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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내란 특검법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권한대행직 수행 이후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모두 7개로 늘어났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으로서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던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27일부터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그는 12월 31일 첫 번째 내란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후 한 달 동안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6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날 7번째 거부권을 발동하며 노태우 전 대통령(7회)과 함께 1987년 민주화 이후 거부권 행사 수로 윤석열 대통령(25회)의 뒤를 잇게 됐다. 이에 앞서 한 전 권한대행은 6회, 노무현 정부 당시 고건 전 권한대행은 2회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최 권한대행은 앞서 내란 특검법 소관 부처인 법무부와 법제처 등으로부터 법률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받아본 이후에도 이날 국무회의 직전까지 거부권 행사 여부를 저울질했다. 1차 내란 특검법을 거부하면서 여야 합의를 당부한 뒤 여야 대표를 만나 합의된 특검법 도출을 강조했던 그는 17일 여야 합의가 결렬되고 야당이 주도해 특검법을 처리하자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삼권분립의 예외적인 제도인 특검 도입은 여야 합의가 필수적이라는 정부 내 검토 의견에도 (거부권 행사를) 결정했다는 얘기가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최 권한대행은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부의 간곡한 요청을 이해해주고 국회에서 대승적 논의를 해주길 바란다”고 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권한대행의 잇단 거부권 행사가 선거로 선출된 입법부의 역할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내란 특검법은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재의결에서 부결, 폐기된 법안을 더불어민주당이 상당 부분 수정해 다시 발의한 것. 그간 논란이 됐던 특검 후보를 기존 여야가 아닌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변경했고 수사 대상도 기존 11개에서 외환 혐의와 내란 선전선동 혐의 등을 삭제해 6개로 줄였다. 최 권한대행도 이날 “이전에 정부로 이송돼 왔던 특검 법안에 비해 일부 위헌적인 요소가 보완됐다”면서도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비상계엄 및 탄핵정국으로 임명이 지연된 재외공관장 12명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다만 주중국 대사와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내정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특임공관장은 이날 인사에서 제외됐다.이번에 신설된 공관인 주쿠바 대사에는 이호열 주멕시코 공사가, 주슬로베니아 대사엔 배일영 전 외교부 정보관리기획관이, 주조지아 대사엔 김현두 주필리핀 공사참사관이 임명됐다. 정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윤 대통령이 내정한 특임공관장의 경우 임명을 하지 않고 대사 대리체제를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실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중간에 그만두는 건 대통령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정부가 판단한 바에 따를 것”이라고 전했다.◇공관장 인사 ▽대사 △주라트비아 김종환 △주불가리아 김동배 △주세르비아 김형태 △주슬로베니아 배일영 △주엘살바도르 곽태일 △주우크라이나 박기창 △주이탈리아 김준구 △주조지아 김현두 △주케냐 강형식 △주쿠바 이호열 △주파나마 한병진 ▽총영사 △주토론토 김영재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시설을 전격 방문해 “핵 대응태세를 무한히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초반부터 김 위원장에게 대화를 하자는 신호를 공개적으로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호응하지 않고 일단 핵 무력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한 것. 김 위원장이 당분간 대화에 응하지 않고 향후 조성될 북-미 협상판을 대비해 핵능력 과시 등으로 ‘몸값 높이기’를 지속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29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지도하고 현행 핵물질 생산실태와 전망계획, 올해 핵무기연구소의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이 시설들의 위치나 방문 시점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번에 김 위원장이 방문한 핵시설이 지난해 9월 그가 방문했던 평양 인근 강선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 중이다.김 위원장은 지난해 핵물질 생산부문 등에서 ‘경이적인 생산실적’을 쌓아올렸다면서 “지금의 기세를 더욱 고조시켜 무기급 핵물질 생산계획을 초과수행하고 나라의 핵방패를 강화하는데서 획기적인 성과를 이룩해야 한다”고 했다.또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힘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적대세력들의 도전은 더욱 우심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가장 불안정하며 가장 간악한 적대국들과의 장기적인 대결이 불가피한 안전환경은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를 필수불가결로 제기한다”며 “우리 국가의 핵대응태세를 한계를 모르게 진화시키는것은 우리가 견지해야 할 확고한 정치군사적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미국과 향후 협상에 나서더라도 핵 군축이나 동결이 아닌 비핵화 협상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한 메시지라는 해석이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 시간) 공개된 외신 인터뷰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연락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사실상 북-미 정상 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당초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문제 등으로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예상됐던 북한 문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속도전에 나선 것.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북한 위협에 대해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언급하며 1기 때 북-미 대화를 통해 끌어낸 북한의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실험 중단) 조치를 북핵 문제 해결로 보는 인식을 드러냈다. 향후 북-미 대화의 초점이 비핵화보단 핵 동결이나 긴장 완화에 맞춰질 수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시 김정은 접촉하겠냐” 질문에 “하겠다”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에서 진행된 폭스뉴스 앵커 숀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다고 말하면서 갑자기 북한을 예시로 꺼내 들었다. 그는 “(버락) 오바마(전 대통령)가 북한을 최대 위협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그(김 위원장)를 접촉하겠냐(reach out)’는 질문에 바로 “하겠다(I will)”고 답했다. 이 말을 들은 해너티는 “인터뷰에 가장 좋은 부분(that‘s the best part of the interview)”이라고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그간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 과시 차원을 넘어 명확한 북-미 대화 의지를 피력한 것이기 때문.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광신도(religious zealot)”라면서도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광신도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smart guy)”라고 비교하며 북한이 이란과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은 대이란 정책이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기조의 복원이 될 것을 예고해왔다. 이란과 달리 김 위원장과 북한은 대화 상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초반부터 북한을 ‘핵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규정하고 본인이 평화중재자(peacemaker)가 되겠다고 발언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대화 재개 의지를 내비친 상황이다. 그는 취임 첫날인 20일 “(1기 때) 북한 문제는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며 북한 도발 억제와 한반도 긴장 완화가 북-미 대화의 목표가 될 것임을 내비쳤다.● 김정은, ‘러브콜’에 일단 침묵 트럼프 대통령이 2번째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김 위원장과 북한을 연일 언급하고 나서면서 북-미 정상 대화 재개 시간표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일단 침묵을 지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22∼23일 진행된 북한 최고인민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대미 메시지도 내놓지 않았다. 