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이청아 기자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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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청아 기자입니다.

clearl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미국/북미20%
국제일반19%
인사일반11%
유럽/EU11%
국제정치7%
교통7%
일본7%
러시아7%
국제정세7%
중국4%
  • ‘테라 사태’ 권도형, 벌금 6조 원 내기로 美 당국과 합의

    암호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33·사진)가 미국에 44억7000만 달러(약 6조 원)의 벌금 및 환수금을 납부하기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합의했다. 당초 SEC가 책정한 52억6000만 달러보다 적다.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EC는 12일(현지 시간) 뉴욕 남부연방법원 재판부에 권 씨와 합의한 내용을 승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이 이를 승인하면 테라폼랩스의 암호화폐 거래가 금지되고, 테라폼랩스의 남은 자산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신탁관리자를 뽑게 된다. 또 권 씨는 어떤 미 상장기업에서도 이사나 임원으로 재직할 수 없다. 앞서 2021년 SEC는 “테라폼랩스가 투자자들에게 테라가 안전하다고 속여 거액의 손실을 입혔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권 씨 측은 “가상화폐의 발행과 매각은 대부분 미국 밖에서 이뤄져 미 당국이 벌금을 매길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올 4월 패소했다. 이번 합의는 그의 패소 두 달만에 이뤄졌다.SEC가 실제 이 돈을 받을지는 알 수 없다. 올 4월 테라폼랩스가 미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 따르면 회사 부채가 4억5090만 달러로 자산(4억3010만 달러)보다 많다. 또 테라폼랩스 자산에 대한 우선권은 SEC가 아닌 채권자에 있다. 다만 SEC 측은 “권 씨와 테라폼랩스가 불법 행위로 챙긴 부당이익이 40억 달러가 넘는다”며 돈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이번 합의는 현재 별도로 진행 중인 미국 내 형사재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 검찰은 이미 증권 사기, 통신망을 이용한 사기, 상품 사기, 시세조종 공모 등 8개 혐의로 권 씨를 형사기소했다.이번 민사 재판은 피고의 직접 출석 의무가 없어 궐석으로 진행될 수 있었다. 권 씨는 지난해 3월부터 동유럽 발칸반도의 몬테네그로에 여권 위조 혐의로 구금돼 있다. 한국과 미국은 줄곧 그를 데려오기 위한 범죄인 인도 청구 경쟁을 벌여왔다. 몬테네그로 당국의 최종 결정이 지연되면서 그가 어느 나라로 송환될지 불투명한 상태다. 권 씨는 금융 사기에 대한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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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화당 내분 감지했나…트럼프, 1·6사태 후 첫 의회 방문

    최근 ‘성추문 입막음’ 유죄 판결이라는 악재를 마주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과거 자신의 지자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2021년 일으켰던 ‘1·6 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약 4년 만에 국회의사당을 공개 방문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대선이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공화당 내분이 심화되고, 자신의 유죄 평결에 대해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자 대열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미 정치전문매체 더힐,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3일(현지 시간) 국회의사당 바로 건너편 공화당 전용 시설에서 공화당 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AP통신은 “민주적 권력 이양을 위협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회로 복귀한다는 신호탄을 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전에는 하원, 오후에는 상원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공화당 하원 의석을 늘리기 위한 방안과 재선시 추진할 정책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을 인용해 그가 ‘단합’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실제 의도는 최근 유죄 평결 등 이슈로 요동치고 있는 공화당 분위기를 수습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더힐에 따르면 유죄평결 이후 공화당 내에선 불안감과 분열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도 올 초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이상으로 바이든 대통령을 따돌렸지만, 최근에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11일 미 ABC방송의 선거 예측 웹사이트 ‘파이브서티에이트’는 1000차례의 시뮬레이션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승률은 53%,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로 점쳤다.이 매체는 평결도 평결이지만,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친트럼프 내지는 강경 우파 성향의 의원들이 법무부와 특검, 그리고 연방수사국(FBI)의 예산, 조직 개편안 등을 거론하며 ‘정치적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 특히 전통 온건파 상원의원들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평결 이후 일부 상원의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당파적 법률 시행을 위해 예산을 지출하는 안은 모두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상원 최장수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이나 2인자 존 툰 , 존 바라소 의원 등 지도부 3인은 여기에 서명하지 않았다.한 상원의원에 따르면 11일 있었던 공화당 상원 지도부 오찬에서 유죄 판결에 대한 대응 방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지도부) 대부분은 트럼프를 ‘애증’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싫어’한다”며 “트럼프의 법적 스캔들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기소됐을 당시에도 강경 우파 세력인 ‘프리덤코커스’ 소속 앤디 빅스 하원의원이 “복수해야 한다”고 SNS에 적자, 뼈굵은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곧바로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의사당 난입 사태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 수사에 찬성표를 던졌던 인물 등 기존의 반트럼프 세력도 공화당에 남아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매코널 상원의원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사당 사태에 ‘도덕적 책임’이 있다며 등을 돌렸던 인물이다. 올 초 “유권자들의 뜻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면 따르겠다”고 선언하기는 했지만, 2020년 대선 이후 그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밖에 하원에서도 강경 우파 세력이 초당적 법안이라면 뭐든지 딴지를 걸고 있어 다른 의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WP에 따르면 일부 온건파 하원의원들은 이번 회동에 불참하는 것도 고려중일 정도다.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은 “트럼프 전 대통령도 내분을 인지하고 있다”며 “경선 과정에서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의원들에게도 회의 참석을 독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악시오스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의 조언을 듣고 사이가 나빴던 공화당 의원들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매코널 의원과 사이가 틀어지자, 그의 대만계 부인인 일레인 차오 미국 전 교통부장관에게 “중국 보스”라며 인종차별적 막말을 퍼부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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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G7회의서 러 동결자산으로 우크라 지원 발표”

