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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일, 9일 미사일 도발에 이어 조만간 재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 보다는 당장 북한 내로 돈이 들어올 수 있는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의 큰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군사압박에 재차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북한에선 9일 이후 미사일 이동식발사대(TEL)나 포 전력이 이동하는 모습 등 도발 준비를 시사하는 이상징후가 식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4일, 9일에도 포 와 ‘북한판 이스칸데르’ 신형 미사일을 시차를 두고 쐈는데 이런 방법을 또다시 시도하려는 정황이 있다는 것. 한미의 연합 감시태세를 떠보면서 도발 할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19일 “비핵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무력시위 차원을 떠나서라도 북한 군부가 미리 세워놓은 신형 무기 개발의 시간표에 따라 실전 무기로서의 성능을 최종 검증할 목적으로 날씨가 개는 시점에 맞춰 시험발사 재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 관영매체인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18일 “북미협상 재개의 관건은 미국이 ‘선(先) 핵포기’ 요구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도발 임박 관측에 힘을 싣는 부분이다. 조선신보는 “조선은 미국이 자기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오만한 대화법을 그만둬야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며 “올해 안으로 3차 (북미) 수뇌(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경우 핵시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관련한 ‘하노이의 약속’이 유지될지 예단할 수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북 외교의 최대 성과로 자랑해온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모라토리엄’까지 건드려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경고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다음 달 하순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16일 발표하면서 청와대와 백악관의 회담 방점은 다소 다른 곳에 찍혀 있었다. 청와대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협의할 예정’이라고 했고, 백악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긴밀히 조율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한미 간 표현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양국 협의하에 큰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발표한다”며 “영어를 한국어로 직역했을 때 의미 전달이 안 되는 경우가 있고, 표현이 다른 것은 그 나라 사정에 따라 다른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한미의 발표문은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시각차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비핵화의 대상을 ‘북한’으로 명시했지만 청와대는 ‘한반도’라고 지칭했다. 북한은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를 줄곧 주장하고 있다.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을 강조한 청와대와 달리 백악관은 FFVD를 강조하면서 평화 체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은 대북제재 위반 혐의에 따라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압류하는 등 최근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도 15일(현지 시간) 각각 러시아 카운터파트인 블라디미르 라브로프 외교장관,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교차관과 회담 또는 전화로 대북 대응을 논의하면서 북한의 FFVD를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보조를 맞추면서도 대북 식량지원을 본격화하며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형국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사진)가 10일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북한의 불법 환적에 대한 감시 강화 등 국제사회 대북제재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도 식량 지원에 나서는 정부와 빈틈없는 제재 공조에 집중하려는 미국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대표는 당시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4차 대면회의에서 “유럽 선진국을 다니면서 북한의 사이버 해킹 공동 대응 강화를 촉구하고 북한의 (선박 대 선박) 불법 환적에 대해서도 감시 등 관련 활동 공조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의에서 대북 식량 지원과 관련해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관측됐지만 미국은 “한국의 지원을 존중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비쳤다는 전언이다. 비건 대표는 정부의 식량 지원 추진에 부정적인 반응이나 명시적인 반대 의사를 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비건 대표가 식량 지원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하면서 제재 공조 강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최근 북한 화물선 압류에 들어간 미국의 강경 기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대화파인 비건 대표가 한국 정부 앞에서 직접 제재를 강조할 만큼 북한의 연쇄 미사일 도발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류가 냉랭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방한 일정을 조율 중인 대표적인 대북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한국에 대해 대북제재 이행 공조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볼턴 보좌관은 하노이 노딜 직후 해상에 대한 불법 환적 단속 등 대북제재 이행 강화를 주도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볼턴 보좌관의 방한 시기와 방식 등에 대해 열려 있는 상황에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정부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심사한 유엔 회의에서 가장 최근까지 