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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타면세점이 있는 서울 중구 장충단로 두타몰은 지난해 12월 지하 2층에 전국 국수 맛집 7곳을 모은 면요리 다이닝 공간 ‘면면’을 약 190석 규모로 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면세점 바로 아래층인 6층에 식음료 매장 6곳도 추가했다. 현재 두타몰 전체의 식음료 매장은 총 32곳에 이른다. 두타면세점 관계자는 “‘면면’은 국내의 ‘면 마니아’ 고객과 면세점에 들른 외국인 관광객이 찾으면서 약 40일 만에 3만8000여 그릇이 판매됐다”고 7일 밝혔다. 최근 서울 시내 면세점들이 잇달아 식음료 분야를 강화하고 있다. 2015년 12월부터 서울 시내 면세점 5곳이 새로 문을 열면서 쇼핑만으로는 면세점 간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쇼핑만 하고 떠나는 단체관광객이 줄어들면서 다양한 체험을 원하는 개별 관광객 입맛에 맞춘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두타면세점은 식음료 매장 수를 늘린 것 외에도 지난해 1월부터 위스키 브랜드 ‘글렌모렌지’의 팝업스토어를 면세점 10층에서 운영하고 있다. 위스키 구매와 시음이 가능하고, 창 밖 경치를 내려다보면서 골프 퍼팅 연습까지 할 수 있다. 신세계면세점도 지난해 11월부터 주류 매장에서 위스키와 코냑을 시음할 수 있도록 했다. 윤선현 두산 전략기획팀 차장은 “고객들이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 쇼핑을 여유롭게 하도록 만든 것이다. 최근 대형 쇼핑몰이 체험 위주 매장으로 변화하는 트렌드도 반영했다”고 말했다. 인근 맛집을 관광 자원으로 개발하기도 한다. 신라면세점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점 인근 장충동의 맛집 18곳을 표기한 ‘맛집 지도’를 만들어 신라인터넷면세점 중국몰에 게재하고 있다. 면세점 공식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채널을 통해 서울 시내의 다른 음식점도 꾸준히 소개하고 있다. 면세점 주변을 ‘관광지화’해서 개별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것이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올해 말까지 1000억 원을 들여 증축하는 아이파크몰을 통해 식음료 매장을 강화할 예정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레스토랑, 카페 8곳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슐랭가이드에 소개된 이찬오 셰프의 마누테라스, 김성운 셰프의 테이블포포 등 고급 레스토랑이 포함됐다. 올해 말 면세점 센트럴시티점이 문을 열면 이 레스토랑들과 연계해 신세계면세점 특별 메뉴를 개발하거나 면세점 VIP 고객 대상 예약 서비스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순식 신세계면세점 마케팅팀 과장은 “중국, 일본 관광객은 이미 한국을 한두 번 이상 찾았던 경우가 많다. 앞으로는 이들이 다양한 특수목적관광(Special Interest Tour·SIT)을 원할 텐데, 미식관광 역시 관광객들이 한국을 반복해서 찾도록 하는 SIT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음료 콘텐츠 강화 바람이 ‘레드오션’이 된 면세업계의 현실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면세점은 정해진 공간에 다양한 브랜드를 최대한 많이 입점시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객들이 최대한 효율적으로 쇼핑을 하도록 하고, 또 다음 고객을 맞아야 했기 때문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은 사실상 공급 초과 상태다. 한정된 수의 고객에게서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체류 시간을 늘려야 하고, 식음료 매장 강화는 이를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HDC신라면세점이 2015년 12월 문을 연 지 1년 만에 월 단위 흑자를 냈다.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중 처음이다. HDC신라면세점은 1월 총매출 532억 원, 영업이익 1억2500만 원으로 월 기준 손익분기점 돌파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HDC신라면세점의 지난해 총매출은 3975억 원, 영업 적자는 209억 원(잠정)이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이 추세대로라면 1분기(1∼3월) 역시 흑자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신세계면세점, 두타면세점, 갤러리아면세점 등 2015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은 지난해까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최근 하루 평균 매출이 25억 원을 기록하는 등 매출 신장세가 높지만 다른 신규 면세점은 하루 평균 매출이 10억 원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업계는 HDC신라면세점이 가장 먼저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통 큰 합작’ 덕분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산업개발이 면세점 매장 공간과 인테리어 공사, 주차장 조성 등 하드웨어를 제공하고 호텔신라는 브랜드 입점, 단체관광 유치 같은 면세점 운영 노하우, 즉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초기 비용을 줄였다는 것이다. HDC신라면세점 관계자는 “개점 직후인 지난해 2월에 중국 아오란 그룹 같은 대규모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관광을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인프라와 노하우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매출 확대를 위해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현재의 영업 구조를 개선할 필요성도 지적된다. 관광 인프라가 부족한 용산에 위치한 HDC신라면세점은 대형버스 전용 주차장을 조성하고 단체관광객 전용 식당을 운영하는 등 단체관광객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의 저가관광 규제 등으로 하루 평균 매출이 약 17억 원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HDC신라면세점 측은 “올해 상반기에 3대 명품 브랜드 중 하나인 루이뷔통 입점이 예정돼 있고, 아이파크몰 증축을 통해 레저 및 여가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고 밝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귀회의 일익 번창하심을 기원합니다. 귀회의 회원인 폐사는 퇴회를 결정하였기에 귀회 정관 제8조에 따라 본 퇴회원을 제출합니다.” 삼성전자는 6일 오전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명의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 e메일로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전경련 정관 제8조(퇴회)에 따르면 회원사가 전경련을 탈퇴하려면 퇴회원을 제출해야 한다. 단 두 개의 문장으로 1961년 8월 16일 시작돼 56년간 이어져 온 삼성그룹과 전경련의 인연은 끝이 났다. 삼성전자 외에도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그룹 내 전자 계열사들은 이날 모두 전경련을 탈퇴했다. 전경련 회원사인 삼성 15개 계열사 중 나머지 계열사들도 하루 이틀 안에 모두 탈퇴원을 내기로 했다.○ 삼성의 쇄신은 이미 ‘현재진행형’ 삼성의 전경련 탈퇴는 지난해 12월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순실 사태 관련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 약속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당시 △전경련 탈퇴 △삼성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 △2008년 삼성 특검 이후 차명계좌의 실명 전환에서 발생한 이익금의 용처 결정 등 세 가지를 약속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삼성이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가 종료된 후 전경련 탈퇴를 선언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대적으로 발표하는 쇄신안 중 한 가지로 거론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었다. 