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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광철 서울대 성악과 교수(53·사진)가 독일어권 성악가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인 카머젱거(Kammers¨anger·궁정가수) 칭호를 21일(현지 시간)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으로부터 받았다. 동양인 성악가가 카머젱거에 선정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카머젱거는 독일 왕정 시대 때 기량이 뛰어난 성악가에게 왕이 부여했고, 오늘날에는 주 정부가 수여한다. 청주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한 연 교수는 불가리아 소피아 음대, 베를린 국립음대에서 유학했다.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고, 베를린 국립 오페라극장 전속 단원으로 10년간 활동했다. 한국인 성악가가 이 칭호를 받은 것은 2011년 전승현이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극장에서 받은 이후 두 번째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종교 21대 총전교에 박민자 전교(76·사진)가 추대됐다. 총전교는 대종교의 최고지도자다. 대종교 역사상 여성이 총전교 자리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총전교는 대종교 총본사 전교와 종무원장을 역임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피아니스트 손열음(32·사진)이 제62회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피아노콩쿠르 예선 심사위원장을 맡는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이 콩쿠르는 이탈리아의 유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페루치오 부조니를 기리기 위해 1949년 만들었다. 알프레드 브렌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배출했다. 예선은 올해 8월에, 본선은 내년 8월에 각각 열린다. 이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을 맡은 한국인으로는 이미주 김미경 김대진 백건우 한동일 진은숙 등이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욕먹기 싫어서 욕설 없는 방송을 하게 됐습니다. 아들이 태어난 이후 ‘아이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조심하게 됐지요.” 매일 오후 8시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통통한 아저씨가 화면에 등장한다. 1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그의 이름은 풍월량(본명 김영태·36). 아마존 사가 보유한 세계 최대 개인방송 플랫폼 ‘트위치’에서 시청시간 부문 국내 1위를 달리는 인터넷 게임방송 스트리머다. 서울 강남구 샌드박스네트워크 본사에서 만난 풍월량은 게임 중 난적을 만날 때 짐짓 화난 표정을 지어 보이곤 한다. 그러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욕설이나 거친 행동은 없다. 10년째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도 한 번도 태도나 언행 문제로 구설에 오른 적이 없어 팬들이 ‘선비 방송’이란 애칭을 붙여줬다. 저(低)자극 방송을 추구하다 보니 시청자 폭이 넓어졌다. 시청자의 대부분이 젊은 남성인 보통 게임방송과는 달리 풍월량 방송은 10대 이하, 40대 이상 시청자가 각각 15∼20%에 이른다. 여성 비율도 30%로 다른 방송에 비해 높다. “온 가족이 거실에서 치킨 먹으며 방송 본다는 분도 계셨어요. ‘남이 게임하는 거 보는 게 그리 재밌느냐’며 핀잔하던 엄마가 요즘은 먼저 ‘풍월량인지 뭔지 좀 틀어 봐라’ 하시는 경우도 있다고 해요.” 풍월량은 ‘12세 이용가’를 기준으로 방송을 진행한다고 했다. “욕은 안 하지만 총싸움이나 공포 게임도 하거든요. 어린아이들은 부모님이 시청지도를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바람과 달을 벗 삼은 한량’이라는 뜻으로 예명을 지은 풍월량은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다. 백수 시절이던 2008년 혼자 게임하기 심심해서 시작한 방송이 폭발적 반응을 얻어 전업 방송인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의 꿈은 10년, 20년 후에도 계속 인터넷 방송인으로 남는 것이다.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처럼 지긋한 연세에도 활발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국내외에 많이 계세요. 좋아하는 게임을 하며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나이를 먹어 가는 삶, 멋지지 않나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학생 이필규 씨(23)는 요즘 유튜브로 웹 예능을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5∼10분짜리 영상을 몇 편씩 보다 보면 서울과 경기 수원을 오가는 등하굣길도 무료하지 않다. 이 씨는 “요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가로로 들고 있으면 대개 웹 예능을 보고 있더라”고 했다. 웹 예능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여행, 토크, 먹방 등 기존 TV 예능과 포맷은 유사하지만 한 편에 5∼10분 내외로 짧으며 주로 포털이나 유튜브,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유통된다. 특히 출퇴근이나 등하굣길의 자투리 시간에 가볍게 보는 장르로 각광받고 있다. 이달 초 시즌2를 마친 ‘빅 픽처’는 통합 재생 수 1억 회를 돌파했다. 평일 퇴근 시간대 재생 수는 하루 평균 5만5000회로 다른 시간대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주말에는 오히려 평일의 30% 수준으로 떨어진다. ‘빅 픽처’를 연출한 미스틱엔터테인먼트의 여운혁 콘텐츠제작사업부 사장도 “출퇴근 시간대, 특히 퇴근 시간대에 재생 수가 확 올라간다”며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잠깐씩 짬 나는 시간에 웹 예능을 즐기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웹 예능들이 영상을 업로드하는 시점이 평일 오후 5시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웹 예능이 젊은 층에 인기가 높은 이유는 뭘까. 일단 지상파 예능과 비교할 때 표현의 제약에서 훨씬 자유롭다. ‘빅 픽처’는 하하와 김종국이 광고주를 모집하고 간접광고(PPL)를 내보내 드라마 제작비 70억 원을 모으는 게 메인 콘텐츠다. 상표 노출이 자유로운 웹 콘텐츠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판 웹 예능’의 효시라 할 수 있는 tvNgo의 ‘신서유기’(2015년) 역시 TV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B급 개그코드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엔 여기에 세분화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 최근 창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웹 예능 ‘포토피플’은 해외여행이라는 흔한 포맷에 사진 촬영이란 콘셉트를 추가해 화제를 모았다. 전반적인 여행 정보보다는 사진 촬영 기법이란 좀 더 디테일한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눈에 띄는 성장세에 비해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은 웹 예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웹 예능도 경쟁이 가열되며 유명 연예인 출연이나 해외 촬영 등 ‘사이즈’는 커졌지만 재생 수 수익은 매우 낮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간접광고를 적극 활용하고 있지만 ‘너무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여전히 웹 예능 시장은 블루오션이라는 게 전반적인 평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발표한 ‘2018 콘텐츠산업 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을 통한 영상 이용 비율은 전년보다 약 28% 증가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스마트폰과 영상에 익숙한 젊은 층이 대중문화의 주요 소비자로 성장할수록 웹 예능 시장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일본 수출을 성사시킨 ‘포토피플’의 조창완 PD는 “웹 콘텐츠는 처음부터 언어별 자막을 선택할 수 있게 제작돼 해외 수출이 용이하다”며 “콘텐츠 수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머릿속에서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 어느 날 당신의 친구가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꺼낸다면? 