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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이탈리아 몬차에서 열린 프로배구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KB손해보험 관계자들은 지난 시즌 팀에서 활약한 알렉스와 재계약하기로 가닥을 잡고 느긋하게 플랜B를 준비했다. 반면 나머지 6개 팀은 기존 외국인이 2년 간 팀에서 활약하거나 부진해 새 시즌을 앞두고 새 외국인 물색에 나서야 했다. 권순찬 KB손해보험 감독은 “다음 시즌에는 우리 팀만 트라이아웃에서 외국인을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과 달리 다음 시즌에도 V리그에서 새 유니폼을 입은 외인들을 제법 여럿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당장 우리카드의 창단 첫 플레이오프행을 이끈 아가메즈의 잔류 여부도 불투명하다. 25일 출국 예정인 아가메즈에 우리카드는 확실한 재계약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아가메즈가 에이전트를 통해 “유럽 3개 구단으로부터 입단 제의를 받았다”는 말을 전달한 뒤 일단 관망하기로 했다. V리그에서 외국인이 재계약하는 경우 최대 35만 달러(한화 약 3억9500만 원)의 연봉상한이 있는데 해외구단이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면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구단 차원의 의지도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해외서 러브콜이 있다고 조바심에 섣불리 재계약 이야기를 꺼내면 선수 긴장감이 풀릴 수 있다. 30대 중반인 아가메즈의 나이도 무시할 수 없다.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다른 외국인들의 상태를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삼성화재도 마찬가지다. 15일 출국한 타이스에 확답을 주지 않았다. 3시즌 째 한국에서 활약한 타이스는 이번 시즌 가장 많은 득점(879점·리그 1위)을 올렸지만 서브, 리시브에 고질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어 트라이아웃 참가 선수들의 면면을 살핀 뒤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국인선수가 전력에서 이탈한 한국전력, 알렉스의 부상으로 교체선수 펠리페로 잔여시즌을 치른 KB손해보험은 새 외국인 선발에 나설 방침이다. 쿠바출신의 새 외국인 요스바니와 시즌을 치른 OK저축은행도 김세진 감독이 자진사퇴함에 따라 외국인 구성 등에서 새 판을 짤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LG에서 저한테 세탁기 한 대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산 왼손 투수 유희관(33)의 한마디에 장내 곳곳에서 폭소가 터졌다. KBO리그 정규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마이카 KBO 미디어데이 & 팬 페스트의 주인공은 단연 유희관이었다. ‘한 지붕 두 가족’ 두산-LG의 잠실더비를 묻는 질문에 LG 주장 김현수는 “작년에는 두산에 15연패를 당한 뒤 마지막 한 경기를 겨우 이겼다. 올해는 반대로 두산을 상대로 16전 전승을 거두겠다”고 했다. 이 말을 들은 유희관은 “그 경기 선발 투수가 바로 저였다”며 농담처럼 LG에 세탁기를 요구한 것이다. 입담 좋은 유희관은 미디어데이의 단골손님이다.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두산 대표로 나섰지만 올해는 명단에서 빠졌다. 하지만 원래 나오기로 했던 주장 오재원이 허리 부상을 이유로 불참하는 바람에 ‘구원 투수’로 네 번째 미디어데이에 나왔다. 올해 팀의 5선발로 낙점된 그의 입은 상대 팀과 자기 팀을 가리지 않았다. 두산의 안방마님으로 활약하다 지난겨울 4년 총액 125억 원에 NC로 옮긴 포수 양의지에 대해 그는 “(양)의지가 있었기에 내가 두산에서 선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면서도 “다만 같은 팀에서 청백전을 할 때 의지가 내 공을 상당히 잘 쳤다. 올해 NC전에서 홈런을 맞을 바에는 차라리 몸에 맞는 공을 던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의지는 “‘강속구 투수’인 희관이 형의 직구를 잘 노려 치겠다. 몸쪽 공은 손으로 잡아내겠다”고 응수했다. 실제 유희관은 직구 평균 구속이 시속 120km대 후반인 ‘느린 공’ 투수다. 두산의 1차 지명 신인 김대한이 투수 대신 외야수로 전향한 것에 대해서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두산 대표로 참석한 외야수 정수빈을 바라보며 “열심히 해서 수빈이를 넘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독 두산 출신 감독과 선수들이 많았다. 올해 KT 지휘봉을 잡게 된 이강철 감독과 한용덕 한화 감독은 모두 김태형 감독 밑에서 수석코치를 지냈다. 김현수와 양의지 역시 한때 두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김 감독은 “이 자리를 빌려 네 사람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두 감독님은 원래 감독으로 가실 분들인데 두산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 (양)의지와 (김)현수도 지금 팀에서 잘하길 바란다. 하지만 옛정을 생각해서 우리한테는 그렇게 잘하면 안 된다”고 진심 섞인 농담을 던졌다. 지난 4년간 한국시리즈 우승 두 번과 준우승 두 번을 차지한 그는 “5년 연속 목표는 우승”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SK 염경엽 감독은 수성 의지를 드러냈고 나머지 감독들은 모두 지난해의 아쉬움을 씻겠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23일 개막전 선발 투수도 모두 정해졌다. 한화 서폴드-두산 린드블럼(잠실), KT 쿠에바스-SK 김광현(문학), LG 윌슨-KIA 양현종(광주), 삼성 맥과이어-NC 버틀러(창원), 키움 브리검-롯데 레일리(사직)로 토종 투수 2명에 외국인 투수 8명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각각 2016년 이후 3년 만에 개막전에 등판한다.이헌재 uni@donga.com·김배중 기자}

