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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NEC)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NEC 예비학교 교수를 지낸 바이올리니스트 유성민이 16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 한지은 협연으로 독주회를 연다.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Op. 12-2, 슈만 ‘세 개의 로망스’ Op. 22, 이자이 ‘생상스 왈츠 형식 연습곡에 의한 카프리스’, 레스피기 소나타 B단조 등 네 곡을 연주한다.유성민은 미국 케이프 코드 심포니 오케스트라 부악장과 사이먼 심포니에타 악장을 역임 후 2015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귀국 독주회를 시작으로 매년 독주회를 열고 있다. 대한민국 실내악 작곡제전, 운지회 챔버 오케스트라 시리즈 등을 통해 현대음악으로 영역을 넓히는 등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깊고 예리한 리듬 감각과 음색의 탁월한 상상력을 갖춘 피아니스트. 자기 세대에서 가장 독창적인 예술적 목소리를 가진 연주자 중 한 명이다.” 지난해 12월 제19회 ‘LG와 함께하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 중 한 명으로 참여한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가 이 콩쿠르에 참여한 피아니스트 유성호(29)에 대해 남긴 평가다. 이 대회에서 유성호는 피아니스트 선율과 함께 공동우승을 차지했다. 유성호가 17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바흐의 프랑스 모음곡, 버르토크 ‘세 개의 연습곡’ 작품 18, 라흐마니노프 소나타 2번, 슈베르트 소나타 D. 664, 바버 소나타 작품 26 등 다섯 곡으로 짠 80분의 육중한 프로그램이다. 전화 통화에서 그는 “거의 ‘피아노의 역사’ 같은 프로그램 아니냐”란 물음에 “그런 생각을 하고 준비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각기 뚜렷하게 대비되는 스타일의 곡들을 골랐습니다. 그 다양한 변화를 통해 피아노 음악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유성호는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으로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고, 이후 피아노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예술사와 예술전문사를 전체 수석으로 입학 졸업한 뒤 미국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당타이선을 사사하며 석사를 취득했다. 지금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에서 세계적인 명교수 아리에 바르디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예핌 브론프만, 보리스 길트부르그, 라하브 샤니, 드미트리 시시킨, 베아트리체 라나 등 수많은 명피아니스트를 키워낸 스승 바르디에 대해 그는 ‘걸어다니는 피아노 백과사전’이라고 했다. “후년이면 90세가 되시는데도 저희 제자들보다 젊은 에너지를 가지셨어요. 세부까지 치밀하게 가르침을 주시면서도 피아니스트 각자의 개성을 강조하며 가장 이상적인 밸런스를 잡아주시죠.” 이전 스승 당타이선에 대해서는 “엄격한 자기 수련의 모습을 스스로 보여주셔서 그 자세 자체에 영감을 갖게 만드는 분”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그는 1차 예선에서 연주한 쇤베르크의 모음곡 작품 25로 심사위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학교나 콩쿠르에서 ‘현대곡 해석을 잘한다’는 얘기를 들어왔다고 한다. “현대곡의 경우 참고할 만한 다른 연주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 말 그대로 악보를 파고들면서 꾸준히 연구해야 좋은 연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0년 뒤 기대하는 자신의 모습을 묻자 “특별히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연주 등의 일정으로 거의 매달 한국과 독일을 오가고 있는 그는 8월 대관령국제음악제 국제콩쿠르 우승자 시리즈에서 솔로 리사이틀을 연다. 지난해 윤이상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중국 바이올리니스트 차오원 뤄와 듀오 리사이틀도 가질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토벤 소나타는 1악장을 항상 ‘문제’로 시작해요. 발전부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천재적이고, 카타르시스를 주죠.”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 녹음을 계획한 지 21년 만에 지난달 9장으로 구성된 전집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Testament’(유언, 성서)를 연다. 전집의 부제와 같은 제목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3대 소나타 30, 31, 32번과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희연은 그간의 곡절 많았던 사연을 공개했다.그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각인시킨 계기는 2002년부터 4년 동안 금호아트홀에서 이어 나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였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가을부터 3년 동안 녹음이 예정됐다. “그런데 임신 중에 문제가 생겨 아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 있게 됐죠. 그 얼마 뒤 녹음 프로젝트를 후원하신 분이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중단됐어요.”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한 ‘올해의 예술상’이 녹음의 열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5년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2019년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하고 나서야 전곡 녹음이 확정됐다. 팬데믹은 베토벤에 온전히 몰두할 기회를 주었고, 2023년 초 오랜 여정이 마무리됐다.그는 녹음 엔지니어 토마스 휩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휩시가 베를린 필하모니에 있는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보여줬는데, 그 악기가 깊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음이 지속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고, 칸타빌레(노래하듯이) 사운드가 뛰어났어요. 빈에서 전통을 유지해 온 악기라서 그런지 베토벤을 연주하기에 적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적절한 뵈젠도르퍼를 찾지 못해 예술의전당에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한다.베토벤은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특별하다.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머니가 너무 좋다고 누구 곡이냐고 물어보실 때는 거의 다 베토벤이었어요. 아버지와 사별하신 뒤 힘드실 때 어머니에게 용기를 준 음악이었고, 저도 베토벤의 ‘뚫고 나가는 힘’을 느꼈죠.”그는 베토벤이 주는 힘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유럽도 미국도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요. 베토벤이 주는 화합의 메시지가 이 시대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최희연은 1999년 서울대 음대 역사상 최초로 공개 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용됐고, 2023년부터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베토벤 소나타는 1악장을 항상 ‘문제’로 시작해요. 