그 대신 북한은 평양 일대에서 군사정찰위성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러시아와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이 당분간은 미국의 대북 정책 향방을 지켜보려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지 4개월이 지나면서 다수 사상자와 포로가 발생하자 북한 당국이 추가 파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김정은이 러시아로부터 경제 군사적 이득을 챙기기 위해 추가 파병할 가능성이 크고, 한미 당국도 관련 징후를 추적 감시 중”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북한이 한미 당국의 제안에 호응해 대화에 복귀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에선 한국이 배제된 북-미 간 물밑 소통이 이뤄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다. 특히 권한대행 체제에서 정상 외교가 어려워 북핵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핵심 참모들의 의중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규정한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1일(현지 시간) “최우선 목표는 평화 증진(promotion of peace)과 분쟁 회피(avoidance of conflict)”라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우선순위가 긴장 완화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강조한 만큼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비핵화 대신 도발 억제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평화’ 내건 트럼프 2기, CVID 대신 북-미 긴장 완화루비오 장관은 이날 취임사에서 “평화가 없으면 강하고, 번영하고, 잘사는 나라가 되기 어렵다”며 “글로벌 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평화 증진과 분쟁 회피”라고 밝혔다. 앞서 “나의 가장 자랑스러운 유산은 평화중재자(peacemaker)가 될 것”이라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사 발언을 재확인한 것이다.트럼프 2기 행정부가 ‘평화’를 외교 우선순위로 내세운 것은 외교 분야에서도 중간선거가 열리는 2027년 전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중동 안정 등 핵심 외교 의제와 관련해 빠르게 성과를 내야 한다는 목표를 내건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중국, 러시아에 이은 외교 과제로 꼽히는 북한 문제 역시 오랜 시간이 걸리는 비핵화 대신 긴장 완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일 집무실에서 “북한 문제는 잘 풀렸다고 생각한다”며 비핵화 실패에도 불구하고 북-미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의 도발 억제는 성공이라고 강조했다.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으로 규정한 가운데 트럼프 2기 대북정책 우선순위가 긴장 완화로 바뀌면 사실상 ‘북핵 용인’의 수순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2기 외교안보 정책을 이끌 핵심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8, 2019년 1,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나섰을 당시부터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루비오 장관은 2019년 2차 북-미 회담 직후 “나는 그(트럼프 대통령이)가 (북한 비핵화에)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앞으로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비오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는 지적에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살펴봐야 한다”며 CVID 포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마이클 왈츠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는 2018년 1차 북-미 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올리브 나무(olive branch) 평화 제안을 승낙해야 하지만 매우 회의적으로 봐야 한다”고 했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는 2017년 “역사는 북한이 (핵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했다.● “미 대북정책 확정 전 대북 로드맵 전달해야”루비오 장관은 이날 미국 주도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쿼드 멤버인 일본 호주 인도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졌다. 취임 첫날부터 중국 견제 안보협의체를 가동하며 아시아 동맹국 단속에 나선 것.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루비오 장관의 전화 통화를 추진 중이다.외교안보 원로들과 전문가들은 ‘정상 공백’을 맞이한 우리 정부가 당장 할 수 있는 ‘액션플랜’을 가동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트럼프 2기 대북 정책이 확정되기 전 우리의 대북 로드맵을 명확하게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가 ‘워게임’으로 불렀던 3월 한미 연합훈련 정상 실시를 미 행정부에 관철시켜야 한다”고 했다.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100일 내 추진하고 있는 방중을 한미 및 한미일 협력을 확인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방중 계기에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을 거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일본 방문 등이 조율될 경우 대북 억제를 목표로 한 한미일 회담을 추진해보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그(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는 핵 능력이 있다(he is a nuclear power).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happy)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 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거론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취임 첫날부터 김 위원장과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한 관계)’를 여러 번 과시하며 노골적으로 정상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낸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가 완화돼야 가능한 북한 호텔 개발 등까지 거론한 만큼 1기 때 추진했던 비핵화 협상 대신 군축이나 북한 도발 중단을 대가로 제재를 완화하는 ‘스몰딜’을 김 위원장과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김정은, 엄청난 콘도 역량 보유” 김 위원장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그가 백악관 집무실(오벌오피스) 대통령 전용책상인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 앉아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도중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기 때) 당신에게 북한이 최대 안보 위협이라고 말했는데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무엇을 최대 위협이라고 생각하는지 얘기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왜냐면 우리에게 닥친 위협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겐 지금 위협이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미국이 직면한 안보 위협이 많은 만큼 북핵 문제의 우선순위는 1기 때보다 뒤로 밀려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사람들은 (북한이) 엄청난 위협(tremendous threat)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핵 능력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는 잘 지냈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국방 분야를 이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가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이라고 규정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직접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핵 능력 보유국은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핵보유국(nuclear state)는 달리 불법적 또는 암묵적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역시 나의 귀환을 반길 것”이라며 “그(김정은)는 해안가에 엄청난 콘도 역량(condo capabilities)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를 설득하며 제재 완화를 통한 미국 투자로 강원도 원산에 대형 리조트를 건설할 수 있다는 제안을 전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 능력과 함께 ‘콘도 역량’을 거론한 것을 두고 제재완화를 대가로 북한과 핵동결이나 군축협상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핵보유의 의미를 모르지 않을 것”이라면서 “비핵화가 비현실적이라는 워싱턴 분위기를 언급하면서 당장 그와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김 위원장을 끌어내려는 고도의 대북 압박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주한미군과만 영상통화한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부터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부각한 것은 북-미 정상 대화를 재개할 의지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 정권인수팀이 북-미 정상 관계 복원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김 위원장에게 직접 대화 재개 신호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군인들과 함께한 무도회에서도 해외 주둔 미군부대 중 유일하게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복무 중인 주한미군 장병들과 영상통화를 하면서 첫마디로 “김정은은 잘 지내냐”며 “현재 한국 상황은 어떠냐”고 물었다. 