께 기회도 생겨났다”고 말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인촌 김성수(仁村 金性洙) 선생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하는 제25회 인촌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털볼룸에서 열렸다. 인촌상은 재단법인 인촌기념회(이사장 현승종)와 동아일보사가 제정해 운영한다. 현 이사장은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교육 부문)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대표이사(산업기술) △김주영 소설가(인문사회문학) △강현배 인하대 수학과 교수(자연과학) △김성수 푸르메재단 이사장 겸 ‘우리마을’ 촌장(공공봉사) 등 5명에게 상패와 기념메달, 상금 1억 원을 각각 수여했다. 인촌상은 일제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동아일보를 창간하고 경성방직과 고려대를 설립한 민족 지도자 인촌 김성수 선생의 유지를 잇기 위해 1987년 제정됐다. 해마다 인촌 선생의 탄생일인 10월 11일에 맞춰 시상식을 열고 있으며 올해까지 104명의 수상자를 냈다. 인촌상 운영위원회(위원장 조완규)는 올해 교육, 언론출판, 산업기술, 인문사회문학, 자연과학, 공공봉사 등 6개 부문에 대해 5월 말부터 후보자를 받아 8월까지 24명의 외부 심사위원이 엄격한 심사를 벌여 5개 부문을 선정했다. 언론출판 부문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현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인촌상을 제정해 나라와 민족을 위해 훌륭한 업적을 남기신 분들께 영예와 격려를 드리는 것은 인촌 선생이 실천하신 공선사후, 민족자강의 참뜻을 되살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에 인촌상을 받으신 다섯 분은 모두 인촌 선생이 구현하고자 한 민족애와 공익을 실천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이화여대가 일제 치하에서 시련을 겪을 때 인촌 선생은 새로 시작한 교육사업으로 바쁜 가운데서도 ‘이화전문후원회’ 위원으로 이화의 어려움과 함께하셨다. 상을 받는 분들의 모습에서 인촌정신의 힘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상국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교장은 “중등교육 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인촌상을 받아 서울여상 식구들에게 영광”이라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재를 키우기 위한 내실 있는 교육기관이 되겠다”고 수상 소감을 말했다. 정범식 대표이사는 “화학산업에 더 관심을 가지라는 채찍으로 알겠다. 한국 화학산업이 친환경소재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소설가 김주영 씨는 “살아오는 동안 한 일이라곤 거짓말밖에 없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의 세계가 현실에서는 거짓말일 수밖에 없다. ‘팥으로 메주를 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에 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며 “앞으로 스스로를 더 추스르고 다스리며 살겠다”고 말했다. 강현배 교수는 “광복 후 국내 수학자는 단 4명에 그쳤지만 지금은 세계적 수학자들을 보유한 나라가 됐고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도 서울에서 열게 됐다. 이런 모든 것은 선배 수학자들의 공로다. 그들에게 상을 돌린다”고 말했다. 김성수 이사장은 “제 손을 잡아주신 모든 분에게 주는 상”이라며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 그들은 직업을 갖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장애인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시상식이 수상자들이 우리 사회에 공헌한 것에 대한 보답이 될 수 있다면 저희로서는 큰 보람”이라며 “인촌상은 한층 더 넓고 깊은 시각으로 각 분야에서 우리를 이끌어주신 분들의 공헌과 성과가 널리 알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상식에는 수상자와 가족, 역대 수상자, 각계 인사 등 350여 명이 참석했으며 수원대 홍주희 국악과 교수가 지도하는 국악앙상블팀과 테너 이동현 교수(성악과)가 축하공연을 펼쳤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참석자 명단 ::▽정·관·법조계=박관용 전 국회의장, 이현재 고건 전 국무총리,(이하 가나다순) 강인섭 전 한나라당 의원, 강지원 변호사, 김병국 한국국제교류재단 이사장, 동훈 전 국토통일원 차관, 박상은 한나라당 의원, 서청원 전 미래희망연대 대표, 손세일 전 민주당 의원, 손학규 민주당 대표, 송상현 국제형사재판소 소장,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 오정소 전 국가보훈처장, 유준상 한나라당 상임고문, 윤은기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이경재 한나라당 의원, 이동관 대통령언론특보, 이상혁 변호사, 이승환 전 그리스 주재 대사,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장성원 전 민주당 의원, 정성진 전 법무부 장관, 주호영 한나라당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학계·교육계=국양 서울대 교수, 권기준 중앙고 교장, 권대봉 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장, 권순달 수원대 교수, 김광수 고대부고 교장, 김도한 서울대 교수, 김동원 고려대 기획예산처장, 김병기 고려대 교수, 김성수 고대부고 행정실장, 김상기 고려사이버대 기획예산처장, 김성중 중앙중 교장, 김웅철 고려대 보건과학대학장, 김정배 고려중앙학원 이사장, 김종길 고려대 명예교수,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재천 전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김재화 성공회대 명예교수, 김정규 고려대 생명과학대학장, 김진규 건국대 총장, 김진현 울산과기대 이사장, 김학준 단국대 이사장, 김헌규 동국대 명예교수, 나홍석 고려사이버대 연구개발처장, 남기춘 고려대 연구처장, 박건우 고려대 의무교학처장, 박능후 경기대 교수, 박이문 포스텍 명예교수, 박정호 고려대 대학원장, 박종규 고려중앙학원 기획실장, 박형주 포스텍 교수, 백완기 학술원 회원, 변병석 고려중앙학원 사무국장, 서동엽 KAIST 교수, 손창성 고려대 의료원장, 신용하 울산대 석좌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총장, 양옥경 이화여대 교수, 오수길 고려사이버대 학생처장, 엄규백 양정고 이사장, 오명 KAIST 이사장, 유종호 전 연세대 특임교수, 윤기현 한국외국어대 교수, 윤영섭 고려대 대외부총장, 이돈희 전 교육부 장관, 이상학 고대의료원 의무기획처장, 이원희 전 대원외고 이사장, 이윤원 이익권 이현대 조태창 천진환 인하대 교수, 이장규 고대부중 교장, 이재열 고려사이버대 총무처장, 이종은 국민대 교수, 이태수 인제대 교수, 이택휘 한영외고 교장, 이호왕 전 학술원 회장, 정원주 고려대 정보전산처장, 정의숙 이화학당 명예이사장,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진인주 인하대 대외부총장, 최권열 서울여상 학운위원장, 최병희 인하대 자연과학대학장, 최성재 서울대 교수, 최영실 