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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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5~2026-06-14
연극35%
문학/출판16%
인사일반14%
문화 일반14%
무용11%
미술8%
칼럼2%
  • 갤러리스트 신홍규 “좋은 작품 보면 먼저 몸으로 느껴요”

    국제 미술계 중심지인 미국 뉴욕은 갤러리 한 곳이 문을 열면 네 곳이 닫는다고 한다. 전쟁터와 같은 이곳에 6년 전 23세 한국인 청년이 뛰어들어 지금은 유명한 갤러리스트인 래리 가고시안과 함께 소개되는 컬렉터가 됐다. 그 주인공은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트에 있는 신갤러리의 대표 신홍규 씨(29)다. 신 씨는 이달 둘째 주에 발간된 세계적 미술잡지 아트뉴스(ARTnews)의 톱200 컬렉터 특집에 소개됐다. 1902년부터 발행된 아트뉴스는 매년 컬렉터 200명을 선정해 특집판을 발간한다. 올해 처음으로 갤러리스트 겸 컬렉터를 선정했는데 신 씨는 가고시안, 이완 워스(하우저&워스 갤러리), 아니 글림셔(페이스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등 세계적 갤러리스트와 함께 언급됐다. 최근 전화로 만난 그는 “갤러리 비즈니스의 경우 화려한 면만 보고 살아남는 데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간과한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인으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미술품 보존학을 공부하던 그는 2013년 갤러리를 열었다. 독특한 안목과 기획력으로 빠른 시간에 주목을 받았고, 특히 뉴욕에서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작가 위주로 전시를 구성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트렌드를 따르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로 트렌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기준은 ‘미술사적 중요성’이고, 이를 위해 신발이 닳도록 작품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는 이근민 작가처럼 국내에서 외면받은 작가를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로 발굴해 해외에 소개했다. 최근에는 장미셸 바스키아(1960∼1988)와 함께 활동한 리처드 햄블턴(1952∼2017)을 재조명했다. 그가 아트뉴스에 소개한 것도 자신이 소장한 햄블턴의 작품 ‘오프닝’이다. “갤러리를 막 열었을 때,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불쑥 들어와 미술 이야기를 해서 친해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 작업실에서 쫓겨났다기에 제 갤러리 공간을 내주고 작업하게 했죠. 당시 현대미술을 잘 몰라 좋은 친구로만 지냈는데, 그가 스트리트 아트에서 이름 있던 햄블턴이었어요.” 햄블턴과의 만남이 낭만적으로 들린다는 이야기에 그는 “작가와 친구처럼 지내면서도 능력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관계가 오히려 필요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10대 때부터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하며 감식안을 키워 ‘영재(prodigy)’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지금까지 모은 소장품은 기원전 3세기 이탈리아 북부 카노사 유물부터 동시대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하고, 이 중 100여 점이 미술관에 대여돼 전시되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산 19세기 일본 판화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선보였다. 좋은 작품을 구별하는 기준을 묻자, 그는 대뜸 ‘농구’를 예로 들었다. “제가 농구를 좋아하는데, 농구 책을 열심히 봐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좋은 작품을 보면 몸으로 먼저 느껴요. 물론 미술사적 맥락을 알기 위해선 책도 함께 봐야 하죠. 그래서 예술이 특별한 것 같아요.” 그는 당장 국내에 돌아와 활동할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경북 경주에 ‘디아 비컨’ 같은 세계적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예술을 ‘돈’이 아닌 시대의 반영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는 작품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안타까워요. 작품이 없어도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그러니 돈이 아니라, 시대를 감지하게 해주는 도구로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러면 더 많은 의미가 보이거든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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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이 인정한 29세 한국인 신홍규, ARTnews ‘탑 200 컬렉터’로 선정

    국제 미술계 중심지인 미국 뉴욕은 갤러리 한 곳이 문을 열면 네 곳이 닫는다고 한다. 전쟁터와 같은 이곳에 6년 전 23세 한국인 청년이 뛰어들어 지금은 유명한 갤러리스트인 래리 가고시안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는 컬렉터가 됐다. 그 주인공은 맨해튼 로어이스트사이트에 있는 신갤러리의 대표 신홍규 씨(29)다. 신 씨는 이달 둘째주에 발간된 세계적 미술잡지 아트뉴스(ARTnews)의 탑 200 컬렉터 특집에 소개됐다. 1902년부터 발행한 아트뉴스는 매년 컬렉터 200명을 선정해 특집판을 발간한다. 올해 처음으로 갤러리스트 겸 컬렉터를 선정했는데, 신 씨는 가고시안, 이완 워스(하우저&워스 갤러리), 아니 글림셔(페이스 갤러리), 데이비드 즈워너 등 세계적 갤러리스트와 함께 언급됐다. 최근 전화로 만난 그는 “갤러리 비즈니스의 경우 화려한 면만 보기 쉽지만, 살아남는 데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간과한다. 그 노력을 인정받아 한국인으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미술품 보존학을 공부하던 그는 2013년 갤러리를 열었다. 그는 독특한 안목과 기획력으로 빠른 시간에 주목 받았다. 특히 뉴욕에서 한 번도 소개되지 않은 작가 위주로 전시를 구성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트렌드를 따르기 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작가들로 트렌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기준은 ‘미술사적 중요성’이고, 이를 위해 신발이 닳도록 작품을 보러 다니고 있습니다.” 그는 이근민 작가처럼 국내에서 외면 받은 작가를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로 발굴해 해외에 소개했다. 최근에는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와 함께 활동한 리처드 햄블턴을 재조명했다. 그가 아트뉴스에 소개한 것도 자신이 소장한 햄블턴의 작품 ‘오프닝’이다. “갤러리를 막 열었을 때, 왜소한 체격의 남자가 불쑥 들어와 미술 이야기를 해서 친해졌어요. 그러다 어느 날 작업실에서 쫓겨났다기에, 제 갤러리 공간을 내주고 작업하게 했죠. 당시 현대미술을 잘 몰라 좋은 친구로만 지냈는데, 그가 스트리트 아트에서 이름 있던 햄블턴이었어요.” 햄블턴과의 만남이 낭만적으로 들린다는 이야기에 그는 “작가와 친구처럼 지내면서도 능력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관계가 오히려 필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10대 때부터 온라인으로 작품을 구매하며 감식안을 키워 ‘영재’(prodigy)라는 수식어도 붙는다. 지금까지 모은 소장품은 기원전 3세기 이탈리아 북부 카노사 유물부터 동시대 작가의 작품까지 다양하고, 이중 100여 점이 미술관에 대여돼 전시되고 있다. 생애 처음으로 산 19세기 일본 판화도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좋은 작품을 구별하는 기준을 묻자, 그는 대뜸 ‘농구’를 예로 들었다. “제가 농구를 좋아하는데, 농구 책을 열심히 봐도 직접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저는 좋은 작품을 보면 몸으로 먼저 느껴요. 물론 미술사적 맥락을 알기 위해선 책도 함께 봐야하죠. 그래서 예술이 특별한 것 같아요.” 그는 당장 국내에 돌아와 활동할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 어릴 적 살던 경북 경주에 세계적 미술관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예술을 ‘돈’이 아닌 시대의 반영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저는 작품을 ‘투자’의 대상으로만 보는 것이 안타까워요. 작품이 없어도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거든요. 그러니 돈이 아니라, 시대를 감지하게 해주는 도구로서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졌으면 해요. 그러면 더 많은 의미가 보이거든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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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蘭과 로코코의 만남 동서양 귀족의 품격

