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애란

한애란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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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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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20~20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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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대표 성장산업, 애니메이션에 주목할 이유[딥다이브]

    ‘일본의 몇 안 되는 성장 산업’. 일본의 ‘주간동양경제(슈간도요게이자이)’가 지난달 게재한 애니메이션 산업 특집 기사에 쓴 표현입니다. 요즘 부쩍 일본 애니메이션 인기가 한층 높아졌다는 느낌이었는데, 실제 산업이 급성장 중인 겁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IP(지식재산권)의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죠. 한국 게임이나 웹툰, 드라마 산업을 이야기할 때도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곤 하는데요. 그럼 일본 애니메이션은 산업적으로 무엇이 특별할까요. 최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쓴 하나증권 윤예지 애널리스트와 이야기 나눴습니다.10년간 두 배로 급성장-일본 애니메이션은 우리에게 친숙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본 적은 별로 없는데요. 이 산업 자체가 엄청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고요?“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은 2021년 기준 2.7조엔 규모입니다. 규모 자체보다 성장률이 매우 놀라운 부분인데요. 2012년도엔 1.3조엔 규모였던 게 10년 만에 2배 사이즈로 커졌습니다.성장이 내수와 수출 중 어디에서 왔느냐도 중요한데요. 지난 10년간 내수 시장은 0.4조엔 정도 성장했는데, 나머지 1조엔 넘는 성장은 해외에서 발생했습니다. 지금은 내수와 수출 비중이 50대 50일 정도로 해외에서 많이 소비되고 있죠. 일본 애니메이션 라이선스를 가장 많이 사가는 국가는 북미, 중국, 대만, 한국 순입니다.”-해외에서 엄청 빠르게 성장하고 있군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OTT나 TV, 극장에서 반영하는 게 매출이라고 보통 생각할 텐데요. 보고서를 보니까 거기서 추가로 파생되는 2차 매출 규모가 일본은 상당하더군요.“한국 드라마를 생각하면 OTT에 파는 게 가장 큰 매출인데요. 일본 애니메이션 내수시장의 전체 파이 중 49%가 굿즈 매출이고요. 또 재미있는 게 아케이드, 그러니까 파친코가 포함돼있는 게임장 관련 매출이 22%를 차지합니다.따라서 이런 2차 판권 매출이 70%가 넘고요. OTT, 극장, TV에 판매되는 매출의 비중은 각각 10% 미만을 차지합니다.”제작위원회와 넷플릭스-일본은 유명한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제작위원회’ 시스템으로 제작이 된다는데요. 이게 좀 생소한데, 어떤 건지 설명해주세요.“쉽게 말해 제작위원회는 애니메이션 제작을 함께할 회사들의 모임인데요. 이렇게 모이는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드는 데는 수십억원의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이를 관련 기업들이 나눠 부담하고 그 과실도 나눠 가지는 구조인데요.제작위원회에 주로 들어가는 회사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원작 만화를 가지고 있는 출판사, 굿즈를 만들 반다이남코 같은 회사, 유통을 담당하는 애니플렉스나 토호 같은 배급사가 있고, 덴츠 같은 광고회사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제작비를 충당하고, 제작 과정 전반을 감독하고, 제작이 완료된 뒤 IP 사업을 전개할 유통권을 어디다 팔지까지 다 의논하는 하나의 회사(제작위원회)를 만드는 거죠. 그래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재무제표를 보면 ‘○○○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가 올라와 있기도 합니다. 50% 이상 지분을 태운 제작위원회는 자회사로 들어가기 때문이죠.”-다양한 관련 회사들이 투자금을 모아서 제작하면 제작비를 키우는 효과가 있겠군요. 이런 제작위원회 시스템이 일본에서 1990년대부터 자리를 잡았다던데요. 그 시스템의 장점과 단점이라면 뭘까요?“애니메이션 하나를 만들려면 수십억원, 규모가 크면 수백억원이 들기도 하는데요. 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제작위원회가 탄생한 이유이기도 하고, 여전히 가장 중요한 기능입니다. 우리가 잘 된 애니메이션만 봐서 그렇지, 흥행이 안 된 사례도 굉장히 많아요. 그런데 제작위원회의 경우 여러 작품에 나눠서 투자해서, 10개 중 2~3개만 터져도 먹고 살 수 있죠. 단점은 아마 아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요.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엔 영세한 곳이 많습니다. 제작비가 한 50억원이라고 하면, 제작사가 태울 수 있는 돈은 많지 않아요. 그럼 대부분 돈이 어디에서 오느냐. 돈이 많은 방송사나 광고회사, 아니면 원작을 가진 출판사에서 오죠.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가장 큰 크리에이티브를 담당하는 건 제작사인데도, 돈을 많이 태우지 못하는 환경이다 보니 작품의 창의성과 작품성이 상업성에 의해 훼손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최근 이 트렌드가 조금 바뀌기 시작했어요. 제작사들도 규모를 조금씩 키워나가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지난해 가장 화제가 된 애니메이션 작품이 ‘체인소 맨’인데요. 이걸 마파(MAPPA)라는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만들었는데, 마파가 100% 자본을 투자해서 제작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100% 제작비를 들여 만드는 작품이 나오기 시작한 거죠.”-넷플릭스도 일본 애니메이션을 ‘오리지널’로 확보하려고 투자를 많이 한다던데요. 영세한 제작사들은 제작위원회가 아니라 제작비를 많이 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요?“그렇죠. 이제 한국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도 넷플릭스가 중요한 시장 참여자가 됐습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제작할 땐 만약 제작비가 200억원이면 20억원의 이익을 챙겨주는 식으로 계약을 하거든요. 흥행과 무관하게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망해가던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살려주는 게 넷플릭스’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래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도 꽤 많이 제작하고 있고요. 다만 아주 히트한 작품들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체인소 맨도 그렇고 귀멸의 칼날, 도쿄 리벤저스,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스파이 패밀리 등. 만화 팬덤이 아주 큰 작품들은 모두 애니메이션 제작위원회로 들어갔어요. 즉, 2차 판권으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만한 작품은 오리지널로 가지 않죠.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도 히트작들이 계속 나오기는 합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의 라인업을 보면 마진을 방어해주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이 있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으로 2차 판권 매출을 세게 노려볼 만한 제작위원회 작품이 섞여 있습니다.”-성공이 보장된 작품이라고 여길수록 자기네가 IP를 가져가야 하니까 넷플릭스에 넘기지 않는군요. 한국 드라마 시장 환경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그렇죠. 한국 드라마랑 일본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차이는 IP가 어디에 있느냐입니다. 한국 드라마는 OTT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OTT한테 IP가 가는 경우가 많고요. 일본은 여전히 제작위원회 형태로 많이 제작되기 때문에 일본 기업이 IP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또 생각해볼 만한 게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은 그 자체로는 별로 브랜드가 없어요. 올해 넷플릭스 드라마 중 가장 기대작이 ‘폭싹 속았수다’인데 그 작품이 왜 유명할까요. 출연진(아이유, 박보검)과 작가(‘동백꽃 필 무렵’의 임상춘 작가) 때문에 유명한데, 그거 어디서 제작하는지 혹시 아시나요? 팬엔터테인먼트인데요.그런데 우리가 ‘팬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니까 그 작품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은 잘 안 하잖아요. 그런데 일본 애니메이션 회사 중에서 귀멸의 칼날을 만든 ‘유포테이블(ufotable)’ 같은 제작사가 작품을 만든다고 하면 ‘액션신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마파’ 같은 제작사가 만든다고 해도 기대된다고 하고요.그래서 드라마 제작은 개인 단위로 팬덤이 생기고 산업의 과실도 몰리는데 비해, 애니메이션은 기업 단위로 브랜드 파워와 팬덤이 생깁니다. 주식 투자 관점에서는 드라마보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이 좀 더 나은 선택지인 거죠.”제작사 고마진의 열쇠, IP-그럼 방금 얘기하신 일본의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대해 좀 더 여쭤볼게요. 주요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어떤 곳이 있고, 실적이 어떤가요.“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중에 가장 유명한 회사는 토에이 애니메이션이고요. 시가총액이 5조원 정도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드라마 제작사보다 훨씬 큰 규모의 회사이죠(스튜디오드래곤 시가총액 1.73조원). 올해 3월 마감된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를 기준으로 매출이 8700억원에 영업이익 2900억원을 냈습니다. 이 정도 어닝이면 역시 한국의 가장 큰 드라마 제작사보다 훨씬 큰 규모이고요.전년과 비교해 매출이 상당히 가파르게 성장했는데요. 그 이유가 ‘더 퍼스트 슬램덩크’(2022년 12월 개봉)가 글로벌 히트했는데, 이게 바로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만든 작품이고요. 한국에서는 흥행하진 않았지만 원피스와 나루토 극장판도 토에이가 제작했습니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산업을 좀더 설명해 드린다면, 전체 매출에서 영상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매출이 40%가 조금 넘고요. 2차 판권 매출이 50% 가까이 됩니다. 이게 매출에서 그런 거고, 이익을 살펴보자면 2차 판권이 기여하는 이익 비중이 65% 가까이 됩니다. 확실히 고마진의 비즈니스를 가지고 있다고 이해해주시면 됩니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은 ‘은하철도999’도 제작한 정말 오래된 기업이더라고요. IP가 계속해서 쌓이고 있는 셈인데요. 그럼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런 2차 판권 매출이 불어날 수 있는 사업구조라고 봐야 할까요?“토에이 애니메이션은 판권 매출 중 작품별 비중을 공개하지 않는데요. 아이지포트(IG PORT)라는 중소형 애니메이션 제작사 상장사가 있습니다. 이 회사가 시총 1500억원 정도인 작은 회사인데, 자기네 판권 매출에서 어떤 작품이 기여하는지를 공개해요. 그중 가장 크게 기여하는 작품이 ‘공각기동대’인데, 그게 1995년에 시작한 시리즈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히트친 IP, 특히 시리즈 IP가 생기면 그 팬덤이 시즌2로 가면서 더 확장되고, 사람들이 쓰는 돈이 커지면서 회사의 이익은 불어나는 거고요. 그렇게 히트한 시리즈 IP를 가지고 제작사가 이익을 확보하면 새로운 IP에도 도전할 수 있는 자금 여력도 생겨서 선순환 구조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듣고 보니 부러운 이야기입니다. 한국에도 웹툰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요. 우리가 좀 따라 할 만한 부분은 뭘까요.“저는 한국 웹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웹툰이란 매체가 우리나라엔 익숙하지만 해외엔 아직 익숙하지 않은 매체인데요.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공통 매체이거든요. 글로벌 팬덤을 키울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애니메이션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요. 실제 한국 웹툰이 제작위원회 형태로 일본 제작사를 통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게 시작됐습니다.”-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제작하는 형태로요?“네. 디앤씨미디어라는 웹툰 CP사가 올해와 내년에 3개 작품을 공개해요. 하나는 올해 4월 공개된 ‘그녀가 공작저로 가야 했던 사정’인데요. 제작위원회 형태로 제작이 됐고,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만들었습니다. 상당히 준수한 흥행을 했고요. 디앤씨가 가진 IP 중 이런 루트를 걷고 있는 것 중 가장 기대되는 게 ‘나 혼자만 레벨업’입니다. 아마 들어보셨을 거예요. 그 IP가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한국 웹툰이고요. 에이원픽처스(A-1 Pictures)라는 일본에서 매우 인지도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만들기 때문에 큰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트라이를 하다 보면 한국 웹툰 중에서도 귀멸의 칼날 같은 작품이 하나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진짜 그땐 한국 웹툰 기업들이 다 리레이팅을 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겁니다.”-마지막으로 콘텐츠 투자에 관심 있는 저희 구독자들을 위해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만약 콘텐츠 투자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일본 주식은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합니다. 한국에서 투자할 때 반도체를 빼먹을 수 없잖아요. 그것처럼 일본은 콘텐츠 강국이고요, 일본 콘텐츠 기업들을 찾아보면 ‘이게 상장이 되어 있네?’ 싶은 기업들이 많이 상장돼있습니다. 일단 일본 공영방송부터 다 상장사이고요. 공영 방송사의 이익 모멘텀이 애니메이션인 경우도 많습니다.지금이 엔저이기도 하고, 일본 주식시장은 한국과 시차가 없어서 장중에 바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예전엔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이젠 AI 번역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고요. 따라서 일본 주식 투자도 한번 시도해보시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 By. 딥다이브어쩌다보니 한국 드라마 산업 인터뷰에 이어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주제로 한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산업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계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 중입니다. 해외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은 관련 회사들이 ‘제작위원회’를 구성하고 제작비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제작됩니다. 막대한 제작비를 효과적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1990년대부터 자리잡은 제작방식인데요. 지금도 가급적 인기가 검증된 작품일수록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제작위원회 방식으로 만들어서 IP를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히트친 IP는 제작사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10년, 20년 뒤까지 이익에 기여하기도 하는데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2차 판권 사업이 제작사에 더 큰 이익을 안겨줄 정도라는군요. *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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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올랐나? 미국증시 이끌던 ‘M7’ 일제히 후퇴[딥다이브]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후퇴하면서 뉴욕증시가 하락세로 한 주를 시작했습니다. 3대 지수가 모두 하락 마감했는데요. 다우지수 -0.04%, S&P500 -0.45%, 나스닥지수 -1.16%를 기록했습니다. 나스닥지수 급락은 이른바 ‘M7(magnificent seven·훌륭한 7개 주식)’로 불리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빅테크 종목의 주가 하락 때문인데요. 엔비디아(-3.74%)와 메타(-3.55%), 알파벳(-3.27%)은 3% 이상, 마이크로소프트(-1.92%)와 아마존(-1.55%)은 1% 넘게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애플 역시 0.76%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고요.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 중심으로 되돌림이 나타난 건데요. 50파크인베스트먼트의 아담 사한 CEO는 CNBC에 “시장이 매물 소화국면에 있다”면서 “상당한 랠리 이후 하락세는 건강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노스웨스턴 뮤추얼웰스매니지먼트의 매트 스터키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이 움직임(M7의 주가 랠리)이 나머지 투자 유니버스에 비해 얼마나 큰지를 고려할 때, 중기적으로 약간의 후퇴가 있는 것이 이치에 맞다”고 설명했고요. M7 종목 중에서도 이날 특히 타격이 컸던 건 테슬라입니다. 지난주 바클레이스와 모건스탠리의 투자의견 하향에 이어, 일요일(25일)에 골드만삭스가 등급을 하향조정(매수에서 중립으로)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이날 주가가 6.06%나 급락했는데요. 골드만삭스 마크 딜레이니 애널리스트는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 가격은 인하될 거고, 이에 따라 테슬라의 마진이 압박받을 수 있다”고 등급 하향의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제약업계의 핫 아이템인 비만치료제를 둘러싼 엇갈린 소식도 눈에 띄는데요.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3.68%)했습니다. 살 빼는 약인 로티글리프론을 복용한 임상시험 참가자들의 간 효소 수치가 올라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인데요. 이와 달리 경쟁사인 일리아릴리와 노보노디스크는 알약 형태의 비만치료제 효과를 임상 단계에서 확인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일라이릴리의 ‘오포글리프론’은 최고용량으로 36주를 투여했을 때 14.7%의 체중 감소로 이어졌다고 하고요. 노보노디스크의 ‘세마글루타이드’는 68주 동안 체중을 평균 15.1% 줄이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주 1회 주사로 맞아야 했던 비만치료제 위고비와 비슷한 효과라고 합니다. ()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경구용 비만치료제는 주사보다 훨씬 편리할 뿐 아니라 약값도 더 저렴할 수 있다는데요. 궁극적으로는 치료 초기엔 주사제로 살을 빼고 나서, 어느 정도 체중이 감량한 뒤엔 알약으로 유지∙관리하는 식의 ‘주사+알약’ 조합 치료법으로 가게 될 거란 전망입니다. WSJ는 “제약회사와 투자자들이 체중감량 열풍으로 돈 버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라며 “경구용 비만치료제 출시는 월스트리트의 식욕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7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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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넷플릭스 하청기지화? 우리가 선택하기에 달렸다[딥다이브]

