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이청아 기자

동아일보 국제부

구독 34

추천

안녕하세요. 이청아 기자입니다.

clearlee@donga.com

취재분야

2024-05-17~2024-06-16
국제일반28%
미국/북미19%
인사일반16%
경제일반13%
국제정치6%
사회일반6%
국방3%
금융3%
국제정세3%
유럽/EU3%
  • ‘500명 사망’ 가자병원 참사, 중동전쟁 확전 우려 커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직전인 17일(현지 시간)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한 병원이 공습을 받아 수백 명이 숨졌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대량학살”이라고 규탄했고, 이스라엘은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의 소행”이라고 맞서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이스라엘군이 아닌) 다른 쪽 소행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병원 공습을 계기로 미국과 이스라엘 대 아랍 국가로 선명하게 선이 그어지며 중동전쟁이 한층 심각한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날 밤 가자시티의 알아흘리아랍 병원에 가해진 로켓포 폭격으로 환자, 난민 등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도 최소 수 백 명이고 이와 별도로 상당수의 시민이 건물 잔해 밑에 깔려있다고 했다. 다만 미 CNN 등 외신에서 폭발 원인이나 사상자 규모는 정확히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이번 공습을 유례없는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며 보복을 천명했다.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내일(18일)을 적에 대한 분노의 날로 삼자.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중동 이슬람권에 촉구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이번 폭격이 하마스보다 더 강경한 반이스라엘 성향인 PIJ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병원을 공격한 것은 이스라엘군이 아닌 야만적 테러범들”이라며 PIJ 소행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는 18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에서 “폭발 사건에 대해 깊은 슬픔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본 바로는 그것은 당신(이스라엘 측)이 아닌 다른 쪽이 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했다.이 여파로 당초 이날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나 중동전쟁의 해법을 논의하려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반(反)이스라엘·반미 시위 또한 확산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이스라엘의 하마스 제거에는 지지하지만 가자지구 점령에는 반대한다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뒤 이례적으로 빠르게 타국 전장을 찾아 직접 해법을 도출하려 했다. 하지만 대형 참사와 주변 아랍 3국과의 회담 취소로 첫 발부터 어그러진 모양새일 뿐만 아니라 중동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 가자 병원 참사 진실공방…“이스라엘의 학살” vs “지하드 소행 증거 있어”

    17일(현지 시간) 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병원 공습으로 수백 명이 숨진 사건을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공격 주체가 누구인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습이라고 주장했고, 이스라엘군은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이자 하마스와 협력하는 이슬라믹지하드(PIJ)의 오폭이라고 주장했다.18일 하마스는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시티 병원에 있던 환자와 어린이, 여성을 비롯해 최소 민간인 5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수백 명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다고 했다.반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PIJ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쏜 로켓 수십 발 가운데 한 발이 오폭으로 병원 주차장에 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하며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드론으로 촬영한 이 병원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우리 측 공습은 폭발 현장 바닥에 거대한 웅덩이를 남기는 데 이 병원 현장에는 그것이 없다”고 주장했다.이어 이스라엘군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이날 하마스 요원들이 이번 공격이 PIJ 측 오폭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보이는 감청 정보 녹음 파일을 자신의 X 계정에 올리고 “하마스가 (병원을 공격한) 로켓이 PIJ가 발사한 것이라는 사실을 매우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7일 과거 PIJ 등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발사한 로켓이 궤도를 이탈해 민간 시설을 공격한 전력이 있다고 보도했다.그러나 유세프 아부 알리쉬 팔레스타인 보건부 차관은 18일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14일 이스라엘군이 같은 병원을 포격했고 다음날 직접 병원장에게 전화해 포탄 두발로 경고했으니 즉각 대피하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 가자 병원 참사에 바이든 ‘평화 구상’도 위기…아랍국과 회담 불발

