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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회계관리시스템(에듀파인) 도입을 완강하게 반대해온 대형 사립유치원들이 사실상 모두 에듀파인을 수용했다. 교육부는 올해 에듀파인 의무 도입 대상인 원아 200명 이상 대형 사립유치원 570곳 중 99.6%인 568곳이 에듀파인에 참여한다고 17일 밝혔다. 에듀파인에 참여하지 않은 경기 지역 사립유치원 2곳은 폐원 예정으로 현재 원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은 관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에듀파인 도입을 거부해 왔다. 그러다 이달 초 개학 연기를 선언하면서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정당한 주장이 에듀파인 거부에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에듀파인 수용 의사를 밝혔다. 개학 연기 투쟁을 이끈 이덕선 전 한유총 이사장이 설립한 경기 화성시 동탄의 리더스유치원도 에듀파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원아 200명 미만으로 에듀파인 의무 도입 대상이 아닌 유치원 199곳도 올해부터 에듀파인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 경기 안산시 A초교에서는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5학년생이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A초교 앞에는 도로와 인도가 구분돼 있지 않았다. 도로 폭도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5m에 불과했다. 이처럼 통학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학교가 많다 보니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등하교 시간이면 아이들과 차량이 뒤엉켜 너무 걱정된다”고 하소연한다. 정부가 어린이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위해 제대로 된 통학로가 없는 초등학교 주변에 ‘통학로’를 설치한다. 14일 교육부와 행정안전부는 ‘안전한 통학환경 개선을 위한 학교현장 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합의했다. ‘통학로’는 학생들이 차와 섞이지 않고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 학교 주변 보행로를 뜻한다. 현재 초등학교 3곳 중 1곳은 통학로가 없다. 전국 초등학교 6064곳 중 주변에 인도나 보행로 등 통학로가 아예 없는 학교는 30.3%(1834곳)에 달한다. 통학로가 없다보니 바로 옆에서 차가 지나가는 길로 등교하는 아이들이 각종 사고를 당하고 있다. 지난해 학교 주변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는 435건에 이른다. 이 중 3건은 사망사고였다. 정부는 현재 통학로가 없는 학교 중 848곳(46%)에는 6월까지 통학로를 설치할 방침이다. 도로 폭이 좁거나 공간이 부족해 통학로 설치가 어려운 986곳(54%)은 학교 담장을 학교 쪽으로 옮긴 후 남은 공간에 통학로를 만든다. 일례로 지난해 학교 주변에 보행로가 없어 아이들이 배수구 위를 인도 삼아 등교해 논란이 됐던 대전 서구 도마초는 기존 담장을 학교 안쪽으로 3m 이전해 통학로를 확보하게 된다. 도마초 관계자는 “비가 올 때면 아이들이 배수구에 빠지거나 차에 치이지 않을까 불안했다”며 “공사가 끝나면 아이들이 마음 놓고 등하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정문을 비롯해 학교 내부의 보도와 차도를 분리하는 사업도 이뤄진다. 전국 초중고교 4793곳은 학생과 차량의 동선이 분리되지 않아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 관악구 C초교 관계자는 “아침마다 교사들 차량과 아이들 차가 섞여 교문에서부터 북새통을 이룬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교문 출입구에서부터 차량과 학생의 이동 경로가 구분된다. 주차장과 겹치는 보행로도 주차구역 밖으로 이동시킬 방침이다. 통학로 설치가 원활히 이뤄지려면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의 공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관리는 지자체, 학교 부지 관리는 교육청에서 담당하기 때문에 서로 이견이 생기거나 협조가 되지 않으면 통학로 설치공사가 지지부진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동구 B초교 관계자는 “2017년부터 통학로 설치를 추진했는데 담장을 학교 안쪽으로 옮기는 작업을 교육청이 허가하지 않아 아직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생 안전이 강화되도록 더 적극적으로 학교 측의 요구를 검토하고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조유라 jyr0101@donga.com·김수연 기자}

11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충무초교 6학년 2반에서는 ‘미세먼지 대응’ 수업이 진행됐다. “호흡기가 약한 사람들은 미세먼지 많은 날에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김혜경 충무초교 보건교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차준혁 군(12)이 손을 들었다. “선생님. 오늘처럼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학교 안 나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의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수준은 모두 ‘나쁨’ 수준이었다. 김 교사는 ‘미세먼지에 대처하기 위한 7가지 행동’을 알려줬다. 잘 대처하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7가지 행동은 △외출은 가급적 자제 △외출 시 보건용 마스크 착용하기 △외출 시 대기오염이 심한 곳을 피하고 활동량 줄이기 △외출 후 깨끗이 씻기 △물과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과 야채 섭취하기 △환기, 실내 물청소 등 실내 공기질 관리하기 △대기오염 유발 행위 자제하기 등이다. 아이들은 보건용 마스크를 올바르게 쓰는 법도 익혔다. 김 교사는 KF80마스크를 나눠 주면서 “미세먼지가 많은 날 쓰는 마스크는 KF인증을 받은 마스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미리 준비한 마네킹을 활용해 마스크 쓰는 법을 보여줬다. 마스크는 얼굴에 맞춰 쓰는 게 중요하다. 얼굴에 맞게 코 부분을 조절하고 동봉된 플라스틱 고리로 머리 크기에 맞춰 써야 한다. “집에서 엄마랑 같이 연습해 봤어요.” 17명의 아이 중 2명을 제외한 모든 아이가 김 교사의 안내가 끝나기 전에 미세먼지 마스크 착용을 완료했다. 식약처 인증 보건용 마스크는 평균 약 0.6μm 이하의 미세먼지 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 포장에는 입자 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가 표시돼 있다. “마스크 쓰다가 숨이 막히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김 교사는 이 마스크들 중 자신에게 편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 × 퀴즈로 미세먼지와 보건용 마스크에 대한 지식도 익혔다. 아이들이 가장 헷갈려 한 질문은 ‘일반 먼지보다 미세먼지가 해롭다’는 것이었다. 김 교사는 “미세먼지는 머리카락보다 가늘어서 혈관 속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일반 먼지보다 위험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보건교과서에 미세먼지 관련 단원이 없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체계적인 미세먼지 대응 교육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충무초교에서도 보건교사가 따로 보조교재를 만들어 수업을 진행했다. 정규 수업 중 미세먼지 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세먼지 대응 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된 서울 강북구 삼양초교조차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미세먼지 대응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문재인 정부가 정권을 초월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국정과제로 내건 국가교육위원회가 올해 하반기에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당정청은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협의회를 열고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법안을 상반기에 통과시켜 하반기에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원 구성은 당초 교육부가 계획했던 15명에서 19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통령 지명 5명, 국회 추천 8명, 교원단체 추천 2명,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추천 2명, 교육부 차관·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 2명이다. 위원 추천권이 대통령과 정당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을 반영해 기관과 교육단체의 참여를 늘렸다. 위원 임기는 3년이고 연임할 수 있다.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10년 단위의 국가교육 기본계획을 수립한다.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마련한 계획에 따라 시행계획을 세우고 이행해야 한다. 교육부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구성되면 유초중등 사무를 대부분 시도교육청으로 이양할 방침이다. 그 대신 교육부는 고등교육, 평생교육, 직업교육 정책과 사회부총리 역할에 집중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위원을 늘린 것이 국가교육위원회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을 터 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교원 단체 2명 몫으로 전교조가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현재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친(親)전교조 성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친정부 인사로 위원회가 채워져 편향적인 정책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000원으로 6년 연속 증가했다. 