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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남도지사(65)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서훈 전 국정원 3차장(63)을 각각 지명했다. 또 대통령비서실장에 임종석 전 의원(51), 대통령경호실장에 주영훈 전 경호실 안전본부장(61)을 임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탕평’이다. 이 후보자는 전남 영광, 임 실장은 전남 장흥 출신이다. 경남 거제 출신인 문 대통령은 내각과 청와대의 양대 사령탑에 모두 호남 출신을 발탁해 지역 균형 인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인선을 발표하며 “호남 인재 발탁을 통한 균형 인사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저는 선거 기간에 새 정부 첫 총리를 대탕평, 통합형, 화합형 인사로 임명하겠다고 약속 드린 바 있다”며 “이 지사님이 그 취지에 맞게 새 정부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4선 의원 출신으로 행정 경험이 있는 이 후보자의 발탁으로 내각의 안정감을 강화하겠다는 뜻도 있다.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 자리에 50대의 임 실장을 임명한 것은 ‘젊은 청와대’ 기조를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임 실장 임명을 통해 청와대를 젊고 역동적이고, 탈권위, 그리고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변화시킬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한 의원은 “4선 의원 출신의 이 후보자와 50대의 임 실장을 동시에 지명한 것에는 ‘내각은 안정적으로, 청와대는 실용적으로’라는 대통령의 의중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서 후보자를 두고 “무엇보다 국정원 출신 인사 중 국정원 개혁 의지가 누구보다 분명해 제가 공약한 국정원 개혁 목표를 구현할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는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52)가 유력한 가운데 신현수 변호사(59)도 거론되고 있다. 인사수석비서관에는 조현옥 이화여대 초빙교수(61)가, 신설되는 ‘뉴미디어수석’(가칭)에는 윤영찬 전 네이버 부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경제·교육문화·고용복지수석비서관 등 정책 분야 수석을 폐지하고 뉴미디어수석과 일자리 대책을 전담하는 수석을 신설하는 내용의 청와대 개편안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문 대통령 측 핵심 인사는 “(정책 분야 수석 폐지로) 각 부처가 책임 있게 일하도록 하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에 집중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진을 이끌어갈 임종석 초대 비서실장은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성심으로 모시되 ‘예스맨’이 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대통령에게) 직언하고 격의 없이 토론하겠다. 투명과 소통이라는 두 가지 원칙으로 비서실을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임 비서실장은 한양대 총학생회장과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낸 86그룹(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대표적 정치인이다. ○ 정책 분야 수석 폐지로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 50대 초반 비서실장 임명은 젊은 청와대, 일하는 청와대,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를 추구하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곧 발표할 청와대 개편안에서도 이런 기조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개편안은 정부 조직 개편안과 달리 국회 통과의 과정이 없다. 청와대 개편안의 핵심은 경제수석, 교육문화수석, 고용복지수석 등 정책 관련 수석비서관의 폐지다. 부서의 책임 행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다. 한 여당 의원은 “문 대통령이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를 강조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실패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전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구속 기소)을 중심으로 각 수석들이 부처를 총괄하며 강하게 장악했던 박근혜 정부와 달리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는 내각과 거리를 두고 대통령의 국정 어젠다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신설되는 수석도 있다. 홍보수석의 업무 중 공보 업무를 떼내 ‘공보수석 겸 대변인’을 두고, 홍보 업무는 ‘뉴미디어수석’(가칭)이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여당 관계자는 “뉴미디어수석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한 청와대와 국민 간 소통 창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일자리 대책을 전담하는 ‘일자리 수석’(가칭)도 신설될 예정이다. ○ 임종석, 선대위 ‘키맨’에서 청와대 ‘키맨’으로 임 비서실장은 당초 ‘친노(친노무현)’ 또는 ‘친문(친문재인)’ 진영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해 4·13총선 이후 대선 준비에 본격 착수하면서 임 비서실장의 합류를 꾸준히 설득했다. 친문과 비문(비문재인) 진영의 융합을 위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로운 그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임 비서실장의 정치력과 추진력은 물론이고 희생정신 등을 진즉부터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의 ‘삼고초려’ 끝에 문 대통령의 초기 캠프였던 광흥창팀에 전격 합류했다. 임 비서실장은 당시 “문 후보의 정치적 지향에 공감했고, 이번 대선을 통해 친노와 호남, 86그룹 등으로 나뉜 야권 내부의 통합을 이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은 광흥창팀의 좌장 역할을 맡아 정무는 물론이고 문 대통령의 일정, 메시지 등을 총괄했고, 직언을 망설이지 않았다. 특유의 소통 능력과 정치력으로 문 대통령과 비문 진영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며 ‘용광로 선대위’의 키맨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의 신뢰 속에 그는 경선 캠프, 선대위 후보 비서실장을 연이어 수행하며 김경수 의원, 양정철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과 함께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 3인방으로 부상했다. 자유한국당이 ‘주사파’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그는 “자유한국당과 더 소통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회·야당과 잘 소통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전남 장흥(51) △한양대 무기재료공학과 △전대협 3기 의장 △16·17대 국회의원 △민주통합당 사무총장 △서울시 정무부시장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 해주신 위대한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오후 11시 50분경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았다. 문 대통령은 개표율이 20%를 넘어서고, 당선 확정 보도가 나오자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자택을 출발해 지지자들이 모여 있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文 “국민만 보고 바른 길로 가겠다” 광화문광장에 도착한 문 대통령은 연단에 올라 “혼신의 힘을 다해 새로운 나라를 꼭 만들겠다”며 “국민만 보고 바른 길로 가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경쟁한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최성 경기 고양시장이 참석해 함께 연단에 올랐다. 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부겸 의원도 함께했다. 1000여 명의 지지자들이 몰린 광화문광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먼저 이 시장은 “문재인의 승리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문 대통령은 진정한 자주 독립의 나라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우리의 이 정권이 5년, 10년, 20년 계속되길 바란다”며 “광화문 일대 호프집 맥주가 완전히 동나도록 이 밤을 즐기도록 하자”고 했다. 안 지사는 문 대통령의 뺨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문 대통령의 경호도 강화됐다. 당초 이날 저녁 8시 반경 문 대통령이 국회 의원회관을 방문할 때는 대선 선거 운동과 같은 수준의 경호가 제공됐다. 차량도 선거 운동 기간 사용한 카니발 차량을 이용했다. 하지만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자 광화문광장 일정에서부터는 경찰 사이드카 등 경호 인력이 크게 늘었다. 대통령경호실 관계자는 “공식적인 경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당선 교부증을 받을 때부터 시작되지만, 당선이 확실시되는 시점부터 경찰과 협의해 경호를 강화했다”고 전했다.○ 출구조사 직후 민주당 찾은 文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8시 발표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자택에서 지켜봤다. 부인 김정숙 여사와 김경수, 기동민 의원 등 참모진이 함께했다. 한 관계자는 “출구조사에서 오차범위를 넘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문 대통령은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오후 8시 16분 문 대통령은 자택을 나섰다. 공식 개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대선 개표 상황실을 찾은 것이다. 오후 8시 33분경 문 대통령이 상황실에 들어서자 당 관계자들은 “문재인”을 연호했다. 문 대통령은 상황실 가장 앞줄에 앉아 있던 박병석 이해찬 의원, 김원기 상임고문, 추미애 대표 등과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상황실을 가득 메운 당 관계자들을 향해 양팔을 번쩍 들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정권 교체를 염원한 국민들의 간절함, 이를 실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뛰었던 우리의 간절함이 오늘 승리의 원동력”이라고 했다. 이어 “다음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아닌 민주당 정부다. 제 뒤에 우리 당이 그리고 여러분께서 든든하게 받쳐주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이은) 제3기 민주정부가 힘차게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제3기 민주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민주당 정부의 계속을 위해서, 개혁과 통합 과제를 위해서 끝까지 함께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승민 심상정과 통화하며 협치 시동 문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뒤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후보 등과 통화했다. 유 후보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고 (당선을) 축하했다”며 “안보도, 경제도 너무 어려워 국민 행복과 국가 명운이 걸린 시기에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다해 달라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심 후보도 문 대통령에게 “무거운 짐을 지셨다. 