    “수술 중 강한 폭발이 일어나더니 수술실 천장이 무너졌다.”17일(현지 시간) 공습으로 수백 명이 숨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아랍병원에서 근무하던 의사가 영국 스카이뉴스에 전한 당시 참상이다. 그는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병원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이 됐다며 “이건 학살”이라고 규탄했다. 스카이뉴스에 따르면 폭발 직후 촬영된 몇몇 영상에는 불길이 병원 일부를 집어삼키고 부상자를 돕기 위해 달려가는 의료진의 모습 등 당시의 참혹한 모습이 생생하다.가장 안전해야 할 병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으로 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확전을 억하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상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공격 주체의 진위와 관계없이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미국과 가까운 아랍국인 요르단, 이집트 등도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거부하며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뚜렷하다. ● 하마스-이스라엘 책임 공방가자지구 내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의 중심부에 있는 알아흘리아랍병원은 1882년 설립된 141년 역사의 유서 깊은 병원이다. 이 병원은 7일 전쟁 발발 후 이스라엘군이 대피를 통보했던 가자지구 북부 병원 20곳 중 하나다. 하지만 남부로의 피란이 여의치 않았던 상당수 주민이 병원만은 안전할 것으로 믿고 이 곳으로 몰려들면서 공습에 따른 인명 피해가 커졌다.이 사건이 누구 소행인지를 놓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는 공방을 벌였다.하마스는 병원 공습 직후 이스라엘 공습으로 어린이, 여성을 비롯해 최소 민간인 50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주장을 입증하는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이스라엘 정부와 군은 “이슬라믹지하드(PIJ)의 오폭”이라면서 영상과 사진, 음성 증거를 제시하며 반박했다. 사망자 수도 하마스가 부풀렸다고 주장했다.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8일 기자회견에서 “공습으로 인한 (주차장) 주변 건물 훼손도 없고, 우리 무기로 공습할 때 일반적으로 생기는 거대한 웅덩이도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미사일 공습 현장에 생긴 각각 지름 7m, 9m짜리 웅덩이 사진을 공개했다.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관련 영상에 따르면 해당 병원 인근에서 로켓포가 이스라엘 쪽을 향해 수십 발 발사 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병원 부근에서 작은 폭발에 이어 큰 폭발이 일어났다.하가리 대변인은 이어 이번 공격이 PIJ 측 오폭임을 인정하는 듯한 하마스 대원들 대화를 감청한 녹음 파일을 X 계정에 올렸다. 이스라엘군이 영어로 번역해 함께 게시한 대화 자막에 따르면 하마스 한 대원이 “우리가 쏜 거야?”라고 묻자 다른 대원이 “(병원에 떨어진) 미사일 파편은 PIJ 것이래, 이스라엘 것이 아니고”라면서 “병원 뒤쪽 묘지에서 쐈다”고 말했다.반면 PIJ는 “이스라엘이 병원에 있던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 이전에도 이곳을 공습했다”면서 (미사일이) 떨어진 각도나 파괴력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주장했다. ● 이스라엘 힘 실은 바이든, ‘확전 방지 구상’은 위기18일 이스라엘에 도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만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하마스가 이슬람국가(IS)가 더 합리적으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악행, 즉 잔혹행위를 저질렀다”며 하마스에 대한 적대감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방어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겠다”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병원 폭격에 대해서도 “당신이 아닌 다른 팀이 한 것처럼 보인다”며 이스라엘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당신은 미국 대통령이 전쟁 중 이스라엘을 방문한 첫 번째 사례”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집권 중 교전 중인 다른 나라를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중인 이스라엘을 방문하는 위험을 무릅썼지만 돌출 참사로 인해 미국에 우호적이었던 중동 국가들마저 거리를 두며 사태 해결은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참사로 같은 날 요르단 암만에서 만나기로 했던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전격 취소했다. 중동 전체를 향해 확전 억제 메시지를 내려 했던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 완전히 타격을 입은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중동 개입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그간 중국과의 패권 경쟁을 위해 인도태평양에 치중했던 미국의 정책이 이번 전쟁으로 위기에 처한 만큼 다시 중동 관여가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 “폭격에 6세 아들 잃어” 가자 의사 절규… 공습 사망 2800명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 사망자가 17일(현지 시간) 2800명을 넘어서면서 안타까운 사례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 16일 영국 itv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팔레스타인인 의사 무함마드 아부 무사는 집에 폭탄이 떨어져 부상을 입고 이송된 자신의 아내와 자녀들을 만났다. 얼굴이 피와 흙먼지로 뒤덮인 자녀 2명을 황급히 치료하던 그에게 부인이 “(막내) 유세프를 찾아달라.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됐을 때 아들 얼굴이 피범벅이었다”며 울부짖었다. 아들 소식을 수소문하다가 동료 의료진 손에 이끌려 영안실을 찾은 무사는 여섯 살배기 유세프 시신을 확인했다. 무사는 itv에 “병원에서 일하던 중 집 방향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면서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결국 아들을 잃었다”며 황망해했다. 이날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또 다른 한 의사가 통곡하면서 동료들 부축을 받아 실려 나갔다. 공습으로 숨진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 시신이 자신이 일하던 외상센터로 실려온 것을 본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서 임신 합병증 치료를 받다가 남부로 대피한 한 여성은 이날 어느 무너진 병원에서 쌍둥이 자매 누하와 파틴을 낳았다. 하지만 의약품은 물론이고 물도 부족해 가족들이 생수를 찾으러 도시를 뒤지고 있다.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16일 밤에서 17일 새벽 사이 적어도 7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공습을 받은 남부 라파, 칸유니스, 데이르알발라에서 발생한 사망자 중 다수는 이스라엘군 통보에 따라 가자지구 북부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라고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자지구 병원 의사 “실려온 환자가 내 가족” 눈물…민간인 비극 이어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군 보복 공습으로 가자지구 사망자가 17일(현지 시간) 2800명을 넘어서면서 안타까운 사례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다.16일 영국 itv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 한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팔레스타인 의사 무함마드 아부 무사는 집에 폭탄이 떨어져 부상을 입고 이송된 자신의 부인과 자녀들을 만났다. 얼굴이 피와 흙먼지로 뒤덮인 자녀 2명을 황급히 치료하던 그에게 부인이 “(막내) 유세프를 찾아달라. 무너진 건물에서 구조됐을 때 아들 얼굴이 피범벅이었다”고 울부짖었다.아들 소식을 수소문하다가 동료 의료진 손에 이끌려 영안실을 찾은 무사는 여섯 살배기 유세프 시신을 확인했다. 무사는 itv에 “병원에서 일하던 중 집 방향에서 폭탄 터지는 소리를 들었다”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결국 아들을 잃었다”고 황망해했다.이날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이 공개한 영상에서는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에서 또 다른 한 의사가 통곡하면서 동료들 부축을 받아 실려나갔다. 공습으로 숨진 자신의 아버지와 형제 시신이 자신이 일하던 외상센터로 실려온 것을 본 것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서 임신 합병증 치료를 받다가 남부로 대피한 한 여성은 이날 어느 무너진 병원에서 쌍둥이 자매 누하와 파틴을 낳았다. 하지만 의약품은 물론이고 물도 부족해 가족들이 생수를 찾으러 도시를 뒤지고 있다.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16일 밤에서 17일 새벽 사이 적어도 71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는 공습을 받은 남부 라파, 칸유니스, 데이르알발라에서 발생한 사망자 중 다수는 이스라엘군 통보에 따라 가자지구 북부에서 피란 온 사람들이라고 전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7
    • 좋아요
    • 코멘트
  • 사우디-이집트 협조 구하려다 면박당한 美국무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전쟁이 확전되지 않도록 중동 각국을 바쁘게 오가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주요국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뒤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한 실상은 그와 달랐다. 당초 회담은 14일 밤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빈 살만 왕세자가 나타나지 않아 블링컨 장관이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다음 날 아침에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한 것을 규탄하며 “무고한 생명들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슬람 성지의 수호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로선 아랍인들의 여론을 의식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블링컨 장관은 같은 날 방문한 이집트에서는 일종의 ‘훈계’를 들었다.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응이 정당한 자기방어를 넘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집단처벌’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을 비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12일 이스라엘에서 한 연설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에서 도망쳤고, 부모가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혔다는 등 유대계 혈통을 언급하며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표한 것에 대해선 “당신은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했는데, 난 유대인들을 이웃으로 두고 자란 이집트인”이라며 “이집트 유대인들은 억압을 받거나 표적이 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우디-이집트에 협조 구하려다 면박 당한 美국무장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전쟁이 확전되지 않도록 중동 각국을 바쁘게 오가고 있지만 사우디아리비아와 이집트 등 주요국들의 반응은 냉랭한 것으로 전해졌다.블링컨 장관은 15일(현지 시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난 뒤 “(회담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말했지만 워싱턴포스트(WP)가 전한 실상은 그와 달랐다. 당초 회담은 14일 밤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무함마드 왕세자가 나타나지 않아 블링컨 장관이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했고, 다음날 아침에야 겨우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블링컨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물과 전기, 연료 공급을 차단한 것을 규탄하며 “무고한 생명들을 앗아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일광 고려대 중동·이슬람센터 교수는 “이슬람 성지의 수호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로선 아랍인들의 여론을 의식해 팔레스타인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블링컨 장관은 같은 날 방문한 이집트에서는 일종의 ‘훈계’를 들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대응이 정당한 자기방어를 넘어 가자지구 주민들에 대한 ‘집단처벌’로 변질되고 있다”며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을 비판했다. 또 블링컨 장관이 12일 이스라엘에서 한 연설에서 자신의 할아버지가 유대인 학살에서 도망쳤고, 부모가 나치 강제수용소에 갇혔다는 등 유대계 혈통을 언급하며 하마스에 대한 분노를 표한 것에 대해선 “당신은 (자신을) 유대인이라고 했는데, 난 유대인들을 이웃으로 두고 자란 이집트인”이라며 “이집트 유대인들은 억압을 받거나 표적이 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6
    • 좋아요
    • 코멘트
  • “北, 러에 컨테이너 1000개 무기 보내… 러는 北에 군사기술 지원”