이는 2017년보다 7.0% 증가한 수치로 조사가 시작된 2007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공교육 불신과 대입 개편 등 정부의 오락가락 교육정책이 사교육 증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교육 부문 국정과제로 ‘교실혁명을 통한 공교육 혁신’을 내걸었다. 세부적으로 대입전형 간소화,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혁신학교 확대 등을 중점 추진했지만 오히려 사교육비만 크게 늘어났다.○ 1인당 월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교육부와 통계청은 2018년 초중고교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12일 발표했다. 전국 초중고교 1486곳의 학부모 4만여 명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다. 초등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6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7% 올랐다. 중학생은 31만2000원으로 7.1%, 고교생은 32만1000원으로 12.8% 증가했다. 중고교생 월평균 사교육비가 30만 원을 넘긴 것도 이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 참여율 역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한 72.8%였다. 사교육비 총액은 19조5000억 원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이날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비 경감 대책 발표가 전무했던 문재인 정부의 안일한 태도가 만들어낸 참사”라고 비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저소득층과 중소도시의 사교육비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9만9000원으로 전년보다 5.9% 올라 8개 소득수준 가구에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중소도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9만 원으로 전년보다 10.4% 늘어 서울 증가 폭(5.2%)의 2배나 됐다. 사교육비 증가 폭이 큰 지역은 세종과 충북이었다. 특히 세종은 지난해 1504억 원으로 전년보다 29.1% 급증했다. 교육계에서는 “공무원들조차 정부의 교육정책을 신뢰하지 못해 사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학교에서 공부 잘 안되니 학원으로교육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대입을 위해 내신과 비(非)교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이른바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짓눌린 현실이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대입에서 수시 비중은 70% 이상이다. 여기서는 학생부종합전형이 절대적이다. 학생부종합전형은 합격의 이유를 알 수 없어 스펙 경쟁에 시달려야 하는 전형으로 불린다. 대학에 따라서는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맞춰야 한다. 학생들은 또 수시에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 ‘30%의 좁은 문’으로 통하는 정시도 준비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발표된 2022학년도 대입 개편안은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올해 고교 1∼3학년은 교육과정과 수능 체제가 모두 다른 유례없는 상황이다. 공교육이 미덥지 않고 혼란스러우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학 논술 음악 등 모든 영역에서 늘었다. 특히 국어 사교육비가 1인당 2만1000원으로 2017년보다 12.9% 올라 주요 과목 중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절대평가로 전환된 영어도 8만5000원으로 전년보다 7.2% 증가했다. 메가스터디교육 관계자는 “내신이나 수능 모두 비교과 스펙도 준비해야 하니 관련되는 사교육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학부모들 “공교육 믿기 어렵다” 정부가 지난해 초등학교 1, 2학년 ‘방과후 영어’를 금지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것도 학부모가 자녀를 학원에 보내는 원인으로 꼽힌다. 자녀가 초등 2학년인 학부모는 “학교에서 영어가 안 돼 학원에 보내기 시작하니 이것저것 다른 것도 같이 시키게 됐다”고 말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혁신학교는 교과 진도를 잘 안 빼줘서 근처의 학원이 더 잘된다는 속설이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부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입 개편안을 안정적으로 시행하고, 공교육을 내실화하며, 학원비를 안정화하겠다는 설명만 할 뿐이다.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급증을 막으려면 복잡한 대입제도부터 손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범 교육평론가는 “학생부종합전형은 내신과 비교과가 들어가는 복잡한 전형”이라며 “특히 사교육 유발 요인이 큰 수상이력을 평가 항목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적으로 학업을 경감하겠다는 정책도 지양해야 한다. 학부모와 학생이 학교에서 기대하는 것은 우선 ‘학력 신장’이다. 학교에서 원하는 수준의 지식을 얻지 못하면 사교육 시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는 “방과후 수업, 수준별 수업 등 공교육에서 다양한 수준의 학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김수연 기자}
“사립학교는 남자 교사만 뽑는다던데…. 여교사는 없던데요.” “지난번에 뽑힌 신규 교사는 학교 이사장 지인 자녀라더군요.” 사립학교의 불투명한 교직원 채용 때문에 학교마다 자주 나오는 소문들이다. 앞으로 사립학교 교직원 채용에서 이런 ‘깜깜이 채용’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교육신뢰회복추진단 4차 회의를 열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 사립 초중등 교원 신규채용 표준 매뉴얼을 배포했다고 11일 밝혔다. 표준 매뉴얼에 따르면 앞으로 사학법인은 신규 채용에 대해 관할 교육청과 사전 협의를 해야 한다. 협의가 안 된 임의채용은 교원 임금 보조금 지급이 제한된다. 전형 단계와 일정, 합격자 수, 동점자 처리 기준 등도 사전에 공고돼 지원자가 모집 요강을 한눈에 알 수 있게 된다. 교육부는 사립학교가 공립학교 교원 공개임용시험에 채용을 위탁하는 ‘교육감 위탁채용’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또 교육부는 지난해 11∼12월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및 관련 기관의 채용 비리를 전수조사한 결과 총 29개 기관 중 24개 기관에서 채용 비리를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 중 서울대병원, 한국장학재단, 한국교육방송공사 등에서 채용 비리가 나왔다. 비리 관련자 중에서는 특정 직원이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가 아닌데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준 산하기관 직원 1명이 검찰에 고발됐다. 또 교육부는 27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산하기관 징계요구 대상자는 총 99명이다. 채용 비리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도 마련됐다. 교육부는 피해자가 특정되면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고, 면접 단계에서 피해를 받은 경우 즉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특정이 불가능하면 부정행위 발생 단계부터 전형을 다시 실시하게 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앞으로 모든 학교 교실에 미세먼지 측정기와 공기정화기가 설치된다. 초등학교 1, 2학년 영어 방과 후 교육도 다시 허용된다. 11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을 담은 ‘학교보건법’ 개정안과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두 법안은 13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보건법 개정안은 유치원 및 초중고교 교실에 공기정화 장치와 미세먼지 측정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교육부는 6일 학교 미세먼지 대응 방안으로 올해 안에 모든 학교 교실에 공기정화 장치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전국 2877개 학교 27만2728개 교실 중 공기정화 장치가 설치된 곳은 11만4265개 교실로, 전체의 41.9%에 그치고 있다. 이 법안에는 실내 공기 질 측정을 상·하반기 각 1회 이상 실시하고 측정 장비를 매년 1회 이상 정기 점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공기 질 점검 시 학부모가 참관을 요구하면 참여시켜야 한다.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 통과로 초교 1, 2학년도 방과 후 영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초교 1, 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재개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1호 정책’이다. 유 부총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5일 세종시의 한 초교에서 열린 학부모 간담회에서 “방과 후 영어 수업을 허용하는 방안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아이들은 이르면 5월경 방과 후 영어 수업을 다시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법안 통과 즉시 바로 시행에 들어가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이달 초 ‘개학 연기’ 사태를 주도한 이덕선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사장이 11일 사퇴했다. 