이어 “여러분은 매우 나쁜 의도(bad intentions)를 가진 누군가를 대하고 있다. 내가 비록 그와 매우 좋은 관계로 발전시켰지만 그(김 위원장)는 터프한 녀석(tough cookie)”이라고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향후 북-미 대화 양상을 예단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트럼프가 김정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2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을 이끌 ‘외교안보 삼각편대’가 이른바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후보자,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후보자, 마이클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부터 “북한 비핵화는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밝히고 있는 것. 정상외교 공백이 불가피한 한국이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류 변화에 무방비 상태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루비오 후보자는 15일(현지 시간)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그것(핵무기)은 그(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핵)능력을 개발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면서 “(제재는) 사실 그가 그것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못 막았다”고 했다. 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는 환상”이라는 민주당 브라이언 샤츠 상원의원의 질문엔 “더 광범위하게 대북 정책을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데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이에 앞서 헤그세스 후보자는 14일 북한을 ‘핵 능력 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했다. 북한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협상해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 왈츠 내정자 역시 트럼프 1기 당시 북한이 핵 폐기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며 “모든 군사적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핵심 외교안보 사령탑들이 ‘제재 무용론’과 CVID 폐기를 거론하며 비핵화 회의론을 분명히 한 것은 대북 정책이 트럼프 1기 때와 크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 것. 트럼프 1기 때는 북한에 경제 제재를 강화하는 ‘최대 압박(maximun pressure)’ 정책을 편 뒤 CVID 등 ‘빅딜(big deal·일괄 타결)’ 방식을 요구한 바 있다. 정부 당국자는 “기존 북핵 접근법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며 “향후 북-미 대화의 목표가 핵 군축으로 급변하는 상황은 우리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게다가 왈츠 내정자는 12일 트럼프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동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도 공개하면서 동북아시아 정세 급변을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에 군인을 파견한 북한과 미국이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는 것.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외상이 20일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 초청을 받은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아닌, 조현동 주미 대사가 기존 관례대로 취임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다만 정부는 취임식 이후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조 장관이 방미해 루비오 후보자와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직접 통화해야 한다.” 안호영 전 주미 대사(69)는 1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권한대행은 국가원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안 전 대사는 2017년 트럼프 1기가 출범했을 당시 주미 대사를 지냈다. 당시 우리 정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의결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아래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달 20일 취임식을 갖고 4년 만에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으로 또다시 권한대행 체제에서 트럼프 2기 시작을 보게 됐다. 안 전 대사는 “2017년과 2025년의 세상은 달라졌다”며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 국제질서(global liberal order)에 대한 도전이 훨씬 심각해졌다”고 했다. 글로벌 통상과 안보 질서의 대격변을 내다본 것이다. 하지만 정상외교 공백에 대한 우려엔 “(한미 관계) 관리를 못 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측근들이 조선업과 원자력 협력을 먼저 강조한 가운데 “한미 관계가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으로 갈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다”는 것. 그 대신 안 전 대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 최 권한대행 체제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과 한미일 협력의 성과를 계승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안 전 대사와의 일문일답.》―한미 관계가 시행착오를 겪지 않으려면 현재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이라고 생각하나.“2017년 초 상황이 어렵긴 어려웠다. 하지만 한미 관계의 결과만 놓고 보면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우리는 탄핵 정국이었는데 왜 한미 관계가 나름대로 계속 진전을 해 나갈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이럴 때일수록 한미 관계를 잘 관리해야 된다는 그런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 당시 황교안 권한대행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국이었다. 그리고 황 권한대행이 아주 의연하게 잘했다고 생각한다. 2017년 1월 중순 황 권한대행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강 대사’를 불러 회의를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니까 취임 축하 전화를 했고 그 이후엔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를 했다. 미국 쪽에서 보면 2월 초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3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4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방한하며 한미 관계가 나름대로 진전을 이뤘다. 최상목 권한대행도 앞으로 그렇게 하면 된다. 권한대행도 국가원수다.” ―최 권한대행이 참고할 만한 사례인 것 같다.“최 권한대행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축하 전화도 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통화를 하면 된다. 빨리 최 권한대행이 미국으로 가야 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성급한 것 같다. 지금 다른 나라 국가원수들도 못 가는데 대통령 권한대행이 가서 대접을 받기가 어렵다. 그럴 바에는 안 가는 게 낫다. 다만 2017년엔 (1∼5월) 4개월 중에도 장관들 간 굉장히 자주 한미 교류를 했다. 이번에도 장관들은 얼마든지 가도 된다. 가령 당시 유일호 전 기재부 장관, 주영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당시 미국에 오겠다고 해서 미국 장관들과 만남을 주선했다. 또 지난번처럼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도 장관들을 보내주면 더 좋을 것이다.” ―대통령 부재로 정상외교가 늦어지면서 생긴 차질은 없었나.“정상외교 성사는 (모든 국가가) 다들 급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6월에 미국을 방문했으니 굉장히 일찍 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정상회담을 가능한 대로 서둘러서 했으면 좋겠다’고 지시했고 5월 10일 취임해서 6월 28일 미국을 방문했다. (역대 한국 정상 중 취임 후) 그렇게 빨리 방미한 사례는 없었을 것이다. 이는 결국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권한대행 체제에서) 어려웠지만 나름대로 (한미 관계를) 잘 관리했고 이번이라고 관리를 못 할 이유가 없다. 지금도 상황이 어렵다고 해서 좌절할 게 아니고 뚫고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외교 정책은 1기와 어떻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가.