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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에서 탈퇴한 미국이 16일 만에 중거리 크루즈(순항)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1987년 미국과 옛 소련의 INF 조약 체결로 개발이 중단된 지 32년 만이다. 미 국방부는 19일(현지 시간) “18일 오후 2시 30분 캘리포니아주 샌니컬러스섬에서 지상발사형 크루즈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500km 이상을 날아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수집된 데이터 등은 국방부의 향후 중거리 능력 개발에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이 미사일은 해상발사 토마호크 미사일을 지상발사형으로 개량했으며 핵탄두를 탑재하지 않은 재래식 무기다. 사거리는 1000km 안팎이며 18개월 안에 실전 배치가 가능하다. 미 국방부는 11월에는 사거리가 3000∼4000km인 중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도 진행한다.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겨냥한 미국의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도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달 초 한국과 일본 등을 순방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20일 타스 통신에 따르면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상원 국제문제위원회 위원장은 이 미사일이 아시아에 배치되면 미국은 물론이고 이를 받아들인 나라도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에스퍼 장관의 아시아 순방 때부터 거부 의사를 수차례 표시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국무부가 19일(현지 시간) 미국인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1년 더 연장했다. 미국은 북한에 약 17개월간 억류됐다 혼수상태로 귀환한 직후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태 이후인 2017년 9월 1일부터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해 왔다. 1년 단위의 이 조치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 1년 연장됐다. 다만 구호단체 요원, 언론인 등은 정부 심사를 통해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여행 금지를 북-미 비핵화 실무 협상의 압박 카드로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20일 CBS인터뷰에서 “미국이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비핵화) 협상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을 압박했다. 그는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미 행정부가 우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하며 “(북한이)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길이 울퉁불퉁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뒀다. 미국과 달리 중국은 북한에 대한 지원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20일 “중국이 북한 지원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6월 방북 이후 대북 식량 지원을 결정했고 쌀 80만 t을 배에 실어 북한에 보낼 예정이다. 옥수수 등을 포함하면 총 100만 t 전후가 될 것이라고 아사히는 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해 가뭄으로 북한의 식량 작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12% 감소해 1000만 명 이상이 식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관광업을 지원하기 위해 주요 여행사에 북한 관광객을 500만 명까지 늘리라는 지시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매일 저녁 북한과 국경을 맞댄 지린성 퉁화시에 당일치기 관광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중국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김예윤기자 yeah@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자신에게 ‘삼성은 (애플과 달리)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공개하며 “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주에서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쿡 CEO와의 만남에 대한 질문을 받고 “팀 쿡과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운을 뗀 뒤 관세에 대해 그가 언급한 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이 주장한 것, 좋은 사례로 든 것 중 하나는 삼성이 (애플의) 1순위 경쟁자이고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very good company)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이) 얼마나 좋은 경쟁자냐고 물었더니 그가 ‘아주 좋은 경쟁자’라고 했다”며 “그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쿡 CEO는 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16일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이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대상이 되는 반면 경쟁사인 삼성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애플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의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 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 생산하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피해 업체로 지목돼 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스마트폰 물량의 대부분을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생산해 미국 관세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만남은 트럼프 행정부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부터 시행하려던 10%의 추가관세 부과 계획을 12월로 연기한다는 계획을 발표(13일)한 사흘 뒤에 이뤄졌다. 애플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은 예정대로 9월 추가관세 대상으로 남아 있고, 아이폰이나 맥북도 12월 15일이 지나면 관세 대상이 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와의 논의 내용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삼성으로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삼성 고위 관계자는 1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반에 대한 수정 없이는 현실적으로 한국산 스마트폰만 과세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은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발효에 따라 무관세를 적용받는다. 