촉구했던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폐쇄를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비핵화 대화 모멘텀을 의식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표적인 반인권적 통치 수단 중 하나인 정치범 수용소 운용에 눈을 감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현지 시간) 공개될 유엔 3차 북한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 실무그룹 보고서에는 회원국 대다수가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 폐쇄를 권고한 발언들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 정양석 의원이 13일 외교부에서 받은 역대 UPR 발언 전문과 요약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9일(현지 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UPR에서 “남북 정상회담 관련 합의사항 이행을 포함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와의 협력을 지속해 달라”고 북한에 권고했다. 정부는 직전 2차 UPR(2014년 5월)에서는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 폐쇄, 성분제에 기반한 차별 철폐,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을 포함한 인권 메커니즘과 협력”을 주문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번 UPR에서 정치범 수용소 폐쇄를 언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발언을 신청한 88개 회원국에 주어진 발언 시간이 각각 1분 20초에 불과했고, 북한에 고문방지협약(CAT) 가입을 촉구하는 등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포괄적으로 지적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정부가 북한을 의식해서 인권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UPR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이 북한 등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을 대상으로 인권 상황을 5년 주기로 심사해 보고서를 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일 양국 정부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의 외교장관 회담을 추진 중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13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한일 정부가 22, 23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 맞춰 외교장관 회담을 여는 방안을 조정 중이라고 전했다. 회담이 성사되면 강 장관과 고노 외상은 2월 중순 독일에서 회담한 뒤 석 달 만에 다시 만나게 된다. 통신은 회담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 대북정책 공조 문제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한일 양국은 다양한 계기에 다양한 레벨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있으나 OECD 각료 이사회를 계기로 한 한일 외교장관 회담 개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나타냈다. 고노 외상은 13일 오후 취임 인사차 외무성을 찾은 남관표 신임 주일 한국대사와 만나 “청와대에서 요직을 지냈고 한일 관계를 잘 아는 대사가 오셨다”며 “한일 국민 간에는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 간 관계가 어렵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극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재임하는 동안 한일 간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20분으로 예정된 면담은 약 40분간 진행됐다. 9일 오후 도쿄에 도착해 10일 공식 취임한 남 대사는 취임 당일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을 만났고 사흘 만에 고노 외상을 만났다.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신나리 기자}

비가 몰아치던 11일(현지 시간) 오후 6시 4분. 프랑스 파리에서 20km 떨어진 벨리지빌라쿠블레 군 공항에 비행기 한 대가 착륙했다. 아프리카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가 10일 프랑스군의 구출 작전으로 풀려난 프랑스 남성 두 명과 함께 베이지색 점퍼와 검은색 바지 차림의 40대 한국인 여성 장모 씨가 잠시 후 활주로로 내려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장이브 르드리앙 외교장관, 플로랑스 파를리 국방장관, 최종문 주프랑스 한국대사 등이 그들을 맞았다. 최 대사는 마크롱 대통령에게 “프랑스의 구출 작전을 통해 한국 피랍자가 구출된 데 사의를 표하며 그 과정에서 프랑스 군인 2명이 숨진 데 깊은 애도를 표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뜻을 전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장 씨는 장기 여행 중인 지난달 12일 부르키나파소에서 접경 국가인 베냉으로 이동하던 중 국경검문소 부근에서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말리 중부에서 활동하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원리주의자) 그룹 ‘카티바 마시나’의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가족들은 “장 씨가 험지 여행을 취미로 즐겼다”고 했다. 1년 전, 행선지는 밝히지 않은 채 여행을 간다고만 하고 드문드문 연락하다가 3월 말 언니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을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감감무소식이자 가족들이 실종신고를 하려던 참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장 씨가 피랍된 지 29일째인 10일에야 피랍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가 인질 구출 작전을 벌이고 결과를 공식 발표하기 전 주프랑스 한국대사관을 통해 알려온 것. 프랑스 당국은 장 씨가 당시 여권 등 신분증을 모두 분실한 상태여서 국적이 한국인지 북한인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외교부도 현지 공관에 들어온 영사 조력 신청이나 가족의 신고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인 인질 존재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장 씨가 피랍된 곳은 정부 여행경보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부르키나파소는 원래 전역이 ‘철수권고’(3단계 적색경보) 지역이었지만 2015년 6월 북부 4개 주를 제외하고는 ‘여행자제’(2단계 황색경보) 지역으로 여행경보가 한 단계 낮춰졌다. 베냉은 현재 여행경보가 발령돼 있지 않다. 프랑스의 경우 베냉이 과거 식민지였다는 특수성을 고려해 반감으로 인한 보복공격이 우려된다며 접경 지역에 가장 강력한 여행경보인 ‘여행금지’(4단계)를 발령한 상황이다. 