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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은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3대 안질환 중 하나다. 과거는 주로 눈 속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시신경이 파괴되는 노년층 안질환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근시 같은 유전적 요인, 전신질환, 생활습관 등 다양한 요인이 녹내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밝혀졌다. 발생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제녹내장수술학회 펠로인 최재완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건강한 눈을 지키려면 먼저 건강한 몸을 지키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녹내장 환자들은 시신경을 보존하기 위해 유산소 운동, 금주, 금연 등 3가지를 꼭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녹내장 환자들이 알아줘야 할 바람직한 생활습관에 대해 알아봤다.● 녹내장 진행 막는 데 도움 되는 유산소 운동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차는 중등도 이상의 운동을 하면 안압도 올라서 녹내장에 더 나쁠 것이라고 생각하는 환자들이 있다. 하지만 증등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은 녹내장 진행을 막는 것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이미 의학적으로 증명됐다. 최 원장은 “유산소 운동을 할 때 숨이 차고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는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혈류가 증가하기 때문”이라며 “중등도 이상에서 말초혈관으로 순환이 더 잘되고 시신경에도 산소와 영양소가 더 잘 공급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천천히 오랜 시간 걷기보다 시간이 다소 짧더라도 빨리 걷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수영 등 심박수가 올라가는 운동이 녹내장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반면 숨은 차지 않고 근력만 쓰는 고중량 근력 운동을 지나치게 많이 하면 안압이 올라가면서 녹내장 진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노인층이나 녹내장이 많이 진행된 환자는 전문의 조언을 받고 운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 주 4회 이상 음주 땐 실명 위험 250% 증가 한때 음주로 인한 일시적인 혈관 확장과 혈류 증가, 일시적 안압 감소가 녹내장 환자에게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로 정반대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의사협회에 따르면 2010∼2011년 녹내장 진단을 받은 환자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이후 10년간 음주가 실명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나타난 위험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주당 음주량 소주 1병 반을 기준으로 소량과 대량 음주자로 나누고 주 3회 이하 저빈도 음주자와 4회 이상 고빈도 음주자로 구분해 분석했다. 결과는 소량의 음주조차도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 위험을 50% 이상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 4회 이상 음주하는 고빈도 음주자는 실명 위험이 250% 증가했다. 최 원장은 “술이 깰 때 혈관이 정상으로 회복되지 않고 과도하게 수축된다”며 “이런 과정에서 일시적 허혈(혈액 감소)이 발생하고 원상태로 회복되며 다시 혈류가 들어갈 때 재관류가 손상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빈번한 음주로 이런 자극에 자주 노출되면 녹내장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흡연도 녹내장 위험 증가 요인 흡연도 녹내장 발병 위험을 증가시키는 주 요인 중 하나다. 담배에 함유돼 있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흡입하게 되는 니코틴, 타르, 일산화탄소는 특히 인체에 여러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먼저 니코틴은 신경 독성 물질로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 상승과 콜레스테롤 증가를 일으키고 동맥경화를 악화시킨다. 또 소화기 궤양과 다양한 암을 일으킬 수 있다. 타르는 담뱃잎이 탄 후 나오는 잔여물질로 망막 시세포 등 주요 세포에 직접적 손상을 줄 수 있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를 전달해야 할 적혈구의 산소 운반 능력을 저하시키고 인체 조직을 만성적 저산소증에 빠뜨린다. 담배의 유해 성분은 눈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쳐 백내장, 황반변성 등 다양한 안질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특히 녹내장 환자가 담배를 피우면 질환에 매우 안 좋다. 2018년 미국 국민영양조사에 따르면 하루 한 갑 이상 흡연할 경우 녹내장 발병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원장은 “흡연은 저산소증과 혈관 수축을 일으키고 유해 성분들이 시세포나 신경세포를 손상시킨다”며 “금연은 여러 안과 질환 예방과 관리에 꼭 필요하다. 특히 녹내장 환자들은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의 편안함과 치료의 안전을 높여주는 첨단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무통증 주사’다.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 탓에 백신이나 항생제 접종을 주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부 미용 분야에서도 피부 속 스킨부스터를 주입할 때 얼굴에 주사를 놓기 때문에 통증이 만만치 않다. 이런 통증을 최소화하는 의료기기들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무통증 주사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통증 없이 레이저 채혈로 혈당 체크 매일 3회 이상 혈당을 체크하는 당뇨병 환자라면 통증 없는 레이저 채혈기를 눈여겨볼 만하다.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에 성공한 라메디텍의 레이저 채혈기 ‘핸디레이 라이트’는 매우 짧은 시간에 레이저로 피부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 채혈하는 방식이다. 피를 뽑는 것과 동시에 고온으로 주변 부위를 살균해준다. 통증도 거의 없다. 기존 채혈은 뾰족하고 날카로운 금속 바늘 또는 칼날로 피부조직을 절개하거나 작은 구멍을 내 혈액을 채취한다. 이런 방식은 통증 및 공포감과 2차 감염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또 기존 채혈기는 1회용 바늘 란셋을 쓰는데 하루 3번, 1년간 채혈한다고 생각하면 레이저 채혈기는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이익이라는 게 제조사 측의 설명이다. 무통증 레이저 채혈기를 이용하면 소량 채혈, 즉 말초혈액을 이용한 다양한 검사가 가능하다. 혈당, 당화혈색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항체 검사 등에 주로 사용된다. 병원용과 개인이 휴대해서 사용할 수 있는 두 가지 제품으로 선보였다. 또 레이저 채혈기와 혈당기를 한 기기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핸디레이 글루’를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레이저로 바늘 없이 약물 주입 레이저를 이용해 바늘 없이 다양한 액상 약물을 주입하는 ‘미라젯’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미라젯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가 서울대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자체 양산에 성공한 세계 최초의 레이저 유도 방식의 바늘 없는 약물 주입 기구다. 2940㎚(나노미터·1㎚는 10억 분의 1m)라는 특정 파장대의 레이저가 물과 만나면 순간적으로 강력한 폭발이 발생하는데 폭발력으로부터 나오는 강한 압력을 이용해 약물을 마이크로-젯 형태로 변환시켜 마하의 속도로 분사하는 기술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의사가 시술 환경에 따라 바늘주사, 캐뉼라, 전용 인젝터 등을 활용해 약물을 주입했다. 그러나 아무리 숙련된 의사라도 정확한 피부층에 균일한 약물을 주입하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피부과 의료 미용 트렌드로 스킨부스터 시술이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스킨부스터들은 피부 진피층 안에서도 특정 층에 정확하게 주입을 해야 제대로 된 효과를 볼 수 있다. 제이에스케이바이오메드의 전진우 대표는 “미라젯은 환자의 피부 상태, 병변, 약물의 제형에 따라 강도 및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현재 피부과 의료 미용 트렌드에 아주 적합하다”며 “마이크로-젯 형태의 약물이 순간적으로 피부 안에 주입되면서 섬유아세포를 자극해 콜라겐 재생에도 효과를 낸다는 것이 많은 임상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고 말했다.통증 해소 알고리즘으로 주사 통증을 줄여 ‘환자는 안 아프게, 의사는 편리하게’라는 말을 구현한 주사제가 바로 메디허브의 무통증 주사기다. 메디허브는 환자의 주사 통증을 줄이고, 의사의 직업병을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자동 주사기를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기존 수동 주사기는 의료진이 손으로 약물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이 통증을 호소한다. 외국 논문에 따르면 주사 시 가장 아픈 부위는 구강(52.7%), 얼굴(21.7%) 순이다. 디지털 자동 주사기는 인체가 느낄 수 없는 정도의 통증 수준으로 정밀하게 약물을 정량, 정속, 정압으로 주사할 수 있다. 메디허브는 치과 마취주사 통증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대치과병원의 임상 연구 지원을 받아 3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디지털 무통마취기 ‘아이젝’을 출시했다. 현재 국내 전체 치과 중 약 20%가 메디허브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메디허브는 치과를 기반으로 성형, 피부, 소아과 등 주사 치료를 하는 의료 분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보톡스용 자동 주사기는 보톡스 주사량을 정량(0.05㏄) 주입할 수 있어 과소, 과대 주입에 따른 의료사고를 방지할 수 있고 주사 통증 또한 약 8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염현철 메디허브 대표는 “의료 분야를 넘어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경우를 위한 무통증 자동 주사기도 개발하고 있다”면서 “성장호르몬, 당뇨혈당조절제, 난임부부 배란유도 주사도 안 아프고 안전하게 주사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본격적으로 직장인 건강검진이 시작되는 시기다. 처음 직장 건강검진을 받는 사회 초년생은 물론 평소 건강에 자신이 있던 사람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불안한 마음을 갖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의학연구소(KMI) 여의도검진센터 소화기센터 한정우 전문의로부터 건강검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들었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 “아니다. 이상지질혈증과 동맥경화의 지표인 콜레스테롤 수치는 흔히 총콜레스테롤 수치, 중성지방 수치, LDL(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 HDL(고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 수치 등 4가지로 측정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수치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다. 