    코디 최(최현주·59)의 개인전 ‘하드 믹스 매스터 시리즈 2: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가 서울 종로구 PKM갤러리에서 24일 시작했다. 작가는 서양 로코코 이미지와 사군자의 ‘난’을 접목시켰다. 전시 제목 ‘노블레스 하이브리디제’는 서양과 동양의 귀족적 취향을 혼합했다는 의미로, 귀족의 의무를 뜻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패러디해서 작가가 만든 말이다. 작가는 1980년대 미국으로 이민을 가면서 겪은 문화 충돌이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가세가 기울어 이주한 후 백인 위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해 ‘왕따’를 당하고, 3년 동안 소화제를 마시면서 버텼다. 이때 마셨던 소화제를 재료로 1984년 작품 ‘로댕 싱크’를 만들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인조 대리석 위에 로코코와 사군자의 이미지를 컴퓨터로 합성해 프린트하고, 그 위에 옻칠로 난을 그렸다. 작가의 아들이 유년 시절 컴퓨터로 그린 이미지와 작가의 스승인 마이크 켈리의 드로잉을 합성한 ‘하드 믹스 매스터 시리즈1’의 후속 연작이다. 조각 작품인 ‘The Thinker’와 ‘Cody‘s Legend vs. Freud’s Shit Box’도 함께 공개한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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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가들에게 ‘먹고사니즘’이란?

    언제부턴가 난해함, 모호함이 미술 전시의 당연한 트렌드처럼 여겨진다. 같은 말도 관념적 언어를 씌워 의도를 숨기는 전략은, 보는 이에게 해석할 자유를 준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난해함이 과해지면서 어떠한 메시지도 전달되지 않고, 작가나 기획자가 기획 의도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결과도 생긴다. 이런 가운데 작가의 ‘먹고사니즘’이라는 실질적 문제로 출발한 전시가 눈에 띈다. 서울 종로구 OCI미술관에서 열리는 ‘족쇄와 코뚜레’전이다. 독특한 전시 제목은 작가의 발목을 잡는 것(족쇄)과 그것을 해결하려 ‘코 꿰여 있는 생업’(코뚜레)을 의미한다. 작가라면 작품을 팔아서 먹고살기를 꿈꾼다. 그러나 지극히 일부만 살아남고, 40대가 돼야 신인 취급하는 미술 시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은 아르바이트 같은 부업을 한다. ‘코뚜레’에 끌려가다 결국 자기 작업을 못 하는 함정에 빠진다. 이런 ‘웃픈’ 상황을 전시는 익살스럽게 풀어간다.  전시장 1층 안쪽 공간에는 신민 작가의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조각 ‘견상자세 중인 알바생들’은 세간에서 ‘고달프다’고 여기는 상황을 견고하고 힘 있게 풀어내 눈길을 끈다. 겉만 보면 힘들게 버티는 듯하지만 사실은 요가의 ‘견상자세’를 하는 중이다. 작가가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감자튀김 포장지와 박스를 재료로 만들었다. 연약하고 불쌍한 청년이 아닌, 누가 뭐래도 아랑곳하지 않는 단단함이 느껴진다. 물론 버티지 못하고 떨어져 나간 사람들도 있다. 전시장 구석에 널브러진 잘린 머리들(신민 ‘들이쉬고, 내쉬고, 그대로 유지’)은 애처롭게 보인다. 김동현, 도파민최, 박수호, 오순미, 장하나, 최호철, 허보리 작가의 작품도 독특함이 돋보인다. 신선한 기획의 탄생 배경엔 특별한 기준이 있었다. 바로 ‘미술관과 연고가 없는 작가’였다. 김영기 선임큐레이터는 “작가처럼 전시 기획도 새로움이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다른 맥락에서 다양한 메시지가 발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0월 26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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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가족에 정착하지 못한 ‘新난민’들

    물밑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이름 붙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일본 사회학자인 저자는 ‘패러사이트 싱글’(대학 졸업 뒤에도 부모와 동거하는 미혼자), ‘곤카쓰’(婚活·결혼을 위해 해야 하는 적극적인 활동) 등의 용어를 제시했다. 이런 ‘이름 짓기’는 낡은 관념을 뒤로하고, 사회 변화를 간편하게 각인시켜 사람들의 구체적 행동을 이끌어 낸다. 이번엔 ‘가족 난민’이다. 인간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족을 포함한 소중한 존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그는 난민으로 규정한다. 여전히 사회는 부모와 자녀라는 표준 가족의 형태가 정상이라 믿지만, 이미 그런 가족을 구성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진 시대. 표준 가족이 아닌 대안적 형태로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방식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생애미혼율’(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한 적 없는 사람의 비율)이 증가하는 일본은 2040년 연간 20만 명이 고립사할 거란 추정도 나온다. “누구나 정규직이 되어 표준 가족을 이룰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간다는 건 환상”이라는 진단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낡은 틀 때문에 가족 난민이 더욱 늘어나기 전에 한층 다양한 가족의 개념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는 경고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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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직 맛!” 튀지않아 더 튀는 커피점, 서울 창전동 카페 ‘펠트’