“2017년과 2025년의 세상은 달라졌다. 미국이 만들어 놓은 자유주의 국제질서(global liberal order)에 대한 도전이 훨씬 심각해졌다. 트럼프 당선인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가령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은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한번 뒤집어 보자는 것 아니겠나. 일대일로 추진을 위한 3대 글로벌 이니셔티브인 글로벌 발전 구상(GDI), 글로벌 안보 구상(GSI), 글로벌 문명 구상(GCI)이 나온 게 2021년이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의욕은 2016년에 비해 훨씬 구체화됐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뿐만 아니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후보자나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도 당연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에 대비하기 위한 동맹의 중요성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에 (한국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에 대해 중국 견제 역할을 강화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중국의 군사력 확대로 인해 우리 자체적인 (중국 견제) 수요도 있다. 지금 이어도를 통과하는 중국 군함이 엄청나게 늘었다. 중국은 또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상에 굉장히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지금은 중국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을 헤집고 다닌다. 공급과잉 문제나 중국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직구 시장 잠식, 중국 전기차 업체인 BYD 시판 등 경제적 압력은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미국의 압력이라고 생각할 것 없이 우리의 이익을 면밀히 검토해서 중국에 대응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에 조선업에 대한 협력을 요청했다.“대미 외교에 당연히 활용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 혼자의 생각이 아니고 미국에 그런 공감대가 분명히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카를로스 델 토로 해군장관을 보내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조선소를 방문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 구상이 담긴 ‘프로젝트 2025’에도 조선업 협력 얘기가 나온다. 중국 해군을 빨리 따라잡아야 하는 만큼 조선업에 뛰어난 동맹 중 한국과 일본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의회에선 조선업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등 동맹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법안도 통과시켰다. 한미 관계는 (모두가 승자가 되는) ‘포지티브 섬’으로 갈 수 있는 분야가 너무 많다.” ―한미 양국이 ‘한미 원자력 수출 및 협력 원칙에 관한 기관 간 약정(MOU)’도 체결했는데….“전 세계에서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붐이 조성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신규 원전 수요가 300∼400기라고 얘기하는데 그 원천 기술은 미국이 가지고 있고 원전을 지어본 나라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밖에 없다. 이번에 맺어진 MOU는 바이든 정부와 맺었지만 여기엔 민주당, 공화당이 없다. 공화당에서도 지금 원자력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에 한미가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될 분야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1기에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다.“트럼프 당선인 주변인 이야기를 들어보면 뭔가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지 않나. 그러면 ‘놀라지 말고 끈기를 가지고 잘 대응해라’고 조언을 하고 싶다. 나는 ‘(트럼프 당선인의) 최초 제안(initial offer)은 최종 제안(final offer)이 아니다. 그 양반 사업하던 분인 거 알지 않느냐’는 이야기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갑자기 FTA 이야기를 꺼냈을 때는 저도 현장에서 굉장히 놀랐지만 잘 정리했다. 너무 겁먹을 필요 없다. 트럼프 당선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건 우리만이 아니다. 국내적으로 잘 대비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전술핵 재배치를 트럼프가 과연 용인할 수 있을까.“한미 핵협의그룹(NCG)이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핵 공동 기획과 공동 실행은 대단히 우리에게 유리한 것이다. 우리는 ‘킬체인(선제타격)’ 등 한국형 3축 체계에 계획을 잘 세워 놨고 이를 운영하기 위해서 전략사령부를 만들었다. 이를 완성하게 되면 미국에도 도움이 된다. NCG를 발전시키는 게 정답이지, 전술핵에 매달리는 게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NCG를 승계하겠다고 만드는 게 제일 우선순위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한미일 삼각 협력’에도 변화가 생길까.“변화가 생겨서는 안 된다. 요즘 워싱턴에서 나오는 한미일에 관한 이야기들을 굉장히 관심 있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나쁘지는 않다. 공화당 인사들도 그렇고 민주당 인사들은 말할 것도 없다. 바이든 대통령의 큰 외교 성과 중 하나로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이야기하는데 이건 ‘바이든 (정책만) 빼고 모두(all but Biden)’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볼 때 중국의 위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한미일 협력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게 된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대통령이 미국에 가면 두 번째로 받아내야 될 게 한미일 협력이다. 지난해 3국 정상이 만나서 한미일 사무국을 만들기로 했는데 (3국 협력에) 대단히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안호영 전 주미 대사(69)△1956년 부산 출생△1977년 11회 외무고시 합격△2008∼2010년 G20 대사△2011∼2012년 EU대표부 대사△2012∼2013년 외교통상부 1차관△2013∼2017년 주미 대사△2018∼2022년 북한대학원대 총장△2022년∼현재 경남대 석좌교수황형준 정치부 차장 constant25@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 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이라며 또다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인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페이스북에는 “새해 초 윤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설명과 함께 A4용지 4장 6789자 분량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글에서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는 없다”며 “선거 조작으로 언제든 국회 의석을 계획한 대로 차지할 수 있다든가 행정권을 접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투개표 부정과 여론조사 조작을 연결시키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세력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이라고 한 ‘국제 연대’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적대적인 영향력 공세를 하는 국가” “권위주의 독재 국가” “전체주의 국가” “인민민주주의 독재”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데 비춰 볼 때 사실상 중국을 배후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계엄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은) 전쟁 이외의 다양한 국가위기 상황을 계엄령 발동 상황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 의혹 등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금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며 “좀 아이러니하지만, 탄핵소추가 되고 보니 이제서야 제가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발동 이유를 ‘의회 독재’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 마비를 시킨다.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질서 붕괴를 밀어붙인다”며 “이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맹비난했다. 윤 대통령은 또 “합참 계엄과 계엄 매뉴얼에 의하면, 전국 비상계엄은 최소 6∼7개 사단 병력 이상, 수만 명의 병력 사용이 전제돼 있다”며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한 데 대해 “과거 여러 차례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정규 투표지가 아닌 가짜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반박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행사”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며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 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라며 또 다시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윤 대통령이 체포된 뒤인 이날 오후 윤 대통령 페이스북에는 “새해 초 윤 대통령이 직접 만년필을 들고 밤새 작성한 ‘국민께 드리는 글’”이라는 설명과 함께 A4용지 4장 8000여자 분량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윤 대통령은 글에서 “부정선거를 음모론으로 일축할 수 없다”며 “칼에 찔려 사망한 시신이 다수 발견됐는데 살인범을 특정하지 못했다 하여 살인 사건이 없었고 정상적인 자연사라고 우길 수 없는 것”고도 말했다.