발전부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천재적이고, 카타르시스를 주죠.”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 녹음을 계획한 지 21년만에 지난달 9장으로 구성된 전집 음반을 내놓은 피아니스트 최희연은 이렇게 말했다. 그가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음반 발매 기념 리사이틀 ‘Testament’(유언, 성서)을 연다. 전집의 부제와 같은 제목이다. 베토벤의 마지막 3대 소나타 30, 31, 32번과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을 연주한다. 4일 서울 강남구 풍월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희연은 그간의 곡절 많았던 사연을 공개했다.그를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각인시킨 계기는 2002년부터 4년 동안 금호아트홀에서 이어나간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시리즈였다. 이를 계기로 2004년 가을부터 3년 동안 녹음이 예정됐다. “그런데 임신 중에 문제가 생겨 아기를 위해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있게 됐죠. 그 얼마 뒤 녹음 프로젝트를 후원하신 분이 돌아가시면서 완전히 중단됐어요.”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수여한 ‘올해의 예술상’이 녹음의 열망에 다시 불을 붙였다. 2015년 베를린 텔덱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시작했다. 2019년 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를 녹음하고 나서야 전곡 녹음이 확정됐다. 팬데믹은 베토벤에 온전히 몰두할 기회를 주었고, 2023년 초 오랜 여정이 마무리됐다.그는 녹음 엔지니어 토마스 휩시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휩시가 베를린 필하모니에 있는 뵈젠도르퍼 피아노를 보여줬는데, 그 악기가 깊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음이 지속되는 시간이 굉장히 길고, 칸타빌레(노래하듯이) 사운드가 뛰어났어요. 빈에서 전통을 유지해온 악기라서 그런지 베토벤을 연주하기에 적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적절한 뵈젠도르퍼를 찾지 못해 예술의전당에 있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로 연주한다.베토벤은 개인적으로도 그에게 특별하다. “제가 피아노를 연주할 때 어머니가 너무 좋다고 누구 곡이냐고 물어보실 때는 거의 다 베토벤이었어요. 아버지와 사별하신 뒤 힘드실 때 어머니에게 용기를 준 음악이었고, 저도 베토벤의 ‘뚫고 나가는 힘’을 느꼈죠.”그는 베토벤이 주는 힘이 이 시대에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유럽도 미국도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요. 베토벤이 주는 화합의 메시지가 이 시대에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최희연은 1999년 서울대 음대 역사상 최초로 공개오디션을 통해 교수로 임용됐고, 2023년부터 미국 피바디 음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이번에는 옛 현악기 비올 연주를 들어보실 거예요. 비올은 남성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로 평가됐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여자가 시턴이라는 악기를 들고 있고, 남자가 비올을 가리키면서 손짓하고 있습니다. 비올은 남성을 상징했으니 결국 ‘나와 함께 연주하자’ ‘나와 함께 지내자’라는 의미로 구애를 하는 겁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은평구 통일로 이호철북콘서트홀. 해설자가 옛 그림을 화면에 띄운 채 설명을 이어 나갔다. 이어 현악기 연주자 강효정이 연주하는 마랭 마레(1656∼1728) 곡 ‘인간의 목소리들’의 잔잔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이 콘서트는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서 12월까지 여섯 차례 펼쳐지는 시리즈 콘서트 ‘무지카 픽투라, 픽투라 무지카(보는 음악, 듣는 미술)’의 첫 편이다. 시각정보디자인을 전공한 음악 미술 칼럼니스트 박찬이가 해설을 맡았다. 지난해 12월 나온 자신의 책 ‘음악과 이미지’에 소개된 그림과 음악 작품들을 중심으로 음악과 미술이 서로 조응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이날 옛 악기 연주그룹인 ‘앙상블 상상과 용기’ 연주자들인 김수진(리코더) 최현정(바이올린) 신용천(오보에) 김희성(바순) 강효정(첼로 등 저음현악기) 최현영(하프시코드) 등 여섯 명이 쉽게 듣기 힘든 16세기 작곡가 샘슨의 ‘거룩한 뿌리’부터 바흐의 ‘푸가의 기법’까지 열 곡을 연주했다. 각자 해당 분야에서 국내 대표급 연주자로 꼽히는 이들이 꾸미는 앙상블과 화면에 투사된 옛 그림에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몰입했다. 남편과 함께 온 한 여성 관객은 “악기가 나오는 옛 그림에 이렇게 많은 상징들이 들어 있을 줄 짐작하지 못했다. 고전 낭만 시대의 음색과 다른 옛 악기 연주도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콘서트 시작 전 인사말에서 표문송 이호철북콘서트홀 관장은 “은평구를 비롯한 서울 서북부는 과거 문인들의 동네였는데, 오늘날에는 문화의 중심이 강남에 치우친 느낌”이라며 “새로운 문화 거점을 만들자는 의미로 이 공간이 생겼고 르네상스적인 예술의 본질을 여기서 돌아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호철북콘서트홀은 은평구에 거주했던 작가 이호철(1932∼2016)을 기리기 위해 은평구가 지난해 11월 옛 서울서부시외버스터미널 자리에 개관했다.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면 교육이나 행사가 없는 날도 누구나 이곳에서 책을 읽고 차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눌 수 있다.‘무지카 픽투라, 픽투라 무지카’ 시리즈는 ‘음악의 정원―하프시코드와 이미지’(5월 11일), ‘그려진 소리’(7월 6일), ‘류트와 노래의 메아리’(9월 날짜 미정), ‘오르가니스트의 발―오르간과 페달’(11월 2일), ‘헨델의 음악 갤러리’(12월 날짜 미정)로 이어진다. 이호철북콘서트홀에선 매주 토요일 미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하는 ‘문예북흥’ 시리즈도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현기영 작가와 황지우 안도현 시인, 유홍준 교수 등이 관객과 만났고, 이번 달엔 나희덕 시인, 유현준 건축가, 가수 하림 순으로 만남이 준비되어 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실수했는지 주문을 이중으로 했나 보다. 전갱이는 이웃에 한 세트 드리고, 잼은 오래 놔둬도 되니 다행이었다. 이런 쓸모없는 바보.” 어머니가 달라졌다. 60대에 남편을 떠나보낸 뒤 시 짓기 모임, 신앙생활, 스페인어 공부 등 좋아하는 일에 열중하며 ‘젊어 보인다’는 말을 듣던 어머니였다. 그러던 어머니가 중요한 물건을 챙기지 않은 채 외출하고, 시간을 착각하고, 주문을 잘못하는 일이 잦아졌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 같은 나이에 가벼운 인지장애 유병률은 28.32%다. 일본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저자와 그의 어머니가 달랐던 것은, 어머니는 꼼꼼하게 일기를 기록하는 습관이 있었고 의사인 아들은 노년 인지 저하의 권위자라는 점이다. 저자는 어머니의 인지 저하를 4기로 나눈다. 1기(67∼75세)에 가족 뒷바라지에서 해방돼 자유로운 생활을 누리던 어머니는 종종 자신의 정신이 쇠퇴했음을 토로한다. 2기(76∼79세)에는 인지 저하가 생활에 균열을 만들기 시작한다. 세탁소로부터 세탁비가 밀렸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돈을 주자는 아들들에게 화를 낸다. 3기(80∼84세)가 되면 인지 기능 저하에 맞서려는 의지를 잃기 시작한다. 일기는 드문드문 이어지다가 4기(85∼87세)에는 쓰지 못하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인지 저하를 이해하기 위한 실용서’로 받아들이지 말기를 당부한다. 