성공회대 교수,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최진수 이재홍 최형재 정영진 서울여상 교사, 한정훈 문영여중 교장, 현재천 고려대 명예교수 ▽경제계=권이상 경방 감사, 김교현 호남석유화학 전무, 김량 김원 삼양사 부회장, 김명하 김앤에이엘 회장, 김선휘 삼양염업 회장, 김순진 놀부NBG 회장, 김재억 삼양사 감사,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 김준 경방 사장, 김한 전북은행장, 노한성 파라다이스 고문, 마용도 용마 회장, 박문두 경일상사 대표, 박종용 산업기술진흥협회 부회장, 봉태열 부영 고문, 안덕영 파라다이스건설 사장, 양재룡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 오성엽 호남석유화학 상무, 이병연 세화애드컴 대표, 유종섭 전 한국여신전문금융업협회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 정부옥 호남석유화학 이사, 조시영 대창 회장, 최길선 한국플랜트산업협회장, 하세청 케미코 회장 ▽언론·출판·문화·체육계=구효서 권지예 김일주 박상우 백가흠 이현수 해이수 소설가, 김광희 동우회 회장, 김달수 울산김씨대종회장,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김오준 울산김씨대종회 부회장, 김인호 전 동아일보 광고국장, 김일동 배권호 홍성혁 전 동아일보 부국장, 김정태 동아꿈나무재단 이사, 김준하 전 강원일보 사장, 김풍삼 대구일보 고문, 남시욱 광화문문화포럼 회장, 문명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문영복 전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사, 민병욱 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 민현식 전 화정평화재단 감사, 박경석 대통령포럼 공동대표, 박기정 전 전남일보 사장, 박오학 전 동아일보 전무, 박진성 인촌장학생동문회장, 박창래 어린이재단 대표, 박충서 동아꿈나무재단 사무국장,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 안병모 유창건축사사무소 대표, 안평선 코리아미디어센터 고문, 오세정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여영무 뉴스앤피플 대표, 유종관 세계일보 사장, 이구용 성공회 원로위원, 이근배 시인, 이기웅 열화당 대표, 이대훈 전 동아일보 이사, 이두환 전 동아일보 출판영업국장, 이병훈 한국영상자료원장, 이영근 전 동아일보 국장, 이명득 전 동아일보 시설본부국장, 이정호 성공회 신부, 이종석 위암장지연기념사업회장, 이채주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 이현락 전 경기일보 사장, 임권택 영화감독, 전만길 전 대한매일 사장, 정구종 한일문화교류회 위원장, 정출도 전 전국문화원연합회 사무총장, 조완규 서울대 명예교수, 최규철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최동욱 라디오서울코리아 대표, 한돈희 인촌기념회 감사, 홍원기 대한언론인회 회장, 홍정선 문학과지성사 대표}

“1학년 때 ‘가나다라’를 배우던 프랑스 대학생들이 3, 4학년만 되면 한국어만으로도 충분히 의사소통을 해요. 한국어가 정말 배우기 쉬운 언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올 9월 프랑스 파리 7대학 동양학부 한국학과에 연구교수로 부임한 이정민 교수(37·여)는 학부생과 대학원생 200여 명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프랑스어도 거의 못하는 이 교수가 파리에 온 지 1년 만에 국립대 연구교수가 되자 교민사회는 들썩였다. 국어 교사가 꿈이었던 이 교수는 대구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9년부터 2년간 몽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한 후 전공을 바꿨다.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지난해 경희대 한국어교육학과가 배출한 1호 박사가 됐다. 이 교수처럼 국내 대학의 한국어교육학과 석박사 학위 졸업자들이 한류 열풍을 타고 일본 중국 베트남 태국 등 아시아뿐 아니라 미국과 유럽 대학으로 진출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유학생들이 몰려오면서 시작된 국내 대학의 한국어교육과 열풍은 2000년대 들어 외국인 유학생은 물론이고 국내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번져 나가고 있다. 한국어교육학은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효율적으로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계명대 등 전국 50여 개 대학의 학부 또는 대학원에 설치돼 있다. 각 대학 한국어학과 석사과정에는 국어국문학과는 물론이고 다른 외국어 전공 졸업자까지 몰려 입학 경쟁률이 평균 10 대 1을 넘어선다. 취업률이 높고 해외진출 전망도 밝다. 경희대 한국어학과 학부생의 경우 지난해 60%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전국에 140개가 넘는 대학부설 한국어학당이 있는 데다 해외 한국어교육기관인 ‘세종학당’도 2009년 14곳에서 올해 31개국 60곳으로 늘어 한국어 강사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 방선규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정책관은 “세종학당을 2013년까지 전 세계 120곳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삶의 지루함, 따분함, 게으름, 우울함…. 현대인들은 권태에서 벗어나려고 갖은 노력을 한다. 그러나 권태는 3000년 이상 인간의 역사 속에 존재해 왔다. 장폴 사르트르는 ‘구토’에서 ‘실존적 권태’를 이야기했지만, 저자는 “이는 지성인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개념에 불과하다”고 치부한다. 오히려 일상생활의 ‘단순한 권태’야말로 우리 곁에 살아 숨쉬는 정상적인 감정이며 축복이라는 것. 삶이 단조롭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바로 그 권태 속에서 꿈틀거리며 피어오르는 ‘창조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태에 빠진 로마인, 뒤러와 드가의 그림 등 저자는 유명한 예술작품과 심리학, 사회학, 철학의 역사 뒤에 숨겨진 권태를 조명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이보그는 유기체와 기체의 결합이다. 기계와 도구가 하나의 연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안다면,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은 근본적으로 이미 사이보그였다…. 장애자는 ‘무언가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다. 하지만 인간은 일반적으로 남들에게 기대 사는 자들이다 이 점에서 우린 모두 장애자다. 장애자와 비장애자의 분류는 ‘장애자의 정치학’이 될 수밖에 없다.” 불온함은 누군가를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불온함은 반정부적이거나 투쟁적인 것은 아니다. 저자는 장애자, 박테리아, 사이보그, 온코마우스(유전자변형 생쥐), 페티시스트(탈생식화된 성욕), 프레카리아트(비계급화하는 계급) 등 경계의 구별을 흔들고 깨뜨리는 비천하고, 별볼일 없는 존재를 통해 ‘불온성’에 대한 사유를 풀어낸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법의학은 어떠한 경우에도, 억울한 자가 생기지 않도록 애쓰는 학문이오.”