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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5촌 조카들 사이에서 6년 전 벌어진 살인 사건 수사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살해당한 박용철 씨(사망 당시 49세)가 박 전 대통령 남매의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에 깊숙하게 개입했던 인물이어서, 살인에 숨겨진 배후가 있을 거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수사기록 공개가 박 전 대통령 일가 수사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 법원, “수사기록 공개하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박 전 대통령의 5촌 조카 박용철 씨 유족이 검찰을 상대로 “비공개 사건기록 복사를 허용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유족 측에 승소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박용철 씨는 2011년 9월 6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한산국립공원 등산로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칼로 복부를 여러 군데 찔리고, 머리도 망치에 맞아 함몰된 채였다. 혈액에서는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됐다. 박 씨가 사망한 곳에서 3km가량 떨어진 등산로에서는 박 씨의 사촌형 박용수 씨(당시 51세)가 단풍나무에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의 지인들은 경찰에서 “박용수 씨가 금전 문제로 박용철 씨에게 평소 감정이 좋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를 근거로 박용수 씨가 박용철 씨에게 약을 탄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북한산으로 끌고 가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지었다. 검찰도 경찰의 의견대로 박용수 씨에 대해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박용철 씨 유족은 이후 “박용철 씨의 사망 이전 한 달간 통화기록과 통화 상대방의 신상정보 등 비공개 수사기록을 등사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기밀이 누설될 수 있다”며 허용하지 않았다. 법원은 “유족이 요청한 정보는 기밀로 볼 수 없다”며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육영재단 분쟁, 수사대상 될까 캐나다 국적인 박용철 씨는 몸무게가 100kg이 넘는 거구로 한때 박 전 대통령의 경호원으로 활동했다고 한다. 2007년 11월 박용철 씨는 폭력조직을 동원해 박 전 대통령의 동생 박근령 씨(63) 측을 육영재단에서 쫓아낸 이른바 ‘육영재단 폭력사건’에 앞장섰다. 그는 사건 이후 2008년 5월부터 9개월간 육영재단 산하 어린이회관의 관장으로 일했다. 박용철 씨의 죽음을 놓고 의혹이 무성한 이유는 그가 숨진 시점이 박근령 씨의 남편 신동욱 씨(49)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신 씨는 2007∼2009년 인터넷에 “박지만 씨가 육영재단을 강탈했고, 박용철 씨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박용철 씨는 생전에 “박지만 EG 회장의 비서실장과 통화한 녹음파일이 있다”며 육영재단 사태 배후가 박 회장임을 암시하는 발언을 했다. 법정에서도 이에 대해 증언할 예정이었다. 박용철 씨의 증언을 듣지 못한 채 진행된 재판에서 신 씨는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고 2013년 2월까지 복역했다. 비공개 수사기록에서 새로운 단서가 나오면 이는 국정 농단 사건 재수사의 발단이 될 수 있다. 올해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재산 문제를 조사하면서 이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검토한 바 있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이 육영재단 이사장이던 1982∼1990년 최 씨 일가가 재단 자금을 빼돌려 막대한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의심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수사기간 연장이 불발돼 관련 기록을 검찰로 넘겼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동혁·김민 기자}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신현수 변호사(59·사법연수원 16기·사진)가 유력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기조실장은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 등을 관장해 1, 2, 3차장과 함께 국정원 내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신 변호사는 제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 대검찰청 정보통신과장, 서울고등검찰청 검사 등을 거쳐 2005년부터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사정비서관을 지냈고, 이번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했다. 기조실장은 방대한 규모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관장하는 만큼 신 변호사는 서훈 국정원장과 함께 국정원 개혁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정당국에 따르면 댓글 사건 등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 사건 재조사를 위한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다음 주 중 현직 검사 3명을 파견받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TF는 조남관 국정원 감찰실장(52·24기) 주도로 꾸려진다. 파견 검사 중에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 출신인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 부부장검사(45·31기)가 포함돼 주목된다. 이정수 법무부 형사사법공통시스템운영단장(48·26기)과 김락현 서울중앙지검 검사(42·33기)도 적폐청산 TF에 합류한다. 이 단장과 김 검사는 김재훈 국정원장 법률보좌관(48·23기) 등 박근혜 정부 시절부터 근무해온 기존 파견 검사의 후임이다. 적폐청산TF의 재조사 대상은 △2012년 대선 댓글 사건 △서해 북방한계선(NLL) 관련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보수단체 지원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조작 의혹 △박원순 서울시장 사찰 의혹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 비호 의혹 등이다. 댓글 사건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밝혀냈던 김 부부장이 파견 검사로 낙점된 것은 이번 재조사가 향후 고강도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16일 오전 11시 기자회견을 자청해 사퇴 의사가 없다고 강조했다. 도장 위조 혼인신고 전력이 드러나면서 자진사퇴 여론에 직면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총체적인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이 끝나고 사퇴 여론이 더 거세지자 오후 8시 40분경 “문재인 정부의 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안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1975년 12월 사귀던 여성 김모 씨의 도장을 위조해 허위 혼인신고를 했다가 법원에서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데 대해 “당시 저만의 이기심에 눈이 멀어 사랑했던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며 “70년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큰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 후보자는 “당시 형사 문제가 되지 않았다. 만약 형사 문제로 제재를 받았다면 당연히 법무부 장관 자격 요건에 흠이라고 생각한다”며 사퇴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안 후보자는 결혼 횟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술을 파르르 떨며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문제인데 제가 결혼을 몇 번 했는지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니겠느냐”며 답변을 거부했다. 