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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 한복판에 아침 일찍부터 늦은 퇴근시간까지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립유치원이 생긴다. 서울시교육청이 명동 남산초등학교에 국내 최초로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는 ‘온종일 유치원’ 설립을 추진한다. 온종일 유치원은 도심 속 학교 용지에 단설 유치원을 짓고, 도심 공동화로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도 살릴 수 있는 새로운 유치원 모델이다. 시교육청은 그 첫 사례로 남산초등학교 주차장과 놀이터 자리에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유치원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7개 학급 규모로 만 3∼5세 원아 130여 명을 받을 수 있다. 이르면 2021년 상반기에 문을 연다. 온종일 유치원은 맞벌이 부모의 고충을 덜기 위해 추진됐다. 유치원 종일반은 오후 5시면 끝나기 때문에 대다수 맞벌이 부모는 퇴근 전에 아이를 집으로 데리고 오는 하원 도우미를 따로 고용하거나 다른 가족들에게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서울 전체 유치원의 2%인 20개 유치원의 일부 학급에서만 온종일 방과후 과정을 운영했다. 온종일 유치원을 명동 남산초등학교에 짓기로 한 건 이런 돌봄 서비스가 절실한 맞벌이 부모가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 도심 공동화 탓에 학생 수가 줄어 여유 부지가 있는 점도 고려됐다. 현재 공립유치원을 짓는 데 최대 걸림돌은 용지 확보다. 온종일 유치원은 기존 학교 용지를 활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온종일 유치원이 문을 열면 백화점, 은행이나 대기업 본사가 있는 명동 인근의 많은 직장인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인근 직장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한 수요 조사 결과 약 200명이 온종일 유치원에 자녀를 보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최근 학생 수가 줄고 있는 남산초등학교를 살리는 효과도 기대된다. 1958년 4500여 명이던 남산초등학교 학생 수는 현재 181명으로 줄었다. 이렇다 보니 남산초등학교는 주소지와 상관없이 부모가 인근 직장에 다니면 입학이 가능하다. 전교생의 45%가 이렇게 입학했다. 이문구 남산초등학교 교장은 “현 추세라면 15년 안에 폐교할 것”이라며 “온종일 유치원이 생기면 졸업생 절반은 남산초등학교로 진학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를 같은 공간에서 다닐 수 있다는 건 학부모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교육부가 국공립유치원 신설 예산을 적극 지원하기로 해 유치원 건립비용(약 80억 원) 마련에도 문제가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남산초등학교 온종일 유치원이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향후 서울시내에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김호경 kimhk@donga.com·조유라 기자}
시험 문제와 답안 유출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 씨의 쌍둥이 딸이 숙명여고에 자퇴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숙명여고는 쌍둥이 자매가 1일 학교에 자퇴서를 제출해 승인 여부를 고려 중이라고 7일 밝혔다. 두 딸이 자퇴서를 낸 시점은 경찰이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하루 전날이다. 학교 측은 “신중한 판단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다각도로 상황을 고려하고 절차 등을 따져본 뒤 (자퇴) 승인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학부모와 학생들에 따르면 문과생인 쌍둥이 언니는 5일부터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과생인 쌍둥이 동생은 지난달 6일과 14일 진행된 경찰 소환 조사 중 호흡 곤란 등의 이유로 병원에 이송된 이후 학교에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2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쌍둥이 딸이 자퇴를 하면 복학이 가능하다. 시험 문제 유출 혐의가 인정돼 두 딸의 기존 2학년 1학기 성적이 0점 처리가 될 경우 자퇴 후 2학년 1학기로 복학해 다시 시험을 칠 수가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다만 쌍둥이 딸이 자퇴한 뒤 다른 학교에 복학하더라도 재판 등을 통해 두 딸의 범죄 혐의가 확정될 경우 다른 학교에서도 퇴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학부모 B 씨는 “A 씨와 두 딸이 생활기록부에 범죄 사실이 기록되기 전에 미리 자퇴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한편 법원은 증거인멸 우려 등의 이유로 6일 A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되는 15일 이전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구특교 kootg@donga.com·조유라 기자}

15일까지 전국 시도교육청이 초중고교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기로 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치원 감사는 공금 유용 등 회계 쪽이 대부분이라면 학교는 학교생활기록부 정정이나 시험 문제 출제, 출결이나 봉사 기록 등 입시와 연관된 부분이 많다. 학부모들이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감사 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되면 다음 달 중학교 3학년의 고교 지원을 앞두고 비선호 학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감사 결과는 학생부 등 입시 관련 내용 많아 6일 본보 취재팀은 그동안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한 부산 울산 전남 경남 제주 등 5개 교육청을 비롯해 학교 이름이 나오지 않은 나머지 시도교육청의 감사 결과를 분석했다. 회계는 물론이고 학부모들이 우려했던 대로 학업 등 민감한 부분에서 비위가 드러났다. 대전 A고교의 한 교사는 성적이 좋은 학생 10여 명에게 상을 중복해서 준 사실이 올해 초 교육청에 적발됐다. 이 교사는 과거에 지적장애 여중생 집단 성폭행에 가담했던 학생에게 봉사를 많이 했다는 추천서를 써주고 명문대에 합격시켜 중징계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대전 B고교는 무단결석이나 지각을 한 학생들의 학생부에 개근상을 받았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 C고교는 2015∼2016학년도 정기고사에서 문제 검토를 제대로 안 해 29개 정답을 바로잡았다. 서울 D고교는 2016학년도 1, 2학기 중간고사에서 전년도와 똑같은 문제를 21개 출제했다. 전남과학고는 2017학년도에 학생 두 명이 결석했는데도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학생부에 기록해줬다. 전남 목포덕인고는 2014∼2015학년도에 결석한 학생 17명이 창의적체험활동에 참여했다고 기록한 사실이 적발됐다. 부산 학산여고는 2014학년도에서 2017학년도까지 상당수 교사가 수행평가에서 학생 대부분에게 만점이나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준 사실이 적발됐다. 교육청이 홈페이지에 익명 또는 실명으로 감사 결과를 공개해도 이 사실조차 모르는 학부모가 많았다. 하지만 모든 교육청의 감사 결과가 실명으로 공개된다면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감사 결과는 학부모가 해당 학교를 평가하는 또 하나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고2 자녀를 둔 김모 씨는 “학생부 관리에 믿음이 안 가는 고교에 내 자녀를 보내고 싶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상을 몰아줘서 입시 성과가 좋은 고교라고 한다면 내 아이가 그만큼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보내겠느냐”고 했다.○ 실명 공개, 교육부의 ‘사학 길들이기’ 지적도 일각에서는 교육 당국이 학부모들의 불만 제기를 빌미로 유치원에 이어 초중고교 등 사립학교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교육청 감사는 사립에 집중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학교 종합감사는 공립·사립 구분 없이 3∼4년 주기로 하지만 특정 감사는 사립이 대다수다. 지금까지 각 시도교육청은 사립의 경우 사립학교법상 징계를 강제할 수 없다며 불만이었다. 하지만 학교 입장에서는 실명이 공개되면 학부모의 불만이 속출해 교육청의 징계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감사 결과에 대해 학교에 강력하게 항의한다면 학교가 마냥 무시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감사 결과 실명 공개가 학부모에게 유용한 정보인데 지금까지 교육감들이 공개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12개 시도교육청이 감사 결과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던 건 법령을 소극적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정보 중 하나로 ‘감사에 관한 사항’을 포함시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이름이 공개되면 학교에 불명예가 될 수 있어 그동안 공개를 안 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청들은 제보로 감사에 착수한 건은 민원인 신분 노출 우려로 감사 결과는 물론이고 내용도 공개하지 않을 계획이다. 학교가 징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경우 실명을 공개할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에서 소송 중인 감사 결과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해 현재 익명으로라도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리지 않는다”며 “이런 것까지 공개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유치원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15일까지 각 교육청 홈페이지에 초중고교의 감사 결과를 실명 공개하기로 해 파장이 예상된다. 