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이진한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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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국민이 ‘몸신’처럼 건강하게 되는 날까지 열심히 소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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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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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암-유방암 치료제 개발 진전… 국내 제약사 ‘병용요법’ 주목

    《세계 3대 암학회 중 하나인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4)가 최근 성황리에 끝났다. 매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SCO는 전 세계 항암 전문가가 3만여 명이 참석해 다양한 암종의 최신 치료와 약제, 그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 등을 발표하는 자리다. 이번 ASCO에선 폐암, 유방암, 위암, 대장암 등 다양한 암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한 성과들이 선보였다. 이번 ASCO에서 연장된 생존율과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주목받은 약제와 키워드를 살펴봤다.》국산 폐암 신약 주목 최근 의학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학회에서 주 연구자나 발표자로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높아진 국내 기술력과 국산 치료제의 등장이 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대표적이다. 렉라자는 폐암의 일종인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을 치료하는 대표적인 3세대 표적치료제다. 그동안 1차 치료제로서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며 세계 연구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번 ASCO에선 렉라자가 글로벌 제약사 얀센의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요법으로 사용된 총 5개의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특히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폐암의 중복 변이와 간 전이 등의 환자 대상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리브리반트를 정맥주사제가 아닌 피하주사제 형태로 변경해도 치료 효과에서 차이가 없고 치료 예후는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르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렉라자를 기반으로 한 병용요법 승인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꺼지지 않는 ADC 열풍… 글로벌 제약사 임상 각축전 최근 항암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분야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임상 발표가 줄을 이었다. ADC란 특정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에 폭탄 역할을 하는 기존 세포독성약물(항암화학요법)을 연결한 치료제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기존의 세포독성약물은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구별하지 못하고 모두 공격하는 바람에 탈모, 소화불량, 구토 등의 많은 항암 부작용을 나타냈다. 하지만 암세포와 결합하는 항체의 도움으로 항암제가 이제 ‘항암 유도미사일’로 변신할 수 있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치산쿄가 개발한 엔허투의 경우 유방암 치료에서 혁신을 일으키며 새로운 항암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지놈앤컴퍼니, 리가켐바이오 등 바이오 벤처회사에서 이런 항체 개발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경쟁 속에서 ADC 시장은 2028년까지 300억 달러(약 41조7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SCO에서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Trop-2 단백질을 타기팅하는 최초의 ADC ‘트로델비’과 관련해 유방암, 폐암, 요로상피암 등의 분야에서 13개의 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트로델비는 50개국 이상에서 처방되는 약제로 국내에선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이번 ASCO에선 유방암, 방광암에서 트로델리 치료 시 메스꺼움, 설사, 호중구 감소증 등이 나타나지만 관리 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호중구 감소증과 설사 증상은 면역요법과 지사제를 사용해 예방 및 완화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차세대 Trop-2 타깃 ADC를 노리고 있는 치료제들의 임상 성과도 공개됐다. MSD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사시투주맙 티루모테칸’의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세포독성항암제 대비 암이 진행되지 않는 기간을 2, 3개월 연장하는 성과를 보였다.다발골수종서 기존 치료 넘는 치료 효과도 확인 이번 ASCO에선 폐암, 유방암에 이어 혈액암의 임상 데이터도 다수 발표됐다. 특히 글로벌 제약사 GSK의 ADC 치료제 블렌렙이 혈액암 중에서도 두 번째로 환자가 많은 다발골수종 환자의 사망 위험을 줄였다는 긍정적인 데이터가 발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존에 치료를 받은 적 있는 다발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 중간 분석에서 블렌렙을 포함한 3제 요법은 기존 다발성 골수종 치료법보다 질병이 더 진행되거나 사망할 확률을 절반 가까이 줄이는 유의미한 치료 결과를 보였다. 해당 치료제는 미국에서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가속 승인을 받았으나 부작용 등을 이유로 허가가 취소됐던 약제다. 학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이번 ASCO 2024는 다양한 암 치료제 연구 성과가 발표되며 암 치료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며 “표적치료제를 활용한 환자 맞춤형 치료 방법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고 ADC와 이중항체 및 CAR-T 등 다양한 치료제가 새로운 종양 유형에 적용되는 만큼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개발로 암을 극복하는 날이 오길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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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의료가 살려면 환자의 병원이용도 바뀌어야

    올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후 의료계가 4개월째 요동치고 있다. 18일 서울 여의도에선 4년 만에 약 1만2000명(경찰 추산·주최 측 추산 약 4만 명)의 의사들이 모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직서와 휴학계를 제출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대부분 병원이나 학교로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4개월 동안 대신하며 피로가 누적된 상태다. 그래도 언젠가는 전공의들이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앞으로 계속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점이 갈수록 명확해지면서 교수 사이에선 ‘더 이상은 참고 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지금까지 큰 의료공백이 없었던 것은 정부가 노력한 결과라기보다 50, 60대 의대 교수들이 밤낮으로 병원을 지킨 결과다. 그런 의대 교수들을 정부는 ‘구상권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했다. 몸과 마음이 지친 의대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돌아오길 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정부에 전공의 대상 행정처분 취소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정부는 ‘철회’는 할 수 있어도 ‘취소’는 어렵다고 선을 그으며 사태 수습이 어려워졌다. 상당수 의대 교수들은 “열심히 의료공백을 메웠는데 범죄자 취급까지 하니 자존심이 뭉개졌다. 더 이상 일하기도 지쳤다”고 한다. 지금의 상황은 오랜 기간 의료계의 문제점이 누적된 결과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필수의료 분야가 3D 업종으로 여겨지며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문제는 수년 동안 지속돼 왔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 등이 이런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현상이었다. 이미 의료계 곳곳에서 곪아 터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무엇보다 원가에 못 미치는 의료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진료비)가 문제다. 의료 수가의 왜곡은 진료의 왜곡을 만드는 것이다. 의사들이 보험이 적용되는 내시경 수술보다 치료 결과는 비슷하지만 5배 이상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비보험 로봇 수술을 선호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양성자 치료보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5배나 더 비싼 중입자 치료에 관심을 갖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재 구조에선 이런 비보험 지출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국민들의 의료비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또 국민들은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비싼 비보험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요즘 유행하는 줄기세포 치료를 받는 상당수 환자가 실손보험 가입 환자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의료계에선 결국 국민들이 건강보험료를 더 내는 방식으로 현재의 저수가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의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엔 쉽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어느 정부도 국민에게 불편과 부담을 주는 방식의 의료개혁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의대 증원으로 인해 의료계의 치부가 모두 드러난 만큼 이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정부의 몫이 됐다. 국민들에게 더 많은 부담이 필요하다고 용기 있게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지난 4개월 동안 많은 국민들이 알게 된 게 있다. 대학병원급 응급실은 정말 중증인 환자들만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경증 환자가 대학병원 응급실에 가면 주변 작은 병원으로 돌려보내고 대신 정부는 대학병원에 응급환자 회송료를 지급하고 있다. 경증 환자나 만성 질환자들이 단순 약 처방을 위해 대학병원에 외래 진료를 신청할 경우 본인 부담금을 늘리거나, 환자 회송료를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를 막아야 한다. 불편하지만 중증 환자만 대학병원을 이용해 달라는 캠페인도 필요할 것이다. 또 한국은 대학병원 닥터 쇼핑이 가능한 나라다. 한 곳에서 진단을 받으면 서너 곳을 더 찾아서 추가 진단 및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닥터 쇼핑은 결국 의료비 증가를 불러오기 때문에 가급적 이를 줄이는 의료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주치의 제도, 환자의 의료 선택 자유 제한, 의료 전달 체계 강화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정부가 내야 한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당장 다음 달 1일부터 연간 진료 횟수가 365회를 넘으면 진료비의 90%를 환자가 부담하게 한 것도 환자들의 과잉진료 탓에 건강보험 재정에 손해를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환자들이 덜 편해야 의료계가 살 수 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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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흔 넘어도 치아교정 가능” 중장년층 치료 늘어