    “간판은 없고요, ‘은파 피아노’로 찾아가면 됩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은파 피아노’에는 피아노가 없다. 10년 넘게 있던 피아노 학원이 나간 자리에 카페가 들어섰다. 그런데 일반 카페에 당연히 있는 테이블이 없다. 그 대신 에스프레소 머신과 LP판, 앰프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커피 내리는 소리와 음악만이 가득하다. 이 독특한 공간은 카페 ‘펠트’다. 인근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도 꽤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하는 이 지역은 유동 인구가 거의 없다. 도로변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간판도 없는 데다 내부도 휑하다. 그런데도 인스타그램과 입소문으로 찾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송대웅 펠트 대표(35)는 “주변에서 이런 곳에 카페를 해도 되겠냐는 걱정이 많았는데, ‘그냥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란 콘셉트가 오히려 독특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 했다. 장식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며 미니멀리즘을 극단까지 밀고 나간 공간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간판만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카페를 열려고 리모델링을 하나 보다”고 착각할 정도로 불친절하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벽에 있는 좁은 벤치에 앉아 허공에서 시선을 교환한다. 이런 ‘불친절’은 “오직 커피로만 승부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 펠트는 사실 카페 브랜드가 아니라 원두를 가공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창전동 카페를 ‘쇼룸’이라고 하는 것도 주된 사업이 커피 납품이기 때문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유명했던 ‘매드커피’의 김영현 대표가 송 대표와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로, 서울 용산구 사운즈 한남의 카페 ‘콰르텟’과 ‘헬카페’도 펠트의 커피를 쓴다. 카페라테가 특히 인기인 펠트 커피의 원두는 현지에서 직접 고른 것들이다. 송 대표는 매년 중남미의 온두라스, 니카라과 농장에서 한 달 동안 지낸다. 한 해 날씨나 작황은 어떤지, 제일 잘하는 생산자는 누구인지 등 온갖 이야기를 듣고 커피나무가 자라는 과정도 지켜본다. 송 대표는 “국내에서도 이제는 안정적으로 좋은 생두를 구할 수 있어 효율성에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지만 직접 체험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장기적인 계획도 구상한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공간뿐이었다면 한때 유행에 그쳤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덕분에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광화문 D타워 지하에, 올해는 강남구 도산공원에 패션브랜드 준지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입점했다. 스튜디오Stof에서 건축 디자인을 맡은 D타워 펠트는 간판은 있지만 ‘은파 피아노’의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빌딩 지하 연결 통로에 자리 잡았는데, 주변 공간의 요소를 내부 인테리어에 그대로 가져와 마치 전체가 한 공간인 것처럼 만들었다. 그러자 버려졌던 공간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패션 디자이너로 잠시 일하다, 먹어 본 사람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좋아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송 대표는 “30, 40년은 커피를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급하게 매장이 여러 곳 생겼어요. 그렇지만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고 싶습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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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직 커피로만 승부”…사람들로 북적 간판도 없는 카페 ‘펠트’

    “간판은 없고요, ‘은파 피아노’로 찾아가면 됩니다.” 서울 마포구 창전동 주택가에 자리 잡은 ‘은파 피아노’에는 피아노가 없다. 10년 넘게 있던 피아노 학원이 나간 자리에 카페가 들어섰다. 그런데 일반 카페에 당연히 있는 테이블이 없다. 대신 에스프레소 머신과 LP판, 앰프만 덩그러니 놓여 있어, 커피 내리는 소리와 음악만이 가득하다. 이 독특한 공간은 카페 ‘펠트’다. 인근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서도 꽤 오랜 시간을 걸어야 하는 이 지역은 유동 인구가 거의 없다. 도로변에 위치한 것도 아니고, 간판도 없는데다 내부도 휑하다. 그런데도 인스타그램과 입소문으로 찾는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송대웅 펠트 대표(35)는 “주변에서 이런 곳에 카페를 해도 되겠냐는 걱정이 많았는데, ‘그냥 커피만 마시는 공간’이라는 콘셉트가 오히려 독특하게 다가온 것 같다”고 했다. 장식적인 요소를 완전히 배제하며 미니멀리즘을 극단까지 밀고 나간 공간은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있다. 간판만 보고 지나치는 사람은 “카페를 열려고 리모델링을 하나보다”고 착각할 정도로 불친절하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벽에 있는 좁은 벤치에 앉아 허공에서 시선을 교환한다. 이런 ‘불친절’은 “오직 커피로만 승부한다”는 철학이 반영된 것. 펠트는 사실 카페 브랜드가 아니라 원두를 가공하는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창전동 카페를 ‘쇼룸’이라고 하는 것도 주된 사업이 커피 납품이기 때문이다. 여의도에서 유명했던 ‘매드커피’의 김영현 대표가 송 대표와 의기투합해 만든 브랜드로, 서울 용산구 사운즈 한남의 카페 ‘콰르텟’과 ‘헬카페’도 펠트의 커피를 쓴다. 카페라떼가 특히 인기인 펠트 커피의 원두는 현지에서 직접 고른 것들이다. 송 대표는 매년 중남미의 온두라스, 니카라과 농장에서 한 달 동안 지낸다. 한 해 날씨나 작황은 어떤지, 제일 잘 하는 생산자는 누구인지 등 온갖 이야기를 듣고 커피나무가 자라는 과정도 지켜본다. 송 대표는 “국내에서도 이제는 안정적으로 좋은 생두를 구할 수 있어서 효율성에서는 추천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지만, 직접 체험하면서 새로운 것들을 보고 장기적인 계획도 구상한다”고 설명했다. 독특한 공간뿐이었다면 한 때 유행에 그쳤겠지만, 기본에 충실한 덕분에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광화문 D타워 지하에, 올해는 강남구 도산공원에 패션브랜드 준지의 플래그십스토어에 입점했다. 스튜디오Stof에서 건축 디자인을 맡은 D타워 펠트는 간판은 있지만, ‘은파피아노’의 이미지를 유지하고자 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과 빌딩 지하 연결 통로에 자리 잡았는데, 주변 공간의 요소를 내부 인테리어에 그대로 가져와 마치 전체가 한 공간인 것처럼 만들었다. 그러자 버려졌던 공간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패션 디자이너로 잠시 일하다, 먹어 본 사람들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좋아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송 대표는 “30, 40년은 커피를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급하게 매장이 여러 곳 생겼어요. 그렇지만 평생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느리더라도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고 싶습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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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같은 구도와 색감… 그 속에 피어나는 불길한 징조

    사진 속 배경은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의 고급 주택가 팜스프링스다. 1960년대 미드센트리모던(20세기 중반 미국에서 절정을 이룬 모더니즘 인테리어 스타일)풍 대저택 수영장 위 한 남자가 서 있다. 셔츠를 걸친 남자의 시선 끝엔 죽은 듯 물에 떠 있는 또 다른 남자가 보인다. 제목은 ‘아메리칸 드림―앨릭스와의 자화상’. 네덜란드의 사진 예술가 에르빈 올라프(60·사진)의 작품이다. 작품은 영국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1972년 작품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에서 모티프를 따왔다. 그러나 밝은 햇살이 비추는 경쾌하고 풍요로운 호크니의 미국과 올라프의 미국은 사뭇 다르다. 수영장 옆 잔디는 누렇게 말랐고, 먼 산에서도 나무는 찾아볼 수 없다. 촬영 당시 제작팀은 잔디에 녹색을 칠하려 했지만, 작가는 “완벽한 저택 속 시든 잔디가 가슴 아픈 무언가를 일으킨다”며 말렸다. 여기에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제목을 붙이자 간극은 더 커진다. 화려했던 그 시절 미국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그림처럼 꼭 맞는 구도와 색감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올라프 사진의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느껴지는 불길한 징조와 불안함은 그를 상업 사진가가 아닌 예술가의 경지로 이끌었다. 1980년대 욕망이 넘치는 밤의 인물을 표현해 주목받은 올라프는 한 컷에 담은 사회적 금기와 인간 탐구로 어느새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네덜란드 국립 레익스 박물관은 그의 작품 500여 점을 컬렉션에 포함시켰다. 일부는 작가가 기증했는데, 유전 질환인 폐기종을 앓으면서 ‘60세까지밖에 살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환갑의 작가는 여전히 왕성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레익스 박물관은 7월 3일부터 9월 22일까지 렘브란트, 요하네스 페르스프롱크, 얀 스테인 등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이끈 화가의 회화 작품과 올라프의 사진 작품을 나란히 전시하고 있다. 올라프의 스튜디오 매니저인 셜리 덴 하르토흐는 “네덜란드 거장의 계보에 오르게 된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10월 6일까지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그의 ‘팜스프링스’ 시리즈를 직접 볼 수 있다. 화려했던 미국을 대표하는 지역인 팜스프링스가 이상 기후로 변화한 모습, 그 안에 여전히 존재하는 빈부 격차를 시적으로 포착한다. 창백한 얼굴로 사무용 의자에 앉아 있는 소년을 담은 작품 ‘은행, 상속자’는 지금의 미국을 대표하는 누군가를 연상케 만든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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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시대 미술가들이 각자 해석한 ‘중세’

