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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국 확대회의는 김일성 주석 시절 주요 현안을 결정하는 기구로 활용됐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유명무실해졌다. 이후 김정일이 사망 직전인 2011년 6월에 당 조직을 정상화하고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로 약 30년 만에 부활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정치국 확대회의는 당 조직 정비, 지도부의 임명·해명 등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개최돼 정책 결정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왔다. 정치국은 상무위원 4명, 정위원 15명, 후보위원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정치국 내 핵심 위원인 상무위원에는 김정은과 북한 내 2인자로 떠오르고 있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들어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북한이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통해 발표한 ‘장성택 일당’의 혐의는 사실상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마치 북한 체제의 모든 부조리와 잘못을 ‘장성택 책임’으로 씌우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전 통일연구원장)는 “혐의가 광범위한 것은 그만큼 장성택이 갖고 있던 권력의 크기가 컸다는 점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혐의는 장성택이 ‘주체철과 주체비료, 주체섬유(비날론) 공업을 발전시키라는 유훈을 관철할 수 없게 했다’는 대목이다. 3가지 주체물질은 북한에 풍부하게 매장된 무연탄을 원료로 자체 생산에 성공함으로써 ‘자력갱생’의 성과로 내세워 온 품목들이다. 하지만 코크스 대신 무연탄을 써서 2009년부터 생산한 주체철이 철강산업에 필수적인 제선, 제강, 연속주조, 압연 공정을 다 거쳤는지, 품질은 어떤지 확인된 바 없다. 2010년 출하를 시작했다고 선전한 주체비료는 잇따른 공장 화재로 생산과 중단을 반복해 왔다. 북한은 주체섬유가 1939년 개발돼 1951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 주체물질 모두 경제성이 떨어져 생산 중단이 불가피해진 것을 장성택 탓으로 돌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특히 ‘국가재정관리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나라의 귀중한 자원을 헐값으로 팔아버린 매국행위’를 지적한 것은 중국에 지하자원 수출을 문제 삼는 것이어서 향후 북-중 경협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내각 중심제, 내각책임제 원칙을 위반했다’는 혐의는 박봉주 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의 권한을 강화하는 경제정책을 위반했음을 뜻한다. 하지만 군부가 여전히 경제활동 수단과 이권사업의 핵심을 쥐고 있고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미림 승마장 등 과시형 사업에 치중하면서 내각 주도 경제개발의 실패는 예견돼 왔다. 이에 따라 2009년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뒤집어씌워 당시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을 총살했듯이 지지부진한 경제정책을 장성택에게 돌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법검찰·인민보안기관의 당적(黨的) 지도를 약화시켰다’는 혐의도 나왔다. 사법검찰과 인민보안부서(경찰에 해당)는 북한 주민 생활 단속의 최일선을 맡고 있는 곳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직접 전국 분주소장(파출소장)회의, 사법검찰일꾼 회의를 소집하고 “불순적대분자를 모조리 색출하라”고 지시하는 등 영도체계 강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조직들이 뜻대로 장악되지 않자 그 책임을 장성택이 부장으로 있던 당 행정부에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적대세력의 반공화국 압살공세에 투항해 계급투쟁을 포기했다’는 표현은 반체제 세력 견제의 단골메뉴. 핵개발조차 미국의 ‘반공화국 적대시정책’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북한에서 외부세력의 압력에 항복해 결탁했다는 혐의는 씻을 수 없는 ‘주홍글씨’나 마찬가지다. 한국 안보부서의 한 관계자는 “가택 수색을 통해 집에 숨겨 놓은 달러 뭉치를 찾아내고 이를 ‘국정원에서 받은 공작금’이라고 혐의를 씌우는 것이 북한식 숙청작업의 상투적 수법”이라고 말했다. 장성택 일당도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가능성이 있다.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주요 인물을 숙청하면 ‘여독(餘毒)청산’이라며 측근들을 숙청해 나간다”며 “장성택의 권력기반이 워낙 광범위하고 깊기 때문에 장기간 측근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성택을 회복불능 상태에 몰아넣기 위해 북한은 도덕적 파렴치한으로 몰아가는 방법도 동원했다.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문은 “장성택은 권력을 남용하고 부정부패 행위를 일삼고 여러 여성과 부당한 관계를 가졌으며 고급식당의 뒷골방에서 술놀이와 먹자판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또 “마약을 쓰고 다른 나라에 병 치료를 가 있는 기간에 외화를 탕진하며 도박장까지 찾아다녔다”고 했다. 