총콜레스테롤 수치와 중성지방 수치 및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을수록 좋으며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을수록 좋다.” ―공복혈당 수치가 정상이면 혈당은 문제없다? “아니다. 공복혈당 수치는 평소 혈당에 문제가 있어도 검사 당일에는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공복혈당만으로 혈당이 정상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우므로 대개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같이 확인한다.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인 경우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국가 암검진을 받지 않으면 벌금을 낸다? “벌금은 없다. 다만 암 환자 의료비 지원사업에 해당하는 환자의 경우 국가 암검진을 안 받으면 혜택을 못 받을 수 있으므로 국가 암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 ―혈액검사로 암을 알 수 있다? “아니다. 간단한 혈액검사만으로 몸속의 암을 확실히 찾아내기는 어렵다. 다만 혈액검사로 종양에 대한 참고 정보를 얻을 순 있다. 예를 들어, 간암의 경우 알파태아단백(aFP), 전립선암의 경우 전립선특이항원(PSA)이라는 암표지자가 각 암의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혈액검사만으로 암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실제로 암표지자 양성이 아닌데 양성으로 나오는 경우(위양성)도 흔하다. 또 악성종양(암)이 아니고 양성종양이나 염증인데도 암처럼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다.” ―건강검진은 비쌀수록 좋을까? “비쌀수록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다만 검사 항목이 많아 우리 몸의 더 많은 영역을 확인해 볼 순 있다. 그래서 오랫동안 건강검진을 하지 않은 분이나 효도 선물로서는 검진 항목이 많은 검진이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많은 검사가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연령에 맞게 본인의 현재 증상이나 가지고 있는 질환, 가족력에 맞게 검사 항목을 추가해 검사받고, 2∼3년 주기로 규칙적으로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상소견이 나왔던 부분에 대해 더 관심을 갖고 주기적으로 검사하는 게 좋다.” ―나이에 맞는 건강검진은?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받아야 하는 검사 항목은 진찰 및 상담, 신체 계측, 시력·청력 검사, 혈압 측정, 흉부방사선 검사, 혈액검사(빈혈·간기능·당뇨병·고지혈증·신장기능·췌장기능·갑상선기능·간염항체 등), 소변검사, 구강검사 등이 있다. 그리고 20, 30, 40, 50, 60대 이상으로 나눠 각각 나이에 맞는 검사를 받아야 한다. 가령 20대 이상 여성은 자궁경부세포검사, 만 24세 이상 남성은 이상지질혈증, 만 20세 때 정신 건강 검사 등을 받는 식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봄나들이가 한창이다. 하지만 얼굴에 난 여드름 때문에 밖에 나가길 꺼리는 사람도 있다. 여드름은 모낭에 붙어 있는 피지샘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청소년뿐 아니라 20, 30대 성인 중에도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드름을 방치하면 염증이 심해질 수 있고 잘못 짜 피지가 안쪽에서 터지면 피부가 울퉁불퉁해지거나 색소 침착, 흉터가 생길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여드름을 예방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잘 몰랐던 여드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대한여드름주사학회 위원인 황은주 더삼점영피부과의원 원장을 만나 자세히 알아봤다. ―여드름의 원인이 호르몬 변화인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여드름은 유전이나 호르몬 같은 내적 요인으로 생긴다고 생각하고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드름은 하나의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게 아니라 여러 요인이 겹쳐 발병한다. 여드름이 발생하는 요인은 크게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내부적 요인으로는 각질·피지 증가, 염증, 막힌 모공 등이 있고 외부적 요인으로는 잘못된 세정, 피부관리 습관, 호르몬 문제 등이 있다.” ―화장품 때문에도 생길 수 있나. “그렇다. 화장품에는 특정한 효과를 내거나 여러 성분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여러 첨가제를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피부에 맞지 않는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다. 또 손세정제에 쓰이는 강력한 살균 성분이나 향수에 쓰이는 향료와 아로마 오일도 여드름을 만들 수 있다. 손을 닦을 때 손세정제보다 비누를 사용하는 게 좋으며, 향수를 뿌릴 때는 피부에 닿지 않게 뿌릴 것을 권한다. 화장품을 선택할 때는 피지 변성 없이 유수분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제품인지 따져보고 골라야 한다. 여드름을 일으키는 물질로 알려진 ‘코메도제닉’ 성분이 사용됐는지도 체크하는 게 좋다. 자신의 피부에 맞지 않는 성분들을 골라내는 방식으로 본인만의 정답노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샴푸·클렌저와는 무관한가. “아니다. 삼푸 등 헤어 제품과 클렌저도 여드름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 오일과 계면활성제를 모두 나쁘다고 말할 순 없지만 피지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며 여드름을 발병시킬 수 있으니 주의해 사용해야 한다. 헤어 에센스에 사용된 오일 성분이 피부에 닿거나 샴푸, 린스, 트리트먼트 등의 계면활성제가 얼굴 또는 몸에 닿으면 여드름이 생기거나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 샴푸로 머리를 감고 헹굴 때는 몸을 완전히 젖혀 피부에 안 닿게 하고 양도 적당히 사용하는 게 좋다. 폼 클렌저나 오일 클렌저도 피지를 변성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피부 장벽을 훼손할 수 있으니 주의해 사용하길 권장한다.” ―효과적인 여드름 예방법은 뭔가. “여드름 발생은 ‘씨앗에서 시작해 꽃이 되기까지의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좁쌀 피지(여드름 씨앗)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하고, 생겼다면 악화되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효과적인 여드름 예방법으로 크게 3가지를 조언하고 싶다. 첫째, 피지가 단단해지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게 좋다. 피부를 문지르면 모공을 흔들어 모공 크기가 커지고 피부에 자극이 발생한다. 또 계면활성제로 피지가 단단하게 변하는 것도 여드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세안을 할 때는 폼 클렌저 거품으로 피부를 긴 시간 강하게 문지르지 않는 게 좋다. 치약 거품도 입가나 턱에 묻지 않도록 양치를 할 때 조심하면 도움이 된다. 둘째, 피지 체계를 교란시키지 않도록 화학적 자극을 줄여야 한다. 피부가 건조하다고 크림이나 에센스를 자주 사용하면 화학 성분이 피부에 반응해 피지가 끈적끈적해지고 염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피지의 성질을 변화시키지 않는 약산성 수용성 화장품을 사용하고 핸드크림을 사용할 때도 얼굴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셋째, 이미 좁쌀 피지가 생겼다면 올바른 방법으로 제거해야 한다. 불가피하게 짜내야 한다면 흉터와 흔적이 피부에 남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피지를 직접 짜면 감염, 색소 침착 등이 발생하고 모공 입구나 피지샘을 훼손할 수 있다. 가급적 피부과를 방문해 짜는 것을 권장한다.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피지 제거 패치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지난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근로자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늦추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을 때 프랑스 국민 상당수는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걸 보면서 처음에는 일을 더 할 수 있게 해 준다는데 왜 반대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갔다. 이후 프랑스가 연금을 후하게 주는 시스템이라는 걸 알게 되고서야 ‘나라도 반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연금 개혁 사례를 언급한 건 연금제도만큼이나 의료제도도 나라마다 다르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의사가 공무원인 시스템에선 의사들이 “의사 수를 늘려달라”고 요구한다. 근무 시간이 일정하고 연봉도 의사마다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하는 일은 줄어드는 반면에 소득에는 별 영향이 없다. 의대 증원 이슈가 불거진 후 주변에서 많은 사람이 ‘한국의 의사 수가 정말 부족하냐’고 기자에게 질문했다. 답은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는 것이다. 입지가 좋은 곳에 개원한 의사들은 하루에 외래 환자를 100명 이상 보는 곳이 많다. 심지어 250명씩 보기도 한다. 대부분은 가정의학과, 내과, 이비인후과 간판을 달고 감기 등 건강보험 환자 위주의 진료를 한다. 또 안과 의사도 눈병이 유행하면 하루 100명 이상의 환자를 본다. 대학병원 교수 대부분도 하루에 100명 넘는 환자를 진료한다. 선진국보다 10배가량 많은 진료량이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의사 수를 메워주는 것이다. 정부에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대비 의사 수가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같은 사례도 강조한다. 고령화 추세와 의사 고령화, 27년 동안 한 번도 증원할 수 없었던 ‘의사 카르텔’ 문제도 의대 입학정원 확대의 근거로 거론한다. 그런데 소아과나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사가 부족한 건 저출산과 함께 의사들 사이에서 의료사고 시 형사처벌 가능성, 저수가 문제 등이 부각되면서 인기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통증치료 및 피부미용 분야에서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도 필수과 포기에 영향을 줬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경우 최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의사 수가 부족해졌음에도 과거보다 크게 악화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비상의료체계 전환으로 중증·응급 환자만 대학병원 응급실을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응급실 문턱이 낮다 보니 경증 환자들이 많이 찾았고, 일부 환자는 검사를 빨리 받거나 입원을 빨리 하기 위해 응급실을 찾기도 했다. 지금은 이런 사례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응급의학 시스템도 더 정밀하게 바뀌었다. 의료 시스템만 바뀌어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정부는 세 논문을 근거로 2035년에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세 논문은 모두 2020년 전후에 작성됐고 활용한 자료는 2018년경 발표된 공식 인구 추계 데이터들이다. 현재 국내 의사 수 증가율이 OECD 최고이고 지난해는 합계출산율이 0.72명으로 4년째 인구가 자연 감소했다. 건강수명도 증가했다. 