우리 외교부는 곧 두 국가에 대한 여행 주의도를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여행을 자제하거나 철수하라는 정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위험 지역을 다닌 장 씨의 안전불감증도 문제라는 지적이 높다. 여행자들이 위험을 자초하고는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정부에 뒤늦게 도움을 청하거나 심지어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이 따른다. 이 때문에 장 씨의 치료비와 파리 체재비, 귀국에 드는 항공비 등을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지원할지도 향후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장 씨가 긴급 구난활동비 사용 요건에 해당되는지 검토해야겠지만 통상 국내에 연고자가 있고 자력(경제적 능력)이 있는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장 씨를 포함한 인질에 대해 “이기적이고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르드리앙 외교장관은 현지 인터뷰에서 “정부의 여행 관련 권고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구출 후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통화한 뒤, 첫날밤을 파리 근처 프랑스 군 병원에서 보냈다. 프랑스 당국의 건강검진 후 이상이 없을 경우 이르면 13일 신병이 인도될 예정이다. 장 씨는 가급적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파리=동정민 특파원}

북한이 9일 쏜 미사일 2발은 4일 발사한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와 외형상 같은 무기로 확인됐다. 북한이 발사 이튿날인 5일과 10일 각각 공개한 미사일 사진을 겹쳐 보면 정확히 일치할 정도다. 하지만 미사일의 비행 정점고도는 닷새 전보다 20km가량 낮아졌다. 그만큼 한미의 요격 체계를 쉽게 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발사대도 궤도형 이동식발사차량(TEL)으로 바뀌어 산속으로 모습을 감춰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기습 타격 능력을 끌어올려 한층 위협적으로 변모한 것이다. 군사적 긴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한국을 볼모로 미국이 ‘일괄타결식 비핵화’ 원칙에서 양보하라는 엄포로 풀이된다. 10일 군 당국은 ‘북한판 이스칸데르’ 2발의 비행 정점고도를 50여 km에서 40여 km로 수정했다. 4일엔 60여 km였다. 이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등 한반도에 배치된 한미 미사일 요격체계의 요격 가능 고도 밑으로 비행하도록 닷새 만에 비행 기술을 빠르게 개선했다는 뜻이다. 사드의 요격 고도는 미사일 하강 고도를 기준으로 40∼150km인데 막아야 할 미사일의 정점고도가 40여 km에 불과하면 하강 단계에선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하다. 20∼30km 고도에서 요격을 시도하는 패트리엇 미사일 역시 ‘북한판 이스칸데르’처럼 낮게 날아오는 미사일의 경우 요격을 준비하고 실행할 ‘전투시간’이 매우 짧아져 요격이 어려워진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발사 사진을 분석해 보면 저각 발사를 통해 정점고도를 최대한 낮추는 등 러시아 이스칸데르를 따라잡은 것으로 보인다”며 “시험 발사에서 한 번도 실패하지 않은 것만 해도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번 시험 발사를 ‘장거리타격수단 화력훈련’이라고 표현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4일 발사 이튿날 ‘전술유도무기’라고 지칭한 것과 달라진 것. 이는 북한이 실전에서 한국을 타격하거나 미군 증원 전력의 한반도 투입을 막기 위해 개발한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 사거리가 가장 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2014년 8월 시험 발사한 기존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 ‘KN-02’(일명 독사) 개량형은 최대 사거리가 200여 km였다.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정확한 최대 사거리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이스칸데르(내수형)를 그대로 모방했다면 500km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궤도형’ 이동식발사대도 눈길을 끌었다. 4일 훈련 당시엔 바퀴가 달린 일반 차륜형 발사대로 발사했는데 이번엔 산지 등 험지에서도 기동할 수 있는 궤도형 발사대를 들고나온 것. 조선중앙통신은 “최고영도자 동지(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칭)께서 화력타격을 위한 기동전개와 화력습격을 보시고 만족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기동전개’란 용어를 쓴 건 기동성이 배가된 발사 차량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는 연료를 미리 주입해놓을 수 있는 고체연료 미사일이어서 연료 주입 과정에서 한미 연합 자산에 사전 포착되지 않고 기습 발사가 가능하다. 여기에 산지 외진 지역에 숨겨놓기 좋은 궤도형 차량까지 이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사 사실을 사전에 포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궤도형 발사대를 동원한다는 건 한미가 앞으로 감시해야 할 지역이 대폭 넓어진다는 것으로 북한 내 이상 동향 감시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9일 화력훈련을 참관한 뒤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며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이날 “현재 추가 도발 징후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 발언으로 볼 때 ‘자주권 수호’를 명분으로 조만간 또 기습 타격 능력을 과시하는 도발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동해에서 서부 내륙으로 이동하고, 사거리도 조금씩 늘리는 이른바 ‘살라미 군사 도발’을 통해 미국에 태도를 바꾸라는 신호를 계속 보낼 것”이라고 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북한 대외선전매체가 9일 미사일 발사에 앞서 “핵 협상의 기회가 상실되면 핵 대결 국면이 재연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이날 “조선이 제시한 시한 내에 미국 측이 그릇된 태도를 바로잡지 못하고 제3차 수뇌(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경우 상황은 바뀔 수 있다”며 이렇게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로 ‘대화 시한’에 선을 그은 상황에서 그때까지 미국의 비핵화 협상 입장에 변화가 없다면 대화 이전의 극한 대결 상황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노이 협상 결렬 후) 핵 협상이냐, 핵 대결이냐의 양자택일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금 자기 입장을 정립하지 못하고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합의는 이뤄질 것’이라고 올린 트윗을 겨냥해 “대화 재개의 의향을 표시했으나 일시적인 위안일 뿐”이라며 “앞으로 유화적인 메시지가 계속 발신된다한들 올해 말까지 조선 측이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 해결의 방법론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가 원치 않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한국 때리기’에도 나섰다. 