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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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7~2025-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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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일반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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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꼴라쥬’ 책 펴낸 ‘씨엘 아빠’ 이기진 서강대 교수

    정리되지 않는 막다른 골목, 질겅질겅 씹는 ‘무(無)맛’의 절편, 을지로3가의 노가리. 누군가에겐 낡은 모습이지만,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59)에겐 서울만의 매력적 풍경이다. 이 교수는 훌륭한 술인 막걸리를 양은 잔에 담기 아까워 이 빠진 백자 사발을 갖고 다니고, “스타벅스에서 디저트로 절편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사랑하는 서울을 그림과 글로 담은 ‘서울 꼴라쥬’(디자인하우스·1만5800원)를 최근 발간했다. 서울 종로구의 작업실에서 19일 만난 이 교수는 허름한 서울을 예뻐하는 것 같다고 묻자 “실제로 예쁘기 때문”이라고 했다. “파리, 뉴욕, 도쿄 등 도시는 모두 개성이 있어요. 서울만의 색과 감각이 있는데 이것을 흠이라 하면 밉지만 멋있다 보면 그 자체로 매력이 될 수 있죠.” ‘씨엘 아빠’로도 잘 알려진 그가 서울을 다루게 된 건, 7년 전 집필한 ‘꼴라쥬 파리’를 본 편집자의 제안 때문이었다. ‘꼴라쥬 파리’는 공동 연구로 자주 방문한 파리의 소소한 매력을 담았다. 이 교수는 제안을 받고 “서울은 당연히 써야 한다”고 흔쾌히 응했단다. “서울의 풍경엔 시간의 축적, 응집, 지혜 모든 게 녹아 있어요. 식당의 사소한 그릇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있죠. 저는 이런 것들이 시간이 만든 추상화라고 생각해요.” 을지로3가의 노가리는 ‘탱고’라 표현할 정도로 애정이 깊다. 최근 논란이 된 을지로 재개발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마음을 나타냈다. “프랑스에도 낡은 집이 많은데, 그들은 어떻게 고칠까를 생각하거든요. 어차피 10년에 한 번은 고쳐야 하니 그것도 산업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깡그리 없애고 새로 지을 생각만 해 안타까워요. 그 자리에 빌딩이 놓이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런 그의 작업실도 200년 된 한옥을 개조한 공간이다. 작업실에는 그가 모은 오래된 빗자루, 주둥이가 깨진 기름병, 플라스틱으로 만든 알록달록한 수저통 등이 쌓여 있었다. 무작정 해외로 떠나보고, 동화책도 내며 ‘일단 해보는’ 아버지의 모습이 딸 ‘씨엘’에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하자 이 교수는 “함께 성장한 것”이라고 했다. “채린이(씨엘)가 데뷔하기 전부터 함께 ‘퀸’을 듣고 동화책을 그렸어요. 그 모든 게 함께 만든 세계인데 이제 책을 내면 ‘또 냈어? 어 그래’ 이래요. 아마 안 읽는 것 같아요.”(웃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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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X세대와 모바일 시대 감성 사이에서…

    타이핑하면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나는 각진 키보드가 놓인 오래된 컴퓨터. ‘PC통신’을 떠올리게 만드는 디자인의 화면을 클릭하면 20년 전 열린 전시의 톡톡 튀는 서문이 쏟아진다. “최정화말일세… 나는 정말 그의 가벼움을 참을 수가 없었네. 대만 재래시장에서 수입한 플라스틱향 접시 수십 개와 남대문시장의 쇠구슬 수백 개가 만들어내는 유치찬란함, 소란스러움, 뻔뻔함은 나를 짜증나게 만든다네.” ‘의기양양한 예술 애호가 홈즈’라는 필명의 누군가가 1999년 4월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린 전시 ‘홍대 앞 재탕 버전으로 보는 최정화―정서영 2인전’에 쓴 서문이다. 최정화는 소쿠리, 대야 같은 플라스틱 제품을 쌓은 작품으로 알려진 설치 작가. 그의 초기 전시 소개글의 독특한 문체에서 90년대 말 예술인들로 북적였던 서울 홍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무렵 홍대 품에서 태어난 ‘대안공간 루프’가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는 전시 ‘예술, 시대의 각인’이 12일부터 서울 마포구 루프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장 입구에 비치된 컴퓨터에선 그간 치러진 164개 전시 목록과 서문을 읽어볼 수 있다. 열린 순서대로 글을 읽어나가며 변화를 포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기 글은 도발적인 ‘X세대’의 분위기. 그러다 루프가 점차 ‘기성세대’가 되며 철학적 개념이 섞인 난해한 글이 늘어난다. 이때 논문처럼 길어졌던 글은 최근에서야 다시 간결해졌다. 양지윤 디렉터는 “모바일 영향으로 복잡한 이야기를 서두에 쓰면 지금은 아예 읽질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하로 내려가면 지금까지 열린 전시 포스터와 각종 자료, 영상을 만날 수 있다. 김은형 작가의 벽화 ‘타임머신’이 전시장에 함께 그려졌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연도별 주요 사건을 함께 정리해 예술과 사회의 관계를 보여주려는 의도. 최정화 정연두 함경아 등 2000년대 활발히 활동한 작가는 물론이고 안창홍 정복수 등 비중 있는 중견 작가도 눈에 띈다. 양 디렉터에 따르면 루프는 처음 개관할 당시 해외 유학파 예술가들이 금융위기로 대거 귀국한 게 계기였다. 기존 미술계에서 설 자리를 찾지 못해 세운, 말 그대로 ‘대안공간’이다. 실험적인 미술가를 지원하고, 국내외 미술 흐름을 시민과 공유하는 것이 목표였다. 20년 동안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했는지는 물음표가 붙지만, 수많은 대안공간이 사라졌음에도 루프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열린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 ‘이은새: 밤의 괴물들’이나 ‘권병준: 클럽 골든 플라워’도 관객 호응이 뜨거웠다. 20년을 맞은 루프는 현재 새로운 정체성을 고민하고 있다. 22일 오후 20년간 루프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한 기획자들이 각자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대담 프로그램 ‘큐레이터 라운드 테이블’도 열린다. 양 디렉터는 “‘대안’ 공간으로서의 의미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 루프는 공모로 선정한 작가와 기획자의 전시도 선보인다. 민예은 김우진 작가의 개인전과 대만 출신의 큐레이터 지아 전 차이의 전시 ‘We are bound to meet’ 등을 준비하고 있다. 20주년 전시는 3월 3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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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관순 역 고아성 “다 찍고 난 뒤 배우들과 함께 울었어요”

