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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관저 앞에서 탄핵 찬성 반대 싸움이 나려고 해서 경찰이 금을 그었다고 하더라고요. ‘오징어 게임’ OX 게임 후 숙소 안엣 선 긋고 싸우는 모습과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합니다.”‘오징어 게임’ 시즌2를 연출한 황동혁 감독(54)은 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말했다. 탄핵 찬반을 두고 갈라진 한국의 모습과 ‘오징어 게임’ 시즌2의 OX 게임 모습이 똑 닮았다는 것. 그는 “작품에 현실을 반영하고 싶었는데 현실이 점점 그쪽으로 가고 있다”며 “무섭고 슬프고 섬뜩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개인적으론 대의제 민주주의에 위기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투표를 통해 다수결로 한 방에 모든 것을 결정하는 이 시스템이 맞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죠.”지난해 12월 26일 ‘오징어 게임’ 시즌2가 공개된 이후 황 감독이 국내 언론과 만난 건 이번이 처음. 시즌2에 대해 호불호가 갈린 점을 의식한 듯 그는 1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말을 조심히 고르면서도 현안에 대해선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냈다.그는 시즌2에 공개 이후 소감을 묻자 “왕관의 무게를 느꼈다”며 “기대와 우려가 모두 교차하는 작품이라 공개 후부터 떨리는 마음으로 작품 공개 후 반응을 지켜봤다”고 했다.“아쉽다는 반응을 보면서 뭔가 부족했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좋아하는 분들 반응도 보고 시청시간도 잘 나와서 다행입니다. 한국엔 우울한 일들 투성인데 새해 연말에 좋은 소식 들려줘서 감사하죠.”그는 평범한 소시민이자 선량함을 간직한 인물이었던 기훈(이정재)이 시즌2에서 진중한 성격으로 변한 점에 대해 “‘돈키호테’ 같은 인물을 그리고 싶었다. 어림도 없지만 풍차를 부수려고 달려드는 ‘돈키호테’의 모습과 기훈의 반란이 비슷한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아직 사람을 믿고,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결심한 사람이 세상에 부딪히면서 스스로 망가져 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기훈은 점점 게임을 끝내겠다는 목표에 사로잡혀서 원래 자기가 가진 신념과 가치를 조금씩 잃어간다. 결국 ‘작은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이 게임을 여기서 끝내야 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타락하고 망가진다”고 했다.새로운 게임을 만든 점에 대해선 “시즌1을 만들 때 탈락한 게임 리스트를 다시 뒤져봤다. 공기놀이, 제기차기, 비석치기 등이 하나만 놓고 보면 너무 단순한 게임 같아 5인 6각 5종 경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특히 동요 ‘둥글게 둥글게’와 함께 진행되는 짝짓기 게임에 대해서는 “단순하면서도 되게 잔인한 게임”이라며 “껴안을 때는 유대감을 주지만, 누군가를 떼어내 강한 아이들끼리 그룹을 지으면 박탈감과 패배감을 주는 묘한 놀이라 꼭 세 번째 게임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그는 타노스를 연기한 그룹 빅뱅 출신 탑(최승현)의 캐스팅 논란에 대해선 “오디션을 오래 진행하고도 타노스에 맞는 배우를 찾지 못했고, 누군가 가져온 리스트에 이름이 있어 제작사를 통해 연락했다. 대마초로 모든 것을 그만둔 친구가 자신과 너무 닮은 역할을 맡는 것을 오래 고민한 것 같다. 이후 오디션 겸 대본 리딩을 하면서 가능성을 좀 봤다”고 했다. 특전사 출신 트랜스젠더 현주(박성훈)가 고(故) 변희수 하사를 비롯한 미국의 트랜스젠더 군인 사례들이 모티브가 됐다면서 “현주란 인물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다. 현주를 통해 우리나라에서도 성소수자를 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료? 진짜야?” 1994년 12월 일본 요코하마. 한 할머니가 집 대문을 열자 배낭을 멘 남자아이가 서 있었다. 손자 ‘료’였다. 네 살 때 유괴돼 생사를 알 수 없던 아이가 일곱 살이 돼 돌아온 것. 할머니는 기쁨에 무릎을 꿇고 소년을 힘껏 끌어안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이는 유괴당했다기엔 너무 멀쩡했다. 더군다나 아이는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았다. 아이에겐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존재의…’는 일본 작가의 추리·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대형 제과회사 사장이 괴한에게 납치된 사건을 다룬 ‘죄의 목소리’(2016년·비엔엘)처럼 스릴러에 천착해 온 작가가 이번엔 어린이 유괴 사건을 그렸다. 일본 서점 직원들이 투표하는 ‘일본 서점대상’ 3위에 오를 정도로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소설은 1991년 12월 소년 2명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유괴되면서 시작된다. 범인은 경찰이 전력을 다해 피해자를 구출하는 유괴 사건의 특성을 노렸다. 가짜 유괴와 진짜 유괴를 각각 벌여 경찰 인력을 분산시킨 것이다. 경찰은 총력을 다하지만 결국 범인을 체포하지 못했다. 그런데 3년 뒤 갑자기 료가 멀쩡히 살아서 돌아왔다. 이후 다시 30년이 흐른다. 당시 경찰 출입이던 신문기자가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의 죽음을 계기로 마지막 취재를 결심한다. 끈질긴 취재 끝에 유명 사실화 화가가 사실 과거 유괴 사건의 피해자 ‘료’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료의 3년에 대한 진실이 서서히 세상에 드러나는데…. 점차 소설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번 신작의 장점은 꼼꼼한 묘사. 신문기자 출신답게 작가는 유괴 사건과 경찰 수사에 대한 사실적이면서도 건조한 묘사를 선보인다. 주인공으로 기자를 내세워 숨겨진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린 점도 매력적이다. 범인의 정체가 아니라 ‘공백의 3년’에 무게중심을 둔 서술 방식은 작품을 르포 기사가 아닌 ‘문학’으로 승화시키는 지점이다. 느긋한 주말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싶은 독자에게 추천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역대 넷플릭스 작품 가운데 공개 첫 주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위에 올랐다. 1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첫 주인 12월 넷째 주(23∼29일)에 총 68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이던 2022년 11월 미국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1의 5010만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조회수는 시리즈의 인기 정도를 러닝 타임이란 변수를 제거하고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첫주 시청 시간’으로도 신기록을 세웠다. 7부작인 시즌2는 총 러닝 타임이 7시간 10분으로 세계적으로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1이 세웠던 기록(4억4873만 시간)을 넘어섰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콘텐츠들의 공개 시점이 달라 공개 첫 주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시청자 반응을 가늠하는 경우가 많다. 시즌1도 시즌2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12월 넷째 주 시청 시간 순위 3위(6710만 시간)에 오르며 ‘역주행’했다. 누적 시청 시간도 이미 역대급이다. 시즌2는 공개 1주 만에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TV쇼 부문 7위에 올랐다. 현재 누적 시청 시간 1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1(22억520만 시간)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역대 넷플릭스 작품 가운데 공개 첫 주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위에 올랐다.1일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시즌2는 공개 첫 주인 12월 넷째 주(23∼29일)에 총 680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이던 2022년 11월 미국 드라마 ‘웬즈데이’ 시즌1의 5010만 조회수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청 수는 시리즈의 인기 정도를 러닝 타임이란 변수를 제거하고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오징어 게임 시즌2는 ‘첫주 시청 시간’으로도 신기록을 세웠다. 7부작인 시즌2는 총 러닝 타임이 7시간 10분으로 세계적으로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2021년 9월 넷째 주(20∼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 1이 세웠던 기록(4억4873만 시간)을 넘어섰다.