흥국생명 이재영(23)은 4세트 마지막 공격 스파이크가 상대 코트에 꽂히자 활짝 웃으며 포효했다. 26-24 승리. 흥국생명은 세트스코어 2-1로 앞선 가운데 4세트 들어 줄곧 한국도로공사에 끌려다니다 21-21로 따라붙었고 이후 펼쳐진 시소게임에서 이재영은 22-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무려 4연속 포인트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흥국생명이 2005∼2006 시즌 이후 13년 만에 챔피언트로피를 놓고 벌인 도로공사와의 맞대결에서 먼저 웃었다. 흥국생명은 21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지난 시즌 통합 챔피언 도로공사를 3-1(25-13, 10-25, 25-18, 26-24)로 꺾었다. 정규리그 1위 흥국생명은 5전 3선승제의 시리즈에서 먼저 1승을 챙기며 12년 만의 통합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14차례의 챔프전에서 1차전 승리 팀이 우승트로피를 가져간 것은 7번으로 확률은 50%다. 이재영의 활약이 빛났다. 이재영은 4세트 막판 활약 등 고비 고비마다 해결사로 나서 23점을 올려 팀 승리를 주도했다. 세터 조송화는 4세트 시소게임에서 컨디션이 좋은 이재영에게 계속 토스해 공격 효율을 높였다. 외국인 선수 톰시아(31)도 19점을 터뜨려 승리를 도왔다. 특히 시즌 막판 부진한 모습으로 우려를 샀던 톰시아는 경기가 없던 11일 동안 체력과 자신감을 회복한 모습이었다. 고국인 폴란드에서 가족이 응원을 온 것도 한몫했다고 흥국생명 관계자는 밝혔다. 반면 GS칼텍스와 벌인 플레이오프(PO)에서 3경기 연속 풀세트를 치르고 올라온 도로공사는 체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도로공사 선수들의 발걸음은 초반부터 무거웠다. 1세트 범실만 11개가 쏟아졌고 선수들의 1세트 공격효율도 ―6.52%에 그쳤다. 2세트 투혼을 발휘해 세트를 따냈지만 흥국생명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파튜가 33점, 공격성공률 50.76%로 남자부 외국인과 같은 맹활약을 선보였다. 하지만 공격의 한 축인 박정아가 7점(공격성공률 15.38%)에 그쳤다. 챔프전 2차전은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인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SK의 AGAIN 2018? 어우두(어차피 우승은 두산)? 아니면 젊은 키움의 반란?’ 20일 시범경기를 끝으로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나란히 23일 시작되는 정규시즌의 출발선에 선다. 선수들의 활약상을 야구팬들에게 전달하는 TV(KBSN, SBS 스포츠, MBC 스포츠플러스, SPOTV) 해설위원들에게 올해 KBO리그 판세를 물었다.○ 두산, SK, 키움의 ‘3강’ 장성호(KBSN), 이종열(SBS 스포츠), 정민철(MBC 스포츠플러스), 김재현 위원(SPOTV)은 입을 모아 올 시즌 판도를 두산, SK, 키움의 ‘3강’ 구도로 예측했다. 지난해 나란히 가을야구 무대를 경험한 팀들이다. 양의지(NC·전 두산), 김민성(LG·전 키움), 김동엽(삼성·전 SK) 등 핵심 선수들의 유출도 있었지만 선수층이 두꺼워 대체자의 활약이 충분히 기대된다. 다만 한국시리즈 우승 팀에 대한 전망은 위원들마다 분분했다. 이종열, 정민철 위원은 두산의 우승을 점쳤다. 정 위원은 “키움, SK가 외국인 원투펀치 중 한 명의 검증이 필요한 반면 두산 1, 2선발(린드블럼, 후랭코프)은 현 시점에서 가장 탄탄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SK 우승을 꼽은 김 위원은 “감독이 바뀌었지만 염경엽 감독이 단장을 지냈기에 큰 변화는 없을 것 같다. 김광현이 버티는 선발투수진이나 최정, 로맥, 한동민 등이 건재한 타선 등 전체적인 짜임새가 가장 좋다”고 말했다. ‘새 우승팀’을 강조한 장성호 위원은 키움을 꼽았다. 장 위원은 “지난해 가을야구를 경험한 젊고 역동적인 자원이 넘치고 투타에서 최원태, 박병호가 중심축을 든든히 잡고 있어 대권 도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삼성=재미있는 팀 3강과 우승 예상 팀을 꼽는 것보다 위원들은 와일드카드전을 포함한 가을야구 진출팀을 꼽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위원은 “‘3강 7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치열한 중위권 싸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가을야구에 초대될 ‘4번째 팀’은 올 시즌 삼성이 될 거라는 데 위원들 간에 이견이 없었다. 해외 유턴파 이학주가 가세한 수비라인과 타선이 짜임새를 갖췄고 밴덴헐크(2014년) 이후 수년째 외국인 투수에 운 삼성이 올해는 활짝 웃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위원은 “삼성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을 것이다. 김동엽, 이학주의 가세로 하위 타순까지 짜임새가 좋아졌고 외인 투수도 기대 이상이다.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외에 정 위원과 장 위원은 한화, 김 위원은 롯데, 이 위원은 LG를 각각 꼽았다. 한화, 롯데에 대해서는 토종 선발투수의 검증이, LG는 불펜 보강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공인구 효과, 새 얼굴 볼거리 많아 치열한 순위 싸움 외에 위원들은 새 얼굴 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으로 전망했다. 장 위원은 벌크업을 통해 ‘달라진’ 구자욱(삼성)을 거론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맞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대은(KT), 이학주, 하재훈(SK) 등 실력 있는 해외유턴파와 노시환(한화), 김기훈(KIA) 등 장래가 촉망되는 고졸 신인들의 이름이 위원들로부터 줄줄이 언급됐다. 당장은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바뀐 공인구도 서서히 판도를 흔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위원은 “아직 힘이 넘치는 시기라 선수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체력이 변수로 작용할 시즌 중후반부터 반발력이 줄어든 공인구 효과가 나타나며 선수들 성적 및 팀 순위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조응형 기자}

사소한 흙이 아니다. 19일 개장 후 첫 시범경기가 열린 창원NC파크뿐만 아니라 국내 10개 구단에서 안방으로 쓰는 구장들의 흙만큼은 메이저리그(MLB) 구장급이다. 55년 된,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전구장도 이미 6년 전 MLB 구장과 같은 흙을 깔며 ‘알고 보면 MLB 구장’을 표방한 상황. 경기 이천(LG), 충남 서산(한화) 등 2군 훈련장 그라운드에도 대부분 미국산 흙(사진)이 깔렸다. MLB 구장에서 쓰는 흙은 입자가 작은 점토 위주로 이루어져 과거 국내 구장에서 사용하던 흙보다 단단하고 여러 선수가 거쳐도 마운드나 타석에 홈이 덜 파인다. 그 덕에 마운드나 타석에 주인이 바뀌고 파인 바닥을 발로 고르는 장면도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흙 알갱이도 작고 균일해 타구의 불규칙 바운드 확률도 작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나는 흙을 많이 쓴다. 여기에 모래, 침적토 등을 섞어 그라운드용 흙을 만든다. 딱딱함을 유지하면서 배수도 잘된다는 평을 받는다. 이에 야구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일본에서도 미국산 흙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2015년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시작으로 올해만도 요미우리의 안방 도쿄돔을 포함한 4개 구장이 MLB 그라운드화에 동참했다. 