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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정답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이다. 영국인 요리사인 저자에 따르면 파스타는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다양한 파스타의 완벽한 모양이 맛을 좌우한다는 주장을 담은, 다소 독특한 요리책이다. 제목에 걸맞게 책의 절반은 파스타의 종류별 상세한 설명을 담았고 나머지 절반은 ‘기하학적’인 파스타 그림으로 가득하다. ‘창녀의 파스타’, ‘실크 손수건’, ‘작은 악마’ 등 흥미로운 파스타의 이름들만큼이나 재치 있는 설명과 흑백의 윤곽으로만 파스타의 뚜렷한 특징을 묘사한 삽화는 지금까지 요리책의 상식을 뛰어넘는다.김진 기자 holyjjin@donga.com}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 자본주의 시스템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자본주의는 몰락하지 않고, 더욱 강력한 버전의 자본주의로 대체됐다. ‘자본주의 1.0’ 버전은 자유방임주의였으며, 2.0버전은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는 케인스주의였고, 세 번째 버전은 시장근본주의 혁명이었다. 저자는 이후의 ‘자본주의 4.0’ 시스템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경제 현실에 대처해야 하며 정부와 경제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협력관계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왕조사회에서 임금의 교양과 덕성, 인품과 자질은 그 나라 전체의 품격을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경연(經筵)은 지존의 왕이 신하를 스승으로 삼아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고 채찍질하는 인문학 공부였습니다.” 조선시대 국왕은 하루 최대 다섯 번씩 당대 최고의 석학들과 철학과 역사를 공부하고, 국가 정책을 토론했다. 왕은 해가 뜰 무렵 아침식사도 하기 전에 조강(朝講)으로 일과를 시작해 정오에 주강(晝講), 오후 2시에 석강(夕講)에 참석했다. 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특강 형식의 소대(召對)를 가졌는데, 이 중 밤에 열리는 소대를 야대(夜對)라고 불렀다. 소대나 야대에는 학덕이 뛰어난 학자나 은퇴한 원로가 특별히 초빙돼 왕과 담론을 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성리학 전문 연구가인 저자 김태완 씨(사진)가 조선의 임금이 바쁜 일과 속에서도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보여주는 ‘경연, 왕의 공부’(역사비평사)를 펴냈다. 과거시험에서 목숨을 걸고 왕의 물음에 답했던 선비를 다룬 ‘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2006년)를 썼던 저자는 이 책에서도 지식인과 권력 간의 팽팽했던 긴장감이 조선왕조 500년을 이끈 힘이었다고 강조한다. “역사상 권력이 실패하는 원인은 권력자의 자질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대부분 자신의 ‘이권 동맹’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고 이들에게 부귀의 기회를 몰아주었기 때문입니다. 경연에서 이뤄졌던 철학, 역사학 토론은 바로 이를 경계하고 임금에게 권력이란 ‘천하의 공기(公器)’임을 일깨워주는 공부였습니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 이이의 ‘경연일기’ 등에 기록된 임금과 경연관들이 주고받은 실제 문답을 통해 경연 현장을 생생히 재현한다. 임진왜란이 벌어진 선조 대에는 이황, 기대승, 이이 등 뛰어난 학자들이 경연 자리에서 활발한 토론을 벌였다. 저자는 “이이는 ‘선조가 경연에 임할 때 건성으로 강론할 뿐 마음을 열어 강론을 듣고 정책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실망을 토로했다”며 “아무리 도서관에 앉아 있어도 건성으로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저자는 “경연에 관한 책을 쓰면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얼굴이 중첩되어 떠올랐다”며 “대통령이라면 자신의 정치적 선택이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성찰하고, 남의 비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머리는 빌릴 수 있어도 몸은 빌릴 수 없다고 말한 대통령이 있었죠. 그의 임기 중 중국 장쩌민 주석이 방한해 청와대 뒷산의 붉은 단풍을 보며 한시를 읊는데, 적절한 말로 응수하지 못하고 딴소리를 하는 장면이 뉴스에 나오더군요. 또 다른 어떤 대통령은 품위 없는 말투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고, 또 다른 대통령은 외국 정상 앞에서 모욕을 당하기도 했죠.” 그는 “현대의 대통령을 교육하는 ‘경연 시스템’은 바로 언론이다”라며 “조선시대 삼사(사간원, 사헌부, 홍문관)의 역할을 오늘날엔 언론이 담당하고 있으므로 대통령은 여론을 주시하고 국가원로, 지식인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섹스, 폭력, 음식, 와인, 목욕, 건축, 잔혹성…. 2000년 전 로마가 요즘 ‘스파르타쿠스’와 같은 ‘19금’ 영화로 재탄생하고 있다. 역사상 가장 강렬했던 로마제국의 쾌락문화가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까지 유혹하는 셈이다. 그린란드 대륙 빙하 핵심부의 빙하시료 분석 결과, 인구 6000만 명에 불과했던 로마제국이 생산한 금속의 양이 1820년 유럽의 생산량과 맞먹는 것으로 나왔다. 기원후 80년 콜로세움 개관일에 목숨을 걸고 싸운 검투사들은 무려 3000여 명이었다. 로마 시 지사였던 세쿤두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 범인을 찾지 못하자 그 집안의 노예 400명이 모두 화형에 처해졌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심해에서 전쟁이라도? 무더위를 식힐 만한 과학소설(SF)이 새로 출간되었나 하고 펼쳤던 이 책은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논픽션이었다. 비록 총성은 들리지 않지만 심해에서는 불꽃 튀는 전쟁이 진행 중이다. 내로라하는 나라들이 해양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전인미답의 심해까지 샅샅이 뒤지기 시작한 것이다.심해는 인간이 지구상에서 아직 정복하지 못한 마지막 장소이며, 우주보다 더 신비에 싸인 공간이다. 그래서 심해를 지구 밖의 우주 공간에 빗대어 ‘지구 속의 우주’라고도 부른다. 단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심해가 신비로운 것은 아니다. 해양과학기술의 발달로 그 속살이 드러날수록 심해는 더욱 신비롭게 느껴진다. 심해를 탐사하다 보면 곳곳에서 기상천외한 모습의 생물을 만날 수 있다. 우주탐험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호사다. 이제 심해는 신비의 장막을 걷고 현실의 장이 되었다. 온갖 보물을 간직한 채 영겁의 세월을 암흑과 고요 속에 지내온 심해에 인간이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암흑의 세계에는 잠수정 불빛이 비치기 시작했고, 고요하던 곳에서 기계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 책은 인간이 보물창고인 심해에서 무엇을 얻고자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책을 따라 심해로 들어가 보자. 심해에는 노다지 금광이 있다. 독일의 과학자들은 뉴질랜드 인근 바닷속 열수분출공을 탐사한다. 심해저에서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는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금, 백금, 은을 비롯해 다양한 금속자원이 매장된 열수광상이 있다. 