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는 콘텐츠들의 공개 시점이 달라 공개 첫 주 시청 시간을 기준으로 시청자 반응을 가늠하는 경우가 많다. 시즌1도 시즌2의 흥행 성공에 힘입어 12월 넷째 주 시청 시간 순위 3위(6710만 시간)에 오르며 ‘역주행’했다.누적 시청 시간도 이미 역대급이다. 시즌2는 공개 1주 만에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TV쇼 부문 7위에 올랐다. 현재 누적 시청 시간 1위는 오징어 게임 시즌1(22억520만 시간)이다.미디어 연구소 ‘K엔터테크허브’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시즌1은 제작비 약 250억 원을 투입해 약 1조 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수익률이 제작비 대비 약 40배에 이른다. 시즌2 제작비는 시즌1의 4배인 약 1000억 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한정훈 K엔터테크허브 대표는 “시즌2도 제작비 대비 최소 10배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늦어서 죄송합니다. (업로드) 완료입니다.” 지난해 12월 26일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 ‘후후티비’. 웹사이트 운영자 ‘기훈이형’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7편 전 회차를 올리며 이런 글을 올렸다. 신작 공개 당일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무단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고 알린 것이다. 해당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신작은 31일 기준 조회 수가 2800만 회를 넘어섰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벌써부터 ‘도둑 시청’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넷플릭스가 공개 전부터 보안에 극도로 신경 썼지만, 불법 웹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심각한 상황이다. 심지어 불법 웹사이트에 올라온 오징어 게임은 고화질로 끊김 없이 볼 수 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자막 설정도 가능하다. 누누티비, 티비위키, 티비몽 등 불법 웹사이트에는 “빛의 속도로 올라왔다”, “덕분에 넷플릭스 비용 아꼈다”는 한국어 댓글도 달리고 있다. 문제는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데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16일 누누티비 등 불법 웹사이트 운영자가 구속 기소됐지만, 보름 뒤 신작들이 버젓이 유통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관계자는 “단속을 해도 ‘누누티비’ 이름만 베낀 새로운 불법 사이트들이 생겨나 대응이 쉽지 않다”며 “유사 사이트들을 추적 수사 중이지만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인터넷주소(URL) 차단만 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특히 중국은 불법 공유가 더 활개를 치고 있다. 현재 중국 콘텐츠 평가 사이트 ‘더우반(豆瓣)’엔 오징어 게임 시즌2 리뷰가 7만 건 이상 올라와 있다. 중국에서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으로 시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1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 ‘도둑 시청’은 이제 일상”이라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국제 저작권 보호단체인 ‘ACE’ 회원사로 불법 유통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창작자들의 노력이 담긴 소중한 콘텐츠의 불법 유통은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라며 “세계의 다양한 모니터링 기관들과 협력해 불법 콘텐츠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늦어서 죄송합니다. (업로드) 완료입니다.”지난달 26일 불법 스트리밍 웹사이트 ‘후후티비’. 웹사이트 운영자 ‘기훈이형’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의 7편 전 회차를 올리며 이런 글을 올렸다. 신작 공개 당일 넷플릭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무단으로 작품을 볼 수 있다고 알린 것이다. 해당 불법 사이트에 올라온 신작은 31일 기준 조회 수가 2800만 회를 넘어섰다.지난달 26일 공개한 오징어 게임 시즌2가 벌써부터 ‘도둑 시청’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넷플릭스가 공개 전부터 보안에 극도로 신경 썼지만, 불법 웹사이트들이 기승을 부리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 심각한 상황이다.심지어 불법 웹사이트에 올라온 오징어 게임은 고화질로 끊김 없이 볼 수 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자막 설정도 가능하다. 누누티비, 티비위키, 티비몽 등 불법 웹사이트에는 “빛의 속도로 올라왔다”, “덕분에 넷플릭스 비용 아꼈다”는 한국어 댓글도 달리고 있다.문제는 불법 행위가 벌어지는데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16일 누누티비 등 불법 웹사이트 운영자가 구속 기소됐지만, 보름 뒤 신작들이 버젓이 유통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보호과 관계자는 “단속을 해도 ‘누누티비’ 이름만 베낀 새로운 불법 사이트들이 생겨나 대응이 쉽지 않다”며 “유사 사이트들을 추적 수사 중이지만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어 인터넷주소(URL) 차단만 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특히 중국은 불법 공유가 더 활개를 치고 있다. 현재 중국 콘텐츠 평가 사이트 ‘더우반’(豆瓣)엔 오징어 게임 시즌2 리뷰가 7만 건 이상 올라와 있다. 중국에서 넷플릭스가 정식 서비스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으로 시청했을 가능성이 높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1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내 ‘도둑 시청’은 이제 일상”이라고 지적했다.넷플릭스는 국제 저작권 보호단체인 ‘ACE’ 회원사로 불법 유통에 적극 대응하고 있지만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창작자들의 노력이 담긴 소중한 콘텐츠의 불법 유통은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라며 “세계의 다양한 모니터링 기관들과 협력해 불법 콘텐츠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앞다퉈 감상평을 내놓으며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다만 작품에 대한 온도 차는 큰 편이었다. 영국 BBC는 26일(현지 시간) ‘지옥 같은 세계로의 환영받는 귀환’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신작에 별 5개 중 4개를 부여했다. BBC는 “시즌1만큼 큰 성공을 거둘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주인공 이정재의 ‘인생 역할’이다. 이정재가 2022년 드라마 부문 에미상을 수상했는데 다음 시상식에서는 더 많은 수상자가 나올 것”이라고 호평했다. 미국 영화 매체 버라이어티는 “자본주의적 착취, 도덕성의 훼손, 계급 불평등 같은 현대 한국 사회를 괴롭히는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새로운 각도로 조명함으로써 시즌1과 반복되는 점을 대부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즌2의 유일한 문제점은 2025년 공개되는 시즌3를 기다리는 고통스러운 기다림뿐”이라고 평했다. 반면 시즌1에 못 미친다는 부정적 평가도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오징어 게임이 빨간불을 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스타일리시한 살육을 보여 주지만, 이야기가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가디언도 “할리우드의 많은 나쁜 습관 중 하나는 수익을 두 배로 늘리기 위해 이야기를 반으로 쪼개는 것”이라며 시즌2가 미완으로 끝난 점을 비판했다. 