과거만 해도 일본에서 ‘딱딱한 흙’으로 불린 MLB 흙은 선수들의 무릎 등에 악영향을 준다는 목소리가 컸다. 하지만 공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는 자세로 던지는 ‘오버스로’ 투수들에게 디딤발이 미끄러질 수 있는 기존의 무른 흙보다 딱딱한 흙이 디딤발을 잡아줘 힘을 싣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금배합 찾기의 산물인 MLB 흙 가격은 t당 100달러(약 11만3000원)로, 일반 운동장에서 쓰는 흙에 비해 약 4배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장 흙 전면 교체에 기본 수백 t이 들고, 배를 타고 오는 과정에서 운임 등 부대비용이 더해지며 값이 올라간다. 2016시즌 전 MLB 흙으로 교체를 단행한 사직구장은 흙값만 3억 원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노련미의 승리였다. 지난 시즌 프로배구 여자부 통합챔피언 한국도로공사가 2년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도로공사는 19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플레이오프(PO) 3차전에서 GS칼텍스를 3-2(19-25, 21-25, 25-16, 25-14, 15-11)로 꺾었다. 이로써 도로공사는 정규시즌 1위 흥국생명과 우승을 다투게 됐다. 그 1차전은 21일 흥국생명 안방인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다. 도로공사는 팀 평균 나이가 32.5세로 가장 많다. 반면 GS칼텍스의 팀 평균 연령은 25세로 가장 젊다. 이날 젊은 GS칼텍스는 1, 2세트를 내리 따내며 손쉽게 챔프전 티켓을 따내는 듯 보였다. 정규시즌 두 팀의 맞대결에서도 1세트에 기선 제압에 성공한 팀이 전체 경기를 이긴 사례가 많았다. 두 팀의 PO에서도 1세트를 이긴 팀이 엇갈리면서 1승 1패로 맞섰다. GS칼텍스가 초반 페이스를 가져갔지만 도로공사는 노련한 경험을 앞세운 강한 뒷심으로 3, 4, 5세트를 연이어 따내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도로공사의 쌍포 파튜(26점)와 박정아(21점)가 맹활약했다. 경기 중반 박정아가 주춤한 사이 문정원(9점)이 뒤를 받쳤다. GS칼텍스는 PO 2차전부터 전력에서 이탈한 외국인 알리의 부재가 아쉬웠다. 무릎 부상이 악화돼 정규시즌 막판 결장이 잦았던 알리는 PO에서도 탈이 났다. 도로공사는 2005∼2006시즌 이후 13년 만에 흥국생명과 챔프전을 치른다. 당시 도로공사는 5차전 접전 끝에 흥국생명에 시리즈 전적 2승 3패로 패했다. 도로공사는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흥국생명 역시 2년 전 정규리그에서 우승한 뒤 통합챔피언 등극에 실패했던 아픈 기억을 털어내겠다는 각오다.김천=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프로야구 NC의 새 안방 창원NC파크 개장식 현장. 한 팬은 “화장실 안을 빼고 어디서든 경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2016년 5월 첫 삽을 뜬 이후 3년 만에 개장한 창원NC파크는 국내에 신축된 야구장 중 가장 메이저리그(MLB) 구장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0년대 이후 MLB 구장 신축에 대부분 관여한 설계사 ‘파퓰러스’가 설계에 참여했기 때문. 포수 뒤편 3, 4층 VIP룸 앞에 놓인 700여 개의 프리미엄석에는 미국 쿠어스필드 등 MLB 구장에도 있는 소파 촉감의 고급 의자가 놓였다. 옛 마산구장 시절 MLB 구장에서 쓰는 흙으로 흉내만 냈다면 창원NC파크를 통해 진짜 MLB에 다가선 셈이다. 좌석 2만2000석은 폭이 최대 70cm에 이를 정도로 널찍하고 좌석 앞뒤 간격도 최대 120cm(3, 4층)로 쾌적해 ‘관중 친화 구장’으로 평가받는다. 홈플레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좌석까지 14.7m에 불과하고 관중석 앞줄은 필드와 눈높이가 같아 팬들이 경기에 참여하는 느낌을 받게 했다. 각 층 관중석 뒤 복도에서도 경기장이 보일 정도로 시야가 탁 트였다. 3루석 뒤편 2∼4층 ‘다이노스몰’에서도 식사를 하거나 기념품을 구입하며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선수들은 ‘투수 친화 구장’으로 꼽는다. 홈플레이트에서 좌우 펜스까지의 거리가 101m로 국내 최대인 서울 잠실구장(좌우 99m)보다 좌우 거리가 길다. 중앙 담장까지의 거리도 121.9m로, 잠실구장(125m)보다는 짧지만 담장 높이가 3.3m로 잠실(2.7m)보다 높아 타자로서는 잠실구장에 온 듯한 착시를 일으키게 한다. 중앙 담장이 곡선이 아닌 ‘일자형’이라 일부 구간은 타석에서 최대 123.1m인 ‘마의 구간’으로 통한다. NC 내야수 모창민은 “(규모가 작은) 옛 구장 때와 비슷한 성적을 내기 위해 겨우내 열심히 근력을 키웠다”고 말했다. 타자 친화적이라는 일부 주장도 있다. 필드와 관중석까지의 거리가 짧아 라인 밖 타구 대부분이 관중석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기 때문. 다만 NC는 비시즌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인 포수 양의지를 영입해 투수 안정을 꾀하며 ‘투수 친화’에 무게를 실은 모양새다. 친화와 가장 거리가 먼 게 있다면 구장 명칭이다. 당초 NC는 창원NC파크로 명명했지만 창원시의회는 구장 소재지인 옛 마산이 빠졌다며 구장 이름을 ‘창원NC파크 마산구장’으로 정한 뒤 이를 각종 공문서 등에 사용하고 있다. 이에 야구팬들은 “창원, 마산, 진해 통합 취지를 제대로 살려 ‘진해스타디움’까지 붙여 달라”며 조롱 섞인 비판을 하고 있다. 창원NC파크는 23일 삼성과의 정규 시즌 개막전을 시작으로 본격 가동된다.창원=김배중 wanted@donga.com / 이헌재 기자}

남자 국내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심종섭(28·한국전력)의 유니폼 상의 양옆은 핏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 악물고 2시간 넘게 달리며 양팔을 휘젓다 보니 유니폼에 살이 쓸렸다. 심종섭은 “(쓸리는 부분에) 밴드를 붙이고 나온다는 걸 깜빡했다. 따가운 줄도 몰랐는데 조금 전에야 알았다. 우승했으니 괜찮다”며 활짝 웃었다. 17일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90회 동아마라톤에서 심종섭이 국내 남자 엘리트 부문 1위로 골인했다. 이날 그가 기록한 2시간12분57초는 2015년 세웠던 자신의 최고기록 2시간13분28초를 4년 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2시간14분대 기록을 세우며 “정체된 시기였다”고 표현한 그는 이번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기록으로 개인 자존심도 세울 수 있었다고 했다. 대한육상연맹에서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2020 도쿄 올림픽 프로젝트 훈련도 개인 기록 경신에 많은 도움이 됐단다. 심종섭은 “미국 등으로 전지훈련을 가서 외국 선수들을 자주 봤는데 이들을 보면서 더 잘해야겠다는 동기 부여도 한껏 받았다”고 말했다. 