삼성이 예상보다 빨리 전경련 탈퇴를 발표한 것을 두고 일부에서는 “삼성의 쇄신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머지 두 가지 약속도 특검 수사 종료 시점과 맞물려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실제 이날 오후 출입기자단에 “약속한 대로 미래전략실은 해체한다. 특검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조치가 있을 것이며 이미 해체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공지했다. 이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상 미전실 해체 작업이 2008년 삼성 특검 당시보다 훨씬 속도감 있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2008년 4월 17일 조준웅 특검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닷새 만인 22일 ‘경영쇄신안’을 내놓았다. 전략기획실 해체 선언은 그 후 두 달이 지난 6월 25일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 내부적으로 이미 미전실 해체 방안은 완성돼 있고 수뇌부의 최종 사인만 남은 단계”라고 했다. 다만 수사 대상인 미전실 핵심 간부들의 거취 문제가 얽혀 있어 특검 수사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발표 직후부터 현대자동차그룹의 그룹 운영 방식을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을 총괄하는 별도의 조직이 없다. 꼭 필요한 기능은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맡고 있다.○ 존폐 위기 놓인 전경련 전경련의 초대 회장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전경련은 이날 삼성의 탈퇴로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전경련 주요 회원사 중에는 LG그룹이 지난해 말 가장 먼저 탈퇴를 공식화했다. 현대차그룹도 올해 회비를 납부할 계획이 없어 사실상 탈퇴 수순을 밟고 있다. SK그룹도 마찬가지다. SK그룹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탈퇴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롯데그룹과 CJ그룹 등은 전경련의 쇄신 방향 등을 좀 더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이달 23일경 정기총회가 예정돼 있는 전경련은 아직 조직 쇄신을 위한 마땅한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난다. 전경련은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뽑고 쇄신안 방향을 결정짓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거물급 관료 출신들을 차기 회장 후보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물망에 오른 인사들이 회장직을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경련 일부 회원사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거론했지만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장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비공식적으로 제안 받은 것은 맞다. 하지만 제가 갈 곳은 아니고 기업인이 맡아야 할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 선출을 매듭짓지 못하면 임원이 사무국 전체 운영을 맡는 비상운영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김지현 jhk85@donga.com·이샘물·이새샘 기자}
한국 피앤지(P&G)의 기저귀가 화학물질 검출 논란에 휘말리면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단됐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피앤지의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제품이 이마트와 홈플러스, 롯데마트에서 판매 중단됐다. 롯데마트는 2일, 홈플러스는 3일부터 제품을 철수시켰다. 해당 제품이 온라인몰에만 입점된 이마트도 3일 판매를 중단했다. CJ몰, 현대H몰 등 온라인 쇼핑몰도 이날 잇달아 판매를 중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프랑스 소비자 매체 ‘6000만 소비자’는 자체 조사 결과 프랑스 현지에서 판매되는 기저귀 12종 중 10종에서 다이옥신 등 화학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중 국내 판매 제품은 ‘팸퍼스 베이비 드라이’ 한 종류다. 소비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주부 신모 씨(36)는 “논란이 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바로 사용을 중단하고 비싼 친환경 기저귀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논란이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다. ‘6000만 소비자’에 따르면 해당 제품에서는 다이옥신이 0.000178pgTEQ/g(1pg·피토그램은 1조분의 1g, TEQ는 독성등가환산농도), 페스티사이드(살충제)가 0.003ppm 검출됐다. 한국피앤지는 “‘6000만 소비자’가 검출됐다고 주장하는 양은 식품 안전기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극미량”이라고 해명했다. 한국의 식품 안전기준에 따르면 돼지고기의 잔류 다이옥신 기준치는 2.0pgTEQ/g으로 기저귀에서 검출된 양의 1만1000배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피앤지 기저귀의 샘플 조사에 들어간다고 이날 밝혔다. 국표원 관계자는 “시중의 피앤지 기저귀를 무작위로 골라 실제로 유해성분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유해한지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새샘 iamsam@donga.com / 세종=이상훈 기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갈등을 빚던 관세청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공동 심사를 하는 것으로 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시험을 사실상 두 번 보라는 격”이라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양 기관이 ‘나눠 먹기’ 식으로 타협을 하면서 사업자의 허가 관련 비용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이다. 관세청과 공항공사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합의가 담긴 공동 발표문을 냈다. 공항공사가 심사를 통해 복수의 사업자를 선정하면 관세청이 공항공사의 평가 결과를 50% 반영해 면세점 특허사업자를 최종 선정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이 올해 10월 개장하는 가운데, 이곳에 입점할 면세점을 누가 선정할지를 두고 그동안 공항공사와 관세청은 갈등을 빚었다. 공항공사는 이전 방식대로 직접 사업자를 선정해 관세청의 추인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관세청이 “사업자 선정권을 우리가 행사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결국 기획재정부가 나서 조정한 끝에 양측이 절반씩 양보하는 선에서 타협을 이뤘다. 이번 합의에 따라 양 기관은 모두 심사에 절반씩 권한을 갖게 됐다. 공항공사가 우선 각 업체가 제출한 사업제안서와 임차료 제안을 검토해 4월 초까지 사업권별로 1, 2위 사업자를 선정하면 관세청이 4월에 특허심사위를 열어 둘 중 한 곳을 최종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한다. 관세청 특허심사에서 1000점 만점에 500점은 공항공사가 진행한 입찰평가 결과를 그대로 반영한다. 관세청이 최종 선정한 사업자는 공항공사와 낙찰 계약을 맺고 10월 면세점을 개점한다. 면세점업계에서는 양 기관이 모두 심사권을 행사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면서 업계가 받을 부담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한 대기업 면세점의 관계자는 “공항공사와 관세청의 심사를 이중으로 받아야 해 결과적으로 준비 부담이 2배로 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공동 심사를 한다는 방안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심사 기준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 아직 입찰 여부를 결정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세종=박민우 minwoo@donga.com / 이새샘 기자}
