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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환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부하 직원에게 폭언 등을 했다는 혐의로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요청안이 접수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이달 초 유사한 의혹을 받아 중징계가 요청된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에 이어 또 한 명의 대사가 귀임 조치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에 따르면 도 대사는 공관의 부하 직원에게 폭력적 언사를 하는 등 이른바 ‘갑질’ 의혹으로 외교부 자체 감사를 받았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도 대사는 공관 행사를 준비할 때 한국산 식자재를 구매한 것처럼 영수증을 꾸미고 현지산을 사용해 식자재 구입비를 부풀린 데 이어 청탁금지법도 위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가 중징계 의견을 제출함에 따라 도 대사는 파면이나 해임 또는 강등이나 정직 등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 대사는 주중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고시 29회 출신인 도 대사는 대통령경제수석실 행정관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산업기반실장 등을 지낸 뒤 지난해 2월 부임했다. 김 대사에 이어 도 대사까지 귀임되면서 특임 공관장에 대한 준법 의식과 소양 교육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사도 외교관 출신이지만 삼성에서 일하다 임명된 특임 공관장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 맞대응을 자제하며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현지 시간) 폭스뉴스, ABC, CBS 등 3개 방송사와 진행한 연쇄 인터뷰에서 북한의 발사체 발사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보였다. 북한이 결정적 선을 넘은 것은 아닌 만큼 기존 ‘제재 외교’ 틀 안에서 북한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ICBM은 아니다”며 톤다운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발사체에 대해 ‘미사일’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그것들(they)’ ‘단거리(short-range)’ 등으로 표현했다. 그는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중장거리 미사일은 아니란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약속을 파기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그는 ABC방송에서도 “(북한 발사가) 국제적 경계선을 넘은 것은 아니다. 북한 동해에 떨어져 한국 미국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정권이 자신들의 외교 성과로 집중 부각해온 북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이 유지되고 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비핵화 협상 재개에 대한 강한 희망도 피력했다. 그는 CBS방송에 “외교를 넘어선 어떤 것에 의지하지 않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믿는다”며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외교’ ‘협상’ 등의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면서 “(대북정책의) ‘다른 경로’로 가기 전에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의 심각한 영양실조 실태를 언급하며 구체적 대북 식량 지원 가능성도 열어 놨다. 실제 지원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대북제재 속에서도 인도적 지원은 가능하다”며 향후 비핵화 협상 추이에 따라 식량 지원을 포함한 경제적 상응 조치가 뒤따를 수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그는 “(북한 지도층의) 돈이 (군사적 목적이 아닌) 자국 주민들을 돌보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아) 너무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北의 추가 도발 빌미” 지적도… 트럼프, 아베와 통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이 오히려 북한의 추가 도발 여지를 남겼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ICBM만이 모라토리엄의 대상이자 대북제재의 핵심’이라고 일종의 선을 그어 북한에 저강도 도발을 이어갈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대화가 멈춰진 틈을 타 북한 군부가 그간 점검하지 못했던 재래식 무기 및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키려 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날 CNN에 4일 발사 당시를 포착한 위성사진을 제공한 미 싱크탱크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프로그램 소장도 현 상황이 2006년 북한이 모라토리엄을 깼을 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CNN에 “당시에도 북한은 기술적으로 협정을 위반하지 않는 단거리 미사일부터 발사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점차 강한 것으로 가기 위한 고전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6일 전화 통화를 갖고 북한 발사체와 관련한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두 정상은 미일 간 긴밀하게 연대해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아베 총리와 북한 문제에 관해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한기재 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며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핵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 볼 것”이라며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이어나갈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 CBS방송 및 폭스뉴스 등 3개의 방송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미국 정부의 이런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발사체들이) 그 어느 국제 경계선도 넘지 않은 채 북한의 동쪽 바다에 떨어졌고,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ICBM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모라토리엄)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 외에 다른 방법에 기대지 않고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력을 쓰지 않고 핵무기를 없애고 검증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인터뷰 내용 곳곳에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선해’(선의로 해석)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BC ‘디스위크’에 출연해선 “(북한의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단거리용(relatively short range)”이라고 밝혔고, 발사체가 ICBM이 아니라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전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쏘긴 쐈는데 자기네(북한) 영해 안에서 왔다 갔다 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건 미국도 일을 키울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그러나 북한의 추가 도발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ICBM만이 모라토리엄(동결)의 대상이며, 대북 제재의 핵심이라고 선을 그은 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을 시험에 들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운운하는 ‘경로 변경’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 군부는 앞으로 대화가 멈춰진 틈을 타서 그동안 점검하지 못했던 재래식 무기나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도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로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반응을 정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과거 패턴을 재현하는 듯한 추가 도발을 한다면 엄중히 경고해야겠지만, 자칫 호들갑을 떨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안전보장 프레임으로 확장해서 나올 경우 한미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대화 재개의 불씨가 살아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ABC와의 인터뷰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가졌느냐는 질문에 ”대화는 있었다“고 답했다. 또 ”앞으로 몇 주 동안 활발히 대화할 수 있게 돼 대화 진전을 위한 방법에 대해 협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북한으로부터 답변도 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4일 ‘전술유도무기’ 등 단거리 미사일과 방사포 발사로 무력시위를 재개한 가운데 청와대와 국방부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북한이 5일 과시하듯 미사일 발사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할 때까지 정부가 ‘전술유도무기’ 발사 사실을 발표하지 않은 데다 탄도미사일 발사 여부에 대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어서다. 북한의 무력시위 재개로 어렵게 조성한 대화 동력이 훼손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보기 위한 의도적인 ‘로키(low-key)’ 행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사일 발사 추가 발표 안 한 정부 합동참모본부는 4일 오전 9시 24분경 “북한이 9시 6분경 호도반도 일대에서 불상의 단거리 미사일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같은 날 오전 10시 5분경에는 “북한이 9시 6분에서 27분까지 원산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상의 단거리 발사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쏜 무기를 ‘단거리 미사일’이라고 발표했다가 40여 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바꾼 것. 하지만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오전 전날 훈련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전문가들은 북한이 공개한 전술유도무기가 러시아 탄도미사일의 개량형인 ‘북한판 이스칸데르’라는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이 사진까지 공개하면서 (발사체 종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여줬다”며 “바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알려진 단거리 지대지탄도미사일이라 정신이 번쩍했다”고 적었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이날 오후 ‘북한 단거리 발사체 발사 관련 입장’을 내고 “한미 정보 당국이 공동으로 정밀 분석 중”이라며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포함해 240mm, 300mm 방사포를 다수 발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단거리 미사일→단거리 발사체→전술유도무기로 수정해 발표하면서도 이 무기가 유엔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인지에 대해선 분석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 군이 전날 북한의 미사일 추가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것도 논란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간은 4일 오전 10시 전후. 하지만 통상 북한의 도발이 계속 이어질 경우 새로운 상황을 추가 발표해온 군이 이번엔 단거리 미사일 발사 사실에 대해선 북한이 사진을 공개할 때까지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방사포에 비해 훨씬 민감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사실을 숨기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NSC 대신 장관회의 연 靑 “대화 동참 기대” 청와대도 ‘로키’ 대응을 이어갔다. 청와대는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면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아니라 긴급회의”라고 밝혔다. 북한 도발에 빠짐없이 열었던 최고위 안보회의인 NSC를 소집하지 않은 것. 청와대는 2017년 8월 28일 북한의 방사포 발사 때도 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 이어 북한 도발 6시간 24분 뒤인 오후 3시 반경 내놓은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명의의 서면 브리핑에선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조속히 대화 재개 노력에 적극 동참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도발’이나 ‘규탄’ 등의 표현 없이 유감 표명과 함께 대화 재개에 방점을 찍은 것. 청와대는 관계부처 긴급회의 소집 시간 등 구체적인 대응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취임 2주년을 앞두고 대형 악재를 맞은 청와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신임 군 지휘부 업무보고에서 9·19 군사합의 이행을 강조한 가운데 북한이 하루 만에 이를 정면 위배하는 무력시위에 나선 만큼 대북정책 추진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진 상황. 특히 미사일 도발 중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5일 대북특사단과의 면담에서 내놓은 첫 번째 약속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NSC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이제 더는 새벽잠 설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1년 5개월여 만에 도발을 재개한 지 하루 만인 5일 한미 요격을 회피할 수 있는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로 추정되는 전술유도무기 발사 사진 등을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한미를 겨냥한 노골적인 무력시위에 나섰다. 