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2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또다시 시장 예상보다 상승했다. 지속적인 주거비 상승에 이어 휘발유 가격이 깜짝 상승한 탓이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은 바꾸지 않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에 대한 연준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2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2월 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3.2% 상승해 1월 CPI 상승률(3.1%)보다 높아졌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3.1%)보다도 소폭 높은 수치다. 휘발유 가격 상승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전월 대비로는 0.4% 상승으로 1월 수치(0.3%)보다 높아졌고, 시장 전망치에는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대비 3.8%, 전월 대비 0.4% 뛰었다. 이 또한 시장 전망치(3.7%, 0.3%)를 웃돈 수치다. 근원 CPI 전월 대비 상승률 0.4%는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미 노동부는 주거비와 휘발유 가격이 CPI 상승분의 6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거비는 전년 대비 5.7%, 2월 전월 대비 0.5% 올라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지속적으로 전월 대비 하락해 오던 휘발유가격은 2월 3.8% 깜짝 상승했다. 이번 CPI가 주거비와 휘발유 부문 상승이 주로 반영됐다고 해도 미국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대로 내려가기에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핵심을 주거비나 식료품 부문이 아닌 서비스 부문으로 보고 주거비 비중이 덜한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를 중시하기에 향후 물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높다. 시장은 이번 CPI가 연준의 6월 금리 인하 전망을 바꿀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미 뉴욕증시 지수 선물이 예상보다 높은 CPI 발표 이후에도 소폭 상승세를 유지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CPI 발표 직후인 이날 오전 5월 인하 가능성을 약 13.4%, 6월 인하 가능성을 약 70%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주거비 비용이 여전히 전년 대비 6% 안팎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실제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해 보인다”며 “물가는 여전히 내려갈 것으로 보고있고, 물가 하락 수준을 생각하면 긴축적인 통화정책(실질 금리)도 강해지기 때문에 연준은 6월에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재집권하면 비트코인 결제를 허용하겠다.”11월 미국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11일(현지 시간) 경제매체 CNBC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7만2000달러까지 돌파한 암호화폐 비트코인을 두고 “또 다른 형태의 통화”라며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으로 과거 암호화폐를 “사기(scam)에 불과하며 마약 거래 등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고 혹평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태도다. 7일 국정연설에서 ‘증세’ 계획을 밝혔고, 암호화폐 규제 또한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자신이 최근 출시한 운동화 굿즈(Goods·기념품) ‘트럼프 스니커즈’를 많은 사람들이 암호화폐로 구매했음을 거론하며 “비트코인은 그 자체로 생명을 얻었다”고 했다. 직접 비트코인을 구매한 적은 없지만 백악관에 다시 입성한다면 “때로 비트코인을 통한 결제를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그의 행보를 두고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텔레그래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새 행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고 진단했다.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소셜미디어 ‘틱톡’ 규제를 놓고도 첨예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틱톡을 통해 미국인의 개인정보가 중국공산당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대대적인 규제를 천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틱톡 규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이날 많은 미국 젊은이가 틱톡을 애용한다며 “틱톡을 없애면 페이스북만 더 커진다. 페이스북은 국민의 적”이라고 주장했다. 페이스북은 2021년 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의 의회 난입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그의 계정을 2년간 정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일 “페이스북은 특히 선거철에 미국에 나쁜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 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주가는 4.4% 급락했다.전기차 업계도 양 캠프에 로비전을 펼치고 있다. 10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만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에도 관세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집권하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기업에 관세를 매기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1.4% 올랐다.경제 전문가들은 대선이 다가올수록 두 전·현직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금융시장과 산업계가 일희일비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본다. 특히 판세가 박빙일수록 시장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해외 투자자에게 왜 한국 주식은 덜 매력적인가요?” 요즘 미국 월가 관계자들을 만나면 꼭 하는 질문이다. 제대로 된 답을 듣기는 어려웠다.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이 없거나, 너무 복잡한 요인이 많아 뭐라고 딱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글로벌경제 부문 총괄인 클라우디오 이리고옌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외신 간담회에서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는 “한국 기업이 저평가된 게 아니라 미국 기술 기업이 고평가된 것일 수 있다. 미국 내에서도 지역은행 주식은 전혀 다른 상황이다. 특정 기업이 전체 미 증시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이 딱히 못나서가 아니라 엔비디아 등 미국의 대형 정보기술(IT) 기업 7개를 뜻하는 ‘매그니피센트7’에만 특이하게 돈이 몰린다는 의미다. 그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의 강세가 거품은 아니라면서도 “글로벌 투자자가 미국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2%대 무난한 회복세를 예상하면서 이는 “중국 경제의 회생에 달렸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나홀로’ 성장 속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본 마인드가 AI 등 혁신 분야 ‘스타’에 쏠려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한국 경제가 기술 혁신보다 여전히 중국 중간재 수출 기지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이 아쉽다. 한국 기업이 실제 가치보다 저평가 된 게 아니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주는 ‘혁신 스토리’에서 멀어진 것은 아닌가 싶은 대목이다. 미국은 강력한 소비 활동과 AI 덕에 경제의 기본 스토리가 ‘고물가-고금리’에서 ‘침체 따위는 없다’로 바뀌었다. 벤치마크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올 들어 16번째 신기록을 낸 이유다. 엔비디아는 8일 차익매물 실현에 따른 5%대 주가 하락에도 올 들어 시가총액이 1조 달러(약 1320조 원) 이상 늘었다. 엔비디아 칩을 제조하는 대만 TSMC도 AI 시대의 핵심 기업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일본 증시 또한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등의 관심을 받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주주서한에서도 “일본의 주주 정책이 미국보다 낫다”고 호평했다. 골드만삭스 또한 ‘M7’에 대항할 만한 일본 기업 7곳, 즉 ‘사무라이7’을 주목하고 있다. 