결혼 문제에 질문이 집중되자 안 후보자의 표정은 굳어졌다.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 내내 수차례 ‘반성’과 ‘사과’를 언급하면서도 “제가 이혼을 하고 그런 거 자체가 국정 수행에 결정적 장애가 될 정도의 도덕적인 흠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혼인무효 판결문 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그게 어떻게 언론에 유출됐는지 그 절차에 대해 국민은 의문을 가지고 있다”며 불쾌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안 후보자와의 혼인무효 판결을 받은 김 씨의 가족 A 씨는 “안 후보자와 김 씨는 부모님 간 친분으로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내다 안 후보자가 김 씨를 짝사랑했다”며 “김 씨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경황이 없는 사이 안 후보자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당시에도 몰래 한 혼인신고는 형사처벌이 가능했지만 김 씨의 아버지가 조용히 사건이 처리되길 원해 덮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 후보자 주변에는 두 사람이 진지하게 사귀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전주영 aimhigh@donga.com·김준일 기자·이동재 채널A 기자}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의 주치의였던 이병석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장(61)의 인사 청탁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다. 또 박 전 대통령이 정부가 추진하는 한류 관련 사업에서 특정 연예인을 부각시키도록 구체적으로 지시한 정황도 드러났다. 15일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의 지난해 7월 3일자 업무수첩에는 ‘연세 세브란스 병원’, ‘병원장 지명’, ‘연대 총장의 지명’, ‘이병석’, ‘교육부 장관’ 등의 단어가 적혀 있다. 이 수첩은 특수본이 최근 안 전 수석의 전직 보좌관으로부터 새로 확보한 7권의 수첩 중 하나다. 당시 연세대 의과대학장이었던 이 병원장은 수첩 날짜로부터 16일 뒤인 7월 19일 세브란스병원장이 됐다. 특수본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전 수석을 통해 이 병원장을 세브란스병원장보다 더 윗자리인 연세의료원장에 앉히려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전 수석을 통해 교육부 장관에게 연세대 측에 청탁을 넣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안 전 수석은 당시 교육부 장관이던 이준식 부총리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총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안 전 수석이 ‘연세의료원장 인사에 힘을 써 달라’는 취지로 전화를 걸어왔다”며 “하지만 ‘사립병원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부탁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박 전 대통령이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8·구속 기소)이 기획한 한류체험단지 ‘케이스타일허브(K-style hub)’ 사업에서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주인공 송중기 씨가 부각되도록 지시한 정황이 포함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대통령수석비서관회의에서도 “‘태양의 후예’가 창조경제의 모범사례”라고 말했고 같은 해 4월 케이스타일허브에서 송 씨와 함께 약과 만들기 체험을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법무부에는 검찰 역할 외에도 다른 업무가 많습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69·서울대 명예교수·사진)는 12일 현직 검사가 법무부의 주요 보직을 대부분 장악하고 있는 현 상황을 지적하며 법무부의 ‘탈(脫)검사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안 후보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무부는 전통적으로 검사들의 역할이 대단히 컸지만 일부 업무는 굳이 검사가 담당하지 않아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법무부가 협조할 뜻임도 분명히 했다. 한편 안 후보자가 3년 전 쓴 언론기고문에서 음주운전 사실 등을 고백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14년 7월 25일 한 지역 언론에 게재된 ‘안경환의 법과 문화: 인사청문회의 허와 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는 “내가 정식 인사청문회를 거쳤더라면 어땠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라며 “‘다운계약서’를 통해 부동산 취득세를 덜 냈을 것”이라고 적었다. 논문과 관련해 “자기 표절? 알 수 없는 일이다.…논지를 확장시키기 위해, 또는 형식도, 매체도, 독자도 다른 경우에는 오히려 권장되던 행위였다”라고 주장했다. 음주운전도 “운 좋게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여러 차례 있었다”고 기술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법무부 장관에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69·전 국가인권위원장)가 지명되면서 공석인 검찰총장 후보자 인선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안 장관 후보자와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2)이 검찰 개혁 필요성을 주장해온 진보적 성향의 학자인 점을 감안하면, 검찰총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향의 인물이 낙점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연수원장 출신인 소병철 농협대 석좌교수(59·사법연수원 15기)는 검찰총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다. 소 교수는 법무부, 대검찰청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친 기획통으로 성품이 온화해서 따르는 후배들이 많다. 2013년 12월 검찰을 떠난 뒤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후학 양성에 힘써온 점도 강점이다. 전남 순천 출신인 소 교수가 검찰총장이 되면 노무현 정부 때인 김종빈 전 검찰총장(2005년 4∼10월) 이후 12년 만의 호남 출신 검찰총장이다. 특별수사통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7·17기)도 유력한 검찰총장 후보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60)이 순결하고 깨끗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눈사람’에 비유했던 검사 중 한 명이다. 후배들의 신망이 높아 검찰 내부를 추스르는 데 적임자라는 평가다. 이 밖에 검찰 출신 변호사 중에는 부산지검장 출신인 정인창 변호사(53·18기)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법무부 장관과 민정수석이 모두 비검찰 출신으로 채워진 만큼, 검찰총장은 현직에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직으로는 호남 출신인 김희관 법무연수원장(54·17기)과 문무일 부산고검장(56·18기)이 우선 거론된다. 지역색이 옅은 강원 출신인 오세인 광주고검장(52·18기)도 다크호스다. 검찰과 달리 경찰청장은 교체가 이뤄질지 자체가 불분명하다. 경찰청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임기는 2년이다. 현직 이철성 청장(59)은 지난해 8월 취임해 임기가 아직 1년여 남아 있다. 하지만 여야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다른 ‘5대 권력기관장(검찰총장 경찰청장 감사원장 국세청장 국가정보원장)’과 마찬가지로 교체가 이뤄지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새로운 청장이 임명될 경우, 경찰공무원법에 따라 현직 치안정감 중 한 명이 승진하게 된다. 경찰 안팎에서는 검찰총장이 어느 지역 출신이 되느냐에 따라 차기 청장 인선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치안정감은 김귀찬 경찰청 차장,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 김양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 허영범 부산지방경찰청장, 박경민 인천지방경찰청장, 서범수 경찰대학장으로 6명이다.김준일 jikim@donga.com·권기범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우병우 사단’이라며 공개한 명단에 포함됐던 검사들이 줄줄이 수난을 겪고 있다. 