    “나이 마흔이 넘었는데도 치아 교정이 가능한가요?” 최근 대학병원을 찾은 직장인 여성 최모 씨(45). 20대에는 약간 틀어진 앞니가 귀엽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이가 들고 앞니가 더 틀어지면서 말할 때 입을 가리거나 식사 자리를 피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한다. 최 씨는 “속상한 마음에 여러 치과를 방문해 상담했는데 잇몸도 안 좋고 나이도 있으니 치아 교정까지 받는 건 무리라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교정술이 발달하며 중년도 치아 교정을 받는 사례가 많아졌다. 연세대 이기준 치과대학장과 치대병원 교정과 최재훈 교수를 만나 중년 치아 교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치아 교정을 원하는 중년이 얼마나 늘고 있나. “제 환자들을 조사해 보니 치아 교정 진단을 받은 50대 이상이 2019년 105명에서 2023년 201명으로 두 배가량이 됐다. 교정 치료에 대해 문의하는 중년도 체감상 많이 늘고 있다. 다른 교정과 교수들에게 물어도 마찬가지였다.”(최 교수) ―중년이 교정 치료를 받을 때 장점이 뭔가. “가지런한 치열을 얻을 수 있어 자신있게 웃을 수 있고 더 젊어 보인다. 또 중년이 되면 치아가 틀어져 있어 양치질을 하기 어려운 사례도 많다. 치아 사이에 번번이 음식물이 끼면서 잇몸도 나빠진다. 교정을 통해 가지런한 치열을 만들면 칫솔질을 더 쉽고 수월하게 할 수 있어 장단기적으로 잇몸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다.”(이 학장) ―나이 때문에 치아 교정 치료가 가능할까 걱정도 있다. “나이 때문에 치아 교정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건 아니다. 다만 보통 ‘풍치’라고 부르는 잇몸병을 갖고 있거나 골다공증, 당뇨병 등의 약을 복용하는 사례는 주치의와 상담이 필요하다. 당장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치조골이 무너지는 치주 질환이 있다면 적절히 치료한 후 잇몸이 안정화됐다고 판단할 때 교정 치료가 가능하다. 골다공증 약을 꾸준히 복용하는 경우 약이 치아 이동을 느리게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치의와 상의해 영향을 적게 주는 약으로 변경한 후 치아 교정을 할 수 있다. 당뇨병 약을 복용해도 약으로 적절히 조절하면 담당 주치의와 상의해 치아 교정이 가능하다.”(이 학장) ―오랫동안 치아 교정기를 달아야 하나. “보통 2년 정도 교정기를 달아야 하지만 발치를 하지 않았다면 기간을 6개월∼1년으로 줄일 수 있다. 중장년이 선호하는 치아 교정 장치는 눈에 잘 띄지 않고 입안이 편안한 것이다. 치아 뒷면에 붙이는 장치나 밖으로 붙이더라도 매우 작은 사이즈로 둥글게 줄여서 이물감을 확 줄인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입안에서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투명 재질의 얇은 마우스피스 같은 투명교정기도 있다. 식사할 때 뺄 수 있어 불편이 많이 줄어든다.”(최 교수) ―치아 교정을 피해야 하는 경우가 있나. “당뇨병 고혈압 류머티즘 질환 등이 있다면 먼저 해당 증상을 조절해야 한다. 이런 질환은 잇몸뼈를 쉽게 파괴하기 때문이다. 피가 나고 붓거나 염증으로 흔들리는 치아가 있는 진행성 잇몸 질환은 먼저 잇몸 치료를 받아 안정적인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발치해 입매를 고치는 경우 투명교정기 등 편안한 장치보다 기존의 정교한 장치로 교정 치료를 받아야 한다.”(최 교수) ―치아 교정 뒤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보기 좋게 배열된 치아는 관리하기 좋고 씹는 힘의 배분도 좋아지기 때문에 훨씬 편안하다. 그러나 아무리 보기 좋아도 칫솔질 등으로 꾸준히 관리하지 않으면 잇몸이 나빠진다. 아울러 꾸준하게 정기 검진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이 학장)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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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마트블록으로 자폐증 증상 개선 돕는다”[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스마트블록을 이용해 자폐스펙트럼장애(자폐증)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연구원으로 있다가 창업을 통해 자폐증 증상을 개선하는 놀이기구를 개발한 크리모의 이석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크리모는 KIST 기술 출자 회사로 영유아 두뇌 발달과 신체 및 정신 건강 향상을 위한 교구 및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을 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서울바이오허브에서 이 대표를 만나 스마트블록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어떤 증상인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사회적 의사소통과 상호작용이 어렵고 반복 행동 및 소화기계 증상까지 다양한 양상을 동반하는 복합 질환이다. 중증도에 따라 독립적 생활이 가능한 상황부터 혼자서는 일상생활도 불가능한 경우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편이다. 인기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이 자폐스텍트럼장애를 갖고 있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유병률은 과거 0.1% 안팎이었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2.64%로 증가했다. 발병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사회적 뇌의 구조 및 기능 발달 이상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스마트블록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뭔가. “처음엔 자폐증과 상관없이 기존 완구와 전혀 다른 접근으로 영유아의 창의력, 논리력 향상을 위한 블록을 제작해 보자는 생각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그런데 개발 단계에서 우연찮게 교육하시는 분들이 이 블록이 자폐 아동에게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그래서 2019년 처음으로 만든 스마트블록을 가져가서 자폐 아동들에게 한 번 테스트를 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니 부모도 너무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자폐 아동 부모와 같이 블록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됐다.”―레고처럼 생긴 스마트블록이 어떻게 작동하나. “작은 스마트블록에 센서, 무선 통신 칩과 배터리가 내장돼 있다. 그래서 블록 하나하나가 고유 기능이 있고 소리를 내거나 디스플레이에 표정, 숫자 등이 표시되기도 하고 LED가 작동하면서 불빛을 내거나 모터가 회전하기도 한다. 각각의 스마트블록은 무선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조립을 통해 보다 창의적 구조와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 ―향후 목표는.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발된 자폐스펙트럼 증상 완화용 디지털 치료제가 전부 소프트웨어(SW) 기반이다. 그런데 우리는 블록이란 하드웨어(HW)와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새로운 개념의 놀이 기반 혼합형 디지털 치료제를 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자폐 아이들의 사회성 향상과 감각 통합 강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그 밖에도 자기 실천력 강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폐 아동이 스마트블록에 대해 흥미를 잃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돼 임상 중인 놀이 기반 혼합형 디지털 치료제(내년 출시 예정)와 엔비디아와 협업 중인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 기반 자폐 스펙트럼 조기진단 기술을 통해 향후 2년 뒤엔 전 세계 자폐 아동과 부모에게 희망과 행복을 선물하는 게 목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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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팩트체크]교정술 받으면 시력 2.0까지? “안경 착용 시력만큼만 개선”

    일상생활에서 눈이 불편할 때가 생길 수 있다. 윤하늘 IT동아 PD(24)는 최근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하루 종일 다룰 때가 많아 눈이 받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 윤 PD는 “요즘 많이 한다는 렌즈삽입술을 받기로 결심하고 안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았는데 수술을 받기 어렵다는 판정을 받았다”며 “시력교정술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골라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정태영 리뉴서울안과의원 대표원장(전 삼성서울병원 교수·사진)을 만나 시력교정술과 관련해서 팩트체크를 했다. ―시력교정수술은 언제 받는 게 가장 좋은가. “시력교정수술은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지 않고도 시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교정하는 수술이다. 안구가 성장하면서 근시와 난시 등이 발생하는데 안구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시기에 성장이 멈춘다. 안구 성장이 멈춘 뒤에는 언제나 수술이 가능하다. 다만 노안이 지난 뒤 시력교정수술을 받으면 돋보기는 착용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40대도 시력교정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노안으로 인해 안경 없이 사는 기간은 짧아질 수 있다.” ―시력교정수술은 하루 만에 가능한가. “시력교정수술 자체는 매우 간단하다. 하지만 수술 전 눈이 안전한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10∼20가지 검사를 진행해야 한다. 특히 산동제를 점안해 동공을 확대시키는 산동검사는 약을 넣고 눈동자가 커져야 하기 때문에 약을 넣고 준비하는 시간만 30분 이상이 걸린다. 검사와 진료, 상담을 포함해서 3시간 정도 걸리고 수술도 방법에 따라서 최대 1시간 정도 더 소요될 수 있다.” ―시력교정수술의 종류는 어떤 게 있나. “시력교정수술은 크게 렌즈를 삽입하는 방법과 각막을 깎는 방법으로 나뉜다. 각막 모양을 변형시키는 각막교정수술은 라식, 라섹, 렌티큘수술(스마일라식) 등으로 분류된다. 