대부분 조현병 혹은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을 머릿속에 떠올릴 것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아 보기를 권하거나 덜컥 겁이 난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쓸지도 모른다. 오늘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환청=조현병’이라는 등식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것이다. 1938년 독일의 쿠르트 슈나이더 박사가 환청을 조현병의 1급 증상 중 하나로 명명한 것이 이런 믿음으로 굳어졌다. 영국의 심리학자인 저자는 이 대중적 선입관에 반기를 든다. 그는 평범한 사람들도 실재하지 않는 목소리를 듣는 경험을 한다고 주장한다. 조현병 환자의 75%가 환청을 경험하는 건 맞지만 그런 목소리를 듣는다고 해서 전부 조현병에 걸린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고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울리는 ‘내 안의 목소리’와 대화하는 과정이다. 타석에 들어선 야구선수가 “직구를 노리자”라고 중얼거린다면, 이는 그의 머릿속에 울린 “무슨 공이 들어올까?”라는 목소리에 대한 대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머릿속을 채우는 목소리는 용기를 주는 조력자로, 영감을 주는 여성인 뮤즈로, 계시를 주는 신으로 우리와 함께한다. 책 말미에서 저자는 묻는다. “당신에게 말을 거는 그 목소리가 당신인가, 아니면 목소리와의 대화를 통해 끝없이 직조되는 것이 당신인가? 뭐가 됐든 간에 목소리가 멈추면, 당신은 어디로 가는가?” 저자는 조현병 환자, 어린이, 스포츠 선수, 소설가 등과의 다양한 임상 사례를 바탕으로 문학, 철학, 신학을 유려하게 넘나든다. ‘내 목소리’와 ‘내 안의 목소리’, 그리고 ‘나’의 관계를 분석하는 복잡한 작업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검붉은 립스틱, 징이 잔뜩 박힌 초커, 갈기갈기 찢어진 티셔츠에 빨간 망사 스타킹 차림의 앳된 소녀. 냉소적인 눈빛부터 살벌한 욕설까지 어느 것 하나 삼촌뻘 형사팀장(조진웅)에게 지지 않는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영화 ‘독전’의 포문을 연 마약 전과 여고생 수정은 많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인터넷에는 “그 마약 소녀가 도대체 누구냐”는 물음도 줄을 이었다. 영화 속 모습은 낯설지만 안방극장에서는 익숙한 얼굴이다. 수정 역을 맡은 배우 금새록(26)은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에서 유동근의 막내딸인 현하로 출연하고 있다. 음산한 고딕 펑크 옷차림 대신 알록달록한 추리닝 패션을 선보이는 현하는 수시로 말썽을 일으키지만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사고뭉치다. 전형적인 막내딸 캐릭터지만 톡톡 튀는 연기로 호평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5일 만난 금새록은 수정보다는 현하에 가까웠다. 호감 가는 둥근 얼굴형과 쌍꺼풀 없는 선한 눈매는 ‘독전’ 촬영 때 그가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해영 감독도 그의 둥글둥글한 인상 때문에 고민했다고 한다. 금새록은 수시로 욕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이 감독에게 보내 검사를 받았다. 시도 때도 없이 고래고래 악을 쓰며 욕하는 연습을 해 어머니를 수시로 놀라게 했다. 대사뿐만 아니라 작은 디테일에서도 ‘세상 무서울 것 없는 비행 청소년’ 느낌이 묻어나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말로 하는 욕은 해봤어도 손가락 욕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자연스러운 손의 각도를 찾기 위해 손가락 욕을 하는 영화 장면을 모조리 캡처해 수시로 보며 공부했어요.” 이 감독은 이런 그에게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달려드는 근성이 진심을 전하게 만든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학창시절 한국무용을 전공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배우로 진로를 바꿨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정말 하고 싶은 길을 찾았다는 생각에 행복했다. “연기 선생님에게 혼나서 울어도 행복하더라고요. 매일 학원에 제일 일찍 가서 제일 늦게 나오는 제 모습을 보며 ‘내가 이렇게까지 몰입해서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금새록은 폭넓은 역을 소화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차기작인 영화 ‘아워 바디’(가제)에서는 삶에 찌든 비정규직 희정 역을 맡아 촬영을 마쳤다. “‘독전’의 수정이가 저라는 걸 많은 분들이 못 알아보시는 게 오히려 기분 좋아요. 앞으로도 맡은 배역 그 자체로 관객에게 다가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12일 오후 1시 45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 북-미 정상회담을 생중계하는 TV에서 ‘정상회담 많은 진전. 합의문 곧 서명’이라는 자막이 나오자 화면을 지켜보던 시민 100여 명이 웅성댔다. 가방을 메고 지나던 중년 여행객은 TV 앞으로 다가와 풀썩 주저앉았다. 한 노인은 “결국 나오긴 나오는구나”라며 무릎을 탁 쳤다. 이후 40분이 지나도록 모습이 나오지 않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나타나자 탄성이 낮게 흘렀다. TV를 배경으로 휴대전화 ‘셀카’를 찍는 사람도 있었다. 최모 씨(68·광주)는 “북-미와 남북의 만남이 계속되면 한반도에 진짜 평화가 오지 않겠느냐. 유라시아철도 타고 여행하는 게 꿈이었는데 죽기 전에 가능할 것만 같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부터 서울역을 비롯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역사에 남을지 모르는 회담 장면을 보려는 사람들이 TV 앞으로 모였다. 카페나 도서관에서도 스마트폰 화면에 열중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직장인 장모 씨(35)는 오전 10시부터 사무실 책상 구석에 스마트폰을 세워두고 생중계를 봤다. 장 씨는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악수할까 궁금해서 둘이 만나는 순간만은 생방송으로 보고 싶었다”며 “점잖게 악수하기에 ‘회담이 수월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TV로 지켜본 학교도 적지 않았다. 경기 지역 모 중학교 교사 김모 씨(37)는 공동성명을 학생들과 돌려봤다. 김 씨는 “단순히 회담만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한반도 정세를 다 같이 생각하고 토론해 보자는 의미였다”고 말했다. 다만 오후 4시경 발표된 공동성명 내용에 대해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반도의 지속적 안정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는 문구에 남북 긴장 완화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정모 씨(33)는 “친구들끼리 비무장지대(DMZ) 인근 땅을 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조항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자영업자 김모 씨(69)는 “북한 핵 폐기에 대한 구속력 있는 내용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아쉽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TV 중계를 보던 서모 씨(58)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다. 오늘은 시작에 불과하고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전 10시 4분 두 정상이 악수한 순간 실시간 시청률은 31.02%를 기록했다. 합의문에 서명하는 순간은 26.53%, 트럼프 대통령 기자회견은 25.78%였다. 이는 시청률 조사회사 ATAM이 수도권 700가구를 조사해 지상파 3사, 종편 4사, 보도채널 2사 시청률을 합친 것이다. 4월 27일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악수한 순간 실시간 시청률은 34.06%였다.권기범 kaki@donga.com·김정훈·이지운 기자}