촛불의 열망을 받아 안고 성공한 개혁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투표 직후 자택 뒷산을 산책하면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나도 홀가분하지 않다. 당분간 좋아하는 식물 공부를 하기가 어려울 수 있겠다”며 웃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 대국민 메시지 전문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문재인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해 주신 위대한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입니다.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께도 감사와 위로를 전합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그분들과도 함께 손잡고 미래를 위해 같이 전진하겠습니다. 내일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과 염원,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정의가 바로 서는 나라, 원칙을 지키고 국민이 이기는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새로운 나라, 꼭 만들겠습니다. 국민만 보고 바른 길로 가겠습니다. 위대한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장관석·박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9일 19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10일 취임과 동시에 곧바로 5년 임기를 시작한다. 이로써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가결 이후 대통령 부재라는 국가 리더십 공백 사태가 152일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10일 0시 반 현재(개표율 46.7%) 문 대통령은 39.5%를 얻어 당선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6.4%,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21.3%,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6.5%,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5.8%로 원내 의석 순이었다. 문 대통령과 홍 후보의 득표율 차는 13.1%포인트 정도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실시 이후 2007년 대선(1, 2위 득표율 차 22.5%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컸다. 문 대통령은 대구와 경북,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위를 달렸다. 부산과 강원 등 전통적으로 보수층이 강세인 지역에서도 승리했다. 다만 전체 득표율은 40% 안팎에 머물렀다.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 60대 이상 장년층에선 20%대의 득표율을 얻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홍, 안 후보 등 나머지 후보들도 각자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자신을 반대한 국민이 더 많은 상황에서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과의 협치가 필수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9일 오후 11시 50분경 지지자들이 모인 서울 광화문광장을 찾아 “내일(10일)부터 저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저를 지지하지 않은 분들도 섬기는 통합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방송사 출구조사 발표 직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민주당 개표 상황실을 찾아서는 “국민이 염원하는 개혁과 통합, 두 과제를 모두 이루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0일 자택에서 국군통수권자로서 이순진 합참의장의 보고를 받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다. 이날 오후에는 자신의 약속대로 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을 방문할 예정이다. 홍 후보는 9일 오후 10시 반 당사를 찾아 “이번 선거 결과를 수용하고 한국당을 복원한 데 만족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국민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새로운 대통령과 함께 미래로 나아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이재명 egija@donga.com·한상준 기자}

“돌아보면 운명 같은 것이 지금의 자리로 나를 이끌어 온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유서에서 ‘운명이다’고 했다. 속으로 생각했다. 나야말로 운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펴낸 자전 에세이 ‘문재인의 운명’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운명처럼 이끌려 정계에 입문했던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를 딛고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1953년 1월 24일 경남 거제에서 실향민인 아버지 문용형 씨(작고)와 어머니 강한옥 씨(90)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 문 대통령. 그의 ‘운명’엔 다섯 개의 변곡점이 있었다.○ 장면1=사법시험 합격, 그리고 노무현 문 대통령은 1971년 경남고를 졸업한 후 재수 끝에 경희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1980년 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한 문 대통령은 판사를 희망했지만 유신반대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 임용이 좌절됐다. 이후 문 대통령은 사시 동기인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소개로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던 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나하고 같이 일을 하게 되면 그걸 계기로, 함께 깨끗한 변호사를 해보자”고 했다. 그렇게 ‘변호사 노무현·문재인 합동법률사무소’가 만들어졌다. 여섯 살 차이지만 서로 말을 놓지 않았던 두 사람은 14년의 차이를 두고 청와대의 주인이 됐다.○ 장면2=청와대 ‘왕수석’ 2003년 1월 당선자 신분이던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고 있던 문 대통령을 서울로 불러 “민정수석을 맡아 달라”고 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차례로 맡으며 노 전 대통령 옆을 지켰다. 당시 문 대통령의 완벽주의적인 성격은 청와대에서 유명했다. 한 친노(친노무현) 인사는 “시민사회수석실은 성격상 도처에서 보고서가 엄청나게 올라온다. 아침 회의에 가 보면 문 대통령은 보고서마다 밑줄을 다 쳐놨다. 밤새 읽은 것이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꼼꼼하다”고 전했다. 이런 성격은 정계 입문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2015년 6월 의원 워크숍 당시 문 대통령과 한 방을 썼던 한 의원은 “문 대통령이 회의 후 자정 넘어 들어오더니 새벽 2시까지 보고서를 읽더라. 새벽 6시쯤 깨보니 또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고 전했다.○ 장면3=노 전 대통령의 서거, 그리고 정계 입문 “빨리 와주셔야겠습니다. (노 전) 대통령님이 산책 나갔다가 산에서 떨어지셨습니다.” 2009년 5월 문 대통령은 김경수 전 대통령연설기획비서관(현 국회의원)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인생의 경로가 또 소용돌이친 시점이다. 문 대통령은 사실상 상주 역할을 하며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치렀다. 이후 친노 진영은 다시 결집했고, 그 중심에 문 대통령이 있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문 대통령은 그해 6월 “암울한 시대가 나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53%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패배 뒤 펴낸 ‘1219 끝이 시작이다’에서 “저와 민주당은 많이 부족했다. 준비도 충분히 돼 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장면4=새정치연합의 분당과 4·13총선 대권 재도전의 첫 단계는 당 대표 출마였다.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의 2·8 전당대회에서 그는 현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 혈투를 벌였다. 이후 친문(친문재인)과 비문(비문재인) 진영 간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결국 2015년 12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롯한 일부 비문 의원들은 탈당했다. 대선 패배 이후 두 번째 정치적 위기였다. 이후 문 대통령은 김종인 전 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고, 민주당은 4·13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선전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도 이번 대선을 앞두고 당을 떠났고 “함께했던 모든 사람이 당을 떠났다”는 ‘뺄셈의 정치’란 꼬리표는 문 대통령을 내내 따라다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혁신 반대 세력과 함께할 수 없었다”는 원칙론을 내세웠다. 이처럼 문 대통령은 일각에서 “지나칠 정도로 답답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자신만의 원칙에 충실하다. 2015년 3월 한 장례식장으로 향하던 문 대통령의 차에서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조문을 위해 검은색 넥타이를 하시라’는 참모의 권유에 문 대통령은 “고인을 잘 알지 못하는데 (가식적으로) 검은색 넥타이를 하는 것은 오히려 거짓 예의”라고 말했다고 한다. 대선 과정에서도 “유권자들에게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정장 차림을 고수했다.○ 장면5=두 번째 대선 도전 지난해 6월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온 뒤 문 대통령은 본격적인 대선 준비에 착수했다. 히말라야 트레킹 당시 문 대통령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30분간 말없이 걷던 문 대통령은 “주류를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 측 핵심 인사는 “이른바 ‘SKY’ 출신도 아니고,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오래 활동한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불공정한 기득권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염원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적폐 청산’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선을 준비하며 “2012년과 완전히 다르게 캠프를 꾸리겠다”고 천명한 문 대통령은 임종석 전 의원, 송영길 의원 등 그간 거리를 둬 왔던 인사들을 설득해 캠프에 합류시켰다. 집권 의지도 강해졌다. 경선 전 문 대통령과 독대했던 한 비문 의원은 “참모들이 ‘3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고 했는데 정작 문 대통령은 앉자마자 ‘막걸리라도 한잔하자’고 하더라. 2시간 동안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 캠프 합류를 요청한 이유 등을 열정적으로 설명하는데 정말 사람이 달라졌구나 싶었다”고 전했다. 탄핵 정국이 펼쳐지면서 정치상황이 조기 대선 구도로 급변했다. 