    미국이 13∼15일 이탈리아 풀리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동결 자산을 활용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서방 금융권에 동결된 약 3000억 달러(약 420조 원)의 러시아 국유 자산을 우크라이나 재건에 쓰겠다는 뜻이다. 존 커비 백악관 전략소통조정관은 11일 G7 관련 기자회견에서 “동결된 러시아 자산으로 우크라이나가 혜택을 보도록 하겠다”며 “우크라이나의 회복을 돕는 새로운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방의 지원이 계속될 것임을 경고하기 위한 ‘대담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달 역내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발생한 연간 30억 유로(약 4조2000억 원)의 수익을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에 G7 또한 우크라이나 지원을 합의하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지원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국은 나머지 G7 국가에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의 이자를 담보로 50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빌려주자고 제안했다. 다만 정확한 지출 형태, 상환 보증 방법 등을 둘러싼 이견이 존재해 아직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9년이 지났음에도 아직 다른 유럽 국가로부터 당시 전쟁범죄에 대한 배상 요구를 받고 있는 독일이 격렬히 반대해왔다. 해외 자산을 몰수하는 선례를 남기면 독일이 새로운 배상 요구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등으로부터 배상 청구를 받고 있는 일본 또한 러시아 자산을 우크라이나에 직접 지원하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커비 조정관은 “G7이 일치단결해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돕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며 독일, 일본 등의 반발을 무마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또한 “이는 미국은 물론 G7 전체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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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기-용접공 나선 2030 여성들… 美 Z세대 열광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220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미국 뉴욕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렉시 아브레우 씨(27). 그는 전봇대에 올라가 전신주를 손보거나 지하에서 전기 패널을 고치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짙은 화장을 한 20대 백인 여성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능숙하게 전동 드릴을 다루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 아브레우 씨는 원래 대학 학부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예비과정(Pre-Med)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기공이 되기로 했다. 2년 전 우연히 자신의 작업 영상을 올렸다가 큰 호응을 얻자 고정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 또 다른 백인 여성 클로이 허드슨 씨(31) 역시 화려한 속눈썹을 붙인 상태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용접 작업을 하는 영상으로 인기다. 그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업계에서도 여성들이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여성을 포함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최근 ‘블루칼라’(생산직 기술노동자) 관련 게시물이 인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9일(현지 시간) 전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전신주 보수, 용접 등이 낯설고 신기한 일로 여겨지는 데다 남성이 주로 활동해 온 분야에서 젊은 여성이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틱톡에서 ‘#블루칼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최근 4개월 동안에만 50만 개 등장했다. 한 해 전보다 64% 늘었다. ‘#전기공’ ‘#건설노동’ ‘#기계공’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 또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 여기에 몇몇 관련 인플루언서가 유명해지고 많은 돈까지 벌자 해당 분야의 취업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칼리지에 등록한 미국의 젊은이들은 약 70만 명. 한 해 전보다 11만2000명 늘었고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치라고 WSJ는 진단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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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신주 보수에 용접 작업도…美 Z세대 ‘블루칼라’에 열광

    틱톡,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서 220만 명의 추종자를 보유한 미국 뉴욕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 렉시 아브레우(27) 씨. 그는 전봇대에 올라가 전신주를 손보거나 지하에서 전기 패널을 고치는 영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긴 속눈썹을 붙이고 짙은 화장을 한 20대 백인 여성이 소매를 걷어붙고 능숙하게 전동 드릴을 다루는 모습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다.아브레우 씨는 원래 대학 학부에서 의사가 되기 위한 예비과정(Pre-Med)을 밟고 있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껴 할아버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전기공이 되기로 했다. 2년 전 우연히 자신의 작업 영상을 올렸다가 큰 호응을 얻자 고정적으로 게시물을 올리고 있다.또 다른 백인 여성 클로이 허드슨 씨(31) 역시 화려한 속눈썹을 붙인 상태에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용접 작업을 하는 영상으로 인기다. 그는 “남성들이 지배하는 업계에서도 여성들의 활약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두 여성을 포함해 미국 Z세대 사이에서 최근 ‘블루칼라’(생산직 기술노동자) 관련 게시물이 인기 트렌드로 자리잡았다고 9일(현지 시간) 전했다. 젊은 세대에게는 전신주 보수, 용접 등이 낯설고 신기한 일로 여겨지는데다 남성이 주로 활동해온 분야에서 젊은 여성이 활약하는 모습이 인상깊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WSJ에 따르면 틱톡에서 ‘#블루칼라’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은 최근 4개월 동안에만 50만 개 등장했다. 한 해 전보다 64% 늘었다. ‘#전기공’ ‘#건설노동’ ‘#기계공’ 같은 해시태그가 붙은 게시물 또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과거에는 젊은이들이 선호하지 않았던 블루칼라 직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한몫 했다. 여기에 몇몇 관련 인플루언서가 유명세를 얻고 많은 돈까지 벌자 해당 분야의 취업 수요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직업훈련에 초점을 맞춘 커뮤니티컬리지에 등록한 미 젊은이는 약 70만 명. 한 해 전보다 11만2000명 늘었고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8년 이후 최고치라고 WSJ은 진단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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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애플’ 팀쿡 앞에서 직접 만든 앱 시연한 韓대학생

    한국 대학생이 우수한 코딩 실력을 지닌 학생을 발굴하는 애플의 프로그램에서 선발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앞에서 자신이 개발한 앱을 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애플은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를 하루 앞둔 9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코딩 실력이 탁월한 학생들을 선발해 각자 개발한 앱을 시연하는 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WWDC의 일환으로 2020년부터 열리는 ‘스위프트 스튜던트 챌린지’다. 스위프트는 애플이 iOS 앱 개발용으로 만든 프로그래밍 언어다. 올 2월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이 챌린지에 참여했고, 애플은 총 5개국 350명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우수 수상자’로 뽑혀 애플 본사에 초청된 50명 가운데 14명이 경영진 앞에서 앱을 시연했는데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4학년 이신원 씨(22·여)가 여기에 포함된 것이다. 이 씨가 만든 앱은 카메라 앞에서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을 맞닿게 하면 손가락 끝과 끝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으로 특정 음을 낸다. 양손을 활용하면 도부터 레, 미, 파, 솔, 라, 시, 높은 도까지 8개 음을 낼 수 있다. 또 화면에 손 모양 사진이 악보처럼 뜨기 때문에 이를 따라하면 누구나 ‘징글벨’이나 ‘작은 별’ 같은 간단한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 이날 이 씨가 직접 손가락으로 음을 연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쿡 CEO는 흐뭇한 표정으로 “앞으로 보여줄 아이디어도 기대하겠다”고 호평했다. 이 씨는 자신의 유튜브에서 “제출 마감 한 달 전 아이디어를 고안해냈고, 일주일 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고등학교 때는 문과생이었지만 초등학교 시절부터 코딩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 진학할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또 대학에서 프로그래밍 수업을 계기로 개발자의 꿈을 품게 됐다고 했다.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장지아 씨(25·여)도 우수 수상자로 선발됐다. 장 씨는 “스위프트를 (다루기)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된 상태에서 3일 만에 만든 앱이라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본사에 초대돼 가슴이 벅찼다”며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소감을 밝혔다. 장 씨의 수상작은 경증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시계’ 앱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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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의회 선거 극우 약진… EU ‘양대 축’ 佛獨 집권당 제쳤다