아이를 키우는 한국 아빠들의 육아 관련 관심사는 여행과 체험, 캠핑 등 놀이 중심의 신체 활동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대한민국 육아 대디에 대한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1일 발표했다. 이노션 내 빅데이터 분석 조직인 ‘디지털 커맨드 센터’가 지난 1년 동안 주요 포털사이트와 블로그, 카페 등을 통해 ‘육아 대디(아빠)’와 관련된 데이터 약 30만 건을 분석한 결과다. 육아 관심사에 관한 연관어로는 ‘놀다’(2만3671건) ‘주말’(1만4998건) ‘외출’(9191건) ‘여행’(7500건) 등 활동적 놀이와 관련된 단어가 가장 많았다. 엄마들은 ‘친구’ ‘어린이집’ ‘음식’ 등 일상 전반에 관한 연관어를 많이 썼다. 육아 용품 분야의 경우 아빠들은 ‘유모차’(3388건) ‘아기띠’(1869건) 등 외출 때 필요한 제품을 많이 언급했고, 엄마들은 ‘기저귀’(4440건) ‘분유’(2904건) 등을 거론했다. 육아 고민과 관련해서는 ‘미안하다’(6944건) ‘부족하다’(4515건) 등의 단어가 많이 등장해 아빠들이 상대적으로 육아 참여가 적고 육아에 미숙한 현실을 보여줬다. 엄마들은 ‘힘들다’(3만6360건) ‘정보’(1만1945건) ‘워킹맘’(8827건) 등의 연관어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한복 시장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등장하고 유통 방식도 다변하고 있다. 한복을 입고 고궁에서 찍은 사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젊은층에 힘입은 바가 크다. 도드라진 변화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백화점에서는 최근 디자이너 한복 브랜드가 잇따라 매장을 열었고, 대형마트는 자체 제작한 패션한복 라인을 선보였다. 한복 디자인을 응용한 패션 스타트업도 생겼고, 한복 전문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도 탄생했다. 》○ 백화점 ‘귀한 몸’ 된 한복 현대백화점은 올해 설을 앞두고 판교점에서 한복진흥센터와 함께 한복 디자이너 연합 박람회 ‘한복, 일상을 멋으로 드리우다’를 진행했다. 백화점에서 한복 브랜드 여러 곳을 한데 모아 박람회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임당’ ‘리슬’ 등 11개 한복 디자이너 브랜드가 참여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이 기간 총 매출은 약 6000만 원으로 목표보다 2배 이상 많았다. 20, 30대 여성이 구매한 금액이 전체 매출의 55%를 차지했다. 한복이 젊은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양상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0월 패션한복 브랜드 ‘치마저고리’의 팝업스토어를 본점 영플라자에서 운영하는 등 각 점포에 꾸준히 패션한복 매장을 내고 있다. 현재는 광주점과 부산 광복점, 경남 창원점에서 ‘서리나래’라는 한복 팝업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권아미 롯데백화점 바이어는 “지금은 팝업스토어 형태로 운영하고 있지만 정식 매장을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복 SPA’까지 등장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 올해 설 직전 1월 1일∼1월 22일의 한복 매출은 지난해 설(1월 13일∼2월 1일)보다 약 25% 늘어났다. 주로 3만∼5만 원대 한복에 구매가 집중됐다. 11번가 이영건 한복 담당 상품기획자(MD)는 “온라인 한복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지난해 신규 판매자를 꾸준히 영입했다”고 말했다. 요즘 한복 트렌드를 이끄는 것은 온라인이다. SNS인 인스타그램에는 ‘한복’ ‘한복스타그램’ ‘한복스냅’ 등 한복 관련 해시태그(게시물을 올리며 같은 주제로 검색할 수 있도록 표기하는 꼬리표)만 10개가 넘는다. 각 태그마다 게시물이 적게는 10만 건, 많게는 70만∼80만 건에 이른다. 기존 한복업체가 직접 온라인 판매에 나서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한복 브랜드 ‘수련빔’은 중견 한복업체인 한솔실크가 디자인, 제작, 유통까지 진행하는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다. 저고리와 치마 한 벌에 10만∼20만 원 선이다. 수련빔 관계자는 “온라인 한복 구매가 늘면서 직접 유통으로 가격을 낮추면 경쟁력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한복에 어울리는 장신구 등으로 품목을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복 시장이 과도기라는 진단도 나온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혼수한복 수요는 줄고 중·저가의 다양한 생활한복이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 한복업체 관계자는 “한복 소비층을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전문 업체의 질 좋은 한복을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유통구조가 더 투명하게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안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도심 곳곳에서 한복을 입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참 귀한 일이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롯데마트의 패션 자체브랜드(PB) ‘테’에서 지난달 19일 선보인 패션한복은 박상희 ‘박상희 우리옷’ 대표(49)의 손끝에서 태어났다. 박 대표는 1998년 처음 자신의 브랜드를 내놓은 뒤 프랑스, 벨기에 등에서 패션쇼를 열며 활동해왔다. 지난해에는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패션 브랜드 ‘초아’를 만들어 프랑스 트라노이 패션살롱에 참가했다. 지난달 말 서울 중구 남대문로 롯데마트 사무실에서 만난 박 대표는 옆머리를 시원하게 깎은 ‘투블록 컷’을 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오늘은 평범한 갈색 머리지만 원래는 염색도 이것저것 해본다. 심심한 걸 싫어한다”며 웃었다. 박 대표가 롯데마트의 제안을 수락해 작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경. 약 3개월 만에 새로운 패션한복 라인을 내놓는 것은 20년 넘는 경력의 박 대표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여성과 아동용 한복 9종은 이렇게 탄생했다. “제가 직접 손바느질을 하는 게 아니잖아요. 대량생산을 해야 하니 일반 공장에서 옷을 만들어야 하는데, 주로 양장을 제작하던 분들이다 보니 제가 원하는 느낌이 잘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특히 한복 특유의 어깨선이랑 깃이 나오질 않아서 몇 번이나 수정해야 했어요.” ‘테’의 패션한복은 치마 길이는 줄이고 저고리 길이는 늘려 활동하기 편하도록 만들었다. 치마에 주머니를 넣고, 배자(褙子·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는 티셔츠와 입을 수 있을 정도로 현대적인 라인을 살렸다. 박 대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전통한복은 사실 일제강점기 기모노의 영향을 받아 변형된 한복이다. 요즘은 점점 더 원형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멋스럽다고 생각하는 15, 16세기 복식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인터뷰 내내 “옷의 맵시도 좀 더 손보고, 아이템을 늘려 다양하게 조합해 입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기왕 하게 된 것 제대로 하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다. “개인적으로 한복은 위로하는, 사람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한복 입기 열풍이 부는 것도 팍팍한 세상살이에 위로받고 싶기 때문 아닐까요. 이제는 한복도 대중화될 때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작업으로 사람들이 더 많이 한복을 입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아웃렛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나서는 아웃렛도 등장했다. 신세계사이먼은 31일 DHL코리아와 ‘해외 관광객을 위한 해외배송 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에서 외국인 고객 대상 해외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프리미엄아울렛이 해외배송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아웃렛 안내데스크에서 해외배송을 신청하면 DHL이 전 세계 220개국으로 물품을 배송해주는 방식이다. 최종 배송 정보 및 결제 정보에 이상이 없을 때 접수한 바로 다음 날 해외배송을 시작한다. 