남북장성급군사회담 북한 대표단 대변인은 8일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공중에서는 미국과 함께 도발적인 연합공중훈련을 두 주일 동안이나 벌여놓고, 지상에서는 사드 전개 훈련에 멍석을 깔아줬으면서 무슨 할 말이 있다고 동족에게 수작질인가”라고 비난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9일 오후 3시 30분경, 전날 입국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서울 중구 정동의 주한 미국 대사관저에 들어섰다. 그로부터 약 한 시간 뒤, 비건 대표가 대사관 관계자 및 방한 정부 대표단 등과 한참 회의를 진행하고 있던 시점에 북한은 평안북도 구성에서 두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정부 관계자는 “회의 도중 발사 소식을 접한 비건 대표와 다른 미 정부 관계자들이 대응 방안 등 관련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닷새 만에 반복된 북한의 도발에 비건 대표가 한국을 찾은 목적의 우선순위도 자연스럽게 바뀔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7일 한미 정상 간 통화를 통해 대북 인도적 식량 지원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은 정부는 비건 대표의 방한을 계기로 식량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비건 대표가 방한 중인 상황에서 북한이 보란 듯이 더 강도 높은 도발에 나서면서 후속 대응을 위한 한미 공조가 더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게 됐기 때문이다. 비건 대표는 10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면담을 시작으로 한미 워킹그룹 4차 대면회의, 추가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갖는다. 또 청와대를 찾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김현종 안보실 2차장 등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비건 대표는 10일 약식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백악관의 뜻을 대신 밝힐 가능성도 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추진을 공식화했다. 한미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마중물로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 하지만 미사일 도발 재개 직후 식량 지원이라는 보상 카드를 제시하면서 북한에 잘못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대북 강경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식량 지원에 대한 한미 정부 내부의 미묘한 온도 차도 한미 관계의 또 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본격화된 대북 식량 지원 통일부는 8일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해 미국, 국제기구와의 협의를 본격화하겠다는 얘기다. 이상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인도적 지원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며 이에 대해 한미 간 공동의 인식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미국의 동의를 얻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 의사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 통화 결과를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시의적절하며 긍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이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대북 식량 지원 카드를 꺼내든 것은 북한의 대화 궤도 이탈을 막고 남북 대화 재개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대북 식량 지원 방식은 국제기구를 통한 우회 지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직접 지원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 당국 간 직접 지원은 2010년 이명박 정부 때 쌀 5000t(40억 원)이 마지막이었다. 정부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쌀 재고 130만 t 가운데 30만 t가량을 북한에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美 “식량 지원 전용(轉用) 우려 차단해야” 정부는 8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구체적인 대북 식량 지원 방식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북 식량 지원을 두고 한미가 벌써부터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전날 한미 정상 통화 직후 백악관이 내놓은 보도자료에서도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빠졌다. 그 대신 백악관은 “두 정상은 북한의 최근 진행 상황과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 달성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청와대 발표에 없는 FFVD에 방점을 찍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있었던 내용을 그대로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괜찮다”며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친 바 있다. 그럼에도 백악관이 대북 식량 지원에 대해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대북 식량 지원 방식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의구심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정부의 근본 입장은 북한이 식량 구입에 들어갈 돈을 핵·미사일 개발에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식량 지원이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협상 참여로 이어지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식량을 거절하지는 않겠지만 비핵화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정엽 세종연구원 미국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대북 식량 지원을 수용하는 것과 (비핵화 협상에 대한) 태도 변화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한편 유엔군사령부는 최근 강원 고성에 이어 철원과 경기 파주 지역에 대해서도 민간인 통행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철원과 파주 지역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도 민간인에게 순차 개방할 계획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황인찬·신나리 기자}