라섹은 레이저로 각막의 껍질 부분인 상피세포 등을 깎는 것이다. 1, 2주 정도 상피가 회복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약간 아플 수도 있기 때문에 직장인이나 바로 시력 회복을 원하는 사람들은 조금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오래 진행된 수술이라 가장 안전하다.” ―라식의 장단점은 무엇인가. “라식은 각막의 상피세포를 포함한 절편을 만들어 옆으로 밀어 놓아 상피를 건드리지 않고 각막의 실질 부분을 치료한 뒤 각막 절편을 덮어주는 것이다. 각막 상피를 건드리지 않아 시력이 바로 회복된다. 또 눈이 아프지 않다. 다만 절편을 만드는 과정에서 신경이 다치거나 안구건조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절편이 시간이 흘러도 완전히 붙지 않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라식의 변형된 수술인 렌티큘수술을 하기도 한다. 렌티큘수술은 각막 안쪽에 작은 포켓을 만들고 그 안에 동그란 원반형으로 절제한 다음 포켓을 통해서 그걸 뽑아내는 것이다. 상피를 건드리지 않고 절편을 만들지 않고 포켓을 만들기 때문에 각막상피가 밀리지도 않는다. 라섹과 라식의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하지만 비교적 최근부터 해오고 있기 때문에 의사들의 수술 경험이 상대적으로 중요하다. 라식과 라섹이 자동추적장치에 의해 레이저를 조사하지만 렌티큘수술은 이런 추적 장치가 없어서 눈으로 보고 수동으로 난시축을 맞춘다. 이론적으로는 난시가 많으면 교정 정확도가 라식이나 라섹에 비해 떨어질 수 있다.” ―렌즈삽입술은 언제 하는가. “각막을 깎을 때 각막이 충분하게 두꺼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 렌즈삽입술이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눈 안에 렌즈를 삽입하기 때문에 공간이 충분해야 한다. 좁은 공간에 무리해서 렌즈를 넣으면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렌즈삽입술도 이미 20년 정도 해온 수술이지만 문제가 생기는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혹시 문제가 생겼을 땐 렌즈를 제거하면 된다. 여러 검사를 받고 자신에게 맞는 수술법을 찾아야 한다.” ―비용은 얼마나 되나. “렌즈 자체가 고가이기 때문에 렌즈삽입술 비용이 가장 비싸다. 이어 렌티큘수술, 라식, 라섹 순이다.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수술 후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술 방법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라섹은 자외선에 취약하다. 3개월간 선글라스 등을 써서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라식, 렌티큘수술은 상대적으로 관리가 쉬워 하루 이틀 안에 일상생활로 복귀 가능하다.” ―시력은 얼마나 좋아질까. “시력교정수술을 받으면 시력이 2.0까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해다.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고 보이던 시력만큼 눈이 좋아진다. 정상 시력을 1.0 정도로 보기 때문에 안경 없이 이 정도 볼 수 있다면 정상 시력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좋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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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대학병원 떠나는 의대 교수들… 의료대란 현실화는 막아야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2000명 증원은 의학교육을 무너뜨리고,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를 떠받칠 역량을 갖춘 의사 양성에 돌이키지 못할 손상을 주기 때문에 공공복리를 오히려 해치는 상황을 초래할 것입니다.” 최근 의학 석학들의 모임인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제출한 의견서다. 필자 역시 의료계에서 의대 증원 관련 얘기를 많이 들어 걱정이 많다. 23일 열린 ‘대한민국 의료 이용의 문제점과 해법’이라는 미디어포럼에서 발표를 맡은 박종훈 전 고려대 안암병원장은 “문재인 정부 때 의대 증원 문제로 거리에 나와 쓴 경험을 했던 당시 의대 3, 4학년 학생들이 지금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다. 이들은 와해된 상태여서 누구도 컨트롤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보건복지부가 아무리 완강하게 나서도 전공의들이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본격적인 의료대란은 이제부터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의대 교수도 많다. 그동안은 일말의 기대감 때문에 대학병원에서 과중한 업무를 참으며 진료를 해 왔지만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정부로 인해 이젠 그런 기대감조차 없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응급실을 지키는 전문의들은 이미 낮 시간 근무 인력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황에서 전공의까지 안 돌아온다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정부가 브리핑 때마다 “전공의 없이도 큰 문제 없이 잘 돌아간다”고 말하는 것과 현장의 온도 차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29일 열린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미디어 아카데미에서 김인병 대한응급의학회 이사장은 의정 갈등이 더 길어질 경우 조만간 상황이 임계치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이사장은 “올 3월 ‘응급실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인터뷰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상황이 오래갈 줄은 몰랐다”며 “이제는 ‘응급실 그만두겠다’는 성명 하나만 남은 상황이다. 그만큼 절박하게 막바지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이 대학병원을 떠나 개원에 나서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기 지역의 한 대학병원에선 이비인후과 신경과 교수 등 총 4명이 동시에 사직했다. 신경외과 교수도 곧 사직할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이비인후과 및 비뇨기과 의사도 개원을 준비하고 있다. 유명 대학 의대 교수들이 줄지어 떠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도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12명이 집단 사직을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저수익, 고위험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정부에 대한 깊은 실망이 배경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동료의 사직을 지켜본 한 의대 교수는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서 일이 젊은 전문의에게 몰리고 있다. 힘들게 전공의를 마쳤는데 또 같은 일을 해야 하니 나가기로 한 것 같더라”며 “지금 개원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방침대로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서 필수의료가 살아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본 의사들이 향후 의료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직을 택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늦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전공의들이 복귀할 명분을 줘야 한다. 정부가 더 이상 시간을 끌기보다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 취소든, 사직서 수리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내년도 의대 증원이 확정됐다고 정부가 한숨을 돌리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금도 많은 대형병원 의사들은 ‘조만간 의정 갈등이 풀리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참고 있다. 의료 파국에 이르지 않게 하는 것도 정부의 책임이다. 6월 의료대란이 현실이 될까 봐 두려운 한 달이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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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콜레스테롤 청소부 HDL,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

    “흔히 혈관 속에서 콜레스테롤을 청소하는 단백질로 알려진 고밀도 지질단백질(HDL)은 치매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 HDL 워크숍에서 셰릴 웰링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뇌건강센터 병리학과 교수는 “HDL은 동맥경화의 원인인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보내 소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동물실험 결과 신경염증을 줄이고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며 동시에 치매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축적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2회째를 맞은 이 워크숍에선 이달 18, 19일 HDL을 연구하는 의사와 병리학자, 기초과학자 등 전 세계 전문가 200여 명이 모여 최신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콜레스테롤, 세포 성장에 꼭 필요 간에서 만들어진 콜레스테롤은 몸속 혈관을 막는 나쁜 물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몸의 세포가 성장하고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 성분이기도 하다. 다만 이런 영양 성분은 세포에 들어가야만 이용할 수 있는데, 콜레스테롤은 스스로 세포 속에 들어가지 못해 세포 속으로 주입하는 별도의 운반체가 필요하다. 세포 속으로 꼭 필요한 콜레스테롤을 운반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저밀도 지질단백질(LDL)이다. 그리고 세포에서 쓰고 남은 콜레스테롤은 HDL이 간으로 운반해 소각한다. 음식이 부족했던 원시시대에는 세포에 콜레스테롤을 공급하는 LDL의 역할이 중요했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풍부한 음식을 먹는 현대인에게는 몸속에 남아도는 콜레스테롤을 간으로 이송하는 HDL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혈관 기능을 좋게 만들고 고혈압,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치매 등을 예방하는 HDL이 ‘장수인자’로 불리게 됐다.● 채식만으론 콜레스테롤 낮추기 어려워 콜레스테롤 수치는 200 미만, 저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LDL-C)은 130 미만, 고밀도 지질단백질 콜레스테롤(HDL-C)은 60 이상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런 수치에 너무 연연할 필요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콜레스테롤 속에 포함된 HDL의 비율이다. 조경현 한국지단백연구원장(전 영남대 교수)은 “HDL 비율은 20∼25%가 대부분이지만 장수하는 사람들은 30% 이상”이라고 말했다. 다만 HDL이 무조건 높다고 좋은 건 아니다. 알코올 의존증이나 약물중독, 유전적 질환 등이 있을 때도 HDL 비율이 50%를 넘을 때가 많다. 콜레스테롤은 LDL 콜레스테롤과 HDL 콜레스테롤 등 2가지로 나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하나이며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운반체로 LDL과 HDL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정확하다. 또 흔히 육류와 지방 섭취를 줄이고 채식 위주로 식사하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역시 오해라고 한다. 콜레스테롤 대부분은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식단 관리 등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수치를 크게 낮추긴 어렵다.● 유산소 운동으로 HDL 높일 수 있어 현재까지 HDL을 증가시키는 약물은 개발되지 않았다. 과거 다국적 제약사들이 HDL을 증가시키는 약을 개발했으나 심장 부작용, 체내 축적 등의 문제가 발생해 출시는 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워크숍에선 건강기능식품으로 알려진 쿠바산 폴리코사놀이 HDL의 양과 질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우에하라 요시나리 일본 후쿠오카대 교수는 “건강한 일본인이 12주 동안 쿠바산 폴리코사놀 20mg을 섭취한 뒤 위약대조군과 비교한 결과 HDL이 통계상 유의미하게 20% 이상 증가했다”며 “폴리코사놀이 HDL의 단백질 성분(apoA1)을 증가시키고 HDL의 콜레스테롤 배출 활성을 증가시켰다”고 말했다. 일상생활에서 HDL을 올리는 방법도 있다. 조 원장은 “목에 숨이 찰 정도로 달리기나 수영을 하는 등 고강도 유산소 운동을 하루 1시간 정도 6개월 이상 반복하면 HDL이 증가한다”며 “음식도 중요하다. 고탄수화물은 피하고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와 트랜스지방 가공식품인 팝콘, 감자튀김 등을 멀리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시카고=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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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대 이후 건강한 삶’ 지대한 공로…라이나50+어워즈 4명 수상