성장률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에서도 스타 기업이 범유럽 지수 스톡스(Stoxx)600의 기록 경신을 이끌고 있다. 바로 비만약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다. 1년 동안 80% 상승했고, 최근에는 테슬라 시가총액도 넘어섰다. 노보노디스크와 반도체 장비기업 ASML 등 앞글자를 딴 ‘그래놀라스(GRANOLAS)’의 유럽 10개 기업도 최근 투자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스타 기업의 쏠림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최근 AI에서 뒤처진 애플이 ‘M7’에서 빠져야 한다는 말이 나오듯 과거 세계 시총 1위였던 기업도 혁신에서 뒤처지면 곧바로 외면받을 수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한 한국의 혁신 스토리가 나온 것은 언제였나. 왜 한국 경제의 혁신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지부터 되짚어야 할 때다.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미국과 유럽 통화정책을 총괄하는 두 수장이 동시에 올해 금리 인하 시점이 “머지않았다”고 언급하자 세계 시장이 요동쳤다. 이르면 여름 전에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등 서구 벤치마크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한국 등 아시아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7일(현지 시간) 미 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에 참석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확신할 시점이 그리 머지않았다(not far from)”고 답했다. “물가상승률이 지속적으로 2%에 이를 것이란 확신이 생겨야 인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천명했으나, 의원들이 ‘그때가 언제냐’고 되묻자 조기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같은 날 유럽에서도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처음으로 내비쳤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한 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이후 “아직 인하 시점을 논의하지 않았으며, 인플레이션 진전 데이터가 더 필요하다”라면서도 “6월엔 훨씬 더 많이 (물가 둔화 상황을) 알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 시기를 거론했다. 파월 의장과 라가르드 총재는 금리 인하가 ‘적절한 시점’에 가능하다는 뜻이었지만 시장은 예상보다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두 수장의 발언 직후 세계 증시는 물론이고 외환시장, 원자재 시장도 들썩거렸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올해 들어 16번째 최고점을 경신했고, 범유럽 벤치마크인 스톡스600 지수도 처음으로 500 선을 넘어 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코스피 종가도 전 거래일보다 32.73포인트(1.24%) 오른 2,680.35로 집계됐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0.23%), 대만 자취안지수(0.47%) 등도 올랐다.美-유럽, ‘6월 금리인하’ 기대감… ‘끈적한 물가 상승’이 변수美연준-ECB, 금리 조기인하 시사글로벌 증시 상승, 달러 가치는 하락… 코인-金도 상승 “시장 야성 살아나”인플레 재상승땐 조기인하 어려워… “韓, 美와 별개로 하반기 인하 유력” “시장은 이제 두려움(fear)이 사라졌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연준 인사들은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줄곧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데다 미 경제는 고강도 긴축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파월 의장은 6, 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결국 “머지않아”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답을 내놓았다.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까지 6월을 언급하며 기름을 끼얹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정책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상승 등으로, 한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끈적거리는 물가(sticky price)’가 이어지고 있어 인하 시점을 낙관해선 안 된단 반론도 만만치 않다.실제로 8일 발표된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은 27만5000명으로 시장 전망치 20만 여명을 상회해 미국 노동 시장이 여전한 강세를 보여줬다. 노동시장 강세는 인플레이션 상승압박을 의미한다.● 6월 금리인하설… 끈적거리는 물가가 변수 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8%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대체로 6월론이 우세하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7, 8월 열리는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금리를 낮춰 정치적 논란을 피할 것이란 분석도 월가에선 힘을 얻고 있다. 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 역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물가가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실질금리가 올라간다”며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낫다”며 6월 인하를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 첫 인하를 단행해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시장 전망치(2.9%)를 상회했다. 파월 의장이나 라가르드 총재는 “실시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물가가 계속 끈적거린다면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갈 수도 있다. 연준 내에선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브레이크에 두 발이 달려 있다고 여기지만, 한 발만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아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단 뜻이다.●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 살아났다” 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처음 5,000 선을 돌파한 S&P500은 이날 올 들어 16번째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경신했고, 비트코인도 최근 6만9000달러(약 9094만 원)를 뚫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animal spirit)’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4.96까지 올랐다가 8일 기준 102대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로 금 선물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크다. AI 대표 주자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4.47% 상승해 926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 등 제약사가 상승세를 주도하며, 대만은 TSMC 등 반도체주가 강세다. 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32.73포인트) 오른 2,680.3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3% 상승한 2,688.00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원 떨어진 1319.8원에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으로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해 물가가 안정돼야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한은은 상반기(1∼6월) 같은 정책을 유지하다가 하반기(7∼12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2월 미국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이 27만5000명 늘어나 시장 전망치 20만 여명을 상회했다. 미국 노동 시장이 시장 전망보다는 여전히 강력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만 실업률은 3.9%로 시장 전망치(3.7%)보다 올라 냉각 징후도 함께 보여줘 시장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바꿀 정도의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간) 미 노동부는 의료 및 공공 일자리, 외식 서비스, 운송업 일자리 증가에 힘입어 2월 신규 고용이 27만5000여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을 뿐 아니라 지난 12개월 동안의 월평균 증가폭인 23만 여명보다도 높은 수치다. 