미국이 대북제재 해제 불가 입장을 고수하자 유엔 결의안이 금지하고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를 스스로 공개하면서 ‘대화 중단’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도발수위를 높인 것이다. ○ 유엔 결의 위반 미사일 발사 과시하듯 공개한 北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강원 원산시 북방 호도반도 일대에서 진행한 ‘화력타격훈련’ 사진 20여 장을 공개했다. 북한이 미사일 등 발사체 시험발사 사진을 공개한 것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처음. 특히 북한은 이날 ‘전술유도무기’로 지칭한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화염을 뿜으며 치솟는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을 과시하듯 공개했다. 육안으로 봐도 러시아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와 쌍둥이 같은 이 미사일은 이동식 발사대에 두 발이 장착되는 구조는 물론 미사일 탄두 형상, 날개 등이 사실상 이스칸데르와 같았다. 이스칸데르의 최대 사거리는 내수형인 M형 기준 500km(수출용 E형 280km)다. 4일 발사 당시 240km를 날아간 것으로 알려진 ‘북한판 이스칸데르’가 사거리를 늘릴 경우 한국 전역을 타격 사거리 안에 둘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스칸데르는 한미 레이더망에 잘 포착되지 않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이 어려운 ‘보완형 탄도미사일’. 탄도미사일은 통상 100km 이상 고도로 솟구치는 과정에서 레이더망에 포착되지만 이스칸데르(수출용 기준)는 상승고도가 50km에 불과해 레이더망에 잘 포착되지 않고 하강 시 비행고도도 사드의 최저 요격 범위(40km)를 벗어난다. 더 큰 문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의 엔진 노즐 부분 등을 분석한 결과 고체연료 미사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를 미리 주입해놓을 수 있어 연료 주입 과정에서 한미 감시자산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은 액체연료 미사일과 달리 기습 타격에 한층 유리하다.○ 대남타격 3종 세트로 韓美 동시 압박 북한이 발사한 전술유도무기가 ‘이스칸데르’ 복제품으로 확인되면 탄도미사일 발사를 금지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다. 북한이 무력시위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선택한 것은 통상 유엔 안보리가 1000km 이하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추가 제재를 취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화의 판 자체를 깨지는 않으면서도 미국이 인내할 수 있는 ‘턱 밑’까지 도발 수위를 높여 미국의 양보를 압박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화력타격훈련 참관 후 “고도의 격동상태를 유지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위한 투쟁을 더욱 줄기차게 벌여나가야 한다”며 추가 도발 가능성도 열어 놨다. 북한이 발사한 또 다른 무기인 300mm 및 240mm 방사포는 북한이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할 때 거론되는 핵심 전력. 북한은 사거리상 남한 겨냥이 분명한 데다 요격이 불가능해 선제타격 외에는 막을 방법이 없는 ‘대남 타격용 무기 3종’을 발사하면서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로 북한 편에 서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큰 성과로 내세운 미사일 모라토리엄(동결)에 부분적인 타격을 주며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언제든 그 업적을 빼앗을 수 있음을 보여주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허버트 맥매스터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5일 미국과 동맹국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이라는 선택지를 유지하는 것은 극히 중요하다고 밝혔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이날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미국이 북한의 유사시를 대비한 연합 군사훈련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억지력을 위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견해에 대해 “틀린 해석”이라며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목적은 한미 동맹을 파괴해 무력으로 남북을 통일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맥매스터 전 보좌관은 또 지난해 3월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가 백악관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회담하고 싶어 한다”고 전했을 때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정책의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고 판단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가 언급한 한국 정부 고위급 인사는 지난해 3월 대북특사로 김 위원장을 만나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중단) 약속과 함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받아 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회담 수락 의사를 밝힌 당시 백악관 내부에서도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밝힌 셈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공군이 1일(현지 시간)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탄두를 장착하지 않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미니트맨3’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미 공군 글로벌스트라이크사령부는 이날 오전 2시 42분(한국시간 1일 오후 3시 42분) 미사일이 발사됐으며 6759km를 비행해 마셜제도 목표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성명에서 무기체계의 정확성,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계획한 실험이라고 밝혔지만 북한에 대한 간접적인 경고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 국방부는 이날 북-미 대화 교착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대비 태세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최우선 해법은 외교이며 북한 비핵화는 최우선 목표”라면서도 “미군은 (북한 비핵화 협상의) 외교 실패에 대비한 준비 훈련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올여름까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 응하지 않고 버틸 경우 미국의 대북 