북한에서 마약은 ‘인민의 적’, 도박은 ‘인민의 아편(마약)’으로 각각 불리며 강력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혐오대상 취급을 받고 있다. 조숭호 shcho@donga.com·정성택 기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8일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안경을 낀 모습으로 등장했다. 김정은의 안경 낀 모습은 지난해 10월 당 창건 기념 모란봉악단 공연 영상에 처음 나왔다. 지난달 21일 북한 노동신문은 ‘조선인민군 제2차 보위일군(꾼)대회’를 보도하면서 안경을 쓰고 주석단에 앉아 있는 김정은의 사진을 실은 적이 있다. 평소 안경을 쓰지 않는 김정은이 안경을 쓰고 등장한 것을 두고 김정은에게 지적(知的)이고 성실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북한의 계획된 연출이란 관측이 나온다. 북한의 경제 및 개방 정책을 담당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숙청에 대한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이미지 메이킹’ 차원에서 철저히 계산된 모습이란 분석이다. 실제 각국의 독재자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복장은 물론이고 안경, 모자 등 소품을 활용하곤 했다. 정부 일각에선 ‘김일성 따라 하기’의 일환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정은은 2009년 김정일의 후계자로 지목된 때부터 체형과 헤어스타일, 제스처 등에서 김일성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김일성은 생전 거의 모든 공개 활동에서 안경을 썼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에선 최고지도자의 발언, 행동, 모습 등이 아무 의미 없이 즉흥적으로 실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고도의 정치적 포석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정세 변화 등에 치우치지 않고 ‘정속도’(일정한 속도)로 신뢰를 쌓아가는 게 핵심이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 부위원장의 실각에 휘둘리지 않고 한국 정부가 인도적 지원 등 신뢰프로세스에서 약속한 정책을 묵묵히 이행해 나가는 것이 지난 정권의 대북정책과 차별화하는 길이다.” 6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점검하는 ‘북한 사회의 새로운 흐름과 한반도 신뢰의 정치’라는 주제의 학술회의가 열렸다. 이 행사는 북한연구학회와 숭실대가 주최하고 통일부와 동아일보가 후원했다. 최진욱 북한연구학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말하고 “아직까지 구호에 머무르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공감대를 얻으려면 우리 정부가 식량지원과 문화교류 등 할 수 있는 것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북한의 진정성 있는 변화 없이 대화도 없다’는 원칙만 있을 뿐 구체적인 각론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현재 정부는 중국이 적극적으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미국과 북한을 오가면서 협의를 진행하는 과정을 바라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구체적인 3단계를 제시했다. 즉 △‘초보 신뢰 구축 단계’로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를 완화하고 이산가족 상봉을 정례화하며 △‘신뢰 확대 단계’로 장관급 회담 개최와 함께 5·24조치를 전면 해제하고 △‘신뢰 심화 단계’로 정상회담과 군사적인 신뢰 구축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참석자는 “지금은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서는 하나씩 서로 주고받는 ‘포인트 쌓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얻어낸 후 금강산 관광이나 북한에 대한 신규 투자를 금지한 5·24조치 등에서 적극적인 대화 또는 협상의 제스처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일방적으로 개성공단을 폐쇄한 만큼 재발 방지 등 얻을 것은 확실히 받는 원칙을 지키면서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원칙 있는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양무진 교수도 “남북 간 신뢰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임기 내에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해 잘못된 협상을 유도해선 안 된다”며 “이명박 정부 말기처럼 뒤늦게 북한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전철을 밟지 말고 북한에 대한 일관된 입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 내부의 남남갈등은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과 남북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데 한계 요인으로 작용해왔다는 점을 잘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변국과의 외교는 상황에 