특히 외식 서비스 분야 일자리는 2월에도 4만2000여 명을 추가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에도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력한 성장세와 더불어 서비스 부문 임금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 수준을 보여주는 시간당 평균 급여는 0.1%, 전년 대비 4.3% 증가해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실질임금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고용보고서는 인플레이션과 미 경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어 연준의 정책 경로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지표로 꼽힌다. 시장은 이번 고용보고서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전날 금리 인하 시점이 “멀지 않았다”고 발언한 수준에 영향을 줄 것인지에 주목했다. 신규고용은 예상치를 크게 상회했지만 실업률은 높아져 고용보고서가 나온 직후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혼조세를 보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 선물은 소폭 상승세로 전환됐다. 다만 이번 고용보고서가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지배적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이번 고용보고서에 대해 “서비스 물가가 생각보다 고집스럽게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며 “상품 물가 하락도 둔화돼 서비스 물가를 상쇄해주지 않는 다면 우려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시장은 이제 두려움(fear)이 사라졌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연준 인사들은 1월 연방공개시자위원회(FOMC) 이후 줄곧 신중한 톤을 유지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자체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데다, 미 경제는 고강도 긴축에도 상승세를 타고 있어 서두를 이유가 없다. 파월 의장은 6, 7일 미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이었지만, 결국 “머지 않아” 확신을 얻을 수 있을 거란 답을 내놓았다.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까지 6월을 언급하며 기름을 끼얹었다. 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에서 완화로 ‘피벗(pivot·정책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거란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글로벌 자산시장 상승 등으로, 한 번 오르면 잘 내려가지 않는 ‘끈적거리는 물가(sticky price)’가 이어지고 있어 인하 시점을 낙관해선 안 된단 반론도 만만치 않다.●6월 금리인하설…끈적거리는 물가가 변수미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정책금리 선물 투자자들은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7~8%포인트 올렸다. 시장은 대체로 6월 론이 우세하다.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7, 8월 열리는 공화당·민주당 전당대회 전에 금리를 낮춰 정치적 논란을 피할 것이란 분석도 월가에선 힘을 얻고 있다.손성원 로욜라메리마운트대 금융경제학 교수 역시 “연준이 기준 금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물가가 내려가면 결과적으로 실질금리가 올라간다”며 “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면 금리를 빨리 내리는 게 낫다”며 6월 인하를 전망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5월에 첫 인하를 단행해 분기마다 0.25%포인트씩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문제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3.1%로 시장 전망치(2.9%)를 상회했다. 파월 의장이나 라가르드 총재는 “실시간 데이터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기 때문에, 물가가 계속 끈적거린다면 상반기 금리 인하는 물건너 갈 수도 있다. 연준 내에선 인플레이션 재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브레이크에 두 발이 달려 있다고 여기지만, 한 발만 밟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현재 금리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아 고금리를 유지할 수 있단 뜻이다.●“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 살아났다”시장은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거침없는 랠리를 펼치고 있다. 지난달 처음 5000선을 돌파한 S&P500은 이날 올 들어 16번째에 해당하는 최고점을 경신했고, 비트코인도 최근 6만9000달러(약 9094만 원)를 뚫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마이클 하트넷은 “금융시장의 ‘동물적 야성(animal spirit)’이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금리 인하 가능성에 달러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달 104.96까지 올랐다가 8일 기준 102대로 떨어졌다. 달러 약세로 금 선물도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이런 흐름은 인공지능(AI) 열풍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측면도 크다. AI 대표주자 엔비디아는 이날 하루 4.47% 상승해 926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유럽은 덴마크 노모 노디스크 등 제약사가 상승세를 주도하며, 대만은 TSMC 등 반도체주가 강세다.한국도 영향을 받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4%(32.73포인트) 오른 2,680.35에 마감했다. 장중 한때 1.53% 상승한 2688.00까지 올랐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원 떨어진 1,319.8원에 마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결정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 내다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으로선 인플레이션이 여전해 물가가 안정돼야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도 “한은은 상반기(1~6월) 같은 정책을 유지하다가 하반기(7~12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오픈AI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테슬라와의 합병이다.” 2018년 2월 1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테슬라와 오픈AI의 합병을 종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창업자 겸 수석과학자 등 일부 오픈AI 간부에게 보냈다. 다만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당시 수신자에 포함되지 않았다. 머스크는 오픈AI의 창업 초기에 총 45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투자한 초기 투자자다. 머스크는 해당 이메일에서 “테슬라가 오픈AI의 캐시카우(수익 창출원)가 돼야 한다”는 이름이 가려진 지인의 이메일을 첨부해 오픈AI 경영진을 설득하려 했다. 오픈AI가 현금 조달만으로는 성공적인 생성 AI 플랫폼을 구축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대체 수익원을 찾아야 하고, 이에 테슬라와의 합병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오픈AI는 5일(현지 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6년 전 머스크의 이메일을 공개했다. 최근 머스크는 오픈AI의 영리사업은 설립 당시 ‘비영리법인’으로서의 계약을 위반했다며 “오픈AI가 보유 기술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오픈AI가 머스크야말로 애초에 “AI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면서 오픈AI를 영리법인으로 이끌려고 했던 장본인이라며 ‘맞폭로’에 나섰다. 머스크는 소장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이며 세계 최대 기술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오픈AI는 이 역시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 내부로 들여오고, 지분 대다수를 갖고, 이사회를 통제하려 했을 뿐 아니라 오픈AI의 CEO까지 맡으려 했다”고 반박했다. 머스크 같은 특정 개인이 오픈AI를 통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그 제안을 거절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픈AI는 “우리가 깊이 존경했고 더 높은 목표를 갖도록 영감을 준 인물이 우리의 경쟁업체를 출범시킨 데 이어 우리를 고소까지 해 슬프다”라고 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는 오픈AI가 이번에 공개한 이메일에 따라 머스크가 주장하는 계약 위반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테슬라가 구글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2018년 2월 1일 오전 3시52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와 오픈AI의 합병을 종용하는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일리아 수츠케버 등 오픈AI 공동 창업자들에게 보냈다. 