국산 스마트폰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돼 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에 들어가는 중국산만 관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CNBC나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미국의 주요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 부담을 완화하거나 이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를 낼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거듭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방한했을 때 한국 기업인과의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치켜세우며 대미 투자 확대를 촉구했고, 2017년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에 “생큐 삼성”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유근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에게 ‘삼성은 (애플과 달리) 관세를 내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내용을 공개하며 “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고 18일(현지 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뉴저지 주에서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쿡 CEO와의 만남에 대한 질문을 받고 “팀 쿡과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 그를 매우 존경한다”고 운을 뗀 뒤 관세에 대해 그가 언급한 내용을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이 주장한 것, 좋은 사례로 든 것들 중 하나는 삼성이 (애플의) 1순위 경쟁자이고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 수출할 때) 관세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very good company)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게 힘든 일”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이) 얼마나 좋은 경쟁자냐고 물었더니 그가 ‘아주 좋은 경쟁자’라고 했다”며 “그가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을 했다고 보고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쿡 CEO는 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과 16일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중국에서 생산되는 아이폰 등 애플 제품이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대상이 되는 반면 경쟁사인 삼성은 관세부과 대상이 아니어서 애플의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의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아이폰 생산물량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 생산하고 있어 ‘미중 무역전쟁’의 주요 피해 업체로 지목돼왔다. 반면 삼성전자는 미국에 수출하는 스마트폰 물량의 대부분을 베트남, 브라질 등에서 생산해 미국 관세로 인한 타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둘의 만남은 트럼프 행정부가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해 9월부터 시행하려던 10%의 추가관세 부과 계획을 12월로 연기한다는 계획을 발표(13일)한 사흘 뒤에 이뤄졌다. 애플은 일단 한숨을 돌린 상황이지만 에어팟과 애플워치 등은 예정대로 9월 추가관세 대상으로 남아있고, 아이폰이나 맥북도 12월 15일이 지나면 관세대상이 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쿡 CEO와의 논의 내용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불똥이 삼성으로 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삼성 고위관계자는 19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반에 대한 수정 없이는 현실적으로 한국산 스마트폰만 과세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한국산 휴대전화는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 정보기술협정(ITA) 발효를 통해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받아 관세 없이 미국에 수출돼 왔다. 지난해 FTA 재협상 당시에는 관세 부과 검토 대상에 올랐으나 개정안에서는 제외됐다. 실제로 CNBC나 블룸버그통신 등 미 언론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미국의 주요 기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관세 부담을 완화하거나 이들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조치가 낼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미국에 대한 투자를 거듭 압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방한했을 때 한국 기업인과 회동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을 추켜세우며 대미투자 확대를 촉구했고, 2017년에는 삼성전자가 미국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보도에 “땡큐 삼성”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유근형기자 noel@donga.com}
한미 연합훈련 종료일인 20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방한한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를 통해 ‘한미 훈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재개하고 싶다’고 밝힌 만큼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비건 대표가 19일 일본을 찾은 뒤 20∼22일 한국을 방문한다고 미 국무부와 한국 외교부가 17일 밝혔다. 국무부는 비건 대표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조율 강화를 위해 한일 당국자들과 만난다”고 했다. 외교부는 “비건 대표가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협의를 갖는다”며 “북-미 실무협상의 조속한 재개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의 실질적 진전으로 이어지기 위한 양국 간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협의를 가질 계획”이라고 했다. 비건 대표는 10월 초 물러나는 존 헌츠먼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현재는 “북한 문제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주변에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6월 30일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동을 가진 뒤 ‘2, 3주 내’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으나 지키지 않은 채 발사체 연쇄 도발에 나섰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 정부가 최대 43억 달러 규모의 대외원조 자금 지원 취소를 계획하고 있다. ‘낭비성’ 예산을 줄이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것이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영향력이 축소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워싱턴 정가에서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17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과 국제개발처(USAID)를 비롯한 관련 부처가 대외원조 자금 지원 계획을 취소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했다”며 이렇게 전했다. 이르면 다음 주 초에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까지 120억 달러 규모의 해외원조 자금을 의회에서 승인받았으나 낭비적인 예산 사용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을 줄이고 미국의 외교정책 지지를 전제로 조건부 지원을 늘려가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이 방송은 전했다. 