따른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많았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신뢰프로세스는 주변과의 협력이 핵심”이라며 “미국을 등에 업고 집단 자위권을 추구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가 가속화하기 전에 한일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민관 합동으로 일본의 민간 영역과 교류를 늘려 일본 시민사회가 한국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 정부를 움직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재흥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는 미국은 앞으로 동맹국에 더 많은 동맹 부담을 제안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다자안보체제라는 틀에서 6자회담을 통해 중국과의 협력을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1월 말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 2명을 공개 처형한 것은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은 사소한 꼬투리만으로도 처형을 집행하고 주민들에게 잔혹한 집행 현장을 참관하도록 강요해 왔다. 한 대북소식통은 “공포정치가 김정은 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이지만 충동적인 인사와 즉흥적인 숙청은 권력층 내부의 불만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날의 칼’이란 의미다.○ 공포의 일상화… 질책 후 처벌 사례 이어져 대북소식통들에 따르면 9월 중순 김정은은 미림 승마구락부 건설현장을 시찰하던 도중 마구간 타일 바닥이 당초 지시대로 시공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담당자를 처형하라고 지시했다. 바닥 시공 담당자는 다음 날 총살됐다. 주민들의 편익과 여가 증진을 위해 만드는 승마장의 타일 때문에 사람 목숨이 사라진 것이다. 이 마구간은 러시아에서 거액을 들여 수입한 혈통 좋은 말들이 묵을 예정이었다. 또 이 공사를 책임진 전창복 후방총국장은 당시까지 공사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명 4개월 만에 전격 해임됐다. 김정은은 지난해 5월 만경대유희장 건설현장 방문 때 ‘도로 관리 상태가 한심하다’며 담당자들을 다그친 사실이 처음 외부에 공개됐다. 이후 각종 기관과 군부대 현지지도에서 질타가 이어졌으며 문책의 강도도 한층 강화됐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의 공개질책이 있으면 곧바로 중앙당 조직지도부의 검열이 있은 후 관련자의 처벌로 이어지는 수순이 일반적이다. 11월 평양시내에서는 인민무력부 등에 소속된 연유(기름) 담당자들이 여성 접대부를 끼고 놀다가 적발돼 공개 총살되기도 했다. 소식통들은 김정은이 공포정치를 일상화하고 있는 이유로 외부 사조(思潮) 유입 척결을 꼽고 있다. 특히 외부 사조 유입의 주요 통로인 CD, USB 메모리 등이 자신의 권위를 흔드는 도구로 비치면서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김정은의 부인 이설주와 비슷한 외모의 여성이 등장하는 음란 CD가 주민들 사이에 유통된 것이 결정적인 촉매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불순 녹화물은 아편보다 더한 독약’이라고 규정하고 인민보안부(경찰에 해당)가 맡던 녹화물 단속을 국가안전보위부(한국의 국가정보원)로 이관하면서 녹화물 관련 처형 사례가 전역에서 빈발하고 있다. 함경남도 강화도 양강도 등에서 수십 명이 공개 처형됐고 최대 70명이 한꺼번에 숨지기도 했다. 이때 고등중학교 저학년(중학생)에 불과한 어린이도 목격을 강요당하는가 하면 교육인 줄 알고 모였다가 처형을 보고 실신하는 주민이 생겨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즉흥적 의사결정으로 주요 보직 경질 김정은의 즉흥적 충동적인 의사결정은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일 ‘김정은 집권 2년 평가와 전망’을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김정은이 기분에 치우쳐 장난처럼 군 인사를 남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는 국정원 산하기관으로 남북, 대외분야에 특화돼 있다. 고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일의 (공식)집권(1998∼2011년) 때 군 핵심 인사인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의 평균 재임기간은 각각 5년 5개월, 6년 7개월이었지만 김정은 체제에서는 두 직책 모두 1년이 되지 않는다. 특히 총참모장은 재임기간이 7개월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지난해 7월 현영철 총참모장을 임명한 뒤 올해 5월 김격식으로 바꿨다. 이후 3개월 뒤인 8월엔 다시 이영길로 갈아 치웠다. 이영길은 올해 2월 작전국장에 임명된 인물로 6개월 만에 또 자리를 바꾼 셈이다. 고 수석연구위원은 “계급을 낮췄다가 복권시키는 경우도 많았다”며 “2인자로 부상하고 있는 최룡해 총정치국장도 차수(2012년 4월)→대장(2012년 12월)→차수(2013년 2월)를 오르내렸다”고 말했다. 가벼운 일이어도 기분이 내키지 않으면 현장에서 사람을 쫓아내기도 했다. 고 수석연구위원은 “10월 22, 23일 평양에서 열린 ‘중대장·정치지도원 대회’에서 졸았던 군 간부들을 강등시키거나 해임시켰다”며 “지방 방문 중 거리에 쓰레기가 많다는 이유로 해당 지역 시(市)당 책임비서를 현지에서 자르기도 했다”고 전했다.조숭호 shcho@donga.com·정성택 기자}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 여부에 대해 한국과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았다. 