실명이 공개되는 학교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감사가 완료된 곳이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5일 충북 청주시의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서 감사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감사협의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립유치원과 마찬가지로 2013년부터 감사가 완료된 올해 감사 결과까지 지적 사항과 처분 내용을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달 31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유치원처럼 초중고교 감사 결과도 공개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세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와 감사협의회는 이미 부산 울산 전남 경남 제주 등 5개 교육청에서 학교 감사 실명을 공개해 온 만큼 이번 방침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시교육청은 “법령에 근거해 오래전부터 학교 실명을 공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을 포함한 12개 시도교육청은 그동안 감사 결과를 실명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감사 내용이 주로 공금의 사적 유용 등 회계 문제인 유치원과 달리 초중고교 감사 결과는 학교생활기록부 부당 정정, 시험 평가문항 출제 부적정 등 학생들에게 민감한 이슈가 포함되어 있다. 실명이 공개되면 각종 비위에 대한 교육당국의 처분이 적절했는지 학부모들의 문제 제기가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기부가 꼭 어려워야 하나요?” 지난달 2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SK그룹의 사회공헌 전문재단인 ‘행복나눔재단’이 주최한 기부 파티 ‘2018 행복얼라이언스 데이, 함께해서행복해’ 행사가 열렸다. 토크 콘서트에 연사로 참여한 비타민엔젤스 설립자인 염창환 박사는 “기부는 작은 물건을 하나 사는 것처럼 쉬워야 한다”고 말했다. 비타민엔젤스는 소비자가 비타민 한 통을 구매할 경우 다른 한 통을 저소득 가정 어린이, 취약계층 등에 기부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이번 행사는 ‘일상 속 나눔으로 행복을 채우자’는 슬로건 아래 시민들이 쉽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기부 문화 확산을 위해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행사다. 행사는 사회적 기업 50개가 참여한 플리마켓(벼룩시장), 일상 속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명사들의 토크 콘서트와 뮤직 콘서트로 구성됐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 2500여 명이 참여해 일상 속 나눔에 함께했다. “파우치를 사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를 돕는 데 기부된다고 해서 샀는데 품질도 만족스럽네요.” 딸 최성령 양(15)과 행사장을 찾은 장남희 씨(44·여)는 플리마켓에서 구매한 물품을 봉지에서 꺼내며 웃었다. 장 씨는 녹차와 밀크티 베이스, 화장품 파우치를 구매했다. 장 씨는 “시중보다 살짝 비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일에 쓰인다는 생각을 하니 그 정도는 충분히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플리마켓에는 사회적 약자에게 수익을 나누거나 부산경남 지역 발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들이 모였다. 이날 플리마켓을 통해 판매한 상품의 수익금 일부와 입점비는 저소득 가정 아동들을 위해 기부된다. 사실상 기업들은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 입점한 것이다. 플리마켓에 참여한 기업들은 소비자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 만족했다. 양수연 블룸워크 대표(24·여)는 “소비자들에게 직접 제품에 대해 설명하면서 ‘사회적 기업 제품은 질이 좋지 않을 것’이란 편견을 없앨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블룸워크는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그린 작품으로 엽서, 필통, 양초 등 제품을 만들고 수익금을 다시 작가들에게 지급한다. ‘부산’, ‘해운대’ 등의 문구가 적힌 셔츠, 모자 등을 제작하는 웨이브유니온 대표 강다연 씨(24·여)는 “처음에는 이게 뭐냐며 의아해하던 분들도 설명을 듣고 난 뒤에는 고개를 끄덕인다”고 전했다. 강 씨는 웨이브유니온을 통해 부산 시민들에게 지역 소속감과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쌀쌀한 바닷바람 속에 야외극장에서는 슈퍼주니어 이특과 개그맨 이동우의 사회로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연사로는 염 박사와 ‘호통판사’로 유명한 천종호 부산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탈리아 출신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 씨가 나섰다. 이들은 거창한 것을 나누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몬디 씨는 ‘무엇을 나눠야 할지 모르겠다’는 질문에 대해 “지나가는 아이에게 미소를 나누는 것도 나눔”이라며 “나눔은 자기 방식대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천 판사도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에게는 축구를 함께 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며 ‘일상 속 작은 나눔’을 강조했다. 뮤직콘서트에서는 가수 f(x) 루나, 볼빨간사춘기, 10cm, 뮤지컬 배우 정선아와 한지상이 관객에게 자신의 재능을 나눴다. 가수 루나는 어릴 적 동네 발레학원 선생님의 배려로 무료로 춤을 배웠던 경험을 공유했다. 루나는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진 것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면 나눔”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임예진(21)·연주(19) 자매는 “예쁜 물건을 사고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도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니 뿌듯한 하루였다”고 말했다. 성기찬 씨(23)는 “커피 한 잔을 소비할 때도 내가 쓴 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며 “이왕 소비하는 거 ‘착한 상품’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기부 축제 ‘함께해서행복해’는 10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 대양홀에서도 열린다.부산=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앞으로 조직적인 집단휴업이나 폐원은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집단행동을 하면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리 유치원 파문과 관련해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일명 ‘박용진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개별적으로 휴업이나 폐원을 하겠다는 사립유치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유총은 30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이 토론회에는 사립유치원 설립자, 원장, 교사 등 4500여 명이 모였다. 사설 경호업체와 한유총 관계자들은 외부인과 언론사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했다. 한유총으로부터 스티커를 받은 유치원 관계자들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공공성 강화’ 방안에 머리를 맞대기보다는 자신들이 비리 집단으로 몰린 억울함을 성토하며 유치원의 재산을 지키는 방안을 공유하는 데 집중했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폐원”이라고 여러 차례 구호를 외쳤다. 다른 참석자는 “교육청에서 폐원 신청 서류를 받아가는 것만으로도 교육당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박용진 3법이 통과되면 어떻게 하겠냐’는 현장 설문조사 결과 ‘폐원하겠다’는 답변이 많았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폭로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비리 유치원에 횡령죄를 묻기 위해 유치원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내용의 유아교육법 개정안, 유치원 설립자가 원장을 겸직하지 못하게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안, 학교 급식에 유치원을 포함시키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23일 발의했다. 정부는 사립유치원의 탈세 행위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관계부처 장관회의에서 “국세청과 교육청 감사, 비리 신고 조사결과에 대한 세무조사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교육청은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 40% 조기 달성’을 위해 2022년까지 사립유치원 40곳을 매입해 공립유치원으로 전환하고, 초등학교 신설 시 병설 유치원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 국공립 유치원 취원율은 18%인데, 이를 40%까지 올리려면 현재 850개인 공립 유치원 학급을 1640개로 늘려야 한다.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정부가 주최하려던 유치원 관련 토론회를 집단행동으로 파행시킨 혐의로 한유총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양=조유라 jyr0101@donga.com / 김호경 기자}