미 영화매체 할리우드리포터는 “재미와 기발함이 부족했고, 게임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디테일이나 통찰력도 결핍됐다”고 했다.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이날 공개된 AP통신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시즌3 공개 시점에 대해 “아마 내년 여름이나 가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시즌2와 3를 나눈 이유에 대해선 “원래 스토리를 8∼9화에 걸쳐 쓸 계획이었지만, 이야기를 끝내고 보니 10화 이상으로 늘어났다. 한 시즌에 담기에는 너무 길다고 생각했다”며 “시즌2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적절한 지점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10, 20년 후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장편 영화를 생각 중”이라며 “‘오징어 게임’보다 더 어둡고 잔인하지만, 동시에 꽤 기발하고 유머러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오징어 게임’ 3년만에 돌아왔다… 시즌2 공개“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 세계를 한국의 전통놀이에 빠지게 했던 ‘오징어 게임’이 시즌2로 3년 3개월 만에 돌아왔다. 26일 오후 5시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되며 ‘오겜의 시간’이 다시 시작된 것. 전작처럼 한국의 옛 ‘골목 놀이’에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의 생사를 건 게임을 접목시켜 인간성의 위기, 자본주의 폐해 등 민낯을 날카롭게 그린다. 공기놀이, 비석치기 등 한국적 놀이도 신규 투입됐다. 여기에 참가자들의 반란과 이를 진압하는 상황도 그려져, 비상계엄 등 한국의 최근 혼란 상황이 연상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동혁 감독은 “이런 시국에 공개되는 건 운명”이라고 했다. “기가 막히고 의미 있게 확장됐다”, “인간의 심리를 더 깊게 파고들었다”며 해외 평단의 반응도 뜨겁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달고나 게임’…. 2021년 9월 첫선을 보인 ‘오징어 게임’은 작품만큼이나 한국의 옛 ‘골목 놀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즌1 공개 후 달고나를 사 먹기 위해 한국 광장시장에 해외 관광객이 붐비고, 전 세계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득 채운 것. 거대 로봇 ‘영희’를 모르는 이가 없고, 구슬치기가 유행할 정도로 K게임이 사회 현상이 됐다. 26일 공개된 시즌2에선 어떤 게임이 등장해 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될까. 시즌2의 주 내용은 프런트맨(이병헌)과 기훈(이정재)의 대결이다. 한국을 떠나려던 기훈은 프런트맨과 통화한 뒤 복수를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 기훈은 전작처럼 456번을 부여받고, 프런트맨은 기훈 몰래 001번으로 참가한다. 기훈과 프런트맨은 참가자들의 선악 본성을 자극하고 인간성이 무엇인지 묻는 것. 황동혁 감독은 26일 공개된 보도자료에서 “이야기의 가장 메인 축은 ‘프런트맨’과 ‘기훈’의 대결”이라며 “‘다스베이더’의 길을 택한 ‘프런트맨’은 인간이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 갈등은 후반부 결국 기훈이 참가자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고, 이 반란을 프런트맨이 잔인하게 진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훈이 “대의를 위해 작은 희생을 감수하자”며 체력이 약한 참가자들이 죽는 상황을 묵인하고, 프런트맨이 참가자들을 진압한 뒤 “영웅 놀이는 끝”이라고 지적하는 것. 일각에선 이 장면이 12·3 비상계엄 상황을 생각나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우 이정재는 “시즌1에서 참가했던 게임이 끝난 후 ‘기훈’은 강한 책임감, 즉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이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며 “게임의 주최자들이 ‘기훈’의 시동을 걸었다”고 했다. 게임의 기본 규칙은 시즌1과 거의 유사하다. 시즌1처럼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 원의 상금을 두고 잔혹한 게임을 벌인다. 게임에서 탈락하면 죽고, 살아남은 이들만 다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점도 동일하다. 시즌2는 규칙이 업그레이드됐다. 먼저 게임 중단 ○× 투표를 매 게임 뒤 한다는 규칙이 추가된 것. 각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시즌2 참가자들의 오른쪽에 ‘○’ ‘×’ 찍찍이가 붙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다시 등장한다. 거대 로봇 ‘영희’가 얼음일 때 움직이는 참가자를 발각하면 살인 병정들이 참가자들을 죽이는 방식은 동일하게 구성됐다. 반면 한국과 세계의 취향을 절묘하게 섞은 게임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신작의 두 번째 게임은 ‘5인 6각’. 다섯 명이 옆 사람의 다리를 묶고 무지개색 동그란 원을 제한 시간 안에 돌아야 한다. 물론 난관은 더 있다. 5명이 각각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놀이, 제기차기라는 놀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짝짓기 게임’도 있다. 먼저 참가자들은 회전목마가 가운데 놓여 있는 커다란 원형 공간에 서 있다. ‘둥글게∼둥글게∼’라는 여자아이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원형 공간이 돌아가고, 어느 순간 화면에 숫자가 뜬다. 또 시즌1에서 딱지치기만 보여줬던 딱지남(공유)은 더 나아가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와 ‘러시안룰렛’을 섞은 새로운 게임을 선보인다. 실력보단 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한국과 세계의 게임을 혼합해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 노란색, 분홍색, 초록색 등 형형색색 가득한 세트장의 색감은 1편 그대로지만, 참가자들이 죽은 뒤 남긴 핏자국을 카메라가 자주 비추며 색을 통한 비극성을 강조했다. 무한궤도의 노래 ‘그대에게’처럼 한국 가요도 흘러나오고, 특유의 OST를 일렉트로닉 버전으로 변주하는 등 음악적 변화도 눈에 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해병대의 기수문화가 불러오는 경례 장면처럼 한국인들만이 읽어낼 수 있는 유머 코드도 가득하다. 기훈의 생일이 10월 31일 ‘핼러윈 데이’이고, 2화 제목이 ‘핼러윈 파티’라는 점 때문에 시즌3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제2의 ‘깐부 할아버지’(오영수)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2021년 공개 후 세계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오징어 게임’ 시즌1은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오일남 역할을 맡은 배우 오영수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처음으로 연기상(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조연의 힘을 보여줬다. 시즌2는 다른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찰 만한 스타 배우들이 조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 만큼 이들의 활약에도 눈길이 간다. 시즌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탈북민 ‘노을’(박규영)이다. 노을은 북한군 출신의 탈북민으로 마음에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간다. 북에 두고 온 아이를 찾는 것 외에는 어떤 관심도 없다. 노을은 게임에 병정으로 참가한다. 분홍색 옷을 입고 얼굴을 오징어 가면으로 가린 채 탈락자를 총으로 쏴 죽인다. 시즌1에서는 탈북민 캐릭터 ‘새벽’(정호연)이 참가자였지만, 시즌2에선 병정으로 탈바꿈됐다. 주로 참가자들 시선에서 게임을 바라봤던 시즌1과 달리 살인자에게도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게임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한다. ‘현주’(박성훈)도 눈여겨볼 캐릭터다. 현주는 원래는 남자였지만, 여성으로 성별을 바꾸는 과정에 있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다. 