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

김민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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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국제부 기자입니다. 예술가의 이야기를 따로 모아 뉴스레터 '영감 한 스푼'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kimmin@donga.com

취재분야

2025-11-26~2025-12-26
미술38%
연극20%
문학/출판13%
칼럼7%
인사일반7%
언론3%
문화 일반3%
사고3%
사회일반3%
사건·범죄3%
  • [책의 향기]의사가 알려주는 좋은 의사 구별법

    누구나 한 번쯤은 병원에서 마음 상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부 의사들은 환자의 질문을 귀찮아하거나 때로 기분 나빠한다. 긴 대기 후 의사와 몇 마디 나누고 진료실을 나서면 허탈한 기분도 든다. 그나마 한국인은 속내를 이야기하는 편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불편함이 더 심한가 보다. 이 책이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는 걸 보면 말이다. 의사인 저자는 때로는 환자, 때로는 의사의 입장에서 병원에서 벌어지는 이해하지 못할 일들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소화기내과 전문의, 외과 전문의, 암치료 인증의, 내시경외과 기술인정의(대장) 등 탄탄한 경력을 지닌 저자는 대중을 상대로 활발히 글을 쓰고 있다. 2015년 첫 책을 출간하고, ‘Yahoo! 뉴스’와 ‘닛케이 비즈니스 온라인’에 칼럼도 연재했다. 그가 글을 쓰는 까닭은 “굳게 닫힌 의료업계에 작은 바람구멍이라도 내고 싶어서”다. 그만큼 책 내용은 거침이 없다. 의사에게 질문하는 법은 물론이고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이고 나쁜 의사인지도 설명해준다. 일본에서는 수술 뒤 환자가 의사에게 뇌물을 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되어 있다. 의사 2065명에게 ‘환자의 사례금을 받느냐’는 질문을 했더니 80%가 받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런 풍토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말 고맙다면 병원에 기부를 하거나 편지를 써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이 밖에 국내에도 잘 알려진 드라마 ‘하얀 거탑’을 인용해 의국의 권력 투쟁을 설명하는 등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가득하다. 환자들이 보지 못하는 의사의 입장도 충분히 설명한다. 전체적인 의료 서비스의 개선을 위한 제언도 잊지 않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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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미술관, 생태·환경에 주목하다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생태·환경 이슈가 국내 미술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최근 경기 용인시의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기획전 ‘생태감각’이, 18일에는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이하 ‘멸종위기동물’)가 개막했다. 이미 진행 중이거나 폐막한 전시까지 합하면 4곳 이상의 미술관에서 생태에 관한 전시가 열렸다. ○ 자원 아닌 생명으로서의 생태계 사비나미술관의 ‘멸종위기동물’은 직설적이고 대중적인 캠페인의 성격으로 출발했다. 미국 중심으로 활동하는 화가 러스 로넷의 멸종위기동물 드로잉을 본 기획자가 취지에 공감해 그룹전을 열게 됐다. 이꼬까 큐레이터는 “학술적 성격보다 대중을 겨냥해, 여러 생태 이슈 중에서 멸종위기동물을 구체적인 주제로 잡았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모습을 30초 영상으로 찍어서 보낸 것을 전시하는 ‘30초 허그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보호 실천 방식에 관한 여러 사람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이달 7일까지 열린 ‘색맹의 섬’은 생태와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려 했다. 김해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수년 전부터 생태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서 환경문제,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한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동물이나 숲의 권리, 자연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뤘다. 1980, 90년대 ‘야투’ 등 자연미술을 해온 임동식 작가와 우평남 작가의 작업이 호평을 받았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생태감각’의 출발점은 역시 백남준이다. 백남준의 미디어아트와 생태학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플럭서스(1960, 70년대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 작가 등 진보적 예술가와 교류했던 그가 생태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구정화 큐레이터는 “백남준이 말년에 남긴 글이 생태학을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그가 ‘전파’를 공공재로 인식한 것처럼 자연 역시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생태학은 다른 학문의 분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관이 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백남준의 ‘TV정원’과 ‘사과나무’, ‘다윈’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자연을 활용 자원이나 착취의 대상으로 봤던 관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박선민의 ‘버섯의 건축’에서는 버섯이, 조은지의 ‘문어적 황홀경’에서는 문어가 사람보다 더 크다. 동물도 인간과 같은 주체로 인식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감각’ 통해 더 많은 의미 전달 현대 미술이 사회적·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것이 국제 미술계에서는 익숙한 일이다. 지난해 열린 타이베이 비엔날레가 ‘생태계로서 미술관’을 다룬 것은 물론이고 ‘20세기 다빈치’로 불리는 현대미술의 거장 요제프 보이스도 1970년대 나무를 심는 퍼포먼스 ‘7000그루의 오크나무’를 선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미술을 장식이나 예쁜 볼거리로 보는 관점도 많고, 이런 시선에서 미술관이 생태 이슈를 다루는 것은 생소할 수 있다. 미술관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이유를 기획자들에게 물어봤다. 기획자들은 예술만이 갖는 ‘감각’을 통해 사회의 이슈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미술관의 오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화 큐레이터는 “백남준도 사적재산이 아닌 공공재로서 예술의 전망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성이나 텍스트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감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공공미술관의 당연한 역할이며 한국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예술적 형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가령 에콰도르의 숲이 하나의 주체로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다큐멘터리나 기사를 통해 보여줄 수도 있지만, 이를 이미지로 표현하면 더 많은 의미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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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 아닌 생명으로서의 자연…국내 미술관에 등장한 ‘생태·환경 이슈’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생태·환경 이슈가 국내 미술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다. 최근 경기 용인시의 백남준아트센터에서는 기획전 ‘생태감각’이, 18일에는 서울 은평구 사비나미술관에서 ‘우리 모두는 서로의 운명이다-멸종위기동물, 예술로 HUG’(이하 ‘멸종위기동물’)가 개막했다. 이미 진행 중이거나 폐막한 전시까지 합하면 4곳의 미술관에서 생태에 관한 전시가 열렸다. ●자원 아닌 생명으로서의 자연 사비나미술관의 ‘멸종위기동물’은 직설적이고 대중적인 캠페인의 성격으로 출발했다. 미국 중심으로 활동하는 화가 러스 로넷의 멸종위기동물 드로잉을 본 기획자가 취지에 공감해 그룹전을 열게 됐다. 이꼬까 큐레이터는 “학술적 성격보다 대중을 겨냥해, 여러 생태 이슈 중에서 멸종위기동물을 구체적인 주제로 잡았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환경보호를 실천하는 모습을 30초 영상으로 찍어서 보낸 것을 전시하는 ‘30초 허그 프로젝트’를 통해 환경보호 실천 방식에 관한 여러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이달 7일까지 열린 ‘색맹의 섬’은 생태와 환경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꿔보려 했다. 김해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수 년 전부터 생태학에 관심 갖고 공부하면서 환경문제, 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려면 어떤 방식이 가능한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시된 작품들은 동물이나 숲의 권리, 자연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뤘다. 1980, 90년대 ‘야투’ 등 자연미술을 해온 임동식 작가와 우평남 작가의 작업이 호평을 받았다.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생태감각’의 출발점은 역시 백남준이다. 백남준의 미디어 아트와 생태학은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플럭서스(1960, 70년대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 작가 등 진보적 예술가와 교류했던 그가 생태학에도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구정화 큐레이터는 “백남준이 말년에 남긴 글이 생태학을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며, 그가 ‘전파’를 공공재로 인식한 것처럼 자연 역시 상업적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생태학은 다른 학문의 분과가 아니라 그 자체로 세계관이 되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백남준의 ‘TV정원’과 ‘사과나무’, ‘다윈’으로 문을 연다. 그리고 자연을 활용 자원이나 착취의 대상으로 봤던 관점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박선민의 ‘버섯의 건축’에서는 버섯이, 조은지의 ‘문어적 황홀경’에서는 문어가 사람보다 더 크다. 동물도 인간과 같은 주체로 인식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감각’ 통해 더 많은 의미 전달 현대 미술이 사회적·정치적 이슈를 다루는 것이 국제 미술계에서는 익숙한 일이다. 지난해 열린 타이페이비엔날레가 ‘생태계로서 미술관’을 다룬 것은 물론, ‘20세기 다빈치’로 불리는 현대미술의 거장 요셉 보이스도 1970년대 나무를 심는 퍼포먼스 ‘7000그루의 오크나무’를 선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미술을 장식이나 예쁜 볼거리로 보는 관점도 많고, 이런 시선에서 미술관이 생태 이슈를 다루는 것은 생소할 수 있다. 미술관이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이유를 기획자들에게 물어봤다. 기획자들은 예술만이 갖는 ‘감각’을 통해 사회의 이슈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미술관의 오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구정화 큐레이터는 “백남준도 사적재산이 아닌 공공재로서 예술의 전망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성이나 텍스트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감각’을 통해 보여주는 것은 공공미술관의 당연한 역할이며 한국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주 아트선재센터 부관장은 “예술적 형식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 가령 에콰도르의 숲이 하나의 주체로 법적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을 다큐멘터리나 기사를 통해 보여줄 수도 있지만, 이를 이미지로 표현하면 더 많은 의미를 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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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게임 25년, 게임은 곧 문화다… 넥슨재단 ‘게임을 게임하다’전

