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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66)이 전직 국가정보원장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을 동원해 방위사업청에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민권익위원회도 신빙성이 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국민권익위 신고심사의견서에 따르면 권익위는 방위사업비리 정부 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구성되기 전인 2013년 2월 ‘일광공영이 정·관계 출신 유력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통해 방사청에 로비를 벌였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했다. 일광공영이 2012년 EWTS를 2개월가량 늑장 납품하면서 군에 약 766만 달러(약 91억 원)를 배상해야 할 처지가 되자 전직 국정원장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 방사청장 국회의원 등으로 구성된 일광공영 측 자문단을 꾸려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이다. 권익위 문건에 거명된 자문단 중 일부는 일광공영 계열 법인의 임원을 맡고 있었다. 권익위는 “담당자가 배상금을 전액 면제해 줘 예산을 낭비한 의혹이 일부 확인됐다”며 방사청 관계자 명단을 대검찰청에 넘겼다. 합수단은 EWTS 비리에 관여한 혐의(배임 등)로 방사청 소속 신모 중령을 구속하는 등 일광공영과 방사청 윗선의 연결고리를 캐고 있지만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조사에 협조적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최근 구인장을 발부받아 이 회장을 조사실로 불러냈지만 이 회장은 진술을 거부했다고 한다. 권익위는 터키 하벨산사의 EWTS 납품 협력업체였던 SK C&C가 2013년 초 사업 수주 대가로 하벨산에 별도 사업의 용역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SK C&C 고위 관계자 A 씨에 대해서도 의견서에 적시했다. 또 SK C&C와 하벨산 간에 “방사청 EWTS 프로젝트의 국내 사업 파트너로 SK C&C가 선정되면 SK C&C는 하벨산에 1400만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제공한다”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정황도 검찰에 함께 이첩했다. 합수단은 구속한 윤모 전 SK C&C 전무 등 당시 고위 임원들의 EWTS 관련 가담 범위를 조사한 뒤 A 씨를 조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조동주 djc@donga.com·조건희 기자}
일본 폭력조직 ‘야쿠자’ 조직원이 국내에서 필로폰 10kg을 팔아넘기려다 적발됐다. 야쿠자 조직원이 한국에 들어와 33만여 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의 필로폰(1회 0.03g)을 유통시키다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정보원과 관세청, 검찰은 야쿠자가 국내 폭력조직과 연계해 필로폰을 매매하려는 시도로 보고 공조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필로폰 10kg을 소지하고 이를 팔아넘기려 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야쿠자 조직원 A 씨를 최근 체포해 구속했으며 필로폰은 압수해 보관 중인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국정원과 검찰은 A 씨가 일본 야쿠자 중간급 조직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A 씨가 머물던 숙소를 압수수색해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지난달 말경 입국했으며, 필로폰을 직접 들여오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과 세관은 필로폰을 들고 먼저 입국한 또 다른 야쿠자 조직원에게서 필로폰을 전달받은 뒤 A 씨가 이를 다른 곳에 넘기거나 직접 팔아치우고 현금을 챙기기 위해 단기 입국한 ‘중간 전달책’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다른 조직원에게서 필로폰을 건네받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 했다”고만 진술하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A 씨가 국내에 몇 차례 단기 체류한 적이 있는 점에 비춰 A 씨가 국내에 유통시킨 필로폰의 양이 더 많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국정원과 세관, 검찰은 A 씨가 누구에게 필로폰을 전달하려 했는지, 필로폰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인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야쿠자가 직접 국내로 들어와 배달하고 유통시키려 한 필로폰의 양이 많다는 점에서 사실상 필로폰의 또 다른 밀수입 및 유통경로가 조성된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필로폰 0.03g이 시중에서 10만 원 선에 거래되는 만큼 시중가로 333억 원이 넘는 필로폰이 국내로 밀반입된 셈이다.조건희 becom@donga.com·장관석 기자}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자살로 주춤했던 검찰의 정치권 사정(司正) 수사가 재개됐다. 부동산 분양대행 업체와 건설 폐기물 수집 업체 등이 대형 건설사 수주 물량을 늘리기 위해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혐의를 포착해 전방위 수사에 나서면서 정치권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미다스의 손’ ‘건설 단체 고위직’ 동시 겨냥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이날 검사와 수사관 30여 명을 투입해 부동산 분양대행업체 I사 김모 대표와 건설폐기물 업체 H사 대표 유모 씨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했다. 분양대행업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김 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대형 건설사에서 분양·투자대행 계약 40여 건을 수주했다. 최근에는 서울 경기 일대에서 만성 미분양 아파트를 대거 분양에 성공시키면서 업계에서 이름을 날렸다. 검찰은 I사 매출 규모가 수년 새 100억 원대로 급성장한 배경에 정치권 인사들과의 친분이 작용했는지 확인하고 있다. 경기 지역에서 건설폐기물 처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유 씨는 폐기물 처리 용역을 따내는 과정에서 정·관계에 금품을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건설폐기물 처리업은 2004년 이전까진 건설 공사에 뒤따르는 재하청 용역 수준으로 인식돼 왔지만 2005년 관급 공사의 폐기물 처리 용역을 분리 발주하도록 한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특히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한 골재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의무화되면서 폐기물 처리업체의 계약 수주에 정치권과 공공기관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커졌다. 검찰은 유 씨가 H사 외에도 경기 용인시 G사 등 관련 업체 여러 곳을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중 일부 회사는 비자금 조성을 위한 ‘특수 목적’으로 설립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다.○ 재활용 골재 의무 사용 입법 로비? 유 씨는 2011년경부터 지난해까지 동종 업계에 입김을 미치는 관련 단체 2곳에서 동시에 고위직을 지냈다. 두 단체는 폐기물 처리업체의 용역 능력을 평가하고 이행 상황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협회의 평가와 조합의 조사 결과는 대형 건설사들이 건설폐기물 처리 용역을 발주할 때 주요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폐기물 처리업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검찰은 유 씨가 다른 업체들의 용역 수주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금품을 챙겼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특히 유 씨가 재활용 골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공사의 범위와 사용량 비율을 확대시키기 위해 단체 차원에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유 씨가 건설폐기물 처리 관련 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및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등과 접촉했는지 조사 중이다. 