    ‘중세가 이렇게 쿨한 거였어?’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전은 역사책 속 중세에 관한 전시가 아니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아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난해한 제목 속에 ‘중세’와 ‘미래’가 겹쳐 있듯, 객관적인 ‘중세’의 개념 대신 동시대 미술가들이 각자의 관점으로 해석한 ‘중세’가 짬뽕처럼 전시장에 혼재돼 있다. 2층에 설치된 최윤 작가의 ‘너와 나의 서울 중세(I·MEDIEVAL SEOUL·U)’ 작품의 영상에는 한국에서 유럽 중세 문화를 즐기는 동호회원들이 등장한다. 옆 창문에 설치된 최고은 작가의 ‘봄의 욕망의 정원’은, 전통적인 종교화의 구도 위에 벨기에와 한국의 풍경을 혼란하게 섞었다. 3층에 가면 ‘진실의 입’을 연상케 하는 얼굴 조각이 최첨단 로봇 청소기 위에 붙어 바닥을 훑고 다닌다. 덴마크 작가 아니아라 오만의 작품 ‘최후의 화신’이다. 전시는 덴마크의 공공미술관 쿤스탈오르후스의 예술감독이자 내년 부산비엔날레 감독인 야코브 파브리시우스(49)가 기획했다. ‘나’와 ‘너’라는 주체, ‘중세’와 ‘미래’라는 시간 경계를 허무는 기획 의도에 맞춰 한국 덴마크 이란 아르메니아 독일 등 다국적 작가 20명이 참가했다. 파브리시우스는 “역사를 직선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동시다발적으로 존재하는 현상으로 탐구하고 싶었다”며 “가장 발전했다고 여겨지는 현재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시적이고 단순한 지점이 있는데, 그곳을 파고든 것이 한 예”라고 설명했다. 국적과 시대 불명의 이질적인 이미지가 새로운 감각을 깨워 흥미롭다. 11월 1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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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게인 1990’… 그 시절 그 패션이 돌아왔다

    반투명 색안경 위에 착용한 헤어밴드와 똑딱이 머리핀. 상반신에는 홀치기염색 크롭티(배꼽티)를 걸쳐 건강미와 활동성을 드러냈다. 한 손엔 형광색 파워숄더(어깨가 각진) 재킷을 들고 하의는 펑퍼짐한 배기팬츠(힙합 바지) 차림. 금방이라도 무리 지어 힙합 댄스를 출 듯하다. 1990년대 여성그룹 ‘디바’를 다시 본 이야기가 아니다. 제니, 설현, 선미, 현아 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요즘 공항 패션이나 화보 속 옷차림이다. 래퍼 비와이는 얇은 빨간 띠 로고가 선명한 벙거지 모자를 썼다. 1990년대 패션이 돌아왔다. 유별난 소수의 극한 ‘뉴트로(새 복고)’ 체험이 아니다. 올여름 배꼽티를 입은 젊은 행인들에게서 20여 년 전의 환영을 봤다면 그것은 환영이 아닌 실제다. 시내 곳곳에선 요즘 1990년대 패션 파티도 열린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1990년대생 벨라 하디드, 켄들 제너 같은 유명 모델이 약속한 듯 1990년대 스타일을 뽐내는 화보가 넘실댄다. 그 시절 그 패션은 어떻게, 왜 슬그머니 우리 곁에 다시 왔나.○ ‘내 파티에 이승연, 문희준이?’ 블로거 김혜영 씨(36)는 최근 출산을 앞두고 지인 15명을 초대한 베이비샤워 파티, ‘83년생 김혜영’을 열었다. 드레스코드는 ‘90년대 스타일’. 초청받은 참가자들은 행사 2주 전부터 분주해졌다.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 광장시장부터 온라인 쇼핑몰까지 뒤지고 돌아다녔다. 눈길을 사로잡을 ‘그 시절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다. 당일 파티 현장에는 어두운 색 립 라이너로 빈틈없이 입술을 채우고 베레모를 쓴 배우 이승연, 힙합 바지에 헤어피스를 단 가수 문희준이 등장했다. 물론 연예인 본인이 아니다. 1990년대의 그들을 흉내 낸 참가자들. ‘모조 이승연’은 1990년대 TV 토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진행 당시의 스타일을 감쪽같이 재현했다. 당대의 통신기기 삐삐부터 록그룹 ‘Y2K’의 사인 CD, 루즈삭스, 헤어피스, 크롭티, 배기팬츠, 플라스틱 헤어핀과 베레모(빵모자)까지…. 이른바 세기말 감성이 폭발했다. 여성그룹 ‘샤크라’의 패션 콘셉트로 꾸며 파티에 참가한 박지훈 씨(33)는 “1990년대에 초중학생이었는데 당시에는 구매력이 없어서 해보지 못했던 루즈삭스 같은 것들을 이번에 직접 체험하니 즐거웠다. 이정현 같은 1990년대 가수를 보면 분장과 무대가 굉장히 파격적이다. 평소 무채색 옷만 입다 세기말 감성으로 꾸미니 자유로워진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Z세대 울린 X세대 감성 “캘빈(클라인)과 나 사이에 뭐가 있는지 알아요? 아무것도 없어요.” 1981년 배우 브룩 실즈가 모델로 등장한 캘빈클라인 의류 광고 문구다. 당시 15세이던 실즈가 이 문구에 맞춰 도발적 포즈를 취했는데 논란과 함께 여성성과 섹시함을 강조한 캘빈클라인의 인기도 반등했다. 38년 뒤, 캘빈클라인의 새 모델인 17세 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는 펑퍼짐한 옷을 입지. 아무도 그 속을 모르니까 몸매 품평을 못 하잖아. 난 내 캘빈 속에서 진실을 말해.” 근 40년 차의 두 광고는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내면은 판이하다. 전자가 사회가 만든 전형적 여성상을 강조했다면 후자는 개성과 다양성을 내세운다. 1980년대의 레이거노믹스와 보수적 분위기를 1990년대 X세대가 자유와 개성으로 탈피하려 한 움직임이 패션에 남아 Z세대에 울림을 주는 형국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1990년대 TV 뉴스 화면 속에서 배꼽티를 입은 여성이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 친숙함과 과감함 사이 1990년대 패션 붐은 업데이트나 재해석이 아닌 동일 재현으로 가고 있다. 패션 회사들도 적극적이다. 프라다는 얇고 붉은 띠 모양 로고인 리네아 로사를 부활시키고 당시 유행한 나일론 백팩을 그 모습 그대로 재출시했다. 타미힐피거도 1990년대의 로고 장식을 다시 사용한다. 과장된 색채 등 맥시멀리즘의 이면에 담백한 미니멀리즘이 공존한 것도 1990년대 패션의 강점으로 꼽힌다. 진정아 더블유 매거진 디지털 에디터는 “(고 존 F 케네디 2세의 부인) 캐럴린 베셋케네디, 모델 케이트 모스가 1990년대에 보여준 정제되고 담백한 스타일이 현재 스타일리시하게 받아들여진다. 첨단 경향을 과하게 좇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20, 30대에게 1990년대 문화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친숙함이 있다. 1960∼80년대 패션에 비해 동시대와 접점이 많고 실용적이란 점도 90년대 패션의 매력이다”라고 했다.임희윤 imi@donga.com·김민 기자}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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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보자! ‘프렌즈’ 패션… ‘레이첼 스타일’ 다시 각광 ‘피비 부페이’ 집시 의상도

