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재

장원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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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입사해 사회부 경제부 정치부 등을 거쳤습니다.

취재분야

2025-11-15~2025-12-15
칼럼100%
  • [퇴근길 국제]日정부,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놀랄 일 아니다”…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5일 “북-미 정상회담이 실시되지 않게 된 건 유감이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중요한 것은 핵·미사일 문제와 납치문제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는 기회가 되는 정상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또 귀국하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끊임없이 의심해 왔던 일본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놀랄 일이 아니다”며 예상했다는 반응이었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은 25일 방문 중인 멕시코에서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정세를 보고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유지하는 것이 문제 해결로 이어질 것”이라며 ‘최대한의 압력’ 유지 방침을 되풀이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은 북한과 중국에 압력을 가할 것이고 미일 관계는 한층 더 긴밀해질 가능성이 있다. 회담 취소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게 좋은 소식일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북-미 간 중개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외교적으로 큰 타격”이라고 전했다. 도쿄신문도 “문 대통령의 체면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했다. 유럽 정상들은 대화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의 결정이 한반도 비핵화로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작은 문제이기를 바란다”며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과정은 이미 시작됐고 비핵화 목표를 위한 과정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총리실 대변인을 통해 “북-미 회담이 계획대로 이뤄지지 못한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가져올 합의를 바란다”고 말했다.북-미 회담 취소되기 까지●북한 담화△5월 1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며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려하겠다고 발표△5월 24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북-미 정상회담 재고 최고지도부에 건의하겠다” 담화 발표△5월 24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상회담 취소 발표●다롄 회동△5월 7~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차 중국 방문.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회동.△5월 1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 주석이 김정은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중국 배후설 제기△5월 22일/ 트럼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두 번째 중국을 방문 이후 북한 태도에 변화가 있었다”며 재차 중국 배후설 제기●비핵화 조건△5월 8일/ 김정은, 시 주석과 회동 후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통해 궁극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바란다”고 발표△5월 13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북 핵무기 미국 테네시로 가져갈 것, 대량살상무기와 핵능력 폐기” 등 ‘리비아식 핵 폐기’ 공식화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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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동주도 동문… 한국 학생 더 많이 왔으면” 日명문사학 릿쿄대 곽양춘 총장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22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도시마(豊島)구 릿쿄대 총장 접견실에서 만난 곽양춘 총장(59)이 유창한 한국어로 인사하며 손을 내밀었다. 재일동포 2세인 그는 올 4월 한국계 최초로 일본 주요 대학 총장이 됐다. 임기는 4년. 그는 “도쿄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어는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웃었다. 미국 선교사가 1874년에 세운 릿쿄대는 일본에서 게이오대, 와세다대의 뒤를 잇는 사학 명문으로 꼽힌다. 곽 총장은 이 대학의 전후 최초 외국인 총장이다. 그는 “‘길은 전하되 자신에 대해선 알리지 말라’는 학교 이념에 따라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지 않다 보니 한국에선 지명도가 낮을지 모르지만 일본 내에선 오랜 전통과 역사로 인정받는 대학”이라며 “자유로운 학풍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릿쿄대는 일제강점기 시인 윤동주가 유학했던 학교다. 2008년부터 매년 2월 시인의 기일에 맞춰 채플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다. 올해 추모 행사에 참석해 시 ‘또 다른 고향’을 직접 낭독한 곽 총장은 “한일 양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시인이 다녔다는 건 우리의 명예이자 영광”이라며 “릿쿄대 원고용지에 적은 시도 남아 있어 몇 년 전 학내 전시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인에 대한 경외의 뜻으로 윤동주 장학금을 만들어 매년 한국 유학생 10명에게 연간 60만 엔(약 590만 원)씩을 주고 있다”고도 했다. 곽 총장은 한국 등 아시아 경제에 정통한 경제학자다. 그는 “최근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서 글로벌 인재를 원하는 일본 기업이 많아졌다”며 “한국 학생들이 미국만 고집하지 말고 일본에, 그리고 릿쿄에 더 많이 왔으면 좋겠다. 능력을 충분히 평가받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릿쿄에는 지난해 10월 학부 기준으로 183명의 한국 유학생이 있다. 곽 총장은 “한국의 청년실업 문제를 접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직접 가르친 경험으로 보면 한국 유학생은 다들 성실하고 우수했다”고 말했다. 국제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그는 “한국의 10개 대학과 제휴 중인데 앞으로 더 늘리고 싶다. 현재 전 세계 180개인 제휴 대학을 300개로 확대하고 860명인 유학생을 2024년까지 2000명으로 늘릴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학부마다 영어 수업만으로 졸업할 수 있는 과정을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 통일운동을 했던 고 곽동의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 의장의 장남이다. 최근 한반도 화해 분위기에 대해 “(북한이 핵실험을 할 때마다) 재일동포들이 힘들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구성된 것 같은 일들이 많아져 한반도 긴장이 완화되고 평화로 이어지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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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나가사키 “바닷속 베팅”… 세계 첫 ‘해저 카지노’ 추진