    다음 달 촬영에 들어갈 ‘오징어게임 시즌2’ 제작비가 1000억원 이상이 될 거란 소식 들으셨나요. 한국 드라마 사상 최고액이라는데요. 시즌1(제작비 2140만 달러, 약 253억원)보다 제작비가 4배로 껑충 뛰는 겁니다. 넷플릭스가 될만한 한국 드라마는 정말 팍팍 밀어준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이 엄청난 돈의 싸움에서 과연 누가 넷플릭스를 이길 수 있을까’. 앞서 “결국 한국은 원천 IP를 확보하지 못한 채 넷플릭스의 ‘외주제작 국가’가 되는 것”이라던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와의 인터뷰 내용()이 떠오르는데요. ‘넷플릭스 하청기지화’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무엇일까요. 미디어 연구기업 오픈루트의 김용희 연구위원(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과 그 해법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늘어날까-최근 콘텐츠 업계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CEO 방한으로 들썩였죠. 넷플릭스는 이미 한국 콘텐츠 투자 금액을 늘릴 거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일단 넷플릭스는 왜 K-콘텐츠 투자를 확대하는지부터 설명해주시죠.“넷플릭스가 앞으로 5년간 약 3조2000억원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하기로 했는데요. 단일 기업이 특정 국가에 그렇게 대규모의 콘텐츠 투자를 하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다. 이 정도 투자는 분명히 쉽지 않은 결정이죠. 넷플릭스가 왜 그런 결정을 했을지를 생각하면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선 익숙한 드라마 주제가 서구권에서는 굉장히 신선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 국가에서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적은 수준의 투자비로 생각보다 높은 퀄리티를 만들어 낼 수 있는데, 그런 국가가 흔치 않죠.”-지난해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IP(지적재산권)을 넷플릭스가 CJ ENM보다 더 많이 가져갔다고 합니다. 넷플릭스가 제작비를 100%대고 IP를 모두 가져가는 방식인 ‘오리지널 콘텐츠’가 많아졌기 때문인데요. 한국에서 만든 드라마이지만 ‘넷플릭스 거’가 되는 거죠. 이런 계약방식엔 장점과 단점이 모두 있을 텐데, 어떻게 보시나요.“장점을 먼저 말씀을 드리면 넷플릭스는 ‘콘텐츠가 성공할지 못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제작사와 창작자에 기본적인 수익을 보장해줍니다. 덕분에 제작사는 재투자할 기회를 얻고, 이게 누적되면 제작사가 직접 IP를 확보할 수 있는 자본을 축적할 수 있겠죠. 또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처럼 ‘글로벌한 명성’을 부여해주는 것도 장점입니다.단점은 언론에서 많이 나온 것처럼 넷플릭스가 IP를 독점함으로써 제작사나 창작자가 그 IP를 재활용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겁니다. 글로벌 성과를 넷플릭스가 독식한다는 비판도 있는데요.사실 넷플릭스가 그러한 계약 형태를 강제하는 건 아닙니다. 선택 기회를 주죠. 제작사가 제작비의 일부를 대서 IP를 공동 보유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가져갈 것인가는 (제작사의) 선택의 문제이죠.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닙니다.”-지난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히트를 치면서 이제는 가급적 IP를 제작사가 갖고 가는 모델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래야 나중에 부가적인 사업도 할 수 있고, 더 크게 보자면 ‘한국판 디즈니’도 될 수 있다는 건데요.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보시나요?“그 방향성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실 한국엔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대형 사업자는 없습니다. CJ ENM이나 SLL이 국내 시장에선 크지만 아시아 넘버원 사업자가 되기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죠.한국형 디즈니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면, 대규모의 자본 투자가 필수입니다. 예전처럼 콘텐츠 시장이 국가별로 나누어져 있을 땐 ‘한국에서 제일 큰 콘텐츠 사업자’만 꿈꿔도 됐겠죠. 지금은 글로벌 OTT에서 전 세계 사업자가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화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기업의 투자가 반드시 필요하고요.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 지원도 필요합니다.”-일각에선 한국 드라마 산업이 원천 IP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넷플릭스에 오리지널 콘텐츠를 공급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결국 ‘넷플릭스의 하청기지가 될 수 있다’며 걱정합니다. 이런 의견엔 동의하시나요?“물론 (한국 제작사들이) 넷플릭스에 의존하고 가장 좋은 작품을 넷플릭스에 공급하려고 하는 모습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하청기지화하는 부분도 있는데요. 그러면 왜 그렇게 시장 구조가 형성되었을까요. 한국에도 다양한 플랫폼들이 존재합니다. 토종 OTT와 IPTV, 케이블방송도 있죠. 그런데 제작사가 명운을 걸고 만드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콘텐츠들을 왜 넷플릭스에 먼저 피칭하는지부터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연 (한국의) 플랫폼 사업자들이 넷플릭스만큼 콘텐츠를 그렇게 잘 대우해주고 있는가부터 고민해 봐야죠. 조금 비판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작사 분들은 ‘투자를 크게 해서 크게 가져가겠다’ 또는 ‘실패를 감수하겠다’는 생각이 많이 부족합니다. ‘절대 실패하면 안 돼’라는 마인드가 많고요. 거기서 좀 벗어나야 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선진국보다 투자여력이 부족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만 아직 ‘콘텐츠 산업이 돈이 되는 산업일까’에 대한 의문이 많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못하고 있는 거죠. 이런 걸 더 산업화할 노력과 스킬이 부족하다 보니 넷플릭스에 기대는 산업구조가 되었다고 봅니다.”-하청기지화 되느냐 아니냐도 결국은 선택의 문제일 수 있겠네요.“래몽래인이 제작한 ‘재벌집 막내 아들’이나 에이스토리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례를 보면 제작사가 스스로 50% 이상을 투자했습니다. 그렇게 위험을 감수하고 IP를 확보하려고 노력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우영우나 재벌집 막내 아들 모두 굉장히 큰 수익률을 보여주고 있어요. 넷플릭스는 단일한 거래 체계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너희가 투자를 50% 하면 50%에 맞는 IP를 확보시켜 줄게’라는 개방성 있는 투자정책이죠. 결국 제작사와 창작자, 자본가들의 선택입니다.”반도체처럼 정부가 세제 지원?-콘텐츠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얘기하셨는데요. 다른 한편에서는 제작사들 돈 잘 벌고 잘 나가는데, 또 그 중엔 대기업도 있는데 무슨 정부 지원이 필요하냐는 반대 의견도 있습니다. 반도체나 첨단기술은 정부가 지원해서 육성해야 한다는 논리가 잘 통하지만 콘텐츠 산업은 아직 그런 인식이 별로 없는 듯한데요. 그럼에도 그 필요성이 있다면 근거가 뭘까요.“콘텐츠 하나가 만들어져서 전 세계인들에게 유통이 되면 한국의 브랜드 가치가 굉장히 많이 올라갑니다. ‘소프트 파워’라고 표현하는데요. 이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 핸드폰이나 자동차 같은 제조업 분야까지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럼 수출에도 도움이 되고 관광도 발전하게 되고요. 콘텐츠 산업의 성공이 다양한 산업에 좋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미 잘 나가는 콘텐츠 사업자들을 왜 지원해야 되느냐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생각보다 제작사들의 효율성(수익성)이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감독과 스태프, 출연자 몸값 등 이른바 ‘매출 원가’가 매우 많이 올라갔기 때문이죠. 그리고 대기업 제작사라고 해도 글로벌 시장에선 작은, 중견 수준의 제작사이고요. 반도체의 경우에도 세계 1위인데도 정부가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지원해주지 않습니까. 글로벌 경쟁이 매우 치열한 분야이기 때문인데요. 반도체 산업에서 경쟁의 포인트를 한순간이라도 놓치게 되면 다시 따라잡을 수 없는 정도의 격차가 벌어지는데, 이 콘텐츠 산업이 그렇습니다. 제작을 꾸준히 해서 제작 역량을 누적시켜놓지 않으면 그 격차가 굉장히 빠르게 (결과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미 정부가 많은 지원 정책을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대형 프로젝트를 하기엔 좀 부족하다는 겁니다. 펀드도 있고, 세액공제도 있지만 그게 대규모 작품을 만들긴 부족해요. 극단적으로 말씀드리면 지금부터 1, 2년 동안 콘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저하된다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이 매우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성공을 보고 전 세계적으로 지금 많은 콘텐츠 투자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와 동유럽 등 우리와 경쟁할 만한 잠재력 있는 국가에서 정부 지원을 많이 받아서 콘텐츠들이 제작되고 있고요. 이를 통해 다작화, 고품질화가 진행되고 있어서요. 지금 콘텐츠 산업이 잘 나가지만, 그만큼 위기도 빨리 도래하고 있다는 점을 아셔야 합니다.”-넷플릭스 콘텐츠를 봐도 스페인이나 콜롬비아 같은 나라들도 상당히 선전하고 있더라고요. 경쟁국이 이미 꽤 있는데, 동남아나 동유럽도 치고 올라오려고 하는 중이군요. “지금은 미국과 중국이 사이가 좋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OTT가) 중국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수급하진 않고 있는데요. 중국도 우리에게는 굉장히 위험한 경쟁자입니다. (중국은) 문화적인 부분도 많이 축적돼있고 제작도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만약 미국과 중국 갈등이 완화돼서 미국 자본이 중국에 투자된다면 한국엔 분명히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중국 드라마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겠네요.“한국도 이제 준비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제작사들은 한국 스태프, 한국 감독, 한국 출연자와 한국 제작자본을 가지고 한국에서 만드는 콘텐츠들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그런 것보다는 예를 들면 자본은 미국, 출연자는 프랑스, 이런 식의 글로벌한 공동 제작 같은 형태가 많이 필요로 하는데요. 그런 부분에서 문호가 개방이 덜 돼 있습니다. 교류도 부족하고요.”-위원님 보고서를 보니까 의외로 미국과 영국 같은 매우 앞서있는 선진국도 콘텐츠 사업에 세제 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건 왜 그럴까요?“한국은 대기업의 경우 영상 콘텐츠 제작비의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를 세금에서 깎아주는 세제 지원을 해주는데요. 미국과 영국 같은 콘텐츠 선진국들은 최소 제작비의 15%에서 많으면 40%까지 세금을 깎아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글로벌 경쟁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하나의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굉장히 큰 파급이 있습니다. 한 지역에서 작품을 만들면 전 세계적으로 관광 명소가 될 뿐 아니라 제작하는 동안 고용과 소비가 발생하죠. 그래서 ‘우리 지역에 와서 작품을 만들어달라’며 제작사에 세금 절감으로 유인하는 겁니다. 이게 어떤 효과가 있냐면 콘텐츠에 투자했을 때 실패할 가능성을 줄여줍니다. 세금을 환급해준다는 건 투자 수익률 관점에서 보자면 정부가 수익률을 일부 보전해주는 거죠. 그래서 그 지역에 많이 투자하게 되고요. 그 지역에 제작 설비, 후반 작업, 스텝과 출연진의 숙박 등 연관된 산업이 매우 크게 발전했고 그것이 관광산업으로 연결돼 경제적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제도를 유지하거나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도 콘텐츠 세액공제 제도를 확대하자는 논의하고 있는데요. 만약 세금을 줄여주는 금액이 100억원이라고 가정한다면, 같은 100억원을 직접 제작비로 지원해주는 것보다 훨씬 더 파급효과가 큽니다. 직접 지원해주는 100억원은 받을 수 있는 기업이 한정되지만, 간접 지원인 세액공제는 누구나 요건만 되면 받을 수 있으니까요. 지원을 받기 위해 투자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죠. ”토종 OTT의 살길은-한국 드라마 산업이 더 커지려면 플랫폼 자체도 더 다양해지고,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많이 이뤄져야 할 텐데요. 우리나라 토종 OTT들도 있지 않습니까. 요즘 보면 적자다, 힘들다는 기사만 많이 나오는데요. 어떤 식으로 활로를 찾아야 할까요.“구독자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똑같이 200억원 들여 시리즈물을 만들면 넷플릭스는 2억 명이 수익을 회수시켜주는데 국내 OTT는 500만 명 정도로 회수해야 하는데요. 당연히 효율성 측면에선 차이가 클 수밖에 없죠.그렇다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가입자와 구독자 수를 늘려야 합니다. 못해도 최소 800만 명 이상은 국내에서 확보해야 생존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이미 구독할 만한 분은 다 구독을 했다는 거죠.그럼 이걸 어떻게 늘려야 하느냐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해외로 진출하거나 B2B 영역에서 새로운 구독자를 만들거나. 예컨대 쿠팡플레이는 다른 구독상품(쿠팡 로켓와우 멤버십)에 부가적인 상품으로서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죠. 그런 것처럼 티빙과 웨이브도 다양한 다른 구독모델과 연계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3단계, 4단계로 간다면 콘텐츠를 소비하기 좋은 플랫폼이 될 텐데요. 한국에 현재 자동차가 1700만 대가 되니까 만약 다 자율주행차가 된다면 1700만 가입자가 생기게 되겠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을 텐데요. 다만 그런 걸 하기 위해 지금 국내 OTT들이 기술적인 준비를 하고 있느냐 하면, 아직까진 투자가 미비합니다. 또 왓챠를 제외하고는 다 대기업 계열 OTT임에도 불구하고(티빙은 CJ ENM 자회사, 웨이브는 SK스퀘어 자회사) 투자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물론 몇천 억원이란 돈이 작진 않습니다만 글로벌 OTT와 경쟁하기엔 조족지혈 수준이죠. 하지만 ‘수익성이 적기 때문에 투자가 어렵다’고 얘기하는 건 이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얘기나 마찬가지이고요. 궁극적인 해결책은 한국 OTT들이 규모의 경제가 되는 구독자를 확보할 때까지 이 악물고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엔 해결 방법이 없죠. 그걸 버티기 위해 정부가 세액공제나 펀드로 보조할 필요는 있습니다.”-토종 OTT가 사라지는 건 드라마 산업이나 구독자 이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진 않으니, 잘 살아남았으면 좋겠긴 한데요. “인터넷 산업은 로컬의 경쟁이 아닙니다. ‘우리가 글로벌한 OTT랑 어떻게 경쟁하느냐’, ‘우리가 그 정도의 투자금을 어떻게 감내하느냐’라고 말하는 건 경쟁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죠. 물론 넷플릭스만큼 20조원씩 투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3사가 합쳐서 연 1조원 이상은 매년 투자해야 합니다.”-K-콘텐츠를 응원하는 구독자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요?“한국 콘텐츠 시장이 이렇게 풍족했던 시절이 없었습니다. 항상 부족하고 힘들고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왔는데요. 지금은 자본이 축적되고 산업화가 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를 잘 거쳐야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자본과 경험이 누적되면 분명히 콘텐츠 산업도 반도체처럼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 산업으로 발전할 겁니다. 국민들도 K-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넓은 마음을 가져주세요.” By.딥다이브두 달 전 보내드렸던 OTT와 드라마 산업 관련 레터가 꽤 좋은 반응을 받았는데요. 당시 한 구독자가 ‘정부가 왜 제작사를 지원해줘야 하는지 이해 불가’라는 시니컬한 반응을 남겼습니다. 그걸 보니 저도 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이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번에 또 다른 인터뷰를 해봤습니다. 좀 설명이 되셨으려나요? 아니면 여전히 납득 불가일까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넷플릭스가 가성비 좋은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도 잘될만한 콘텐츠는 넷플릭스로 가져가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넷플릭스 하청기지화’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하지만 이는 넷플릭스가 강요한 게 아니라, 우리 제작사와 창작자들이 선택한 결과입니다. 높은 수익을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드라마가 돈이 된다’는 인식도 아직 부족하고, 이를 설득해서 투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사업화 역량도 부족합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제작사는 ‘대형화’로 가야 하고 더 큰 투자가 필요합니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콘텐츠 제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중국 콘텐츠들도 글로벌 OTT 시장에 밀려들 거고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더 빠르게 많은 투자가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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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센터에 1억 달러 투자”…아마존 주가 급등[딥다이브]

    투자자들의 기술주 사랑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사흘 내리 하락했던 뉴욕증시가 22일(현지시간) 기술주를 중심으로 분위기를 반전했습니다. 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0.37%, 0.95% 상승했고, 다우지수는 0.01%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전날 5.46%나 빠졌던 테슬라 주가가 이날 1.98% 상승했는데요.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잇따른 투자등급 하향 보고서에도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진 겁니다. 앞서 21일 바클레이스의 댄 레비 애널리스트가 “테슬라 주가가 실제 펀더멘털 대비 너무 급격하게 올랐다”며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비중 유지’로 하향했고요. 이어 22일엔 대표적인 테슬라 강세론자로 꼽혔던 모건스탠리의 아담 조나스 애널리스트도 투자등급을 하향(비중 확대→비중 유지)했습니다. 조나스는 “테슬라의 최근 랠리는 AI 기대감을 불균형적으로 반영한다”면서 “테슬라가 AI와 자동차회사라고 생각하지만 AI 열풍으로부터의 상승세는 끝났다”고 평가했습니다. 테슬라의 AI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고, AI보다는 전기차 제조사라는 사실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죠. 그는 “테슬라에 일년 내내 ‘비중 확대’ 등급을 제시했지만 솔직히 올해 현재까지 111% 급등하는 랠리가 올 줄 몰랐다”고도 덧붙였습니다.연이은 애널리스트의 부정적 분석에 테슬라 주가는 이날 장 초반 하락세로 출발했는데요. 하지만 오히려 주가가 급락한 게 저가 매수 기회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상승으로 돌아섰습니다.이날 눈에 띄는 주식은 아마존인데요. 주가가 4.26% 급등했습니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 AWS(아마존 웹 서비스)가 1억달러를 투자해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와 고객을 연결하는 ‘AWS 생성형 AI 혁신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한 영향인데요. 생성형 AI를 둘러싸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이 주도해온 투자경쟁에 아마존도 드디어 뛰어든 겁니다.AWS의 아담 셀립스키 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생성형 AI를 둘러싼 경쟁을 ‘10㎞ 경주’에 비유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세걸음 앞선 다른 주자들이 어디 있는지가 정말 중요한가요? 이건 10㎞ 경주입니다.” 다른 업체보다 몇 달 늦게 뛰어들었지만 치고 나갈 수 있다는 뜻인데요. 사실 아마존은 자체 대규모 언어모델(LLM)도 없습니다. 하지만 셀립스키는 “AI가 더 많은 고객이 클라우드에 있기를 원하게 만드는 차세대 혁신의 물결이 될 것”이라며 말합니다. AWS를 사용하는 기업들이 AWS에서 AI를 훈련시키고 데이터도 저장할 것이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 1위 아마존에 큰 기회라고 보는 겁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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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원부국의 ‘니켈 갑질’, 그 결과는? [딥다이브]