한 친문 의원은 “당초 1년 가까운 장기 레이스를 염두에 두고 준비에 나섰지만 선거가 앞당겨지면서 유리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뒤늦게 뛰어든 경쟁자들과 차별화하기 위해 ‘준비된 대통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결국 문 대통령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2위 후보군이 계속 바뀌는 상황 속에서도 여론조사 1위 자리를 단 한 번도 내주지 않았고 최종 승자가 됐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2일에 걸쳐 진행된 5·9대선 공식 선거운동은 8일로 끝이 났다. 이제 새 대통령을 뽑기 위한 투표만 남겨 놓고 있지만, 조기 대선과 다자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결과는 마지막까지도 예측하기 쉽지 않다.○ 20년 만에 ‘투표율 80%’ 돌파할까? 대선 투표율이 80%를 넘은 것은 1997년 15대 대선(80.7%)이 마지막이다. 이후 치러진 세 차례의 대선 투표율은 모두 80%를 밑돌았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26.06%라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보여주듯 대선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각 후보 측은 조심스럽게 투표율 80% 돌파를 점치고 있다.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된 9일 날씨는 투표율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이 13∼18대 대선일 날씨와 투표율을 비교한 결과 날씨와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다. 한파가 닥친 18대 대선 투표율(75.8%)은 16, 17대 대선 투표율보다 높았다. 반면 평년보다 기온이 높았던(서울 7.7도) 15대 대선 투표율은 13, 14대 대선보다 낮았다. 투표율이 높더라도 특정 후보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 후보 측은 “5명의 후보 모두 득표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투표율이 높아도 특정 후보에게 표가 쏠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전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영남 지역의 최종 투표율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 ○ 일주일간의 ‘깜깜이 터널’, 전과 후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마지막 일주일 동안의 표심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마지막 여론조사가 실시된 2일까지의 흐름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가장 앞서 있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뒤를 쫓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후보에게로 옮겨갔던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최종 종착점이 어디가 될지는 각 후보 측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1, 2일 실시한 조사에서 11%에 달했던 부동층의 표심도 변수다. ‘샤이’ 지지층의 실체 여부도 변수로 꼽힌다. 안 후보와 홍 후보 측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잡히지 않았던 ‘샤이 안철수’와 ‘샤이 홍준표’ 지지층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들의 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다. ○ ‘SNS 전쟁’과 ‘가짜 뉴스’의 여파는?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이번 대선부터 투표 당일에도 인터넷, 문자메시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각 후보 측은 마지막까지 SNS를 통해 투표 독려 캠페인에 집중하고 있다. 문 후보 측은 9일 SNS를 통해 투표 인증샷을 올리고 지인들에게 투표를 설득하는 ‘한사람 더’ 캠페인을 진행한다. 안 후보 측도 SNS를 통해 투표를 독려하는 카드 뉴스와 동영상을 배포할 예정이다. 홍 후보 측 역시 SNS를 통해 ‘내 한 표가 자유대한민국을 구한다’는 문구를 전하기로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측은 투표 인증샷을 ‘해시태그(관심 사안을 쉽게 검색해 볼 수 있게 붙이는 문자)’와 함께 올리는 캠페인을 한다. 한편 8일 SNS에는 출처를 알 수 없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광범위하게 유포됐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동안 실시됐다는 조사 결과들에 대해 각 정당과 여론조사 기관들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선거 막바지까지 기승을 부린 ‘가짜 뉴스’가 실제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건이다. ○ 당선인의 득표율은? 누가 당선될지 만큼이나 관심을 모으는 것이 당선인의 득표율이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6번의 대선에서 가장 낮은 득표율로 당선된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36.64%)이다. ‘3김’이 모두 출마한 다자 구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선 역시 5명의 후보가 끝까지 완주했다. 선거비용 전액을 보전받는 ‘득표율 15%’를 넘어선 후보가 몇 명이 될지도 주목된다. 선거비용 보전 여부는 정당의 존폐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17대 대선에서는 3명, 18대 대선에서는 2명의 후보가 득표율 15%를 넘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이미지 기자}

《 지난해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실상 막이 오른 5·9대선 레이스가 이제 단 하루만을 남겨두고 있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후보군의 부침이 극심했다. 5개월간 ‘롤러코스터 정국’ 속에서 원내 5개 정당 후보들은 모두 완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탄핵 당시 뜨거웠던 광장의 열기는 높은 사전투표율로 이어졌다. 하지만 “일주일이 한 달 같다”는 조기 대선 특성상 투표 막판까지도 정국은 안개 자욱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 ① 매달 바뀐 2위 주자… 막판 분전하는 4, 5위‘빅 텐트론’ ‘제3지대론’ ‘반(反)문재인 연대’ ‘적폐 연대’…. 탄핵 국면에서 끝없이 이어지던 정치권의 합종연횡 시나리오는 끝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 5명의 후보는 저마다의 난관을 뚫고 골인 지점을 향해 스퍼트를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줄곧 1위 자리를 유지했지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등 매달 바뀐 새로운 2위 후보를 상대해야 했다. 중도·보수 표심을 흡수한 안 후보는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된 지난달 초 일부 가상 양자대결 구도에서 문 후보를 제치고 선두를 달리기도 했다. 연초 각종 여론조사 후보군에 포함되지도 않았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2월 16일 정치자금법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원내 2당의 후보가 되면서 대대적인 보수 진영 결집에 나섰다. 옛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을 창당한 유승민 후보는 낮은 지지율로 고전했지만 소속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극적인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단일화는 없다”고 외쳐야 했던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TV토론의 ‘최고 승자’로 떠오르며 진보 정당의 염원인 두 자릿수 지지율을 꿈꾸고 있다. 2위 후보의 급변과 함께 여론조사 4, 5위 후보의 지지율이 선거 막판 상승세라는 점도 이번 대선의 새로운 특징이다. 다만 마지막까지 혼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중위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실제 득표율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4, 5위의 득표율이 1위 후보는 물론이고 나머지 후보들의 득표율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②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표심 변화 오리무중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는 3일 이전에는 ‘1강 2중’ 구도였다. 하지만 앞서 있는 문 후보 측도, 그 뒤를 쫓는 안 후보와 홍 후보 측도 “승패, 득표율은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주당 관계자는 “선거일이 확정된 3월 15일부터 투표일인 9일까지 56일에 불과하다”며 “‘이번 대선의 일주일이 다른 대선 때의 한 달 같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대선에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표심의 흐름이 굳어졌지만 조기 대선이자 보궐선거 특성상 마지막 일주일 ‘깜깜이 기간’ 동안 표심 변화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여기에 유례없는 다자 구도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여러 후보의 득표율이 서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깜깜이 기간’ 표심 변화를 두고 각 후보 측의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서는 여론조사 지표로만 보면 문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분들의 지지율 합산이 이미 50%에 근접해 있다”며 “과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50%를 돌파할 가능성이 매주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샤이 보수’의 결집도 우려된다는 것. 반면 7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비호남권에서도 ‘안철수 태풍’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도 “(문 후보를 앞지른) ‘골든 크로스’가 이뤄졌다”고 했다. ③ 20대 공략하는 개혁보수 ‘세대 장벽’ 흔들까4월까지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줄곧 문 후보는 40대 이하에서, 안 후보는 50대 이상에서 1위를 차지했다.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쏠린 셈이다. 하지만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각 후보 측의 공통된 분석이다. ‘개혁 보수’를 강조하고 있는 유 후보 측은 진보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받는 2040세대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이른바 ‘젊은 보수론’이다. 유 후보 측은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끝까지 간다는 2일 TV토론의 마지막 발언 이후 젊은 유권자들의 결집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 당시 2040세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안 후보 측도 ‘샤이 안철수’의 재결집에 기대를 걸고 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문 후보의 ‘적폐 연대’ 프레임으로 다소 주춤했지만 현장 유세를 강화하면서 젊은층의 지지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며 “대구 동성로, 광주 금남로 등 젊은층이 많은 지역의 열기가 가장 뜨거웠다”고 말했다. 여기에 보수 성향이 강하다고 평가 받는 중·장년층의 표심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에서는 문 후보가, 60대 이상에서는 홍 후보가 1위를 차지했다. ④ 최종 득표율이 정국 구도 좌우 “끝까지 최선”누가 당선되느냐 못지않게 관심을 모으는 것이 각 후보의 득표율이다. 