몇 세 또는 몇 년 차에 어떤 증상이 발생했다는 식의 경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저자가 말하는 책의 목적은 “한 여성이 손상된 인지 기능을 통해 외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느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인지 저하에 대한 부분을 잊더라도, 한 시대를 살며 자녀들을 키워내고 만년에 자신의 행복을 찾으려 분투하며 성실히 기록을 남긴 한 사람의 삶이 큰 울림을 남긴다.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자신의 인지 능력이 손상됐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한다’는 통설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일기에서 어머니는 ‘나이를 먹는다는 게 이런 건지, 참담하다’며 거듭 괴로움을 토로하고, 아들이 쓴 인지 저하에 대한 책을 읽어본다. 아들이 출연해 인지 저하에 대해 설명하는 TV 프로그램도 관심 있게 시청한다. 어머니는 늘 사용하던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고 대중교통으로 다니기 힘들어지면서 근심의 구름이 마음을 뒤덮기 시작한다. 그러나 취미인 시 쓰기를 포기한 뒤에도 ‘더 반듯해져야지, 힘내’라는 자기 격려를 잊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병이 명확히 진단된 뒤 어머니는 연구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라이프 리뷰’를 남겼다. 리뷰의 마지막은 자식들에게 주는 말로 끝난다. “각자의 길을 성실하게 걸어가다오. 마음으로 행복을 기원한다. 진심으로 고마워.” 마지막으로 그가 남긴 짧은 시는 이렇다. ‘모든 바람(소망) 다 이루어지리라곤 생각 않지만, 걸음만은 스스로 곧게 옮겨가기를.’ 이 시는 2022년 출간된 일본어 원서의 부제가 되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영국 왕립음악원 출신 연주가들이 창단한 벨체아 콰르텟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벤 콰르텟.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악4중주단들의 이름 중에서도 앞자리에 놓이는 두 팀이 3,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잇따라 내한 공연을 펼친다. 에벤 콰르텟은 1999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불로뉴비양쿠르 음악원 재학생들로 결성됐다. 2004년 ARD 국제콩쿠르 현악4중주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 등장했다. 2010년 ‘음악의 승리상’, 올해의 앙상블상 등을 수상했고 2009, 2015, 2019년 등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펼쳤다. 2009년 라벨, 드뷔시, 포레의 4중주 음반으로 최고 권위의 음반상인 그라모폰상 최고상 ‘올해의 녹음’을 수상한 데 이어 2022, 2023년 그라모폰 실내악부문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에벤 콰르텟을 나타내는 대표적 문구 중 하나가 “언제든지 재즈 밴드로 바뀔 수 있는 사중주단”(2009년 미국 뉴욕타임스·NYT)이다. 재즈 스탠더드와 팝송을 즉흥으로 연주하고, 전자악기 연주자와 함께하기도 한다. 멤버 중 비올리스트 마리 실렘은 2017년부터 함께하고 있으며, 첼리스트 오카모토 유야는 지난해 영입된 새 얼굴이다. 벨체아 콰르텟은 1994년 루마니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코리나 벨체아의 주도로 런던 왕립음악원 학생들이 결성했다. 2001년 그라모폰상 최우수 데뷔녹음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벨체아의 레퍼토리는 이 시대의 고전과 최신작을 망라한다. 계속해서 현대 작곡가들의 신작을 위촉하며 젊은 현악4중주단들을 코칭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떠맡는다. 오늘날 가장 의욕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로 꼽히는 ‘알파’와 함께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브람스 현악4중주 전곡 음반 등을 내놓아 왔다. 2023년부터 한국계 호주인 강수연이 제2바이올린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에벤과 벨체아는 1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합동으로 에네스쿠의 현악8중주를 연주했고 2일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를 함께 연주한다. 서울 공연도 연계성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에벤 콰르텟은 3일 베토벤의 첫 현악4중주인 현악4중주 1번과 후기의 대작인 현악4중주 13번 ‘대푸가’,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의 ‘현악4중주를 위한 세 개의 디베르티멘티’를 무대에 올린다. 벨체아 콰르텟은 4일 베토벤 초기 4중주에 영향을 준 모차르트 현악4중주 20번 ‘호프마이스터’와 브리튼 현악4중주 3번, 베토벤 현악4중주 9번(‘라주모프스키 3번’)을 연주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영국 왕립음악원 출신 연주가들이 창단한 벨체아 콰르텟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에벤 콰르텟.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현악4중주단들 이름 중에서도 앞자리에 놓이는 두 팀이 3,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잇따라 내한 공연을 펼친다.에벤 콰르텟은 1999년 프랑스 파리 근교에 있는 불로뉴비앙쿠르 음악원 재학생들로 결성됐다. 2004년 ARD 국제콩쿠르 현악사중주 부분에서 우승하면서 국제 무대에 등장했다. 2010년 ‘음악의 승리상’ 올해의 앙상블상 등을 수상했고, 2009, 2015, 2019년 등 여러 차례 내한 공연을 펼쳤다. 2009년 라벨, 드뷔시, 포레의 4중주 음반으로 최고 권위의 음반상인 그라머폰상 최고상 ‘올해의 녹음’을 수상한 데 이어 2022, 2023년 그라머폰 실내악부문상을 2년 연속 수상하는 등 새로운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에벤 콰르텟을 나타내는 대표적 문구 중 하나가 “언제든지 재즈 밴드로 바뀔 수 있는 사중주단”(2009년 미국 뉴욕타임스·NYT)이다. 재즈 스탠더드와 팝송을 즉흥으로 연주하고, 전자악기 연주자와 함께하기도 한다. 멤버 중 비올리스트 마리 쉴렘므는 2017년부터 함께 하고 있으며, 첼리스트 오카모토 유야는 지난해 영입된 새 얼굴이다.벨체아 콰르텟은 1994년 루마니아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코리나 벨체아의 주도로 런던 왕립음악원 학생들이 결성했다. 2001년 그라머폰상 최우수 데뷔녹음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벨체아의 레퍼토리는 이 시대의 고전과 최신작을 망라한다. 계속해서 현대 작곡가들의 신작을 위촉하며 젊은 현악4중주단들을 코칭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떠맡는다. 오늘날 가장 의욕적인 클래식 음반 레이블로 꼽히는 ‘알파’와 함께 베토벤 현악4중주 전곡, 브람스 현악4중주 전곡 음반 등을 내놓아 왔다. 2023년부터 한국계 호주인 강수연이 제2바이올린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에벤과 벨체아는 1일 통영국제음악제에서 합동으로 에네스쿠의 현악8중주를 연주했고 2일 멘델스존의 현악8중주를 함께 연주한다. 서울 공연도 연계성 있게 프로그램을 짰다. 에벤 콰르텟은 3일 베토벤 첫 현악4중주인 현악4중주 1번과 후기의 대작인 현악4중주 13번 ‘대푸가’, 20세기 작곡가 브리튼의 ‘현악4중주를 위한 세 개의 디베르티멘티’를 무대에 올린다. 벨체아 콰르텟은 4일 베토벤 초기 4중주에 영향을 준 모차르트 현악4중주 20번 ‘호프마이스터’와 브리튼 현악4중주 3번, 베토벤 현악4중주 9번(‘라주모프스키 3번’)를 연주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나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헛되이 영혼의 평화를 찾아다녔지. 여기서 그 평화를 찾았어.” 러시아 음악문화의 상징인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동생 모데스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한 ‘여기’는 우크라이나였다. 우크라이나 수도에서 남동쪽으로 약 300km 떨어진 마을 카먄카에는 그의 여동생 알렉산드라의 남편 다비도프의 영지가 있었다. 