당시 박 의원은 명단을 공개하면서 “검찰에 우병우 사단이 포진해 있고, 이 사단을 걷어내기 전에는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밝힌 명단은 출처와 기준이 불분명한 데다 일부 검사는 실제로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과 별로 가깝지 않은 사이여서 논란이 됐다. 명단에 포함됐던 한 검찰 간부는 “우 전 수석과 대학 동기이긴 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후 따로 밥 한 번 먹은 적 없는 사이다. 공직자 신분만 아니면 명예훼손 소송이라도 내고 싶다”며 사석에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명단은 진위 논란과는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살생부’가 되는 분위기다. 명단에 포함됐던 현직 검찰 간부 12명 가운데 8일 현재 명단 공개 당시와 같은 자리에 남아 있는 사람은 2명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있을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우병우 사단’ 솎아내기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명단에 포함됐던 이들 가운데 가장 먼저 검찰을 떠난 사람은 최고위직인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다. 김 전 총장은 청와대가 민정수석비서관에 조국 서울대 교수를 기용하고 검찰개혁을 공언한 직후 사의를 표명했다. 김주현 전 대검 차장검사는 ‘돈 봉투 만찬’ 사건이 터지자 지휘, 감독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함께 명단에 포함됐던 ‘돈 봉투 만찬’ 사건 당사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도 감찰 조사를 거쳐 면직이라는 중징계가 청구된 상태다. 8일 인사에서 좌천 대상에 포함된 윤갑근 대구고검장과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도 모두 박 의원 명단에 포함됐던 이들이다. 이들은 이날 나란히 사의를 표명했다. 함께 좌천을 당한 유상범 창원지검장과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 역시 지난해 박 의원의 명단에 들어 있던 이들이다. 이 밖에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좌천성 인사는 아니지만, 이날 인사 명단에 포함돼 대구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돈 봉투 만찬’으로 물의를 빚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부산고검 차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대구고검 차장)에 대해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7일 중징계인 면직 결정을 내렸다. 면직은 검사에 대한 최고 수위 징계인 해임의 바로 아래 단계다. 면직 처분으로 퇴직하면, 퇴직일로부터 2년간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없다. 이 전 지검장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도 받게 됐다. 검찰 내부에선 “현행 징계 규정으로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라며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 ‘빅2’는 면직, 나머지 참석자는 경고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감찰반)은 이날 “검찰총장 직무대행인 봉욱 대검 차장(52·19기)이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해 각각 ‘면직’ 의견으로 법무부에 징계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인 이금로 차관(52·20기)은 대검에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는 외부 인사 9명과 내부 인사 1명으로 구성된 감찰위원회가 이날 오전 열린 회의에서 감찰 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린 권고 결정에 따른 조치다. 감찰반에 따르면 4월 21일 ‘돈 봉투 만찬’은 이 전 지검장이 전날인 20일 오전 안 전 국장에게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간부들과 저녁식사를 할 건데, 시간이 되는 검찰국 과장들은 함께하자”고 제안해 이뤄졌다. 이 전 지검장은 특수본 간부 6명, 안 전 국장은 검찰국 과장 2명을 데리고 만찬에 참석했다. 술을 곁들인 식사 자리에서 안 전 국장은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52·21기) 등 특수본 간부 6명에게 각각 70만∼100만 원씩을, 이 전 지검장은 이선욱 검찰과장(47·27기) 등 2명에게 각각 100만 원씩을 격려금으로 줬다. 안 전 국장과 이 전 지검장이 나눠준 돈은 모두 특수활동비로 확인됐다. 법무부 과장 2명은 그날 저녁 자리가 끝난 뒤 특수본 간부에게 격려금을 돌려줬다. 식사비용은 1인당 9만5000원이었으며 이 전 지검장이 회식비 전액을 본인의 업무추진비로 결제했다. 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간부들에게 돈을 건넨 행위가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상급 공직자 등이 위로·격려·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급 공직자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은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 사무를 감독하는 법무부 간부 사이는 이런 상하관계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반면 안 전 국장이 특수본 간부들에게 준 돈은 청탁금지법상 처벌 예외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수활동비로 격려금을 준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판단도 갈렸다. 이 전 지검장이 수사 업무를 하지 않는 법무부 과장들에게 준 돈은 예산집행지침을 어긴 것이라고 봤다. 반면 안 전 국장이 특수본 간부들에게 준 돈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그러나 감찰반은 안 전 국장에 대해 “특수본이 본인 관련 사건(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휴대전화 통화)을 종결한 지 나흘 만에 부적절한 처신을 해, 검찰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했다”며 면직을 청구했다. 감찰반은 안 전 국장이 우 전 수석과 지난해 7∼10월 160여 차례 휴대전화 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경위를 확인한 결과 불법행위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감찰반은 뇌물과 횡령 등 법 위반 여부도 검토했지만 사익 추구 등 고의성이나 대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제외한 나머지 참석자 8명 전원은 “상급자의 제의에 의해 만찬에 참석했다”며 경징계인 경고 조치를 내렸다. ○ 검찰 내부 “예상 뛰어넘는 중징계” 검찰의 이른바 ‘빅2(서울중앙지검장, 검찰국장)’였던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이 동시에 면직 처분을 받자 검찰은 “예상했던 것보다 징계가 가혹하다”며 술렁였다. 한 부장검사는 “정직이나 감봉 정도가 될 걸로 생각했었다”며 “앞으로는 검찰 내부 술자리도 조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는 “부적절한 만찬인 건 맞지만 이 전 지검장이 후배 검사의 수사까지 받게 된 일은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감찰 결과에 대해 “법무부의 감찰규정과 법리에 따른 자체 판단이며,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조만간 이 전 지검장을 한 차례 정도 소환 조사한 뒤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국장도 한 시민단체가 지난달 뇌물수수 등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여서 향후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안 전 국장 사건은 당초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부장 이진동)에 배당돼 있었지만 이날 외사부(부장 강지식)에 재배당됐다. 조사1부가 만찬 참석자인 노승권 1차장의 지휘를 받는 부서인 점을 감안해 이정회 2차장 산하의 외사부로 사건을 옮긴 것이다. 법무부와 대검은 감찰반의 권고에 따라 특수활동비 사용 체계 개선 방안을 만들 태스크포스(TF)를 꾸린 뒤 특수활동비가 원래 목적 외에 쓰이지 않도록 구체적인 사용 지침 등을 만들 방침이다. 