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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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6-05-15~2026-06-14
연극37%
문학/출판16%
인사일반13%
문화 일반13%
무용11%
미술8%
칼럼2%
  • [책의 향기]지구 표면적의 6%… 생명이 움트는 신비의 땅, 습지

    어릴 적 항상 물이 고여 있던 웅덩이가 갑자기 흙으로 메워진 광경을 본 적이 있다. 학교가 끝나고 귀가하는 길이면 늘 그 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관찰했다. 살아서 꿈틀대던 공간이 사라져버린 느낌이었다. 매끄러운 아스팔트와 순식간에 물이 빠져나가는 배수구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시에서 ‘물’이란 성가신 존재다. 어느 순간부터 비가 오면 기쁨보다 귀찮음이 앞서고, 우산을 쓰고 피하기 바쁘다. 도시에서 물은 인간의 존재에 따라 이용되고 치워지는 소비재로 여겨지곤 한다. 표지 그림이 반쯤 물에 잠겨 있는 이 축축한 책은 때로 더럽고 음침하게 여겨지는 습지를 예찬한다. ‘습한 땅’을 뜻하는 습지는 말 그대로 ‘젖은 땅’, 물이면서 동시에 뭍인 곳이다. 흔히 지구가 육지와 바다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데, 그 중간 지대가 바로 습지다. 지구 표면적의 6%를 차지하는 습지는 10만 종에 달하는 생명의 서식지다. 이 습지의 매력을 저자는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다. 주인공은 영상 작품을 만드는 ‘나’. 우연히 듣게 된 팟캐스트 ‘반쯤 잠긴 무대’의 내용이 교차되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도시에서 권태로운 삶을 되풀이하던 ‘나’는 부업으로 생태통로에 관한 영상을 만들게 된다. 처음에는 이 일에 크게 감흥을 느끼지 못했지만, 팟캐스트를 들으며 생태적 감수성을 높이고 이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아 영상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간접적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서서히 습지의 중요성을 설득해간다. ‘각 잡은’ 과학서라면 귀 기울이지 않을 독자를 향한 노력이 눈물겹다. 그 나직한 속삭임을 들으며, 페이지 곳곳에 삽입된 아름다운 습지 사진들을 보다 보면 맨발로 축축한 진흙을 밟아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경남 창원의 주남저수지 바로 아래에 있는 동판저수지는 언젠가 꼭 가볼 생각이다. 마지막 무대에 등장하는 습지에 관한 여러 예술 작품도 인상 깊다. 스스로를 ‘습지주의자’라고 칭할 만한 저자의 ‘덕력’을 느낄 수 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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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외되고 역사속에 희생된 이들을 위하여…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목받았던 안창홍 작가(66)의 개인전 ‘이름도 없는’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다. 미술관은 매년 지역 출신 작가를 집중적으로 고찰하기 위해 ‘지역작가 조명전’을 개최하고 있다. 안 작가는 경남 밀양 출신이다. 안 작가는 미술대학을 다니지 않고 작품 활동을 통해 미술계에서 자신만의 입지를 구축해왔다. 특히 1970년대 후반부터 자신의 가족사를 담은 ‘가족사진’, 인간의 폭력성과 인간성 상실 문제를 다룬 ‘위험한 놀이’ 등으로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새’ 연작을 발표하고 미술집단 ‘현실과 발언’에도 참여했다. 이 때문에 민중미술 작가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이후 작가는 개인에 더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2000년대에 빛바랜 사진을 재료로 한 ‘49인의 카우치’, 주변 인물을 섭외해 그린 ‘베드 카우치’ 등 연작으로 개인의 역사로 사회를 보여주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입체 작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전시 제목 ‘이름도 없는’은 40여 년간 작품의 주제로 삼았던 우리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과 역사 속에 희생되어 사라진 이들을 의미한다. 다음 달 4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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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란 환상을 파는 직업 같아… 다들 내숭떨지 말라고 하세요”