    극우 성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재집권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유럽의회 선거 결과 유럽연합(EU) 내 극우 양대 정당이 각각 4, 5위에 오르며 크게 약진했다. EU의 양축인 프랑스와 독일에선 집권당이 극우 정당에 참패했다. 지지율이 극우 정당의 절반에도 못 미쳐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9일 의회를 전격 해산하고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극우의 대약진을 두고 서방에서 ‘새로운 우파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 같은 현상이 유럽에 머물지 않고 미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佛마크롱, 극우에 밀리자 의회 해산 6∼9일 EU 27개 회원국에서 치러진 선거가 마무리된 뒤 유럽의회가 10일 낮 12시 기준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제1당인 중도우파 성향 유럽국민당(EPP)은 총 720석 중 185석(25.7%)을 얻어 1당을 유지하게 됐다. 제2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은 137석(19.0%), 제3당인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79석(10.9%)으로 예상됐다. 극우 양대 그룹인 유럽보수와개혁(ECR)은 69석에서 73석으로, 정체성과민주주의(ID)는 49석에서 58석으로 의석이 늘었다. 두 극우 정당의 의석수가 현 의회에 비해 13석 늘어난 것으로, 두 그룹이 연대하면 현재 제3당인 자유당그룹을 누를 수 있다. EU 회원국 유권자들은 자국 선거법에 따라 정당에 투표한다. 그 결과에 따라 각 회원국은 인구에 비례해 할당받은 의석수 내에서 당선인을 배분해 유럽의회 의원으로 보낸다. 출구조사 결과 ID 일원으로 프랑스 극우 마린 르펜 의원이 이끄는 국민연합(RN)은 약 31%를 득표해 자유당그룹에 속한 마크롱 대통령의 르네상스당(14.6%)을 두 배 넘게 앞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출구조사 결과 발표 1시간 만에 대국민 연설에서 “(선거를 통해) 여러분의 메시지를 들었다”며 “오늘 저녁 국회를 해산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6월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지 2년 만에 의회를 다시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끄는 독일 ‘신호등’ 연립정부에 속한 정당 3곳도 참패했다. 출구조사 결과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의 득표율은 13.9%로, 극우 독일대안당(AfD·15.9%)에 2위를 내주고 3위에 그쳤다.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에선 9일 집권당 열린자유민주당이 5%대로 극우에 밀리자 알렉산더르 더크로 총리가 눈물을 흘리며 사퇴를 선언했다.● “새로운 우익 시대 막 올라” 유럽 변방에서 부상하던 극우 세력이 핵심 정당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로는 고물가, 난민 유입에 따른 혼란,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비용 상승,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피로감 등이 꼽힌다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유럽의회에서 각각 중도우파, 중도좌파 성향의 1, 2당 간 연정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네덜란드 정치학자 카스 뮈더는 미 워싱턴포스트(WP)에 중도우파 연정 내 일부 세력이 더욱 우경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중도우파와 극우 진영이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도 있다. 극우세력의 돌풍은 유럽에 머물지 않고 11월 미 대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WP는 “자유주의적 가치의 보루처럼 여겨졌던 EU에서 극우 정당이 기록적인 세를 얻어 서방에 새로운 우익 시대의 막이 오를 수 있다”고 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결과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피즘’(트럼프주의) 세력을 고무시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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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마크롱 “뭉치자”… ‘공동의 적’ 푸틴-트럼프 견제 손잡아