흔해빠진 이야기다. 아버지를 여의고 인생의 나락에 빠진 흙수저 주인공 박새로이가 호프집 ‘꿀밤’을 차리고 요식업계의 거물로 성장해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한다는 내용. 그런데 다음 웹툰 전체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며 독자 평점도 9.9점으로 1위다. 연재 중 드라마화가 결정되기도 했다. 이달 중 완결을 앞둔 웹툰 ‘이태원 클라쓰’(그림)의 작가 광진(본명 조광진·31)을 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만났다. “뻔하다는 건 많이 나온다는 건데, 재밌으니까 많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광진은 이태원 클라쓰의 성공 요인으로 철저히 클리셰를 따르는 뻔한 스토리를 꼽았다. 우직하게 소신을 지키며 ‘성공’과 ‘복수’라는 목표를 이뤄내는 주인공을 보며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느낀다. 3개 시즌 연재에 2년이 채 안 걸렸을 정도로 시원시원한 스토리 진행도 매력 포인트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태원 클라쓰를 ‘사이다 웹툰’이라 부른다. 일상적 공간이지만 기존의 웹툰에서는 본 적 없는 호프집을 공간적 배경으로 활용한 점도 매력 포인트다. 다년간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토대로 진상 손님을 응대하는 아르바이트생의 고충, 클럽문화 등 이태원의 밤문화를 생생하게 그려냈다. 소시오패스(조이서), 트랜스젠더(마현이) 등 사회적 소수자를 주요 인물로 내세운 점도 눈에 띈다. 광진은 “이들을 통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개방적인 이태원 분위기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광진의 작품 활동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만화창작과에 진학했으나 집안 사정으로 한 학기밖에 다니지 못했고 2013년 ‘그녀의 수족관’으로 데뷔한 이후엔 주로 성인물을 그렸다. ‘돈만 좇는 작가가 될 수 없다’는 생각에 소년물 ‘이태원 클라쓰’를 준비해 네이버 웹툰 등에 보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마추어 작가들이 연재하는 다음 ‘웹툰리그’에서 바닥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했고 독자 투표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다음 웹툰에 입성했다. 광진은 이태원에 진짜 호프집 ‘꿀밤’을 이달 중 열 예정이다. 작품에서 직원으로 나오는 후배 장근수와 최승권이 실제로 꿀밤에서 일하게 됐다. 광진은 꿀밤 운영을 이들에게 맡기고 하반기에 연재할 예정인 차기작 ‘이기주의자’ 준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이태원 클라쓰는 영화사 쇼박스에서 2019년 상반기 방영을 목표로 드라마화 작업 중이다. 성미 급한 누리꾼들은 벌써 유아인 류준열 등 쟁쟁한 배우들을 ‘가상 캐스팅’ 후보로 올리고 있다. 세 살배기 딸의 이름을 붙여준 여주인공 조이서 역으론 누굴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귀엽고 예쁜 외모에 앙칼진 연기도 잘하는 아이유 씨가 좋을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형, 우리 여기 있다간 다 죽을 수도 있어요!”(샘 오취리) “괜히 나갔다가 더 위험해지면 어떻게 해요?”(정혜성) 공룡의 육중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나가서 맞서 싸울 것인가, 숨어서 상황을 지켜볼 것인가. 리더 유노윤호가 선택의 기로에 선 순간, 화면이 반으로 나뉘며 문자투표 안내가 뜬다. 이제 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건 시청자의 몫이다. 게임 세계관과 예능의 접목이라는 시도로 공개 전부터 주목받은 MBC ‘두니아∼처음 만난 세계’의 가장 큰 파격은 실시간 문자투표였다. 방송 말미에 약 1분 동안 문자투표를 진행해 더 많은 표를 얻은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연출을 맡은 박진경 PD는 “앞으로 멤버를 ‘죽이느냐 살리느냐’ 하는 중요한 선택의 상황에서도 문자투표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인터넷방송을 지상파로 끌어들인 ‘마이 리틀 텔레비전’으로 기존 예능의 틀을 깼던 박 PD는 이번에도 생소한 ‘언리얼 버라이어티’를 들고나왔다. 그는 시청자들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 장치 중 하나가 화면 비율 조정이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드라마 파트에선 영화의 화면 비율을, 예능 파트에선 일반적인 TV 화면 비율을 사용했다. 전공 분야인 인터넷문화를 녹여낸 점도 눈에 띈다. 해적판 영화·드라마의 그것을 패러디한 자막을 선보이기도 하고 비디오게임 인터페이스를 그래픽으로 구현해내기도 했다. 다만 1회 기준 3.5%라는 시청률은 아쉽다. 예능과 드라마의 경계가 여전히 불분명하다는 지적과 함께 ‘편집이 산만하다’ ‘너무 가볍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 PD는 “(주말 저녁이라는) 방영 시간대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1, 2회에서의 실험을 토대로 점차 자리를 잡아 갈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20부작 예정의 이번 시즌이 끝나면 좀비물 등 다른 세계관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동아일보가 한국ABC협회(회장 이성준)가 올해 종편, 케이블 참여 매체 25개사에 대한 유료부수 인증 결과 2년 연속 국내 일간지 중 2위를 기록했다. 신문매체와 광고시장의 전반적인 불황 속에서도 동아일보는 발행부수와 유료부수가 꾸준히 증가하며 3위 중앙일보와의 격차를 더욱 벌렸다. ABC협회는 4일 2018년(2017년 기준) 종편, 케이블 참여 매체 25개사에 대한 발행부수와 유료부수 인증 결과를 발표했다. ABC협회는 일간지의 발행부수와 유료부수(정기구독자, 가판 등에서 실제 판매된 부수)를 실사해 집계하는 국내 유일의 공인기관이다. 이날 공개한 ABC협회 조사 결과 동아일보의 유료부수는 73만6546부로 집계돼 전체 언론사 중 2위를 차지했다. 동아일보는 평균 발행부수가 전년보다 1만2495부 늘었으며 유료부수도 7132부 상승해 어려운 신문시장 환경에서도 발행부수는 1.3%, 유료부수는 0.98% 성장했다. 3위를 차지한 중앙일보도 유료부수가 6459부 늘었지만 동아일보보다 1만156부 적어 지난해에 비해 격차가 더욱 커졌다. 조선일보는 발행부수가 전년도에 비해 5만4459부 줄었으며 유료부수도 1만5749부나 감소했다. 동아미디어그룹 매체인 스포츠동아는 처음으로 스포츠 신문 가운데 유료부수 1위에 올라섰다. 스포츠동아는 유료부수 11만9044부로 전체 25개 매체 중에서도 8위에 올랐다. 어린이동아의 유료부수는 전체 11위(7만5165부)로 소년조선일보(13위)와의 격차를 8139부까지 늘리며 어린이 대상 신문 중에서 1위를 유지했다. ABC협회는 이번에 조사한 종편, 케이블 참여 매체 25개사 외에도 한국일보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등 나머지 일간지를 추가로 조사해 올해 말까지 전국 160여 개 신문사의 발행·유료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용학 ABC협회 사무국장은 “올해 ABC협회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어느 해보다 엄격한 공사 기준을 적용해 실사했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문사의 발행 및 유료부수가 줄지 않은 것은 신흥 매체의 부상에도 여전히 전통적 종이신문의 고정 독자층이 건재함을 뜻한다”고 말했다. 조성겸 ABC협회 인증위원(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종이신문의 발행부수 증가는 단순히 마케팅 전략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부수가 증가한 신문들은 지면 및 뉴스 개선에 대한 다양한 노력이 효과를 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조 위원은 또 “신문 신뢰도와 저널리즘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종이신문의 노력과 맞물리면서 낸 결과”라며 “정보 홍수 시대에 종이신문이 여전히 중심을 잡아주는 매체로 기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올해 초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결과 여성 독자와 30대 연령층, 1인 가구, 대구경북 지역에서 동아일보의 구독률이 높게 나타났다. 언론진흥재단의 ‘가구 정기구독률’에 따르면 동아일보의 여성 정기구독자 비율은 중앙일보(16.4%)보다 3.7%포인트 앞선 20.1%로 2위를 차지했다. 신문 정기구독자 중 1인 가구 응답자 중에서도 동아일보(23.2%)가 중앙일보(14.7%)를 앞섰다. 거주 지역별 조사에서는 신문 정기구독자 중 대구경북 지역에서 동아일보를 본다는 비율(30.1%)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임희윤 imi@donga.com·이지운 기자}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해서 내가 인사 받으러 나왔어. 너 안면인식장애 있니?” 후배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말. 후배를 이해하려는 의지라고는 없는 꽉 막힌 부장이 했을 법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의 주인공은 20대 여성.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유라 역)가 후배에게 쏘아붙인 대사다. 