    《배우 유아인(33)이 8일 ‘뜬금없이’ e메일을 보내왔다. “저는 배우 유아인으로 활동 중인 엄홍식입니다”로 시작한 편지는, 그가 설립한 창작집단 ‘스튜디오콘크리트’의 새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엄홍식은 유아인의 본명이다. ‘1111’ 프로젝트의 출발은 예술을 물물교환으로 거래하는 ‘페어아트 1111’이다. 스튜디오콘크리트에 전시한 권철화 작가의 작품 등이 거래 대상. 입찰자는 돈이 아닌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내놓고, 그 가치가 서로 통하면 거래가 이뤄진다. 내년 1월 1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할 예정인 물품에는 유아인의 부동산도 포함됐다. 집을 내놓으면서까지 ‘일을 벌이는’ 이유가 뭘까? 21일 서울 용산구 스튜디오콘크리트에서 유아인을 만났다. 》 검은 모자를 쓰고 나타난 그가 “프로젝트가 어떠냐”고 물었다. ‘녹음을 해도 되냐’고 묻자 좋다고 답하더니, 자신도 스마트폰을 슬쩍 기자 앞에 내밀었다. 이날 인터뷰를 프로젝트 영상에도 사용하겠단다. “매번 인터뷰 당하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엔 저도 인터뷰어가 되니 신나네요.” 프로젝트에 대한 감상이 몇 차례 오가자 유아인은 천천히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솔직하고 대담하게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프로젝트를 ‘초(超)가치’ 예술 실험이라 소개했어요. “경제적 금전적 가치가 아닌 절대적 가치를 ‘초가치’라고 해요. 제가 무슨 옷을 입는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 이런 것은 ‘초가치’가 아니죠. ‘나의 인간성, 나의 변하지 않는 가치가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해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집까지 내놓았다니 놀랍습니다. “과거에는 1년에 한 번씩 이사를 했던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부모님 집 마련은 도와드렸지만, ‘내 집 장만’은 5년 전이 생애 처음이었죠.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게 결국 ‘내 집 갖기’잖아요. 그런데 좋은 집에 편안하게 살지만, 삶의 불안과 의심은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또 경제활동은 계속할 거니까….” ―‘부동산’이 물물교환 대상이 될 수 있나요. “구체적인 건 변호사와 상의 중이에요. 집을 공공 미술관이나 마을회관으로 전환시킨다든지 하는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죠. 다만 누구나 선망하는 ‘부동산’이 주는 느낌을 파괴하고 싶었어요. 이걸 재료로 흥미로운 논의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여요. “세상은 맘에 들건 말건, 생긴 그대로일 뿐이에요. 바꾸고 싶은 건 저 자신이죠. 세상이 게임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누군가 이겨야만 하고 패배자가 생기고, 그 과정이 반복되지만 완전한 승리는 없잖아요. 그런 판을 깰 순 없지만 새로운 판을 실험해볼 순 있죠. 여기서 몰랐던 나의 가치를 발견한다면 그 자체로 흥미로운 판 아닐까요?”―굳이 안 해도 될 ‘모험’을 하는 건 아닌가요. “다들 ‘뻘짓’ ‘딴짓’ 한다고들 하죠. 그런데 과연 ‘본업’이란 게 뭘까요. 사회적 일과 개인의 일에 경중은 없다고 봐요. 제 행동이 ‘헛짓거리’라고 끊임없이 폄하되지만, 나를 던지고 피드백을 얻고 이해를 넓혀가는 것. 그게 결국 나의 삶을 사는 일이죠.” ―스스로 폄하 당했다고 느낍니까. “길에서 손가락질 당한 정도까진 아니죠. 그러나 가슴 아프게 세상을 떠난 (연예계) 친구들이 많은데, 그렇게 된 데에는 온라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거예요. 너무 방관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극성스러운 의견이 세상을 농단하잖아요. 그래서 전 계속 참여해요. 배우가 댓글 쓰면 왜 안 돼? 나는 휴대전화 없나? 전 실명으로 쓰거든요. 익명성에 숨지 말고 부당한 일에는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보통 연예인은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지 않나요. “다들 자기 멋에 사는 거죠. 그런데 ‘왜 유난을 떠냐’고 물으면 ‘그게 멋있어서’라고 답할 거예요. 우리가 멋있다 생각했던, 사업을 일으키고 환호받는 스타들이 뒤에서 어떤 짓거리를 하는지 낱낱이 봤잖아요. 일반화는 아니지만 그런 삶이 멋있진 않아요.” ―배우의 길이 그렇다고 느끼나요. “배우로서 제 삶은 행복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선망하는 배우의 모습은 아니죠. 때로는 배우의 일이 나의 몸뚱이와 그것이 빚은 환상을 파는 일처럼 느껴져요. 다들 내숭떨지 말라고 하세요. 최고의 자극을 주려는 게, 결국은 ‘섹스’를 파는 행위죠. 노출을 하거나 성적 이미지를 자아내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런 가운데 프로젝트가 큰 자존감을 줬어요. 자존감이 항상 떨어졌거든요.” ―왜 자존감이 떨어졌나요. “진실되게 일하는지 의구심이 있었어요. 주변에선 밖에 나갈 땐 가면 쓰고, 집에 돌아오면 ‘캅사이신’ 먹으면서 뿅 가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이런 식으로 균형을 맞춰요. 그게 아니라 자신을 실험하는 거죠. 사람들이 ‘잠은 언제 자나’ ‘일은 방해되지 않냐’며 놀라요. 여전히 고민은 있지만, 훨씬 더 살아있다 느끼는 건 확실해요.” ―‘페어아트 1111’을 미술계도 공감할 수 있을까요. “제가 만든 판이니 어떨지는 모르죠. 다만 스튜디오를 만든 뒤에 유아인이라는 ‘치트키’를 활용해 높은 위치에 있는 예술인이나 행정가들을 만났는데, 그때 환멸을 느꼈어요. 작가의 가치를 위해 그들과 교분을 맺고, 평론가에게 알랑방귀 뀌고 이런 행위가 재미없어요.” ―유아인에게 예술이란 뭡니까.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 존재의 본질을 따지며 자연스레 예술을 만났습니다. 나는 기계로 태어난 인간인가, ‘버닝’되어야 하는가 고민했죠. 내 삶이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시작해서, 제가 느끼고 소화한 예술을 소개하는 것이 바로 ‘프로젝트 1111’입니다.”유아인은 현재 영화 ‘Alone(가제)’ 의 지방 촬영 중이다. 이날도 어렵게 하루를 짬 내어 인터뷰에 응했다. 다음 날 다시 내려간다며 “‘물건 팔기 위해서가 아닌’ 인터뷰는 처음”이라고 웃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렇게 당부했다. “저를 멋있게 써줄 필요 없어요. ‘1111’을 통해 사람들이 예술과 가까워졌으면 좋겠어요. 그 부분만 잘 드러나게 해주세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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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단-전쟁-촛불집회… 현대사의 굴곡 화폭에

    잿빛 천이 전시장 벽 한쪽을 가득 메운다. 높이 4m, 폭 9m의 거대한 리넨의 한가운데에 깊숙한 터널이 있다. 무채색 화면 중앙의 붉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올 것만 같다. 이 사람들을 향해 총알이 직선을 그리며 퍼붓는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는 이 작품은 서용선 작가(68)의 신작 ‘노근리’다. 경기 파주시 아트센터 화이트블럭에서 서용선 개인전 ‘통증, 징후, 증세: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가 열리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6·25전쟁을 중심으로 분단의 현실과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등 최근 사건까지 다룬 작가의 신작 회화와 드로잉, 설치 작품 등 10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단종의 죽음부터 시작해 임진왜란, 동학농민운동 등 역사적 사건 속 비극을 다뤄왔다. 이번 작품들은 특히 6·25전쟁에 초점을 두고 있다. 작가 개인에게 가장 밀접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전쟁 직후 서울에서 태어나 미아리 정릉 등지에서 작가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다녔던 국민학교는 미아리 공동묘지가 철거된 자리에 세워진 것이었다. 당시 전쟁으로 사망한 사람이 많아지면서 미아리 공동묘지가 포화상태가 되자 망우리로 묘지 이전이 진행됐다. 미아리에 살았던 작가는 어린 나이에 그 과정을 모두 봤다고 한다. 운동장 한쪽에 뼈들이 쌓인 상황에서 수업을 하고, 학교 앞 산을 덮었던 어마어마한 공동묘지가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졌다. 그런데 지금은 그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게 고층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섰다. ‘포츠담회담’ ‘포로’ 등 대작을 통해 작가는 문자로 기록되지 않는 인간의 감정과 역사의 맥락을 담아낸다. 이데올로기의 대립, 세대 간 격차, 지역 갈등 등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의 실마리가 6·25전쟁에 있다는 목소리도 느껴진다. 전시장 3층에서 볼 수 있는 ‘제3의 선택, 김명복’은 6·25전쟁 당시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한 달 만에 포로로 잡혀, 제3국을 선택해 브라질에서 60여 년을 산 김명복 씨의 초상을 담는다. 전시는 12월 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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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기 ‘우주’ 132억원