의대 증원은 이런 상황까지 감안해 검토할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전공의들을 직접 만나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성사된다면 대국민 담화에서 언급했던 OECD 대비 의사 수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대신 한국의 특수한 의료시스템을 어떤 식으로 개선하는 게 최상의 방법인지 터놓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정부가 20일 내년도 대학별 의대 입학정원을 발표한 뒤 후폭풍이 거센 모습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장의 만남에 일말의 희망을 걸었던 의대 교수들은 ‘2000명 증원’ 방침이 안 바뀌자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정부가 의대 정원 발표를 총선 이후로 미뤄 의료계와 타협의 여지를 남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와의 갈등 표면화를 무릅쓰고 대학별 정원을 발표하는 강수를 뒀다. 의료계와 각 대학에 따르면 25일 오후 8시 기준으로 전국 의대 40곳 중 15곳에서 집단 사직서가 제출되기 시작했다. 물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해서 바로 진료를 멈추는 건 아니다. 당분간 의대 교수들은 주 52시간 내에서 외래진료, 수술, 입원진료 등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환자들의 불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병원의 경우 검사 날짜를 연기하거나 응급실에서 중증질환 환자가 아니면 안 받는 상황이 더 늘고 있다. 정부는 이미 대학별 배정이 끝난 만큼 2000명 증원을 뒤집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시행령 28조 3항에 따라 국가가 인력 수급과 관련해 정책적으로 결정한 사안이기 때문에 대학이 임의로 정원을 변경할 수 없다고도 했다. 대학들은 5월 말까지 변경된 의대 정원을 반영해 수정된 학칙과 전형계획, 수시모집 요강을 공개해야 된다. 그렇다면 정말 의대 2000명 증원은 바꿀 수 없는 걸까. 전문가들에 따르면 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개편과 정원 조정 등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승인이 있는 경우 변경할 수 있다. 사실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입학연도 1년 10개월 전 공표가 원칙인데 정부가 추진한 내년도 의대 증원도 여기에 해당돼 수정한 것이다. 또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의대 정원을 10% 이상 증원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의학교육 여건과 수행 정도를 평가한다. 평가에서 인증을 못 받으면 관련 법령에 따라 정원 감축과 모집 정지, 졸업생 의사국가고시 응시 불가 등의 처분이 내려질 수 있다. 물론 정부가 총선 후 2000명 증원 계획을 굽히지 않는다면 내년도 의대 정원은 5058명으로 굳어지게 된다. 이 경우 정부는 현장 검증을 바탕으로 의대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된다. 내년 초 부실한 교육과 관련해 수많은 잡음이 터져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충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최근 기자회견을 자청해 “학생 200명을 한꺼번에 가르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수업 모습을 시연까지 했다. 특히 지방의 경우 기초교수와 조교를 구하기 쉽지 않다.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1학기 동안 배워야 할 의학 교과목을 다른 대학 의대 교수를 초청해 1, 2주 안에 가르쳐야 할 수도 있다. 파행적인 의대 교육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3년 뒤 임상 교육도 문제다. 병상이 적은 의대 부속병원은 어쩔 수 없이 다른 병원으로 의대생을 보내야 한다. 이 경우 정원이 한꺼번에 늘어난 의대들로 인해 파견 병원 확보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렇게 잡음을 내면서 결정된 의대 증원이 5년 뒤 재평가를 통해 정원을 축소하거나 교수를 구조조정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일은 다음 정부가 맡아야 하는 상황이라 현 정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늘리는 것보다 줄여 나가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5년 뒤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늘리거나 줄일지 의정합의체로 구성된 상설위원회를 통해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의대 교육은 누가 뭐라고 해도 100년 대계이기 때문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필수의료 분야에서 지방 현장의 목소리를 한 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 뇌혈관 질환을 전문으로 다루는 지방의 한 유명 중소병원 원장은 “정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토로했다. 요즘 젊은 의사들이 왜 필수의료를 지원하지 않는지, 왜 비수도권에서 일하려 하지 않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2000명 증원 및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서도 “선언적 발표에 불과하다”고 했다. 정교한 의료 정책 디자인이 필요한데 현재 나온 의료 정책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26일 의료계와 진행한 의정 대화도 전공의와 교수 대표가 참석하지 않은 채 ‘반쪽짜리’ 대화로 진행됐다.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얘기일 텐데, 대학 총장과 병원장 등만 참석한 간담회 모습을 두고 의료계에선 ‘총선용 보여주기’ 아니냐는 비판적 목소리가 나왔다. 문제의 답이 현장에 있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들어야 할 것은 최근 사직서를 내고 있는 의대 교수들, 휴학계를 낸 의대생, 한 달 이상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목소리다. 물론 첫술에 배부르진 않겠지만 현장 의사들과 우선적으로 소통하는 노력이 사태 해결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창수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 등을 만나며 중재에 나선 것도 시도 자체는 좋다고 본다. 그런데 전공의들이 원하는 것이 정말 ‘의사 면허정지 처분 유예’였는지는 미지수다. 당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대표는 “교수들이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없다”며 “황당하다”고 했다. 현장의 목소리가 없던 것은 정부가 필수의료 패키지를 설명하는 21일 전문가 토론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은 전공의 처우 개선 논의를 위한 토론회였고 의대 교수, 병원장, 전문의 등이 참석했다. 그런데 정작 처우 개선의 주인공인 전공의는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토론을 마친 후 정부는 25일 전공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위해 수련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전공의 문제를 풀기 위한 전담 조직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말 전공의들이 이런 정책을 원하는 건지, 또 현재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됐는지는 의문이다. 지방의 한 병원장은 “요즘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빨벌튀’(빨리 벌고 이 나라 튄다)란 말을 쓰더라”며 “왜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의 마취과 교수들이 단체로 사표를 내고, 서울대 의대 수석입학 수석졸업자가 전문의를 때려치우고 개업을 준비하는지 깊이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의사를 범죄자 취급할수록 오히려 병원으로 돌아갈 마음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병원을 떠난 혹은 떠나겠다는 의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이번 사태에 대한 해법이 나올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의료기기. 글로벌 시장에서 치매 치료제가 상용화되면서 눈길이 가는 의료기기 분야가 있다. 바로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아리바이오의 음향진동 웨어러블 기기인 ‘헤르지온’이다. 이 제품은 최근 전남 여수시에서 열린 제7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NFAD)에서 소개됐다. 하재영 아리바이오 부사장을 만나 제품에 대해 들어봤다. ―아리바이오는 어떤 회사인가. “아리바이오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치매를 비롯한 퇴행성 뇌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의약 바이오 벤처기업이다. 한국과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 경구용 치매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2, 3년 안에 신약 허가를 받아 세계시장에 출시하는 게 목표다.” ―웨어러블 기기인 ‘헤르지온’은 어떤 기기인가. “밴드처럼 머리에 착용하고 두뇌를 음향진동으로 자극해 건강을 관리한다. 한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소리와 진동’을 동시에 이용해 두뇌를 자극하는 브레인케어 음향진동 웨어러블 기기다. 고령자도 부담 없이 일상생활이나 휴식 때 착용하면 된다. 휴대전화와 블루투스로 연결해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음향 진동 케어를 받을 수 있다.” ―소리와 진동은 어떻게 두뇌를 자극하나. “기기에 탑재된 3개의 초소형 음향진동 모듈을 통해 ‘40㎐ 음향진동 자극’으로 전두엽과 측두엽 부위를 자극한다. 힐링과 에너지, 회복, 클래식 등 다양한 모드가 탑재돼 있다. 안전한 자극이라 부작용 위험에서 자유롭고 꾸준한 사용도 가능하다. 저주파로 두뇌를 자극해 인지기능 향상은 물론 피로 및 스트레스 해소, 불안 감소 등 심신 안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40㎐ 음향진동’ 원리는 어떻게 구현되나. “인간의 뇌는 마치 라디오처럼 여러 주파수의 전기적 리듬을 가지고 있다. 건강한 뇌에서는 감마파 대역인 40㎐ 주파수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치매는 이런 리듬을 깨뜨려 40㎐ 주파수가 약해지게 한다. 외부에서 40㎐의 자극을 가하면 뇌파를 다시 원래대로 맞출 수 있고 인지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골전도라는 직접적 방법과 소리 공명이라는 물리적 방법을 통해 40㎐의 자극을 주는 음향진동을 활용했다.” ―치매 치료제 임상도 한다. 향후 계획은. “전 세계 최초로 증상완화제나 주사제가 아니라 하루 한 알 정도 복용하는 치매 질병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임상 3상의 경우 한국, 미국 등에서 1250명 규모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신약 허가를 신청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중국 제약기업과 약 1조200억 원 규모의 경구용 치매 치료제에 대한 중국 내 독점 판권 계약을 맺었다. 신약 개발이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2, 3년 뒤에는 전 세계 치매 환자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구미차병원은 수도권과 지방 간 의료 불균형이 심화되는 현 상황에서 ‘지역 의료 활성화’를 목표로 인력과 시설을 개선해왔다. 지난해에는 대구·경북 최초로 여성 장애인을 위한 산부인과를 열었다. 올해는 경북에서 유일한 고위험 신생아집중치료센터를 시작했다. 구미차병원이 24년째 대구·경북 의료 활성화에 기여하는 중심에는 김재화 원장이 있다. 