25일 정부의 고강도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에 전국의 일부 사립유치원이 원아 모집정지 및 폐원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그중 경기 광주에서 6개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A 이사장이 학부모들에게 내년부터 만 3세 신입원아 모집정지 통보를 한 소식이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A 이사장이 운영하는 유치원에 광주지역 전체 유아의 절반이 다닌다는 사실에 경기도교육청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교육부가 직원을 급파했다. 일각에서는 A 이사장이 6개 유치원을 운영하는 ‘기업형’이라며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무기 삼아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그가 운영하는 유치원 중 1곳은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다. A 이사장은 정말 ‘장사꾼’일까? 그래서 고강도 대책이 나오자 모집정지 선언을 한 걸까? 25일 밤 A 이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내년부터 만 3세 신입원아를 모집 정지한다고 들었다. “경기 광주지역에서 유아교육을 한 지 23년째다. 23년 동안 6개 유치원을 세웠고 광주 지역 유아 절반이 우리 유치원에 다닌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유아교육은 내가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 공개 뒤 하루아침에 ‘비리 원장’이 됐다. 일곱 살 아이들이 뉴스를 보고 아침에 나한테 ‘원장님 나쁜 짓 했죠’ ‘내 돈으로 노래방 갔죠’라고 말했다. 이런 말을 들으니 자괴감이 들었다.” ―감사에서 적발된 건 사실 아닌가. “억울하다. 23년간 유치원 하면서 이전에도 감사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예전에는 문제없다던 게 갑자기 2013년 이후 감사에서 문제라고 했다.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다. 어느 날 갑자기 감사관이 와서 ‘이것은 틀렸다’고 하는데 당혹스러웠다. 우린 하던 대로 했을 뿐이었다.” ―감사 지적사항을 보면 설립자에게 수천만 원을 무단 이체하는 등 회계집행 부적정으로 적발된 게 많다. “23년간 유치원 6개 세우는 데 200억 원 투자했다. 국가에서 10원도 지원받지 않고 내 사비 털어서 지금까지 했다. 그런데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로 유치원에서 400만 원씩 가져갔다고 감사 적발된 것이다.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왜 가져갔느냐는 게 교육부 논리다. 난 정말로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유치원 회계에 대한 규칙은 2017년 9월 처음 나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감사는 공립유치원 기준을 잣대로 감사했다. 그런데 200억 원 들여 유치원 세운 나랑 공립유치원이랑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국가는 내 잘못이고 보전하라고 해 다시 돈을 다 채워 넣고 시정명령에 따랐는데 몇 년 지나 2018년에 터뜨리고 ‘비리 유치원’이라고 그런다.” ―정부로부터 누리과정 지원금·각종 보조금 받지 않나. “자꾸 누리과정 지원금 얘기하는데 그것은 사립유치원에 준 것 아니지 않나. 학부모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하는데 (정부가) 귀찮으니까 유치원에 한 번에 다 넣어준 것 아닌가. 누리과정 지원금 없었으면 유치원들이 학부모들에게 받았을 돈이다. 우리는 대리수령만 했다. 정치가들이 표 얻으려고 학부모들에게 22만 원씩 지원하고 나서 왜 그걸 사립유치원이 횡령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유치원이 여럿인데 8개월 전 60억 원을 들인 새 유치원은 왜 설립했나. “처음 유치원을 시작한 건 광주지역에 우리 아들이 다닐 유치원이 없어서였다. 유치원도 없고 계속 (추첨에) 떨어져 차라리 내가 하나 세우자 한 거다. 이번에는 광주에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데 유치원이 부족했고 그 때문에 기존의 우리 유치원 대기자가 400명이 넘어갔다. 교육청은 나 몰라라 하고 있고…. 그쪽에 미리 사둔 땅이 있어 건물을 지었다. 나는 사립이니까 (아껴서) 60억 원 들여 지었지 공립은 (정부 돈으로 하니까) 단설 하나에 100억 원을 들여 지어야 한다. 연간 운영비도 10억∼20억 원이 든다. 내가 지은 단설 유치원 6개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600억 원 들여 건물 짓고 연간 최대 120억 원을 투자해야 운영된다.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하려면 1조 원이 필요하다. 국가가 무슨 수로 그 비용을 다음 세대에 지울지 모르겠는데 나중에 아이들도 줄어드는데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도 돈이 벌리니까 유치원 계속 한 것 아닌가. “아이들이 좋아서 했다. 돈만 따지면 내가 유치원 다 폐원하고 요양병원으로 바꾸면 한 달에 4000만 원씩 임대료 들어오는데 그게 낫지 않겠나? 그래도 유치원 필요한 곳 있고 애들 뛰어노는 모습 보는 게 좋아서 한 거다. 그런데 이젠 아닌 것 같다. 지금 6개 유치원 중 3곳은 정원이 60∼70% 정도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폐원해도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립유치원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곧 폐원할 사립유치원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런데 왜 국가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계속 엄포만 놓으며 우리가 흉악범도 아닌데 때려잡겠다는 얘기만 한다.” ―유아교육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나. “제일 답답한 게 국가의 획일화다. 누리과정 들어오고 나서 교재가 생겼다. 유치원은 원래 교재가 있으면 안 된다. 교사와 상호작용을 하면서 교구를 이용하고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하는데 요즘은 책이 대신한다. 예를 들어 숲에 있는 유치원이라면 주 1회 숲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책으로 숲을 배우고 숲 교육이라고 한다. 말이 안 된다. 이번 비리유치원 파문이 가라앉아도 아이들에게 이미 유치원장은 나쁜 사람이 돼버렸다. 유치원 문을 닫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교육자로서의 명망이 다 깨져버렸다는 거다. 더 이상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빠져주고 국가가 대신 하겠다니 많은 예산 들여 고용창출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모든 사립유치원장 마음이 같다고 본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교육부는 26일 최재형, 김종림, 서갑호 선생 등 일제강점기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뒷받침한 한상(韓商)들을 내년도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싣는 방안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나 9세 때 러시아로 건너간 최재형 선생(1860~1920)은 장사를 통해 큰 부를 쌓았다. 그는 그 돈으로 민족지 ‘대동공보’를 발행하고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지원했다. ‘재미동포 첫 백만장자’, ‘라이스 킹(Rice King)’으로 불린 김종림 선생(1886~1973)은 하와이에서 쌀농사로 성공을 거뒀다. 김 선생이 설립을 지원한 임시정부의 비행학교는 현재 대한민국 공군의 모태가 됐다. 일본에서 맨손으로 시작해 1952년 일본 전체 부호 5위에 오른 ‘방직왕’ 서갑호 선생(1915~1976)은 독립 직후 조국에 주일대사관 등 현재 시가 1조 원이 넘는 부지를 기증했다. 한상들의 독립운동이 교과서에 실리면 학생들이 해외 한인들의 독립운동사를 비중 있게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존에 교과서에서 재외동포의 독립운동사를 낮은 비중으로 다뤄왔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한상들을 통해 국내 독립운동사 뿐만 아니라 해외 독립운동사에 대해 균형 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논의는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교육부에 적극적으로 제안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외동포재단은 23~25일 제17차 세계한상대회를 열고 일제강점기 한상들의 독립운동을 재조명했다. 한상들의 독립운동기가 초등 몇 학년 교과서에 실릴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분량과 형태 역시 미정이다. 한상들의 독립운동기는 국정교과서 집필진과 상의를 거쳐 11월 중 최종 결정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정부는 25일 ‘사립유치원에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국공립유치원 내년 증설목표 2배로 확대’ 등 고강도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놨다. 당장 이날 저녁부터 전국 각지에서 일부 사립유치원이 원아 모집정지 및 폐원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쏟아졌다. 그런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건 경기 광주에서 6개 유치원을 운영한다는 A이사장이 학부모들에게 내년도 만 3세 신입원아를 모집정지한다고 통보했다는 소식이었다. 광주 지역 전체 유아의 절반이 A이사장의 유치원에 다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기교육청이 비상대책반을 꾸리고 교육부가 직원을 급파하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경기교육청은 “폐원 신청 공문이 정식 접수되지 않아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면서도 해당 6개 유치원 주변 공립 병설유치원에 학급 증설 계획을 세우는 등 대처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A이사장이 6개 유치원을 운영하는 ‘기업형’이라며 지역에서의 유아 수용 영향력을 무기 삼아 정부를 상대로 몽니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 그가 운영하는 유치원 중 1곳은 지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비리 유치원 명단에 포함됐다. A이사장은 정말 ‘장사꾼’일까? 그래서 고강도 대책이 나오자 모집정지 선언을 한 걸까? 국민의 시선에서는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A이사장 등 사립유치원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25일 밤 그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1시간 동안 이뤄졌다. ―내년부터 3세 신입원아를 모집정지한다고 들었다. 이유가 궁금하다. “경기 광주 지역에서 유아교육한지 23년째다. 23년 동안 6개 유치원을 세웠고 광주 지역 유아 절반이 우리 유치원에 다닌다. 지금까지 광주에서 유아교육은 내가 1등이라는 자부심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유치원 감사결과 실명 공개 뒤 하루 아침에 ‘비리 원장’이 됐다. 일곱 살 짜리 애들이 뉴스를 보고와서 아침에 나한테 ‘원장님 나쁜 짓 했죠’ ‘가방샀죠’ ‘노래방도 갔죠’ 그런다. 어떻게 더 하란 말인가. 이런 말 들으며 하고 싶겠나. 자괴감이 든다.” ―감사에서 적발된 건 사실 아닌가. “억울하다. 23년간 유치원 하면서 이전에도 감사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예전에는 문제없다던 게 갑자기 2013년 이후 감사에서 문제라고 했다. 영화 제목처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다. 어느 날 갑자기 시민감사관이 와서 ‘이것은 틀렸다’ ‘이것도 틀렸다’ 하는데 당혹스러웠다. 우린 하던대로 했을 뿐인데. 