    한국 추상미술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사진)가 한국 미술품 경매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23일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우주’가 8800만 홍콩달러(약 131억8750만 원)에 낙찰됐다. 구매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은 약 153억4930만 원. 낙찰가 기준 한국 미술품이 경매에서 100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 하이라이트 작품 중 하나로 출품된 ‘우주’는 4000만 홍콩달러(약 60억 원)로 출발했다. 크리스티코리아에 따르면 10분여간 현장 응찰과 전화 응찰을 통해 33번의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 최종 낙찰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화 응찰자였다. 푸른색을 띠는 캔버스 전면이 점화로 이뤄진 ‘우주’는 1971년 작품으로, 가로세로 127×254cm 크기의 그림 두 점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김환기가 말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자연의 본질을 담아내려고 한 그의 예술사상과 미학의 집성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가의 후원자이자 주치의였던 의학박사 김마태 씨(91) 부부가 1971년 구매해 50년 가까이 소장하고 있었다. 경매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 최고가는 김환기가 1972년 그린 붉은색 전면 점화 ‘3-II-72 #220’으로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 6200만 홍콩달러(약 85억3000만 원)에 팔렸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1∼10위 가운데 이중섭의 ‘소’(9위)를 제외하면 모두 김환기의 작품이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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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기 작품 ‘우주’, 131억8750만원 낙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한국 추상미술 작가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우주(Universe 5-IV-71 #200)’가 한국 미술품 경매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홍콩컨벤션전시센터(HKCEC)에서 23일 열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 ‘우주’가 약 131억 8750만 원(8800만 홍콩달러)에 낙찰됐다. 구매 수수료를 포함한 가격은 약 153억4930만 원. 낙찰가 기준 한국 미술품이 경매에서 100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20세기&동시대 미술’ 이브닝 경매 하이라이트 작품 중 하나로 출품된 ‘우주’는 약 60억 원(4000만 홍콩달러)으로 출발했다. 크리스티 코리아에 따르면 약 10여 분 간 현장 응찰과 전화 응찰을 통해 33번의 경합이 벌어졌다. 최종 낙찰자는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전화 응찰자였다. 푸른색조의 캔버스 전면이 점화로 이뤄진 ‘우주’는 1971년 작품으로, 254X127㎝ 그림 두 점으로 구성된 대작이다. 작가의 후원자이자 주치의였던 의학박사 김마태 씨(91) 부부가 1971년 구매해 40년 넘게 소장하고 있었다. 이전 최고가는 김환기가 1972년 그린 붉은색 전면점화 ‘3-II-72 #220’로 지난해 5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낙찰가 85억3000만 원(6200만 홍콩달러)에 팔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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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7번의 패배가 로마의 운명을 바꿨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을 보고 위대한 성취, 제국의 영광만을 느낀다면 그 눈은 반쪽짜리에 그칠지도 모른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살생이 집중적으로 일어난 장소다. 경기장에서 생을 마감한 사람이 25만∼50만 명에 이르며, 동물도 수백만 마리가 죽었다. 경기장에서 멸종된 동물도 있다. 로마인들은 이 원형 경기장에 가는 것을 통과의례이자 가족 나들이로 여겼다. 거부감이 큰 사람도 일단 가면 ‘스릴’에 중독됐다. 검투사가 상대를 찔러 피가 솟구치면 내기에서 이긴 관중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전쟁에서의 승리와 강한 자가 왕이 되는 과정, 그간 로마 역사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여겨진 것들이다. 기존 역사 서술이 로마 제국이 유럽 대륙에서 얼마나 멀리 뻗어나갔는지를 관찰했다면, 이 책은 로마에 시선을 고정한다. 그리고 3000년 역사 속에서 이 도시가 침략당하고 패배한 7번의 순간을 조명한다. ‘폭력을 겪을 때 진실이 드러난다’는 말처럼, 패배의 순간 앞에 로마의 민낯이 드러난다. 강인한 로마는 기원전 387년 갈리아인에게 당한 처절한 침략에서 시작됐다. 말과 전차를 타고 끔찍한 살육을 저지르는 갈리아인의 모습에 당시 로마인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모든 것을 빼앗긴 트라우마를 겪은 로마는 무방비 상태였던 성벽을 세우고 군대를 보강하며 ‘합리성’을 모색해갔다. 그러나 408년 서고트인, 537년 동고트인의 침략은 희생자의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더 끔찍한 참상을 낳았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침략은 로마의 교황과 황제의 권력 다툼에서 일어났다. 1084년 노르만군이 성벽을 뚫고 4일 만에 도시 곳곳을 불바다로 만들고, 1527년에는 신성로마제국 카를 5세 황제가 클레멘스 7세 교황을 공격하려 로마를 침략한다. 에스파냐군과 독일 용병 1만 군이 쇄도해 무자비한 학살과 약탈을 일삼아 “로마에 비하면 지옥도 아름답다”는 기록이 남았다고 한다. 마지막 두 번의 침략은 교황을 지지하는 루이 나폴레옹 프랑스 대군의 침략(1849년)과 독일 나치군의 침략(1943년)이다. 당시 이탈리아가 연합군과 휴전 협정을 맺고 무솔리니를 체포하자, 독일군이 전선에서 철군해 우방의 수도인 로마를 점령했던 사건이다. 독일군은 로마 유대인과 파르티잔 활동에 대한 보복성 학살을 자행했다. 그러나 이 기간 평범한 많은 로마 시민들은 파시스트 정부나 나치군, 연합군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은 채 굶주림과 공포 속에서도 유대인을 숨겨주는 등 점령군에 대항했다. 영국인인 저자는 도시에 겹겹이 쌓인 역사의 흔적에 매료돼 16년째 로마에 살고 있다. 기나긴 도시의 역사를 흥미롭게 다룰 방법을 고민하다 ‘패배’에 집중했다. 일상에서 결정적 순간을 읽어내는 문학적 통찰도 책 곳곳에서 발견된다. 저자의 소설 ‘English Passengers(2000년·국내 미출간)’도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꾸준히 소설을 발표한 문학가이기도 하다. 다만 40페이지가 넘는 출처와 참고문헌이 보여주듯,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료에 바탕을 둔 역사서다. 저자는 마지막에서야 “여전히 로마 곳곳에 파시즘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테러 위협에 파스타를 준비하겠다고 너스레를 떠는 시민’들이 로마를 자랑스럽게 만든다고 애정을 표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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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싸다고 좋은 작품 아냐” 파리서 뭇매 맞는 쿤스