분당차병원 원장을 지낸 그는 현재 대한병원협회 이사, 대한정형외과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김 원장을 직접 만나 수도권 병원장 경험으로 현재 어떻게 슬기로운 원장생활을 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23년간 수도권 근무 후 1년 전 구미차병원장으로 부임했다. “지방으로 내려오겠다는 결심이 쉽지 않았다. 지방 병원의 현실과 어려움을 직접 느끼면서 지역 의료 활성화라는 목적을 세웠고 그 꿈을 이루고 싶어 구미에 왔다. 구미차병원이 대구·경북 지역에 새로운 역할과 모델을 제시하는 병원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1년간 열심히 뛰어다녔고 인프라 확충과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했다. 올해도 더욱 박차를 가하려고 한다.” ―직원들 사이에서 ‘친구 같은 원장님’으로 불린다. “눈높이를 맞추는 것부터 소통은 시작된다. 모든 직원이 가족처럼 편안하게 언제 어디서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다. 보석은 누군가 발굴하고 다듬지 않으면 그저 돌일 뿐이다. 아무리 능력이 많은 사람이라도 배려하는 마음이 없고 협력하지 않으면 빛을 발할 수 없다. 삼촌이나 친구처럼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유튜브에도 직접 출연해 환자와도 접점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한다. 이런 노력은 의료의 질과 직원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고위험 신생아집중치료센터는 적자 운영이 많아 꺼린다. “저출산이 심화되고 지역 산부인과 의원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려워도 꼭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차병원은 1960년 개원한 차산부인과를 모태로 64년 동안 대한민국 출산의 모든 순간을 책임져왔다. 지난 1일 운영을 시작한 고위험 신생아집중치료센터는 경북 지역에선 구미차병원이 유일하다. 6병상으로 365일 응급분만이 가능하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2명과 산부인과 전문의 1명, 간호사 7명이 팀을 구성한다. 차병원의 연구와 기술로 최고의 진료를 선보이겠다. 무엇보다 의료 인력 확보가 정말 쉽지 않았다. 지방 병원이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지역 의료 붕괴 문제가 심각하다.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인력 수급과 의료 균형을 위해 의료진의 근무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인 혜택을 늘리고 현지 의료기관이 최신 기술과 장비를 적극 도입해 고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지역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유인책에 대한 통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사회에 의료 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다. “국가유공자 대상 무료 건강검진을 14년째 하고 있다. 의료봉사를 하는 이유는 병원의 존재 목적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사회공헌 활동은 지역사회와 소통해 연대감을 높이고 지역 주민과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게 한다. 병원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 건강한 지역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며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작지만 강한 병원이다. 비결은 무엇인가. “의료의 본질은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이다. 구미차병원은 우수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신 기술과 장비를 적극적으로 도입했고 정확하고 효과적인 진단과 치료를 위해 인력과 의료 정보 시스템 등 인프라도 갖췄다. 그 덕분에 여러 외부 평가에서 1등급을 받았다.” ―수도권 신설 병원 못지않게 시설이 뛰어나다. “공간과 시설은 환자들의 심리적인 안정감과 만족감을 좌우한다. 의료진과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더 나은 공간과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때 좋은 서비스가 나온다. 병원 경쟁력을 위해 계속해서 시설을 향상시키고 있다. 최근 제3주차장을 확보했는데 이용자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들이 보다 편리하게 주차할 수 있도록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굵직한 성과들이 많았다. “지난해 12월 대구·경북 지역 최초로 여성 장애인을 위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열었다. 또 보건복지부 지정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돼 2025년까지 권역 내 중증 응급환자를 수용하는 거점 의료기관 역할도 하게 됐다. 제10회 경북 클린경영 대상을 받았고 각종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올해도 더 많은 역할을 감당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정부가 20일 2025학년도 각 의대별 입학 정원을 발표했다. 기존 3058명보다 2000명 늘어 5058명이 됐다. 의대 교수들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의대생들은 2000명 증원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에선 현재 매년 800여 명씩 배출되는 한의사 입학 정원을 활용해 의대 증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의학과 한의학 통합을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권선우 한의협 부회장(사진)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의사 정원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의대 2000명 증원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며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 의사단체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해도 절충점은 필요하다. 현재 한의대 신입생 수가 정원외 입학을 포함해 800명 정도 되는데 이 중 300명 이상을 줄이고 그만큼 의대 증원에 활용하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한의협 회원들도 동의하는 내용인가. “여러 연구를 보면 한의사는 의사와 달리 이미 포화 상태다. 앞으로 의사 배출을 늘리고 한의사 배출을 줄이는 것은 의료인력 공급을 조절하는 타당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의협은 이미 여러 차례 이 같은 주장을 해 왔다. 의협 입장에서도 의사 배출이 늘어나기만 하는 것보다는 나은 방안일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 의학과 한의학이 의료 통합으로 나아가는 길이 될 수 있다.” ―의료 통합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나. “젊은 한의사들은 이미 의료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기존 개원의나 한의사들도 일정 기간 교차 교육 후 상호 면허를 부여하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 포함된 2년간 임상 수련 뒤 개업 방식을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의사들도 침구학, 임상한약처방 등의 수련 교육을 받은 후 한의사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국민 입장에서 어떤 도움이 되나. “의료 통합을 하면 의료 인력을 늘리기 위해 무리하게 의대 정원을 늘릴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의대 증원을 하더라도 10년 후에나 그 효과가 나타난다. 의료 통합은 당장의 의료 수요를 분산시켜 의사 부족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요하다면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 당장 1차 의료 관련 협력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에 유독 눈두덩이 붓거나 눈 부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상당수는 눈꺼풀에 염증이 생긴 환자들이다. 눈꺼풀은 눈 표면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하고 건강한 눈물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눈을 감거나 깜빡이는 과정에서 눈물의 주요 성분인 물과 기름 성분을 분비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미세먼지와 황사 등 주변 환경 문제와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눈꺼풀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혹사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유정 한양대병원 안과 교수의 도움을 받아 우리가 놓치기 쉬운 눈꺼풀 건강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눈과 눈물의 건강을 책임지는 눈꺼풀 눈꺼풀은 눈 표면을 덮어 외부로부터 눈을 보호해준다. 또 △눈을 깜빡이면서 눈물을 눈 표면에 골고루 퍼뜨려 주고 △감염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고 △눈 표면 윤활유 역할을 하고 △눈 표면의 이물질도 씻어준다. 눈꺼풀의 분비샘에서 나오는 기름은 눈물의 증발을 막고 눈물에 물을 끌어들여 눈물을 두껍게 한다. 만약 눈물층에 기름층이 부족해지면 건성안이 생길 수 있고 눈에 염증 물질이 증가하며 눈 표면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눈꺼풀은 외부와 직접 접촉하는 곳이어서 염증도 잘 생긴다. 우리가 흔히 겪는 대표적 질환이 다래끼와 눈꺼풀염이다. 다래끼는 눈꺼풀에 있는 여러 분비샘에서 발생하는 급성 염증 질환이며, 눈꺼풀염은 눈꺼풀 가장자리에 생기는 만성 염증이다. 눈꺼풀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세균 감염, 노화, 호르몬·약물, 지루성피부염, 모낭충 등과 관련이 있다. 그 밖에 온도, 습도와 같은 환경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또 미세먼지나 공기의 질도 눈꺼풀염과 관련이 있다. 특히 눈화장이나 눈꺼풀 문신 그리고 콘택트렌즈 착용은 눈꺼풀염을 악화할 수 있다.●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수 눈꺼풀염이 있으면 다래끼가 잘 생길 수 있다. 또 잘 관리되지 않으면 재발도 잦다. 눈꺼풀염이 오래되면 회복할 수 없거나, 시력에 영향을 주는 합병증도 생길 수 있다. 눈꺼풀염이 심한 경우 눈 표면 각막과 결막에도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데 특히 시력에 중요한 각막 염증의 경우 투명한 각막에 하얀 혼탁이 생겨 시력이 떨어지게 된다. 눈꺼풀염은 만성 질환으로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하다. 눈꺼풀염 치료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것은 눈꺼풀 위생 관리다. 필요에 따라 약물 치료도 병행할 수 있다. 다래끼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지기도 하지만 온찜질과 함께 항생제를 복용하거나 항생제 안약을 사용해 치료할 수 있다. 약물 치료에도 좋아지지 않거나 큰 농양의 경우 절개해 배농을 하기도 한다. 눈꺼풀염의 경우 경구항생제가 세균 증식을 억제하고 염증을 완화해 도움을 준다. 항생제 안약이나 항염증 안약을 사용하기도 하며, 기름 성분을 보충해주거나 기름 분비용 안약을 처방하기도 한다. 또 오메가3도 염증을 줄여 눈꺼풀염에 도움이 된다.● 온찜질로 막힌 기름 잘 관리해야 눈꺼풀 위생 관리 방법은 온찜질을 하고 눈꺼풀 세정제로 눈꺼풀 가장자리와 눈썹 뿌리 쪽을 잘 닦아내는 것이다. 온찜질로 눈꺼풀이 따뜻해져 기름의 녹는점보다 높은 온도에 도달하면 기름샘 입구를 막고 있던 끈적한 기름이 녹아 분비되는 기름의 질이 좋아진다. 온찜질 방법은 깨끗한 물수건을 뜨거운 물에 적시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만든 후 가져다 대는 것이다. 기름을 녹이면서 화상을 입지 않는 섭씨 37∼40도 정도로 데운 후 눈을 감고 그 위에 10∼15분 정도 올려놓는다. 