    미국 백악관이 최근 북한과 러시아 간 컨테이너 1000여 개 분량의 무기 지원이 이뤄졌다며 이를 입증할 위성사진을 13일(현지 시간) 전격 공개했다. 지난달 13일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부터 북한이 군사 장비를 러시아에 대규모로 보내온 정황을 먼저 공개하고 나선 것. 한국 정부도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지원뿐만 아니라 러시아가 북한에 첨단 군사기술을 지원한 정황 등까지 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을 이용한 컨테이너 운송 외에도 북-러 접경지에선 이달 들어 러시아에서 북한으로의 대형 화물 열차 이동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대가로 북한이 탄도미사일 등 첨단 무기와 관련된 기술·장비 등을 지원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추정되는 증거들이 있다”고 밝혔다. ● 북-러 정상회담 전 대규모 무기 이동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이 13일 “북한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에서 사용할 무기를 인도했다는 정보를 확보했다”며 공개한 위성사진은 총 3장. 지난달 7일 북한 나진항 부두에 쌓여 있던 20피트 표준 규격의 해상 운송 컨테이너 약 300개가 선박과 열차 등을 통해 러시아로 운송되는 장면이 담겼다. 이 컨테이너들이 이달 1일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90km 떨어진 러시아 남서부 티호레츠크의 탄약고로 옮겨진 모습도 포착됐다. 티호레츠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각종 물자 보급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미국의소리(VOA) 방송도 15일 민간 위성사진 업체 ‘플래닛 랩스’의 12일 나진항 위성사진에 110m 길이의 대형 선박이 대형 크레인 옆에 위치한 장면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VOA는 “이곳에 처음 대형 선박이 정박한 것은 8월 26일”이라며 “(이날부터) 14일 사이 이곳에 정박한 길이 100m 이상 선박은 4척”이라고 했다. 이 같은 정황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러시아로 이동(지난달 10일)하기 전 러시아에 북한의 무기가 공급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미 당국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러시아에 무기를 보낸 북한이 7월 27일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일)에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방북을 계기로 무기 지원과 관련된 구체적인 협정 등을 맺고 대규모 지원에 나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미, 러의 대북 군사지원 정황 포착정부는 미 정부와 공조해 위성 및 휴민트(인적 정보) 등 정보 자산으로 러시아의 대북 지원 정황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의 대북 지원과 관련된) 핵심 증거 찾기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의 대북 지원 정황이 일부 있지만 대북 지원 품목이나 규모 등 좀 더 구체적인 증거들이 보강돼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커비 조정관도 “북한이 전투기, 지대공미사일, 장갑차, 탄도미사일 생산 장비 등 군사 물자와 첨단 군사기술을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러시아가 이미 북한에서 컨테이너를 하역한 것도 포착했는데, 러시아가 물량 일부를 초기 인도한 것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북-러 간 무기 거래의 구체적 정황을 전격 공개하면서 향후 한미일을 중심으로 한 대북·대러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 백악관은 “러시아에서 북한으로의 모든 기술 이전과 북-러 간 군사 협력 확대는 지역 안정과 핵 비확산 체제를 약화시킨다”며 북-러 간 무기 거래를 돕는 세력들을 추가 제재하겠다고 경고했다. 우리 외교부도 “추가 조치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일은 16, 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3국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제재 카드를 비롯한 3국 차원의 공동 대응 등을 전반적으로 논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쥐고 있는 만큼 3국은 향후 안보리 차원의 제재보다는 한미일의 중첩된 독자 제재 등을 통해 북-러 군사협력에 대응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1일 북-러 간 무기 거래와 관련해 처음으로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선 바 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스라엘 “며칠내 가자서 작전” 진입 초읽기

    이스라엘군이 “며칠 내로 가자지구에서 중요한 작전을 벌이겠다”며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공습 위주로 전개되던 중동전쟁의 지상 전면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마스를 후원하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투입을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중동전쟁 확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3일 0시 직전 성명을 발표해 “며칠 내로 가자시티(가자지구 북부 최대 도시)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중부) 와디가자의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유엔도 이날 “이스라엘군으로부터 가자 북부 약 110만 명의 주민들이 향후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언제 가자지구에 진입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여러 소식통들이 14일 당일 또는 직후에 지상군이 진입할 것이라고 (본보에) 전해 왔다”고 보도했다. 유엔은 이 명령이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미 비극적인 (가자지구)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마스는 이날 주민 대피를 저지하는 ‘맞불 성명’을 냈다. 살라마 마루프 하마스 미디어 책임자는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허위 선전을 퍼뜨려 주민들 사이에 혼돈을 일으켜 내부 결속을 해치려는 심리전”이라면서 주민들에게 “집에 그대로 남아 있으라. 점령자(이스라엘) 측이 촉발한 이 역겨운 심리전 앞에 굳건히 버티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에 나서면 민간인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란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 레바논, 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벨트’ 국가를 찾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마스 외 다른 세력이 가세할 수 있다는 경고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2일 하마스 대원들에게 살해된 영유아 시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군 투입에 앞서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했다.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관련 사진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며 “인류 최악의 타락이다. 지금은 도덕적 명확성을 위한 순간”이라면서 이스라엘에 힘을 실었다.이스라엘 “가자 주민 24시간내 대피하라”… 하마스 “집에 있어라” [중동전쟁]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앞두고 초긴장이, 영유아 등 민간인 피살사진 공개 …지상전 명분 쌓은 뒤 진입 명령 대기하마스, ‘민간인 인간방패’ 우려 커져…美 국방장관, 이스라엘서 작전 논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된 이스라엘 예비군 30만 명과 장갑차, 탱크 등은 진입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을 향한 24시간 내 대피 권고는 지상작전 돌입 전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격이다. 하지만 하마스 지도부는 “점령자 측이 촉발한 역겨운 심리전”이라며 대피령에 따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이스라엘이 작전을 강행하면 가자지구 내 대규모 인명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 ‘영유아 시신’ 사진 공개 뒤 전격 결정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0시 직전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 북쪽)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와디가자 이남으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대피 시한은 24시간으로 제시됐다. 앞서 12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하마스 대원들의 잔혹한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 사진 3장을 공개했다. 한 사진에는 피로 흥건한 침대가 보이고 다른 사진에는 기저귀를 찬 아기 시신이 비닐백에 담겨 있는데 머리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다. 또 다른 사진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아기 시신이 담겨 있다. 설명이 없으면 아기라고 알아보기 힘들 만큼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총리실은 게시물에서 “하마스 괴물들이 살해하고 불태운 아기들의 끔찍한 사진”이라며 “하마스는 인간이 아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말로만 전해진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 의혹을 뒷받침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작전의 명분을 쌓은 뒤 몇 시간 만에 전격 가자지구 주민 대피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선전전’에 넘어가지 말라며 피란을 막아섰다. 하마스 지도부는 13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본토(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시민들을 추방하기 위해 심리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향해 대피령에 따르지 말고 집에 머물라고 촉구했다. 또 최근 24시간 새 가자지구 곳곳에서 외국인을 포함한 인질 13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인질들이 거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 “서로 작별인사” 대형 무덤 우려 가자지구는 이집트와 맞닿은 남부 라파에서 북부 베이트하눈까지 거리가 41km로, 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라 총 230만 인구의 절반가량인 북부 주민 110만 명이 하루 만에 남부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엔 스테판 뒤자리크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피 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네발 파르사크 대변인도 “약 110만 명이 안전하게 대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AP통신은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가방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쓸어담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인터넷과 전화 통신망이 붕괴돼 대피 명령조차 듣지 못한 주민들이 많다. 현재 북부 거리는 텅 비었다”고 전했다. 이미 도로와 건물이 폭격당하고 부상자도 6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대피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 시파 병원의 원장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병원은 대형 공동묘지가 돼버릴 것”이라며 참담함을 나타냈다. 파르사크 대변인은 “많은 의료진이 부상자를 두고 떠나길 거부하며 이미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병원 전력이 끊겨 영안실 냉각기조차 멈춰 유족들이 유해가 부패될세라 맨손으로 이들의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고 참혹한 광경을 전했다. ● 美 “이스라엘 지지”, 英도 병력 지원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후 기자회견에선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사진을 공개하며 “하마스의 만행은 인류 최악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3일 이스라엘을 찾아 작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P8 해상초계기와 함정 두 척, 헬리콥터 3대, 해병대 1개 중대를 보내기로 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스라엘 “가자 주민 24시간내 대피하라”… 지상전 임박