    1920년 3월 1일 서울 서대문 감옥. 3·1운동 1주년을 맞은 이날 감옥에서 다시 만세운동이 일어났다. 그 진원지는 ‘여(女)옥사 8호실’. 이곳에는 유관순 열사는 물론이고 수원에서 30여 명의 기생을 데리고 시위를 주도한 기생 김향화, 다방 직원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등 다양한 여성이 있었다. 이들의 저항을 그린 영화가 27일 개봉한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충남 병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에서 만세를 부르다 서대문 감옥에 수감된 뒤 1년여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를 연출한 조민호 감독은 “우연히 서대문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보고 새삼스럽게 17세였다는 게 다가왔다”며 “슬프지만 강렬한 눈빛과 그의 정신을 되살리게 해주고 싶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여옥사 8호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유관순이 수감된 1년을 조명하기에 공간도 감옥으로 한정된다. 그 대신 화면을 흑백으로 처리해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더 강렬히 전달한다. 회상 장면은 컬러로 연출해 우울한 수감 생활과의 대조를 극대화한다. 가장 돋보이는 건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를 보듬는 여성들의 모습이다.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기생이었던 김향화(김새벽)는 경찰서 문 앞에서 만세를 부른 ‘강심장’으로 그려진다. ‘언니는 아무한테나 술을 안 따라 준다고 들었다’는 이옥이(정하담)의 말에 김향화는 “나 좋다고 한 사람한텐 다 따라줬다. 딱 하나, 왜놈만 빼고”라고 응수한다. 간수들이 동료를 끌고 가려고 하면 모두가 손을 뻗어 말린다. 한겨울 감옥에서 태어난 아기를 위해 체온을 조금씩 빌려주기도 한다. 유관순은 감옥 밖이 궁금해 노역을 자처하는 호기심 많고 영리한 인물로 그려진다. 끝까지 스스로를 죄수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당당함도 보인다. 다만 실화를 기반으로 한 것이기에 이러한 캐릭터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유관순 역할을 맡은 배우 고아성은 “감옥에서 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부담됐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며 “촬영할 때 긴장해 심장 소리가 정말 크게 나기도 했고, 다 찍고 난 뒤 배우들과 함께 울었다”고 했다. ‘항거…’ 외에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시 조선인 최초 자전차대회 우승자를 그린 ‘자전차왕 엄복동’은 27일, 유관순 등 여성 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룬 ‘1919 유관순’은 다음 달 3일 개봉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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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감 뒤 1년, 감옥에서 다시 외친 ‘만세’…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1920년 3월 1일 서울 서대문 감옥. 3·1운동 1주년을 맞은 이날 감옥에서 다시 만세 운동이 일어났다. 그 진원지는 ‘여(女)옥사 8호실’. 이곳에는 유관순 열사는 물론 수원에서 30여 명의 기생을 데리고 시위를 주도한 기생 김향화, 다방 직원 이옥이, 유관순의 이화학당 선배 권애라 등 다양한 여성이 있었다. 이들의 저항을 그린 영화가 27일 개봉한다.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충남 병천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에서 만세를 부르다 서대문 감옥에 수감된 뒤 1년여의 이야기를 담는다. 영화를 연출한 조민호 감독은 “우연히 서대문형무소에서 유관순 열사의 사진을 보고 새삼스럽게 17세였다는 게 다가왔다”며 “슬프지만 강렬한 눈빛과 그의 정신을 살아나게 해주고 싶어 영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여옥사 8호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유관순이 수감된 1년을 조명하기에 공간도 감옥으로 한정된다. 대신 화면을 흑백으로 처리해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이 더 강렬히 전달한다. 회상 장면은 컬러로 연출해 우울한 수감 생활과의 대조를 극대화한다. 가장 돋보이는 건 열악한 환경에서도 서로를 보듬는 여성 인물들의 모습이다. 수원에서 가장 유명한 기생이었던 김향화(김새벽)는 경찰서 문 앞에서 만세를 부른 ‘강심장’으로 그려진다. ‘언니는 아무한테나 술을 안 따라 준다고 들었다’는 이옥이(정하담)의 말에 김향화는 “나 좋다고 한 사람한텐 다 따라줬다. 딱 하나, 왜놈만 빼고”라고 응수한다. 간수들이 동료를 끌고 가려고 하면 모두가 손을 뻗어 말린다. 한 겨울 감옥에서 태어난 아기를 위해 체온을 조금씩 빌려주기도 한다. 유관순은 감옥 밖이 궁금해 노역을 자처하는 호기심 많고 영리한 인물로 그려진다. 끝까지 스스로를 죄수로 여기지 않는다고 말하는 당당함도 보인다. 다만 실화 기반이기에 이러한 캐릭터가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유관순 역할을 맡은 배우 고아성은 “감옥에서 만세를 외치는 장면은 부담됐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며 “촬영할 때 긴장해 심장 소리가 정말 크게 나기도 했고, 다 찍고 난 뒤 배우들과 함께 울었다”고 했다. ‘항거…’외에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당시 조선인 최초 자전차대회 우승자를 그린 ‘자전차왕 엄복동’은 27일, 유관순 등 여성독립운동가의 삶을 다룬 ‘1919 유관순’은 다음달 3일 개봉한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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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현직 금융사CEO가 쓴 주요 7개국 투자 전망

    불확실성, 저성장 등 세계 경제가 우울한 전망으로 가득한 가운데 해외 투자를 쉽게 풀어 쓴 입문서가 발간됐다. 현직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이자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저자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터키, 유럽연합(EU), 미국 등 7개국의 경제 현황과 전망을 쉽게 풀어 썼다. 저자는 한 국가의 경제 상황은 그곳의 정치 역사 문화와 연결됐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경상수지, 물가, 환율 등 수치만이 아니라 역사와 지리, 정치 지도자에 대한 분석을 곁들였다. 금융 시장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 만큼 책에서 해답을 찾으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해외 각국의 상황에 관한 기초 지식을 통해 최소한 유행에는 휩쓸리지 않게 만들어 줄 참고서로 볼 만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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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화-사진-미디어아트… 현대미술의 다양성 만끽