재활용 골재 의무 사용 비율이 확대되면 건설폐기물 처리업계의 매출 규모가 급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관련 업체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국토교통부와 환경부의 고시에 따르면 관급 공사에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재활용 골재의 비율은 2008년 전체 사용량의 15%에서 올해 35%로 높아졌고, 2016년엔 40%가 된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일광공영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를 수사 중인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현직 방위사업청 관계자들의 비리 연루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합수단은 EWTS 납품 비리에 가담한 혐의로 방사청 감시정찰정보전자전사업부 전자전장비사업팀 신모 중령을 이날 체포하고,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신 중령은 2009년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이 방사청을 상대로 1000억 원대 공군 EWTS 납품을 수주했을 때 전자전장비사업팀에서 EWTS 관련 계약 및 사업 계획을 총괄했다. 올해 1월부터 EWTS 납품 비리를 수사해온 합동수사단이 현직 방사청 관계자를 체포한 것은 처음이다. EWTS 도입 과정은 그동안 일광공영 측이 방사청에 납품가를 속여 560억 원의 국고를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사청이 피해자가 아니라 내부 공모한 사실이 드러나면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합수단은 방사청 관계자들이 EWTS 시스템 구축 사업을 추진하면서 하벨산과 일광공영 이 회장, 이 회장과 연구개발 계약을 한 SK C&C 간의 ‘3자 간 불법 하청 구조’를 알면서도 묵인한 정황을 추가로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일광공영과 방사청 간의 거래가 지적됐으나, 오히려 방사청 고위직은 “무기중개상과 전력화는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방사청과는 무관하다”며 두둔해 왔다. 검찰의 신 중령 체포를 계기로 방사청 고위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합수단은 최근 EWTS 납품 비리로 구속된 전 SK C&C 전무 윤모 씨를 비롯해 전현직 SK C&C 고위 임원들의 개입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최근 일광공영 측은 “2009년 6월 하벨산과 계약을 맺을 당시 SK C&C 고위 관계자 A 씨가 윤 씨와 함께 계약서에 직접 서명까지 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변종국 bjk@donga.com·조건희 기자}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1일 오전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4)을 1조 원대 배임 혐의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날 강 전 사장을 상대로 2009년 10월 캐나다 자원 개발 업체 하베스트를 인수하면서 부실 계열사인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을 1조3700억 원(약 12억2000만 달러)에 함께 인수한 과정을 조사했다. 검찰은 석유공사가 지난해 8월 NARL을 매입가의 7~8% 수준에 불과한 1000억여 원(약 9700만 달러)에 되팔아야 했던 점 등을 고려해 매입가 전액을 강 전 사장의 배임 액수로 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 전 사장이 NARL의 부실을 보고 받고도 무리하게 인수한 정황이 짙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2009년 10월 14일 석유공사 실무진들은 하베스트가 NARL을 함께 매각하려 하자 협상을 중단하고 콜롬비아 자원 개발 업체 퍼시픽 루비알레스 측과 협상을 재개하기로 했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해외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지 사흘만인 같은 달 21일 하베스트와 NARL을 동시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석유공사를 관할하는 지식경제부가 NARL 매입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주요 확인 대상이다. 석유공사는 지경부 등이 참가한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에서 2008년 C등급에 그쳤지만 2012년 A등급을 받았다. 강 전 사장이 “최경환 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인수 건을 보고한 뒤 암묵적인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진 만큼 향후 검찰 수사가 전 정권 인사들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추가 수사를 한 뒤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 개발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64)의 1조 원대 배임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강 전 사장을 1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강 전 사장은 2009년 캐나다 자원 개발 업체 하비스트와 정유사 노스애틀랜틱리파이닝(NARL)을 무리하게 동시에 인수했다가 매각해 석유공사에 1조3300억 원대의 손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1월 감사원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뒤 수사를 벌여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다. 하지만 강 전 사장은 감사원 조사에서 여러 차례 “최경환 경제부총리(당시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인수 건을 보고한 뒤 암묵적인 동의를 받았다”는 취지로 주장해 온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와 이후 재판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강 전 사장을 상대로 석유공사의 자문사인 메릴린치가 NARL의 주식 가치를 시세보다 높게 평가하게 된 경위도 조사할 방침이다. 메릴린치 서울지점 측 관계자들은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원 개발 업체의 시세 평가는 미국 본사가 수행하며 통상 평가 결과를 상·중·하 3가지 정도로 제시하면 의뢰 업체(석유공사)가 그중에서 선택하는 구조”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백준 전 대통령총무기획관의 아들이 메릴린치에 근무한 사실이 평가 과정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전 기획관의 아들은 석유 사업과 무관하게 채용됐고 근무 분야도 국내 인수합병 쪽이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조건희 becom@donga.com·장관석 기자}