안대 형태의 제품을 사용하면 더 편하다. 가능하다면 찜질 후 면봉으로 눈꺼풀을 쓸어내리듯 짜주면서 기름 배출을 도와주면 더 좋다. 이후 눈꺼풀 세척을 하면 염증을 줄일 수 있다. 눈꺼풀 세정제를 솜에 묻혀 눈꺼풀을 살짝 당기고 속눈썹 뿌리 부분을 10∼20회가량 잘 닦아준다. 이때 세척액이 눈에 닿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김 교수는 “최근엔 안과용 레이저 IPL 치료도 많이 한다. 이는 효율적으로 온열 효과를 주며 비정상 혈관을 없애고 염증을 줄이면서 세균이나 모낭충을 없애주는 효과가 있다”면서 “평소 눈 피로를 잘 느낀다면 꾸준하게 눈꺼풀 위생을 관리하면서 인공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눈의 피로나 통증, 충혈 등의 이상 증세가 계속 보인다면 안과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이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강대강’ 대치가 지속되면 결국 국민들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걱정이다.” 최근 필자에게 의료공백 사태를 심각하게 걱정하는 의료계 원로들과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며 필수의료를 지키는 의료인들이 한결같이 토로하는 말이다. 정부도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인지하고 공중보건의(공보의) 및 군의관 투입, 간호사 역할 강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다만 투입된 의사들의 진료과목이 천차만별인 데다 이들이 각 병원 시스템을 익히기도 쉽지 않다 보니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종교계 지도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의료개혁을 위해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또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의료개혁을 원칙대로 신속하게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특정 질환을 집중적으로 진료하는 전문병원 109곳을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만큼 지원하고 병원 설립 시 전문의 고용을 늘리는 대책도 내놨다. 그런데 이런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면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복귀를 위해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중재안을 냈지만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는 강경모드를 풀지 않고 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최근 열린 19개 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학들이 사직서 제출 쪽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필수의료 및 응급 중증질환 환자들을 책임지고 자리를 지키던 의대 교수들이 현 상황을 ‘절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 내부에서도 조금씩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위에서 ‘2000명’으로 딱 정해 버리고 물러서지 않으니 대화 창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지금까지는 의료계가 잘 버티고 있는데 걱정”이라며 “앞으로 국민이 피부로 심각하다고 느끼면 그때야 의료계와 소통이 시작되는 시점일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의 약점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 의사들에게 민감한 성분명 처방, 실손보험 제동 등을 통해 의사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 나갈 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를 두고선 강경 입장이 오히려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금까지 모순된 의료제도를 방치한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것을 의료계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측 모두 명분에 집착하다 실리를 잃는 것은 아닌지 필자는 솔직히 두렵다. 정부의 강경 방침에 따른 의료공백과 의사들의 진료 포기는 국민건강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국민을 앞에 두는 지혜가 쌍방에 필요하다. 말기 폐암으로 죽음을 앞둔 한국폐암환우회 이건주 회장이 “극한 대립으로 치료받을 권리,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됐다”고 했던 절실한 호소문을 의정(醫政)은 다시 생각해주길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국에서 섭식장애는 ‘젊은 여성의 다이어트 강박증’, ‘의지력만 발휘하면 해결될 습관 문제’ 정도로 치부되며 사회적 관심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섭식장애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질환이다. 실제로 섭식장애의 유병률(인구 대비 환자 수)이 9%에 달한다는 미국 연구도 있다. 특히 섭식장애 환자의 80%는 25세 이하 젊은층이다. 김율리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섭식장애로 청소년과 청년들의 삶이 황폐화되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섭식장애는 조기 발견 및 조기 치료 시 완치가 가능하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예방과 치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를 만나 섭식장애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봤다. ―섭식장애가 뭔가. “쉽게 설명하면 먹는 것에 대한 태도와 감정 등에서 통제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스스로가 조절할 수 없고, 다시 원래의 편안한 식습관으로 돌아올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경우에 해당한다. 극단적으로 체중이 감소하는 거식형 섭식장애, 폭식을 반복적으로 하는 폭식성 섭식장애 등이 섭식장애의 전형적 형태다. 하지만 비정형화된 섭식장애가 실제론 훨씬 많다. 음식 섭취가 두려워 먹기를 피하는 정상 체중의 거식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섭식장애는 왜 생기나. “불안함, 완벽주의, 우울감, 자존감 저하 같은 마음의 어려움에서 시작된다. 마른 몸, 다이어트 강박 등 보이는 증상에 가려진 병의 기저에는 이런 심리적 어려움이 있다. 그런 상태에서 외모, 체중 등에 대한 부정적 자극이 섭식장애를 촉발하는 방아쇠를 당긴다. 특히 청소년기는 신체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는 시기고, 친구들 간 평가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 시기에 많이 발생한다.” ―섭식장애가 있다면 병원을 언제 가야 하나. “거식증은 체중이 확연히 줄기 때문에 보통 조기에 드러난다. 다만 정상 체중인 거식증도 있기 때문에 부모는 자녀가 식사를 자주 거르고 다이어트 강박이 심해지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자녀가 식사를 회복하도록 유도하되 변화가 없다면 악화되기 전에 내원하는 게 좋다. 거식증 환자들은 자신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게 특징이라 치사율이 높다. 사망 환자 5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남성 거식증 환자의 사망률은 여성 환자보다도 높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 “섭식장애는 원인이 복합적인 질환이기 때문에 정신, 심리, 영양, 간호 등 여러 전문가가 협력해 다각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보통 환자의 식사 행동 변화와 정서적 어려움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 나간다. 거식증 환자 치료에선 신체적 위험을 처치하고 체중 회복을 돕게 된다. 또 환자의 핵심 문제가 정서적 어려움에 있음을 인식하도록 돕는다. 폭식성 섭식장애의 경우에는 회복을 위해 굶기보다 규칙적 식사를 통해 폭식 충동을 조절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건강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게 된다. 뇌의 식욕중추 기능을 회복해 폭식이라는 극단적 행동이 감소하는 것이다.” ―예방은 어떻게 하나. “청소년기에 다이어트 강박이 생기면 성인이 된 후에도 지속되고 회복되기 점점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TV 등에서 연예인의 극단적 체중 감량을 트로피처럼 다루지 않아야 한다. 청소년들은 스타들의 체중 감량 방법을 비판 없이 흡수하고 모방하기 쉽다. 이런 단기간의 급격한 체중 감량은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낳고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섭식장애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개입은 예방이다. 또래 간 만연한 몸매 이야기는 10대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학교는 또래가 모여 있어 섭식장애 문화가 확산되기 쉬운 환경이지만 가장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학교에서 섭식장애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고 예방을 위한 교육을 중고교 과정에 필수적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또 부모와 교사들이 섭식장애에 대해 인식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대학생의 경우 질병 초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한 예방 프로그램이나 회복 프로그램을 확산시키는 게 효과적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매년 2월의 마지막 날은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다. 이날은 사회에서 소외되기 쉬운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유럽희귀질환기구가 2008년 처음 제정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매년 5월 23일을 ‘희귀질환 극복의 날’로 기념해 왔는데 올해부터 세계적 추세에 발을 맞춰 세계 희귀질환의 날에 통합됐다.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작년에 이어 다양한 질환에 대한 정보뿐 아니라 질환과 함께 살아가며 사회의 편견을 이겨내는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을 예정이다. 올해 첫 ‘따뜻한 환자 이야기’는 세계 희귀질환의 날이 가지는 의미에 공감하며 희귀질환을 극복하고 일상 속 희망을 찾아가는 환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신경의 종양 ‘신경섬유종증’ 신약 소식 신경섬유종증은 신경계에 영향을 주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피부에 생기는 종괴 및 반점이 가장 일반적 증상이며 중추신경계와 근골격계 및 혈관의 이상, 시력이 떨어지는 안과 증상 등을 동반한다. 질환으로 인해 생기는 종양이 악성일 경우 낮은 생존율로 생명에도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수현 씨의 아들 임 군은 생후 100일쯤 신경섬유종증 진단을 받았다. 아이의 목 뒤에서 느껴지는 물컹한 느낌에 병원을 방문했다. 목 안의 신경에 종양이 생겨 수술이 불가능하고 국내에서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임 씨 부부와 임 군의 절실한 치료 여정이 시작됐다. 