―문국진·강창래,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젓가락 한 쌍은 쉽게 부러지지만, 젓가락 한 묶음은 더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 한데 뭉쳐 추위를 피하는 지혜는 중국인의 전통일 뿐만 아니라 현대 중국 부유층의 실질적인 생존법이기도 하다.”―중국주간 편집부, ‘중국 재계 이너서클’“밥줄 때문에 입을 다물면 스스로 자괴감이 들어. 우울해져. 자존이 낮아져. 위축돼. 외면하고 싶어. 그러니까 지금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건, 위로야. 쫄지 마! 떠들어도 돼, 씨바. 그런 자세는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다.” ―김어준, ‘닥치고 정치’“지식인은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옳은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식인은 피아니스트와도 같아요. 어떤 피아니스트는 자기 손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포커나 복서, 신경외과의, 화가까지도 당연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마르탱 파주, ‘나는 어떻게 바보가 되었나’}

블랙홀은 이상하고 특별하고 수수께끼인 존재다.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면 블랙홀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전문가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이 말하는 바가 바로 ‘블랙홀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이상하고, 더 특별하고, 더 신비로운 존재’라는 것이다. 스탠퍼드대의 이론물리학 교수이며 입자물리학과 중력 및 끈 이론의 대가인 저자 레너드 서스킨드는 블랙홀을 둘러싸고 스티븐 호킹과 무려 25년 동안에 걸쳐 논쟁을 벌였다. 논쟁의 핵심은 1983년에 나온 호킹의 “블랙홀에 들어간 정보는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블랙홀은 그 내부와 외부를 서로 연결될 수 없는 두 세계로 나누어 놓는다. 그러므로 일단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면 책이든 컴퓨터든, 그 물건의 정보는 다시는 이 세상에 돌아올 수 없으며 완전히 사라진다는 것이 호킹의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일반 상대론 학자들은 그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자리에서 호킹의 주장을 들은 토프트와 서스킨드는 양자역학적으로 그 내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기나긴 연구의 여정을 보낸다. 20세기에 인간이 이룩한 가장 빛나는 지적 성과인 중력 이론과 양자역학은 서로 어울리지 못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적어도 인간은 아직 이들을 조화시키는 법을 모른다. 그러나 블랙홀과 정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자역학적으로 블랙홀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 책은 이 과제를 위해 사투한 서스킨드의 기록이다. 그 과정에서 서스킨드와 토프트는 우리가 살고 있는 3차원 우주의 모든 정보가 우주를 둘러싸고 있는 2차원의 면 위에 있고 이 우주는 그 정보들의 홀로그램일 수 있다는 홀로그래피 원리와, 블랙홀의 사건 지평면에서 일어나는 블랙홀 상보성 같은 새로운 개념과 관점을 발견했다. 그리고 끈 이론과, 말다세나의 반 드지터 공간의 이론 등을 통해서 마침내 호킹은 2007년 자신의 주장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인간이 알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하는 세계를 추상적으로 구성하는 작업이야말로 이론물리학이 보여주는 가장 아름답고 숭고하고 흥미로운 모습이다. 이는 반드시 두 사람만의 논쟁도 아니었다. 스트로민저와 호로비츠 같은 일반 상대성 이론의 전문가들은 호킹의 편에 섰고, 게이지 이론이 양자역학적으로 올바르다는 것을 증명해서 1999년 노벨상을 수상한 네덜란드의 토프트 같은 사람은 서스킨드와 견해를 같이 했다. 그러니까 이는 어떤 의미에서 호킹과 같이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중력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토프트로 대표되는 양자 물리학자들 사이의 논쟁이었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주목할 것은, 호킹의 주장은 비록 틀렸지만 이 모든 새로운 관점과 이해와 물리학의 진보를 가져오게 한 것은 바로 호킹의 ‘틀렸지만 통찰력 있는’ 질문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전쟁의 진정한 주역은 호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에서 서스킨드 역시 호킹에게 찬사를 보내고 있다. 위대한 틀린 질문을 하는 것은 수백 개의 평범한 옳은 이론보다 더 훌륭한 일이다.이강영 건국대 물리학부 연구교수}

책이 절판(絶版)된다는 것. 그것은 서점에서 더는 그 책을 구할 수 없는 비극의 순간이다. 그러나 헌책 수집가들에게 ‘절판’은 본격적인 책 사냥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해 초 법정 스님이 입적한 후 자신의 책을 절판시키라는 유언이 공개되면서 스테디셀러였던 ‘무소유’ 초판(1976년 발행)은 중고시장에서 무려 100만 원까지 값이 뛰었다. 동화작가 이오덕 선생과 권정생 선생이 생전에 주고받은 편지를 영인한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는 2003년 출간 과정에서 작가와의 의견 조율이 되지 않아 서점 배포 하루도 안 돼 회수해 폐기처분됐다. 그러나 회수되기 전 팔렸던 몇 권 안 되는 책은 헌책방에서 희귀본으로 높은 대접을 받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경북 상주의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사. 그의 집엔 25년간 수집한 3000여 권의 책이 서가에 가득하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절판된 책’을 찾아 헌책방을 순례해 왔다. 그는 “신간을 사고 몇 년 후면 ‘저 책을 왜 샀지?’ 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다. 한 권을 사더라도 오랜 세월 회자되며 검증된 책을 사고 싶었다”고 절판된 책에 대한 헌사의 이유를 말했다. 그가 풀어놓는 헌책 이야기는 ‘오래된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가 구입한 절판 도서 중 풍수지리학자 최창조의 인생이 오롯이 실린 ‘한국의 자생풍수’, 삼베를 붙여 책의 커버를 만든 예용해의 ‘인간문화재’, 김소월 시와 최낙경의 목판화를 곁들인 ‘소월시 목판화집’, 우리나라 근대의 대표시인 102명의 육필원고와 서명을 담아 영인한 ‘육필집’ 등을 보면 수십 년 된 책이지만 어쩌면 이렇게 예쁘고 정성껏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 도서애호가들이 ‘헌책’을 찾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책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위주의 국내 인문서의 경우 2, 3년만 지나면 절판되기 일쑤. 