한 중위권 후보 측은 “최종 득표율에 따라 향후 정국 구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지더라도 의미 있게 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문 후보는 “압도적인 정권교체”를 강조하고 있다. 근소한 차이의 신승(辛勝)이 아니라 2위와 최대한 격차를 벌려 향후 정국 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포석이다. 이에 맞서 다른 후보들도 막판 표 몰이에 총력전을 펴고 있다. 여기에는 만에 하나 지더라도 진보와 보수 진영이 분열되어 있는 상황에서 최대한 높은 득표율로 각 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선거 비용이 전액 보전되는 ‘득표율 15%’를 달성하는 후보가 몇 명이 될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야권 관계자는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현 5당 체제의 대대적인 변화는 불가피하다”며 “이번 대선의 득표율이 곧 ‘포스트 대선’ 정국의 주도권을 결정짓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⑤ “대통령 내가 만든다” 유권자 참여 SNS 열기26.06%라는 높은 사전투표율이 보여준 것처럼 이번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각 당의 후보 경선 과정에서부터 유권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현장 투표와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는 정당 경선 사상 최다인 약 214만 명의 선거인단이 몰렸다. 국내 정당 사상 최초로 ‘선거인단 모집 없는 완전국민경선’을 택한 국민의당 경선에도 18만여 명의 유권자가 각 지역 투표장으로 몰려나와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대통령은 내가 만든다”는 유권자들의 열기는 각 후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캠페인 양상도 바꿔 놓았다. 유권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SNS 캠페인의 도입은 이번 대선의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문 후보 진영은 각종 공약을 모은 ‘문재인 1번가’, 트위터를 통한 TV토론 생중계 등의 공격적인 SNS 캠페인을 펼쳤다. 문 후보 측 윤영찬 SNS본부장은 “공약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모여서 공약을 살펴보고, 요구 사항을 말할 수 있는 ‘참여형 캠페인’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은 ‘생중계 카드’로 맞불을 놨다. 안 후보는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캠페인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며 유권자들과 직접 소통했다. 안 후보는 TV토론 직후에도 페이스북 생중계를 통해 유권자들의 질문에 즉각 답하기도 했다. 중·장년층 보수 유권자 공략에 공을 들인 홍 후보 측도 큰 글씨 자막을 담은 짧은 동영상을 집중적으로 만들어 카카오톡, 밴드 등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SNS를 통해 집중 전파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장관석 / 대구·포항=강경석 기자}

《 유권자들과 눈을 맞추며 일일이 사진을 찍는 후보, 배낭 하나 메고 뚜벅뚜벅 걸으며 유권자들을 만나는 후보, 유세차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트로트를 부르는 후보, 젊은 유권자의 격려 편지에 눈시울이 붉어지는 후보, 엄마 같은 넓은 품으로 유권자들을 안아주는 후보…. 5·9대선 레이스가 막바지를 향해 치달으면서 각 후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19일째, 후보를 수행하는 측근들은 하나같이 “체력이 완전히 고갈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힘든 후보 본인들은 한 명의 유권자라도 더 만나기 위해 한 발짝 더 걷고, 한 번 더 손을 내밀고 있다. 5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경북 포항과 부산을 찾아 밀려드는 사진 촬영 요청에 웃으며 응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하루 부산 구석구석을 누비며 1만 보 넘게 걸었다. 유세 때마다 ‘지역 맞춤형’ 트로트를 부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경비원의 아들을 뽑아 달라”고 호소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수도권 일대를 돌며 젊은 유권자들과 소통했고, 전북 전주를 찾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유권자들을 안아주는 ‘허그 유세’를 이어갔다. 》 ● 문재인의 ‘눈맞춤’변함없는‘찍대문’… 네살배기 요청에도 흔쾌히 찰칵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는 지난달 17일 대구 달서구 2·28 민주의거 기념탑 앞에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첫 선거운동을 펼친 가운데서도 네 살배기 아이의 사진 촬영 요청은 거절하지 않았다. 첫 공식 유세에 나서는 마음가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는 피하면서도 “뒤에 아이가 있어요. 조심하세요”라고 아동의 안전을 챙겼다. 문 후보는 대선 전국 유세를 하는 과정에서 많은 군중이 모여도 아이들의 사진 촬영 요청에는 흔쾌히 응해 왔다. 유세 무대에서 아이들을 번쩍 들어올려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지만 그보다는 문 후보가 직접 무릎을 꿇고 아이의 눈을 한 번 바라보면서 “아저씨랑 사진 찍는 거 괜찮지? 웃어야 사진 예쁘게 나와∼”라며 다독이는 모습이 많았다. 3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타워크레인 전복 사고를 당한 유가족을 위로한 자리에서도 문 후보는 유가족으로 추정되는 아이를 안고 같이 눈물을 흘렸다. 5일 어린이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너와 나, 장애아 가족과 비장애아 가족이 함께하는 소풍’ 행사에서 문 후보는 지지자 30여 명이 몰려 행사장까지 전진하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문 후보는 경호원들을 5m 밖으로 물리고, 지지자들과 일일이 사진을 함께 찍었다. 특히 어린이와 눈 맞춤을 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휠체어에 앉은 아이들과 인사할 때마다 무릎을 바닥에 대고 눈높이를 맞췄다. 문 후보가 약 1m 높이의 연단에서 아래에 서 있는 지지자들과 손을 잡으며 화답하는 것도 유세전의 단골 메뉴다. 자칫 지지자들이 문 후보의 손을 세게 잡아당겨 무대 아래로 몸이 쏠릴 수 있기 때문에 수행실장인 기동민 의원은 문 후보의 허리를 붙잡는다. 문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찍대문(사진 찍자는 사람 안 막는 대통령 문재인)’ 전략이다. 문 후보는 이날도 지지자들과의 접촉면을 늘리다 시간이 지체돼 인권운동 출신 법조계 1세대 선배들과의 점심식사를 15분밖에 하지 못했다. 이후 KTX를 타고 경북 포항까지 이동하는 중에도 사진 촬영 요청에 일일이 응했다. 문 후보의 옆자리는 보통 수행팀장인 김경수 의원의 몫이지만 몰려드는 사진 촬영 요청에 유권자들에게 옆자리를 내주고 김 의원이 서서 가는 일도 잦다고 한다. 공개석상에서 유권자들과 만날 때는 최대한 격식 있는 복장을 중시하고 있다. 유세 연단에 오를 때는 언제나 구두를 신고 정장 차림을 고수한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유세 단상 위에서 웃옷을 벗는 일이 종종 있지만 지금까지 유세 점퍼는 한 번도 입지 않았다고 한다. ‘통합 대통령’을 강조하고 있는 문 후보는 지난달 17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총 8400km를 이동하며 전국을 누비는 동안 호남(6회)보다 영남(8회)에서 더 많은 유세를 했다. 부슬비가 내린 가운데 진행된 부산 남포동 유세에서 문 후보는 연단에 오르자마자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국민대 특임교수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과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문 후보는 “부산이 디비졌네요(뒤집어졌네요)”라며 웃은 뒤 “3당 합당으로 갈라졌던 대한민국 민주화 세력이 다시 하나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설을 마치고는 노래 ‘뱃놀이’에 맞춰 노를 젓는 춤사위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편 문 후보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전투표 26% 달성! 내일 ‘프리 허그’ 약속을 지키겠다. (서울) 홍대에서 만나 뵙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후보 경호팀에는 비상이 걸렸다. 불특정 다수가 몰릴 수 있는 데다 위해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내일 프리 허그 하면서 (문 후보를) 암살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가 삭제되기도 했다. ● 홍준표의 ‘흥’지역에 맞춘 노래 한곡조… ‘전국 노래자랑’ 유세“꽃 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3일 부산 중구 비프(BIFF)광장에 마련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의 유세 장소에 ‘돌아와요 부산항에’ 반주가 흘러나왔다. 곧이어 양복 상의를 벗은 채 마이크를 든 홍 후보가 유세 차량에 올라타자마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유세장에 모여든 인파 3만 명(경찰 추산)이 홍 후보의 노래를 따라 불러 일대에는 ‘떼창’ 무대가 펼쳐졌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달 17일부터 5일까지 전국 8010km를 순회한 홍 후보는 ‘전국 노래자랑 유세’로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자신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시키면서 사연이 담긴 노래로 친근감을 더하려는 행보다. 3일 대구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가슴이 아프지만 표현을 못 하는 TK(대구경북) 지역의 보수층을 겨냥해 ‘홍도야 우지마라’를 불러 호응을 얻었다. 4일 충북 제천시에서는 ‘울고 넘는 박달재’를 열창했다. 그는 제천 유세 도중 “늘 부르는 노래가 있는데 (반주가) 준비됐는지 모르겠다”며 “제가 (검사 시절) 청주지검에 있을 때 제천에 많이 왔다. 올 때마다 울고 넘는 박달재를 불렀다”고 소개했다. 선거운동원들이 가사가 적힌 메모지를 건네려 하자 홍 후보는 “내 가사 다 알아”라며 가사를 보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홍 후보를 수행하고 있는 김명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홍 후보가 노래를 좋아하다 보니 500곡 정도를 외우고 있다”며 “옛날에 ‘약사 가수’ 주현미 씨가 인기를 얻었을 때 홍 후보에게 ‘검사 가수’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들어올 정도로 노래 실력이 수준급”이라고 전했다. 노래는 각 시도당의 추천을 받기도 하지만 주로 홍 후보가 직접 고른다고 한다. 느린 노래를 부를 땐 T사 노래방 기기의 ‘디스코 버전’ 반주를 즐겨 쓴다. 유세 현장의 홍을 돋우려면 ‘신나는 곡’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홍 후보의 애창곡은 ‘추풍령’이다. 선거운동 초반에는 추풍령을 위주로 부르다가 최근에는 ‘지역 맞춤별 선곡’으로 바꿨다.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유세에서 추풍령을 부른 뒤 “제가 18세 때 아버지가 준 1만4000원을 들고 동대구역에서 야간열차 타고 서울역에 왔다. 그때 추풍령을 지날 때 이 노래를 불렀다”고 했다. 홍 후보가 ‘동남풍 전략’의 요충지로 보고 있는 TK 지역과 충북의 경계가 추풍령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 유일하게 호남을 방문했던 1일 광주송정역 앞에서는 “영산강이 싫더냐, 내가 싫더냐”는 가사의 ‘영산강 뱃노래’를 부르며 광주에서 검사로 재직했던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호소했다. 5일 강원과 서울에서는 6곳이나 돌며 유세를 하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일부 유세장에서는 지지자들이 “노래 한 곡 불러달라”며 아쉬워했다. 홍 후보가 노래를 하지 않을 때는 대신 자신이 주인공의 모델이 됐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제곡인 ‘백학(白鶴)’을 배경음악으로 유세장에 등장한다. 