    PC통신에서 시작한 ‘쥬라기공원’, ‘단군의 땅’을 기점으로 25주년을 맞은 국내 온라인게임의 면면을 돌아보는 전시가 열린다. 넥슨재단에서 주관하고, 넥슨컴퓨터박물관과 넥슨코리아 인텔리전스랩스가 기획한 ‘게임을 게임하다 /invite you_’전이다. 서울 종로구 아트선재센터 3층에서 9월 1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듯 구성된 공간이 특징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람객은 먼저 로그인을 하고 손목에 찰 수 있는 밴드를 발급받는다. 밴드를 차고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11개의 설치물에서 온라인게임을 다양한 형태로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의 넥슨 아이디를 이용하면 게임 기록을 프린트한 인쇄물도 받아갈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인텔리전스랩스와 협업해 게임에 관한 여러 데이터를 활용한 설치물이다. ‘아이트래킹’ 설치물은 게임을 하는 유저가 모니터에서 어느 부분을 응시하는지를 기록한 결과를 보여준다. 게임 장르에 따라 달라지는 시선의 위치가 흥미롭다. 또 게임 내 욕설 탐지 프로그램 ‘초코’를 시각화한 코너도 있다. 머신 러닝을 통해 욕설을 학습한 ‘초코’는 3초에 욕설 100만 건을 탐지해 제거할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 따라갈 수 없는 속도를 반짝이는 빛으로 구현했다. ‘크레이지아케이드 BnB’를 몸으로 해볼 수 있는 ‘얼음땡!’ 코너, ‘마비노기’에서 NPC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는 ‘로나와 판’ 코너 등도 있다. 또 1994년 12월부터 2008년 6월까지 발간된 국내 온라인게임 잡지를 전시한 코너도 눈길을 끈다. 온라인게임의 폭발적 성장의 역사와, 실물 잡지에서 PDF로 바뀐 매체의 변화도 가늠해볼 수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등 게임산업에 관해 사회적 책임론도 대두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술관에서 전시를 여는 것으로 ‘게임’을 ‘예술적 맥락’에 놓을 수 있을까. 최윤아 넥슨컴퓨터박물관장은 이에 대해 “게임이 예술과 같다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 관한 새로운 시선을 보여줌으로써 다양한 논의를 위한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다.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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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콘센트도 와이파이도 없다… 커피 향만 그윽할 뿐

    “전기 콘센트도, 와이파이도 없네….” 미국 일본에 이어 한국에 진출한 카페 ‘블루보틀’이 5월 서울 성동구에 1호점을 열자 나온 말이다. 기존 카페 문화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라는 신조어가 보여주듯, 많은 이들에게 카페는 공부하거나 마무리하지 못한 업무를 처리하고 식사 후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복합 공간이다. 이와 달리 블루보틀의 공간은 오로지 커피와 커피를 마시는 경험이 중심이다. 최상급 커피를 신선하게 전달한다는 취지를 반영했다. 특히 블루보틀 일본 지점의 설계를 모두 맡았던 건축가 나가사카 조(스케마타 아키텍트)가 한국에서도 디자인을 맡아 화제가 됐다. 나가사카의 공간 디자인은 어떻게 사람들을 사로잡았을까?○ 동등한 관계와 개방성 블루보틀 성수점과 2015년 2월 일본 도쿄에 처음 문을 연 블루보틀 ‘기요스미-시라카와점’을 보면 공간의 기본 공식을 알 수 있다. 나가사카가 밝힌 원칙은 ‘구성원의 동등한 관계’와 ‘개방성’이다. 그는 “최상의 커피 맛을 달성함과 동시에 공정무역으로 균형 잡힌 생산 과정을 만들고, 바리스타와 고객이 긍정적 유대를 맺도록 하는 취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한다. 기요스미-시라카와점은 오래된 물류 창고를 개조해 로스터리, 카페, 사무 공간, 바리스타 트레이닝룸을 한곳에 넣었다. 개방성을 위해 통창으로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흐렸다. 로스팅 기계는 1층의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일부 천장을 유리로 만들어 2층 사무공간과 바리스타 트레이닝룸도 엿보이게 했다. 동등한 관계 원칙은 장애물 없이 훤히 보이는 커피 제조 공간에서 드러난다. 바리스타와 고객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에 단차를 둬서 눈높이를 맞추거나, 카페의 한가운데에 제조 공간을 두기도 한다. 성수점도 마찬가지로 로스터리, 사무 공간, 트레이닝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성수 로스터리에서 가공한 커피가 국내 블루보틀 카페의 음료나 원두 상품으로 공급된다.○ 오직 커피, 미니멀리즘과 조화 블루보틀의 기본 공식을 담은 기요스미-시라카와점 이후 다른 지역에 들어선 지점들도 모두 스케마타 아키텍트가 건축을 맡았다. 스케마타 아키텍트의 건축에서는 공간 자체의 정체성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미니멀리즘과 주변 공간의 특징을 담아내는 조화가 돋보인다. 5일 문을 연 삼청점도 내부 공간을 비움의 미학으로 구성한 동시에 주변의 미술관, 인왕산, 한옥과 조화를 꾀했다. 우선 카페의 전체적인 톤을 회색과 나무 색으로 맞췄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가 많은 도시의 기본색은 회색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선택이다. 또 1층은 카페를 마주 보는 국립현대미술관 쪽으로, 2층은 한옥의 기와지붕이 보이는 방향으로, 3층은 인왕산이 보이도록 통창을 각각 냈다. 간단히 커피를 마시는 고객을 위해 2층에는 코르크 소재의 간이 소파와 테이블을, 오래 머무는 고객을 위해 3층에는 등받이 의자를 배치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를 벗어난 교토점과 고베점에서 지역 특색이 더욱 두드러진다. 교토점은 일본의 점포 겸용 전통 목조 주택인 ‘마치야’를 리모델링했다. 기존의 50cm 높이 바닥을 제거해 외부의 자갈 정원과 높이를 맞췄고 바닥 마감도 자갈과 비슷한 소재를 활용했다. 그러면서 100년 된 건물의 골조를 훤히 드러내 고즈넉한 분위기를 살렸다. 고베점은 1868년 서구에 문을 연 개항도시라는 특색을 강조했다. 기존의 시멘트와 나무 조합을 과감히 버리고, 흰색과 황동으로 이국적인 분위기를 낸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일본 문화에 맞게 정착한 블루보틀 스타일이 국내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미니멀리즘한 공간이 사람에 따라 불편함으로 인식되는가 하면, 일부에서는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좌석을 적게 배치했다”는 불만도 나온다. 블루보틀코리아 측은 커뮤니티 성격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현주 블루보틀코리아 브랜드 익스피리언스 매니저는 “삼청점 오픈 전 주민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주변 소규모 공방과 상점을 표기한 지도를 만들었다”며 “지역 주민이 편하게 찾아 커피를 마시고 교류하는 공간으로 정체성을 찾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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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라딘, 올해 세번째 ‘1000만 영화’ 등극