정책이 강경 대응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모두가 원하는 것은 ‘굿 딜’(좋은 합의)이며 북-미가 서로 합의된 딜이어야 한다”면서 “북한이 범위를 좀 더 넓혀서 포괄적인 안목을 갖고 사안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날 외교부 내신기자단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앞서 정부가 제안한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이 유효한지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북한과 미국 중 어느 쪽이 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미 간 대화가 멈춘 가운데 북한의 태도 변화가 먼저 필요함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일괄타결 강조 기류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모습이었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방한에 대해 “중요한 대화가 될 것”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8∼10일 서울을 찾아 카운터파트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워킹그룹회의 및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가질 예정이다. 또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이달 하순 한국을 방문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을 하고 있다고 교도통신이 2일 보도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노딜’ 이후 첫 정상외교인 북-러 정상회담 배석자를 외무성 출신들로 채우면서 비핵화 협상 라인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김영철 전 통일전선부장이 문책인사로 모습을 감춘 대신 외무성 라인이 다시 전면에 등장한 것. 장금철 통전부장 체제로 바뀐 통전부 산하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11개월 만에 대남 비난 성명을 내놓으면서 라인업 정비를 마친 북한이 협상 판 흔들기를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확대회담에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배석했다. 리 외무상은 김 위원장의 오른편, 최 부상은 통역을 사이에 두고 김 위원장의 왼편에 자리를 잡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을 포함해 9명을 배석시킨 반면 김 위원장은 리 외무상과 최 부상 단 2명만 배석시켰다. 지금까지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확대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바로 옆자리는 김영철 차지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의 협상 라인업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4일(현지 시간) 김영철 교체에 대한 동아일보 질의에 “북한과 건설적인 협상을 계속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협상 주도권이 대미 강경파인 김영철에서 외무성으로 넘어가는 흐름을 내심 반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외교 소식통은 “국무부의 카운터파트로 통전부가 아닌 외무성이 나서는 것은 나쁘지 않은 변화”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김영철이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협상에서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숙청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 위원장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 역시 러시아 방문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을 두고 김영철과 김여정이 협상에서 막후 역할을 맡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과 김여정이 탤런트 뒤에서 (연출하는) 프로듀서로 바뀌었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통전부 소속 공식 대남 채널인 조평통은 이날 대변인 담화를 통해 훈련 규모를 축소한 한미 연합 공중훈련에 대해 “남조선 당국은 노골적인 배신 행위가 북남관계 전반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조선 당국이 미국과 함께 우리를 반대하는 군사적 도발 책동을 노골화하는 이상 그에 상응한 우리 군대의 대응도 불가피하게 될 수 있다”며 도발 재개 가능성도 시사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의 중요하고 구체적인 비핵화 단계(significant and concrete step) 없이 대북제재 완화를 바탕으로 북-미 간 교착 상태를 타개하고자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크리스 쿤스 미 상원의원(민주당·사진)은 24일 “대북제재 완화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져야 가능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미국 상원 대표단으로 매기 하산 상원의원과 함께 방한한 그는 이날 오후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북제재의 총체적인 목표는 북한이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쿤스 의원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도 미국 의회와 국민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여전히 흥미를 잃지 않았고 핵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 그게 중요한 의제로 논의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종종 시사하는 주한미군 철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러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다자회담인 6자회담 리부트(reboot·재시동)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북-미 협상 교착이 장기화될 우려가 커지자 다자 협상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NHK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고 24일 보도했다. NHK는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미 러시아가 미국과 중국에 이런 제안을 했다고 전했다. 2003년 한미일과 북-중-러가 참여해 가동된 6자회담은 2008년 12월 12차 회담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이후 지난해 북-미가 ‘톱다운’식 양자 대화를 시작하면서 6자회담은 낡은 대화 모델로 치부돼 왔다. 다만 6자회담 체계로는 밀도 있는 비핵화 논의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직 외교 당국자는 “다자 협상은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는 있어도, 문제를 빠른 시간에 해결하기 적합한 체제는 아니다”라며 “다양한 행위자들이 끼게 되면 문제 해결이 지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이 북-미 간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 러시아 등 과거 6자회담 참가국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합의가 이뤄진 뒤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제공하는 과정에선 다자 간 논의가 불가피하다는 차원에서다. 