윤 대통령은 또 “투개표 부정과 여론조사 조작을 연결시키는 부정선거 시스템은, 이를 시도하고 추진하려는 정치세력의 국제적 연대와 협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이라고 한 ‘국제 연대’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적대적인 영향력 공세를 하는 국가” “권위주의 독재 국가” “전체주의 국가” “인민민주주의 독재”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한 데 비춰볼 때 사실상 중국을 배후로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윤 대통령은 계엄에 대해서도 “(우리 헌법은) 전쟁 이외의 다양한 국가위기 상황을 계엄령 발동 상황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 의혹 등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는 ‘국가비상사태’에 포함된다는 것이다.그러면서 “지금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며 “좀 아이러니하지만, 탄핵소추가 되고 보니 이제서야 제가 대통령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비상계엄 발동 이유를 ‘의회독재’라고 주장한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자신이 피해자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 마비를 시킨다.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질서 붕괴를 밀어붙인다”며 “이건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맹비난했다.윤 대통령은 또 “합참 계엄과 계엄 매뉴얼에 의하면, 전국 비상계엄은 최소 6~7개 사단 병력 이상, 수만 명의 병력 사용이 전제돼 있다”며 “(비상계엄은) 계엄의 형식을 빌린 대국민 호소”라고 주장했다.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윤 대통령이 “엄청난 가짜 투표지가 발견됐다”고 주장한데 대해 “과거 여러 차례 선거소송 재검표에서 정규 투표지가 아닌 가짜 투표지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반박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14일 “직무는 중지됐다 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은 “마약 갱단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건 오히려 윤석열”이라고 받아쳤다.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언론에 배포한 2000여 자 분량의 ‘대국민 호소문’에서 15일이 체포영장 집행 ‘디데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성전 채비를 끝냈다. 언제든 성벽을 허물고 한남동 관저에 고립돼 있는 윤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처지를 외딴 성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쓸쓸한 심정을 뜻하는 고성낙일(孤城落日)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실장은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왜 윤 대통령만 우리의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이런 사법체계를 교묘히 이용해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년이 넘도록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호처 간부와 오찬 자리에서 자신의 체포를 막기 위해 총이 안 되면 칼이라도 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무슨 남미 마약 갱 두목이냐”라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윤 대통령은)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하며 소위 ‘석열산성’을 쌓고, 물리력을 동원해 농성하고 있다. 마치 마약갱단 같은 행위”라며 “공권력이 윤 대통령을 마약갱단처럼 다루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마약갱단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윤석열이 제 발로 구치소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비서실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 비서실장의 입장문은 허황되고 얕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2차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해 14일 “직무는 중지됐다해도 여전히 국가원수이자 최고 헌법기관인 윤 대통령을 마치 남미의 마약 갱단 다루듯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마약 갱단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건 오히려 윤석열”이라고 받아쳤다.정 실장은 이날 새벽 언론에 배포한 2000여자 분량의 ‘대국민 호소문’에서 15일이 체포영장 집행 ‘디데이’라는 사실을 공개하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성전 채비를 끝냈다. 언제든 성벽을 허물고 한남동 관저에 고립돼 있는 윤 대통령에게 수갑을 채워 끌고 나가려고 한다”고 했다. 특히 정 실장은 윤 대통령의 처지를 외딴 섬에서 지는 해를 바라보는 쓸쓸한 심정을 뜻하는 고성낙일(孤城落日)에 비유하기도 했다.그는 “윤 대통령에게 특례를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며 “자유민주주의 공화국의 시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자기 방어권을 보장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자신의 방어권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 실장은 “형사소송법은 모든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받는 것을 원칙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왜 윤 대통령만 우리의 사법체계 밖으로 추방돼야 하느냐”고 했다. 이어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야당의 유력 정치인은 이런 사법체계를 교묘히 이용해 재판을 한없이 지연시키고 있다”며 “이른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연루된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1년이 넘도록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경호처 간부와 오찬 자리에서 자신의 체포를 막기 위해 총이 안 되면 칼이라도 쓰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무슨 남미 마약 갱 두목이냐”라고 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도 “(윤 대통령은)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하며 수위 ‘석열산성’을 쌓고, 물리력을 동원해 농성하고 있다. 마치 마약갱단 같은 행위”라며 “공권력이 윤 대통령을 마약갱단처럼 다루는 게 아니라 스스로 마약갱단 같이 행동하고 있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도 “윤석열이 제 발로 구치소로 걸어가는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것이 비서실장의 역할”이라고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입장문을 내고 “정 비서실장의 입장문은 허황되고 얕은 궤변”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남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했다며 이들의 얼굴을 공개했다.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파병된 북한군을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해 신원과 진술을 자세히 공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국가정보원도 12일 “우크라이나 정보 당국과의 실시간 공조를 통해 우크라이나군이 9일 러시아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 2명을 생포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북한군들은 부상을 당한 채 생포됐으며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을 통해 “생포된 북한군 2명이 다친 상태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이송돼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신문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군 생포가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며 “러시아군과 북한군은 보통 부상한 동료를 처형해 증거를 없애는 방식으로 북한군의 참전 사실을 은폐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에 올린 사진에 따르면 북한군 포로 2명은 현재 수용시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한 병사는 양손에 붕대를 감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다른 병사는 턱을 다쳐 붕대를 턱 부분에 두른 채 군복을 입고 앉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북한군 2명은 9일 우크라이나 특수작전부대 제84전술그룹 소속 군인들과 낙하산병들에게 잡혔다. 손을 다친 군인은 2005년생으로 2021년부터 북한군에서 소총수로 복무했다. 