한때 국내 남자부 선수들의 기록이 2시간20분대에 가까워 “마스터스(일반인)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혹평도 받았지만 이날 심종섭을 비롯해 1∼3위를 기록한 남자 선수들의 기록은 양호했다. 2위에 오른 신광식(26·국군체육부대)이 2시간13분7초, 3위 정의진(24·강원도청)이 2시간13분9초였다. 심종섭은 “초반에는 여유로웠는데 후반부까지도 국내 선수들의 경쟁이 심했다. 페이스가 흔들려 숨이 턱까지 찼다”고 말했다. 20대 중반에 세운 개인기록을 20대 후반에 이르러 경신해 아쉽지 않냐고 묻자 심종섭은 씩 웃으며 “더 노련해졌기 때문에 앞으로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예전에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오늘은 개인기록을 깨고도 2시간10분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내년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과 함께 올림픽에서 2시간10분대 이내 진입의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제 목표 달성 때까지 현역 은퇴는 없습니다.” 어느새 호흡도 안정적으로 돌아온 심종섭이 당차게 건넨 마지막 한마디였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체력이 좋아야 소방공무원인 제 꿈을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 2019 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남자 부문에서 2시간27분24초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은 송재영 씨(29·하이브리드·사진)는 덤덤하게 소감을 밝혔다. 풀코스를 마친 뒤 뒤를 이어 골인하는 다른 마스터스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쳐주며 격려했다. 송 씨와 마라톤의 인연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다양한 운동을 즐기다 오래 뛰는 게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아 마라톤을 시작했다. 이번 대회까지 8차례 완주하는 동안 우승을 3차례 차지했을 만큼 마라톤과 궁합이 잘 맞았다. 서울국제마라톤에선 첫 출전인 지난해 5위로 마쳤지만 두 번째 도전 만에 1위에 올랐다. 송 씨는 “동아마라톤 우승을 위해 한 달 전부터 장거리, 스피드 훈련을 집중적으로 많이 했고, 그 전에 잘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도 피나게 했다”고 말했다. 소방공무원을 지망하는 그는 마라톤을 평생 동반자로 삼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제 체력이 안 된다면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없는 거잖아요. 제가 이 악물고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제가 구할 누군가라 생각하고 앞으로도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99번째 완주, 최근 5주연속 정상… 마스터스 여자 1위 권순희씨▼“부산에서 어제 와서 서울 구경도 하고, 첫 서울국제마라톤 우승도 하고 좋네요.” 주부 마라토너 권순희 씨(47·금정산마라톤·사진)는 2019 서울국제마라톤 마스터스 여자 부문에서 2시간50분11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은 뒤 두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 2006년 운동도 하고 경치 구경도 하는 게 좋아서 달리기를 시작한 뒤 이날 대회까지 99차례 마라톤 코스를 완주하면서 여러 차례 우승을 경험했지만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서울국제마라톤 우승 타이틀은 처음이다. “공부하느라 같이 뛰지는 못해도 항상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응원해주는 대학 4학년 아들과 남편, 가족들이 생각난다”며 완주에 도움을 준 이들을 떠올렸다. 권 씨 손목에는 다른 참가자들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기록측정용 손목시계 하나 없었다. 매번 스타트 라인에 설 때마다 기록 경신이 아닌 ‘무사히 완주하기’가 목표이기 때문. “마음을 비우니까 성적이 더 좋더라”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게 지난달 참가한 제주마라톤 대회부터 5주 연속 풀코스 2번, 하프마라톤 3번을 뛰었다. 참가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해 5주 연속 우승을 차지했단다. 앞으로의 목표도 건강한 완주다. 권 씨는 “기록 욕심은 없다. 다만 힘닿는 데까지 전국 곳곳을 누비며 5주 연속 우승의 기세를 이어가 보겠다”고 다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LG가 이달 초 키움으로부터 ‘사인 앤드 트레이드’(원 소속팀 계약 후 이적)로 영입한 김민성(31·사진)이 빠르게 팀에 녹아들며 LG 팬들을 미소 짓게 하고 있다. 12일 키움과의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대타로 올해 첫 실전에 나선 김민성은 이튿날 2루타를 신고하며 팀의 8-4 승리를 이끌었다. 2경기 동안 경기 후반 교체선수로 모습을 드러낸 김민성은 14일 두산전에서 선발 3루수로 나서 본격적으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예상보다 빠른 행보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김민성에게 비시즌은 ‘깜깜이’였다. 원 소속팀 키움에는 3루수 대체자원이 넘쳤고, FA시장은 얼어붙었다. 결국 해를 넘기고 각 구단이 스프링캠프를 꾸릴 때까지 소속팀을 못 찾았다. 정규시즌 개막을 약 3주 앞둔 이달 초에야 3루 자원이 절실했던 LG에 둥지를 틀 수 있었다. 그렇기에 겨울 내내 기계가 던져주는 공으로 타격하고, 기계가 뿌려주는 공으로 수비 훈련을 한 김민성이 실전 감각을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시범경기에 나선 김민성의 수비는 여전히 안정적이었고, 타격 감각도 금세 살아난 모습이다. 정작 김민성 본인은 “아직 사람이 던지는 공에 타이밍을 맞추기가 어렵다.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친다. 지난 시즌 가을 야구에 진출한 팀들의 3루에는 준수한 수비력 외에도 경기 흐름을 뒤집는 ‘한 방’(홈런)을 갖춘 선수들이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평균 40홈런 이상을 친 최정(SK), 3할-20홈런에 가까운 활약을 선보인 송광민(한화) 등이 좋은 예다. 2016년 든든하게 핫코너를 지켜준 히메네스의 활약으로 가을 야구에 진출한 LG는 이후 대체자 찾기에 실패하며 포스트시즌과도 멀어졌다. ‘타율 3할 이상, 20홈런’을 칠 능력을 갖춘 김민성은 LG의 ‘가을행’에 필요한 적임자였다. 