한편 청와대는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는 25일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연방안보회의 서기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일본 외무성이 독도가 일본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2019년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를 23일 각의(국무회의)에 보고하고 확정했다. 올해 외교청서는 한일 관계 부분에서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 한국 정부의 화해·치유재단 해산 방침 발표,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 등을 언급한 뒤 “한국 측에 의한 부정적인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고 기술함으로써 책임을 한국에 전가했다. 또 지난해 외교청서에 있던 “한일 관계에 곤란한 문제도 존재하지만 적절하게 관리를 지속해 미래지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즈시마 고이치(水嶋光一)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도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일 국장급 협의에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일본 정부가 명백히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신나리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이달 중순경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에게 “실무협상을 열자”는 친서를 보냈으나 답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이 북한에 실무협상 개최를 공식 타진한 사실이 알려진 것은 처음이다. 수미 테리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23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9’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실무회담을 열자며 편지를 보냈지만 북한은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북한은 실무협상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국무부 등에 따르면 친서 전달 시점은 11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것으로 전해졌다. 테리 연구원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최선희가 설령 카운터파트가 아니더라도 북한이 대화를 하고 싶다면 누군가 답신을 보내지 않았겠느냐”고도 했다. 앞서 CNN은 20일(현지 시간) 비건 대표 등 미국 협상팀이 북한과의 소통 부족 속에 점점 더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이 다음 달 2일 만료되는 한국 일본 등 8개국에 대한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의 ‘한시적 예외’ 조치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미국 백악관은 22일(현지 시간) 대변인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초 만료되는 제재 유예조치(SRE)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란이 파괴적 행동을 바꿀 때까지 최대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윗에서 “‘최대한의 압박’은 (말 그대로) 최대한의 압박을 뜻한다. 세계 원유 시장은 (이란산 원유 없이도) 잘 돌아간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독자제재를 발표했지만 8개국에 대해 예외를 인정했다. 이번 발표로 이란은 전 세계에 수출길이 끊기게 됐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이란 정규군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 테러 조직 지정과 오늘 발표는 테헤란에 보내는 미국의 분명한 결단”이라며 압박의 고삐를 바짝 조였다. 한국 정부는 24일경 정부 협상단을 워싱턴으로 보낼 것을 검토하지만 예외를 인정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고노 다로 일본 외상도 최근 미일 외교·국방장관(2+2) 회담에서 면제 연장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해 1, 2월 이란산 원유 수입 비중은 5.43%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이 어려워지면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세종=송충현 / 신나리 기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잇따라 강도 높은 말폭탄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 ‘저질’ ‘지저분하다’며 협상 카운터파트에서 빼달라고 요구한 지 이틀 만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매력 없고 멍청해 보인다”고 공격한 것. 북한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둔 채 트럼프 대통령만 제외하고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미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모두 까기’에 나선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린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 “3차 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 간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지 파악하고 말하라”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최 제1부상은 “제 딴에 유모아(유머)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하다가 빗나갔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매력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며 “경고하는데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리 분별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볼턴이 3차 북-미 정상회담 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진정한 신호(real indication)’를 보길 원한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백악관 인사들을 비난하며 협상 주도권을 쥐려 했다. 지난해 5월 김계관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볼턴은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비난했고, 최 부상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조준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해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화 창구 교체 요구에 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나는 여전히 우리 (협상)팀의 책임자”라며 일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공식화한 북한 최고인민회의 이후 대미(對美) 비난 릴레이에 앞장선 북한 외무성이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내고 있다. 18일에는 권정근 미국담당국장이, 20일에는 최선희 제1부상이 각각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두고 비난을 쏟아냈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후 김 위원장의 신뢰를 등에 업은 외무성이 김영철이 이끄는 통일전선부를 제치고 미국과의 핵 협상 헤게모니를 틀어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은 김영철이 주도했다. 