성전환 수술을 더 받기 위해 게임에 참가했다. 현주는 사회에선 차별받았지만 게임 내에서 언제나 약자에게 친절하다. 군인 출신이라 후반부 대규모 총격전을 이끄는 주요 역할을 맡았다. 약자가 오히려 강자에 대한 포용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시즌1의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도 폭넓게 담았다. 먼저 투자 권유 유튜버 ‘명기’(임시완)와 그의 여자 친구 ‘준희’(조유리)가 각자 게임에 참가한다. 명기는 유튜브를 통해 코인 투자를 권유했지만, 코인이 폭락하자 쫓기는 신세다. 준희 역시 코인 투자에 실패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게임 내에서 서로 갈등하면서도 도우며 긴장감을 더한다. 기훈(이정재)의 동네 친구 ‘정배’(이서환)도 게임에 참가한다. 정배는 시즌1에서 기훈과 함께 경마장에 다니고,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기훈의 요청을 거절한 인물. 시즌1에서 서울대 출신 동네 친구 ‘상우’(박해수)처럼 기훈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는 인물이다. 기훈이 자신의 속마음을 순순히 털어놓고 의지하는 인물로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 다른 참가자의 사연도 가슴을 절절히 울린다. 아들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엄마 ‘금자’(강애심)와 그의 아들 ‘용식’(양동근)처럼 모자(母子)가 함께 참가한 경우도 있다. 화가 ‘경석’(이진욱)은 병에 걸린 어린 딸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참가했다. 해병대 출신 ‘대호’(강하늘)처럼 막무가내지만 극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인물도 주목할 만하다. 참가자들의 사연에 신파가 짙긴 하지만, 풍부한 사연이 분명한 동기를 부여해 서사의 설득력을 높인다. 기훈과 대척점에 서서 게임을 운영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사연도 나온다. 왜 프런트맨이 게임을 운영하는지, 현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니게 됐는지 등 시즌1에서 미처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가 담긴 것. 프런트맨의 동생 ‘준호’(위하준)가 기훈과 함께 형을 찾으려 하는 과정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달고나 게임’…. 2021년 9월 첫선을 보인 ‘오징어 게임’은 작품만큼이나 한국의 옛 ‘골목 놀이’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즌1 공개 후 달고나를 사 먹기 위해 한국 광장시장에 해외 관광객이 붐비고, 전 세계 지하철 승강장 내 딱지치기를 패러디한 영상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득 채운 것. 거대 로봇 ‘영희’를 모르는 이가 없고, 구슬치기가 유행할 정도로 K-게임이 사회 현상이 됐다. 26일 공개된 시즌2에선 어떤 게임이 등장해 다른 재미를 선사하게 될까.시즌2의 주 내용은 프런트맨(이병헌)과 기훈(이정재)의 대결이다. 한국을 떠나려던 기훈은 프런트맨과 통화한 뒤 복수를 위해 다시 게임에 참가한다. 기훈은 전작처럼 456번을 부여받고, 프런트맨은 기훈 몰래 001번으로 참가한다. 기훈과 프런트맨은 참가자들의 선악 본성을 자극하고 인간성이 무엇인지 묻는 것. 황동혁 감독은 26일 공개된 보도자료에서 “이야기의 가장 메인 축은 ‘프런트맨’와 ‘기훈’의 대결”이라며 “‘다스베이더’의 길을 택한 ‘프런트맨’은 인간이란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이 갈등은 후반부 결국 기훈이 참가자들을 모아 반란을 일으키고, 이 반란을 프런트맨이 잔인하게 진압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기훈이 “대의를 위해 작은 희생을 감수하자”며 체력이 약한 참가자들이 죽는 상황을 묵인하고, 프런트맨이 참가자들을 진압한 뒤 “영웅 놀이는 끝”이라고 지적하는 것. 일각에선 이 장면이 12·3 비상계엄 상황을 생각나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우 이정재는 “시즌1에서 참가했던 게임이 끝난 후 ‘기훈’은 강한 책임감, 즉 양심의 가책을 느꼈고 이는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며 “게임의 주최자들이 ‘기훈’의 시동을 걸었다”고 했다.게임의 기본규칙은 시즌1과 거의 유사하다. 시즌1처럼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456명의 참가자가 456억 원의 상금을 두고 잔혹한 게임을 벌인다. 게임에서 탈락하면 죽고, 살아남은 이들만 다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점도 동일하다.시즌2는 규칙이 업그레이드됐다. 먼저 게임 중단 OX 투표를 매 게임 뒤 한다는 규칙이 추가된 것. 각 게임이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이 참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시즌2 참가자들의 오른쪽에 ‘O’ ‘X’ 찍찍이가 붙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 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다시 등장한다. 거대 로봇 ‘영희’가 얼음일 때 움직이는 참가자를 발각하면 살인 병정들이 참가자들을 죽이는 방식은 동일하게 구성됐다.반면 한국과 세계의 취향을 절묘하게 섞은 게임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신작의 두 번째 게임은 ‘5인 6각’. 다섯 명이 옆 사람의 다리를 묶고 무지개색 동그란 원을 제한 시간 안에 돌아야 한다. 물론 난관은 더 있다. 5명이 각각 딱지치기, 비석치기, 공기놀이, 팽이놀이, 제기차기라는 놀이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짝짓기 게임’도 있다. 먼저 참가자들은 회전목마가 가운데 놓여 있는 커다란 원형 공간에 서 있다. ‘둥글게~둥글게~’라는 여자 아이의 노래가 흘러나오면 원형 공간이 돌아가고, 어느 순간 화면에 숫자가 뜬다. 또 시즌1에서 딱지치기만 보여 줬던 딱지남(공유)은 더 나아가 ‘가위바위보 하나 빼기’와 ‘러시안룰렛’을 섞은 새로운 게임을 선보인다. 실력보단 운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한국과 세계의 게임을 혼합해 긴장감을 더욱 높인다.노란색, 분홍색, 초록색 형형색색 가득한 세트장의 색감은 1편 그대로지만, 참가자들이 죽은 뒤 남긴 핏자국을 카메라가 자주 비추며 색을 통한 비극성을 강조했다. 무한궤도의 노래 ‘그대에게’처럼 한국 가요도 흘러나오고, 특유의 OST를 일렉트로닉 버전으로 변주하는 등 음악적 변화도 눈에 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이순신 장군의 명언, 해병대의 기수문화가 불러오는 경례 장면처럼 한국인들만이 읽어 낼 수 있는 유머 코드도 가득하다. 기훈의 생일이 10월 31일 ‘할로윈 데이’고, 2화 제목이 ‘할로윈 파티’라는 점 때문에 시즌3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제2의 ‘깐부 할아버지’(오영수)의 자리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2021년 공개 후 세계적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오징어 게임’ 시즌1은 조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오일남 역할을 맡은 배우 오영수는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처음으로 연기상(남우조연상)을 받으며 조연의 힘을 보여줬다. 시즌2는 다른 드라마에서 주연을 꿰찰 만한 스타 배우들이 조연을 맡아 화제를 모은만큼 이들의 활약에도 눈길이 간다. 시즌2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탈북민 ‘노을’(박규영)이다. 노을은 북한군 출신의 탈북민으로 마음에 상처를 지닌채 살아간다. 북에 두고 온 아이를 찾는 것 외에는 어떤 관심도 없다. 노을은 게임에 병정으로 참가한다. 분홍색 옷을 입고 얼굴을 오징어 가면으로 가린 채 탈락자를 총으로 쏴 죽인다. 시즌1에서는 탈북민 캐릭터 ‘새벽’(정호연)이 참가자였지만, 시즌2에선 병정으로 탈바꿈됐다. 주로 참가자들 시선에서 게임을 바라봤던 시즌1과 달리 살인자에게도 사연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게임의 다양한 측면을 조명한다. ‘현주’(박성훈)도 눈여겨볼 캐릭터다. 현주는 원래는 남자였지만, 여성으로 성별을 바꾸는 과정에 있는 트랜스젠더(성전환자)다. 성전환 수술을 더 받기 위해 게임에 참가했다. 현주는 사회에선 차별 받았지만 게임 내에서 언제나 약자에게 친절하다. 군인 출신이라 후반부 대규모 총격전을 이끄는 주요 역할을 맡았다. 약자가 오히려 강자에 대한 포용성을 지닐 수 있다는 점에서 시즌1의 외국인 노동자 ‘알리’(아누팜 트리파티)를 생각나게 한다. 한국의 사회적 현상도 폭넓게 담았다. 먼저 투자 권유 유튜버 ‘명기’(임시완)와 그의 여자친구 ‘준희’(조유리)가 각자 게임에 참가한다. 명기는 유튜브를 통해 코인 투자를 권유했지만, 코인이 폭락하자 쫓기는 신세다. 