    라이나생명보험의 사회공헌재단인 라이나전성기재단은 31일 제7회 라이나50+어워즈 시상식을 개최한다. 수상자는 △사회공헌 부문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창의혁신 부문 ㈜탈로스(대표 김택균· 1위), ㈜이모코그(대표 노유헌 ·2위), ㈜바이오브릭스(대표 장진아 ·3위)가 선정됐다. 각 부문 1위는 1억 원씩, 창의혁신 부문 2, 3위는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의 상금을 받는다. ‘라이나50+어워즈’는 50+세대를 대상으로 제정됐으며 50+세대의 삶의 질 향상과 건강한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여한 인물(단체)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한윤수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은 이주 노동자들의 권익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지난 20여년 간 소외된 이웃들을 돌보는데 헌신했다.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산업 현장과 돌봄 등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우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권과 노동권 침해가 심각하다. 한 소장은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산업재해를 겪은 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도왔다. 재단은 한 소장이 60세 이후 약 20여년 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눔의 삶을 실천하는 모습이 모범적인 50+의 삶을 제시하고 있다고 판단해 수상자로 선정했다.㈜탈로스는 50+세대에게 발병 위험률이 높은 ‘뇌동맥류’ 발병 위험도 예측 플랫폼을 개발해 뇌동맥류 사전예방과 후유장애 감소 등에 기여한 기업이다. ㈜이모코그는 치매 예방부터 진단, 치료까지 전 주기에 걸친 치매 솔루션을 개발해 치매 치료의 혁신을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바이오브릭스는 인체조직과 가장 가까운 바이오잉크 소재 개발해 각막이나 장기 등을 3D프린터로 제작, 장기이식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홍봉성 라이나전성기재단 이사장은 “50+세대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고 또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혁신적인 인물을 발굴해 기뻤다”며 “재단은 앞으로 중·장년층에 기여하는 활동가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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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 보고 따끔한 혈당 체크는 옛말… 피부에 센서 붙여 앱에서 손쉽게 관리를[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지난해 대한당뇨병학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국내 당뇨병 환자는 약 570만 명에 달한다. 최근엔 젊은 당뇨병 환자뿐 아니라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를 포함한 당뇨병 전단계 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당뇨병은 지속적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보니 식단이나 운동에 신경을 써야 할 뿐 아니라 식사 전후에 자주 혈당을 체크해야 한다. 또 필요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하는 등 관리가 쉽지 않다. 최근 카카오헬스케어에선 매번 바늘로 찌르지 않고도 혈당 체크가 가능하고 생활 습관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 ‘파스타’를 출시했다. 황희 카카오헬스케어 대표를 만나 파스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파스타’는 어떤 서비스인가. “연속혈당측정기(CGM) 기반으로 혈당과 생활 습관 데이터의 상관 관계를 숫자와 그래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다. 어떤 음식을 먹고 혈당이 어느 정도 올라가는지, 그리고 소위 ‘당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 때 실제 내 몸에서 혈당이 어떤지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채혈 없이 혈당을 어떻게 체크하나.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을 측정하는 동전 만한 센서다. 피부에 부착해 24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혈당 변화를 모니터링한다. 이 센서는 조직액의 채혈 없이 포도당 농도를 측정할 수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이나 전용 디바이스를 통해 10∼15일 동안 실시간 데이터를 받아볼 수 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기존에 나와 있는 센서 기기를 파스타앱에서 구매하거나 파스타 홈페이지, 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구매하면 된다. 공식 가격은 아이센스의 케어센스 에어가 8만 5000원, 덱스콤의 G7센서가 10만 원이다.” ―기존 연속혈당측정기와의 차별점은 뭔가. “기존 업체들의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려면 이들 업체의 앱을 별도로 깔아야 했다. 반면 파스타는 기기 종류와 상관없이 연동되고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그 외에 푸드샷과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입력 편의성을 높인 점, 카카오헬스케어 만의 음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할 수 있는 점, 약물이나 인슐린 입력을 할 수 있는 점 등이 있다. 또 파스타 커넥트 프로라는 의료진용 솔루션을 별도로 만들어 의료진들이 바쁜 진료 환경에서 요약된 환자의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센서 없이도 이용할 수 있나. “파스타는 기본적으로 센서와 함께 있을 때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센서 없이도 생활 습관 관리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푸드샷을 통해서 식사를 입력하고, 운동을 기록하면서 다이어리처럼 쓸 수 있다. 또 약물이나 인슐린 기록 등 기본 건강 관리 도구로도 이용할 수 있다. 커뮤니티 기능을 활용해 다른 사용자와 경험을 공유하면서 미션이나 챌린지에도 참여할 수 있다. 또 자가혈당측정기 및 다른 웨어러블 기기와도 연결될 예정이다.” ―향후 계획을 설명해달라. “당뇨병을 앓고 10, 20년 뒤 생기는 부작용이 문제다. 파스타 서비스가 혈당관리를 도와 그런 치명적 부작용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또 카카오헬스케어가 디지털헬스케어라는 새로운 영역에서 국민에게 보람 있는 일을 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회사를 만든 이유이고 첫 번째로 파스타 서비스를 국민께 선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하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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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톡투건강―슬기로운 의료이용]중년 남성 괴롭히는 ‘전립샘비대증’, 40세부터 정기검진 받아야

    잔뇨감과 잦은 요의, 수면 부족 등을 만드는 전립샘(전립선)비대증은 자주 소변이 마려워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삶의 질마저 떨어뜨리는 대표적 남성 질환이다. 남성 생식기관인 전립샘이 비정상적으로 커져 요도를 압박하면서 배뇨에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중장년 남성이 주로 앓았으나 최근 젊은 층에서도 전립샘비대증 발병이 늘고 있다. 오진규 가천대 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를 만나 전립샘비대증의 예방과 관리, 치료법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전립샘비대증 환자 90%는 50대 이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립샘비대증 환자는 2012년 약 89만 명에서 2021년 약 135만 명으로 10년간 34%가량 늘었다. 50대 이상 환자가 90%를 넘는다. 방광 아래 있는 전립샘은 전립샘액을 분비해 정액을 만들며 정자를 보호한다. 평소 호두알 정도 크기를 유지하는데 문제가 생기면 야구공만큼 커질 수 있다. 노화 등이 주요 원인이지만 흡연, 식습관,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요 증상은 △잦은 배뇨감 △잔뇨감 △약해진 소변 줄기 △배뇨통 △성기능 저하 등이다. 치료하지 않고 놔두면 급성 요도 폐색, 요로결석 등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오 교수는 “낮에 한두 시간 간격으로 소변이 마렵거나 밤에 2회 이상 소변을 보려고 일어난다면 전문의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소변을 보려고 할 때 빠르게 잘 나오지 않아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생활 습관 바꿔 악화 막아야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과 수술이 있다. 많이 처방되는 약물은 알파차단제로 전립샘과 방광 경부의 평활근을 이완시켜 배뇨를 돕는 역할을 한다. 남성호르몬 합성을 차단하는 안드로겐 억제제(5알파환원효소 억제제)를 투약할 때도 있는데 이를 통해 전립샘 크기를 줄여 소변의 흐름을 개선할 수 있다. 오 교수는 “안드로겐 억제제를 복용한다면 약이 여성의 손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전립샘 내 호르몬 대사 변화를 막아 전립샘 크기를 줄이기 때문에 호르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립샘비대증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생활 습관을 바꾸라고 조언했다. 오 교수는 “자전거를 즐겨 탄다면 타면서 엉덩이를 들고 혈류가 통하는 자세를 반복적으로 취해야 한다”며 “전립샘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차원에서 마흔을 넘기면 정기적으로 전립샘 검진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결찰술 시술 5년 후 30% 이상 재발 약물치료로 호전되지 않고 요로 감염, 요도 폐색, 방광 결석, 신장 기능 저하 등이 발생하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방법으로는 내시경을 삽입하고 비대한 전립샘을 절제해 지혈하는 전립샘 절제술 등이 있다. 