이 군인은 러시아식 군인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었는데, 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투바공화국 출신으로 적혀 있었다. RBC우크라이나는 “이 군인이 조사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아니라 훈련을 위해 이동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도 이 군인이 “러시아에 도착한 뒤에야 파병 사실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턱을 다친 군인은 말하는 게 어려워 서면으로 답했는데 1999년생으로 2016년부터 북한군에서 저격수 겸 정찰병으로 복무했다고 밝혔다.“북한군, 4∼5일 물도 못먹다 붙잡혀… ‘병력 상당수 손실’ 진술”[우크라 북한군 생포]젤렌스키, 생포 북한군 2명 공개“인간 지뢰탐지기-총알받이 역할… 동료 죽어도 진군, 생포 직전 자폭도”1만1000명 중 3800명 사상 추정… 일각 “북한군 전투경험 쌓는건 위협”“(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이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흐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해 12월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흐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크흐노우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캐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 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문제”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리브 볼로스키이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이 중국에 파견됐다가 복귀한 북한 무역대표부 인력들을 러시아로 다시 파견하려는 동향을 정보 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북-중 당국이 물밑에서 관계 개선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단 중국에서 빼낸 무역 일꾼들을 러시아로 보내려는 것으로 보인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정보 당국은 북한 당국이 지난해 중국에서 복귀시킨 무역대표부 인력 수백 명을 러시아로 내보내려는 움직임을 추적 중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북한 파견 노동자 문제에 대한 북-중 간 이견에 따른 것으로 정보 당국은 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새로 중국에 입국하려는 신규 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내주지 않는 등 파견 노동자 문제에 완강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북한에 체류 기한이 만료된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을 전원 북한으로 귀국시키라고 요구한 바 있다. 북한의 노동자 해외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지만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각각 수만 명의 노동자를 비공식적으로 파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북한이 해외 노동자 파견으로 연간 7억5000만∼11억 달러(약 1조1000억∼1조600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산했다. 중국 당국이 중국 내 북한 노동자의 귀국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 신규 북한 노동자 파견을 차단하자 북한은 중국에 대한 반발로 지난해 말 중국 내 무역대표부 인력 대부분을 이례적으로 복귀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무역일꾼들이 사업을 하는데 중국이 여러 편의를 봐주지 않다보니 평양에선 위축된 중국 내 사업을 러시아로 돌리려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가정보원도 “중국에서 복귀한 무역대표부 인원들의 재파견 동향을 추적 중”이라며 “그간 북-중 간 노동자 관련 갈등 상황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갈등을 빚고 있던 중국 대신 러시아로 새 노동자 파견 루트를 개척해 왔다. 지난해 4월 북한 김승두 교육상이 방러해 러시아 교육기관의 북한 학생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해 6월 북-러 간 새 조약에도 ‘교육 분야 교류·협조’가 명시됐다. 이후 유학생으로 위장한 노동자들이 대거 러시아로 향했다. 대북제재로 노동비자 발급이 어려운 만큼 북-러가 관광비자보다 체류 기간이 긴 유학생 비자를 활용해 노동자를 편법 파견하는 시도를 본격화한 것. 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올해) 러시아로 파견된 북한 노동자는 4000여 명이고 급료는 월 800달러(약 120만 원) 정도로 추정한다”고 보고했다. 지난해 12월 16일 북한 두만강역과 러시아 하산역을 오가는 여객열차 운행도 재개된 만큼 올해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북한 여행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북-러 열차 개통은 사실상 북한 노동자를 열차로 실어 나르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대통령경호처 내부망에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면 위법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글이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호처 내부 동요가 일자 경호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지시로 삭제됐다가 12일 오후 원상 복구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경호처 직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내부망에 한 간부가 3000여 자 분량의 글을 게시하면서 “현 상황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7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재판에 대해선 그것을 존중하고 그에 대한 다툼은 절차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법치주의의 핵심”이라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이어 “이렇듯 정당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인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이 과거 국가정보원의 구속영장 집행을 방해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은 경호 대상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안전 활동의 차원에서 경호 대상자 이동 간의 경호, 경비 업무는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11일 김 차장은 해당 글의 삭제를 지시했고 전산 담당 직원이 글을 강제로 삭제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12일 오후 이를 다시 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본대에서) 낙오돼 4~5일간 아무 것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 하다 붙잡혔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생포했다고 밝힌 북한군 2명 중 1명은 우크라이나와의 전투 중에 북한군 병력이 상당수 손실됐다며 이 같이 밝혔다. 20세로 2021년부터 소총수로 군복무를 시작했다는 이 북한군은 지난해 11월 러시아에 도착해 고작 1주일간 군사훈련을 받은 후 전장에 투입됐다고 진술했다. 북한군은 러시아 남서부 격전지인 쿠르스크 지역에 약 1만1000명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중 사상자는 3800명에 이른다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주장했다. 외신들은 북한군이 이 지역에서 지뢰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인간 지뢰탐지기’로 활용되거나, 무인기(드론)를 동원한 현대전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채 투입돼 ‘총알받이’ 신세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 피해를 본 북한군이 전투 경험을 쌓으면서 지역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군, 동료 죽어도 진격”우크라이나 매체 RBC우크라이나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북한군 2명을 생포할 당시 이들은 각각 턱과 하반신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전쟁 포로에 대한 국제법에 따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로 옮겨져 구금됐고, 현재 조사를 받고 있다. 북한군 포로들은 러시아어 등 외국어를 구사하지 못해 국정원 협조를 받아 한국어 통역가를 통해 SBU 측과 대화하고 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북한군의 러시아 전쟁 개입 정황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RBC우크라이나는 “수사는 공격적인 전쟁의 계획, 준비, 개시 및 수행과 관련된 우크라이나 형법 제437조와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실의 절차 관련 지침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신병 처리 방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러시아 전장에 파견된 북한군의 실태를 가늠할 수 있는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북한군은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포로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소속 군인 올레 씨(30)는 11일 워싱턴포스트(WP)에 지난 달 북한군 400~500명이 우크라이나군 주둔지를 공격한 사실을 전하며, 당시 다친 북한군 1명을 포로로 생포했지만 심한 부상으로 곧 사망했다고 했다. 또 다른 군인들은 포로로 붙잡히지 않기 위해 수류탄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전했다.