빠르게 팀에 녹아드는 김민성의 모습에 LG 관계자들도 만족하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힘든 비시즌에도 당장 경기에 투입돼도 어색하지 않을 뛸 수 있는 몸을 만들어왔다는 사실이 매우 고무적이다”라고 말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2일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 경기장 밖 하늘은 경기 시작 시간인 오후 1시에도 미세먼지와 스모그가 섞여 희뿌연 모습이었다. 경기장 옆 안양천 너머에 있는 아파트 등 고층건물의 윤곽도 희미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날 키움과 LG의 경기를 보러 경기장을 찾은 백성준 씨는 고척돔 내부로 들어서고 나서야 얼굴을 반쯤 가리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는 “실내 구장이라 미세먼지 걱정이 덜할 것 같아 직접 경기장을 찾아왔다. 오늘 같은 날 개방형 구장에서 경기를 치렀다면 ‘직관’을 할지 한 번쯤 고민해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팬의 심경을 대변하듯 서울, 경기 등 수도권 곳곳의 초미세먼지(PM2.5)가 m³당 75∼90μg으로 오전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권역별 평균 농도가 2시간 이상 m³당 75μg 이상)가 발령된 가운데 이날 경기가 열린 5개 구장 중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고척구장에만 4106명(4300석 개방)이 몰렸다. 개방형 구장인 대구(2400여 명), 광주(1517명), 대전(1510명), 상동구장(400여 명)을 찾은 관중 수에 비하면 꽤 높은 수치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규정한 경기 취소 기준인 m³당 초미세먼지 150μg 또는 미세먼지(PM10) 300μg(법규상 ‘미세먼지 경보’ 발령)이 넘는 지역은 없었지만 지난주 극심한 미세먼지로 7일 연속 비상저감조치를 겪은 야구팬 입장에서 곳곳에 발령된 미세먼지 주의보(외출 자제 권고)는 경기장을 찾기에 부담스러울 법했다. 미세먼지 걱정만 던다면 시범경기 첫날부터 볼거리는 풍성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강한 2번 타자’의 흥행을 예고하듯 키움의 2번 타자로 전격 변신한 박병호는 시범경기 첫 경기 첫 타석부터 홈런포(1점)를 터뜨렸다. 4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선두 타자로 나와 안타를 친 박병호는 김하성의 안타 때 홈을 밟았다. 팀에 선취점을 안기고 세 번 타석에 서 모두 출루(2안타 1볼넷)한 만점짜리 활약이었다. 박병호 덕에 키움도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4-1)를 챙겼다. 지난 시즌 관리 모드에서 벗어나 올해 200이닝 투구를 목표로 잡은 SK 에이스 김광현도 건재함을 과시했다. KIA와의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나선 그는 최고 시속 151km의 강속구를 앞세워 4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부터 공인구의 반발계수가 줄어 홈런이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듯 대구구장에서는 ‘화력쇼’가 펼쳐졌다. KT는 1회초 2번 타자로 나선 박경수의 홈런을 시작으로 유한준, 장성우(2개)가 홈런 4방으로 장군을 외쳤다. 이에 질세라 삼성도 강민호, 최영진, 손주인이 홈런 3개로 응수했다. 이날 KBO리그 팬들 앞에서 첫선을 보인 요키시(키움·4와 3분의 1이닝 1실점), 터너(KIA·5이닝 무실점), 베탄코트(NC), 페르난데스(두산·이상 3타수 1안타) 등 외국인들도 준수한 활약으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같은 날 KBO는 올해 10개 구단 목표 관중을 878만488명(경기당 평균 1만2195명)이라고 발표했다. 역대 최다 관중이 경기장을 찾은 2017년의 840만688명(경기당 평균 1만1668명)보다 4.5% 증가한 수치다. 미세먼지 우려만 지운다면 올 시즌 프로야구의 흥행 전망은 맑아 보인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활약 중인 재미교포 미셸 위(30·사진 오른쪽)가 미국프로농구(NBA) 로고의 주인공인 ‘전설’ 제리 웨스트(81)의 아들과 약혼했다. 미셸 위는 11일(한국 시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남자 친구 조니 웨스트가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는 사진을 포함해 3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는 이곳에 “동반자(My person for life)”라고 덧붙였다. 두 사람이 교제를 인정한 지 약 한 달 반 만의 일이다. 골프채널은 미셸 위의 약혼 사실을 보도하며 “그는 몇 달 전 NBA 골든스테이트 사무국에서 일하는 조니와 교제한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고 전했다. 조니는 농구 명예의 전당 회원인 제리의 아들로, 아버지 제리는 1969년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 1972년 올스타전 MVP 등에 선정된 ‘전설’이다. NBA 팬들에게 제리는 NBA 로고 속 주인공으로 현재까지 회자되고 있다. 제리가 1960년부터 1974년까지 몸담았던 LA 레이커스에서는 그의 등번호 44번을 영구 결번했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간판 차민규(26·동두천시청·사진)가 11년 4개월 만에 500m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차민규는 11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파이널 남자 500m 2차 레이스에서 34초03으로 골인했다. 일본의 신하마 다쓰야(33초79)에 이은 2위 기록이다. 전날 1차 레이스에서 34초22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던 차민규는 하루 만에 한국기록까지 갈아 치웠다. 2007년 11월 10일 같은 장소에서 이강석 의정부시청 코치(34)가 34초20을 기록한 뒤 12년 동안 깨지지 않던 기록이다. 시즌 마지막 대회에서 저력을 선보인 차민규는 452점으로 남자 세계랭킹 6위를 기록하며 시즌을 마쳤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에 나선 김보름(26·강원도청)도 8분0초430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랭킹포인트 162점을 추가한 김보름은 총점 478점으로 이날 1위(8분0초180)에 오른 이레너 스하우턴(27·네덜란드·456점)의 추격을 따돌리고 세계랭킹 1위로 시즌을 마쳤다. 