    영화 ‘알라딘’이 무서운 기세로 흥행 뒷심을 발휘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디즈니 실사 영화 가운데 1000만 명이 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알라딘’은 이날 오전 10시 누적 관객 1002만967명이었다. 개봉 53일 만에 세운 기록으로,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극한직업’과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세 번째 1000만 영화다. 역대 1000만 관객 영화로는 25번째다.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은 초반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밀려 박스오피스 순위가 3위로 내려갔다. 개봉 첫날에도 관람객이 7만2736명에 불과했다. 1000만 영화 중 개봉일 성적이 10만 명 미만인 것은 ‘알라딘’이 유일하다. 그러다 개봉 24일 만에 1위를 탈환하고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현재 박스오피스 순위가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에 이어 2위인 ‘알라딘’은 개봉 5, 6, 7주 차에 주말 최다 관객 수를 연달아 기록했다. 14일에도 역대 개봉 8주 차 주말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돼 1100만 명은 넘길 것으로 보인다. ‘겨울왕국’(1029만6101명)은 가뿐히 앞지르며 뮤지컬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이 될 예정이다. 모션 체어에 앉아 ‘매직 카펫 라이드’를 즐길 수 있는 4DX관 상영도 인기였다. 4DX ‘알라딘’ 관객 수 역시 9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겨울왕국’(48만 명)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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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뒤집힌 시계-바닥에 깔린 조명… 낯설고 불편한 ‘일상의 익숙함’

    자아는 어디에서 출발하는 걸까. 과거 사상가들은 국가나 사회, 종교 등 거대한 구조를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현대인이 일상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건 내가 사는 집과 나의 가족이다. 서울 마포구 대안공간 루프에서 열리고 있는 민예은 작가(33)의 개인전 ‘예측할 수 없는 투명함’은 이런 거대한 구조와 실질적 자아 사이의 간극을 시각 언어로 탐구한다. 전시장의 설치 작품 ‘라비하마하마hyun추추happyj33아토마우스에뽄쑤기제트블랙병뚱껑…’은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거꾸로 뒤집어 놓았다. 할머니 집에 있을 듯한 괘종시계가 뒤집힌 채 벽에 매달려 있고, 천장의 조명등이 바닥에 깔려 있다. 이런 연출은 일상의 익숙함을 기괴하고 낯선 이미지로 바꿔 놓는다. 제목은 작가가 중고 거래로 소품을 수집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온라인 아이디를 나열한 것이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언어를 이용해 작가는 자신이 속했다고 여기는 ‘한국 사회’의 의미, 혹은 ‘프랑스 사회’의 의미를 되묻는다. 어릴 때부터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살았던 작가는 납작한 프랑스식 접시에 밥을 담아 먹는 등 두 문화가 혼재된 일상을 살았다. 그러다 자신의 일상이 전형적 프랑스인이나 한국인의 그것과 다르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작업을 통해 한국인도 프랑스인도 아닌 개인 ‘민예은’의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프랑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활동했던 작가의 국내 대규모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가는 대안공간 루프가 올해부터 시작한 치열한 공모를 뚫고 선정됐다. 전시는 21일까지.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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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알라딘’ 1000만 관객 돌파…디즈니 실사 영화 중 처음

    영화 ‘알라딘’이 무서운 기세로 흥행 ‘역주행’을 하더니,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디즈니 실사 영화 가운데 1000만 명이 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1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알라딘’은 이날 오전 10시 누적 관객이 1002만967명이었다. 개봉 53일 만에 세운 기록으로, 올해 개봉한 영화 중에서는 ‘극한직업’과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세 번째 1000만 영화다. 5월 23일 개봉한 ‘알라딘’은 초기에 ‘기생충’에 밀려 박스오피스 순위가 3위로 내려갔다. 개봉 첫 날에도 관람객이 7만2736명에 불과했다. 역대 1000만 영화 중 개봉일 성적이 10만 명 미만인 것은 ‘알라딘’이 유일하다. 그러다 개봉 24일 만에 1위를 탈환하고 ‘흥행 뒷심’을 발휘하면서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알라딘 관객은 20~40대가 골고루 분포했다. 11일 기준 20대는 34.4%, 30대는 27.3%, 40대는 26.6%다. 여성 관객은 68%에 달해 같은 기간 평균 관객 비율(60.8%)보다 많았다. 재관람률도 8.4%로 같은 기간 박스오피스 상위 1~10위 영화 평균(3%)보다 훨씬 높다. 모션 체어에 앉아 ‘매직 카펫 라이드’를 즐길 수 있는 4DX관 상영도 인기였다. 4DX ‘알라딘’ 관객수 역시 90만 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14년 ‘겨울왕국’(48만 명)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원작 애니메이션으로 익숙한 ‘A Whole New World’ 등의 사운드트랙도 주요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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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도발적 비평가’ 존 버거의 예술가론