장성택 측근의 공개처형을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독재체제 공고화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통제력을 쥐고 최고위 당국자들을 숙청해도 될 정도의 자신감을 얻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도 “김정은의 권력 공고화가 마지막 단계에 왔다”며 “김정은이 아닌 어떤 세력도 북한의 권좌를 넘볼 수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탈북 1호 국회의원인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은 “북한 대중에게 2인자는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이 장성택과 최룡해 총정치국장의 권력 경쟁을 부채질하면서 한 명이 정리되는 쪽으로 유도했을 것”이라며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 사유재산 인정 등 경제 개혁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장성택이 방해가 돼 최룡해의 손을 들어준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 앤젤로 주립대 교수는 “잦은 숙청과 고위직 교체는 김정은의 권력이 아직 미약하다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했다. 이어 “장성택 실각이 사실이라면 김정일 사망 이후 존재해 온 체제의 불안정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정일 사망 후 장성택이 북한의 ‘2인자’였다는 지금까지의 관측은 다소 과장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패트릭 크로닌 신미국안보센터(CNAS) 아태안보국장은 “나이 어린 김정은에 대한 ‘섭정 정치’가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이라며 “김정은이 권력 공고화를 가속화하려 하거나, 자신의 권력을 위협하는 자를 제거하려 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과오를 처벌하려 하거나 등 세 가지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향후 북한의 정책 변화 가능성에 대해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지금은 대화 공세를 하고 있지만 조만간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전술적인 군사적 충돌과 같은 강경 노선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기적으로는 장성택의 실각을 체제 안정화를 위한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며 “앞으로 북한이 대외관계에서 유연성을 보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 같은 결과는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며 “최룡해는 강경파라기보다 수령이 원하는 대로 맞추는 사람이기 때문에 현재 핵개발과 경제성장의 병진정책을 추구하고 있는 김정은의 정책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정부가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이어도를 포함해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외교적 득실과 실효성에 대한 고민도 깊어 가고 있다.○ 고차원 방정식이 돼 버린 방공식별구역 확대 정부는 이르면 금주 중 KADIZ 확대 방침을 최종 결정해 중국과 일본에 통보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KADIZ의 남쪽 한계선을 비행정보구역(FIR)이나 해·공군 작전구역(AO)까지 넓혀 이어도 상공과 마라도 및 홍도(거제도 남쪽 무인도) 영공을 포함하는 확대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의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겹치더라도 국익 보호와 자주 방위권 확보에 충분한 범위까지 KADIZ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과 일본에 KADIZ 확대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방침이지만 두 나라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은 KADIZ의 확대를 영토 주권 및 국익과 직결된 중대 사안으로 보고, 강경 대응에 나설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본은 자국 방공식별구역(JADIZ)에 독도를 포함시키고, 중국은 서해 지역으로 방공식별구역을 넓히는 등 거센 역공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국으로선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을 수도 있다. 한중일 3국의 갈등과 충돌이 ‘강대강(强對强)’ 국면으로 치달아 역내 외교안보 정세가 걷잡을 수 없이 험악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도 이를 우려해 한국의 KADIZ 확장에 이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 안팎에서는 일본과 중국을 거쳐 7일 방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KADIZ 확대에 신중히 해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KADIZ 확대하려면 지켜 낼 군사력도 갖춰야 정부가 KADIZ를 확대하더라도 주변국보다 열세인 군사력을 감안할 때 이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는지도 냉철하게 따져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어도는 한국 정부의 관할 수역이지만 국토 최남단인 마라도에서도 약 149km 떨어져 있다. 