    일본에서 세계 최초의 ‘해저 카지노’를 짓는 방안이 추진된다. 21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나가사키(長崎)현은 사세보(佐世保)시 해안에 해저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세우는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한국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와 함께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에는 수백억 엔(수천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몰디브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에서 해저 레스토랑과 해저 객실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해저 카지노 건설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우스텐보스와 인접한 오무라(大村)만에 대형 강화유리를 이용한 특수 구조물을 만들어 헤엄치는 물고기 등의 모습을 보면서 카지노(개념도)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전후 처음으로 카지노를 허용하는 법안을 2016년 12월 통과시켰다. 다음 달까지 구체적인 실시 계획을 담은 법안을 처리해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 이후 3개의 카지노를 연다는 방침이다. 나가사키현 외에도 오사카(大阪)부, 와카야마(和歌山)현, 홋카이도(北海道) 등이 카지노 유치전에 뛰어든 상태다.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연간 3000억 엔(약 2조9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오사카는 유치를 추진 중인 2025년 엑스포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와카야마는 인공섬 와카야마 마리나시티에 유치를 추진하면서 일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도박 중독 대책을 독자적으로 마련하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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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산악인 구리키, 에베레스트 하산 도중 사망

    동상으로 손가락 9개를 잃고도 ‘7대륙 최고봉 무산소 단독 등정’을 향해 등반을 멈추지 않았던 일본 산악인 구리키 노부카즈(栗城史多·36) 씨가 에베레스트에서 하산하던 도중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고 소속 사무소가 21일 밝혔다. 홋카이도(北海道) 출신 구리키 씨는 162cm의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2004년 북미 알래스카 매킨리(6194m)를 시작으로 남극 빈슨매시프(4892m) 등 6대륙 최고봉을 무산소 단독 등정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에베레스트(8848m)에서는 매번 고배를 들이켰다. 2012년 에베레스트 등정에 4번째 도전했을 때는 심한 동상을 입어 오른손 엄지를 제외한 9개 손가락을 모두 잘라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이어갔다. 이번이 에베레스트 8번째 도전이었다. ‘모험의 공유’를 내세우며 등정 순간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한 것으로도 유명한 그는 21일 오전 블로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7400m 지점에서 하산하게 됐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후 연락이 두절됐고 수색을 통해 시신이 발견됐다. 구리키 씨는 스스로 “산악인이 되기 전에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였다”고 밝혔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무작정 도쿄(東京)에 왔다가 적응하지 못 하고 홋카이도로 돌아가 입학한 대학 산악부에서 등산의 매력에 빠졌다. 일본에서 ‘등산하는 니트족(교육을 받지 않고 취업 의지도 없는 청년무직자)’으로 널리 알려진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나의 꿈은 에베레스트 무산소 단독 등정 현장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것이다. 그저 산을 오르는 게 아니라 모험을 공유해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귀중함’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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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역대 정권들도 외교업적 남기려 북핵해결 시도”

    이날 심포지엄에는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안보 전략에 관여했던 미국 전문가들도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의 역대 정권이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외교 레거시(업적)를 남기기 위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하거나 검토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07∼2009년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마크 파이플리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부르고 김정일을 폭군이라고 했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임기 말기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를 북한에 보냈고 ‘위원장님’으로 시작하는 친서를 보내 관계 정상화를 모색했지만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했던 밥 젠슨 전 NSC 부보도관은 “오바마 전 대통령은 상원의원 시절 조건 없이 북한 지도자와 만나겠다고 했지만 취임 후엔 북한이 진지하게 대화에 나설 때만 대화를 하겠다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폈다”고 밝혔다. 그는 “전략적 인내 정책은 결국 무시해 버리는 식이 됐다. 오바마 전 대통령도 임기 말에 레거시를 남기고 싶었지만 북한을 상대하기 어려워 이란에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이란 핵 합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파이플리 전 부보좌관은 다음 달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개인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성공의 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젠슨 전 부보도관은 “비핵화를 1, 2년 만에 이룰 수는 없지만 지역 간 대화의 기회가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대화를 통해 미중이 협력하면서 새로운 냉전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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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 정상회담, 외형상 성공할 것… 비핵화는 갈 길 멀어”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외형상 성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과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CICIR) 그리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 주최한 제16회 한중일 심포지엄이 ‘긴장과 대화―동아시아의 향방’을 주제로 18일 도쿄대에서 개최됐다. 올해에는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가안보에 관여한 전직 관료 2명이 참가해 한미일중 4개국 지식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참석자들은 지금이 한반도의 정치 및 안보환경의 대전환기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낙관론이 많았으나 완전한 비핵화 전망에 대해서는 회의적 견해가 다수였다. 참석자들은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를 각국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각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북-미 정상회담 성공할까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고려대 교수)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것만으로 절반의 성공이지만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마음이 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성공 여부는 당일 선언이 아니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에 돌아가서 실제로 그것을 대내적으로 공표하는 작업을 거치는지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3개월 동안 핵무기 핵물질 최초 신고서를 어떻게 내는지는 바로미터(지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톈충(劉天聰) CICIR 한반도연구실 부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은 열리면 성공이고 개최 못하면 실패”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보는 이유에 대해선 “대화 과정에서 성과가 없다면 정상회담이 개최되지 않을 것”이라며 “열린다면 외부에서 보는 한 성공하는 회담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미국 모두 국내적으로 ‘성공’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기미야 다다시(木宮正史) 도쿄대 교수는 “북한이 핵을 희생해서라도 얻으려는 것은 북-미 국교 정상화 프로세스가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은 미국과 중국의 문제다. 미중이 휴전하고 대응해야 할 문제이고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그 밥상을 차려줄지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에서 분단된 곳은 한반도가 유일하다. 통일이 안 되면 동아시아 평화도 어렵다. 이 과정은 국제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독일 통일도 국제 협력 없이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 비핵화에는 비관적 신중론 현 전 장관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신중론’을 강조했다. 우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자체가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또 보상 조건(미국은 선비핵화 후보상, 북한은 단계적 동시적 조치), 북한과 미국의 국내 변수, 주변국 변수를 들며 낙관론에 빠져 봐야 할 것을 보지 않는 실수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부연구원은 북핵 해결방안에 대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전략목표, 행동 대 행동의 원칙, 다자간 대화 분위기가 필요하다”며 “모든 국가가 같은 방향으로 한반도를 정치 대화의 궤도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크 파이플리 전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고전적 외교 즉, 사전에 충분히 협상하고 준비하는 외교는 모른다”며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은 극장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하시 료(佐橋亮) 가나가와대 교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 아직 주변국과 전략목표 조율이 안 된 채 북한과 미국이 딜을 계속하는 상황”이라며 지나치게 빠른 속도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주변국 협력, 특히 중국의 역할 중요 김한권 한국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의 정의와 조건, 이행 검증에 많은 이견들이 나타나는 이유는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정략적 정책구도하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라며 “한반도 비핵화가 온전히 진행되려면 유엔 등 공식기구와 국제여론 안에서 다뤄질 수 있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판샤오쥐(樊小菊) CICIR 일본연구소 소장 대행은 역사문제가 안전보장에도 영향을 준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확실하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지금까지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를 했지만 이후 핵 해결 뒤 한반도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깊이 논의하지 않은 것 같다. 앞으로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코다 데쓰야(箱田哲也)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한반도를 오래 연구해온 연구자일수록 북한의 핵 포기에 대한 진정성이 높다고 보는 사람이 늘었다”며 “북한을 대화의 틀에 계속 묶어두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후루야 고이치(古谷浩一) 아사히신문 논설위원은 “북핵 해결에서 한중일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도쿄=서영아 sya@donga.com / 장원재 특파원}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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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젊은 지원자 반토막… 日, 경찰채용때 키-몸무게 안본다