    영국 출신 미술 비평가이자 소설가, 극본가인 존 버거(1926∼2017)는 생전 환호와 비판을 한 몸에 받았다. 그가 향년 90세로 세상을 떴을 때 미국 뉴욕타임스는 부고 기사 제목에 ‘도발적인 비평가, 존 버거 별세’라는 수식을 붙였을 정도다. 버거의 대표작은 1972년 영국 BBC의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도 만들어진 ‘어떻게 볼 것인가(Ways of Seeing)’다. 이 책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와 발터 베냐민의 영향을 받아, 예술 작품을 보는 급진적 관점을 제시했다. 이번에 새롭게 발간한 ‘풍경들…’은 버거의 수필, 시, 비평 등 다양한 글 35편을 엮었다. 그의 아내 베벌리 버거가 영국도서관에 기증한 자료를 런던 킹스대 연구원이었던 톰 오버턴이 읽고 분류한 두 책 중 한 권이다. 나머지 하나는 버거의 예술가론을 모은 ‘초상들’. 두 책은 버거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인 2016년 그의 생일을 기념해 출간했다. 책의 1부 ‘지도 다시 그리기’는 버거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해 쓴 글을 모았다. 제1, 2차 세계대전 무렵 일었던 유럽의 파시즘 광풍을 피해 런던으로 온 난민들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흡수한 흔적이 드러난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롤랑 바르트, 제임스 조이스 등 여러 작가와 사상가에 대한 버거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2부에서는 예술에 관한 그의 생각이 좀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지금에 비춰 보면 빗나간 그의 예언을 종종 발견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초상화가 앞으로는 등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같은 대목들이다. 그러나 버거도 자신의 이야기가 ‘이견’의 대상이 되길 바랐다고 한다. 부조리를 드러내는 것이 예술이며, 비평가는 예술의 시대적 역할을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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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 세계수영선수권 ‘빛의 바다’에 빠지다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81)의 작품 ‘사진의 기억: 다니엘 뷔렌, 짜여진 광섬유’ 24점을 국내 처음으로 광주에서 공개한다. 뷔렌의 트레이드마크인 색 띠를 광섬유로 제작한 이 작품은 12일 개막하는 광주디자인센터(GDC)의 전시 ‘Dive into Light’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Dive into Light’는 제8회 광주 디자인비엔날레와 제18회 광주 FINA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기념해 열린다. 뷔렌을 비롯해 영국 현대미술가 마크 퀸, 한국 작가 서도호, 이성자 등 작가 14명의 작품 51점을 GDC와 수영대회가 열리는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 전시한다. 뷔렌의 기존 작업은 대부분이 설치 작품으로 전시가 끝나면 작업을 분해해 사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광섬유’는 캔버스 사이즈로 작가가 소장한 유일한 작품이다. 고급 패션 직물을 생산하는 프랑스 리옹의 ‘브로시에 테크놀로지’와 협업해 빛을 발하는 얇은 섬유를 만들었고, 이를 엮어 다양한 색채와 줄무늬로 변주했다. 전시를 기획한 심은록 큐레이터는 “비단이 반짝이는 것처럼 아름다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성자 화백(1918∼2009)이 프랑스 누보로망 문학가 미셸 뷔토르(1926∼2016)와 협업한 작품도 볼 수 있다. 시화전을 열고 싶었던 이 화백이 뷔토르를 처음 만난 뒤 두 예술가는 꾸준히 인연을 이어갔다. 전시 작품은 두 사람이 만난 직후인 1978년 판화 ‘더 이상 하늘의 빛을 외치지 말라/그들의 계곡을 파괴하다/빛으로부터’ 등이 있다. 전시는 수영대회장에서는 28일까지, GDC에서는 10월 31일까지 열린다.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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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행복을 주는 집에 살고 있나요?”

    커다란 부엌을 여러 사람이 공유하며 때론 밥도 함께 짓고 술도 나누는 집. 귀가가 늦어져도 함께 사는 사람 한 명쯤은 아이를 대신 돌봐줄 수 있는 집. 공장에서 찍어낸 구조가 아니라 내 가족의 취향에 꼭 맞춰 설계한 집. 북유럽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이런 집이 서울에 있다. 2011년 탄생해 입소문을 타고 퍼져 나가고 있는 공동체주택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다. 서울 마포구 ‘소행주 1호’를 시작으로 전국 15개 소행주를 기획하고 건축한 류현수 자담건설 대표(53)를 9일 만났다. 스스로 ‘건축 운동가’라 칭하는 그는 최근 소행주에 얽힌 이야기를 담은 책 ‘마을을 품은 집, 공동체를 짓다’(예문·1만7000원)를 발간했다. 류 대표는 “아이들이 뛰놀고 동네 사람들이 근황을 주고받던 골목 공동체를 집 안으로 들여온 것이 ‘소행주’”라고 설명했다. ‘소행주 1호’에는 변호사, 회사원, 영화감독, 비정부기구(NGO)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있다. 공통점은 입주 전부터 육아를 함께했다는 것. 공동체건축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과 류 대표가 합심해 대지 선정부터 설계, 완공까지 일일이 합의해 탄생시켰다. 모든 과정에 건축주가 참여해 ‘맞춤형’ 공간이 가능했다. ‘소행주 1호’도 112.4m²(약 34평) 복층형 집부터 36.4m²(약 11평)까지 주거 형태가 다양하고 비용도 각각 다르다. 또 각 구성원이 십시일반해 33.6m²(약 10평) 커뮤니티 공간 ‘씨실’을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공동육아와 공동식사 ‘저녁 해방 모임’(저해모) 등 다채로운 활동이 열린다. 류 대표는 통상 집이 공급자와 판매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은 개인마다 다른데, 획일화된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자신을 억지로 끼워 맞춰 왔어요. ‘거실 조명등은 6개를 설치한다’ 같은 공식에 따라 지어져 눈부신 조명을 참거나, 높은 싱크대에 발 받침대를 놓고 사용했잖아요.” ‘소행주’는 건축주가 갖고 있는 집에 관한 좋은 기억과 안 좋은 기억을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락방’에 대한 추억이 있다면 최상층에 다락을 만들고, 세면대가 높아 고생한 적이 있다면 높낮이를 조절한다. 소량 맞춤 생산이지만 공급자 마진이 없어 아파트 전세 가격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 류 대표는 “소행주에 살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용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남들 다 하는 사교육, 아파트 투자 같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니 용기가 필요하죠. 소행주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만든 집’이에요. 불확실한 미래에 자신을 담보 잡히기보다 당장 조금 투자해서 확실한 행복을 얻는 건 어떨까요?”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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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서 펼치는 ‘춤꾼 안은미 30년’

    미술관이 시각 예술을 넘어서 패션디자인이나 무용, 가요 등 대중문화를 다루는 흐름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해외에서도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영국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서 선보인 패션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전이 큰 성공을 거뒀다. 팝스타 마이클 잭슨과 데이비드 보위를 다룬 전시도 흥행에 성공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무용가 안은미(57)를 다룬 특별전 ‘안은미래’가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안은미의 30년에 걸친 창작 활동을 토대로 제작한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무대와 아카이브 자료로 구성했다. 한 번의 무대만으로는 보여주기 쉽지 않았던 무용의 세계를 시각예술의 형태로 풀어 나간다. 전시 제목 ‘안은미래’는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전이자 ‘미래’를 탐구하는 전시가 되길 희망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한다. 첫 번째 공간은 안은미의 활동 이력을 회화를 이용해 비선형적 방식으로 구성한 타임라인으로 그의 삶과 예술을 조명한다. 두 번째 공간은 과거에 사용한 오브제를 활용해 만든 작품과 사운드, 형형색색의 조명을 설치한 미술관 속 무대다. 마지막 공간인 아카이브룸에서는 의상, 디자인, 사운드 자료를 볼 수 있다. 핵심은 중앙에 설치한 무대 공간 ‘이승/저승’이다. 이곳에서는 오전엔 다양한 분야의 퍼포머들과 함께하는 댄스 레슨을, 오후에는 공연 리허설을 진행한다. 토요일에는 각종 강연이 열릴 예정이다. 사회디자인학교인 ‘미지행’, 국악인 박범태, 현대무용을 하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소리꾼 이희문, 탭댄서 조성호가 참여한다. 자세한 프로그램 확인과 참가 신청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9월 29일까지. 무료.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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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평원 17년치 감정서 9000여점 처리 놓고 세갈래 기싸움