    ‘11 Trous du c…(11개의 똥구멍…)’ 프랑스 파리 프티팔레 미술관 옆에 설치한 한 조각 작품이 현지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예술가 제프 쿤스(64·사진)가 파리시에 기증해 지난달 4일 공개한 ‘튤립 꽃다발’(Bouquet of Tulips). 높이 12m인 이 대형 조각은 튤립 풍선 11개를 쥔 손을 컬러풀하게 표현했다. 그런데 공개 직후 저명한 철학자 이브 미쇼로부터 “11색 똥구멍처럼 보이는 포르노 조각”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받았다. 심지어 이달 7일 조각상 하부에 작품을 조롱하는 낯 뜨거운 그라피티(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까지 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작가, 왜 파리에서 ‘밉상’이 되고 만 걸까.○ “기회주의적 간접 광고” ‘튤립…’은 2015년 파리 바타클랑극장 테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작품이다. 당시 주프랑스 미국 대사였던 제인 하틀리가 쿤스에게 의뢰했다. 하지만 기증을 발표한 순간부터 논란이 터져 나왔다. 지난해 1월엔 프랑스 문화계 인사 24명이 반대 서한을 일간지인 ‘리베라시옹’에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는 프레데리크 미테랑 전 문화부 장관, 니콜라 부리오 몽펠리에 현대미술관장도 있다. 이들은 “기회주의적인 간접광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컸던 대목은 쿤스가 ‘아이디어’만을 기부하고, 제작 및 설치비용(약 47억 원)은 파리시가 부담한다는 점이었다. 로버트 루빈 전 퐁피두재단 이사장은 “독이 든 성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제작비용은 모금으로 충당됐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 케네스 그리핀 등 쿤스의 컬렉터와 기업인들이 참여했다. 모든 파리 시민이 작품을 반대한 건 아니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이 작품은 자유와 우정의 상징”이라 했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들은 찬성 서한을 통해 “에펠 타워, 퐁피두센터까지 파리지앵은 역사적인 랜드마크를 나중에야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논란 먹고 자란 ‘속 빈 강정’인가 쿤스를 향한 분노는 ‘파리지앵’ 특유의 까탈이라 봐야 할까. 그러나 그는 유명세만큼이나 자주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튤립…’에 대한 비판도 그 연장선으로 읽히는 이유다. 일상품을 그대로 전시한 레디메이드, 거대한 풍선 조형물 등 쿤스의 대표작들은 마르셀 뒤샹의 개념미술과 앤디 워홀의 팝 아트가 혼합돼 있다. 돋보이는 것은 작품의 재질과 보존성. 쿤스는 1988년 유럽의 최고 장인들에게 의뢰해 만든 조각을 전시한 ‘Banality’ 전을 통해 슈퍼스타로 떠올랐다. 이후에도 직접 만들진 않지만, 산업적 공정을 통해 매끄럽고 반짝이는 작품을 만들어 내기로 유명했다. 일각에선 쿤스의 ‘세일즈맨십’에 주목한다. 그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입장권을 판매하며 미술계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이후 증권가에서 활약하며 미술계와도 인맥을 쌓은 뒤, 자신의 작품으로 개인전을 열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쿤스는 영업적 재능을 활용해 컬렉터들의 ‘과시적 소비’를 부추겨 왔다는 평도 나온다. 반짝이는 한정판 작품들이 “비싸기로 유명해 더 비싸졌다”는 뜻이다. 논란이 극에 달한 것은 1991년 ‘Made in Heaven’을 발표했을 때다. 당시 부인이었던 포르노 배우 치치올리나와의 정사 장면을 표현한 조각이었다. 쿤스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미 뉴욕타임스의 평론가 마이클 키멀먼은 “80년대 말 최악의 센세이셔널리즘”이라고 혹평했다. 논란을 즐기는 작가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전적 탓에 ‘튤립…’ 또한 외설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최근 쿤스의 작품 ‘토끼’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1082억 원에 팔리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현재의 비평이 미래에도 유효하리란 보장은 없다. 다만 파리의 갤러리스트 스테파니 코레아르는 이렇게 일갈했다. “가장 비싼 작품이 가장 좋은 작품은 아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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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지어선 호크니展, 누가 왔나 보니…

    “통상적 명화전과는 다른 형태의 관람객이 출현했음을 확인했다.”(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 올해 3∼8월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이비드 호크니’전은 37만5350명이 관람하며 화제를 모았다. 전시 막바지인 8월에는 오픈 전부터 미술관 밖에 줄이 늘어서는 풍경도 연출됐다. 그런데 한편에선 “호크니가 누구냐”며 생소해했다. 미술관 데이터를 통해 ‘호크니’전 관객은 어떤 사람들인지 알아봤다. 일반적으로 명화전에는 학부모 관객이 몰린다. 그러나 ‘호크니’전에선 △호크니를 잘 알고 △예술에 관심이 많으며 △자신의 ‘취향’을 추구하는 2030세대가 주류였다. 미술관은 5∼7월 전체 관람객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해 이 중 유효 표본 1003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20대(31.4%)와 30대(28.4%)가 가장 많았고 10대(16.7%), 40대(12.8%), 50대(7.6%), 60대 이상(3.2%) 순이었다. 방문 동기는 ‘문화 예술에 대한 관심, 취미’가 53.3%로 다수였으며 ‘현장학습, 단체관람, 학교 과제’는 10.5%에 그쳤다. 전시를 담당한 이승아 큐레이터는 “현장 모니터에서 중장년층도 상당수였는데 자녀가 티켓을 구매하거나 그룹으로 전시를 찾아 설문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또 ‘입소문’이 유효하게 작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미술관 측은 홍보 전략으로 활용되는 ‘인플루언서’를 한 명도 초청하지 않았다. 설문 결과에서도 ‘지인의 소개’(45.1%)로 전시를 찾았다는 응답의 비중이 높았다. 소셜미디어는 21.7%였다. ‘호크니’전 관객의 또 다른 특징은 ‘진지함’이다. 사전 정보를 알고 방문한 관람객이 78.8%, 이 중 ‘작가나 전시 주제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알고 방문했다’는 응답이 47.8%였다. 현장에서도 작가나 작품에 관한 문의가 많았고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 영상을 끝까지 보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또 전시 기간 중간 무렵인 6월이 하루 평균 관객 2665명으로 가장 한산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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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초의 미술 잡지는 어떤 모습?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기획전

    한국의 미술잡지를 통해 어제와 오늘을 조망하는 ‘미술을 읽다: 한국 미술잡지의 역사’전이 서울 종로구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1910년대부터 현재까지 100여 년 동안 창간된 미술 잡지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이번 전시에선 1917년 4월에 발간한 ‘미술과 공예’ 창간호, 1921년 ‘서화협회회보’ 1호와 북한에서 발간한 ‘미술’(1956년), ‘조선미술’(1958년) 등이 공개된다. ‘미술과 공예’는 국내 미술 잡지로는 처음 발행된 희귀본이다. 다만 일본인이 일본어로 편집, 발행했기 때문에 근대미술 연구자들은 ‘서화협회회보’를 첫 미술 잡지로 꼽는다. 전시 후반부는 미술잡지 특집 기사를 중심으로 국내 미술계 전개 과정을 재조명했다. 1983년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 사퇴로 마무리됐던 ‘계간미술’ 봄호의 ‘일제 식민잔재를 청산하는 길’ 특집도 다시 볼 수 있다. 이 특집은 당시 이 전 관장을 포함한 전문가 설문을 통해 국내 미술계에 남은 일본의 영향과 친일 작품을 공개했다. 그러자 친일로 지목됐던 작가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격론이 일었고, 결국 이 전 관장이 사표를 제출했다. 내년 3월 7일까지. 홈페이지 참조.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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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최고 미술관의 이유 있는 ‘썰렁함’