감축 대상에는 일부 평화 유지 기금을 포함해 유엔에 집행해온 자금 및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북부 삼각지대를 위한 기금, 문화 프로그램 등이 포함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끄는 대외 지원 프로젝트 및 글로벌 의료비 지원은 취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몇 차례 대외원조 감축을 추진했으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비롯한 실무부처 고위당국자들의 강한 반대로 속도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원조 예산 삭감이 국가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테러 방지 노력도 저해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미 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과 핼 로저스 하원의원(켄터키)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원조 취소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대외원조의 취소는 미국의 안보 리스크를 발생시킨다”며 “미국이 이란의 위협 대응, 베네수엘라 정권에 대한 압박, 북한의 핵 프로그램 감축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특별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대통령직의 핵심 플롯(plot·구성)을 쓰고 있는 자.’ 스티븐 밀러 미 백악관 선임고문(34·사진)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내린 평가다. 그가 이민을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하며 백악관 파워의 정점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미국 체류자들에게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는 등 합법적 이민까지 제한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WP는 이런 움직임 뒤에도 그가 있으며 낙태, 동성애 등 내년 11월 미 대선에서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소위 ‘문화 전쟁’ 의제를 주도하는 사람이 밀러 고문이라고 진단했다. 1985년 캘리포니아의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듀크대 재학 시절부터 학내 극우 운동을 주도했다. 당시 흑인 시인 겸 여성운동가 마여 앤젤루를 ‘인종 편집증(racial paranoia)’ 환자로 비난하고 히스패닉 대학생 단체를 반대해 유명세를 떨쳤다. 졸업 후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법무장관인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앨라배마) 보좌관을 지냈고 2016년 12월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발탁됐다. 밀러 고문은 마약, 인신매매 등 범죄자와 불법 이민자만 차단하자는 대다수 행정부 관계자의 생각과 달리 이민 유입 자체를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녔다. 그는 거센 인권 유린 및 아동 학대 비판을 받았던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 격리 정책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이런 접근이 대통령의 지지 기반 겸 재선 여부를 좌우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미시간 등 소위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를 공략할 핵심 정책이라고 여긴다는 뜻이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그를 조명한 기사에서 “그는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 정책 입안자, 인사 책임자, 입법 보좌관, 대변인, 전략가이며 모든 결정 단계마다 가장 강경한 쪽으로 밀어붙인다”고 평했다. 밀러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후보 시절 연설을 듣고 “영혼에 전율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대통령에게 노골적인 충성심을 보여 왔다. 익명의 고위 당국자는 WP에 “그는 대통령과 매우 비슷한 시각을 갖고 대통령의 신념을 이행하고 있다. 대통령의 방식 그대로 누구든 공격하고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밀러 고문은 정통 관료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 및 정치인을 선호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행정부 인사들은 관료주의에 물들어 있고 일처리 속도가 늦다는 이유다. 대통령의 뜻만큼 강경한 이민 정책을 집행하지 않아 4월 경질된 키어스천 닐슨 전 국토안보장관 재직 시절에는 장관을 무시하고 국토안보부 관료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아 논란을 빚었다. 각 부처 공보 담당자의 설명이 흡족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을 제치고 직접 마이크를 잡는 일도 잦다. 역시 대통령에게 고분고분하지 않아 2017년 5월 물러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의 사퇴 뒤에도 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토안보부 당국자는 “밀러 고문은 모든 것을 미시적으로 ‘깨알 관리’하려 든다”고 비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대통령직의 핵심 플롯(plot·구성)을 쓰고 있는 자’ 스티븐 밀러 백악관 선임고문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가 17일 내놓은 평가다. 나이 33세에 불과한 이 젊고 거침없는 참모가 이민 정책을 비롯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정책들을 끌고 나가며 백악관 파워의 정점에 올랐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는 미국 체류자들에게 영주권 발급을 제한하는 등 합법적 이민까지 제한하고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의 뒤에는 밀러 선임고문이 있다. 이민정책 뿐 아니라 낙태, 동성애 등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이른바 ‘문화 전쟁’ 이슈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핵심 참모진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극우 성향의 밀러 고문은 마약매매상과 인신매매범 같은 범죄자와 불법이민자를 차단한다는 대다수 행정부 관계자들의 생각과 달리 미국으로의 이민자 유입 자체를 크게 제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접근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반드시 필요한 주요 지지층이 몰려있는 북부 미드웨스트와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역) 지역을 공략할 핵심 정책이라고 보고 있다는 뜻이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같은 정치인들의 비판과 견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그를 향해 미 언론은 ‘호전적’ ‘맹렬한’ ‘거침없는’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밀러 고문을 집중 조명한 기사를 통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자이자 정책 입안자, 인사 책임자, 입법 보좌관, 대변인, 그리고 전략가”라며 “이 모든 단계마다 그는 가장 강경한 쪽으로 밀어 붙인다”고 평가했다. 밀러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연설하는 것을 듣고 “영혼에 전율을 느꼈다”고 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충성심도 숨기지 않는다. 익명의 고위당국자는 WP에 “밀러는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신념을 이행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식대로 그 누구라도 공격하고 괴롭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내에서 밀러 고문과 대적할 수 있는 인물은 실세로 통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정도밖에 없다고 한다. 밀러 고문은 관료 출신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출신이나 정치인들을 선호한다. 행정부 인사들은 관료주의에 물들어있고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에서다. 공보 담당자들을 설득하지 못하자 직접 마이크 앞에 서는가 하면,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경질되기 전에는 닐슨 장관을 무시하고 국토안보부 관료들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가 실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레토릭에 강하고 대중 설득과 이미지 연출을 중시한다는 평가도 있다. 