신세계사이먼 측은 “파주점은 서울과 가깝고 ‘별에서 온 그대’ 등 한류 드라마 촬영지와 통일전망대, 임진각 등 관광자원이 많아 외국인 방문객 증가가 예상된다. 이번 해외배송 서비스를 통해 관광객들이 구매한 물품을 휴대해야 하는 부담 없이 편리하게 쇼핑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국내 최초의 시내 면세점인 동화면세점(사진)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1973년 설립된 동화면세점은 연간 매출 약 3000억 원 규모의 대표적인 중소·중견 면세점이다. 31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6월 호텔신라가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한 주식 35만8200주(19.9%)에 대한 처분금액 715억 원을 지난해 12월 19일까지 갚지 못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12월 25일 공시를 통해 “동화면세점은 2월 23일까지 10%의 가산금이 포함된 788억 원을 상환해야 한다”고 밝힌 상태다. 만약 변제하지 못할 경우 담보로 제공한 동화면세점 주식 30.2%(57만6000주)를 추가로 호텔신라에 내놓게 된다. 2013년 5월 호텔신라는 동화면세점 최대 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갖고 있던 지분 19.9%를 취득했다. 담보로 제공되는 지분 30.2%를 넘겨받을 경우 기존 지분 19.9%에 더해 총 50.1%로 호텔신라가 최대 주주가 된다. 동화면세점은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만기일 직전 호텔신라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돈을 상환하는 대신 지분을 넘기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호텔신라 측은 지분을 인수하기보다는 지분 청산 금액을 상환받길 원하고 있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김 회장이 변제 능력이 있다고 본다. 만기일을 넘기더라도 변제받기 위해 지속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동화면세점 경영권을 누구도 받고 싶어 하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경영권을 제3자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동화면세점 측은 “면세점을 매물로 내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이날 밝혔다. 이를 두고 최근 서울시내 면세점 수가 2015년 6곳에서 2016년 9곳으로 늘어나면서 면세점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현실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내 면세점 5곳이 새로 문을 열었지만 출혈 경쟁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동화면세점은 최근 루이뷔통과 구치, 몽블랑 등 명품 브랜드가 잇달아 철수하면서 경영 상황이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뷔통의 경우 동화면세점에서 철수하는 대신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올해 상반기 매장을 낸다. 매장 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는 명품 브랜드의 특성상 신규 면세점이 문을 열면 기존 면세점에서 명품 브랜드가 빠져나가는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거라는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신규 면세점 4곳이 추가로 문을 여는 상황에서 더 이상 경영 상황이 개선되기 힘들다고 보고 차라리 경영권을 포기하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롯데마트의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마트몰이 10주년을 맞아 모바일 중심으로 전환한다고 31일 밝혔다. 운영 조직을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존에 운영하지 않던 최우수고객(VIP) 등급제를 도입해 모바일 단골 고객 확보에도 나선다. 롯데마트는 모바일 고객들에게 빠르게 응대하기 위해 상품 수와 물류 거점도 늘린다. 상품 종류를 100만 종에서 300만 종으로 늘리면서 기존 신선식품과 생필품 위주에서 의료, 헬스케어 등 실버용품, 렌털 상품 등으로 취급 상품을 확대한다. 롯데마트몰은 2007년 2월부터 매장 상품을 인근에 배송하는 근거리 배송 시스템을 운영해 왔는데, 모바일 판매 강화를 위해 2019년까지 수도권 동부와 북부에 두 번째와 세 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 거점을 구축할 계획이다. 모바일 기반의 개인 맞춤형 상품 제안 기능도 강화한다. 예컨대 자주 구매하는 물품이 있으면 적절한 시기에 해당 소비자의 모바일 화면에만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식이다. 롯데그룹의 포인트 시스템인 엘포인트와는 별도로 롯데마트몰 전용 회원제 시스템을 구축해 VIP 회원에게 특가 상품 구매 기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해 앞으로 롯데마트몰의 모바일 비중을 전체의 8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마트는 최근 모바일 부문을 본부로 승격시키고, 롯데마트몰 운영팀 이름도 온라인팀에서 모바일팀으로 변경했다. 또 소셜커머스 업체인 쿠팡에서 임원급 인사를 영입하는 등 모바일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노 메이크업 룩’ 올해의 메이크업 키워드는 ‘자연스러움’이 될 듯하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런웨이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 ‘맥’은 아예 ‘노 메이크업 룩’을 앞세웠다. 맥의 린 데스노이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렉터는 “현실적인 룩이 모던 뷰티의 본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쉽고 실질적인 메이크업이 요즘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이전과 달리, 다소 헝클어지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노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자연스러운 모습만 드러낸다면 메이크업을 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만큼, 이전의 정교한 테크닉에서 벗어나 오히려 파격적으로 보이는 메이크업 테크닉이 등장하고 있다. 손으로 슥슥 바른 듯한 질감에, 컬러는 더욱 자유롭고 과감해졌다. 데스노이어 디렉터는 “컬러로 얼굴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이번 시즌 메이크업은 정형화된 ‘예쁨’을 깨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컬러가 다양해지고 화려해진 만큼 피부 표현은 깔끔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피부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윤기를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위적으로 보이기 쉬운 파우더 형태의 시머나 하이라이터 대신, 오일이나 밤 제품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광을 표현해 주는 것이 좋다. 맥의 발 갈렌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피부표현 팁에 대해 “‘미네랄라이즈 타임체크 로션’으로 피부를 매트하게 만든 뒤, ‘프렙+프라임 모이스처 인퓨전’으로 수분감을 극대화 하고 에센셜 오일을 양쪽 볼에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볼드 립, 볼드 치크 2017년 봄·여름 시즌 파리 패션위크에서 ‘겐조’의 모델은 강렬한 오렌지 레드 컬러를 볼부터 관자놀이, 눈 위쪽까지 넓게 펴 바르고 등장했다. 일본에서 시작해 지난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숙취 메이크업’의 취기가 가시지 않은 것일까. 진한 컬러든, 연한 컬러든 한 듯 안 한 듯 은은하게 블러시를 칠하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해외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는 2017년 봄·여름 시즌 런웨이 메이크업을 “폭탄 같은 블러시(blush bomb), 과감한 입술(bold lips)”이라고 정리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나스’의 안소영 교육팀 과장은 “눈 밑에서 광대까지 블러시를 넓게 발라 상기된 듯 연출하는 테크닉이 지난해부터 유행하고 있다. 