    이스라엘군이 “며칠 내로 가자지구에서 중요한 작전을 벌이겠다”며 가자지구 북쪽 주민에게 24시간 안에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명령했다. 7일(현지 시간) 가자지구를 장악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공습 위주로 전개되던 중동전쟁의 지상 전면전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마스를 후원하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투입을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규정하고 있어 중동전쟁 확전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3일 0시 직전 성명을 발표해 “며칠 내로 가자시티(가자지구 북쪽 최대 도시)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면서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자신과 가족 안전을 위해 남쪽의 와디 가자로 대피하라”고 발표했다. 유엔도 이날 “가자에 거주하는 약 110만 명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군으로부터 향후 24시간 이내에 남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언제 가자지구에 진입할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스라엘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날 “여러 소식통들이 14일 당일 또는 이후에 지상군이 진입할 것이라고 (본보에) 전해 왔다”고 보도했다.유엔은 이 명령이 “매우 파괴적인 인도주의적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미 비극적인 (가자지구) 상황이 재앙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를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하마스는 이날 주민 대피를 저지하는 ‘맞불 성명’을 냈다. 살라마 마루푸 하마스 정부 미디어 책임자는이스라엘의 대피령이 “허위 선전을 퍼뜨려 주민들 사이에 혼돈을 일으켜 내부 결속을 해치려는 심리전”이라면서 “집에 그대로 남아 있으라. 점령자(이스라엘) 측이 촉발한 이 역겨운 심리전 앞에 굳건히 버티라”고 촉구했다.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에 나서면 민간인 대량 사상자 발생은 물론 전란의 불길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이어진다. 레바논과 시리아 등 이슬람 ‘시아파 벨트’를 찾은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12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민간인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새로운 전선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확전을 경고했다.이스라엘 총리실은 12일 하마스 대원들에게 살해된 영유아 시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군 투입에 앞서 국제사회 지지를 호소했다. 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관련 사진을 기자회견에서 공개하며 “인류 최악의 타락이다. 지금은 도덕적 명확성을 위한 순간”이라면서 사실상 지상군 투입 결정에 힘을 실었다. 이스라엘 “24시간내 대피하라”…하마스 “심리전에 동요말라”이스라엘이 가지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면전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미 가자지구 인근에 배치된 이스라엘 예비군 30만 명과 장갑차와 탱크 등은 진입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1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주민을 향한 24시간 내 대피 권고는 지상작전 돌입 전 마지막 단추를 끼우는 격이다. 하지만 하마스 지도부는 “점령자 측이 촉발한 역겨운 심리전”이라며 대피령에 따르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마스가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이스라엘이 작전을 강행하면 가자지구 내 대규모 인명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 ‘영유아 시신’ 사진 공개 뒤 전격 결정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0시 직전 성명을 통해 “(가지지구 북쪽) 가자시티 등 주민들은 남쪽의 와디 가자로 대피하라”고 통보했다. 대피 시한은 24시간으로 제시됐다. 앞서 12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하마스 대원들의 잔혹한 이스라엘 민간인 살상 사진 3장을 공개했다. 한 사진에는 피로 흥건한 침대에 아기가 누워 있고 머리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다. 다른 사진에는 아기 시신이 가방에 담겨 있고, 또 다른 사진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아기 시신이 담겨 있다. 설명이 없으면 아기라고 알아보기 힘들 만큼 심하게 훼손된 상태다. 총리실은 게시물에서 “하마스 괴물들이 살해하고 불태운 아기들의 끔찍한 사진”이라며 “하마스는 인간이 아니다.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다”라고 주장했다. 그간 말로만 전해진 하마스의 민간인 살상 의혹을 뒷받침할 사진을 공개하며 지상작전의 명분을 쌓은 뒤 몇 시간만에 전격 가자지구 주민 대피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선전전’에 넘어가지 말라며 피란을 막아섰다. 하마스 지도부는 13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은 본토(가자지구)를 공격하고 시민들을 추방하기 위해 심리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을 향해 대피령에 따르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 최근 24시간 사이에만 가자지구 곳곳에서 외국인을 포함한 인질 13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인질들이 거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 “서로 작별인사” 대형 무덤 우려가자지구는 이집트와 맞댄 남부 라파에서 북부 베이트하눈까지 거리가 41㎞로, 차로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이라 총 230만 인구의 절반가량인 북부 주민 110만 명이 하루 만에 남부로 이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유엔 스테판 두자릭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이미 비극적인 상황이 ‘재앙’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피 명령을 철회해 달라”고 했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 네발 파르사크 대변인도 “약 110만 명이 안전하게 대피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가자지구 주민들은 ‘패닉’ 상태다. AP통신은 주민들이 공포에 질려 가방에 넣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쓸어담고 있다고 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인터넷과 전화 통신망이 붕괴돼 대피 명령조차 듣지 못한 주민들이 많다. 현재 북부 거리는 텅 비었다”고 전했다.이미 도로와 건물이 폭격당하고 부상자도 6000여 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규모 대피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 시파 병원의 원장은 미 뉴욕타임스(NYT)에 “병원은 대형 공동묘지가 돼버릴 것”이라며 참담함을 나타냈다. 파르사크 대변인은 “많은 의료진들이 부상자를 두고 떠나길 거부하며 이미 동료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며 흐느꼈다. 로이터통신은 12일 병원 전력이 끊겨 영안실 냉각기조차 멈춰 유족들이 유해가 부패될세라 맨손으로 이들의 시신을 운반하고 있다고 참혹한 광경을 전했다. ● 美 “이스라엘지지”, 英도 병력 지원이스라엘에 급파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2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 “미국은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후 기자회견에선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사진을 공개하며 “하마스의 만행은 인류 최악이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13일 이스라엘을 찾아 작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도 P8 해상초계기와 함정 두 척, 헬리콥터 3대, 해병대 1개 중대를 보내기로 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3
    • 좋아요
    • 코멘트
  • “하마스, 집에 불지른뒤 나오는 주민 사살” 학살 증언 쏟아져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접경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민간인 살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총에 맞거나 불에 탄 채 숨져 있는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됐다. 일부 생존자들은 키부츠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이 주택에 불을 지른 뒤 불길과 연기를 피해 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살했다고 CNN에 전했다. 참수당한 영유아 시신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신들 참혹해 아이들 눈 가려” 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최대 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크파르아자 키부츠 현장 수습 작업에 참여한 이스라엘 구조대원들은 이날 미 CBS방송에 “눈길이 가는 어디에든 살해된 주민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민간 구조단체인 자카의 남부지역 책임자 요시 란다우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참수당한 어린이들을 눈으로 봤다”고 했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 리비 와이스 소령도 “곳곳에서 도살된 사람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기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수된 아이들을 봤고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다”고 CBS에 말했다. 8세 딸을 잃은 키부츠 주민 톰 핸드는 CNN에 “이곳에서 폭격 경보는 흔한 일이라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총소리가 들린 뒤에야 친구 집에 놀러 갔던 딸을 데려오기에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며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부인이 암으로 사망한 뒤 홀로 딸을 키워 왔다. 또 다른 생존자 로탄은 “이스라엘군 기지가 불과 몇 분 거리에 있어 야구방망이로 문고리를 고정한 채 구출되기를 기다렸다. 음식도 물도 없이 20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면서 “농장을 탈출할 때 이웃들과 군인들의 시신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아이들의 눈을 가려야 했다”고 말했다. 하마스 대원들이 10대 소년 앞에서 부모를 총으로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1일 미 ABC 뉴스에 따르면 하마스는 7일 키부츠의 한 주택에서 로템 마티아스(16)의 부모를 살해했다. 마티아스는 “괴한들이 집에 들이닥쳐 부모님에게 총격을 가했다. 아빠는 ‘팔을 잃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엄마는 내 위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며 “시신이 된 엄마 밑에서 30분간이나 죽은 척을 했다”고 말했다. ● ‘민간인 대학살’ 지상군 투입 명분 될 수도 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참혹한 대학살을 자행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짐승, 야만인들을 봤다”며 “세계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말살한 것처럼 우리는 하마스를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부 야권과 전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내각을 새로 꾸리는 등 내부 결집에 나섰다. 하마스는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방 매체들은 팔레스타인 저항군이 어린이 참수와 여성 성폭행에 연루됐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어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150명 가운데 여성과 두 자녀 등 3명을 석방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자 이스라엘 매체들은 해당 영상이 이번 공격 전에 촬영된 거짓 영상이라고 일축했다. 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으로 인한 참상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하마스는 “거짓 정보”라고 맞받아치며 양측은 국제사회를 향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간의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민간인 대학살이 공식화될 경우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고문하고 총살한 ‘부차 대학살’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가 ‘반(反)러시아’ 전선으로 더욱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미 CBS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오전 하마스 정예군인 누크바 지휘 본부를 공습했다. 방위군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누크바군은 이스라엘 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적인 테러 행위를 수행하는 주요 세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CNN은 “하마스의 잔학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수백 건의 공습을 가해 주민들을 고립시켰고, 식량과 전기를 끊었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하마스, 집에 불지른뒤 나오는 주민 사살” 학살 증언 쏟아져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접경 이스라엘 남부 지역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하마스가 자행한 민간인 살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키부츠(집단농장)에서 총에 맞거나 불에 탄 채 숨져 있는 시신 수백 구가 발견됐다. 일부 생존자들은 키부츠에 침투한 하마스 대원들이 주택에 불을 지른 뒤 불길과 연기를 피해 집 밖으로 빠져나오는 민간인들을 무차별 사살했다고 CNN에 전했다. 참수당한 영유아 시신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시신들 참혹해 아이들 눈 가려”하마스의 이번 공격으로 최대 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크파르 아자 키부츠 현장 수습 작업에 참여한 이스라엘 구조대원들은 이날 미 CBS 방송에 “눈길이 가는 어디에서든 살해된 주민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민간 구조단체인 자카의 남부지역 책임자 요시 란다우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참수당한 아이들과 어린이들을 눈으로 봤다”고 했다. 이스라엔 방위군 대변인 리비 웨스 소령도 “곳곳에서 도살된 사람들의 시신을 발견했다. 아기부터 어린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참수된 아이들을 봤고 도저히 잊혀지지 않는다”고 CBS에 말했다.8살 딸을 잃은 키부츠 주민 톰 핸드는 CNN에 “이곳에서 폭격 경보는 흔한 일이라 처음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총소리가 들린 뒤에야 친구 집에 놀러갔던 딸을 데려오기에 이미 늦었음을 깨달았다“며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토로했다. 그는 얼마 전 부인이 암으로 사망한 뒤 홀로 딸을 키워왔다.또 다른 생존자 로탄은 “이스라엘군 기지가 불과 몇 분 거리에 있어 야구방망이로 문고리를 고정한 채 구출되기를 기다렸다. 음식도 물도 없이 20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면서 “농장을 탈출할 때 이웃들과 군인들의 시신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아이들의 눈을 가려야 했다”고 말했다.하마스 대원들이 10대 소년 앞에서 부모를 총으로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11일 미 ABC 뉴스에 따르면 하마스는 7일 키부츠의 한 주택에서 로템 마티아스(16)의 부모를 살해했다. 로템은 “괴한들이 집에 들이닥쳐 부모님에게 총격을 가했다. 아빠는 ‘팔을 잃었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겼고, 엄마는 내 위에 쓰러져 숨을 거뒀다”며 “시신이 된 엄마 밑에서 30분간이나 죽은 척을 했다”고 말했다. ● ‘민간인 대학살’ 지상군 투입 명분될 수도이스라엘 정부는 하마스가 참혹한 대학살을 자행했다며 강하게 규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1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짐승, 야만인들을 봤다”며 “세계가 테러단체 이슬람국가(IS)를 말살한 것처럼 우리는 하마스를 파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일부 야권과 전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내각을 새로 꾸리는 등 내부 결집에 나섰다.하마스는 민간인 학살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을 내고 “서방 매체들은 팔레스타인 저항군이 어린이 참수와 여성 성폭행에 연루됐다는 근거 없는 비난을 유포하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인한 잔혹한 범죄로부터 주의를 돌리려는 수작”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이어 가자지구로 끌고 간 인질 150명 가운데 여성과 두 자녀 등 3명을 석방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공개했다.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되는 것을 의식한 것이다. 그러자 이스라엘 매체들은 해당 영상이 이번 공격 전에 촬영된 거짓 영상이라고 일축했다.하마스의 민간인 공격으로 인한 참상이 알려지면서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하마스는 “거짓 정보”라고 맞받아치며 양측은 국제사회를 향해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 간의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인 상황에서 민간인 대학살이 공식화될 경우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 지난해 4월에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을 고문하고 총살한 ‘부차 대학살’이 확인되면서 국제사회가 ‘반(反)러시아’ 전선으로 더욱 결집하는 계기가 됐다.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강화하고 있다. 12일 미 CBS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오전 하마스 정예군인 누크바 지휘 본부를 공습했다. 방위군 대변인인 리처드 헤흐트 중령은 “누크바군은 이스라엘 시민들을 대상으로 살인적인 테러 행위를 수행하는 주요 세력 중 하나”라고 밝혔다. CNN은 “하마스의 잔학 행위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수백 건의 공습을 가해 주민들을 고립시켰고, 식량과 전기를 끊었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2
    • 좋아요
    • 코멘트
  • 이스라엘 탱크-헬기 접경 집결… 지상전 임박