전주영 aimhigh@donga.com·허동준·김준일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차명 휴대전화 번호 등 특급 제보를 해 ‘복덩이’라는 별명을 얻은 장시호 씨(38·사진)가 1심 구속기한 만료로 석방된다. 국정 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나는 사람은 장 씨가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장 씨는 8일 0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다. 장 씨는 이모 최 씨와 공모해 삼성에 한국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18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지난해 12월 8일 구속 기소됐다. 장 씨는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 특검과 검찰은 그간 국정 농단 사건 관련자들의 1심 구속기간(6개월) 만료가 다가오면 추가 기소를 하는 방식으로 석방을 막았다. 법조계는 특검이 장 씨를 추가 기소하지 않은 것을 적극적인 수사 협조에 대한 보상으로 보고 있다. 특검에서 장 씨는 종종 수사관이나 변호인이 동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자술서를 썼다. 최 씨의 사업을 도우며 보고 들은 일을 기억나는 데까지 적어내 수사에 도움을 준 것이다. 장 씨는 최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통화하며 사용한 차명 휴대전화 번호는 물론이고 최 씨가 늘 들고 다니던 일명 ‘시크릿 백’(비밀 가방) 속에 들어 있던 인사자료 정보까지 모두 특검에 넘겼다. 수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장 씨는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꼼꼼하게 챙겨 읽었다고 한다. 한 특검 관계자는 “장 씨는 세평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어서 누리꾼들이 자신을 ‘국민 조카’ ‘특급 도우미’로 부르는 걸 좋아했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것도 그런 성격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 장 씨는 석방 뒤 외부와 접촉을 끊고 자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의 한 측근은 “재판이 아직 끝나지 않아 언론을 피해 조용히 지낼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라 씨(21)의 아들(2)은 60대 보모, 정 씨의 마필 관리사와 함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인천행 국적기 직항 편으로 7일 오후 3시경 귀국한다. 검찰은 정 씨의 독일, 덴마크 현지 도피 행적을 확인하기 위해 60대 보모와 마필 관리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 씨는 3일 오후 변호인 상담을 마치고 최 씨 소유의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 들어간 후 외부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한편 국내 송환이 확정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유섬나 씨(51)도 6일 파리를 출발해 7일 오후 3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대마초 흡연 사실이 드러난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최승현(예명 탑·30·사진) 씨가 기소됐다. 2월 시작된 최 씨의 의무경찰 복무도 중지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최 씨를 5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가수 연습생 한모 씨(22·여)와 지난해 10월 9∼14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대마초를 2차례 피우고, 액체화시킨 대마를 전자담배로 2차례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악대 소속이던 최 씨를 이날 서울경찰청 산하 4기동단으로 발령 냈다. 피고인 신분이 된 최 씨가 더 이상 경찰 홍보 업무를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서다. 최 씨는 이날 오후 5시 50분경 악대 내무반이 있는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4기동단이 있는 양천구로 떠났다. 최 씨는 “죄송합니다”라고만 말했다. 검찰 기소 내용이 담긴 통보서를 경찰이 수령하는 순간 최 씨는 직위 해제돼 집에서 대기하게 된다. 이 기간은 복무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 이상이 확정되면 강제 전역된다. 경찰이 이날 인기 걸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 가인(본명 손가인·30)에게 대마초를 권유했다는 박모 씨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면서 대마초 파문이 연예계 전반으로 번질지 주목된다.권기범 kaki@donga.com·김준일 기자}

정유라 씨(21)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변호인 상담을 위해 한 차례 외출한 것 외에는 어머니 최순실 씨(61) 소유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에서 주말 내내 두문불출했다. 정 씨는 법원에서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인 3일 오전 2시 20분경 서울중앙지검 구치감을 빠져나와 미승빌딩으로 향했다. 미승빌딩은 최 씨 모녀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다. 이 건물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 씨의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법원에 추징보전을 청구해 매매 금지 조치가 취해진 상태다. 집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정 씨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있는 이경재 변호사(68)의 사무실에 가기 위해 3일 오전 11시경 건물을 빠져나왔다. 정 씨는 이 변호사가 보내준 콜택시를 찾으러 5분가량 건물 주변을 빠른 걸음으로 둘러보는 동안, 주변에 몰려든 취재진의 질문에 적극 답변했다. 독일 부동산 구입 비용 출처를 묻자 정 씨는 “강원도 토지로 부킹을 하고(담보를 잡히고) 돈을 빌려서 산 것”이라고 답했다. 또 독일과 덴마크 체류 비용에 대해서는 “어머니가 준 돈을 그냥 써서 잘 모르겠다. (현금이 아니라) 신용카드를 썼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적시했던 이화여대 부정입학과 학사 비리 관여 혐의에 대해서는 “아닌 건 아닌 것이라고 (법정에서) 확실하게 말했다”고 답했다. 또 정 씨는 본인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이화여대, 안 다닐 학교 다니면서 (입학 정원) 자리를 빼앗은 것 같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구치소에 있는 어머니 최 씨를 면회 갈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접견이 안 될 거 같아서 검사님께 여쭤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머니와 연락을 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허락이 된다면 물론 (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 피고인은 증거 인멸 우려가 있을 때 법원의 직권이나 검사의 청구로 접견이 제한될 수 있다. 최 씨는 피의자 신분이던 지난해 말에도 변호인을 제외한 모든 접견을 금지당한 바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최 씨에 대해 접견금지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정 씨는 이 밖에 아버지 정윤회 씨(62)와는 아직 연락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또 덴마크에 남겨 두고 온 아들도 곧 귀국시킬 뜻을 내비쳤다. 이후 정 씨는 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2시간 반가량 검찰 수사 대응책을 논의한 뒤 다시 미승빌딩으로 돌아갔다. 정 씨는 이후 4일까지 건물 밖으로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인 이 건물에서 정 씨는 6층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측은 정 씨가 머물고 있는 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운행을 정지시키고, 계단 출입구도 4층부터 잠가 취재진의 접근을 막았다. 