    일본에서 급격한 인구 감소로 경찰관 지원자가 줄자 경찰관 채용 때 키, 몸무게 자격 기준을 없애는 움직임이 지방자치단체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20일 전했다. 일본은 자치경찰제를 택해 경찰관을 지자체가 직접 뽑는다. 신문에 따르면 그동안은 ‘범인을 제압하고 체포해야 하는 직무의 특수성’을 들어 남성은 키 160cm 이상, 여성은 150cm 이상이어야 경찰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몸무게 기준은 남성 47kg 이상, 여성 43kg 이상이어야 했다. 하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2002년 18만 명이 넘던 경찰 채용시험 응시자 수가 2015년 약 9만3000으로 절반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경쟁률도 12 대 1에서 6.1 대 1로 떨어졌다. 이런 사정 때문에 2008년 나가노(長野)현을 시작으로 ‘열정만 있으면 된다’며 키, 몸무게 기준을 폐지하는 곳이 생겨났다. 지난해까지 광역지자체 15곳에서 키, 몸무게 기준을 없앴다. 올해도 12곳에서 키, 몸무게 자격 기준을 폐지한다. 일본 광역지자체가 모두 47곳이니 절반이 넘는 곳에서 ‘키, 몸무게’ 기준을 없애는 것이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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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베 “입조심” 당부한 다음날 또… 아소, “北비행기 추락하면…” 김정은 전용기 비아냥

    최근 거듭된 실언과 막말로 물의를 일으킨 아소 다로(麻生太郞·78·사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이번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인 싱가포르로 타고 갈 전용기의 ‘추락’ 가능성을 입에 올렸다. 아소 부총리는 16일 도쿄(東京)에서 열린 강연에서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 볼품없는 (북한) 비행기가 무사히 싱가포르까지 날아갈 것을 기대하지만, 도중에 추락한다면 (시시해서) 말할 거리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이 배제된 채 진행되는 북-미 대화 진전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북-미 정상회담의 진전을 평가하는 중에 나온 발언이지만 경솔하다는 비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소 부총리의 발언이 정권을 더 궁지로 몰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 15일 각의(국무회의) 후 따로 만나 “서로 발언에 주의하자”며 입조심을 당부했지만 하루 만에 또다시 말실수가 나왔다.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관방 부장관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야노 고지(矢野康治) 재무성 관방장을 통해 아소 부총리에게 ‘발언에 주의해 달라’고 전달했으며 ‘제대로 전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김정은 전용기 추락이 거론된 같은 강연에서 다른 막말도 쏟아졌다. 아소 부총리는 2012년 아베 총리를 지지한 배경을 두고 “어두운 녀석을 선택할지,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녀석을 선택할지 (하다가) 그렇다면 속이 나쁜 녀석을 고르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포스트 아베’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61) 전 자민당 간사장을 ‘어두운 녀석’, 아베노믹스를 진두지휘하는 이시하라 노부테루(石原伸晃·59) 경제재생담당상을 ‘그다지 머리가 좋지 않은 녀석’으로 지칭한 것이다. 아베 총리에 대해 ‘속이 나쁘다’고 말한 것은 아베 총리가 1차 임기 때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되면서 1년 남짓 재임하고 물러난 것을 가리킨 것이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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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포커스]자전거 발전기-태양광… 日, 전력망서 독립 ‘오프그리드’ 확산