금과 은이 바닷속에 무진장 있다니, 사람들이 이곳을 가만히 놓아둘 리 없다.이곳은 생물자원 또한 풍부하다. 열수분출공 주변은 심해의 오아시스와 같은 곳이다. 여느 심해저와는 달리 수많은 해양생물로 붐빈다. 이 중에는 지구 생명체의 탄생 비밀을 간직한 것도 있고, 우리가 산업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많다. 그러나 심해 환경 파괴로 지구에 앞으로 어떠한 일이 일어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저자는 무분별한 심해 자원개발에 경종을 울리며, 하루빨리 환경보전과 자원개발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찾기를 촉구한다.지구 온난화로 북극해의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해 주변 국가들은 벌써부터 영유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극해에는 무궁무진한 자원이 잠자고 있고, 얼음 바다가 녹으면 선박 항로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자국 잠수정을 이용해 북극해 바닥에 러시아 국기를 꽂았으며,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지구의 어느 구석 하나 조용한 곳이 없다.독도 영유권 문제, 속칭 ‘불타는 얼음’이라고 하는 메탄하이드레이트 때문에 동해에서 일어난 한국과 일본의 갈등도 이 책은 소개한다. 지금 우리의 뇌리에서 잊혀졌을지도 모르지만 2006년 한국과 일본 사이에 독도 인근 해상에서 해양자원조사를 하던 중 일촉즉발의 긴장이 빚어지기도 했다.이 밖에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망간단괴 이야기, 프랑스 주관으로 2004년 다국적 과학자들이 참가한 심해 환경탐사 ‘노디너트(NODINAUT)’ 등도 이 책은 빼놓지 않는다. 독일은 수년 전 북동태평양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를 개발하기 위해 국제해저기구에서 탐사권을 취득하였다. 우리나라도 이미 2002년 북동태평양 공해상에 7만5000km²의 단독개발 광구를 확보했다. 우리나라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해외 영토가 생긴 셈이다. 노디너트의 경우 나도 이 탐사에 참가하였기에 책을 읽으며 추억에 잠길 수 있었다. 내가 관여하고 있는 국제해저기구(ISA)와 국제해양광물협회(IMMS) 이야기도 들어 있어 다 읽을 때까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은 분에게는 당시 ‘노틸’호를 타고 수심 5000m가 넘는 태평양 바닥을 탐사하고 쓴 책 ‘바다에 오르다’를 권한다. ‘심해전쟁’에 등장하는 많은 과학자들의 선상 생활을 엿볼 수 있다. 해양과학자로서 외국인이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수준을 높이 본 것이 내심 뿌듯하였다. 정부가 일찍이 심해 자원의 중요성을 헤아리고, 한국해양연구원이 오랫동안 망망대해에서 심해 탐사를 해오는 과정에서 우수한 해양과학자를 양성하며 심해탐사 기술을 발전시킨 결과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해양과학기술이 이제 세계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뜻이지, 우리가 세계의 해양과학기술을 선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가야 할 길은 심해의 깊은 물속만큼이나 멀다. 저만치 앞서 달려가는 나라들이 아직 많다.김웅서 한국해양연구원 선임연구본부장}

《미국의 국가부채협상 타결이 기대와는 달리 국제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세계적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향후 세계경제 불안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음을 단적으로 나타낸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 재정위기로 확대되고 있는 유럽에 더하여 미국까지 재정위기를 겪으면서 이번에는 전 세계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글로벌 재정위기’를 맞는 것이 아니냐는 극단적 불안감도 표출되고 있다.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번진 것은 위기로 취약해진 민간부문을 정부가 재정을 통해서 지원하려 했기 때문이고, 무책임한 재정확대의 끝은 국가부도일 것이다.》 현재 국가부도의 위험이 큰 나라는 국가채무 비중이 높은 유럽의 일부 국가다. 이런 와중에 유럽의 원로 경제학자인 스위스 프리부르대의 발터 비트만 교수의 책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국가부도현상을 역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향후 국가부도 위기의 가능성을 진단한다. 또 국가부도가 화폐개혁으로 이어질 여지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투자자를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그에 따르면 국가부도는 그리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리스 로마 시대에도 국가가 팽창할수록 전쟁을 위한 전비를 늘리고 그만큼 종말에 가까워지게 됐다. 1980, 90년대에는 남미가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면서 개도국이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고, 2000년대에는 선진국이 재정을 방만하게 운용하면서 국가부도를 걱정하게 됐다. 국가부도에는 여러 형태가 있다. 국가부채의 지급을 일시 중단하는 모라토리엄부터 부채협상을 통해 부채를 탕감받는 방법과 아예 상환을 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 또 국가부채는 지급하더라도 금융기관과 기업의 부채가 부도사태를 맞을 수도 있으며, 이를 넓은 의미로 국가부도라고 부를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선진국의 높은 국가부채뿐만 아니라 이에 필적하는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를 지적하며 국가부도를 향한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한다. 물론 개혁을 통해서 국가부도 사태를 막을 수 있으나 경제가 나쁠 때 개혁은 쉽지 않으므로 결국 국가가 지급불능 사태에 이르러야 근본적인 개혁도 진전될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부도 사태에 이를까. 그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의 고부채 국가를 후보국으로 지명한다. 유럽연합이 지불능력이 없는 회원국을 위해 개입한다면 그만큼 유럽연합 전체가 위험해질 것이므로 국가부도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는 국가부도를 예상하기 힘들지만 중앙은행을 통해 자금 조달을 하는 방식을 계속한다면 언젠가 달러화의 평가절하와 함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선진국 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일본에 대해서는 국가부도 사태를 배제하지 않으면서 급격한 건전화 조치를 촉구한다. 이 책은 유럽의 원로 경제학자가 쓴 만큼 대부분 유럽의 복지재정 문제와 유럽연합의 문제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사태를 진단하고 있으나 논의가 구체적이지 못해 아쉬움을 더한다. 