    “프랑스는 미국의 첫 번째 동맹국이었고,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 프랑스 엘리제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을 시작하며 250년에 가까운 양국의 우호 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란히 앉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에마뉘엘’이라고 친근하게 부르며 “프랑스는 지금도 우리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다른 언어로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모두 같은 배에 타고 있다”면서 “상황이 어려울 때면 우리는 함께 뭉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미 대선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아 최근 해외 방문 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참석부터 8, 9일 본격적인 국빈 방문 일정까지 이례적으로 프랑스에 닷새를 머물렀다. “동맹이 곧 속국은 아니다”라며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미국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고 거듭 촉구해온 마크롱 대통령도 바이든 대통령을 최고 수준으로 환대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의 열세가 뚜렷한 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지자 두 정상이 대외적으로 결속을 과시한 것이다.● 美佛 정상 “뭉칠 때 더 강해진다”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부인 브리지트 여사는 파리 개선문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를 맞이했다. 이들은 개선문 아치 아래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한 뒤 프랑스군 기병대가 늘어선 샹젤리제 거리를 지나 엘리제궁으로 향했다. 이후 오찬과 정상회담, 만찬까지 자리를 옮겨가며 하루를 꼬박 함께했다. 두 정상은 공동 기자회견, 만찬 등에서 “뭉쳐야 한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만찬 건배사에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United we stand, divided we fall)”라는 미 관용 표현을 인용하며 “미국 국가명에 담긴 이 연합의 힘이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철학”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우리가 하나로 뭉칠 때 우리 각각이 더 강해지고, 세상은 더 안전해진다”고 말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껄끄러운 관계에 놓여 있었다. 2021년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호주 및 유럽연합(EU)을 탈퇴한 영국과 3자 안보동맹 오커스(AUKUS)를 결성한 뒤 호주가 프랑스와 맺었던 560억 유로(약 77조 원) 규모의 잠수함 구매 계약을 일시에 파기한 게 발단이었다. 프랑스는 당시 “3국이 전통적 동맹 관계를 배신하고 등에 칼을 꽂았다”며 격노하고 주미 프랑스대사를 소환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에 더해 ‘유럽의 안보 자강론’을 펼치면서 미국의 리더십에 공개적인 의문을 제기했고, 5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친밀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두 정상이 기질적으로 다르기도 하다. 82세 바이든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믿는 미 주류의 상징이라면, 47세 마크롱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뇌사 상태”라고 말하는 등 외교적 도발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푸틴 승리-트럼프 고립주의 동시 견제 이런 두 정상이 손을 맞잡은 데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점령지를 확대해 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재선 시 나토 동맹국들에 대한 공동방어 의무를 걷어찰 수 있다고 위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같은 ‘공동의 적’을 견제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은 7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전적지를 찾아 “오늘날 미국이 푸틴의 유럽 침략에 맞서길 원한다는 점을 의심하는 이가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또 “오늘날 미국이 홀로 가길 원하리라고 믿는 이가 있느냐”고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외교적 고립주의’를 비판한 것이다. 8일 미-프랑스 정상회담 직후 낸 성명에서도 “모든 유럽이 위협받는 일을 만들지 않겠다. 우크라이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무역 갈등, 중동전쟁 해법 등에서 미국과 프랑스 간 이견은 여전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회담 후 두 정상이 성명만 발표했을 뿐 별다른 결과물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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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아들 ‘중범죄’형사재판… 트럼프 이어 ‘사법리스크 암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고뭉치’ 아들 헌터(54)가 과거 불법으로 권총을 구매하고 소지했다는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이 3일 시작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형사재판에서 지난달 30일 유죄 평결을 받은 지 4일 만에 바이든 대통령 측의 사법 위험이 불거졌다. 이르면 9월부터 헌터의 탈세 혐의 재판도 시작된다. 야당 공화당은 마약, 외국 기업과의 결탁 의혹, 난잡한 사생활 등으로 오래전부터 물의를 일으켰던 헌터가 부친의 후광으로 감옥에 가지 않았다고 공격하고 있다. 재판 과정에서 헌터의 추가 의혹이 드러나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도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11월 대선에서 맞붙는 두 후보가 본인이나 가족의 재판에 휩싸이면서 선거 불확실성도 커졌고, 양 지지층 간 대립도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바이든 “무한 신뢰”, 재판 지켜본 질 여사 헌터는 2018년 10월 바이든 일가의 자택이 있는 델라웨어주의 한 총기 상점에서 불법으로 권총을 구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헌터는 마약 중독 이력이 있어 델라웨어주에서 총기를 살 수 없는데도 샀고, 이를 위해 구매 당시 서류에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고 허위로 기재했으며 11일간 불법으로 총을 소지한 후 버렸다는 3개 혐의를 받고 있다. 델라웨어주 윌밍턴 연방법원은 재판 시작 첫날인 3일 이 사건의 유무죄를 평결할 12명의 배심원단을 선정했다. 이후 검찰, 헌터 변호인, 증인 등의 진술이 이어진다. 재판에는 2, 3주가 걸릴 것으로 보인다. 총기 불법 소유는 중범죄다. 3개 혐의 모두 유죄가 인정되면 최대 25년의 징역형에 더해 75만 달러(약 10억1250만 원)의 벌금까지 내야 한다. 다만 전과가 없는 초범이어서 실제 징역형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신뢰를 갖고 있다”고 헌터를 두둔했다. “나는 대통령이지만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동정론도 폈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이자 헌터의 의붓어머니인 질 여사는 이날 법정에 직접 나와 재판을 방청했다. 올 9월부터는 헌터가 2016∼2019년 4년간 최소 140만 달러의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재판도 시작된다. 이 사건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헌터가 ‘아버지의 후광’으로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의 임원을 지내며 고액 연봉을 받았다는 의혹과 맞물려 있다. 바이든의 대선 가도에는 총기 소유보다 이 사건이 위협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바이든 “트럼프는 유죄 평결 범죄자” 바이든 대통령은 3일 코네티컷주 모금 행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유죄 평결을 받은 중범죄자(convicted felon)’라고 공격했다. 바이든 대선 캠프는 그간 수차례 트럼프를 범죄자로 규정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발언하는 것은 처음이다. NBC 뉴스 등은 바이든 대통령이 4일 불법 이민자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불법 이민자가 일 2500명을 넘으면 국경을 폐쇄하고 1500명 이하로 떨어질 때 개방한다는 것이다. 현재 일일 불법 이민자 수는 4000명대여서 사실상 11월 대선 전까지 국경을 폐쇄하겠다는 주장이나 다름없다. 재임 시 국경장벽 건설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맞서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의 환심을 사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양측의 사법 위험에도 두 후보의 지지율은 초접전 양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죄 평결 직후인 지난달 31일∼이달 2일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오늘 대선이 치러지면 누구를 뽑겠느냐’란 질문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를 얻어 바이든 대통령(43%)을 1%포인트 앞섰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같은 질문으로 지난달 30, 3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41%로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2%포인트 격차로 눌렀다.하정민 기자 dew@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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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북핵 문제 더 나빠지진 않아…트럼프 접근 잘못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에 비해 북핵 문제가 더 심각해지진 않았다고 주장했다.바이든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매체 타임 인터뷰에서 ‘북한, 이란 등의 핵문제가 과거보다 (안보에) 위협적으로 변했다고 생각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전보다 더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는 북한의 핵무기 접근을 통제하는 협정을 맺으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핵 접근 방식을 비판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후 한국 일본 호주 인도 필리핀 등 인도태평양 주요국과의 안보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이 국내총생산(GDP)의 3%를 국방에 투자하고, 한국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화해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느냐”며 한미일 관계를 비롯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미국·일본·필리핀간 3국 협력 등이 성사된 것을 근거로 들었다.이밖에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에 미군을 배치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엔 “미국 군사력을 사용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지만, 지상군·공군·해군력 등 어느 것이 배치될 지엔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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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쑥 튀어나온 보행자 감지해 차량내 경고… 운전자 88% ‘감속’

    “보행자 접근 주의.” 지난달 23일 오후 세종시 나성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기자의 휴대전화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실제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보행자들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위치·동작 센서와 도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폐쇄회로(CC)TV로 감지한 도로 상황을 결합해 충돌 위험을 알려준 것. 교차로 맞은편에서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려오자 역시 충돌 위험을 알리는 알림이 떴다. 모바일 기반 차량·사물 간 통신(V2X) 기술을 활용한 이 경고 시스템은 신호등이 없거나 사각지대가 많은 골목길에서 더 쓸 만했다. 나성초를 에워싼 좁은 도로에서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려 차도로 달려 나오자 어김없이 주의 알림이 떴다. 맨눈으로 보행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밤길이나 빗길에서 특히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들었다.●CCTV-휴대전화 연동해 ‘충돌 위험’ 경고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람의 눈과 귀가 감지할 수 없는 위험을 빠르게 파악하도록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달린 센서도 장애물에 갈리는 등 물리적 인식 범위를 벗어나면 소용이 없는데, 바로 이때 V2X 기술이 소머즈(청력이 발달한 미국 드라마 속 슈퍼우먼)처럼 도움이 될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센서뿐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의 휴대전화와 CCTV로 입수한 정보까지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다소 먼 거리의 사고 위험까지 실시간으로 예고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V2X 기술을 활용한 LG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교통안전 알리미’를 설치하고 세종시 일대를 운전해 보니, 어린이통학버스(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이 타고 내리면 ‘스쿨버스 승하차 중’이란 알림을 띄워주는 등 도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앱은 신호등이 청신호로 바뀌기까지 몇 초가 남았는지 계산해 띄워주기도 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도 마찬가지 알림을 받을 수 있었다. 앱을 설치하고 건널목을 건너려 할 때 코너에서 한 차량이 방향을 전환해 보행자 쪽으로 향하자 ‘차량 충돌 주의’ 알림이 울렸다. 게다가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에는 “무단횡단 위험해요”라는 알림과 진동이 울려 경각심을 높였다.●“이용자 10명 중 7명이 즉각 대처” 기존엔 V2X를 활용하려면 전용기기가 필요했지만 이 앱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작동한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관성측정장치(IMU)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위치·동작센서가 이용자의 위치와 방향 및 속도를 감지한 뒤, 이를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5세대(5G) 등 통신망을 거쳐 클라우드 서버에서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막기 위해 수집된 정보는 모두 익명 처리돼 전달된다. 여기에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과 연동하면 교차로에 설치된 스마트 CCTV가 추출한 도로 상황까지 받아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자동차나 보행자의 움직임까지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실증사업에서는 앱을 통해 주의·경고 알림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즉각 속도를 줄이는 등 사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었다.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 강서구의 스쿨존 3곳에서 실증사업을 한 결과 총 1만3051건의 알림 중 9547건(73.2%)에 대해 이용자가 반응한 것. 69%의 보행자와 88%의 운전자는 감속했으며, 보행자 31%는 걸어가던 방향을 바꿨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에서도 올 3∼5월 실증사업에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달엔 신호 변경 시간과 무단횡단 경고만 표시해도 무단횡단을 93%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정부·지자체 인프라와 연동하면 효과 더 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정부가 V2X 보급을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 교통부는 2016년 ‘V2X 기술의 일부만 활용해도 매년 약 44만∼62만 건의 충돌을 방지하고 987∼1366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교통부는 지난해 10월 V2X 기술 확산을 위한 보조금 4000만 달러(약 553억 원)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V2X 기술이 널리 쓰이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보행자나 운전자의 스마트폰 GPS 및 관성센서 정보를 받아보려면 그 사람도 앱을 설치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도로에 설치한 AI CCTV만으로 이들의 이동 정보를 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안양시, 수원시 등 14개 지자체가 KT와 함께 V2X와, C-ITS 기술 등을 접목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의 시범 운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교통안전 알리미 앱 개발을 담당하는 김학성 LG전자 연구위원은 “모바일 기반 V2X 기술은 평균 0.05초 내에 발생한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사고 여부가 결정되는 도로 위에서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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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자가 손 흔들듯… 화살표로 주행방향 알리는 자율차