    외국인 투자가 밀려드는 자원 부국이자 젊은이들로 가득한 인구 대국. 어디인지 아시겠나요.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이면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2억7000만명) 인도네시아입니다.요즘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자재 관련 기업의 기업공개(IPO)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동시에 ‘튀긴 주식(주가가 과도하게 뜨거워진 주식)’을 조심하라는 경고음도 나옵니다. 급부상하는 인도네시아 경제와 증시의 기회와 위험 요인을 딥다이브해보겠습니다.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핫한 니켈, 뜨거운 IPO 시장전 세계 IPO 시장이 ‘빙하기’에 빠졌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1분기 글로벌 IPO 자금 규모(215억 달러)는 전년 동기보다 61%나 줄어들었다고 하죠(어니스트앤영 통계). 단, 인도네시아는 완전히 예외입니다. 올해 들어 5월까지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 IPO에 쏟아부은 금액은 21억 달러. 지난해 1년 치(22억 달러)에 육박할 뿐 아니라, 홍콩∙인도∙한국∙일본을 앞지르는 성과입니다. 전 세계 IPO 시장 중 4위(중국, 미국, 아랍에미리트 다음)에 올랐죠. “정상적이지 않다. 올해가 인도네시아 역사상 최고가 될 것 같다”(데이터제공업체 딜로직 관계자의 CNN 인터뷰)는 평가가 나올 정도.인도네시아 니켈 생산업체 ‘하리타 니켈(Harita Nickel)’과 ‘메르데카 배터리 머티리얼즈(Merdeka battery materials)’는 지난 4월 증시에 잇따라 성공적으로 데뷔했는데요. IPO에서 이들 기업이 모은 자금이 각각 6억7300만 달러와 6억2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인도네시아 IPO 사상 역대 1위와 2위의 기록을 새로 쓴 거죠.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눈치채셨겠지만 답은 ‘니켈’에 있습니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이자, 특히 고성능 배터리(니켈 함량 80% 이상인 하이니켈 배터리)에 꼭 필요한 광물이죠.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생산량의 37%를 차지하는 1위 국가인데요(2021년 기준). 2020년 1월 니켈 원광(가공 전 단계) 수출을 전격 금지해버렸습니다. 니켈 원광을 사가지 말고, 인도네시아 안에 니켈 제련 공장을 만들라는 거였죠. 채굴부터 가공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한 번에 이뤄지는 ‘공급망’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원민족주의이자 자원갑질이라 하겠습니다. WTO(세계무역기구) 역시 니켈 수출 금지가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위반이라고 이미 판단했죠. 그렇다고 순순히 물러설 인도네시아가 아닙니다(현재 항소 진행 중). 왜냐, 그 효과가 꽤 극적이거든요. 2022년 인도네시아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모는 전년보다 44% 증가한 440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참고로 한국의 FDI 규모는 지난해 305억 달러). 물론 대부분은 니켈을 포함한 금속 관련 부문이었고요. 인도네시아 니켈협회에 따르면 2018년 15곳이던 니켈 제련소가 올 4월 기준 62곳으로 늘어났습니다. 건설 중인 제련소도 30곳 정도 되고요. 얼마 전에도 포스코홀딩스가 인도네시아에 니켈 제련공장을, 폭스바겐은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죠. 외국인 투자가 계속 밀려들고 있습니다.자연히 니켈제품 수출도 급증했습니다. 2020년 8억 달러였던 니켈제품 수출 금액이 2022년엔 59억7800만 달러로 껑충 뛰었는데요. 덕분에 오랫동안(2012~2020년)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렸던 인도네시아가 2021년부터 경상수지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이를 두고 블랙록 펀드매니저 에밀리 플레처는 CNN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는 수출의 가치사슬에서 위쪽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것이 경상수지 적자 마감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합니다. 그리고 이 나라는 니켈만 많은 게 아니죠.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수출량도 세계 2위인데요. 올해 6월 10일부터 보크사이트 수출도 금지해버렸습니다. 원래 철광석∙구리∙아연∙납도 수출을 금지하려다가 일단 2024년 5월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한 상태라는데요.한마디로 금속을 캐서 파는 ‘광업’ 말고 관련한 ‘제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수출 금지’라는 초강수를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산시설을 갖추려면 기업들은 돈이 필요하겠죠. 이런 시설투자금 마련을 위한 광물 관련 기업의 IPO는 계속 이어질 거고, 또 주목받을 겁니다. 일단 올해 안에 금과 구리 채굴업체 암만 미네랄(Amman Mineral)이 역대 최대 규모(10억 달러) IPO에 나선다는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의 IPO 열풍은 계속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대통령도 언급한 ‘튀긴 주식’ 주의보그럼 이런 뜨거운 IPO 시장의 열기가 지수 상승으로 이어졌을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인도네시아 IDX지수는 상승세를 탔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들어서는 소폭(2.3%) 하락했는데요. 한국과 미국 증시가 올해 예상과 달리 랠리를 펼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하리타 니켈 역시 주가가 공모가보다 20% 가까이 하락했고요. 메르데카 배터리 주가는 공모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광물 가격이죠. 지난해 상반기 최고점을 찍었던 니켈 가격은 이후 하락해 올해 들어 28%가량 하락했습니다. 전기차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전기차 판매가 부진한 탓인데요(전기차 보조금 폐지 여파). 인도네시아가 니켈 공급은 크게 늘렸는데,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반영된 겁니다. 골드만삭스 역시 지난달 “올해 니켈 가격이 인도네시아의 공급 과잉으로 급락할 수 있다”면서 톤(t)당 1만6000달러를 목표가로 제시했죠(현재는 약 2만3000달러). 하지만 좀 더 길게 보면 얘기가 좀 달라지는데요. BNP파리바의 아시아 주식리서치 책임자인 마니시 레이차우두리는 “충분히 긴 시야를 가진다면 이러한 (전기차 관련) 소재는 슈퍼 사이클에 있다”고 평가합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 시장의 장기 성장성 자체는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거죠.그보다는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이 큰 문제로 지적됩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동남아시아에선 최대규모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시가총액이 한국의 35%에 그치는데요. 집중된 소유(유동성 부족)와 낮은 거래량, 부족한 애널리스트 보고서, 그리고 동종 업계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 등. 신흥시장 특유의 취약점이 인도네시아 증시의 특징이라는 게 블룸버그 분석입니다. 그 결과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종목들도 많죠. 전체 상장 주식의 약 10%인 83개 기업 주가가 지난 3년 동안 최고점과 최저점 차이가 1000%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비교해도 지나치다는데요.이렇게 요동치는 주식시장 덕분에 인도네시아에선 ‘억만장자’들이 여럿 탄생했습니다. 지난해 주가가 800% 뛴 석탄회사 바얀리소스의 로우 턱 퀑 회장은 단숨에 인도네시아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렸고요(포브스 세계 부자 순위 기준 56위, 중국 마윈(63위)이나 일본 손정의(69위) 회장보다 부자). 2021년 초 상장 뒤 5개월 동안 주가가 14배 가까이 오른 데이터센터 기업 DCI인도네시아의 대주주들(오토 토토 스기리, 마리나 부디만) 역시 벼락부자가 됐죠. 동시에 현실과 동떨어진 채 주가가 끓어오르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만큼 빠르게 식어버릴 위험도 큽니다. 유동성이 매우 적어서 주가조작의 가능성도 큰데요. 이런 주식을 일컫는 ‘사함 고렝안(사함=주식, 고렝안=인도네시아 길거리 튀김 음식)’이란 용어까지 통용되고 있습니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튀긴 주식’인데요. 맛있지만 많이 먹으면 위험하다는 뜻이 포함돼있죠. 오죽하면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지난 2월 “매크로(거시경제) 상태가 좋지만 이것(사함 고렝안)을 조심하라. 튀기면 맛있지만, 미끄러지면 인도의 아다니(공매도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락한 인도 대기업)처럼 된다”고 경고했을 정도. 2024년 대선과 남은 변수인도네시아 경제는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줄고는 있지만 올해 1분기에도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갔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인도네시아 GDP 성장률이 5.0%로 지난해(5.3%)보다는 낮지만 꽤 탄탄할 걸로 내다보았고요. “내수 회복과 견조한 수출 실적에 힘입어 강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란 분석인데요. 그런데 인도네시아 경제를 얘기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변수가 있습니다. 바로 내년 2월 대선인데요. 2014년 취임한 조코위 대통령의 2기 임기가 끝나고, 대통령이 바뀔 예정입니다(3연임은 불가). 조코위 대통령은 압도적인 지지율(올해 초 76% 기록)로 유명한데요. 인프라 확충과 해외 투자 유치 같은 친시장적 경제정책(이른바 ‘조코노믹스’)이 실제 인도네시아 경제에 활력을 가져온 게 인기 비결이죠. 그래서 ‘2024년 선거가 인도네시아 경제와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국내외 관심사입니다. 자칫 정권이 바뀌고 경제정책이 뒤바뀌면 외국인 자본이 빠져나가는 거 아닌가라는 우려도 있죠. 특히 조코위 대통령이 추진해온 ‘수도 이전(자카르타에서 신수도 ‘누산타라’로의 이전)’ 프로젝트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데요.현재까진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될지 뚜렷이 보이진 않습니다. 다만 ‘누구든 조코위 현 대통령이 미는 사람’이 당선될 확률이 커보입니다. 현지 언론에서 조코위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면 그 지지율이 4%포인트 올라갈 거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인데요. 조코위의 지지를 등에 업고 당선되는 새 대통령이라면 기존 경제정책을 확 뒤집지는 않을 가능성이 더 크긴 하겠죠. 오히려 “대선 직전엔 소비 지원책이 시행될 수도 있어서 연말 쯤부터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KB증권 ‘인도네시아 출장기’ 보고서)는 분석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By.딥다이브‘동남아시아의 전기차 허브’. 인도네시아가 니켈 수출 금지를 발표하며 내건 목표인데요. 사실 처음 발표했을 때만 해도 목표가 거창하다 싶었는데, 지금 보니 실제 손에 잡히는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자원은 효과적인 경제적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씁쓸한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인도네시아 IPO 시장이 최대 호황입니다. 올해 역대급 IPO가 줄이으면서 홍콩을 추월하는 깜짝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자원, 그 중에서도 니켈 관련 기업에 대한 관심 덕분인데요. 2020년 니켈 원광 수출 금지 이후 이와 관련한 외국인 직접투자가 급증하고 니켈제품 수출이 늘면서 관련 산업이 호황입니다.-요즘은 니켈 공급 과잉 우려가 커지면서 인도네시아 증시가 주춤한데요. 그래도 장기 성장성은 의심할 바 없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증시의 심한 변동성과 내년 대선이란 정치적 변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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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가 불붙인 기술주 랠리, 거품일까 계속될까?[딥다이브]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기술주 랠리는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미 거품일까요. 연준은 과연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더 올릴까요, 아니면 동결할까요.19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휴장(노예 해방 기념일인 준틴스데이)했지만, 증시를 둘러싼 다양한 분석은 쏟아져 나옵니다. 과연 8주 연속 상승을 기록한 나스닥종합지수가 이런 흐름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AI의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은 달라지겠죠. 웨드부시증권의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지금이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1999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AI기술과 관련된 기업들이 앞으로 몇 년 동안 사회를 변화시킬 잠재력이 있다고 보는 거죠.하지만 회의론도 상당합니다. 글렌비드의 투자전략책임자 제이슨 프라이드는 “기술주는 초기 준비단계엔 장기 전망보다 항상 과대광고와 희망으로 가득차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합니다. 과거 경험을 돌아볼 때,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특정 산업을 지배할 만한 기업을 골라낸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죠.연준이 과연 기준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느냐를 두고도 전문가 의견이 엇갈리는데요. 연준이 ‘올해 두 번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일단 지금의 증시 랠리에서 보듯이 연준의 경고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슈로더의 플랫폼책임자 조나단 맥케이 역시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향후 6~12개월 동안 연준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봅니다. “연준이 잠재적으로 ‘일시정지(금리 동결)’기간에 들어감에 따라 다른 동인들이 더 큰 역할을 하게 됐다”고 보는 거죠.심지어 댄 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두번 더 인상에 나서는 것보다 내가 NBA 농구선수로 뛰게 될 가능성이 더 크겠다”는 말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는데요(본인이 농구를 못한다면서 한 말).반면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침체가 다가오고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습니다. 아폴론웰스매니지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 에릭 스터너는 마켓워치에 “현재 시장은 메가테크 주식에 의해 주도되는 ‘카드의 집’”이라며 “4분기 또는 2024년 초에 경기침체를 맞을 거라고 여전히 생각하기 때문에 방어적 자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미즈호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매크로전략 책임자인 피터 채트웰 역시 “이번 랠리는 강세장이라기 보다는 전형적인 약세장 랠리”라고 블룸버그에 밝혔는데요. 현재의 증시가 “중기 금리인상으로 인한 가격 조정에 취약하다”는 평가입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2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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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모리 반도체에 AI 수호천사 떴다? HBM이 뭐길래[딥다이브]

    ‘9만 전자’와 ‘13만 닉스’를 올해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커지는데요. 그 배경엔 이게 있습니다. AI(인공지능).챗GPT 열풍 이후 기업들이 앞다퉈 AI 투자에 나서자 미국 엔비디아 실적이 껑충 뛰어서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는 소식, 이미 전해드렸는데요. 여기에 더해 한국 반도체 기업도 AI 시대의 수혜를 보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왜 그런지 궁금하신가요. 15일 백길현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를 만나 물어봤습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AI와 반도체, 그리고 GPU-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기업이 엔비디아이죠. 이제는 많은 분들이 ‘엔비디아’하면 GPU를 만드는 기업이고, GPU가 인공지능 시대에 꼭 필요한 반도체라는 걸 알고 계시는데요. 왜 GPU 수요가 AI 시대에 이렇게 폭발하는지부터 설명을 좀 해주시죠.“인공지능(AI) 기술과 관련된 서비스는 사실 옛날에도 있었는데요. 최근 들어 고도화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XR(확장현실)∙자율주행∙로보틱스 시장의 성장성이 부각됐고요.이런 새로운 응용 시장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빠른 속도로 일정한 규칙하에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이를 수행하려면 직렬연산(명령어를 한 번에 하나씩 순서대로 처리)의 CPU(중앙처리장치)보다는 병렬연산(동시에 많은 연산을 수행해 속도를 높임)의 GPU(그래픽처리장치)가 적합하죠. 그래서 다른 반도체 칩보다도 GPU에 대한 수요 증가가 AI 시장 성장으로 눈에 띄는 겁니다.”-CPU보다는 GPU가 더 빠르게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될까요? “일정한 규칙을 갖고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되는 건 GPU가 더 잘합니다.”-GPU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던데, 어느 정도로 늘어나는 건가요?“일단 GPU가 요즘 들어서 부각되긴 하지만, 예전에도 쓰이고 있었어요. 과거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 PC∙노트북∙스마트폰 같은 전통 IT 기기들에 많이 쓰였거든요. 하지만 그런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중엔 GPU보다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같은 다른 칩들이 좀 더 중요했기 때문에 GPU가 많이 주목받진 못했습니다.그런데 최근 들어와서는 GPU가 AI 관련된 서버 쪽에 많이 사용됩니다. 이 AI 관련 서버 GPU에 대한 수요가 지금 폭증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이걸 반증하는 데이터가 무엇이냐면, 가격입니다. 글로벌 시장을 봤을 때 2022년 1분기엔 GPU 가격이 300달러 정도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올해 들어와서는 AI 관련된 하이엔드 GPU 수요가 매우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격이 400~500달러까지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대비 1.5~1.8배로 올라온 상황이죠. 단기에 수요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에 시장 논리에 따라 그렇게 된 겁니다.”-구글∙아마존∙메타 같은 기업들도 자체적으로 AI 반도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잇따라 나오던데요. 그렇다 해도 엔비디아가 당분간은 계속 이 시장의 승자로 남을까요? “반도체 분류를 좀 나눠서 보시면 이해하기 편하실 텐데요. 일단 반도체는 국내 기업이 잘하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고, 해외 기업이 주로 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그리고 AI 관련된 비메모리 반도체 중에서도 일단 GPU를 말씀 드렸는데요. 사실 GPU는 지금처럼 AI 관련 시장이 막 태동하면서 학습하는 구간에서 많이 쓰이는 칩입니다. 따라서 지금부터 향후 2~3년 동안 AI가 학습을 해야 하는 시기에 많이 사용될 칩이고요.그 이후엔 우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입력값을 넣으면 AI가 추론과 연산을 다 해서 결과값을 도출해 내는 거잖아요. 그런 결과값 도출을 잘하기 위해서는 학습이 아니라 추론에 대한 칩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 추론에 대한 칩인 TPU(구글의 텐서처리장치), NPU(신경망처리장치) 등이 방금 질문하신 그 AI 반도체 칩인데요. 이런 칩의 수요가 나중에 가서는 GPU보다 더 빠르게 올라올 가능성은 있습니다.간혹 이러한 AI 관련 새로운 칩의 성장성을 물어보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아마도 연평균 40~50%의 성장률을 앞으로 5~10년 동안 계속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GPU 판매급증에 웃는 K-반도체-이렇게 AI에 대한 투자와 개발이 활성화되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와 AI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건가요?“제가 반도체 중에서도 비메모리에 속하는 GPU를 말씀드렸는데요. 그 GPU를 열어 보면 그 안에 메모리반도체 중에서도 고대역폭 메모리라고 하는 HBM(High Bandwidth Memory)가 들어갑니다. 따라서 앞으로 GPU가 증가하면 그 안에 들어가는 HBM 메모리가 같이 늘어나겠죠. 이런 식으로 같이 성장해나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만 알아두셔야 할 게, GPU 안에 HBM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래픽D램이라는 것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일부 응용처엔 그래픽D램이, 일부 응용처엔 HBM이 들어가는데요.이걸 어떻게 나누는지를 보자면, HBM이 그래픽D램 대비 가격이 3~5배 더 높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HBM은 비싼 제품 위주로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PC처럼 가격 저항이 높은 제품에는 비싼 HBM을 쓰기 부담스러우니까요. 그래서 보통 B2B에서 쓰는 데이터센터 향 GPU에 HBM을 많이 사용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I 서버 수요가 증가하면 GPU가 늘어나고, 그 안에 들어가는 HBM도 같이 늘어납니다.”-HBM은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제품력 면에서 앞서가고 있죠?“네, 맞습니다. 우리나라 분들이 좋아하실 만한 이야기인데요. 글로벌로 봤을 때 메모리 반도체를 가장 잘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마이크론 정도가 있습니다. 마이크론도 이 HBM이라는 걸 하려고 시도를 계속해왔어요. 시장에서 맨 처음 HBM을 연구개발(R&D)했던 게 2013년 정도인데요. 이후 2015~2017년 마이크론이 열심히 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마이크론이 내세웠던 HBM 만드는 방식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하는 방식이 좀 달랐습니다. 그래서 기술 헤게모니를 둘러싼 싸움이 있었는데요. 결국 국내 기업들이 그 헤게모니를 가져왔고, 그 결과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쪽에서 합치면 점유율이 90%대 중반이고요. 이제 시장을 독식하고 있습니다.”-그동안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 이야기할 땐 PC 수요나 스마트폰 판매를 가지고 시장을 전망했거든요. 앞으로는 서버 쪽이 더 주된 수요처가 되는 걸까요?“일반 투자자들이 보실 때 헷갈릴 수 있는데요. AI 관련된 서버와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서버가 영역이 좀 다릅니다. 메모리 시장을 놓고 보면 크게 4개의 영역이 있거든요. PC, 스마트폰, 서버, 그리고 그래픽이 있습니다.앞서 제가 강조했던 고대역폭메모리 HBM 같은 경우엔 그래픽D램 쪽으로 지금 분류가 되고 있어요. 따라서 이 그래픽 영역이 부각될 수 있고요. 많이들 물어보시는 게 ‘그럼 그래픽D램은 지금까지 어떤 식으로 성장해왔나요?’라는 질문인데요. 그동안 그래픽D램은 게임 콘솔 쪽에 대부분 사용이 되었는데요. 닌텐도 게임기를 보면 아시겠지만, 거기 들어가는 메모리는 기껏 해봤자 5~6GB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그래서 성장도 안 하는 시장인데다, 그 안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도 작기 때문에 사실 시장에서 관심이 없었는데요.최근 여기에 HBM이라는 고대역폭 메모리가 포함되고, 용량도 80~120GB의 엄청 큰 게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래픽D램 쪽이 과거와 다른 성장을 보이면서 시장이 폭증할 수 있는 게 올해와 내년, 내후년에 쭉 가지 않을까 보고 있습니다.”-사실 지금 당장은 반도체 사업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적자잖아요. 메모리 반도체 업계가 불황에 빠져있는데, 당장 올해 하반기 이 회사들의 실적은 어떻게 전망하세요?“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영역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SK하이닉스는 실적이 사실 올해 연간으로 적자일 겁니다. 4분기까지 적자 구간이 지속될 거라고 추정하는데요. 그래도 올해 초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이러다 망하는 거 아니냐는 되게 무시무시한 얘기들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AI라는 수호천사가 나타나서 SK하이닉스가 적자를 좀 줄여나갈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주고 있습니다.국내 메모리기업 중에서도 SK하이닉스가 워낙 이쪽(HBM) 대응을 잘해주고 있다 보니까, 두 달 전이나 석 달 전 봤던 실적보다 좋아지고 있는 구간이에요. HBM 덕분에 차츰 실적이 개선되고 있고요. 올해 하반기 지나면서 AI 말고도 기준의 PC나 모바일 서버 쪽에서도 매크로(거시경제) 회복으로 수요가 좀 나아진다면 내년엔 하이닉스가 다시 좋은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을 겁니다.”-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적자를 언제쯤 탈출할 수 있을까요?“하반기에 가면 메모리 쪽에서 HBM 덕분에 회복할 수 있는 구간이 올 것 같고요. 삼성전자의 파운더리쪽 같은 경우도 하반기 지나면서 가동률이 조금씩 올라갈 걸로 기대합니다. 정리해봤을 때 내년 1분기, 2분기 지나면서는 지금과는 다른 숫자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다고?-말씀하신 대로 인공지능 시대가 오고 관련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이 잘하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기회가 온다는 건 좋은 스토리인데요. 하지만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르기도 했고, 아직은 그런 기대감이 숫자로 찍히진 않은 상황이라 김칫국을 먼저 마시는 아닌가 걱정도 됩니다. 투자를 한다면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까요.“사실 반도체 업종 주가가 연초 대비 다들 크게 올랐어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뺀 중소형주 같은 경우엔 대부분 100% 이상 오른 상황이어서요. 개인투자자나 기관투자자 모두 세게 매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주가 레벨 아니냐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2분기에 생각보다 HBM을 잘 팔았기 때문에, 오히려 2분기의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3, 4분기가 너무 부담스러운 것 아니냐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요.저는 두 가지 콘셉트로 말씀드리고 있어요. 일단 먼저 조심해야 하는 건 테마주로 묶어서 올라가는 게 있습니다. 실제로 AI 반도체 사업을 제대로 하고 있진 않은데 그냥 테마로 올라가는 종목들은 나중에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저는 증권사 리포트에 담긴 실제로 펀더멘탈을 갖추고 있는 반도체 종목 위주로 보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두 번째로는 지금 주가 레벨에서도 볼 만한 종목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더해서 제가 커버하고 있는 대덕전자 같은 회사들은 AI시장 성장에 따라서 이제부터 숫자(실적)가 찍힐 기업들이거든요. 지금은 기대감으로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 숫자가 생각보다 더 좋을 가능성이 열려있고요. 이렇게 실적이 분기 단위로 개선이 될 수 있는 회사들에 조금 더 주목하시길 바랍니다.사실 1~2분기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했고요. 비메모리 업체들이 감산을 하면 밑에 있는 부품업체 입장에선 물량이 줄어들기 떄문에 실적이 안 좋아요. 그래서 2분기 실적이 7월, 8월쯤 쏟아져 나올 텐데, 그때 안 좋은 숫자를 보시더라도 이후 3분기, 4분기부터 숫자들이 많이 올라올 거기 때문에 분기 단위로 숫자가 계속 올라올 회사들 위주로 집중하셔야 합니다.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여전히 메모리 쪽 비중이 크고 메모리 업황에 따라 주가도 같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지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을 하면서 재고를 줄여나간 것까지는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그런데 3분기, 4분기는 이제 ‘가격’이란 지표를 꾸준히 따라가보자는 말씀을 드립니다.3분기 현물거래가격(Spot price) 반등과 4분기 고정거래가격(Contract price) 반등을 감안해서 본다면 업종 주가는 여기서 단기 조정은 있더라도 추세적으로는 내년까지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By.딥다이브드디어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치려나요. 예전엔 반도체에 투자할 때 메모리와 비메모리, D램과 낸드플래시 정도만 구분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GPU와 HBM, TPU와 NPU까지. 점점 알아야 할 게 많아집니다. 그래도 희망이 보인다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AI 관련 투자가 급증하면서 엔비디아의 GPU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하고 있습니다. AI 학습에 필요한 ‘빠른 속도로 일정한 규칙을 갖고 반복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잘하는 칩이 GPU이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GPU에 들어가는 고사양 메모리 반도체인 HBM(고대역폭메모리)를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수혜를 보게 됐습니다. 이 시장은 내년, 내후년까지 쭉 성장을 이어갈 겁니다.-이런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반도체 업종 주가가 이미 많이 뛰었습니다. 앞으로는 기대감이 실적으로 증명돼 분기 실적이 점점 좋아질 기업에 투자해야 합니다.*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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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경고도 안 통하네…뉴욕증시 1%대 랠리[딥다이브]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경고를 무시한 채 뉴욕증시는 랠리를 펼쳤습니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1.26%, S&P500 +1.22%, 나스닥지수 +1.15%. 다우지수는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S&P500과 나스닥지수는 6거래일 연속 상승입니다.전날 연준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에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시사했는데요. 꽤 매파적인 입장이었지만 시장은 이를 완전히 무시한 듯합니다. 연준의 발표가 일종의 ‘블러핑(bluffing∙허세)’라고 보기 때문이죠. 자산관리회사 글렌메드의 투자전략 책임자 제이슨 프라이드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연준이 금리를 더 올릴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면서 “시장이 연준의 메시지를 ‘정말 정말 빨리’ 외면한다”고 말했습니다.양호한 경제지표도 증시 랠리에 일조했습니다. 이날 발표된 5월 소매지출은 전월보다 0.3%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당초 0.2% 감소할 거라던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측을 뒤집은 건데요.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는 걱정을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입니다. 소비는 미국 경제 생산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기 때문에 특히 중요한데요. 뱅가드의 앤드류 패터슨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의 강세는 타이트한 노동시장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사람들은 직업을 갖고 있고, 임금이 오르고, 저축을 하고, 더 부유하다고 느끼고 있다”는 거죠. 침체돼있던 IPO(기업공개) 시장이 활력을 되찾은 것 역시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입니다. 이날 주식시장에 데뷔한 지중해식 레스토랑 체인 카바(티커는 CAVA)는 주가가 99% 뛰었습니다. IPO 가격인 22달러에서 43.78달러로 주가가 수직 상승했죠. 월스트리트저널은 “투자자들이 빠르게 성장하지만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IPO시장은 지난 1년 반 동안 침체를 겪었는데요. WSJ에 따르면 IPO 시장에서 레스토랑 산업이 다른 분야보다 유망하게 평가된다고 합니다. 메뉴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판매가 잘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베이커리 카페 체인점을 운영하는 파네라 브랜드도 IPO를 준비 중이고요. 브라질식 스테이크하우스 체인인 포고데차오의 모회사 포고호스피탈리티 역시 올해 기업공개를 목표로 합니다. By. 딥다이브*이 기사는 1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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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람 밥값보다 강아지 사룟값이 더 많이 뛰는 이유[딥다이브]