남자 매스스타트 11위에 그친 엄천호(27·스포츠토토)도 세계랭킹 1위(535점)를 유지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뱀직구’로 한 시대를 풍미한 사이드암 투수 임창용(43·사진)이 은퇴한다. 1995년 KIA의 전신인 해태에 입단한 임창용은 지난해까지 24시즌 동안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맹위를 떨쳤다. KBO리그 통산 760경기(18시즌)에서 130승 86패 258세이브 평균자책점 3.45를, 일본프로야구(NPB)에서 5시즌(2008∼2012년) 동안 128세이브 평균자책점 2.09를 기록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2013년에는 빅리그에 도전해 메이저리그(시카고 컵스) 마운드에 서기도 했다(5이닝 평균자책점 5.40). 지난 시즌에도 KIA에서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37경기 5승 5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5.42의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올 시즌엔 그를 영입하려는 구단이 나타나지 않았다. 임창용은 “갑자기 선수 생활을 마무리해 시원섭섭하다. 선수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한국 야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 2명에 불과했던 프로야구 구단별 스프링캠프 신인이 올 시즌을 앞두고 최대 7명에 이른 이유가 있었다. 일부는 벌써 ‘즉시 전력감’으로 언급될 정도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각 팀 감독들은 이들이 12일 시작되는 시범경기에서도 활약을 이어가며 정규시즌 팀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하고 있다. ‘황금세대’로 꼽히는 고졸 신인들의 두각이 돋보인다. 한화의 미래 핫코너(3루)를 책임질 자원으로 분류되고 있는 노시환(19)은 스프링캠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10차례의 연습경기서 0.364(33타수 12안타)로 매서운 방망이 실력을 선보인 노시환은 설익었다는 평가를 받던 수비에서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보였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타자 중에서는 노시환이 MVP”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상태다. 비시즌 내내 3루수와 5선발 찾기에 골몰한 LG는 3루는 외부에서 수혈(김민성)했지만 5선발만큼은 내부에서 발굴했다는 평가다. 스프링캠프 투수 MVP에 꼽힌 정우영(20)이 주인공. 사이드암으로 최고시속 146km의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정우영은 연습경기 2경기에 나서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류중일 LG 감독은 “던지는 걸 보면 임창용이 생각난다. 차우찬이 돌아올 때까지 정우영이 선발진에서 버텨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2의 양현종’으로 꼽히는 KIA 왼손 투수 김기훈(19)도 리그 적응만 마치면 팀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진 뒤 서른 즈음에 KBO리그 데뷔를 앞둔 해외 ‘유턴파’들은 관록을 앞세워 자리를 꿰차고 있는 모양새다. 마운드에서는 국가대표 출신의 이대은(30·KT)과 투수로 전향한 하재훈(29·SK)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대은은 외국인 원투 펀치에 이은 3선발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스프링캠프 초반 코칭스태프들로부터 “열심히 준비한 게 보일 정도”라며 극찬을 받은 그는 한 달여의 캠프 기간에 ‘A+’라 자평할 정도로 착실하게 시즌 개막을 준비했다. 그는 “개막전 선발로 뛰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하재훈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서 연일 시속 150km대의 강속구를 선보이며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최고구속은 시속 155km에 이른다. 캠프 최우수선수(MVP)로도 꼽힌 그는 “구속보다 멘털이 강점”이라며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타선에서는 이학주(29·삼성)가 주전으로 분류된 상태다. 현역 시절 명품 유격수로 명성을 떨친 박진만 삼성 코치로부터 “수비로 봤을 때 10개 구단 톱클래스”로 검증받았다. 다만 수년 동안 삼성의 붙박이 유격수로 활약한 이학주의 동갑내기 김상수(29)도 건재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신인왕 타이틀 레이스에서 해외 복귀 선수들에게는 신인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팀별로 넘쳐날 ‘새 얼굴’들의 활약과 유턴파-황금세대 신인들 간의 장내외 자존심 대결은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위염까지 겹쳐 힘드네요….” 28일 경기 용인시 대한항공 배구장에서 만난 세터 한선수(34)의 목소리는 감기로 깊이 잠겨 있었다. 시즌 막바지까지 가늠하기 힘든 불꽃 튀는 선두경쟁에 체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다. 모든 선수가 마찬가지다. 하지만 3위로 플레이오프를 맞이했던 지난해보다 상황은 한결 낫다. 최근 6연승을 거두며 대한항공은 현대캐피탈에 승점 3점 앞선 선두에 올라 있다. 남은 3경기에서 지금 기세를 이어간다면 정규리그 우승과 함께 챔피언결정전 직행도 가능하다. 한선수는 “작년 이맘때는 ‘부담감’이 있었는데 (지난 시즌 챔프전 우승으로) 지금은 선수들 모두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어쩌면 ‘8할’은 한선수 덕이다. 이번 시즌 남자배구는 ‘배구는 세터 놀음’이라는 격언이 정확히 맞을 정도로 각 팀이 세터에 울고 웃었다. 국내 최고로 평가받는 공격수 전광인(28), 검증된 외국인 파다르(23)를 영입하며 우승 시동을 건 현대캐피탈도 이들을 하나로 꿸 세터가 없어 전력을 극대화하지 못하고 있다.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 확정된 우리카드도 시즌 초반 세터 노재욱(27)을 영입한 뒤에야 반등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 가스파리니가 슬로베니아 대표팀 차출 등으로 체력이 떨어져 다소 성적에 기복은 있었지만 한선수가 꾸준히 세팅을 잘해 봄이 가까워지면서 선두로 치고 올라갈 수 있었다. 한선수는 “가스파리니뿐 아니라 정지석, 곽승석 등 훌륭한 국내 공격수들이 있어 어디든 믿고 자신 있게 올렸을 뿐이다”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지난달 25일 KB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통산 1만3004세트(역대 2호)를 달성한 한선수는 곧 최고기록을 넘어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 역대 최다는 권영민 현 한국전력 코치(39)의 1만3031개로 27개 차이. 이날 세트 48개를 추가했던 한선수로선 3일 한국전력전에서 대기록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한선수는 “그저 공만 띄우던 선수였는데 13시즌째 꾸준히 하다 보니 그리 됐다. 