최근 세계경제의 비관적 시나리오를 다룬 책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메릴랜드대의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가 쓴 ‘이번엔 다르다’(최재형 박영란 옮김·다른세상)를 들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가 과잉부채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이전의 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은 결국 재정위기로 번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번 S&P의 미국 신용등급 하락 조치로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가부도 사태가 염려되는 가운데 칼럼니스트 담비사 모요가 서구의 몰락에 대해 쓴 책이 ‘미국이 파산하는 날’(김종수 옮김·중앙북스)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도 부채 버블과 복지국가병이 서구를 몰락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중국과 신흥국으로의 권력 대이동 과정에서 미국의 선택을 시나리오별로 논의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가장 극단적인 시나리오가 바로 미국의 채무불이행 사태인데, 이 책에서 미국의 국가부도는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벼랑끝 전술’이다. 2008년 9월 월가에서 시작된 금융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대된 지금, 경제구조가 취약하고 부채가 많은 일부 국가의 부도 사태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국가부도 사태의 확산을 막기 위한 대책을 놓고 유럽과 미국은 논전을 벌이고 있다. 위기의 원인에는 공감하면서도 대처방안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비트만 교수가 지적한 대로 바로 이런 이유로 국가부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인지 지켜보면서 매우 보수적이고 방어적인 투자 전략을 수립할 때이다.박원암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지난해 겨울 프랑스 파리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가던 길이었다.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을 넘는 순간 갑자기 내비게이션 화면에서 길이 사라지면서 하얗게 변하는 것이었다. ‘유럽 30개국 지도 포함’이란 말만 믿고 샀는데, 스페인 지도가 빠져 있을 줄이야. 뒷좌석엔 가족도 있는데…. 해발 2000m의 피레네 산맥 한가운데서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화이트아웃’을 경험했다. 그러나 잠시 후, 유리창에 붙은 내비게이션의 화살표가 사라지자 비로소 피레네의 눈 쌓인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이후 물어보고, 돌아가느라 시간은 많이 걸렸지만 스페인 여행은 온몸으로 느껴지는 짜릿한 에피소드로 가득 찼다. 그러고 보니 내비게이션을 이용한 후부터 나는 창밖 풍경엔 별 관심이 없고, 그저 화면 속 작은 화살표만 보고 달려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출퇴근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감상하고, 잠자리에선 머리맡에 휴대전화를 두고 자고, 휴가지에서까지 디지털 기기에 의지하는 현대인. 이번 주에 나온 신간 중에는 디지털 정보 홍수 속에서 인간의 ‘생각하는 능력’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 눈에 많이 띈다. ‘깊은 사고’는 전략적 계획, 과학적 발견, 예술적 창조에 꼭 필요한 두뇌활동이다. 그러나 멀티태스킹 환경 속에서 인간의 생각의 속도는 좀 더 빨라질 수 있지만 생각의 질은 계속해서 떨어진다. 리처드 왓슨의 저서 ‘퓨처 마인드’(청림출판)는 멀티태스킹과 하이퍼링크로 가득 찬 세상에서 깊은 사고를 할 수 없는 현대인에게 경고의 목소리를 던진다. 저자는 살 빼기 다이어트와 마찬가지로 불필요한 정보 접촉을 줄이는 ‘디지털 다이어트’와 ‘싱글태스킹’이 새로운 트렌드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한다. 카트린 파시히, 알렉스 숄츠가 지은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여행의 기술’(김영사)은 진정한 여행의 즐거움을 위해 내비게이션과 지도를 버릴 것을 제안한다. 내비게이션은 우리에게 좀 더 빨리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했지만 유감스럽게도 재미와 감동까지 없애 버렸다는 것. 저자는 “만일 오디세우스가 길을 잃지 않았다면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라고 묻는다. 구글에서 검색하면 맞춤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인간은 기억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치매는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젊은 직장인들도 냉장고 문을 왜 열었는지 모르고, 간밤에 주차한 차가 어딨는지 모르는 ‘디지털 치매’를 겪는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조슈어 포어의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이순)은 평범한 남자가 1년 만에 기억력 챔피언이 되는 두뇌실험 프로젝트를 다뤘다. 저자는 기억력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정보를 종합하고, 새로운 상상과 창조의 원천이 되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복잡계의 현대문명에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통찰과 직감의 능력이다. 주말엔 컴퓨터를 끄고 저자들이 제안한 방법을 실험해 봐야겠다. 먼 산을 바라보거나 기차를 타고 창밖을 보며 생각하기, 낯선 사람과 대화하기, 음악을 들으며 상상하기….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오늘날 인터넷에서는 소셜네트워크 ‘얼굴책(facebook)’ 열풍이 뜨겁다. 세계인들이 각기 조그만 얼굴 사진을 하나 내걸고 자신의 일상을 소통한다. 그러나 이곳에서 훔쳐보는 타인의 일상은 실제생활과는 거리가 먼, ‘얼짱 각도’로 윤색된 현실이다. 소셜네트워크에 내비치는 ‘사이버 얼굴’은 자신이 통제하고 창조해내는 가면인 셈이다. 사람과 처음 만날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형상인 얼굴. 그러나 단지 눈, 코, 입, 이마가 모여 있다고 해서 우리는 그것을 얼굴이라고 부를까. 고양이나 개에게도 얼굴이 있을까.》 저자는 “얼굴이란 인간만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호’ 체계”라고 정의한다. 얼굴이란 단순히 몸 위에 붙어 있는 신체의 일부가 아니라 사회와 집단 개인의 역학관계가 고스란히 담긴 문화적 상징이라는 것. 이 책은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에서부터 한국의 돌하르방, 성형수술 후유증으로 녹아내린 마이클 잭슨의 모습까지 얼굴에 담긴 상상계를 인문학적으로 해설한다. 책에 따르면 모두들 각자의 얼굴을 인식하게 된 것은 ‘근대의 산물’이다. 거울이 없는 사회에서 살아 온 태평양 솔로몬제도의 원주민들은 자신을 찍은 사진을 보고도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얼굴 자체보다는 가면이나 장식, 장신구, 옷 등으로 정체성을 구분했다. 인간이 ‘걸친’ 최초의 얼굴은 가면이었다. 가면은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 역할과 지위, 아우라를 부여한다. 잠시나마 가면을 쓰고 영혼이나 조상, 신이 되는 것은 큰 영광이었다. 가면은 개인과 집단을 연결시키며, 신성한 세계로 들어가는 열쇠였다. 그러나 이슬람이나 한국의 조선시대 등 많은 문화권에서는 여성에게 가면을 주지 않았으며 그들의 얼굴은 가려졌다. 얼굴에 대한 부정은 공적 영역에서의 모든 권력, 사회적 역할에 대한 상징적 부정이었다. 중세 기독교 문명에서 얼굴은 신성불가침한 존재였다. 