다만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송함을 넘어 매트한 마무리로 컬러를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스에서 2월 6일 선보이는 ‘스프링 컬러 컬렉션’ 중 스틱 형태의 멀티 제품인 ‘나스 매트 멀티플’은 올봄 유행 메이크업을 제품 하나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그을린 듯한 레드의 모리타니 컬러가 새로 나왔다. 윤기 나는 마무리가 많은 다른 스틱형 제품과 달리 보송하게 마무리돼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립 메이크업의 경우엔 물들인 듯한 그러데이션 립을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아이돌 메이크업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과즙 메이크업’을 연상시킨다. 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톡 터질 것처럼 볼과 입술을 물들이는 메이크업이다. ‘디올’은 올해 스프링 컬렉션에서 ‘립 섀도’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신제품 ‘루즈 그라디앙’은 양쪽에 쿠션 타입의 스폰지 팁을 내장한 제품으로 파우더리한 텍스처가 특징이다. 한쪽에는 연한 컬러가, 다른 한쪽에는 좀 더 진한 컬러가 담겨 있어 연한 컬러를 입술에 전체적으로 바르고, 진한 컬러를 입술 안쪽에 톡톡 두드려 바르면 된다. ‘랑콤’의 ‘스프링 파리지엔 립 듀오’ 역시 한쪽은 크리미한 틴트, 다른 한쪽엔 세미 매트 타입의 립 제품이 담겨 있는 제품이다. 연한 컬러와 진한 컬러의 비율을 조절해 때와 장소에 맞는 립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어 유용하다. 애시드 vs 버건디 2017년 봄·여름 시즌 메이크업은 ‘봄에는 핑크’라는 식상한 조합을 버릴 때가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각 브랜드의 모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형광물감을 푹 찍어 바른 듯한 애시드 컬러의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모델은 눈두덩에 애시드 오렌지 컬러의 굵은 라인을 그렸다. ‘막스 마라’의 런웨이에는 형광기가 느껴지는 하늘색과 노란색 컬러를 보디페인팅 하듯 관자놀이까지 과감히 펴 바른 모델이 등장했다. ‘톰 브라운’의 런웨이에서는 입술에 매트한 블루 컬러를 바른 파격적인 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런웨이 메이크업을 그대로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일. 다행히도 같은 핑크, 같은 코럴이라도 형광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 톡톡 튀는 컬러들이 각 브랜드에서 나와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매해 시즌마다 세계적인 색채 기업 팬톤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VDL’의 스프링 한정판 제품이 대표적이다. 올해의 팬톤 컬러는 바로 생동감 넘치는 연둣빛의 ‘그리너리’. VDL에서 내놓은 ‘2017 VDL 엑스퍼트 컬러 아이 북’은 쉽게 바르기 어려운 그리너리 컬러에 매일 편하게 쓸 수 있는 뉴트럴, 코럴 컬러 12가지를 함께 담았다. 젤리 같은 질감의 ‘VDL 엑스퍼트 치크북 모노’는 형광기가 살짝 느껴지는 컬러로 트렌디한 메이크업이 가능하다. ‘헤라’는 수년째 식을 줄 모르는 쿠션 제품의 인기를 블러시로 이어가고 있다. 건강한 혈색을 부여하는 헤라 ‘미스트 쿠션 블러셔’의 1호 로제 핑크 컬러를 볼에 바르고, 선명하게 발색되는 ‘에버래스팅 패션 컬렉션 루즈 홀릭 크림’ 149호 달링 핑크 컬러를 입술 라인에 채워 바르면 화사하면서도 도시적인 핑크 메이크업이 마무리된다. ‘핑크 천재’라는 재미있는 문구를 내세워 스프링 컬렉션을 홍보하고 있는 일본 코스메틱 브랜드 ‘RMK’에서는 젤리 같은 질감의 ‘페이스 팝 크리미 치크스’를 새로 내놨다. 네 가지 컬러가 나왔는데, 마치 롤리팝의 톡톡 튀는 색깔을 옮겨놓은 듯한 ‘스트로베리 핑크’와 ‘핫핑크’가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겨우내 잘 쓰던 레드 립스틱을 굳이 다시 집어넣을 필요도 없을 듯하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레드립 열풍이 올해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프링 컬렉션답지 않게 각 브랜드에서 버건디나 채도 높은 레드 컬러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나스에서 내놓은 립글로스 ‘아라곤’ 컬러는 가을에 흔히 볼 법한 깊이 있는 레드 체스트넛 컬러다. 한정판으로 나온 립스틱 두 가지, 네온 코럴 컬러의 ‘브레이킹 프리’, 짙은 적갈색의 ‘키스 미 스투핏’으로 이번 시즌 양대 컬러 트렌드를 완벽히 표현했다. ‘샤넬’이 봄을 앞두고 내놓은 ‘코코 코드 컬렉션’ 역시 아이섀도와 블러시, 립스틱까지 무게감 있는 버건디와 레드, 브라운 컬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펄이 많이 들어간 골드 베이지 컬러부터, 다크 초콜릿 컬러까지 흔히 보기 힘든 질감과 컬러의 립스틱이 새로 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이 옷을 ‘한복’이라고 합니다. 이건 왕비가 입던 옷이에요.” 17일 오후 서울 인사동 한옥 게스트하우스. 한복 소품에 대한 설명이 시작되자 방 안에 앉아 있던 20여 명이 일제히 분주해졌다. 소형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올려놓고 생중계를 하거나, 카메라 세 대를 바꿔가며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언뜻 중국인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은 한국에 초청된 중국의 왕훙(網紅·중국의 온라인 스타)이다. 》 신라면세점이 중국 현지에서 운영하는 홍보단 ‘신라 다카(大가)’ 소속 왕훙들은 4박 5일간 서울과 제주에서 신라호텔과 면세점, 각종 관광코스를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에 초대됐다. 대(對)중국 시장 개척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한 ‘왕훙 마케팅’이 고도화하고 있다. 중국 전문 마케팅 업체 ‘2AB’는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왕훙을 데이터베이스(DB)화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중국 웨이보, 이즈보 등 현지 온라인 플랫폼과 제휴하고 각 왕훙의 팔로어 수, 댓글 수, 활동 현황 등을 정리해 점수화한 ‘2AB 왕훙 테크’(가칭)를 2월부터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2AB의 김남영 실장은 “온라인 판매 전문인 ‘커머스 왕훙’, 콘텐츠를 생산해 각 매체에 제공하는 ‘콘텐츠 왕훙’ 등 왕훙의 종류도 더 다양해지고 있다. 등록자 수를 현재 2000명에서 점점 더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뷰티·패션 크리에이터 기획사인 ‘레페리’는 지난해 중국 텐센트와 함께 뷰티 전문 왕훙을 선발하는 리얼리티 쇼를 진행했다. 최인석 레페리 대표는 “지난해 시즌1에서 선발된 왕훙 20여 명과 계약을 맺었다. 연예기획사처럼 각 기업 수요에 맞게 이들을 훈련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춘제(중국 설)를 맞아서는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은 면세점은 물론 롯데, 신세계 등 백화점까지 왕훙을 국내에 초청해 각종 이벤트를 진행하는 ‘왕훙 마케팅’에 나섰다. 왕훙 마케팅이 주목받는 이유는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애경은 ‘에이지 20's 에센스 커버팩트’를 2015년 12월 국내 면세점에 입점시킨 뒤 지난해 5월 국내에 왕훙을 초청해 ‘애경 뷰티데이’를 진행했다. 그 직후인 6월 면세점 매출은 5월의 두 배가 넘는 3억3600만 원을 기록했다. 화장품업체 관계자는 “중국은 언론 통제 등의 문제로 온라인 마케팅이 쉽지 않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왕훙의 콘텐츠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직접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품질에 대한 불신이 큰 중국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데 일정 규모의 팬층을 보유한 왕훙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팔로어 100만 명 이상의 A급 왕훙을 국내로 초청하는 비용은 많게는 7000만∼8000만 원이다. 지난해 초 2000만∼3000만 원이던 것에 비해 크게 뛰었다. 왕훙 마케팅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콘텐츠를 양산하거나, 업체끼리 초청하는 왕훙이 겹치는 것은 문제점으로 꼽힌다. 왕훙을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업체도 나왔다. ‘신라 다카’로 활동하고 있는 왕훙 황쿤(黃坤) 씨는 “중개업체가 끼면 수수료가 많게는 40%에 이른다. 