이덕선 이사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한유총이 유치원 개학 연기를 선언해 학부모들에게 혼란을 끼친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그는 “사립유치원의 운영 자율권과 사유재산권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능력 부족으로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유총은 지난달 29일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인정 등을 정부에 요구하며 무기한 개학 연기를 선언하고 집단행동에 나섰다. 교육당국은 형사고발 등 엄정 대응을 경고했지만 한유총은 개학일인 4일 개학 연기를 강행했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한유총은 개학 연기 실행 당일 오후 5시경 방침을 철회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5일 한유총에 대해 공익목적 위반으로 설립을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개학 연기’ 사태의 핵심인 이덕선 이사장이 사퇴해도 한유총 설립 취소는 진행된다. 현재 서울교육청은 한유총에 설립허가 취소 사전통지서를 보낸 상태다. 법인 설립허가 취소는 소명절차인 청문을 거쳐 완료된다. 설립허가가 취소되면 한유총은 지금처럼 교육당국의 정책협의 파트너로 자신들의 주장을 전달할 수 없게 된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또 유치원 문 닫지 말라는 법 있나요? 그냥 홈스쿨링(home schooling)을 시켜야겠어요.” 부산 사하구에 거주하는 전업주부 A 씨(33·여)는 요즘 아이를 집에서 돌보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개학 연기’ 사태가 4일 하루 만에 일단락됐지만 어린이들을 볼모로 한 사립유치원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 유치원 사태를 겪고 주변에서 홈스쿨링을 진지하게 알아보는 엄마가 많다”고 전했다. 한유총 개학 연기 사태를 계기로 유치원에 다니는 자녀를 퇴소시키고 홈스쿨링을 하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그동안 유아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과 다양한 프로그램 마련에 대한 부담 때문에 홈스쿨링을 하지 못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참에 실행해 보겠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홈스쿨링’은 정규 교육기관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부모 주도하에 자녀를 교육하는 방식을 말한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B 씨는 최근 주변의 전업주부 3명과 함께 ‘품앗이 홈스쿨링’을 하기로 했다. B 씨는 “언제 또 휴원하겠다고 할지 모르는 유치원에 보내는 것보다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홈스쿨링을 시작한 또 다른 학부모는 “유치원 시간표 몇 개를 확보해 그대로 따라해 보니 굳이 유치원에 보낼 이유가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유치원은 초등학교 및 중학교와 달리 의무교육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다. 그렇지만 유치원 과정을 집에서 교육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홈스쿨링을 선택했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교육 전문가와 홈스쿨링을 해 본 학부모들은 성공적인 유치원 홈스쿨링을 위해서는 △유치원 교육과정 △또래집단과의 교류 △타 교육기관 병행이라는 세 가지 요소를 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과정 측면에서는 3∼7세에 배워야 할 동식물, 건강, 가족관계 등에 관한 커리큘럼이 담긴 유치원 지도서를 잘 숙지해야 한다. 유치원도 교육체계상 ‘학교’에 해당하기 때문에 교과과정을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또래집단과 정서적 교류를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정에서만 교육을 받을 경우 자칫 사회성이 결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욱 덕성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홈스쿨링을 시작했더라도 다른 또래와 만나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는 어떤 방식으로든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하루 종일 교육 스케줄을 운영하다 보면 피로감이 누적될 수 있고 전문성도 떨어지기 때문에 외부 교육 서비스도 적절히 활용하는 게 좋다. 학습지나 방문 놀이지도, 문화센터가 그 대안이다. 무엇보다 홈스쿨링을 자녀에게 강요해선 안 된다. 아이가 “친구들과 뛰어노는 유치원이 더 좋다”고 하면 유치원에 보내는 것이 좋다. 김은영 수성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교육철학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홈스쿨링은 또 다른 ‘조기 사교육’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각 가정의 상황을 냉철히 평가한 후 시작하는 게 좋다”라고 당부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유라 기자}
서울 중랑구에 설립되는 첫 특수학교인 ‘동진학교’의 부지가 확정됐다. 설립 계획이 세워진 지 6년 만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중랑구 신내동 일대 사유지에 동진학교 부지를 확정하고 소유자와 매입 가격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10일 밝혔다. 동진학교는 연면적 9000m²,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된다. 지적장애 학생 111명을 18학급에 수용하며 2022년 3월에 개교할 예정이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교육을 위해 일반 학교와는 별도로 설립된 교육기관을 뜻한다. 현재까지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중랑구를 포함해 중구 양천구 금천구 영등포구 용산구 등 8개 자치구에는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다. 동진학교는 2012년 12월 처음 설립 계획이 수립됐으나 그동안 세 차례 부지 협상이 실패해 설립이 난항을 겪었다. 설립 부지가 확정됐으나 앞으로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2017년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건립 당시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특수학교 학부모들이 주민들에게 무릎을 꿇고 호소한 끝에 공사가 마무리됐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이 지역 표심을 의식해 반대할 가능성도 있지만 인근 지역 주민 간담회에서 우호적인 반응이 나왔기 때문에 설립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TV는 거의 안 보죠.” 고려대 신입생 이승희 씨(19·여)에게 TV는 그저 ‘가구’다. 직접 TV를 켠 지가 언제인지 가물가물하다. 좋아하는 드라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넷플릭스’로, 야구 중계는 포털 앱에서 본다. “넷플릭스는 하루 10시간을 내리 본 적도 있어요.” 삐삐와 피처폰을 먼저 접한 기성세대에게 스마트폰이 전화기와 컴퓨터를 합친 혁신적인 정보통신 기기였다면 2000년생에게는 그냥 스마트폰일 뿐이다. 2000년생들은 스마트폰으로 놀고, 먹고, 공부하고 사람도 만난다. ‘폰연일체(Phone然一體)’ 경지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24시간을 사는 자신들을 이렇게 일컫는다.》#폰은쉬운데 #컴퓨터는어려워 박소은 씨(19·여)는 열 손가락으로 치는 키보드 자판보다 엄지만 쓰는 스마트폰 터치 입력 속도가 더 빠르다. 박 씨는 “PC를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2000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2000년생은 대부분 생애 첫 휴대전화로 스마트폰을 썼다. 전문가들이 ‘모바일 네이티브’ 첫 세대로 2000년생을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손으로 전화기를 표현할 때 엄지와 새끼손가락을 뻗어 수화기를 묘사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손바닥을 평평하게, 즉 스마트폰 형태를 만들어 귀에 댄다. 대학생 정바다 씨(19·여)는 평소 연락을 주고받을 때 카카오톡을 쓰지만, 급한 연락이 필요하면 페이스북 메신저를 사용한다. 페이스북 메신저에서는 상대방이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그래도 메시지를 읽지 않으면 전화를 건다.#영상이대세 #유튜브vs틱톡 대학생 이주현 씨(19·여)는 궁금한 게 생기면 유튜브에서 검색한다. “포털사이트에서 맛집을 검색하면 협찬받은 걸로 의심되는 글이 많지만, 유튜브에서는 생생한 표정까지 볼 수 있어 협찬인지 진짜 맛집인지 바로 알 수 있거든요.” 요즘 세대가 스마트폰으로 얻는 정보 상당수는 문자가 아닌 영상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고 믿을 수 있는 콘텐츠가 영상이기 때문이다. 가장 핫한 동영상 앱은 무엇일까? 유튜브 외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 기성세대와 달리 요즘 10, 20대들은 ‘틱톡’을 꼽는다. 중국 기업이 만든 틱톡은 출시 3년 만에 전 세계 누적 다운로드 8억 건을 기록했다. 유튜브와 가장 큰 차이는 영상의 ‘길이’다. 틱톡 영상은 단 15초다. 그럼에도 댄스 영상뿐 아니라 생활정보, 요리법 등 정보성 영상도 늘고 있다. 15초짜리 영상에서 요즘 세대는 재미와 정보를 모두 얻고 있는 셈이다. 제일기획의 디지털 마케팅 자회사인 ‘펑타이코리아’ 최원준 지사장은 “최근 넷플릭스에 10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나왔다”며 “콘텐츠 길이가 짧아지는 건 세계적 흐름”이라고 말했다.#스마트폰과의존 #그래도2000년생이미래 1980, 1990년대생이 ‘엄지족’이었다면 요즘 세대는 엄지와 검지를 동시에 쓴다.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동시에 영상에 달린 댓글창을 확인하고 쓰려면 엄지만으로는 벅차기 때문이다. 엄지로 자판을 치면서 검지로 스크롤을 움직인다. 신세대가 줄임말을 즐겨 쓰는 것도 이런 소통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 카톡 단체방처럼 동시에 수십 개의 메시지가 오갈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내용은 짧을수록 유리하다. ㅇㅈ(인정) 등 거의 모든 줄임말과 신조어는 다섯 글자를 넘지 않는다. 