극 중 진태리는 28세이다. 선생님, 아버지, 간부급 상사 등 기성세대로 향했던 ‘꼰대’ 딱지 붙이기의 대상이 젊어지고 있다. 꼰대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며 간섭과 지적, 충고를 일삼으면서 권위와 서열을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꼰 표현. 최근에는 이런 행태를 답습하는 2030세대는 물론 청소년에게도 ‘꼰대’ 딱지가 붙을 만큼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젊꼰’에 대한 비판은 잇따라 불거진 재벌 3, 4세의 갑질 논란이나 올해 초부터 확산된 미투 운동과 맥이 닿아 있다는 분석(아거 작가 ‘꼰대의 발견’)이다.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막말과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꼰대 의식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3일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젊은 꼰대’라는 키워드는 올해 3월부터 검색 빈도가 급증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 콘텐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청률 30%를 넘긴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김권)은 젊꼰의 대표선수다. 스물일곱에 팀장 자리에 올라 부하 직원에게 “넌 평생 내 밑에 있을 테니 시키는 대로 해”라며 막말을 쏟아붓는다. 올해 영화로도 제작된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김상철도 마찬가지. “후배가 선배한테 먼저 인사해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는 “난 멋진 선배”라며 자평한다. 순끼 작가는 “어디에나 한 명씩은 꼭 있을 법한 인물”이라 평했다. 젊꼰을 비판하는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새내기 복장을 단속하는 대학 선배, 한두 해 먼저 입사한 걸 벼슬로 아는 회사원 등을 꼬집으며 “꼰대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다”고 일갈한 ‘꼰대 김철수’(허밍버드)는 기폭제가 됐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블랙피쉬)를 출간한 사회학자 오찬호 씨는 “꼰대를 만나지 않고 한국에서 살기란 어렵다. 이들은 꼰대를 혐오하면서도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상에서도 젊꼰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김동은(가명·25·여) 씨는 양치질을 하던 중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선배보다 먼저 입을 헹구었다가 버릇없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수간호사 등 고참 간호사보다 1, 2년 위인 선배의 꼰대질이 더 심하다”며 “진료 차트로 머리를 때리거나 쿡쿡 찌르는 건 기본”이라고 한탄했다.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꼰대 선배의 만행을 꼬집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17학번 대학생이 ‘요즘 18학번들이 선배에게 기어오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젊꼰으로 낙인찍힐까 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 박준혁(가명·28) 씨는 “꼰대 소리를 들을까 봐 당연히 나눠서 해야 할 일인데도 선뜻 후배에게 맡기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에게 개인의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과거에는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던 행동도 ‘꼰대질’이라 여기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주류사회로 편입해 살아남기 위해 기성세대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답습하는 데 대한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이지운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선배를 보고도 인사를 안 해서 내가 인사 받으러 나왔어. 너 안면인식장애 있니?” 후배 숨이 턱 막히게 하는 말. 후배를 이해하려는 의지라고는 없는 꽉 막힌 부장이 했을 법한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의 주인공은 20대 여성. 얼마 전 종영한 KBS 드라마 ‘라디오 로맨스’에서 진태리(유라 역)가 후배에게 쏘아붙인 대사다. 극 중 진태리는 28살이다. 선생님, 아버지, 간부급 상사 등 기성세대로 향했던 ‘꼰대’ 딱지붙이기의 대상이 젊어지고 있다. 꼰대는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며 간섭과 지적, 충고를 일삼으면서 권위와 서열을 강조하는 기성세대를 비꼰 표현. 최근에는 이런 행태를 답습하는 2030세대는 물론 청소년에게도 ‘꼰대’ 딱지가 붙을 만큼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이들을 가리켜 ‘젊꼰(젊은 꼰대)’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젊꼰’에 대한 비판은 잇따라 불거진 재벌 3, 4세의 갑질 논란과 올해 초부터 확산된 미투 운동 역시 꼰대 현상과 맥이 닿아있다는 분석(‘꼰대의 발견’ 아거 작가)이다. 상대방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고, 아무에게나 막말과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꼰대 의식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3일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젊은 꼰대’라는 키워드는 올해 3월부터 검색 빈도가 급증해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이런 흐름을 반영한 콘텐츠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청률 30%를 넘긴 KBS 주말드라마 ‘같이 살래요’의 최문식(김권)은 젊꼰의 대표선수다. 스물일곱에 팀장 자리에 올라 부하 직원에게 “넌 평생 내 밑에 있을테니 시키는 대로 해”라며 막말을 쏟아 붓는다. 올해 영화로도 제작된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의 김상철도 마찬가지. “후배가 선배한테 먼저 인사해야 한다”고 일장 연설을 늘어놓고는 “난 멋진 선배”라며 자평한다. 순끼 작가는 “어디에나 한 명씩은 꼭 있을 법한 인물”이라 평했다. 젊꼰을 비판하는 책도 속속 출간되고 있다. 새내기 복장을 단속하는 대학 선배, 한두 해 먼저 입사한 걸 벼슬로 아는 회사원 등을 꼬집으며 “꼰대에는 나이도 성별도 없다”고 일갈한 ‘꼰대 김철수’(허밍버드)는 기폭제가 됐다.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블랙피쉬)를 출간한 사회학자 오찬호 씨는 “꼰대를 만나지 않고 한국에서 살기란 어렵다. 이들은 꼰대를 혐오하면서도 본인이 꼰대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일상에서도 젊꼰에 대한 비판은 거세지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 김동은 씨(가명·25·여)는 양치질을 하던 중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선배보다 먼저 입을 헹구었다가 버릇없다는 지적을 받은 경험을 털어놓았다. 김 씨는 “수간호사 등 고참 간호사보다 1,2년 위인 선배의 꼰대질이 더 심하다”며 “진료 차트로 머리를 때리거나 쿡쿡 찌르는 건 기본”이라고 한탄했다. 대학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꼰대 선배의 만행을 꼬집는 일이 확산되고 있다. “17학번 대학생이 ‘요즘 18학번들이 선배에게 기어오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는 식이다. 이러다 보니 젊꼰으로 낙인찍힐까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젊은 세대도 적지 않다. 초등학교 교사 박준혁 씨(가명·28)는 “꼰대 소리를 들을까봐 당연히 나눠서 해야 할 일인데도 선뜻 후배에게 맡기기가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30세대에게 개인의 권리의식이 강해지면서 과거에는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던 행동도 ‘꼰대질’이라 여기게 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며 “주류사회로 편입해 살아남기 위해 기성세대의 위계질서를 그대로 답습하는 데 대한 비판”이라고 분석했다. ▼ “ ‘젊꼰’ 현상은 강한 서열의식과 뿌리 깊은 차별에서 비롯” ▼ “공감과 협력보다는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이 지배하는 한국 사회가 젊은 꼰대를 양산하는 ‘꼰대의 조로(早老)현상’을 일으킨 주범이죠.” 