각 기업이 직접 브랜드에 맞는 왕훙을 찾고, 장기적으로 신뢰를 쌓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왕훙 정야디(鄭雅狄) 씨는 “단순히 왕훙의 팔로어 수만 볼 것이 아니라 어떤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지, 브랜드 이미지와 맞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노 메이크업 룩’ 올해의 메이크업 키워드는 ‘자연스러움’이 될 듯하다. 유명 패션 브랜드들의 런웨이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크업 브랜드 ‘맥’은 아예 ‘노 메이크업 룩’을 앞세웠다. 맥의 린 데스노이어 메이크업 아티스트 디렉터는 “현실적인 룩이 모던 뷰티의 본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쉽고 실질적인 메이크업이 요즘 여성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주던 이전과 달리, 다소 헝클어지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노출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냥 자연스러운 모습만 드러낸다면 메이크업을 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만큼, 이전의 정교한 테크닉에서 벗어나 오히려 파격적으로 보이는 메이크업 테크닉이 등장하고 있다. 손으로 슥슥 바른 듯한 질감에, 컬러는 더욱 자유롭고 과감해졌다. 데스노이어 디렉터는 “컬러로 얼굴에 에너지를 불어넣어 줄 수 있다. 이번 시즌 메이크업은 정형화된 ‘예쁨’을 깨고 한층 더 업그레이드됐다”고 말했다. 컬러가 다양해지고 화려해진 만큼 피부 표현은 깔끔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피부 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윤기를 표현하는 것이 핵심이다. 인위적으로 보이기 쉬운 파우더 형태의 시머나 하이라이터 대신, 오일이나 밤 제품을 이용해 자연스러운 광을 표현해 주는 것이 좋다. 맥의 발 갈렌드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신만의 피부표현 팁에 대해 “‘미네랄라이즈 타임체크 로션’으로 피부를 매트하게 만든 뒤, ‘프렙+프라임 모이스처 인퓨전’으로 수분감을 극대화 하고 에센셜 오일을 양쪽 볼에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고 소개했다.볼드 립, 볼드 치크 2017년 봄·여름 시즌 파리 패션위크에서 ‘겐조’의 모델은 강렬한 오렌지 레드 컬러를 볼부터 관자놀이, 눈 위쪽까지 넓게 펴 바르고 등장했다. 일본에서 시작해 지난해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숙취 메이크업’의 취기가 가시지 않은 것일까. 진한 컬러든, 연한 컬러든 한 듯 안 한 듯 은은하게 블러시를 칠하는 시대는 지난 듯하다. 해외 패션 매거진 ‘하퍼스 바자’는 2017년 봄·여름 시즌 런웨이 메이크업을 “폭탄 같은 블러시(blush bomb), 과감한 입술(bold lips)”이라고 정리했다. 코스메틱 브랜드 ‘나스’의 안소영 교육팀 과장은 “눈 밑에서 광대까지 블러시를 넓게 발라 상기된 듯 연출하는 테크닉이 지난해부터 유행하고 있다. 다만 지난 시즌과 다른 점이 있다면 보송함을 넘어 매트한 마무리로 컬러를 강조한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나스에서 2월 6일 선보이는 ‘스프링 컬러 컬렉션’ 중 스틱 형태의 멀티 제품인 ‘나스 매트 멀티플’은 올봄 유행 메이크업을 제품 하나로 시도해 볼 수 있는 제품이다. 그을린 듯한 레드의 모리타니 컬러가 새로 나왔다. 윤기 나는 마무리가 많은 다른 스틱형 제품과 달리 보송하게 마무리돼 세련되게 연출할 수 있다. 립 메이크업의 경우엔 물들인 듯한 그러데이션 립을 연출할 수 있는 제품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아이돌 메이크업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과즙 메이크업’을 연상시킨다. 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톡 터질 것처럼 볼과 입술을 물들이는 메이크업이다. ‘디올’은 올해 스프링 컬렉션에서 ‘립 섀도’라는 개념을 선보였다. 신제품 ‘루즈 그라디앙’은 양쪽에 쿠션 타입의 스폰지 팁을 내장한 제품으로 파우더리한 텍스처가 특징이다. 한쪽에는 연한 컬러가, 다른 한쪽에는 좀 더 진한 컬러가 담겨 있어 연한 컬러를 입술에 전체적으로 바르고, 진한 컬러를 입술 안쪽에 톡톡 두드려 바르면 된다. ‘랑콤’의 ‘스프링 파리지엔 립 듀오’ 역시 한쪽은 크리미한 틴트, 다른 한쪽엔 세미 매트 타입의 립 제품이 담겨 있는 제품이다. 연한 컬러와 진한 컬러의 비율을 조절해 때와 장소에 맞는 립 메이크업을 연출할 수 있어 유용하다. 애시드 vs 버건디 2017년 봄·여름 시즌 메이크업은 ‘봄에는 핑크’라는 식상한 조합을 버릴 때가 됐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각 브랜드의 모델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일제히 형광물감을 푹 찍어 바른 듯한 애시드 컬러의 아이 메이크업을 선보였다.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모델은 눈두덩에 애시드 오렌지 컬러의 굵은 라인을 그렸다. ‘막스 마라’의 런웨이에는 형광기가 느껴지는 하늘색과 노란색 컬러를 보디페인팅 하듯 관자놀이까지 과감히 펴 바른 모델이 등장했다. ‘톰 브라운’의 런웨이에서는 입술에 매트한 블루 컬러를 바른 파격적인 룩을 선보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런웨이 메이크업을 그대로 실생활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일. 다행히도 같은 핑크, 같은 코럴이라도 형광물감을 한 방울 떨어뜨린 듯 톡톡 튀는 컬러들이 각 브랜드에서 나와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매해 시즌마다 세계적인 색채 기업 팬톤과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VDL’의 스프링 한정판 제품이 대표적이다. 올해의 팬톤 컬러는 바로 생동감 넘치는 연둣빛의 ‘그리너리’. VDL에서 내놓은 ‘2017 VDL 엑스퍼트 컬러 아이 북’은 쉽게 바르기 어려운 그리너리 컬러에 매일 편하게 쓸 수 있는 뉴트럴, 코럴 컬러 12가지를 함께 담았다. 젤리 같은 질감의 ‘VDL 엑스퍼트 치크북 모노’는 형광기가 살짝 느껴지는 컬러로 트렌디한 메이크업이 가능하다. ‘헤라’는 수년째 식을 줄 모르는 쿠션 제품의 인기를 블러시로 이어가고 있다. 건강한 혈색을 부여하는 헤라 ‘미스트 쿠션 블러셔’의 1호 로제 핑크 컬러를 볼에 바르고, 선명하게 발색되는 ‘에버래스팅 패션 컬렉션 루즈 홀릭 크림’ 149호 달링 핑크 컬러를 입술 라인에 채워 바르면 화사하면서도 도시적인 핑크 메이크업이 마무리된다. ‘핑크 천재’라는 재미있는 문구를 내세워 스프링 컬렉션을 홍보하고 있는 일본 코스메틱 브랜드 ‘RMK’에서는 젤리 같은 질감의 ‘페이스 팝 크리미 치크스’를 새로 내놨다. 네 가지 컬러가 나왔는데, 마치 롤리팝의 톡톡 튀는 색깔을 옮겨놓은 듯한 ‘스트로베리 핑크’와 ‘핫핑크’가 눈길을 끈다. 그렇다고 겨우내 잘 쓰던 레드 립스틱을 굳이 다시 집어넣을 필요도 없을 듯하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레드립 열풍이 올해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프링 컬렉션답지 않게 각 브랜드에서 버건디나 채도 높은 레드 컬러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나스에서 내놓은 립글로스 ‘아라곤’ 컬러는 가을에 흔히 볼 법한 깊이 있는 레드 체스트넛 컬러다. 한정판으로 나온 립스틱 두 가지, 네온 코럴 컬러의 ‘브레이킹 프리’, 짙은 적갈색의 ‘키스 미 스투핏’으로 이번 시즌 양대 컬러 트렌드를 완벽히 표현했다. ‘샤넬’이 봄을 앞두고 내놓은 ‘코코 코드 컬렉션’ 역시 아이섀도와 블러시, 립스틱까지 무게감 있는 버건디와 레드, 브라운 컬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펄이 많이 들어간 골드 베이지 컬러부터, 다크 초콜릿 컬러까지 흔히 보기 힘든 질감과 컬러의 립스틱이 새로 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집이 좁아 2인용 소파밖에 놓지 못한다. 2인용 소파는 가로 길이가 짧아 옆으로 두 다리 쭉 뻗고 누울 수가 없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특히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점점 중력에 굴복해 지면과 수평한 자세를 취하게 되는데 2인용 소파로는 적절한 자세를 취하기가 힘들었다. 발받침을 살지, 소파를 바꿀지, 아니면 1인용 안락의자를 놓을지…. 어떻게 하면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한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무중력 의자’라는 상품명이 눈에 들어왔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처럼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 준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홍보 문구에, 커다란 검은색 의자가 좀 흉물스러워 보였다. 