지금까지 사립유치원들이 유아교육을 100년, 110년동안 책임지다시피 했는데 국가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혁명군, 해방군처럼 나타나 감사를 해놓고 시정잡배보다 못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감사 지적사항을 보면 설립자에게 수천 만 원을 무단이체 하는 등 회계집행 부적정으로 적발된 게 많다. 급식 운영 부적정으로 87만여 원 보전하라는 처분도 받았던데…. “23년 간 유치원 6개 세우는데 200억원 투자했다. 국가에서 10원도 지원받지 않고 내 사비 털어서 지금까지 했다. 가장 최근에 개원한 곳은 8개월 전에 문 열었는데 60억원 들었다. 그런데 이사장이 업무추진비로 작은 유치원에서는 150만 원, 큰 유치원에서는 250만 원 씩 가져갔다고 감사 적발 된 것이다. 이사장은 무보수 명예직인데 왜 가져갔냐는 게 교육부 논리다. 난 정말로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유치원 회계에 대한 규칙은 2017년 9월 처음 나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감사는 공립유치원 기준을 잣대로 감사했다. 그런데 200억 들여 유치원 세운 나랑 공립유치원이랑 어떻게 같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그나마도 국가는 내가 잘못이고 보전하라고 하길래 다시 돈 다 채워넣고 시정명령에 따랐다. 그런데 이미 다 처리 한 것을 몇 년 지나 2018년에 터뜨리고 ‘비리 유치원’이라고 그런다.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겠다. 내가 200억원 투자해 유치원 세운 사람인데 87만원 급식비 떼어 먹자고 회계부정 저질렀을까? 행정실수였다. 초중고에는 회계 담당하는 행정직원 있지만 유치원은 그런 것 없다. 급식비는 급식비 계정에 써야하고 간식비는 운영비 계정에 써야하는데 그걸 잘못 썼다. 그게 또 감사 지적사항에 걸렸다. 휴대전화 요금 썼다고 지적받은 것도 그렇다. 유치원에 선생님들과 함께 쓰는 업무용 공용 휴대전화가 있는데 그게 내 명의로 돼 있었다. 그 요금을 냈다가 걸렸다. 그런데 그런게 안된다는 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고의가 아니였다고 아무리 말해도 원장의 비리라고 한다. 지금 사립유치원은 다 비리 집단이 되어버렸다.”―정부로부터 누리과정 지원금·각종 보조금 받지 않나. “자꾸 누리과정 지원금 얘기하는데 그것은 사립유치원에 준 것 아니지 않나. 학부들에게 직접 지급해야 하는데 (정부가) 귀찮으니까 유치원에 한번에 다 넣어준 것 아닌가. 누리과정 지원금 없었으면 유치원들이 학부모들에게 받았을 돈이다. 우리는 대리수령만 했다. 정치가들이 표 얻을려고 학부모들에게 22만 원씩 지원하고 나서 왜 그걸 사립유치원이 횡령했다며 도둑놈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나는 처음에 누리과정 지원금을 유치원에 줄 때부터 의아하게 생각했다. 지금 정부는 사립유치원이 무한의 공공성을 가지고 하라는 건데 우리가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역적인가 싶다. 차라리 내가 이 돈으로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장학재단 이사장을 했으면 훨씬 행복하게 살았을 것 같다.”―무슨 돈으로 200억원을 투자해 유치원을 6개나 세웠나. “원래 돈이 좀 있었고 공대 나와서 학원을 운영하며 또 벌었다. 건설업도 하고 하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물론 아이들이 많았던 초창기에는 유치원에서도 벌었지만 그건 많지 않았다. 처음 유치원을 시작한 건 광주 지역에 우리 아들이 다닐 유치원이 없어서였다. 하도 유치원이 없고 계속 (추첨에) 떨어져서 차라리 내가 하나 세우자 한거다. 이후 석·박사학위는 유아교육 전공으로 했다. 우리 아이 셋이 다 우리 유치원 나왔다. 그런데 이번 비리 유치원 파문 일면서 아이들 친구들도 날 어떻게 볼까 싶고…. 온 국민에 사립유치원이 비리 집단으로 낙인찍힌 이상 접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내가 이런 꼴 보려고 세웠을까.”―유치원이 여럿인데 8개월 전 60억 원을 들인 새 유치원은 왜 설립했나. “광주에서 유아교육은 내가 1등이라 자부했다. 그런데 새 아파트가 들어오는데 그쪽 유치원이 대책이 없었다. 그쪽 아이들 때문에 우리 기존 유치원 대기자가 400명이 넘어가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몰려오는데 교육청은 나몰라라 하고 있고…. 사실 그쪽에 내가 미리 사둔 땅이 있었다. 그래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나 말고 또 다른 유치원이 하나 더 들어오기로 돼 있었는데 그 쪽은 설립을 포기했고 나만 했다. 그런데 이 지경이 된 거다. 지금도 우리 유치원 대기자가 많은데 돌이켜보면 (설립을 포기했던) 그 사람이 현명했던 것 같다.” ―왜 국가에선 공립 단설유치원을 짓지 않았나. “내 말이 그 말이다. 국가가 거기에 단설을 지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돈이 없지 않냐. 나는 사립이니까 (아껴서) 60억 원 들여서 지었지 공립은 (정부 돈으로 하니까) 단설 하나에 100억 원을 들여 짓는다. 짓는 돈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 단설 하나 지으면 연간 운영비가 10~20억 원이 든다. 내가 지은 단설 유치원 6개를 기준으로 하면 정부가 600억 원 들여 건물 짓고 연간 최대 120억 원을 투자해야 운영된다. 그걸 지금 사립들이 해 왔는데 정부는 저렇게 큰소리만 치고 사립을 도둑으로 만들었다. 지금 국가가 책임지고 유아 교육하겠다고 하는데 국공립유치원 취원율 40% 달성하려면 1조 원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근데 해보면 알거다. 1조 원만 필요한 게 아니고 유지비는 훨씬 더 많이 들어간다. 국가가 무슨 수로 그 비용을 다음 세대에게 지울지 모르겠는데 단설유치원 많이 지으면 나중에 아이들도 줄어들텐데 엄청난 부담이 된다.”―그래도 돈이 벌리니까 유치원 계속 한 것 아닌가. “아이들이 좋아서 했다. 사실 새 유치원 지을 때도 사람들이 요양원 하라고 했다. 그래도 난 노인보다 아이들이 좋아서 유치원 지었다. 내가 유치원 다 폐원하고 요양병원으로 바꾸면 대박 날거다. 한달에 4000만 원씩 임대료 들어올텐데 그게 낫지 않겠나? 그런데 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 필요한 곳 있고 애들 뛰어노는 모습 보는 게 좋아 한 거다. 그런데 이젠 아닌 것 같다. 지금도 사실 6개 유치원 중 3곳은 정원이 60~70% 정도다. 경제논리로 따지면 폐원해도 된다. 그런 상황에 처한 사립유치원이 많다. 가만히 있어도 곧 폐원할 사립유치원들이 줄을 설 것이다. 그런데 왜 국가가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 계속 엄포만 놓으면서 우리가 흉악범도 아닌데 때려잡겠다는 얘기만 한다.” ―아이들이 좋아서 유치원 했다면 아이들 생각해서 폐원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서 폐원 신청하지 않고 모집정지하겠다고 한거다. 당장 문닫겠다는 게 아니지 않나. 다만 앞으로 국가가 하겠다고, 사립유치원은 빠지라고 하니 지금 다니는 아이들까지만 책임지고 물러나겠다는 거다. 나중에 아이들 갈데 없지 않게 먼저 얘기해 준 것 뿐이다. 교육자의 최소한의 양심으로 폐원이 아닌 모집정지를 선택한 것이다. 내가 교육청과 모집정지 얘기할 때 그랬다. 만약에 정말로 광주 지역 아이들이 수용이 안 되면 당분간 1~2년 더 3세 신입원아 받겠다고 말했다. 걱정인 것은 요즘 같은 저출산에 60억 원이나 들여 누가 유치원을 하겠냐 하는 거다.”―야속함 느끼는 주변 사립유치원장들 많나? “내가 아는 많은 원장님들이 내년에 원아모집 안한다고 한다. 그냥 받지 말고 단계적으로 문 닫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도 아이들 없어 유치원으로 돈도 별로 못 버는데 뭐하러 비난까지 받아가며 하나? 감사 받고 회계기준 생기면 잘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기준도 없던 몇 년 전 감사결과 터트리며 적폐집단이라고 하고 있지 않나. 사립유치원이 전체 유치원의 7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당정청 회의에 사립유치원 원장이나 관계자나 유아교육 교수 한 명이라도 참여시켰나? 아니다. 우리가 물건 파는 사람도 아닌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받을 각오를 하라니 우리가 정말 흉악범인가보다.”―유아교육 앞으로 어떻게 되리라 보나. “제일 답답한 게 국가의 획일화다. 누리과정들어오고 나서 뭐가 생긴 줄 아나. 교재가 생겼다. 유치원은 원래 교재가 있으면 안된다. 영역 수업을 하고 그 다음에 교사와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교구를 이용하고 밖에 나가 뛰어놀아야 하는데 요즘은 책이 생겨버렸다. 예를 들어 숲에 있는 유치원이라고 하면 주 1회 정도 꼭 숲에 가서 수업을 해야 하는데, 책으로 숲을 배우고 숲교육이라고 한다. 말이 안 되는 거다. 공립유치원들은 사고날까봐 현장학습도 안한다. 만약 사고가 생기면 정년도 얼마 남지 않은 교장들은 연금이 없어지는데 아이들을 밖에 나가서 놀라고 하고 싶겠나 싶다. 이번 비리유치원 파문이 가라앉아도 이번에 받은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겠나. 아이들에게 이미 유치원장은 나쁜 사람이 돼 버렸다. 유치원 문을 닫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교육자로서의 명망이 다 깨져버렸다는 거다. 더 이상 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빠져주고 국가가 대신 하겠다니 많은 예산 들여 고용창출하면 좋을 것 같다. 아마 모든 사립유치원장 마음이 같다고 본다.”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경기 남양주 서울유치원 설립자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아버지에게 총 15차례에 걸쳐 약 2억 원을 월급 명목으로 지급했다. 회계 장부에는 유치원 시설 공사와 교재·교구 구입비로 썼다고 허위로 기록했다. 2014년 12월에는 견학버스를 빌리는 데 지출했다고 서류를 꾸민 뒤 빼돌린 840만 원을 장인에게 보냈다. 대구 수성구 개나리유치원 설립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개인 차량 구입비, 주유비, 자동차세, 맥주 등 간식비, 병원 진료비, 설립자 소유의 어린이집 우편 요금 등 245건에 총 1488만 원을 사용했다. ○ 차량 유지비에 술값까지 비리 천태만상 25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13∼2018년 5년간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 결과를 모두 실명으로 공개했다. 교육부가 18일 비리 유치원 사태로 인한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 공개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원장 등 처분 대상자 이름은 익명 처리했다.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들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원비를 부모님 용돈부터 차량 유지비, 술값, 병원비까지 쌈짓돈처럼 써왔다. 경남 창원의 푸른하늘유치원 원장은 2013∼2016년 자신의 차량으로 출퇴근하며 90차례에 걸쳐 기름값 769만 원을 유치원 운영비로 결제했다. 충북 청주의 은성유치원 원장은 2016년 유치원 설립자를 소방시설 관리자로 채용해 11개월간 2970만 원을 지급했다. 청주 동청주유치원 원장은 2015∼2016년 324만 원 정도의 개인 의류와 화장품을 유치원 회계를 통해 샀다. 