특수본은 정 씨에 대해 보강수사를 거쳐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고심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국정 농단 사건 추가 수사를 지시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인 정 씨 수사를 이대로 마무리 짓기는 어렵다는 게 특수본의 분위기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정유라 씨(21·사진)가 2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319호 법정은 지난해 11월 정 씨의 어머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구속이 결정된 법정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정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비리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 등을 적용했다. 정 씨의 영장심사는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43·사법연수원 32기)가 맡았다. 강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다. 정 씨 측 변론은 최 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68)와 오태희(61) 권영광 변호사(45)가 맡았다. 특수본에서는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장(48)과 고형곤 특수1부 부부장 검사(47) 등 3명이 영장심사에 참석했다. 특수본과 정 씨 측은 정 씨가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에서 어머니 최 씨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는지를 놓고 3시간 30여 분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 씨 측은 “이화여대 입학과 덴마크 도피 등은 모두 어머니 최 씨가 결정하거나 시킨 일”이라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특수본은 “정 씨가 강제 송환을 앞두고 도피 자금과 독일 승마훈련 지원금 관련 자료를 폐기하는 등 증거 인멸을 했다”며 구속의 필요성을 주장했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가 이화여대 부정 입학과 학사비리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정유라 씨(21)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3일 오전 1시 반경 기각됐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강 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판사다. 2일 오후 2시부터 3시간 30여분 동안 진행된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특수본과 정 씨 측은 정 씨가 이화여대 부정입학 등에서 어머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와 공모한 사실이 인정되는지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영장심사는 지난해 최 씨의 구속이 결정됐던 장소인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열렸다. 정 씨 측은 “이화여대 입학과 덴마크 도피 등은 모두 어머니 최 씨가 결정하거나 시킨 일”이라며 자신은 책임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특수본은 “정 씨가 강제 송환을 앞두고 도피 자금 자료 폐기 등 증거인멸을 했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정 씨는 영장심사에서 “국민들에게 상처를 준 데 대해 죄송하다. (영장이 기각돼도) 도망갈 곳도 없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수본은 정 씨를 보강 조사한 뒤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어머니와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하나도 모르지만 일단 저는 좀 억울합니다.” 31일 귀국한 정유라 씨(21)는 어머니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 사건과 자신을 둘러싼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사비리, 삼성의 승마훈련 특혜 지원 의혹 등을 거의 모두 부인했다. 이날 오후 3시 16분 인천국제공항 공항보안구역에서 기자들 앞에 선 그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자신을 적극 변호했다. 그가 입국한 것은 지난해 9월 28일 덴마크로 도피한 지 245일 만이고, 올해 1월 1일 덴마크 현지 경찰에 체포된 지 150일 만이다. 정 씨는 삼성의 승마지원 경위에 대해 “어머니한테 들은 게 있기 때문에…삼성전자 승마단이 6명을 지원하고 저는 그중 1명이라고 해서 그런 줄로 알았다”며 “제가 모든 특혜를 받았다고 하는데 아는 게 별로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화여대 부정입학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내 전공이 뭔지도 잘 모른다. 대학교에 가고 싶어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며 자신이 학사 비리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대학 입학 면접 때 아시아경기 선수단복을 입고 금메달을 가져갔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임신 중이어서 단복이 맞지 않아 입지 않았다. 금메달은 입학사정관이 가져와도 된다고 해서 가져갔다”고 말했다. 정 씨는 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돈도 실력’이라는 글을 올린 데 대해 “그때 제가 다툼이 있어서…하도 ‘돈으로 말을 탄다’는 얘기를 듣고 욱하고 어린 마음에 그랬는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제 자식이 어디 가서 그런 소리를 들으면 정말 속상할 것 같다”며 반성의 뜻을 보였다. 인터뷰를 마친 정 씨는 오후 4시 21분경 검찰 승합차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정 씨는 이경재 변호사와 변호인 접견을 한 뒤 오후 5시 반부터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이원석)에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정 씨에 대해 1일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 씨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뒤 어머니 최 씨가 수감된 서울 남부구치소에 입소했다. 특검은 지난해 12월 정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할 때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최 씨와 분리 수용하기 위해 유치 장소로 남부구치소를 지정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65·구속 기소)이 3월 31일 서울구치소에 구속된 뒤 최 씨가 남부구치소로 이감되면서 모녀가 같은 구치소에 머물게 됐다. 법무부가 파견한 송환팀은 지난달 30일 오후 9시 20분(현지 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에서 대한항공 926편 비행기에 오른 정 씨를 체포하고 수갑을 채웠다. 비행기에 오른 정 씨는 왼편 맨 뒤에서 두 번째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옆에는 검찰 여성 수사관이 앉았다. 앞뒤로는 남성 수사관 2명이 앉아 정 씨를 빙 둘러쌌다. 비행기가 한국을 향해 갈수록 정 씨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정 씨 좌석 뒤쪽 화장실 문에는 ‘사용 불가’(수리 필요)라고 쓰인 붉은색 스티커가 붙었다. 승객이 정 씨에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 동시에 정 씨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였다. 정 씨가 화장실을 이용할 때 수사관은 화장실 앞에서 수갑을 들고 정 씨를 감시했다. 식사 시간과 화장실을 이용할 때만 수갑을 풀어줬다. 정 씨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모니터로 항공 운행 정보를 지켜봤다. 잠시 가요와 팝송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했지만 이내 모니터를 껐다. 이륙 한 시간 뒤 첫 번째 기내식으로 비빔밥을, 착륙 두 시간 전엔 죽을 선택했지만 절반도 먹지 않았다. 같은 비행기를 탄 승객의 시선은 정 씨에게 쏠렸다. 승객 대부분이 탑승 전부터 정 씨의 탑승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 씨를 보러 일부러 근처 화장실을 이용하며 “정유라 어딨나” “저기 있잖아”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엄마 잘못 만나 애를 망쳤다. 쟤도 엄마 잘못 만나 안됐다”고 하는 승객이 있는가 하면 “자업자득”이라며 혀를 끌끌 차는 승객도 있었다. 