그는 이날 유세를 위해 강원 속초시에서 인제군으로 이동하면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페이스북에 “(모래시계의) 작가가 그 당시 많은 검사와 (취재차) 만났다는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22년 동안 선거에 (모래시계 검사를) 사용했는데 아무런 이의 제기가 없다가 이번에 느닷없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기도 했다. 홍 후보는 이날 서울 유세 도중 예정에 없던 양화대교를 찾았다. 사법시험 존치를 촉구하며 양화대교 아치 위에서 농성하고 있던 고시생에게 “내려오라”고 설득하기 위해서였다. 홍 후보는 양화대교 아치 밑에서 전화를 걸어 “집권을 하면 반드시 사시를 존치시키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서울 영등포역 유세를 하던 홍 후보는 양화대교에서 농성하던 고시생이 하루 만에 내려왔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뻐하며 “사시는 서민들의 희망”이라고 말했다.● 유승민의 ‘반색’“굳세어라 劉” 젊은층 몰려… 종이학-손편지 선물도“힘내라 유승민! 우리가 지켜줄게요!” 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서울대공원 입구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 후보를 만난 시민들은 유 후보를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거나, 손가락 4개를 펴면서 응원을 보냈다. 대부분 40대 이하의 젊은 지지층이었다. 20대 지지자들은 셀카 촬영을 요청하거나 자신이 가져온 책에 사인을 받았다. “굳세어라 유승민!”을 연호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유 후보는 전날 2시간밖에 잠을 못 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웃음을 잃지 않고 일일이 시민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목소리는 쉴 대로 쉬어 있었다. 서울 태릉에서 왔다는 22세 청년은 “3일 서울 강남역 유세 때 못 줘서 다시 가져왔다”며 손수 접은 하늘색 종이학 400마리와 손편지를 전달했다. 바른정당의 당 색깔과 유 후보의 기호 4번의 의미를 담은 것. 유 후보는 양복 재킷을 벗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채 이곳에서 유세차에 오르는 대신 1시간 반가량 시민 1000여 명과 사진촬영을 했다. 하루 평균 2000명 이상과 함께 사진을 찍다 보니 하루 일정을 마칠 때쯤에는 디스크로 고생했던 허리가 제대로 펴지지 않을 정도지만 집단 탈당 사태 이후 오히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격려와 응원이 쇄도하고 있어 아픈 것을 잊고 있다고 한다. 유 후보의 일정을 동행하는 지상욱 대변인 단장은 “신생 정당이라 유세 현장에 군중을 동원할 여력이 없어 걱정했는데 젊은 지지층이 자발적으로 곳곳에서 찾아오기 시작했다”며 “보수 정당 후보 유세에 노인층보다 젊은층이 훨씬 많은 걸 보고 우리도 놀랄 지경”이라고 귀띔했다. 3일 강남역 유세에 모인 1000명도 대부분 50대 이하 젊은층이었다. 지지자들이 직접 쓴 편지를 전하며 울음을 터뜨리자 유 후보는 눈가가 촉촉해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 후보는 청중이 모인 곳에서 즉석으로 토론을 벌이는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오후 인천 차이나타운 입구에서도 유세차 위에서는 5분만 연설하고 맥주박스를 뒤집어놓은 ‘임시 연단’ 위에 서서 갈라진 목소리로 30분 동안 시민들의 질문에 답했다. 정치외교학을 전공한다는 20대 여대생은 “그동안 보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하면 ‘꼴통’으로 취급받는 느낌이었는데 유 후보 덕분에 내가 당당하게 보수 지지자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당초 유세 동선은 차이나타운 길거리를 걸으며 시민들과 인사할 계획이었지만 즉석 토론이 끝나자마자 시민들의 사진 촬영 요구가 쇄도했다. 결국 유 후보는 한 발짝도 걷지 못한 채 촬영이 끝나자마자 다음 유세 장소로 이동해야 했다. ● 안철수의 ‘땀’“땀이 보여주는 진심은 통해” 120시간 뚜벅이“물이랑 윈드브레이커(바람막이 점퍼)입니다.” 봄비가 흩날린 5일 오후 1시 20분경.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사직구장으로 향하는 기자단 버스에 깜짝 동승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의 얼굴과 목덜미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기자가 ‘백팩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부탁하자 주섬주섬 자신의 백팩을 열어 보이며 수줍은 미소를 지은 채 카메라 앞에 포즈를 취했다. ‘뚜벅이’ 행보에 소지품을 보관할 백팩은 필수품이다. 가방 속에는 물티슈, 휴지, 선블록, 휴대전화 등이 들어 있었다. 김경록 대변인은 “(가방 안에) 초콜릿과 용각산도 있다. 경북 구미에서 (안 후보가) 면바지를 하나 더 샀다”고 귀띔했다. “왼손목에 차고 있는 건 뭔가요.”(기자) “이거는 ‘핏빗’이라고 하는데요. 얼마 전에 ‘차지2’ 모델로 교체했습니다. 어제보다 많이 걷겠지요.”(핏빗은 실시간 심박수로 활동량, 운동량을 체크할 수 있는 스마트밴드다. 안 후보는 4일 1만2154걸음, 5일 오전 4572걸음을 걸은 것으로 기록됐다) 안 후보는 이날도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캠페인을 이어갔다. 대형 유세 차량을 동원하는 기존 유세 방식에서 벗어나 도보와 지하철, 버스를 이용하며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취지다. 오전에는 초록색 방수 점퍼, 검은색 가방, 회색 운동화에 회색 면바지 차림으로 부전시장을 찾아 상인을 만났고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잠들어 있는 유엔기념공원에서 참배를 했다. 이어 지하철을 타고 어린이날 행사가 열린 해운대 벡스코를 찾았다. 근접 경호 인력은 1명이고 10m가량 뒤에 평복 차림의 경호관 4명이 따라왔다. 안 후보는 앙증맞게 ‘기호 3번 안철수’를 외치는 아이들을 환하게 웃으며 안아줬다. “박력 있게 하이소!”라는 한 할머니의 응원에는 웃음으로 답을 했다. “비를 맞으니 오히려 컨디션이 상쾌한데요?” 점심식사를 위해 찾은 중식당 화장실에서 땀에 젖은 녹색 와이셔츠를 갈아입으려고 했다. 이를 눈치 챈 식당 주인의 배려로 식당 내의 방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한 경호관은 “전날은 후보가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었다”고 전했다. 안 후보가 걷는 유세에 나선 것은 ‘땀은 진심이요,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안 후보는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고 생각했다. 통상 정당이 부산에서 유세한다고 하면, 호남과 경북 지역위원장까지 사람을 데려와서 많게 보이게 한다”며 “그런 식으로 3만 명이 모인들 부산 사람이 그중에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시민들을 만나 뵐수록 변화에 대한 열망이 정말 뜨겁다고 느낀다. ‘1번→2번’ ‘2번→1번’으로 반복돼 온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새롭게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부모님께서 나팔꽃을 키우시는데 나팔꽃이 오늘 10송이가 넘게 피었다. (부모님께서) 굉장한 길조라고 하셨다”는 말도 했다. 이후 안 후보는 사직구장, 남포동, BIFF거리를 찾았다. 안 후보는 발판에 올라서서 “국민께서 미래로 나아가는 선택을 해주실 것을 확신한다”라고 호소했다. 시민들이 자신의 말을 중간중간 따라 하자 감정이 고조된 듯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안 후보는 평소 시민들에게 ‘네’, ‘감사합니다’는 말로 차분하게 인사하며 감정의 변화를 잘 드러내지 않을 때가 많다. 찾는 장소마다 시민들이 안 후보를 에워싸면서 안 후보는 연신 카메라 포즈를 취했다. “3번 찍고 왔다”라는 지지자도, 안 후보를 위해 음료수를 준비해 건네는 시민도 있었다. 모든 과정이 페이스북과 유튜브로 생중계돼 조회수 31만5776회를 기록했다. 새로 갈아입은 녹색 와이셔츠에 금세 땀과 빗물이 뱄다.● 심상정의 ‘포옹’아픔 감싸는 손길… 소외계층과 함께 눈물 흘려햇살이 따가웠던 5일 낮 12시 10분경 전북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광장.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의 유세를 듣던 10대 후반의 한 소녀가 안경 너머로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기 시작했다. 연설이 끝나자 소녀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심 후보의 품으로 조용히 다가가 아무 말 없이 고개 숙여 머리를 기댔다. 심 후보도 소녀의 어깨를 말없이 감싸 안았다. 심 후보의 유세 현장에는 유독 눈물 흘리는 사람이 많다. 지난달 24일 전주시 전북대 앞 유세 현장에서 심 후보에게 꼭 안겨 울던 여대생, 지난달 30일 경북 성주군 마을회관 앞에서 심 후보를 보자마자 눈물을 쏟아내던 학생, 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에서 심 후보를 꼭 안고 펑펑 울던 지지자의 모습들은 심 후보 유세 현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날 심 후보에게 다가갔던 소녀는 ‘왜 눈물을 흘렸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어린이날에도 공장에서 일하고 계신 엄마가 생각났다”며 “(심 후보가) 손으로 어깨를 감싸주는 동안 힘을 한 번 꽉 줬는데 왠지 모를 응원이 되는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심 후보를 현장에서 수행하는 안창현 비서실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정치를 해왔던 심 후보의 진정성이 최근 TV토론회 등으로 부각되면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이들이 심 후보에게 기대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심 후보의 손은 쉴 틈이 없었다. 기호 5번을 강조하기 위해 지지자들과 손가락을 활짝 펴 ‘하이파이브’를 하고, 유권자들이 건네는 손을 맞잡고, 연설 도중 강조하고 싶은 대목에서는 허공을 갈랐다. 바쁜 와중에도 심 후보가 절대 잊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지지자들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는 것이다. 심 후보는 셀카를 요청하는 지지자와 사진을 찍을 때도, 환호성을 지르며 다가오는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할 때도 꼭 상대방의 어깨나 팔을 끌어당겨 가볍게 포옹을 했다. 심 후보는 이날 광주 금남로 유세에서도 기호 5번을 상징하는 하이파이브를 지지자들과 할 때 단순히 손바닥을 치기만 하지 않고 살짝이라도 깍지를 끼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시민이 많아 일일이 포옹할 수 없으면 ‘손가락 포옹’이라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진 유세에서 심 후보는 “묻지 마 정권교체의 미래는 뻔하다. 머지않아 국민은 하나 마나 한 정권교체에 실망하게 될 것”이라며 “대통령보다 큰 꿈인 60년의 승자 독식, 성장 제일주의 대한민국 노선 전환을 끌어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심상정이 표를 얼마나 얻느냐가 여러분의 삶과 대한민국을 바꿀 것”이라며 ‘사표 논란’ 잠재우기에도 집중했다. 전주와 광주에서 유세를 펼친 심 후보는 이날 저녁 목포로 넘어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포항·부산=유근형 noel@donga.com / 박성진 기자 / 강릉·속초=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 과천·인천·고양=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부산=장관석 기자 jks@donga.com}