최근 ‘90년생이 온다’, ‘요즘것들’ 등 지금 20, 30대를 분석한 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그 대상이 2000년생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들의 사고, 소비, 취향이 가까운 미래에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이들을 관찰하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최명화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2000년생은 쉴 틈 없이 새로운 것과 타인의 생각을 접하다 보니 이전 세대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만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해 자존감이 약한 편”이라며 “이런 단점을 메운다면 4차 산업혁명이 보편화될 미래 사회에 가장 잘 맞는 세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소통&20]신조어 따라하기보다 경청을 ▼ Q. ‘할많하않’ ‘커엽다’…. 2000년생 제 딸이 자주 쓰는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통 모르겠는데 딸은 편하고 재밌다면서 씁니다. 어떻게 하면 잘 소통할 수 있을까요.(40대 주부 이모 씨)A. ‘할많하않’은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의 줄임말입니다. ‘커엽다’는 ‘귀엽다’라는 뜻으로 ‘커’와 ‘귀’가 비슷하게 생겨서 대신 사용한 것입니다. 2000년생에게 ‘신조어’는 한글을 이용한 일종의 놀이문화입니다. 길지 않은 단어도 앞글자만 따 줄이고, 게임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쓰는 용어를 현실에서 쓰기도 하죠. 젊은 세대는 줄임말이나 한글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창의적이고 한글을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여깁니다. 따라서 ‘우리말을 아껴야 하니 바르고 고운 말을 쓰자’고 훈계한다면 이들과 소통하기 어렵습니다. 기성세대가 신조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취재팀이 만난 안모 씨(19)는 “형(21)에게 ‘혼코노’(혼자서 코인 노래방 간다)라고 했는데 못 알아들었다”고 했습니다. 20대여도 관심이 없으면 알아듣기 힘듭니다. 신조어는 금방 생기고, 금세 사라집니다. 인터넷 초창기에 유행했던 ‘방가방가’ ‘하이루’ 같은 말을 이제 쓰지 않는 것처럼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2000년생들이 쓰는 말을 따라해야 할까요?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조언합니다. “요즘 세대는 자기들이 쓰는 신조어를 기성세대가 쓴다고 해서 소통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오히려 정치인이 신조어를 쓰기 시작하면 사어(死語)가 됐다고 여깁니다. 기성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경청’이에요.” 소통은 어떤 단어를 쓰냐가 아니라 어떤 자세로 임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뜻입니다. ▼ “우리가 하고싶던 얘기” “꼰대 안되는 법 배워갑니다” ▼ 시리즈 카톡방에 쏟아지 반응동아일보는 4∼8일 ‘2000년생이 온다’ 시리즈를 연재하며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2000년생들이 기성세대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다. 2000년생들은 “많은 부분 공감이 된다” “어른들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조언을 해주지만 시대와 안 맞는 말이 많다” “우리를 제대로 이해해 달라”는 등의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 섣불리 신세대를 규격화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성세대들도 오픈채팅방을 찾아 ‘신세대를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자신을 ‘2000년생 아들을 둔 엄마’라고 소개한 한 여성은 “아들에게 잔소리와 참견을 하면서도 꼰대맘은 되기 싫어 답답했는데, 기사가 도움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앞으로도 청년들과 기성세대의 소통, 청년들의 꿈과 도전 등을 주제로 다양한 기획보도를 이어갈 계획이다.특별취재팀▽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연애요? 그다지 하고 싶지 않아요. 바쁜데 감정 소모하기 싫어서요.” 이제 막 ‘꽃다운 스무 살’이 된 이지훈 씨는 자신을 ‘비(非)연애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올해 A대학 스포츠레저학과에 입학한 이 씨는 운동신경이 좋고 성격이 활발해 이성에게 꽤 인기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이 씨는 바쁜 일상에 부담이 될까 봐 연애를 꺼린다.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감정 소모가 싫어 연애를 꺼리면서도 이성과 ‘썸’은 즐기는 ‘썸만추(연애 말고 썸만 추구)’족으로 통한다. 이 씨는 “학업부터 진로 준비까지, 내 앞가림하기도 어려운데 연애하면서 상대를 챙겨 줄 엄두가 안 난다”며 “앞으로도 상대방이 나를 잘 챙겨 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면 이성과 사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정적인 사랑보다 ‘러라밸’ 추구 이 씨뿐만이 아니다. ‘불타는’ 연애를 갈망하며 스무 살을 보낸 이전 신세대와 달리, 2000년생들은 사랑이 자신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는, 즉 ‘사랑과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워라밸’에서 따온 ‘러라밸(러브 앤드 라이프 밸런스)’이란 신조어가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이유다. 고려대 행정학과 19학번 허채연 씨(19·여)는 ‘서로 집착하지 않고 각자의 선을 지키는 것’을 이상적인 연애로 정의했다. 취업난 등 미래가 불안한 이들에게 ‘먹고사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허 씨는 “내가 해야 할 일이 1순위이고 연애는 그 다음”이라며 “할 일에 지장을 받거나 서로에게 부담을 주는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취재팀과 취업정보업체 ‘캐치’가 2000년생 142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62명이 연애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답했다. 연애를 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2000년생도 20명이나 됐다. 청년문화를 연구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이재흔 선임연구원은 “이전 세대들은 연애, 결혼을 당연하게 생각했지만 2000년생들은 ‘나’를 중심으로, 내가 원할 때만 관계를 맺는다”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젠더 갈등도 연애관에 영향 2000년생이 연애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것은 과거보다 부쩍 높아진 젠더 감수성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고교 재학 중인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 지난해 스쿨미투 논란을 겪은 2000년생은 성 평등의식에 일찍 눈을 떴다. “여자는 좋은 남자 만나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 조모 씨(19·여)는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을 볼 때마다 대들고 싶은 반감을 느낀다. 그는 “학창 시절 똑같이 공부하며 컸는데 왜 성인이 되니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모바일 네이티브’인 2000년생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확산된 젠더 갈등을 중학생 시절부터 봐 왔다. 이 때문에 이성을 만날 때마다 상대가 급진적인 ‘여성 혐오’ 혹은 ‘남성 혐오’ 성향을 띤 건 아닌지 ‘돌다리를 두들겨 보게 된다’고 귀띔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현재 취업을 준비하는 김모 씨(19·여)는 최근 지하철에서 ‘마음에 드니 연락처를 알려 달라’는 남성을 만났지만 줄행랑을 쳤다. 데이트 폭력 등이 떠오른 탓이다. 남성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문모 씨(19)는 여자친구를 사귀기 전에 인맥이 넓은 친구를 통해 상대방이 ‘급진 페미(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아닌지를 확인한다. 친구들끼리 ‘급진 페미 걸러내기’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문 씨는 “혹시라도 나를 ‘한남(한국 남자를 비하하는 표현)’이라고 부르는 여자 친구를 사귀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배은경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0년생들은 연애에 집착하지 않지만 스펙처럼 자신의 ‘매력 자산’을 늘리는 데는 능숙하다”며 “이들이 ‘청춘은 연애를 해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길 원한다는 점을 알아야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소통&20]자녀가 비혼 선언땐? 닦달보다 ‘결혼 의미’ 대화부터 ▼Q.올해 스무 살인 딸이 벌써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어려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내심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2000년생 자녀를 둔 강모 씨) A.“아무리 좋은 남자여도 일을 그만두라고 하면 결혼 안 할 거예요.”, “주택청약으로 집 당첨되면 결혼할래요.” 취재팀이 만난 2000년생의 결혼관은 다양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은 2000년생도 적지 않았습니다. 젊은 세대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혼 성인 2464명을 설문조사했더니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한다’고 답한 남성은 50.5%, 여성은 28.8%였습니다. 2015년보다 남녀 모두 약 10%포인트씩 줄었습니다. 