당시 머스크와 오픈AI 창업자들은 인간수준의 일반인공지능(AGI)에 도달하려면 비영리 조직의 몇 천억 원 자금으로는 택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의 경쟁자는 시가총액이 1조 달러(1330조 원)이 넘는 구글이었다. 머스크는 이 이메일에서 “(테슬라와 합병하더라도) 오픈AI가 구글의 대항마가 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도 0%는 아니다”라며 ‘테슬라가 오픈AI의 캐시카우가 돼야 한다’는 이름이 가려진 지인의 이메일을 첨부해 설득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머스크와 샘 올트먼 등이 오픈AI 공동 창업자들로서 동지이던 시절의 이 이메일은 오픈AI가 5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폭로한 내용이다. 머스크가 지난주 오픈AI의 영리사업은 설립당시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며 오픈AI 기술을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자 머스크야말로 애초에 오픈AI를 영리법인으로 이끌려고 했던 장본인임을 폭로한 것이다. 또 머스크가 소장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closed-source)이며 세계 최대 기술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실상 자회사로 변했다”고 주장한데 대해서도 오픈AI는 “머스크는 오픈AI를 테슬라 내부로 들여오고, 지분 대다수를 갖고, 자신이 이사회를 통제하며 오픈AI CEO도 맡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개인이 오픈AI를 통제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해 거절했더니 머스크는 회사를 떠나며 지원하리고 한 자금을 보류했다.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창업자가 그 간극을 메워 운용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폭로했다. 오픈AI의 머스크에 대한 반박글에는 오픈AI 창업초기 구글과 AI로 경쟁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두려움, 결국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는 절박함 등도 담겨 있었다. 창업한 해 2015년 이메일에도 올트먼이나 수츠케버가 총 1억 달러 투자 모금을 발표하려 하자 머스크는 “10억 달러라고 발표해야 구제불능(hopless)으로 보이지 않는다. 못 구하면 내가 더 내겠다”며 어떻게든 구글의 딥마인드 등에 대항마로 포지셔닝 하려는 모습이 드러났다. 오픈AI는 머스크가 총 4500만 달러(599억 원)를 초기자금으로 투자했고, 다른 투자자들이 총 9000만 달러(1198억 원) 이상을 냈다고 밝혔다. 또 오픈AI는 2016년 수츠케버가 머스크에게 “오픈AI의 오픈의 의미는 AI를 개발한 뒤 그 과실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내부 ‘과학’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자 머스크가 “그렇다”고 답한 메일도 공개됐다. 지난해 올트먼 오픈AI CEO 축출 사태의 주역으로 지목됐던 수츠케버 수석과학자는 머스크가 구글에서 빼내 온 천재 과학자로 AGI 개발의 리더로 꼽힌다. 오픈AI는 블로그에서 “머스크와 우리는 (창업 2년 차인) 2017년에 이르러서야 엄청난 투자가 필요함을 알았고 머스크는 그 누구보다 이를 알고 있었다”며 “우리가 깊이 존경했고 우리가 더 높은 목표를 갖도록 영감을 준 인물이 우리에게 실패할 것이라 말하고 경쟁업체를 출범시킨 데 이어 우리를 고소한 데 대해 슬프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일부 법률 전문가들은 머스크와 오픈AI 창업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근거로 머스크의 계약 위반 혐의가 법정에서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물가 상승률이 충분히 내려가고 있다는 더 많은 증거가 나와야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파월 의장은 1월 이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는 ‘금리 인하 신중론’을 재차 밝힌 것이다. 1월 물가상승률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어 인플레이션 재상승 우려가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파월 의장의 발언에 ‘깜짝 뉴스’가 없자 이날 뉴욕증시는 소폭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파월 의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우리는 좀 더 확신(confidence)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금 더 많은 지표를 보고 싶다”며 “우리는 지금보다 더 나은 인플레이션 지표가 아닌 더 많은 증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조금더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자회견에서도 했던 발언과 거의 동일했다. 이날 민주당 측 의원들은 ‘연준의 높은 기준 금리가 서민들의 주거비를 올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러차례 불었는데, 파월 의장은 “금리 인하에 신중하고 신중하게 접근해야한다”고 답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파월 의장 발언 이후 큰 변동 없이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여전히 무게를 싣고 있다. 파월 의장은 또 미국 경제에 대해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낙관론으로 대응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좋은 길을 가고 있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은 “생각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 폭락 등 상업부동산 위기조짐이 확산되는 것에 대해서도 시스템적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의 답변과 톤이 시장 전망과 일치함에 따라 증시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5.86포인트(0.20%) 오른 3만8,661.05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26.11포인트(0.51%) 상승한 5,104.76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91.95포인트(0.58%) 뛴 1만 6,031.54로 장을 마쳤다. 모두 3거래일 만에 반등한 수치다. 시장의 낙관론 속에 엔비디아는 이날에도 3.18% 올라 887달러에 장을 마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비트코인이 5일 장중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6만8990달러를 찍었던 이전 기록을 2년 4개월 만에 갈아치웠다. 비트코인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22년 초부터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같은 해 11월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사태까지 겹쳐 한때 1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후 약 300% 이상 급등했다. 가상화폐 거래 앱 스완의 코리 크립스텐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150여 번이나 ‘가상화폐는 죽었다’는 선언이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살아남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비트코인이 1년 반여 만에 300% 뛴 주요 원인으로 미 금융당국이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허용했다는 점이 꼽힌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1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신청한 11개 현물 ETF를 승인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시장에 출시된 ETF 총자산은 500억 달러(약 66조8000억 원)에 육박한다. 또 이날 하루 동안 약 100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가 ETF를 통해 이뤄졌다. 가상화폐 자산 관리사 갤럭시디지털에 따르면 1일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4%가 새로운 ETF에 묶여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사 플랫폼에 얹을지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최근 주식 채권 등 주요 금융자산이 잇따라 상승하면서 가상화폐 또한 동반 상승세에 접어들 것이란 낙관론 등이 꼽힌다. 또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다음 달 말로 예상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비트코인은 특정 시기에 채굴량이 반으로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공급 감소로 기존 비트코인의 몸값이 올라갈 여건이 만들어진다. 