심지어 시리즈 총서의 경우 완간도 되기 전에 앞서 출간한 목록이 절판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책을 찾는 사람들은 ‘절판과의 처절한 싸움’을 벌인다. 전국의 온오프라인 헌책방에서도 책을 구하지 못한 독자들은 출판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재출간을 요구하는 글을 도배하기도 한다. 결국 이러한 열혈독자들의 활약 덕에 절판도서가 ‘오래된 새 책’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 그러나 재출간된 도서의 운명은 다시 엇갈린다. 젊은 남성 독자 회원이 많은 인터넷 독서커뮤니티에서 ‘도본좌’로 숭배받고 있는 작가 도스토옙스키의 전집(25권)이 절판되자 출판사였던 열린책들의 인터넷 게시판은 재출간을 요구하는 독자들의 탄원이 빗발쳤다. 급기야 ‘출판사가 전집을 재출간할 생각이 없으면 판권을 구입하겠다’는 슈퍼 열혈 독자까지 출현하면서 출판사는 결국 전집을 다시 출간했다. 1993년에 나온 신영복의 ‘엽서’는 저자의 육필과 그림, ‘검열필’이라는 도장까지 그대로 영인돼 헌책방 마니아들 사이에서 최고의 ‘블루칩’으로 통했다. 출판사는 개정판을 내놓았으나 개정판은 다시 절판됐고, 여전히 원판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전몽각의 ‘윤미네 집’은 아버지가 딸의 갓난아기 시절부터 입학과 졸업, 연애와 결혼까지 평생을 일일이 찍은 사진을 엮어 심금을 울리는 책. 1990년에 출간된 이 책은 절판 후에 명성이 더 높아져 유가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소량의 재고분까지 판매했다. 결국 이 책은 20년 만에 세상에 나왔고, 복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서 ‘고서’와 ‘헌책’의 개념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고서연구회’에 따르면 고서는 1959년 이전에 출간된 책을 말한다. 고서는 수백만∼수천만 원을 호가하며 문화재처럼 다뤄지지만 헌책의 경우 사진집(20만∼30만 원)을 제외한 단행본은 기껏해야 5만∼7만 원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인터넷에서는 가끔 ‘초대박 헌책’이 무더기로 나오기도 한다. 저자는 “정신없이 책을 장바구니에 담다 보면 ‘또 한 분의 애서가가 돌아가셨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책은 가치를 모르는 자식에겐 물려줄 수 없으니 나눌 수 있을 때 나눠야 한다. 책도 역시 흘러야 제맛”이라고 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되살아나는 헌책방 열풍▼온라인서점, 대형 매장 개설… 인터넷서도 50여 곳 성업 중온라인 서점으로 유명한 알라딘이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2가에 헌책방을 열었다. 이름은 ‘알라딘 중고서점 1호점’. 5만 종의 헌책을 구비한 이곳은 유명한 나이트클럽이 있던 자리였다. 이 책방은 개점하자마자 직장인, 어린이, 노인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의 손님이 몰려 당초 목표치인 ‘하루 3000권 판매’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헌책방 체인인 북오프가 2006년 서울역 앞에 열었던 매장이 올해 1월 결국 문을 닫았다는 점에서 알라딘 헌책방의 성공 여부에 출판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미 인터넷에서는 고구마, 북어게인, 바이북, 야호책, 빨간구두, 북헌터 등 50여 개의 헌책방이 성업 중이다. 예전의 서울 청계천 고서점의 명성을 능가한다는 평이다. ‘북아일랜드’와 같은 사이트에서는 모든 헌책방 사이트의 재고를 한꺼번에 검색할 수도 있다. 1일부터 경기 파주시 출판문화도시에서 열리는 북소리 페스티벌에서도 헌책방이 열린다. 이 행사에는 부산 보수동 책방거리의 대표적인 헌책방 ‘고서점’과 일본의 ‘도쿄고서조합’이 함께 참여한다.}
서울에서도 가을맞이 책 축제가 잇따라 열린다. 10월 7∼9일 서울 덕수궁에서는 ‘제4회 서울 북 페스티벌’이 ‘책의 길(Book Road)’을 주제로 펼쳐진다. 주최 측은 600여 권의 도서를 갖춘 도서관 ‘궁애서(宮愛書)’를 덕수궁 중화전 회랑에서 상시 운영해 책을 읽으면서 도심 속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고종이 연회를 즐기던 ‘정관헌’에서는 일요일인 9일 저녁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고궁 음악회’를 연다. ‘덕혜옹주’의 작가인 권비영 씨와 시인 정호승 안도현 씨, 소설가 김진명 씨 등이 독자와 대화를 갖는다. 28일부터 서울 홍익대 앞 거리에서는 제7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이 일주일간 펼쳐진다. 1일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 사인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소설가 백가흠 배명훈 김별아 씨, 시인 심보선 씨, 사진작가 전민조 씨, 만화가 성지현 씨 등이 독자와 만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경기 파주 출판도시가 아시아 최대의 책 축제를 펼친다. 다음 달 1일부터 9일까지 열리는 제1회 ‘파주 북소리 페스티벌’. 약 79만 m2(약 24만 평)에 이르는 파주 출판단지 전역은 작가 1000여 명이 독자 10만여 명과 만나는 거대한 ‘지식 난장’으로 변모하게 된다. 2005년 완공된 파주 출판문화단지는 258개 출판 관련 업체가 둥지를 튼 국가 산업단지. 2014년 2단계 공사가 끝나면 48만 평 규모에 300여 개 업체가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그러나 파주출판도시는 “건축에만 신경 쓴 나머지 삶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러한 파주출판도시가 올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출판사 100여 곳의 1층을 모두 서점으로 만드는 ‘책방거리’ 만들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번 축제도 책을 읽는 사람, 쓰는 사람, 만드는 사람이 모두 함께 참여하는 지식 축제를 표방했다. 김언호 파주북소리 조직위원장(한길사 대표)은 “그동안 파주출판도시는 ‘책을 만드는 공간’에 그쳤는데, 이제는 ‘책을 만나는 공간’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가장 눈에 띄는 전시는 ‘노벨 문학상 110주년 특별전’. 제1회 수상자인 프랑스의 르네 프랑수아 아르망 쉴리프뤼돔부터 어니스트 헤밍웨이, 장폴 사르트르와 알베르 카뮈, 로맹 롤랑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작가 107명의 작품 초판부터 작가들의 유품과 친필편지, 사진, 엽서 등을 전시한다. 주최 측은 “볼거리를 넘어 아이들에게 꿈을 키우고 미래를 설계하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축제의 키워드는 ‘아시아’다. 1일 개막식에서 파주출판도시는 ‘아시아 책의 수도’임을 선포한다. 5일 한중일과 대만의 대표 출판인들이 참가하는 아시아 대편집자 특강에서는 ‘아시아 출판문화상’ 제정도 논의한다. “책을 통해 아시아인이 함께 소통하고, 서구와는 다른 아시아적 정신문화의 가치를 높여 나가자”는 취지로 구상한 상이다. ‘책으로 신(新)실크로드를 열다’ 전시회에서는 혜초, 마르코 폴로, 현장, 마크 아우렐 스타인, 장건, 정화 등 6명의 여행자를 따라 실크로드의 과거와 현재를 책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권영필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명예교수,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등이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강의한다. ‘아시아 문자전’은 아시아 40개국의 문자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려주는 전시회다. 