    “감정서 자료 폐기는 ‘증거 인멸’, ‘분서갱유’?” 최근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진위를 판결하는 ‘감정 평가’의 주도권을 두고 잡음이 일고 있다. 국내 최대 민간 감정기구였던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감평원)이 지난해 9월 문을 닫고 올해 청산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갈등의 발단은 2003년부터 2019년 3월까지 감평원이 발행한 ‘감정서’ 9000여 점의 행방을 두고 의견이 갈리면서 시작됐다. 감정을 둘러싼 갈등은 어떻게, 왜 일어난 것일까?○ 감평원 빈자리 둘러싼 감정 주도권 3파전 감평원은 2002년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로 출발해 2003년 출범한 사단법인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감정협회)와 제휴를 맺고 미술품 감정 업무를 시작했다. 한국화랑협회는 1982년부터 자체 감정 업무를 해오다가 2007년 주식회사로 전환한 감평원과 제휴를 맺고 공동 명의로 감정서를 발급했다. 사실상 감평원으로 감정 업무가 일원화된 셈이다. 지난해 9월 감평원은 주주총회를 열고 해산을 결정했다. 영리 목적의 주식회사가 감정을 한다는 지적에 사단법인으로 재구성하거나, 감정협회와 업무를 일원화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올해 3월 감평원의 1, 2대 주주가 새로운 주식회사인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감정센터·대표 정준모 이호숙)를 설립하면서 감정협회 ‘잔류파’ 주주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불씨를 지핀 것은 청산 진행 과정에서 그간 감평원이 발급한 9296건의 감정서를 폐기하겠다고 주장한 대목이다. 한국화랑협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정서 폐기는 ‘먹튀’”라며 ‘강력 대처’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화랑협회도 “자체 감정을 올해 8월부터 실시하겠다”고 해 감정을 둘러싸고 ‘3파전’이 벌어졌다. 감평원은 한국화랑협회도 2007년 이전의 감정 자료를 공유하지 않았으며 감평원의 데이터는 정기적으로 송부했는데도 뒤늦게 전체를 달라며 문제를 삼는다는 입장이다. 감평원 청산인인 임명석 우림화랑 대표는 “감정데이터를 두고 의견이 오가다 ‘이럴 바엔 폐기하자’는 말이 나온 것을 화랑협회에서 과장했다. 자료 폐기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웅철 한국화랑협회장은 “향후 감정에 활용할 수 있는 기존 감정서를 폐기한다는 것은 화랑협회의 자체 감정 업무를 못마땅하게 여겨 공유를 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종이 조각과 ‘명품’ 운명 가르는 감정 “붓이 칼이 되고, 혀가 칼이 되고, 돈이 칼이 되고… 그게 이 바닥 아닙니까?” 조선시대 명화의 위작을 둘러싼 사기극을 다룬 영화 ‘인사동 스캔들’(2009년)에 등장하는 대사다. 감정은 그 결과에 따라 작품을 ‘명품’으로 만들기도 하고, 가치 없는 종잇조각으로 만들기도 한다. 특히 위작이 많았던 한국화나 근대미술에서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크다. 위작 제작 방법 중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원화와 뒤에 붙인 배접을 떼어내는 복원 기술을 악용한 수법, ‘떼어내기’다. 동양화에서 주로 활용되는 이 수법은 쉽게 말해 작품을 두 장으로 가르고, 희미한 부분을 덧칠해 위조하는 방식이다. 1960, 70년대에 이 같은 위작이 다량 생산돼 일본으로까지 밀반출되곤 했다. 또 일제강점기 한국에 온 일본인이나, 재일 한국인 그림 중 서명이 없는 그림을 유명 화가의 전칭작(傳稱作)으로 둔갑시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도 위작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이 위작 판결을 내린 이우환의 작품을 위조한 일당은 수개월에 걸친 연구 끝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원작 특유의 질감을 재현하기 위해 유리나 외국산 석채를 물감에 섞어가며 실험을 했다. 점을 일렬로 그리기 위해 ‘레이저수평기’를 동원하는가 하면, 서명은 사진 촬영 후 빔프로젝터로 캔버스에 쏜 뒤 그대로 따라 그렸다. 원작의 캔버스 틀을 그대로 따라하거나, 일련번호를 포토샵으로 조작해 비슷하게 만들기도 했다. 또 오래된 그림처럼 보이게 하려고 캔버스 뒤에 커피색 물감을 칠했다. 그러나 이러한 범행은 결국 전문가의 눈에 덜미가 잡혔다. 오래된 시리즈의 신작이 갑자기 화랑가에 등장하고, 물감에 노화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부분이 의심을 샀다. 결정적으로 이들이 작가 고유의 물감 배합 비율을 100% 재현할 수는 없었기에, 수사 과정에서 정밀 분석을 통해 위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005년 개인 소장가가 이중섭(1916∼1956), 박수근 화백(1914∼1965)의 미공개작이라고 주장한 2827점이 위작으로 밝혀진 사례는 한국 미술사상 최대의 사기 사건으로 꼽힌다. 이들 작품 역시 안목 감정과 물감 성분 분석을 통해 위작 판정이 내려졌다. 또 2007년 12월에는 당시 국내 경매사상 최고가인 45억2000만 원에 낙찰된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가 위작 논란에 휩싸이면서 미술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기도 했다. ‘빨래터’는 2009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작으로 추정된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위작 의혹을 제기한 미술전문잡지 ‘아트레이드’ 측도 무죄 선고를 받았다. 한편 생존 작가의 경우 작가와 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므로 유통 과정이 비교적 투명해 위작 가능성은 많지 않다. 그러나 한 번 위작이 수면에 드러나면 다른 작품까지 의심을 받게 돼 작가나 판매자의 입장에서는 철저한 감정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컬렉터도 스스로 감식안 키워야 한편 전문 수집가들은 감정에만 기대기보다 구매자 스스로도 감식안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술 작품의 가치는 기존의 경제학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형의 것으로, 궁극적으로는 무 자르듯 객관적으로 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집가들이 안목을 기르고, 좋은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고 알아보는 풍토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감정도 더 엄격해지고, 위작이 설 자리도 줄어든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한국 근대 미술품을 수집하는 소장가 A 씨는 “그림의 출처와 사료 등 다양한 참고자료로 진품임이 명백한 작품은 감정이 필요 없다”며 “진위가 애매한 C급, D급의 작품이 감정의 대상이 되는데 이런 작품은 구매자도 스스로 리스크를 알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위작의 문제는 작품 자체보다 이름값만 중시했던 미술시장의 풍토가 자초한 사태라는 의견도 나왔다. 즉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도 그림의 내용이나 역사적 의미에 따라 가치가 다르지만, 국내에선 이런 차이가 반영되지 않아 위작이 무분별하게 양산됐다는 것이다. 세계적 화가인 파블로 피카소(1881∼1973)만 해도 작품의 내용과 매체에 따라 수천만 원에서 수천억 원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일부 국내 미술시장에서는 최근까지도 그림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작품의 크기에 따라 ‘호당 가격’을 매기는 등의 일이 벌어진다. 같은 이중섭의 작품이라고 다 비싼 것이 아니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작품과 그렇지 않은 작품의 갭이 커진다면 위조를 통해 큰돈을 챙기는 일도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거래 당사자가 아닌 제3의 기구를 통해 감정을 받는 것은 결과적으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예술 작품 딜러 B 씨는 “과거의 한 유력 수집가는 고미술품을 구매했다가 위조품이라는 걸 알게 되자 그 자리에서 깨버렸다고 한다”며 “이는 결국 수집가로서 속은 자신의 감식안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불확실한 행운을 노리고 투명하지 않은 유통 경로로 싼값에 작품을 살 때는 구매자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카탈로그 레조네, 블록체인… 감정의 미래는? 통상적인 미술품 거래에서 감정의 비중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앞서 지적했듯 대다수 수집가들은 출처가 확실한 작품을 구매하며, 동시대 작가는 감정이 필요한 경우가 거의 없다. 최웅철 회장 또한 “수십 년 동안의 감정을 통해 ‘진위 감정’을 해야 하는 작품은 상당수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대신 국공립기관이나 개인 단체가 자산을 기록하기 위해서 기존에 소장했던 작품의 현재 가치를 산정하는 ‘시가 감정’의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 새롭게 난립하는 감정기구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시가 감정’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예술 작품 가격의 변동 역시 일정한 기준으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의 역사적, 미학적, 조형적 가치를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감평원이 기존에 갖고 있던 감정서가 중요한 이유도 이 자료를 기반으로 ‘시가 감정’의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거래되는 작품에 관한 기록을 블록체인에 저장해 작품을 보증하는 기술도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 특성상 작품 관련 기록을 특정 주체가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동시에 기록을 보유하고 이를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형태가 가능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이 새로운 객관적 작품 보증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시각에서 접근하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신력 있는 미술품 감정기구의 필요성에 관한 지적 때문에 국가가 특정 기관을 감정 주체로 지정하도록 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정부는 2017년 위작 미술품 유통과 허위 감정 등 시장질서 교란을 방지하기 위해 ‘미술품 유통법’안을 만들어 발의했다. 올해 2월에는 김영주 의원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두 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다만 국가가 지정한 기관이 작품을 보증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사실상 인력풀이 넓지 않은 미술계에서 그동안 감정 업무를 맡았던 인력이 그대로 국가 인증만 받게 되는 격이라는 이유에서다. 이보다는 새로운 감정 기술과 인력을 육성하고, 작가 측의 ‘카탈로그 레조네’(작품 전체를 기록한 도록) 제작을 독려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욱 바람직한 해결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 미술작품엔 ‘진위감정’보다 ‘시가감정’ 비중 더 높아져 ▼ 佛 아트프라이스닷컴 등 작가-경매 빅데이터 실시간 공유미술품 감정은 예술 작품의 진위를 가리고 가치를 판단하는 행위를 말한다. 위작 여부를 판단하는 ‘진위 감정(authentication)’과 작품의 가격을 산정하는 ‘시가 감정(appraisal)’으로 나눈다. 또 미술사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이 작품의 가격뿐 아니라 미학적, 시대적, 조형적 가치를 판단하는 것을 ‘가치 감정’, ‘가치 평가’라고도 한다. 흔히 감정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진위 감정은 작품에 사용된 재료의 성분을 분석하는 등 객관적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학 감정’과 여러 작품을 오랜 시간 보면서 감식안을 키운 전문가가 ‘안목 감정’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진위 감정 결과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극단적으로 갈리기에 많은 주목을 받는다. 과거에는 안목 감정이 주를 이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결정적 단서를 제공하는 과학 감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현대나 동시대 미술 작품에 관해서는 시가 감정의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한국 미술시장에서는 감정의 중심을 작품 자체의 미학적, 조형적, 역사적 가치보다는 작가의 학력, 인맥, 수상 경력 혹은 캔버스 크기 등 외적 기준에 둬 불신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작품 가격이 그 자체의 가치가 아닌 해당 작가의 작고 같은 외적 상황에 휘둘리면서 수집가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에 본부를 둔 아트프라이스닷컴, 미국 뉴욕과 독일 베를린 기반의 아트넷이 경매나 작가에 관한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해 작품 가격을 책정하는 데 참고하고 있다. 각국의 오랜 역사를 지닌 민간 감정 회사도 시가 감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상대적으로 미술품 거래 역사가 짧은 한국에서는 잘못된 작품 가격 산정 기준부터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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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7년 만에 다시 돌아온 명화 속 무서운 이야기