인천 강화군 삼성유치원은 2012, 2013년 술을 사고, 단란주점에서 회식을 하는 데 유치원 예산을 썼다가 적발됐다. 서울 성동구 벧엘유치원 원장은 2013년 유치원 예산으로 자신과 남편의 차량 보험료는 물론이고 주유비, 자동차세, 수리비까지 3개월간 총 645만 원을 썼다. ○ 학부모들 “혹시 우리 아이 유치원도?” 학부모들은 이날 명단이 공개되자 혹시 본인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학부모 김모 씨(33)는 “오전에 명단이 공개됐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다행히 우리 아이 유치원은 없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인터넷 카페 등으로 명단 공개 소식을 퍼 날랐다. 이번 명단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기 감사를 받는 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주로 특정 사안이 있을 때에만 감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비리를 저질렀어도 적발되지 않은 유치원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경우 전체 유치원 876곳 중 사립유치원은 650곳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명단 속 사립유치원은 45곳이다. 5년간 감사를 받은 사립유치원이 64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586곳은 아예 감사를 받지 않아 비리 유치원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셈이다. 앞으로 교육당국은 국공립유치원처럼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도 상시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우선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통해 제보받은 유치원과 대형·고액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 계획이다. 조유라 jyr0101@donga.com·박은서 기자}

경기 남양주 서울유치원 설립자는 2014년 5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아버지에게 총 15차례에 걸쳐 약 2억 원을 월급 명목으로 지급했다. 회계 장부에는 유치원 시설 공사와 교재·교구 구입비로 썼다고 허위로 기록했다. 2014년 12월에는 견학버스를 빌리는 데 지출했다고 서류를 꾸민 뒤 빼돌린 840만 원을 장인에게 보냈다. 대구 수성구 개나리유치원 설립자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개인 차량 구입비, 주유비, 자동차세, 맥주 등 간식비, 병원 진료비, 설립자 소유의 어린이집 우편 요금 등 245건에 대해 총 1488만 원을 사용했다. ● 차량 유지비에 술값까지 비리 천태만상 25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2013~2018년까지 5년간 국공립 및 사립유치원을 대상으로 벌인 감사 결과를 모두 실명으로 공개했다. 교육부가 19일 비리 유치원 사태로 인한 학부모들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유치원 감사 결과 실명 공개를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원장 등 처분 대상자 이름은 익명 처리했다.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들은 정부 지원금과 학부모들이 낸 원비를 부모님 용돈부터, 차량 유지비, 술값, 병원비까지 쌈짓돈처럼 써왔다. 경남 창원의 푸른하늘유치원 원장은 2013~2016년 자신의 차량으로 출퇴근하며 90차례에 걸쳐 기름값 769만 원을 유치원 운영비로 결제했다. 충북 청주의 은성유치원 원장은 2016년 유치원 설립자를 소방시설 관리자로 채용해 11개월간 2970만 원을 지급했다. 청주 동청주유치원 원장은 2015~2016년 324만 원 정도의 개인 의류와 화장품을 유치원 회계를 통해 샀다. 인천 강화군 삼성유치원은 2012, 2013년 술을 사고, 단란주점에서 회식을 하는 데 유치원 예산을 썼다가 적발됐다. 서울 성동구 벧엘유치원 원장은 2013년 유치원 예산으로 자신과 남편의 차량 보험료는 물론 주유비, 자동차세, 수리비까지 3개월간 총 645만 원을 썼다. ● 학부모들 “혹시 우리 아이 유치원도?” 학부모들은 이날 명단이 공개되자 혹시 본인의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이 포함돼 있는지 확인하느라 분주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학부모 김모 씨(33)는 “오전에 명단이 공개됐다는 뉴스를 보자마자 교육청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다행히 우리 아이 유치원은 없었다”고 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인터넷 카페 등으로 명단 공개 소식을 퍼날랐다. 이번 명단 역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정기 감사를 받는 공립유치원과 달리 사립유치원은 주로 특정 사안이 있을 때에만 감사를 받았다. 이 때문에 비리를 저질렀어도 적발되지 않은 유치원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경우 전체 유치원 876곳 중 사립유치원은 650곳이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명단 속 사립유치원은 45곳이다. 5년간 감사를 받은 사립유치원이 64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나머지 586곳은 아예 감사를 받지 않아 비리 유치원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셈이다. 앞으로 교육당국은 국공립유치원처럼 사립유치원에 대해서도 상시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우선 유치원 비리신고센터를 통해 제보받은 유치원과 대형·고액 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내년 상반기까지 마칠 계획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은서 기자 clue@donga.com}

● 다문화가족 부문대상 받은 중국 출신 천즈 씨, 중국어 통역하며 한국 적응 도와 “생각지도 못한 대상을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한 손을 가슴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수상 소감을 말한 중국 출신 천즈 씨(44·여)는 네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는 2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LG와 함께하는 동아 다문화상(賞)’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고 감격스러워했다. 올해로 8회를 맞은 ‘LG-동아 다문화상’은 우리사회에 잘 정착한 다문화가족과 그들을 도운 숨은 공로자를 발굴해 격려하는 상이다. 다문화공헌상을 받은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아직도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당당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힘차게 살아가길 바란다”며 다문화가정을 응원하는 것으로 소감을 대신했다. 이날 시상식엔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 동아 다문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성상환 서울대 교수, 동아일보 김순덕 논설주간 등이 참석했다. 진 장관은 “열린사회,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거듭나기 위해 더욱 다문화가족들이 잘 안착하고 대한민국의 구성원으로서 자긍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다양한 인종이 어울릴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상을 수상한 천즈 씨는 2006년 남편 김태영 씨(48)를 만나 중국에서 결혼했다. 한국어를 몰랐던 천즈 씨는 남편의 나라로 오면서 말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도움을 청할 곳을 몰라 일주일 내내 집에서 지낸 적도 있다. 하지만 경기 수원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삶이 달라졌다. 말하기에 자신감이 붙자 한국직업전문학교에서 요리와 컴퓨터를 배웠다. 2013년부턴 자신처럼 정착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중국어 통역사로 나섰다. 현재는 이주여성 사회적응 매니저로 활동하고 있다. 우수상을 받은 렛셍희영 씨(29·여)는 모국 캄보디아에서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공장에서 일했다. 남편 손현수 씨(43)를 만나 2011년 한국으로 왔을 땐 음식과 문화, 생활습관 등 모든 게 낯설기만 했다. 렛셍희영 씨는 좌절하지 않고 서울 성북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며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주여성들에게 통역을 제공하고 법률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우수상 수상자인 중국동포 김미화 씨(43·여)는 중국에서 남편 백수현 씨(54)를 만나 2004년 중학교 교사 일을 접고 한국에 왔다. 처음엔 건강보험료가 2년 넘게 밀릴 정도로 가정 형편이 어려웠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배 속 아이와 남편을 지키기 위해 중국어학원에 이력서를 냈다. 현재는 중국어 강사와 통·번역사, 사회복지사로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문화가족상 특별상의 주인공은 필리핀 출신 류희정 씨(39·여)다. 2006년 결혼한 남편 류창문 씨(64)와의 사이에 세 자녀를 뒀다. 결혼 초기 인터넷으로 강의를 들으며 한국어를 독학했다. 현재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 다문화공헌 부문14년간 34개국 1만7861명 무료 진료 ‘다문화 슈바이처’ 다문화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인 하라 미치코 씨(51·여·일본 출신)는 1999년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뒤 줄곧 한국에서 살고 있다. 시동생의 사업 실패로 많은 빚을 져 전단을 돌리는 등 힘든 시기를 겪었다. 경기 남양주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접한 뒤 2013년부터 결혼이민자 서포터스 단장을 맡는 등 하라 씨의 삶은 달라졌다. 또 다른 개인부문 수상자인 김정림 씨(46·여·중국 출신)는 누구보다 흥이 넘친다. 하지만 그도 남편의 두 ‘친딸’과 갈등을 겪는 등 타국에서 외롭고 고된 생활을 했다. 김 씨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결혼이주여성을 돕기 위해 국립제주박물관 통·번역 및 문화해설사라는 안정된 일자리를 박차고 나와 ‘제주글로벌센터’를 세웠다. 서울 청량고 임병우 교사(59)는 2008년 이웃에 살던 몽골인 가족이 불법체류자로 쫓겨나는 모습을 본 뒤 다문화동아리를 만들었다.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열고, 전국 최초로 교육과정에 다문화 이해교육을 도입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이번에 공헌상 개인부문 수상자가 됐다. 