도경환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부하 직원에게 폭언 등을 했다는 혐의로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요청안이 접수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달 초 유사한 의혹을 받아 중징계가 요청된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에 이어 또 한 명의 대사가 귀임 조치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도 대사는 공관의 부하 직원에게 폭력적 언사를 하는 등 이른바 ‘갑질’ 의혹으로 외교부 자체 감사를 받았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도 대사는 공관 행사를 준비할 때 한국산 식자재를 구매한 것처럼 영수증을 꾸미고 현지산을 사용해 식자재 구입비를 부풀린 데 이어 청탁금지법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중징계 의견을 제출함에 따라 도 대사는 파면이나 해임 또는 강등이나 정직 등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 대사는 주중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도 대사는 대통령경제수석실 행정관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산업기반실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2월 부임했다. 김 대사에 이어 도 대사까지 귀임되면서 특임 공관장에 대한 준법 의식과 소양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사도 외교관 출신이지만 삼성에서 일하다 임명된 특임 공관장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맞대응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ABC, CBS 등 3개 방송사와 진행한 연쇄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보였다. 북한이 결정적 선을 넘은 것은 아닌 만큼 기존 ‘제재 외교’ 틀 안에서 북한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ICBM은 아니다”며 톤다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발사체에 대해 ‘미사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그것들(they)’ ‘단거리(short-range)’ 등으로 표현했다. 그는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장거리 미사일은 아니란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약속을 파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는 ABC방송에서도 “(북한 발사가) 국제적 경계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 북한 동해에 떨어져 한국 미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권이 자신들의 외교 성과로 집중 부각해온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유지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강한 희망도 피력했다. 그는 CBS방송에 “외교를 넘어선 어떤 것에 의지하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외교’ ‘협상’ 등의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대북정책의) ‘다른 경로’로 가기 전에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심각한 영양실조 실태를 언급하며 구체적 대북 식량 지원 가능성도 열어 놨다. 실제 지원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대북제재 속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며 향후 비핵화 협상 추이에 따라 식량 지원을 포함한 경제적 상응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 지도층의) 돈이 (군사적 목적이 아닌) 자국 주민들을 돌보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北의 추가 도발 빌미” 지적도… 트럼프, 아베와 통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북한의 추가 도발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ICBM만이 모라토리엄의 대상이자 대북제재의 핵심’이라고 일종의 선을 그어 북한에 저강도 도발을 이어갈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대화가 멈춰진 틈을 타 북한 군부가 그간 점검하지 못했던 재래식 무기 및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키려 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날 CNN에 4일 발사 당시를 포착한 위성사진을 제공한 미 싱크탱크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도 현 상황이 2006년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깼을 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CNN에 “당시에도 북한은 기술적으로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부터 발사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 강한 것으로 가기 위한 고전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미일 간 긴밀하게 연대해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아베 총리와 북한 문제에 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한기재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며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핵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 볼 것”이라며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이어나갈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 CBS방송 및 폭스뉴스 등 3개의 방송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미국 정부의 이런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발사체들이) 그 어느 국제 경계선도 넘지 않은 채 북한의 동쪽 바다에 떨어졌고,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ICBM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모라토리엄)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 외에 다른 방법에 기대지 않고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력을 쓰지 않고 핵무기를 없애고 검증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인터뷰 내용 곳곳에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선해’(선의로 