    7년 만에 부활한 ‘무서운 그림’ 시리즈. 2008년 처음 출간된 ‘무서운 그림’은 공포를 키워드로 명화 속 뒷이야기를 끄집어 내 인기를 끌었다. 2010년 ‘무서운 그림3’을 마지막으로 멈췄던 시리즈가 명화 20점의 이야기를 담은 새 책으로 돌아왔다. 책은 저자가 엔터테인먼트 소설 잡지인 ‘소설 야성시대’에 연재한 글을 모았다.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에 담긴 그녀의 처절하고 고통스러웠던 삶, 존 에버렛 밀레이의 ‘오필리아’에 담긴 자살한 여성의 이야기 등을 파헤친다. 그림의 해석은 보는 사람의 자유고 누구나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다. 이 책도 그림의 정답을 제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일본인 특유의 미스터리를 풀듯 전개하는 개성 넘치는 해석이 돋보인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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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긋불긋 알록달록… 여름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산이 이렇게 정교하고 화려해도 될 일인가?” 실용성과 편리함을 중시하고, ‘미니멀리즘’이 유행하는 요즘. 이런 우산은 유별나 보일지도 모르겠다. 원단을 주름지게 만든 ‘드레이프’와 리본 장식, 레이스는 물론이고 상아, 고래 뼈, 코뿔소 뿔, 산호까지 이용해 만든 각종 우·양산 컬렉션. 서울 강남구 플랫폼엘 컨템포러리아트센터에서 열리는 ‘Summer Bloom 여름이 피다’전이다. 전시 작품 대부분은 프랑스 우·양산 장인인 미셸 오르토(53)의 소장품이다. “우산 갈빗대를 덮은 천이 팽팽하게 당겨진 모습이 좋아” 관심을 갖게 됐다는 그는 여덟 살 때 이미 우·양산을 해체하고 조립하며 메커니즘을 이해했다. 파리로 이주한 스무 살 때부터 벼룩시장이나 골동품 가게를 돌면서 우·양산을 수집해 서른 살 무렵엔 이미 800여 점을 모았다고 한다. 손재주가 좋아 정규 교육과정 없이도 오트쿠튀르 패션 하우스의 코르셋 복장과 영화, 연극 의상을 만들다 2008년 파라솔 공방 ‘파라솔르리 오르토’를 설립했다. 이후 30년간 독특한 우·양산 작품을 수집하고 복원했으며 직접 작품도 제작했다. 2013년 프랑스 문화부에서 제정한 ‘메트르 다르’ 무형문화재로 선정됐다. 국내에선 처음 소개되는 오르토의 소장품은 18∼20세기에 사용하던 것으로, 문화재급이다. 당대의 우산은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는 귀한 사치품이었다. 혼례용품이나 가보로 물려받기도 했다. 특히 독창성 있는 디자인의 우산은 그 사람의 취향을 과시하는 기준이 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이번 전시에선 시대별로 다른 드레이프나 리본 장식, 프랑스 샹티이 지역에서 생산하는 레이스 등을 활용한 다양한 디테일을 만끽할 수 있다. 9월 19일까지. 6400∼8000원.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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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위를 향해 들이댄 글과 이미지의 칼날… 아시아 첫 ‘바버라 크루거’전