그때 한 트위터리안의 트윗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이먼 페그(‘미션 임파서블’, ‘스타트렉’ 등에 출연한 영국 배우)가 톰 크루즈한테 촬영장에서 쓰라고 소개한 의자!” “‘스타트렉’ 출연진들이 단체 구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5만 원도 안 되는 가격이니 밑져야 본전 아닐까? 10분 만에 결제와 주문을 마쳤다. 막상 배송된 물건을 봤을 때는 실망이 컸다. 거창한 상품명과는 달리 완전히 접었다가 180도까지 펼 수 있는 철제 프레임과 낚시의자에 쓸 것 같은 원단으로 만든 야외용 접이식 의자였다. 캠핑에서 쓰면 딱일 것 같았다. 하지만 앉는 순간 평가는 180도 바뀌었다. 앉은 뒤에 무게를 실어 몸을 뒤로 젖히면 스르륵 넘어가고, 팔걸이의 걸쇠를 걸면 원하는 각도에서 고정된다. 분명 앉아 있는데 누운 것 같고, 마치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안정감이 들었다.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막 엄청 만족스럽지는 않은데, 어느새 퇴근하면 곧바로 몸을 누이게 되는 중독성이 있었다. 중독성의 원천이 궁금해 찾아보니 이미 외국에서는 리클라이너 소파나 마사지 의자 브랜드에서 ‘무중력 의자(zero gravity chair)’라는 상품명으로 여러 종류가 나와 있었다. 아예 무중력의자를 비교, 평가하는 리뷰 사이트까지 있었다. 내가 산 제품은 유명 브랜드의 고가 모델을 본떠 야외용으로 다운그레이드한 제품인 듯했다. 수백 만원짜리 의자에 적용된 기술을 단돈 5만 원에 맛볼 수 있다니. 팔랑귀가 더욱 팔랑거리며 만족감 상승을 부추겼다. 이 의자의 단점을 꼽는다면 포근한 소재가 아니기 때문에 겨울 날씨엔 등허리가 싸늘하다는 점이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두 명은 아니었는지 쿠션을 장착한 제품까지 나와 있다. 쿠션을 따로 팔진 않아서 요즘은 극세사 담요를 의자 커버처럼 씌워서 쓰고 있다. 무중력 의자에 극세사 담요를 깔고 누워 극세사 담요를 덮고 무릎과 배에 고양이를 한 마리씩 올려두면, ‘이것이 참 행복’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먹고 누우면 소 된다’는 속담이 귓가에 아른거릴 때도 있지만, 이렇게 추운 겨울엔 좀 게을러져도 괜찮지 않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겨울은 메이크업의 혹한기다. 차가운 겨울바람으로 새빨개진 얼굴 때문에 볼터치는 꿈도 못 꾸고, 터서 갈라진 입술은 립밤 말고는 아무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아이메이크업은 또 어떤가. 찬바람에 눈물 흘리느라 아이라인이며 마스카라가 번지기 일쑤다. 역설적이게도 메이크업 브랜드들이 들어선 백화점 1층 매장이 가장 화려하게 단장하는 시기도 바로 한겨울이다. 연말에 홀리데이 콜렉션이 한 차례 휩쓸고 가면 1월과 2월에는 봄맞이 스프링 콜렉션이 나온다. 더불어 2017년 봄·여름 시즌 메이크업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중충한 겨울 날씨에 대한 보상 심리로 예쁜 컬러의 섀도나 립스틱을 집어 들게 되는 요즘, 각 브랜드의 신제품과 함께 2017년 상반기 메이크업 트렌드를 짚어 봤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지난해 LG생활건강이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LG생활건강은 2016년 매출 6조941억 원, 영업이익 880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4%, 28.8% 성장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당초 LG생활건강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와 중국 정부의 단체관광 규제 움직임으로 중국 현지 및 면세점에서의 매출 악화가 우려됐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에도 매출 1조4573억 원, 영업이익 177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20.7% 성장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이로써 2005년 3분기(7∼9월) 이후 46개 분기 연속 매출 성장 행진을 이어갔다. 화장품 부문 매출이 3조1556억 원, 영업이익 5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6%, 42.9%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끌었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 ‘후’는 전년 대비 49% 성장한 매출 1조2000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에 이어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두 번째로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한 것이다. 또 다른 고급 브랜드인 ‘숨’ 역시 전년 대비 82% 증가한 매출 3431억 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 사업은 매출 1조5945억 원과 영업이익 1869억 원의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각각 5.4%, 9.1% 성장한 수치다. 음료 사업은 매출 1조3440억 원, 영업이익 11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8%, 7.1% 증가했다. 박종대 하나투자금융 애널리스트는 “화장품 부문 매출은 면세점 비중이 크다. 지난해 신규 면세점 개점으로 면세점 간 메이저 브랜드 유치 경쟁이 벌어지면서 영업이익률 개선과 매출 증대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7년 신년사를 통해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과감한 혁신과 변화를 임직원에게 당부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1월 사장단회의에서 “정보기술(IT) 혁명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이 시대의 화두”라고 말한 바 있다. 롯데는 이에 따라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Artificial Intelligence) 기술을 활용해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21일 한국 IBM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IBM의 클라우드 기반 인지 컴퓨팅(Cognitive Computing) 기술 ‘왓슨(Watson)’ 솔루션을 도입하기로 했다. 롯데의 유통 주력사인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아DNT렛과 함께 ‘미니백화점’ 엘큐브까지 다양한 형태로 점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백화점은 인천터미널점(가칭)이 연말 개점하며, 아DNT렛은 경기 용인과 고양, 전북 군산에 각각 문을 연다. 엘큐브는 전국에 10여 개 점포를 추가로 연다. 롯데마트는 2017년에 기존의 운영 방식에서 탈피해 ‘생활 제안 전문점’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또 온라인몰의 물류 및 배송 시스템을 개선해 고객 편의를 강화해 나간다. 유통사별로는 옴니채널 구축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글로벌 3위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은 2017년에는 방콕 시내점을 열 계획이며 일본 시내면세점 추가 개장 및 기타 해외지역 신규 진출을 검토 중이다. 롯데의 화학부문 역시 도약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합성고무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이탈리아 베르살리스사(社)와 합작으로 여수공장 부지에 연간 20만 t 규모 생산설비를 건설한다. 또 2018년 하반기 완공 예정인 미국 에탄크래커 공장을 포함해 국내 1위, 글로벌 7위 규모인 연간 450t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식품부문은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러시아,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경영 안정화와 매출 증대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높이고 있다. 특히 롯데주류는 순하리 소다톡, 프리미엄 증류 소주 ‘대장부’ 등으로 소주시장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또 ‘클라우드’의 맥주시장 공략 가속화를 위해 2017년 상반기에 ‘충주 2공장’을 준공해 맥주 생산물량을 연간 30만 kL로 늘릴 계획이다. 롯데물산은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의 사용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하고 올해 초 그랜드 오픈을 준비 중이다. 