공헌상 단체부문을 수상한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는 2005년부터 매주 일요일마다 무료로 외국인들을 진료하고 있다. 그동안 센터를 거쳐 간 외국인이 34개국 출신 1만7861명에 이른다. 이곳에선 의료인 500여 명이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단체부문 공동 수상자인 STX복지재단은 2007년부터 다문화가정 결혼이주여성들의 고향 방문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930여 명이 이 재단의 도움으로 모국을 찾았다. 2010년부터는 지역주민과 이주민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이주민 다문화 축제를 열고 있다.● 다문화청소년 부문따돌림 극복하고 보디빌더 꿈 쑥쑥 다문화청소년상을 수상한 김승범 군(19·정남진산업고 3학년)의 하루는 오전 6시 헬스장에서 시작된다.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김 군은 4년 전부터 트레이너의 꿈을 키웠다. 올해 4월 전국 고교보디빌딩대회 60kg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 군은 어릴 적 작은 체격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근력 운동에 취미를 붙이며 삶이 180도 달라졌다. 처음엔 부모님이 운동을 허락하지 않아 아르바이트를 하며 헬스장에 다닐 돈을 마련했다. 불판을 닦는 것도 근육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김 군을 보며 부모님도 차츰 “그렇게 먹어서 되겠냐”며 닭가슴살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보디빌더가 목표인 김 군은 최근 서울 소재의 한 전문대 스포츠건강학과에 합격하며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발짝 다가섰다. 이창민 군(18·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은 다섯 살 때 지적장애 2급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가 중국 출신인 이 군은 중학교 2학년 땐 친구들과 갈등을 겪어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특수학교인 대구세명학교로 옮긴 뒤 같은 상황의 친구들과 어울리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고속철도(KTX) 기관사가 되고 싶다는 장래희망이 생긴 뒤에는 교내 로켓대회에서 두 차례나 입상할 정도로 모든 일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다. 올해 6월부턴 장애인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며 기술을 익히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제3차(2018∼2022년) 다문화가족정책 기본계획에 김 군과 이 군처럼 앞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 다문화청소년을 위한 정책을 담았다. 다문화청소년의 배우고자 하는 열의와 이중언어 능력을 활용해 이들의 대학 진학이나 취업 등 사회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조선경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다문화가정의 자녀 대다수가 초등학생 이상으로 성장하면서 ‘도입기’에 머물렀던 정책을 ‘정착기’로 맞춰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동아 다문화賞 수상자▽가족상 ―대상: 천즈 씨 가족(경기 수원시 중국 출신)―우수상: 렛셍희영 씨 가족(서울 성북구 캄보디아 출신), 김미화 씨 가족(경남 창원시 중국 출신)―특별상: 류희정 씨 가족(경북 영덕군 필리핀 출신)▽공헌상(개인) 하라 미치코 씨(남양주시 다문화가정 서포터 일본 출신), 김정림 씨(제주글로벌센터 사무처장 중국 출신), 임병우 씨(서울 청량고 교사)▽공헌상(단체) STX복지재단(다문화가정 고향 방문 지원), 대전 이주외국인 무료진료센터(의료 봉사)▽청소년상김승범 군(정남진산업고 3학년), 이창민 군(대구세명학교 고등부 3학년) 김하경 whatsup@donga.com·조건희 기자·박은서 기자 clue@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에는 좌석이 꽉 차서 서서 듣는 분들도 있었는데 올해는 빈자리가 보이네요.” 18일 서울 중구 이화여고에서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연합회가 주최한 입시 설명회에서는 지난해와 달라진 자사고 위상을 엿볼 수 있었다. 2000여 명이 참석해 북적였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1500여 명에 그쳤다. 연단에 오른 안광복 중동고 입학홍보부장은 객석을 둘러보며 “예상했던 결과”라고 말했다. 올해 자사고 입시를 앞둔 중3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다. 우선 올해부터 자사고 모집 시기가 전기(10, 11월)에서 후기(12월)로 바뀌었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는 교육당국과 이를 막으려는 자사고, 학부모 간 갈등은 현재 법정에서 소송이 진행 중이다. 법원 판결에 따라 또다시 자사고 정책이 크게 요동칠 수 있다. 2022학년도부터 달라지는 대입도 고입 진학의 큰 변수다. 올해 모든 자사고는 일반고와 같은 12월에 학생을 모집한다. 자사고에 지원했다가 탈락해도 일반고 지원은 가능하다. 고교 배정이 세 단계로 진행되는 서울에서는 1단계에서 자사고 1곳을 지원하면 2단계에서 배정을 희망하는 일반고 2곳을 쓸 수 있다.○ “2022학년도 대입, 자사고에 안 불리해” 자사고 관계자들은 현재 중3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에서 자사고가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대입 전형은 크게 △학생부 교과 △학생부 종합 △대학수학능력시험 전형으로 구분된다. 이 중 학생부 교과와 종합전형으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려면 좋은 내신 성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몰려 있는 자사고는 통상 일반고보다 경쟁이 치열해 좋은 내신 등급을 받기 어렵다. 안재헌 중앙고 진학컨설턴트는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줄고 있기 때문에 자사고 학생들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고 했다. 저출산으로 내신 1, 2등급 학생 수가 줄면 상위권 대학들도 내신 1, 2등급 학생만으로 입학 정원을 모두 채우기 어려워 내신 3등급 이하 학생들의 상위권 대학 입학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앞으로 내신 등급 자체보다 학생부의 질적 수준이 대입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사고 측은 정성 평가인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자사고의 장점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각 대학에 정시모집(수능 위주)을 30%로 늘리라고 권고했지만, 2019학년도의 23.8%보다 다소 늘어나는 정도라 주요 10개 대학은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여전히 가장 많은 인원을 뽑을 가능성이 높다. 안광복 중동고 교사는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중요한 건 선택과목”이라며 “자사고는 선택과목의 폭이 넓다. 또 성적이 비슷한 학생이 모여 있어 실용국어, 물리Ⅱ, 화학Ⅱ 등 대입에 유리한 심화과목을 도입할 수 있다”고 했다.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이동하는 공립과 달리 대입 진학 지도 경험이 풍부한 교사들이 계속 근무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내세웠다. ○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되면 어떡하죠” 설명회에서 만난 학생, 학부모들은 자사고의 장점에 수긍하면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았다. 학부모 김모 씨(45·여)는 “자사고가 좋은 건 알지만 현 정부의 교육 정책이 자사고를 확실히 잡으려는 것 같아 자사고에 보내도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사고 진학을 준비하는 오모 양(15)도 “자사고에 다니다가 갑자기 일반고로 전환될지도 몰라 불안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달 서울 은평구 대성고가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반고로 전환됐다. 자사고 관계자들은 “교육당국이 일방적으로 자사고를 폐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세목 서울자사고연합회장(중동고 교장)은 “자사고는 10년째 운영되면서 잘 정착돼 있다”며 “자사고의 지정 및 취소를 포함한 교육제도 변경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고를 제외한 서울 자사고 21곳은 일제히 12월 5일부터 각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원서를 접수한다. 올해 모집 인원은 총 8400명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얼 이 더 얼, 얼 얼 더 쓰∼(2 1은 2, 2 2는 4).” 16일 경기 시흥시 시화초등학교 2학년 교실. TV에서 그룹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아이들이 중국어로 노래를 불렀다. 가사는 중국어로 말하는 구구단.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아이들 목소리도 함께 커졌다. 마지막 소절인 “주 주 바스이(9 9는 81)”에선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미연 양(8)은 “매일 이 노래를 따라 중국어로 구구단을 부르다 보니 어느새 구구단을 외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화초 1, 2학년 32명 중국어로 수학 수업 시화초는 1, 2학년 중 희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수학 과목을 중국어로 병행수업하고 있다. 수업은 정규 교과과정을 따라 교육부가 발간한 수학 교과서를 기본으로 진행한다. 중국어 병행수업 시간은 주 4시간이다. 지난해 2학기 현재 2학년인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된 이 수업에는 현재 1, 2학년 32명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 학생의 30%는 한국인 학생이다. 나머지는 중국 국적 학생이다. 시화초가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을 시작하게 된 건 지난해 3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다문화국제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부터다. 시화초는 전교생 400명 중 45%인 182명이 다문화 학생이다. 다문화 학생 중 중국 출신은 143명으로 전교생 중 35% 정도를 차지한다.