해석)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BC ‘디스위크’에 출연해선 “(북한의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단거리용(relatively short range)”이라고 밝혔고, 발사체가 ICBM이 아니라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전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쏘긴 쐈는데 자기네(북한) 영해 안에서 왔다 갔다 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건 미국도 일을 키울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그러나 북한의 추가 도발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ICBM만이 모라토리엄(동결)의 대상이며, 대북 제재의 핵심이라고 선을 그은 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을 시험에 들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운운하는 ‘경로 변경’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 군부는 앞으로 대화가 멈춰진 틈을 타서 그동안 점검하지 못했던 재래식 무기나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도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로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반응을 정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과거 패턴을 재현하는 듯한 추가 도발을 한다면 엄중히 경고해야겠지만, 자칫 호들갑을 떨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안전보장 프레임으로 확장해서 나올 경우 한미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대화 재개의 불씨가 살아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ABC와의 인터뷰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가졌느냐는 질문에 ”대화는 있었다“고 답했다. 또 ”앞으로 몇 주 동안 활발히 대화할 수 있게 돼 대화 진전을 위한 방법에 대해 협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북한으로부터 답변도 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4일 ‘전술유도무기’ 등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로 무력시위를 재개한 가운데 청와대와 국방부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5일 과시하듯 미사일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할 때까지 정부가 ‘전술유도무기’ 발사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데다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어서다. 북한의 무력시위 재개로 어렵게 조성한 대화 동력이 훼손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한 의도적인 ‘로키(low-key)’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사일 발사 추가 발표 안 한 정부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9시 24분경 “북한이 9시 6분경 호도반도 일대에서 불상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 5분경에는 “북한이 9시 6분에서 27분까지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의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쏜 무기를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여 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바꾼 것.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오전 전날 훈련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전술유도무기가 러시아 탄도미사일의 개량형인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발사체 종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바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알려진 단거리 지대지탄도미사일이라 정신이 번쩍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이날 오후 ‘북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관련 입장’을 내고 “한미 정보 당국이 공동으로 정밀 분석 중”이라며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mm, 300mm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거리 미사일→단거리 발사체→전술유도무기로 수정해 발표하면서도 이 무기가 유엔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선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 군이 전날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은 4일 오전 10시 전후. 하지만 통상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질 경우 새로운 상황을 추가 발표해온 군이 이번엔 단거리 미사일 발사 사실에 대해선 북한이 사진을 공개할 때까지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방사포에 비해 훨씬 민감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사실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NSC 대신 장관회의 연 靑 “대화 동참 기대” 청와대도 ‘로키’ 대응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아니라 긴급회의”라고 밝혔다. 북한 도발에 빠짐없이 열었던 최고위 안보회의인 NSC를 소집하지 않은 것. 청와대는 2017년 8월 28일 북한의 방사포 발사 때도 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이어 북한 도발 6시간 24분 뒤인 오후 3시 반경 내놓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에선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조속히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도발’이나 ‘규탄’ 등의 표현 없이 유감 표명과 함께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은 것. 청와대는 관계부처 긴급회의 소집 시간 등 구체적인 대응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맞은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신임 군 지휘부 업무보고에서 9·19 군사합의 이행을 강조한 가운데 북한이 하루 만에 이를 정면 위배하는 무력시위에 나선 만큼 대북정책 추진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진 상황. 