한 살 아래로 오빠와 매우 친했던 알렉산드라는 “오빠, 여기를 별장이라고 생각하셔요”라고 말했다. 차이콥스키는 여름마다 이곳에 와서 영혼의 평화를 찾았다. 32세 때인 1872년 여름, 막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는 젊은 작곡가였던 차이콥스키는 두 번째 교향곡을 썼다. 이듬해 모스크바에서 초연이 성공을 거두자 그는 농담조로 “이 곡의 진짜 작곡가인 게라시모비치에게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게라시모비치는 여동생 집의 늙은 집사였다. 차이콥스키는 그가 부르는 우크라이나 민요 ‘학’을 듣고 4악장 주선율로 사용했다. 사람들은 이 곡을 ‘소(小)러시아’라고 불렀다. 소러시아(Малая Россия)란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를 부르던 별명이었다. 우크라이나를 사랑했던 러시아인 차이콥스키를 오늘날 우크라이나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나라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스뱌토슬라우 리흐테르,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와 나탄 밀스테인 등 수많은 연주계 거장들을 낳았다. 위에 꼽은 네 사람 모두 모스크바에서 수학했으며 차이콥스키의 명곡들을 레퍼토리의 중심에 놓았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키이우에 있는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 학생들은 “학교 이름에서 차이콥스키를 빼야 한다”고 대학 당국에 요구했다. 이 학교의 학술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학교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학교 당국은 차이콥스키의 증조부가 러시아의 집중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크레멘추크에서 태어났다는 점도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의 유명 지휘자인 옥사나 리니우는 페이스북에 이렇게 썼다. “만약 키이우에 있는 ‘차이콥스키 길’ 이름을 바꾸자고 한다면 저는 반대할 겁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대표하는 음악원 이름으로 ‘차이콥스키’는 적당하지 않죠. 우리 우크라이나도 불멸의 음악가를 여럿 갖고 있지 않나요?” 카먄카에서 작곡된 차이콥스키 교향곡 2번에 대한 우크라이나인들의 속내도 복잡하다. 늙은 집사가 불렀던 ‘학’ 외에도 1악장에 민요 ‘강둑 위에 저녁이 내린다’가 쓰이는 등 이 곡에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사랑하는 선율들이 들어있다. 소련 시대 키이우에서는 이 곡이 ‘우크라이나의 문화적 유산에 대한 애정을 보인 곡’으로 즐겨 연주됐다. 대부분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차이콥스키가 카먄카에서 행복을 느꼈던 사실을 알며 그에게 애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 교향곡에 ‘소러시아’라는 제목은 쓰지 않는다. ‘소러시아’라는 말은 정교회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한 러시아를 ‘대(大)러시아’로 부른 데 대비되는 교구(敎區)상의 개념이었다. 그러나 19세기 제국주의 시대에 러시아인들은 이 용어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일부’라는 뜻을 담았다. 오늘날 우크라이나에서 이 교향곡은 그냥 ‘교향곡 2번’ 또는 때로 ‘차이콥스키의 우크라이나 교향곡’으로 표기된다. 이 교향곡 4악장에 쓰인 민요 ‘학’은 춤곡풍의 유쾌한 선율이다. 하지만 이 민요의 제목은 우리에게 익숙한 러시아 가수 이오시프 코브존의 노래 ‘백학’을 떠올리게 한다. “이따금 나는/전쟁터에서 돌아오지 못한 병사들이/쓰러진 그곳에 눕지 못하고/하얀 학으로 변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과 독일 병사들이 스러져간 우크라이나의 평원에서는 과거 독일에 함께 대항했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병사들이 매일 목숨을 잃는다. 훈련을 가는 줄 알았던 먼 극동의 나라 북한의 병사들도 찬 평원에서 스러져 간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2025년 교향악축제에 참여하는 강릉시립교향악단은 상임지휘자 정민 지휘로 러시아인과 우크라이나인들이 사랑하는 차이콥스키 교향곡 2번을 4월 5일 연주한다. 번호 외 교향곡의 별칭은 표기되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협연하는 차이콥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도 이날 연주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는 헨델이 자신의 옛 작품에서 가져온 노래다?” 오늘날 광고나 드라마 배경음악으로도 널리 쓰여 친숙한 헨델 오페라 ‘리날도’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는 헨델이 22세 때 쓴 그의 첫 오라토리오(오페라 형식 교회음악)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에 나오는 아리아 ‘가시는 놔두고 장미를 꺾어라’를 약간 변형한 것이다. 급격히 인기를 얻어 나가던 헨델의 초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이 세계적 고(古)음악 거장 르네 야콥스 지휘로 국내에서 선을 보인다.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는 주인공 ‘아름다움’이 즐거움을 벗어나 시간과 깨달음의 인도를 받으며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당대 예술 후원자로 이름 높았던 베네데토 팜필리 추기경의 대본을 음악으로 구현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아리아와 콜로라투라(목관악기 스타일의 어려운 기교를 성악으로 표현하는 것)가 일품으로 꼽힌다.주인공 ‘아름다움’에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출연한다. 임선혜는 야콥스가 지휘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돈 조반니’, 바흐 ‘요한수난곡’ 등 여러 음반에 출연했다. 롯데콘서트홀이 2018년 야콥스 지휘로 공연한 콘서트 오페라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수잔나 역, 2019년 ‘돈 조반니’ 체를리나 역으로도 무대에 섰다. 카운터테너 출신 지휘자인 야콥스는 바로크와 초기 고전주의 오페라 및 교회음악 분야의 거장으로 인정받으며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로 수많은 명음반을 발매했다. 이번 공연은 고음악 전문악단 ‘B‘Rock 오케스트라’가 함께한다. 2005년 창단된 이 악단은 2012년부터 야콥스와 호흡을 맞춰 왔다. 솔리스트로 임선혜 외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스페르, 카운터테너 폴 피기에, 테너 토머스 워커 등 야콥스와 호흡을 맞춰 온 고음악 전문 가수들이 출연한다. 다음 달 2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도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같은 내용의 공연이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울게 하소서(Lascia ch’io pianga)’는 헨델이 자신의 옛 작품에서 가져온 노래다?”오늘날 광고나 드라마 배경음악으로도 널리 쓰여 친숙한 헨델 오페라 ‘리날도’의 아리아 ‘울게 하소서’는 헨델이 22세때 쓴 그의 첫 오라토리오(오페라 형식 교회음악) ‘시간과 깨달음의 승리’에 나오는 아리아 ‘가시는 놔두고 장미를 꺾어라’를 약간 변형한 것이다. 급격히 인기를 얻어나가던 헨델의 초기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이 작품이 세계적 고(古)음악 거장 르네 야콥스 지휘로 국내에서 선을 보인다.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시간과 깨달음의 승리’는 주인공 ‘아름다움’이 즐거움을 벗어나 시간과 깨달음의 인도를 받으며 내면의 성장을 이룬다는 교훈적인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당대 예술 후원자로 이름 높았던 베네데토 팜필리 추기경의 대본을 음악으로 구현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영향을 받은 화려한 아리아와 콜로라투라(목관악기 스타일의 어려운 기교를 성악으로 표현하는 것)가 일품으로 꼽힌다.