    혹시 반려동물 키우시나요? 공원에 가도, 쇼핑몰을 가도 부쩍 반려동물을 동반한 사람들이 많아졌고 반려동물 관련 용품 판매도 늘어난 게 눈에 띕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게 당연해진 시대인데요. 한국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시장 규모가 엄청나게 커가고 있고, 앞으로 더 커질 겁니다. ‘구조적 성장’에 놓인 반려동물 관련 산업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인데요. 최근 글로벌 펫 케어 산업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독립리서치사 밸류파인더의 이충헌 대표를 인터뷰해 이야기 나눴습니다.*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10년 새 두배로 커지는 시장-글로벌 펫 케어 산업, 그러니까 반려동물을 돌보는 산업이 어느 정도 규모라고 할 수 있나요. 그리고 시장이 얼마나 빠르게 커지고 있나요?“펫 푸드(사료)와 펫 헬스케어, 펫 테크를 총칭해서 ‘펫 케어 산업’이라 부르는데요. 2017년 210조원이던 시장 규모가 2027년엔 430조원으로 배 이상 성장할 거란 분석이 나옵니다. 2021년 기준으로 글로벌 반려견과 반려묘의 개체 수가 각각 4억7000만 마리, 3억7000만 마리나 되는데요. 특이하게 유럽 연합과 러시아는 반려견보다 반려묘를 이미 더 많이 키우고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반려묘가 반려견보다 더 많아질 거란 통계도 나옵니다. 주변을 봐도 1인 가구 미혼 직장인은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는데,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가장 큰 시장은 역시 미국입니다. 미국에선 약 66%, 그러니까 세 가구 중 두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통계가 있는데요. 한국은 10가구 중 3가구꼴이어서, 그 비율이 2배 이상 차이 납니다.펫 케어 시장 중 가장 크게 떠오르는 시장은 중국과 브라질입니다. 브라질의 경우 그동안 연평균 18.6%의 가파른 성장을 지속해왔죠.”-중국과 브라질 같은 신흥국에서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군요. 중국 시장이 왜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보면 우리나라와 비슷한데요. 일단 출산율이 굉장히 낮습니다. 통계를 보면 중국 출산율이 1.2명 정도인데요. 출산율이 낮아지고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아기 대신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자’가 되는 겁니다. 또 생활 소득이 증가하면서 예전엔 ‘개나 고양이는 사람 먹다 남은 거 주변 된다’고도 여겼지만 요즘엔 인식이 많이 높아졌어요. 이런 부분이 산업 성장의 요인이고요.우리가 ‘시장이 구조적 성장을 한다’고 말하려면 P(가격)와 Q(수량)가 동반성장을 해야 합니다. 경제학에서는 가격을 올리면 덜 팔리고(Q 감소), 가격을 내리면 많이 팔린다(Q 증가)고 얘기하는데요. 지금 반려동물 산업은 생활소득 증가로 P가 늘어나고요, 1인 가구 증가로 키우는 사람이 많아져 Q도 늘어납니다. 이렇게 P와 Q가 동반 성장을 하는 게 시장이 2배 이상으로 성장하는 이유라고 봅니다.”펫푸드 가격이 무섭게 뛰는 이유-한마디로 전 세계적으로 이 시장이 구조적 성장에 놓여있는 셈이로군요. 이 펫케어산업 중 가장 큰 게 아무래도 펫푸드 시장인데요. ‘펫플레이션’이란 말이 있더군요. 펫푸드 가격이 아주 빠르게 올라서 사람이 먹는 음식값보다 물가상승률이 크다고요. 왜 그럴까요.“사료 얘기를 하기 전에 명품회사 얘기를 잠깐 하면요. 명품 브랜드가 펫 관련 제품을 많이 판매합니다. 데이비드 베컴의 강아지가 덮고 있던 루이뷔통 담요가 700만원짜리여서 화제였죠. 또 구찌에서 강아지 침대를 판매 중인데 1180만원, 그리고 에르메스의 밥그릇이 150만원대. ‘저걸 누가 사’라고 핫겠지만, 바로 이런 게 판매된다는 사실의 연장선에서 강아지 사료 값이 사람 음식 값보다 더 많이 오른다는 걸 이해하시면 될 텐데요. 일단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반려동물 먹이는 음식을 잘 바꾸질 못합니다. 이걸 ‘락인 효과’라고 하는데요. 사료를 바꾸면 어떤 알러지가 있을까봐, 그리고 내 반려동물이 먹기를 싫어할까봐 잘 못 바꾸는 거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를 보면 최근 1년 동안 사람이 먹는 음식류의 인플레이션이 평균 7.7% 였는데, 펫푸드 관련 물가상승률은 14.6%로 두배 수준이었습니다. 락인효과 때문에 판매가격을 올리기가 더 쉬운 겁니다. 한마디로 ‘나는 라면을 먹어도 내 강아지 고양이는 좋은 걸 먹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거고요. 반려동물용 건식 사료 판매가격을 살펴보면 2022년 가격이 2020년보다 103% 증가한 제품도 있습니다(네슬레 퓨리나 사의 ‘메릭 캣 그레인 프리’ 제품). 30~50% 올린 제품도 많고요. 팔리니까 가격을 올리는 거죠.또 프리미엄 사료 시장도 굉장히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미국 반려동물 식품업체 츄이 쇼핑몰에서 ‘휴먼 그레이드 사료(사람이 먹는 식품처럼 만들어진 고급 사료)’ 중에서 가장 비싼 건 342달러, 그러니까 40만원이 넘습니다. 반려인의 생활 소득이 증가할수록 이런 부분은 더 증가할 거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보고서를 보니까는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수입산 사료를 많이 먹이더라고요. 아무래도 잘 나가는 글로벌 브랜드 사료가 좀 비싸도 뭔가 좋을 거라고 보고 사먹이는 것일 텐데요. 이렇게 글로벌 브랜드가 공고하다면 국내 업체들은 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지 않나요? 말씀하신 락인효과도 있고요.“쉽지는 않습니다. 일단은 우리나라는 시장 규모가 일단 작아요. 2021년 국내 펫푸드 시장이 1.5조원이었고 2027년에도 2.2조원 정도로 전망되니까요. 아직 우리나라는 이제 개화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그리고 로열캐닌 같은 해외브랜드가 우리나라 펫푸드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어요. 우리 강아지나 고양이한테 더 비싼 걸 먹여야겠다고 생각해 해외브랜드를 더 많이 사용하는데요.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기업이 이 시장을 공략하려면 첫번째로는 프리미엄 펫푸드 시장을 타깃으로 해야 하고요, 두번째로는 앞으로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더 많이 키우게 될 거라서 반려묘 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세번째로는 ‘습식 사료’를 공략해야 하는데요. 펫푸드 종류를 크게 보면 건식과 습식이 있죠. 건식은 딱딱한 거고, 습식은 수분이 70% 이상 함유된 건데요. 사람 인구도 고령화되고 있지만, 전 세계 반려견이나 반려묘도 50%가 노령화가 진행됐습니다. 사람도 늙으면 마른 오징어 같은 질긴 건 먹기 힘들잖아요. 강아지나 고양이도 똑같아요. 노령화가 진행되면 건식 사료보다는 습식 사료를 먹어야 하고요. 또 반려동물을 다이어트 시키기 위해서도 건식보다는 습식을 먹여야 합니다. 수분이 많이 들어가서 상대적으로 포만감이 더 빨리 오기 때문이죠. 따라서 우리나라에도 펫푸드 기업이 몇 곳 있지만, 앞으로 해외로 더 진출하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시장과 반려묘 시장, 습식 관련 제품에 집중하는 게 방법일 겁니다.”고령견 늘면 이것도 커진다-다음으로 펫 헬스케어와 펫 테크 산업에 대해서도 좀 여쭤볼게요. 말씀하신 대로 반려견이나 반려묘가 고령화되면서 건강에 쓰는 비용도 점점 많아진다는데요. 아직까진 펫헬스케어라는 용어가 좀 낯선데, 이 시장이 실제 커지고 있나요?“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도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동물 헬스케어 시장이 지난해 188조원인데 2032년 300조원까지, 그러니까 50% 이상 성장할 거라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이중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 시장은 지난해 116조원으로, 2032년 180조원으로 증가할 거란 예상이 나옵니다. 의약품과 의료기기, 수의료 서비스를 포함한 시장이죠.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소형견을 많이 키우잖아요.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종을 키우시는 분들은 슬개골 탈구가 오거나 하면 많이 마음 아파하시는데요. 이런 게 결국 펫 헬스케어의 영역입니다. 대체로 펫헬스케어는 글로벌 기업들이 많습니다. 화이자의 농업부서로 설립한 ‘조에티스’처럼 오래된 기업이 있고요. 1983년 설립된 동물용 의료기기 회사 ‘아이덱스 래보라토리스’ 같은 기업도 있죠.펫헬스케어나 펫테크 모두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국내 기업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삼성전자가 펫케어 관련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보도도 최근 나올 정도로 관심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주요 펫테크 기업을 보면 사람의 지문처럼 강아지 코에 있는 ‘비문’을 이용해서 강아지를 인식하는 기술도 개발됐고요. 국내 통신 3사들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강아지와 놀아줄 때 공을 던져주는 걸 힘들어하기도 하는데, 공을 램덤으로 쏴주는 장난감 ‘펫토이’를 LG유플러스가 만들었고요. SK텔레콤은 AI 기반으로 수의 영상진단 서비스 ‘엑스칼리버’를 내놨습니다. KT는 ‘반려견 디바이스 팩’이라고 해서 자동 급식기를 판매 중이고요. 이 밖에 상대적으로 작은 비상장 기업들도 많습니다. ‘핏펫’은 반려동물을 위한 간이 건강점검 키트를 판매하는 업체인데, 시리즈C까지 553억 원의 투자를 유치를 받았고요. ‘펫프렌즈’는 반려동물 쇼핑몰로, GS리테일과 IMM이 2021년에 공동인수했습니다. ‘어바웃펫’은 반려동물 사료나 간식을 당일 또는 새백배송해주는 쇼핑몰인데 GS리테일이 인수했는데요. 마치 컬리와 비슷한 사업모델인데, 어바웃펫도 매출실적은 잘 나오지만 수익성은 아직 개선해나가는 단계이긴 합니다. 이 외에도 이커머스, 헬스케어, 자동화기기, 펫시터 중개 서비스 등 매우 많은 펫테크 업체들이 있고요. 이런 회사들은 분명히 시리즈 단계에서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에 향후에 상장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아무래도 한국 기업이 앞서 있는 게 IT 기술 쪽이라서, 아무래도 펫테크 쪽에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 할 수 있을 여지가 있을까요?“펫테크 쪽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요. 다만 상장까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증시를 보면 ‘1호 상장’이란 단어가 많이 나와요. 예컨대 1호 상장 와인유통기업도 있고, 펫푸드 쪽엔 프리미엄 펫푸드 1호로 상장한 업체도 있고요. 이제 펫테크 업체도 그런 기반이 갖춰져야 할 겁니다. 1호 상장이 나오면 국내외 투자자들이 볼 때 ‘저런 기업이 상장하니까 이 시장에 더 관심을 가져봐야겠다’라고 여길 수 있거든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 앞으로 이런 게 상장으로 이어진다면 시장의 성장 속도를 가속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그런데 어디에 투자하지?-성장의 결과로 상장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장 자체가 성장의 또 다른 계기가 될 수도 있겠네요. 그럼 투자 전략에 대해 좀 여쭐게요. 설명을 들으면서 이 산업이 커지고 유망한 건 알겠는데, 이를 어떻게 투자로 연결할 수 있을까요?“펫푸드∙헬스케어∙테크 산업을 말씀드렸는데, 관련 기업은 많지만 규모가 너무 작거나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일단 펫푸드는 직접적으로 투자할 기업이 매우 적은데요. 예를 들어 하림, 풀무원, 동원F&B 같은 회사는 본업이 아닌 플러스 알파로 반려동물 사료를 만들어내고 있어서 직접 투자 대상이라고 하긴 어렵고요.스몰캡 중엔 대주산업과 오에스피가 관련 기업입니다. 이 중 오에스피는 최근에 중국기업에 5억원 정도를 투자해서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공시했어요. 한국 펫푸드 기업이 성장하려면 정말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중국이나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회사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다만 시가총액이 워낙 작기 때문에 이런 부분이 실적으로 가시화되는지를 보시고 조금은 보수적으로 접근하시는 게 좋겠습니다.펫헬스케어 쪽에서 백신을 개발하는 데는 있지만 아직 임상 단계여서 가시적인 성과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리고 펫테크는 ‘통신 3사+비상장 기업들’인데요. 아직 투자 시리즈를 많이 받은 비상장 기업들의 상장 이야기가 나오진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시장이 성장한다는 건 누구나 다 이해하지만 아직은 이를 투자로 연결시키기까지의 간극은 좀 큰 편입니다.”-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투자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좀 공부를 해보시는 것도 도움이 되겠군요.“내년 안에는 올 것 같다는 기대는 하고 있습니다.”-아무래도 IPO 시장이 좀 살아나면 기회가 올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으로 반려동물과 그 관련 산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요.“펫보험 시장도 이제 손해보험사만이 아니라 생명보험사도 진출하게 되었고요. 최근엔 반려동물 진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면제시켜주는 방안도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하거든요. 그만큼 금융권과 당국에서도 매우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인 겁니다. 따라서 고양이, 강아지들을 키우시면서 내 반려동물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상장한다면 그걸 투자하고도 한번 연관시켜보시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By.딥다이브지인이 반려견을 ‘유치원’에 보내고, 반려견용 실내 수영장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신기했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요.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이제 막 개화한 단계일 뿐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강아지와 고양이 키우는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하니, 과연 이 시장이 얼마나 커질지 궁금하면서 기대되는데요. 주요 내용을 요약해드리자면-글로벌 ‘펫케어’ 산업은 2017년 210조원에서 2027년 430조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겁니다. 가장 큰 시장은 미국이지만 중국과 브라질의 성장률이 특히 높습니다. 반려묘를 키우는 가구가 빠르게 늘면서 언젠가는 반려묘가 반려견 수를 추월할 수 있습니다.-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펫푸드 시장에도 프리미엄 제품이 뜨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의 고령화로 인해 딱딱한 건식사료보다는 부드러운 습식사료 수요도 늘어납니다. 다만 ‘락인효과’ 때문에 국내 기업이 뚫기란 쉽지 않은 시장이기도 합니다.-IT기술을 활용한 펫테크 시장도 열리면서 관련한 스타트업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아직은 비상장 기업이지만 언젠가 상장을 한다면 펫테크 관련 투자가 본격화될지 모릅니다.*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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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증시, 14개월 만에 최고… 더 갈 수 있을까?[딥다이브]

    본격적인 강세장 분위기인가요. 12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금리 동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일제히 상승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6%, S&P500 +0.93%, 나스닥지수 +1.53%. 특히 S&P500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나란히 지난해 4월 21일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네요. 13~14일 열릴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거란 관측이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는데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10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던 연준이 드디어 멈추게 되는 겁니다. 다만 변수는 13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될 겁니다. 로이터 집계에 따르면 월가에선 5월 CPI 상승률이 4.1%에 그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3월 5%, 4월 4.9%와 비교해 물가상승세가 큰 폭으로 둔화할 거란 뜻이지요. JP모건자산운용의 글로벌 전략가 데이비드 켈리는 “숫자(지표)는 추가 긴축을 지원하지 않을 거고 이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더 명확해질 것”이라며 “투자환경은 장기금리 인하와 주가상승을 뒷받침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골드만삭스도 강세장 지속을 내다봤는데요. 이 회사 데이비드 코스틴 미국주식 전략가는 “다른 부문이 기술주의 뜨거운 랠리를 따라잡으면서 이익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정반대의 예측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약세론자인 모건스탠리의 마이클 윌슨 전략가는 S&P500이 24% 상승한 뒤 새로운 저점으로 돌아간 1940년대 약세장과 비슷한 장이 펼쳐질 걸로 보고 있죠. 이날 증시에선 테슬라는 주가가 2.22% 오르며 249.83달러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12거래일 연속 상승으로, 역대 최장기록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130% 넘게 올랐군요. 크루즈 업체 카니발 주가가 12.48% 급등한 것도 눈에 띕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JP모건이 카니발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조정한 영향인데요. 경기침체가 임박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크루즈산업은 강력한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그동안 주가가 덜 오른 주식을 매수하고 싶어하는 투자자들의 심리도 주가상승에 영향을 줬을 거라는데요. 카니발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훨씬 낮은 수준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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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데믹 시대, 배달앱은 뭘로 먹고 살까[딥다이브]