마흔까지 오래 배구를 하고 싶지만 기록은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즌 막바지이기에 한선수에게 ‘창단 첫 통합우승’ ‘챔프전 2연패’ 욕심이 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한선수는 무덤덤하게 “없다”고 말했다. 놀란 표정을 짓자 그는 바로 “간절히 원한다고 얻어지는 게 우승이 아니더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하다 보니 지난 시즌 가장 마지막 경기에서도 이겼고 창단 첫 챔프전 우승도 했어요. 마찬가지예요. 당장 다음 경기도 같은 마음으로 집중할 겁니다.”용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상대팀이 신인인 저를 잘 몰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27일 경기 하남시 남한고 핸드볼훈련장에서 만난 ‘무서운 신인’ 박광순(23)은 득점 1위의 비결을 묻자 ‘운’이라며 수줍게 웃었다. 핸드볼리그 개막 전 신생팀 하남시청과 계약을 맺고 실업무대에 데뷔한 박광순은 지난해 11월 2일 상무와의 첫 경기부터 팀 내 최다인 5점을 올리며 팀의 창단 첫 승을 이끌었다. 이후에도 무섭게 골을 넣은 그는 가장 무서운 ‘창’으로 거듭났다. 11경기가 진행된 현재 득점 순위 가장 높은 곳(87골)에 박광순 이름 석 자가 있다. 2위(68골)와는 19골 차. 경기를 거듭할수록 경기를 보는 시야도 넓어지며 도움에도 가담해 득점과 도움을 합산한 공격 포인트 순위에서도 107점으로 1위에 올라 있다. 리그 최강 두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국가대표 센터백 정의경(34·97점)보다도 10점이나 앞선다. 박광순은 “좋은 감독님과 동료들을 만난 덕”이라며 “입단한 뒤 몸 관리, 생활 등 기본적인 부분부터 다 고쳐 가고 있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박광순은 세대교체에 실패해 국제대회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남자 핸드볼에 단비 같은 존재다. 키 187cm, 몸무게 105kg의 당당한 체구에 고교 시절까지 씨름선수에게 씨름으로 진 적이 없었을 정도로 타고난 힘을 가졌다. 경기를 풀어가는 머리도 뛰어나 한국 핸드볼의 전설 윤경신(46·두산 감독)의 뒤를 이를 후계자로 주목받고 있다. 2000년대 여자 핸드볼에서 ‘우생순 신화’를 써온 임영철 감독(59)이 하남시청의 초대 감독이라는 것도 호재다. 코트 위에서 주눅 든 모습을 가장 싫어한다는 임 감독은 젊고 유능한 박광순에게 과감한 공격을 주문하며 박광순의 자신감을 키우고 있다. 핸드볼을 시작한 초등학교 5학년부터 지금의 팀까지 떨어져 지낸 적이 없다는 ‘영혼의 단짝’ 정재완(23)과 맞춰온 호흡도 성인무대 적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저보다 큰 재완이가 상대 수비들이 저를 막기 힘들게 만들어줘요. 눈빛만 봐도 다 알기에 ‘평생 함께 가자’고 서로 다짐하곤 하죠.(웃음)” 대학 1학년인 2015년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선발된 박광순은 올해 1월 독일, 덴마크에서 개막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세계 최강 독일을 맞아 3골을 넣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최근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던 남자 핸드볼팀이 2012년 이후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 1988년 서울 올림픽 은메달의 영광을 재현할지 관심이 쏠린다. “서양 선수들과 비교하면 체격과 손 크기 등에서 우리가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지고 싶은 선수는 없습니다. 올림픽 무대를 통해 ‘쟁쟁했던’ 선배들의 영광을 재현하는 데 힘을 쏟겠습니다.” 하남=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돌부처’ 오승환(37·콜로라도·사진)이 올 시즌 첫 공식 경기에서 퍼펙트를 기록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오승환은 27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리버 필즈 앳 토킹 스틱에서 열린 클리블랜드와의 시범경기에서 4회초 팀의 세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를 했다. 주무기인 패스트볼뿐 아니라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다양하게 던지며 구위를 점검했다. 공 13개 중 11개가 스트라이크였을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였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0.5마일(시속 145.6km)에 불과했으나 타자들이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힌 공이 없었을 정도로 공의 움직임이 좋았다. 이날 오승환은 첫 타자 트레이스 톰프슨을 1루수 뜬공, 브랜던 반스를 유격수 뜬공으로 잡았다. 마지막 타자 대니얼 존슨도 1루수 뜬공으로 아웃시켰다. 비록 3타자였지만 오른손, 왼손을 가리지 않고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앞선 두 선수는 오른손 타자, 존슨은 왼손 타자였다. 오승환은 지난해 오른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0.166밖에 되지 않았다. 패스트볼과 오른손 타자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반면 왼손 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91로 훨씬 높았다. 왼쪽 타자의 몸쪽으로 휘는 슬라이더를 제대로 던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직구처럼 들어오다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스플릿핑거 패스트볼(스플리터)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오승환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정통 체인지업을 집중 연마하고 있다. 오승환은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지만 터무니없이 날아가진 않는다. 내가 어떤 공을 던질지 상대 타자가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에도 셋업맨 보직을 맡는 오승환은 1세이브만 보태면 한미일 통산 400세이브 고지를 밟는다. KBO리그 삼성에서 ‘끝판대장’으로 불리며 277세이브를 올렸던 그는 일본프로야구 한신에서 2시즌 동안 80세이브, 2016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에는 42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한편 이날 시범경기에 나선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25일 첫 시범경기서 연타석 홈런으로 맹활약한 강정호(32·피츠버그)는 첫 경기의 기세를 잇지 못했다. 