    이불 작가의 ‘The Secret Sharer’,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 등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현대 미술 작품이 처음 공개된다.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개관 후 첫 소장품 특별전인 ‘APMA CHAPTER ONE―FROM THE APMA COLLECTION’을 14일부터 개최한다. 서울 용산구 한강로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현대 미술 작품 4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사진, 조각, 미디어아트 등 다양한 장르의 국내외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공간은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및 미술관 입구 로비 등 총 8개의 전시실로 구성된다. 미국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는 뉴욕 맨해튼 55번가에 설치한 작품과 동일한 에디션이다. 이불 작가의 작품은 국내 미술관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작품이다. ‘APMA 가이드’ 앱을 내려받으면 큐레이터가 직접 녹음한 오디오 해설을 전시장에서 들을 수 있다. 고해상도 이미지와 작품 관련 인터넷 정보, 링크 검색 기능도 제공된다. 전시장 1층의 전시도록 라이브러리(apLAP)에서는 소장 중인 전시 관련 도록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등 관련 정보는 미술관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5월 19일까지. 무료∼9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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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중의 우상에 거침없는 ‘낙서 폭탄’… 해티 스튜어트

    킴 카다시안, 퍼렐 윌리엄스, 아리아나 그란데, 카일리 미노그…. 대중이 선망하는 스타들이 세련된 포즈를 취한 잡지 커버들. 영국 일러스트 작가인 해티 스튜어트(31)는 이 화려한 커버 위에 장난기 가득하게 혓바닥이나 하트, 소용돌이 무늬를 그려 넣는다. 13일 서울 용산구 디뮤지엄에서 만난 스튜어트는 이를 “낙서 폭탄을 퍼붓는다”고 표현했다. 고상한 척 멋 부린 스타들의 모습은 스튜어트의 손길 한 번에 왁자지껄한 낙서로 전락한다. 이 거침없는 작품을 세계 6개국 드로잉, 일러스트레이션 작가 16명이 함께한 전시 ‘I draw: 그리는 것보다 멋진 건 없어’에서 만날 수 있다. 스튜어트의 ‘낙서 폭탄’은 어떻게 탄생한 걸까.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에서 일하다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일이 따분해 ‘집에 가면 무슨 그림을 그릴까’ 고민하다 바에 놓인 그림 위에 무심코 낙서를 했어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집에 쌓아둔 잡지 표지들에 대량으로 낙서를 하면서 시작됐죠.” 누구나 한번쯤은 학창시절 수업 시간이 지루해 교과서 속 얼굴에 그림을 그려본다. 스튜어트는 그 친밀한 낙서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승화시켰다. 반응은 뜨거웠다. 나이키나 애플뮤직, 마크바이 마크제이콥스 등 다양한 브랜드에서 협업 제안이 들어왔다. 스튜어트는 그런 자신이 “어느 순간 ‘전업 낙서가’가 됐다”며 웃었다. 그만의 ‘표지를 고르는 기준’이 궁금했다. 스튜어트는 “눈에 보이는 표지 가운데 20%만 뭘 그릴지 확신이 선다”며 “나머지는 다양한 과정으로 그려 보다 결과에 이르는 편”이라고 했다. 그럼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완벽했던’ 표지는? 잡지 ‘페이퍼’에 실린 카다시안의 사진을 주저 없이 꼽았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카다시안의 뒷모습이 담긴…. “왜 완벽한 커버였냐고요? 커다란 엉덩이가 제 상상력을 불러일으켰죠! 하하하.” 최근 젊은 작가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활동이 활발하다. 그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을 줄 알았지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인 건 맞아요. 하지만 수개월간 고민해서 만든 프로젝트가 순식간에 소비되고 뒤로 밀려나는 걸 보면 때론 숨 막힌단 느낌을 받습니다. 창작자에겐 ‘시간’이 가장 좋은 친구인데, SNS는 느긋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거든요.” 이번 전시에서 스튜어트는 전시 공간에 거울을 여러 개 배치했다. “관람객이 잡지 커버 속 스타이자 작품의 일부가 되는 경험”을 하길 바라는 의도라고 털어놨다. “바깥세상에 신경을 끄고 ‘릴랙스’하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어요. 제 그림을 보고 그저 ‘행복하고 재밌다’고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전시는 9월 1일까지. 3000∼1만2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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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아웃사이더, 내 힘은 불만과 빚” 여든까지 붓 달리다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교수가 없어서’라며 미술대를 자퇴했다는 청년 김구림(83). 마흔 살에 한 달 생활비를 털어 그림을 시작한 주부 윤석남(80). 어느덧 팔순을 넘긴 두 예술가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출발도 독특했지만 각각 실험미술과 개성 있는 회화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았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5월 6일까지 열리는 전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에 참여한 두 사람을 최근 전시장에서 만났다. 이날 처음 만난 두 작가는 서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 윤 작가가 “김 선생님이 정통의 길을 가다 나오셨다면, 난 엉뚱한 데 튀어나온 잡초”라고 하자, 김 작가도 질세라 “나도 정통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며 응수했다. 윤 작가가 그간 “화단의 운동 자체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하니, 김 작가는 “홍익대, 서울대가 끼리끼리 전람회 하는 것이 안 되겠다”싶어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1960, 70년대 주로 퍼포먼스나 영화 등 실험 미술을 선보였다. 당시 언론엔 ‘기행’ ‘괴짜 화가’로 소개됐다. 그는 “퍼포먼스가 정권에 눈엣가시로 여겨져 경찰에 연행되고 신문도 받았다”며 “그 뒤 잊혀졌다가 2012년 영국 테이트모던 기획전에 초대됐는데 ‘김구림이 누구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듬해 열린 국내 전시회 제목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였다. 윤 작가가 그림을 시작한 계기도 드라마틱하다. 영문학도로 미술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였다. 작가는 그 날짜를 지금도 기억한다. “1979년 4월 25일.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는 날이었거든요. 홍익대 나온 후배에게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푸념했더니, 후배가 ‘언니 당장 합시다’라고 해요. 그 길로 한 달 생활비를 몽땅 털어 그림을 그렸죠.”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에 이끌린 것은 두 작가의 공통점. 김 작가는 “부잣집에 외동아들로 태어나 세상 물정 모르고 ‘금이야 옥이야’ 자라 고집이 세다”고 했다. 극장과 백화점을 운영할 정도로 부유한 집안 출신으로 처음엔 외과 의사나 영화감독과 같은 다른 길을 꿈꿨다. 하지만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맘에 온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예술가가 됐다. 윤 작가 역시 영화와 인연이 깊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윤백남(1888∼1956)을 아버지로 둔 그는 어릴 때부터 예술 속에서 자랐다. 그러나 경제 사정이 넉넉지 못해 연필과 원고만 있으면 되는 글을 썼단다. “나중엔 글도 포기하고 결혼을 했는데 2년쯤 지나니 정신이 이상해졌어요. 내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었죠. ‘엄중한 세월에 한가롭게 그림을 그려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견딜 수 없었어요. 예술의 복잡한 정의나 사조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그리기로 했어요. 그게 ‘어머니’였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두 작가에게 왕성한 작업의 원동력을 물었다. 김 작가는 ‘욕심’과 ‘불만’을, 윤 작가는 ‘빚’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불만이 많아요. 나보다 젊은 사람도 작품이 팔리는데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생각도 때로 합니다. 그 ‘욕심’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있습니다.”(김구림) “한국이란 나라가 남편을 통해 내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운을 얻었으니 이 빚을 죽을 때까지 작품으로 열심히 갚고 싶습니다.”(윤석남)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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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궁금증 자극하는 그림 속 보이지 않는 이야기