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을 시작한 이유도 중국 출신 학생을 향한 학부모들의 우려를 덜기 위해서다. 시화초 관계자는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도 기초학력이 저하되지 않고 다양한 언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중국어 병행수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현재 다문화국제혁신학교로 지정된 학교는 시화초를 포함해 안산 선일초, 선일중, 시흥 군서초 등 4곳이다. 이들 학교에는 추가 정교사 1명과 연간 7500만 원이 지원된다. 교과용 도서는 고시 교과목 이 외에 자체 교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이날 중국어 병행수업은 중국어 원어민 교사 리위 씨(42·여)의 지도로 수학문제 풀이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은 리 씨의 선창에 따라 중국어로 문제와 답을 읽었다. 시화초가 수학을 중국어 병행수업 과목으로 선택한 이유는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수학은 기호나 숫자가 정해져 있고 문장이 명료하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등 규정화된 문장이 반복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습득하기도 좋다. 원어민 교사는 수업시간 동안 100% 중국어로만 말했다. 한국어로 질문이 들어와도 중국어로 답할 정도였다. 수업을 듣던 최용주 군(8)이 “선생님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손을 들자 옆에서 지켜보던 병행수업 담당 박정은 교사(36·여)가 한국어로 원어민의 말을 해석했다. 박 교사는 “중국어로 수업을 진행하긴 하지만 기초학업 성취가 더 중요하다”며 “그렇기에 처음 등장하는 개념을 설명하거나 아이들이 이해가 안 된다고 질문하는 부분은 반드시 한국어로 설명한다”고 말했다.○ 기초학력 신장은 물론 외국어 습득까지 한국 학생들은 이 수업으로 외국어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다. 시화초는 아이들이 중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놀이를 적극 도입했다.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의 4분의 1은 노래 부르기, 카드게임 등 체험 학습으로 구성됐다. 김예인 양(8)은 “친구들이나 원어민 선생님과 놀면서 중국어를 배우니 중국어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중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학생들은 학교 적응이 빨라졌다. 한국 친구들과 중국어를 매개로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학생들은 모국어를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면서 자신감도 커졌다. 7세 때 중국에서 한국으로 온 정예령 양(8)은 “한국에 적응해야 한다고 집에서도 한국어를 썼는데 수업에서 중국어를 쓴 뒤로는 중국어를 써도 혼이 안 난다”고 말했다. 시화초의 수학 과목 중국어 병행수업의 학부모 만족도는 올해 초 기준 95%에 달한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올해 신입생 예비소집 때는 1학년 신청 인원이 정원인 16명을 초과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구나 시설 지원은 부족한 상황이다. 원어민 교사가 계약직이라는 점도 지속적인 수업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병행수업을 담당하는 박 교사는 “중국어로 된 교구나 시설을 구매할 돈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며 “원어민 교사도 충원된다면 더 많은 아이가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시흥=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학교복합시설의 가장 큰 과제는 ‘학교 보안’이다. 4월 서울 방배초 인질 사건 이후 학교들은 학생 안전을 이유로 학교 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는 것을 더욱 꺼리고 있다. 동탄중앙이음터는 설계 때부터 외부인과 학생 동선을 최대한 분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도 동탄중앙초 관계자들은 “외부인 출입 통제가 완전하지 않다”고 토로한다. 학교 내부로 통하는 길이 많아서다. 동탄중앙초는 이음터 외에도 건물 안에 병설유치원이 있고 시립 운동장과도 연결돼 있다. 그렇다 보니 교문이 5개나 된다. 통상 학교 교문이 2개인 점을 감안하면 학교 보안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배움터지킴이’ 어르신 2명이 돌아다니면서 관리하고 교문 모두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지만 일일이 출입을 통제하기엔 역부족이다. 이음터에서 학교로 이어지는 통로를 하루 종일 출입 제한시킬 수 없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이 통로는 오전 9시부터 11시 반까지 잠겨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오후 5시인 방과 후까지 개방된다. 통로 출입을 상주하며 관리하는 인력은 없어 외부인이 마음만 먹으면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동탄중앙초 관계자는 “이음터 연결 통로 출입을 관리하는 인력이 상주하거나 전자출입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학교와 화성시 중 누가 출입을 관리하고 비용을 부담할지도 숙제”라고 말했다. 학교복합시설 건립비와 매년 소요되는 운영비도 큰 부담이다. 이음터는 260억 원의 건립비뿐 아니라 연간 최대 25억 원에 달하는 운영비를 전액 화성시가 부담하고 있다. 이음터의 위탁 운영을 맡고 있는 화성시인재육성재단은 시에서 재원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화성시는 내년 말까지 이음터와 같은 학교복합시설 4곳을 더 건립할 예정이다. 소요 예산은 약 1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예산이 1조7693억 원인 화성시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금액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 후 교육부 수장 자격으로 1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처음 출석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유 부총리를 “장관으로 인정 못 한다”며 유 부총리의 증인선서를 거부하고 국감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청와대의 임명 강행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지면서 국감은 시작하자마자 두 차례나 연달아 정회됐다. 또 한국당 의원들은 유 부총리를 교육부 수장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대신 박춘란 교육부 차관을 상대로 국감질의를 이어가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당 교육위 간사인 김한표 의원은 “이 사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장관을 임명 강행한 것에 대한 결과”라며 “교육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국감에 임해야 한다는 생각은 있지만 장관은 인정할 수 없기에 증인선서를 거부하겠다”고 말했다. 유 부총리는 한국당 의원들이 항의의 뜻으로 국감장을 퇴장한 상황에서 증인선서를 했다. 이후 국감장에 복귀한 한국당 의원들은 유 부총리 대신 박 차관에게만 질문을 던졌다. 한국당 김현아 의원은 박 차관에게 “정치인이 교육부 수장이 되면서 백년지대계여야 할 교육 일정이 장관의 정치 일정에 따라가고 있다”며 “당초 예정과 달리 고교 무상교육 시행이 1년 앞당겨지고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가 정책숙려제 없이 결정된 이유가 뭐냐”고 따져 물었다. 당초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정책숙려제를 통해 여론을 수렴해 유치원 영어교육 금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당 의원들은 유 부총리를 ‘장관’이라는 호칭 대신 ‘의원’이라 불렀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유 부총리를 격려하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정책 관련 질의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지지도 가운데 유독 교육정책 지지도가 낮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데 과연 이게 이번 정부의 문제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추이를 보면 학교나 교사에 대한 국민 신뢰도가 더 낮은 만큼 이를 어떻게 제고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후 국감에서는 올 한 해 교육계 최대 이슈였던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과정이 도마에 올랐다. 한국당 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란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위원장을 상대로 날선 질문을 이어갔다. 한국당 전희경 의원은 “공론화위원회가 대입제도 개편 설문을 하면서 선거법상 선거여론조사에만 쓸 수 있도록 돼 있는 선거관리위원회의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가져다가 썼다”며 “급하게 여론조사를 추진하려고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그런 측면도 있을 수 있지만 (문항 중 하나에 정당 지지도 문항을 넣어) 위법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대입제도 공론화위원장 역할이 다시 주어진다면 하겠느냐’는 질문에 “안 할 것 같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국당 홍문종 위원은 “교육부조차 공론화위가 어떻게 일하는지 몰랐다고 한다”며 “여기 다 핫바지냐”고 목소리를 높였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학교 건물에 사용된 1급 발암물질인 석면에 대한 공포가 여전한 가운데 2015년부터 시작된 학교 석면 제거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5∼2017년 학교 석면제거 사업 진행상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4월 조사한 전체 석면 함유 면적 3693만 m² 중 2017년 12월 기준 제거가 완료된 면적은 871만 m²로 23%에 불과했다. 석면은 절연성과 내연성이 뛰어나 건축자재로 널리 쓰였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면서 2009년부터 제조와 사용이 일절 금지됐다. 석면은 머리카락의 5000분의 1가량의 크기로 먼지보다 훨씬 작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흡입할 경우 폐에 들어가 악성 종양을 일으킨다. 