    “‘프렌즈’ 의상 담당자님 제 의상도 평생 맡아주시면 안 될까요?” 90년대 패션 붐은 시트콤 ‘프렌즈’로도 불어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프렌즈’를 지난해 다시 공개하자 영미권 국가는 물론 국내 소셜 미디어에서도 ‘프렌즈 패션’이 화제다. 여성 캐릭터인 레이첼, 모니카, 피비의 패션에서 각자 개성이 잘 드러나, 이들의 옷만 캡처한 이미지도 전 세계로 공유된다. 제니퍼 애니스턴이 연기한 레이첼 그린은 당시에도 패션 아이콘이었다. 풍성한 볼륨에 레이어드를 준 어깨 길이의 머리는 ‘레이첼 스타일’이라는 고유 명사가 됐다. 데님의 다양한 활용, 영화 ‘클루리스’식 체크무늬, 짧은 셔츠 끝단을 질끈 동여맨 스타일이 ‘레이첼표’ 패션이다. 보헤미안(집시)의 의상을 멋지게 재해석했다는 의미의 ‘보호 시크’라면 단연 피비 부페이(리사 쿠드로)다. 시트콤 속에서 ‘4차원’ 캐릭터로 등장한 그녀는 사이즈가 큰 꽃무늬 원피스나 갈색 계열의 스웨이드를 즐겨 입었다. 화려한 색감으로 자유분방함을 연출한 것도 특징이다. 당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모니카 갤러거(코트니 콕스)의 패션이 최근 재평가되고 있다. 유명 글로벌 패션 브랜드 쇼핑몰인 ‘네타포르테’는 여름 트렌드로 모니카의 패션을 선보였다. DKNY를 연상케 하는 하이웨이스트 진이나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검은 쇼트커트 헤어까지. 단정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그녀의 패션이 90년대 ‘놈 코어’(평범함의 극치) 패션 아이콘이라면서 말이다. ‘그 시절 패션’을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된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 덕분일까? 넷플릭스는 지난해 ‘프렌즈’ 방영권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하며 무려 1억 달러(약 1194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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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 여름 배꼽티 행인을 봤나요…1990년대 그 시절 패션이 돌아왔다