아담의 얼굴은 신의 모습을 본떠 만든 것이기에 얼굴을 손상시키는 가면이나 분장, 장식은 신성모독으로 여겼다. ‘변형된 얼굴을 한 존재(괴물)’는 신과 반대되는 악마의 이미지로 여겼다. 왕과 귀족들은 초상화를 수없이 남겼지만 민중들이 ‘얼굴 없는 존재’를 벗어난 건 근대 부르주아 혁명 이후다. 현대는 바야흐로 ‘얼굴 훼손(de-faceisation)’의 시대다. 수많은 사진과 예술작품 속에서 인간의 얼굴은 해체되고, 모욕당하고, 신성을 잃고 훼손됐다. 20세기 초 제1차 세계대전의 참호전은 실제로 인간의 몸 전체가 해체될 수 있다는 충격을 던졌다. 당시 등장한 입체파의 작품에서 인간의 얼굴과 몸은 여러 각도에서 보는 것처럼 조각조각 잘려나갔고, 개개인은 여지없이 분열됐다. 국가 권력에 의한 얼굴통제 시도도 끊이지 않았다. 나치는 아리안족의 우수성을 주장하기 위해 인종과 문화에 따라 인간을 측정하고 분류하는 ‘인체 측정학’ 기술을 사용했다. 물샐틈없이 구성한 수용소는 ‘세상에서 뿌리 뽑아야 할’ 유대인의 얼굴을 제거하기 위한 도구였다. 나치는 수용소에 끌려온 모든 이를 분류하고, 관리하고, 처리하기 위해 수천 장에 이르는 얼굴 사진을 남겼다. 프랑스 미술사학자인 장 클레르는 “나치즘이 이룬 것은 우리로 하여금 인간의 얼굴을 상실케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얼굴 전체를 가리는 여인의 ‘부르카’, 9·11테러 이후 인질 납치와 참수 동영상, 마스크를 쓴 연쇄살인마를 다룬 영화 등 현대사회에서 얼굴 훼손의 위기는 점점 심화된다. 저자는 “이슬람에서는 이해 못하지만 얼굴을 통해 개인의 휴머니티를 인식해 온 서양 사람들에게 ‘부르카’는 충격적인 상징”이라며 “얼굴 없는 개인이 어떻게 타자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인격을 갖춘 시민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대의 미디어와 성형수술 열풍은 ‘만들어진 거짓 얼굴’을 통한 얼굴의 비개성화를 부추긴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에게 비극이 일어나기 시작한 곳도 바로 그의 얼굴이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근대는 터져오는 웃음 속에 얼굴이 폭발하고 ‘가면이 귀환하는 시대’”라고 말한다. 유럽에서 인기를 끈 정치인, 지식인, 앵커와 같은 사뭇 진지한 사람들의 얼굴에 흰 크림 파이 던지는 놀이는 유명인의 가면을 벗기고, 진짜 얼굴을 드러내도록 하는 대중의 놀이였다. 저자는 17년째 한국에서 한국학과 문화인류학을 연구해온 프랑스인이다. 동아시아에 대한 책들을 전문적으로 출간하는 프랑스 출판사 아틀리에 데 카이에(l'Atelier des Cahiers)의 디렉터이기도 하다. 4일 기자와 만난 그는 “현대 사회의 ‘얼굴의 위기’는 인간성에 대한 낡은 정의가 도전받는 ‘문명의 위기’의 한 증상”이라며 “얼굴의 신성함을 되찾기 위해 비인간적 현대문명을 성찰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전 세계 바그너 오페라 애호가들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독일 바이로이트 오페라 페스티벌이 올해 100회를 맞았다. 내후년 바그너 탄생 200주년까지 앞둔 바이로이트는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최첨단 미디어를 통한 세계화. 축제 조직위 측은 14일 오후 4시 ‘로엔그린’을 독일 ARTE TV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하고, 홈페이지(www.bayreuther-festspiele.de)를 통해서도 전 세계에 인터넷으로 생중계한다. 지난달 25일 열린 개막공연 ‘탄호이저’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비롯해 유럽의 정관계 요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오후 4시에 시작된 오페라는 오후 10시 반이 넘어서야 막을 내렸다. 중간에 한 시간씩 두 차례 있는 휴식시간 동안 검은 턱시도 정장과 드레스 차림의 관객들은 바이로이트 명물인 마이셀 맥주를 마시며 여름밤을 즐겼다. 올해 페스티벌은 이달 28일까지 작곡가 리하르트 바그너(1813∼1883)의 오페라 ‘파르지팔’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총 30회 공연에 5만8000장의 티켓이 발행되지만 이 티켓은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살 수 없다. 최소 8년간 각국의 바그너협회를 통해 티켓 구매신청을 줄기차게 보내야 비로소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극장 밖에는 ‘표 구함’이라고 쓴 쪽지를 들고 서 있는 팬들이 많았다. 올해 처음 시도하는 TV와 인터넷 중계는 가뜩이나 시각적 효과를 강화시켜온 바이로이트의 최신 조류와도 맞물린다. 바그너 오페라 하면 떠오르는 엄청나게 큰 체형에 폭발적인 음량을 가진 성악가 대신에 잘생긴 얼굴과 몸매의 가수들이 선호되고 있는 것. 올해 ‘로엔그린’의 주인공 기사 역에는 ‘미성의 테너 페터 슈라이어의 재림’으로 불리는 클라우스 플로리안 포그트가 무대에 섰다. 바로크시대 교회음악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그의 순수한 목소리에 기존의 바그너 팬들은 “생소하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일부 팬들은 ‘영혼을 맑게 하는 목소리’라는 찬사를 보냈다. 군중을 이끄는 헤럴드 역의 한국인 사무엘 윤은 머리카락을 세운 독특한 헤어스타일과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무대를 장악했다. 바그너의 기존 작품을 21세기에 맞게 현대적으로 재연출하는 시도도 올해 눈에 띄게 가속화됐다. ‘로엔그린’은 브라만테 왕국의 백성들에게 등번호가 씌어진 실험실의 쥐 의상을 입혔고, 개막작인 ‘탄호이저’는 폐기물을 활용한 현대의 바이오가스 공장이 배경이다. ‘탄호이저’는 제작진에서조차 “도대체 연출 의도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흘러나왔다. 내년 바그너 탄생 200주년 기념으로 제작되는 ‘링’ 시리즈는 영화감독 빔 벤더스나 스티븐 스필버그에게 연출을 맡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100회 바이로이트 축제를 기념해 26일 바이로이트의 타운홀에서는 이스라엘체임버오케스트라(ICO)가 초청돼 바그너의 ‘지크프리트’를 연주해 독일과 이스라엘 양쪽에서 큰 논란이 빚어졌다. 바그너는 나치와 히틀러가 사랑했던 작곡가로서 이스라엘에서는 터부시돼 왔기 때문. 2001년에도 유대인인 다니엘 바렌보임이 예루살렘에서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연주했다가 이스라엘인들의 분노에 직면한 일이 있다. 바이로이트 축제의 공동위원장인 바그너의 증손녀 카타리나 바그너(32)는 “바그너와 나치의 관계에 대해 투명하게 연구할 수 있도록 가족 문서고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알프스 호숫가에서 조르다노를 음미하다▼유럽의 여름 음악축제여름 휴가철에 유럽의 콘서트홀에나 오페라하우스에 가면 시즌이 끝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경우가 많다. 그 대신 여름철 유럽에서는 휴양지나 전통 있는 음악고도(古都)를 찾아갈 일이다. 품격 높은 오페라와 교향곡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음악축제가 즐비하다. 1920년 시작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은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1956∼1999년 음악감독을 맡아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키웠다. 이달 30일까지 열리는 페스티벌에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베르디의 ‘맥베스’ 등이 공연된다. (www.salzburgerfestspiele.at)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3국의 국경에 걸쳐 있는 콘스탄츠의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산중 호숫가에 무대를 세워놓고 펼치는 오페라 축제다. 