주인공 ‘아름다움’에는 소프라노 임선혜가 출연한다. 임선혜는 야콥스가 지휘한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돈 조반니’, 바흐 ‘요한수난곡’ 등 여러 음반에 출연했다. 롯데콘서트홀이 2018년 야콥스 지휘로 공연한 콘서트 오페라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수잔나 역, 2019년 ‘돈 조반니’ 체를리나 역으로도 무대에 섰다.카운터테너 출신 지휘자인 야콥스는 바로크와 초기 고전주의 오페라 및 교회음악 분야의 거장으로 인정받으며 ‘아르모니아 문디’ 레이블로 수많은 명음반을 발매했다. 이번 공연은 고음악 전문악단 ‘B’Rock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2005년 창단된 이 악단은 2012년부터 야콥스와 호흡을 맞춰 왔다. 솔리스트로 임선혜 외 소프라노 카테리나 카스페르, 카운터테너 폴 피기에, 테너 토머스 워커 등 야콥스와 호흡을 맞춰온 고음악 전문 가수들이 출연한다.다음 달 2일 경남 통영시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도 올해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같은 내용의 공연이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음악은 연주회를 즐기고 기분 좋게 집에 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배려와 평등, 연민 같은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음악입니다.”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9)는 이달 21일 시작 예정이었던 미국 투어를 한 달 앞두고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배신하고 있다”며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미국에서 자선음악회 등을 제외한 공연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하며 한국 팬들과 친해진 그가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키벨리 되르켄과 호흡을 맞춰 수크의 ‘네 개의 소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시마노프스키 ‘신화’, 프랑크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21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테츨라프는 미국 연주를 취소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층 자세히 설명했다.“여러 음악가들이 자유와 평등 같은 가치를 분명히 곡에 표현했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3번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다가 그가 황제가 되자 계획을 바꾼 것이 한 가지 사례죠.”그는 “내년 4월까지 미국에서 연주회가 22회나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음악가가 정치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베토벤뿐 아니라 쇼스타코비치나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들도 체제에 그냥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약자를 배려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시키며 영혼을 어루만지는 인간적인 수단이라고 믿습니다.”테츨라프는 첼리스트인 여동생 타냐 등과 ‘테츨라프 4중주단’을 결성해 활동했다. 타냐,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와 함께 3중주 활동도 펼쳤다. 포그트가 2022년 암으로 타계한 뒤에는 이번에 동행하는 되르켄과 자주 연주를 함께하고 있다. 그는 “되르켄은 젊지만 매우 깊이 있는 소리를 갖고 있다. 포그트와는 성격이 다른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그는 예전에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2002년 제작된 슈테판페터 그라이너 바이올린을 쓰고 있다.“깊이 있는 소리부터 밝은 소리까지 잘 들려주고 있는 데다 밸런스도 좋은 악기이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죠. 만약 더 나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있으면 그걸 선택할 겁니다.”6년 전 서울시향과의 ‘올해의 음악가’ 활동에 대해서는 “오래 체류하다 보니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와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음악은 연주회를 즐기고 기분 좋게 집에 가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배려와 평등, 연민 같은 가치를 전달하는 중요한 수단이 바로 음악입니다.”독일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59)는 이달 21일 시작 예정이었던 미국 투어를 한달 앞두고 일정을 취소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배신하고 있다”며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미국에서 자선음악회 등을 제외한 공연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2019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올해의 음악가’로 활동하며 한국 팬들과 친해진 그가 5월 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2년 만의 내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키벨리 되르켄과 호흡을 맞춰 수크의 ‘네 개의 소품’,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시마노프스키 ‘신화’, 프랑크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21일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테츨라프는 미국 연주를 취소하게 된 이유에 대해 한층 자세히 설명했다. “여러 음악가들이 자유와 평등 같은 가치를 분명히 곡에 표현했습니다. 베토벤이 교향곡 3번을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다가 그가 황제가 되자 계획을 바꾼 것이 한가지 사례죠.” 그는 “내년 4월까지 미국에서 연주회가 22회나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고 말했다.“음악가가 정치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베토벤뿐 아니라 쇼스타코비치나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들도 체제에 그냥 순응하지 않았습니다. 음악은 약자를 배려하고 사람들을 하나로 연합시키며 영혼을 어루만지는 인간적인 수단이라고 믿습니다.”테츨라프는 첼리스트인 여동생 타냐 등과 ‘테츨라프 4중주단’을 결성해 활동했다. 타냐, 피아니스트 라르스 포그트와 함께 3중주 활동도 펼쳤다. 포그트가 2022년 암으로 타계한 뒤에는 이번에 동행하는 되르켄과 자주 연주를 함께하고 있다. 그는 “되르켄은 젊지만 매우 깊이 있는 소리를 갖고 있다. 포그트와는 성격이 다른 피아니스트”라고 말했다.그는 예전에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을 사용하다가 지금은 2002년 제작된 슈테판피터 그라이너 바이올린을 쓰고 있다. “깊이 있는 소리부터 밝은 소리까지 잘 들려주고 있는데다 밸런스도 좋은 악기이기 때문에 사용하고 있죠. 만약 더 나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있으면 그걸 선택할 겁니다.” 6년 전 서울시향과의 ‘올해의 음악가’ 활동에 대해서는 “오래 체류하다 보니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와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질 수 있었던 기회였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런던의 비평가는 12년 중 10년은 구노 ‘파우스트’를 보는 데 보내야 한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붉은 코트를 너무 봐서 시력이 망가질 지경이다.”