수술 이후 역행성 사정, 발기부전 등 성기능 저하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지만 의료기기가 좋아져 정교한 절제가 가능해지며 부작용이 크게 줄고 재발 위험도 낮아졌다. 전립샘 결찰술(유로리프트 시술)은 절제술보다 마취 통증이 적고 시술이 짧아 일상 복귀가 빠르다. 비대해진 전립샘 조직의 좌우를 특수 금속실인 결찰사(임플란트)로 묶어 좁아진 요도를 넓히는 방식이다. 전립샘 결찰술은 전립샘 절제술보다 출혈량이 적고 수술 후유증으로 생길 수 있는 역행성 사정 발생 확률을 줄인 간편한 시술이다. 일부 병원은 전립샘 결찰술 1회 시술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권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 5년 이내 전립샘비대증이 재발할 확률이 13.6%에 달한다. 또 결찰사로 전립샘 비대 조직을 옆으로 밀어 고정하는 방식이라 결찰사 고정 깊이에 따라 회음부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이런 경우 결찰사 제거 시술로 통증을 없애야 한다. 오 교수는 “전립샘 절제술도 재발할 수 있지만 유로리프트의 경우 간단한 시술인데도 재발률이 더 높다”며 “최근 유로리프트에 관한 여러 연구를 분석한 결과 수술 환자 중 1년 내에 6% 정도는 재수술이 필요했다. 5년 후에는 30% 이상 재수술이 필요했다”고 말했다.유로리프트 시술 효과 꼼꼼히 따져야 미국 비뇨의학회에 따르면 다양한 크기의 전립샘 비대증에 유로리프트를 시술한 결과, 전립샘 크기가 30∼80g을 초과하면 시술 효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방광 기능이 나빠도 효과를 얻기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다. 유로리프트 시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시술이다. 시술에 필요한 실 하나의 가격이 약 200만 원 정도다. 전립샘비대증 치료에 4∼8개 정도 필요해 수술 비용도 크게 올라간다. 오 교수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고 전문의 상담을 충분히 거친 뒤 단계적으로 치료하는 게 좋다”며 “유로리프트 시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진단이 정확한지, 보험금 청구가 가능한지 등을 면밀하게 확인하는게 좋다”고 설명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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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여성건강의날, 소외되는 중증질환 되돌아봐야

    매년 5월 10일은 ‘여성 건강의 날’이다. 이는 2007년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여성의 건강 증진과 행복한 삶을 위해 지정한 것이다. 여성 건강은 최근 화두인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서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12월 열린 ‘여성·아동 건강지원 대책 당정 협의회’에서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여성 생애주기별 건강 증진은 여성뿐 아니라 가족 및 사회 건강과 직결돼 있고 초고령화시대 사회적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올 2월 발표한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 계획’에도 여성의 생애주기별 주요 질환 관리를 위한 지원이 포함됐다. 당시 정부는 유방암 등 사회적 요구가 많은 여성 중증질환 진료비 부담 경감을 위해 치료 효과가 우수한 약제 등에 건강보험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달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 2000명 확대 및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의료 현장은 혼란에 휩싸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의정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면서 검사, 수술 등 진료가 기약 없이 미뤄지는 환자들은 극심한 불안과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논의가 인력 확보와 의료체계 안정에 집중되다 보니 환자들의 치료제 접근성과 치료비 부담 완화 등에 대한 정책 추진이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깝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치료제 접근성 관련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연이어 등장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논의는 답보 상태다. 청원 중에는 여성 중증질환 지원에 대한 내용이 적지 않은데 개중에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신약 ‘트로델비(사시투주맙 고비테칸)’에 대한 신속한 건강보험 적용을 촉구하는 청원도 있다. 트로델비는 치료 경험이 있는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생존을 유의미하게 연장한 유일한 2차 이상 치료제다.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는 국내 환자가 적은 희귀난치질환인데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공감 속에 5만5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 회부됐다. 하지만 이달 말 21대 국회가 만료되면 폐기될 수 있어 건강보험 적용을 손꼽아 기다리던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와 보호자들은 애가 타는 상황이다. 여성 환자들은 유방암 외에도 다양한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병원균 등 외부 침입자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면역 기능에 이상이 생겨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 강직성 척추염, 건선, 1형 당뇨병, 아토피 피부염 등도 여성에게 많은 질환으로 꼽힌다. 자가면역질환의 경우 다행히 최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염증 반응의 원인인 특정 사이토카인 또는 특정 단계의 면역세포만을 억제해 치료 효과를 높이는 ‘표적치료제’가 개발됐다. 그런데 표적치료제로 치료하다 증상이 악화되거나, 부작용이 생기거나, 아예 효과가 없는 경우 다른 치료제로 바꿔야 한다. 류머티즘 관절염, 아토피 피부염, 궤양성 대장염 등 일부 자가면역질환에선 표적치료제를 바꾸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김성기 대한건선협회 회장은 “한 치료제가 모든 환자에게 계속 충분한 효과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양한 치료 방법이 필요하다”며 “다른 치료제를 쓰면 효과가 있을 확률이 높은데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더 나은 치료를 못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1형 당뇨병도 마찬가지다. 올해 초 19세 미만 1형 당뇨병 환자에게는 치료비의 10%만 부담하게 하는 등 지원이 강화됐지만 성인에 대한 혜택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여성 건강을 지키는 건 한국 사회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만큼 치료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 최근 의료 공백 사태와 관계없이 건강보험 지원 등이 신속히 추진돼 누군가의 딸이자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들이 좌절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길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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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 들면 ‘근육’이 재산… 단백질-운동으로 탄탄하게

    별다른 질환이 없는데도 나이가 들며 계속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며 체중도 줄어든다면 노쇠 및 근감소증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쇠는 신체기관이 노화로 기능이 떨어지면서 체중과 근력이 감소하고 도보, 외출, 식사 준비 등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는 걸 말한다. 노쇠가 발생하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근감소증이다. 근감소증은 근육량 감소와 함께 근력과 근기능 등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70대에선 근육 노화, 운동량 감소, 단백질 섭취 감소, 근육합성 감소, 단백질 대사 변화 등으로 30, 40대에 비해 근육량이 30% 가까이 줄어든다. 근육이 사라진 자리를 지방이 채우며 체중은 유지되기 때문에 근육이 줄어드는 사실을 모를 수 있다. 최정연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사진)는 “나이가 들면 당연히 기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노쇠를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장애로 이어질 수 있고 다른 질병에도 취약해져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백질 섭취로 노쇠-근감소증 예방 노쇠와 근감소증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는 정상으로 회복되기 어렵다. 아쉽지만 노쇠와 근감소증을 늦추거나 회복시키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노쇠 조짐이 나타나는 단계에 미리 발견해 적절한 조치를 하고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노쇠 조짐이 보일때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관리를 잘한다면 건강이 정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흔히 어르신들은 밥과 국에 김치만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근육을 만드는 주재료인 단백질이 식단에서 빠지면 안 된다. 반드시 고기를 적정량 이상 섭취해야 한다.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kg당 1.0∼1.2g이다. 영양 불량이나 급성 만성질환 등의 경우엔 1.2∼1.5g까지 섭취량을 늘려야 한다. 보통 100g당 단백질 함량은 소고기와 돼지고기, 닭고기의 경우 20∼25g이고 계란흰자와 두부는 약 10g, 우유는 3g이다. 몸무게 60kg인 성인은 하루 60∼7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소고기 200g(단백질 50g), 계란 1개(단백질 5g), 두부(단백질 5g), 우유 200mL(단백질 6g)를 매일 먹어야 한다. 특히 필수 아미노산인 류신 함량이 높은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이 근육 생성에 효과적이다. 끼니마다 최소 요구량 이상의 단백질 섭취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고기와 두부 등을 먹기 어렵다면 파우더(분말) 형태로 섭취하는 것도 가능하다”면서도 “가장 좋은 단백질 섭취 방법은 음식으로 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근감소증은 노화 아닌 질병으로 봐야” 건강한 노년을 위해 잘 먹고 잘 자며 적절히 운동하는 건 매우 중요하다. 운동은 심폐지구력을 키우는 유산소 운동과 근력을 향상시키는 저항성 운동,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히는 유연성 운동, 몸의 중심을 잡는 균형 운동을 모두 해야 한다. 유산소 운동에는 자전거 타기와 수영, 걷기 등이 있고 근력 운동으로는 아령 운동 등이 있다. 또 몸에 저항이 느껴지거나 약간 불편한 정도까지 신체를 이완시켜 관절의 운동 범위를 늘리는 유연성 운동은 물론 일자로 걷기, 의자 잡고 한 발로 서기 등 균형 운동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나이가 들면서 근육이 줄어드는 현상을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근감소증을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의료계에선 노쇠 역시 건강한 노화와는 구분되는 신체 기능 저하 현상으로 노쇠를 예방하고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 교수는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해 균형 잡힌 식습관을 유지하고 근력운동 등 적절한 신체 활동으로 근육의 질을 개선하면 건강한 노년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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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강도 초음파로 자궁근종 치료… 일상 복귀도 빨라”