하루 휴식을 취한 뒤 두 번째 경기에 나선 그는 3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최지만(28·탬파베이)은 2타수 1안타 1볼넷을 기록해 3번째 시범경기 만에 첫 안타를 신고했다. 텍사스의 추신수(37)는 왼쪽 어깨에 염증이 발견돼 이날 결장했다. 경미한 부상으로 주사 치료를 위해 텍사스로 향한 추신수는 주말 경기부터 경기에 나설 예정이다.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핸드볼리그에서 우승을 한 번도 하지 못한 여자부 부산시설공단은 다른 팀들에 ‘악의 축’으로 불린다. 2016년 말 인천시청의 전성기를 이끈 ‘우승 청부사’ 류은희(29·라이트백) 영입을 시작으로 심해인(32·레프트백) 권한나(30·센터백)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품으며 단숨에 ‘우승 전력’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열린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아시아에서 보기 드문 신장(185cm)을 가진 피벗 강은혜(23)까지 지명했다. 타 팀들은 “올해는 부산시설공단이 우승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며 ‘타도 부산’을 외쳤다. 모두의 예상대로 리그 1위(12승 2패 승점 24)를 달리고 있는 부산시설공단은 최근 다시 강력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주 일본 블랙불스에서 활약하던 국가대표 이미경(28·센터백)과 함께 외국인 선수로 미국 국가대표 출신의 케티(37·레프트백)까지 영입한 것이다. 강재원 부산시설공단 감독은 “선수층이 얇은 데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부상이 생겨 친분이 있던 일본, 미국 감독들의 도움을 받았다”고 영입 배경을 밝혔다. 여자부에서 외국인 선수는 2011년 핸드볼리그 출범 이후 처음이다. 남녀부 통틀어 이번 시즌을 앞두고 남자부 SK가 영입한 부크 라조비치(30·몬테네그로)에 이어 두 번째다. 최강팀의 명성에 걸맞은 확실한 볼거리를 보여 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4일 처음 출격한 이미경은 강호 삼척시청을 맞아 팀 내 최다인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26-24 승리를 이끌었다. 부산시설공단을 승점 1점 차까지 추격했던 SK와의 승점 차도 3으로 벌리며 선두 독주체제 구축의 기반을 마련했다. 선수등록을 마친 케티도 다음 달 1일 광주도시공사 경기부터 출격한다. 강 감독은 “광주도시공사 경기에서 강은혜, 케티를 나란히 중앙 수비 라인에 세우는 실험을 하겠다”고 밝혔다. 케티의 신장이 188cm인데, 강은혜와 나란히 선다면 평균 ‘186.5cm’의 수비벽이 세워진다. 상대 팀에는 공포를, 관중에게는 흥미를 줄 수 있다. 강 감독은 “목표는 우승이다. 그간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부담감이 많았는데 이들의 가세로 부담감을 덜고 좀 더 즐기며 (우승에) 한발 다가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단 후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부산시설공단이 한미 국가대표들의 활약을 앞세워 우승이라는 오랜 소원을 이룰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잘 자는 것도 훈련이에요(웃음).” 20일 낮 경기 용인시 흥국생명 훈련장에서 만난 에이스 이재영(23·레프트)은 사진 촬영을 마친 뒤 민트색 원피스 잠옷 차림으로 나타났다. 그는 “점심식사 이후 오후 훈련을 하는 3시까지 매일 낮잠을 잔다. 시즌 막판 체력이 떨어져 중간에 잠을 푹 자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후 곧장 ‘수면 모드’를 가동하기 위한 이재영 나름의 전략이었다. 흥국생명에 지난 2년은 ‘롤러코스터’였다. 2016∼2017시즌에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피언결정전에서 준우승한 뒤 지난 시즌에는 정규 시즌 꼴찌로 곤두박질쳤다. 이재영은 “정규 시즌 우승에 취해 주변의 달콤한 말만 듣고 훈련도 게을리했다. 자업자득이다”라고 회고했다.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이를 악물었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아시아경기 등 국가대표에 소집돼 비시즌을 쉴 틈 없이 알차게 보냈다. 그 사이 흥국생명도 팀의 빈 곳을 알차게 메웠다. 외국인(톰시아)을 새로 선발하고 센터(김세영), 레프트(김미연)를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했다. 기존 선수들과 시너지를 내며 ‘스파이더스(거미)’라는 팀 이름처럼 이번 시즌 공수에서 가장 촘촘한 팀이 됐다. 시즌 전 강력한 우승 후보로 지목된 흥국생명은 18승 8패, 승점 54로 2위 한국도로공사(17승 9패, 승점 48)에 여유롭게 앞서 있다. 남은 4경기에서 2승 이상을 챙긴다면 챔프전 직행도 매우 유력해진다. “바닥 한 번 치고 2년 만에 경험하고 있는 정규 시즌 1위예요.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그렇고 두 번 실수하고 싶지 않아요.” 이재영 자신도 공수 양면에서 한층 성숙해졌다. 국내 선수 중 가장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528점·3위)하고 있는 이재영은 디그(7위), 리시브(10위) 등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고 있다. 이재영이 상대의 서브를 리시브(수비)한 뒤 동료의 토스를 받아 높이 뛰어올라 내리찍는 스파이크(공격)는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낸다. 이재영은 “공격수 치고 키가 작은 게(178cm) 조금 아쉽다. 지금의 탄력과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훈련한다. 유지가 잘 안 되면 미련 없이 은퇴하겠다는 각오다”라고 말했다. 정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한국도로공사의 라이트 박정아(26) 등과 함께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2년 전 정규 시즌 우승 당시 MVP를 한 차례 수상한 그다. 배구 하는 어린 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는 게 꿈이라는 이재영은 “기분 좋은 일은 많을수록 좋다”며 당찬 모습이다. “어렸을 때 상을 많이 못 받아 봐서 또 받고 싶어요. 하하. 다만 팀의 정규 시즌 1위 확정과 함께 저도 더 열심히 해 기록이 좀 더 오른 뒤여야 상을 받아도 당당할 것 같아요.” 이재영의 ‘훈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예상보다 빨리 인터뷰를 마쳤다. “벌써요?”라고 되물은 그는 “훈련(낮잠)하러 간다”며 밝은 표정으로 숙소를 향해 총총히 사라졌다.용인=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