    운전자와 보행자는 도로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운전자가 창문을 열어 손을 흔들거나 보행자가 눈을 마주치는 것도 일종의 의사소통이다. 비상깜빡이도 소통 수단이 된다. 운전자와 보행자는 이렇게 소통한 후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 하지만 운전자가 없는 완전자율주행차(레벨 4)의 경우 소통을 돕는 보조장치가 꼭 필요하다. 이에 따라 어두운 곳을 밝히던 차량 램프가 새 소통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에도 방향지시등으로 움직일 방향을 알려줬지만, 더 직관적인 메시지와 그림을 도로에 직접 표출하는 기술이 최근 잇달아 개발되고 있어서다. 올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4’에서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모비온’은 주행 방향 화살표를 노면 위에 투영하는 ‘익스테리어 라이팅(Exterior Lighting·외부 조명)’ 기술을 선보였다. 좌우만 알리는 방향지시등과 달리 대각선까지 표시하면서 보행자 등이 주행 방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CES에서 선보인 ‘HD 라이팅 시스템’은 노면에 횡단보도 같은 그림을 실제와 거의 똑같이 투영한다. 횡단보도가 없는 야간 도로를 주행할 때 보행자를 만나면, 보행자가 안심하고 길을 건널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고령자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 지난해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연구팀의 실험에 따르면 차량이 보행자 쪽으로 주행하면서 별다른 메시지를 내지 않았을 경우 고령자 30명 중 11명은 느린 걸음을 감안해 횡단을 포기했다. 횡단에 성공한 나머지 사람들 또한 대부분 뛰거나 빠르게 걷는 등 불안정한 패턴이 확인됐다. 하지만 노면 투영 기술을 이용해 차량이 도로 위에 ‘양보’를 뜻하는 그림을 투영하자 횡단을 포기했던 고령자들도 도로를 건널 수 있었다. 다른 보행자들도 천천히 도로를 건너면서 넘어질 위험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진행한 아주대 TOD(Transit-Oriented Development) 기반 지속가능 도시·교통연구센터 이현미 연구원은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 고민하느라 정체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며 “차량과 보행자 간 소통이 안전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도로의 혼잡도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미국 일부 도시에서 자율주행 ‘로보택시’를 운행하고 있는 구글 자회사 웨이모는 차량 지붕에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을 부착해 활용하고 있다. 승객 승하차 시 ‘차 옆에 사람이 서 있는 그림’을 표출하고, 전방에 보행자가 지나갈 때는 뒤에 오는 차량을 위해 ‘보행자 그림’을 보여주는 등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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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래 내손으로” 백악관서 두 손녀 돌보던 오바마 장모 별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장모이자 미셸 오바마 여사의 어머니인 메리언 로빈슨이 5월 31일(현지 시간) 8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를 비롯한 유족은 이날 성명을 통해 “로빈슨이 오늘 아침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면서 “그 없이 어떻게 살아갈지 우리 중 누구도 모르겠다”고 상실감을 드러냈다. 미셸 여사도 1일 X(옛 트위터)에 “내 어머니 로빈슨은 나의 반석이었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변함없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고 적었다. 로빈슨은 사위 오바마의 대통령 재임 기간(2009∼2017년) 내내 백악관에서 함께 거주했다. 2009년 오바마의 취임 당시 열 살과 일곱 살이던 두 손녀 말리아와 사샤를 보살피기 위해서였다. 그는 2018년 미 CBS방송에서 “백악관 생활이 두 사람 모두에게 매우 힘든 삶이 될 것 같았고, 그들의 안전이 걱정됐다”고 말했다. 로빈슨이 백악관 입성 초기 가사를 도와주려는 백악관 직원들에게 자신의 빨래를 직접 한다는 등의 생활원칙을 납득시키기 위해 ‘상당한 조정’을 했다는 일화도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여사도 이날 성명을 통해 “로빈슨 부인은 헌신적인 어머니이자 할머니였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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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블링컨도 “필요땐 러 본토 공격 가능” 우크라戰 확전 기로