실제 전투에서 북한군이 러시아군보다 공세적으로 나서면서 병력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올레 씨는 “러시아군은 피해를 입으면 후퇴하는 반면, 북한군은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군대는 가장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지 않고 최전선의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을 사실상 소모전에 투입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북한군과 교전한 또 다른 우크라이나군 지휘관도 비슷한 주장을 폈다. 쿠르스크 지역 마흐노프카 마을에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제33분리공격대대 ‘빅 캣츠’의 레오파드 중령은 9일 영국 더타임스에 “북한군이 인간 지뢰 탐지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병사들이 3~4m 간격으로 떨어져 한 줄로 지뢰 매설지역을 걸어가고, 지뢰가 폭발해 사상자가 발생하면 의료진이 시신을 수습한 뒤 뒷줄에 있던 병사가 그 자리를 메우는 방식으로 지뢰밭을 통과한다는 것. 레오파드 중령은 “우리 대대가 가이드 중 한 명을 붙잡았지만 북한군은 생포를 거부하며 죽을 때까지 싸우거나 도망치려 했다”고 전했다.● “북한군 전투력 상승, 시간 문제”쿠르스크 전투 초반에 북한군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군의 전투력이 상승할 거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국전쟁 종전 이후 실전 경험이 사실상 전무한 북한군에 전투 경험이 축적되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싱크탱크 CBA 이니셔티브 센터의 글립 볼로스키 군사분석가는 “북한군이 전투 효율성을 개선하는 기술을 습득하는 건 시간 문제일 뿐”이라며 “(북한군이 이미 갖춘) 규율과 훈련을 결합하면 상당한 군사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로시 카밀 셰이 유엔 주재 미국 부대사도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은 러시아의 군사 장비, 기술, 경험을 받아 상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이웃 나라들과 전쟁을 벌일 수 있는 능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공조수사본부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대통령경호처 내부망에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면 위법에 해당할 수 있다는 글이 게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호처 내부 동요가 일자 경호처장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성훈 경호처 차장의 지시로 삭제됐다 12일 오후 원상복귀된 것으로 전해졌다.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경호처 직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내부망에 한 간부가 3000여 자 분량의 글을 게시하면서 “현 상황과 관련해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며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그는 7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진 재판에 대해선 그것을 존중하고 그에 대한 다툼은 절차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법치주의의 핵심”이라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이어 “이렇듯 정당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해 폭행한 경우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고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인 경우 특수공무집행방해에 해당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대법원이 과거 국가정보원의 구속영장 집행을 방해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유죄로 확정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수사기관의 영장 집행은 경호 대상자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응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안전 활동의 차원에서 경호 대상자 이동 간의 경호, 경비 업무를 관계 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11일 김 차장은 해당 글 삭제를 지시했고 전산 담당 직원이 글을 강제로 삭제했지만 논란이 커지자 12일 오후 이를 원상복구한 것으로 알려졌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트럼프 스톰’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게 동맹국들을 강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 멕시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핵심 동맹과 우방국들을 겨냥해 그간 강조해온 경제적 패권은 물론이고 ‘불가침 영역’으로 간주되는 영토와 주권에 대한 침해 가능성까지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 등 다양한 주권 침해 발언을 이어가며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의 근간에 ‘팽창주의’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 측은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날 트럼프 당선인이 기자회견에서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는데 마약 카르텔 소탕을 명분으로 군사 활동까지 검토 중이란 것을 시사해 주권 침해 논란을 더욱 키웠다. 또 덴마크령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에 대해 소유 의사를 밝힌 데서 더 나아가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군사력 옵션’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이런 행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는 팽창주의로 볼 수 있다”며 “1898년 스페인과의 전쟁을 통해 필리핀을 병합한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식민주의와도 닮았다”고 했다. 공화당 일각에선 과거 ‘먼로 독트린’을 빗대 ‘돈로(도널드와 먼로를 합친 말) 독트린’이란 평가도 내놓았다. 미국 5대 대통령 제임스 먼로는 1823년 먼로 독트린을 통해 유럽에 대한 간섭을 거부하며 동시에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미국의 패권을 추구했다. 1기 때보다 더 거칠어진 트럼프 스톰이 세계 안보 질서에 긴장과 불확실성을 더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정치적 혼란 속에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는 한국이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누구도 예외없다… 트럼프 패권 확대 ‘돈로 독트린’ 새 리스크로中견제 위해 파나마-덴마크 압박‘외교 개점휴업’ 韓 타깃될 가능성정부 “조선-원전 중심 협력 최선”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눈독 들이며 노골화하고 있는 이른바 ‘돈로(Donroe·도널드 트럼프와 제임스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이 한국에도 새로운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돈로 독트린은 아메리카 대륙의 지역 패권을 선언한 제임스 먼로 전 대통령의 외교정책 ‘먼로 독트린’과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앞세운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 ‘도널드’의 합성어. 단순한 고립주의를 넘어 미국의 이권을 위해 동맹국에 대한 영토와 주권 침해도 마다하지 않는 ‘트럼프식 팽창주의’로 해석된다.특히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외교적 ‘개점 휴업’ 상태인 한국 정부에는 더 노골화된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정책 대응이 버거운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안팎에선 운신의 폭이 좁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라도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에 대한 보조를 맞추되 “조선이나 원자력발전 등 한미 협력 분야를 바탕으로 최소한의 정지 작업은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韓, 중국과의 관계 설정 미리 대비해야”트럼프 당선인은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면 군대 투입도 배제하지 않겠다면서 고립주의 기조였던 집권 1기와는 달라진 2라운드를 예고했다. 미국에선 ‘돈로 독트린’의 핵심은 중국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김현욱 세종연구소장은 “중국이 미국을 피해 곳곳에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 대한 트럼프 당선인의 압박 수단”이라며 “파나마를 향해선 ‘중국의 투자를 그만 받아라’, 그린란드는 덴마크를 향해 ‘중국이 북극해로 확장시키지 못하도록 확실히 견제하라’고 압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도 “아직 팽창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긴 이를 수 있다”라면서도 “미중 패권 경쟁에서 파나마와 그린란드를 대리전 지대로 인식하고 전략적 쟁취를 꾀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외교당국과 전문가들은 한국이 이러한 트럼프식 전방위적 대중국 견제 기조를 잘 읽어내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과의 비핵화 대화 이슈가 핵심이었던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단순히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거래적 접근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중국 대응과 통상 불균형 재조정이 최우선 과제인 한국은 언제든 타깃이 될 위험이 높다는 것.