지난해 11월 출간한 ‘꼰대의 발견’(인물과 사상사)을 통해 한국 사회 특유의 꼰대 문화를 분석한 아거(필명) 작가. 1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최근 등장한 ‘젊은 꼰대’를 비꼬는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해석했다. “과거에도 1, 2년 선배가 후배에게 막말을 하거나 훈계하는 모습은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이나 직급으로 자신을 찍어 내리거나 사생활을 간섭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증가했죠. 일상에서의 민주화가 확산되면서 ‘젊꼰’을 비판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젊꼰’ 현상은 강한 서열의식과 뿌리 깊은 차별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요즘 젊은이들의 꼰대 행태를 보면 나이나 학번 뿐 아니라 사는 지역, 부모의 직업 등 세분화된 기준으로 상대방을 무시하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어릴 때부터 성적과 재산에 따라 서열이 나뉘는 현상에 젖어든 이들이 ‘젊꼰’으로 변하게 된 겁니다.” 아거 작가는 한국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능력주의’의 변질인 ‘능력 지상주의’가 꼰대 문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고 일갈했다. “고시에 합격해 고위 공직자가 되거나 기업을 세워 돈을 많이 벌면 ‘내가 잘나서 성공했다’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사실 이 같은 능력이라는 게 순수히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지원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망각하기 때문이죠. 나보다 서열이 낮은 사람에게 ‘노력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리는 ‘능력지상주의’가 꼰대를 만들어내는 병폐입니다” 꼰대 현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무엇보다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꼰대짓은 하는 대상은 아랫사람입니다. 결국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워야만 꼰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돈이 많거나 공부를 잘하면 권력이 생긴다’는 의식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시스템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뉴스 이용자 10명 가운데 7명은 포털사이트가 뉴스 서비스를 중단하면 신문 등 전통 언론 매체를 더 많이 이용할 것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민병욱)이 31일 발표한 ‘포털 뉴스서비스 및 댓글에 대한 인터넷 이용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남녀 107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1.1%가 네이버 등 포털에서 뉴스 서비스를 하지 않을 경우 기존 언론을 더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언론재단은 이에 대해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중단한다 해도 뉴스 이용 자체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언론의 이용을 늘리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포털은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뉴스에 달리는 댓글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도 컸다. 응답자 83.3%가 “댓글 조작에 포털도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70%는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보다 댓글을 신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작이 의심된다”는 의견이 55.7%, “(댓글에)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된다”는 의견이 75.8%에 이르렀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행태에 관한 질문에서는 48.4%가 “의도적으로 찾아서 본다”고 응답했다. “우연히 뉴스를 보고 소비한다”고 답한 이는 20.5%였다. 이들은 포털사이트가 뉴스를 중단했을 경우의 반응도 갈렸다. 의도적으로 찾아보는 이들은 포털의 서비스 중단 시 7.9%만 뉴스 이용을 줄이겠다고 한 반면에 우연히 소비하는 이들은 21.8%가 이용을 줄이겠다고 반응했다. 재단은 “뉴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일수록 포털 뉴스 서비스 중단 시 기존 언론을 더 활용할 것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언론재단의 오세욱 선임연구위원은 “드루킹 사건 이후 포털 뉴스 아웃링크 전환, 포털 뉴스 댓글 폐지론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이번 조사에서 실제 이용자들이 가진 생각이 상당 부분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온라인으로 이뤄진 이번 설문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대학생 국형빈 씨(27)는 요즘 매일 점심시간만 목 놓아 기다린다. 모바일 퀴즈쇼 ‘잼 라이브’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국 씨는 지난주 마지막 문제까지 살아남아 상금을 타기도 했다. 신이 난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우승 ‘인증 샷’을 남겼고, 진행자인 ‘잼 아저씨’가 ‘좋아요’를 눌러주기도 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퀴즈쇼의 인기가 뜨겁다. 룰은 단순하다. 보통 휴대전화 앱으로 정해진 시간에 접속해 10∼12개 문제를 푼다. 서바이벌 방식으로 방송 진행자가 출제한 문제를 맞히면 살아남고 틀리면 떨어진다. 2월에 출시해 가장 인기가 높은 ‘잼 라이브’는 이달 중순 1000만 원이 걸린 특별 편에 동시 접속자가 21만 명을 넘어섰다. 평일에도 실시간 참가자 10만 명을 웃도는 수준. 후발주자인 ‘더 퀴즈 라이브’나 ‘페이큐’도 평균 접속자가 3만∼4만 명씩 된다. 덩달아 ‘잼 라이브’를 진행하는 ‘잼 아저씨’ 김태진 씨(38)도 화제다. KBS2 ‘연예가중계’ 리포터로 낯익은 그는 2001년 데뷔한 장수 방송인. 하지만 최근 잼 라이브를 진행하며 인기가 급상승했다. 김 씨는 “시간을 많이 뺏기지 않는 데다 무료이고 게임 방법도 간단해서 세대를 가리지 않고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며 “SNS로 퀴즈를 제보하는 이들까지 많아졌을 정도라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퀴즈쇼가 이렇게 인기 높은 이유는 뭘까. 많은 참가자들은 ‘특별한 조건도 부담 도 없는 분위기’를 꼽았다. 퀴즈에 참여해 문제를 풀 땐 짜릿한 맛이 있고, 틀려서 떨어지면 시청자 입장에서 쇼를 즐긴다. 특히 잼 아저씨의 ‘아재 개그’와 참가자들의 ‘드립(농담)’이 잘 조화를 이룬다는 평이다. 국 씨는 “사실 ‘N분의 1’로 나눠 갖는 상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재치 있는 퀴즈를 풀며 진행자와 드립을 주고받는 게 ‘꿀잼’”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정은 씨(24·여)도 “점심 저녁에 15분 정도만 투자하면 돼 큰 무리가 없다”며 “동료와 점심을 먹다가, 혹은 친구와 술을 마시다 함께 즐기곤 한다”고 전했다. 최근엔 이런 모바일 퀴즈쇼의 열기가 지상파나 케이블 방송으로도 옮아 붙는 모양새다. MBC ‘뜻밖의 Q’나 tvN ‘놀라운 토요일’ 등 퀴즈쇼와 비슷한 예능 프로그램이 속속 론칭하고 있다. 하지만 성적표라 할 수 있는 시청률은 기대에 못 미친다. 토요일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배치됐는데 4%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 지상파 PD는 “시청자들이 직접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 등을 도입했지만 참여율이 아직은 저조한 편”이라고 털어놨다. 요즘 TV 방송이 모바일 포맷을 벤치마킹하는 ‘역수입 현상’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하지만 퀴즈쇼는 이미 승부가 모바일 쪽으로 기울었단 평가가 많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해외에서는 미국 ‘제퍼디(Jeopardy)’처럼 TV 퀴즈쇼가 스테디셀러지만, 주로 오랜 팬인 중장년층 시청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국내 젊은 세대는 SNS에 익숙하고 직접 참여하려는 욕구가 강해 정적인 스튜디오 예능으로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맨도롱 또똣할 때 호로록 드릅쌉써(기분 좋게 따뜻할 때 얼른 마시세요).” “솖은 독새기고추룩 맨들락허다(삶은 달걀처럼 매끈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워스모어대 데이비드 해리슨 교수는 “향후 100년 안에 현존 언어의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제주어도 그중 하나다. 2011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직전에 해당하는 ‘소멸위기언어 4단계’로 지정했다. KBS제주방송총국에서 제주어로 된 12부작 미니시리즈 ‘어멍의 바당’을 선보였다. 