임 씨는 “아이를 살리기 위해 치료법을 백방으로 찾아다니다 세계적인 의학지 ‘셀’에서 해외 임상에 성공한 치료제 자료를 보게 됐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미국 연구팀과 간신히 연락이 닿아 미국에서 3년 정도 치료를 받았는데 돈이 많이 드니 상주하지는 못하고 6개월에 한 번씩 미국에 가 치료를 받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임 군은 해외 치료에서 극적인 성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신경섬유종증 신약이 국내 임상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해당 임상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임 군은 신약 복용을 통해 증상이 상당히 개선됐고 신약의 급여화로 현재도 지속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진아 사무국장은 “올해 1월 1일부터 신경섬유종증 1형 소아 환자들에게 신약 치료 건강보험 적용이 되면서 그간 힘든 시간을 보내온 환자들에게 희망이 됐다”면서 “이는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 차원에서 큰 결실이지만 소아 환자에 한정된 급여로 인해 약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성인 환자들은 언제까지 치료를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소아 환자들 역시 급여 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아직 관련 정보가 잘 알려지지 않아 혼란을 겪고 있다”고 신약 치료 환경의 한계를 지적했다.극희귀질환 신약, 건보 통과율은 평균 15% 불과 희귀질환 중에서도 유병률이 극히 낮아 극희귀질환으로 분류되는 질환들이 있다. 이름도 생소한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등이 대표적이다. 이 질환은 체내에 이물질이나 병균 침입 시 이를 파괴하는 면역체계인 ‘보체’의 활성이 조절되지 않아 생기는 질환이다 급작스러운 병의 진행으로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으며 특히 진단이 늦어지면 사망이나 말기 콩팥 질환으로 번질 위험이 높아지는 만큼 진단 이후 최대한 빨리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이 질환을 앓고 있는 유복순 씨는 평소 ‘워커홀릭’이라 불릴 정도로 30년 이상 사회복지사로 열심히 활동해 왔다. 언젠가부터 양치질을 하기 힘들 정도로 기운이 없어졌고, 3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지 못해 바닥에 주저앉을 정도로 극심한 피로감이 나타났다. 휴직 소견서를 받기 위해 찾은 병원에서 현저히 낮은 빈혈 수치가 측정됐다. 신장내과와 혈액종양내과의 협진 및 유전자 검사를 통해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 진단을 받게 됐다. 유 씨는 “난생처음 듣는 병명과 극희귀질환이라는 말에 ‘그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당 의사가 치료 방법(신약)에 대해 설명을 해 줬는데 산정특례 혜택을 못 받는다면 1년 치료비가 5억 원 정도라고 했다”면서 “다행히 약제 사전심의제도를 통해 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그렇지 못했다면 그냥 주변 정리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당시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강희경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 콩팥센터장은 “2018년부터 보체의 과활성화를 막을 수 있는 신약 치료제에 국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다만 신약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약제 사전심의제도를 통해 환자의 치료제 급여 적용 여부를 관리 감독하고 있다. 작년에는 신약들의 심의 통과율이 불과 5%였고, 평균은 15% 정도 된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강 센터장은 “고가의 신약 치료에 의료보험 재정의 한계가 있어 이런 제도가 있는 것인데 이러한 제도로 인해 환자 치료가 시의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하는 대표적 질환이 바로 비정형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며 “72시간이라는 골든타임 안에 치료가 시작돼야 하는 병인데 치료제 사용이 제도에 묶여 있다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고 덧붙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수도권 중심의 의료 쏠림 현상을 해결하고 지역에 사는 난임 부부가 난임센터를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는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실력 있는 의료진과 연구원, 뛰어난 기술력과 최신 장비를 바탕으로 ‘임신 성공률 높은 병원’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최근에는 대구 경북뿐만 아니라 서울은 물론 미국, 중국, 아랍, 동남아 등에서도 환자가 몰리고 있다. 월 5000여 명이 찾는 대구차병원은 개원 후 현재까지 14만 명의 환자가 다녀갔고 그중 대구 지역 밖의 환자가 40%를 웃돈다. 최고 수준의 난임생식의학 기술을 자랑하는 차병원 난임센터(분당, 강남, 서울역, 대구, 일산) 가운데에서도 대구차병원의 임신율이 가장 높다.실력 있는 의료진 포진 높은 임신율의 비결은 실력 있는 의료진이다. 궁미경 대구차병원 원장을 비롯해 산부인과 강인수, 임수연, 한애라, 김주영 교수, 그리고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 난임센터에서 온 산부인과 이광 교수 등 10명의 의료진이 있다. 이 가운데 궁 원장은 출산율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2010년에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난소기능부전, 반복적 착상 실패, 자궁선근종, 자궁내막증 등의 최고 권위자로 30년간 난임 치료에 힘써왔다. 총 3만 건 이상의 난임 시술을 시행한, 국내에서 손꼽히는 난임 명의다. 또 유전체 분야 최고 권위자인 PGT(착상 전 유전자 검사)의 달인 강인수 교수는 차 여성의학연구소 서울역 유전학 연구원장을 지냈다. 강 교수는 진료 외 시간에는 유전 연구와 유전 상담을 한다. 대구차병원 난임센터 의료진은 매주 1번 이상 새로운 의학 지식과 치료 방법을 토론하며 더 나은 시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궁 원장은 “매달 서울역, 강남, 분당, 일산, 대구 등 국내 차병원 난임센터가 모두 모여 기관별 임신율을 체크하고 세미나를 열어 노하우와 비결을 공유하고 있다. 모두 임신율이 높지만 대구차병원 임신 성공률이 가장 높다”면서 “서로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공부하고 최신 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높은 임신율을 유지하는 차병원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독보적인 PGT 실력… 개원 3년 차에 4000건 시행 대구차병원 난임센터의 높고 빠른 임신율의 비결에는 PGT가 있다. 이 검사는 시험관아기 시술로 수정된 배아를 자궁에 이식하기 전 염색체나 유전자를 검사해 정상 배아를 선별, 이식하기 위한 검사다. PGT 검사는 3가지로 나뉘는데 고령의 여성이거나 습관성 유산, 반복적 착상 실패를 겪은 경우에 하는 PGS(PGT-A), 염색체 구조 이상이 있는 아이를 출산할 위험을 예방하는 PGT-SR, 그리고 본인을 포함해 가계에 유전병이 있거나 첫 아이가 유전병을 가지고 태어난 경우에 유전병을 예방하기 위한 PGT-M을 모두 시행하고 있다. 강 교수는 “PGT 검사는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유산율을 감소시키고 이식당 임신율을 높이며 정상 임신에 이르는 시간을 단축하는 효용성이 있다”면서 “다른 병원은 PGT 검사 결과를 외부에 맡기지만 우리는 차바이오텍 유전학연구소에서 판독해서 정확도가 무척 높고 빠르다”고 강조했다. 대구차병원은 PGT를 4000건 이상 시행했다.환자 10명 중 4명 대구 밖에서 찾아와 PGT를 잘하려면 배아 연구실의 시설과 연구진의 협업이 중요하다. 대구차병원 난임센터에는 20여 명의 경험이 풍부한 연구진이 수준 높은 배양 기술을 바탕으로 난임 환자의 임신을 돕고 있다. 최신 시설도 강점이다. 실시간 배아 발달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배아발달추적선별 시스템, 채취한 난자와 정자 및 배양한 배아를 환자별로 정확히 구별하는 배우자 식별 시스템, 반복 유산 또는 반복 착상에 실패한 환자를 위한 면역 치료, 착상 전 유전자 검사(PGT) 등을 위한 최첨단 장비가 있다. 대구차병원 난임센터는 난임시술의료기관 평가 1등급 기관이다. 이외에도 안전 관리 시스템, 24시간 소통 앱, 편리한 키오스크 시스템, 최신 난자·정자 보관 장비 구축 등 환자를 위한 설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외래 대기가 없는 ‘매직 패스’도 도입했다. 온라인이나 앱에서 진료를 예약하면 일반 진료와 동일하게 추가 진료비 없이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진료받을 수 있는 환자 중심 서비스다. 임 교수는 “대구차병원의 높은 임신율은 64년 차병원 난임생식의학 역사와 기술력, 그리고 모든 의료진이 난임 부부의 임신을 바라며 밤낮으로 연구와 진료에 매진한 덕분”이라며 “환자의 입장에서, 환자 중심으로 사고하며 더 빠르고 높은 임신 성공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2일은 세계 녹내장의 날이었다. 녹내장은 눈으로 들어온 빛을 전기신호로 바꿔서 머리로 전송하는 시신경이 망가지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병이다.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할 수 있다. 실명을 막기 위해서는 녹내장의 위험성과 질환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생활 습관이 녹내장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산소운동은 매우 중요하다. 전 세계 대표적인 녹내장 학자들이 참여한 영국 바이오뱅크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신체 활동의 강도가 높을수록 시신경 조직이 더 건강했고, 중등도 이상 강도의 운동이 녹내장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됐다. 하지만 녹내장 환자들에게 어떤 운동이 도움이 되는지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많지 않다. 녹내장 전문의와 맞춤형 피트니스 전문가가 머리를 맞대면 좋은 조언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녹내장TV’로 유명한 센트럴서울안과 최재완 원장과 맞춤형 피트니스 전문 채널 ‘폭스짐TV’ 단하나 트레이너를 만났다. (이하 최=최 원장, 단=단 트레이너) ―녹내장의 원인은. 최=“눈 속의 높은 압력이 녹내장의 중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 일본에서는 안압이 높지 않은 ‘정상안압녹내장’이 70∼80%로 매우 흔하다. 이 부류의 녹내장에서도 물론 안압이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또 근시가 심하거나, 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손발이 심하게 차거나 편두통이 있을 때도 녹내장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녹내장 환자에게 왜 유산소운동이 도움이 되나. 최=“녹내장일 때 망가지는 시신경과 주변 조직은 모세혈관망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부분에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면 이로 인해 녹내장이 악화될 수 있다. 유산소운동은 말초혈관을 확장시키고 심박수를 높여 시신경 건강에 도움이 되는 혈류의 양을 증가시킨다. 또 유산소운동은 시신경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을 도와준다. 운동의 강도도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보다는 숨이 차고 땀이 나는 중등도 강도 이상의 운동이 녹내장 환자에게 좋다.” ―녹내장에 도움이 되는 유산소운동을 기획하게 된 동기는. 최=“평소 외래 진료에서 녹내장 환자에게 유산소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최근 유산소운동이 녹내장에 효과적이라는 의학적인 증거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환자에게 맞는 운동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중 마침 녹내장을 앓고 있는 지인의 소개로 맞춤형 피트니스 유튜브 채널 ‘폭스짐TV’를 운영하는 단 트레이너를 알게 됐다.” 