    반투명 색안경 위에 착용한 헤어밴드와 똑딱이 머리핀. 상반신에는 홀치기염색 크롭티(배꼽티)를 걸쳐 건강미와 활동성을 드러냈다. 한 손엔 형광색 파워숄더(어깨가 각진) 재킷을 들고 하의는 펑퍼짐한 배기팬츠(힙합 바지) 차림. 금방이라도 무리 지어 힙합 댄스를 출 듯하다. 1990년대 여성그룹 ‘디바’를 다시 본 이야기가 아니다. 제니, 설현, 선미, 현아 같은 아이돌 가수들의 요즘 공항 패션이나 화보 속 옷차림이다. 래퍼 비와이는 얇은 빨간 띠 로고가 선명한 벙거지 모자를 썼다. 1990년대 패션이 돌아왔다. 유별난 소수의 극한 ‘뉴트로(새 복고)’ 체험이 아니다. 올 여름 배꼽티를 입은 젊은 행인들에게서 20여 년 전의 환영을 봤다면 그것은 환영이 아닌 실제다. 시내 곳곳에선 요즘 1990년대 패션 파티도 열린다. 태평양 건너 미국에서도 1990년대생 벨라 하디드, 켄덜 제너 같은 유명 모델이 약속한 듯 1990년대 스타일을 뽐내는 화보가 넘실댄다. 그 시절 그 패션은 어떻게, 왜 슬그머니 우리 곁에 다시 왔나.●‘내 파티에 이승연, 문희준이?’김혜영 씨(36)는 최근 출산을 앞두고 지인 15명을 초대한 베이비샤워 파티, ‘83년생 김혜영’을 열었다. 드레스코드는 ‘90년대 스타일’. 초청받은 참가자들은 행사 2주 전부터 분주해졌다. 서울 종로구 동묘와 광장시장부터 온라인 쇼핑몰까지 뒤지고 돌아다녔다. 눈길을 사로잡을 ‘그 시절 아이템’을 찾기 위해서다. 당일 파티 현장에는 어두운 색 립 라이너로 빈틈없이 입술을 채우고 베레모를 쓴 배우 이승연, 힙합 바지에 헤어피스를 단 가수 문희준이 등장했다. 물론 연예인 본인이 아니다. 1990년대의 그들을 흉내 낸 참가자들. ‘모조 이승연’은 1990년대 TV 토크쇼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 진행 당시의 스타일을 감쪽같이 재현했다. 당대의 통신기기 삐삐부터 록 그룹 ‘Y2K’의 사인 CD, 루즈삭스, 헤어피스, 크롭티, 배기팬츠, 플라스틱 헤어핀과 베레모(빵모자)까지…. 이른바 세기말 감성이 폭발했다. 여성그룹 ‘샤크라’의 패션 콘셉트로 꾸며 파티에 참가한 박지훈 씨(33)는 “1990년대에 초중학생이었는데 당시에는 구매력이 없어서 해보지 못했던 루즈삭스 같은 것들을 이번에 직접 체험하니 즐거웠다. 이정현 같은 1990년대 가수를 보면 분장과 무대가 굉장히 파격적이다. 평소 무채색 옷만 입다 세기말 감성으로 꾸미니 자유로워진 느낌이다”고 말했다.●Z세대 울린 X세대 감성 “캘빈 (클라인)과 나 사이에 뭐가 있는지 알아요? 아무 것도 없어요.” 1981년 배우 브룩 쉴즈가 모델로 등장한 캘빈 클라인 의류 광고 문구다. 당시 15세이던 쉴즈가 이 문구에 맞춰 도발적 포즈를 취했는데 논란과 함께 여성성과 섹시함을 강조한 캘빈 클라인의 인기도 반등했다. 38년 뒤, 캘빈 클라인의 새 모델인 17세 가수 빌리 아일리시는 이렇게 말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모든 것을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는 펑퍼짐한 옷을 입지. 아무도 그 속을 모르니까 몸매 품평을 못하잖아. 난 내 캘빈 속에서 진실을 말해.” 근 40년 차의 두 광고는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내면은 판이하다. 전자가 사회가 만든 전형적 여성상을 강조했다면 후자는 개성과 다양성을 내세운다. 1980년대의 레이거노믹스와 보수적 분위기를 1990년대 X세대가 자유와 개성으로 탈피하려 한 움직임이 패션에 남아 Z세대에 울림을 주는 형국이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1990년대 TV 뉴스 화면 속에서 배꼽티를 입은 여성이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좋거든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화제가 됐다.●친숙함과 과감함 사이 1990년대 패션 붐은 업데이트나 재해석이 아닌 동일 재현으로 가고 있다. 패션 회사들도 적극적이다. 프라다는 얇고 붉은 띠 모양 로고인 리네아 로사를 부활시키고 당시 유행한 나일론 백팩을 그 모습 그대로 재출시했다. 토미 힐피거도 1990년대의 로고 장식을 다시 사용한다. 과장된 색채 등 맥시멀리즘의 이면에 담백한 미니멀리즘이 공존한 것도 1990년대 패션의 강점으로 꼽힌다. 진정아 더블유 매거진 디지털 에디터는 “(고 존 F. 케네디 2세의 부인) 캐롤린 베셋 케네디, 모델 케이트 모스가 1990년대에 보여준 정제되고 담백한 스타일이 현재 스타일리시하게 받아들여진다. 첨단 경향을 과하게 좇는 것을 촌스럽게 생각하는 20, 30대에게 1990년대 문화는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친숙함이 있다. 1960~80년대 패션에 비해 동시대와 접점이 많고 실용적이란 점도 90년대 패션의 매력이다”고 했다. ▼ 시트콤 ‘프렌즈’ 재공개 후 90년대 패션까지 화제 ▼ “‘프렌즈’ 의상 담당자님 제 의상도 평생 맡아주시면 안될까요?” 90년대 패션 붐은 시트콤 ‘프렌즈’로도 불어오고 있다. 넷플릭스가 ‘프렌즈’를 지난해 다시 공개하자 영미권 국가는 물론 국내 소셜 미디어에서도 ‘프렌즈 패션’이 화제다. 여성 캐릭터인 레이첼, 모니카, 피비의 패션에서 각자 개성이 잘 드러나, 이들의 옷만 캡쳐한 이미지도 전 세계로 공유된다. 제니퍼 애니스톤이 연기한 레이첼 그린은 당시에도 패션 아이콘이었다. 풍성한 볼륨에 레이어드를 준 어깨 길이의 머리는 ‘레이첼 스타일’이라는 고유 명사가 됐다. 데님의 다양한 활용, 영화 ‘클루리스’식 체크무늬, 짧은 셔츠 끝단을 질끈 동여맨 스타일이 ‘레이첼표’ 패션이다. 보헤미안(집시)의 의상을 멋지게 재해석했다는 의미의 ‘보호 시크’라면 단연 피비 부페이(리사 쿠드로)다. 시트콤 속에서 ‘4차원’ 캐릭터로 등장한 그녀는 사이즈가 큰 꽃무늬 원피스나 갈색 계열의 스웨이드를 즐겨 입었다. 화려한 색감으로 자유분방함을 연출한 것도 특징이다. 당시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모니카 갤러거(코트니 콕스)의 패션이 최근 재평가되고 있다. 유명 글로벌 패션 브랜드 쇼핑몰인 ‘네타포르테’는 여름 트렌드로 모니카의 패션을 선보였다. DKNY를 연상케 하는 하이웨이스트 진이나 더블브레스트 재킷에 검은 쇼트커트 헤어까지. 단정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그녀의 패션이 90년대 ‘놈 코어’(평범함의 극치) 패션 아이콘이라면서 말이다. ‘그 시절 패션’을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된 밀레니얼 세대의 열광 덕분일까? 넷플릭스는 지난해 ‘프렌즈’ 방영권을 올해 말까지 1년 연장하며 무려 1억 달러(약 1194억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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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등 연휴 공짜관람 ‘쏠쏠’

    추석 연휴에 그간 미뤄뒀던 전시를 무료로 관람해보는 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덕수궁, 과천, 서울 등 3관을 연휴 동안 무료로 개방한다. 청주관은 상시 무료. MMCA 서울은 개관 50주년 기념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와 ‘김순기: 게으른 구름’을 열고 있다. 덕수궁은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을’, 과천은 ‘젊은모색 2019’와 ‘곽인식 탄생 100주년 기념전’, 소장품 특별전 ‘균열 Ⅱ: 세상을 보는 눈’을 관람할 수 있다. 경기 수원시 화성행궁 옆에 있는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도 휴관 없이 개관한다. 역시 모든 전시를 무료로 개방한다. 기획전 ‘셩: 판타스틱 시티’ ‘재-분류: 밤은 밤으로 이어진다’ ‘人―공존하는 공간’이 열린다. 수원컨벤션센터에 위치한 아트스페이스 광교에서는 ‘최정화, 잡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 ‘박생광’ ‘팝/콘’ ‘∼Kreuzen’이 열리는 대구시립미술관도 4일간 정상 개관하며 무료입장 이벤트를 진행한다.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는 설치미술가 루크 제람의 지름 7m 크기인 초대형 보름달을 볼 수 있다. 파라다이스시티 실내 광장에 전시하는 작품은 연말까지 모든 관람객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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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남준이 살아있었다면 브라운관 고집했을까?[현장에서/김민]

    1년 넘게 불이 꺼졌던 백남준(1932∼2006) 작품 ‘다다익선’(1988년)의 복원 방향이 결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11일 “브라운관(CRT) 모니터를 최대한 복원해 원본성을 유지하고, 불가피한 경우 최신 기술을 부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술이 뒷받침하는 선에서 최대한 브라운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다익선’은 TV 수상기 1003대로 만든 높이 18.5m의 비디오 타워. 노후에 따른 화재 위험 등의 문제로 지난해 2월 상영을 중단했다. 그 후 복원 방향을 두고 MMCA는 국내외 전문가 40여 명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발광다이오드(LED) 기술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23명으로 브라운관 유지 의견(12명)보다 많았지만 MMCA는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MMCA가 공공 미술관으로서 원형 보존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은 존중한다. 세계적인 작품에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고충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가치가 외적인 형태에만 국한되는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개념 미술’의 창시자인 마르셀 뒤샹은 남성 소변기로 만든 대표작 ‘샘’ 원본을 잃어버린 뒤 벼룩시장에서 다른 소변기를 구해 사인을 했다. ‘샘’은 형태가 아닌 아이디어가 중요한 예술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백남준의 엔지니어로 협업했던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도 같은 맥락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핵심은 백남준이 직접 편집한 영상과 소프트웨어”라며 “어느 순간 모니터가 곡면(브라운관)인지 평면(LED)인지에 논의가 집중돼 ‘다다익선’이 마치 브라운관을 위한 작품처럼 됐다”고 꼬집었다. ‘브라운관 유지’ 방향이 궁극적으로는 시한부라는 문제도 있다. 새로 브라운관을 교체한다고 해도 그 수명은 10∼15년에 불과하다. 최대한 물량을 확보한다고 해도 최후에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방법이 불가피하다. 베른하르트 제렉스 전 독일 예술과매체기술센터(ZKM) 수석큐레이터는 “1988년의 TV가 보존되지 않았고 맞지 않는 기술에 고군분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단기적 해결책이자 헛된 절차”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MMCA는 브라운관 모니터 복원의 사례로 미국 휘트니미술관에 있는 고인의 작품 ‘세기말 II’(1989년)를 들었다. 그러나 TV 203대로 구성한 ‘세기말 II’도 연구와 복원에 7년을 투자했다. ‘다다익선’은 5배 규모에 전시 기간도 훨씬 길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성급히 결정하기보다는 예술의 가치와 현대 미술에서 ‘원본’의 의미와 ‘다다익선’의 미술사·미학적 가치를 한국 사회가 활발히 논의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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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꺼졌던 백남준 작품 ‘다다익선’ 원형 보존해 유지키로 결론