다만 가상화폐 회의론자들의 경고 또한 상당하다. 이들은 변동성이 상당히 크다는 점을 문제삼는다. 5일에도 6만9000달러를 찍은 직후 14% 이상 급락할 정도로 등락 폭이 커 투자 주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비트코인이 5일(현지시간) 장중 6만90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11월 팬데믹 자산 랠리 가운데 6만8990달러를 찍었던 이전 기록을 2년 4개월 만에 갈아 치운 것이다. 2022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과 더불어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였던 FTX 파산 사태로 1만60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비트코인이 이후 300% 이상 상승한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 앱 스완의 코리 크립스텐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150여 번이나 ‘가상화폐는 죽었다’는 선언이 있었지만 비트코인은 살아남았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밝혔다. 비트코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은 여전하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이 “가상화폐는 범죄용”이라고 비판했고, 게리 갠슬러 미 증건거래위원회(SEC) 위원장도 규제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이 1년 반 만에 300% 뛴 배경으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허용이 꼽힌다. SEC는 1월 10일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이 신청한 11개 현물 ETF를 승인한바 있다. 시장에 출시된 ETF 총 자산은 500억 달러(66조8000억 원)에 육박하고 5일 현재 하루동안만 약 100억 달러(13조40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거래가 ETF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암호화폐 자산 관리사인 갤럭시 디지털에 따르면 1일 현재 기준으로 전 세계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4%가 새로운 ETF에 묶여 있는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모건스탠리도 현물비트코인ETF에 대한 실사를 진행중이며 자사 플랫폼에 얹을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향후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한 제도권 투자기관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비트코인 상승의 또 다른 배경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과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시장이 강세장으로 전환되며 낙관론이 주류로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4년마다 돌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다음달 말로 예상된 점도 상승에 도움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에는 비트코인 하루 채굴량이 현재 900개에서 450개로 줄어드는 등 공급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승승장구 속에서도 가상화폐 회의론자들의 경고음도 여전하다. ETF로 일반 투자자들도 접근성이 높아졌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최고치를 경신한 이날도 6만9000달러를 찍은 직후 다시 14%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은 여전히 투기성 상품이라는 비판도 높다. 무디스의 라지브 밤라 디지털 금융 수석부사장은 “디지털 금융 생태계, 특히 가상화폐 시장의 앞길은 변동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유럽연합(EU)이 애플의 ‘인앱결제’(앱스토어 내부 결제) 관행에 과징금 18억4000만 유로(약 2조7000억 원)를 부과하면서 빅테크 반(反)독점 규제에 불을 붙였다.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5억 유로를 3배 이상 뛰어넘은 역대급 ‘벌금 폭탄’으로 미국뿐만 아니라 국내 인앱결제 갈등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4일(현지 시간) 성명에서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앱을 유통하는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 ‘iOS’(애플의 모바일 운영체제) 사용자가 음악 스트리밍 구독에 훨씬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고 과징금 부과 이유를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과 함께 앱스토어를 시장에 내놓은 후 16년 동안 인앱결제 시 30% 수준의 수수료, 즉 ‘통행세’를 받아 앱 간 경쟁을 방해하고 ‘애플뮤직’ 같은 자사 앱이 유리하도록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U는 2019년 스웨덴 음악 스트리밍 앱 기업 ‘스포티파이’의 제소로 조사를 시작해 애플이 인앱결제를 통해 음악 앱 경쟁사들에 불이익을 주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는지를 집중 진단한 끝에 이번 결정을 내렸다. 애플에 대한 EU의 천문학적인 과징금 부과는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빅테크 규제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 법무부 또한 주요 빅테크에 규제를 가할 뜻을 밝혔다. 다만 애플이 실제로 2조7000억 원을 낼지는 미지수다. 애플은 아일랜드에 밀린 세금 130억 유로를 내라는 EU의 명령에 대해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이번 과징금 부과에도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애플과 구글은 한국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해 10월 과징금 부과에도 반발하고 있다. 한국은 앱 마켓 사업자가 특정한 결제 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2021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앱결제 강제금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을 제정했다. 이후 방통위는 구글과 애플에 각각 475억 원, 20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두 회사가 방통위의 과징금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이 결정이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EU의 과징금 부과가 애플과 구글의 태도 변화로 이어질지 관심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EU와 한국 법 체계가 다른 부분이 있지만 애플에 대한 EU의 과징금 부과 조치가 (방통위에)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애플이 제출한 의견서를 세밀하게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애플이 EU에 대해서는 적극적 개선 방안을 내놓는 반면 상대적으로 한국에서는 움직임이 더디다는 점이다. 애플은 한국에서도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제정된 뒤인 2022년 6월 인앱결제 방식 외에도 제3자 결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수수료율은 플랫폼 자체 인앱결제(최대 30%)보다 4%포인트 낮은 26%로 책정했다. 유럽에서 최대 13%포인트까지 인하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겉보기에는 애플이 한국 법을 준수한 듯 보이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인앱결제를 유도하는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제3자 결제 방식을 선택하면 26%의 수수료 외에도 추가로 결제 대행업체 및 카드사 수수료 등이 붙는다. 이 경우 실질적인 수수료가 30%를 넘어 제3자 결제방식을 선택한 사업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손해라는 지적이 나온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야당 공화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9연승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재대결 가능성이 높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2일(현지 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43%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8%)에게 5%포인트 뒤졌다. 오차범위 내이긴 하나 12월 같은 조사(2%포인트 차)보다 격차가 벌어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가 올라가서라기보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탓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 유권자들 가운데 둘 모두 싫다는 이른바 ‘더블 헤이터스(double haters)’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더 떨어지는 것이다. NYT는 “인기 없는 전직 대통령 트럼프보다 현직 대통령 바이든의 인기가 더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바이든 국정 운영’ 부정평가 최고치 바이든 대통령의 위기는 미국인들이 느끼는 국정 운영에 대한 불만, 고령에 대한 의구심 등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NYT와 시에나대가 2월 25∼28일 미 유권자 9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47%로 NYT 자체 조사 중 가장 높았다. 