    화면을 가득 채운 여자의 얼굴 한가운데. 새빨간 박스 속 흰 글자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듯 강렬하게 새겨졌다. ‘당신의/몸이/전쟁터다(Your body/is a/battleground)’. 미국 예술가 바버라 크루거(74)의 대표작인 이 작품은 1989년 미 워싱턴에서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며 열린 ‘여성 행진’ 집회를 위해 만든 포스터다. 당시 크루거는 집회 주최 측을 돕고 싶다고 연락했지만 ‘이미 홍보대행사가 있다’는 답을 듣고 스스로 포스터를 제작해 늦은 새벽 거리 곳곳에 붙였다. 이 포스터는 이후 페미니즘의 고전적 이미지로 자리 잡았다. 크루거의 아시아 첫 개인전 ‘BARBARA KRUGER: FOREVER’가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회는 미술관 측이 오픈 1주년을 맞아 유명 페미니즘 작가 섭외에 적극 나서 성사됐다. 전시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의 작업 44점을 선보인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 대다수는 시사 잡지 표지나 헤드라인에서 볼 수 있는 강한 볼드체의 글씨와 이미지를 감각적으로 병치한 것들이다. 크루거는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을 다니다 10년 동안 잡지사 ‘콩데 나스트’의 디자이너로 일했다. 이때의 경험을 그녀의 평생 작업에 활용했다. 크루거는 매일 아침 출근길 가판대에서 소비자를 유혹하는 잡지 표지를 보며 ‘사진과 문구가 진실과 거짓을 교묘히 결정하는 파워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기존 이미지가 자본을 끌어들이거나 권력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된다면, 크루거는 그 반대를 향해 이미지의 칼날을 들이댄다. ‘당신의 몸이 전쟁터다’ 역시 1990년 미술관의 커미션으로 대형 광고판(빌보드)에 전시됐을 때, 곧바로 낙태 반대 모임에서 8주 된 태아의 그림을 넣은 광고판을 세우며 ‘이미지 전쟁’을 촉발했다. 크루거의 작품에서 ‘나’와 ‘너’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독일 철학자 발터 베냐민, 프랑스 평론가 롤랑 바르트 등에게 받은 영향이다. 바르트가 ‘저자의 죽음’을 통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미와 견해가 생겨날 수 있음을 보여줬듯, 크루거는 문구를 통해 ‘주체’의 의미를 탐구한다. “전업 예술가가 되기에는 너무 가난해 늘 일을 해야 했다”는 그는 자신의 작품이 대중에게도 쉽게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어를 쓰지 않는 국가에서 작품을 선보일 땐 그 나라의 언어를 사용했다. 이번 전시에도 두 작품, ‘무제(충분하면 만족하라)’, ‘무제(제발웃어제발울어)’를 한글로 제작했다. 특히 ‘제발웃어제발울어’는 작가가 해당 전시실을 보다가 “‘please laugh please cry’라고 쓰고 싶다”며 제작했다고 한다. 또 미국에서 작업한 ‘충분하면 만족하라’는 아직 컴퓨터 디자인 프로그램을 활용하지 못하는 작가가 연필, 지우개, 자를 활용해 도안을 직접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전시장 말미의 아카이브 룸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에 ‘LOSER’라는 문구를 새기는 등 직설적 표현이 돋보이는 최근의 잡지 표지들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29일까지. 7000∼1만3000원.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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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0년대 이후 방황하는 한국 미술사 대안은?

    “90년대 이후 서구 동시대 미술에 대한 급격한 관심의 증가로 한국 미술사에 관한 논의가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동시대 미술에 관한 논의는 산발적으로만 이뤄지고 여전히 단색화와 민중미술 담론이 되풀이되는 상황이다.”(허유림 독립큐레이터)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대안공간 ‘스페이스9’에서는 도발적 내용의 미술 세미나가 열렸다. ‘미학 없는 한국, 방황하는 미술사, 한국 미술의 미래’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는 홍가이 예술철학 박사, 오상길 미술비평가 겸 작가, 허유림 독립큐레이터가 연사로 나섰다. 허 큐레이터는 “조선시대 후기 회화의 사대주의, 일제강점기 일본을 통해 수용한 서양화의 맹목적 모방이 한국 미술사를 변방에 머무르게 했다”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예술의 본질 관점에서 본 한국 미술사와 신자연주의’를 주제로 발표한 그는 “단색화는 국내 미술사에서 언급될 것이 분명하지만 국제적 맥락에서는 미니멀리즘과 유사해 한계가 있다. 또 민중미술은 독창적 미술이지만, 국내 정치 상황과 연관을 맺고 있어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 이후 미술사 논의의 화두로 ‘신자연주의’ 미학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세계 미술사가 개인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흐름에 있는 가운데, 국내에도 그러한 작업을 선보인 작가가 있고 이들이 ‘신자연주의 작가’”라고 설명했다. 허 큐레이터에 따르면 신자연주의 미학은 개인이 자신의 몸을 중심으로 그에 맞는 삶을 구축하고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적 구조가 된다는 내용이다. 작가가 자신의 삶에 기초해 세계를 해석하고 그것을 고유의 조형언어로 선보이는 것이 신자연주의 예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오 비평가는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문제점’을 주제로 국립현대미술관의 3개 전시(1979년 ‘한국현대미술 20년의 동향’, 2000년 ‘한국현대미술의 시원’, 2006년 ‘한국미술 100년’)를 분석했다. 홍 박사는 ‘한국 현대 예술 철학의 유무’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번 세미나는 담양문화재단 후원으로 담빛예술창고에서 10월 열리는 ‘신자연주의 26주년 기념전’과 연계해 ‘RP인스티튜트 서울’이 주최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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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알고 먹으면 藥, 모르면 毒… 식탁 위 식물도감

    중국인도 한국인만큼이나 음식의 효능에 관심이 많은가 보다. 산에서 나물이나 버섯을 캐 먹는 건 물론이고, 떨어진 은행을 줍는 풍경까지 벌어진다는 걸 이 책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식물학 박사인 저자는 ‘고지식한 먹보’를 자처하며 일상에서 사람들이 먹는 식물의 뒷이야기를 파헤친다. 여러 식물을 ‘식물학자의 경고’, ‘식물학자의 추천’, ‘식물학자의 개인 소장품’ 총 3개의 장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중국 과학원 식물연구소를 졸업하고 잡지 ‘과학세계’ 부편집장으로 일했으며, ‘론리 플래닛’ 시리즈 번역자로도 일하는 만큼 전문 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첫 장의 주제가 경고라는 것도 흥미롭다. 쓴맛과 야생에 대한 맹신으로 위험한 식물을 무턱대고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그는 “채소에서 얻어야 하는 영양소는 수분, 비타민, 무기질과 식이섬유인데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다”며 “쓴맛을 견디고 중독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천연에 가까운 채소를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개하는 첫 주인공이 은행이다. 그는 은행이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상고시대의 간식’이라고 한다. 은행 특유의 달짝지근하고 씁쓸한 맛은 고급 요리에도 잘 쓰이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은행에는 시안화수소산, 깅골산 등의 화학물질이 있어 중독 사례도 많다. 1세 미만의 영아는 은행 10알을 먹으면 치명적이고, 3∼7세 아동은 30∼40알을 먹으면 중독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재배하지 않은 야생 식물을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지구에 있는 식물의 종류가 무려 37만여 종에 달하는데 이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8만 종 미만이다. 역사상 인류가 활용해 본 식물은 3000종이며 재배하는 식용식물은 150종에 불과하다. 저자는 재배 식물이 오랜 세월 동안 안전성을 검증한 것임에도, 이를 믿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야생 식물을 먹고 싶다면 전문가의 지도 아래 캐야지 식물도감을 들고 가서 캐는 짓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다음 장인 ‘추천’과 ‘개인 소장품’은 맛은 물론이고 영양도 좋은 식물과 저자가 흥미롭게 여기는 식물을 소개한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와 먹었던 ‘참죽순’ 부침을 “따귀를 맞아도 포기할 수 없는 별미”라고 표현하는 등 맛깔나는 표현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내가 즙을 내준 샐러리를 먹다가 ‘샐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기사를 보고 연구 자료를 뒤져 본 경험도 흥미롭다. “둘째를 가져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기에” 직접 의혹을 파헤친 결과 인용된 글은 정식 학술 연구 보고가 아니었다. 저자는 샐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소문은 ‘카더라’ 뉴스라고 결론지은 뒤 덧붙인다. “참, 나는 무사히 득녀에 성공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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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샐러리가 정자 죽인다’ 기사 본 식물학자, 연구 자료 파헤친 결과…