지역 방언을 기반으로 장편 드라마를 만든 건 ‘어멍의 바당’이 최초다. 주인공 강단은 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일하는 방송기자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해녀지만 단은 해녀 문화를 싫어한다. 그런 그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해녀를 취재하기 위해 고향을 다시 찾게 된다. 이 드라마는 ‘어머니의 바다(어멍의 바당)’를 찾은 단이 점차 어머니와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그 안에 제주어는 물론 해녀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제주 비양도의 아름다운 풍광을 녹여냈다. 연출을 맡은 오수안 PD는 산업화 시기 표준어 정책의 영향으로 급격히 잊혀져 간 제주어를 보존하자는 취지로 ‘어멍의 바당’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이하의 젊은이들은 제주 출신임에도 제주어를 말하고 듣지 못해 세대 간 단절까지 발생하는 상황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언어는 많이 말하고 들릴 때 생명력을 갖는다는 생각으로 고집스럽게 모든 대사를 제주어로 처리했다. 제주 출신의 김선희 작가가 철저한 고증을 거쳐 제주어로 대본을 썼다. 강단 역의 박은주 씨(31·여)는 “대본 리딩에 걸린 시간이 (표준어 대본의) 열 배는 되는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출연진 전원은 제주 지역 연극인들이다. 단의 어머니 역을 맡은 정민자 씨(57)는 실제로 해녀의 딸이다. 그는 “해녀복을 입고 처음 바다에 들어간 날 ‘우리 엄마가 평생 우리를 위해 이렇게 숨을 참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연극 강사로 일하는 정 씨를 비롯해 모든 출연진은 감귤 농사, 낚시가게 운영 등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가운데 시간을 쪼개 촬영에 임했다. “우리의 이야기”라는 인식을 공유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쉬운 점도 분명 있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PD 두 명이서 드라마 연출까지 도맡아야 했다. 장비 또한 부족해 카메라 두 대로 모든 촬영을 해내야 했다. 대규모 인력과 제작비로 무장한 드라마들에 비해 영상의 만듦새는 떨어진다. 하지만 오 PD는 “‘서울 드라마’에는 없는 정감 가는 제주어와 아름다운 제주의 자연환경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소개했다. 지역 방송이지만 유튜브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전국에서 볼 수 있다. “어멍의 바당, 강 방 왕 고릅써(가서 보고 와서 말씀하세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2006년 다국적 팝페라그룹 ‘일 디보’가 1위에 올려놓은 앨범 ‘Ancora’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가사가 섞인 앨범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 디보의 사례와 차별화된다.○ 소셜미디어와 아이돌 팬덤이 이룬 신화 방탄소년단은 2013년 국내에서 데뷔했다. SM, YG, JYP 같은 대형기획사 출신도 아니었다.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을 비롯해 god, 비의 히트곡을 만든 방시혁 작곡가가 세운 회사. 특이한 이름, 중소기획사 출신의 한계에 부딪혀 초기엔 고전했지만 도리어 큰 기획사와는 다른 음악과 메시지를 내세운 게 성공을 불렀다. 이번 방탄소년단의 1위는 밀레니얼 세대의 팬덤 문화와 소셜미디어 파워가 주류 사회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 사건이다. 전문가들도 1위 등극의 요인을 “헌신적 팬덤의 집중된 화력”에서 찾는다. 여기서 화력이란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상업적·비상업적 활동을 포괄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전 세계에 15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 팔로어들은 방탄소년단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 홍보한다. 제이홉이 26일 올린 ‘오늘도 감사합니당’ 게시물만 해도 36만4000회 리트윗됨으로써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렇다 보니 해외 미디어와 가수들도 ‘BTS가 도대체 뭐기에’란 물음표를 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BTS_twt)만 자기 게시물에 언급해도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출연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팬들은 신작 앨범이 나오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하고 앨범을 몇 장씩 구매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대단한 성과지만 몇 년 새 CD 판매의 대폭 감소로 앨범차트가 트렌드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현지 대중의 트렌드를 더 잘 보여주는 싱글차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4차 산업혁명, 직접 민주주의 시대 단면 보여줘 미국 현지의 아이돌 가수 기근 현상도 파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데 그 공백을 메운 게 왜 방탄소년단이었을까. 또래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첫째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인다. 그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일상 예능’을 중계한다. 칼 같은 군무, 세련된 악곡에 끌린 해외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방탄소년단에 모여들었다. ‘K팝 딕셔너리’의 저자 강우성 씨는 “오랫동안 해외에 누적된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촉매제 격인 방탄소년단에 집약돼 마침내 폭발했고 주류까지 뻗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여타 아이돌그룹 팬을 능가하는 충성도와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팬들이 그들과 방탄소년단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청춘의 고민을 연작 형태로 가사에 현실감 있게 녹여낸 게 주효했다”며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중장년층은 갸우뚱했지만 10, 20대가 열광한 것도 음악과 춤뿐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Not Today’) 등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짚어냈다. 인터넷 번역기의 발전은 외국 팬의 언어 장벽을 없애줬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문화에는 시대적 격변이 투영됐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팬덤 문화가 적극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형 소비자 활동이 세계적인 추세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SNS를 통해 “케이팝이라는 음악의 언어로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삶과 사랑, 꿈과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게 됐다”며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임희윤 imi@donga.com·이지운 기자}