고은 시인,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영국의 세계적인 책마을 ‘헤이온와이(hey-on-wye)’의 창시자인 리처드 부스 씨(73) 등 석학들이 참여하는 강연도 잇따라 열린다. 파주국제출판포럼에서는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를 펴낸 미국 크노프의 로빈 데서 부사장 등 해외 출판인들이 모여 ‘문학 한류의 가능성’에 대해 논의한다. 출판단지 내 100여 개의 출판사 사옥 곳곳에서 열리는 ‘지식난장’을 보려면 하루해가 짧을지도 모른다. 행사기간 중 총 1000여 명의 저자가 독자와 만남을 갖는다. 들녘출판사 사옥에서 열리는 ‘한일 특별고서전’에서는 일본 아라이 하쿠세키(新井白石)의 ‘계림래빙기(鷄林來騁紀)’ 미공개 필사본을 비롯해 총 8000여 권의 고서를 전시 판매할 예정이다. 031-955-1734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나는 오래전부터 보수주의는 ‘엄격한 아버지’같은 것이고 진보주의는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래서 보수주의의 핵은 도덕성에 있는 것이다. 아버지가 도덕적이지 못할 때, 엄격할 수 있을까? 도덕성은 진보주의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각종 TV시사토론 프로그램에서 보수논객으로 이름을 떨친 저자가 보수주의를 말하는 에세이다. 책에서 그는 보수의 핵심가치인 ‘자유’를 억압하는 가짜 보수주의자, 부도덕한 지식인들을 향해 일침을 가한다. “오늘날 좌우파를 논할 때 제한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어떤 형태의 독재체제든 비(非)자유주의 계열의 정치형태나 그 배후사상을 결코 우파 혹은 보수주의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파시즘에 대해 “‘국가의 재탄생’을 꿈꾸는 국수주의자들이 ‘반자유주의적’인 극단적 민족주의에 입각해 눈물과 불과 피로써 대중을 동원한, 포퓰리즘에 기반한 대중정치의 한 형태에 불과하다”고 진단하고 2011년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발로 이집트와 리비아 등에서 들불처럼 번진 ‘아랍 혁명’은 20세기 말 소련을 소멸하고 동유럽권을 붕괴시킨 자유주의 혁명의 재점화로 평가한다. 저자는 마르크스, 톨스토이, 헤밍웨이, 사르트르, 브레히트, 촘스키 등 철학 역사 문학 등 다방면의 지식인들로 시작해 박정희, 김대중 등 정치인들의 발언까지 ‘자유주의’ 관점에서 낱낱이 해부한다. 그가 “박정희는 결코 보수주의자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부분은 특히 흥미롭다. “반공을 국시로 내건 것만으로 박정희를 보수주의자로 이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도 독재를 펼친 사실만으로도 그는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오늘날 보수주의와는 동떨어졌다. 그는 국가 경제개발계획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관치경제’를 펼쳤다. 따라서 산업화를 통한 국부의 증진이 보수주의의 목표와 일치했다고 해서 박정희를 보수주의자로 지목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일부 좌파적 경향을 보였다. 그는 의료보험과 국민연금법을 도입했고, 산림녹화운동과 그린벨트 정책을 강력히 시행했다. ‘국민교육헌장’으로 대변되는 교육의 획일화 역시 보수주의와는 동떨어진 집단주의적 정책이다.” ‘지식인’이라는 이름으로 편견과 선동을 남발하고, 거짓 주장인 줄 알면서도 옹호하는 좌우파 지식인들에 대해 저자는 날선 비판을 가한다. “지식인이란 쇼윈도 안에서 팔리기를 기다리는 창녀와 같다. 자신이 팔리지 않았을 때 먼저 팔린 동료를 비웃는 것이 다를 뿐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북한 작가 백남룡(63·사진)의 소설 ‘벗’이 최근 프랑스에서 ‘Des Amis’(악트 쉬드 출판사)란 제목으로 번역 출간됐다. 북한 소설이 프랑스어로 번역 소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은 체제 찬양이나 우상화에서 벗어나 북한 사회의 연애와 결혼, 사회문제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프랑스 언론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일간 르몽드는 15일자 북리뷰에서 “북한 문학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혁명적 낭만주의’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일상적 삶을 다루는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북한 소설의 주인공 자리에서 전통적인 당 지도자, 노동자, 혁명영웅이 사라지고 그 대신 재판관 과학자 부부 가족 등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현실을 보여준다”고 보도했다. 시사주간 엑스프레스는 “한 부부가 이혼한다. 여자는 성악가고, 남자는 노동자다…. 만일 북한이 배경이 아니었다면 서구에서는 너무나 진부한 부부 드라마였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럽에서 한 번도 번역된 적이 없는 북한 소설이기 때문에, 이 책은 세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를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창문”이라고 소개했다. 1988년 북한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한 아이의 엄마인 성악가 채순희가 기계공장 선반 노동자인 남편 이석춘과 이혼을 결심하고 이혼 심리담당 판사 정진우를 만나는 데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혁명 영웅이 아니며 일상생활의 고통을 직면하고 있는 평범한 주민들이다. 그들은 ‘출세 지상주의’를 거리낌 없이 표출하기도 한다. 이 책은 발간 초기 무책임한 관료의 부패, 권력남용 등을 비꼬는 장면 때문에 검열당국의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 북한 정권은 이 책을 ‘건설적인 비판’의 모델처럼 소개해 왔다고 르몽드는 전했다. 르몽드는 이 책의 한계도 분명하게 지적했다. “이 책의 저자는 반정부 책동을 하거나, 김정일 정권을 비판하지 않으며, 정치범 수용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며” “정권이 인정하는 ‘건전한 비판’이란 북한체제의 일탈이 부패관료, 기회주의자, 이기주의자, 출세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으로만 한정돼 있다”는 것. 그러나 르몽드는 이 소설에 나타난 북한 여성상의 변화에 대해 주목했다. 여성이 아내나 어머니로서의 ‘혁명과업’을 벗어던지고 개인적인 열망을 표출함으로써 부부 사이에 긴장관계가 표출된다는 점이다. 