    배달 음식 많이 시켜 먹는 편이신가요? 코로나로 특수를 제대로 누렸던 음식 배달 플랫폼의 성장세가 요즘 주춤하다고 합니다. 팬데믹이 끝나면서 배달 대신 외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었고, 비싸진 배달비도 부담스럽기 때문인데요. 반면 미국의 음식 배달 플랫폼 도어대시(DoorDash)나 우버이츠(Uber Eats)는 실적이 여전히 상승세입니다. ‘인플레이션에도 배달 음식은 못 끊는다’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요. 엔데믹 시대에 배달앱은 어떻게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미국의 도어대시 사례와 함께 국내에선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의 기술진 이야기를 통해 알아봤습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미국 도어대시는 왜 아직 잘 나가나‘코로나 땐 필수품이었지만 이제 사치재다.’ 미국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풀리던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배달 음식을 두고 이런 얘기가 많았습니다. 배달비 아까운데 누가 굳이 배달시켜 먹겠냐며, 배달앱의 좋은 시절이 지나갔다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실제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배달앱을 이용하면 매장에서 직접 사서 포장해가는 것보다 평균 6달러의 비용(배달료+각종 수수료)이 더 든다고 합니다(팁을 뺀 금액 기준).그런데 웬걸,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도어대시나 우버이츠 모두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 실적을 올렸습니다(도어대시는 40%, 우버의 음식 배달서비스는 8% 매출 성장).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음식 배달 서비스 매출은 올해 4월 기준으로 1년 전보다 7% 증가했습니다. 물론 코로나 때만큼 폭발적인 성장세는 이제 없지만(2020년 4월엔 전년 대비 162% 증가), 엔데믹에도 미국인들이 배달을 줄이거나 하진 않은 겁니다. 무엇이 배달앱의 지속 성장을 가능하게 할까요. 5월 4일 도어대시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토니 쉬 CEO(창업자)가 한 발언을 통해 힌트를 몇 가지 찾을 수 있는데요(참고로 도어대시는 미국 음식 배달 시장의 65%를 차지하는 절대강자. 일명 ‘미국판 배민’). ① 탄탄한 진성 고객=대시패스(DashPass)는 월 9.99달러를 내면 배달비가 무료인 도어대시의 구독서비스입니다. 2021년 1000만명이던 대시패스 회원은 지난해 말 1500만명으로 50%나 증가했죠. 당연하게도 대시패스 구독 고객은 주문을 더 많이, 더 자주하고 충성도도 높습니다. 가입자 중 68%가 한 달 뒤에도 가입 상태를 유지한다는데요. 이에 도어대시는 각종 제휴(카드사, 로큐, 아마존프라임 등)를 통해 대시패스 구독자를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② 식료품∙편의점 쇼핑도 한 번에=저녁 식사로 팟타이를 해 먹고 싶은데 재료가 없다면? 한밤중에 갑자기 아기 기저귀가 떨어졌다면? 도어대시가 음식 배달에 이어 공략하고 있는 주요 영역이 바로 이런 식료품과 편의점, 소매배달입니다. 세븐일레븐∙세포라∙타깃∙오피스디포 같은 다양한 영역의 ‘비(非)레스토랑’ 매장이 7만 5000개 이상 입점해 있다는데요. 북미에서 가장 많은 소매점이 입점한 플랫폼이라고 합니다. 토니 쉬 CEO는 “우리는 이제 다른 누구보다도 더 많은 식료품∙편의점 신규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경쟁업체인 미국 식료품 배달업체 인스타카트를 앞선다는 뜻). 대시패스 가입자는 이런 소매상품 배달비도 공짜이기 때문에 더 많은 대시패스 구독자를 유치하는 효과까지 톡톡히 거두고 있다는 설명입니다.③ 그래도 중심은 ‘음식’=그렇다면 이런 ‘버티컬 서비스’를 더 활성화해서 ‘탈 레스토랑’을 하는 게 배달앱이 나아갈 길일까요? 토니 쉬 CEO는 그래도 핵심은 레스토랑 비즈니스라고 강조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솔직히 말해서 사람들이 일주일에 20~25회 식사를 한다는 사실이 성장을 위한 큰 활주로가 남아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식료품이나 편의점 배달을 이용하려는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 음식 배달을 시키던 고객이 2번, 3번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건데요. 결국 배달 경험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계속돼야 한다는 뜻이죠. 동시에 고객이 원하는 레스토랑이 더 추가돼야 하는데요. 올 1월 도어대시가 스타벅스를 유치한 게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이전까지 스타벅스는 우버이츠만 이용). 돈 벌기 어려운 사업구조?여기까지만 보면 배달플랫폼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게 어쩌면 가능할 수 있겠다 싶은데요. 사실 좀 더 냉정하게 보자면 도어대시 같은 음식 배달 플랫폼의 가장 큰 문제는 성장보다는 이겁니다. 수익성.기본적으로 배달앱은 육체노동에 의존하는 사업 모델입니다. 비용(인건비)이 많이 들고 돈 벌기가 쉽지 않은 구조이죠. 도어대시의 1분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매출이 40% 증가했지만, 비용도 40% 늘었습니다. 영업 적자를 언제나 벗어날지 알 수 없죠. 가격(배달비)을 올리면 수익을 낼 수 있겠지만 이 역시 어렵습니다. 경쟁회사와 눈에 띄게 서비스가 차별화되지 않는 데다, 고객들이 언제든 다른 앱으로 떠날 수 있거든요. 그렇다고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식당이 음식을 더 빨리 조리하거나 배달원이 더 빨리 배달하도록 만들긴 어렵죠. 공장 생산시설처럼 로봇으로 당장 대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미래의 언젠가는 가능하겠지만). 그럼 어떤 식으로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요.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의 파트너 빅토리아 로드는 ‘일괄처리’를 하나의 답으로 제시합니다. “수학은 플랫폼에서 작동한다. 동시에 픽업해서 동시에 배송하는 주문이 많아질수록 주문당 배송비용은 낮아진다”고 얘기하는데요. 그는 “일괄처리는 경제학적으로 말이 되기 때문에 플랫폼이 계속 이를 실험할 거고, 기술이 정교해짐에 따라 이 작업을 더 잘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일괄처리를 다른 말로 하자면 스태킹(Stacking), 즉 ‘다건배달’입니다. 그리고 실제 국내외 배달 플랫폼이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죠. 그 효과는 어떨까요. ‘요기요’를 운영하는 위대한상상의 기술진을 만나 물어봤습니다.효율성과 만족감 사이AI가 배달 거리와 음식 조리 시간, 라이더 위치까지 고려해 여러 주문을 묶어서 한꺼번에 배차를 해줍니다. 요기요가 채택한 배달방식(요기요 익스프레스)인데요. 음식이 식기 전에 배달 될 수 있는 동선이라면 2~3건의 주문을 묶기도, 또는 한 집만 배달하기도 합니다. 배달의민족의 배민1이나 쿠팡이츠의 단건배달(한번에 1개의 주문만 처리)과는 다르죠.왜 이런 기술을 개발했냐고 묻자 “라이더와 식당 사장님, 고객, 그리고 플랫폼 운영사라는 4개 플레이어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한꺼번에 많이 배달해서 돈을 많이 벌고 싶은 라이더, 조리가 끝나는 시점에 딱 맞춰서 라이더가 오길 바라는 사장님, 배달비가 너무 비싸지 않으면서도 내 음식이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길 기대하는 고객까지. 동시에 만족시키는 걸 목표로 한다는 겁니다.위대한상상 측은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3년 동안 운영하면서 AI 배달의 효율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합니다. 또 이른바 ‘전투콜(좋은 배달주문을 잡기 위해 앱을 열심히 들여다보는 것)’이 사라져 안전성이 높아지는 효과도 있다는데요. 그런데 궁금합니다. 과연 모두를 만족시킨다는 게 가능할까요? 이 회사의 최재원 로지스틱스부문 PO “아직까지 100% 만족은 못 시킨다”고 솔직히 말합니다. AI가 추천한 최적의 경로대로 라이더가 배달을 해도 고객 불만이 접수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인데요. ‘라이더가 왜 이렇게 돌아서 오지?’ 또는 ‘왜 내 음식을 더 나중에 배달하지?’라는 불만이 생기는 겁니다. 이에 대해 황성민 로지스틱스부문 실장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실제 고객 불만 사례를 들여다 봤더니 AI 시스템이 최적이라고 한 경로가 실제로 더 효율적인 게 보이더라고요. 시스템은 인간과 달리 과거 데이터를 참고해 미래 예측까지 하니까 더 멀리 보거든요. 하지만 우리는 고객의 정서적 부분까지 만족시켜줘야 하긴 합니다. 그래서 더 고민되고 어렵습니다.”배달의 효율성과 고객의 정서적 만족감,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은데요. 둘 중 어느 하나를 포기할 수도 없습니다. 그럼 결론은? 고객의 선택지를 늘리는 게 될 텐데요. 요기요는 쿠팡이츠나 배민1 같은 방식의 ‘단건배달’을 도입할지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하는군요.단건배달로 승부하던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오히려 다건배달을 새로운 서비스로 내놓았습니다. 배달의민족은 4월부터, 쿠팡이츠는 이달 9일부터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각각 ‘알뜰배달’과 ‘세이브배달’이란 이름으로 새 서비스를 출시했는데요. 요기요 익스프레스처럼 비슷한 동선에 있는 주문을 묶어 라이더에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이를 이용하면 고객들은 배달료를 낮출 수 있고요. 배달비 부담이 커지면서 고객들이 이탈하자 이제 비용 효율성이 더 중요해진 겁니다. (5월 배달앱 3사의 월간활성이용자 수(MAU)는 2946만명으로 1년 전(3209만명)보다 8.2% 감소.) 결국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이렇게 3대 배달앱은 서로를 닮아가게 되는군요. 국내 배달앱들이 앞에서 설명드린 도어대시의 전략을 따라가는 모습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요기요는 멤버십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내놓은 게 대표적이죠. 특히 이달 들어 내놓은 ‘요기패스X’는 월 9900원 이용료를 내면 배달비가 공짜(1만7000원 이상 주문시)라는 점을 내세웁니다.영역 확장도 가속화하는 중입니다. 배달의민족은 ‘B마트’(장보기 즉시 배달서비스)와 배민스토어(편의점∙건강식품 등), 요기요는 ‘요마트’와 ‘요편의점’이란 이름으로 음식배달이 아닌 ‘퀵커머스’ 분야로 넓혀가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열리기 시작한 퀵커머스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인데요. 최재원 PO의 이 설명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배달과 식료품배달, 모두 ‘배달’이란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계속 피자 한 판(음식 배달 시장)을 갖고 이렇게 나눠 먹기만 할 건 아니니까요. 다른 피자들을 찾아 나갈 겁니다.” By.딥다이브배달비가 뛰고 고객이 이탈하자 요즘 배달앱들이 다시 공격적으로 할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으로 고객을 반짝 끌어모아도 서비스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고객은 금방 떠나겠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엔데믹 시대가 왔지만 미국 음식배달 플랫폼 도어대시는 오히려 깜짝 실적을 올렸습니다. 구독서비스를 통한 진성고객 확보와 퀵커머스 분야의 빠른 성장 덕분입니다.-그런데 수익성은 어떻게 확보할까요. 배달앱이란 사업구조 상 쉽지 않은 과제인데, 기술을 활용해 배달의 효율성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실제 요기요가 AI를 이용한 ‘다건 배달’ 서비스를 해보니, 전반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는데요. 하지만 고객의 정서적 만족감까지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고민이라고 합니다. 결국 고객 선택지를 늘리고 퀵커머스로 영역을 확장해나가는 식으로 대응 중입니다.*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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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세장 진입한 S&P500…메가캡만 뜬다?[딥다이브]

    연준의 금리인상은 끝나가고 있는 걸까요.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뉴욕증시가 상승 마감했습니다. 다우지수 +0.50%, S&P500 0.62%, 나스닥지수 +1.02%.이날로 S&P500지수는 약세장을 끝내고 강세장에 진입했습니다. S&P500지수 종가(4293.93)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12일의 저점(3577.03)에서 20% 상승한 겁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약 8개월의 약세장은 1940년대 이후 가장 긴 S&P500 약세장이었다고 합니다. 강세장 진입을 이끈 건 애플, 엔비디아,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들인데요. 다음주로 다가온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을 건너뛸 거란 전망이 대세를 이룬 것도 지수 상승에 기여했습니다.사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만 해도 증시엔 비관론이 넘쳤는데요. 예상보다 빠른 강세장 전환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옵니다. 한편에서는 예상보다 탄력적인 판매, 낮은 에너지 비용, 달러 약세 덕분에 기업 이익 전망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긍정론을 펼칩니다(JP모건 프라이빗 뱅크). 반대로 지금의 상승세가 너무 소수 기업에만 의존한다는 점에서 매우 불안하다는 회의론도 적지 않은데요. 현재 미국 증시의 시총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9%로 2000년 닷컴버블 당시(20.3%)보다 높습니다. 블룸버그는 “편중효과가 엄청나다”면서 “메가캡(시가총액 2000억 달러가 넘는 초대형주)의 인기는 자신감 부족을 반영한다”고 분석합니다. 앞으로도 쭉 상승세가 이어질 거라고 보기엔 뭔가 이상하다는 지적인데요. 이날도 메가캡 주식들은 대체로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테슬라는 이날 4.68% 올라 10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1월 이후 최장기간 상승 기록인데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수혜+중국 사업 확장 기대감+트위터 관련 오너 리스크 감소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날 특히 눈에 띄는 종목은 온라인 중고차 판매업체 카바나입니다. 2분기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A)이 5000만 달러 이상이 될 거라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56% 뛰었는데요. 610만 달러 손실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치를 완전히 뒤집은 겁니다. 카바나는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약 98%나 빠지며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용을 절감한 효과가 이제 나타나기 시작할 거란 전망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9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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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뒤흔든 ‘식품 인플레’… 범인은 기업의 탐욕?[딥다이브]