이륙 뒤 11시간여 만에 인천공항에 도착하자 정 씨는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승객이 내리기 시작하자 정 씨도 일어나려 했지만 남자 수사관이 앉으라고 제지했다. 앞서 30일 낮 12시 30분 덴마크 코펜하겐 공항에 처음 나타난 정 씨는 비교적 건강한 얼굴에 표정도 밝았다. 법무부에서 파견된 정 씨 송환팀은 이곳에서 정 씨와 만났다. 송환팀은 경유지인 암스테르담까지 운항할 KLM항공과의 협의에 착수했다. 기장의 질서유지권이 발동됐고 정 씨는 일반 탑승구가 아닌 별도 통로로 가장 뒷좌석에 승객보다 먼저 탑승했다. 기자들이 정 씨의 사진을 찍으려 하자 네덜란드 승무원은 이를 막았고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순간 카메라를 뺏어서 돌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 방송을 했다.코펜하겐·암스테르담·대한항공 기내=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김준일 기자}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딸 정유라 씨(21)가 귀국 길에 올랐다. 덴마크 올보르 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정 씨는 30일 노르웨이항공을 통해 올보르를 떠났고, 낮 12시 28분(현지 시간) 코펜하겐에 도착했다. 정 씨는 출구 브리지로 나오지 않았고, 비행기 뒷문으로 내린 뒤 바로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던 검은색 승합차를 타고 이동했다. 정 씨는 덴마크 경찰 관계자로 보이는 4명(여자 둘, 남자 둘)과 함께 있었고 표정은 밝은 편이었다. 스마일 무늬가 있는 흰색 티셔츠와 베이지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다. 한국으로 정 씨를 데리고 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검찰 송환팀은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코펜하겐에서는 정 씨와 접선만 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공식 인계할 것으로 보인다. 정 씨는 오후 4시 20분 네덜란드 국적기인 KLM을 타고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31일 오후 3시경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정 씨를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체포해 서울중앙지검으로 호송할 계획이다. 특수본은 최 씨 모녀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보고 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기소)과 최 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구속 기소)은 뇌물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 씨는 자신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비리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받게 된다. 특수본은 정 씨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의 재판에서 증인 이상영 전 한국마사회 부회장(72)은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7)가 ‘대통령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를 아낀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최 씨의 측근이었다.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38·구속 기소)는 다음 달 7일 1심 재판 구속 기간이 만료돼 석방될 것으로 보인다. 구속 기간 만료 전 새로운 혐의로 기소되면 구속기간이 연장되지만 검찰은 장 씨를 추가 기소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선일)는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의 31일 오후 4시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일과 30일 두 차례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구인장 발부로 박 전 대통령의 이 전 경호관 재판 출석이 불가피해졌다.코펜하겐=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김준일·김민 기자}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59·사법연수원 18기·부산고검 차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1·20기·대구고검 차장) 등 검찰 간부들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 감찰이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 관행 전반에 대한 조사로 확대되고 있다.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의 특수활동비 사용 기록을 확보해 분석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이 전 지검장 등이 사건 당일 만찬 자리에서 참석자들에게 나눠준 돈 봉투뿐만 아니라 그간 사용한 특수활동비 전반을 살펴 위법성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합동감찰반 관계자는 “특수활동비 사용체계 점검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안 전 국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수활동비는 수사기관인 검찰에 배정된 예산이어서 행정 부처인 법무부는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안 전 국장 해명처럼 법무부가 특수활동비를 일선 수사팀 격려금 용도로 관행적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예산 불법 전용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다.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이 문제가 된 만찬 외에 또 다른 회식 자리에서 특수활동비를 격려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이 전 지검장은 안 전 국장 등 검찰국 간부들 외에 법무부의 다른 실·국 관계자들과도 비슷한 시기에 수차례 회식을 한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합동감찰반은 이 전 지검장을 27일, 안 전 국장을 28일 조사하는 등 만찬 참석자 10명 전원에 대한 대면 조사도 모두 마무리했다. 합동감찰반은 이날 “18일 감찰에 착수한 이후 만찬 참석자 전원을 포함해 참고인 등 총 20여 명을 대면 조사했다”고 밝혔다. 또 “대면 조사에 앞서 만찬 참석자 전원으로부터 경위서를 제출받았으며 이들의 통화기록과 계좌 명세 등 필요한 자료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해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감찰반은 만찬 장소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B식당을 방문해 신용카드 결제 전표와 현장 사진도 확보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합동감찰반 관계자들이 B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영업 중인 식당을 강제로 조사할 수 없어 식당 주인을 설득하면서 자연스레 사실관계를 파악하려다 보니 식사를 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허동준 기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현대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잇달아 수사하며 기세등등하던 2006년 말. 중수부의 ‘에이스’ 최재경 당시 중수1과장(사법연수원 17기·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후배인 김주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18기·전 대검찰청 차장)과 각자 후배들을 대동하고 회식 자리를 가졌다. 최 과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데리고 있던 후배 검사를 칭찬하며 곧 있을 검찰 정기인사에서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김 과장이 잠시 머뭇하는 사이 곁에 있던 당시 검찰과 수석 검사였던 진경준 검사(21기·전 검사장·구속 수감 중)가 끼어들었다. 진 검사는 “후배 검사는 서울에서 근무한 기간이 너무 길다. 이번에는 지방에 내려가야 한다”고 최 과장의 요청을 단칼에 잘랐다. 