특히 미사일 도발 중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5일 대북특사단과의 면담에서 내놓은 첫 번째 약속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NSC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이제 더는 새벽잠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1년 5개월여 만에 도발을 재개한 지 하루 만인 5일 한미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 발사 사진 등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한미를 겨냥한 노골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유엔 결의안이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스스로 공개하면서 ‘대화 중단’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도발수위를 높인 것이다. ○ 유엔 결의 위반 미사일 발사 과시하듯 공개한 北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강원 원산시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사진 20여 장을 공개했다. 북한이 미사일 등 발사체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한 것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 특히 북한은 이날 ‘전술유도무기’로 지칭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화염을 뿜으며 치솟는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과시하듯 공개했다. 육안으로 봐도 러시아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와 쌍둥이 같은 이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에 두 발이 장착되는 구조는 물론 미사일 탄두 형상, 날개 등이 사실상 이스칸데르와 같았다. 이스칸데르의 최대 사거리는 내수형인 M형 기준 500km(수출용 E형 280km)다. 4일 발사 당시 240km를 날아간 것으로 알려진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사거리를 늘릴 경우 한국 전역을 타격 사거리 안에 둘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스칸데르는 한미 레이더망에 잘 포착되지 않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이 어려운 ‘보완형 탄도미사일’. 탄도미사일은 통상 100km 이상 고도로 솟구치는 과정에서 레이더망에 포착되지만 이스칸데르(수출용 기준)는 상승고도가 50km에 불과해 레이더망에 잘 포착되지 않고 하강 시 비행고도도 사드의 최저 요격 범위(40km)를 벗어난다. 더 큰 문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엔진 노즐 부분 등을 분석한 결과 고체연료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를 미리 주입해놓을 수 있어 연료 주입 과정에서 한미 감시자산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은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기습 타격에 한층 유리하다.○ 대남타격 3종 세트로 韓美 동시 압박 북한이 발사한 전술유도무기가 ‘이스칸데르’ 복제품으로 확인되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북한이 무력시위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선택한 것은 통상 유엔 안보리가 1000km 이하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추가 제재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의 판 자체를 깨지는 않으면서도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턱 밑’까지 도발 수위를 높여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화력타격훈련 참관 후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나가야 한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열어 놨다. 북한이 발사한 또 다른 무기인 300mm 및 240mm 방사포는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할 때 거론되는 핵심 전력. 북한은 사거리상 남한 겨냥이 분명한 데다 요격이 불가능해 선제타격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대남 타격용 무기 3종’을 발사하면서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 북한 편에 서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큰 성과로 내세운 미사일 모라토리엄(동결)에 부분적인 타격을 주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언제든 그 업적을 빼앗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5일 미국과 동맹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이라는 선택지를 유지하는 것은 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유사시를 대비한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억지력을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틀린 해석”이라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목적은 한미 동맹을 파괴해 무력으로 남북을 통일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또 지난해 3월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가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을 때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고 판단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는 지난해 3월 대북특사로 김 위원장을 만나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중단) 약속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 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수락 의사를 밝힌 당시 백악관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공군이 1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공군 글로벌스트라이크사령부는 이날 오전 2시 42분(한국시간 1일 오후 3시 42분) 미사일이 발사됐으며 6759km를 비행해 마셜제도 목표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성명에서 무기체계의 정확성,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계획한 실험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국방부는 이날 북-미 대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우선 해법은 외교이며 북한 비핵화는 최우선 목표”라면서도 “미군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외교 실패에 대비한 준비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올여름까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고 