    고기와 빵, 우유가 너무 비싸져서 사람들이 먹는 걸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후진국 이야기가 아닙니다. 유럽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역대급 ‘식품 인플레이션’이 유럽을 강타하고 있는데요. 사실 국제 농산물 가격은 1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독 유럽에서만 식품가격이 치솟고 있으니 특이한 현상인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각 국 정부는 어떤 방법으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요. 오늘은 유럽의 식품 인플레이션 문제를 들여다봅니다.*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이 정도면 식품 위기 수준간병인으로 일하는 56세 스페인 여성 마라는 더 이상 쇠고기와 수박을 장바구니에 담지 않습니다. 너무 비싸졌기 때문이죠. 예전엔 후식으로 두 조각씩 먹었던 멜론도 지금은 한 조각씩 아껴 먹습니다. 그는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50유로였던 일주일치 식료품 구입비가 125유로 이상이 됐다”며 “저축할 돈이 없다”고 말합니다. 유럽에서 식품 물가가 가장 많이 급등한 헝가리(4월 소비자물가 기준 1년 전보다 38.5% 급등). 계란·빵·버터·치즈 가격이 1년 전보다 50~60% 뛰었습니다. 레스토랑 메뉴에서 감자튀김이 사라지고(감자값 급등), 빵집들이 케이크에 버터 대신 올리브 오일을 사용할 정도입니다. 부다페스트의 유서 깊은 그랜드 마켓홀의 정육점에서 일하는 실비아 부크타는 AP뉴스에 이렇게 한탄합니다. “습관이 확실히 바뀌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을 구매할 때 정말 신중하게 생각합니다. 소시지와 햄이 고급 식료품으로 여겨지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탈리아에선 홈메이드 피자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30% 올랐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이른바 블룸버그의 ‘마르게리타 피자 지수’인데요. 피자의 4가지 기본재료(밀가루, 토마토, 모짜렐라치즈, 올리브오일) 가격과 피자를 굽는 데 드는 전기소비량을 계산한 결과입니다. 이 나라에서 올리브유 가격은 1년 전보다 43.7% 뛰었습니다. 모짜렐라치즈(27%), 밀가루(22%), 토마토(10%) 가격도 급등했습니다.어떠신가요. 유럽의 식품 인플레이션 대란이 실감 나시나요. 통계로 설명드리자면 유럽연합의 4월 식품 물가는 1년 전보다 무려 16.6%나 뛰었습니다. 25년 만에 최고치였던 3월(19.6%)보단 내려갔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높은 인플레이션입니다. 항목별로는 설탕(54.9%)이 가장 많이 뛰었고 치즈(25.3%)와 우유(25%), 올리브유(23.6%), 달걀(22.7%) 가격도 20% 넘게 올랐습니다. 특히 유럽연합의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4월 기준 8.1%)은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낮아지는 추세인데, 유독 식품 물가는 계속 무지막지하게 뛰고 있죠. 따뜻한 겨울 덕에 에너지 위기를 갓 벗어난 유럽에 이제 식품 위기가 닥친 겁니다. 인플레이션은 언제나 뜨거운 이슈이지만, 식품 인플레이션은 그 심각성이 더 큽니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사람이 더 먹고살기 어려워지게 되는 거죠.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3월 식품판매는 전년 대비 10.3% 감소해, 1994년 통계가 나온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습니다. 영국도 마찬가지여서 이달 초 조사에 따르면 최하위 20% 가구의 5분의 3이 식품 구매를 줄이고 있습니다. 유럽인들이 말 그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겁니다. 왜 식품가격이 폭등했나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식품 물가 급등이 유독 영국을 포함한 유럽에서 심각합니다. 사실 글로벌 식품가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인 지난해 3월에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이거든요. 반면 유럽의 식품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폭이 커졌습니다. 그 결과 유럽산 밀 가격은 1년 동안 40% 하락했는데, 이탈리아의 평균 파스타 가격은 20% 넘게 뛰는 현상이 나타난 겁니다.왜 이럴까요.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는데요.①러-우 전쟁의 긴 여파=지난해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관 밸브를 잠그면서 유럽이 에너지 대란을 겪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에너지 가격은 식품의 생산∙운송∙저장 비용에 모두 영향을 미치는데요. 에너지 도매가격은 다시 하락했지만 소매가격이 떨어지는 데는 시차가 있습니다. 즉, 여전히 높은 에너지 가격이 식품 가격을 끌어올립니다. 원재료 가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판매되는 파스타는 몇 달 전 밀 가격이 훨씬 높았을 때 구매했던 밀로 만들어진 겁니다. 지난해 전쟁 직후 가격이 더 뛸 걸 우려한 식품 제조업체들은 서둘러서 원재료를 사서 쟁여놨거든요. 따라서 원재료 값도 아직 높은 수준이라는 게 기업 측 해명입니다.②타이트한 노동시장=원재료와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인건비도 뛰었습니다. 유럽의 고용시장은 미국 못지않게 타이트한데요. 유로존 20개국의 4월 실업률은 6.5%로 1998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자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인데요. 식품회사들이 직원이 떠나지 않도록 붙잡기 위해 임금을 올려준 것도 비용이 늘어난 이유라 하겠습니다.③극단적 이상 기후=이 와중에 자연재해까지 닥쳤습니다. EU 최대 과일∙채소 생산국인 스페인이 최악의 가뭄과 기록적인 고온(이른 4월에 30~40도의 기온)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스페인 올리브 생산량이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 거란 예측이 나올 정도인데요. 이어서 지난달엔 이탈리아의 농업지대인 에밀리아-로마냐주에 큰 홍수가 나서 4000만 그루의 과일나무가 사라졌습니다. ④나라별 사정=유독 식품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국가들도 있습니다. 유로존 국가가 아닌 헝가리는 자국 화폐가치가 폭락하면서 기록적인 식품가격 폭등을 겪고 있고요. 영국의 경우엔 브렉시트 이후 이민 노동자 부족에 시달리는 게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범인은 탐욕적인 기업?하지만 이런 네 가지 이유로는 지금의 식품가격 폭등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고 보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원재료 가격과 생산비용 증가 때문에 슈퍼마켓 판매가격이 올랐다고 보기엔 식품가격이 너무 많이 뛰었다는 건데요. 이런 의심을 가진 이들이 지목하는 식품 인플레의 주범은 바로 이것입니다. 기업의 탐욕.이른바 ‘그리드플레이션(greed+inflation)’을 둘러싼 논쟁인데요. 소비자단체는 물론 정치권과 일부 경제 전문가들도 기업이 폭리를 취하려고 판매가격을 올린 게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주장을 펼칩니다. 식품 대기업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익을 거두고 있다는 게 그 주장의 근거인데요. 모니크 고옌스 유럽소비자협회 국장은 FT에 “많은 가격인상이 가격을 부풀리려는 기업의 기회주의적 변명일 뿐이란 의혹이 커지고 있다”면서 “급등하는 물가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지난 4월엔 독일 금융회사 알리안츠가 그리드플레이션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보고서를 내서 화제가 됐는데요. 지난 1년간 유럽 식량 가격 상승의 약 10%, 독일의 경우엔 3분의 1 이상이 전통적인 요인(원료, 에너지, 포장재료, 인건비 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분석이었습니다. 따라서 “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가 유럽의 식량 인플레이션이 작지만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결론이었죠. 이걸 보고 많은 분들이 ‘그래, 역시 기업이 문제일 줄 알았어’라고 생각하실 텐데요. 하지만 이와 정반대되는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주 영란은행의 앤드류 베일리 총재는 “식품 공급업체나 소매업체가 폭리를 취했다는 증거가 없다”면서 그리드플레이션 가능성을 부정했죠. 영국 민간 기업의 수익성 수준이 딱히 높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팬데믹 이전보다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설사 어떤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졌다고 해도 기업이 세세한 수치를 공개하는 건 아니라서, 가격 인상으로 얼마의 이익을 거뒀는지를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긴 하죠.일부 경제학자들은 아예 그리드플레이션 자체가 허구라고 보기도 하는데요. 미국 미시간대학의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탐욕 탓으로 돌리는 건 마치 비행기 추락 원인을 중력 탓으로 돌리는 것과 같다”고 지적합니다. 기업은 폭리를 취하려는 욕심 못지않게, 가격을 내려서라도 경쟁사를 압도하려는 욕심도 큽니다. 특별한 이유(비용 상승)가 없이는 제품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이죠. 그래도 여전히 ‘기업의 탐욕’이 가장 의심스러운 용의자로 보이신다고요? 이미 유럽에서도 그런 여론이 상당합니다. 여러 유럽 국가에서 식품가격을 올리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가격 통제’ 정책을 시행하거나 만지작거리는 이유입니다.가격 올리지 마! 가격통제 통할까파이낸셜타임스 기사를 인용하자면 ‘역사를 통틀어 식량 가격보다 더 정치적으로 중요한 변수는 없습니다’. 유럽의 각국 정부와 정치권이 식품가격 통제라는 초강경 카드를 들고나온 이유입니다. 물가상승으로 매우 큰 타격을 입은 헝가리와 크로아티아는 저소득층을 보호하기 위해 밀가루나 설탕 같은 필수품 가격의 상한선을 설정했습니다. 그리스는 식품에 대한 소매업체 이익률을 제한하는 방법을 택했고요.프랑스도 정부가 직접 나섰는데요. ‘인플레이션 방지 분기’라는 이름으로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석 달 동안(3월 15일~6월 15일) 식품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겁니다. 그리고 약속한 기한 만료가 다가오자 브루노 르메르 경제부 장관이 이를 연장하지 않는 기업엔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는 바람에, 석 달 더 연장됐고요(9월 15일까지로). 꽤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가격 통제 정책인데요.유럽연합 평균보다 식품 인플레이션이 더 심한 영국에서도 가격 상한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5월 28일 스티브 바클레이 영국 보건부 장관이 BBC 인터뷰에서 “식품 인플레이션과 생활비에 대한 현실적인 우려를 해결하는 방법을 놓고 유통업체들과 건설적인 협의 중”이라고 밝혔죠. 일종의 ‘자발적인 가격 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는 뜻입니다. 만약 영국에서 가격 통제 정책이 시행된다면 1973년 이후 50년 만의 일이 될 거라는군요.그런데 가격 통제 정책이 식품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을까요?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억누르면 잡히긴 잡히는 거 아니냐고요? 글쎄요.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회의적입니다. 과거 사례를 볼 때 가격 통제 정책이 단기적으론 물가를 잡는 듯해도 결국 장기 인플레이션율에 영향을 미치진 못했기 때문인데요.이 분야 전문가인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라스 요눙 명예교수는 “가격 통제는 인플레이션 원인을 제거하지 못한다. 정책입안자들이 근시안적 정책으로 대중을 기쁘게 하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합니다. 동시에 가격통제 정책은 “중독성이 있어서 버리기도 어렵다”고 지적합니다.가격통제 정책의 부작용도 문제입니다. 실제 헝가리의 경우 가격 상한제가 시행된 지난해 말 마트 매대에서 계란과 우유가 대부분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적정 이윤이 보장되긴커녕 역마진을 감수해야 할 지경이 되자 유통업체들이 아예 판매를 포기한 건데요. 헝가리의 소매업체 대표는 FT에 “설탕을 ㎏당 500포린트에 사 와서 300포린트에 판매해야 한다. 완전히 터무니없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죠. 이에 죄르지 머톨치 헝가리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의 가격 상한제에 대한 비판을 퍼붓고 있는데요. 그는 “가격상한제는 이미 사회주의 시절에 효과 없음이 입증된 낡은 도구”라면서 “이런 정책이 계속된다면 향후 10년 동안 피해를 보고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물론 헝가리 정부가 그렇다고 정책을 바꾸진 않았지만요.기업의 과도한 가격인상을 막기 위해 폭리를 취하면 이를 세금으로 거둬들이는 방식(‘초과이윤세’)은 어떨까요. 얼핏 보면 효과적이지만 독일 드레스덴공과대학의 요하임 라그니츠 명예교수는 이런 발상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그리드플레이션’이 실재한다고 보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인데요. 그럼에도 기업의 정당한 이익과 부당한 이익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대신 그는 정부가 인플레이션으로 피해 보는 계층을 직접적으로 구제하고(보조금 지급 등), 기업의 가격 담합 행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유럽의 식품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입니다. “올해 여름까지 식품가격이 계속 상승한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말에야 하락할 것”이라고 알리안츠는 내다봤는데요. 달리 말하면 이 가격 급등기가 지나가고 내년이 된다 해도 다시 식품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긴 어렵단 뜻이죠. 프랑스 언론의 표현대로 ‘저렴한 가격의 시대는 이제 저물었습니다’. By.딥다이브2023년에 가격 상한제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은데요. 그만큼 유럽의 식품 인플레이션이 보통 큰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겠죠.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유럽의 식품 물가가 너무 올라서 가장 큰 사회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먹고 살기 어려워진 유럽의 서민들이 말 그대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크게 올랐던 원재료와 에너지 가격의 여파가 아직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데요. 일부에선 이를 틈타 폭리를 취하려는 기업의 탐욕이 식품가격 상승을 더 부추겼다고 의심합니다.- 각 국 정부는 주요 식품 가격을 직접 통제하는 강력한 정책까지 내놨는데요. 경제학자들은 이런 정책이 별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거라고 우려합니다. *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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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스닥 10개월 만에 최고…6월 금리인상은 ‘스킵’?[딥다이브]

    이제 디폴트(채무불이행) 걱정은 내려놔도 되겠습니다. 대신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으로 시장의 관심은 옮겨갑니다. 1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미국의 부채한도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다우지수 0.47%, S&P500 0.99%, 나스닥지수는 1.28% 상승으로 마감했죠. S&P500과 나스닥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5월 31일 저녁 하원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한도를 2025년 1월까지 유예하는 법안을 전체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이제 남은 건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입니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과 달리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습니다. 법안 통과엔 어려움이 없을 거란 뜻이죠. 미국 연방정부의 디폴트 위험 걱정은 사실상 사라진 겁니다.이제 시장의 눈은 6월 13~14일로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 쏠리는데요. 일단 6월엔 금리를 동결할 거란 기대감이 다시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6월은 건너뛰고(skip) 이후에 올릴지 말지를 결정할 거라고 보는 건데요. 연준 인사들도 이런 발언을 잇달아 내놨습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이날 “우리가 일시적으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이번 회의에서 스킵(skip)해야 한다”고 말했고요. 연준 부의장으로 지명된 필립 제퍼슨 이사도 5월 31일 연설에서 “6월에 금리를 동결한다고 해도 정점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고 말했죠.그럼 혹시 이대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은 끝나나요? 글쎄요. 일단은 금요일에 발표될 미국 노동부의 고용보고서부터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뜨거운 고용시장의 열기가 식지 않는다면 연준의 인플레이션 걱정이 사그라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미국의 4월 실업률은 3.4%로 196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죠. 과연 실업률이 5월엔 좀 오를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분석에 따르면 실업률이 오르는 게 주식시장엔 상당히 좋은 신호라는데요. S&P500지수가 바닥을 친 뒤 4개월 뒤에 실업률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2024년 첫 몇 달 동안 미국 실업률이 4.8%로 정점을 찍을 거라고 예상했죠. 달리 말하자면 주식시장의 강세론자일수록 실업률 상승을 기대하고 있는 셈인데요. 일단 애널리스트들이 내놓은 5월 실업률 전망치는 3.5%입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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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율 각자도생 시대…하반기엔 달러 투자 기회가 온다[딥다이브]

    달러당 1324.9원. 30일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종가인데요. 두달 가까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갇혀 있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 같은 ‘킹달러’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 아니었나요. 왜 원화는 이렇게 계속 약세일까요.이런 질문에 대답해줄 외환시장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 권아민 애널리스트인데요. 딱 1년 전 인터뷰에서 “이제 1200원대 중후반의 환율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얘기해줬던 분이기도 합니다.*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유독 약한 한국 원화-최근 1300원대 환율이 이어지는데요. 유독 한국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 또 그렇네요?“작년엔 일본 엔화가 가장 약했고, 신흥국 중에선 우리나라 원화가 유독 약했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통화가치 약세 순위가)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다음이 한국입니다. 유독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이 많이 약하죠.”-작년부터 이어지는 무역수지 적자 탓일까요.“일차적이고 표면적인 이유는 무역수지 적자 개선이 너무 안 된다는 거죠. 왜냐하면 무역수지의 절반을 차지하는 게 중국인데, 중국 경기에 대한 눈높이가 내려온 상황이거든요. 저희 리서치센터도 10월 정도 돼야 무역수지가 흑자로 전환할 걸로 보고 있어요.사실 올해 1월 무역수지 적자가 역대 최대였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40원에서 올 2월 1220원까지 갔습니다. 그 이유를 따져보자면 작년 12월 7일부터 중국이 리오프닝을 세게 하니까 갑자기 원·달러 환율이 1220원으로 간 겁니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로 무역수지가 빨리 개선될 거라는 기대가 환율을 움직인 거죠.그런데 막상 열어보니까 ‘별거 없는 리오프닝’이다 보니 눈높이가 다시 올라갔고요. 그 결과 환율이 1300원대에 안착하는 그림입니다.”-실제로 무역수지가 개선되진 않더라도 개선될 거란 기대감만 있어도 환율은 민감하게 움직이는군요. 또 기대감이 꺾이면 그 역시 바로 반영되고요. 그런데 중국으로의 수출이 기대만큼 좋지 않은 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아닌가요? 미국이나 대만도 중국 수출 많이 하는데, 왜 유독 원화만 더 약세일까요.“사실 올해 실리콘밸리뱅크 파산 이후 달러화가 약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초 이후 각국 통화 가치 변동률을 순위를 매기면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가 1, 2, 3등이에요. 미국 달러화는 가운데에 있고요. 그리고 꼴등이 누군지 보면 아까 말씀드린 러시아, 남아공, 한국이고요.사실 작년에는 ‘킹 달러’로 다 설명됐죠. ‘달러가 강해서 원화 포함 다 약하다’라는 게 우리가 알고 있던 컨셉트였는데요. 그런데 왜 지금은 달러가 약한데 왜 어떤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강하고, 어떤 신흥국은 약할까요. 제가 보기엔 ‘각자도생’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멕시코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인접국가로 생산기지 이전)’ 수혜를 가장 많이 받는 나라이고요. 브라질은 코로나 이후 재정수지가 가장 좋아진 국가입니다. 인도네시아는 10년 만에 경상수지 흑자국이 됐죠.꼴찌그룹도 각자 이유가 다 있어요.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소화하고 있고요. 남아공은 ‘너네 러시아에 무기 공급했지’라는 의혹을 미국으로부터 받고 있는데다 성장 전망도 약하고요. 그다음이 한국인데요. 한국의 경우엔 미·중 패권 싸움으로 위안화가 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원화가 강세로 가는 게 많이 막혀 있습니다. 한국과 함께 ‘위안화 블록(Yuan Bloc, 위안화 가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화)’을 형성하는 국가들을 보면, 중국이나 대만은 ‘관리변동 환율제도’라서 환율의 위, 아래가 막혀있어요. 우리처럼 (환율 상, 하단이) 다 열려있지 않고요. 그래서 원화가 (중국이나 대만보다) 유독 하루에도 변동폭이 엄청나죠.”달러,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늘다-최근 보고서에서 좀 길게 보면 원화가 약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요인들이 있다고 지적해주셨는데요. 일단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이 2017년을 정점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요?“2016~2017년 한국 수출이 정말 좋았고 그때 원화도 강했는데요. 그때가 글로벌 수출 안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차지하는 금액 비중이 가장 높았던 때입니다. 그런데 이게 떨어지고 있죠. 이유는 생산기지가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옮겨가고 있어요. 그래서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올라오고 한국은 떨어진 거죠.그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나서 봤더니 이번엔 수출시장 비중에서 일본과 유럽 같은 자원 수입국이 떨어져요. 그리고 신흥국에선 패권 싸움 중인 러시아와 중국이 떨어지고요. (자원 수입국이면서 위안화 블록인) 한국도 마찬가지이고요. 이런 걸 볼 때 수출 점유율 하락은 좀 긴 그림일 수 있겠다고 보고요. 설사 한국의 수출이 다시 늘어나더라도 2016~2017년 같은 영광을 되찾긴 어려울 것 같아요.”-국내 개인과 기관의 해외투자가 많이 늘어난 것도 원화 약세를 초래하는 요인이라고요?“제 주변에도 해외주식 투자하는 친구들 너무 많고, 국민연금의 중장기 기금운용계획을 봐도 해외주식과 해외 채권을 계속 늘리는 방향이거든요. 계속해서 달러가 필요하단 뜻이죠. 정해진 외환시장에서 계속 환전하려는 수요가 있는 거고 달러가 귀해지는 거니까, 다시 말하자면 원화가 약해집니다.이제 외국인이 국내에 투자한 것보다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더 많아요. 이걸 GDP(국내총생산) 대비 순대외자산(들어온 것-나간 것) 규모로 말씀드리자면, 2014년엔 GDP의 6%였는데 2021년엔 GDP의 40% 가까이로 올라왔어요. 우리가 바깥에 들고 있는 금융자산이 엄청나게 많은 거죠. 얼핏 들으면 좋아 보이는데요.”-우리나라가 되게 부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군요.“이제 IMF 외환위기 같은 일이 벌어질 일은 없죠. 만약 국내 외환시장에 돈이 없으면 ‘다 들어와’라고 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외환시장에선 달러가 그만큼 필요한 겁니다. 해외주식 테슬라 1주를 사려고 해도 환전을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환율의 밴드(움직이는 범위)는 2014년 이후로 우상향해왔습니다.”-그런데 해외투자가 원화 약세를 초래하는 것도 있지만, 거꾸로 원화가 더 약세로 갈 것 같으니까 달러 자산에 투자하게 되는 것 아닌가요?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하는 문제이긴 한데요. 개인 투자자만 보면 ‘우리나라 주식 먹을 거 없네’라며 해외 주식에 투자하려고 환전하게 되는 게 맞을 수 있는데요. 기업과 연기금, 보험사로 보면 해외투자로 가는 게 방향성입니다. 저성장인 한국보다 좀 더 먹을 게 많은 국가로 투자처를 다변화하는 거죠. 국내 자산시장이 좋아질 때 개인들이야 해외에 있는 돈을 다 회수해서 우리나라에 다시 투자할 수도 있겠지만, 연기금이나 보험사는 계속 나갈 겁니다.수출이 줄어드니까 달러 공급은 줄고, 해외투자 느니까 달러 수요는 늘고. 그로 생긴 결과를 한마디로 말씀드리자면 2005년의 환율 1300원과 지금의 1300원의 느낌이 너무 다른 겁니다.”달러를 빌려올 일도 없네-달러 공급과 수요 모두 다 원화 약세를 가리키고 있으니 환율의 범위가 과거보다 우상향 되는 게 맞겠군요. 보고서를 보니 예전처럼 단기외채로 달러를 꿔오기도 어렵다고요?“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4~2007년 경상수지 성장이 둔화했는데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갔어요. 그래서 ‘경상 수급이 꼭 환율을 결정하진 않네’라고 했는데요. 그 부족한 달러를 어디서 받아와서 갑자기 원화가 강해졌을까요. 그게 은행권 단기외채였습니다.당시 단기외채 차입금이 급증했는데요. 내용을 봤더니 조선사와 자산운용사들이 환율 위험(자기들이 해외에서 벌어온 달러화 가치가 원화강세로 떨어질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선물환 매도를 걸었고, 외국은행은 포지션을 0으로 맞추기 위해 달러를 차입해왔습니다. 그게 단기외채 증가로 잡혔는데요.지금은 이런 경로가 줄었어요. 예전에 기업들이 환헤지를 열심히 했던 게 원화가 강해질까봐 그런 거였는데요. 지금은 원화가 강세로 갈 거라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조선사들도 예전엔 달러로 받은 걸 얼른 환헤지했지만, 지금은 환헤지 없이 달러로 계속 들고 있는 겁니다. 이렇게 환경 자체가 바뀌면서 단기외채 차입금 자체가 많이 줄었어요. 즉, 과거엔 경상수지가 악화돼서 달러가 귀해져도 열심히 단기외채로 달러를 빌려와서 이를 메웠기 때문에 원화가 약세로 가지 않을 수 있었는데요. 지금은 이게 없다 보니까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오롯이 원화가 약세를 맞는 거죠. 갑자기 변동성이 커지고요.”-요즘 ‘왜 이렇게 환율이 막 널을 뛰나’라는 느낌이었는데 실제로 그런 게 맞군요.“과거 환율 900원대 시절과 비교하면 가장 큰 차이점이 그거(단기외채 차입금)더라고요.”환율 1200원대로 돌아가긴 하지만-이제 환율 900원대까지는 바랄 수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1300원대는 너무 심한 원화 약세가 아닌가 싶은데요. 하반기엔 무역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니까 단기적으로는 나아지겠죠?“네. 저도 하반기엔 환율이 1200원대로 내려올 걸로 전망합니다. 이제 미국 연준도 긴축을 끝냈고, 그럼 글로벌 유동성에서 달러 조달 환경이 개선된 겁니다. 또 한국 수출은 더디지만 좋아지는 방향성이고요. 중국 경기가 아무리 회복이 더디다고 해도 조금은 개선될 테니까요. 그래서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 초중반까지 내려올 수도 있다고 보고요. 이번에 발표한 하반기 전망에서 하단은 1230원, 상단은 상징적으로 1390원으로 잡았습니다.올해 4분기에 환율이 1200원대 초중반이라면, 충분히 달러를 괜찮게 매수하실 수 있는 레벨이라고 저는 봅니다. 내년도 환율 레벨을 생각해보면 그냥 1300원대에 있을 것 같아요. 공식 전망은 아니지만 내년 상반기 평균이 1330원 정도로 봐야 할 겁니다.”-4분기에 좀 잘 풀려서 환율이 1200원대 초중반으로 내려간다고 하셨는데, 내년엔 왜 다시 올라가는 건가요?“‘달러 약세-원화 강세’가 추세적으로 가려면 미국경제가 괜찮으면서도 미국 이외 지역이 좀 더 좋아야 합니다. 환율은 상대적인 거니까요. 2016년과 2017년이 그랬고요. 코로나 직후 신흥국 수출이 잘 될 때도 그랬죠.그런데 올해 좋은 건 중국인데, 그건 반짝입니다. 지난해 3% 성장했던 중국이 올해 5.5% 성장하겠지만, 그렇다고 내년에 중국이 7% 성장하느냐. 그건 아니고 다시 내려올 거거든요. 그럼 성장률 모멘텀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물론 지금 미국에서 경기침체 얘기는 나오지만 누가 그렇게 미국을 안 좋게 볼까요? 사실 고용, 물가, 임금 다 괜찮죠. 연준조차 ‘완만한 경기침체’ 얘기를 합니다. 경기침체의 폭이 중요한데, 코로나 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연준이 금리를 미친 듯이 낮춰줄까요? 만약 그렇게 하면 달러 약세로 갈 텐데요. 지금은 물가가 여전히 높죠.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도 연준이 미친 듯이 금리를 인하할 것 같진 않아요. 그런데 미국 이외 지역의 경기는 계속 소강상태일 것 같고요. 그럼 ‘역시 미국 말고는 없네’라며 상대적으로 미국 경기가 다시 한번 올라가는 그림이 될 겁니다.”-그래서 4분기에 달러가 1200원 초중반대일 때 사는 게 낫다고 보신 거군요. 내년에 다시 그 수준으로 돌아오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코로나 직후에 미국이 돈을 엄청나게 풀었을 때 환율이 1080원이었거든요. 내년이나 내후년에 우리나라 경제가 좋아진다고 해도 과연 다시 1080원을 볼 수 있을까요.”-환율을 분석하니까 당연히 여러 나라를 같이 보실 텐데요. 올해 들어서 멕시코, 브라질, 인도네시아 통화가 가장 강세라고 얘기하셨죠. 하반기와 내년을 생각하면 특히 어느 나라 통화가 강할 걸로 보시나요.“브라질을 좀 좋게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연내 금리인하 얘기가 나오고는 있는데, 아마 브라질은 주요국 중 가장 빨리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겁니다. 브라질은 매우 빨리 금리인상을 시작해서 이미 물가가 잡혔기 때문입니다.코로나 때 모든 국가에서 다 문제가 됐던 게 재정인데요. 신흥국 중에서는 재정수치가 가장 빠르게 올라오는 국가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제 브라질 쪽으로 돈이 많이 몰려요.”-잊고 있었던 브라질 채권 투자에도 다시 한번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될 수도 있겠네요.“브라질도 중국이 최대 수출국, 한국도 중국이 최대 수출국이니까 예전 2000년대 중후반엔 중국이 한번 승기를 잡으면 모든 신흥국이 다 같이 좋았는데요. 지금은 중국의 성장률이 그때의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거든요(2007년 14.2%→2022년 3.0%). 그럼 이머징은 이제 각자도생해야죠.” By.딥다이브투자하는 사람도, 해외여행 가는 사람도 다들 ‘환율 언제까지 이렇게 높을까’를 궁금해합니다. 환율은 여러 국가 통화가치를 비교해 매긴 상대적인 가격이라 따져볼 변수가 참 많습니다. 그만큼 전망도 쉽지 않죠. 대신 환율을 공부하다 보면 시야가 한층 넓어질 수 있는데요.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중국 리오프닝 기대로 올해 초 반짝 강세였던 원화가 다시 약세를 띠고 있습니다. 무역수지 적자+위안화 약세의 영향입니다.-중장기적으로도 원화는 약세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수출 점유율이 줄면서 달러 공급은 감소하는데, 내국인 해외투자가 늘면서 달러 수요는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예전처럼 기업의 환헤지 수요도 많지 않기 때문에 단기외채로 달러를 꿔오는 것도 줄었습니다.-일단 올 하반기엔 다시 1200원대 초중반의 환율로 돌아오긴 할 겁니다. 하지만 내년엔 다시 ‘그래도 믿을 건 미국 경제뿐’이란 시각이 커지면서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재연될 전망입니다. 달러에 투자한다면 4분기를 노릴 만합니다.*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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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폴트 고비 넘기는 미국…기준금리는 어디로?[딥다이브]