유력 정치인, 대기업 총수들의 ‘저승사자’로 불렸던 대검 중수부가 굴욕을 당한 이 사건은 법무부 검찰국이 얼마나 힘이 셌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검찰 인사와 예산을 동시에 주무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상시적으로 소통하는 창구인 검찰국은 법무·검찰 권력의 정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국 불패’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발단은 안태근 전 검찰국장(20기)이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으로 감찰을 받게 된 것이다. 안 전 국장은 18일 사의를 표명했지만 청와대로부터 사표 수리를 거부당했고 같은 날 대구고검 차장으로 좌천됐다. 그 다음 날 김주현 전 대검 차장과 이창재 전 법무부 차관(19기)이 ‘돈 봉투 만찬’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차장은 검찰과장과 검찰국장, 이 전 차관은 검찰과장을 거친 검찰국 ‘성골’이다. 이틀 동안 안 전 국장을 포함해 검찰국 출신 고위 간부 3명이 줄줄이 사표를 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공언한 법무부의 ‘탈(脫)검찰화’가 본격화하면 검찰국의 위상은 더 심하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법무부 주요 실국장과 과장급 보직은 대부분 현직 검사들이 맡아왔다. 검사인 법무부 간부들은 복귀할 친정인 검찰의 인사권을 쥔 검찰국 앞에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법무실을 비롯해 여러 실국이 현직 검사가 아닌 변호사와 행정 관료들로 채워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검찰청법 개정으로 현직 검사의 청와대 파견이 완전히 금지된 것도 검찰국의 위상 약화로 이어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 4년여 동안 검찰에 사표를 내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편법 파견’ 근무를 한 검사는 18명이다. 이 중 12명이 검찰국 출신. 법무부와 청와대의 연결 통로 대부분을 검찰국 출신이 장악했다. 검찰국의 ‘청와대 후광’은 사라지게 됐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에 각각 현직 검사인 이금로 인천지검장(52·사법연수원 20기)과 봉욱 서울동부지검장(52·19기)을 임명한 배경은 ‘돈 봉투 만찬’ 사건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57·23기) 발탁 등 파격 인사에 따른 검찰 조직의 동요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황에서 당초 고검장 승진 대상이던 검사장들에게 대행을 맡겨 검찰 내부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는 인사를 한 것이다. 하지만 향후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강력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를 걸 외부 인사를 기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문 대통령은 또 청와대와 대법원 간 창구 역할을 하는 대통령법무비서관에 진보 성향 ‘소장 판사’ 김형연 인천지법 부장판사(51·29기)를 임명했다. 진보적 법관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간사를 맡고 있는 김 판사는 최근 법원행정처의 연구회 행사 축소 외압을 공론화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장관 검찰총장은 외부 인사 가능성 이 차관과 봉 차장의 임명 직후 검찰 내부에선 “될 만한 사람이 됐다”는 반응이 나왔다. 각각 전임자보다 사법연수원 한 기수 아래인 20기와 19기라서 기수 파괴에 따른 고위 간부 연쇄 사퇴 가능성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지방검찰청의 한 간부는 “고위 간부 기수가 어디까지 내려갈지 가늠이 안 되는 상황이었는데 어느 정도 가이드라인이 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고삐를 늦춘 것은 아니라는 데 많은 검사들의 시각은 일치한다. 법무부와 검찰의 수장인 장관과 총장에 외부 인사를 앉히기 위한 사전 포석으로 차관과 차장을 내부에서 승진시켰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고요한 태풍의 눈 한가운데 와 있다”며 불안해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 인사가, 검찰총장에 외부의 검찰 출신 인사가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 후보로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을 지낸 백승헌 변호사(54·15기)와 전해철(55·19기)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54·23기)이 거론되고 있다. 비법조인으로는 박영선 민주당 의원(57)이 물망에 올랐다. 검찰총장 후보군에는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59·15기)과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57·17기)이 포함됐다. 이날 이 차관 임명 직후 법조계에서는 이 차관이 인천지검장이던 올 3월 대기업 계열사 사장과 골프를 치며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차관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업무 연관성이 없는 자리였고 비용도 ‘n분의 1’로 나눠 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회원가를 적용받았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소장 판사’ 법무비서관…‘대법원 물갈이’ 예상 문 대통령의 김 법무비서관 임명은 ‘대법원 물갈이’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법원 내에 파다하다. 김 비서관은 그동안 대법원 법원행정처 중심의 인사, 예산, 사법 정책을 비판해 왔다. 김 비서관은 법원행정처가 법원 내 권력기관이 아닌 재판 업무를 돕는 보조적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김 비서관 발탁이 문 대통령 임기 중 바뀔 양승태 대법원장(69·2기)과 대법관 12명의 후임에 비법원행정처 출신 진보 성향 법관의 대거 임명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차기 대법원장 후보로는 노무현 정부에서 대법관을 지낸 전수안(64·8기) 박시환 전 대법관(64·12기)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전 전 대법관이 임명될 경우 헌정 사상 첫 여성 대법원장이 된다. 문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인 박 전 대법관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노 전 대통령의 변론을 맡았다.김준일 jikim@donga.com·배석준·허동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을 검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검찰의 이른바 ‘빅2’(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에 앉혀 검찰 개혁에 얼마나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윤 지검장은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감찰 대상이 된 전임 서울중앙지검장인 이영렬 부산고검 차장(59·18기)보다 5기수 후배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파동’으로 좌천됐던 윤 지검장이 중용되면서, 향후 검찰 후속 인사가 이른바 ‘우병우 사단’ 등 ‘박근혜 정부 사람’ 솎아내기에 맞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검찰 안팎에 파다하다. 윤석열 지검장은 국정 농단 사건 재수사와 박근혜 전 대통령 공소 유지에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 파격 인사에 “새로운 줄 세우기” 우려 윤 지검장 임명에 대한 검찰 내부의 반응은 엇갈린다. 서울중앙지검 A 검사는 “원칙과 소신을 지키다 좌천된 윤 지검장의 복권은 검찰을 바로 세우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반겼다. 재경 지검 B 부장검사는 “국정 농단 사건과 박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검찰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며 “후속 인사까지 빨리 끝내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 검찰청 C 차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장의 직급을 고검장에서 검사장으로 낮추면서까지 윤 지검장을 앉힌 것은 또 다른 줄 세우기를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D 검사는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윤 지검장 인사를 직접 발표한 것은, 검찰을 직접 손보겠다는 뜻이냐”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청와대가 검찰청법을 어기고 검사 인사를 직접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사 보직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대통령에게 제청하게 돼 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모두 공석인 상태에서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뤄졌느냐는 것이다. 