미 증시가 연일 최고점을 찍고 있지만 경제가 좋다고 느끼는 유권자는 26%에 그쳤다. 특히 18∼29세 젊은 층 가운데 ‘경제가 매우 좋다’는 응답은 0%, ‘좋다’도 14% 수준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호감도 격차도 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감도는 2020년 10월에 43%, 2024년 2월에 44%로 비슷한 수준이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기간 52%에서 38%로 수직 하락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불법이민자 급증, 인플레이션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 원인은 그가 단순히 인기가 없다는 것 자체”라고 분석했다. 여성과 비(非)백인 등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이 약화된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20년 대선 당시 출구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대학 졸업을 하지 않은 유색인종 유권자로부터 72%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과 50%포인트 이상 격차를 과시했다. 하지만 이번 NYT 조사에서는 47%로 트럼프 전 대통령(41%)과 겨우 6%포인트 차로 좁혀졌다. 2020년 대선 당시 여성 지지율도 바이든 대통령이 15%포인트 높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동등하게 각각 46%씩 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48%)은 2015년 그가 대선 주자로 NYT 여론조사에 처음 등장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른바 민주당의 ‘집토끼’가 흔들리면서 경합주에서 비상이 걸렸다. 최근 블룸버그통신-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조지아주, 미시간주 등 7개 경합주 모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9%포인트 뒤졌다.● 바이든 또 말실수, 가자-우크라 혼동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미주리주, 미시간주, 아이다호주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하며 5일 16개 지역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에 사실상 대선 후보로 쐐기를 박겠다는 구상이다. 그가 대의원 36%(전체 2429명 중 874명)를 뽑는 이날 압승할 경우 마지막 남은 경선 경쟁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사퇴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일 버지니아주 유세에선 불법이민 문제를 거론하며 “전 세계 교도소 인구가 수십 년 만에 가장 적은 것은 수십 년간 수감자들이 미국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며 “이 멍청한 인간(바이든)은 이것도 이해 못할까”라고 했다. 또 “바이든은 미 공립학교를 난민캠프로, 미국을 범죄와 질병이 만연한 쓰레기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 와중에 1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를 혼동하는 말실수를 했다. 그는 이날 가자지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하던 중 “조만간 우리는 항공으로 우크라이나에 구호품을 뿌리는 일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비상에 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1일 ‘우먼 포 바이든’(바이든을 위한 여성들) 캠페인에 나섰다. 바이든 여사는 “(트럼프는) 일생 동안 여성을 비방하고 낮춰 봤다. 그는 여성과 우리 가족들에게 위험하다”며 맹폭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백발에 커다란 뿔테 안경, 선명하게 빨간 입술까지….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패션 아이콘인 아이리스 아펠이 1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103세.뉴욕타임스(NYT) 등은 미 뉴욕 사교계 명사인 아펠이 플로리다 팜비치 자택에서 이날 숨졌다고 보도했다. 아펠은 화려한 색생과 스타일의 의상, 목과 팔에 감은 과감한 액세서리 등 개성 넘치는 패션 세계를 보여준 인물로 유명했다. 1921년 뉴욕에서 태어난 아펠은 1950년대 남편 칼 아펠과 함께 회사 ‘올드 월드 위버스’를 세우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 화장품 업계 거물 에스티 로더를 고객으로 두는 등 성공을 거둔 데 이어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등 역대 미 대통령 9명의 백악관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 명성을 떨쳤다.아펠이 패션계 명사로 떠오르며 광고, 패션잡지 모델로 활약한 것은 80세가 넘어서다. 마텔사는 2017년 그의 모습을 본뜬 바비 인형을 만들기도 했다. 97세가 되던 2019년에는 세계 최대 모델 에이전시 IMG와 계약을 맺었다.아펠은 3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스스로를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10대’라고 소개했다. 또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적으면 지루하다(More is more & less is a bore)”라고 자신의 패션관을 밝혔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선호하는 물가지수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가 1월 전년대비 2.8% 올라 시정 전망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의 정책 목표인 2%에 부합한 수치지만 전월 대비 상승률이 재상승 징후를 보인 상태다. 뉴욕증시 지수 선물은 PCE 발표 직후 상승폭을 소폭 확대했다. 29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1월 헤드라인 PCE 물가지수가 전년대비 2.4%올라 지난해 12월(2.6%)에 비해 내려갔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에 7%대로 정점을 찍었던 것에 비해 연준의 정책 물가 목표치에 근접한 수치다. 전월 대비로는 0.3% 상승으로 지난해 9월(0.4%) 이후 가장 높았다. 연준이 정책목표 기준으로 삼는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대비 2.8% 올라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근원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주거비 서비스 내구재 등의 물가를 의미한다. 전월 대비로도 0.4% 올라 시장 예상과 일치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부문별로는 서비스 가격이 전월 대비 0.6% 상승했고, 상품 부문은 0.2% 하락했다. 12개월 기준으로는 서비스가 3.9% 상승하고 상품이 0.5% 하락했다. 서비스는 끈적한 인플레이션, 상품 부문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날 전망치를 벗어난 데이터는 개인 소득 증가였다. 예상치인 0.3%를 훨씬 상회하는 1%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지출은 0.2% 증가 예상과 달리 0.1% 줄었다. 이번 PCE 발표는 연준의 전망치에 하락세를 보이던 다우지수 선물이 상승세로 전환하고 나스닥지수 선물 등이 상승폭을 소폭 키웠다. 금리 선물 시장을 반영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5월 인하 가능성을 약 20%, 6월 인하 가능성을 약 65% 가량 평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도 6월 인하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가운데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경제학자는 28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올해 5월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며 5월에 0.25%포인트 인하를 시작으로 분기마다 0.25%포인트 씩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애플이 ‘꿈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천명하며 10년 동안 수조 원을 쏟아부었던 ‘애플카(Apple Car) 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됐다. 최근 기술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이 ‘게임 체인저’로 부상하자 전기차를 차세대 주력으로 삼았던 애플이 백기를 들고 동참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27일(현지 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은 자동차 개발팀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SPG)’ 임직원 2000여 명에게 개발 프로젝트 중단을 공지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날 회의를 소집해 직접 해산 소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윌리엄스 COO 등은 애플카를 중단하는 이유로 ‘AI 투자 확대’를 들었으며,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의 애플카 포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위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의 분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발맞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추고 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