준희 역시 코인 투자에 실패해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게임 내에서 서로 갈등하면서도 도우며 긴장감을 더한다. 기훈의 동네 친구 ‘정배’(이서환)도 게임에 참가한다. 정배는 시즌1에서 ‘기훈’(이정재)와 함께 경마장에 다니고, 어머니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기훈의 요청을 거절한 인물. 시즌1에서 서울대 출신 동네 친구 ‘상우’(박해수)처럼 기훈의 어린 시절을 상기시키는 인물이다. 기훈이 자신의 속마음을 순순히 털어놓고 의지하는 인물로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 다른 참가자의 사연도 가슴을 절절히 울린다. 아들 빚을 갚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엄마 ‘금자’(강애심)와 그의 아들 ‘용식’(양동근)처럼 모자(母子)가 함께 참가한 경우도 있다. 화가 ‘경석’(이진욱)은 병에 걸린 어린 딸의 수술비를 갚기 위해 참가했다. 해병대 출신 ‘대호’(강하늘)처럼 막무가내지만 극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인물도 주목할만하다. 참가자들의 사연에 신파가 짙긴 하지만, 풍부한 사연이 분명한 동기를 부여해 서사의 설득력을 높인다. 기훈과 대척점에 서서 게임을 운영하는 ‘프런트맨’(이병헌)의 사연도 나온다. 왜 프런트맨이 게임을 운영하는지, 현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지니게 됐는지 등 시즌1에서 미처 풀어놓지 못한 이야기가 담긴 것. 프런트맨의 동생 ‘준호’(위하준)이 기훈과 함께 형을 찾으려 하는 과정도 이야기의 한 축을 담당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카레아우라! 카레아우라! 카레아우라!”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 안중근(현빈)은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를 저격한 뒤 ‘대한독립 만세’를 뜻하는 러시아어를 소리친다. 거사 성공에 대해 환호하거나 함께 만세를 외치는 이는 아무도 없다. 거사를 지켜본 러시아인들은 건조하게 안중근을 쳐다볼 뿐 가타부타 말이 없다. 카메라 역시 군인들에게 끌려나가는 안중근을 담담히 비출 뿐이다. 24일 개봉한 영화 ‘하얼빈’은 안중근 의사의 독립운동을 다룬 작품이다. 1908년 안중근이 이끌었던 함경북도 신아산 전투에서부터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암살까지 약 1년을 담았다. 영화계 대목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한 덕에 첫날 약 38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번 신작의 특징은 흥행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슴을 떨리게 하는 호쾌한 액션도, 가슴을 뜨끈하게 달구는 남자들의 끈끈한 우정도 없다. 신아산 전투에선 돌과 칼을 들고 서로를 죽고 죽이는 잔인한 장면을 비추며 독립군의 투쟁이 얼마나 참혹했는지를 조명한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연출한 것. 우민호 감독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안 의사가 슈퍼맨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와 동떨어진 영웅처럼 묘사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제작비 300억 원이 투입된 덕에 화려한 영상도 볼만하다. 안중근이 단지동맹 동지들과 함께 폭약을 구하기 위해 사막을 헤쳐나가는 장면은 생생함을 더한다. 안중근이 꽁꽁 언 두만강에서 방황하는 장면에서 그가 겪는 추위와 고민이 물씬 느껴진다. 이 장면은 몽골 홉스골 호수에서 영하 40도의 추위 속에 촬영됐다. 배우 현빈은 “체력보다는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영화”라며 “안중근이 처형당하는 마지막 촬영을 하고 나선 오열한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영화적 재미는 부족하다. 안중근의 내면에 초점을 맞췄지만, 동지를 잃고 방황하는 모습 외에 공감할 만한 요소가 부족하다. 독립군 속에 밀정이 있다는 설정이 긴장감을 자아낼 수 있는 치밀한 복선이나 구성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각각 1270만 명, 750만 명 관객을 동원한 ‘암살’(2015년) ‘밀정’(2016년) 등 비슷한 소재의 영화들과 비교하면 상업 영화로서의 단점은 두드러진다. 영화계에선 26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와의 경쟁에서 신작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선 리더십을 다룬 작품인 만큼 현 정치적 상황에 맞물려 흥행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올 10월부터 안 의사의 하얼빈 의거 특별전을 여는 등 젊은 세대에 ‘안중근 바람’이 불고 있다는 점에서도 향방이 주목된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 시간) 넷플릭스의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 시즌2(사진) 공개를 앞두고 전작의 신드롬급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마법’을 재현하고 싶어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1이 2021년 공개돼 세계적인 인기를 거뒀고 26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NYT는 이 기사에서 시즌1의 성과를 재조명했다. NYT는 “치명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며 “넷플릭스 내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NYT는 드라마 속 인물들이 착용한 흰색 슬립온, 초록색 트레이닝복 판매량이 급증한 현상도 있었다고 짚으면서 “넷플릭스는 이런 ‘광란’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메리언 리 넷플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는 NYT에 “한국 외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큰 반응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콘텐츠 담당 임원들조차도 이런 세계적인 신드롬이 펼쳐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NYT는 시즌2 마케팅에도 주목했다. 최근 미 로스앤젤레스(LA)에서 1600명이 달리기 경주에 참가하고,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456명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즐겼다고 보도했다. NYT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며 글로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상기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황동혁 감독이 인터뷰에서 “시즌1을 만들면서 치아 6, 7개를 잃었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2와 3를 동시에 만들면서 제 인생의 6, 7년을 잃은 것 같다”고 했던 언급도 인용했다. 다른 유력 언론들도 기대를 담은 보도를 내놓았다. 미국의 경제 전문 포브스는 23일 ‘이번 주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2’에 대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시즌2의 의미를 짚고, 새롭게 투입되는 캐릭터를 상세히 소개했다. USA투데이는 “‘오징어 게임’ 시즌2를 준비하셨나요?”라는 기사를 통해 시즌2를 보기 전에 복습해야 할 시즌1의 주요 내용을 요점 정리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 시간) 넷플릭스의 히트작인 ‘오징어 게임’의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전작의 신드롬급 인기를 재현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마법’을 재현하고 싶어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전했다. ‘오징어 게임’은 시즌1이 2021년 공개돼 세계적인 인기를 거뒀고 26일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있다. NYT는 이 기사에서 시즌1의 성과를 재조명했다. NYT는 “치명적이고 디스토피아적인 한국 드라마는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며 “넷플릭스 내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이름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NYT는 드라마 속 인물들이 착용한 흰색 슬립온, 초록색 트레이닝복 판매량이 급증한 현상도 있었다고 짚으면서 “넷플릭스는 이런 ‘광란’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마리안 리 넷플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는 NYT에 “한국 외 다른 나라에서 이렇게 큰 반응이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콘텐츠 담당 임원들조차도 이런 세계적인 신드롬이 펼쳐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NYT는 시즌2 마케팅에도 주목했다.