    1년 넘게 불이 꺼졌던 백남준(1932~2006) 작품 ‘다다익선’(1988년)의 복원 방향이 결정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11일 “CRT(브라운관) 모니터를 최대한 복원해 원본성을 유지하고, 불가피한 경우 최신 기술을 부분 도입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기술이 뒷받침하는 선에서 최대한 브라운관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다다익선’은 TV수상기 1003대로 만든 높이 18.5m의 비디오타워. 노후로 인한 화재 위험 등 문제로 지난해 2월 상영을 중단했다. 그 후 복원 방향을 두고 MMCA는 국내외 전문가 40여 명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LED 기술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23명으로 브라운관 유지 의견(12명)보다 많았지만 MMCA는 신중한 접근을 택했다. MMCA가 공공 미술관으로서 원형 보존에 최선을 다하는 선택은 존중한다. 세계적인 작품에 함부로 손대기 어려운 고충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가치가 외적인 형태에 국한되는지는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개념 미술’의 창시자인 마르셀 뒤샹은 남성 소변기로 만든 대표작 ‘샘’ 원본을 잃어버린 뒤, 벼룩시장에서 다른 소변기를 구해 사인을 했다. ‘샘’은 형태가 아닌 아이디어가 중요한 예술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백남준의 엔지니어로 협업했던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도 같은 맥락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핵심은 백남준이 직접 편집한 영상과 소프트웨어”라며 “어느 순간 모니터가 곡면(브라운관)인지 평면(LED)인지에 논의가 집중돼 ‘다다익선’이 마치 브라운관을 위한 작품이 됐다”고 꼬집었다. ‘브라운관 유지’ 방향이 궁극적으로는 시한부라는 문제도 있다. 새로 브라운관을 교체한다고 해도 그 수명은 10~15년에 불과하다. 최대한 물량을 확보한다고 해도, 최후에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방법이 불가피하다. 베른하르트 제렉스 전 독일 예술과매체기술센터(ZKM) 수석큐레이터는 “1988년의 TV가 보존되지 않았고 맞지 않는 기술에 고군분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단기적 해결책이자 헛된 절차”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MMCA는 브라운관 모니터 복원의 사례로 미국 휘트니미술관에 있는 고인의 작품 ‘세기말 II’(1989년)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TV 203대로 구성한 ‘세기말 II’도 연구와 복원에 7년을 투자했다. ‘다다익선’은 5배 규모에 전시 기간도 훨씬 길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해 성급히 결정하기보다, 예술의 가치와 현대 미술에서 ‘원본’의 의미와 ‘다다익선’의 미술사·미학적 가치를 한국 사회가 활발히 논의하는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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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튜브 시대… 영상은 과연 믿을 만한가

    현대미술에서도 영상 작품은 난해하다고 여겨지고 진입 장벽도 높다. 텔레비전은 물론이고 유튜브로 언제든 영상을 볼 수 있지만 미술관에서 만나는 영상은 좀처럼 관객의 눈길을 끌기 어렵다.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 ‘미디어 펑크: 믿음 소망 사랑’은 이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최윤 이민휘의 ‘오염된 혀’는 영상 작품을 중심에 두고 영상의 내용을 담은 ‘지라시’를 벽에 함께 걸었다. 영상의 강렬한 이미지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지라시’의 악보가 영상을 설명해 몰입을 돕는다. ‘지라시’에는 “나라를 부르지 마라, 가슴속에 가득 안고 사는 건 나라가 아닌 나였을 뿐”처럼 맹목적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가사가 애국가가 나올 법한 그림 위에 새겨져 웃음을 자아낸다. 이렇게 영상 작품을 보조적인 수단과 함께 전시하는 광경은 영상만으로는 완전한 메시지를 전하기 어려운 아이러니를 드러낸다. 유튜브로 모든 정보를 검색하는 시대지만 영상 편집만 할 줄 알면 누구나 그럴듯한 이야기로 ‘가짜 뉴스’를 만들어 내는 세태를 돌아보게 된다. 김웅용 김해민 노재운 파트타임스위트 함정식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영상 비평 세미나 등 연계 프로그램도 있다. 10월 27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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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상마저 금지당한 예술가, 마광수의 진심을 만나다

    “마 교수가 생전 가장 힘들어했던 건 일어나지도 않은 사건을 상상했다는 이유만으로 단죄를 당했다는 점이었죠. 지금이라도 그의 예술 세계가 제대로 평가받길 바랍니다.” 마광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1951∼2017)의 유품 정리·기증을 맡았던 박혜진 북리뷰 편집장은 5일 이렇게 말했다. 그날은 마 교수가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된 날이었다. 같은 날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박물관에서는 전시 ‘마광수가 그리고 쓰다’가 개막했다. 고인이 남긴 그림 100여 점 가운데 30여 점을 선보였다. 이에 앞서 유족은 고인의 책 1만여 권과 유품, 그림을 박물관에 기증했다. 그가 사용했던 책상, 안경, 육필 원고는 물론이고 마지막으로 태운 담배와 재떨이도 포함됐다. 박 편집장은 “생전 마 교수가 강단에 서는 일을 사랑했기에 학교로 돌아가 작품세계를 알리는 게 그의 정신을 추모하는 길이라 봤다”며 “학술정보원에 만들어진 ‘마광수 개인 서고’는 일반인도 열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 교수는 생전에 예술에 있어서 글과 그림은 큰 차이가 없다고 자주 얘기해왔다. 본인이 예술에서 상징의 의미를 공부했기에, 시건 에세이건 소설이건 그림이건 표현의 출발점은 같다고 봤다. 전시된 그림의 다수는 책에 삽화로 실렸던 작품이다. 1994년 첫 개인전 도록에선 “자유분방하고 관능적인 이미지를 꿈꾸는 나의 미술가적 기질이 문학작품에도 반영돼 탐미적 묘사를 가능하게 한 것 같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1989년 첫 신문 연재 칼럼에 삽화를 그리던 고인은 1992년 말 벌어진 ‘즐거운 사라’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두 달 동안 구치소 신세를 지고 나서, 강의까지 쉬게 되어 갑자기 많은 시간을 갖게 됐다. 재판에도 신경 써야 하고, 표현의 자유가 어이없게 유린된 데 대한 울화도 삭여가며 하루하루를 때워 나갔기에 글을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그러다 다도화랑 대표로부터 초대전 제의를 받아 용기 내 화필을 잡았다.” 세상을 떠나기 1년 전 ‘활자공포증’으로 글을 읽을 수 없었던 그는 동화책에 의지했다. 발가벗고 뛰어놀아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동심의 세계를 좋아했던 고인의 그림은 동화책을 닮았다. 그러나 ‘어려운 책은 못 쓴 책’ ‘거꾸로 본 세상은 아름다워’ 같은 그림에선 촌철살인의 철학적 메시지가 돋보인다. “한국에서 유명한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시와 소설일수록 더럽게 어렵게 읽힌다. 유식한 체하고 싶어 하는 ‘현학 취미’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려운 글은 심오한 글이 아니라 ‘못 쓴 글’이다.”(소년 광수의 발상) 이번 전시에는 그의 육필 원고도 처음으로 공개한다. 유족과 지인들은 “고인이 남긴 글과 그림을 통해, 윤동주와 상징 시학을 연구했던 학자이자 예술가였던 마 교수의 세계가 제대로 평가받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12월 31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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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머와 패러디로 표현한 ‘결혼 행진곡’