르몽드는 “1990년대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을 거치면서 장마당 상인과 공장 노동자로서 경제활동에 적극 뛰어들었던 여성들이 일상생활에서 거대한 영웅으로 등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작가 백남룡은 10년간 공장 노동자 생활을 하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20여 편의 장편 및 단편을 발표한 북한의 대표적 현대 작가. 번역을 맡은 파트리크 모뤼스 씨는 “한국의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고 저작권을 얻기 위해 두 번이나 평양을 방문해 작가를 만났다”고 말했다. 프랑스 동양문화언어대(INALCO) 교수로 악트 쉬드 출판사 한국어 컬렉션 총책임자인 모뤼스 씨는 조만간 방북해 북한의 다른 젊은 소설가들을 인터뷰할 예정이다. 그는 “백남룡 이후 잇따라 북한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에는 식량부족, 결근, 경제적 불평등, 부패와 같은 사회문제들도 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며 “아무리 정치적으로 올바르다고 생각되는 문학적 표현들도 이면에는 또 다른 의미를 갖게 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올해는 일제강점기 교육가이자 기업가, 언론인으로서 민족의 실력을 키우고 민족혼을 일깨웠으며 광복 후에는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을 닦는 데 헌신한 인촌(仁村) 김성수(金性洙·1891∼1955) 선생이 탄생한 지 120주년 되는 해다. 인촌기념회와 동아일보사 고려대학교는 이를 기념해 20일 오후 2∼6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선각자 仁村을 재조명한다’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현승종 인촌기념회 이사장과 한승주 국제정책연구원 이사장 등 각계 인사와 시민 600여 명이 참석해 인촌의 숭고한 삶을 되돌아보고 그 현재적 의미를 조명했다. 학술대회는 진덕규 이화여대 이화학술원장(정치학), 한용진 고려대 교수(교육학), 이영훈 서울대 교수(경제학), 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언론학)의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 ○ 종합토론회서 나온 인촌 행적과 면모“인촌이 중앙학교, 보성전문과 경성방직을 인수해 발전시킨 활동은 교육과 산업으로 국권 회복을 모색하는 노선이었다.”(신용하 울산대 석좌교수) “간디가 인촌의 편지에 보내온 답장은 항일보다 ‘조선인다운 혼을 찾아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인촌은 민족독립을 위한 민족문화 되찾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였다.”(백완기 학술원 회원)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종합토론에는 최정호 울산대 석좌교수, 백완기 학술원 회원, 신용하 울산대 석좌교수,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 김학준 단국대 이사장, 정영수 인하대 교수,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원, 이옥순 인도문화연구소장이 참여해 인촌의 면모와 행적을 소개하고 그 의미를 살폈다. 최정호 교수는 “인촌의 동아일보는 창간 취지가 민족계몽이었다. 한국에서 언론이 ‘무관의 제왕’ ‘사회의 목탁’이라고 불리는 데는 그의 업적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중순 총장은 “야당의 뿌리도 인촌에서 시작하는 등 인촌의 유산이 많다. 독립투쟁과 건국 과정에서 인촌의 역할은 영향력이 지속적인 만큼 부각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학준 이사장은 “광복 직후 인촌과 동아일보의 반탁과 단독정부 수립 지지에 대해 일부에서 ‘반통일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만 1990년대 공개된 옛 소련 문서를 통해 당시 판단은 정확했음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정영수 교수는 “동아일보가 브나로드 운동을 시행하고 맞춤법 연구를 지원한 것은 대한민국의 사회 교육과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했다. 주익종 연구원은 “임정에서 활동한 김구 선생의 행적에 우리가 감동하듯, 일제강점기 국내에서 민족의 힘을 키운 인촌의 실력양성운동에서도 감동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연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옥순 인도문화연구소장은 “동아일보가 인도를 지배하는 영국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은 바로 일제를 비판한 독립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이종은 국민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현승종 인촌기념회 이사장은 개회사에서 “인촌의 리더십과 비전, 포용력을 되돌아보면서 오늘날 어떤 스승이 절실한가를 짚어볼 수 있는 자리”라고 세미나의 의의를 밝혔다. 한승주 국제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축사에서 “공선사후(公先私後)의 신념으로 늘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며 낮은 자세로 임했던 인촌은 ‘과거완료’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살아있는 소중한 가르침을 주었다”고 말했다.주제 ① 인촌과 대한민국의 건국진덕규 이화학술원장은 ‘인촌 김성수와 대한민국의 건국’ 주제의 발표를 통해 광복 직후 좌우 이념 대립이 극심하던 상황에서 인촌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대한 신념이 대한민국 건국의 기초로 이어졌다고 분석하며 “인촌은 대한민국 건국의 최대 주주와도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광복 직후의 남한은 정치적 대혼란기였다.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박헌영의 조선공산당 등 좌익 진영과 인촌 및 고하 송진우의 한국민주당, 이승만의 독립촉성중앙협의회 등 우익 진영, 김구의 임시정부 세력이 극심한 갈등 속에 각축했다. 인촌은 이 혼란의 파고에서 신탁통치 반대와 국제 정세를 고려해 실현 가능한 선택으로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좌익의 공산주의 정권 수립을 저지했다. 그럼에도 이승만 대통령이 독재의 징조를 보이자 미련 없이 부통령직을 사임했다. 진 원장은 인촌의 실천 양식을 ‘전통적 문화주의’, ‘계몽적 실천주의’, ‘타협적 통합주의’로 정의하며 “인촌은 그의 실천 양식을 바탕으로 민족적 민주주의를 선택해 한국민주당의 정강 정책은 물론이고 실제의 정치활동에서도 그대로 표출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인촌의 타협적 통합주의는 자신의 주관이나 일방적인 의지의 관철이 아닌, 협의와 토론의 과정을 통해 모두에 의한 최선의 모색을 추구하는 행위원칙이었다고 강조했다. 주제 ② 교육적 인간상으로서 인촌인촌은 24세에 중앙학교를 인수함으로써 교육사업에 투신한 것을 시작으로 평생 교육구국(敎育救國) 신념을 가졌던 교육가이기도 했다. 한용진 고려대 교수는 ‘교육적 인간상으로서 인촌’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교육가로서 신념이 굳었던 인촌의 삶 자체에 녹아 있던 ‘교육적 인간상’을 탐색했다. 여기서 ‘교육적 인간상’은 일반적으로 교육을 통해 만들어지는 인간상이라는 의미를 넘어 타고난 자질과 함께 주어진 환경과 자기 선택적 주체 형성 능력이 복합된 것을 의미한다. 