정부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에 하듯 우리에게 52번째 속주가 되겠냐고 하진 않더라도 중국과의 관계 설정을 똑바로 하라는 압박이 다양한 형태로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령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높이라는 요구 외에도 대만 문제에 있어 주한미군이나 한국 정부의 역할을 더 확대하라는 식의 주문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의 이익 추구가 트럼프식 ‘말폭탄’을 통해 본격화한 것”이라며 “우리도 중국 견제로 압박을 할 여지가 있으니 한미, 한중 관계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선, 원전 등 협력 과제 우선순위 정리부터”열흘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취임에 대비해 정부도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주 월요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갖고 각 부처가 재외 공관, 기업 등을 통해 파악한 동향들을 공유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정부는 일단 한미 간의 조선과 원전 협력을 필두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통해 한미 조선협력 패키지도 마련하기로 했다. 안보부처 관계자는 “곧 전 세계적으로 원전 시장이 활짝 열리는데 미국은 원전 시공 능력이 없기 때문에 한미가 서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잘 닦아 함께 진출할 수 있도록 사전 정지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정부 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키맨들과의 접촉면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국내 정국의 불확실성과 미 행정부 인사들의 높은 보안 장벽으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분위기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을 움직일 핵심 인물을 새로 뚫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의 리더십 공백과 정치적 리스크가 해결되기 전까진 트럼프 측도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결국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게 한미 간 협력 과제들을 추리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고 조언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북한과 중국 당국이 최근 물밑에서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동향을 정보당국이 포착해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현지 시간)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시 직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북-러 밀착과 반대로 관계가 급속도로 경색된 북-중이 각자의 셈법에 따라 서서히 관계 변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것.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북-미·북-중 관계 등 동북아시아 정세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국은 정보자산을 통해 북한과 중국이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여러 첩보를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한반도 정세 격변이 예상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양측 모두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비공개 대면 접촉을 포함해 정상회담 등 고위급 교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정부 안팎에선 트럼프 2기 출범으로 격화될 미중 갈등에 대응하고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중국과 북-중 관계를 ‘레버리지(지렛대)’로 미국과 협상에 나서려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양국이 ‘혈맹(血盟)’ 관계를 복원하는 등 급속도로 밀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과 중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에도 관계 개선에 나선 바 있다. 김 위원장 체제 출범과 중국의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동참으로 한때 북-중 관계가 “최악으로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2018년 북-미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자 김 위원장이 다섯 차례에 걸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관계가 급반전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북한과의 협상을 담당할 특별임무대사에 리처드 그리넬 전 주독일 미국대사를 지명하면서 2기 행정부 출범 후 북한과의 직접 대화 의지를 드러낸 상황이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은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한반도 문제에 있어 주변으로 밀려나는 것을 굉장히 우려한다”고 했다. 북한이 참전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트럼프 당선인 공언대로 종전 분위기에 접어들 가능성도 북한과 중국이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설 유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식량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전히 대외무역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다만 당국은 “계속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며 표면적으로 북-중 간 이상기류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새해 연하장 전문을 보도한 것과 달리 시 주석의 연하장을 타 국가와 묶어 짧게 보도하기도 했다. 한편 9일 정부는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올해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에선 6일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동향 등을 포함한 올해 한반도 정세 전망 등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앞으로는 매주 정례적인 방식보단 처리할 안건이 있거나 북한 도발 상황 등 계기가 있을 때 상임위가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6일 북한의 IRBM 발사 당시 안보실은 인성환 2차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만 진행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6일 한미 외교장관회담 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친구로서 미국은 한국 민주주의의 저력은 물론이고 최 권한대행 체제의 리더십에 대해 완전히 신뢰한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최 권한대행과 만나 “미국의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또 “70년 이상의 한미동맹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 평화·안정의 핵심축으로서, 그 중요성과 역할은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며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성과 등 한미일 협력을 높이 평가하고 이런 성과들이 앞으로 계속 유지·확대되는 데 많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권한대행은 “블링컨 장관의 방한은 그 자체로 흔들림 없는 한미동맹을 보여준다”며 “굳건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바탕으로 외교·안보 기조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블링컨 장관은 이어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현재 양국은 모두 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은 양국 관계가 한 지도자, 한 정부, 한 정당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둔 미국의 정권 교체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에도 한미동맹은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 또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에 심각한 우려(serious concern)를 가지고 있고, 이를 한국 정부에 직접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직후 커트 캠벨 국무부 부장관이 직접 “심각한 오판을 저질렀다”고 말하는 등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한국의 탄핵 사태 등에 대해 ‘도전(challenge)’이라는 표현을 반복하며 한국의 신뢰 회복이 사실상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다른 시스템과 구별되는 차별성은 어떻게 대응하는 것인가다. 도전이 있을 때 아플지라도 직면해야 한다”라면서 “헌법에 의해, 법치주의에 따라 대처할 때, 이것을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면 우리 시스템의 강점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양측이 “한미동맹에 어떠한 공백도 없음을 재확인했다”며 “오늘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고, 빈틈없는 연합방위태세와 확장억제를 통해 그 어떤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