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1600명이 달리기 경주에 참가하고,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456명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즐겼다고 보도했다. NYT는 “서로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며 글로벌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우리 사회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상기시켜 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황동혁 감독이 인터뷰에서 “시즌1을 만들면서 치아 6, 7개를 잃었지만, ‘오징어 게임’ 시즌 2와 3를 동시에 만들면서 제 인생의 6, 7년을 잃은 것 같다”고 했던 언급도 인용했다. 다른 유력 언론들도 기대를 담은 보도를 내놓았다. 미국의 경제 전문 포브스는 23일 ‘이번 주 공개되는 ‘오징어 게임2’에 대해 알아야 하는 모든 것’이라는 기사를 보도하며 시즌2의 의미를 짚고, 새롭게 투입되는 캐릭터를 상세히 소개했다. USA투데이는 ‘‘오징어 게임’ 시즌 2를 준비하셨나요?”라는 기사를 통해 시즌2를 보기 전에 복습해야 할 시즌1의 주요 내용을 요점 정리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아기상어’ 영화와 TV 시리즈가 국제 에미상 ‘칠드런 & 패밀리 어워드’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일 더핑크퐁컴퍼니에 따르면 ‘아기상어’는 성우상, 주제가상, 음악상 등 3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다 후보 지명 기록이다. ‘칠드런 & 패밀리 어워드’는 2022년 신설돼 올해로 3년째 열리는 시상식이다. 성우상 후보에는 TV 시리즈와 영화에서 아기상어 역을 맡은 키미코 글렌이 올랐다. 그룹 엔하이픈이 부른 ‘아기상어 극장판’ OST ‘계속 헤엄쳐’는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기상어 극장판’은 음악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력과 작품성을 입증함과 동시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했다”며 “앞으로도 국경과 세대를 넘어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제작비를 줄이고, 손익분기점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하면 최근 투자가 줄어든 한국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겁니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나야, 문희’를 기획한 박재수 MCA 대표(57·사진)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최근 꽁꽁 얼어붙은 한국 영화를 되살리는 데 AI 영화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나야, 문희’를 실제로 만들면 적어도 수억 원은 들지만 AI의 힘을 빌리면 수천만 원이면 만들 수 있다”며 “AI를 활용해 제작비가 혁신적으로 줄어든다면 오히려 ‘좋은 영화’가 많이 제작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표는 잔뼈 굵은 영화인이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년) 연출부 막내로 영화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제작사를 차린 뒤 403만 명을 동원한 ‘7급 공무원’(2009년), 544만 명 관객을 끈 ‘안시성’(2018년) 등 제작자로 명성을 날렸다. 왜 AI 영화로 방향을 틀었냐고 물었더니 그는 “‘나야, 문희’는 내가 그동안 만든 영화들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안시성’은 겉으론 사극이지만, 당시 최첨단 기술을 총동원한 영화예요. 대규모 전투 장면을 모두 실제로 찍기보단 컴퓨터그래픽(CG)을 적극 활용해 제작비를 낮췄죠. 제가 ‘나야, 문희’를 만들게 된 것도 비용을 줄여 제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만들 ‘창작의 자유’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그가 배우 나문희(83)에게 연락한 건 약 2년 전. 보통 가상 인간이 젊은 여배우를 만드는데, 연기 경력이 굵은 배우가 AI를 활용해야 신선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혁신적인 제안을 나문희는 “너무 재밌겠다. 흥미롭다”며 흔쾌히 받아들였다. 박 대표는 “선례가 없다 보니 젊은 배우도 참여를 망설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바로 승낙하셔서 놀랐다”고 했다. 박 대표는 나문희의 디지털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 10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이후 AI 나문희를 활용한 짧은 광고를 만들다가 기술 발전 속도에 용기를 얻고 나문희 소속사와 영화 공모전까지 열게 됐다. 그는 “정말 진짜 같냐 따지고 보면 아쉬운 면은 있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는 부족한 게 있지 않냐”며 “부족한 부분은 기술이 발전되면 보완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배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 있게 되고, 신인 감독은 AI 덕에 스타를 캐스팅할 수 있다”며 “딥페이크 등 불법적인 영역에서 잘못 쓰이는 AI 영상이 합법적인 영역에서 쓰이는 긍정적 사례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음 계획을 물으니 박 대표는 웃으며 답했다. “일단 지금은 AI 나문희를 활용한 쇼트폼 시트콤을 준비 중이에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온라인 플랫폼에선 시청자들이 신선함을 중시하니까요. 또 내년 연말부턴 다른 배우들의 IP까지 확보해서 AI 장편영화도 기획에 들어가려 합니다. 기술이 얼마나 빨리 발전하냐에 따라 제 꿈이 이뤄지는 속도도 정해질 겁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배우 나문희(83)가 ‘천의 얼굴’을 지닌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산타복을 입고 설산을 누비며 선물을 뿌리고, 세일러문 의상을 차려입은 채 “널 용서하지 않겠다!”고 소리친다. 마피아 두목으로 잔인한 고문을 자행하다가 문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거대해진 뒤 거리의 빌딩을 모조리 파괴한다. 영화 ‘탑건’의 한 장면처럼 최신형 전투기를 몰고 미사일을 쏘던 인공지능(AI) 나문희는 마침내 관객을 향해 일갈한다.“미국에 톰 크루즈가 있다면 한국엔 나문희가 있지!”》24일 AI 영화 ‘나야, 문희’ 개봉을 앞두고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실험 단계에 머물던 AI 영화의 상업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AI 영화가 충분히 발전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어색한 영상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박도 나온다. 과연 현재 AI 영화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고 어떻게 영화 생태계를 뒤바꾸게 될까.● 팔순 넘은 주인공, 우주를 누비다 올 9월 온라인엔 ‘나문희 주연 생성형 AI 단편 영화 공모전’이란 공고가 올라왔다. AI 나문희를 활용해 영화를 만들어보라는 것. 주제는 간단했다. ‘나문희 배우 주연의 영화’. 장르는 판타지, 사극, 액션, 공포 등 자유였다. 나문희를 캐릭터화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젋은 모습으로 구현하는 것도 물론 가능했다. 이 신선한 과제는 신인 창작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상금은 1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약 한 달 동안 총 47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촬영과 녹음 없이 모든 영상, 대사, 음악을 AI로 제작한 수상작 총 5편이 뽑혔다. 이 수상작 5편을 모아 17분 28초짜리 영화 ‘나야, 문희’가 만들어졌다.영화에서 AI 나문희는 산타, 모나리자, 우주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팔순을 넘긴 진짜 배우와 달리 과격한 액션 장면을 훌륭히 소화한다. 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하늘, 우주를 오간다. 