한 교수는 교육적 인간상에 ‘인덕(仁德)의 대인으로서의 교육자’ ‘공(公)과 신의(信義)를 중심으로 한 좌우명’ ‘역사적 의식인으로서 입지(立志)의 선비’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는 인물로서의 인촌을 표현한 ‘민족의 거성’ ‘위인’ ‘영웅’ 등의 여러 표현 등을 종합해 보면 인촌에게서 볼 수 있는 면모는 바로 사람들을 포용하는 ‘큰 그릇(大器·대기)’이자 ‘어른’의 풍모였다고 밝혔다. 앞에 나서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는 대인이었다는 것. 한 교수는 “‘맹자’에서 대인이란 ‘자기 몸을 바르게 함에 남이 바르게 되는 자를 이른다’고 했다”며 “교육자로서의 인촌이 이에 해당한다. 보수와 진보로 편 가르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요구되는 인간상일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주제 ③ 경성방직의 경제사적 의의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경성방직과 창업자 김성수의 경제사적 의의’ 발표에서 1980년대 이후 이른바 민중·민족주의 역사관에 의해 폄훼되어 온 식민지 시기 기업가정신을 재평가하며 경성방직을 설립하고 경영한 김성수 김연수 형제가 20세기 한국 문명사에 있어서 토인비가 제시하는 ‘창조적 소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일찍이 경성방직은 최초의 근대적 대기업으로 민족기업이라는 연구가 나온 바 있지만 1980년대를 지나며 민중·민족주의 관점에서 한국의 근·현대사를 해석하는 흐름이 커지면서 이런 관점의 연구가 계승되거나 평가받지 못했다. 이 교수는 최근에 와서야 식민지 시기 기업가의 활동을 재평가하는 연구가 나오고 있다며 주익종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저서 ‘대군의 척후’를 인용했다. 대군의 척후란 대한민국 성립 이후 생긴 기업 대군의 맨 앞에 서서 그들이 갈 길을 제시한 선구적 존재였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주 연구원이 책에서 사용한 표현을 인용해 경성방직과 김성수 형제가 20세기 한국 경제와 기업의 역사에서 ‘뛰어난 학습자’였으며 ‘성공적인 후발자’였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한국의 발전을 만든 ‘사회적 능력’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그 중요한 요소의 하나로 ‘기업가 능력’을 독립운동 중심의 정치사에서 해방시켜 올바르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④ 인촌과 한국 언론정진석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인촌 김성수와 한국언론’ 발표를 통해 일제 식민지 20년과 광복 후 10년간 수많은 언론인에게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언론을 통해서 한국 현대사의 큰 물결을 바른 방향으로 유도한 인촌의 업적이 크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내에서 독립의 방략을 모색하고 외국 독립운동을 사례로 삼아 연계를 시도했으며 묵묵히 민족의 역량 배양에 헌신했던 인물이 김성수였다”고 평가했다. 일제강점기 국내 항일운동의 중심기관은 언론이었다. 정 교수는 “언론은 항일 논조를 펼치면서 민족의식을 잃지 않도록 글로써 깨우치고 새로운 사상을 도입하는 창구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당시 신문사는 인재의 집결처이기도 했다. 인촌은 언론인과 문인들을 신문사라는 당대의 첨단 조직에 포용해 민족 언론이 기능을 발휘하도록 했으며, 광복 후에는 이들이 정계 학계 문화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할 터전을 마련해 주었다고 정 교수는 평가했다. 정 교수는 동아일보가 1963년 동아방송을 개국해 신문과 방송으로 보도와 비판 기능을 강화했으나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방되는 비운을 맞게 된 것을 상기하며 “이제 동아일보가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의 종합편성방송인 ‘채널A’를 준비 중이므로 인촌의 유지를 되살려 방송 언론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산업혁명이 진행되던 19세기 초 세계 인구는 10억 명. 현재 세계 인구는 65억 명에 육박한다. 인류가 일찍이 없던 풍요를 구가하며 지구의 지배종(種)을 넘어 신의 영역까지 넘보게 된 데는 화석연료의 힘이 컸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변화와 에너지 고갈, 식량난의 파국을 피하기 위해선 지금 당장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긴급한 메시지가 잇따르고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탄생한 36억5000만 년 전을 기점으로 하고 지구 생명의 역사를 1년으로 환산하면 1000만 년은 정확히 하루에 해당한다. 1월 1일 0시, 바닷속에 세포가 하나 등장했다. 한 개의 세포에서 시작한 생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생명체로 진화했다. 생명 진화의 원동력은 ‘자연선택’이었다. 인류도 선택의 역사 속에서 탄생했다. 12월 31일 오전 10시에 침팬지 계통과 갈라진 인류 계통은 오후 4시가 되자 직립보행을 하게 됐으며, 오후 11시 30분에 아프리카를 탈출한 호모 사피엔스는 11시 45분까지 지구의 육지 전역을 차지했다. 그리고 12월 31일 밤 12시인 지금, 우리가 있다. 이 책은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후인 마지막 15분간의 사건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살펴본 생태환경 이야기다. 15분 동안 호모 사피엔스는 이 책의 원제대로 지구를 ‘지배하는 동물(dominant animal)’이 되었고, 자연의 선택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을 선택하는 압력으로 성장했다.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를 지배하는 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비관적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배적인 동물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상이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있었기 때문인데, 인류는 지표면에 있는 거의 모든 생명의 환경을 바꿔 놓았다. 우리 조상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이후로 인구는 1000배가량 늘었다. 인구는 늘었지만 곡물을 가축에게 먹이고 다시 가축을 잡아먹는 육식 습관은 에너지의 효율을 극도로 낮춰 더 많은 농토가 필요했다. 결국 늘어나는 인구를 위한 생활공간과 경작지를 만들기 위해 가장 생산적인 생태계인 습지를 간척했다. 소비에 길들여진 인류는 수백만 년에 걸쳐 형성된 화석연료를 단 수십 년 동안 고갈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인구의 밀도가 높아지고 이동의 속도가 빨라짐으로써 신종 바이러스에 대처할 시간이 부족해졌다. 