정부가 만든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 요구 권한을 대폭 강화한 국회법 개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회 전횡법이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가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밝힌 데 이어 행정 부처들도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 “국회 만능주의…제2의 국회선진화법 될 우려” 국회법 개정안 98조 2항은 ‘대통령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다고 판단되면 국회 상임위가 해당 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이나 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기관장은 수정 변경을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한 뒤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해야 한다. 당초 여야 원내대표 합의문에는 ‘수정 요구를 받은 행정기관은 지체 없이 처리한다’고 돼 있었지만 국회 운영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위헌 우려를 반영해 ‘지체 없이’라는 표현은 삭제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내에서는 여전히 위헌 요소가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태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 만능주의, 행정부에 대한 국회의 지나친 간섭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본회의 표결에서도 새누리당 의원 12명이 반대하고 20명은 기권했다. 반대표를 던진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삼권분립이 훼손돼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운영 과정에서 악용되면 제2의 국회선진화법이 될 수 있다”며 “수정·변경을 요구하려면 상임위에서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상임위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판사 출신인 박범계 의원이 기권했다. 박 의원은 페이스북에 “시행령이 모법의 위임 범위를 일탈하는 사례가 많더라도 국회법으로 시행령 위법 여부를 심사해 수정을 요구하고 정부가 따르게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법제처장 “사법권 침해로 볼 수 있어” 행정 부처들은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와 법원의 권한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고 정부의 효율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정부 법제처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 소지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헌법이 의도하지 않은, 헌법에 규정되지 않은 행정에 대한 입법의 강력한 견제장치여서 꼭 필요하다면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행령이 모법에 위반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다를 수 있어 법원에서 판단하라는 게 헌법의 규정”이라며 “그런데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위반 여부를 국회가 판단하겠다는 뜻이어서 사법권 침해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내부 검토 결과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법무부 관계자는 “헌법상 행정부와 대법원에 각각 부여된 행정입법권과 심사권을 국회가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정책 개발과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종 경제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회가 시행령에도 과도하게 개입하면 정책 추진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안 때문에 경제 정책이 적기에 시행되지 못하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법조계 “국회의 월권” vs “정당한 권리” 법조계에서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상대로 ‘입법 지도’를 하려는 위헌적인 발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시행령이 법률의 취지에서 다소 벗어나더라도 이를 국회가 직접 통제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으로 이야기할 때 ‘요구’라고 하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국회의 요구에 정부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 없이 국회가 일방적으로 정부의 시행령 제정에 대한 권한을 침해한다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윤홍근 변호사는 “국회 뜻대로 바꿀 수 있다면 그건 대통령령이나 국무총리령이 아닌 ‘국회령’”이라고 비판했다. 국회의 정당한 권리라는 의견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위헌·위법한 행정명령의 시행에서 오는 국민적 혼란을 사전에 막기 위해 국회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게 한 것”이라며 “시행령 수정을 강제할 권한이 명시된 것도 아니어서 위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길진균·조건희 기자}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가 28일 금융감독원 김진수 전 부원장보(55)를 채권은행에 외압을 가한 혐의로 재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조영제 전 부원장(58)도 29일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조 전 부원장과 김 전 부원장보가 2013년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을 앞두고 농협 등 채권은행 측에 수백억 원대 자금 지원을 압박한 정황을 잡고 이날 김 전 부원장보에게 당시 상황을 조사했다. 검찰은 2009¤2011년 경남기업의 2차 워크아웃 과정도 조사 중이어서 조 부원장과 김 전 부원장보의 혐의가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다. 경남기업이 2차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직전 김 전 부원장보는 기업금융개선국장으로 부임했다. 검찰은 한 차례 기각 된 김 전 부원장보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 전 부원장보는 “경남기업이 정상적인 기업이라고 판단하고 적법하게 조치한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26일 포스코 측에서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56·전 성진지오텍 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 회장은 2010∼2012년 포스코플랜텍의 이란석유공사 대금 922억 원 중 650억 원을 빼돌린 혐의다. 이 과정에서 현지 외국계 협력업체와 국제 환전상 등을 동원해 빼돌린 돈을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비리 의혹을 추가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컨설팅업체 I사 장모 대표(56·구속기소)가 포스코건설 하도급 업체에서 받은 뒷돈 중 2억여 원을 정 전 부회장의 처남에게 건넨 건 정 전 부회장의 배임수재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시민단체들이 고객 개인 정보를 보험사에 무단 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홈플러스 법인을 엄중히 처벌해달라는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26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13개 단체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과 서울중앙지법을 방문해 탄원서와 의견서를 각각 제출했다. 경실련 등은 “지난달 28일 첫 공판 준비기일에서 홈플러스 측이 ‘검찰이 여론에 편승해 무리하게 기소했다’며 무죄를 주장하면서 개인정보 제3자 제공 현황조차 공개하지 않는 등 반성하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촉구했다. 