    지난달 20일은 국립현대미술관(MMCA)에 역사적인 날이었다. 1969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미술관을 개관하고 50주년을 맞았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해 특별전 ‘광장: 미술과 사회 1900-2019’가 덕수궁, 과천, 서울 등 3개 관에 걸쳐 대규모로 열리고 있다. ‘광장…’은 국내외 작가 290여 명의 작품 450여 점을 소개하는 초대형 전시다. 감각을 일깨우고, 초월적 경험을 제공해준다는 점에서 누군가는 미술관을 “새로운 교회”라 비유한다. MMCA라는 공공미술관이 준비한 ‘광장…’은 이런 비유가 적절할 만큼 일반 관객에게까지 감동을 주는 전시일까. 동아일보는 지난달 27일 ‘미술계 밖’의 시민 3명과 함께 MMCA 과천 ‘광장’전을 감상했다.○ 도입부는 신선하지만, 광활한 주제가 혼란 ‘광장…’은 1900년부터 1950년대를 다루는 1부(덕수궁관)와 1950년대∼현재를 다룬 2부(과천관), 현 시대를 다루는 3부(서울관)로 나뉜다. 1부는 일제강점기를, 3부는 2017년 이후를 다루기에 2부가 한국 미술사의 핵심적 시기다. 전시를 관람한 이동규(32·변호사), 손호정(31·로봇 엔지니어), 주희원 씨(29·취업준비생)는 전시 관람 경험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다들 ‘주제가 너무 넓어 혼란스럽고, 설명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씨는 “각 시대 상황과 작품의 연결고리가 구체적이지 않아 집중이 어려웠다”며 “주제가 추상적이어서 기획자도 구성이 쉽지 않았을 듯하다”고 말했다. 손 씨는 “과거와 동시대 작품의 병치나 역사적 애도를 담은 ‘하얀새’ 섹션은 좋았다”면서도 “타임라인 등 설명이 부족해 아쉽다”고 했다. 실은 이번 전시는 출발부터 추상적이었다. 강승완 학예연구실장의 서문에 따르면 ‘광장…’은 “회고가 아닌, 불확실한 미래를 상상하는” 전시다. 전체 전시를 관통하는 ‘광장’의 의미는 4·19혁명 등 현대사 주요 기점의 “울분, 애도, 축제, 환희의 각기 다른 결의 함성이 채운 공간”을 의미한다. 이를 기반으로 MMCA의 소장품을 선별해 구성했다. 전시 구성은 큐레이터의 선택이다. 그러나 해외 공공미술관의 흐름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영국 공공미술관인 테이트는 수년 전부터 작품 설명의 기준을 9세의 눈높이로 낮췄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을 지향한다. 또 국제 미술사의 흐름 사이에 자국 작가의 작품을 배치해 이해를 돕는다. 아직 미술사에 관한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국내 관객에게 이러한 배려는 더욱 필요하다. 주희원 씨는 “도입부 영상 작업과 ‘푸른사막’ 전시장의 동선은 재밌었지만 미술사를 알고 싶은 관객에겐 난해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인쇄본’ 논란까지… 내실 보완 절실 특히 1부 전시는 최근 일부 작품이 인쇄본임에도 표기가 되지 않아 논란이 됐다. 미술 애호가·저술가인 황정수 씨는 지난달 25일 전시품 중 한용운의 ‘수연시’와 오세창의 글씨 ‘정의인도’가 인쇄본임을 지적했다. MMCA 측은 소장가 확인 등 절차를 거쳐 뒤늦게 ‘복제본’ 표시를 부착했다. 황 씨는 추가로 민영환, 신규식의 작품은 위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MMCA 측은 두 작품의 진위를 다시 확인 중이다. 황 씨는 “국내 최고의 미술관인 MMCA의 기념비적 대규모 전시에 이런 의혹이 불거져 안타깝다”며 “전시 횟수를 줄여서라도 충분한 연구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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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귀총 쏴볼까, 바나나볼 풀장서 헤엄칠까

    영화 ‘슈퍼배드’에 나오는 악당 그루의 방귀총을 실험해보고, 바나나볼 수만 개로 가득 채운 초대형 풀장에서 헤엄칠 수 있다. 이 두 가지만으로 어린이 관객을 매료시키기엔 충분하다. 서울 종로구의 복합문화공간 ‘안녕 인사동’ 인사센트럴뮤지엄에서 열리는 ‘미니언즈 특별전’ 이야기다. 노란 미니언즈는 영화 ‘슈퍼배드’에 등장했던 악당 그루의 행동대원이다. 1, 2개의 눈을 갖고 국적 불명의 언어를 사용하는 미니언즈들은 사악하지만 귀여운 외모와 엉뚱함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2015년에 별도의 스핀오프 ‘미니언즈’가 개봉했고, 2020년 ‘미니언즈2’가 공개될 예정이다. ‘미니언즈 특별전’이 열리는 ‘안녕 인사동’은 지하 1층의 2810m² 규모로 지난달 9일 문을 열었다. 규모가 커서 일반 전시보다는 체험 공간이 다양하게 마련된 ‘미니 테마파크’에 가깝다. 첫 테마인 ‘극장과 갤러리’는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담은 프린트와 제작자 인터뷰 영상이 전시된다. 차분한 전시 공간을 지나면 거대한 ‘그루의 자동차’와 악당 그루가 맞이하는 ‘그루의 실험실’에서 본격적인 재미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 속 실험실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공간에 디테일을 살린 소품들이 배치돼 영화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슈퍼배드’ 시리즈의 4대 악당인 스칼렛 오버킬, 벡터 퍼킨스, 엘 마초, 발타자르 브랫의 실물 크기 조각도 곳곳에 세워져 있다. 이어지는 ‘걸즈룸’은 ‘인스타그래머’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우선 인스타그램의 상징과도 같은 ‘플러피 유니콘’이 초대형 사이즈로 한가운데 우뚝 서 있다. 주변 벽지는 온갖 화려한 패턴들로 장식돼 포토존을 만든다. 음악에 맞춰 스텝을 밟아보는 체험 게임, 브랫의 춤을 따라 하고 영상을 남기는 멀티미디어 게임이 이어지고, 마지막엔 초대형 볼풀이 관객을 맞이한다. 내년 3월 15일까지. 1만1000∼1만5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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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윤정희, 파리서 10년째 알츠하이머 투병”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73)의 아내 배우 윤정희 씨(75·사진)가 알츠하이머병으로 투병 중이다. 백 씨의 국내 공연기획사 빈체로는 “윤정희 씨가 10년 전부터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윤 씨의 투병 사실은 영화계와 클래식 음악계의 지인들만 알고 있었다. 윤 씨는 올해 5월부터 병세가 심각해져 딸인 바이올리니스트 백진희 씨가 프랑스 파리에서 돌보고 있다. 백 씨의 공식 행사에 늘 동행했던 윤 씨는 올해 3월 도이체그라모폰을 통해 발매한 백건우의 ‘쇼팽: 녹턴 전집’ 간담회에 참여하지 않아 당시 병세가 상당히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이 시작될 무렵 윤 씨는 이창동 감독의 ‘시’(2010년)에서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미자’ 역을 맡았다. ‘미자’는 윤 씨의 본명이기도 하다. 15년 만에 영화계에 복귀한 그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로스앤젤레스 비평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윤 씨는 1960년대 문희, 남정임과 함께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이끌었다. 12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첫 영화 ‘청춘극장’(1967년)에서 주연을 맡으며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지금까지 영화 330여 편에 출연했다. 백 씨와는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전 세계를 누비는 백 씨의 연주 일정에 항상 동행하는 등 부부애가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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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속 1980년대가 말을 걸어온다