    지난달 23일 일본 도쿄(東京) 구니타치(國立)시. 평범한 주택가의 공동주택 계단을 올라가니 3층에 전선이 끊긴 계량기가 눈에 들어왔다. 벨을 눌렀지만 응답이 없었다. 문을 두드리니 후지이 지카코(藤井智佳子·58) 씨가 나왔다. 그는 웃으면서 “전기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인종을 작동시키지 않는다”며 기자를 안으로 안내했다. 안은 어두컴컴했다. 염색 직물 일을 하는 후지이 씨는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직후 다른 일본인들과 함께 TV, 에어컨, 전기밥솥 등 가전제품 사용을 하나씩 중단하거나 절전형으로 교체했다. 전기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였다. 월 전기요금이 1000엔(약 9800원) 밑으로 떨어졌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태양광 발전을 이용하면 전기를 자급자족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2012년 9월부터 전기망에서 독립한 오프그리드(Off-Grid) 생활을 시작했다. 후지이 씨는 “전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살 수 있다는 놀라움과 감동 덕분에 5년 반째 오프그리드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했다.○ 직접 제작한 절전 아이템 ‘비밀병기’ 막판까지 고민했던 것은 냉장고였다. 때마침 아들은 대학 기숙사에 들어갔고, 남편은 지방 발령을 받았다. 후지이 씨는 “일단 시범 삼아 전원을 뽑고 버티기로 했다”고 돌이켰다. 식생활은 야채 중심으로 바꾸고 슈퍼에 가서도 하루 이틀 먹을 재료만 구입했다. 우유는 두유로 바꿨다. 그렇게 냉장고 없이 사계절을 난 뒤 후지이 씨는 도쿄전력 기사를 불러 계량기 전선을 끊었다. 초반에는 고비도 있었다. 그는 “전기를 끊자마자 날이 흐려 조명도 못 켜고 밥도 못 해먹었다. 후회막심이었는데 사흘 지나니 적응이 됐다”며 웃었다. 베란다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 패널은 처음엔 1개였지만 지금은 4개로 늘었다. 집에 있는 가전제품은 노트북 컴퓨터, 프린터, 선풍기, 탈수기, 미싱, 청소기 정도다. 태양광 설비를 직접 다루려고 전기 기술자 자격증도 땄다. 후지이 씨는 “날만 좋으면 전기가 남는다”고 했다. 장마철에는 어떨까. 그는 거실에 있는 자전거 발전기를 가리키며 “10분가량 달리면 탈수기를 돌릴 정도의 전력이 생기고 좋은 운동도 된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날이 좋으면 직접 만든 태양열 조리기를 베란다에 내놓고 야채 요리를 하거나 밥, 빵을 만든다. 요리 후엔 보온박스에 넣어 온도를 유지한다. 기관지가 약해 제습기를 달고 살았지만 벽에 회반죽을 발라 해결했다. 조명에는 콤팩트디스크(CD)를 붙여 반사도를 높였고, 일 때문에 필요한 다리미는 1950년대까지 사용되던 숯불 다리미를 쓴다. 그는 “생활 근저에 평화로운 에너지가 있다는 게 생활의 즐거움”이라며 “그동안 절약한 전기요금으로 올해 해외여행을 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만의 오프그리드 노하우를 정리한 책도 출판했다. ‘솔라 여자’라는 닉네임으로 블로그를 운영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과 외부 강연도 활발히 전개 중이다.○ 산기슭에서 자급자족 생활 지난달 26일 사이타마(埼玉)현 한노(飯能)시 외곽에서 만난 시모다 와타루(下田亘·59) 씨와 요코(洋子·55) 씨 부부는 산기슭에서 본격적인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 있다. 기술직 공무원이던 시모다 씨는 6년 전 조기퇴직 후 부인과 함께 목조주택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남은 생을 살기로 했다. 그는 “공무원 생활이 답답했고 만원 전철도 힘들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도 터졌고, 아내도 건강이 안 좋았다”고 설명했다. 집을 지을 때는 못을 안 쓰고 나무를 끼워 만드는 전통공법을 활용했다. 햇볕을 잘 받기 위해 남쪽으로 넓은 창을 냈고, 우물을 팠다. 친환경 화장실도 만들었다. 장작으로 욕조에 더운 물을 공급하는 장치를 설치했고, 화덕을 직접 만들어 피자와 쿠키도 구울 수 있게 됐다. 태양광 발전으로 조명을 밝히고 유일한 가전제품인 탈수기도 돌린다. 음식과 난방은 장작으로 해결한다. 부부는 직접 된장과 간장을 담그고 텃밭에서 수확한 야채와 쌀로 식사를 한다. 시모다 씨는 “이사한 후 자연을 가깝게 느끼게 됐다. 그리고 부부 모두 건강이 좋아졌다”고 했다. 일본에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국적인 절전 움직임이 일면서 원전과 대형 전력회사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 여기에 재해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전기망에서 벗어난 생활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비정부기구(NGO) 주최 강의도 열리고, 견학 투어도 활발하다. 전문 시공업체도 있다. 오프그리드를 택한 이들은 주로 태양광 패널로 최소한의 전기를 충당한다. 일본의 태양광 설치 단독주택 수는 2010년 약 75만 채에서 지난해 200만여 채로 증가했다.:: 오프그리드 라이프 ::전기, 가스 등 공공 인프라에서 제공하는 에너지를 쓰지 않고 독립적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활 방식. 냉장고나 에어컨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가전제품을 없애고 태양광 발전 등 자체 발전으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하며 살아가는 경우가 많음. 도쿄·사이타마=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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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야쿠자, 가상통화로 범죄수익 2930억원 세탁