전망대, 6성급 호텔, 최고급 레지던스,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 국내 최고 높이 건축물이다. 중국 선양, 베트남 호찌민에도 롯데의 복합단지가 조성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설 명절을 앞두고 ‘최악의 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연휴를 사흘 앞둔 24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는 얼어붙은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불황과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여파가 각 기업 성적표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불황, 전 소비 계층으로 확대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던 백화점 3사의 설 선물세트 매출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일제히 감소했다. 롯데백화점 설 선물 매출(지난해 12월 5일∼이달 22일 판매 기준)은 전년 대비 1.2% 떨어졌다. 현대백화점(지난해 12월 26일∼이달 22일)은 9.1%, 신세계백화점(이달 12∼23일)은 2.9% 감소했다. 대형마트도 불황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마트의 설 선물 매출(지난해 12월 8일∼이달 23일)은 전년 대비 4.8% 줄었다. 롯데마트(지난해 12월 5일∼이달 21일)도 1.2%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명절 선물 판매에서 상대적으로 비켜가 있던 온라인 몰은 특수를 맞았다. 젊은 층 실속파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데다 ‘저가 마케팅’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옥션은 명절 선물세트 10종의 올해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1.9배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고 24일 밝혔다. 오픈마켓 11번가도 저가 상품을 앞세워 역대 최대 설 선물세트 기획전을 여는 등 소비자 끌어오기에 적극 나섰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실속형 소비로 인식되던 마트 선물세트조차 외면받으면서 불황이 전 소비 계층으로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래 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소비 여력 자체가 줄었다. 생필품과 같이 요긴하게 쓰일 선물을 주로 구매하는 ‘가치 지향적’ 소비가 늘어난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곡식세트 42배 뛰어… ‘불황형’ 명절 대비해야 소비 위축을 뚫고 판매량이 뛰어오른 제품군도 나왔다. 양곡세트와 양말 등 주로 가격대가 낮고 생활밀착형인 제품들이 많았다. 건강식품이나 안마기 등 소비자 개인에게 직접적인 효용을 주는 불황형 가치 소비의 패턴도 나타났다. 홍삼이나 비타민 등 건강식품 선물세트 매출은 백화점 3사와 이마트에서 전년 대비 모두 올랐다. 롯데백화점에선 14.2%, 이마트에선 2.7%가 늘었다. 안마기와 안마의자 등 건강 관련 가전제품 매출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의 안마의자 매출은 전년 대비 65% 늘었다. 매끼 식사에 쓰이는 잡곡 등을 조합한 양곡세트도 인기 선물로 떠올랐다. 이마트 양곡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43배로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롯데마트에선 양말 선물세트 매출이 두 배로 늘었다. 이 외에 멸치나 육포, 수입 고기 등 중·저가형 세트 매출이 상승했다. 유통업계는 아직까지 개인 구매 수요가 남아 있다고 보고 매출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명절 직전까지 판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26일까지 설 선물세트를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는 ‘설 마지막 5일 블랙위크’를 진행한다. 현대백화점도 27일까지 최대 30% 할인전을 진행한다. 향후 ‘불황형’ 명절을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처음 카탈로그에 금액별 분류를 넣었고, 온라인 몰에도 5만 원 이하 전용관을 포함시켰다. 앞으로도 소비 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불황 마케팅 아이디어들이 다양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곽도영 now@donga.com·이새샘·박은서 기자}

‘라마(辣마)’와 ‘나이바(내파)’를 잡아라. 매운 엄마라는 뜻의 ‘라마’는 중국의 20, 30대 신세대 엄마들을 뜻하는 단어로, 일정한 경제력을 갖추고 출산 뒤에도 자기관리가 철저한 엄마를 뜻한다. ‘나이바’는 말 그대로 우유 먹이는 아빠라는 뜻으로, 엄마 대신 육아를 맡는 신세대 아빠를 말한다. 이런 신조어가 쏟아질 정도로 중국의 영·유아 산업 시장, 이른바 ‘에인절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3일 KOTRA에 따르면 중국의 영·유아용품 시장은 2015년 2조 위안(약 340조 원)을 돌파했다. 3년간 연평균 15%의 성장을 지속해 2018년 3조1071억 위안(약 53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두 자녀 정책은 영·유아용품 시장 확대를 더욱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對)중국 영·유아용품 수출도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조제분유 수출금액은 1억492만 달러(약 1223억 원)로 처음 1억 달러를 돌파했다. 2015년(9397만 달러)에 비해 11.6% 증가했다. 한국 업체들은 현지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매일유업은 지난해 12월 말 중국 현지 기업과 함께 아모르매일유업유한공사를 설립하고 올해부터 중국 특수분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특수분유는 알레르기나 대사이상질환 등을 가진 영·유아의 상태에 맞춰 병원에서 별도 처방을 받아야 하는 분유를 가리킨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한국의 신생아 수는 지난해 기준 약 41만 명으로 역대 최저인 데 비해 중국은 특수분유 처방이 필요한 신생아만 한 해 수십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돼 국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시장 규모가 크다”고 설명했다. 남양유업, 롯데푸드 등도 신세대 부모들의 취향에 맞춰 온라인 전용 제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펴고 있다. 장난감의 경우 대중국 수출금액은 지난해 2232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기저귀는 1억5561만 달러, 유모차는 49만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영·유아용품 업체인 아가방앤컴퍼니는 2014년 중국 랑시그룹에 인수된 이후 중국 유통망을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 우한(武漢) 톈진(天津) 등 주요 도시에 진출했고, 현재 중국 전역에 5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아가방앤컴퍼니 관계자는 “중국의 젊은 부모 세대는 구매력이 왕성하다. 한국산 제품은 안전하고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있어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국내 유통업체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9월 명동점을 리모델링하면서 기존에 없던 영·유아용품 매장을 열었다. 면세점 측은 “온라인 구매에 익숙한 중국 젊은 부모들의 소비 성향에 맞춰 온라인몰에도 영·유아용품 브랜드를 더 많이 입점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중국 정부의 자국 제품 사용 장려 정책 등으로 중국 수출이 마냥 장밋빛은 아니라는 전망도 나온다. 영·유아산업은 수출 품목이 다양하고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 위생허가나 인증, 통관 등의 절차에서 비(非)관세장벽에 가로막히기 쉽다는 것이다. 품질이 우수한 해외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이 가장 큰 분유와 기저귀의 경우 중국 내 점유율 상위 10위권을 대부분 미국이나 일본, 유럽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새샘 iamsam@donga.com·박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