더군다나 인간의 영향은 지표면을 벗어나 지구의 대기에 영향을 미쳐 장기적인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미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킨 인류는 이제 자신마저 ‘멸종 위기’ 속으로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가 지배적인 동물이 되게 해준 특성을 이제는 우리 자신과 생물 세계의 모든 존재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이용할 수는 없을까? 인간과 세계 그리고 둘 사이의 영향에 관한 본질적인 통찰이 필요한 시점이다.이정모 과학저술가 ▼ ‘석유 고갈’ 재앙은 다가오는데… 소비만능 삶의 태도는 그대로 ▼“내 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내 아들은 제트기를 타고, 아들의 아들은 낙타를 타게 될 것이다.”(현대 사우디아라비아 속담) 석유는 단지 에너지원이나 연료에서 그치지 않는다. 식량, 의복, 건축자재, 펄프, 플라스틱, 공산품과 생필품, 의약품…. 석유는 현대문명의 거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 그러나 석유 생산량은 정점(피크 오일)을 지나고 있다. 정점이란 이 세상에 묻혀 있는 모든 석유의 ‘절반’을 뽑아낸 도달점을 뜻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뽑아낸 절반이 ‘제일 취하기 쉽고, 가장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가장 질이 좋고 값싸게 정유할 수 있었던’ 석유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북극이나 바다 밑 깊숙한 곳에 묻혀 있어서 추출하는 일 자체에 많은 석유 에너지가 들 수 있다. 조사 결과 전 세계에 남은 석유의 총량은 37년 사용치에 불과하다. 이 책은 석유생산 정점 이후의 시기를 ‘장기 비상시대(long emergency)’, 즉 상시적 긴급상황으로 규정한다. 저널리스트 출신인 저자는 대체에너지가 석유를 대신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공상’일 뿐이라고 본다. 대체에너지 기술 역시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풍력발전기의 금속터빈은 풍력에너지 기술로는 만들 수 없고, 태양광발전 시스템에 들어가는 납축전지는 어떤 태양광발전 시스템으로도 만들어낼 수 없다. 수소에너지, 바이오매스, 메탄하이드레이트도 마찬가지다. 저자에 의하면 ‘장기 비상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석유 고갈과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난으로 수십 년간 많은 사람이 굶주리거나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세계의 곡물생산량을 250%나 증가시킨 이른바 ‘녹색혁명’이 전적으로 화석연료의 투입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장거리 수송’에 의존해 멀리서 자원을 조달해오던 글로벌 국제경제는 급속히 붕괴한다. 각국은 자원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군사분쟁의 시대에 진입한다. 그러나 저자가 ‘종말론자’는 아니다.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지역공동체의 친밀한 관계를 회복해야 하며, 사람들은 생활필수품 정도는 만들어 쓸 줄 알아야 한다고 책은 권고한다. “현대인은 삶의 태도를 되돌아보고, ‘몽유병’의 행진을 멈춰야 할 때다.” 피크오일 이후의 세계에 대한 통찰을 보여주는 책으로 크리스토퍼 스타이너의 ‘석유종말시계’(시공사·2008년)도 읽어볼 만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인문 추락하는 일본(이종각 지음·나남)=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일본 주오대 겸임교수인 저자가 일본의 추락에 대해 전망했다. 기술과 자본, 노동력이 감소하는 일본의 경제, 점점 심해지는 일본의 고령화사회 등을 분석했다. 1만5000원. 내 삶의 쉼표, 불교미술 산책(김진숙 지음·올리브 그린)=불교미술을 전공한 저자가 일본 교토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살면서 불교 유적지와 미술품을 관찰했다. 읽기 편한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썼다. 1만7000원. 나쁜 사회(대니얼 리그니 지음·21세기북스)=‘무릇 있는 자는 더욱 넉넉해지되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 신약성경 마태복음의 구절을 들어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마태 효과’로 분석한다. 1만5000원. 이기적인 사회(수 거하트 지음·다산초당)=‘이기심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저자는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사람은 이기적이 됐으며 자본주의가 아닌 조건에서 인간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주장한다. 1만8000원.○ 문학 들꽃사전(박희정 지음·책만드는집)=‘길은 다시 반전이다’에 이어 두 번째로 내놓은 시조집. 주변의 사소한 것들에 사유의 눈길을 보내면서 살아있는 생명에 대한 관심을 전통의 운율에 직조했다. 9000원. 호랑이의 아내(테이아 오브레트 지음·현대문학)=동물원 우리를 뛰쳐나온 호랑이를 쫓는 마을사람들, 그 호랑이를 지켜주는 청각장애인 소녀의 얘기 등이 신비한 전설처럼 펼쳐진다. 1만3500원. 어떤 작위의 세계(정영문 지음·문학과지성사)=과거 여자친구를 만나러 갔던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5년 만에 다시 찾았다. 추억과 현재의 단상이 혼합된 기행문 같은 소설. 1만1000원. ○ 학술 금융자본론(루돌프 힐퍼딩 지음·비르투)=독일의 사회주의 이론가이자 정치가인 저자가 ‘금융자본주의가 어떻게 경제위기를 세계화하고 동시화하는가’를 탐구했다. 산업자본이 은행자본과 융합해 금융자본으로 전환함으로써 경제위기가 전 지구적으로 심화되는 과정을 분석했다. 2만5000원. 이슬람의 허용과 금기(최영길 지음·세창출판사)=이슬람의 허용(Halal)과 금기(Haram), 혐오사항(Makruh)을 이슬람 문헌에 근거해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이슬람 자본은 사업에 투자를 할 때도 여러 금기 사항을 고려한다. 2만5000원. 퍼스의 기호학과 미술사(강미정 지음·이학사)=스위스의 언어학자 소쉬르와 함께 현대 기호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미국 철학자 찰스 샌더스 퍼스(1839∼1914)의 기호학을 설명한 책. 퍼스 기호학을 미술사와 연계해 표상 실재 역사의 세 가지 핵심어로 재구성했다. 1만8000원.○ 실용기타 추억, 역사 그리고 길을 걷는다(이재영 지음·재승출판)=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지로 20곳을 선정했다. 추억의 길, 역사의 길, 연민의 길, 낭만의 길로 나누어 사진과 여행기를 담았다. 1만5800원. 지금 다시 시작할 수 있다(김재우 지음·비전과리더십)=입사 후 승진가도를 달리며 45세에 삼성항공 부사장에까지 오른 ‘잘나가던’ 직장인이 50대 초반에 명예퇴직을 당한 뒤 좌절하지 않고 재기에 성공한 이야기를 담았다. 1만2000원. 은행원에서 은행장까지(설홍렬 지음·선우미디어)=30년간 한 은행에 근무했던 은행원이 느껴온 애환을 담백한 에세이로 엮었다. 1만5000원. 모자이크 세계지리(이우평 지음·현암사)=현직 고등학교 지리교사인 저자가 대륙별 세계 지리상식과 흥미로운 역사를 엮었다. ‘힌두교도에게 소란 어떤 존재일까’ 등 다양한 물음에 해답을 제시한다. 2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