홈플러스 사건의 두 번째 공판 준비기일은 다음달 2일이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 등으로 수집한 개인정보 2400만 건을 231억7000만 원에 보험사들에 판매한 혐의로 2월 기소됐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포스코건설 하청업체 선정 관련 비리로 구속된 컨설팅업체 대표가 하청업체 측으로부터 수수한 뒷돈 일부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64)의 처남 A 씨 계좌에 송금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정 전 부회장을 상대로 또 다른 하도급 업체 비리 의혹 확인에 들어갔으며,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포스코건설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부장 조상준)는 컨설팅업체 I사 장모 대표(64·구속 기소)가 받은 뒷돈 25억여 원 중 2억여 원이 정 전 부회장의 처남 A 씨에게 송금된 단서를 잡고 최근 A 씨를 소환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는 중학교 동창인 정 전 부회장에게 공사 수주 청탁을 해주는 대가로 하청업체 등에서 15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장 대표는 “정 전 부회장이 A 씨에게 돈을 주라고 먼저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열린 정 전 부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도 A 씨에게 입금된 돈이 사실상 정 전 부회장에게 건네진 돈으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정 전 부회장 측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법원은 일단 “배임수재 부분에서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사실적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상태다. 반면 검찰은 정 전 부회장과 장 대표, 전 베트남법인장 박모 상무(구속 기소) 등의 비자금 조성 수법에 비춰볼 때 장 대표가 A 씨에게 보낸 돈은 정 전 부회장에게 준 성격이 짙어 배임수재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부회장 재임 당시 비자금 조성 규모가 200억 원대에 이르는 만큼 정 전 부회장이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의 ‘정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비자금은 영업비 유용, 현장전도금 명목, 해외 영업현장 등 다양한 방식으로 조성됐으며 이로 인해 포스코건설 본부장 등 전현직 임원 8명과 하도급업체 관계자 2명이 구속된 상태다. 이들은 “구체적 비자금 조성 사실을 건건이 보고하지는 않았지만 정 전 부회장도 이미 알고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국내에서 허가되지 않은 발기부전 치료 성분이 들어간 건강기능식품을 만들어 내다 판 제조자에게 대법원이 집행유예를 확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P사 대표 김모 씨(52)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추징금 6075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김 씨는 2011~2012년 국내에서 제조 기준과 규격이 고시되지 않은 발기부전 치료 성분 ‘실데나필’과 화학 구조가 유사한 물질이 함유된 캡슐 4만 정을 중국에서 들여와 이를 상자 1600개에 나눠 담은 뒤 국내에서 재판매한 혐의로 2013년 기소됐다. 재판부는 김 씨가 식품제조가공업자로 신고도 하지 않은 채 무허가 성분이 함유된 식품을 판매한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 씨가 제품에 실데나필 성분을 일부러 포함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고 고의로 발기부전 치료 성분을 가공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김 씨가 제품을 제조하기 전에 전문 시험기관인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문제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성분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점 등이 고려됐다. 공범 이모 씨(45)와 P사 법인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의 원심이 확정됐다.조건희기자 becom@donga.com}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앞두고 여야 간에 짙은 전운(戰雲)이 드리우고 있다. 22일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방미 전(6월 중순)에 황 후보자의 인사청문 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구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도 “임명동의안을 다음 주 화요일(26일)에 제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민통합을 포기한 두 국민정치, 명백한 선전포고”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전날 “실망했다”는 반응보다 훨씬 강한 톤이다. ○ 여 “대통령 방미 전 마무리” 여야 지도부의 본격적인 기 싸움도 시작됐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정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이번에 새누리당 순서”라고 강조한 뒤 청와대의 인사청문요청안이 접수되는 대로 위원장을 포함해 7명의 (위원) 인선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여당 몫인 청문특위 위원장으로는 이주영 의원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우원식 의원을 인사청문 태스크포스 간사로 내정하고, 인적 구성 및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26일 임명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면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특위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15일(6월 9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치고, 전체 국회 심사 절차는 20일(6월 14일) 이내에 마쳐야 한다.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도 박상옥 대법관 인준 과정이 지연됐던 것을 상기시키려는 듯 “청문회를 마치고도 당연히 해야 할 보고서 채택 문제로 여야 간 실랑이가 벌어지거나, 본회의 의결 절차가 지연돼 총리 업무에 공백이 발생해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야 “부적격 장관, 총리 어불성설” 하지만 새정치연합 문 대표는 “장관으로도 부적격인데 총리라니 어불성설”이라며 벌써부터 ‘부적격’을 주장했다. 야당은 황 후보자에 대해 두 차례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낸 적이 있다. 2013년 11월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수사 때와 2014년 2월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대한 부당한 감찰 지시가 이유였지만 해임건의안은 본회의 표결 당시 여당 의원들이 퇴장하면서 자동 폐기되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청문회에서 황 후보자의 문제점을 확실히 부각시켜 침체된 당의 결집을 이끌 계획이다.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청와대의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황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에 매진 한편 황 후보자는 이날 예정됐던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정부과천청사에서 청문 절차 준비와 법무부 업무에 매진했다. 황 후보자는 당분간 외부 일정을 김주현 법무부 차관에게 일임하기로 했다. 장관 퇴임식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리 임명 하루 전까지 감사원장으로 재직했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의 전례를 따를 가능성도 높다.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조건희 기자}