    커다란 바위에 놓인 조그마한 쪽지, 벽에 비스듬히 기대 경치를 바라보는 듯한 우산, 고요한 실내에 문을 열자 펼쳐지는 호수.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지만 미묘한 구도가 자아내는 낯선 느낌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하고 궁금증을 자극한다. 4년 만에 개인전을 여는 화가 황규백(87)은 “재미있게 즐기며 행복하게 그렸다”면서 그림들을 소개했다. 서정적인 판화로 잘 알려진 황 작가가 이번에는 캔버스에 그린 유화, 아크릴화 20점을 내놨다. 그는 “판화는 체력 소모가 심해 회화로 옮겼다”며 “붓으로 작업해 사물들을 내 뜻대로 더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고 했다. 모두 최근 1∼2년간 작업한 그림들로, 남북 정상회담을 본 느낌을 담은 ‘SOUTH AND NORTH SUMMIT’도 있다. 그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웃으며 회담하는 모습을 본 게 유별나 작품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창문 너머 아무도 없는 도보다리가 보이고, 창틀에는 비스듬히 기댄 우산과 시계가 있다. 황 작가는 “시계는 시간의 흐름을 나타낼 수 있고 모양도 예뻐서 그렸고, 우산은 남북 정상이 무슨 얘기를 하나 엿듣는 나의 모습을 의미한다”며 웃었다. 황 작가의 대표작은 1970년대 잔디밭 위에 펄럭이는 손수건을 표현한 연작이다.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와 섬세한 메조틴트 기법으로 주목받았다. 1968년 프랑스로 건너가 판화가의 길을 걸으며 ‘판화의 재창조’라는 평가를 받고 파리와 미국 뉴욕에서 활동했다. 그는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진취적인 세계를 보고 새로운 걸 해야겠다는 고민을 하다 잔디밭에 누워 손수건을 펴보고 소름이 돋아 만들게 된 작품”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를 주목받게 해준 은인과 같은 작품이다. ‘손수건’이 없었으면 배추장사를 했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그림을 상상으로 시작했다는 작가는 “그림 속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관객들이 즐기길 바란다”고 했다. 다음 달 10일까지. 서울 종로구 가나아트센터.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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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린 아웃사이더” 김구림-윤석남 작가, 80대에도 왕성한 작업 원동력은…