    지난달 중순 늦은 밤, 일본 도쿄(東京) 미나토(港)구의 번화가. 낡은 건물 2층의 바에서 한 중국인 남성이 30대 야쿠자 조직원에게 “별문제 없었다”며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건넸다. 야쿠자 조직원은 컴퓨터에 USB메모리를 꽂고 ‘ZDM’이라는 파일을 열었다. 파일명은 익명성이 높은 가상통화 제트캐시(Zcash), 대시(Dash), 모네로(Monero)의 각 머리글자를 합친 것이다. ‘ZDM’ 파일에 담긴 자료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야쿠자 조직의 돈세탁 장부였다. 장부상 기록은 2016년 6월에 시작됐는데 지난달까지 세탁 자금은 총 298억5000만 엔(약 2930억 원)에 달했다. 보이스피싱과 불법약물 취급 등을 통해 얻은 범죄 수익이 대부분이었다. 같은 시간 야쿠자 조직 내에서 ‘기지’로 불리는 인근 맨션에는 20, 30대 일본인 남녀 8명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실행팀’으로 불리는 엔지니어와 대학생인데 이들은 러시아 가상통화 거래소 요빗(Yobit)에 접속해 일본에서 송금한 가상통화 비트코인 등을 제트캐시, 대시, 모네로로 바꾼 뒤 여러 차례 계좌를 옮기면서 자금 출처의 흔적을 흐리게 만드는 역할을 담당한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이 광경은 마이니치신문이 단독으로 취재해 14일 보도한 내용이다. 지금까지 가상통화를 이용한 돈세탁 의혹은 여러 번 제기됐지만 이처럼 규모가 큰 돈세탁의 세부 정황까지 생생하게 포착된 것은 드문 일이다. 신문에 따르면 이 야쿠자 조직은 ‘금고팀’이라는 하부 조직을 통해 중국인 브로커에게 돈세탁을 의뢰했다. 브로커는 실행팀에 일본 가상통화 거래소에 복수의 계좌를 만들고 현금(엔화)을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으로 바꾸도록 지시했다. 일본은 본인 확인을 거쳐야 계좌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실행팀은 일본인 위주로 구성됐다. 이후 비트코인 등을 러시아 거래소 요빗이나 영국 히트비티시(HitBTC)처럼 본인 확인 절차 없이 계좌를 개설할 수 있는 해외 거래소 5, 6곳으로 분산 송금했다. 또 익명 거래가 가능하고 거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이른바 ‘가상통화 익명 3형제’로 불리는 제트캐시, 대시, 모네로로 교환하고 계좌 간 이동을 수십 번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 현지인을 통해 현금화하고 정상적인 비즈니스 거래로 위장해 일본으로 다시 송금하는 방식이다. 신문은 “사람과 장비는 모두 야쿠자 조직에서 준비한 것”이라며 “폭력단은 일찍부터 가상통화의 익명성에 주목해 왔다”는 중국인 브로커의 말을 전했다. 또 이 같은 기지가 도쿄 여러 곳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상통화를 이용한 돈세탁이 급속히 퍼지는 것은 나라마다 규제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고쳐 계좌 개설 시 거래소의 고객 신원 확인을 의무화했다. 또 익명성이 지나치게 높은 가상통화는 취급하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한국도 1월 말부터 가상통화 실명제를 실시 중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국가에선 여전히 거래소가 신분 확인 없이도 계좌를 만들어 준다. 이렇다 보니 일본에서 해외로 송금한 가상통화는 추적이 어렵다. 이 때문에 일본 금융당국에선 “일본 혼자 대응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신고된 가상통화를 이용한 자금세탁 의심 거래는 669건에 달한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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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장원재]감사합니다, 미사키 선생님

    이 글을 쓰는 지금, 눈앞에는 찻잔 한 쌍이 놓여 있다. 손잡이가 달린 유백색 찻잔과 넓은 받침대. 기품이 느껴지는 실금은 도공이 불(火)과 사투를 벌인 흔적이다. 사실 이 잔으로 차를 마신 건 손에 꼽을 정도다. 꺼내 놓고 보기만 한 적이 더 많았다. 그때마다 한일 간 오랜 애증의 역사를 생각했다. 찻잔 밑에는 심수관(沈壽官)의 낙관이 있다. 심수관은 16세기 말 정유재란 때 포로로 끌려가 가고시마(鹿兒島)에 정착한 도공 심당길의 후손. 400년 넘게 이어온 도예가 집안은 12대 이후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습명(襲名·선대의 이름을 계승)한다. 기자가 몇 년 전 15대 심수관을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일본이 아버지라면 한국은 어머니다. 한일관계가 나쁘면 부부싸움 때 아이의 기분이 된다”고 말했다. 찻잔을 선물한 분은 특파원 부임 전 연수하던 대학에서 기자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미사키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기자가 자전거로 일본을 종단했다는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아, 평소 관심이 있던 한국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장 기자를 보며 사람과 문화를 직접 접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며 여러 번 한국을 여행했고, 한국어도 공부했다. 기자에게 선생님은 일본 문화의 길잡이였다. 미술관과 박물관을 자주 다녔고, 관람 후엔 노포(老鋪·대대로 물려 내려오는 점포)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다도도 선생님의 권유로 반년 이상 같이 배웠다. 육아휴직을 마친 아내가 먼저 한국에 돌아갈 때 선생님은 심수관의 찻잔을 건넸다. ‘한일 우정의 표시로 이보다 어울리는 건 없을 것’이란 간곡한 설명과 함께. 총 4년(연수 1년, 특파원 3년)간의 일본 생활, 울컥할 때도 많았다. 한국을 무시하는 우익 정치인의 망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방주의 외교, 우경화되는 일본 사회…. 무력감도 느꼈다. 한일 간 구조적 갈등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일본 주재 한국 특파원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게 느껴졌다. 그러다 가끔 찻잔을 들여다보면 마음 한구석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포로로 끌려와 차별받으면서도 조선의 기술에 일본의 감각을 덧붙여 세계적 작품을 만들어 낸 도공들. 선생님은 “도공들은 자신의 작품이 열어갈 미래를 믿었을 것”이라며 “한일의 미래를 믿고 좋은 기사를 많이 써 달라”고 했다. 돌아보면 할 수 있는 일도 적지 않았다. 일본인들과 우정을 가꾸고 한일 우호의 씨앗을 뿌리는 것. 찻잔을 볼 때마다 기자가 뿌린 작은 씨앗이 언젠가 아름답게 꽃피울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곤 했다. 임기를 마치는 기자에게 선생님은 조선 맹호도 족자를 건 다실에서 녹차를 대접해 주었다. 다도 선생님과 상의해가며 다구(茶具), 의상, 소품 등을 3개월 동안 준비했다는 얘길 나중에 들었다. 차 한잔의 힘을 실감하며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기자는 답례로 하회탈과 놋그릇을 준비했다. 한국의 흥겨움과 미소, 그리고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을 기억해 달라는 의미였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가끔 찻잔을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일본에서 쌓은 우정을 떠올리고,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위해서다. 특파원 임기를 마무리하는 지금 지면을 통해 다시 작별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미사키 선생님. 앞으로도 한일 간의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 나갑시다.  장원재 도쿄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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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기업 10곳 중 2곳, 정년 ‘65세 이상’으로 늘려