세부적인 단어 사용이나 표현에 집착하다 보니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두고 국토안보부의 한 당국자는 ”밀러 고문은 모든 것을 미시적으로 ‘깨알 관리’하려 든다“고 비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한이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대남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터무니없고 비싸다(ridiculous and expensive)”고 평가하면서 남북미 3각 구도에서 한국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판문점 남북미 회동 42일 만에 북한이 이달 말 북-미 대화 재개 의향을 밝혔지만 정작 비핵화 협상에서 한국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미 갈라치기 외교가 본격화되면서 북-미 대화 중에도 한국을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이 날아드는 한반도 정세의 ‘뉴 노멀(New Normal)’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두둔에 對南 추가 도발 위협한 北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 시간) 트위터에 김 위원장의 친서를 언급하며 “친서에서 김정은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대로 만나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아주 친절하게(very nicely) 적었다”고 밝혔다. 그는 “친서의 대부분은 터무니없고 비싼 훈련에 대한 불만이 대부분이었다”며 “그것(친서)은 단거리 미사일 실험에 대한 작은 사과(small apology)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정은을 머지않은 미래에 만나길 고대한다”며 “핵 없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10일 오전 김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북한이 올 들어 7번째 발사체 도발을 감행한 지 약 15시간이 지난 뒤 나왔다. 북한이 한국을 위협하는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을 두둔한 것.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다른 쪽(한국)이 미국과 함께하는 ‘워게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나도 결코 좋아한 적이 없었다”며 “거기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은 이후 11일 권정근 미국담당국장 담화를 통해 한국을 비핵화 대화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외무성은 “앞으로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철저히 이러한 대화는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해 하다못해 그럴싸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며 “우리는 이에 대해 꼭 계산할 것”이라고 했다. 외무성은 또 “미국 대통령까지 아주 작은 미사일시험이라고 하면서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했는데 도대체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 촉구니 뭐니 하며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며 트럼프 트윗을 근거로 한국을 비난했다.○ 북-미 대화 낄 자리 더 좁아진 한국 김 위원장의 친서와 북한 외무성 담화를 종합하면 북한은 이날 시작된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이 끝나는 20일 이후 6월 말 판문점 회동에서 약속한 북-미 실무협상 재개 의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비핵화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이 연합훈련에 대한 사과나 중단 계획을 밝히지 않는 한 한국을 겨냥한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면 남북 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릴 것이라는 청와대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난 행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묵인하면서 북한이 도발 명분으로 내세운 한미 연합훈련을 비판하는 등 사실상 북한 도발 책임을 한국에 돌리면서 청와대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하지만 청와대는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데 방점을 찍었다.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과 노골적인 조롱에도 비핵화 협상 동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대남 비난 의도에 대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할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북한이 협상을 앞두고 내부 결속 차원에서 더욱 강경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북-미 대화가 재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상황”이라며 “비핵화 협상이 일단 다시 열리면 한국의 역할이 다시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013년 12월 26일 오전 일본 도쿄 도심에 갑자기 요란한 헬기 소리가 울렸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취임 1주년을 맞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공영 NHK방송은 이를 촬영하기 위해 헬기를 띄웠다.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는 2006년 8월 15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 이후 7년 4개월여 만이었다. 한국과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미국도 ‘실망했다(disappointed)’는 공식 반응을 내놓으며 일본을 압박했다. 이후 미일 관계는 급속히 식었다. 첫 총리 시절(2006년 9월∼2007년 9월) 야스쿠니를 참배하지 못한 것을 “통한의 극치”라고 했던 아베 총리는 미국의 ‘실망’ 반응 후 더 이상 야스쿠니를 찾지 않았다. 이는 일본이 미국의 반응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라이 사토시(白井聰) 교토세이카대 강사는 지난해 저서 ‘국체론―국화와 성조기’에서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의 국가 체제는 일왕이 아니라 미국 중심으로 바뀌었다. 일본은 미국에 종속됐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아베 총리가 최근 한국에 대해 강경 자세로 일관하는 것도 ‘미국의 용인’이 있었기 때문일 것으로 보고 있다.○ “징용 문제에서 미국은 일본 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그들(한일)이 서로 잘 지내지 않아 걱정된다. 우리를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중재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한일 갈등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직접 중재에 나서지 않되 양국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장한다’는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놓고 한일이 충돌했던 2014, 2015년 적극 중재에 나섰던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와 완전히 달라진 기류를 보여준다. 우선 일본 정부가 치밀하게 미국을 설득했다. 마이니치신문은 11일 “외무성이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이 나온 후 징용 피해자들이 미국 소재 일본 기업의 자산 압류를 신청할 것에 대비한 협의를 미 국무부와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협의 결과 미 국무부가 작년 말 ‘일본 주장을 지지한다’는 판단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도 전했다. 