올해는 21일까지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안드레아 셰니에’를 무대에 올린다. (www.bregenzerfestspiele.com)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은 11일부터 9월 18일까지 ‘밤’을 주제로 열린다. 예술감독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말러 교향곡 10번을 연주하고, 사이먼 래틀은 베를린필하모닉과 함께 말러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폐막공연에는 베이스 연광철이 솔리스트로 출연한다. (www.lucernefestival.ch) 프랑스 남부의 라로크 당테롱 페스티벌은 1981년 창설된 피아노 전문 페스티벌. 실내악을 중심으로 한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과 함께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제다. (www.festival-piano.com) 이 밖에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고(古)음악페스티벌, 핀란드의 쿠모 실내악페스티벌, 영국 런던의 프롬스 등 각자 특색을 살린 음악축제들도 찾아가 볼 만하다. 바이로이트=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정부가 위암 장지연(1864∼1921·사진)의 독립유공자 서훈을 취소한 것에 대해 전현직 언론인 400여 명이 반대서명을 했다고 사단법인 장지연기념회가 28일 밝혔다. 서명 언론인들은 취지문에서 “1905년 을사조약 당시 장 선생이 쓴 논설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은 식민지하 우리 언론의 불씨로 되살아나 민족항일언론의 큰 물줄기를 이루었으며, 광복 후 반독재 민주화를 지향한 한국 언론의 원천이요 언론인들의 자존심”이라고 밝혔다. 또 “올 4월 국가보훈처가 서훈을 취소하고 다음 달 국무회의가 이를 추인한 것은 사리에 맞지 않은 몰역사적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영국 석유회사 BP가 미국 멕시코 만 원유유출 사고가 터진 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유출 차단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켄트 웰스 BP 선임부사장은 이날 새로 장착한 차단돔을 시험 가동하자 오후 2시 25분경 유정에서 나오는 기름이 더는 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는 시추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 폭발사고가 난 4월 20일 이후 86일 만이다. 그동안 멕시코 만에는 9350만∼1억8430만 갤런의 원유가 유출된 것으로 미 방제당국은 추산했다. BP의 더그 서틀스 최고운영책임자는 “시험 가동 결과인 만큼 섣불리 결론을 지을 수는 없다”고 전제한 뒤 “6시간 단위로 시험 가동 데이터를 미 정부 관리와 함께 분석해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BP는 유정 압력 측정 결과 차단돔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차단돔 밸브를 개방해 유정에서 나오는 기름을 해상에 대기 중인 선박 2척을 통해 전량 회수하는 작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그러나 차단돔이 정상 작동한다 해도 사고가 발생한 유정에서 기름이 유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다음 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감압유정 설치가 완료돼야 할 것으로 알려졌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올해 6월 지구촌 평균기온이 기상 관측자료가 남아 있는 최근 131년 중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볕더위로 지구촌 곳곳에서는 농작물이 타들어가고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 지구촌 폭염 피해 속출 이달 초 미국 뉴욕에서 중국 베이징까지 불어닥쳤던 섭씨 40도 가까운 폭염은 러시아 우랄 산맥 일대까지 확장됐다. 7, 8월 평균기온이 20도에 불과한 러시아 모스크바에서는 연일 35도를 넘는 폭염으로 시내 공원엔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는 여성들로 넘쳐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숨 막히는 더위를 피해 물놀이를 즐기다 1000명 이상이 익사했다고 CNN이 전했다. 바딤 세르요긴 러시아 비상대책부 소방과장은 14일 “7월 5∼12일에 223명이 물에 빠져 숨졌으며, 13일 하루에도 49명이 익사했다”며 “익사자들은 보드카 등 술을 마시고 물에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15일 미국 시카고 중앙역 부근 버스정류장에서는 40도 가까운 폭염에 150여 명의 시민이 열사병으로 쓰러져 응급치료를 받았다. 독일에서는 바깥 온도가 이례적으로 40도까지 오른 가운데 국영철도회사 도이체반이 운영하는 열차의 냉방장치 고장으로 실내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가 승객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을 벌였다. 폭염은 농작물에도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1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1000만 ha의 농작물이 피해를 봤으며, 산불로 2만6000ha가 불에 탔다. 미국에서는 중서부 지역의 폭염으로 수확량 감소가 예상되는 옥수수와 콩 가격이 폭등했다. 영국 기상청 대변인은 “영국 서북쪽 저기압과 지중해 고기압의 상호작용 때문에 고온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더운 아프리카의 공기가 유럽으로 넘어와 중부와 동부 유럽 기온이 5∼10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가장 더웠던 지구촌 6월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6월 지구촌 육지와 해양 표면의 평균온도는 16.2도로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래 가장 더웠다. 올해 6월의 기온은 20세기 이후 나타난 평균 15.5도보다 0.68도가 더 높았다. 또 미국 국립 눈·얼음자료센터(NSIDC)에 따르면 올해 6월 북극해 얼음의 평균면적은 1087만 km²로 위성 관측자료가 있는 1979년 이래 연중 같은 기간 중 가장 작았다. 6월 북극해 얼음은 하루에 8만8000km²꼴로 줄어들었다. 이는 오스트리아(8만2444km²)보다 큰 면적의 얼음이 단 하루 만에 녹아 사라지는 일이 한 달간 계속됐음을 뜻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랑스 경찰이 12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불법 대선자금을 제공한 의혹을 받고 있는 화장품 회사 로레알의 대주주 릴리안 베탕쿠르 씨(87)의 자택과 사무실 등 7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경찰은 파리 근교 뇌이쉬르센에 있는 베탕쿠르 씨의 호화 주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으며, 베탕쿠르 씨의 딸이 고령의 어머니를 이용해 수백만 달러를 벌었다고 고소한 사진작가 프랑수아마리 바니에 씨의 파리 아파트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불법 선거자금 수수 의혹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공영 채널인 ‘프랑스2’ TV의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그는 “프랑스는 불법 정치자금이 오가는 부패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면서 “만약 내가 돈을 버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나라에 봉사하는 정치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선택했을 것”이라며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시점에 스캔들이 불거진 점을 들어 “정권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중상모략”이라고 비판했다. 