    최근 일손 부족이 심각해진 일본에서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연장한 기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산케이신문은 최근 후생노동성 조사에서 정년을 65세 이상으로 올린 기업이 17.8%에 달해 2005년(6.2%)의 3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13일 보도했다. 신문은 “인재를 확보하고 싶어 하는 기업과 가능한 한 오래 일하고 싶다는 시니어 세대의 의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서비스업이 29.8%로 가장 높았으며 운송·건설, 의료·복지 등도 20%를 넘었다. 자동화가 어렵고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분야이다 보니 일손 확보 차원에서 정년 연장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로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의 운송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80세 정년 제도를 도입해 화제가 됐다. 정년 상한을 없앤 기업도 나타나고 있다. 다이와증권은 “시니어 세대에 대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며 지난해 6월부터 영업직의 정년을 없앴다. 고령·장애·구직자 고용지원기구가 지난해 12월∼올해 1월 65세 이상으로 정년을 연장한 184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년 연장 이유(복수 응답)로는 ‘인력 확보’가 75%로 가장 많았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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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美 비핵화 본격 협상]“희귀본 될 것” 수집가 관심 커진 北 반미우표

    북한이 매년 6·25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을 전후해 발행하는 ‘반미(反美) 우표’에 우표 수집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12일 전했다. 올해 발행될 예정인 우표(사진)는 4종인데 모두 전면에 ‘6.25∼7.27 반미공동투쟁 월간’이라는 문구가 들어 있다. 10원짜리 우표에는 한복을 입은 여성이 미국 국기를 찢는 그림과 ‘미제살인귀들을 천백배로 복수하자’는 문구가 들어 있다. 140원짜리에는 북한 군인이 미 의회의사당을 주먹으로 부수는 그림과 ‘백년숙적에게 멸적의 철추를’이란 글귀가 포함돼 있다. 예년과 다름없이 살벌하다. 최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개최 합의 등의 대화 분위기가 반미 우표에는 전혀 반영돼 있지 않은 셈이다. 북한은 연례적으로 전쟁이 일어난 6월 25일부터 휴전협정이 체결된 7월 27일까지를 ‘반미공동투쟁 월간’으로 정해 기념우표를 발행하고, 평양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왔다. 우표는 중국 업자가 4월 중순 입수한 것인데 이 우표가 북한에서 이미 유통되고 있는지, 시험 제작된 것인지 등은 불분명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 이후 양국 관계가 호전되면 북한 당국에 의해 회수될 가능성도 있다. 또 ‘반미 우표’ 발행 자체가 중단되거나 내용이 크게 바뀔 가능성도 있어 전 세계 우표 수집가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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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혐한 게시판’ 논란에… 日정부 여론수렴 사이트 비공개 전환

    일본 내각부 정부홍보실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운영하던 국정 모니터 사이트가 혐한 세력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통로로 이용되자 결국 사이트를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아사히신문이 8일 보도했다. 국정 모니터는 1962년부터 시행됐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모니터 요원이 의견을 내면 이를 각 부처가 정책 수립에 참고하는 제도다. 2012년부터는 인터넷으로 의견을 받아 공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내각부는 인터넷으로 모니터 요원을 모집하면서 ‘비방·중상이나 차별적 내용은 게시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로 공개된 1만 건 이상의 게시물 중에는 “한국과 단교하고 재일 한국인과 귀화인을 강제 퇴거할 필요가 있다” “태평하게 생활보호비나 받는 재일 한국인을 쫓아내자” 등의 혐한 게시물이 상당수였다. 2015년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과거사를 사죄하며 무릎을 꿇었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전 총리에 대해서는 “처형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내각부는 모니터 요원이 되길 원하는 이들에게 인터넷에 나이, 성별, 직업 등을 입력하게 하고 어떤 의견을 낼 것인지를 간단히 적기만 하면 자격을 부여했다. 이러다 보니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이 대거 모니터 요원이 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내각부는 지난해 4월 인터넷을 통한 의견 게시를 중단했지만 이전의 게시물들은 그대로 남아 있어 정부 사이트가 혐한 세력의 목소리가 확산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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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은행 ATM 송금차단 이어 노인 현금 인출 제한하기로