22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5차 공판의 증인으로 채택됐던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57)이 사유서를 내지 않은 채 법정에 불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창영)는 다음달 9일 오후 2시에도 박 회장이 출석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구인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과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정윤회 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담은 동향보고서 등 청와대 내부 문건을 박 회장 측에 수시로 건넨 혐의로 1월 기소됐다. 박 회장은 이 문건을 건네받은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58)을 지명했다. 이완구 전 총리 사표 수리 이후 24일 만이다. 부총리가 아닌 장관이 총리로 직행한 건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유례가 없다. 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황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경제 재도약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 과거부터 지속돼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하고 정치개혁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황 후보자의 역할이 부패 척결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성완종 게이트’를 정치개혁의 발판으로 삼아 정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황 후보자도 지명 직후 기자들을 만나 “경제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이루고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와 인준 투표를 마치고 총리로 취임하면 노무현 정부 때 한덕수 전 총리(취임 당시 58세) 이후 8년 만에 50대 총리가 탄생한다. 또 현 정부 들어 정홍원, 이완구 전 총리에 이어 총리가 모두 성균관대 법대 출신이라는 이색 기록도 만들어진다. 황 후보자는 사법시험 23회로 대검찰청 공안3과장·공안1과장, 서울중앙지검 2차장 등을 지냈다. 국가보안법 해설서를 펴낼 정도로 ‘공안’ 분야에 정통하다. 지난해에는 법무부 장관으로 정부를 대리해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이끌었다. 야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황 후보자 지명을 두고 “야당과 다수 국민의 바람을 짓밟은 독선적 인사”라고 지적했다. 황 후보자와 경기고 72회 동기로 ‘40년 지기’인 이종걸 원내대표도 “김기춘(전 비서실장)의 아바타”라며 “소통과 통합의 정치가 아니라 공안통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당은 황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일 때 두 차례 해임건의안을 내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법무부 장관 취임 전 인사청문회에서는 ‘전관예우’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황 후보자는 검찰 퇴임 후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17개월간 보수로 16억 원을 받았다.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지 엿새 만에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도 5개월간 16억 원의 고액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논란이 돼 사퇴했다. 후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총리 대행인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제청으로 조만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소병철 전 법무연수원장이 거론되는 가운데 다른 인물이 발탁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 부총리와 황우여 사회부총리를 뛰어넘어 장관이 총리로 직행한 만큼 정치인 출신 국무위원들이 조기에 당으로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이재명 egija@donga.com·조건희 기자}
“공안 검사가 가장 적성에 맞습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기 엿새 전인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총리와 법무부 장관 중 어느 쪽이 더 적성에 맞느냐”는 질문에 내놓은 대답이다. 총리직 제의 질문을 재치 있게 받아넘긴 얘기였지만 자타가 공인하는 ‘공안통’ 검사임을 스스로 드러낸 답변이었다. ○ 노무현 정부 시절 검사장 승진 2차례 고배 사법연수원 13기인 황 후보자는 1983년 청주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해 대검찰청 공안1·3과장,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을 지내며 공안 검사로 명성을 날렸다. 검찰 내 공안 검사 계보에선 ‘신(新)공안’으로 분류된다. 수사 검사 시절엔 ‘대한항공(KAL)기 폭파범 김현희 사건’ ‘임수경(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밀입북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았고,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재직 땐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그가 쓴 ‘국가보안법 해설’은 공안 수사의 교과서로 불린다. 서영제 변호사(전 대구고검장)는 “함께 근무할 때 새벽 2, 3시까지 일한 다음 날도 가장 먼저 출근해 국가보안법을 공부하던 황 후보자의 모습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공안 검사’란 꼬리표가 따라다니지만, 황 후보자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화. 2005년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한 아주머니가 구속된 일이 있었다. 시위에 시달리던 대검 수뇌부는 분위기가 강경했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수사 검사에게 사정을 듣고 난 후 검찰총장을 설득해 이 아주머니를 석방했다고 한다. 한 후배 검사는 “평소 수사할 때 자기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타인에겐 따뜻한 선배”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황 후보자는 2007년과 2009년 직접 연주한 색소폰 음반 2장을 발표한 특이한 경력도 갖고 있다.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최근엔 연주할 짬이 안 나 가끔 집 근처 공원에서 집사람과 산책만 한다”고 했다. 황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 천정배 법무부 장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가 검사장 승진에서 두 차례나 탈락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늦깎이’로 검사장 승진을 한 후엔 막혀 있던 ‘관운’이 한꺼번에 터졌다. 2009년 1월 창원지검장이 됐고, 같은 해 8월 곧바로 대구고검장으로 승진했다. 2011년 8월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난 그는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공직에 복귀했다. 2013년 11월 정부 측 대리인을 맡아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을 청구하고 첫 변론과 마지막 변론에 직접 참여해 통진당 해산 결정을 이끌어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절대적인 신임을 얻게 됐다. 황 후보자는 현 정부의 초대 내각 멤버 중 최장수 장관이다. 23일이면 재임 기간이 804일이 돼 30여 년 새 가장 오래 재직한 법무부 장관이 된다. 박 대통령의 깊은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전까진 김영삼 정부 시절 김 전 대통령의 경남고 후배인 안우만 전 법무부 장관이 803일로 가장 길었다.○ 언론 접촉 삼가고 곧장 청문회 준비 황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언급했다. 