(조지 버나드 쇼) 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1859년)는 19세기 후반 가장 인기 있었던 오페라로 꼽힌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만 75년 동안 2000회 공연 기록을 세웠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 1부에서 소재를 딴 이 오페라에는 여주인공 마르그리트의 ‘보석의 노래’, 발레 장면 ‘바카날’ 등 명선율과 명장면이 가득하다. 하지만 늙은 파우스트의 고뇌 및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가 펼쳐지는 1막은 지루하다는 평을 들어 왔다. 서울시오페라단이 1막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오플레이(오페라+연극)’ 콘셉트의 ‘파우스트’를 4월 10∼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막에 배우 정동환이 노년의 파우스트로 출연해 인간의 욕망과 회한을 표현한다. 20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정동환은 “걱정이 태산이다. 잠을 못 이룰 지경”이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2014년 연극 ‘메피스토’에 출연했고 2020년에는 1인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 바 있어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무대만 세 번째다. 그는 “오페라와 연극은 연습하는 방법부터 다르다. 내가 참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을 생각하면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은 2022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이 모태가 됐다. 연출가 엄숙정은 “큰 극장의 이점을 활용해서 무대의 모든 공간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막 파우스트의 독백 및 메피스토펠레스와의 대화는 레치타티보(대화 부분을 간소한 반주와 함께 음악적으로 처리하는 것)를 줄이고 정동환이 대사로 연기한다. 이번 공연은 2021년 최고 권위의 지휘 콩쿠르인 프랑스 브장송 콩쿠르에서 수상한 지휘자 이든이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젊음을 찾은 파우스트역에 테너 김효종 박승주, 마르그리트역에 소프라노 손지혜 황수미, 메피스토펠레스 역에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전태현, 마르그리트의 오빠 발랑탱 역에 바리톤 이승왕 김기훈 등 호화 배역이 출연한다. 이든과 박승주는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된 ‘파우스트’에서 함께한 바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박승주는 “독일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첫발을 디딘 작품이 파우스트였다”고 말했고 전태현도 10년 전 이 작품으로 독일에서 데뷔했다고 밝혔다. 사무엘 윤도 “26세 때 처음 젊은 메피스토펠레스를 선보였다”고 회상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런던의 비평가는 12년 중 10년은 구노 ‘파우스트’를 보는 데 보내야 한다. 메피스토펠레스의 붉은 코트를 너무 봐서 시력이 망가질 지경이다.”(조지 버나드 쇼)샤를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1859)’는 19세기 후반 가장 인기 있었던 오페라로 꼽힌다.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만 75년 동안 2000회 공연 기록을 세웠다.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 1부에서 소재를 딴 이 오페라에는 여주인공 마르그리트의 ‘보석의 노래’, 발레 장면 ‘바카날’ 등 명선율과 명장면이 가득하다. 하지만 늙은 파우스트의 고뇌 및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의 거래가 펼쳐지는 1막은 지루하다는 평을 들어왔다.서울시오페라단이 1막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한 ‘오플레이(오페라+연극)’ 컨셉트의 ‘파우스트’를 4월 10~1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1막에 배우 정동환이 노년의 파우스트로 출연해 인간의 욕망과 회한을 표현한다.20일 세종문화회관 연습실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배우 정동환은 “걱정이 태산이다. 잠을 못 이룰 지경”이라며 웃음지었다. 그는 2014년 연극 ‘메피스토’에 출연했고 2020년에는 1인극 ‘대심문관과 파우스트’를 무대에 올린 바 있어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무대만 세 번째다. 그는 “오페라와 연극은 연습하는 방법부터 다르다. 내가 참여하는 이유가 있을 것을 생각하면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번 공연은 2022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 ‘파우스트: 악마의 속삭임’이 모태가 됐다. 연출가 엄숙정은 “큰 극장의 이점을 활용해서 무대의 모든 공간을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막 파우스트의 독백 및 메피스토펠레스와의 대화는 레치타티보(대화 부분을 간소한 반주와 함께 음악적으로 처리하는 것)를 줄이고 정동환이 대사로 연기한다.이번 공연은 2021년 최고 권위의 지휘 콩쿠르인 프랑스 브장송 콩쿠르에서 수상한 지휘자 이든이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젊음을 찾은 파우스트역에 테너 김효종 박승주, 마르그리트역에 소프라노 손지혜 황수미, 메피스토펠레스 역에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전태현, 마르그리트의 오빠 발랑탱 역에 바리톤 이승왕 김기훈 등 호화 배역이 출연한다. 이든과 박승주는 2022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된 ‘파우스트’에서 함께한 바 있다. 제작발표회에서 박승주는 ‘독일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첫발을 딛은 작품이 파우스트였다’고 말했고 전태현도 10년 전 이 작품으로 독일에서 데뷔했다고 밝혔다. 사무엘윤도 “26세 때 처음 젊은 메피스토펠레스를 선보였다”고 회상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도서관을 더럽힘 없이 유지하는 것은 누구의 접근도 막을 때만 가능하다. 책이 그렇지 않은가? 너무 많은 사람이 만지면 페이지는 부스러지고 잉크와 금박은 퇴색한다.”오스트리아 멜크에 있는 도서관을 배경으로 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서 주인공 아드소는 이렇게 말한다.이 책의 부제는 ‘도서관: 파손되기 쉬운 역사(The Library: A Fragile History)’다. 고대 아시리아의 점토판 도서관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도서관까지 도서관의 역사를 정리했다. 두 저자는 각 시대 도서관의 성쇠, 특히 쇠(衰)에 주목한다. 보존을 위해 세워지는 것이 도서관이었지만 쇠락 또한 그 운명이었다.첫 페이지부터 독자는 1575년 신성로마제국 황실 도서관장으로 임명된 블로티우스의 탄식과 마주하게 된다. “사방에 곰팡이가 슬고, 두루두루 썩어 있었다. 죽은 나방과 좀 천지에다 거미줄은 빽빽했다.”많은 도서관이 파괴로 그 명을 다했다. 1524년 독일농민전쟁 때 농민군은 수도원 도서관들을 표적으로 삼았다. 현대에도 이런 일은 반복돼 1992년 보스니아 국립도서관이 세르비아 민병대의 목표물이 됐다. 그러나 도서관이 죽어 갈 때는 피살보다 자연사가 많았다. 도서관을 세우고 관심을 쏟은 권력자가 떠난 뒤 도서관들은 서서히 먼지 속에 묻혔다. 어떤 시대의 지배자든 전 시대가 물려준 지식의 유산과 그 기념물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기 때문이다.고대 도서관의 전설이 된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불타서 사라졌다는 전설을 남겼지만, 저자는 고대 도서관들을 사라지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유지의 어려움이었다고 설명한다. 고대의 파피루스는 습기에 약했고 주기적으로 다시 베껴 써야 했다. 이후 동물 가죽을 가공한 튼튼한 양피지가 등장했지만 이번엔 너무 튼튼한 게 문제였다. 