    ‘질문에 제대로 답해주는 교수가 없어서’라며 미대를 자퇴했다는 청년 김구림(83). 마흔 살에 한 달 생활비를 털어 그림을 시작한 주부 윤석남(80). 어느덧 팔순을 넘긴 두 예술가는 공통분모가 적지 않다. 출발도 독특했지만, 각각 실험미술과 개성 있는 회화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은 점도 닮았다. 게다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는 현역이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5월6일까지 열리는 전시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에 참여한 두 사람을 최근 전시장에서 만났다. 이미 원로급에 속하건만, 두 노장은 만나자마자 ‘아웃사이더’를 자처했다. 윤 작가가 “김 선생님이 정통의 길을 가다 나오셨다면, 난 엉뚱한 데 튀어나온 잡초”라고 하자, 김 작가도 질세라 “나도 정통 교육을 거의 받지 않았다”며 응수했다. 윤 작가는 그간 “화단의 운동 자체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하니, 김 작가는 “홍대, 서울대가 끼리끼리 전람회하는 것이 안 되겠다”싶어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만들었다고 했다. 김 작가는 1960~70년대 주로 퍼포먼스나 영화 등 실험 미술을 선보였다. 당시 언론엔 ‘기행’ ‘괴짜 화가’로 소개됐다. 그는 “퍼포먼스가 정권에 눈엣가시로 여겨져 경찰에 연행되고 심문도 받았다”며 “그 뒤 잊혀졌다가 2012년 영국 테이트모던 기획전에 초대됐는데 ‘김구림이 누구냐’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듬해 열린 국내 전시회 제목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였다. 윤 작가가 그림을 시작한 계기도 드라마틱하다. 영문학로 미술과 전혀 상관없는 삶을 살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였다. 작가는 그 날짜를 지금도 기억한다. “1979년 4월 25일. 남편에게 생활비를 받는 날이었거든요. 홍대 나온 후배에게 ‘어려서부터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못했다’고 푸념했더니, 후배가 ‘언니 당장 합시다’라고 해요. 그 길로 한 달 생활비를 몽땅 털어 그림을 그렸죠.” 어쩌면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망에 이끌린 것도 두 작가의 공통점이 아닐까. 김 작가는 “부잣집에 외동아들로 태어나 세상물정 모르고 ‘금이야 옥이야’ 자라 고집이 세다”고 했다. 극장과 백화점을 운영할 정도로 부유했던 집안 출신으로 처음엔 외과 의사나 영화감독과 같은 다른 길을 꿈꿨다. 하지만 ‘세계적인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맘에 온전히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다보니 예술가가 됐다. 윤 작가 역시 영화와 인연이 깊다. 소설가이자 영화감독인 윤백남(1888~1956)을 아버지로 둔 그는 어릴 때부터 예술 속에 자랐다. 그러나 경제 사정이 넉넉지 못해 연필과 원고만 있으면 되는 글을 썼단다. “나중엔 글도 포기하고 결혼을 했는데 2년 쯤 지나니 정신이 이상해졌어요. 내 존재의 이유를 찾고 싶었죠. ‘엄중한 세월에 한가롭게 그림을 그려도 되나’ 생각도 들었지만 견딜 수 없었어요. 예술의 복잡한 정의나 사조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내게 필요한 이야기를 그리기로 했어요. 그게 ‘어머니’였죠.”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두 작가에게 왕성한 작업의 원동력을 물었다. 김 작가는 ‘욕심’과 ‘불만’을, 윤 작가는 ‘빚’이라고 했다. “나는 지금도 불만이 많아요. 나보다 젊은 사람도 작품이 팔리는데 나는 왜 안 될까라는 생각도 때로 합니다. 그 ‘욕심’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고 있습니다.”(김구림) “한국이란 나라가 남편을 통해 내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생각해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행운을 얻었으니 이 빚을 죽을 때까지 작품으로 열심히 갚고 싶습니다.”(윤석남)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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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삐뚤빼뚤 글씨에서 우러나는 진심, 다큐영화 주인공이 된 ‘시골 할매’들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의 한 영화관. 뽀글뽀글 파마머리에 꽃분홍색 경량 패딩 점퍼를 입은 할머니 두 명이 무대 위 단상에 앉았다. 5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시인 할매’의 주인공들이다. 긴장한 듯 눈을 깜빡이던 윤금순 양양금 할머니는 “말주변이 없으니 이해해 달라”며 “글을 배워 이 자리까지 오게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출발은 2016년 발간한 ‘시집살이 詩집살이’였다. 이 시집에 수록된 124편의 시는 전남 곡성군 서봉마을의 ‘길작은도서관’에서 한글을 배운 ‘할매’들의 작품. 시집을 보고 짠한 감동을 느낀 이종은 감독이 마을을 직접 찾아갔다. 할머니들은 “다 늙은 사람을 뭐 하러 찍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제작진은 마을에 떡을 돌리며 간곡하게 협조를 구해 촬영에 돌입했다. 영화의 주인공은 김막동(84), 김점순(80), 박점례(72), 안기임(85), 윤금순(82), 양양금(72), 최영자 할머니(87), 그리고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준 ‘길작은도서관’의 김선자 관장이다. 평균 연령 80세에 평생을 까막눈으로 살다 처음 한글을 알게 된 할머니들의 사연은 별다른 꾸밈이 없어도 반짝반짝 빛난다. 양양금 할머니의 시는 “동생들만 키우니라고(키우느라) 학교를 안갔다”, “글자도 모른 것이 까분다해 기가 팍 죽었다”거나 “천국에 있는 난편(남편)에게 나 잘살고 있다고 쓰고 싶다”고 한다. “손지들(손자들) 사랑한다”고 한 ‘가점댁’ 도귀례 할머니의 한 줄 시도 진심이 뚝뚝 묻어난다. “나는 고생을 많이 했는데/니기들은(너희들은) 고생하지 말아라”는 박희순 할머니의 시를 본 딸은 “엄마 너무 예쁘게 시를 적었다”며 눈물을 훔친다. 삐뚤삐뚤한 글씨를 통해 평소 표현하지 못하던 가족에 대한 마음을 치장 없이 진솔하게 꺼내는 모습이 가슴을 울린다. ‘무공해 힐링’을 표방한 영화로, 할머니들이 직접 쓴 시가 화면에 오버랩되고, 각각의 사연이 잔잔하게 펼쳐진다. 특별한 연출이나 서사가 없어 다소 투박하지만 아련하고 푸근하다. 음악이나 드론 촬영 장면이 길다는 지적에 이 감독은 “작업을 하며 과도하게(?) 영화에 몰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루맛쇼’ ‘쿼바디스’ 등을 연출한 김재환 감독의 새 영화 ‘칠곡 가시나들’은 비슷한 소재를 좀 더 유쾌하게 담는다. 경북 칠곡군 약목면 복성2리 배움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박금분(89), 곽두조(88), 강금연(85), 안윤선(82), 박월선(89), 김두선(86), 이원순(82), 박복형 할머니(87)의 왁자지껄한 하루를 보여준다. 고스톱을 치고 운동도 하고, 텔레비전도 같이 보는 할머니들의 하루는 삭막한 도시보다 훨씬 활기가 넘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한글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들은 “이제라도 배우니 더 재미있다. 영어도 한번 해보자”고 외친다. 27일 개봉.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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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딩 딩 댕~’ 심장을 울리는 묘한 소리… 심신이 절로 편안해지다

    “딩 딩 댕 딩 댕….” 8일 서울 강남구 디지바이브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묘한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양반다리로 앉은 남녀 다섯이 솥뚜껑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치감이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두드리며 소리를 느껴보세요.” 디지바이브 대표이자 핸드팬 연주자인 조현 씨(34)가 말했다. 이날 수업은 ‘사운드 힐링’. 스위스에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유럽 인도를 거쳐 2014년 국내에 도입된 ‘핸드팬’을 가르친다. 조 씨는 “지난해 봄부터 부쩍 수강 문의가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수강생인 김민정 씨(38)는 핸드팬의 매력을 “공명하는 음색이 몽환적이면서 편안하다.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운드 힐링’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힐링 악기’를 비롯해 요가·명상과 결합한 프로그램, 사운드 테라피(세러피)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컬러 힐링’이 ‘사운드’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특히 힐링 악기는 ‘힙’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핸드팬을 시작으로 디저리두, 칼림바, 싱잉볼, 인디언 플루트 등 다양한 악기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국내 핸드팬 제작업체도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나모리 젬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디저리두 오픈 클래스 등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젠테라피 네츄럴 힐링센터.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수강생 11명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강사인 천시아 씨가 작은 사발인 ‘싱잉볼’을 두드리자 강의실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이어 ‘오션 드럼’을 흔들자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소리로 샤워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떨쳐내는 ‘사운드 배스(bath)’ 수업이다. 천 씨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완과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간편하고 쉬운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모 씨(36)는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해 생각을 덜어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요가·명상 분야에서도 사운드 힐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명상 인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소리로 간편하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속에서 진동을 경험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운드 힐링 프로그램 ‘페터 헤스’를 소개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크기가 작은 악기를 들고 다니며 나 홀로 힐링을 하기도 한다. 사운드 세러피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 종로구 크리스탈환타지에서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를 이용해 세러피를 진행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귀에 꽂는 이어 캔들과 튜닝포크를 이용한 ‘더 사운드 배스’를 받을 수 있다. 윤예진 러쉬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싱잉볼 음악을 배경으로 지압 없이 소리와 진동만으로 세러피를 진행한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왜 소리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리는 인간 감정의 고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안한 소리에 대한 재발견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명상 강사인 김현경 씨(35)는 “나에게 맞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여러 악기와 분야를 체험한 뒤 내게 맞는 주파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김민 kimmin@donga.com·이설 기자}