    하이푸 치료는 초음파를 돋보기처럼 모아 강한 에너지를 만들고 종양을 제거하는 시술이다. 하이푸 치료는 그동안 치료 기준에 대한 의료진의 합의가 충분치 않았고 과잉 치료와 실손보험 청구, 무리한 시술에 따른 부작용 논란 등도 있었다. 하지만 하이푸 시술을 활용하면 자궁근종(종양) 등의 이유로 자궁을 떼어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 또 가이드라인은 최근 대상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성영모 대한하이푸연구회장을 만나 하이푸에 대한 오해와 진실, 가이드라인에 대해 알아봤다. ―하이푸는 무엇이며 어떤 질환에 사용되나. “고강도초음파집속술의 영문 앞 글자를 따서 하이푸라고 표기한다. 강한 초음파에너지를 한점에 모은 에너지로 종양을 태워 치료할 수 있는 기기다. 국내에서는 주로 자궁근종을 치료할 때 활용된다. 세계적으로는 전립샘암(전립선암), 유방암, 췌장암, 간암, 파킨슨병, 뇌질환 치료 등에 쓰인다.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최신 의료 분야다.” ―하이푸 가이드라인을 개정한 이유가 뭔가. “2013년 보건복지부 고시로 하이푸가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은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2016년에는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하이푸 진료 지침을 만들어 기준으로 삼기도 했다. 2, 3년 전부터 하이푸와 관련해 보험사와 환자 간 분쟁이 급증하고 하이푸 시술이 부적합하다는 의료 자문이 빈번해지면서 진료 지침 재정립이 필요해졌다. 이를 감안해 대한하이푸연구회는 진료 현장의 목소리를 모아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전달하고 개정의 필요성을 설득했다.” ―개정된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을 설명해 달라. “출혈, 빈혈, 통증 등을 동반하는 자궁근종 혹은 자궁선근증을 가진 ‘폐경 전’부터 ‘폐경이행기까지’로 환자 대상을 명확하게 했다. 폐경이행기는 생리가 불규칙하고 갱년기 증상이 생기는 시기부터 생애 마지막 월경에서 1년이 경과한 시점까지이다. 다시 말하면 폐경이 진단된 시점까지 평균 4∼5년 정도다. 치료가 필요한 갱년기 자궁근종 환자도 치료 대상에 포함됐다. 또 임신을 계획할 때 자궁근종 환자의 경우 산모나 태아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많은 연구가 진행되기 전까진 강력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하이푸에 대한 환자들이 오해가 많다. “부작용에 대한 걱정 때문에 가장 불안해한다. 특히 초창기 이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하이푸 치료에 필요한 기술의 발전, 임상 사례와 연구논문 축적 등으로 기존 치료법 대비 동등한 효과성과 안전성이 확립됐다. 이런 부분이 진료 지침에 반영된 만큼 개정된 진료 지침으로 오해를 불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최근 의료진의 관심은 부작용에서 치료 효과 극대화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하이푸 치료는 ‘1회 시술 치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장점은 환자의 치료 부담을 덜어 자궁을 보존하는 치료 방법이란 것이다. 시술 후 하루 이틀 안에 일상생활 복귀도 가능하다.” ―자궁근종의 경우 자궁 적출 사례가 많다. “자궁근종은 가장 흔한 자궁질환 중 하나이며 국내 자궁적출수술 80%의 원인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궁 적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자궁근종은 성인 여성 3명 중 1명이 가진 매우 흔한 질환으로 생리 과다, 생리통, 골반 압박, 만성피로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자궁근종을 너무 늦지 않게 적절한 시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면 자궁을 보존할 수 있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자궁을 35세 이전에 잃어버리면 노화가 2배 이상 빨라질 수 있다. 관상동맥 질환이나 심부전증이 2.6배에서 4.8배까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또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여성 정체성과 자존감이 낮아질 수 있으며 성적 매력 저하 및 성교통이 발생할 수 있다. 자궁 적출 시 신경과 혈관이 손상되면서 질 상부가 짧아져서 생기는 합병증도 발생한다. 하이푸는 자궁을 살리는 확실한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 ―환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건 뭔가. “대한하이푸연구회는 개정된 진료 지침이 의료진, 환자, 관계자 등에게 널리 알려져 공통된 기준으로 활용되길 바란다. 현재 진료 현장에서 하이푸가 많이 위축된 상태이고 환자도 치료를 꺼리는 상황이다. 이런 혼란을 정리하고 필요한 환자들에게 최적의 하이푸 치료를 받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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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 내릴 땐 변기 꼭 닫고 샤워기 헤드도 자주 소독을”

    경희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출신인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사진)은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가정, 직장, 공공장소에서 쉽게 붙일 수 있는 국민생활건강 캠페인 스티커를 나눠준다. 스티커엔 화장실 양변기에서 대소변을 본 뒤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릴 것, 샤워기 헤드를 주기적으로 분해해 청소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우리가 자칫 간과하기 쉬운 생활 속 위생 관리 관련 내용들이다. 정부는 1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단계를 두 번째로 높은 ‘경계’에서 가장 낮은 ‘관심’으로 내렸다. 이제 병원에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일상생활 속에 자리 잡았던 위생 관념도 자칫 잊기 쉬운 상황이 됐다. 5일 세계보건기구(WHO)가 2009년 제정한 ‘세계 손 위생의 날’을 맞아 윤 회장으로부터 놓치기 쉬운 생활 속 위생 관리 노하우에 대해 들어 봤다. ―국민생활건강 캠페인의 계기를 설명해 달라. “코로나19를 계기로 많은 국민들이 생활 속 위생 관리의 중요성을 알게 됐지만 최근 들어 다시 잊어 버리는 것 같다. 예방에는 1, 2, 3차가 있는데 질병이 걸리기 전 예방하는 1차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차 예방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든 2022년부터 직원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에게도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스티커를 만든 것도 더 많은 분들의 참여를 위한 것이다.”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자는 내용도 있다. “흔히 변기 뚜껑을 연 채 물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물이 빠지면서 생기는 소용돌이 때문에 오염된 미세 물방울이 1m 이상 변기 밖으로 퍼져 나가고 병원균이 4시간 동안 공기 중에 머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리는 게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 ―샤워기 헤드를 분해하여 청소해야 하나. “역시 간과하기 쉬운 생활 위생관리법이다. 보통 샤워기 헤드를 열고 소독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샤워기 안에 다양한 세균이 엉겨 붙으며 생물막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비결핵항산균은 수증기와 뒤섞여 나와 호흡기 감염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샤워기 헤드를 주기적으로 분해하여 청소해 주는 것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헤드를 돌리면 분해되는 샤워기 제품은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싱크대 헤드형 수도꼭지도 마찬가지다. 청소를 위해선 돌려서 분리가 되는 싱크대 및 세면대 수도꼭지를 사용하는 게 좋다.” ―손 위생 관련 내용도 스티커에 있다.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손을 닦은 후 종이타월을 이용해 수도꼭지를 잠그자고 얘기하고 있다. 깨끗하게 씻은 손이 수도꼭지에 묻은 세균에 의해 다시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사용한 종이 타월을 이용해 화장실 문고리를 잡아당겨 문을 열고 휴지통을 문 근처에 놔둬 바로 버릴 수 있도록 한다.” ―지금 같은 시기에 꼭 챙겨야 될 위생 관련 내용이 있다면…. “5월은 특히 가족들과의 야외활동이 많아져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감염 가능성이 증가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놓치기 쉬운 손 씻기에 더욱 유의해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의 달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 캠페인을 어떻게 확산시킬 생각인가. “일상생활 속에 국민생활건강 캠페인을 확산시키기 위한 방책을 구상 중이다. 또 영문으로 된 책자를 만들어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릴 예정이다. 많은 분들이 위생 습관에 동참하고 질병이 덜 생기는 세상에서 함께 살면 좋겠다. 전 세계 인구의 건강 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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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현장]첨단기술 더한 한의술에 베트남 환자들 ‘엄지척’