    유머러스한 그림으로 대중적 사랑을 받은 한국화가 김현정(31)이 개인전을 연다. 14일까지 서울 종로구 금보성아트센터에서 열리는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는 작가의 개인적 경험에서 출발했다. 30대에 진입하며 “올해는 우리 딸이 결혼하는 게 소원”이라는 엄마의 넋두리 등 결혼에 관한 고민과 스트레스를 풀어냈다. 작품은 결혼 뒤 맞이하는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라는 새로운 정체성에 관한 고민을 단순하고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한복 입은 여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표현이 특징인 작가의 기존 작품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여전히 스타벅스와 명품 백을 든, 작가를 닮은 한복 입은 여인이 그림 속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명화를 차용해 일러스트 느낌이 강한 그림들은 미술을 잘 몰라도 재밌게 즐길 수 있다. 작가는 “결혼이라는 민감한 주제가 던지는 중압감을 명화의 유머러스한 패러디를 통해 누그러뜨리고자 했다”며 “추석 연휴에 결혼 적령기인 자녀와 부모가 함께 전시장을 찾는다면 재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관람객의 결혼관을 들여다보는 설문지 코너도 마련돼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부모님 세대와 젊은 세대가 느끼는 불안을 공유하고,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불안이 가볍게 넘길 응석이 아니라는 것을 환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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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몸=인격’이라면 잘린 손가락은 누구의 것인가

    만약 목공일을 하다 실수로 스스로의 손가락을 자른다면 그것은 누구의 소유일까? 분리됐다고 하더라도 내 몸의 일부였으니 당연히 나의 소유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내가 잠시 기절한 사이 누군가가 그 손가락을 훔쳐가 버렸다. 그렇다면 나는 그 사람을 절도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이 책이 쓰인 1992년 프랑스에서는 놀랍게도 그 사람을 처벌할 수 없었다고 한다. 1988년 프랑스 법은 “사람의 몸이란 곧 인격이다”고 규정했고, 이 인격은 몸의 전체성 속에서만 인정된다. 따라서 잘린 손가락은 신체에서 떨어져 나갔기 때문에 ‘물건’이 되고 만다. 내가 기절한 사이 나의 손가락은 ‘주인 없는 물건’이 돼버렸고, 그것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정당한 소유권을 갖는다. 따라서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위의 사례는 가상의 이야기지만 실제로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1985년 프랑스 아비뇽의 구치소 수감자였던 자넬 다우드는 자신의 새끼손가락 한 마디를 잘라 법무부 장관에게 우편으로 보냈다. 자신의 처지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의도였다. 그의 잘린 손가락은 유리병에 담겨 돌아왔지만 교정당국은 이를 압수한다. 다우드는 “잘린 손가락 속에도 나의 인격이 있다”는 취지로 인권과 사생활 보호법에 호소해 손가락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걸었다. 그러나 판사는 잘린 손가락을 물건이라고 판단해 돌려주지 않았다. 법학자인 저자는 이 황당한 사례에서 출발해 프랑스 민법의 구멍을 입증한다. 그 출발은 몸의 독특한 속성을 무시한 채 몸을 곧 ‘인격’이라는 추상적 개념에 한정시킨 데 있었다. 인간의 몸은 생명을 담는 기관임과 동시에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한, ‘성과 속’이 뒤섞인 복잡한 존재다. 저자는 인체의 ‘물건’적인 특성을 법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몸의 속성을 논하기 위해 ‘시체’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시체가 성스러운 물건이자 음식이자 약이며, 때로는 해로운 것이라고 과감히 정리한다. 그 과정에서 나폴레옹 시대에는 파리 묘지에서 시신이 자주 도난당했고, 상당수가 해부학 교실로 팔려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더 놀라운 건 해부 뒤 남은 인체의 지방이 약장수나 양초 제조자에게 팔렸다는 사실. 심지어 나폴레옹과 마리 루이즈의 결혼식 때 뤽상부르궁을 밝히는 데에도 이 인간 양초가 사용됐다고 한다. 사실 프랑스 민법이 인체를 물건으로 보는지, 인격으로 보는지는 법학자나 관심 가질 만한 주제다. 책이 나올 당시에는 시험관 아기가 탄생하는 등 생명공학이 발달하면서 법과 인체에 관한 논란이 활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법을 출발점으로 프랑스 사회가 ‘몸’을 어떻게 바라봤는지를 간접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롭다. 결국 인간의 몸은 성스러워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주장이기도 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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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리핀 미술의 다양성과 역동성… 작가 11인 작품 33점 한국나들이

    액자 속 화면이 4등분 돼 있고 각각의 칸에는 불교부터 이슬람 유대교 등 여러 종교의 이미지가 혼합돼 있다. 그리고 한가운데 마른 식물이 놓인 이 예술 작품의 이름은 ‘20세기의 전도사들’(사진). 필리핀의 현대 미술가 노베르토 롤단(66)의 이 작품은 식민지를 경험하며 여러 문화가 혼재된 필리핀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필리핀은 16세기 스페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이미 서양 유화 기법을 받아들였다. 오랜 세월이 축적되며 기교가 뛰어난 작가가 많아 잠재력이 크다. 필리핀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술가 11명의 작품 33점을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필리핀 미술, 그 다양성과 역동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일상 속 소품을 활용한 롤단의 작품부터, 국내 시민들을 참여시켜 책을 실로 칭칭 감아 만든 제드 메리노의 설치 작품까지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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