    예술 작품은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시대를 증언하는 가치를 지닌다. 국내에서는 자주 느끼기 어려웠던 이 같은 예술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경기 안산시 경기도미술관에서 지난달 29일 개막한 ‘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이다. 개막 간담회에서 안미희 경기도미술관장은 “학예팀의 역량을 총동원한 프로젝트로 경기지역 근현대미술사의 새로운 시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여는 전시에 보내는 의례적 수사로 들릴 수도 있지만, 탄탄한 연구와 자료수집으로 뒷받침된 전시를 보고 나면 ‘근거 있는 자신감’의 원천을 느낄 수 있다. ‘시점·시점’전은 1980년대 한국 사회 변화의 한 축을 이끈 경기지역의 소집단 미술운동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1980년대 주요한 미술작품 330여 점과 자료 1000여 점을 30여 년 만에 공개한다. 전시장을 중심으로 활동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현실과 발언’ ‘임술년’ 등 미술그룹과 달리 현장 중심이어서 작품이 보존될 수 없었던 미술 그룹에 집중했다. 전시는 1980년대 뜨거웠던 경기도 미술의 현장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처럼 느껴진다. 백미는 1984년 4월 서울 경인미술관에서 열렸던 ‘두렁’ 창립전을 재현한 공간이다. 당시 미술동인 두렁은 고려 불화인 ‘감로탱’을 재해석한 걸개그림을 걸고 미술관 마당에서 열림굿을 펼쳤다. 김종길 학예실장은 “걸개그림은 1980년대 우리 미술이 탄생시킨 독자적인 형식”이라며 “갤러리가 아닌 현장 중심인 데다 그룹 활동에 의해 제작돼 제대로 보존될 수 없었던 작품을 30여 년 만에 복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걸개그림의 변천사도 확인할 수 있다. ‘두렁’처럼 초기의 걸개그림에서는 한국 전통 문화의 영향을 받은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엿볼 수 있다. 그런데 1988년 제작된 ‘가는 패’의 걸개그림 ‘노동자’는 러시아에서 시작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시각 언어를 차용했다. 당시 집회에 사용됐던 이 그림은, 민중미술이 현장 예술에서 시작해 프로파간다로 전락해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 밖에 여성주의 미술가 그룹인 ‘시월모임’, 아방가르드 미술 그룹 ‘안드로메다미술연구소’, ‘목판모임 나무’ 등 30여 개 소집단의 미술 활동 자료를 만날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전시의 배경에 독일 카셀의 국제미술전 ‘도쿠멘타’가 있다는 것이다. 도쿠멘타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와 함께 언급되는 세계적인 국제 미술전으로 5년에 한 번 열린다. 1955년 첫 전시에서 독일 나치 정권하에 퇴폐미술로 금지됐던 모더니즘 예술을 선보였다. 이후 현대미술의 거장 요제프 보이스가 ‘사회 조각’을 선보이는 등 삶과 맞닿은 예술을 보여주며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김 학예실장은 이러한 ‘시대 증언’의 속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재작년 카셀을 방문해 도쿠멘타 실무진과 함께 아카이빙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경기 미술 아카이브 구축을 장기적 과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때로 긴 이야기보다 이미지 한 컷이 우리 삶을 더 정확히 보여줍니다. 역사의 상징적 기록으로 미술의 아카이브가 중요한 이유죠.”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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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미술은 어렵다? 해설서 덮고 네 멋대로 즐겨라

    “미술은 너무 어렵고 아는 게 없어서….” 어쩌면 미술 기자가 미술계 외부 사람을 만날 때 가장 흔히 듣는 말인지도 모른다. 기자가 “그림은 오디오 가이드도, 설명서도 없이 가장 먼저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좋다”고 대답하면 대화는 끊기기 십상이다. 초심자들은 미술을 알기 위해 많은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렵다’는 편견 아래 미술은 고급스러운, 한가한, 사치스러운 미지의 영역으로 간주되곤 했다. 이런 오해에는 기존의 미술사 서술도 한몫했다. ‘명작’이나 ‘천재성’이라는 모호한 말 속에 작품의 시각언어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숨겼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과거 기록보다 더 중요한 건 ‘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 언어를 배우기 전부터 연마했던 기술이다. 다만 어른이 되어 갖게 된 편견과 지식이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기 어렵게 만든다. 국제적 미술기관들이 미술사 다시 보기를 외치며 컬렉션을 재정비하고, 특정 개념이나 사조의 언급을 지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5월 영국에서 출간된 이 책은 ‘보는 방법’의 구체적 정리를 시도했다. “예술 작품은 선입견 없이 깨끗한 마음으로 봐야 한다”거나 “유명 작가에게 붙은 ‘천재’라는 딱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말에서부터 신뢰가 생긴다. 몇몇 예술 교양서가 예술 작품에 얽힌 사변적 에피소드로 허황된 판타지를 부추기는 상황이기에 더 그렇다. 저자가 제시하는 것은 20세기 이전 고전미술 작품의 감상법이다. 총 10개로 이뤄진 각 단계의 앞 글자를 따 ‘TABULA RASA’라고 이름 붙였다. 앞의 여섯 단계는 시간(Time), 관계(Association), 배경(Background), 이해하기(Understand), 다시 보기(Look Again), 평가하기(Asses). 뒤의 4단계는 각각 리듬(Rhythm), 비유(Allegory), 구도(Structure), 분위기(Atmosphere)다. 이는 기교에 관한 것으로 고전미술에만 국한된다. 현대미술은 손으로 그리는 기교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기준을 도구로 활용해 20세기 이전의 유명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다만 각 작품에 관한 설명은 최소화했고 풍부한 도판을 함께 실었다. 저자의 해석을 따라가기보다 보는 사람에게 다양한 해석을 열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접근 방식은 결국 ‘명작’은 박제된 보물이 아니라, 나와 다른 시대와 장소에 살았던 사람을 이해하는 창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세계 미술사가 인권의 확장을 기준으로 재편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제적 흐름에 맞춰 서양 미술을 알고 싶은 초심자라면 이 책을 가이드로 삼아도 좋을 듯하다. 원제는 ‘Look Again: How to Experience Old Masters’.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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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시장 안 거미줄의 주인은 거미일까 작가일까

    아르헨티나 출신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46)의 작품 ‘하이브리드 건축물’은 거미가 주인공이다. 여러 종의 거미 2, 3마리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8주에 걸쳐 만든 거미줄이 결합돼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됐다. 또 다른 설치 작품 ‘아라크노 콘서트’에서는 거미가 일으키는 진동이 스피커로 울려 퍼지면서 어두운 전시장 속 먼지와 공명한다. 관객은 숨죽인 채 이 광경을 지켜본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사라세노의 개인전이 개막했다.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사라세노는 10여 년간 거미와 협력자로 일했다. 그는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에서도 국가관 가운데 ‘거미/줄’관을 세워 거미줄 설치 작품을 선보였다. 어릴 적 오래된 집 다락방에 가득한 거미를 보고 ‘우리 집 주인은 거미일까 나일까’ 공상하던 소년은 거미의 시선에서 세계를 바라보려 시도한다. 사라세노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대형 설치작품을 통해서다. 2008년 선보인 ‘Galaxies Forming Along Filaments’는 거미줄에서 영감을 얻어 인류의 새로운 주거 형태를 고민했다. 좁은 땅에 밀집한 도시의 주거를 벗어나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경계 없이 오갈 수 있는 시스템을 예술가의 상상력으로 제안했다. 이번 개인전의 전시장 지하에서 만나는 ‘서울/클라우드 시티즈’는 이렇게 작가가 꿈꾸었던 ‘구름 도시’ 모습을 서울에 결합했다. 베를린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선보였던 대규모 ‘구름 도시’는 관객이 직접 거미가 된 듯 투명한 구 형태의 공간을 오갈 수 있어 인기였다. 서울은 이에 비하면 작은 규모지만 구름처럼 자유롭게 떠다니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 생명과학이나 열역학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 관객을 매혹하는 방식은 덴마크 출신 예술가 올라푸르 엘리아손이나 영국 기반 그룹 랜덤인터내셔널을 떠올리게 한다. 몰입에 가까운 경험과 사진을 찍고 싶은 비주얼도 이러한 경향과 맞물린다. 이 때문에 자연사박물관에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예술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라는 화두로 지켜보기에 흥미로운 작가다. 12월 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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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격적 곡선 건물 안에 명품 아이템 번쩍번쩍… 루이비통 ‘청담 메종’ 리모델링 개관