“애플카(Apple Car)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 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선언은 현재 빅테크들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미래 산업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애플로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장벽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에서 뒤처졌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 중단 사유로 AI 투자 확대를 거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약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된다”며 “자동차 디자이너 등 애플카 특화 인력은 해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일부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3년 만인 2014년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사업으로 ‘타이탄 프로젝트’라고 불린 전기차 개발을 야심차게 지휘했다. 자동차는 AI와 결합한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었고, 테슬라가 등장해 전통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다. 컴퓨터 관련 선두업체인 애플로선 후발주자라도 ‘바퀴 달린 아이폰’으로 게임 체인저가 될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제너럴모터스 전직 임원인 필 에이브럼스는 WSJ에 “애플은 당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우라가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탑승자 안전과 교통 이슈 등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는 자동차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처럼 기아자동차와 생산 파트너십을 도모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도 쉽게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고군분투하던 애플이 애플카의 2025년 출시 예정일을 2028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챗GPT의 등장이 몰고 온 미래 기술 시장의 변화였다. 생성형 AI는 소비자 기기를 비롯한 모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현지 매체들은 “애플은 테슬라를 잡으려다 오픈AI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처진 현실을 직시하고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시장은 애플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소식이 나온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0.8% 상승으로 마감했다. 쿡 CEO가 1일 실적 발표 뒤 콘퍼런스 콜에서 “올해 말이면 AI 관련 흥미로운 발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 생성형 AI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애플카에 집어넣은 자원을 AI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빅테크인 구글이나 아마존도 AI 전쟁에 전력을 쏟고 있다.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분위기인데도 이들은 대규모 감원을 이어가며 AI 투자를 천명하고 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애플이 ‘꿈의 자율주행 자동차’를 천명하며 10년 동안 수조 원을 쏟아 부었던 ‘애플카(Apple Car) 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됐다. 최근 기술 전쟁에서 인공지능(AI)이 ‘게임 체인저’로 급속도로 부상하자 전기차를 차세대 주력으로 삼았던 애플도 백기를 들고 동참을 선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미 뉴욕타임스(NYT) 등은 27일(현지 시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은 자동차개발팀 ‘스페셜 프로젝트 그룹(SPG)’ 임직원 2000여 명에게 개발 프로젝트 중단을 공지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이날 회의를 소집해 직접 해산 소식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윌리엄스 COO 등은 애플카를 중단하는 이유로 ‘AI 투자 확대’를 들었으며,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할 것으로 전해졌다.애플의 애플카 포기에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위축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자동차 업계 분석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로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이에 발맞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추고 있다.“애플카(Apple Car)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애플의 자율주행 전기차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선언은 현재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가열되고 있는 ‘미래 산업 전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애플로서는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 장벽이 예상보다 훨씬 높았던 데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촉발한 AI 경쟁에서 뒤쳐졌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2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케빈 린치 애플카 프로젝트 책임자는 내부 회의에서 애플카 중단 사유로 AI 투자 확대를 거론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프로젝트 관련 임직원 가운데 약 3분의 1은 AI 관련 부서 등으로 재배치된다”며 “자동차 디자이너 등 애플카 특화 인력은 해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이미 일부는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2011년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뒤 3년 만인 2014년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차세대 사업으로 ‘타이탄 프로젝트’라고 불린 전기차 개발을 야심차게 지휘했다. 자동차는 AI와 결합한 ‘바퀴달린 컴퓨터’로 진화하고 있었고, 테슬라가 등장해 전통 자동차 산업을 흔들었다. 컴퓨터 관련 선두업체인 애플로선 후발주자라도 게임체인저가 될 승산이 있다고 여겼다. 제너럴모터스 전직 임원인 필 에이브람스는 WSJ에 “애플은 당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아우라가 있었다”고 전했다.하지만 자동차는 스마트폰이 아니었다. 탑승자 안전과 교통 이슈 등 복잡한 문제가 엮여 있는 자동차 시장은 진입 장벽이 생각보다 높았다. 애플은 아이폰을 제조하는 대만 폭스콘처럼 기아자동차와 생산 파트너십을 도모하려다 무산되기도 했다.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도 쉽게 진척을 보이지 않았다. 뉴욕타임스(NYT) 등은 최근 “홀로 고군분투하던 애플이 애플카의 2025년 출시 예정일을 2028년으로 미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챗GPT의 등장이 몰고온 미래 기술 시장의 변화였다. 생성 AI는 소비자 기기를 비롯한 모든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현지 매체들은 “애플은 테슬라를 잡으려다 오픈AI 손을 잡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뒤쳐진 현실을 직시하고 결국 폐지로 가닥을 잡았다”고 전했다. 시장은 애플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애플카 프로젝트 중단 소식이 나온 이날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0.8% 상승으로 마감했다. 