    •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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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명상 효과…‘사운드 힐링’이 뜬다

    ‘딩 딩 댕 딩 댕….’ 8일 서울 강남구 디지바이브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묘한 소리가 심장을 울렸다. 양반다리로 앉은 남녀 다섯이 솥뚜껑처럼 생긴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터치감이 중요합니다. 구석구석 두드리며 소리를 느껴보세요.” 디지바이브 대표이자 핸드팬 연주자인 조현 씨(34)가 말했다. 이날 수업은 ‘사운드 힐링(Sound Healing)’. 스위스에서 2000년에 처음 만들어진 뒤 유럽 인도를 거쳐 2014년 국내에 도입된 ‘핸드팬’을 가르친다. 조 씨는 “지난해 봄부터 부쩍 수강 문의가 늘었다.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고 했다. 수강생인 김민정 씨(38)는 핸드팬의 매력을 “공명하는 음색이 몽환적이면서 편안하다. 손으로 두드리는 타악기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 설명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사운드 힐링’이 주목받고 있다. 소리를 이용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다스리는 프로그램을 뜻한다. ‘힐링 악기’를 비롯해 요가·명상과 결합한 프로그램, 사운드 테라피(스파)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한동안 유행했던 ‘컬러 힐링’이 ‘사운드’에 자리를 내주는 모양새다. 특히 힐링 악기는 ‘힙’한 이미지로 젊은층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핸드팬을 시작으로 디저리두, 칼림바, 싱잉볼, 인디안 플룻 등 다양한 악기로 관심이 옮겨 붙었다. 지난해 말에는 처음으로 국내 핸드팬 제작업체도 문을 열었다. 서울 마포구 나모리 젬베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디저리두 오픈 클래스 등 관련 강좌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젠테라피 네츄럴 힐링센터. 명상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이곳에 수강생 11명이 눈을 감고 바닥에 누웠다. 강사인 천시아 씨가 작은 사발인 ‘싱잉볼’을 두드리자 강의실 전체가 진동으로 울렸다. 이어 ‘오션 드럼’을 흔들자 파도가 철썩이는 소리가 났다. 소리로 샤워를 하면서 묵은 감정을 떨쳐내는 ‘사운드 배스(bath)’ 수업이다. 천 씨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완과 명상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간편하고 쉬운 힐링을 원하는 이들이 프로그램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수업에 참여한 한모 씨(36)는 “평소 불면증으로 고생해 생각을 덜어내려고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요가·명상 분야에서도 사운드 힐링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최근 명상 인구가 늘면서 업계에서는 소리로 간편하게 명상에 입문할 수 있는 사운드 힐링에 눈을 돌리고 있다. 물 속에서 진동을 경험하는 독일의 대표적인 사운드힐링 프로그램 ‘페터 헤스’를 소개하는 기관도 등장했다. 크기가 작은 악기를 들고 다니며 나홀로 힐링을 즐기기도 한다. ‘사운드 테라피’(스파)도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 서울 종로구 크리스탈환타지에서는 소리굽쇠인 튜닝포크를 이용해 테라피를 진행한다. 러쉬 스파에서는 귀에 꽂는 이어 캔들과 튜닝포크를 이용한 ‘더 사운드 배스’를 받을 수 있다. 윤예진 러쉬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싱잉볼 음악을 배경으로 지압 없이 소리와 진동만으로 테라피를 진행한다.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리는 고객에게 인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왜 소리일까.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소리는 인간 감정의 고양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며 “치유와 내면의 평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안한 소리에 대한 재발견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중론도 나온다. 명상 강사인 김현경(35) 씨는 “나에게 맞는 소리가 따로 있다”며 “여러 악기와 분야를 체험한 뒤 내게 맞는 주파수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시간 비용 거리의 압박으로 ‘사운드 힐링’을 진행하는 외부기관을 찾기 힘들다면? 책과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활용하면 된다. 이론만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1일 클래스로 실전을 병행할 수 있다. △책=전반적 개념을 잡기에 적당하다. 사운드 힐링을 다룬 책으로는 ‘사운드 힐링 파워’(젠북) ‘싱잉볼 명상’(젠북) ‘마이 네이처 사운드 테라피’(내소리연구회) 등이 있다. ‘사운드…’는 사운드힐링 개념을 서양에 처음 도입한 암전문의인 저자가 싱잉볼을 이용한 다양한 임상 사례를 전한다. ‘싱잉볼…’은 초보자용 실전 가이드북에 가깝다. 싱잉볼의 종류와 관리법, 명상법 등을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동영상=유튜브에서 ‘힐링사운드’ ‘힐링음악’ ‘자연의소리’를 최대 4시간씩 들려주는 동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양한 사물을 활용해 소리를 빚은 ‘DIY사운드’와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도 인기. 소리와 명상법을 알려주는 채널도 다양하다. ‘정민마인드풀TV’는 싱잉볼, 자연의 소리, 무음 등을 배경으로 명상을 안내하는 영상으로 인기가 높다. △애플리케이션=무료 명상 음악 앱이 다수 출시돼 있다. ‘사운드 힐링’ ‘슬리포’ 등이 대표적. 특히 ‘사운드…’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싱잉볼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사랑해 명상’ 앱은 명상 초보들에게 적합하다. 버튼을 누르면 ‘세상은 당신이 원하는 모두를 이루고자 조력하기 시작한다’ 같은 명상 메시지가 뜨면서 5분 간 음악이 흐른다. ‘포레스트 사운드’ 앱은 수준 높은 소리와 이미지를 함께 제공한다. ‘마인드 브리딩’은 호흡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명상 프로그램=1일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관심 있는 악기 이름이나 ‘사운드 힐링’ ‘사운드 테라피’로 검색하면 강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제주도나 강원도 등 휴양지 숲에서 힐링 악기를 연주하는 트래킹 프로그램과 같은 독특한 프로그램이 다수 있다. 이설기자 snow@donga.com김민기자 kimmin@donga.com}