전통적인 대미 협상창구였던 외무성은 거들 뿐이었다. 지난해 6월 1차 회담 때도 북핵 수석대표급 실무협상에서 최 부상이 나서긴 했지만 의제를 조율한 건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이었다. 2차 회담에서는 김혁철 국무위원회 소속 대미정책특별대표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상대하면서 ‘외무성 패싱’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외무성이 다시 힘을 쓰게 된 건 하노이 정상회담 직후. 리용호 외무상과 최 부상은 하노이 현지에서 심야 기자회견을 열고 김정은의 ‘입’을 자처했다. 특히 최 부상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위원장의 의중을 전달한 뒤 외무성 제1부상으로 승진하고 국무위 위원으로 발탁됐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아직 통전부가 물러났다는 증거는 없지만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상무조가 외무성을 중심으로 꾸려졌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적으로 외무성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흐름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이 미국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을 상대로 ‘말 전쟁’을 벌이면서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지고 있다. 2월 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별다른 대화 징후도 포착되지 않은 데다 도발적인 언사로 협상 주도권을 취하려는 북한과 이에 꿈쩍 않는 미국이 양보 없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화의 문은 열어 놓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통 큰 결단만 수용하겠다는 북한과 실무협상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미국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참모진 분리전략으로 양보 노리는 북 북한이 18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20일에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연이어 비판한 배경에는 다양한 셈법이 깔려 있다. 그중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과 참모진을 분리하는 이른바 ‘갈라치기’ 전략을 통해 틈새를 벌리겠다는 것이다. CNN도 20일(현지 시간)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에 대한 (북한의) 최근 비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언급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을 핵심 참모진에서 고립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거의 성사 직전까지 갔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를 해제하는 맞교환이 좌절된 데 따른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이끈 장본인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이라는 확신도 나날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한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북한의 최근 비난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15일 평양 기자회견에서 밝힌 트럼프 미 대통령의 ‘스냅백(snapback·제재를 해제했다가 향후 도발 시 복원하는 것)’ 제안을 폼페이오와 볼턴이 엎어버렸다는 불만의 연장선상”이라며 “결국 그 안이 만족스러웠으니 다시 정리해서 갖고 오라는 이야기로 이해된다”고 분석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북한 특유의 특정 인물 회피 내지 분리전략이 전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비난을 받은 협상 상대자도 위축되고 상대국의 내부 결정 과정에도 교란을 일으켜 양보를 끌어내기 쉬워진다”고 말했다. ○ 대화 가능성 축소에 걱정하는 미국 미국은 일단 북한의 말 폭탄에 민감하게 대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 시간) 워싱턴 미일 외교·국방장관회의(2+2)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카운터파트 교체) 요구에 대한 입장이 뭐냐’는 질문에 “변한 것은 없다. 나는 여전히 (협상)팀을 책임지고 있다”고 답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전체적인 (협상) 노력을 책임지고 있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을 계속 이끌어가는 것은 나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라고 강조했다. 볼턴 국가안보보좌관도 ‘매력 없고 멍청해 보인다’ 등 최 제1부상의 공격에 21일 오후까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북-미 대화 재개를 낙관하는 미 고위 인사들의 잇따른 발언에도 불구하고 행정부 내부에서 북한과의 협상 가능성이 희박해지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고 CNN이 20일 전했다. 특히 협상 테이블로의 복귀를 원하는 비건 대표가 북한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에 점점 좌절하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전후 첫 북-러 정상회담이 열리고 북한이 러시아 및 중국과 더 밀착하면 북-미 대화가 더 어려워지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핵심 인사들을 겨냥해 잇따라 강도 높은 말 폭탄을 이어가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대해 ‘저질’ ‘지저분하다’며 협상 카운터파트에서 빼달라고 요구한 지 이틀 만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매력없고 멍청해 보인다”고 공격한 것. 북한이 3차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열어둔 채 트럼프 대통령만 제외하고 대북 협상을 주도하는 미 고위 관계자들에 대한 ‘모두 까기’에 나선 배경을 놓고 관심이 쏠린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은 볼턴 보좌관에 대해 “3차 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 간 어떤 취지의 대화가 오가는 지 파악하고 말하라”고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최 제1부상은 “제 딴에 유모아(유머)적인 감각을 살려서 말을 하느라 하다가 빗나갔는지 어쨌든 나에게는 매력 없이 들리고 멍청해 보인다”며 “경고하는데 앞으로 계속 그런 식으로 사리 분별없이 말하면 당신네한테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볼턴이 3차 북-미 정상회담 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했다는 ‘진정한 신호(real indication)’를 보길 원한다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백악관 인사들을 비난하며 협상 주도권을 쥐려했다. 