주름 한 점 없는 젊은 시절 모습 등 배우의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재현한다. 나문희가 과거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유행어 ‘호박고구마’를 활용한 대사 등 AI가 만든 각본은 유머까지 갖췄다. ‘진짜’ 나문희도 영화가 마음에 쏙 든다고 고백했다. 나문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몸이 자유롭지 않은데 영화에선 날개를 달고 날아다니니까 너무 좋았다. 실제로 가보지 않은 곳에 가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며 “가만히 있어서 뭐 하겠냐.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사는 날까지 활동하고 움직이는 게 좋다”고 했다. 다만 실제와 비교하면 어색한 부분도 있다. 특히 목과 얼굴을 잇는 부분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특유의 ‘으흥흥’ 콧소리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한계다. 나문희는 “영화를 보면서 ‘(나만 낼 수 있는) 소리가 아직 있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1000원짜리 ‘쇼트폼’ 콘텐츠 사실 이미 AI 영화는 다양한 형태로 상영 중이다. 11일 국내 최초로 AI 영화 ‘엠호텔’이 극장에서 개봉했다. 화려한 도심 뒷골목, 잠잘 곳을 걱정하며 쓰레기통을 뒤지던 노숙인이 우연히 열쇠를 주워 호텔로 들어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즐기던 노숙인은 호텔에서 뜻밖의 일에 얽히게 된다. CJ ENM에서 만든 이 영화의 영상 수준은 꽤 높은 편이다. 화려한 도심이나 호텔처럼 흔한 배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그 덕에 이탈리아 베네치아 국제 AI 영화제 최종 상영작에 선정되는 등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CGV 관객의 평가를 담은 ‘골든에그 지수’도 81%로 나쁘지 않다. 관객들 사이에선 “AI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용기 있는 한 걸음”, “앞으로 색다른 시도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눈빛이 어색하다”, “목소리엔 한계가 있다”는 반응처럼 세세한 재현에 한계가 보였다. 상영 시간이 짧은 것은 AI 영화에 있어선 양날의 칼이다. ‘엠호텔’의 경우 상영시간이 6분 31초에 불과해 영화관을 찾아온 관객에겐 지나치게 짧았다. 이 때문에 19일 기준 누적 관객은 약 4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길이가 짧은 만큼 관람료도 저렴하다. ‘엠호텔’은 1000원, ‘나야, 문희’는 3000원에 그쳤다. 오히려 ‘쇼트폼 콘텐츠’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AI 영화를 보거나, 신기함에 AI 영화를 보러 왔다가 다른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셈이다. AI 영화가 이런 역할을 할 경우 한파가 몰아치는 최근 극장계에 활력이 될 수도 있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최근 1000원짜리 쇼트폼 영화 ‘밤낚시’를 보러 방문한 관객의 5명 중 1명이 다른 영화를 관람했다는 통계에 비춰 보면 AI 단편영화의 상업적 가치가 있는 셈”이라며 “쇼트폼 콘텐츠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효과가 있다. 극장이 할 수 있는 여러 시도 중 하나가 AI 영화”라고 했다.● 논란 속 성큼 다가온 AI 영화 시대 제작자 관점에서도 AI는 상업적으로 괜찮은 선택이다. 배우 출연료, 스턴트 인건비뿐 아니라 각종 촬영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 등 다양한 제작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높은 기술력이 없더라도 AI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최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작된 배우 몸값, 제작진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AI 영화의 상업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체 장면을 AI로 구성하지 않더라도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컴퓨터그래픽(CG), 위험이 따르는 스턴트맨 촬영 장면을 AI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영화제에선 AI 영화가 잇달아 출품되고 있다. 올 7월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F)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최초로 ‘인공지능(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만들었다. 올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는 AI 작품 6편이 출품됐다. 동영상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런웨이’도 5월 AI 영화 페스티벌을 열었다. 일각에선 생성형 AI를 학습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의 저작권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소라’는 구글 유튜브나 메타의 인스타그램 등에 사용자들이 올린 영상들을 무단으로 학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은 AI가 실제 배우의 일자리를 뺏고 배우의 외모와 목소리를 무단으로 도용한다며 대규모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올 8월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선 4년 전 사망한 배우 이언 홈이 AI로 등장해 논란이 될 정도로 AI를 어디까지 영화에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AI 사용과 기존 영화계가 충돌하면 빚어지는 지각변동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깊이가 깊고 서사가 긴 장편영화까진 아니더라도 재치 있는 단편 영화 부문에선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제작비가 부족하고 아이디어는 넘치는 신인 창작자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AI가 배우의 겉모습을 잘 재현한다고 해도 배우가 배역이나 세계관을 해석하는 역할을 대체한 ‘수작’은 현재 만들기 쉽진 않다”면서도 “AI를 활용한 ‘스낵 컬처’(짧은 콘텐츠)가 영화계에 대규모로 공급되면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뮤지컬 ‘시라노’의 20일 낮 공연이 1막 종료 후 취소됐다.공동 제작사인 RG컴퍼니와 CJ ENM은 2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공지문을 통해 “최재림 배우의 건강상의 이유로 공연을 취소하게 됐다”며 “갑작스러운 공연 취소로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공연 예매자분들께는 티켓 결제 금액 기준의 110% 환불을 진행해 드릴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최재림 배우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이날 공연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오후 2시 30분에 시작했다. 하지만 주인공 시라노 역의 최재림이 컨디션 난조로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서 공연 중단 결정이 내려졌다. 현장 관계자가 무대에 올라와 공연 취소를 알리며 관객에게 사과했다.‘시라노’는 위선과 폭력이 만연하던 17세기 프랑스, 용맹한 가스콘 부대를 이끌며 “얼룩 한 점 없는 영혼”으로 산 시라노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고의 검객이자 익살맞은 시인이지만 괴상한 코를 가진 탓에 사랑하는 여인 ‘록산’ 앞에선 한없이 위축된다. 19세기 프랑스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가 원작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배우 나문희(83)가 ‘천의 얼굴’을 지닌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다. 산타복을 입고 설산을 누비며 선물을 뿌리고, 세일러문 의상을 차려입은 채 “널 용서하지 않겠다!”고 소리친다. 마피아 두목으로 잔인한 고문을 자행하다가 문어를 머리에 뒤집어쓰고 거대해진 뒤 거리의 빌딩을 모조리 파괴한다. 영화 ‘탑건’의 한 장면처럼 최신형 전투기를 몰고 미사일을 쏘던 인공지능(AI) 나문희는 마침내 관객을 향해 일갈한다.