하지만 ‘부패 척결의 적임’이라는 청와대의 설명과 달리 ‘부패 척결’은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황 후보자는 “국민 화합과 사회 통합을 이루고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일도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국민의 뜻을 받들겠다”고 덧붙였다. 황 후보자는 미리 준비한 소감문을 읽은 뒤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제 생각을 소상히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질문은 받지 않았다. 김광수 법무부 대변인 등과 함께 점심 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할 때도 “부족한 사람이 무거운 짐을 지게 돼 큰 책임감을 느낀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 나가겠다”고만 했다. 황 후보자가 언론 접촉을 극도로 삼가는 건 금품수수 의혹으로 총리직을 사퇴한 이완구 전 총리의 기소를 앞두고 있다는 상황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황 후보자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구치소 방문 계획 등 외부 일정을 김주현 법무부 차관에게 일임하고 곧바로 국무조정실 관계자들과 함께 청문회 준비에 돌입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총리 임명 전날까지 감사원장으로 재직한 전례를 감안하면 황 후보자도 장관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장관 재직 중에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또 다른 자리로 바로 지명된 건 황 후보자가 처음이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포스코 관련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9일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64)을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소환했다. 검찰은 이명박(MB)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정 전 부회장을 상대로 MB정부 시절 포스코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주인 없는’ 포스코의 구조적인 비리 사슬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정 전 부회장은 2009∼2012년 포스코건설 대표이사 재직 시절 국내외 공사 현장에서 특정 하도급 업체를 밀어주고 100억 원대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하도급 업체에서 영업비 명목으로 뒷돈을 받거나 △현장소장에게 지급해야 할 활동비 일부를 돌려받고 △해외 사업비 일부를 빼돌리는 등의 방식으로 최소 140억 원의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서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구속되거나 구속영장이 청구된 포스코건설 전현직 임원은 박모 상무(52) 등 모두 8명이다. 김모 전 부사장(64) 등 2명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고 있다. 이들에게 뒷돈을 건넨 하도급 업체만 해도 20여 곳이나 된다. 검찰 관계자는 “1년 내내 수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포스코와 하도급 업체 간 유착 관행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과 상납의 ‘윗선’을 캐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말 내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오너’가 아닌 포스코그룹 경영진보다 정치권 실세들과 친분이 깊은 하도급 업체 회장들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는 포스코그룹의 특수한 상황에 주목했다. 검찰은 이달 초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이 넓은 이철승 흥우산업 회장(57)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데 이어 또다른 협력업체 대표를 수사 중이다. ‘친MB’ 인사로 분류되는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과 ‘거물급’ 하도급 업체 회장들의 연결고리를 추적하기 위한 행보다. 또 다른 수사의 한 축인 코스틸과 성진지오텍 관련 수사에서 MB 정권 실세 개입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포스코에서 철강 중간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200억 원대 비자금을 조성한 박재천 코스틸 회장(59)을 14일 구속했고, 포스코플랜텍의 이란석유공사 대금 922억 원 중 상당액을 유용한 의혹을 사고 있는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56·전 성진지오텍 회장)을 20일 소환키로 하고 최종 일정을 조율 중이다. 박 회장과 전 회장은 MB 정권의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들이 조성한 비자금의 용처를 추적 중이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경남기업 워크아웃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8일 김진수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55)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남기업의 자원개발 비리에서 시작된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로비 의혹 수사가 정치권뿐 아니라 금융권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는 이날 김 전 부원장보를 직권남용 혐의로 소환해 2013년 10월 경남기업의 3차 워크아웃 개시 결정 과정을 조사했다. 김 전 부원장보는 당시 회계법인으로부터 “회사의 재무 상태가 나쁘니 대주주인 성 회장의 주식을 무상 감자해야 한다”는 보고를 받고도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과 채권단 소속 은행 담당 임원들에게 “대승적 차원에서 대주주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취지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남기업은 2012년에 24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고, 유동성 위기에 시달렸지만 김 전 부원장보가 2013년 4월경 신한은행 등 채권은행 3곳의 담당자들을 접촉한 이후 이들 은행에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지난해 3월엔 성 회장의 지분을 무상 감자하지 않고 1000억 원대 출자전환을 하는 등 6300억 원을 추가로 지원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다른 채권 금융기관들과 협의도 하기 전에 금감원이 관여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달 초 김 전 부원장보와 조영제 전 금감원 부원장(58)의 자택과 금감원, 신한은행 등을 압수수색하고 은행 관계자들을 조사한 결과 김 전 부원장보가 채권은행 관계자들에게 출자전환을 받아들이도록 요구한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김 전 부원장보가 경남기업에 제공한 특혜의 대가로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이었던 성 회장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2013년 11월 경남기업 워크아웃이 개시될 즈음 김 전 부원장보가 성 회장의 의원실을 수차례 방문하고 이력서를 보낸 사실을 확인했다. 김 전 부원장보는 지난해 4월 국장에서 부원장보로 승진했다. 김 전 부원장보 측은 검찰 조사에서 “담당 국장으로서 정당한 직무를 수행했을 뿐 특혜가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평소 “헌법 가치를 지키고, 법질서를 세우며, 법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황 장관은 옛 통합진보당의 ‘위헌(違憲)정당 해산심판’ 사건 때 정부 대리인으로 직접 변론에 나서 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장관보다는 공안검사가 가장 적성에 맞는다고 말한 그는 간첩 수사가 힘들어진 현실을 언급할 때 목소리의 톤이 다소 올라갔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 대해선 원론적인 견해만 말하거나 “보고를 받지 않아서…”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수사 단서가 있다면 2012년 여야의 불법 대선자금에 대해서도 검찰이 성역 없이 파헤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달 뒤면 지난 30년 동안 최장수(長壽) 법무부 장관이 되는 그를 만났다. 