반면 ‘결혼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답한 남성은 같은 기간 3.9%에서 6.6%로, 여성은 5.7%에서 14.3%로 늘었습니다. 다 큰 자녀가 ‘비혼’을 고집하면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2000년생이 5∼10년 뒤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면 이런 현상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취재팀이 2000년생 142명에게 결혼 의향을 물었더니 10명 중 4명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거든요. 결혼에 대해 각자 생각이 다른 2000년생들의 얘기를 곰곰이 듣다 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요즘처럼 결혼하기 힘든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는 것’을 문제라고 여기는 기성세대의 시선이 더 문제라는 거였습니다. 이런 2000년생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결혼의 의미에 대해 자녀와 다양한 의견을 나누다 보면, 걱정보다는 해법이 보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동아일보는 2000년생이 부모나 교수, 선배 등 기성세대와 사회에 하고 싶은 한마디를 듣기 위해 카카오톡오픈채팅방(open.kakao.com/o/gysTE7gb)을 개설합니다. 카카오톡 검색창에서 ‘2000년생 한마디 발언대’를 검색하면 됩니다.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수 있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아니, 어떻게 이런 날 아이들이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하게 놔둬요?” 인천에 사는 주부 이모 씨(36)는 6일 오후 동네 중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는 것을 보고 학교에 바로 민원전화를 걸었다. 아이들이 희뿌연 먼지가 가득한 운동장에서 쉬는 시간에 놀고 있는데도 학교가 방치한 것에 분통이 터졌기 때문이다. 교육청이 ‘실외 수업 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쉬는 시간’이 사각지대였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의 숨통을 조이는 와중에 학교와 교육당국의 미온적 대응으로 어린아이들이 미세먼지 속에 방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초중고교생은 성인보다 미세먼지에 특히 취약해 세심한 보살핌이 필요한데도 학교와 사회의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서울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m³당 106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치솟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을 나타내며 6일째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이런 와중에도 일부 학교에선 학생들의 야외활동을 방치하거나 물청소 등 기본 매뉴얼도 지키지 않는 사례가 속출해 학부모들의 원성이 쏟아졌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 씨(43)는 “야외 수업 금지 조치를 내렸다는데 아들이 밖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왔다”며 “지키지도 않을 ‘미세먼지 대응 매뉴얼’이 무슨 소용이냐”고 말했다. 교실 내부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전국 중고교 교실 10곳 중 7곳에는 아직 공기정화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박모 씨(33·경기 고양시)는 “5∼6시간씩 생활하는 교실 안 미세먼지 농도가 m³당 100μg이 넘는데도 공기청정기가 한 대도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말했다. 교육부의 학교 미세먼지 정보 공시도 부실투성이였다. 교원 수, 위생 현황 등 학교의 모든 정보를 공시하는 플랫폼인 ‘학교알리미’에 학교별 실내 미세먼지 수치가 공개돼 있지만 초미세먼지 정보가 아예 없다. 미세먼지(PM10) 자료는 공개돼 있지만 1년에 단 하루, 언제 측정한 것인지도 모르는 수치가 올라와 있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유라·강은지 기자}

최악의 미세먼지가 학교 풍경마저 바꾸고 있다. 서울 삼양초등학교는 미세먼지를 피하기 위해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체육수업을 마련했다. 또 5일 아이들의 건강을 우려한 학부모들은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학교를 찾아 미세먼지 농도를 점검하기도 했다. 최악의 미세먼지가 덮친 5일 오전 9시 서울 강북구 삼양초는 이날 새로 입학한 1학년생들을 학교 내 실내 체육공간인 ‘VR스포츠실’로 안내했다. 100m² 규모의 VR스포츠실 한쪽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돼 있었다. 메인 컴퓨터에서 어떤 스포츠를 할지 선택하면 스크린에 관련 스포츠 영상이 나왔다. 시중에 있는 ‘스크린골프장’과 비슷한 형태다. 센서가 학생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스크린에 구현한다. 실제 축구공을 놓고 발로 스크린으로 차거나 양궁 화살을 쏘면 골이 들어가거나 과녁에 꽂히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VR스포츠실’에서 축구, 양궁, 소프트볼 등 각종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최현섭 삼양초 교장은 “지난해 초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이 공간을 만들었다”며 “미세먼지 속에서 야외활동을 할 수 없지만 체육시간을 손꼽아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해 설치했다”고 말했다. 재학생 차해인 양(9)은 “밖에 나가면 마스크를 쓰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불편한데 이곳에선 맘껏 뛰어놀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이달 내내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것을 예상해 학급별 이용시간도 미리 배분해놓았다. 또 이날 실내 공기질을 걱정하는 학부모들은 소형 미세먼지 측정기를 들고 학교를 찾아 교실과 복도, 강당 속 미세먼지 농도를 살피기도 했다. 지역 맘카페에는 “우리 애 학교 교실 안 초미세먼지가 m³당 10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이 넘는다”며 측정기 인증샷과 함께 올라온 글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를 등교시킨 뒤 학교 주변을 맴돌며 창문을 열어두었는지를 관찰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미세먼지 단계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가지고 있고, 서울시교육청도 5일 오전 실외수업을 자제하고 학사일정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각 학교에 내렸지만, 학부모들은 “미온적 대응”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세종시에 사는 한 학부모는 “어제(4일) 미세먼지 농도가 심각했는데 교육청 페이스북에는 야외활동을 하는 어린이 사진이 게재돼 있었다”며 “그만큼 교육당국이 미세먼지 문제에 둔감하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휴업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학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행 규정상 교육당국이 일괄적으로 미세먼지로 인한 휴업이나 단축수업을 강제할 수 없다.조유라 jyr0101@donga.com·김수연 기자}

《“그냥…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거예요.”유고은 씨(19·여)는 학창 시절 반장이었다. 유 씨가 반장 선거에 출마한 건 취직 때문이었다. 그가 다니던 특성화고에서는 교사가 써 주는 추천서가 취직에 꼭 필요했다. 교사와 친하게 지내는 학생이 좋은 추천서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유 씨는 담임선생님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추천서를 작성해 주는 사람이니 항상 잘 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원서를 쓰고 난 후에는 관계가 서먹해졌다. 유 씨는 “원서를 내고도 계속 친하게 지낼 이유가 없었다”고 고백했다.》2000년생은 인간관계에서 계산이 빠르다. 어른을 대하거나 친구를 만날 때도 실리를 중시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인(人)코노미스트’라고 부른다. ‘사람(人)’과 ‘이코노미스트(economist·경제 전문가)’를 합친 말로, 사람을 만나 감정과 시간을 들여 얻는 이익이 자신이 혼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큰지를 따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2000년생, 필요 없어진 관계는 ‘손절’ “요즘 애들은 가면 쓴 것 같아요.” 서울 A고교에서 근무하는 조모 교사(58)는 요즘 아이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조 씨는 ‘아이들에게 교사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자조한다. “대입이란 필요 때문에 억지로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2000년생은 불만을 직접 표시하지도 않는다. 감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입사한 변지수 씨(19·여)는 고교 시절 교사로부터 급식 줄을 잘못 섰다는 이유로 크게 혼난 기억을 떠올렸다. 변 씨는 “줄을 잘못 선 게 아니었기 때문에 억울했다”면서도 “그래도 선생님께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교사와 얼굴 붉혀 좋을 일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들은 감정 정리도 혼자 한다. 경기지역 A고교 김모 교사는 언제나 웃으며 자신을 대하던 제자가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학생부에 무슨 멘트를 쓸지 얘기했는데도 안 넣어줬다. 대학 떨어지면 선생 책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 씨는 “언제나 웃으며 ‘네’라고 답하던 제자여서 더 놀랐다”면서 “직접 얘기했으면 오해를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2000년생은 필요가 적어진 관계는 쉽게 ‘손절’한다. 