5·9대선 사전투표 첫째 날인 4일 투표율이 11.7%로 집계됐다. 지난해 4·13총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5.5%)의 2.1배로, 이번 대선에 대한 국민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의 최종 투표율이 1997년 15대 대선(80.7%) 이후 20년 만에 80%를 넘을지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투표율은 투표 시작 7시간 만인 오후 1시에 5.8%를 기록해 지난해 총선 사전투표 첫째 날 전체 투표율을 뛰어넘었다. 지역별로는 호남 지역의 투표율이 가장 높았다. 전국 광역시도별로는 전남(16.8%), 세종(15.9%), 광주(15.7%)의 순이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9.7%)였다. 전체 유권자 약 4248만 명 가운데 497만여 명이 이날 사전투표를 했다. 선관위 측은 “전국 단위 선거로는 2014년 지방선거, 지난해 총선에 이은 세 번째 사전투표가 실시됐는데 유권자들에게 확실히 사전투표가 각인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선일인 9일이 황금연휴 기간과 맞물린 가운데 이날 인천국제공항, 서울역 등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사전투표를 하고 연휴를 즐기려는 유권자들이 몰리면서 길게 줄을 서는 풍경이 펼쳐졌다. 대선 후보들은 막판 총력 득표전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이날 경기 고양 유세에서 “압도적 정권 교체”를 강조했다. 문 후보는 “압도적으로 정권 교체를 해야 국정 농단 세력이 발목을 못 잡는다”며 “가족, 친구들도 투표하게 해서 사전투표부터 ‘문재인 바람’을 일으켜 달라”고 호소했다. 또 “사전투표율 25%라면 정권 교체와 ‘문재인 대통령’을 믿어도 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일정을 시작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경북 안동, 구미와 대구를 찾아 TK(대구경북) 지역 표심을 공략했다. 안 후보는 “과거로 돌아가는 1, 2번이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는 3, 4, 5번 중에서 골라 달라”고 호소했다. 안 후보는 이날부터 9일까지 걸으면서 유권자들을 만나는 ‘걸어서 국민 속으로 120시간’ 유세 캠페인을 시작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이날 TK 지역을 방문해 “이제 친박(친박근혜)들 다 용서하자”고 말했다. 최근 한국당 복당 의사를 밝힌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을 향해서도 “다 용서하자. 복당시키는 게 맞다”며 보수 대결집에 나섰다. 홍 후보는 “투표율이 90%는 돼야 한다”며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날 서울 대학가 7곳을 방문하며 젊은층 표심 잡기에 나섰다. 유 후보는 “여러분의 문제, 고민, 꿈을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제주를 찾아 “변화를 위한 정치,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과감한 개혁의 리더십, 저에게 소중한 한 표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 안동·구미·대구=홍정수 기자}

4일 시작된 5·9대선 사전투표가 첫날 11.7%라는 높은 투표율을 보인 것은 5자 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특성과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세 번째 실시된 사전투표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송미진 팀장은 “각 후보 측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사전투표를 독려하고 홍보한 덕분에 지난해 총선 때보다 투표율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국 단위 사전투표가 처음 실시된 2014년 6·4지방선거 당시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4.8%였다. 두 번째인 지난해 4·13총선 사전투표 첫날 투표율은 5.5%로 소폭 올랐다. 4·13총선의 전체 사전투표율이 12.2%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 열기가 높다는 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통상 대선이 총선, 지방선거보다 투표율이 높다는 점도 사전투표율 상승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별로는 호남에서 높은 투표율을 보였다. 이날 광주(15.7%), 전남(16.8%), 전북(15.1%) 지역은 모두 투표율 15%를 넘어섰다. 야권 관계자는 “지난해 총선에 이어 호남 주도권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시 한 번 맞붙는다는 점에서 호남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보수의 텃밭으로 꼽히는 대구는 9.7%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사전투표 둘째 날인 5일에 높은 투표율이 이어질지가 관심사다. 앞선 두 차례의 사전투표는 모두 금, 토요일에 걸쳐 진행됐다. 토요일이 휴일이기 때문에 두 차례 사전투표 모두 첫째 날보다 둘째 날 투표율이 더 높았다. 다만 이번 사전투표는 ‘징검다리 연휴’ 한가운데 실시된다는 점이 변수다. 5일부터 최장 5일간의 연휴를 즐기기 위해 4일에 미리 투표한 유권자가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높은 사전투표율이 전체 투표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앞서 실시된 두 차례의 사전투표에서는 사전투표율의 약 5배가 최종 투표율이 되는 ‘5분의 1 법칙’이 적용됐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사전투표율이 높은 이유를 국민의 사전투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짐에 따라 원래 투표 의향이 있던 유권자들이 미리 투표를 한 것으로 본다. 그래서 투표 의향이 없는 유권자들까지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지금까지 나온 데이터를 보면 역대 최고 투표율(1987년 대선 89.2%)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탄핵 정국 이후 대선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에 예상보다 투표율이 높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진우 기자}

종착점을 5일 남겨둔 이번 5·9대선 레이스의 뚜렷한 특징은 2위권 후보의 잦은 부침이다. 1월부터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차지했던 후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순이었다. 2위권 후보 변화의 배경에는 좌우 극단의 정치에 부정적이면서 진영 논리를 거부하는 ‘신(新)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3일 동아일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47.5%), 안 후보(20.7%),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11.0%) 순이었다. 지난달 18, 19일 실시한 동아일보 조사와 비교해 보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문 후보가 4.7%포인트 올랐고, 안 후보는 11.1%포인트 하락했다. 안 후보의 전체 지지율이 지난 조사에 비해 10.2%포인트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안 후보 하락세의 상당 부분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이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 변화는 두드러졌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율을 살펴보면 1월 13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36%), 반 전 총장(16%), 안 지사(5%) 순이었다.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인 2월 10일 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30%, 안 지사가 25%를 기록해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대거 안 지사에게 쏠린 것으로 나타났다. ‘대연정’을 내세운 안 지사에게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호응을 보냈고, 이 점이 2월 한 달 동안 펼쳐진 안 지사의 가파른 지지율 상승세의 동력이 된 것이다. 지난달 4일 민주당 경선을 통해 문 후보가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서 중도 표심은 또 한 번 출렁였다. 지난달 14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문 후보와 안 후보가 40%로 같았다. 경선에서 패한 안 지사가 무대에서 물러나자, 중도 성향 유권자들이 안 후보에게 대거 쏠린 것이다. 안 후보는 중도층 결집을 토대로 당시 조사에서 37%의 지지율로 문 후보(40%)의 뒤를 바짝 쫓았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거대 양당을 비판하는 안 후보의 전략이 극단적 진영 논리를 거부하는 ‘신중도’층에게 적극적으로 어필한 결과”라며 “하지만 선거 막판 사표 방지 심리 등으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이 다소 완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율은 문 후보 36%, 안 후보 22%, 홍 후보 12%,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10%, 정의당 심상정 후보 9%로 나타났다.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양강 구도’가 ‘1강 2중 구도’로 바뀐 데는 중도층의 분산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신중도’층이 9일 투표 당일 다시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지, 뿔뿔이 흩어질지, 투표를 포기할지 등이 이번 대선의 최종 승부와 득표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적폐 청산’ 대신 ‘통합’을 강조하며 중도층 공략에 나선 문 후보 측은 “될 후보를 찍자”는 심리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맞서 안 후보는 2일 TV토론에서 “저는 양당 기득권 세력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정치 시대를 만들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며 다시 한번 중도층의 결집을 호소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동아일보와 채널A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5월 1, 2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58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화번호 생성기법(RDD)을 통해 무선(78.6%)·유선(21.4%) 전화면접 조사. 응답률은 18.0%로 3월 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 기준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값 부여.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 참조}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했는데, 그럼 나는 화형당하느냐.” 2일 열린 대선 TV토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 던진 말이다. 그러나 문 후보가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했다는 홍 후보의 발언은 과장된 것이다. 문 후보가 “불태워 버리자”란 표현을 쓴 건 지난해 11월 26일 촛불집회에서다. 하지만 홍 후보의 주장과 달리 문 후보는 “보수를 불태우겠다”고 한 게 아니라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불태워 버리자”고 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한 문 후보는 “새누리당 어느 의원이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질 거라 했는데, 200만 촛불은 구악을 불태우고 세상을 바꾸는 횃불로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세금 안 내고,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하고, 방산 비리하고, 반칙 특권 일삼고, 사사롭게 운영하고, 국가 권력을 사익으로 추구하는 수단으로 삼아온, 경제 망치고 안보 망쳐온 가짜 보수 정치세력을 거대한 횃불로 모두 불태워 버리자”고 말했다. 홍 후보는 이 발언을 문제 삼으면서 문 후보가 마치 보수 진영 전체를 불태워 버리겠다고 말한 것처럼 공세를 편 것이다. 