법무부는 “인사는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 11년 만에 호남 출신 검찰국장 ‘돈봉투 만찬’으로 감찰을 받고 있는 안태근 대구고검 차장(51·20기)의 후임에 임명된 박균택 대검 형사부장(51·21기)은 광주 출신이다. 호남 출신이 검찰 인사와 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이 된 건 2006년 노무현 정부의 문성우 검찰국장(61·11기) 이후 11년 만이다. 박 신임 검찰국장은 법무부 검찰과 출신으로 평검사 시절부터 연수원 동기 중 선두 그룹에 속해 있다. 윤 지검장의 인사가 파격이라면 박 국장의 인사는 새 정부 출범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박 국장이 그동안 실력에 비해 중요 보직을 맡지 못했다는 평가가 검찰 내부에 많았다. 이번 인사에 ‘호남 안배’가 작용됐다는 분석도 있다. ○ 검찰 고위 간부 ‘줄사표’ 법무부 장관 직무를 대행해온 이창재 차관(52·19기)이 이날 사의를 밝힌 데 이어 윤 지검장의 인사가 발표되자 검사장급 이상 고위 간부들은 크게 동요하는 분위기다. 공석인 검찰총장 대행 김주현 대검 차장(56·18기)도 이날 오후 6시 반경 사의를 밝혔다. 19일까지 문재인 정부 출범 10일 동안 퇴임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58·16기)을 포함해 이 차관과 김 대검 차장 그리고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좌천된 이 부산고검 차장(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 대전고검 차장(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 고위직 검사 5명이 줄줄이 옷을 벗거나 사의를 표명했다. 한 검사장은 “초임 검사장인 윤 지검장에게 서울중앙지검장을 맡긴 것은, 기존 검찰 수뇌부는 다 나가라는 사인을 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장은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살았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적폐’로 몰려 등 떠밀려 나가게 돼 착잡하다”고 말했다. 재경 지검의 한 차장검사는 “검찰을 떠나려는 검사장이 워낙 많아 그만두고 싶은 차장, 부장검사들은 올해 사표를 못 낼 지경”이라고 말했다. ‘돈봉투 만찬’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이 진행되고 있는 법무부와 서울중앙지검은 더 어수선하다. 일각에서는 만찬 참석자 전원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징계를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법무부 간부들은 타 기관인 검찰로부터 법에 정해진 금액 이상의 식사 접대를 받았기 때문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고, 서울중앙지검 참석자들도 타 기관인 법무부에서 돈을 받은 것이라 법 위반이라는 논리다. 법무부-대검 합동 감찰반은 만찬 참석자들에게서 경위서를 제출받아 검토한 뒤 조만간 소환 조사를 할 방침이다.○ 윤석열, 우병우·육영재단 수사 벌일 듯 윤 지검장은 일단 박영수 특검팀과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국정 농단 사건 수사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강해 사건을 마무리하고, 박 전 대통령 등 국정 농단 사건 피고인들의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19기) 사건의 경우 앞선 수사에서 우 전 수석이 김 전 총장을 비롯한 검찰 수뇌부와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재수사가 시작되면 청와대와 검찰 수뇌부의 유착 의혹이 파헤쳐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는 윤 지검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경제적 유착 고리를 밝혀내기 위해 박 전 대통령이 과거 이사장을 지낸 육영재단을 수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재수사 방침을 밝힌 ‘정윤회 문건’ 사건도 검찰 고발이 있을 경우 윤 지검장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윤 지검장이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49·25기)과 호흡을 맞춰 강한 사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사람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당시 상부 반대를 무릅쓰고 수사를 확대하다 이른바 ‘항명 파동’으로 함께 징계를 받았다. 박 비서관의 청와대 입성이 윤 지검장의 추천과 권유로 이뤄졌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윤석열 중앙지검장은▼댓글사건 수사때 항명-좌천… 특검팀 검사로 화려한 부활윤석열 신임 서울중앙지검장(57·사법연수원 23기)은 치밀한 수사력과 타고난 배짱으로 오랜 기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근무한 특별수사통이다. 충암고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79학번인 윤 지검장은 김수남 전 검찰총장(58·16기)과 대학 동기다. 대학 4학년 때 사법시험 1차에 합격했으나 2차 시험에서 떨어진 뒤 9년을 내리 낙방한 끝에 1991년 33회 시험에 합격했다. 연수원 동기 사이에서는 ‘맏형’으로 통한다. 윤 지검장은 대검 중수1, 2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치며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사건, 저축은행 비리 사건 등 대형 비리 수사에 참여했다. 그는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과 국정원 직원 체포영장 청구문제로 충돌을 빚었다. 윤 지검장은 이 사실을 같은 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해 ‘항명 파동’을 빚고 2014년 1월 대구고검 검사로 좌천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석파견검사로 발탁되며 부활했다.신광영 neo@donga.com·김준일 기자·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에 대한 감찰의 핵심은 두 사람이 상대 측 참석자들에게 준 격려금의 출처와 돈을 준 이유다. 이 지검장이 법무부 이선욱 검찰과장(47·27기) 등 간부 2명에게 각 100만 원씩 건넨 돈은 관서업무추진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서업무추진비는 행정관서가 현금이 필요한 업무에 쓰도록 책정된 돈으로 쓸 수 있는 경우는 민간이나 다른 기관과의 만남, 당정 협의, 언론인 간담회, 체육대회, 종무식 등으로 제한돼 있다. 또 ‘기관 간 비공식적인 섭외 및 접대’ 등에 쓰는 것은 금지돼 있다. 이 지검장이 검찰의 상급 기관인 법무부 간부들 격려 용도로 관서업무추진비를 쓴 것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안 국장이 서울중앙지검 노승권 1차장검사(52·21기) 등 특별수사본부(특수본) 간부들에게 70만∼100만 원씩 건넨 돈에 대해 법무부는 “주요 수사가 끝난 뒤 예산 항목과 집행 규칙에 맞게 수사비 지원 차원에서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수활동비’를 썼다는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의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꼬리표 없는 돈’으로 불린다. 구체적으로 돈을 쓴 용도를 밝혀 비용 처리를 할 경우 수사나 정보 수집 활동과 관련한 비밀이 새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특수활동비의 쓰임새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으로 제한돼 있다. 법무부의 해명처럼 법무부와 검찰은 그간 특수활동비를 큰 수사를 하는 부서나 검사에게 격려금 등으로 지급해 왔다. 예를 들어 거물급 피의자를 구속하면 지검장이 자신의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부장검사에게 격려금으로 주고, 부장검사는 이 돈을 다시 수사검사와 수사관에게 나눠주는 식이다. 이런 관행은 검찰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검사가 수사 경비를 자비로 충당하는 일이 잦던 시절에 생겨났다고 한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 업무를 하지 않는 법무부가 특수활동비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