“미국에 톰 크루즈가 있다면 한국엔 나문희가 있지!”24일 AI 영화 ‘나야, 문희’ 개봉을 앞두고 영화계가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실험 단계에 머물던 AI 영화의 상업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AI 영화가 충분히 발전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일각에서는 어색한 영상 등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반박도 나온다. 과연 현재 AI 영화는 어느 정도 수준까지 왔고 어떻게 영화 생태계를 뒤바꾸게 될까.● 팔순 넘은 주인공, 우주를 누비다올 9월 온라인엔 ‘나문희 주연 생성형 AI 단편 영화 공모전’이란 공고가 올라왔다. AI 나문희를 활용해 영화를 만들어보라는 것. 주제는 간단했다. ‘나문희 배우 주연의 영화’. 장르는 판타지, 사극, 액션, 공포 등 자유였다. 나문희를 캐릭터화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젋은 모습으로 구현하는 것도 물론 가능했다. 이 신선한 과제는 신인 창작자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상금은 1000만 원에 불과했지만, 약 한 달 동안 총 47편의 작품이 출품됐다. 촬영과 녹음 없이 모든 영상, 대사, 음악을 AI로 제작한 수상작 총 5편이 뽑혔다. 이 수상작 5편을 모아 17분 28초짜리 영화 ‘나야, 문희’가 만들어졌다. 영화에서 AI 나문희는 산타, 모나리자, 우주인 등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팔순을 넘긴 진짜 배우와 달리 과격한 액션 장면을 훌륭히 소화한다. 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하늘, 우주를 오간다. 주름 한 점 없는 젊은 시절 모습 등 배우의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재현한다. 나문희가 과거 출연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유행어 ‘호박고구마’를 활용한 대사 등 AI가 만든 각본은 유머까지 갖췄다. ‘진짜’ 나문희도 영화가 마음에 쏙 든다고 고백했다. 나문희는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몸이 자유롭지 않은데 영화에선 날개를 달고 날아 다니니까 너무 좋았다. 실제로 가보지 않은 곳에 가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도 행복하다”며 “가만히 있어서 뭐 하겠냐. 죽을 날만 기다리는 것보다 사는 날까지 활동하고 움직이는 게 좋다”고 했다. 다만 실제와 비교하면 어색한 부분도 있다. 특히 목과 얼굴을 잇는 부분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않는다. 특유의 ‘으흥흥’ 콧소리를 찾아볼 수 없는 것도 한계다. 나문희는 “영화를 보면서 ‘(나만 낼 수 있는) 소리가 아직 있구나’를 느꼈다”고 했다.● 1000원짜리 ‘쇼트폼’ 콘텐츠사실 이미 AI 영화는 다양한 형태로 상영 중이다. 11일 국내 최초로 AI 영화 ‘엠호텔’이 극장에서 개봉했다. 화려한 도심 뒷골목, 잠잘 곳을 걱정하며 쓰레기통을 뒤지던 노숙인이 우연히 열쇠를 주워 호텔로 들어간 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즐기던 노숙인은 호텔에서 뜻밖의 일에 얽히게 된다. CJ ENM에서 만든 이 영화의 영상 수준은 꽤 높은 편이다. 화려한 도심이나 호텔처럼 흔한 배경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그 덕에 이탈리아 베네치아 국제 AI 영화제 최종 상영작에 선정되는 등 영화제에서 주목받았다. CGV 관객의 평가를 담은 ‘골든에그 지수’도 81%로 나쁘지 않다. 관객들 사이에선 “AI 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용기 있는 한 걸음”, “앞으로 색다른 시도를 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눈빛이 어색하다”, “목소리엔 한계가 있다”는 반응처럼 세세한 재현에 한계가 보였다. 상영 시간이 짧은 것은 AI 영화에 있어선 양날의 칼이다. ‘엠호텔’의 경우 상영시간이 6분 31초에 불과해 영화관을 찾아온 관객에겐 지나치게 짧았다. 이 때문에 19일 기준 누적 관객은 약 4000명에 그쳤다. 하지만 길이가 짧은 만큼 관람료도 저렴하다. ‘엠호텔’은 1000원, ‘나야, 문희’는 3000원에 그쳤다. 오히려 ‘쇼트폼 콘텐츠’로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이 AI 영화를 보거나, 신기함에 AI 영화를 보러 왔다가 다른 영화까지 볼 수 있는 셈이다. AI 영화가 이런 역할을 할 경우 한파가 몰아치는 최근 극장계에 활력이 될 수도 있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최근 1000원짜리 쇼트폼 영화 ‘밤낚시’를 보러 방문한 관객의 5명 중 1명이 다른 영화를 관람했다는 통계에 비춰 보면 AI 단편영화의 상업적 가치가 있는 셈”이라며 “쇼트폼 콘텐츠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는 효과가 있다. 극장이 할 수 있는 여러 시도 중 하나가 AI 영화”라고 했다.● 논란 속 성큼 다가온 AI 영화 시대제작자 관점에서도 AI는 상업적으로 괜찮은 선택이다. 배우 출연료, 스턴트 인건비뿐 아니라 각종 촬영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오픈AI의 동영상 생성 AI ‘소라’ 등 다양한 제작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높은 기술력이 없더라도 AI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 영화제작사 대표는 “최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시작된 배우 몸값, 제작진 인건비 상승이 맞물리면서 AI 영화의 상업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전체 장면을 AI로 구성하지 않더라도 인건비가 많이 들어가는 컴퓨터그래픽(CG), 위험이 따르는 스턴트맨 촬영 장면을 AI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영화제에선 AI 영화가 잇달아 출품되고 있다. 올 7월 부천판타스틱영화제(BIFF)는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 최초로 ‘인공지능(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만들었다. 올 6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라이베카 영화제에는 AI 작품 6편이 출품됐다. 동영상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런웨이’도 5월 AI 영화 페스티벌을 열었다. 일각에선 생성형 AI를 학습할 때 사용하는 데이터의 저작권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예로 ‘소라’는 구글 유튜브나 메타의 인스타그램 등에 사용자들이 올린 영상들을 무단으로 학습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은 AI가 실제 배우의 일자리를 뺏고 배우의 외모와 목소리를 무단으로 도용한다며 대규모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올 8월 개봉한 ‘에이리언: 로물루스’에선 4년 전 사망한 배우 이언 홈이 AI로 등장해 논란이 될 정도로 AI를 어디까지 영화에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AI 사용과 기존 영화계가 충돌하면 빚어지는 지각변동은 커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깊이가 깊고 서사가 긴 장편영화까진 아니더라도 재치 있는 단편 영화 부문에선 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제작비가 부족하고 아이디어는 넘치는 신인 창작자를 중심으로 AI 활용이 커질 것”이라고 했다. 이지혜 영화평론가는 “AI가 배우의 겉모습을 잘 재현한다고 해도 배우가 배역이나 세계관을 해석하는 역할을 대체한 ‘수작’은 현재 만들기 쉽진 않다”면서도 “AI를 활용한 ‘스낵 컬처’(짧은 콘텐츠)가 영화계에 대규모로 공급되면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아기상어’ 영화와 TV 시리즈가 국제 에미상 ‘칠드런 & 패밀리 어워드’에서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20일 더핑크퐁컴퍼니에 따르면 ‘아기상어’는 성우상, 주제가상, 음악상 3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 애니메이션 최다 후보 지명 기록이다. ‘칠드런 & 패밀리 어워드’는 2022년 신설돼 올해로 3년째 열리는 시상식이다. 성우상 후보에는 TV 시리즈와 영화에서 아기상어 역을 맡은 키미코 글렌이 올랐다. 그룹 엔하이픈이 부른 ‘아기상어 극장판’ OST ‘계속 헤엄쳐’는 주제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아기상어 극장판’은 음악상 후보로도 선정됐다. 더핑크퐁컴퍼니 관계자는 “콘텐츠 제작력과 작품성을 입증함과 동시에 한국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경쟁력을 증명했다”며 “앞으로도 국경과 세대를 넘어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패밀리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밝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