문 후보는 TV토론에서 “우리 시민이 든 촛불이 더 커져서 거대한 횃불이 되고, 그 횃불이 보수 정권이 만든 적폐를 다 청산한다는 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홍 후보도 “보수를 불태운다고는 안 했네”라며 한발 물러섰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3일 경남 진주와 창원을 연이어 방문해 집중 유세를 펼쳤다. 경남도지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근거지에 가서 홍 후보와의 격차 벌리기에 나선 것이다. 문 후보는 홍 후보를 향해 “경남의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후보”라며 “주민소환, 부정부패, 막말, 색깔론, 여성비하, 거짓말 등 아무리 동네 사람이라고 해도 창피하지 않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에 대해서도 “우리 정치에서 별별 일을 다 봤지만 이렇게 무도하고 염치와 체면이 없는 일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투표 독려에도 나섰다. 문 후보는 “제가 지금 여론조사에서 1등으로 나오고 있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것은 여론조사가 아니라 투표”라며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하면 큰일 난다. 지금은 ‘투대문(투표해야 대통령 문재인)’이다”고 강조했다. 또 “압도적으로 정권교체를 해야 나라가 안정된다”고 덧붙였다. 문 후보 측은 4일부터 시작되는 사전투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표일인 9일이 연휴와 맞물려 있어 문 후보의 지지 기반인 청년층의 투표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사전투표를 최대한 독려한다는 의도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사전투표 독려행사를 열고 “이번에 (사전투표율이) 25%를 넘으면 홍대 거리에서 ‘프리 허그’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사전투표를 독려하는 별도의 문자메시지도 발송했다. 그는 “지금 선거를 앞두고 국정 농단 세력이 무섭게 뭉치고 있다”며 “남은 6일, 저들이 또다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저들이 무슨 음모를 하든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오직 투표”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도 대대적인 ‘바닥 득표전’에 나섰다. 선대위 관계자는 “우리가 취약한 50대 이상 유권자 설득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무소속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은 4일 친정인 민주당에 복당한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후보자 간 난타전은 계속됐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4대강 사업 때문에 수질이 악화됐는데 대책이 뭐냐”고 공격했다. 이에 홍 후보는 “(4대강 사업 때문이 아니라) 질소와 인이 고온다습한 기후를 만나 녹조가 됐다”며 “(4대강 사업으로) 가뭄과 홍수가 없어졌다”고 반박했다. 문 후보가 “모든 후보가 4대강에 대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하니, 홍 후보만 동의하면 4대강으로 국민통합이 이뤄질 것 같다”고 하자 홍 후보는 “그런 억지 같은 말씀 하지 마시라”고 반박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홍 후보의 설전도 이어졌다. 심 후보는 “진주의료원을 폐쇄했는데 대통령이 되면 서울대병원도 폐쇄할 것이냐”고 물었고 홍 후보는 “견강부회”라고 일축했다. 심 후보가 ‘성완종 게이트’ 관련 의혹을 문제 삼자 홍 후보는 “그렇게 적대 감정을 가지고 배배 꼬여 덤비니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느냐”고 응수했다. 그러면서도 “심 후보, (2012년 대선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처럼 포기하지 마시고 파이팅하시라”고 말했다. 진보층의 표 분산을 겨냥한 발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 부담 요구도 논란이 됐다. 홍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좌파 정권이 들어오면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문 후보를 겨냥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이상한 사람이 당선돼서 10억 달러 얘기했다고 해서 그거 갖고 사드 배치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 후보나, 사드 도로 갖고 가라는 심 후보도 본질을 봐야 한다”고 싸잡아 비판했다. 문 후보는 “미국 대통령을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느냐. (사드 배치는) 국회 비준을 거치면 된다”고 했고, 심 후보는 “사드 배치 현장에 가봐라. 이게 나라인가”라며 국회 상임위를 열어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송찬욱 기자}
1일 보수 진영의 단일화 움직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측은 이미 ‘1강 2중’으로 재편된 상황에서 후폭풍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길만 갈 것이고, 다른 사람들의 변화에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엮는 ‘반문(반문재인)’ 단일화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이날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군 장병의 가족, 애인 등과 함께 ‘든든한 대한민국, 더 든든한 딸과 아들’을 주제로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문 후보는 사병 급여 인상, 군 복무기간 단축 등을 약속했다. 그는 “(복무기간을) 보름 단위로 하루씩 줄여 나가면 몇 년 뒤 18개월로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 후보는 경기 의정부시 유세에서 “부패 기득권 세력들, 정책도 없고 비전도 없다”며 “오로지 ‘반문재인’ 연대로 정권을 연장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후보 측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거 구도가 ‘1강 2중’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 문 후보도 “이제 양강 구도 무너졌다. 갈수록 격차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가 지난달 30일∼이달 1일 실시한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 문 후보는 39.3%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고 안 후보(21.8%)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16.5%)가 뒤를 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후보 측은 앞으로 남은 선거 기간 동안 돌발 변수 차단에 노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중한 분위기 속에 굳히기에 돌입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국무총리 인선도 투표 전에 공개할 경우 예상치 못한 논란을 부를 수 있어 ‘당선 직후 공개’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대선 공약집에서 첫 번째 공약으로 제시한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가칭)의 권한과 역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정 세력이나 사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다”라는 문 후보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적폐청산특조위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후보는 지난달 28일 배포한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에서 가장 먼저 ‘이명박·박근혜 9년 집권 적폐청산’을 내세웠다. 세부적으로는 최순실·박근혜 국정 농단 적폐 청산과 적폐청산특조위 설치, 특검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 규명 및 보충 수사를 강조했다. 앞서 문 후보 측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에서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1순위로 꼽았다. 문 후보가 다시 적폐 청산으로 회귀한 것은 보수 진영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약진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우클릭’에 맞대응하기 위한 카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문 후보 측 홍종학 정책부본부장은 30일 “공약집이 정치, 경제, 안보 순이라서 적폐 청산이 앞으로 배치됐을 뿐 여전히 일자리 공약이 최우선 순위”라고 설명했다. 또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적폐청산특조위에 대해 문 후보 측은 “별도의 수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최순실 게이트’를 불러온 잘못된 국정 운영 시스템, 의사 결정 과정 등을 짚어 보고 필요에 따라 백서 등을 발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일각의 우려처럼 특검과 같은 재조사 형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 후보도 지난달 27일 한국방송기자클럽토론회에서 “적폐 청산이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과 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거사 청산은 개별 사건의 진상 규명이지만 적폐 청산은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게 만드는 시스템을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적폐청산특조위의 권한 등을 둘러싸고는 문 후보가 당선돼도 국회에서 관련법을 처리하는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당장 한국당 정준길 대변인은 “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것은 삼권분립의 헌법체계 근간을 무너뜨리는 무리한 요구”라며 “최순실 사건은 이미 검찰과 특검에서 조사가 끝난 사안인데 문 후보가 위원회 설치로 또다시 조사하겠다는, 세월호 우려먹듯이 계속해서 이 사건을 우려먹겠다는 전형적인 정치공세”라고 반발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열흘 앞으로 다가온 5·9대선 레이스에서 각 후보가 새 정부 구성을 놓고 열띤 경쟁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통합정부’ 추진 구상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개혁공동정부’ 구상으로 맞불을 놨다. 안 후보는 28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되면 대통합 정부를 만들겠다”며 “새 정부는 대통합정부, 개혁공동정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에게 개혁공동정부 준비위원장직을 제안했다. 이어 차기 정부의 국무총리 인선과 관련해 “총리도 국회 합의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총리 추천을 국회에 맡기겠다는 것으로, 문 후보의 “비영남 출신 총리” 제안에 대한 맞대응이다. 문 후보의 통합정부 구상과의 차이점에 대해 안 후보는 “당내에서, 같은 당 사람과 꾸리는 통합정부위원회와 다르다”며 “탄핵 반대 세력과 계파 패권주의 세력은 (개혁공동정부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확실한 ‘비문(비문재인) 진영’ 구축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이에 맞서 문 후보 측 박영선 통합정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날 “통합정부 구성은 국민추천제를 도입해 실현하겠다”며 “국민추천제는 지역과 언론을 통해 공개 추천 받는 것도 감안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집권 시 호남이나 충청 출신 총리 임명 의사를 밝히며 협치를 강조했다.