    이스라엘이 10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경계를 탱크, 장갑차 등으로 에워싸며 지상군 진입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지상군이 투입되면 2014년 이후 9년 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같은 날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악 그 자체(sheer evil)’라고 규정하며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11∼13일 이스라엘과 요르단에 보내 현지 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10일 “우리 군에 관한 모든 제한을 해제한다. 전면적 공격을 가하겠다”며 지상군 투입을 시사했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 탱크는 가자지구와 인접한 ‘232번 도로’를 지났고 군 헬리콥터가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둘러싼 철책 인근에 막사를 설치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9일 밤 가자지구 인근 자국민들에게 “대피를 준비하라. 향후 72시간 동안 버틸 음식, 물 등을 충분히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 또한 지상전 임박을 알려주는 신호로 풀이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이스라엘이 세계 곳곳에 있는 예비군 병력 36만 명에 대한 소집령도 내렸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0일 “바이든 대통령이 모든 확전 시나리오에 대한 비상계획 수립을 지시했다. 향후 전개될 잠재적인 시나리오에 대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전 개시로 민간인 안전이 우려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스라엘, 이집트 등과 대피 통로 확보를 논의하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는 이날에도 시리아, 레바논 등 인접국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이 잇따르고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또한 하마스 지원에 나서는 등 이번 전쟁이 중동 주변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타스님 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의 배후로 지목받고 있는 이란 외교장관은 11일 쿠웨이트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슬람 국가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 및 전쟁 범죄에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동맹과 힘을 합쳐 이스라엘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동 배치 명령을 받은 미 항공모함 ‘제럴드포드’는 10일 목적지인 이스라엘 인근 동지중해에 도착했다.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의 석방을 위해 이스라엘에 인질 구출 전문가 및 특수부대도 파견하기로 했다. 11일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이번 전쟁으로 인한 양측 합계 사망자는 최소 3775명을 넘어섰다.이스라엘 “영유아 시신 40구 발견”… 하마스, 집단학살 의혹 [중동전쟁]이스라엘軍, 가자 인접 집단농장서살해된 민간인 시신 발견 참상 공개하마스측 “아이들은 공격 목표 아냐… 거짓 이야기 믿으면 안돼” 부인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영유아를 포함한 민간인을 잔혹하게 집단 학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0일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불과 3km 떨어진 ‘크파르아자’ 집단농장(키부츠)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났다며 참상을 공개했다. 하마스 측은 11일 알자지라에 “아이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는다. 거짓말과 비방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믿으면 안 된다”고 부인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장 수습에 동원된 이스라엘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키부츠에서만 최소 40구의 영유아 시신이 발견됐다. 이를 포함해 최소 100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키부츠에 들어간 미 뉴욕타임스(NYT) 취재진은 곳곳에서 시신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수색 과정에서도 아기 등 온 가족이 집 안에서 총에 맞아 몰살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다. 피 묻은 아이 옷과 유모차, 집 바닥의 흥건한 피 등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옷이 벗겨진 채 길거리에 버려진 여성 시신 또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버려진 시신들이 빠르게 부패해 일대에 악취 또한 진동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일부 시신은 아직 수습조차 되지 못해 겨우 담요만 덮은 채 눕혀져 있었다. 심지어 이곳에서 머리가 잘린 아기 시체까지 발견됐다는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도 떠돌고 있다. 하마스가 자신들의 습격을 피해 집 안으로 대피한 민간인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불태워 숨지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키부츠 내 집 여러 채가 그을렸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인근 베에리 키부츠에서도 최소 108구의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시신 수습을 진행한 현지 구호단체 ‘자카’ 관계자 또한 유아 시신이 발견됐다며 전쟁 범죄 의혹을 제기했다. 하마스는 침공 당일인 7일 두 키부츠를 포함해 20여 개 도시와 마을에 침투했으나 현재 대부분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생존 주민의 증언 및 동영상, 해당 지역의 방범 카메라 등을 토대로 이번 학살의 증거를 제시했다. 크파르아자에서 시신 수습에 나섰던 한 관계자는 NYT에 “이것은 전쟁이 아닌 대학살”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의 조부모 세대가 겪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 버금가는 상황이라고 하마스를 규탄했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0-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스라엘, ‘악마의 무기’ 백린탄 사용”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주거지역에 국제법상 금기시되는 화학무기인 ‘백린탄’을 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국제법 위반”이라며 규탄한 데 이어 백린탄 사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백린탄은 인체에 닿으면 뼈와 살을 녹이며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제네바협약과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등 국제협약은 주거지역이나 민간인 밀집시설에서 백린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 및 지중해 지역 인권단체 ‘유로메드 인권 관측소’의 설립자 라미 압두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서부의 주거 밀집지 알카라마에서 백린탄을 투하했다고 주장하며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공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이스라엘군이 국제협약에서 금지한 백린탄을 알카라마에 지속적으로 투하해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화염에 휩싸인 주택가를 벗어나고 있는 시민들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이스라엘군은 백린탄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아직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2009년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RWA) 단지에 백린탄을 쏴 구호품을 태운 전력이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가자 인근서 영유아 시신 40구 발견… 하마스 집단학살 의혹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영유아 40여 명을 포함한 최소 100명의 민간인을 잔혹하게 집단 학살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에서 불과 3km 떨어진 ‘크파르아자’ 집단농장(키부츠)에서 민간인 학살 정황이 드러났다며 참상을 공개했다. 하마스 측은 11일 알자지라에 “아이들을 (공격) 목표로 삼지 않는다. 거짓말과 비방으로 가득한 이야기를 믿으면 안 된다”고 부인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유아 시신 40구 발견… 참수설도 제기현장 수습에 동원된 이스라엘군 관계자에 따르면 10일 이 키부츠에서만 최소 40구의 영유아 시신이 발견됐다. 이를 포함해 최소 100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 추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곳에서 머리가 잘린 아기 시체까지 발견됐다는 흉흉한 소문까지 떠돌고 있다. 하마스가 자신들의 습격을 피해 집 안으로 대피한 민간인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불태워 숨지게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 키부츠 내 집 여러 채가 그을렸다.이 키부츠에 들어간 미 뉴욕타임스(NYT) 취재진은 곳곳에서 시신을 직접 목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수색 과정에서도 아기 등 온 가족이 집 안에서 총에 맞아 몰살된 사례가 잇따라 발견됐다. 피 묻은 아이 옷과 유모차, 집 바닥의 흥건한 피 등이 끔찍했던 당시 상황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 집에서는 핏자국이 선명한 침대 매트리스 위로 여러 개의 총알이 흩뿌려진 모습 또한 발견됐다.현지 매체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옷이 벗겨진 채 길거리에 버려진 여성 시신 또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볕으로 인해 버려진 시신들이 빠르게 부패해 일대에 악취 또한 진동하고 있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일부 시신은 아직 수습조차 되지 못해 겨우 담요만 덮은 채 눕혀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키부츠서도 민간인 학살 정황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정황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됐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앞서 9일 인근 베에리 키부츠에서도 최소 108구의 민간인 시신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시신 수습을 진행한 현지 구호단체 ‘자카’ 관계자 또한 유아 시신이 발견됐다며 전쟁 범죄 의혹을 제기했다.가자지구에서 약 1.6km 떨어진 스데로트에서도 최소 20명의 민간인이 살해됐다. 앞서 남부 레임 키부츠의 음악 축제 행사장 주변에서도 최소 260구의 시신이 발견됐다.하마스는 침공 당일인 7일 이 키부츠들을 포함해 20여 개 도시와 마을에 침투했으나 현재 대부분 이스라엘군이 탈환한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생존 주민의 증언 및 동영상, 해당 지역의 방범 카메라 등을 토대로 민간인 학살의 증거를 제시했다. 크파르아자에서 시신 수습에 나섰던 한 관계자는 NYT에 “아기들과 그 부모가 어떻게 침실에서 테러범에게 살해됐는지를 보라”며 “이것은 전쟁이 아닌 ‘대학살’”이라고 하마스를 규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의 조부모 세대가 겪은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 제정 러시아의 유대인 대학살(포그롬) 등에 버금갈 만큼 잔혹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 2023-10-11
    • 좋아요
    • 코멘트
  • “뼈·살 녹이는 최악의 무기”… 이스라엘, ‘금기’ 백린탄 사용 의혹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지구 내 민간인 주거지역에 국제법상 금기시되는 화학무기인 ‘백린탄’을 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럽연합(EU)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면 봉쇄를 “국제법 위반”이라며 규탄한 데 이어 백린탄 사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유럽 및 지중해 지역 인권단체 ‘유로메드 인권 관측소’의 설립자 라미 압두는 이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북서부의 주거 밀집지 알카라마에서 백린탄을 투하했다고 주장하며 소셜미디어에 동영상을 공유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도 “이스라엘군이 국제협약에서 금지한 백린탄을 알카라마에 지속적으로 투하해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규탄하며 화염에 휩싸인 주택가를 벗어나고 있는 시민들의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백린탄은 인체에 닿으면 뼈와 살을 녹이며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인간이 만든 최악의 무기’ ‘악마의 무기’로 불린다. 제네바협약과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등 국제협약은 주거지역이나 민간인 밀집시설에서 백린탄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백린탄을 사용했는 지에 대해 아직 별도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2009년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RWA) 단지에 백린탄을 쏴 구호품을 태운 전력이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1
    • 좋아요
    • 코멘트
  • 노벨상 골딘 “韓저출산, 직장문화 변해야 해결”