단=“안과의사가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녹내장 환자에게 필요한 운동의 세부 사항을 1대1로 직접 이야기해주는 모습을 보고 보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운동 제작 과정에 직접 모델로도 참여하겠다고 하셔서 녹내장 환자에 대한 진정성을 느꼈다.” ―녹내장 환자들에게 필요한 유산소운동은. 최=“녹내장 환자에게 운동이 효과가 있으려면 어떤 상황에서라도 편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운동 △중등도 이상 강도로 심박수가 올라가고 숨이 찰 정도의 운동 △어느 정도는 재미가 있어서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운동 △고령으로 관절이 안 좋거나 시력이 안 좋은 환자도 따라 할 수 있는 운동 등을 단 트레이너에게 부탁했다.” 단=“건강한 분들이라면 달리기나 수영, 자전거 타기 등 야외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녹내장 환자들을 위해서는 실내에서 특별한 도구 없이 할 수 있는 유산소운동을 고민했다. 특히 녹내장 환자 중에서는 퇴행성관절염 등으로 관절이 안 좋은 경우도 많은데 이럴 땐 짐볼 등을 사용해 관절의 운동 범위를 제한하는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시력이나 시야가 좁아서 활동 범위가 넓은 운동에 제약이 있을 때를 감안해 의자에 앉아서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운동도 선별했다.” ―녹내장 환자들을 위해서 제작한 영상들은 어디서 볼 수 있나. 단=“녹내장 환자의 맞춤형 운동 가이드는 유튜브채널 녹내장TV와 폭스짐TV에서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동작들로 구성이 돼 있어서 도움이 되는 분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심각한 심혈관계 질환, 운동유발성 천식, 퇴행성관절염 등일 때는 먼저 주치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운동 외 녹내장 환자를 위한 생활 습관은? 최=“금주, 금연, 운동. 이 세 가지 키워드를 꼭 기억하면 좋겠다. 작년에 국민건강영양조사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분석 연구에서는 소량의 음주도 녹내장으로 실명할 가능성을 50% 이상 증가시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담배는 녹내장에 최악이다. 안압을 높게 만들고 모세혈관의 수축을 야기해 녹내장을 악화시킨다. 건강한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은 녹내장 환자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녹내장 환자 맞춤형 운동 가이드는 아래 채널의 링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녹내장TV : https://www.youtube.com/@GlaucomaTV폭스짐TV : https://www.youtube.com/@FoxgymTV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의대 2000명 증원 좋다. 학생들 가르칠 기초의학 교수 확보도 가능하다. 그런데 어떻게 임상교수를 확보할 건가? 아무리 정부의 의지가 강해도 이건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계 원로 교수들은 필자에게 의대생들에게 꼭 필요한 의대 교수는 제대로 교육 훈련을 받은 임상교수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많은 의대 교수도 비슷한 걱정을 토로한다. 기초의학은 생리학 생화학 약리학 해부학 등 의학 학문의 기초를 다루는 과목이다. 기초의학 교수의 경우 최근 의대 졸업자가 거의 지원하지 않아 의사가 아닌 생물학 화학 물리학 등 자연과학 전공 교수들로 많이 채워진 상황이다. 따라서 기초의학 교수의 확보는 의학과 출신이 아닌 교수들로 채울 수 있다. 물론 의대 출신이 기초의학 과목을 맡는 게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등 주요 과목을 다루는 임상교수 확보다. 정부는 지방 거점 국립대 의대 교수를 앞으로 1000명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임상 쪽 의대 교수가 되기 위해선 의대 6년,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 전임의 2년 등 군대 시기를 제외해도 13∼15년의 교육을 받은 의사가 필요하다. 동시에 석사 이상의 학위를 통해 교육과 연구 경험도 있어야 한다. 레지던트와 전임의를 했다고 바로 의대 교수로 임용될 수 없는 것이다. 또 의대 교수의 자격 요건인 연구 경험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의학실습을 지도하는 차원이 아니라 직접 연구 과제를 정해 동물실험 및 본인의 임상 데이터를 종합해 이를 해석하고 논문을 쓸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또 수시로 국제 논문을 취합해 이를 교육과 연구에 연계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런 이유로 서울대병원은 10년 이상 임상을 한 의사에게도 교수 자격을 함부로 부여하지 않는다. 정교수가 되려면 학교에서 요구하는 양질의 논문 생산 능력을 입증해야 하고 엄격한 인사위원회 심사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일본과 독일에선 교수가 과별로 소수에 불과할 정도로 엄격하다. 단순히 원한다고, 혹은 필요하다고 교수를 늘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와 의사단체의 충돌 이후 전임의(펠로)들이 줄줄이 사직하고 있어 임상교수 확보가 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더라도 의대생들이 예과 2년을 거치는 동안 양질의 교수 1000명을 확보해야 하는 비상 상태에 마주치는 것이다. 양질의 의대 교수가 확보되지 않으면 중증 질환 임상 및 연구 경험이 거의 없는 개원의들을 대상으로 교수 확보에 나서야 한다. 특히 지방대의 경우 갑자기 두 배 이상의 정원을 뽑는 상황에서 강의실 확보는 물론이고 커대버(해부용 시신)를 활용한 해부학 실습 등 의대에서 제대로 진행돼야 할 교육이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유 등으로 많은 의대는 내년도 증원 규모를 놓고 대학본부와 갈등을 빚었다. 의대 교수들은 지금도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게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부는 어떤 식이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추진하겠다며 가속도를 내고 있다. 강의실과 실험 기자재 등 하드웨어 지원은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교수 등 인적 자원은 1, 2년 지원한다고 배출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 의대 교수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지방대 의대 교수는 “정부는 교수 정원을 늘리면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최신 F-35 전투기를 수입하면서 동시에 조종사를 확보하려고 내년부터 공군사관학교 입학생을 늘리는 것과 같다”면서 “시차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공군사관학교 정원을 늘려도 공군 파일럿이 되는 사람은 소수이고 그나마도 금방 민간 항공사로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누구나 제대로 교육 받은 의사들에게 진료와 수술을 받고 싶어 한다. 그런데 지금 이대로 가다간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한 의사가 청진기를 들고 환자 앞에 앉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미국의 한 전직 의대 교수가 약 1조3000억 원을 미국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에 기부해 모든 의대생 학비가 면제됐다는 소식이 국내에 알려져 화제가 됐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연간 학비는 한국 돈으로 약 8000만 원에 달한다. 이 교수는 “비싼 학비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의사의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을 보고 장학금 기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혜택을 받은 의대생 중 상당수는 나중에 사회에 나가 기부 대열에 동참하면서 사회적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의사가 공무원인 영국의 경우 국가가 의대 등록금, 졸업 후 전공의 수련 비용 등을 지원한다. 심지어 의료 분쟁 시에도 국가가 개입해서 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은 국가의 통제 시스템 속에서 묵묵히 본인 일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 자본주의 최첨단을 달리는 미국의 경우도 전공의 수련 비용에 주 예산 등이 투입된다. 병원 교수들이 연구와 진료 외에 전공의를 가르치는 것에 보상하는 것이다. 최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을 보면서 필자는 한편으론 이들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했다. 필자도 의대생일 때 중고생 과외를 하거나 우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용돈과 학비를 마련했다. 그나마 국립대라 다른 의대에 비해 등록금이 절반 이상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공의 때를 돌아보면 병원에 따라 연봉이 달랐는데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중 가장 많이 받는 곳이 A 병원이다 보니 일부러 그곳에 지원한 동료도 있었다. 당시 전공의 연봉은 2000만∼4000만 원가량이었는데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금액은 월 120만∼150만 원 정도였다. 물론 20년 더 된 2000년도 기준이고 지금은 2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들었다. 결국 전공의를 마칠 때까지 정부 지원은 거의 없는데 막상 개원하려 하면 정부가 당연지정제를 통해 건강보험으로 통제한다. 당연지정제는 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이 어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의사들은 건강보험의 저수가로 환자들을 많이 봐야 병의원을 운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지 않으면 비보험 진료 등에서 수익을 올리는 수밖에 없다. 대형 병원들이 장례식장, 주차장 등에서 수익을 올리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의료제도 모순의 대부분은 현재의 의료수가로 운영할 경우 상당수가 적자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것에서 생긴다. 특히 최근에는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과 민형사 소송 위험 등으로 소아청소년과 및 산부인과 의사들이 피부 미용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실비보험으로 비급여 수익이 늘어나면서 필수의료에 있던 많은 의사들까지 개업에 나서는 상황이다. 여기에 선택진료비 폐지, 상급병실료 급여화라는 소위 ‘문재인 케어’는 지방에 있는 많은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으로 몰려오게 만들었다. 그렇다 보니 지방 병원들은 의사 인력을 구하기 힘들게 됐고 지방 병원 운영은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단순히 의사 수 2000명을 증원하고 5년 동안 10조 원을 투입한다고 이런 우리나라의 현실이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다는 뜻이다. 국민 중에는 2000명 증원을 포함한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낮은 의료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의사들에 대한 불만이 증폭됐다고 본다. △병원에 입원해도 담당 교수 얼굴조차 못 보고 △병원에서 3시간 기다렸는데 의사는 컴퓨터 화면만 보면서 3분 진료로 마무리하고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함부로 대하고 △응급실에 가도 제때 치료를 못 받은 경험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의사와 환자 관계를 갈등 관계로 만들고 있는 건 지금의 의료 시스템이다.