마이니치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 입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한일 청구권협정의 예외를 인정하면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정한 ‘전쟁 청구권 포기’ 원칙이 흔들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이면 미국이 다른 전쟁과 관련한 사안으로 배상 청구 소송에 연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정부, 주요 싱크탱크, 의회를 상대로 한 일본의 강한 로비력도 한국의 여론전에 불리한 요소다. 일본 외무성이 집행하는 지원금 및 기업들의 직간접 투자까지 포함한 로비 금액은 한국의 최소 10배를 넘어선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도태평양 전략’ 통한 일본 재무장 트럼프 행정부는 동아시아에서 일본, 호주, 인도를 엮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전략’을 통해 중국과 맞서겠다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미 정부만큼 한미일 3각 협력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 또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 주둔 미군 축소를 줄곧 주창해왔다.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일본이 더 큰 역할을 해주기를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군대를 보유하거나 전쟁을 할 수 있는 소위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아베 총리 또한 미 정부의 이런 기류에 적극 화답하고 있다. 과거 일본 자위대는 미일 동맹에 기초해 주로 미군과 훈련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영국, 프랑스, 호주, 인도 등과도 공동 훈련을 하고 있다. F-35A 스텔스 전투기, 대형 무인헬기 등 최신형 무기도 대량 구매하고 있다. 아베 2차 내각이 출범한 2012년 말 이후 일본 방위예산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일본은 2014년 7월 미국 등 동맹국이 공격받으면 반격할 수 있는 ‘집단 자위권’을 각의(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장거리 미사일 등 공격용 무기도 계속 보강하고 있다. 미국의 용인과 미일 관계의 밀착 아래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유지하던 ‘전수방위(專守防衛·공격을 받았을 때만 방위력 행사)’ 원칙은 속속 무너지고 있다.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하며 북-미 정상회담 재개에 대한 낙관론을 피력했다. 북한은 최근 잇따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고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반대해왔다. 이 친서가 교착 상태인 비핵화 협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일 갈등에 관한 질문을 받고 “두 나라가 잘 지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마도 (한일 정상) 둘 다 원하면 나는 (관여)할 것”이라며 “그들이 나를 필요로 하면 나는 거기 있겠지만 바라건대 그들이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3장 짜리 손편지에 미사일 발사 이유 담겨 의회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과의 문답을 통해 “어제 김 위원장으로부터 매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 3페이지짜리 손 편지(hand-letter)였다. 매우 긍정적인 편지”라며 “곧 김 위원장과 또 다른 만남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협상의 가능성을 피력했다. 그는 “이 편지는 백악관 집무실로 곧장 배달됐다. 우리는 (친서 교환) 시스템이 있다. ”(내용) 누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도 강조했다. 친서에는 김 위원장이 2주간 4차례의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한미 군사훈련이 계속돼서 화가 났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한미 군사훈련 즉 ‘전쟁 게임(war games)’에 행복하지 않았다. 나도 그렇다. 미국이 한미 군사훈련 비용을 부담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자신이 먼저 김 위원장에게 제안했다고도 밝힌 바 있다. CBS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핵 실험이 아니며, 북-미간 어떤 합의도 깬 것이 아니다“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방위비 분담 압박은 지속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동맹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분담하기를 원한다“며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거론했다. 7,8일 방한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을 통해 분담금 증액 압박을 가할 것임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언급한 대통령의 전일 트위터에 대한 질문에 ”대통령이 동맹국의 더 많은 기여를 원하는 것이 명확하다. 반복되는 주제“라며 ”한국과 나토가 연관돼 있으며 대통령의 의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이 동맹을 지원하기 위해 제공하는 상당한 재원에 감사하고 있다. 한국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트위터에 ”한국은 매우 부유한 나라이며 미국에 더 많은 돈을 내기로 합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취재진에게도 ”미국은 한국을 도와주면서도 그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CNN은 8일 ”대통령이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는 대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불만을 한국에 표시하고 있다“고도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통제하는 것이 한국의 역할인데도 한국이 이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고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달간 한국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마크 내퍼 미국 국무부 한국일본담당 부차관보는 7일(현지 시간) 한일 갈등에 대해 “미국은 이 문제에 계속 관여하며 우리의 동맹국들 간 대화를 촉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내퍼 부차관보는 이날 워싱턴의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에서 열린 한일관계 세미나 개회사에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이 창의적인 해법을 위한 공간을 찾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60년 동안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을 이끌어온 것은 한국, 일본과의 동맹과 우정”이라며 “강력한 동맹 덕분에 3개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평화와 안보, 번영을 함께 증진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도전에 직면한 이 시기에 3국 간의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관계가 특히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의 독도 영공 침범 사건을 거론하며 “우리는 동북아에서 한미일 세 나라를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더 이상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내퍼 부차관보는 한일관계 악화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양국 간 신뢰를 손상시킨 정치적 결정에 관한 일정한 성찰이 필요하며, 한일관계의 경제 및 안보 측면에 악영향을 막기 위해 약간의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미 국무부도 이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장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 모두의 동맹이자 친구인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야기된 것을 포함한 공동의 역내 도전들과,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 다른 우선순위들에 맞서 3국이 강력하고 