한편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가 40%의 지지율로 안 후보(24%)를 16%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어 홍 후보(12%), 정의당 심상정 후보(7%),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4%) 순이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문 후보는 1%포인트, 안 후보는 6%포인트 하락한 반면 홍 후보와 심 후보는 3%포인트, 유 후보는 1%포인트 상승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28일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 대선 후보 2차 TV토론에서 후보들은 경제를 주제로 양보 없는 공방을 이어갔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우리 경제가 참담하게 실패한 것을 인정하느냐”고 과거 정권 책임론을 제기했다. 이에 유 후보는 “또 이명박 박근혜냐. 문 후보는 뭐든지 이명박, 박근혜 정부 탓을 한다”고 맞받았다. 문 후보는 “유 후보는 저 멀리 별에서 날아온 게 아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하고, 집권 여당의 중요 직책에 있지 않았느냐”며 물러서지 않았다. 유 후보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경제 정책 잘한 것 없지만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잘한 것 없다. 문 후보 같은 대통령을 뽑으면 국민이 또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는 유 후보와 토론을 시작하면서 25일 TV토론에서 “더 자세한 내용은 우리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시는 게 낫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 유 후보에게 사과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집중적으로 겨냥했다. 홍 후보는 “오늘은 거짓말 안 할 것이냐”고 물었고 문 후보는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 하자. 사회자에게 지적받는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문 후보가 이명박, 박근혜 비판하는데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길 가다 넘어져도 노무현 탓하고, 골프 치다 OB(아웃 오브 바운즈) 나도 노무현 탓을 했다”고 응수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에게 “전임 정권 (관련자인) 저나 문 후보, 유 후보를 싸잡아 비난하는데 전임 정권 거치며 안랩 백신(프로그램)을 정부에서 쓰면서 큰 회사 아니냐”며 “그렇게 해서 1700억 원대 부자가 되신 분이 전임 정권을 욕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공격했다. 안 후보는 “그렇지 않다. 저희는 민간에서 더 많이 매출이 난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는 안 후보의 지지율 하락을 겨냥해 “안랩 주가가 왜 폭락하느냐”고 물었고, 안 후보는 “저는 알 수 없다”고 답했다. 홍 후보는 재벌 계열 분리 방안에 대한 안 후보의 질문에 “그건 아직 공부가 덜 됐다. 안 후보가 조금 더 가르쳐 주면 잘 보겠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이날도 홍 후보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심 후보는 “홍 후보와 말을 섞지 않으려 했는데, 토론의 룰은 국민들의 권리이고 홍 후보가 너무 악(惡)선동을 해서 (홍 후보와) 토론에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홍 후보를 향해 “도대체 귀를 막고 또 눈을 막고 사는 분 같다”고 공세를 폈다. 이에 홍 후보도 “나도 심 후보와 이야기하기 싫다”며 “그렇게 모든 것이 배배 꼬여가지고…”라고 말했다. 심 후보는 “제가 배배 꼬인 게 아니라, 그 당에서 (그렇게 했다는 것)”라고 맞받았다. 노조 문제를 두고 심 후보의 언성이 다소 높아지자 홍 후보는 “토론 태도가 왜 그러느냐”면서 “가만히 보니 심 후보와 문 후보가 자꾸 (나에게) 책임지라고 협박하는데 토론 그렇게 하는 것 아니다”라며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안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TV토론 평가가 좋지 않았던 걸 의식한 듯 “저는 말싸움 잘 못한다. 부족한 것 많다. 그렇지만 정치를 바꾸라는 열망, 명령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최하는 마지막 TV토론은 다음 달 2일 사회 분야를 주제로 열린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송찬욱·강경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27일 집권 시 임명할 첫 국무총리를 대선 투표 전 공개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또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해 미국과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 文, “초대 총리는 非영남” 문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집권 시 총리로 호남 인사를 염두에 두느냐’는 질문에 “특정 지역을 지금 단계에서 언급하기 어렵지만, 염두에 둔 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총리는 대탕평, 국민대통합 관점에서 인선할 계획이고 제가 영남(출신)인 만큼 영남이 아닌 분을 초대 총리로 모시겠다”고 덧붙였다. 총리 인선 발표 시점에 대해 문 후보는 “(투표 전) 마지막 단계에 가면 가시적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문 후보는 2월 12일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 출연해 차기 정부 첫 총리 인선에 대해 호남 총리를 시사했다. 문 후보는 “제가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탕평을 이루면서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는, 진보 보수라는 것을 뛰어넘어서 함께 할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 달 15일 전남 여수를 방문해선 “다시는 호남 홀대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 특히 저는 영남 출신이기 때문에 총리부터 시작해서 인사도 확실하게 탕평 위주로 하겠다”라고 말했었다. 국민의당은 이를 근거로 “문 후보의 호남 총리는 또다시 거짓말이었느냐”고 비판했다. 차기 정부 조각을 둘러싼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문 후보 주변에서는 ‘하마평’이 쏟아지고 있다. 인선의 하이라이트인 총리를 두고서는 ‘호남 총리론’, ‘충청 총리론’, ‘50대 총리론’, ‘경제 관련 인사 등용’ 등 각종 설이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문 후보 본인이 2, 3명 정도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구체적인 건 시간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문 후보가 ‘대탕평’을 강조한 만큼 국민의당, 정의당 인사의 입각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문 후보는 당 경선에서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과 김부겸 의원 등에 대해 “국정 경험을 쌓도록 할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한편 정부 조직 개편에 대해 문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과거 외교통상부의) 통상 부분을 산업통상자원부로 보낸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통상은 외교부로 복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또 “참여정부 때 정보통신부나 과학기술부 같은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래창조과학부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부여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 “북, 핵실험 한다면 대화 불가능” 문 후보는 토론회에서 북한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상당 기간 대화는 불가능해지고, 다음 정부에서도 남북관계 개선이 어렵다”며 “(핵실험은)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고, 체제 유지 보장을 더 희박하게 만드는 어려움을 자초하는 일이라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또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해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개정하겠다”며 “핵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원료로 사용하는 것은 국제협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서는 “부품이 옮겨진 것과 설치, 운영은 또 다른 문제”라며 “이 문제에 대해 미국, 중국과 대화할 여지가 남아 있고, 국내적으로 공론화 과정을 거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동성애 논란에 고개 숙인 文 최근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입장을 밝혔던 문 후보는 이날 “성소수자분들께 아픔을 드린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또 “성소수자분들의 기준에 비춰보면 제 말씀이 많이 부족할 수 있지만 저는 현실 정치인으로서 제 입장을 밝혔던 것이고, 그 간극에 대해서는 이해를 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동성애 논란에 대해 “에이즈가 그렇게 창궐하는데, 하나님의 뜻에 반해요. 그래서 안 돼요”라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주한미군이 26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일부 핵심 장비를 경북 성주골프장에 전격 배치했다. 한국과 미국이 사드 부지 공여 절차를 완료(20일)한 지 6일 만이다. 한미 군 당국은 대통령선거(5월 9일) 이전에 사드의 운용 시험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주한미군은 이날 0시부터 오전 7시까지 부산과 경기 오산, 경북 칠곡기지에 보관 중이던 이동식발사대 2대와 탐지레이더(AN/TPY-2), 교전통제소 등 사드 주요 장비를 20여 대의 군용 트럭과 대형 트레일러에 나눠 싣고 성주골프장으로 이동 배치했다. 경찰은 8000여 명의 병력으로 성주골프장 입구 등 주변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사드 장비 차량 행렬을 엄호했다. 일부 주민은 사드 장비 차량에 물병을 던지거나 차량으로 도로를 점거하다 경찰과 충돌해 10여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따라 가용한 사드 전력을 공여 부지에 배치해 우선적인 작전 운용 능력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사드 일부 전력을 성주골프장에 배치 운용하되 환경영향평가와 기지 공사 등 후속 절차는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군은 전했다. 미 국방부도 이날 입장 자료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위한 핵심 조치”라며 “사드 배치의 조속한 완료를 위해 대한민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27일(현지 시간) 상하원 청문회에 참석한 미 태평양사령부 해리 해리스 사령관은 “조만간(in coming days) 한국에서 사드 시스템을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주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지금 정부에서 무리하게 강행할 일은 아니다”라면서 비판했다. 반면 보수 진영의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유승민 후보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환경영향평가 등 절차 생략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의 한국 배치는 전략 균형을 파괴하고 긴장 정세를 더 자극할 것”이라며 “미국과 한국이 사드 배치를 취소하고 관련 설비를 철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한상준 기자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