    유럽 지도자들 사이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를 활용해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허용할 수 있음을 시사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우크라이나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이 본토 타격을 허용하면 전쟁이 러시아 내부로 강도 높게 번질 수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다른 유럽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을 부르며 핵 보유국인 러시아와 서방의 전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물론 러시아 본토 타격이 실제로 허용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미 백악관에서도 찬반양론이 거세게 부딪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세가 확연해진 우크라이나의 패배 시 책임론과 러시아와의 전면 대결 모두 감당하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美, ‘러시아 본토 타격 허용’ 첫 시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9일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몰도바를 찾아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방어할 방안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며, 미 정부는 필요에 따라 적응하고 조정할(adapt and adjust) 것”이라며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내놓았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 한 기자가 “적응과 조정은 우크라이나가 결정하면 러시아 본토 타격도 가능하단 얘기냐”고 묻자, 블링컨 장관은 “맞다”고 답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 본토 타격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진 않았지만, 이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모두에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전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서방 무기를 활용한 러시아 군사기지 타격을 허용해야 한다”고 발언한 직후 나왔다. 최근 유럽에선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 등이 잇따라 비슷한 주장을 내놓았다. 미국에서도 백악관에 ‘금기’를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29일 전직 관료와 학자 60명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 지원 무기를 활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을 허용해야 한다는 서한을 보냈다. 나토 전 사령관이던 필립 브리드러브 전 주우크라이나 미국 대사 등도 동참했다.● 바이든, 유럽서 전략 수정 메시지 내나 백악관은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블링컨 장관의 발언에도 “현재 정책에 변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 대신 우크라이나가 지상전에서 주력으로 사용하는 155mm 포탄의 생산량을 늘려 대폭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다음 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과 이탈리아에서 예정된 13∼1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전략 수정을 시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토 창설 75주년을 맞아 동맹국의 단결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은 무기 사용을 허용하더라도 우크라이나 공격과 직접 연루된 러시아 국경 군사목표물로 무기 사용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제한적으로 허용하더라도 전쟁은 러시아 본토로 강도 높게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NYT는 “미국이 (러시아에서) 무기 사용을 승인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내부에 엄폐한 포병과 미사일 기지를 반격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전쟁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술핵무기 훈련을 실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8일 서방이 러시아 내부 공격을 허용하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확전 가능성을 경고했다.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러시아 싱크탱크인 외교국방정책협의회의 드미트리 수슬로프 의원은 푸틴 대통령에게 서방을 위협하기 위해 ‘시범적으로’ 핵폭발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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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린다 게이츠, 여권 지원 위해 2년간 1조3000억 원 기부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전 부인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60)가 향후 2년 간 여성 인권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37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낙태권을 옹호하는 생식권센터, 전국여성법센터, 전국가사노동자연맹 등에 기부될 것으로 보인다.그는 28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기고를 통해 “지난 20년간 ‘아직은 성평등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봐 왔다”며 이제 여성 스스로 의제를 설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자신의 1살 짜리 외손녀가 자신보다 더 적은 권리를 누리며 살아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그는 2022년 6월 미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전세계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간 등을 거론하며 “그런데도 미국 내 자선기부의 불과 2%만이 여성 및 소녀 관련 기관에 전달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제만큼 중시되지 않는 여성권 향상에 본인이 집중하겠다는 논리다.그는 “수십 년간의 연구에 따르면 여성의 정치 참여는 부패를 감소시키고, 평화 협정은 여성이 참여할 때 더 오래 지속되며, 아픈 여성들이 줄어들면 2040년까지 세계 경제는 1조 달러 성장한다”며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그는 1994년 게이츠 창업자와 결혼했다. 세 자녀를 뒀지만 2021년 이혼했다. 이달 13일에는 두 사람이 공동 의장이었던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도 떠났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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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홀로 전쟁터 떠돌던 9세 소년, 큰 아빠가 150번 통화 수소문 끝 찾았다

    폭탄 한 발로 가족들을 모두 잃은 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홀로 남겨졌던 9살 소년 모하메드 샤힌이 극적으로 덴마크로 탈출한 사연이 알려졌다. 그 배경에는 포기하지 않았던 샤힌의 친척들과 해외 언론사, 튀르키예 등 전세계의 도움이 있었다. 샤힌처럼 가족을 잃은 채 홀로 전쟁터를 떠돌고 있는 가자지구 어린이들의 어려움도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26일(현지 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가자지구 가자시티에 거주하던 샤힌의 가족들은 지난해 이스라엘의 탱크를 피해 남쪽 누세이라트 단칸방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새로운 집도 공습을 피할 순 없었다. “새벽에 자고 있는데 방에서 폭발이 일어 다같이 깼어요. 이후 공격이 3번 더 이어졌고 결국 집이 무너지고 불이 났어요. 가족들이 건물 잔해에 깔려서 들어올리려 해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모하메드는 지난해 12월 7일 부모님과 8살짜리 누나, 4살짜리 남동생과 생이별한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바로 그 날 덴마크에 거주하고 있는 샤힌의 큰아버지 후세인은 뉴스에서 동생이 지내던 지역이 폭격을 당한 장면을 봤고, 친구들로부터 조카를 제외한 나머지 동생 가족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후세인은 본능적으로 조카를 가자지구에서 빼내 덴마크로 데려오겠노라 결심했다. 하지만 쉬운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를 척결한다며 경찰들을 공격해 경찰 시스템도 마비된 데다가, 병원들도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후세인은 “내가 아는건 샤힌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고 WSJ에 말했다. 낙담할 시간이 없었다. 후세인은 그 지역에 있는 모든 병원 등에 전화를 걸었다. 약 150통의 전화 끝에 얼굴 전체에 부상을 입은 채 긴급 안과 수술을 받고자 병원에 대기 중이던 샤힌을 찾아 냈다. 그러나 전쟁으로 국경이 거의 와전히 폐쇄된 가자지구에서 샤힌을 빼오는 일이 아직 남아있었다. 후세인은 구호단체와 고향 사람들, 그리고 해외 관계자들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고 , 몇주 뒤 기적적으로 응답이 돌아왔다. 후세인의 제보를 받은 중동 매체 알자지라가 오른쪽 눈에 붕대를 감은 채 아파서 울고 있는 샤힌의 모습을 방송에 담았고, 이를 본 튀르키예(터키) 정부가 샤힌의 탈출을 돕겠다며 손을 내민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자지구에 살고 있던 샤힌의 다른 친척이 그를 구급차에 태워 ‘죽음의 길’을 통해 이집트 국경으로 데려가기로 했다. WSJ에 따르면 이 도로는 이스라엘이 민간인들의 피난을 허용한 공식 통로였지만, 여전히 민간인들이 사격을 받는 일이 있었기에 이같은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샤힌과 함께 이동했던 친척은 “도로 도처에 시신이 가득했다”며 몸서리 쳤다. 다행히 국경에 무사히 도착한 샤힌은 이집트에서 튀르키예 앙카라로 이동할 수 있었다. 튀르키예 정부가 지낼 곳을 마련해준 덕분에 샤힌과 친척은 안전하게 있다가 후세인이 있는 덴마크로 갈 수 있었다. 후세인은 WSJ에 “모하메드는 더이상 악몽을 꾸지 않지만, 그의 눈에 깊은 흉이 남아 선글라스를 쓰고 다닌다”고 근황을 전했다. 다만 함께 놀던 누나를 떠올리게 하는 장난감 등을 보면 여전히 공황발작을 일으킨다고 한다. 고초를 겪었지만 샤힌은 행운아 축에 속한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전 가자지구 인구 220만 명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던 어린이들 중 수천 명이 전쟁 기간 숨졌다. 가족들이 죽거나 이스라엘의 명령으로 여러 차례 터전을 옮기면서 가족의 손을 놓친 어린이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한 집계는 불가능하지만, 유니세프는 과거 전쟁 패턴을 토대로 현재 약 1만7000명의 어린이가 홀로 전쟁터를 떠돌아다니고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WSJ는 아이들이 맨발로 무너진 건물들 사이를 혼자 배회하거나, 10대 청소년들이 빼곡한 보호소에서 자신보다 더 어린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고 전했다. 영유아들은 이름도 모른 채 부서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미국 비영리단체 국제구조위원회(IRC)의 팀장 아르빈스 다스는 “무너진 건물 잔해에 뒤덮인 채 혼자 인형 만을 꼭 안은채 발견되는 아이들이 있다”며 비극적 현장을 묘사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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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cm 오차’ 위치파악 기술, 통학차량-무인 농기계 등에 활용