    일본에서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고령자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을 제한하는 금융사가 늘고 있다. 미쓰비시UFJ신탁은행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7월 30일부터 80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ATM을 통한 송금, 현금 출금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령자들의 송금을 막는 은행은 드물지 않았지만 출금까지 제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은행 측은 “최근 고령자를 꾀어 현금카드를 받아낸 뒤 현금을 뽑아 달아나는 사건이 많아지고 있다”며 “80세 이상이면서 최근 1년 동안 현금카드 출금 기록이 없는 고객의 1일 이용 한도를 내리겠다”고 밝혔다. 현금카드 출금에 제한을 받고 싶지 않으면 별도로 신청을 하라고도 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일본에선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범죄가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가족인 것처럼 전화를 걸어 “오레오레(おれおれ·나야 나)”라고 속이고 통장으로 급히 돈을 보내라고 하는 ‘오레오레 사기’가 대표적이다. 최근엔 연금 지급일에 맞춰 시청이나 연금사무소 직원을 사칭한 전화사기도 확산되고 있다. 일본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가족이나 친척을 가장한 오레오레 사기는 8475건으로 전년 대비 47%나 급증했다. 지난해 일본 전체 특수사기 건수는 1만8201건으로 7년 연속 증가세였는데 피해자의 72.3%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찰은 금융회사에 피해 예방을 위해 고령자의 송금 한도액을 낮추거나 송금을 제한할 것을 권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378개 금융회사가 장기간 ATM 미사용 고령자 고객의 송금을 금지하고 은행창구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이용 제한은 지방은행과 신용금고를 시작으로 점차 대형 은행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하지만 송금액 한도 등에 대한 제한에 대해서는 ‘불편하다’, ‘나이만을 기준으로 금융거래를 제한하는 것이 맞느냐’는 등의 불만도 나오고 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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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동주 수업 늘리자” 팔 걷은 日교사

    “윤동주의 시와 생애를 통해 일본 역사의 어두운 부분과 차별은 좋지 않다는 메시지를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2일 일본 도쿄(東京) 기치조(吉祥)여고 접견실에서 만난 하기와라 시게루(萩原茂·62·사진) 부교장은 “식민지 시대에 살면서 순수하고 청아한 언어로 시를 썼던 한 청년의 죽음이 (일본) 고교생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학교는 2015년부터 윤동주(1917∼1945)의 작품이 실린 현대문학 교과서를 채택하고 매년 고교 2학년에게 윤동주의 시와 이를 소개한 시인 이바라키 노리코(茨木のり子)의 수필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가르치고 있다. 평소 이바라키 노리코를 좋아하던 하기와라 부교장은 윤동주의 시를 읽고 “한 젊은이를 이토록 몰아붙인 일본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2년 전 직접 심화수업을 기획했다. 시대 배경과 시인의 생애를 담은 자료를 배포한 후 학생들에게 “내일부터 일본어를 쓰지 못하고 일본어 이름도 바꿔야 한다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다섯 번의 수업이 끝난 후엔 교과서에 소개된 윤동주의 작품 ‘서시’ ‘쉽게 쓰여진 시’ ‘아우의 인상화’ 중 하나를 골라 감상문을 쓰게 했고 이를 묶어 감상문집을 제작해 함께 읽었다. 문집을 보면 한 학생은 “서시에서 아름다움과 청량함, 강한 의지를 느끼는 동시에 일본인으로서 차마 견딜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고 썼고, 다른 학생은 “분노와 슬픔의 대상이 예전의 우리나라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고 적었다. 수업이 끝난 후 윤동주 시비(詩碑)를 보기 위해 시인이 유학했던 교토(京都) 도시샤((同志社)대까지 다녀온 학생도 있었다. 하기와라 부교장은 수업 경험을 소논문으로 써서 학교 연구지에 실었다. 또 지난해와 올해 소논문 200부씩을 자비로 인쇄해 다른 학교의 교사 등에게 나눠주며 ‘윤동주 수업’ 확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제 학술대회에서도 경험을 발표했고 이달 말에는 윤동주가 유학했던 릿쿄(立敎)대에서 특강이 예정돼 있다. 정년을 3년 남긴 하기와라 부교장은 “몇 년 전 한국어를 배우다 중단했는데 은퇴하면 역시 한국에 관심이 많은 아내와 함께 한국으로 단기유학을 가고 싶다”며 “윤동주에 대해서도 힘이 닿는 데까지 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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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직된 사고를 깨라”… 100세 된 日 파나소닉 청바지-운동화 근무 허용