    “한국 한의학은 미용성형뿐 아니라 지금까지 우리가 보지 못했던 새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한국에 전통의사(한의사)를 보낼 테니 한의술을 잘 전수해 주면 좋겠다.” 지난달 27일 베트남 빈즈엉성 빈즈엉한방병원에 의료봉사 격려차 찾아온 빈즈엉성 보건국 르응꽁타오 부국장은 대전시한의사회 한의사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베트남은 우리나라와 달리 한의대가 의대에 포함돼 있다. 의대 4년을 다닌 뒤 의사가 될 것인지, 한의사가 될 것인지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한의사로 결정되면 2년 동안 한의학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주로 침술이나 한약 처방 위주인 데다 병원 시설도 1970년대 한국과 유사한 수준이다. 기술력이 뛰어난 한국 한의학은 빈즈엉성에서 인기다. 27일 오전에만 환자가 100여 명 몰렸다. 목, 어깨,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한 환자들은 이곳에서 침술과 약침, 추나요법 등을 통해 통증이 해소되자 환자와 보호자 모두 놀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전날 의료봉사를 했던 빈즈엉성 반푹병원에도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200여 명이 찾아와 진료실이 장사진을 이뤘다. 26, 27일 이틀 동안 한국 한의사들이 진료한 환자는 400여 명에 달했다. 대전시한의사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중단됐던 의료봉사를 엔데믹을 맞아 이번에 재개했다. 한의사들이 의료 봉사에서 초음파 기기 같은 의료기기를 활용하자 베트남 한의사들은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빈즈엉한방병원 팜두이탐 원장은 “한국 한의학의 훌륭한 기술을 배우고 싶다”면서 “특히 약침과 초음파를 함께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대전시한의사회 김용진 회장은 “초음파를 사용하게 되면서 어깨 및 목 통증이 발생했을 때 보다 정확한 위치에 약침을 놓는 치료가 가능해졌다. 현지에서 정기 세미나를 열고 기술을 전수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정부가 최근 발표한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에도 한의약 글로벌 교류 협력 활성화 지원 관련 내용이 있다”며 “국내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베트남에서 한방 통증크림 수출을 성사시킨 윤제필 한국건강산업협회장(필한방병원 원장)은 “베트남뿐 아니라 라오스, 캄보디아 등의 동남아 진출에도 노력하겠다”고 했다. 27일 빈즈엉한방병원을 깜짝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은 “직접 와보고 한의학의 인기를 실감했다”며 “2028년 개원 예정인 대전의료원에 통합의학을 할 수 있도록 한의학과도 개설하겠다”고 밝혔다. 빈즈엉성=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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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자 돌보다가 몸-마음 멍드는 요양보호사들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식사와 세면 등을 돕는 요양보호사가 서비스직 근로자와 비교할 때 직장 내에서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을 경험할 확률이 약 10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보훈병원 보훈의학연구소 민진령 부장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헬스케어’ 최신호에 게재한 ‘요양보호사의 직장 폭력 경험: 사무직과 서비스직 근로자와의 비교 연구’에 따르면 요양보호사들은 직장 내에서 정신적 또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할 위험이 5∼10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지난해 6∼10월 서울 지역 요양보호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국가 승인 통계인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활용해 분석을 했다. 요양보호사는 사무직 근로자와 비교할 때 정신적 또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할 위험이 각각 5배와 5.8배 높았다.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8.1배)이나 성희롱(7.9배) 위험은 더 높았다. 서비스직 근로자와 비교할 때는 정신적 또는 신체적 폭력을 경험할 위험이 각각 7.5배와 6배 높았다. 또 원하지 않는 성적 관심(9.9배), 신체적 폭력(8.9배), 성희롱(7.5배) 순으로 위험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팀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직장 내 폭력은 개인의 정신적 신체적 피해에 그치지 않고 근로 환경에도 영향을 미쳐 요양 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폭력은 개인이 아니라 조직 차원에서 막고 예방해야 한다”며 “직장 내 폭력을 당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등 요양보호사에 대한 개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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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고령화사회 국민건강증진에 앞장” 한국건강산업협회 출범

    한국건강산업협회는 23일 대전 유성구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창립총회와 학술세미나를 열었다. 초대 회장에 선출된 윤제필 필한방병원장은 이날 “한국사회가 직면한 저출생·고령화 등 여러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핵심 과제 중 하나가 바로 건강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고도화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체계화된 연구를 통한 기술개발, 유망 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가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바탕으로 산(産)·학(學)·연(硏)·병(病)의 유기적 협력 및 정부기관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정책제안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협회는 △ 건강산업 분야의 공동연구 및 개발 △건강산업 발전을 위한 교육 및 전문 인재양성 지원 △비지니스모델 발굴 및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위한 회원사 간 협력 지원 △회원·회원사간 네트워킹 자리 마련을 통한 글로벌 사업 추진 지원 △바이오헬스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건강산업 서비스 개발 지원 등을 목표로 삼고 있다.한국한의학연구원 BIG사업단과 한국뇌건강협회가 주관하고 필한방병원과 대전한방병원 뇌신경센터가 후원한 학술세미나에서는 이진형 미국 스탠퍼드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강민구 대전시 바이오헬스산업과장이 발제자로 참여했다.이 교수가 개발한 ‘뉴로 매치(Neuro Match)’는 두뇌 회로를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플랫폼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최첨단 기술이다. 뉴로매치는 환자의 뇌를 ‘디지털 트윈’으로 제작해 뇌의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치료약물개발·의료기기·정보기술(IT) 등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강 과장은 “대전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필두로 한 대덕연구단지 클러스터가 조성돼 있으며 전국에서 가장 많은 바이오벤처를 보유한 도시로 건강산업의 메카로 성장하기에 안성맞춤인 도시”라며 “한국건강산업협회가 대전이 세계적인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이날 행사에는 류호룡 대전한방병원 뇌신경센터 교수, 이도헌 카이스트 교수, 김용진 대전시한의사회장, 이언 우리들녹지국제병원 병원장, 이시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부장, 문진석 한의학연구원 부장, 최형일 한국뇌건강협회 의장, 이범용 이메디헬스케어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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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시대 최고 전문병원] 대구-경북 유일 화상병원, 대학병원급 인프라 갖춰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환자들이 우수한 중소병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독려해 ‘대형 병원 쏠림’ 현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제4기 1차 연도(2021∼2023년)에는 12개 질환, 7개 진료 과목을 대상으로 전문병원이 지정됐다. 12개 질환은 관절, 뇌혈관, 대장·항문, 심장, 수지 접합, 알코올, 유방, 척추, 화상, 주산기, 한방 중풍, 한방 척추이고 7개 진료 과목은 산부인과, 신경과, 소아청소년과, 안과, 이비인후과, 외과, 한방부인과다. 윤성환 대한전문병원협회 회장은 “복지부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있다”라며 “실력 있는 병원들이 외부에 잘 알려져 환자들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고 대학병원 쏠림도 완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본보는 국내 최고의 전문병원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첫 사례는 대학병원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화상전문병원인 푸른병원이다.》푸른병원은 대구 경북 지역에서 유일한 화상 전문병원으로 대구 화상 환자의 30%인 연간 1만여 명을 진료하고 있다. 특히 중증화상환자는 대부분 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 푸른병원은 화상 전문 의료진과 특화 진료 시스템, 차별화된 병동 운영,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 등으로 2011년부터 5회 연속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 현재 전문의만 화상외과 6명, 내과 1명, 정형외과 1명, 마취통증의학과 2명 등이 근무하며 유기적인 협진을 하고 있다.‘연중무휴’ 응급진료에 재난대응팀 운영 화상 환자는 초기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환부 감염을 예방하고 치료 후 나타날 수 있는 흉터와 관절구축 등 화상 후유장애를 줄이기 위해선 정확한 전문의 진단을 받아 신속한 초기 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중증화상 환자에겐 초기 치료 가능 여부에 생명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푸른병원은 연중무휴 화상외과 전문의가 상주하며 응급진료에 힘쓰고 있다. 또 화상 전문병원으로 지역 의료 안전망 역할도 하고 있다. 화재 등 각종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구와 경북, 경남 등 지역 소방본부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핫라인을 만들었으며 자체 재난대응팀을 구성해 중증 화상 환자의 초기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화상 환자를 위한 최적화된 진료 시스템 화상은 치료 후 흉터 등이 남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부작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선 피부 관리와 물리치료 등 추가 치료가 동반돼야 한다. 푸른병원은 피부 원상회복을 목표로 초기 치료부터 재활까지 원스톱 진료 서비스 시스템을 갖춰 환자 후유장애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또 화상치료센터, 고압산소치료센터, 물리치료·운동재활센터, 피부관리·피부재활센터, 척추·관절센터, 당뇨발센터 등 세분화된 센터를 운영해 전문성을 높이는 등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한 의료 인프라와 시스템 강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환자의 신체적인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인 안정을 위해 병원에 200여 점에 달하는 국내외 중견작가의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미술작품 전시회, 미술 심리 치료 활동 등을 통해 환자의 정서적 안정을 지지하고 있다. 푸른병원은 연구하는 병원이기도 하다. 매년 대한외과학회, 대한화상학회 등 국내 학회와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해 논문 발표를 하는 등 후학 양성과 의학계 발전을 위해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대학병원 수준의 화상치료장비 마련 푸른병원은 2019년 밀폐된 공간에서 고농도 산소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화상 환자의 통증과 흉터, 치료 기간을 줄이는 고압산소치료를 도입했다. 초기에는 1인용 챔버로 운영했다. 하지만 의료진과 동반 입실이 필요한 중증 화상 환자의 경우 1인용 챔버로는 치료가 어려웠다. 