또 2007년 대선 당시 베탕쿠르 씨 측으로부터 15만 유로(약 2억3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현금으로 수수한 당사자로 지목된 에리크 뵈르트 노동장관에 대해서는 “모든 혐의가 풀린 그를 낙마시킬 이유가 없다”면서 변함없는 신임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그가 주무장관으로 추진 중인 연금개혁을 중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 그러나 대통령의 신임과는 상관없이 여론조사기관 LH2 조사 결과 뵈르트 장관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28%에 불과했다. 마르틴 오브리 사회당수는 이날 사르코지 대통령의 TV 연설에 대해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여기에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13일 “대통령 부인 카를라 브루니 여사의 자선단체도 베탕쿠르 씨에게서 거액의 자금을 기부받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사르코지 정부는 현재 노동계와 야당 측의 거센 반발 속에서 재정난에 직면한 연금 시스템을 구제하기 위해 퇴직 정년을 현재 60세에서 62세로 높이는 연금개혁안을 13일 각료회의에서 의결한 뒤 9월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천안함 사건에 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의장성명 채택은 북한의 책임을 묻는 과정이 마무리되고 다음 과정을 준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앞으로는 한국과 미국 등 각국이 북한을 상대로 한 각종 제재를 확대 강화하는 조치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을 간접 규탄한 의장성명의 의미는?안보리 의장성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정부가 모든 외교력을 집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명시하지 못한 데다 지난달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의 북한 비난 성명보다 후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문구 하나하나가 국제정치적 협상의 산물일 수밖에 없는 안보리 협의 과정을 고려하면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한국 정부가 의장성명 채택 과정에서 목표로 삼았던 것은 △북한의 공격 책임을 명시적으로 거명하고 △이를 규탄(condemn)하며 △향후 유사사건의 재발 방지를 명시하는 것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책임을 직접 거명하지는 못했지만 성명의 전체적인 내용으로 볼 때 이런 메시지를 모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의장성명은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개탄하고(2항), 북한의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린 한국의 조사 결과에 깊은 우려(deep concern)를 표명하며(5항),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7항)’는 표현을 통해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책임자에 대한 조치(4항)와 한국에 대한 공격이나 적대행위 방지(8항) 등 북한에 대한 요구사항도 우회적으로 반영됐다.하지만 중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북한의 반응에 유의한다’는 대목(6항)은 대북 규탄의 선명성을 흐리게 만들었다.중국은 협상 초기부터 ‘북한이 과잉 대응할 빌미를 주면 안 된다’는 논리로 북한을 직접 거명해 규탄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중국은 공격(attack)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에는 동의하면서도 구체적 문안 협상에서는 이를 행위(act) 또는 사건(incident)으로 바꾸자고 주장해 밀고 당기기를 계속해야 했다. 중국은 또 한국의 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 대신 ‘유의한다(take note)’는 표현으로 물 타기를 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절반의 성공’北에 간접적 경고 메시지 전달아쉬움 남지만 소기목적은 달성향후 조치 어떻게 되나‘先천안함 後6자’ 기조 반영자금차단 등 대북제재 강화할 듯北 어떤 반응 보일까재발 방지 약속땐 ‘대화’열려계속 부인하며 추가도발 할수도○ 안보리 이후 대화 또는 제재의 갈림길이달 중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서해 한미 연합훈련과 21일 열리는 한미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의)는 안보리 이후 한미동맹 차원의 대북 제재 등 대응 조치를 논의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미국과 일본은 이미 북한의 은행을 통해 움직이는 자금 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법적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북한이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에 반발해 한반도에서 긴장을 유발시킬 추가 도발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7일에도 “정의의 결사대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총의가 결집된 의장성명 이후 북한의 추가 도발은 스스로에도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섣불리 도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결국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 이후 북한이 천안함 공격을 시인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함으로써 긴장 상태에서 탈출할 출구를 찾을지, 아니면 계속 대결구도를 이어갈지는 전적으로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천안함 사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전문외교통상부 번역[1] 안보리는 2010년 6월 4일자 대한민국 주유엔 대사 명의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81) 및 2010년 8월 8일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유엔 대사 명의의 안보리 의장 앞 서한(S/2010/294)에 유의(note)한다.[2] 안보리는 2010년 3월 26일 한국 해군 함정 천안함의 침몰과 이에 따른 비극적인 46명의 인명 손실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개탄(deplore)한다.[3] 안보리는 이러한 사건(incident)이 역내 및 역외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라고 규정한다.