    올해 창업 100주년을 맞은 일본 가전업체 파나소닉이 처음으로 청바지와 스니커즈 차림의 근무를 허용하는 등 보수적이기로 유명했던 일본 기업에 ‘복장 자율화’ 바람이 불고 있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지난달부터 캐주얼 복장으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추앙받는 고(故)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가 1918년 세운 파나소닉은 ‘정장에 사원증 패용’이라는 보수적인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를 어기면 상사로부터 호된 질책을 듣거나 심한 경우 경위서까지 써야 했다. 이런 분위기를 바꾼 것은 쓰가 가즈히로(津賀一宏) 사장. 그는 3월 도쿄(東京)에서 열린 경영방침 발표회에서 스웨터 차림으로 나타나 ‘정장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대한 도전’을 선언했다. 이어 4월부터 전체 직원 6만5000명의 복장 자율화를 실시했다. 경직적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다양한 발상을 하자는 취지에서였다. 파나소닉은 이와 함께 자회사를 본사가 있는 오사카(大阪)에서 도쿄로 옮기고 외부와의 협력을 통한 혁신을 장려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매출과 순이익이 정체되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변화를 위한 노력에 나선 것이다. 일본 기업의 복장 자율화는 다른 곳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토추상사는 지난해 6월부터 매주 금요일 캐주얼 복장을 권장하고 있다. 청바지와 스니커즈 차림도 가능하다. 신문은 “복장 자율화 이후 사내 대화와 소통이 늘었다”고 전했다. 회사 측은 ‘알아서 입으라’는 식으로 방관하는 대신 외부 백화점과 손잡고 어울리는 옷을 직원들에게 추천해 주는 등 캐주얼 옷차림 문화를 이끌고 있다. 마루베니상사는 4월부터 직원 각자의 판단에 따라 일에 어울리는 복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에는 매주 목, 금요일과 여름철에만 캐주얼 복장을 허용했지만 1년 내내 자유롭게 입을 수 있게 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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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소 또… “성희롱은 죄가 아니다” 논란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아소 다로(麻生太郞·사진)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재무차관 성희롱 사건을 두고 ‘성희롱은 죄가 아니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태를 점점 확대시키는 아소 부총리의 설화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4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차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성희롱이라는 죄는 없다. 살인이나 강제추행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여기자에게 “가슴을 만져도 되느냐”고 말하는 등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한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전 재무성 사무차관을 옹호한 것이다. 후쿠다 전 차관의 사임 이유에 대해서도 “정부에 폐를 끼치고 품위를 손상시켰다는 의미에서의 처분”이라며 성희롱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또 TV아사히가 자사 기자의 피해 사실을 공표하고 조사를 요청했음에도 최근 재무성 차원의 조사를 중단한 이유를 두고는 “(조사 결과가) 정확해도 편향된 조사라는 지적을 받을 것”이라며 “본인(후쿠다 전 차관)이 부정하는 이상 재판이나 (당사자 간) 합의로 가게 될 일”이라고 변명했다. 아소 부총리는 지난달 12일 한 주간지의 보도로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후쿠다 전 차관이 여기자에게) 속아 넘어간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담당 기자를 남성으로 바꾸면 된다”는 등의 실언을 쏟아내 성희롱에 대한 낮은 의식을 드러낸다는 비판과 함께 사태를 확산시켰다. 이에 야당은 아소 부총리의 경질을 요구하며 국회 심의를 거부하고 있지만 아소 부총리는 “(사임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버티고 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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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 “종전선언으로 적대적 역사 끝내야”

    중국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 중재와 종전선언 참여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잇달아 통화를 갖고 북한 문제에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판문점 선언의 발표를 축하한다. 한반도 정세의 긍정적 변화를 주도하는 데 문 대통령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중 정상 통화는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 만에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28, 29일 미일러 정상과 통화했으나 시 주석과의 통화는 계속 지연되다 3일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 이후에야 비로소 성사됐다. ‘혈맹’을 복원하기로 한 북-중 관계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시 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긴밀한 북-중 관계를 내세웠다. 시 주석은 “김 위원장이 (왕 외교부장에게) 남북 관계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용의를 표명했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 의지를 다시 천명했으며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적대적인 역사를 끝내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에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관건인 만큼 한중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공조를 강화해 나가자”고 했다. 문 대통령에게 북-중 대화 결과를 전하며 중국 역시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의 중재 역할을 맡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 특히 종전선언을 강조한 것은 한미동맹과 북-중 관계를 냉전적 질서로 보고 종전선언이 이를 해체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남북미 3국이 종전선언을 한 뒤 중국은 평화협정 체결에 참여하는 2단계 구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중국도 종전선언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시 주석은 이날 아베 총리와도 통화를 했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통화는 시 주석이 2012년 11월 중국 최고지도자가 된 이후 처음이다. 중국중앙(CC)TV는 시 주석이 “한반도의 가까운 이웃으로서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어 “중국은 각국과 함께 대화와 협상을 통해 각국의 우려를 전면적이고 균형적으로 해결하고 한반도와 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하길 원한다”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베이징=윤완준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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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민지 아픔 떠올려보자”… 동아일보 일장기 말소 실은 아사히신문

    일본 아사히신문은 4일자 2면 헌법 관련 기획기사에서 ‘손기정 선수 일장기 말소 사건’을 다루면서 서울 중구 손기정기념관에 전시된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오른쪽 사진)와 같은 사진을 실은 당시의 아사히신문 지면 사진을 게재했다. 동아일보에 게재된 사진은 가슴 부분이 흐릿한 것과 대조적으로 아사히 사진에는 일장기가 뚜렷하다. 이 신문은 “동아일보는 (1936년 8월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 선수 가슴의 일장기를 흐릿하게 게재해 기자는 체포되고 (신문은) 무기한 발행정지 처분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한일병합 후 태어나 일본인으로서 금메달을 받아야 했던 손 선수의 슬픔을 강조했다. 신문은 1945년 일본 패전 후 손 선수가 일본 입장에서 갑자기 외국인이 됐음에도 “일본은 여전히 손 선수의 금메달을 역대 올림픽에서 얻은 금메달 156개 중 하나로 센다”며 헌법기념일(3일)을 맞아 헌법에 규정된 국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고 제언했다.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2018-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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