사람들은 이전 책의 페이지를 긁어낸 뒤 새 책으로 만들었다.종교개혁 기간에 신구교 양쪽은 상대방의 책을 파괴했다. 영국에서는 에드워드 6세의 통치 기간에 가톨릭 서적이 파괴됐고, 가톨릭 군주인 메리 여왕 시절에는 개신교 책이 사라졌다.전쟁도 인명만큼 많은 책을 희생시켰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다름슈타트 도서관에서는 헨델과 모차르트, 베토벤의 육필 악보를 포함한 책 40만 권이 공습으로 사라졌다. 뮌헨 도서관도 책 80만 권을 잃었다. 1980년대 소련의 한 교회에선 독일 책 250만 권이 발견됐고, 대부분은 읽을 수 없는 상태였다. 물론 독일도 가해자였다. 러시아 학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중 1억 권의 책이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책 뒷부분에 저자들은 도서관이 디지털 혁명을 쫓아가는 데만 힘쓸 것이 아니라 도서관의 고유한 강점을 살리는 데 애써야 한다고 말한다. “책이 넘쳐 나는 시대일수록 독자가 좋은 책을 고를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는 더욱 중요하다.”역사학자인 두 저자는 인쇄술 초기 이전에 나온 유럽 출판물을 조사하는 국제약식서명목록(USTC)의 창립위원과 부소장으로 활동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마술피리’ ‘돈 조반니’와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가운데서도 첫손 꼽히는 ‘피가로의 결혼’을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공연한다. 20∼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 혁명 전야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귀족 제도의 모순을 풍자한 오페라다. 뒤에 나온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가 내용상으로 전편 격이다. 알마비바 백작의 결혼을 성공시켜 백작가의 하인이 된 피가로는 수잔나와 결혼을 준비하지만, 백작이 수잔나에게 눈독 들이고 결혼을 방해하려는 것을 알고는 분노한다. 피가로와 수잔나, 백작부인은 꾀를 내서 백작을 망신 주려 하는데…. 이번 공연은 2018년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2019년 바일 ‘마호가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 등 앞서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두 편을 지휘한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든다. 프랑스 연출가 뱅상 위게가 연출을 맡는다. 위게는 프랑스 아미앵 대학에서 미술사를 강의한 ‘학자 연출가’다. 2021∼2022년 베를린 운터 덴 린덴 국립오페라에서 ‘피가로의 결혼’ 등 모차르트 오페라를 연출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오페라 팬들을 대상으로 한 ‘피가로의 결혼 미리보기’가 열렸다. 지휘자 라일란트는 “인물들이 가진 유머와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담기게 한 ‘조코소(giocoso)’ 양식을 모차르트가 완벽히 소화했다”며 “관현악의 효과로 감정의 효과를 더 끌어올렸고, 3∼6명이 부르는 다양한 앙상블도 들으면 그냥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라일란트는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영향을 해석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농쿠르는 인물들이 노래를 부를 때 토론을 하는 것처럼 하라고 강조했죠. 춤곡 리듬이 있는 부분은 빠르게 처리해서 무용수들이 실제 무용을 하는 느낌이 들 겁니다.” 연출자 위게는 “이 오페라에는 특권층에 대한 비판도 들어 있지만 모차르트는 작품 속 인간들의 관계와 열정을 표현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사랑과 질투 같은 본능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위게는 이전 베를린에서 공연한 ‘피가로의 결혼’에서 주인공들이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결혼식 장면에 디스코볼이 돌아가는 1980년대식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당시 80년대를 그린 스페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무대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연습을 통해 발견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만 밝히면, 무대 위의 커다란 집이 회전합니다. 원작의 부제가 ‘광란의 하루’인데, 그 제목처럼 집이 돌면서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그는 한국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저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귀띔했다. 이번 공연에는 피가로 역에 베이스 김병길 박재성, 수잔나 역에 소프라노 이혜정 손나래, 백작 역에 바리톤 양준모 이동환, 백작부인 역에 소프라노 홍주영 최지은, 케루비노 역에 메조소프라노 라헬 브레데와 김세린이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출연진 인터뷰에서 김병길은 “똑똑한 줄 아는 피가로와 뒤에서 그의 약점을 채워주는 수잔나의 케미를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은 “고전적인 백작부인을 넘어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강인한 여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마술피리’ ‘돈 조반니’와 함께 모차르트의 오페라 가운데서도 첫손 꼽히는 ‘피가로의 결혼’을 국립오페라단이 올해 첫 작품으로 공연한다. 20~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피가로의 결혼’은 프랑스 혁명 전야 작가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을 바탕으로 귀족 제도의 모순을 풍자한 오페라다. 뒤에 나온 로시니의 ‘세빌랴의 이발사’가 내용상으로 전편 격이다. 알마비바 백작의 결혼을 성공시켜 백작가의 하인이 된 피가로는 수잔나와 결혼을 준비하지만, 백작이 수잔나에 눈독 들이고 결혼을 방해하려는 것을 알고는 분노한다. 피가로와 수잔나, 백작부인은 꾀를 내서 백작을 망신 주려 하는데….이번 공연은 2018년 모차르트 ‘코지 판 투테’, 2019년 바일 ‘마호가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등 앞서 국립오페라단의 공연 두 편을 지휘한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이 지휘봉을 든다. 프랑스 연출가 뱅상 위게가 연출을 맡는다. 위게는 프랑스 아미앵 대학교에서 미술사를 강의한 ‘학자 연출가’다. 2021~22년 베를린 운터 덴 린덴 국립오페라에서 ‘피가로의 결혼’ 등 모차르트 오페라를 연출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오페라 팬들을 대상으로 한 ‘피가로의 결혼 미리보기’가 열렸다. 지휘자 라일란트는 “인물들이 가진 유머와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담기게 한 ‘조코조(giocoso)’ 양식을 모차르트가 완벽히 소화했다”며 “관현악의 효과로 감정의 효과를 더 끌어올렸고, 3명~6명이 부르는 다양한 앙상블도 들으면 그냥 인물들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라일란트는 지휘자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영향을 해석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르농쿠르는 인물들이 노래를 부를 때 토론을 하는 것처럼 하라고 강조했죠. 춤곡 리듬이 있는 부분은 빠르게 처리해서 무용수들이 실제 무용을 하는 느낌이 들 겁니다.”연출자 위게는 “이 오페라에는 특권층에 대한 비판도 들어있지만 모차르트는 작품 속 인간들의 관계와 열정을 표현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사랑과 질투 같은 본능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이라고 말했다.위게는 이전 베를린에서 공연한 ‘피가로의 결혼’에서 주인공들이 카우보이 부츠를 신고 결혼식 장면에 디스코볼이 돌아가는 1980년대식 무대를 선보인 바 있다. 