[4] 안보리는 인명의 손실과 부상을 개탄(deplore)하며, 희생자와 유족 그리고 한국 국민과 정부에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명하고, 유엔 헌장 및 여타 모든 국제법 관련 규정에 따라 이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이번 사건 책임자(those responsible for the incident)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5]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주도하에 5개국이 참여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에 비춰(in view of) 깊은 우려를 표명(express the Security Council's deep concern)한다.[6]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 유의한다.[7] 이에 따라(therefore)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attack)을 규탄(condemn)한다.[8] 안보리는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러한 공격이나 적대 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underscore)한다.[9] 안보리는 한국이 자제를 발휘한 것을 환영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stress)한다.[10] 안보리는 한국 정전협정의 완전한 준수를 촉구하고, 분쟁을 회피하고 상황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절한 경로를 통해 직접 대화와 협상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하기 위해 평화적 수단으로 한반도의 현안들을 해결할 것을 권장한다.[11] 안보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이 유엔 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재확인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천안함 침몰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달 4일 천안함 사건이 안보리에 회부된 지 35일 만이다.성명에는 명시적으로 북한을 공격 주체로 표시하는 표현이나 문구는 포함되지 않았다.유엔 안보리는 9일(현지 시간) 오전 전체회의를 열어 미국 중국 등 안보리 주요국이 합의한 의장성명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이에 앞서 안보리 이사국들은 8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P5(5개 상임이사국)+2(한국 일본)’ 간에 합의된 초안을 회람했다. 15개 이사국들은 본국에 보고절차를 거친 뒤 이날 오전 성명을 정식 채택했다.11개항으로 된 A4 용지 한 쪽짜리 의장성명은 천안함이 공격(attack)받았다는 점을 적시하면서 이 같은 행위를 규탄(condemn)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한국에 대한 추가 공격이나 적대행위 등 재발방지의 중요성도 강조했다.성명에는 “안보리는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한국)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비추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5항)며 “결론적으로 안보리는 천안함 침몰을 초래한 공격을 규탄한다”(7항)로 돼 있다.성명은 또 “이번 사건 책임자에 대해 적절하고 평화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4항)며 “앞으로 한국에 대해 또는 역내에서 이런 공격이나 적대행위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다”(8항)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보리는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북한의 반응, 그리고 여타 관련 국가들의 반응에도 유의한다”(6항)며 북한 측 주장도 언급하고 있다.외교통상부 김영선 대변인은 9일 성명을 내고 “안보리가 북한의 천안함 공격을 규탄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환영한다”며 “북한은 안보리 의장성명의 정신을 존중해 천안함 도발에 관해 분명하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보리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정하게 판단하는 데 실패했다”고 비난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미국의 인기 스릴러 작가 제임스 패터슨 씨가 세계 최초로 전자책(e북)을 100만 권 이상 판매한 밀리언셀러 작가가 됐다. 그의 작품을 출판한 아셰트북그룹은 7일 심리학자가 주인공인 ‘알렉스 크로스 시리즈’ 등 패터슨의 작품이 e북 형태로 114만 권 팔렸다고 밝혔다. 패터슨 씨의 작품은 인쇄된 책으로도 세계에서 2억500만 권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데이비드 영 아셰트북그룹 대표는 “e북에서도 밀리언셀러 작가가 탄생한 것은 디지털 출판계의 획기적인 사건”이라며 “패터슨의 상상력이 기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책의 진화과정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패터슨 씨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공간에서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며 “갈수록 많은 독자가 전자책 단말기인 아이패드 킨들 누크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평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도 e북에 관심을 갖고 독서를 하게 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인이 사용하는 킨들 아이패드 등 e북 단말기(컴퓨터 제외)는 280만 대로 추산된다. e북을 구입한 주요 고객은 35∼54세의 중장년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토니 아스타리타 반스앤드노블스 디지털사업부장은 “e북의 가격이 더 낮아진다면 젊은층에도 대중적인 인기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출판인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e북 판매량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1억6950만 달러였다. 반면 인쇄된 책의 판매량은 1.8% 감소했다. 올해에도 4월 말에 벌써 e북 판매량이 1억 달러를 넘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지역 일간지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e북의 판매량은 전체 출판시장에서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엄청난 증가 속도는 출판시장에 새로운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는 걸 보여준다”고 보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유럽의 재정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재정 전망도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지난달 30일 올해 미국 공공부채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고치인 국내총생산(GDP)의 6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시작됐던 2008년 40%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초당적 기구인 CBO의 더글러스 앨먼도프 국장은 이날 의회 재정적자 대책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급증하는 재정적자 규모를 줄이지 못하면 미국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반전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예산국에 따르면 2035년 미국의 공공부채는 GDP의 80%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연방정부는 국채 이자로 GDP의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하고 있으나 2035년에는 국채 이자부담이 GDP의 4%로 늘어난다. 