    중국인도 한국인만큼이나 음식의 효능에 관심이 많은 가보다. 산에서 나물이나 버섯을 캐먹는 건 물론, 떨어진 은행을 줍는 풍경까지 벌어진다는 걸 이 책에서 짐작할 수 있다. 식물학 박사인 저자는 ‘고지식한 먹보’를 자처하며 일상에서 사람들이 먹는 식물의 뒷이야기를 파헤친다. 여러 식물을 ‘식물학자의 경고’, ‘식물학자의 추천’, ‘식물학자의 개인 소장품’ 총 3개의 장으로 분류해 설명한다. 중국 과학원 식물연구소를 졸업하고 잡지 ‘과학세계’ 부편집장으로 일했으며, ‘론리 플래닛’ 시리즈 번역자로도 일하는 만큼 전문 지식을 대중적으로 풀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첫 장의 주제가 경고라는 것도 흥미롭다. 쓴 맛과 야생에 대한 맹신으로 위험한 식물을 무턱대고 섭취하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그는 “채소에서 얻어야 하는 영양소는 수분, 비타민, 무기질과 식이섬유인데 먹거리가 넘쳐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다양한 음식을 통해 얼마든지 섭취할 수 있다”며 “쓴 맛을 견디고 중독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천연에 가까운 채소를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개하는 첫 주인공이 은행이다. 그는 은행이 ‘웃음 속에 칼을 감추고 있는 상고시대의 간식’이라고 한다. 은행 특유의 달짝지근하고 씁쓸한 맛은 고급 요리에도 잘 쓰이지만,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 은행에는 시안화수소산, 깅골산 등의 화학물질이 있어 중독 사례도 많다. 1세 미만의 영아는 은행 10알을 먹으면 치명적이고, 3~7세 아동은 30~40알을 먹으면 중독 증상이 일어날 수 있다. 재배하지 않은 야생 식물을 먹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지구에 있는 식물의 종류가 무려 37여만 종에 달하는데 이 중 먹을 수 있는 것은 8만 종 미만이다. 역사상 인류가 활용해 본 식물은 3000종이며 재배하는 식용식물은 150종에 불과하다. 저자는 재배 식물이 오랜 세월 동안 안전성을 검증한 것임에도, 이를 믿지 않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야생 식물을 먹고 싶다면 전문가의 지도 아래 캐야지 식물도감을 들고 가서 캐는 짓은 절대로 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다음 장인 ‘추천’과 ‘개인소장품’은 맛은 물론 영양도 좋은 식물과 저자가 흥미롭게 여기는 식물을 소개한다. 어릴 적 외할아버지와 먹었던 ‘참죽순’ 부침을 “따귀를 맞아도 포기할 수 없는 별미”라고 표현하는 등 맛깔 나는 표현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내가 즙을 내준 샐러리를 먹다가 ‘샐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기사를 보고 연구 자료를 뒤져 본 경험도 흥미롭다. “둘째를 가져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고 있기에” 직접 의혹을 파헤친 결과 인용된 글은 정식 학술 연구 보고가 아니었다. 저자는 샐러리가 정자를 죽인다는 소문은 ‘카더라’ 뉴스라고 결론지은 뒤 덧붙인다. “참, 나는 무사히 득녀에 성공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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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활짝 열린 폐쇄공간… 시끄러운 도서관… “참 난감한 건축가”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는 시민 접근이 제한된 옛 채석장이 있다. 조선총독부, 경성역(서울역) 건물을 비롯해 일제강점기 석조건물을 지을 때 석재를 조달하던 곳이다. 다음 달이면 이곳에 서울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대가 열린다. 초기 언덕 일부만 활용하기로 했던 전망대는 옆 낙산배수지까지 보행 덱(deck)으로 넓게 확장됐다. ‘뒤통수치는 건축’, ‘당황시키는 건축’을 표방하는 젊은 건축가 조진만(43·사진)의 작품이다. 그는 최근 1981년 미국에서 창간한 세계적 건축전문지 ‘아키텍추럴 레코드’로부터 ‘차세대 세계 건축을 선도할 건축가(디자인 뱅가드 어워드)’로 선정했다. ‘디자인 뱅가드 어워드’는 건축 실무 경력 10년 미만의 혁신적 작업을 선보인 건축가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조진만은 설계상 제약과 부지의 악조건을 창의적으로 극복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창신동 전망대도 전례 없는 확장으로 폐쇄된 공간을 열어낸 해법이 돋보인다. 2017년 서울시 설계공모로 이곳을 맡게 된 조 씨는 “현장에 가보니 기존 부지보다 낙산배수지에서 보이는 풍경이 훨씬 훌륭해 활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낙산배수지가 보안시설이라는 점이었다. 관련법을 검토해 제한 접근 거리를 모두 지킨 가운데, 배수지 위를 지나는 입체 구조물인 보행 덱을 제안했다. 관리 기관은 난색을 표했지만 입체 구조물에 대해서는 금지하는 법도, 허용하는 법도 없었다. 결국 창신동 전망대는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조진만 건축의 또 다른 키워드는 충돌과 만남이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은평구 내숲도서관은 출입구가 무려 6개나 된다. 기존 도서관이 로비를 중심에 두고 열람실을 여러 개 배치하는 중앙 집중적 구조라면, 내숲도서관은 위계와 권위를 파괴하고 ‘시끄러운 도서관’을 표방한다. 가파른 부지에 들어선 도서관은 뒷산, 놀이터, 골목길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를 그는 “공간의 위계가 흩어져 보기에는 무질서하지만, 그 안의 사람들은 정해진 용도가 없으니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놀이터 바로 옆에 위치한 어린이 열람실이 백미다. 기존 도서관이라면 ‘책은 조용히 읽어야 한다’며 엄숙한 공간을 조성했겠지만, 이곳 열람실은 통창으로 놀이터가 훤히 보인다. 그는 “공간이 사람들의 행동을 강요하고 규정짓는 부분이 있다. 과거의 공공건축이 관리와 통제에 집중했다면, 나는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자유와 개별성에 더 초점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완공한 서울 성동구의 ‘고가하부 다락’도 숨겨진 공간을 끄집어낸다. 상부 도로 활용법만 생각했던 고가도로의 하부에 5000개 거울을 설치했다. 그 아래에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이곳도 처음에는 카페를 넣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과감히 비웠다. 그러자 지역 주민들이 알아서 찾아와 워크숍, 장터, 야외 공연 등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 “근대 건축은 공간의 용도 중 90∼100%를 먼저 채워놓고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는 용도가 정해지지 않은,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공간에 더 매력을 느낍니다. 그래서 ‘난감한 건축가’일지도 모르겠지만, 누구보다 아이들이 제 건축을 좋아해요. 스스로가 주인공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건축이 늘 엄숙하고 조용하기보다 때로는 시끌벅적해도 좋지 않을까요?”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 2019-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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