“타슈켄트에 가거든 길에서 아무나 붙잡고 한 번 물어보세요. ‘주몽’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겁니다.” 24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의 알리셰르 하자예프 사장(55·사진)은 자국의 한류 열풍을 이렇게 표현했다. 드라마는 물론이고 다큐멘터리, 뷰티, 의료 분야에 이르기까지 최근 ‘힙’한 콘텐츠는 대부분 한국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 우즈베키스탄은 올해 2월에야 무비자 협정이 체결됐지만 이미 동남아시아 못지않게 한류의 인기가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구려를 세운 고주몽을 다룬 ‘주몽’ 같은 한국 드라마는 우즈베키스탄 방송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하자예프 사장은 “‘대장금’은 벌써 여러 채널에서 10번 넘게 방송했는데도 또 방영해 달라는 시청자의 요구가 빗발친다”면서 “한국 근대화 과정을 다룬 ‘야망의 세월’ 같은 드라마도 인기있다”고 말했다. 하자예프 사장이 이끄는 우즈베키스탄 국영방송은 모두 12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국 드라마 광고비는 자국 프로그램보다 3배 가까이 비싸다고 귀띔했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은 목적도 분명했다. 한국 방송계와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길 원하기 때문이다. 하자예프 사장은 “우리는 아직 배우는 단계라 한국 방송계의 경험을 통해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그는 이번 방한의 ‘최대 수확’으로 EBS에서 e러닝 스튜디오 구축 컨설팅을 받은 것을 꼽았다. e러닝 콘텐츠를 벤치마킹한 청소년 교육 전문 채널을 올해 안에 선보일 계획이다. 하자예프 사장은 한국과의 다양한 합작 프로그램 제작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3년 교류협력 MOU를 체결한 KBS 등과 다양한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한국에서 요즘 여행 예능이 유행이라 하더군요. 우즈베키스탄에서 다큐멘터리나 예능 촬영을 원한다면 장비와 현장 지원은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여러분은 몸만 오시면 됩니다. 언제든 환영하겠습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신화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미국 현지를 대상으로 하는 빌보드 앨범차트에서 방탄소년단은 외국어 앨범으로는 12년 만에 정상을 밟았다. 2006년 다국적 팝페라그룹 ‘일 디보’가 1위에 올려놓은 앨범 ‘Ancora’는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영어 가사가 섞인 음반이었다. 방탄소년단은 한국어를 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 디보의 사례보다 차별화된다.● 소셜미디어와 아이돌 팬덤이 이룬 신화 이번 방탄소년단의 1위는 밀레니얼 세대의 팬덤 문화와 소셜미디어 파워가 주류 사회를 어디까지 흔들 수 있는가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다. 전문가들도 1위 등극의 요인을 “헌신적 팬덤의 집중된 화력”에서 찾는다. 여기서 화력이란 팬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벌이는 상업적·비상업적 활동을 포괄한다.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파워 트위터리안이다. 세계에 1500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렸다. 팔로어들은 방탄소년단이 게시물을 올릴 때마다 실시간으로 공유해 홍보한다. 이를테면 제이홉이 26일 올린 ‘오늘도 감사합니당’ 게시물만 해도 36만4000회 리트윗 됨으로써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러다보니 해외 미디어와 가수들도 ‘BTS가 도대체 뭐기에’란 물음표를 품게 됐다. 방탄소년단의 트위터 계정(@BTS_twt)만 자기 게시물에 언급해도 홈페이지와 SNS 팔로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각종 출연과 협업 제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팬들은 신작 음반이 나오면 집중적으로 스트리밍과 다운로드를 하고 음반을 몇 장씩 구매해 순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대단한 성과임에 분명하지만 몇 년 사이 빌보드 앨범차트의 무게감이 떨어지면서 트렌드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점도 있다”며 “스트리밍이 커지면서 CD 판매량이 대폭 줄어 CD를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열성 팬덤을 지닌 가수가 유리해졌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지난해 미국 가수 핑크가 콘서트 입장권과 앨범을 묶어 파는 방식으로 앨범차트 2위에 오른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방탄소년단의 신작 타이틀곡 ‘FAKE LOVE’는 정작 스트리밍 순위 63위(28일 오후 스포티파이 기준)에 그치고 있다”며 “대중의 트렌드를 더 잘 보여주는 싱글차트 추이는 좀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대만 해도 50만 장, 100만 장까지 달했던 정상 등극 가능 판매량은 2010년대 들어 10여만 장으로 줄었다. 미국 현지의 아이돌 가수 기근 현상도 파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저스틴 비버, 원 디렉션 등 서구권 아이돌의 인기가 줄어든 공백을 방탄소년단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4차 산업혁명, 직접 민주주의 시대 단면 보여준 ‘대분출’ 그렇다면 그 공백을 메운 게 왜 방탄소년단이었을까. 또래인 밀레니얼 세대와의 실시간 소통 능력이 첫째로 꼽힌다. 방탄소년단은 다른 아이돌과 달리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잘 안 보인다. 대신 트위터와 유튜브로 자신들만의 ‘일상 예능’을 중계한다. 칼 같은 군무, 세련된 악곡에 끌린 해외 케이팝 팬들은 온라인에서 친근하게 잘 놀아주기까지 하는 방탄소년단에게 모여들었다. ‘K팝 딕셔너리’의 저자 강우성 씨는 “이번 1위는 방탄만의 성과가 아니다”며 “해외에 쌓여온 케이팝 전반에 대한 인기와 관심이 방탄소년단에 집약돼 마침내 폭발해 주류까지 뻗어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탄소년단의 팬덤인 ‘아미’는 여타 아이돌 그룹 팬을 능가하는 충성도와 열정으로도 유명하다. 김영대 평론가는 가사에도 주목했다.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어른들은 갸우뚱했지만 10, 20대가 열광한 것은 음악과 춤뿐 아니라 메시지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청춘의 고민을 연작 형태로 가사에 현실감 있게 녹여내 팬들이 자신들과 방탄소년단을 동일시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난 육포가 좋으니까 6포 세대/언론과 어른들은 의지가 없다며 우릴 싹 주식처럼 매도해’(‘쩔어’), ‘널 가두는 유리천장 따윈 부숴’(‘Not Today’), ‘꿈이 없어도 괜찮아, 멈춰 서도 괜찮아’(‘낙원’) 등은 젊은 세대의 고민을 직설적으로 짚어냈다. 인터넷 번역기의 발전은 외국 팬에도 언어 장벽을 없애줬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문화에는 시대적 격변이 투영됐다. 이병관 광운대 산업심리학과 교수는 “팬덤 문화가 적극적 소비 형태로 표출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형 소비자 활동이 세계적 추세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자 맞춤형 생산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정치적으로는 직접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 증대와도 연결된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서울 소재 한 법학전문대학원에는 조금 남다른 밴드 동아리가 있다. 밴드지만 합주실이나 공연장에서는 모이지 않는다. 지난해 멤버 몇 명이 모여 한 차례 공연한 게 ‘신기한 일’로 회자될 정도다. 그 대신 한 학기에 한두 번 ‘코인 노래방’에 모여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푼다. 발라드, 록, 힙합… 공연을 준비하는 게 아니니 곡 선정도 자유롭다. 짧은 일탈은 길어야 두 시간. 치열한 경쟁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할 여유는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다시 열람실로 돌아온다. 어른들은 말한다. ‘요즘 것들’은 정도 낭만도 없다고. “젊은이들이 관태기(인간관계의 권태기)에 빠졌다”며 혀를 차기도 하고, “‘N포 세대’의 슬픈 현실”이라며 측은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들은 무덤덤하다. 스스로 선택한 라이프스타일일 뿐이라 한다. 함께 밥 먹으면서 담소 나누는 시간도, ‘썸’ 타며 서로 알아가는 시간도 아까운 2030. 혹자는 이들을 두고 인생의 기름기를 쫙 뺀 ‘살코기 세대’라 부른다. 이들은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최소화한다. 관계를 맺더라도 서로에게 필요한 것 이상은 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는다. ‘살코기 세대’는 인생에 풍미를 더하는 마블링을 쫙 뺀 퍽퍽한 삶일까, 거추장스러운 기름기를 제거한 담백한 삶일까.》○ 뒤풀이 없는 점심시간 동아리 올해 초 로스쿨에 진학한 정유민(가명·24·여) 씨는 입학 전 오리엔테이션에서 깜짝 놀랐다. 