그는 “당시 80년대를 그린 스페인 영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번 무대를 어떻게 표현할지는 연습을 통해 발견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 가지만 밝히면, 무대 위의 커다란 집회전합니다. 원작의 부제가 ‘광란의 하루’인데, 그 제목처럼 집이 돌면서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를 보여줍니다.” 그는 한국 영화 ‘기생충’에 나오는 저택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귀띔했다.이번 공연에는 피가로 역에 베이스 김병길 박재성, 수잔나 역에 소프라노 이혜정 손나래, 백작 역에 바리톤 양준모 이동환, 백작부인 역에 소프라노 홍주영 최지은, 케루비노 역에 메조소프라노 라헬 브레데와 김세린이 출연한다. 국립오페라단이 소셜미디어에 공개한 출연진 인터뷰에서 김병길은 “똑똑한 줄 아는 피가로와 뒤에서 그의 약점을 채워주는 수잔나의 케미를 살펴보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은은 “고전적인 백작부인을 넘어 창의적이고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강인한 여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송하 장점? 즉흥성, 순발력이죠. 예측을 할 수 없어요.” “저도 언니에 대해서 똑같은 걸 얘기하려 했는데 어떻게 하지?”(웃음) 첼리스트 최하영(27)과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5). 20대 ‘현악 자매’가 처음으로 함께 국내 무대에 선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최하영이 4월 30일 여는 시리즈 첫 무대에서다. 1부에선 최하영의 솔로를, 2부에선 듀오 무대를 펼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자 자격으로 벨기에 5개 도시에서 듀오 연주 중인 두 사람과 12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최하영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하며 ‘첼로 퀸’으로 등극했다. 최송하는 2024년 이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결선에 올랐고 2023년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2위와 최고 소나타상, 캐나다 작품 최고 공연상, 청중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다니며 ‘종종 옷도 바꿔 입고’ 살았지만, 최근 최하영이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에 입학하면서 떨어져 지내게 됐다. 자매가 이번 국내 무대에서 호흡을 맞출 곡은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와 모차르트의 2중주 K423이다. 최송하는 “코다이는 둘 다 성향에 잘 맞는 작곡가여서 바로 골랐다. 헝가리 민속 악기의 특징도 있고 두 악기의 가능성을 많이 보여 드릴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모차르트의 2중주는 원곡이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곡인데 비올라 파트를 첼로로 편곡한 악보를 사용한다. 두 사람은 서로 ‘즉흥성, 순발력’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협주곡 연주에서도 자기만의 카덴차(솔리스트가 혼자 기교를 발휘하는 부분)를 사용하는 등 고유한 색깔을 짙게 내보이는 편이다. 최송하는 언니에 대해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다. 자기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하영이 동생에 대해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남다르다. 딴 생각이 안 들게 한다”고 하자, 최송하는 “저는 언니 연주는 긴장돼서 못 보는 편”이라며 웃었다.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 늘 새 곡을 찾는 점도 서로의 공통점으로 꼽았다. 자매의 맏언니인 최하임(29)도 바이올리니스트다. 지난해부터 영국 웨일스의 악단인 ‘신포니아 컴리’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컴리(cymru)는 웨일스를 뜻하는 웨일스어다. 두 동생은 “세 자매 무대도 꼭 마련하고 싶은데 바이올린 두 대와 첼로를 위한 레퍼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번 무대 1부에서 최하영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과 펜데레츠키의 ‘지크프리트 팜을 위한 카프리치오’를 연주한다. 17세기 작곡가 가브리엘리의 ‘리체르카르’는 바로크식 악기와 현을 사용한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 두 번째 공연은 11월 26일 최하영과 피아니스트 요아힘 카르의 무대로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송하 장점? 즉흥성, 순발력이죠. 예측을 할 수 없어요.”“저도 언니에 대해서 똑같은 걸 얘기하려 했는데 어떻게 하지?”(웃음)첼리스트 최하영(27)과 바이올리니스트 최송하(25). 20대 ‘현악 자매’가 처음으로 함께 국내 무대에 선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최하영이 4월 30일 여는 시리즈 첫 무대에서다. 1부에선 최하영의 솔로를, 2부에선 듀오 무대를 펼친다.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자 자격으로 벨기에 5개 도시에서 듀오 연주 중인 두 사람과 12일 화상 인터뷰를 가졌다. 최하영은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첼로 부문에서 우승하며 ‘첼로 퀸’으로 등극했다. 최송하는 2024년 이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결선에 올랐고 2023년 몬트리올 국제콩쿠르에서 바이올린 부문 2위와 최고 소나타상, 캐나다 작품 최고 공연상, 청중상을 받았다. 두 사람은 나란히 독일 베를린 한스아이슬러 음대에 다니며 ‘종종 옷도 바꿔 입고’ 살았지만, 최근 최하영이 스페인 마드리드 소피아 왕립음악원 최고연주자 과정에 입학하면서 떨어져 지내게 됐다.자매가 이번 국내 무대에서 호흡을 맞출 곡은 코다이 ‘바이올린과 첼로를 위한 2중주’와 모차르트의 2중주 K423이다. 최송하는 “코다이는 둘 다 성향에 잘 맞는 작곡가여서 바로 골랐다. 헝가리 민속 악기의 특징도 있고 두 악기의 가능성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모차르트의 2중주는 원곡이 바이올린과 비올라를 위한 곡인데 비올라 파트를 첼로로 편곡한 악보를 사용한다.두 사람은 서로 ‘즉흥성, 순발력’을 장점으로 꼽았지만, 협주곡 연주에서도 자기만의 카덴차(솔리스트가 혼자 기교를 발휘하는 부분)를 사용하는 등 고유한 색깔을 짙게 내보이는 편이다. 최송하는 언니에 대해 “이런 해석도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다. 자기만의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존경스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하영이 동생에 대해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남다르다. 딴 생각이 안 들게 한다”고 하자, 최송하는 “저는 언니 연주는 긴장돼서 못 보는 편”이라며 웃었다.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들려주고 싶어 늘 새 곡을 찾는 점도 서로의 공통점으로 꼽았다.자매의 맏언니인 최하임(29)도 바이올리니스트다. 지난해부터 영국 웨일스의 악단인 ‘신포니아 컴리’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컴리(cymru)는 웨일스를 뜻하는 웨일스어다. 두 동생은 “세 자매 무대도 꼭 마련하고 싶은데 바이올린 두 대와 첼로를 위한 레퍼토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이번 무대 1부에서 최하영은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3번과 펜데레츠키의 ‘지크프리트 팜을 위한 카프리치오’를 연주한다. 17세기 작곡가 가브리엘리의 ‘리체르카르’는 바로크식 악기와 현을 사용한다. 올해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 두 번째 공연은 11월 26일 최하영과 피아니스트 요아힘 카르의 무대로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