지난해 5월 김계관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를 통해 “볼턴은 사이비 우국지사”라고 비난했고, 최 부상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겨냥해 “아둔한 얼뜨기”라고 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1차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북한의 대화 창구 교체 요구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시간) “나는 여전히 우리 (협상)팀의 책임자”라며 일축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다음 달 아시아 지역 외교를 담당하는 과(課)들이 모여 있던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15층에 일대 변화가 예고돼 있다. 동북아국(局)에서 한솥밥을 먹던 일본 외교 담당과와 중국 외교 담당과가 외교부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분가(分家)’하는 것. 아세안 국가들을 담당하는 별도의 국도 생긴다. 2007년 아시아태평양국이 동북아국과 남아시아대양주국(현 남아시아태평양국)으로 분리된 지 약 12년 만의 외교부 조직 개편이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아시아 외교 무대에 적응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중국국’ 신설돼 북미국과 ‘투톱’ 외교부는 16일 기존 ‘동북아시아국’(중국과 일본 등)과 ‘남아시아태평양국’(동남아, 서남아시아 등)의 2국 체계를 이번에 3국 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새 조직 개편에 따라 △중국 중심의 ‘동북아국’(일명 중국국)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이 묶인 ‘아시아태평양국’ △아세안 10개 나라 등이 묶인 ‘아세안국’으로 구성된다. 주인공은 단연 동북아국이다. 외교부 내 지역국 가운데 사실상 단일국가를 집중 공략하는 곳은 미국을 주로 담당하는 북미국과 이 동북아국이 유이(唯二)하다. 중국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정부가 대중 외교에 두는 무게를 엿볼 수 있다. 중국국 개설을 필두로 한 외교부 조직 확대 개편 논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지만 한중 수교 25주년이었던 2017년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외교부가 현행 동북아국을 중국국, 일본국으로 확대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부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심화되고, 같은 해 12월 문 대통령의 첫 방중이 홀대 논란과 기자 폭행 사태로 얼룩지자 청와대까지 중국 전담 외교국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과중된 업무를 분산시키자는 취지도 있다. 중국과 일본 업무를 관장해왔던 현 동북아국은 미중일러 4강 외교의 절반을 맡고 있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0·31 사드합의를 이뤄 한중 관계가 봉합 국면이 되자 지난해부터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폐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등 일본과의 대형 외교 현안들이 줄줄이 터졌다. 동북아국 사정에 밝은 전직 외교관은 “국장 한 명이 모든 중국과 일본 외교를 맡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동북아국에는 국장과 그를 보좌하는 심의관 외에 조직편제에도 없는 ‘가심의관’을 두는 등 기형적인 인사구조가 존재했다. 국장이 ‘일본통’이면 심의관은 ‘중국통’인 식으로 책임을 분산했고, 가심의관이 물밑에서 국장을 도와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한 당국자는 “이제까지는 중국과 일본 이슈가 번갈아가며 불거지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한일 외교 이슈가 동시에 터지면 업무 과부하를 견딜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중국은 깊게, 일본은 넓게 보자는 게 목표” 중국과 일본 외교 업무 분리를 통해 현안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외교 강국들도 보통 중국과 일본을 분리해 챙기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실 산하에 중국 담당 부차관보와 한일 담당 부차관보로 나누고 있고, 러시아도 아주1국(중국) 등과 아주3국(일본, 아세안, 오세아니아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영국과 일본도 중국을 별도의 과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동북아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중국을 심층 탐구하고 교역, 역사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비 태세를 갖추는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아시아태평양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태평양 지역 정세를 살피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쉽게 말해 중국은 깊게, 일본은 넓게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지만 아태국 출범은 새로운 대일 외교의 시작점으로도 평가받는다. 기존의 양자 관계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본 업무를 주변 국가들과 연계해 접근하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 때문이다. 일본 외에 호주, 인도 등이 미국의 신(新) 안보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인 만큼 향후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조를 맞추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일 양자 관계가 어려울 때 오히려 다자 체제나 안보 협력처럼 측면 돌파를 모색하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차이나 스쿨’ 기 펴나 이번 조직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차이나 스쿨’이란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중국 업무를 전담하는 동북아국이 출범하면서 중국 전문 외교관 그룹인 ‘차이나 스쿨’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차이나 스쿨은 1992년 8월 한중 수교가 이뤄진 뒤 급속히 성장해왔지만 ‘저팬 스쿨’(일본 외교 전문가 집단)보다 역사가 짧다. 역대 동북아국장의 면면만 살펴봐도 김하중 전 주중대사, 박준용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제외하면 차이나 스쿨을 찾아보기 힘들다. 2017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일본 외교 전문 인력이 동북아시아국장·심의관을 모두 맡는, ‘저팬 스쿨’ 독점 체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였다. 외교부는 이번 중국 외교 전담국 출범으로 차이나 스쿨 육성은 물론 젊은 외교관들의 중국 업무 및 근무 선호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만 8명이 순증한다. 