    하얀색 사각형 석조 건물 위에 유리 구름이 살포시 앉았다. 프랑스 파리 불로뉴 숲에 자리한 ‘돛단배’ 모양의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을 닮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에 문을 연 ‘루이비통 메종 서울’(청담 메종)은 세계적 건축가 프랭크 게리(90)가 한국에 선보이는 첫 작품. 게리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1997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월트디즈니 콘서트홀(2003년) 등 무거운 재료를 종이처럼 가볍게 표현한 건축으로 유명하다. 지하 1층, 지상 4층인 ‘청담 메종’은 2000년 개관한 루이비통 글로벌 매장을 리모델링하고, 주얼리와 시계, 디자인 제품인 ‘오브제 노마드’를 포함시켜 새롭게 재편한 공간이다. 외관 설계를 맡은 게리는 높은 성벽에 기와를 올린 수원 화성과 도포를 휘날리는 ‘동래학춤’의 움직임에서 영감을 얻었다. 클래식 음악과 무용을 좋아하는 그는 동래학춤의 역동적인 아름다움에 매료됐다고 한다. 회색과 흰색의 무채색 건물에 1층 쇼윈도 공간은 원색을 뽐내는 나무 조형물을 설치해 대조를 이룬다. 청담 메종의 오픈을 기념해 게리가 직접 디자인한 작품으로, 종이를 손으로 구긴 듯한 형태가 돋보인다. 건물 외관의 유기적인 흐름과 색채의 대조는 내부로도 이어진다. 미국 출신의 건축가 피터 머리노가 디자인을 맡은 인테리어는 ‘볼륨과 대조’를 주제로 했다. 머리노는 20여 년간 로스앤젤레스, 뉴욕, 파리, 로마 등의 루이비통 메종을 설계했다. 외부의 하얀 석조가 내부로 연결되고 그 안에 다양한 디자인, 예술 작품이 자리해 색채를 더했다. 기존 매장은 층고가 일정했지만 ‘메종 청담’은 1층에 층고 12m로 시원하게 튼 라운지가 인상적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코쿤 체어’는 루이비통의 커미션으로 만든 디자인 작품인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의 일부다. 2012년 미국 디자인 마이애미를 통해 첫선을 보인 ‘오브제 노마드’는 아틀리에 오이, 마르셀 반더르스, 앙드레 푸 등 세계적 디자이너가 참여해 현재 55점의 아이템으로 구성됐다. 여행에 초점을 두고 ‘접는 의자’처럼 이동하기 좋은 소품에서 시작해 가구로 확장하고 있다. ‘청담 메종’ 곳곳에 배치된 소파와 조명 등은 머리노가 공간에 맞춰 고른 것으로 판매용은 아니다. 지하 1층은 남성 컬렉션으로, 지상 1, 2층은 여성 컬렉션과 액세서리, 향수, 파인 주얼리로 구성된다. 3층은 맞춤형 쇼핑을 할 수 있는 프라이빗 살롱이다. 4층에는 전시장으로 운영하는 ‘에스파스 루이비통’이 있다. 일본 도쿄, 독일 뮌헨,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국 베이징에 이어 다섯 번째로 열린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은 개관을 기념해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을 개최한다.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의 소장품 중 자코메티 작품 8점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작품 다수는 지난해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에도 소개됐다. 이 공간은 프렌치 레스토랑, 예술가와의 대화, DJ파티 등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할 예정이다. 전시는 내년 1월 19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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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낌표 포스터’로 재탄생한 백지광고