    • 2019-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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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주민이 애정으로 일군 살기 좋은 동네

    살기 좋은 동네의 조건은 뭘까. 땅값, 집값 팍팍 오르는 곳? 일하지 않아도 임대료가 ‘따박따박’ 나오는 건물? 이런 비싼 돈을 주고 사야 하는 동네만 살기 좋은 동네일까. 이 책 속에는 그런 동네가 아닌 주민들의 노력과 협동으로 만든 살기 좋은 동네가 펼쳐진다. 책은 서울 은평구의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야기를 만화로 다뤘다. 2015년 개관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10여 년에 걸친 서명 운동, 예산 확보 등의 주민 활동 끝에 만들어진 도서관이다. 시작은 2002년 동사무소 한편에 꾸린 어린이도서실이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자원 활동가들은 좀 더 넓은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가졌다. 저층 빌라와 주택이 대부분이었던 동네, 학교는 많았지만 문화 시설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쉬움을 느낀 주민들이 서명 운동에 나섰고, 은평구가 낡은 빌라와 주택 8채를 매입했다. 그러나 건립 예산이 없어 도서관 개관은 몇 년간 답보 상태에 있었다. 도서관을 짓고 만들 줄 알았던 주민들은 불광천 무지개다리가 지어지는 걸 본 뒤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을 비롯해 각종 예산 지원을 호소해서 도서관 건립 예산을 마련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도서관은 주민들이 만든 협동조합으로 운영했다. 주민과 공공기관의 합심으로 꼭 필요했던 도서관이 지어졌다. 구옥 빌라를 리모델링해 마을의 추억을 담아, 2016년 서울시 건축상도 받은 동네 명물이 됐다. 소박한 그림체에 줄거리도 간단하지만,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생각을 하면 흐뭇함과 부러움에 미소가 지어진다. 수많은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아이들을 위한 도서관을 만들어낸 주민들을 보면, 살기 좋은 동네란 결국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열망과 노력이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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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탄소년단, 이번엔 시상자로 ‘그래미’ 무대에

    그룹 방탄소년단이 ‘제61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자로 참석한다. 6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이 10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에 시상자로 초청됐다고 밝혔다. 국내 가수가 시상자로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5월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같은 해 10월에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페이버릿 소셜 아티스트’상을 받았다. 그래미 어워즈에는 후보로 오르진 못했지만 시상자로 초청돼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무대를 모두 밟게 됐다. 올해 그래미 어워즈에는 방탄소년단이 5월 발표한 ‘LOVE YOURSELF 轉―Tear’의 앨범을 디자인한 회사 허스키폭스가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 올랐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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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음 잃은 세상 ‘극한 웃음’ 노린 전략 통했다

    영화 ‘극한직업’이 새해 첫 천만 영화에 올랐다. ‘극한직업’은 개봉 15일째인 6일 낮 12시 25분 기준 누적 관객 수 1000만3087명을 넘겼다. 영화는 해체 위기를 맞은 경찰 마약수사반이 잠복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차렸다 전국구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영화는 설 연휴 직전인 1일 이미 관객 500만 명을 넘었다. 연휴가 시작한 뒤에는 하루 평균 1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가파른 속도로 흥행했다. 지난해 8월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어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 흥행 속도는 ‘명량’,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극한직업’의 흥행 요인으로는 심각한 메시지나 억지 감동보다 철저히 웃음을 공략한 것이 꼽힌다.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기획 의도로 “제대로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마약 수사라는 소재도 새롭진 않지만 러닝타임 내내 유머가 이어져 지루하지 않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시나리오를 쓴 배세영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도 돋보인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설 연휴의 ‘대진운’도 흥행에 한몫했다. 경찰 뺑소니전담반을 다룬 ‘뺑반’이 일주일 뒤 개봉했지만 성적이 부진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한 기대작 ‘알리타’도 5일 개봉해 연휴 내내 ‘극한직업’의 독주가 이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 ‘블랙팬서’ 등 대작 대결이 펼쳐졌고 이 가운데 ‘블랙팬서’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7년에는 ‘공조’와 ‘더 킹’이 박스오피스를 양분하며 쌍끌이 흥행을 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친숙한 ‘치킨’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배달의민족’ 광고를 보는 듯 치킨 요리 과정을 클로즈업한 화면, 치킨을 한 입 베어 물 때 ‘와그작’ 소리를 강조한 장면이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에 나왔던 ‘수원왕갈비통닭’이 실제 수원 통닭 골목에 등장하는가 하면, 수원시가 패러디 영상을 제작해 지역 음식 알리기에 나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제작진이 직접 만든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지은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과장은 “어수룩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활약상에 팍팍한 생업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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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극한직업’ 1000만 돌파…철저한 웃음공략·대진운도 흥행에 한 몫

    영화 ‘극한직업’이 새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극한직업’은 개봉 15일째인 6일 낮 12시 25분 기준 누적 관객 수 1000만3087명을 넘겼다. 영화는 해체 위기를 맞은 경찰 마약수사반이 잠복 수사를 위해 치킨집을 차렸다 전국구 맛집으로 소문나며 벌어나는 해프닝을 그린 코미디다. 영화는 설 연휴 직전인 1일 이미 관객 500만을 넘었다. 연휴가 시작한 뒤에는 하루 평균 100만 관객을 불러 모으며 가파른 속도로 흥행했다. 지난해 8월 ‘신과함께-인과연’에 이어 역대 23번째 천만 영화. 흥행 속도는 ‘명량’, ‘신과함께-인과연’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르다. ‘극한직업’의 흥행 요인으로는 심각한 메시지나 억지 감동보다 철저히 웃음을 공략한 것이 꼽힌다. 영화를 연출한 이병헌 감독이 기획 의도로 “제대로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줄거리도 단순하고, 마약 수사라는 소재도 새롭진 않지만 러닝타임 내내 유머가 이어져 지루하지 않다. 영화 ‘완벽한 타인’의 시나리오를 쓴 배세영 작가의 톡톡 튀는 대사도 돋보인다. 강력한 경쟁자가 없었던 설 연휴의 ‘대진운’도 흥행에 한 몫 했다. 경찰 뺑소니전담반을 다룬 ‘뺑반’이 일주일 뒤 개봉했지만 성적이 부진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제작한 기대작 ‘알리타’도 5일 개봉해 연휴 내내 ‘극한직업’의 독주가 이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골든슬럼버’, ‘흥부’, ‘블랙팬서’ 등 대작 대결이 펼쳐졌고 이 가운데 ‘블랙팬서’가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2017년에는 ‘공조’와 ‘더 킹’이 박스오피스를 양분하며 쌍끌이 흥행을 했다. 남녀노소 모두가 친숙한 ‘치킨’이 전면에 등장한 것도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마치 ‘배달의민족’ 광고를 보는 듯 치킨 요리 과정을 클로즈업한 화면, 치킨을 한 입 베어 물 때 ‘와그작’ 소리를 강조한 장면이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에 나왔던 ‘수원왕갈비통닭’이 실제 수원 통닭 골목에 등장하는가 하면, 수원시가 패러디 영상을 제작해 지역 음식 알리기에 나서는 등 반응이 뜨겁다. 제작진이 직접 만든 ‘수원왕갈비통닭’ 레시피가 소셜 미디어에 공유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지은 CJ엔터테인먼트 홍보팀 과장은 “어수룩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등장인물의 활약상에 팍팍한 생업 전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는 관객들이 통쾌함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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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 5미 탐방에 나선 ‘기준 투어’… 성공적으로 마칠까