잘 시간도 줄여 가며 공부해야 할 만큼 학습량이 많다던 로스쿨 내에 서른 개나 되는 동아리가 운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종 학회와 스포츠 동아리까지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서너 개씩 중복해서 동아리 활동을 한다는 학생회 선배의 설명이 믿기지 않았다. 학기가 시작되자 놀라움은 금방 해소됐다. 로스쿨 내 동아리는 운영 방식이 학부생 시절 동아리와는 달랐다. 대다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모임을 가졌다. 그마저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배달음식을 시켜 학교 내에서 해결할 때가 잦았다. 학회 활동은 번갈아 가며 발제문을 준비해 와 점심을 먹으며 함께 읽는 식으로 진행됐다. 몇몇 스포츠 동아리는 실제로 함께 모여 운동을 했지만 체력관리용으로 각자 운동을 하기 위해 모일 뿐이었다. 학부 시절처럼 으레 따르는 뒤풀이는 일절 없었다. 정 씨도 네 개의 동아리에 가입했다. 처음엔 이럴 거면 왜 굳이 동아리를 하나 싶었는데, 막상 해 보니 좋은 점이 더 많다고 했다. “같은 건물에서 공부하면서 매일같이 얼굴 보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밥이라도 같이 먹지 않으면 인사조차 안 하게 돼 오히려 불편할 것 같았어요. 공부 시간을 많이 빼앗기는 것도 아니라 부담 없고요.” 정 씨는 다른 학교 로스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더라고 했다.○ ‘썸’ 타는 건 시간 낭비일 뿐… ‘셀소’로 짝 찾는 청춘들 직장인 A 씨(33)는 최근 직장인 전용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결혼을 전제로 만날 여성을 찾는다는 글을 올렸다. 자신의 신체조건은 물론이고 회사 내 직급과 연봉, 소유한 부동산까지 ‘스펙’을 아주 구체적으로 쓴 후 만나고 싶은 여성의 외모와 직업 조건, 성격까지 구체적으로 단서를 달았다. 셀프 소개팅, 이른바 ‘셀소’였다. 이 익명 SNS 페이지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씩 ‘셀소’ 글이 올라온다. A 씨는 서른 살이 되던 해부터 한 달에 한두 번씩 소개팅을 해 왔고, 몇 달씩 사귀어 보기도 했다. 그러나 결혼할 만하다고 느껴지는 대상은 찾지 못했다. “주선자에게는 원하는 여성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가 껄끄럽잖아요.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도 주선자에 대한 예의상 몇 번 더 만나야 할 때도 있고요. 셀소 글을 올려 짝을 찾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죠.” A 씨는 더 이상 불확실한 소개팅에 돈과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온라인 친목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34)는 2016년 자신의 카페에 ‘셀소 게시판’을 열었다. 600명이 넘는 회원이 김 씨의 셀소 게시판에 짝을 찾는 글을 올렸다. 김 씨가 다녀온 ‘셀소 커플’의 결혼식만 해도 열 번에 이른다. 김 씨는 “셀소로 결혼하는 커플들에게 물어보면 부모님에겐 ‘친구에게 소개받았다’고 한다더라. 아무래도 아직 부모님 세대들은 ‘셀소’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대체식’을 찾는 2030 플라스틱 병에 미숫가루처럼 고운 분말이 들어 있다. 찬물을 붓고 잘 흔들어 주기만 하면 한 끼 식사가 완성된다. 후루룩 마시는 데는 수십 초면 충분. 다 마시고 나면 빈 병은 재활용 쓰레기통에 ‘휙’ 버리면 그만이다.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식’이다. 회사원 박정은(가명·27·여) 씨는 대체식으로 점심식사를 대신하곤 한다. 한 주에 한두 번 대체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회사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모자란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 박 씨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둔 윤서영(가명·26·여) 씨도 저녁 식사로 대체식을 애용한다. 어리지 않은 나이에 취준생 신분으로 돌아와 공부만 하기에도 마음이 바쁜데 굳이 밥을 차려 먹는 게 번거로웠다. “집에서 분말에 물 타서 마시는 게 좀 웃기는 짓 같긴 하지만, 뭐 어때요? 이젠 라면 끓이는 것도 시간 낭비로 느껴져요.” 대체식 시장은 최근 2년 사이 급성장했다. 2015년 말 대체식 ‘랩노쉬’를 출시한 이그니스는 2017년 매출 5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6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인테이크는 2018년 매출 목표를 200억 원으로 높여 잡았다. 이그니스 관계자는 “당초 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는 2030 여성을 타깃으로 제품을 출시했으나,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하고 다른 곳에 시간을 투자하고자 하는 2030 남녀 전반으로 폭을 넓혔다”고 밝혔다.○ 밥터디 하는 청춘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수료하고 공인회계사(CPA) 시험을 준비하는 백승호(가명·27) 씨는 석 달 전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밥터디(밥+스터디)’를 구했다. 백 씨 또래의 고시생 네 명으로 구성된 이 모임은 점심, 저녁 시간에 모여 밥을 먹고 헤어진다. 식사 시간은 한 시간을 넘기지 않고, 식대는 각자 계산하는 게 규칙이다. 메뉴는 늘 구내식당. 도서관에서 가깝고 음식도 빨리 나와 좋다. 지난해 처음 시험 공부를 시작할 때 백 씨는 구내식당에서 혼자 끼니를 해결했다. 친구들과 밥을 먹으면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하고 놀고 싶은 마음도 들어 자꾸 공부 시간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혼자 밥을 먹다가 과 후배나 동아리 사람들을 자꾸 마주치다 보니 주위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매번 약속을 잡아 밥을 먹는 건 너무 번거로워요. 친구 기분이나 상황도 맞춰 줘야 하고요. 후배들과 밥을 먹으면 제가 사야 하니 그것도 부담이었죠.” 그래서 백 씨는 밥터디를 꾸렸다. 밥터디라고 정말 아무 말 없이 밥만 먹는 건 아니다. 각자 사는 이야기, 공부하며 겪는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한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니 직장에 다니는 친구들보다 공감도 잘된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전화번호는 교환하지 않고, 따로 만나거나 ‘개인 카톡’을 하는 건 금물이다. 각자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서로에게 필요한 감정적 지원을 주고받는 사이. 백 씨가 말하는 ‘쿨한 관계’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16년 전국 20대 남녀 6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대의 79.9%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9.5%가 무교류 동호회, 밥터디 등 목적 지향적 모임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 때문에 2030의 상당수가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 자체를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운 일로 여기게 되었다.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나가는 데서 효용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SNS와 함께 성장한 2030에겐 오프라인에서의 친밀한 관계는 더 이상 필수적인 것이 아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살코기 세대는 본인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기성세대를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정은 씨는 “매일 회사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어야 한다는 건 고정관념일 뿐”이라고 했다. 박 씨는 다음 달부터 대체식으로 점심을 해결한 후 남는 시간에 필라테스를 배우러 다닐 계획이다. 백 씨도 CPA 시험에 합격할 때까지 밥터디를 계속할 것이라 밝혔다. “관계가 깊어지면 신경 쓸 게 너무 많아져요.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길게 얘기를 들어줘야 하고, ‘소주 한잔할까’ 했을 때 거절하기도 어려워지죠. ‘합격’이라는 목표가 확실한 지금은 인간관계 때문에 불필요한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아요. 필요에 의해 윈윈 하는 관계인데, 문제 있나요?”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