제2외국어 등 ‘비수능’ 과목 교사들은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학생부 제출이 마감되는 3학년 1학기 이후에는 ‘찬밥’ 취급을 받는다. 이전까지는 밝게 인사하던 아이들이 2학기부터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북의 모 대학에 진학한 강병민 씨(19)는 “학생부 제출이 끝나니 더 이상 선생님에게 거짓으로 친하게 대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정보와 취향 공유 X세대 등 이전 신세대는 ‘피 끓는’ 스무 살 때 만난 친구와의 우정과 연대감을 무척 중시했다. 하지만 언제든 온라인으로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2000년생은 다르다. 이들은 마음 맞는 친구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다는 그럴 필요가 없는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즐긴다. 인간관계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동영상인 ‘브이로그’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2000년생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전 신세대가 친구들과 모여 함께 공부했다면 2000년생들은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한 브이로그를 틀어놓고 공부한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박성은 씨(19·여)는 “시간을 내고 장소를 정하고, 친구를 만나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영상 속 모습을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에 사는 문모 씨(19)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TV로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본다. TV로 보면 가족이든 친구든 옆에 있는 사람과 자꾸 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 씨는 “누가 말 거는 게 귀찮다”며 “혼자 영상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리를 중요시하는 2000년생의 특성이 인간관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을 구분해 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2000년생의 이런 특징은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에 적합한지’를 자주 생각하는 과정에서 개성이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2000년생은 ‘소량 품질생산’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라며 “각자에게 맞는 개성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 [소통&20]‘취조’하듯 쏟아내기보다 SNS처럼 주고받는 대화를 ▼Q. 2000년생 조카와 친해지고 싶어서 이것저것 묻고 관심을 표현하는데, 그럴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정(情)이 안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40대 직장인 장모 씨)A. 2000년생은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겪은 탓에 사람을 사귀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까지 효율적으로 쓰려는 심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대는 불편한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차라리 혼자를 택합니다. ‘혼밥’이 대표적이죠.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을 접한 ‘모바일 네이티브’인 이들은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별로 외로워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소통하고 즐길 거리가 충분하거든요.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조언했어요. “기성세대가 온라인은 피상적이라고 얘기해봤자 별 의미가 없죠. 이들에겐 온라인은 실제 존재하는 현실 그 자체예요. 기성세대도 온라인 소통 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모든 소통이 상호적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이고 유튜버들도 시청자들과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죠. 여기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대화하자면서 이것저것 캐물으며 자기 말만 늘어놓으면 ‘꼰대’로 찍히기 십상이죠. 기성세대는 먼저 자신들의 표현 방식이 요즘 세대에겐 부담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취업 준비는 잘되니’ ‘연애는 하니’와 같은 질문은 의도가 선해도 ‘취조’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요즘 세대들도 기성세대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 노력해야 합니다. 설사 직장 상사가 꼰대일지라도 꼰대의 방식대로 소통하려고 애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불쑥 ‘교수님 밥 먹어요’라고 얘기하거나, 격식 없는 이메일을 받으면 여전히 낯설지만, 먼저 다가와 호감을 표현하는 그들의 방식으로 이해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가 강조한 해법은 ‘진정한 대화’예요.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져서 자꾸 질문하는데 그러면 안 돼요. 대화에 능숙하지 않다면 운동, 이벤트처럼 몸으로 함께 활동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세요.” ※ 동아일보는 2000년생이 부모나 교수, 선배 등 기성세대와 사회에 하고 싶은 한마디를 듣기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open.kakao.com/o/gysTE7gb)을 개설합니다. 카카오톡 검색창에서 ‘2000년생 한마디 발언대’를 검색하면 됩니다. 누구나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 ▽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그냥… 선생님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 거예요.” 유고은 씨(19·여)는 학창 시절 반장이었다. 유 씨가 반장 선거에 출마한 건 취직 때문이었다. 그가 다니던 특성화고에서는 교사가 써 주는 추천서가 취직에 꼭 필요했다. 교사와 친하게 지내는 학생이 좋은 추천서를 받을 확률이 높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유 씨는 담임선생님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하지만 자기소개서 첨삭이나 추천서를 작성해 주는 사람이니 항상 잘 보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원서를 쓰고 난 후에는 관계가 서먹해졌다. 유 씨가 먼저 다가가 말을 붙이는 모습도 사라졌다. 유 씨는 “원서를 내고도 계속 친하게 지낼 이유가 없었다”고 고백했다. 2000년생은 인간관계에서 계산이 빠르다. 어른을 대하거나 친구를 만날 때도 실리를 중시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인(人)코노미스트’라고 부른다. ‘사람(人)’과 ‘이코노미스트(economist·경제 전문가)를 합친 말로, 사람을 만나 감정과 시간을 들여 얻는 이익이 자신이 혼자서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큰지를 따지는 사람을 가리킨다.● 2000년생, 필요 없어진 관계는 ’손절‘ “요즘 애들은 가면 쓴 것 같아요.” 서울 A고교에서 근무하는 조모 교사(58)는 요즘 아이들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많다. 조 씨는 ’아이들에게 교사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자조한다. “대입이란 필요 때문에 억지로 교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아이들이 많아요.” 2000년생은 불만을 직접 표시하지도 않는다. 감정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올해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 입사한 변지수 씨(19)는 고교 시절 교사로부터 급식 줄을 잘못 섰다는 이유로 크게 혼난 기억을 떠올렸다. 변 씨는 “줄을 잘못 선 게 아니었기 때문에 억울했다”면서도 “그래도 선생님께 웃으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교사와 얼굴 붉혀 좋을 일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들은 감정 정리도 혼자 한다. 경기지역 A고교 김모 교사는 언제나 웃으며 자신을 대하던 제자가 쓴 일기장을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학생부에 무슨 멘트를 쓸지 얘기했는데도 안 넣어줬다. 대학 떨어지면 선생 책임‘이라고 적혀 있었다. 조 씨는 “언제나 웃으며 ’네‘라고 답하던 제자여서 더 놀랐다”면서 “직접 얘기했으면 오해를 풀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2000년생은 필요가 적어진 관계는 쉽게 ’손절‘한다. 제2외국어 등 ’비수능‘ 과목 교사들은 대학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학생부 제출이 마감되는 3학년 1학기 이후에는 ’찬밥‘ 취급을 받는다. 이전까지는 밝게 인사하던 아이들이 2학기부터는 복도에서 마주쳐도 인사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북의 모 대학에 진학한 강병민 씨(19)는 “학생부 제출이 끝나니 더 이상 선생님에게 거짓으로 친하게 대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익명으로 정보와 취향 공유 X세대 등 이전 신세대는 ’피 끓는‘ 스무 살 때 만난 친구와의 우정과 연대감을 무척 중시했다. 하지만 언제든 온라인으로 친구관계를 맺을 수 있는 환경에서 태어난 2000년생은 다르다. 이들은 마음 맞는 친구를 찾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보다는 그럴 필요가 없는 온라인을 통해 관계를 즐긴다. 