》별도 특검 수사공정성 해쳐―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다음엔 누가 소환될지…. “수사팀에서 확보한 자료를 기반으로 판단할 것이다. 검찰 수사에 대해 ‘판에 박힌 수사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내사하다가 출국금지하고 압수수색하고 주변 조사하는 것을 그렇게 비판하더라. 그게 형사소송법에 적힌 절차와 수사 방법이고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하다 보면 자료가 확보되고 신빙성도 판단한다. 수사의 단서가 많지 않아 검찰이 고민이 많을 거다. 저도 고민하고 있다.” ―김기춘 허태열 전 비서실장같이 공소시효가 지난 사람은 어떻게 할 건가. “검찰이 잘 판단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검찰도 얘기했고 제 생각도 그렇지만 범죄 피의자로 조사를 받던 사람이 극단적인 결정을 하면서 누구 얼마라고 쪽지에 적고 인터뷰 때 얘기했다고 거기에 국한해 수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사를 받던 사람과 관련해 여러 관계와 호불호가 있을 것이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특정인에 대해 시기와 액수를 적었을 거다. 수사 범위나 시기에 제한을 둬선 안 된다. 관련돼 나온 의혹 전반을 수사하는 것이 옳다.” 황 장관은 ‘성완종 씨가 여야 실세 3명에게 2012년 10월 중순경 6억 원을 제공했다’는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에 대해 “여야 구분 없이 확인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자금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수 있느냐고 묻자 답을 피했다. ―야당은 별도의 특검을 주장했다. “여야가 논의를 많이 해 상설특검법을 만들었다. 일단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는 게 바람직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이야기는 정치권과 국회가 할 일이다. 그러나 어떤 사건은 상설특검법에 의한 특검을 하고, 어떤 사건은 별도특검법을 만들어 한다면 수사의 ‘ABC’인 공정성에 문제가 생긴다. 아예 검찰에 맡기든지, 신뢰가 안 가면 하나의 수사 시스템에 의해 정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법적 안정성이나 형평성, 사법 근간에 문제가 생긴다. 사건의 성격에 따라 매번 특검법을 만들고 헌법재판소장이 특검을 추천하다가 국회의장이 추천하는 식으로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통진당 해산의 후속 입법 상황은 어떤가. “후속 조치를 하다 보니 입법적으로 미비한 점이 많았다. 첫째는 정당 해산 조항은 있지만 의원직 상실에 대한 조항은 없다. 그러나 정당을 해산한다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골격이 되는 국회의원의 활동을 제한하는 것과 연결되지 않을 수 없다. 법을 명확히 해서 정당 해산의 경우 주요 당직자와 구성원의 경우 자격을 상실하게 하고, 재·보궐선거에 출마할 수 없도록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사 정당의 설립을 막는 입법 조치가 취약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현재는 형식적 심사만 가능한데 실질 심사를 하는 권한을 줘야 한다.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대공수사 증거법 개선해야 ―공안 수사가 많이 약화돼 있고, 간첩 잡는 수사는 더 어려워졌다. “첫째는 대공수사 역량의 확충과 정상화가 필요하고 정보 역량도 강화해야 한다. 둘째는 대공수사 시스템을 정상화하고 시대에 안 맞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 과거 (노무현 김대중) 정부에서 약화했던 공안 기능을 회복하려고 공안3과를 만들고 인력도 충원했지만 미흡하다. 공안검사와 수사관의 전문화와 역량 강화를 위해 핵심 인력들은 인사에 예외를 둬 장기 근무하면서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법원에서 무죄가 나는 일이 많다. “간첩사건 수사 때 증거 수집은 우리 통치권이 미치지 않는 곳(중국 북한)에서 이뤄진다. 한국 내 범죄 수사와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대공 범죄의 증거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디지털 증거가 많이 활용된다. 수사기관이 디지털 증거를 확보해도 서증(문서증거)을 기본으로 하는 우리 증거법에선 서류 작성자가 인정해야 증거로 인정된다. 대공사건 수사에 적용할 증거법의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거법을 개선하더라도 야당이 반대하면 통과하기 힘들 텐데…. “야당도 국가의 안보를 생각한다면 무조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방향이라면 북한과 대치하는 엄중한 현실에서 설득이 될 수 있다. 한두 달 내에 끝내려면 힘들겠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면 여야 구분이 있을 수 없다.” ―휴대전화 감청법은 몇 년째 안 되고 있다.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사안은 갑자기 되기도 한다.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정파 구분 없이 좋은 결정이 나올 수 있다. 통진당 해산도 안 된다고 포기했으면 지금껏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해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사면 준비는 하고 있는가.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하면 그때부터 준비하는 거다. 사면은 극히 신중하게 하는 게 맞다. 대통령이 그런 기조를 지키실 것 같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가석방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 “형법에는 형기 3분의 1이 ‘가능한 최소한’의 요건이다.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범죄자들에 대한 가석방은 더 엄격해졌다. 경제인이니까 가석방 해줘야 한다는 것도, 경제인이라서 안 된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나와서 잘 할 수 있는지, 가석방의 조건에 합당하는지를 잘 따져서 판단할 문제다.” ―박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는 하는가. “필요하면 하는 거다. 언론에 얘기하기는 좀….” ―한 일이 있다는 걸로 받아들여도 되나. “(뜸을 들이다가) 필요한 경우에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수사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할 때가 잦다.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책임자로 큰 흐름을 잡아가야 하니까 그런 점에 대해 원론적으로 말씀하신 거다. 국정과 관련된 얘기는 대통령도 언론도 정치권도 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이 국정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한 말을 법률 전문가인 장관이 수렴해 업무에 반영할 부분은 하고 반영 못하는 부분은 참고로 하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발표한 부패 척결 담화에 대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큰 그림을 그렸다”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기획사정을 주도한다”는 뒷공론이 있다. “대통령도 국정 총괄자이고 국무총리도 각 부의 업무를 조정하기 때문에 얘기할 순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에 반영하더라도 그건 내가 판단하고 정리할 문제다. 작년에 수사를 못하다 보니 각 청의 내사 결과가 쌓였고 연초 간부인사가 끝나자마자 심기일전해서 나라를 다시 바로잡는 일을 하자고 여러 번 얘기한 결과다. 