    여성의 노동시장 내 불평등에 대한 연구로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단독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미국 하버드대 교수(77·사진)가 9일(현지 시간) 수상 소감에서 “끈질긴 성별 격차가 여전히 문제”라고 밝혔다.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한국의 저출산을 거론하며 “기성세대, 남성, 기업문화 등이 모두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골딘 교수는 이날 AP통신 인터뷰에서 자신의 수상이 “여전히 (남녀 임금) 격차가 왜 큰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여성의 대학 및 고등학교 졸업률이 남성보다 훨씬 높은데도 노동시장에서의 성별 차이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또 남녀 임금 격차의 원인으로 출산과 양육을 꼽으며 이에 관해 여성이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시간 외 근무와 주말 근무 등에 많은 돈을 지급하는 미국의 기업문화도 거론했다. 남성은 일, 아내는 양육에 전념하는 가정이 많다 보니 성별 임금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사회적 차원의 돌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골딘 교수는 같은 날 하버드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저출산에 관한 한국 기자의 질문을 받자 “한국의 출산율은 0.86명”이라며 지난해 1분기(1∼3월) 기준 합계출산율 지표를 곧바로 언급하는 등 상당한 관심을 표했다. 이어 “사회가 시대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 같다. 20세기 후반 한국만큼 빠른 변화를 겪은 나라도 드물 것”이라며 “미국은 더 오랜 시간에 걸쳐 변화를 겪으며 이전 세대가 새로운 세대가 가져온 변화에 적응할 수 있었지만 한국과 일본 등은 적응할 여력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저출산이 단순히 특정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직장과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하는 사안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아들’에게 영향을 미칠 기성세대 어른을 교육해야 하기 때문에 저출산을 단기간에 변화시키긴 어렵다”며 기성세대와 남성 전반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골딘 교수는 엘리너 오스트럼 미 인디애나대 교수(2009년), 동료인 에스테르 뒤플로 하버드대 교수(2019년)에 이은 세 번째 여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다. 앞선 두 명은 남성과 공동 수상했으며 여성의 노벨경제학상 단독 수상은 처음이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르헨 대선 1위 후보 “페소는 쓰레기”… 외환시장 패닉