긴밀한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혔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7일(현지 시간) 북한과의 실무협상 재개와 관련해 “두어 주(in a couple of weeks) 안에 협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도 북-미 협상을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두어 주’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20일 이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의 과제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 목표를 위한 미국 정부의 전략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우리는 북한 안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 있었던 핵실험이 지금은 일어나지 않고 있고, 장거리 미사일도 발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 가지(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중단)는 좋은 것”이라고도 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협상 환경을 약화시키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No)”라고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우리는 협상팀이 미국과 북한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해 다시 마주 앉기를 희망한다”며 “이는 내가 지난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서 함께 있었던 모든 파트너들과 공유하고 있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외교가는 이달 말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9월 유엔총회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이 만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에 앞서 실무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같은 ‘상호의존성의 무기화(weaponization of interdependence)’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을 일부 포기하더라도 핵심 기술의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에이브러햄 뉴먼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사진)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와 관련해 내놓은 전망과 제언은 이렇게 요약된다. 그는 최근 헨리 패럴 조지워싱턴대 교수와 공동으로 워싱턴포스트(WP)에 낸 기고문에서 ‘무기화된 상호의존성’의 틀에서 한일 간 통상 분쟁을 분석해 주목받았다. 뉴먼 교수는 6일(현지 시간) 조지타운대 교수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일본은 공급망을 펼쳐놓은 뒤 한국에 대한 ‘초크 포인트(choke point)’를 정확히 겨냥해 막았다”고 설명했다. 초크 포인트는 소수 선진국과 기업만 가질 수 있는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부품이나 기술을 뜻한다. 그는 “한일 간 사례에서 보듯이 한 국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초크 포인트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며 “기업들이 구축한 공급망이 정권의 정치적 무기로 이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상호의존성을 무기화한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어떤 사례들이 있나. “우리가 국제적 ‘상호의존성’의 3대 요소로 보는 것은 국제금융체계, 인터넷, 그리고 핵심 기술과 부품 공급망이다. 일본의 이번 조치나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규제한 것이나 이란 제재 과정에서 글로벌 금융결제를 위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망을 차단한 것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글로벌 경제의 상호의존성은 지금까지 잘 유지돼 왔다. 왜 이 시점에 이를 무기화하는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나. “지금까지도 부분적으로 무기화한 사례들은 있었다. 의식하거나 신경 쓰지 않았던 것뿐이다. 서로 얽혀 있는 현재의 글로벌 경제 시스템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불과 25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최근 부쩍 노골화되는 추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같은 ‘스트롱맨’의 등장 때문인가. “그런 측면이 있다. 다만 일본은 아베 총리가 스트롱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글로벌 협력이나 동맹 관계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라는 틀에서 봐야 한다. 미국의 러시아나 이란 제재만 해도 과거에는 유럽 동맹국들과 협의 속에 제한적으로 진행했지만 이제는 독자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한국인이 이렇게 강하게 대응할 줄은 일본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극렬한 반발이 일본 조치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있다. 상호의존성의 무기화를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일본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서 역풍을 맞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핵심 부품의 국산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도 미국 주도의 네트워크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모색 중이다. 효율성에 바탕을 둔 글로벌 협업 시대가 끝나는 것인가. “기존 체제를 극단적으로 모두 포기할 필요는 없다. 글로벌 공급망 체계는 여전히 작동하며 대체재가 존재하는 분야도 많다. 그러나 핵심적인 초크 포인트에 대해서는 앞으로 다른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어딘지 정확히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국산화라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효율성을 따지지 않고 모든 것을 국산화하는 나라는 결국 과거 공산주의 국가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국산화가 쉽지 않은 기술들이 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국가나 기업끼리 연대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일본의 기술 무기화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는 다른 국가나 기업들과 전략적 동맹을 맺는 식이다.” ―당신은 상호의존성의 무기화가 미래 글로벌 경제의 작동 방식을 바꿔 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보나. “우리는 지금까지 효율성을 바탕으로 한 경제 체제에 익숙해져 있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이에 대응하려면 지금까지 누려온 효율성도 때로는 포기해야 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현지 시간) 미국의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검토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동맹 방어 문제라며 한국과 일본을 언급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이후 아시아 지역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중국은 이미 수천 기의 그런(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했다”며 중국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어서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당 조약에서 탈퇴한 한 이유”라고 밝혔다. 