총리가 얘기하기 전에 이미 압수수색을 시작했다. 정치하는 분들이 여러 해석을 하지만 바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김영란법은 어떻게 보나. “국민 뜻이 반영된 것이라면 취지를 살려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 불법이라고 모든 걸 다 처벌하는 것은 아니다. 운용의 묘를 기해 국민의 여론과 생각, 법률적 문제의 조화를 이룰 준비를 하고 있다. 법 취지를 살리되 공직사회가 그것 때문에 얼어붙지 않도록 법 집행의 절충점을 찾고 있다.” ―대한변협이 차한성 전 대법관의 개업신고를 반려해 논란이 일었는데…. “대한변협 회장이 뭐가 법에 합당한지 잘 알 거다. 신고를 거부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맞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유권 해석을 냈다.” ―사법시험 존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논란 끝에 입법적 결단에 의해 로스쿨을 도입하고 사법시험은 2017년까지만 존치하기로 정했다. 다만 부대 조항으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전반적인 검토를 하기로 돼 있다. 특정 직업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의 관점에서 필요한 검토를 해야 한다.” 국무총리 제의 받은 일 없어 ―20일이 세계인의 날이다. 외국인 정책의 기본 방향은…. “법무부가 2007년 출입국관리국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로 확대 개편하면서 이민 정책의 주무 부처가 됐다. 전문인력, 투자자, 유학생 등 우수 인재를 유치하고 이민자와 그 자녀들이 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과학 경제 문화 스포츠 분야의 우수 인재로 우리 국적을 취득한 사람이 70명에 이른다.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아이스하키 선수 5명을 우수 인재로 특별 귀화를 허가했다. 작년에는 영종도에 난민지원센터도 만들었다.” ―재임 2년간을 회고하면…. “6월로 시행 2주년을 맞는 마을변호사제도가 정착 단계를 맞고 있다. 변호사 1500명이 전국 읍면에 빠짐없이 배정돼 있다. 법률 사각지대에 있는 재한 외국인을 대상으로도 확대할 것이다. 법의 문턱을 낮춰 국민의 공감을 받는 법무행정을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통진당 해산 결정도 일선 수사기관의 정보가 모여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검경과 지자체가 노력해 불법 폭력시위도 현저히 줄었다. ‘불법 필벌(必罰)’에 더욱 힘을 쏟겠다.” 법무부는 행정역량 평가를 하면 각 부처 중 늘 하위권이었다. 장관이 자꾸 바뀐 탓에 그런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 황 장관의 장수에 힘입어 처음 1등을 했다. 박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황 장관은 국무총리 물망에도 오른다. 그에게 총리직 제의가 왔느냐고 물었더니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 장관을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고 덧붙였다.정리=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검찰의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은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 수사가 ‘2라운드’에 돌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의 자금 흐름을 추적해 성 회장의 사업 파트너 A 씨가 제기한 여야 핵심 인사 3명의 불법 대선자금 수수 의혹이나 성 회장의 두 차례 특별사면 배경에 얽힌 단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서산장학재단 자금 흐름 추적 성 회장이 1991년 설립한 서산장학재단은 성 회장의 정치 활동을 돕는 외곽 조직으로 의심받아 왔다. 2009년 1월 경남기업이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재단 회원 2만여 명은 금융감독원 등에 신용등급 유지와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내고 서명운동을 벌였다. 성 회장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12년부터 당선무효 형이 확정된 지난해 6월 사이에는 회원들이 법원과 청와대에 수차례 탄원과 진정을 넣었다. 1차 확인 대상은 성 회장이 2012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서산장학재단을 불법 대선자금 조성 통로로 이용했는지 여부다. 검찰은 성 회장이 현장 전도금(현장 사업장 운영을 위해 본사에서 보내주는 경비) 명목으로 조성한 비자금 32억 원 중 9억5400만 원을 2012년 인출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또 다른 ‘비자금 저수지’가 존재할 가능성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A 씨가 “2012년 10월 중순경 여당 핵심 인사 2명과 야당 중진 의원 1명에게 건넬 5만 원권 돈다발에서 봤다”고 한 띠지는 기존 비자금 32억 원과 무관한 시중은행들의 것이었다. 검찰은 서산장학재단이 지원한 장학금이 2011년 18억 원에서 이듬해 266만 원으로 급감한 배경도 확인할 방침이다. 성 회장이 정계 진출을 시도한 2000년 이후 경남기업 계열사들이 출연한 돈 중 수십억 원은 서산장학재단의 수익금에 포함되지 않고 ‘제3의 기부처’로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메모 리스트 8인’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외에 나머지 6명에 관한 단서가 확보될 때엔 검찰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 성 회장이 2005, 2007년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는 과정에 재단이 동원됐는지도 확인 대상이다. 검찰은 올해 초 경남기업의 횡령 및 분식회계 의혹 수사에 착수했을 때부터 사면 배경을 주요 확인 대상에 올려두고 있었다. ○ 검찰, ‘억대 돈 가방’ 증언 신빙성 검증 검찰은 성 회장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핵심 인사 3명에게 억대 돈 가방을 건넸을 것이라는 A 씨의 주장을 검증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A 씨가 당시의 정확한 날짜와 동선을 복원할 만한 여러 단서를 제시하고 있는 만큼 기존에 확보해 뒀던 성 회장의 신용카드 사용 기록 등과 대조해 동선을 비교해 보면 어렵지 않게 ‘억대 돈 가방’ 증언의 진위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A 씨는 2년여가 지난 현재로서는 돈 가방을 포장한 날짜나 돈을 실제 건넸을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당시 상황을 추정할 수 있는 정황은 또렷하다고 밝히고 있다. 예를 들어 “성 회장이 종로구 모처에서 (돈 가방을 건넨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인사를 만난다고 했는데, 그날 나는 △△일보의 친한 기자를 K호텔에서 만나고 있었다”는 식이다. A 씨는 “성 회장과 함께 현금 6억 원을 서류가방에 옮겨 담은 ‘그날’은 내가 KTX를 타고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다음 날이었다”며 검찰 조사에 대비해 KTX 탑승권 구입 기록 등 당시 자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일각에서는 정치권에서 활동해 온 A 씨가 홍 지사와 가까운 사이라는 점을 들어 A 씨 주장의 신빙성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A 씨는 홍 지사가 8일 검찰에 소환되기 전 “2012년 12월 도지사 선거 때도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줘야 할 ‘큰 거 한 장(1억 원)’을 배달사고 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한 바 있다. A 씨가 이 주장의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성 회장의 또 다른 정치권 로비 의혹의 구체적 정황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검찰 일각의 추정이다. 그러나 A 씨가 밝힌 2012년 10월 당시의 정황이 상당 부분 사실로 판명될 때에는 여야 대선자금의 일부에 해당하는 ‘억대 돈 가방’ 의혹을 규명하는 쪽으로 수사력을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