유사시 대구기지의 최신예 F-15K 전투기가 출격해도 40분이 걸리고, 현지 상공에서의 작전시간도 20분에 불과하다. 공중에서 전투기에 연료를 제공할 수 있는 공중급유기가 1대도 없는 한국으로선 F-15K 이외의 다른 전투기는 아예 작전 출동이 불가능하다. 반면 중국은 18대의 공중급유기를 배치 중이고, 일본은 현재 운용 중인 4대 이외에 추가로 4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 공군은 4, 5년 뒤에나 공중급유기를 도입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인근에서 중-일 양국이 군용기를 출동시켜 기 싸움을 벌이는 것도 공군력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군력 사정도 마찬가지. 18척(훈련용 2척 포함)의 잠수함과 100대의 해상초계기를 갖춘 일본과 전투기를 탑재한 ‘랴오닝’ 항모(航母)를 배치한 중국은 한국 해군엔 아직 벅찬 상대다. 대형상륙함의 경우 한국은 독도함 한 척뿐이지만 일본은 경항모급 헬기탑재호위함이 세 척이나 있고 한 척을 더 건조할 계획이다. 군이 이달 중 이지스함 3척의 추가 도입 결정을 예고한 이유도 날로 격화되는 영유권 분쟁에 맞서 더는 해군력 열세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한중일 3국이 2010년대 중후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하면 방공식별구역이 무력화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일본은 2016년, 한국은 2018년부터 각각 F-35 스텔스기를 배치하고 비슷한 시기 중국도 J-20, J-30 스텔스기를 배치할 계획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박정희 정부 시절 설립됐다가 김대중 정부 때 문을 닫았던 ‘국방정신전력원’이 박근혜 정부에서 15년 만에 부활한다. 군 정신전력 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고 군 정신교육 전담기관 설립은 국방부 국정과제 중 하나다. 국방부는 1일 “합동군사대학 소속으로 정신교육을 전담하는 국방정신전력원이 2일 창설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초대 원장은 3공수여단장을 지낸 서진욱 준장이 맡게 됐다. 정신전력원은 기획 정훈 등 4개 처, 총 41명의 인력으로 구성된다. 각 처장은 육해공군의 대령급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정신전력원의 모태는 1977년 설립된 국군정신전력학교. 이 학교는 1998년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김대중 정부가 ‘시대 조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군 관계자는 “(폐지 이후) 군 정신교육이 각 군에 분산되면서 교육의 일관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방부가 임신한 여군을 위해 산부인과가 없는 전방부대 지역에 민간 산부인과를 설치하고 군 내 산부인과 의사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올 2월 임신 중 과로로 사망한 이신애 중위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고 군내 ‘모성(母性)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국방부는 1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군인복지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2017년까지 보건복지부와 함께 강원 철원 양구, 경기 연천 등 전방 48개 지역에 민간 산부인과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들 지역에는 아직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다. 군 관계자는 “‘전방 산부인과’는 보건복지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비의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계획”이라며 “실제 분만을 하면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50만 원 외에 추가 지원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임신한 여군은 300여 명”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전방 군 병원에도 산부인과 군의관을 1명씩 배치하기로 했다. 현재는 8개 전방 병원 중 5곳(5명)에만 있다. 일반 소위나 중위 장교를 민간병원에 위탁교육 보내는 방식으로 장기 군의관을 매년 20명 확보하는 방안도 시행된다. 병사 복지도 강화된다. 봉급은 병장 기준으로 지난해 10만8000원에서 2017년 21만6800원으로 2배로 오른다. 식비는 4000원에서 6000원으로, 숙박비는 1만2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조정된다. 전역 군인을 위한 일자리도 2만1000개(지난해 기준)에서 5만 개(2017년)로 늘린다. 5만 개 일자리는 △범정부 협업을 통한 일자리 1만9000개 △공공 및 민간 부문 7500개 △군내 전역 군인을 위한 일자리 2500개 등이다. 국방부는 이날 병사 복지, 전직 지원, 주거 복지, 가족 복지, 의료 복지, 복지 인프라, 보수 및 처우 개선 등 7개 영역의 77개 과제를 밝혔다. 군인복지기본계획은 5년마다 세워진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