    부채한도 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은 미국 증시는 어디로 갈까요. 29일(현지시간) 메모리얼데이를 맞아 뉴욕증시가 휴장한 가운데, 증시에 대한 기대감과 경계심이 엇갈립니다.앞서 28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부채한도 협상을 최종 타결했습니다. 글로벌 시장을 짓눌러왔던 미국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는 일단 가장 큰 고비를 넘긴 겁니다. 합의안은 2025년 1월 1일까지 부채한도 적용을 유예하는 대신 정부지출을 일부 감축하는 내용입니다. 부채한도를 새로 정한 게 아니라, 일시적으로 아예 없앤 건데요. 적어도 그 동안은 부채한도를 둘러싸고 늘려주느니 마느니 하는 싸움을 벌일 일은 없다는 뜻입니다. 대신 비국방 지출 예산은 2024년 회계연도에 동결하고, 2025년 회계연도엔 1%만 증액하기로 했습니다.물론 법안이 계획대로 31일 하원, 6월 2~4일쯤 상원을 통과하느냐가 관건인데요. 공화당 강경파 의원들이 “실질적인 지출 감축이 없다”, “보수주의자라면 찬성할 수 없는 합의안”이라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카시 의장은 “95% 이상 공화당 의원들이 협상결과에 고무돼있다”면서 ‘X-데이트’인 6월 5일 이전 통과를 자신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합의가 금융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일단 최악(미국 정부의 디폴트)은 피했다는 안도감은 증시에 긍정적인데요. 기준금리 전망에도 변화가 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디폴트 고비를 넘겼으니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 쉬워졌다고 보는 거죠. 실제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14일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확률이 59%로 높아졌는데요(일주일 전엔 25.7%였음). 통화긴축 여력이 한층 확대되면서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UBS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부채한도가 일단 사라졌으니 미국 재무부가 신규 국채발행을 늘리면서 금리가 상승하는 건 불가피해 보이는데요. 삭소캐피탈마켓의 차루 차나나 시장전략가는 “재무부가 현금보유고를 회복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채권을 발행할 것이기 때문에 시장은 유동성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즉각적인 위기에선 벗어났지만 시장에 미칠 파장은 좀더 두고 봐야 하는 건데요. 일단 이번주 금요일에 5월 고용지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를 예의 주시해야 하겠습니다. 미국 고용시장의 열기가 이어지느냐, 가라앉느냐에 따라 6월 기준금리의 방향이 결국 정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By.딥다이브*이 기사는 30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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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전세난·깡통전세·전세사기…전세, 네가 문제다![딥다이브]

    전세대란에 이어 역전세가 골치를 썩이더니 이젠 전세사기가 가장 큰 사회문제 중 하나입니다. 영어로도 ‘Jeonse’라고 표기한다는 전세(傳貰). 10여 년 전부터 소멸론이 제기됐건만, 여전히 번성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 중입니다. 그리고 아마도 꽤 오래 살아남을 듯합니다. 손보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또다시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있죠. 그래서 오늘 딥다이브는 전세제도를 들여다 봅니다.*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84년 전에도 있었던 전세사기전세라는 독특한 임대차계약 제도는 도대체 언제 생겨났을까요. 고려시대 ‘전당(典當)’제도, 즉 물건을 맡겨놓고 돈을 빌리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학설이 하나 있고요(윤대성 창원대 명예교수 ‘한국전세권법연구’).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개항지(부산·인천·원산)에 인구가 급속도로 유입되면서 집값이 치솟자 일부 집주인들이 전세를 놓아 집 살 돈을 충당한 게 진짜 시발점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주택전세제도의 기원과 전세시장 전망’ 보고서). 즉, 전세는 누군가 만든 게 아니라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나 우리나라에 자리잡은 제도라고 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확한 실체는 이겁니다. 사금융. 은행 문턱이 높았던 시절,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어려운 개인이 임차인 돈(전세보증금)을 빌려서 집을 마련하고 이자와 월세를 퉁친 것이 바로 전세입니다.참고로 과거 동아일보 기사에서도 오래 전 전세제도의 흔적이 발견되는데요. 99년 전인 1924년 기사에선 ‘재동엔 3000원짜리 전세집이 있으나 돈턱이 아득하고, 인사동에도 상당한 집이 있으나 이것도 50원의 월세로 두달치는 먼저 주어야 한다’면서 만만찮은 전셋값 부담을 다룹니다. 1939년엔 ‘주택난을 기화 삼아 전세사기가 횡행한다’는 기사도 나왔죠. 그 시절에도 자신이 얻은 월세집이 자기 집인 것처럼 속여서 10여 명에게 전세금을 가로챈 사기범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실 전세는 꽤 위험할 수 있는 계약입니다.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 없는 전세 보증금을 계약서 한장만 믿고 신용도도 확인되지 않은 집주인에게 덜컥 내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전셋값이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보증금을 떼일 염려는 적은 편이죠. 새로 들어올 세입자로부터 받아 나가면 되니까요. 동시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긴 합니다. 1981년 제정된 임대차보호법인데요. 최소 전세기간을 정하고 있죠(당시엔 1년). 아울러 ‘월세는 매달 돈을 까먹지만 전세는 원금을 고스란히 지킬 수 있다’는 이유로 전세를 선호하는 임차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전세제도가 유지될 수 있던 이유입니다.서민 울린 전세대란1970년대 이후 도시화가 가속화하면서 대도시,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비중은 꾸준히 커졌는데요. 전세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건 1980년대 후반부터입니다. 전세대란이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인데요. 당시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1980년대 후반 3저 호황(저환율·저유가·저금리)으로 주식시장에 이어 부동산시장까지 투기 바람이 붑니다. 동시에 근로자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나도 아파트에 살고 싶다’는 욕망이 전세 수요를 부추겼죠. 이에 ‘주택 200만호 건설’을 공약한 노태우 정부는 1989년 4월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엄청난 물량 공급이 예고되면서 일시적으로 집값 상승세는 주춤하는 듯했는데요.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집 구매를 미루고 전세살이를 택하면서 전세 수요가 되레 폭발합니다. 전셋값 오름세는 더 빨라졌죠.그러자 정부가 나섰습니다. 세입자를 보호한다며 1989년 12월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전세기간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죠. 그 결과 어떻게 됐을까요. 그야말로 헬게이트가 열렸습니다. 집주인들이 2년치 전세금을 한꺼번에 올려받았기 때문입니다. 다락같이 오른 전세보증금을 감당할 길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건이 이어지면서, 1990년 초반 두달 남짓한 기간 17명의 세입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왠지 익숙한 이야기 아닌가요? 그렇습니다. 2020년 임대차 3법 통과 뒤 ‘2년+2년’을 보장하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자, 전셋값이 무섭게 치솟아 난리를 겪은 지 얼마 안 됐는데요. 바로 그와 비슷한 일이 과거에도 있었던 겁니다. 전세대란이 사회 문제화 되면서 1990년엔 서민 주거난 해소를 위한 여러 정책이 나왔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다세대 주택, 즉 빌라를 많이 짓도록 건축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거였습니다. 아파트는 비싸니까 저소득층이 거주할 만한 빌라를 늘리자는 취지였는데요. 그 빌라가 지금은 전세사기로 서민을 울리는 애물단지가 되어버렸으니, 아이러니입니다.목돈 없이 전세 사는 시대 왔지만전세 시장이 크게 흔들린 건 1998년. 한국이 외환위기에 빠지면서 부동산 시장이 가라앉았고 그해 전셋값은 무려 40%(수도권 기준) 폭락했습니다. 초유의 ‘역전세난’이 일어난 건데요. 실직∙감봉으로 더 싼 전셋집으로 옮기려던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아우성이었고요. 새로운 세입자를 구할 길 없어 집이 경매에 넘어간 집주인이 자살하는 비극이 벌어졌죠.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도 이때 처음 등장합니다.(노무현 정부의 ‘실록 부동산정책 40년’ 참조)하지만 경기가 빠르게 살아나면서 이듬해 전셋값은 다시 튀어올라 폭등세를 연출합니다. IMF 시기에 주택 공급이 줄어든 탓에 2000년대 들어 전셋값은 상승세를 탔는데요. 2000년대 중후반 부동산 투기 열풍이 이어지며 전세시장은 더 커갔죠.이 시절 2년마다 꼬박꼬박 오르는 전세금은 세입자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습니다. 보증금을 올려줄 길 없어 변두리로 밀려나야 하는 서민들이 많았죠. 정부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상당히 손쉬우면서도 파격적인 방법을 채택했습니다. 전세자금 대출, 즉 빚을 더 많이 내주기로 한 겁니다. 전세자금 대출은 꽤 오래 전부터 일부 은행에 있었지만 대출 조건이 까다로워서 좀처럼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연대보증을 세워야 하는 식). 2008년 말 정부는 ‘서민 주거안정’을 명목으로 주택금융공사의 전세자금대출 보증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 올렸는데요. 이때부터 전세자금 대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립니다. 깐깐한 소득 기준 없이 전셋값의 70%(이후 80%로 상향)까지 빌릴 수 있게 됐으니까요. 2015년엔 대출한도가 최대 5억원(서울보증보험 상품)까지로 더 늘었는데요. 덕분에 ‘목돈 없이 은행에 이자만 내고 전세 사는 시대’가 활짝 열립니다. 그래서 세입자들은 마음 편히 살던 집에서 전세를 계속 살 수 있어 그 후로 행복해졌을까요? 그랬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반대입니다. 전세자금 대출이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부동산 시장을 강타하고 있습니다.폭탄으로 돌아온 전세대출전세대출이 부동산 시장 거품을 일으키는 원흉 중 하나라는 건 사실 수년 전부터 부동산 전문가들이 공공연히 해왔던 이야기입니다. 다만 누구도 ‘그러니 이제 그만 전세대출을 조이자’라고 강하게 주장하지 못했을 뿐이죠. ‘전세대출=서민 지원’인 상황에서 감히 손댈 엄두를 내지 못한 겁니다. 그 사이 전세자금 대출금은 급격히 불어났습니다(2012년 23조원→2022년 171조원). 이는 불 붙은 부동산 시장을 더욱 달아오르게 만드는 땔감 역할을 톡톡히 했는데요. 저금리 전세대출 덕에 전세수요가 넘치면서,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대폭 올리기 쉬워졌습니다. 임차인들이 더 싼 전셋집을 찾아 옮기는 대신 전세대출을 받아서 충당하면 되니까요. 앞에서 언급한 2020년 임대차 3법 시행으로 전셋값이 치솟자 전세대출이 폭등한 게 이를 잘 보여줍니다.전세대출은 갭투자의 도구로도 활용됐습니다. 전세자금대출을 지렛대로 삼아서 전세 끼고 주택을 구입할 수 있으니까요.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무력화하는 수단이 된 겁니다. 전세대출이 전세뿐 아니라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린 건데요. 지금의 전세사기를 초래한 ‘무자본 갭투자’ 역시 관대한 전세대출의 허점을 파고들었습니다. 사기꾼들은 신축 빌라의 감정평가를 부풀려 전세금 바가지를 씌웠습니다. 세입자들은 전세금의 최대 80%를 대출받아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알고 보니 그 집은 깡통전세였습니다.전세 종말? 글쎄, 쉽지 않을 걸요컨대 전세기간을 늘려주거나 전세대출을 쉽게 내주는 식의 정책은 전세라는 제도를 영속시키는 데는 기여했지만 결과적으로 서민의 주거 안정을 가져다주진 못했습니다. 오히려 일단 한번 전셋값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전세시장의 취약성 키웠는데요.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전세제도 자체가 문제인데? 사실 ‘전세의 월세화’ 얘기는 1990년대부터 나왔고, 십여 년 전부턴 ‘전세 종말론’까지 나돌았습니다. 지금처럼 주택시장이 침체에 빠지던 시기(좋은 말로는 ‘안정기’)였던 2013년에 특히 화두였죠. 집값이 계속 떨어질 판인데 누가 전세 끼고 집을 사겠냐는 논리였습니다. 전세란 집값 상승을 전제로 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요. 2016년 초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전세시대는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라며 직접 종말론을 펴기까지 했는데요. 저금리가 심해지면서 집주인들이 전세보단 월세 또는 반전세를 선호했기 때문입니다.(물론 그 이후 벌어진 상황은…) 그럼 지금은 어떨까요. 부동산 전문가에게 전세의 운명을 물어봤습니다. 독립부동산리서치 광수네복덕방의 이광수 대표(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와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두 분과 통화했는데요. 두분의 톤은 살짝 다르지만 적어도 10년 안에 전세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전세 제도가 없어지기란 불가능합니다. 전세는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났고 확대됐기 때문에 이걸 인위적으로 없애기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지금 전세 보증금 규모가 수백조원에 달하는데요(참고로 한국경제연구원은 1058조원으로 추정). 이걸 누군가 충당해줘야 없어질 것 아닙니까. 그걸 누가 감당하겠어요. 정부가 정치적 언어를 사용해서 ‘전세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한다’고 얘기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얘기입니다.”(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장기적으로는 전세가 소멸할 수 있지만 그렇게 빠른 속도로, 10년 안에 순수 월세로 넘어가진 않습니다. 집주인도 월세로 돌리려면 자금 준비 등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특히 해외 같은 ‘순수 월세’는 매우 어려울 겁니다. 아마 ‘반전세’가 대세를 이룰 거고요. 빌라는 전세공포 때문에 월세화가 빨리 진행되고, 아파트는 전세가 유지되는 식으로 차별화가 심해질 겁니다.”(박원갑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 전세를 없애진 않더라도 제도는 좀 고쳐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말고도 전세와 거의 비슷한 ‘안티크레티코’라는 제도가 볼리비아엔 있는데요. 다른 점은 볼리비아에선 전세를 내놓은 집은 아무런 저당이 없어야 하고요, 만약 경매가 진행되면 전세입자가 1순위가 됩니다. 전세권이 부동산등록부에 기재하도록 의무화했고요.(김진유 경기대 교수 ‘전세의 역사와 한국과 볼리비아의 전세제도 비교분석’) 한마디로 우리나라 전세제도보다 훨씬 투명성이 높습니다. 한국도 ‘깜깜이 계약’을 막기 위해 집주인에게 정보 공개 의무를 부여해야 합니다. 박원갑 위원은 “세입자가 많은 다세대 주택의 경우 세대별로 누가 언제 얼마의 월세 또는 전세 계약을 맺었는지, 담보대출은 얼마나 남아있는지를 모두 기록해 계약서에 첨부하도록 집주인에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적어도 아무 것도 모른 채 전세 계약을 맺었다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날벼락을 맞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겁니다. By. 딥다이브짧게 잡아도 100년 넘게 한국에서 생명을 이어온 전세제도. 그동안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는데요. 그 중에서도 역전세난, 깡통전세, 전세사기가 겹친 지금이 최악인 건 분명해 보입니다. 더 이상 전세사기 피해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나오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길게는 고려시대, 짧게는 강화도조약 이후부터 등장한 전세제도. 불안정한 사적계약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주택임대 시장에서 주류로 자리잡았습니다. -전세대란이 사회를 휩쓸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내놨는데요. 서민 주거안정을 명목으로 전세-기간을 늘려주고 전세대출을 확대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정책은 다시 전셋값 급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부풀었던 전세시장의 거품이 꺼지면서 진통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결국 전세 제도 자체가 문제라면 이제 전세는 사라지려나요? 한때는 ‘전세 종말론’이 대세였지만, 이제는 완전한 멸종에 이르진 않을 거란 의견이 더 우세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진화시켜서 더 쓸만하게 만들어야겠죠.*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기자 haru@donga.com}