인간관계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다른 이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동영상인 ’브이로그‘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2000년생들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전 신세대가 친구들과 모여 함께 공부했다면 2000년생들은 공부하는 모습을 촬영한 브이로그를 틀어놓고 공부한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박성은 씨(19)는 “시간을 내고 장소를 정하고, 친구를 만나 에너지를 소비하기보다는 영상 속 모습을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경기 군포에 사는 문모 씨(19)는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TV로 보지 않고 스마트폰을 통해서만 본다. TV로 보면 가족이든 친구든 옆에 있는 사람과 자꾸 말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문 씨는 “누가 말 거는 게 귀찮다”며 “혼자 영상에 집중하고 싶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리를 중요시하는 2000년생의 특성이 인간관계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실적으로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과 ’안 되는 사람‘을 구분해 대한다는 것이다. 반면 2000년생의 이런 특징은 개인의 특성을 존중하는 장점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에 적합한지‘를 자주 생각하는 과정에서 개성이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2000년생은 ’소량 품질생산‘의 시대를 사는 아이들”이라며 “각자에게 맞는 개성을 발휘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현실주의자’ 2000년생과 친해지려면?▼Q. 2000년생 조카와 친해지고 싶어서 이것저것 묻고 관심을 표현하는데, 그럴수록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정(情)이 안 가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40대 직장인 장모 씨)A. 2000년생은 실리를 추구하는 ‘현실주의자’입니다. 치열한 경쟁을 겪은 탓에 사람을 사귀는 데 소모되는 시간과 감정까지 효율적으로 쓰려는 심리가 크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대는 불편한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차라리 혼자를 택합니다. ‘혼밥’이 대표적이죠.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모바일 인터넷을 접한 ‘모바일 네이티브’인 이들은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아도 별로 외로워하지 않습니다. 온라인에서도 소통하고 즐길 거리가 충분하거든요.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렇게 조언했어요. “기성세대가 온라인은 피상적이라고 얘기해봤자 별 의미가 없죠. 이들에겐 온라인은 실제 존재하는 현실 그 자체에요. 기성세대도 온라인 소통 방식에 주목해야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모든 소통이 상호적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물론이고 유튜버들도 시청자들과 실시간 댓글로 소통하죠. 여기에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대화하자면서 이것저것 캐물으며 자기 말만 늘어놓으면 ‘꼰대’로 찍히기 십상이죠. 기성세대는 먼저 자신들의 표현 방식이 요즘 세대에겐 부담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취업 준비는 잘되니’ ‘연애는 하니’와 같은 질문은 의도가 선해도 ‘취조’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요즘 세대들도 기성세대에 대한 편견을 버리려 노력해야 합니다. 설사 작장 상사가 꼰대일지라도 꼰대의 방식대로 소통하려고 애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불쑥 ‘교수님 밥 먹어요’라고 얘기하거나, 격식 없는 이메일을 받으면 여전히 낯설지만, 먼저 다가와 호감을 표현하는 그들의 방식으로 이해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가 강조한 해법은 ‘진정한 대화’예요. “대화는 말이 아니라 감정을 주고받는 겁니다. 나이가 들면 말이 많아져서 자꾸 질문하는데 그러면 안 돼요. 대화에 능숙하지 않다면 운동, 이벤트처럼 몸으로 함께 활동하는 기회를 만들어보세요.” 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김은지기자 eunji@donga.com김호경기자 kimhk@donga.com}

올해 연세대에 입학한 신입생 전효민 씨(19·여). 명문대에 입학해 세상이 ‘핑크빛’으로 보일 1학년 새내기지만 그에게는 ‘트라우마’가 있다. 그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일대를 지날 때면 소름이 돋는다. 중학생 때부터 대입 수시 컨설팅까지 대치동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공부에 매달렸기 때문이다. 전 씨에게 그곳은 ‘사교육에 미쳐 있던’ 공간이었다. 그렇게 힘든 수험생활을 마치고 명문대에 입학한 그의 꿈은 무엇일까. 기성세대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 전 씨는 ‘평범하게 살고 평범하게 돈 벌고 평범하게 죽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전 씨는 취업률을 살피며 전공을 선택했고, 졸업 후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고 꼽을 정도로 적당히 ‘때’도 묻었지만 ‘먹고살기 힘들지 않을 정도만 벌면 된다’고 할 정도로 현실적이다. 전 씨는 경쟁을 거치며 남들과 다른 ‘튐’이 얼마나 피곤하고 어려운지를 일찍 깨달은 것뿐이다. 그는 그렇게 무난함을 추구하는 ‘무나니스트’(무난’과 사람을 뜻하는 ‘ist’의 합성어)가 됐다. 2000년생들 사이에 유행어다.○ “앞서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무난함이 좋아” 4일 전국 대학에서 열린 입학식은 2000년생에게는 사회 전면에 나서는 신고식이었다. 가장 꿈이 큰 스무 살, 새로운 출발점에 섰지만 취재팀이 만난 2000년생의 목표는 당찬 포부보다는 ‘무난함’에 가까웠다. 기성세대는 ‘패기 없다’ ‘꿈이 작다’고 꾸짖겠지만 이들은 ‘부모만큼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은 것뿐’이라고 항변한다. 재수생 조예원 씨(19·여)의 어머니는 의사다. 조 씨는 “부모님 덕분에 대치동에 살았고 명문고를 졸업했다”면서도 “일과 가정에 모두 헌신한 어머니를 존경하지만 그렇게 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넉넉해도 바쁜 삶은 싫고 자기가 만족하는 무난한 삶이 더 행복하다는 것이다. 조 씨는 꿈이 있었다. 무대에 오르는 꿈을 꾸며 고교 1학년 때 연예기획사에 들어갔던 적도 있지만 ‘스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소수라는 걸 어린 나이에 알았다. 그는 한때 꿈을 좇았던 것을 후회한다. 조 씨는 “3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서울 중위권 대학을 노리고 입시를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수 중앙고 교사는 “요즘 세대의 꿈에서 기성세대가 말했던 정치인, 장군 같은 큰 목표는 사라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마케팅 전문가들에 따르면 2000년생의 문화도 ‘평타’(기본을 의미하는 게임 용어)를 최선으로 여긴다. ‘롱패딩족’이 대표적이다. 선배 격인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에서도 바람막이나 패딩 점퍼가 유행하긴 했지만 머리부터 무릎 아래까지 하나의 색으로 덮어 버리진 않았다.○ 적응 잘하는 ‘인싸’가 되고픈 세대 이런 심리는 2000년생 사이의 유행어인 ‘인싸’에 투영됐다. ‘인사이더’를 의미하는 인싸는 무리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아싸(아웃사이더)’의 상대적 의미다. 취재팀과 취업정보업체 ‘캐치’가 2000년생 142명에게 물은 결과 87명(61.3%)이 ‘스스로 인싸라고 여기거나 인싸를 지향한다’고 답했다. 인싸는 이전 신세대 사이에 자주 등장했던, 공부도 잘하면서 놀기도 잘하는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나 ‘엄친딸’과 다르다. 지난달 특성화고를 졸업하고 취업한 유고은 씨(19·여)는 인싸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인싸의 조건은 오직 하나, 성격이에요. 친구들 얘기에 리액션과 공감을 잘해주고 유행에 민감하면 됩니다.” 2000년생의 부모 세대인 X세대(1965∼1980년생)는 신세대답게 남들과 ‘다름’을 추구했다. 다름은 타인보다 뛰어난 우수성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했고 성공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2000년생은 노력해 얻은 ‘다름’으로 우수해져도 성공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외환위기 직후에도 7∼8% 정도이던 청년(15∼29세)실업률이 2000년생이 중학교 2학년이던 2014년 9.0%가 됐다. 이들이 고교 입시와 대입을 거쳐 진로를 결정할 무렵 청년실업률은 9%를 넘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이 만연한 사회 분위기에서 2000년생이 꿈보다 현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연하다”며 “정부와 사회는 2000년생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 무나니스트 :: ‘무난’과 ‘사람’을 나타내는 접미사 ‘ist’의 합성어. 무난함을 추구하는 사람이란 뜻. :: 인싸 :: ‘인사이더’의 줄임말. 자신이 속한 무리 안에서 여러 사람과 잘 어울리는 이를 뜻함 :: 아싸 :: ‘아웃사이더’의 줄임말. 무리에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뜻함. ▼[소통&20]패기 불어넣으려면? 도전실패 불이익 없는 환경 조성을 ▼Q. 요즘 갓 입사한 2000년생은 시키는 일은 열심히 하는데 열정과 도전정신은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어떻게 대해야 할까요.(중견기업 임원 50대 김모 씨)A. 2000년생을 포함한 요즘 세대는 세월호 참사,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사회에 대한 신뢰를 쌓지 못했습니다. 믿을 건 자신과 부모뿐이며 학교나 회사가 자신을 지켜주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뒤통수를 맞을 때를 대비하죠.