    2020년, 동아일보의 100주년을 학생들이 디자인한다면 어떤 모습이 탄생할까?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 4학년 이설희 씨는 동아의 자음 ‘ㄷㅇ’을 ‘도약’으로 바꾼 가상의 전시를 기획했다. ‘도약’전은 일제강점기부터 100년간 동아일보가 이어온 역사, 문화적 활동을 알리는 전시다. 전시 포스터 디자인에 화려한 색채의 산이 우뚝 솟아 있다. 새로운 100년으로 도약하는 동아일보의 모습이다. 4일부터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이 씨를 비롯한 청년 13명이 동아일보 브랜드를 재해석한 결과물을 만날 수 있다. 동아일보와 연세대 디자인예술학부의 산학협력전 ‘도약’을 통해서다. ‘도약’전 참가자들은 올 상반기부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실무’ 강의(지도교수 채재용)에서 동아일보의 기존 브랜드를 분석하고, 장점을 극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바라본 동아일보 브랜드의 강점은 언론 자유 수호와 활발한 문화예술 지원이었다. 동아마라톤, 신춘문예, 동아음악·무용콩쿠르 등 꾸준히 진행해 온 문화사업을 알리는 것이 브랜드의 긍정적 이미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봤다. 그 결과 △백지광고 포스터 △동아마라톤 스포츠웨어 △신춘문예 스페셜 에디션과 웹사이트 리디자인 △100주년 구독자 키트 △100주년 기념 엠블럼 △키워드 그래픽 캘린더 등의 디자인 작품이 탄생했다. 참가자 김은경 씨와 임하경 씨는 각각 신춘문예 웹사이트 리뉴얼과 특별판 굿즈를 제안했다. 김 씨는 “신춘문예는 신인 문학인 발굴과 문화 부흥 차원에서 지속되어야 할 역사적인 행동”이라며 “이를 위해 1920년 창간호부터 사용한 로고를 사용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소통을 담아 사이트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임 씨는 동아일보의 3대 사시 중 문화주의에 초점을 맞춰 ‘세상을 보는 맑은 창’과 ‘연결’을 콘셉트로 한 포스터, 다이어리, 휴대전화 케이스, 엽서 등의 굿즈를 구성했다. ‘백지광고 포스터’를 제작한 김주희 씨는 “독자들이 동아일보의 투쟁을 지원하고 동참하는 뜻으로 실었던 응원 광고 속 재밌고 유쾌하게 풀어낸 문구, ‘파이팅’ 넘치는 문구를 활용해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오주은 씨는 동아콩쿠르 수상자의 이미지를 활용한 구독자 키트를 디자인했다. 역사성, 역동성, 초심을 키워드로 한 달력을 제안했다. 채 교수(모노클앤컴퍼니 대표)는 “일반적인 브랜딩 수업은 새로운 브랜드를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100주년을 맞는 동아일보에는 구체적 아카이브가 있어 학생들에게도 실질적인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전시는 2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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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문화회관의 ‘컬렉터’ 전시에 없는 세 가지[현장에서/김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김희근 벽산엔지니어링 회장의 소장품을 소개하는 ‘세종 컬렉터 스토리’가 열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김성규 사장이 “미술관의 방향성을 구축하고 아트 컬렉터의 긍정적 역할을 조명하겠다”며 추진한 첫 기획전시라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개막한 전시엔 ‘컬렉터’만 있고 ‘긍정적 역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중요한 세 가지가 빠졌기 때문이다. 첫째는 교육적 측면이다. 공공 미술관의 1순위 고려 대상은 시민이다. 시민들은 공공 전시로 미술사를 경험하고 시대를 관찰한다. 유럽 모더니즘 컬렉션을 구축하고 미술관을 세운 페기 구겐하임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컬렉터’전에는 명확한 가치가 밝혀지지 않은 동시대 작품이 혼재돼 전시됐다. 요제프 보이스와 백남준 전시 공간 등 눈에 띄는 곳도 있었지만 미술사 흐름을 이해하기엔 턱없이 작은 규모였다. 다음은 후원자 역할이다. 컬렉터는 초기에 작품 가치를 알아보고 작가의 성장을 도울 때 후원자가 된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을 수집해 미국 필라델피아 박물관에 기증한 아렌스버그 부부가 대표적. 그런데 전시장에는 미술사의 주요 흐름이나 특정 사조에 관한 맥락이 보이지 않았다. 특히 전시장에 1, 2점씩 걸려 있는 앤디 워홀 등의 작품은 오래전 미술사적 가치가 확립된 투자적 성격이 짙은 작품이었다. 기획자는 “전체 소장품을 본 것이 아니라 김 회장 측이 제공한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해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소장품이 공공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좋은 이력이 된다. 미술관이 주도적으로 전체 소장품을 연구하고, 공익성에 맞는 작품을 충분히 선별했어야 하는데 이에 부합하지 못한 것은 안타깝다. 마지막은 공공성이다. 여러 사정으로 공익적 맥락을 전시에 넣기 어려웠다고 해도 입장료까지 받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김 회장은 대여료 없이 컬렉션을 내줬다. 미술관은 입장료(4000원)가 통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개인이 모은 작품들을 시민이 유료로 봐야 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초 기획 의도인 ‘컬렉터 역할 재정립’은 미술계에 정말 필요한 일이다. 김 회장 또한 오랫동안 예술 작품을 수집하고 활발히 문화 예술계를 지원했다. 그러나 컬렉터는 ‘후원자’와 ‘투자자’라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다. 이 중 긍정적 측면을 부각하려면 탄탄한 연구와 세심한 기획이 필요했다. 이 전시가 민간 미술관에서 열렸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 산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미술관에서 희귀하고 값비싼 작품을 나열해 보여준다는 정도의 안이한 기획이 이뤄진 것은 아쉽다. 앞으로 ‘컬렉터’전이 성공하려면 시민을 염두에 둔 치밀한 주제의식부터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김민 문화부 기자 kimmin@donga.com}

    • 2019-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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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식이 아닌 생명의 공간… 도심 정원의 대반전

    ‘건물을 짓고 남은 자리에 정원을 꾸미는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자연에 건물이 앉혀진다면 어떤 모습일까.’ 서울 성동구에 10일 문을 연 ‘아모레 성수’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서울의 브루클린 ‘성수’에 있어서도, 오래된 자동차 정비소를 리모델링한 ‘인스타 성지’여서도 아니다. ‘힙스터’는 물론이고 건축가도 주목하는 공간은 중정에 자리 잡은 231m²(약 70평) 넓이의 ‘성수가든’이다. 쓰고 남은 여백을 채우거나 건축물을 보조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정원의 반전은 뭘까? “개구리가 밤새도록 울어대는 공원. 도시에서 쫓겨난 생명이 돌아오는 공간. 그런 곳이 저의 꿈입니다.” 성수가든을 만든 ‘더가든’의 김봉찬 대표(54·사진)가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성수가든은 공간에 식물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서식처’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쪽동백, 노각나무, 꼬랑사초, 나도히초미 등 자생식물이 공존하고, 바닥에는 푸른 이끼가 덮여 숲을 그대로 옮겨온 풍경이다. 녹색, 갈색, 회색의 그러데이션은 인위성 없는 자연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아모레 성수’에는 뷰티 체험 공간과 카페가 들어섰다. 디귿(ㄷ)자 형태의 건축이 중정을 감싸안고, 통유리창을 통해 정원을 사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따뜻한 날엔 창을 열어 두어서 스프링클러의 물이 뿜어질 때 풀내음이 솔솔 들어온다. 정원에는 사람이 들어갈 수 없으니, 이 공간의 주인공은 정원이다. 이처럼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식물의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생태정원’이다. 생태정원을 국내에 처음 도입한 김 대표는 대학에서 생태학을 공부하고, 제주 여미지식물원에 근무하며 식물의 생태를 익혔다. 제주 토박이로 다양한 식생을 접했고 40대 때까지 자연에 심취해 한국의 산, 도서 지방, 압록강 두만강 유역 등을 답사했다. 1990년대에는 해외 잡지를 보며 독학으로 조경 기술을 익혔고, 고산식물을 위한 암석원 조성 기법을 개발해 ‘평강식물원’에 적용했다. 김 대표는 그간 국내의 정원에서 다양한 식물의 어우러짐을 보기 힘들었던 것은 국내 조경의 기준이 ‘잘 견디는 식물’에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성수가든 속 식물 대다수는 기존 조경 시장에서 구하기 어려운, ‘더 가든’에서 직접 기른 것들이다. “국내에서는 안 좋은 조건에서 잘 견디는 식물, ‘하자’가 나지 않는 식물을 선호해 왔어요. 그런데 사실 모든 식물은 ‘하자’가 없습니다. 단지 잘못 다루거나 환경을 만들어주지 못한 거죠. 낯선 서식처에서도 식물이 잘 살게 해주는 것이 정원의 기술입니다.” 미국 뉴욕의 명소 ‘하이라인파크’도 도시의 악조건에서 식물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준 것이 핵심인데, 국내에서는 겉모습만 가져오려 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진단했다. 그 기저의 원인은 연구와 기술 개발 등 ‘기초 체력’ 부족이다. “식물원은 기본적으로 사진 찍는 곳이 아니라 식물 생태 연구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야 해요. 뉴욕 식물원은 약초를 연구하려 아마존에도 베이스캠프를 두고 있죠.” 생태정원도 감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도시 속 생명 공존 방법으로 봐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자신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인간이 멸종위기종 1순위라고 생각해요. 다양한 생명과 공존하는 환경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 아닐까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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