    • 202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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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프라이즈’ 엔비디아,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성큼[딥다이브]

    미국 정부의 채무불이행 시한이 다가오고 있지만 이날 뉴욕증시의 주인공은 엔비디아였습니다. 25일(현지시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은 1.71% 상승했죠. 다우지수는 -0.11%, S&P500지수는 +0.88%. 전날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 매출액이 71억9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는데요. 월가 전망치(65억2000만 달러)를 크게 웃돌았습니다. 게다가 2분기 매출액은 엔비디아 사상 최대인 110억 달러가 될 거란 전망을 내놨는데요. 애널리스트들의 기존 전망치가 72억 달러였거든요. 정말 ‘서프라이즈’가 아닐 수 없습니다.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탔는데요.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개발하려는 기업들이 앞다퉈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면서 매출이 급증한 겁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엔비디아가 지난 15년간 생산능력을 확장해왔고, 마침 그것이 챗GPT로 인해 거대 기업의 큰 투자주기가 시작된 시점과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합니다. 그는 “생성형AI가 정보를 생성하는 전 세계 대부분 데이터센터의 주요 워크로드(처리할 작업량)가 되면서, 데이터센터 예산이 가속화된 컴퓨팅으로 매우 극적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다”면서 “지금 여러분이 이를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죠. 월가는 엔비디아 예측에 환호했습니다. 이날 엔비디아 주가는 24.37%나 치솟았는데요. 시가총액이 9440억 달러로 뛰면서 ‘1조 달러 클럽’ 진입에 성큼 다가갔습니다. 참고로 현재 시총 1조 달러를 넘은 곳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이죠. 미국 투자회사 서스케하나는 이날 투자메모에서 “새로운 골드러시가 다가온 것 같다. 그리고 엔비디아는 모든 곡괭이와 삽을 팔고 있다”고 평가했고요. 스티펠 역시 “엔비디아가 AI 인프라 지갑점유율(전체 지출 중 특정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에서 최적의 위치에 있다”면서 AI의 부상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기업이라고 분석합니다. 엔비디아의 낙관적인 전망은 이날 다른 AI 관련 기업 주가까지 끌어올렸는데요. 경쟁사인 AMD 주가는 11.16% 급등했고, 마이크로소프트(3.85%)와 알파벳(2.13%)도 주가가 껑충 뛰었습니다. 중국의 수출제재에 직면한 미국 반도체업체 마이크론 주가도 4.63% 급등했죠. 이에 비해 AI로의 전환이 뒤처진 걸로 평가받는 인텔은 주가가 5.52%나 빠졌군요. By.딥다이브*이 기사는 26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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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금 안 줄인 주4일제 실험, 생산성이 성패 갈랐다 [딥다이브]

    일주일에 하루 덜 일하는 주 4일 근무제. ‘꿈의 직장’이란 부러움을 받지만 자칫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거나 비용 절감 수단이 될 거란 걱정이 나온다.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가 현실에서 정착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국내외에서 진행하는 실험에서 그 답을 알아봤다.● 주 4일제, 생산성 향상이 필수 온라인 교육기업 휴넷에서 일하는 최동영 팀장은 정해진 근무시간보다 1시간 일찍 출근해서 미리 할 일을 점검한다. 지난해 7월 회사가 주 4일제로 전환한 뒤의 생긴 습관이다. 금요일 쉬는 대신에 월∼목요일에 더 바쁘게 일해야 하지만 만족도는 높다. 그는 “아기를 봐주시던 시부모님이 주 4일제를 가장 반기신다”며 “근무일이 줄었지만 챗GPT 같은 업무 툴 활용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더 몰입해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휴넷은 임금을 그대로 유지한 채로 금요일 쉬는 주 4일제를 지난해 7월 1일 공식 도입했다. 초기엔 대면 영업을 하는 부서의 걱정이 컸다. 일부 관리자들은 “팀원 관리만 어려워진다”며 도입에 반대했다. 10개월이 지난 지금, 직원 만족도는 최상으로 나타났다. 최근 설문조사 결과 주 4일제로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응답이 94.1%에 달했다. 대면 업무 부서는 금요일 대신 여러 요일에 나눠 쉬는 식으로 새 제도에 적응했다. 조영탁 휴넷 대표는 “주 4일제는 직원 복지가 아닌 생산성 향상의 도구”라고 강조한다. ‘100% 급여를 주고 80% 근무 시간으로 100% 성과를 낸다’는 100-80-100 원칙이다. 이를 위해 주 4일제 도입과 함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중요도가 낮은 일은 과감히 버리고, 관습적으로 하던 회의는 없앴다. 직원들은 자연히 업무시간은 바빠졌고 저성과자에겐 냉정해졌다. 동료평가에서 일은 안 하면서 주 4일제만 누리는 ‘무임승차자’에 대한 견제가 강해졌다. 그래서 생산성은 올랐을까. 현재까지 경영 실적은 더 좋아졌다. 문주희 휴넷 인재경영실장은 “직원들이 조직 운영을 고민하며 스스로 답을 찾아간 덕분”이라며 “기존과 똑같이 일해서는 주 4일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 4일 실험 해외 기업 93%는 ‘유지’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의 효과는 지난해 하반기 영국과 호주에서 진행한 실험에서도 확인된다. 비영리단체 4데이위크글로벌(4 Day Week Global)과 케임브리지대 등이 주도한 6개월의 주 4일제 파일럿 프로그램엔 영국 기업 61곳과 호주·뉴질랜드 기업 26곳이 참여했다. 임금은 이전과 똑같이 유지하고, 어느 요일에 쉴지는 기업 사정에 따라 선택했다. 이 실험에서 근무일 단축이 직원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분명했다. 영국의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원은 ‘번아웃’이 줄었고(71%), 일과 가정 사이 갈등이 감소했고(54%), 삶에 대한 만족도는 증가했다(73%)고 답했다. 참여 기업의 93%(81개 기업)는 실험이 끝난 뒤에도 주 4일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근무일을 줄였지만 생산성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참여 기업의 평균 매출은 1.4% 증가했다. 프로젝트를 기획한 브렌던 뷔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프로젝트 시작 전 ‘근무시간 감소를 상쇄할 만큼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을 것이란 의심이 컸지만 바로 그것(생산성 향상)을 발견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직원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방식도 개선한 결과다. 참여 기업은 회의 시간을 단축하고, 집중근무 시간을 도입하고, 제조 공정을 분석해 시간 절약 방법을 찾았다. 뉴질랜드 엔지니어링 기업 브레비티 설립자 매슈 비숍은 “일주일에 하루 더 쉴 수 있다는 동기가 부여되자 직원들이 알아서 업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했다”며 “집중력을 높인 결과 기대치를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100-80-100 원칙이 여기서도 통했다.● 80% 근무시간, 100% 생산성 성공적인 실험 결과가 쌓이고 있지만 주 4일제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2019년 주 4일제를 도입했던 교육기업 에듀윌은 논란 끝에 올해 3월부터 일부 부서를 주 5일제로 전환했다. 경영 악화로 실적이 꺾이면서 비상경영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소매업, 의료서비스처럼 주 4일제 도입이 쉽지 않은 분야도 있다. 시간 단위로 근무량이 측정되기 때문에 ‘주 4일제=임금 손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공장을 가동하는 제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느냐의 관건은 생산성이다. 4데이위크글로벌 설립자인 앤드루 반스가 “근무시간 단축의 여정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업과 직원 간의 협약”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비효율을 찾고, 근무하는 시간이 아닌 산출물에 집중하라”는 단순하지만 간단하진 않은 조언이다.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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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산 골드러시 시대, K-무기가 ‘반짝’으로 끝나지 않으려면[딥다이브]

    올해는 한국이 무기를 만들기 시작한 지 50주년 되는 해입니다. 1973년에야 국산 소총이 처음 생산됐기 때문인데요. 그런 한국이 이젠 무기 수출로 세계 9위권 국가가 됐습니다. 특히 최근 2년 동안 유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무기 수출을 늘려가면서 전 세계가 ‘K-방산’에 주목하고 있는데요. 세계 평화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K-방산엔 기회로 작용한 게 사실입니다. 아울러 자칫 지금의 호황이 ‘반짝’하고 지나가버릴 가능성도 없진 않은데요. 기회를 잘 살려서 K-방산이 한단계 도약할 수 있을까요. 산업연구원에서 방위산업 연구를 담당하는 장원준 연구위원을 인터뷰했습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방산 골드러시와 러시아의 추락-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각국이 매우 빠르게 국방예산을 늘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얼마나 많이 늘어났나요?“말 그대로 앞다퉈서 주요국들이 국방 예산을 증액하고 있습니다. ‘방산 골드러시 시대’라고 할 수 있죠. 미국 에비에이션 위크(Aviation Week)가 10년 뒤 전 세계 국방 예산이 2조5000억 달러(약 3296조원)까지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었는데요.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작년 실제 국방예산을 집계한 게 2조2400억 달러(2953조원)였습니다. 예측보다 이미 더 빠르게 증가한 겁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경쟁, 대만 문제까지 있어서 국방예산은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국방 예산이 그렇게 많이 늘었다는 건 무기 수입을 엄청나게 늘린다는 얘기인데요. 원래는 러시아가 무기 수출의 강국이었죠.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엔 러시아산 무기 도입을 꺼리는 국가들이 많다고요? “러시아 무기 수출은 추락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요인인데요. 첫 번째는 아시다시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무기가 형편없다는 게 드러났습니다. 전차나 그런 게 파괴도 많이 됐으니까요. 기존 무기 구매국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두 번째로 전쟁 때문에 미국과 나토(NATO) 회원국들이 러시아를 제재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위산업 부품의 수입을 막았는데요. 이 때문에 러시아가 무기를 독자 개발, 생산하는 데 제약이 많습니다. 또 기존에 러시아산 무기를 많이 구입한 국가가 인도, 베트남, 이집트인데요. 그 나라들이 미국과 나토 회원국 눈치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러시아는 무기 수출이 어렵습니다. 전쟁 상황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최근 SIPRI 보고서를 보면 과거 5년과 비교해 최근 무기 시장 점유율이 22%에서 16%로 급감했습니다.”압도적 1위 미국, 전통의 강자 유럽-무기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늘 미국이었고 지금도 세계 1위는 미국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미국 무기를 사고 싶어 하는 그 이유를 뭐라고 봐야 할까요. 미국 무기가 성능 면에서 가장 뛰어나서일까요. 아니면 국가 간 관계 때문일까요.“지난해 미국 무기 수출이 계약 기준으로 2000억 달러가 넘었습니다. 우리나라가 173억 달러였으니까 10배가 넘는 수준이죠.그 이유는 일단 미국 무기가 워낙 성능이 좋은 건 사실이거든요.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성능을 발휘하고 있는 재블린 미사일(적외선 유도 방식 대전차 미사일), 스위치블레이드(소형 자폭 무인기), 하이마스(HIMARS·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가 있고요. M1A2 전차도 우크라이나에 지원됐고, 최근엔 그리고 F16 전투기까지 지원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죠. 역시 성능이 매우 뛰어난 게 가장 중요하고요.두 번째는 미국이란 국가의 영향력입니다. 미국은 나토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이고 많은 무기 구매국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기본적으로 깔려있고요.마지막으로는 러시아의 무기 수출이 주춤하면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이집트, 인도, 베트남이 제재 때문에 러시아 무기 대신 미국이나 유럽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서요. 미국의 무기 수출 역시 방산 골드러시 시대에 맞춰 계속 증가할 겁니다.”-러시아와 미국 다음으로는 유럽 국가들이 방위산업의 전통적인 강자라 할 수 있겠죠. 하지만 탈냉전 이후 평화 시대가 길어지면서 예전보다 방위산업의 능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나오더라고요.“유럽의 군사비가 줄어든 건 맞습니다. 군사력 규모가 줄어드니까 경쟁력에서도 영향을 받은 건 사실인데요.지금 워낙 무기 수요가 시급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유럽 국가들은 우리나라처럼 계속 무기를 양산해오질 않았거든요. 그렇다 보니 납품 시기는 맞추는 능력이 많이 부족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지금은 특히 중요한데요.예를 들어서 폴란드가 우리나라 K2 전차를 구매했는데요. 우리는 3년 만에 180대를 공급할 수 있다고 했는데, 독일은 10년이 걸려도 180대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그런 것 때문에 안보 위협이 시급한 폴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에스토니아 같은 나라는 독일 같은 기존 무기 수출 강국만을 바라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무기 수요가 한국으로 선회할 수밖에 없는 거고요.”우리는 빨리 만든다. 게다가 가성비까지-역시 한국 방산기업이 빨리 잘 만드는 능력이 뛰어나군요. 납기를 잘 맞추는 게 K-방산의 경쟁력이라는 얘기는 많이 하는데요. 저는 제품력 면에선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어느 수준인지가 궁금합니다.“지난해 산업연구원에서 무기체계별 경쟁력 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70여 개 품목 중 30여 개는 선진국 수준이었습니다. 선진국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가 90 이상이었던 거죠. 잘 아시는 K2전차나 K9자주포, 천무, FA50 경공격기처럼 수출이 잘 되는 품목의 경우엔 선진국 대비 95, 그러니까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제품으로 평가됐습니다. 그 외에도 탄약이나 천궁, 현궁 같은 무기체계의 경쟁력도 거의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그럼 우리 K9 자주포나 K2 전차가 폴란드에 대량 수출될 수 있었던 건 성능과 제조 능력, 이 두 가지 때문이라고 보면 될까요.“우선 가성비가 뛰어납니다. 선진국의 동일급 전차나 자주포 대비 가격이 일부 제품은 심지어 30~40% 정도 되니까요. 그다음이 신속한 납기 능력인데, 그걸 충족시킬 나라는 아마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봅니다. 그런 게 수출이 지금 잘 되는 이유입니다.”-그런데 가성비를 별로 따질 필요 없는 선진국은 비싼 값을 주더라도 아직은 한국산보다 미국산을 사려고 할 거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K-방산이 아직은 틈새시장에서 먹히는 단계라고도 볼 수 있을까요?“많은 분이 그런 얘기를 합니다. 방산 수출이 반짝하고 끝나지 않겠냐는 생각을 많이들 하는데요. 이게 사실 우리가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일단 최소한 올해까지는 (방산 수출이) 괜찮을 걸로 봅니다. 폴란드가 지난해 124억 달러 계약을 했듯이, 올해 2차 3차 수출 계약이 또 남아있습니다. 한 200억~300억 달러까지 가능한 거죠.그래서 올해까지는 괜찮은데, 내년부터는 이 정도 규모의 다른 계약이 체결돼야 하니까 그게 숙제입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데요. 호주 장갑차, 캐나다 잠수함 같은 기회가 올 때마다 정부와 기업이 노력해서 수주해야 합니다.”-방위산업은 무기를 한번 팔면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유지보수, 관리로 장기간 매출이 이어진다고 하던데요. 실제 그런가요.“방위산업 수출의 특성이 ‘락인(Lock-in) 효과’입니다. 무기는 화장지처럼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계속 사용을 해야 합니다. 고장 나면 부품이 필요하고 정비도 해야 하죠. 통상 30~40년 이상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이윤이 좀 적더라도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 일단 납품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애프터마켓 시장을 공략하는 거죠.”방산수출 4대 강국은 꿈일까-일단 물이 들어와서 K-방산이 기회를 잡아 수출을 확대했는데요. 이것만으로도 상당한 진전이라 볼 수 있겠군요. “그렇죠. 무기 수출 실적이 거의 10년간 한해 20억~30억 달러 정도로 유지되다가 2021년부터 점프했습니다. 2021년엔 70억 달러, 2022년엔 170억 달러로요. 그래서 정부 목표는 앞으로 200억 달러를 꾸준히 4~5년 동안 해야 한다는 건데요. 그래서 방위산업 발전 기본 계획을 통해 정부도 노력할 거고요. 기업도 세계 최고로 커갈 수 있도록 국민들의 지지도 필요합니다. 예컨대 한화가 한국의 록히드 마틴처럼 커가야 하는 거죠.”-연간 수출 200억 달러 정도를 4~5년 동안 한다는 건 목표가 너무 높은 것 아닌가요?“목표라는 게 말 그대로 목표이지 않습니까? 좀 어렵지만 힘을 결집하자는 거죠. 진짜 10여 년 만에 우리나라 방산 수출이 이렇게 급성장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저는 방위산업이 우리나라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처럼 2030년대엔 국가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얘기합니다. 우리는 저력이 있는 나라이고, 힘을 합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쉽진 않지만 역랑을 집중해서 ‘2027년 방산 수출 4대 강국’을 위해 노력해 봐야죠.”-지금은 한국이 몇위인가요?“지금은 세계 9위권입니다.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독일이 톱 5이고요. 그 아래에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인데 시장 점유율을 봤을 땐 이 나라들과는 한번 경쟁해볼 만합니다. 우리가 지금 추세대로 연간 100억~200억 달러를 계속 수출한다면 5년 뒤 충분히 4~5위권이 가능하죠.”-우리가 무기 수출에서 독일이나 중국과 맞먹는 수준으로 뛰어오른다고요?“시장 점유율은 중국이 우리의 두 배 수준이긴 한데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우리는 연간 30억 달러쯤 하다가 2021년 70억 달러, 지난해 170억 달러를 했으니 두배씩 증가하지 않습니까. 증가율로는 무기 수출 톱 10 국가 중 1위입니다. 그렇게 보면 뭐 불가능한 건 아니죠.”-방위산업에 관심이 큰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K-방산은 지금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CNN에서도 ‘한국 방위산업이 메이저리그에 이미 진입했고, 자유민주주의의 무기고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죠. 자유민주주의 무기고라는 게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이 했던 역할입니다. 그걸 우리나라가 지금 하는 거죠. 그래서 정부가 방산 수출 4대 강국이란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고, 여러 전망을 봤을 땐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합니다.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세요.” By.딥다이브50년 전 간신히 소총을 만들었던 나라가 이젠 ‘무기 수출 4대 강국’을 목표로 삼다니. 격세지감입니다. 비록 오랜 남북대치로 길러온 무기 제조역량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안보위협 고조 영향이란 점은 다소 씁쓸하지만요. 전 세계의 평화를 바라며, 인터뷰 주요 내용을 요약하자면-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 국이 앞다퉈 국방예산을 늘려잡으면서 ‘방산 골드러시 시대’가 열렸습니다. 러시아의 무기수출 시장 위상이 떨어진 대신 미국을 포함한 다른 주요국 방위산업이 호황을 맞았습니다.-무기 수출 시장에서 한국은 가성비와 납기 능력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10여 년 동안 연 20억~30억 달러 수준에 머물던 방산 수출 규모가 지난해 170억 달러까지 늘어났습니다. -K-방산이 ‘틈새시장용’이고, 반짝하다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많습니다. 실제 과연 내년 이후에 얼마나 더 수주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고요. 하지만 목표는 높게 잡았습니다. 2027년 글로벌 방산 수출 4대 강국을 목표로 합니다.-목표를 이루려면 정부는 지원을 늘리고 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커나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도 뒷받침돼야 합니다.*이 기사는 2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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