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홍택 씨는 이런 특성을 가리켜 ‘고슴도치증후군’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올 초 SK하이닉스가 사내 벤처를 독려하기 위해 “사업화에 실패해도 재입사를 보장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습니다. 2000년생이 도전적이길 원한다면 먼저 ‘도전해서 실패해도 불이익이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필요합니다. 요즘 세대가 긴 글 읽기는 버거워하지만 말하고 듣는 능력은 훨씬 뛰어나다는 게 고교 교사들의 공통된 진단입니다. 조덕연 동두천외고 교사는 “수학여행지를 정할 때 시키지 않아도 기획안을 만들어 투표에 부칠 만큼 관심사에는 적극적으로 행동한다”고 말합니다.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초반인 제일기획 자회사 ‘펑타이코리아’의 ‘이달의 책’ 행사는 흥미를 유발해 변화를 이끈 대표적 사례입니다. 회사는 독서를 장려할 방법을 고민하던 차에 매달 직원들이 돌아가며 책을 직접 추천하고 추첨을 통해 책을 공짜로 증정하기로 했습니다. 책을 보고 독후감을 쓰라는 식의 ‘꼰대’기는 쫙 뺐습니다. 그랬더니 추첨에서 탈락한 직원들이 자비로 책을 구입했다고 합니다. 김동일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는 기성세대에게 ‘관점의 전환’을 주문합니다. “‘수학의 정석’으로 배운 사람들이 보면 요즘 애들이 수학을 못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발표는 과거보다 더 잘하거든요. 세대 차이를 ‘세대 역량’으로 전환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 ▽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4일 오후 개학 연기를 전격적으로 철회했지만 학부모들은 이날 아침부터 혼란스러운 하루를 보냈다. 평소라면 원아들이 새로운 유치원 반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웃음꽃을 피워야 하는 날이지만 개학 연기 소식을 듣고 항의하러 온 학부모 등으로 시끄러웠다. 이날 오전 서울 동대문구 A유치원에 아이 손을 잡고 온 한 학부모는 원장에게 “유치원을 다른 곳으로 옮길 거니까 퇴원시켜 달라”고 소리쳤다. A유치원은 서울시교육청이 홈페이지에 올린 ‘개학 연기 유치원 현황’에는 무응답 유치원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에게는 1일 문자로 개학 연기를 통보했다. 화가 난 학부모들은 전화를 걸었지만 번호는 착신이 금지된 상태였다. 직접 달려온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교사들은 “학부모님의 항의 전화가 너무 많아 원장님을 바꿔 줄 수 없다”고만 반복했다. 개학을 미루고 자체돌봄은 운영하기로 한 곳도 학부모가 불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셔틀버스를 운영하지 않아 아이를 직접 등·하원시켜야 해서였다. 개학을 무기한 미루겠다고 공지한 서울 강남구 B유치원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정문에 택시가 기다리고 있어서 바로 가야 한다”며 아이를 들여보내고 바로 출근했다. 오후에 손녀를 데리러 온 한 할머니는 “왼쪽 다리 관절염이 심해 잘 걷지도 못하는데 셔틀버스 운영을 안 한다고 해서 송파구에서 전철을 타고 왔다”고 말했다. 개학 연기를 갑자기 철회한 경우에도 학부모들은 혼란을 겪었다. 부산 남구의 한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는 “개학이 연기된다고 해서 어제 이웃에 어렵게 아이를 봐달라고 부탁했는데 새벽에 갑자기 아이를 보내라고 해 급하게 달려왔다. 연휴 내내 애타게 만들고 뭐 하는 짓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유치원에 대한 신뢰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두 아이를 유치원에 입학시키려던 한 학부모는 “일방적인 개학 연기 통보와 연락이 되지 않을 거라는 문자 내용을 보고 유치원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며 “아이가 사립유치원을 다니는 이상 오늘 같은 불안한 일이 반복될 것 같아 입학 취소 및 환불 요청 문자를 담임교사에게 보냈다”고 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돌봄 공백을 방지하겠다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헛발질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과 서울북부교육지원청은 도봉구 D유치원에 시정명령서를 전달하겠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원장이 줄곧 전화와 문자에 응하지 않아 개학 연기에 동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치원을 방문한 장학사는 “오는 중에 ‘유치원 원장이 개학 연기를 철회하겠다고 한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문이 닫혀 있다”며 문에 시정명령서를 붙이고 돌아갔다. 하지만 본보가 확인한 결과 D유치원은 올해 신입 원아를 모집하지 못해 휴원한 곳이었다. 애초에 개학을 하는 유치원이 아닌데 교육청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시정명령서를 붙인 것이다. 최예나 yena@donga.com·조유라·김재희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2022년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서울시 고교학점제 운영계획’을 3일 발표했다. 하지만 고교학점제에 반대하는 교사가 찬성하는 교사보다 많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시교육청은 서울지역 고교에서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을 전면 실시하고 이에 필요한 재정적, 행정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은 학생들이 진로와 희망에 맞춰 교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16년 2학기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을 처음 도입한 시교육청은 지난해 관내 263개 고교를 고교학점제 연구·선도학교로 지정해 이 교육과정을 적용했다. 이번에 발표한 운영계획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올해 서울지역 고교에서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을 전면 실시하기 위해 올 1학기 68개 고교에 강사채용비 36억 원을 지원한다. 극소수 학생이 원하는 과목도 온라인형 강좌로 개설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창의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한 교실인 ‘꿈담 학습카페’도 40곳 이상 조성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학교 현장과의 온도 차다. 시교육청이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교원 1461명 응답)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36.1%로 찬성(25.9%)보다 많았다. 대입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 현장에서 학점제를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고, 진로를 정하지 못한 학생이 많은데 무턱대고 시행하는 것은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고교학점제를 잘 알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34%나 됐다. 시교육청이 2년간 운영해 온 개방형 선택교육과정에 대한 반응도 냉랭했다. ‘개방형 선택과정으로 학생들의 태도가 이전보다 활기차고, 교사들의 자존감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 교사 중 35.6%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동의한다’는 의견은 32.1%에 그쳤다.김수연 sykim@donga.com·조유라 기자}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예고한 사립유치원의 무기한 개학 연기가 4일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교육부 조사에서 전국 3875개 사립유치원 가운데 381곳(9.8%)이 개학연기 투쟁에 참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유총은 “자체 조사 결과 1533곳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측이 밝힌 개학 연기 참여 수치가 최대 4배 이상 차이 나는 상황에서 개학 연기를 둘러싼 학부모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유총은 3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계속 대화를 거부하면 개학 연기는 물론이고 폐원 투쟁도 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한유총은 이날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 시스템)을 수용하겠다며 대화를 요청했음에도 교육부가 사립유치원을 참살하려 한다”며 “단, 교육부가 한유총과의 대화를 받아들일 경우 개학 연기를 철회할 용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화를 원한다면서 폐원 투쟁을 언급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학생과 학부모를 볼모로 한 불법 투쟁을 강행할 경우 엄단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화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서울 경기 인천의 시도교육감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4일 개원하지 않는 유치원에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5일에도 미개원 시 즉시 고발조치할 것”이라며 “한유총에 대한 설립허가 취소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개학일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주말 내내 이어진 혼란에 불안감을 호소했다. 시도교육청별로 공개된 개학 연기 유치원 명단을 확인하고, 지역별 맘카페를 통해 유치원 측에서 받은 개학 연기 문자를 공유하기도 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2일부터 개학 연기 유치원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긴급돌봄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해당 학생들은 거주지 인근 국공립유치원 등에 수용된다.임우선 imsun@donga.com·조유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