이는 연방정부의 재정수입 가운데 3분의 1을 국채 이자로 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앨먼도프 국장은 이러한 시나리오는 ‘장밋빛 전망’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올해 말 만료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이 연장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중산층 세제혜택 정책이 지속되며 △건강보험개혁 관련 정부지출이 증가할 경우 재정적자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 경우 2035년 미국의 공공부채는 185%까지 치솟으며 국채 이자지급액은 GDP의 9%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앨먼도프 국장은 공공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과도한 재정지출을 지목했다. 2020년 재정지출 규모가 GDP의 26%, 2035년이면 35%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경기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각종 부양책으로 정부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재정적자 때문에 추가 부양책이 중단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위스콘신 주 라신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다”며 “향후 몇 년간 점진적 방식을 통해 재정적자를 축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푸른색 바다와 흰색 집…. 영화 ‘맘마미아’의 배경으로 등장했던 그리스의 그림 같은 섬들이 팔린다. 그리스가 막대한 국가채무를 갚기 위해 6000여 개에 이르는 섬의 일부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 전했다. 눈길을 끄는 곳은 ‘에게 해의 진주’로 불리는 미코노스 섬. 그리스 정부는 섬의 국유지 가운데 약 3분의 1을 매물로 내놓고, 이 지역에 고급관광단지를 조성할 매수인을 찾고 있다. 로도스 섬은 중국과 러시아의 투자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자국의 막대한 인구가 찾을 수 있는 지중해 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부호 로만 아브라모비치 씨도 이 섬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의 대변인은 로도스 섬 투자설에 대해 부인했다. 중개 웹사이트에는 이오니아 해에 있는 나프시카 섬이 1500만 유로에 올라와 있다. 다른 섬들의 가격은 대부분 200만 유로(약 29억 원) 미만이다. 가디언은 “런던의 메이페어나 첼시 지역의 타운하우스보다 싼 가격에 섬을 살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스의 이런 조치는 지난달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신세로 전락한 후 나온 것이다. 섬을 관리하는 마키스 페르디카리스 그리스 도서부동산국장은 “국민의 소유인 섬을 휴양지로 팔아야 한다는 게 슬프다”면서도 “경제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위한 외국인 투자 유치가 우선이다”고 말했다. 그리스 구제금융에 반대했던 독일의 정치인들은 3월 “그리스는 섬과 유적, 예술품을 팔아서라도 빚을 갚아라”라고 요구해 그리스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가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사진)이 23일 독일의 재정긴축 정책이 유로화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소로스 회장은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에서 열린 강연에서 “독일의 재정긴축 정책이 유로화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으며 유럽연합의 다른 회원국들을 디플레이션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이 긴축정책을 고수한다면 차라리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게 다른 나라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에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7일 “군 구조조정, 은행세 및 항공세 신설, 에너지산업에 대한 세금 폐지 등을 통해 향후 4년간 800억 유로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며 내핍안을 밝힌 바 있다. 소로스 회장은 “독일은 유로존 내에서 가장 신용도가 높은 강대국으로 유럽의 경제정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라며 “모든 회원국이 독일의 긴축정책을 따라한다면 유럽은 디플레이션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민족주의,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독일은 왜 자국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용인하지 않는가”라며 “유로존 국가의 구매력이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독일의 긴축재정과 임금통제는 다른 회원국들의 경쟁력 회복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일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른다”며 “독일이 원하는 건 경쟁력 유지와 다른 유로존 국가를 위한 비상금 주머니가 되는 걸 피하려는 것뿐”이라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소로스 회장은 “유로화는 태생적으로 결격”이라며 “정치동맹 없이 단순한 통화동맹으로 출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화의 붕괴를 막으려면 향후 유로화 구조 강화에 나서야 할 것”이라며 “그것도 독일의 리더십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재불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64·사진) 등 3명이 18일 제11회 한불문화상을 수상했다. 한불문화상은 프랑스에서 한국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예술인에게 수여되는 상. 올해 수상자는 백 씨와 함께 프랑스 출판사 필립 피키에, 프랑스 기메 박물관·도서관의 수석학예사인 프랑시스 마쿠앵 씨 등이 선정됐다. 백 씨는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1994년부터 프랑스의 디나르 국제음악축제 음악감독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해 디나르 음악축제 20주년 기념연주회, 파리 오케스트라 및 몬테카를로 필하모닉과의 협연연주 등 왕성한 활동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