    22일 치러질 아르헨티나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경제학자 출신의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사진)가 자국 페소 대신 미국 달러를 공용 통화로 도입하자는 극단적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페소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시장의 혼란 또한 커지고 있다. 현지 매체 클라린 등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페소는 아르헨티나 정치인이 만든 통화여서 배설물보다도 못하다. 거름으로도 못 쓰는 쓰레기”라는 막말을 일삼았다. 그는 “가치가 없는 페소 대신 달러를 쓰는 것만이 현 경제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라며 “페소 예금을 당장 인출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달러 대비 페소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7.3% 하락한 945페소를 기록했다. 장외 거래에서는 980페소를 기록하는 등 페소 하락 현상이 뚜렷하다. 밀레이 후보는 124%에 이르는 고물가, 페소 급락 등 경제난을 해결하려면 페소를 없애고 중앙은행 또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공용 통화 변경, 중앙은행 폐쇄를 실행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또 현재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마이너스(―) 수준이므로 달러를 도입할 여력도 없는 상태다. 반면 밀레이 후보는 전통적인 해법으로는 고질적인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파격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22일 대선에서는 45% 이상의 지지를 얻거나, 40% 이상의 지지를 얻고 2위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인 후보가 승리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킨 후보가 없으면 지지율 1, 2위 후보가 11월 19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밀레이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르헨 지지율 1위 대선후보 “페소, 배설물만 못해”