    13일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의 한 도로. 초정밀 측위(RTK) 시스템이 탑재된 차량이 이동하자 위성 지도에 차량 이동 방향이 빨간선과 파란선으로 나타났다. 마곡지구에서 서울 용산구 한강로까지 이동하는 30여 분 동안 위성 지도엔 차량 이동 경로가 4차로 중 어느 차로로 달리고 있는지까지 정확하게 표시됐다. 오차는 불과 3cm. 실시간으로 완벽하게 차량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셈이다. 위치 정보의 오차를 대폭 줄인 RTK 기술은 최근 어린이 통학 차량이나 무인 농기계, 자율주행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위성항법시스템(GNSS)에서 발생하는 수 미터(m)의 오차를 센티미터(cm) 단위 수준까지 줄인 기술이다. 특히 어린이 통학 차량에 RTK 기술을 적용해 학부모에게 자녀의 정확한 위치와 도착 시간 등의 정보를 제공해 호응을 얻고 있다.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도착 시간이 언제쯤인지 알기 힘들었던 학부모들은 RTK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자녀의 위치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농업 분야에서도 무인 농기계에 RTK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논밭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이에 맞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농업 분야 종사자 중 고령자가 많은데 이들의 사고 위험도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상 움직임 등이 감지된 경우 사고 발생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밖에도 자율주행 버스·로봇 분야에서도 RTK 기술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향후 도심항공교통(UAM)이 상용화되면 UAM의 정확한 상공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RTK 기술이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향후 RTK 기술을 스마트폰이나 전자발찌 같은 위치추적시스템에 탑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스마트폰의 지도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위치추적시스템의 위치 정확도가 RTK에 비해 떨어지는데, RTK 기계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줄여서 스마트폰처럼 작은 기기에도 해당 기술을 탑재할 수 있도록 개발을 진행 중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원래 RTK 기술은 2차원 평면에서 땅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건설 측량 분야에서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다”며 “최근 차량에 RTK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한 데 이어 향후 UAM에도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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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늘위 택시, 차로 35분 거리를 3분에… 항로 벗어나자 ‘경고’ 알림

    ‘3분 30초.’ 13일 서울 강서구 LG유플러스 마곡 사옥. 이곳에서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착용하자 하늘길(회랑)이 눈앞에 펼쳐지며 도심항공교통(UAM)을 조종하고 있는 듯한 상황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현재 위치와 UAM 전용 수직 이착륙장(버티포트)까지 남은 거리 등 다양한 수치도 화면에 나타났다. 이날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동백사거리에서 부산 영도구 태종대까지를 UAM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가상 체험했다. 약 20km에 이르는 거리였지만 UAM으로 이동하니 불과 3분 30초 만에 도착했다. 차량으로 이동했을 때 35분가량 걸리는 거리를 UAM으로 3분여 만에 날아간 셈이다. 물론 실제로 이동하려면 버티포트에서 이착륙하는 데 시간이 다소 필요하지만 차량에 비해선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이다. 또 UAM에는 조종사가 구름 속에서 회랑을 찾아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게끔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있었다. 반대편 회랑에서 비행 중인 다른 UAM 기체가 다가오자 화면에 회랑 경로 변경 메시지가 떴다. 이 밖에도 UAM이 정해진 항로에서 이탈하니 빨간 경고등과 함께 경고 메시지가 화면에 뜨기도 했다.● ‘하늘 나는 택시’ UAM… 2025년 상용화 예정 UAM은 도시 인구 증가와 지상 교통 혼잡,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차세대 교통 서비스로 승객과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항공 교통체계다. 한 개의 엔진과 프로펠러만으로 비행하는 헬리콥터와 달리 UAM은 여러 개의 전기모터와 배터리를 연결한 ‘분산 전기추진’ 시스템을 활용해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소음도 적다. 수직 이착륙할 수 있어 활주로 없이 도심을 운항할 수 있는 UAM은 기존의 버스·택시·철도 등 지상 교통과 연계한 주요 대중교통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심 상공에서 승객·화물을 수송하는 UAM이 운항하게 되면 교통 혼잡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보고서에 따르면 UAM 이용 시 서울 시내 평균 이동시간이 자동차를 이용했을 때보다 약 76% 단축될 것으로 분석됐다. 응급환자 구조에도 UAM이 활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연례투자회의에서 “UAM을 응급의료에 접목한 ‘응급닥터 UAM’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2026년 상용화 초기 단계부터 장기·혈액 이송에 UAM을 활용하고, 2030년에는 긴급환자를 이송하는 구조까지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김포에서 잠실까지 15분 만에 이동 정부는 2025년 국내 UAM 상용화를 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있다. 관련 기업도 기술 개발 등을 위한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5년 UAM 상용화를 목표로 ‘K-UAM 그랜드 챌린지’를 추진 중이다. ‘K-UAM 그랜드 챌린지’는 분야별 기관·기업이 참여해 UAM의 안전성·통합 운용성 등을 검증하는 대규모 실증 사업이다. 현재 국토부는 한국형 UAM 운용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K-UAM 그랜드 챌린지 1단계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1단계에 이어 올 8월에는 아라뱃길에 UAM을 띄워 2단계 실증시험을 진행한다. 이후 내년 4월엔 한강, 내년 5월에는 탄천에서 UAM을 날리며 수도권에서 실증을 이어갈 예정이다. UAM이 상용화되면 경기 김포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5분, 김포에서 서울 잠실까지는 15분이면 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UAM이 하늘을 안전하게 날기 위해선 기체뿐만 아니라 버티포트, 통신, 운항 관리 등 다양한 시설과 기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기업들도 여러 개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 KT,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참여하는 ‘K-UAM 원팀’은 지난달 자체 개발한 UAM 교통관리시스템을 바탕으로 그랜드 챌린지 1단계 실증에 성공했다. 이 외에도 LG유플러스·카카오모빌리티·GS건설 등이 모인 ‘UAM Future’, SKT·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 등으로 구성된 ‘K-UAM 드림팀’ 등이 민간 기업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컨소시엄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실증 사업을 진행한 뒤 우수 사업자에게 상용화 우선권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20년 뒤 833조 원대 시장으로 UAM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UAM 세계시장 규모는 2025년 109억 달러(약 14조9112억 원)에서 2030년 615억 달러(약 84조1320억 원), 2040년 6090억 달러(약 833조1120억 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UAM 상용화 실현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안전 분야의 확실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컨대 UAM이 회랑에서 헬기 등 다른 기체와 부딪히거나 지상과의 통신이 끊겨 이착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시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전성을 더욱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공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 규모는 지상에서 발생하는 교통사고보다 클 수밖에 없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향후 UAM 상용화 시 UAM 기체·통신·회랑 등 여러 방면에서 안전성이 입증돼야 한다”며 “새로운 운항 방식이기 때문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하게 안전대책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 관계자는 올 2월 UAM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UAM도 항공기에 준해 안전 인증을 받고 있다”며 “안전이 최우선”이라고 밝혔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구특교(산업1부) 이축복(산업2부) 소설희(경제부) 이청아(국제부) 이채완(사회부) 기자}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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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평화협상 재개” 다음날… 러, 하르키우 공격 민간인 14명 사망