버틸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 대응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모두가 원하는 것은 ‘굿 딜’(좋은 합의)이며 북-미가 서로 합의된 딜이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범위를 좀 더 넓혀서 포괄적인 안목을 갖고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 내신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앞서 정부가 제안한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이 유효한지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대화가 멈춘 가운데 북한의 태도 변화가 먼저 필요함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일괄타결 강조 기류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에 대해 “중요한 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8∼10일 서울을 찾아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워킹그룹회의 및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이달 하순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첫 정상외교인 북-러 정상회담 배석자를 외무성 출신들로 채우면서 비핵화 협상 라인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문책인사로 모습을 감춘 대신 외무성 라인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 장금철 통전부장 체제로 바뀐 통전부 산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1개월 만에 대남 비난 성명을 내놓으면서 라인업 정비를 마친 북한이 협상 판 흔들기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확대회담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배석했다. 리 외무상은 김 위원장의 오른편, 최 부상은 통역을 사이에 두고 김 위원장의 왼편에 자리를 잡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포함해 9명을 배석시킨 반면 김 위원장은 리 외무상과 최 부상 단 2명만 배석시켰다. 지금까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확대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바로 옆자리는 김영철 차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의 협상 라인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김영철 교체에 대한 동아일보 질의에 “북한과 건설적인 협상을 계속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협상 주도권이 대미 강경파인 김영철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교 소식통은 “국무부의 카운터파트로 통전부가 아닌 외무성이 나서는 것은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김영철이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협상에서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숙청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역시 러시아 방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두고 김영철과 김여정이 협상에서 막후 역할을 맡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과 김여정이 탤런트 뒤에서 (연출하는) 프로듀서로 바뀌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통전부 소속 공식 대남 채널인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훈련 규모를 축소한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대해 “남조선 당국은 노골적인 배신 행위가 북남관계 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며 도발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의 중요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단계(significant and concrete step) 없이 대북제재 완화를 바탕으로 북-미 간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크리스 쿤스 미 상원의원(민주당·사진)은 24일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상원 대표단으로 매기 하산 상원의원과 함께 방한한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제재의 총체적인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쿤스 의원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미국 의회와 국민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여전히 흥미를 잃지 않았고 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그게 중요한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종종 시사하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다자회담인 6자회담 리부트(reboot·재시동)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자 다자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NHK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24일 보도했다. NHK는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미 러시아가 미국과 중국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2003년 한미일과 북-중-러가 참여해 가동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12차 회담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북-미가 ‘톱다운’식 양자 대화를 시작하면서 6자회담은 낡은 대화 모델로 치부돼 왔다. 다만 6자회담 체계로는 밀도 있는 비핵화 논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다자 협상은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는 있어도, 문제를 빠른 시간에 해결하기 적합한 체제는 아니다”라며 “다양한 행위자들이 끼게 되면 문제 해결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 러시아 등 과거 6자회담 참가국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 뒤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에선 다자 간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차원에서다. 한편 청와대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25일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안보회의 서기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