일한 만큼 보상도 확실하다는 것을 젊은 외교관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다음 달 아시아 지역 외교를 담당하는 과(課)들이 모여 있던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15층에 일대 변화가 예고돼 있다. 동북아국(局)에서 한솥밥을 먹던 일본 외교 담당과와 중국 외교 담당과가 외교부 설립 이래 처음으로 ‘분가(分家)’하는 것. 아세안 국가들을 담당하는 별도의 국도 생긴다. 2007년 아시아태평양국이 동북아국과 남아시아대양주국(현 남아시아태평양국)으로 분리된 지 약 12년 만의 외교부 조직 개편이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아시아 외교 무대에 적응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선택과 집중’이 그 안에 담겨 있다.● ‘중국국’ 신설돼 북미국과 ‘투톱’ 외교부는 16일 기존 ‘동북아시아국(중국과 일본 등)’과 ‘남아시아태평양국(동남아, 서남아시아 등)’의 2국 체계를 이번에 3국 체계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새 조직 개편에 따라 △중국 중심의 ‘동북아국’(일명 중국국) △일본과 호주, 인도 등이 묶인 ‘아시아태평양국’ △아세안 10개 나라 등이 묶인 ‘아세안국’으로 구성된다. 주인공은 단연 동북아국이다. 외교부 내 지역국 가운데 사실상 단일국가를 집중 공략하는 곳은 미국을 주로 담당하는 북미국과 이 동북아국이 유이(唯二)하다. 중국의 높아진 위상과 함께 정부가 대중 외교에 두는 무게를 엿볼 수 있다. 중국국 개설을 필두로 한 외교부 조직 확대 개편 논의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도 있었지만 한중 수교 25주년이었던 2017년 본격화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외교부가 현행 동북아국을 중국국, 일본국으로 확대 승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부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심화되고, 같은 해 12월 문 대통령의 첫 방중이 홀대 논란과 기자 폭행 사태로 얼룩지자 청와대까지 중국 전담 외교국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과중된 업무를 분산시키자는 취지도 있다. 중국과 일본 업무를 관장해왔던 현 동북아국은 미중일러 4강 외교의 절반을 맡고 있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0·31 사드합의를 이뤄 한중 관계가 봉합 국면이 되자 지난해부터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폐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 등 일본과의 대형 외교 현안들이 줄줄이 터졌다. 동북아국 사정에 밝은 전직 외교관은 “국장 한 명이 모든 중국과 일본 외교를 맡는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했다. 그래서 동북아국에는 국장과 그를 보좌하는 심의관 외에 조직편제에도 없는 ‘가심의관’을 두는 등 기형적인 인사구조가 존재했다. 국장이 ‘일본통’이면 심의관은 ‘중국통’인 식으로 책임을 분산했고, 가심의관이 물밑에서 국장을 도와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식이었다. 한 당국자는 “이제까지는 중국과 일본 이슈가 번갈아가며 불거지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한일 외교 이슈가 동시에 터지면 업무 과부하를 견딜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 “중국은 깊게, 일본은 넓게 보자는 게 목표” 중국과 일본 외교 업무 분리를 통해 현안에 보다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됐다. 외교 강국들도 보통 중국과 일본을 분리해 챙기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태평양차관보실 산하에 중국 담당 부차관보와 한일 담당 부차관보로 나누고 있고, 러시아도 아주1국(중국)과 아주3국(일본, 아세안, 오세아니아 등)으로 역할을 나눴다. 영국과 일본도 중국을 별도의 과 단위로 관리하고 있다. 새로운 동북아국이 주요 2개국(G2)으로서의 중국을 심층 탐구하고 교역, 역사 문제 등 각종 현안에 대비 태세를 갖추는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아시아태평양국은 일본을 중심으로 태평양 지역 정세를 살피고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데 있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쉽게 말해 중국은 깊게, 일본은 넓게 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왔지만 아태국 출범은 새로운 대일 외교의 시작점으로도 평가받는다. 기존의 양자 관계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본 업무를 주변 국가들과 연계해 접근하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 때문이다. 일본 외에 호주, 인도 등이 미국의 신 안보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국가인 만큼 향후 인도태평양 전략에 보조를 맞추거나 발전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일본 전문가들은 “한일 양자 관계가 어려울 때 오히려 다자 체제나 안보 협력처럼 측면 돌파를 모색하는 것이 건설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차이나 스쿨’ 기 펴나 이번 조직 개편의 최대 수혜자가 ‘차이나 스쿨’이란 평가에는 이견이 없다. 중국 업무를 전담하는 동북아국이 출범하면서 중국 전문 외교관 그룹인 ‘차이나 스쿨’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차이나 스쿨은 1992년 8월 한중 수교가 이뤄진 뒤 급속히 성장해왔지만 ‘저팬 스쿨’(일본 외교 전문가 집단)보다 역사가 짧다. 역대 동북아국장의 면면만 살펴봐도 김하중 전 주중대사, 박준용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제외하면 차이나 스쿨을 찾아보기 힘들다. 2017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일본 외교 전문 인력이 동북아시아국장·심의관을 모두 맡는, ‘저팬 스쿨’ 독점 체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을 정도였다. 외교부는 이번 중국외교 전담국 출범으로 차이나 스쿨 육성은 물론 젊은 외교관들의 중국 업무 및 근무 선호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인원만 8명이 순증한다. 일한 만큼 보상도 확실하다는 것을 젊은 외교관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외교부가 중국 전담국을 신설하고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국을 별도로 분리하는 등 조직을 확대 개편한다. 이에 따라 기존 2국(局) 체제였던 외교부의 아시아 외교 담당 조직은 3국 체제로 확대된다. 외교부는 15일 일본과 중국·몽골 지역을 담당하던 기존 동북아국과 아세안, 서남아시아 지역을 담당하던 남아시아태평양국의 업무는 동북아국, 아시아태평양국, 아세안국으로 확대 개편된다고 밝혔다. 중국·몽골 업무를 분리한 이른바 ‘중국국’은 동북아국의 이름을 물려받는다. 일본(옛 동북아1과) 및 한중일 3국 협력 업무는 서남아·태평양 업무와 합쳐서 ‘아시아태평양국’에서 다루게 된다. 기존 남아시아태평양국은 동남아 국가들을 담당하는 아세안국으로 거듭나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게 된다. 북한산 석탄·석유 환적, 남북 경협마다 이슈로 등장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관련 업무가 폭증하면서 당초 원자력·비확산 외교기획관실 산하도 2개 과에서 3개 과 체제로 확대된다. 과장급 조직이던 원자력 외교담당관실과 군축비확산담당관실에 더해 제재·수출통제팀이 과(課)로 승격되고 인력도 확충된다. 아울러 외교부 직제 시행규칙 개정안으로 북핵, 의전, 국민외교 분야의 실무 직원도 증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