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려면 현재의 저수가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 예를 들어 충분한 수가를 주면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들을 30분 이상 진료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려면 국민들이 의료비를 더 내야 한다. 또 지방에 있는 환자들이 수도권에 몰리지 않도록 하려면 병원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수가를 통제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면 10년 후 전문의가 배출된다. 당장 현재의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지역의료와 필수의료를 살리는 방안 중 하나로 필자는 전공의가 수련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모두 지원하는 ‘국가책임제’를 제안하고 싶다. 정부가 3000여 명의 전공의 인력을 직접 운영하자는 것이다. 다른 접근법에 비해 예산 부담도 덜하다. 이 제도를 통해 정부가 지방에 고루 전공의 인력을 파견하면 지방의 부족한 의사뿐 아니라 필수의료 인력 부족 현상도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 중점 교육을 실시하면서 전반적인 수련의 수준도 높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지난해 정부와 의료계가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서도 7차례에 걸쳐 논의했던 정책 중 하나다. 지난해 본보 5월 19일자 필자 칼럼에서도 지적한 바 있다. 정부도 다시 한번 살펴봐 주길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최근 만난 정부 고위관계자와 의료계 등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달 초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의 배경에는 “의사들의 카르텔(담합)을 깨야 한다”는 대통령실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한다.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늘리지 않은 현 상황이 의사들의 카르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열린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두 배로 늘려 매년 1000명을 뽑자 법률 전문가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자리를 잡아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에도 증원을 원치 않은 법조인 카르텔을 깬 결과 국가적으로 선순환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해 사교육 카르텔을 깨기 위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의 조치를 취했고 노조 등 이권 카르텔과도 전면전을 벌였다. 다만 의료계는 다른 직군과 다소 다른 생태계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로펌과 대형 학원들은 민간기업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움직인다. 하지만 국내 모든 병의원은 국가가 지정한 당연지정제에 묶여 있다. 당연지정제란 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이 어떤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건강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개인 의사가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지은 민간병원이라도 건강보험에서 정해 놓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이상은 받을 수 없다. 결국 상당수의 의사들은 낮은 수가 속에서 많은 환자를 봐야 병의원을 유지할 수 있다. 쉬지 않고 힘들고 고되게 일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이 극찬한 한국의 건강보험 제도의 현실이다. 물론 당연지정제가 아니라면 국민들은 ‘의사 카르텔’ 때문에 필수의료에도 현재의 10배가 넘는 비싼 진료비를 지출해야 할지 모른다. 그리고 만약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면 더 이상 카르텔 우려가 없으니 의사들의 자유를 묶었던 당연지정제도 폐지하라는 요구가 빗발칠 수 있다. 이제 곧 3월이다. 새로운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들이 들어와 병원에서 중요한 일들을 배우며 부족한 의료 인력을 메워야 하는 시기다. 그런데 지금은 대학병원 전공의 상당수가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그 자리를 메울 의사는 턱없이 부족하다. 말 그대로 ‘의료대란’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인다. 정부의 면허정지 및 사법절차 경고에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식의 여유가 느껴질 정도다. 마치 정부에 저항하는 중국 젊은이들의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연상케 한다. 보건당국도 전공의와 소통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실정이다. 의료대란은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중장기적으로 정부에도 도움이 안 된다. 보건당국이 소통을 원한다면 제도상으로는 의사단체 중 유일한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의결기구인 대의원회가 파트너다. 그런데 최근 대의원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전권을 주기로 의결했으니 비대위가 의료계 대표 기구가 됐다. 대통령실은 28일 “의협은 대표성을 갖기 좀 어렵다”고 했지만 비대위를 완전히 제외하고 대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전공의들과도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며 “조만간 전공의, 교수, 개원의 등이 모여 단체 행동의 시작과 종료를 투표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이라도 파국을 막기 위해 정부와 의협 비대위, 그리고 의사단체가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국내 치매 환자가 지난해 100만 명을 넘었다. 치매 원인의 70% 이상은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그런데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려면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양전자단층촬영(PET),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에만 100만 원 넘게 들어간다. 이건호 조선대 의생명과학과 교수(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장)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저렴하고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디지털 치매 예측 및 예방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3∼25일 전남 여수시 베네치아호텔에서 열린 제7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NFAD)에서 치매 전문가인 이 교수와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회장)를 만나 치매 치료와 예방 방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美 FDA, 알츠하이머병 항체치료제 승인지난 수십 년 동안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은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뇌에서 제거하는 방법에 집중됐다. 그리고 지난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 이 치료제는 베타아밀로이드 응집체에 반응하는 항체로 혈관에 주사한다. 항체는 혈류를 통해 뇌로 전달돼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되고 응집체를 제거해 뇌 신경조직의 손상을 억제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판매 승인을 받았고 올 하반기(7∼12월) 국내 환자들에게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비용, 효과 등의 문제로 접근성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이 치료제는 아직 환자의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충분치 않고 부작용도 적지 않아 자리를 잘 잡을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며 “국내 기준으로 연간 치료 비용이 5000만 원 안팎으로 추산돼 치료 기회조차 얻기 힘든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디지털 기기 활용해 치매 가능성 예측”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디지털 기기를 활용해 치매를 예측하고 미리 대처할 수도 있다. 디지털 기기에 치매 관련 소프트웨어를 연동하면 뇌의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발병 가능성 등을 예측할 수 있는데, 이를 디지털 치매 예측 기술이라고 한다. 그동안 인지기능 검사는 대면 지필검사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디지털 환경에서 적용 가능한 검사법이 개발되고 채점까지 자동화되는 등 다양한 기술이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검사 대상자의 음성, 움직임, 수면 등의 패턴을 분석해 치매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인공지능(AI) 기술도 속속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모코그(디지털치료제), 하이(디지털치료제), 바이칼에이아이(음성 분석 치매 진단),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수면 패턴 분석) 등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업체와 연구기관들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윤 교수는 “국내 유무선 통신망이 탄탄한 데다 업체들의 기술력도 세계적 수준”이라면서 “치매 치료도 정보통신기술(ICT)과 AI 등을 접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치매도 속도 늦추거나 예방 가능”치매는 고령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치매도 평소에 준비하면 속도를 늦추거나 증세를 덜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에는 평소의 생활습관으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의료기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약물은 아니지만 의약품과 같이 질환을 치료하고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인 디지털 치료제뿐 아니라 빛과 진동, 소리, 초음파 등으로 뇌를 자극해 치료하는 전자약 개념의 제품도 출시되고 있다. 의료용 기기 연구개발 업체인 아리바이오는 40Hz 주파수의 미세한 진동 자극으로 두뇌를 활성화시키는 헤드밴드를 개발했다. 현재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데, 임상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 밖에도 빛의 밝기나 세기로 뇌를 활성화하는 디지털 의료기기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빛의 경우 눈을 통해 시각적으로 자극을 주거나 뇌에 직접 빛을 쪼여 자극을 줄 수 있다. 김재관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는 “뇌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축적된 베타아밀로이드를 줄이는 방식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며 “가까운 미래에는 먹는 약이 아니라 디지털 전자약으로 뇌를 건강하게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수=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