다인용 고압산소챔버는 가격이 비싼 반면 수가는 상대적으로 높지 않아 대학병원들도 도입할 때 부담을 느낀다. 김상규 푸른병원 원장은 “중증 화상 환자의 생존과 후유장애의 최소화를 위해서는 다인용 챔버의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지역을 대표하는 화상 전문병원이라는 사명감을 갖고 환자들에게 최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인용 챔버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2022년 1월 푸른병원은 1인용과 다인용 챔버를 모두 갖추고 다양한 상황에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한 고압산소치료센터를 열었다. 푸른병원의 1인용 고압산소치료챔버는 감염 위험이 있는 환자들의 개인별 치료가 가능하며 슬라이딩 베드 레일이 설치돼 거동이 불편한 환자 이송에도 용이하다. 다인용 고압산소치료챔버는 최대 6명이 동시에 치료할 수 있으며 의료진과 환자, 보조 장비 등이 함께 들어갈 수 있어 중증 화상 환자 치료에 적합하다. 또 중환자실 내 음압 병실, 에크모, 인공호흡기, 고투과성 인공신장기, 심폐용 혈액펌프, 연성 기관지경 등 각종 장비를 구비해 화상 치료만큼은 대형 대학병원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지역사회에 ‘찾아가는 화상 예방 교육’ 푸른병원은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병원’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사회 공헌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화상예방교육’을 실시해 화상의 위험성을 알리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올바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2015년부터 실시한 찾아가는 화상예방교육은 현재까지 905개 학급, 2만여 명의 학생이 수료했으며 2회 연속 교육 기부 우수 기관으로 지정됐다. 이 밖에도 저소득층 환자를 위한 의료비 지원사업과 아동복지시설인 새볕원 원생들을 대상으로 ‘골프인재육성사업’을 진행하며 정기 훈련, 해외 전지훈련, 대회 참가 등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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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세전류 활용한 ‘전자약’으로 우울증 치료 [이진한 의사·기자의 따뜻한 의료기기 이야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 우울증 치료 환자는 100만 명을 처음 넘어섰다. 최근 5년간 연평균 7.4%씩 증가했고 2018년과 비교하면 4년 새 33%나 늘었다.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 △수면장애 △체중 변화 △정신운동 초조나 지연 △피로나 활력의 상실 △무가치함이나 과도한 죄책감 △사고력이나 집중력의 감소 △죽음에 대한 생각 등 중에서 증상 5가지 이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의심해볼 수 있다. 최근 항우울제 위주의 우울증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치료법이 등장했다. 와이브레인이 개발한 우울증 전자약 마인드스팀이다. 임상을 담당했던 박진영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마인드스팀을 개발한 와이브레인의 이기원 대표에게 치료법의 원리를 들어봤다. 마인드스팀은 2mA의 미세 전류를 두피를 통해 대뇌피질까지 전달하는 치료법이다. 보통 우울증 환자들의 경우 전두엽 기능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나는데 미세전류를 이용해 전두엽을 활성화시켜며 우울증 증상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박 교수는 “우울증 치료는 지금까지는 약물치료가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최근 tDCS라는 전기자극을 이용한 우울증 전자약이 국내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먹는 약과 비슷한 치료 효과를 낸다는 측면에서 ‘전자약’으로도 불린다”면서 “실제 항우울제는 소화 과정을 거쳐 뇌로 전달되는 방식이라면 전자약은 소화 과정 없이 두피를 통해 전기 자극을 뇌로 직접 전달해 치료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마인드스팀은 경증 및 중등증의 우울장애 환자 치료를 위해 재택 확증 임상을 통해 병원과 재택 치료 모두 가능하다는 허가를 받았다. 2020년 진행된 국내 임상 결과 6주 동안 매일 30분씩 마인드스팀을 쓰면 경증 및 중등증의 우울 증상이 62.8%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인드스팀은 지금까지 국내 123개 병원에 도입된 상태다. 2022년 6월 비급여 처방 개시 이후 누적 처방 건수는 총 6만 건을 넘었다. 박 교수는 “마인드스팀 치료는 우울증 환자가 전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치료법이지만 특히 임산부, 수유를 하는 여성, 청소년, 항우울제에 부작용이 있는 환자들에게 항우울제에 대한 대안 치료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또 “항우울제를 복용해도 실제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한두 달 정도 걸리는데 초반에 항우울제와 함께 전자약을 활용하면 더 빠른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마인드스팀은 부작용에 대해서도 꽤 안전한 치료법”이라고 전했다. 마인드스팀을 병원에서 처방했을 때는 10명 중 1명 정도가 전기 자극 전달 패드가 닿는 피부에 통증이나 피부가 붉게 변하는 경미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의사의 처방에 따라 사용 방법을 잘 익히고, 증상이 발생한 경우 의료진과 소통하면 안전하게 사용이 가능하다. 마인드스팀의 또 다른 강점은 디지털 모니터링을 통해 객관적 치료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마인드스팀은 환자 사용 기록이 남기 때문에 실제로 치료를 받았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알 수 있고 치료 효과 판정 및 향후 치료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대표는 “조만간 급여화를 통해 더 많은 우울증 환자분이 비약물 재택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싶다”며 “가족들이 마음이 아플 때 집에서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반창고 형태로까지 마인드스팀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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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의대 교수가 ‘착취 사슬의 중간관리자’가 안되려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의료계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박 위원장은 한 신문 칼럼을 인용해 “수련병원 교수들은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불이익이 생기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들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착취의 사슬에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왔다”고 썼다. 글을 읽은 후 필자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한동안 ‘착취’라는 문구가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리고 20년 전 의대생·전공의 생활, 그리고 소위 ‘명의’로 불렸던 교수들이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교수들이 시키면 뭐라도 당연히 해야 했던 시절이었다. 환자 생명을 다루는 필수의료과 전공의들은 교수 앞에서 시원찮게 행동하거나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면 발길질 당하거나 철제 차트로 맞았다. 때로는 별다른 이유 없이 맞기도 했다. 어떤 교수는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전공의를 야단치기도 했다. 야단맞은 전공의는 굴욕감과 수치심으로 얼굴이 시뻘게졌지만 스승과 제자 관계라 참아야 했다. 한 달에 한 번 집에 가고 매일 야근을 해도 받는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었다. 그래도 전공의 시절만 잘 버티면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다. 더구나 의대 증원 2000명으로 직접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당사자는 전공의와 의대생이다. 교수는 2000명을 증원해도 가르쳐야 할 학생 수가 늘어나는 걸 빼면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게 없다. 의대 교수가 부족하면 현재 의대 교수들의 정년이 만 65세에서 만 70세로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착취의 사슬에 시달리다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에게 정부는 집단사직서 수리 금지, 필수의료 유지명령, 업무개시명령 등을 내밀었다. 그러자 전공의들은 휴식권, 사직권, 일반의로 일할 직업 선택의 자유, 강제 노역을 하지 않을 권리를 달라고 맞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공공병원장과 의대 학장들은 고질적인 시스템 문제에 대한 고민 없이 이제는 환자들을 위해 병원에 돌아오라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 6·25전쟁 등 힘든 상황에서도 배움을 멈추지 않았다며 어서 돌아오라고 한 대학 총장도 있었다. 돌아와도 시스템이 전혀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에겐 허공에 뜬 메아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전공의 병원 이탈로 인한 신음은 여기저기서 들린다. 서울대 의대 교수 41%가 주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절반가량이 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에선 전공의가 떠난 뒤 40여 일 만에 약 500억 원의 적자가 났다. 환자 쏠림 현상의 상징이 된 병원이면서 가장 매출이 많은 곳인 만큼 적자 폭도 큰 것이다. 의대 교수 상당수가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고 병원에서 막대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건 거꾸로 지금까지 전공의들이 그곳에서 수많은 스트레스와 우울증 등 고통을 감내하고 저임금 속에서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살았다는 이야기로만 비친다. 그래도 현재 의대 교수들은 당직 등으로 피로도가 극에 달했지만 기존 월급 정도는 받고 있고, 서울아산병원은 설립자가 환자 대상 진료에서 이익을 내지 말라는 설립 이념에 따라 세운 만큼 적자를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상당수 전공의는 실제로 전공의 과정을 포기하거나 군에 입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대표는 본인의 유튜브에서 “전공의 수련을 완전히 포기한 사람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생명을 다루는 필수 과일수록, 지방일수록, 전공의 수련을 하겠다는 마음이 붕괴되는 걸 보고 있다”고 했다. 개업하면 대개 경증 질환을 보게 되는 만큼 굳이 전공의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라는 직책이 ‘착취 사슬의 중간관리자’로 불리지 않고 존경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우선 전공의들에게 그동안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면서도 모른 척한 것과,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오랫동안 이어진 관습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전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머리를 맞대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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