또 “군사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 것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해외) 배치 군대와 한국, 일본, 다른 지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것”이라고도 했다. 미사일 배치 후보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콕 찍어 사실상 주한 및 주일 미군 방어용임을 시사한 셈이다. 최근 청와대와 국방부의 잇단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향후 한국에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일본으로 향하던 6일 “아시아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도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탄도미사일이든 순항미사일이든 최초로 운용 가능한 미사일을 실제 보유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면서 “그 사이에 많은 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그는 “더 긴 사거리, IC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있다”며 단거리 미사일은 문제 삼지 않고 북한과 협상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간접 경고도 잊지 않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외교관들을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물론이고 존 설리번 부장관,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브라이언 훅 이란특별대표 등 고위 당국자들의 얼굴도 보였다. 미 국무부 청사 1층 대강당이 꽉 찼다. 지난달 말 국무부 창립 230주년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자리였다. 무대 중앙의 대형 스크린을 장식한 행사 슬로건은 ‘하나의 미래를 향해, 하나의 미션을 위한, 하나의 팀(One Team, One Mission, One Future)’. 행사는 전직 국무장관들의 축하 동영상 상영으로 시작됐다. 매들린 올브라이트와 콜린 파월 전 장관은 여전히 정정했고, 크림색 카디건 차림의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은 우아해 보였다. 국무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직원들을 격려하는 이들의 메시지는 따뜻했다. 헨리 키신저 전 장관의 등장은 국무부 직원들로부터 가장 많은 박수를 받은 순서였다. 올해 96세 노장으로 거동이 불편한 그를 폼페이오 장관이 부축했다. 전 직원이 그를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이제는 느리고 어눌해진 그의 말투 때문에 니얼 퍼거슨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을 알아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후배 외교관들은 수시로 박장대소하고 박수를 쳤다. 정작 이런 외교 거물들보다도 인상을 끈 것은 폼페이오 장관의 축사였다. 그는 “우리 역사를 잠시 함께 돌아보고 싶다”며 이름도 생소한 실무급 외교관들의 활약을 소개했다. 1814년 영국이 워싱턴을 침략했을 때 스티븐 플레즌턴이라는 서기는 국무부에 보관돼 있던 주요 국가 문서들을 교외의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 룩셈부르크에서 근무하던 조지 월러는 위협이 고조되는 시점에도 사무실을 지키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유대인이 미국 비자를 받아 유럽을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런 ‘외교의 영웅’들이 자유를 수호하며 우리 업무의 진정한 모범 사례를 만들어 미국 외교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숨겨진 외교 영웅’의 사례로 제1차 세계대전 때 주프랑스 대사였던 남편을 도와 부상자들을 치료했던 키티 헤릭 여사 등 외교관 가족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우리 차례다. 뒤를 이을 후배들을 위해 우리가 길을 닦아야 할 때”라며 “우리가 그들의 빛나는 모범 사례가 되자”고 역설했다. 국무부 직원들의 표정이 숙연해졌다. 해외에 파견된 미국 외교관 1만3000명 모두가 이 축사를 접할 때만큼은 비장해졌을 것이다. 현재 미국의 외교는 세계 곳곳에서 난관에 봉착했다. 중국과의 전방위적 충돌,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감,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일방적 정책과 다른 나라들의 반발로 외교무대에서 따가운 시선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적 리더십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현장을 지키는 외교관들의 노력은 그 자체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긴장을 낮추고 국익을 증진하며 자국민을 보호하는 이런 ‘숨은 영웅’들이야말로 외교의 근본을 지킴으로써 그 가치를 빛나게 만든 힘이다. ‘민주적 가치와 함께 자유롭고 평화로우며 번영하는 세상을 증진시킨다’는 국무부의 비전에 새삼 눈길이 가는 하루였다. 이정은 워싱턴 특파원 lightee@donga.com}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6일(현지 시간) 미국의 아시아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 검토가 중국을 겨냥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동맹 방어 문제라며 한국과 일본을 언급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미국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 이후 아시아 지역 내 중거리 미사일 배치와 관련해 “중국은 이미 수천 개의 그런(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했다”며 중국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그들(중국)은 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어서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해당 조약에서 탈퇴한 한 이유”라고 밝혔다. 또 “군사력을 증강하고 위협을 가한 것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우리가 말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해외) 배치 군대와 한국, 일본, 다른 지역의 동맹국 방어에 대한 것”이라고도 했다. 미사일 배치 후보지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을 콕 찍어 사실상 주한 및 주일 미군 방어용임을 시사한 셈이다. 최근 청와대와 국방부의 잇단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향후 한국에도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다만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일본으로 향하던 6일 “아시아에 있는 어느 누구에게도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해도 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탄도미사일이든 순항 미사일이든 최초로 운용 가능한 미사일을 실제 보유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며 “그 사이에 많은 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어조를 누그러뜨렸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그는 “더 긴 사거리, ICBM을 발사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사이에 있다”며 단거리 미사일은 문제 삼지 않고 북한과 협상 시도를 계속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주의 깊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며 간접 경고도 잊지 않았다. 볼턴 보좌관은 북한의 발사 의도에 대해선 “이 미사일이 완전히 작동하기를 원해 연속으로 시험발사를 하는 것 같다. 탄도미사일로 보인다”고 답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북핵 협상에 대한 한미 간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급속한 한일 관계 악화로 한미일 3국 공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적했다. 