쿡 CEO가 1일 실적발표 뒤 컨퍼런스 콜에서 “올해 말이면 AI 관련 흥미로운 발표를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내 생성 AI 모델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만큼 애플카에 집어넣은 자원을 AI에 공격적으로 투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I에 뒤쳐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또 다른 빅테크인 구글이나 아마존도 AI 전쟁에 전력을 쏟고 있다. 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을 뛰어넘는 분위기인데도 이들은 대규모 감원을 이어가며 AI 투자를 천명하고 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 CEO는 지난달 “우선순위(AI)에 투자할 수 있는 역량을 모으려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사진)이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올린 게시글로 촉발된, 소셜미디어에서 ‘표현의 자유’에 제동을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미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에서 가려지게 된다.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이 허위 정보나 선동 가능성이 있는 ‘위험한’ 콘텐츠를 언론처럼 편집할 권리가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연방대법원은 26일 소셜미디어 업체가 자체적으로 문제 게시물을 삭제하고, 해당 계정을 차단하는 것을 금지한 텍사스주, 플로리다주의 법을 두고 첫 구두 변론을 진행했다. 이들 주 지방법원은 ‘표현 및 출판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에 입각해 소셜미디어의 게시글 삭제 등이 월권이라고 봤으나 상위 법원에서 판단이 엇갈려 결국 연방대법원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온라인 시대 수정헌법 1조를 두고 벌이는 가장 중요한 재판”이라며 “정치, 경제적으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했다. 이번 소송의 시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게시글이 1·6 사태를 선동했다며 당시 트위터가 계정을 정지한 것이다. 이에 보수 성향 주지사를 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공화당 우세주)’인 텍사스주와 플로리다주는 소셜미디어 업체의 콘텐츠 조정 능력을 대폭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여기에는 진보 성향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보수 성향 콘텐츠를 검열하고 있다는 보수층의 반발이 작용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와 X, 구글 등을 회원으로 둔 이익단체 ‘넷초이스’는 이러한 법이 과도하다며 ‘줄소송’을 걸었다. 넷초이스 측은 이날 변론에서 “소셜미디어는 사실상 언론이라 편집권이 있다”며 “트위터는 신문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플로리다주 변호인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신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언론보다는 ‘공론장’에 가까워 업체가 콘텐츠를 편집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NYT에 따르면 이날 4시간에 걸친 변론 뒤에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해당 법에 따라 제한받는 기업이 너무 광범위하다”고 밝힌 반면 보수 성향인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우리 사회의 발언을 제한할 수 있다는 개념은 수정헌법 1조에 전적으로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다만 유해 콘텐츠라도 그대로 둬야 한다는 주장에는 공통적으로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기존 판례 등을 근거로 “수정헌법 1조는 표현의 자유뿐 아니라 개인과 기업이 동의하지 않는 생각을 전달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권리까지 보장한다”고 분석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달에 온 걸 환영한다(Welcome to the Moon).” 22일(현지 시간) 미국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우주탐사선 ‘오디세우스’(노바-C)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미 우주선의 달 안착은 52년 만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티븐 올티머스 인튜이티브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오후 6시 23분(미 동부시 기준) 달 착륙 성공 소식을 알리며 “우린 달에 있고, 제대로 신호를 보낸다”며 “놀라운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지원한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넬슨 국장도 “오늘, 반세기 만에 미국이 달에 돌아갔다”며 “인류의 승리”라고 기뻐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2012년 NASA 출신들이 만든 스타트업이다. 로켓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맡았다. 현지 매체들은 “스타트업의 도전과 빅테크의 공조, 정부 지원이라는 3박자가 어우러져 새로운 ‘이정표(milestone)’를 세웠다”고 전했다.‘아폴로’ 지켜봤던 이란 소년, 52년만에 美를 다시 달로 보냈다 NASA 출신이 창업한 ‘인튜이티브’잇단 실패끝 민간 첫 달착륙 성공美, 기업 도전에 기술-자금 지원머스크-베이조스의 도전도 한몫 “미국이 달에 돌아왔다(The US has returned to the moon).” 1969년 열한 살 때 고향 이란에서 이웃집 TV로 인류 최초의 달 착륙 장면을 지켜본 소년은 줄곧 우주를 가슴에 품어왔다. 열여덟 살엔 꿈을 이루려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48년 뒤인 22일(현지 시간), 소년의 꿈은 현실이 됐다. 캄 가파리안(66)이 창업한 스타트업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오디세우스(노바-C)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이뤄냈다. 민간기업의 꿈을 실현시킨 오디세우스는 미 동부시 기준 22일 오후 6시 23분(한국 시간 23일 오전 8시 23분) 달 남극에서 300km 떨어진 분화구 ‘말라퍼트 A’ 지점에 착륙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디세우스가 제대로 수직으로 선 채 자료를 전송하고 있다”며 “달 표면을 찍은 첫 이미지를 내려받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이번 성공엔 미 스타트업의 기업가정신과 정부의 풍부한 인재 풀 및 투자 지원 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이른바 미국의 ‘뉴스페이스(New Space)’ 경제가 결실을 보기 시작한 셈이다. 공학자이자 사업가인 가파리안은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스티븐 올티머스와 함께 2012년 인튜이티브머신스를 세웠다. 초기는 헬스케어 분야에 주력했지만, 2018년 NASA가 달 남극에서 임무를 수행할 민간기업을 찾는다는 소식에 방황을 선회했다. 이른바 NASA의 ‘상업 달 탑재체 서비스(CLPS)’ 프로그램이다. 올티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이 우리 DNA와 맞지 않아 ‘달 탐사’를 선택했다”며 “우린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은 멋진 이들과 일한다”고 했다. 실패를 경험으로 여기는 우주광들의 도전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여러 정부도 쓴맛을 본 달 탐사는 민간기업에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ASA와 계약을 맺은 애스트로보틱도 지난달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직원 140여 명(2022년 기준) 중 상당수가 NASA 출신. 착륙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자체항법시스템 개발 등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NASA에서 1억1800만 달러(약 1573억 원)를 지원받고,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오디세우스는 달을 탐사하는 기존 임무와 별개로 화가 제프 쿤스의 달 형상 작품과 아웃도어기업 컬럼비아의 우주선 보호 단열재 등도 함께 싣고 갔다. 다가올 우주 경제 시대에 대비해 “달에 여러 인프라를 구축해 새로운 지구를 만드는 꿈을 반영했다”고 한다.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는 미국 괴짜 기업가들이 이끈 혁신도 밑바탕이 됐다.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는 2002년 ‘화성 이주’를 목표로 세계 최초의 궤도 발사체 재활용을 통해 로켓 산업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도 자신의 꿈을 담은 블루오리진스를 설립해 2021년 로켓을 타고 우주 관광에 성공했다. 미 월가는 “뉴스페이스 경제 덕에 향후 우주산업이 2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항공우주연구원장)는 “미 민간기업이 달 착륙까지 성공한 건 스페이스X 등의 혁신과 더불어 미국의 풍부한 인력풀, 산업 공급망과 같은 저변 확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효율적 개발비 운용을 바탕으로 민관이 손잡고 우주 탐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