    명절을 맞아 아내의 대학 동기를 집으로 초대한 권장덕, ‘전주 5미(味)’ 탐방에 나선 원기준,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김창열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평소와 달리 손님 맞을 준비를 하며 집안일에 나선 장덕. 열심히 해보지만, 어째 안 해 본 티가 너무 나는 건 왜일까. 드디어, 도착한 아내의 대학동기들! 즐겁지만 왠지 긴장되는 아내 친구들과의 만남이 공개된다. 원기준은 직접 선택한 ‘전주 5미’를 보여주겠다며 자신만만하다. 첫 번째 맛은 순조롭게 아내의 호평을 얻어낸 기준. 자신감 장착 후 남은 음식 탐방에 나서지만 아내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 과연 ‘기준 투어’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인가. 김창열은 사춘기인 아들 주환과 서로의 생활을 이해해 보겠다며 손을 묶고 함께 하루를 보낸다. 아빠와 함께 한 주환이 각자의 생각을 털어 놓는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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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철이요? 나쁜 놈 아닌 이상한 놈이죠”

    “새로운 걸 만날 때 쾌감이 느껴졌어요. 저에게 이런 역할이 들어왔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했고요.” 경찰 뺑소니 전담반을 소재로 한 영화 ‘뺑반’에서 처음 악역을 맡은 배우 조정석(39)을 2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맡은 ‘정재철’은 F1 레이서 출신 사업가이자 불법 레이싱을 즐기는 통제 불능 ‘스피드광’. 화가 나면 소리 지르고 물건도 부수는 폭력적이고 감정적인 캐릭터다. 조정석은 이런 정재철을 연기하며 의외로 시원함을 느꼈단다. “발산하는 에너지가 많은 친구라 통쾌한 맛이 있었어요. 만화 같은 캐릭터여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하는 재미도 있었고요.” 조정석은 정재철이 단순한 악인이 아닌 ‘이상한 놈’이라고 했다. 정재철은 도로에서 제 것과 같은 차를 발견하자 기분이 나쁘다며 자신의 차를 부숴버린다. 원하는 것 앞에선 물불 가리지 않는 유아적 사고를 가진 인물로 말을 더듬는 것도 특징이다. “시나리오부터 있었던 설정이고, 한준희 감독과 디테일을 논의했어요. 대사 전달에 방해가 가지 않도록 선을 조절했죠.” 정재철이 이사회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하고는 긴장한 듯 한쪽 눈만 깜빡이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정석은 우연히 나온 장면을 감독이 포착한 것이라며 한 감독을 ‘예술적 변태’라 했다. “생소한 감정을 잘 끄집어내 즐거웠어요. 한쪽 눈을 감아 다시 찍을 줄 알았는데, ‘그게 좋다’고 하는 거예요. 이런 거친 느낌이 좋았습니다.” 극 중 운전의 90%는 직접 했다. 운전과 연기를 동시에 하는 고난도 액션이었는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위험한 순간도 있었다고 한다. “정재철이 질주하다 광분해 스스로 얼굴을 치거든요. 너무 세게 때려 정신을 살짝 잃는 바람에 앞차를 들이받을 뻔했어요. 눈을 뜨자마자 핸들을 꺾었는데 바로 오케이가 났죠.” 조정석은 지난해 10월 가수 거미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신혼생활을 묻자 “마음가짐과 생활 패턴이 안정적으로 바뀌었다”며 웃었다. “밥 먹는 것도 그렇고 하루 일과가 규칙적으로 진행되는 느낌”이라고 하기에 어떤 요리를 잘해 먹느냐고 묻자 배시시 웃더니 “이런 이야기는 안 써주셨으면 좋겠다”며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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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역량평가 ‘재시험’…잡음 예상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신임 관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역량평가를 두 차례 시행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종 후보에 올랐던 1명이 첫 번째 평가를 통과했는데도 또 한번 치른 건 특정 후보 선임을 위한 고육지책이 아니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전 관장의 임기가 끝난 뒤 50여 일 동안 공석이던 국현 관장은 1월 31일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69)가 내정됐다. 하지만 같은 날 관장 선임을 위한 역량 평가가 지난해 12월 26일과 올해 1월 중순에 2번 실시된 사실이 밝혀졌다. 문체부와 미술계에 따르면 1월 평가는 첫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두 후보에 대한 역량평가였다. 두 후보는 2번째 평가에서 기준 점수(5점 만점에 2.5점) 이상을 받아 통과했다. 미술계는 국현 관장 후보의 재 역량평가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당혹해하고 있다. 2015년 공모 때 재평가 없이 ‘적격자 없음’으로 결론 내고 재공모를 실시한 적은 있으나, 역량평가 기준을 못 채운 후보들에게 또 한번 기회를 주진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해 인사혁신처에 최종 후보의 역량 평가를 면제해달라고 요청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한 차례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미술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특정 후보를 밀어준다는 지적이 커지자 결국 문체부는 역량 평가를 시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며 “원하는 인물을 앉히고픈 심정은 이해하지만 과정부터 이렇게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규정 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고위공무원단 인사 규정에도 후보자가 역량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재평가 횟수의 제한이 없고, 개방형·별정직 공무원도 1회에 한해 재평가를 받을 수 있다.}

    • 201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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