의회조사국은 이달 1일 발간한 ‘한국: 배경 및 미국과의 관계’ 보고서에서 최근 한일 갈등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한국, 일본의 협력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제 강점으로 인한 민감한 역사적 이슈 때문에 한일 갈등이 지속됐지만 2018년 이후 △문재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합의 종료 △한일 간 초계기 레이더 갈등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관련 판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등 네 가지 사건이 이어지면서 급속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미 간 북핵 공조에 대해서는 “과거에 밀접하게 유지됐던 미국과 한국 간 협력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문재인 정부 아래서 더욱 일관성이 없고 예측 불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한국은 일반적으로 미국보다 더 이른 시점에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북한에 주는 것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6월 30일 판문점 회동에도 불구하고 북-미, 남북 외교가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동맹국들의 분담금 문제를 비판하는 것과 동시에 한국에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한국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거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과의 대화를 촉진하기 위해 주요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을 취소한 것 역시 동맹국의 준비 태세 유지 역량에 의구심을 낳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미국 주요 언론이 3일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 총격 사건의 영웅들을 집중 조명했다. 자신의 몸을 던져 타인의 생명을 구한 이들의 행보가 끊이지 않는 총기 참사로 흉흉해진 민심을 그나마 달래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주민 데이비드 존슨 씨(63)는 자신을 방패 삼아 총격으로부터 아내와 9세 외손녀를 지켜내고 숨졌다. 신학기를 맞아 학용품을 사려는 손녀를 데리고 참사 현장인 월마트에 왔던 그는 아내와 손녀를 구하려다 세 발의 총탄을 맞았다. 2개월 된 갓난아기를 살리고 자신은 목숨을 잃은 엄마도 있었다. 조던 안촌도 씨(25·여)는 자녀 학용품 등을 사려고 월마트에 들렀다가 변을 당했다. NBC에 따르면 그는 총소리가 들리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아기를 보호했지만 자신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했다. 2개월 된 아기는 골절상만 입고 목숨을 건졌다. 그의 남편 앤드리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CBS는 쇼핑몰 안 놀이방에 있던 아이들을 데리고 대피한 현역 군인 글렌던 오클리 일병을 소개했다. 그는 13명의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우는 모습을 보고 3명의 아이를 직접 안은 채 탈출했다. 손님 140여 명을 먼저 대피시킨 월마트 직원도 있다. CNN에 따르면 19년째 엘패소 월마트에 근무하는 길버트 세르냐 씨(36)는 손님들에게 자신을 따라오라고 소리치며 비상 대피로로 안내했다. 어머니와 함께 학용품을 구매하려고 월마트를 방문했던 고객 아드리아 곤살레스 씨(37)도 40여 명의 고객을 데리고 육류 저장소 안으로 대피하는 일을 주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총기 참사 원인으로 인터넷, 소셜미디어, 비디오게임, 정신질환자 등을 지목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발표한 10분간의 대국민 성명에서 “연방수사국(FBI)에 ‘증오 범죄’와 국내 테러리즘을 조사하고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신원이 분명하지 않은 사람이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붉은 깃발법(red flag laws) 입안’을 촉구했다. 그러나 자신의 거듭된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사과 및 총기 사용 규제 같은 근본 대책을 언급하지 않아 주류 언론과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4일 참사 현장인 오하이오주 데이턴을 인근 ‘털리도’로 잘못 언급한 것도 빈축을 사고 있다. 한편 엘패소 사건의 범인이 범행 전 글을 올렸던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 ‘에이트챈(8chan)’은 이날 서비스를 중단했다. 에이트챈은 유머와 일상 소재 등을 담은 글이 중심이었던 설립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 공고나 회원 모집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5일(현지 시간) 엘패소와 데이턴에서의 잇단 총기난사 사건의 원인으로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비디오게임, 정신질환자 등을 지목하며 관련 분야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막상 자신의 인종차별주의적 발언 문제점이나 총기사용 규제 같은 근본적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야당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발표한 10분 간의 대국민 성명에서 “우리는 한 목소리로 인종주의와 편견, 백인우월주의를 비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마음과 영혼을 비뚤어지게 만드는 이런 사악한 이념은 반드시 물리쳐야 한다”며 연방수사국(FBI)에 ‘증오 범죄’와 국내 테러리즘을 조사하고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인터넷이 장애적 정신상태를 과격하게 만들고 광적인 행동을 일으키는 위험한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인터넷은 인신매매와 불법적 마약 유통 등 여러 악한 범죄에 이용되고 있다. 이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위험이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비디오게임을 포함해 폭력을 부추기는 문화도 당장 바꾸거나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신원이 분명하지 않는 사람이 총기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적기법(붉은깃발법·red flag laws)을 촉구했고, 법무부에는 대량 살상을 저지른 범죄자에 대한 조속한 사형 집행 검토도 지시했다. 이런 대국민 성명의 내용에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막상 자신의 소셜미디어 사용이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외신들도 총기 규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없었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민주당 대선주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책임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그가 총기 구매자에 대한 신원 조회 강화를 이민 개혁과 연계시키려는 것을 공격하며 정치 쟁점화할 태세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대통령님, 이민이 문제가 아니라 백인 우월주의가 문제이며, 총기 안전 입법에 대한 미국의 무대책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에이미 클로버샤(미네소타) 상원의원은 “방아쇠를 당기게 한 게 총기가 아니라 정신질환과 증오라는 것은 진실을 피하기 위한 대통령의 꼼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데이턴의 총기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면서 지명을 ‘털리도(Toledo)’라고 잘못 말한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털리도는 실제 총격이 벌어진 오하이오주 데이턴에서 1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이다. 한편 엘패소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들이 범행 전 글을 올렸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에잇챈(8chan)’은 이날 결국 서비스를 중단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에잇챈은 유머와 일상 소재 등을 담은 글 중심이었던 설립 초기와 달리 최근에는 백인 우월주의자 집회 공고나 회원 모집 수단으로 악용돼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