    22일 치러질 아르헨티나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극우 경제학자 출신의 하비에르 밀레이 자유전진당 후보가 자국 페소 대신 미 달러를 공용 통화로 도입하자는 극단적 주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에 페소 가치가 급락하고 외환시장의 혼란 또한 커지고 있다.현지 매체 클라린 등에 따르면 밀레이 후보는 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페소는 아르헨티나 정치인이 만든 통화여서 배설물보다도 못하다. 거름으로도 못 쓰는 쓰레기”라는 막말을 일삼았다. 그는 “가치가 없는 페소 대신 달러를 쓰는 것만이 현 경제 위기를 타개할 방법”이라며 “페소 예금을 당장 인출하라”고 주장했다.이날 달러 대비 페소 가치는 전 거래일 대비 7.3% 하락한 945페소를 기록했다. 장외 거래에서는 980페소를 기록하는 등 페소 하락 현상이 뚜렷하다.밀레이 후보는 124%에 이르는 고물가, 페소 급락 등 경제난을 해결하려면 페소를 없애고 중앙은행 또한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이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 공용 통화 변경, 중앙은행 폐쇄를 실행하려면 개헌이 필요하다. 또 현재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가 마이너스(-) 수준이므로 달러를 도입할 여력도 없는 상태다. 반면 밀레이 후보는 전통적인 해법으로는 고질적인 경제난을 해결할 수 없는 만큼 파격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22일 대선에서는 45% 이상의 지지를 얻거나, 40% 이상의 지지를 얻었으며 2위 후보와의 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인 후보가 승리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킨 후보가 없으면 지지율 1,2위 후보가 11월 19일 결선 투표를 치른다. 밀레이 후보가 결선 투표에서도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0
    • 좋아요
    • 코멘트
  • 중동평화 추진 이스라엘, 고립 우려한 하마스 ‘기만술’에 허찔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 하마스를 억제하고 안정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우리는 틀렸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9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에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방위 공격에 이스라엘이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유를 이같이 말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경제 제재를 완화해 이 지역을 장악한 하마스의 변화를 끌어낸다는 ‘이스라엘판 햇볕정책’의 효과를 과신하는 사이 평화 무드 속에 정치적 입지 위축을 우려한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철통 방공망 ‘아이언돔’을 뚫을 작전을 준비해 허를 찔렀다는 것이다.● 제재 완화 틈타 공격 준비한 하마스 이스라엘은 2021년 하마스와 무력 충돌한 ‘11일 전쟁’ 직후 가자지구에 대한 강력한 봉쇄 정책을 완화하며 중동 평화 무드를 꾀했다. 이스라엘의 제재로 가자지구 주민들의 삶이 궁핍해질수록 테러와 무력 도발 가능성이 커진다는 판단에서였다. 우선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1만5500개의 취업 허가를 내줘 이스라엘과 서안지구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승인했다. 월급은 가자지구 평균 임금의 4배에 달했다. 또 하루 12시간으로 제한했던 전기 공급을 늘리기 위해 하마스와 카타르의 연료 거래를 중개했다. 기대는 실현되는 듯했다. 지난해 서안지구를 중심으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들이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등 이-팔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하마스는 거리를 뒀다. 하지만 이는 대규모 공격 계획을 감추기 위한 기만전술이었다. 하마스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하마스 (도발을) 억제하고 있다고 믿었다”며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싸울 의향을 감추면서 대규모 작전을 준비해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하마스는 이 기간에 아이언돔을 무력화할 로켓포 등 무기를 비축하고 이스라엘 정착촌 모형까지 건설해 모의 침투 작전을 훈련했다.● 이스라엘 정치 혼란, 정보기관 취약하게 해 이스라엘이 하마스에 허를 찔린 데는 첩보력과 군사력에 대한 과신도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역에 전자 도청 시스템과 촘촘한 정보망을 구축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하마스의 무기 거래를 수차례 사전 포착해 압수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모사드 등 정보기관은 하마스 공격에 대해선 사전 첩보를 받지 못했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의 휴민트(HUMINT·인적정보망)를 색출해낸 것은 물론이고 이스라엘의 도감청 역량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스라엘 내 정치적 혼란도 정보기관을 취약하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모사드, 신베트 같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엘리트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종교적이고 극우적인 정부에 크게 반발해 왔다”고 전했다. 올 초부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산발적인 공격이 있었고 하마스 민병대도 최근 대규모 야외 훈련을 진행해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사전에 공격 징후를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마스의 공격 당시 가자지구에서 불과 5km 떨어진 곳에서 대규모 음악축제가 열려 이곳에서만 사망자 260명이 속출하고 수십 명이 납치돼 안보불감증을 보여줬다. 이집트 정보기관 역시 이스라엘에 “조만간 뭔가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여러 번 경고했지만 이 역시 간과됐다고 AP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3-10-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