학교 내 석면 함유 면적이 많이 남아있는 지역은 전남(82.4%), 울산(82.2%), 대전(82.2%), 경기(82.0%), 서울(79.9%) 등의 순이었다. 석면 제거사업 비용은 17개 시도 전체에 지난해 7577억8261만 원에서 올해 7015억2365만 원으로 줄었다. 17개 시도교육청은 2027년까지 남은 석면 함유 면적을 제거하겠다고 밝혔다. 석면 제거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석면 제거 때 분진이 발생해 방학에만 제거 작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석면 제거를 시행하는 교실은 교실 전체를 비닐로 봉인한 뒤에 진행된다. 제거 완료 후에는 내부 공기를 환기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석면 제거 작업 시 발생하는 분진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흡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석면 제거를 완료한다고 해도 학부모들이 믿고 아이를 학교에 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초 서울 관악구 인헌초에서는 석면철거 공사가 끝난 뒤 학부모와 환경단체가 함께 검사를 실시한 결과 석면이 다시 검출돼 임시 방학을 시행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에어컨 등 천장 공사가 예정된 학교부터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해 학교 내 석면을 제거할 계획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초등학교 1, 2학년도 유치원과의 연속선상에서 방과후 영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오후 3시 하교’ 의무화 방안을 두고는 “의무적으로 모든 학생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남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대 의견을 냈다. 유 부총리는 이날 취임 후 첫 현장방문지로 세종시 내 참샘유치원 및 참샘초등학교를 찾았다. 유치원과 저학년 교실을 돌며 놀이중심 수업을 참관한 유 부총리는 학부모 및 교사 20여 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유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영어교육에 대해서는 현장 요구가 높고, 아이들은 이미 유튜브나 TV로 (영어에) 노출돼 있는데, 그걸 국가에서 하지 말라는 게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초3부터 영어수업을 하게 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을 추진해 자연스러운 놀이·체험 중심의 (영어) 교육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야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조만간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유 부총리는 덧붙였다. 반면 ‘오후 3시 하교’에 대해서는 “3시까지 무조건 인위적으로 하교하라는 건 결정된 게 아니다”라며 “각 지역교육청과 협업해 현실에 맞는 온종일 돌봄 체계를 구축하도록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학부모와 교사들은 △유치원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거나 보조교사를 지원해 줄 것 △현실에 맞게 한글교육 시작 시기를 유치원 때로 당겨 줄 것 등을 요청했다.세종=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치원에서 놀이 중심의 영어교육을 허용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조치 이후 유치원 영어수업에 대해서도 금지 방침을 지지한 교육부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유 부총리는 4일 열린 국회 교육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그간 논란이 돼 온 유치원 영어수업(특별활동) 금지 정책에 대해 “유치원들이 10월 중 내년도 원생모집을 위한 학사계획을 완료해야 하는 만큼 허용하기로 교육부 입장을 정했다”며 “유치원에서 영어가 금지되면 학부모들 사이에서 사교육이 더 늘 것이라는 우려도 많았다”고 밝혔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책숙려제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판단을 유보해 온 교육부는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고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학부모의 영어교육 요구 등을 고려해 유치원의 놀이 중심 영어수업 허용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놀이 중심 영어란 정규 교육과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유아의 흥미와 발달단계를 고려해 노래, 게임, 음악 및 율동 등으로 이뤄지는 영어 놀이 활동을 말한다. 각 시도교육청이 놀이 중심 원칙에 맞게 유치원 영어 과정 운영 기준을 마련하면 각 유치원이 1일 1개 1시간 이내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교육부는 김상곤 전 부총리 시절 금지하기로 결정해 올 3월부터 전면 폐지된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에 대해서도 허용할 뜻을 내비쳤다. 교육부 관계자는 “유치원 영어는 허용하고 초등 1, 2학년만 막는 것은 일관성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유 부총리가 더 이상 오락가락하는 교육정책 때문에 ‘민심이반’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청와대의 뜻에 맞춰 논란이 됐던 ‘김상곤표 교육정책’에 대한 신속한 정리작업에 들어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임우선 imsun@donga.com·박효목·조유라 기자}

고교 무상교육 도입은 박근혜 정부 때도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가운데 고교 무상교육이 아닌 나라는 한국뿐이고, 국내의 고교 진학률이 100%에 가까울 정도로 보편화된 상황이라 국가가 비용을 부담해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하겠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공약은 실현되지 못했다. 돈 때문이었다. 당시 국가 예산 편성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인구절벽 때문에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는데 교육 쪽 예산을 더는 늘릴 수 없다”며 관련 재원 요청을 전액 삭감했다. 2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당초 예정보다 1년 앞당겨 내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현재도 관건은 예산이다.○ 3개 학년 고교 무상교육에는 2조 원 이상, 1개 학년은 6600억 원 필요 고교 무상교육에 필요한 재원은 시나리오별, 추산 주체별로 액수가 크게 차이 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단 고교 3개 학년 교육을 동시에 무상으로 하려면 매년 총 2조 원 남짓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 중 4000억 원 정도는 이미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등으로 나가고 있어 추가로 필요한 예산은 1조6000억 원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우 공·사립 일반고 등록금은 연간 145만 원이다. 앞서 국정기획자문위 및 엄문영 경인교대 교수는 고교 3개 학년 동시 무상교육에 한 해 2조40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봤다. 반면, 고1부터 한 학년씩 순차적으로 무상교육을 적용할 경우 초기 재원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자료에 따르면 이 경우 첫해엔 6600억 원, 두 번째 해엔 1조2700억 원이 들고 셋째 해부터 2조 원이 필요하다. 청와대와 여당은 단계적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 연내에 예산 마련 쉽지 않을 듯 도입 시기만 내년으로 정해졌을 뿐, 사실상 구체적인 실현 로드맵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는 어찌 됐든 2조 원 남짓한 돈을 매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올리는 것이다. 국내 교육예산은 대부분 내국세의 20.27%로 정해져 있는 교부금에서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현재 내국세 규모가 200조 원 정도 되는 만큼, 교부율을 1% 올리면 약 2조 원을 교육재정으로 더 가져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교부율 인상을 위해서는 초중등교육법 및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내국세 총액의 20.27%에서 21.14%로 0.87%포인트 상향하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며 이는 현재 계류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 법안이 통과돼야 예산을 마련할 수 있는 만큼 결국 올해 말 정기국회의 손에 고교 무상교육 추진 로드맵이 달려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만약 법안 통과에 차질이 생기면 내년도 예산 편성이 끝난 상황인 만큼 기재부로서도 손 쓸 방안이 없다. 재정당국은 교육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책정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활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세수 증가에 따라 내년에 시도교육청에 주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올해보다 6조2000억 원 늘기 때문에 교육부와 지방교육청이 이 금액을 무상 고교교육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민간기업 부담분을 세금으로 지원하는 딜레마 고교 무상교육 도입이 급박하게 추진되면서 재정 누수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식적으로는 고교 무상교육을 시행하지 않지만 고교생 상당수가 저소득층 학비 지원, 공무원 자녀학비보조수당, 민간기업 학자금 지원 등으로 사실상 무상교육 혜택을 보고 있다. 민간기업이 지원해 온 학자금을 과연 예산으로 대체하는 게 맞느냐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과거 연구를 보면 사실상 고교생의 60%는 현재도 무상교육을 받는 것으로 나타난다”며 “대부분의 대기업과 공무원 자녀, 정부출연기관 자녀들이 고교 학자금 지원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임우선 imsun@donga.com / 세종=김준일 / 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