    러시아가 25일 우크라이나 제2대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의 대형 상점을 공격해 최소 1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우크라이나와의 평화협상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민간인이 밀집한 주택가 상점을 공격한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 땅으로 인정하면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전체 영토의 약 20%에 해당한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후 줄곧 “영토 완전 수복”을 외친 우크라이나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 이에 러시아군이 이달 초부터 하르키우를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은 종전(終戰) 방식을 둘러싼 우크라이나 사회 및 서방의 내부 분열을 조장하고,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음 달 15, 16일 스위스 루체른에서 열리는 서방 주도의 ‘우크라이나 평화회의’를 방해하려는 목적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 러, 이달 초부터 하르키우 집중 공격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5일 오후 4시경 가정용품, 건축자재 등을 판매하는 하르키우의 대형 상점 ‘에피센트르’를 공습했다. 고객으로 붐비던 토요일에 민간인 밀집 지역을 유도폭탄 등으로 타격하자 순식간에 최소 1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실종자도 16명에 달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공습 후 상점 일대가 화염으로 휩싸이고 연기가 일대를 가득 덮은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속속 올라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매장 안에 200명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명백한 테러이자 러시아의 광기”라고 규탄했다. 러시아는 23일에도 하르키우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했다. 최소 7명이 죽고 21명이 다쳤다. 특히 유명 출판사 ‘비바트’에서는 공장 건물은 물론이고 약 5만 권의 책도 불탔다. 26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24일 비바트 공장을 방문한 영상을 공개했다. 카키색 반팔 셔츠 차림의 그는 폐허로 변한 공장 터에서 “러시아가 생명을 불태우는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푸틴 대통령을 비판했다. 인구 약 130만 명의 하르키우는 수도 키이우에 이은 제2대 도시로, 러시아 국경과 불과 약 30km 거리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점령했지만 같은 해 우크라이나가 수복했다. 러시아군은 이달 초부터 다시 하르키우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제2대 도시라는 특성상 기존에 점령한 헤르손, 자포리자 등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상징성을 지녔다는 점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 나토 총장 “우크라, 러 본토 공격 가능해야” 푸틴 대통령은 24일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상은 현 상황을 반영해야 할 것”이라며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협상에서 합법적인 정부를 상대할 것”이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겨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전쟁을 이유로 당초 올 3월까지 치러져야 했던 대선을 연기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CNN은 푸틴 대통령의 ‘평화협상에 열려 있다’는 메시지를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에 대비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이라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어하고, 이 경우 종전협상 국면이 열릴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를 대비해 “러시아가 점령 영토만 인정해주면 더 이상 우크라이나를 공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는 취지다. 이런 러시아에 맞서기 위해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무기를 ‘러시아 본토’ 공격에 쓰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4일 “서방이 지원한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못하게 하는 원칙은 우크라이나의 방어권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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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칸을 뒤흔든 ‘트럼프 전기’ 영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젊은 시절을 다룬 영화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견습생)’가 20일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첫 부인인 이바나를 상대로 강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 담겼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를 뜻하는 ‘경쟁부문’에 진출한 이 전기 영화는 현지에서 가장 논쟁적인 작품이 됐다. 트럼프 측은 당사자인 이바나가 강제 성관계를 부인했는데도 이란계 감독이 무슬림에게 적대적인 자신을 악의적으로 묘사했다고 격분했다. 영화를 ‘쓰레기(garbage)’라고 폄훼하며 소송까지 예고했다. 11월 대선을 약 반년 앞두고 2016년 대선 직전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으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또 다른 타격을 줄 수 있는 요인이지만 정작 그의 지지율은 거듭된 성추문에도 별다른 하락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트럼프 “쓰레기” vs 감독 “인간적 묘사” 이 영화는 1970, 80년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욕의 부동산 거물이 되는 과정을 그렸다.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윈터 솔저’ 역을 맡았던 서배스천 스탠(42)이 젊은 시절의 트럼프를 연기했다. 논란이 된 부분은 이바나가 남편의 외모를 비하하자 격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갖는 장면이다. 이바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1977∼1992년 결혼 생활을 했다. 그는 이혼 과정에서 “1989년 트럼프가 나를 바닥으로 밀친 뒤 머리카락을 한 움큼 뽑으며 강제로 성관계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1993년 “강간당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 외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외모 관리를 위해 지방흡입 시술을 받고, 탈모를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두피 시술을 받는 장면 등도 포함됐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화가 끝난 뒤 관객의 기립박수가 8분간 이어졌다. 트럼프 측 스티븐 청 대변인은 영화 공개 당일 “악의적인 명예훼손 겸 쓰레기”라며 “노골적인 허위 주장에 대응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이란계 덴마크 감독 알리 아바시가 연출했고, 미 언론인 겸 작가 게이브리얼 셔먼이 각본을 썼다. 제작진은 이 영화를 11월 미 대선 전에 개봉하려 하지만 아직 미국 내 배급사를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바시 감독은 “트럼프가 싫어할 만한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제소하기 전에 먼저 영화를 보라’고 권고했다.● ‘나치’ 논란까지 겹쳐도 지지율 굳건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20일에는 트럼프 대선 캠프가 올린 약 30초짜리 홍보 영상에서 나치 독일을 연상시키는 표현이 사용돼 비판을 받았다. 해당 영상에는 “트럼프의 재선 시 ‘제국(Reich)’의 탄생으로 미 산업 경쟁력이 크게 증가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두고 ‘Reich’가 나치 독일이 세운 독일 제3제국을 가리킬 때 썼던 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트럼프 캠프 측은 “직접 제작한 영상이 아니며 온라인에 돌아다니던 영상을 직원이 실수로 게재했다”며 영상을 내렸다.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서 나오는 증언 또한 연일 화제다. 앞서 13일 법정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 측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발언하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당시 그는 15만 달러(약 2억 원)를 제시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에는 큰 타격이 없다. 미 하버드대와 여론조사회사 해리스폴의 15, 16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53%로 대선에서 맞붙는 조 바이든 대통령(47%)보다 6%포인트 높았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고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입소스의 17∼20일 조사에서 그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진 36%를 기록했다. 취임 후 최저치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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