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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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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28~2025-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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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기중앙회 60돌…반세기 훌쩍 넘는 발자취는 한국경제 도약사였다

    한국이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하면서 본격적인 산업화의 시동을 건 1962년, 그해 5월 14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현 중소기업중앙회)가 설립됐다. 중기중앙회는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까지 한국경제의 주춧돌인 중소기업계를 대표해왔다. 때로는 정부 시책에 발맞추고, 때로는 중소기업계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는 등 정부와 중소기업의 다리 역할을 충실히 해오고 있다. 60년을 이어온 중기중앙회의 역사는 땀과 열정을 바탕으로 숱한 역경을 헤쳐 온 한국경제의 역사와 상통한다. 1950년대 말까지만 해도 1만2000개에 불과했던 국내 중소기업은 경제부흥에 따라 1980년 48만 개로 늘어났고, 현재는 약 728만 개로 증가했다. 총 근로자 수는 1754만 명에 이른다.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 수의 99.9%, 고용의 81.3%를 차지한다. 한국경제의 근간이자 일자리 창출의 원천인 셈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 이뤄진 중소기업계의 치열한 노력과 정부의 중소기업 육성 정책이 맺은 결실이다. 중기중앙회 태동…경제 4단체로 우뚝 1961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창립의 법적 발판이 마련됐다. 동시에 정부의 중소기업 보호·육성 정책이 적극 추진되면서 중기중앙회와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사회적 디딤돌이 마련됐다. 때마침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행됨에 따라 1962년 중기중앙회가 창립됐다. 같은 해 제1호 중소기업협동조합인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이 만들어졌다. 중기중앙회는 설립 초기부터 정부 부처에 중소기업청 설립이 필요하다는 정책 건의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정부의 중소기업 기본 실태조사도 이때 처음 시작됐다.중기중앙회는 1963년 제1회 기술지도강습회, 1964년 제1회 전국중소기업자대회를 개최하며 활동을 넓혀갔다. 1964년에는 처음으로 중소기업주간 설정 등 중소기업 자립을 위한 대외적인 위상 강화에도 적극 나섰다.1965년은 ‘중소기업기본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사업들이 시작되기 시작한 때다. 중소기업 우선업종 지정과 단체수의계약 품목 지정도 당시 처음 시작됐다. 중소기업계의 권익을 대변하는 ‘중소기업뉴스’의 모태인 일간 중소기업통보도 창간됐다.1970년대는 중기중앙회가 경제 4단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한 시기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3단체’라는 용어만 있었고, 이들이 국가 행사 등에서 경제단체 대표 역할을 했다. 중기중앙회의 외연이 넓어지면서 출범 10년을 맞은 1972년 들어 중기중앙회를 포함한 ‘경제 4단체’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고, 중기중앙회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1970년대는 1973년 제1차 석유파동, 1978년 2차 석유파동이 연이어 터지면서 한국경제의 큰 위기를 헤쳐 나가기 위해 경제 4단체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였다. 중기중앙회는 석유 파동에 따른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납품가격 문제가 불거지자 1978년 처음으로 물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을 정부에 적극 건의했다. 이 밖에 중기중앙회는 1970년대에 경북에 첫 지방조직을 설치했고, 중소기업 수출입 대행사업 개시, 제4차 중소기업 국제회의(ISBC) 개최 등을 이뤄냈다.중기중앙회의 설립 후 1970년대까지 정부는 계획적인 경제개발을 추진하면서 산업과 수출을 진흥시키고자 했다. 덕분에 당시 산업의 주축을 이루고 있던 중소기업의 집중적인 육성을 위해 관련법 제정 등 각종 정책이 집행될 수 있었고,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사업을 활발히 펼쳐나갈 수 있었다.한국 경제 초고속 성장에 기여 1980년대 중기중앙회는 한국 경제가 초고속 성장을 이룬 ‘한강의 기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 시기는 신자유주의 경제 흐름에 의해 수입·수출 개방과 탈규제 기조가 세계적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던 때다. 한국의 경제정책도 개방화, 규제 완화, 민영화가 다방면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중기중앙회는 빠르게 변화하는 경제 상황에서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 정책을 정부에 건의해 차근차근 제도화를 이뤄 나갔다. 1981년 단체수의계약제도를 법제화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1984년에는 중소기업 공제기금사업이 시작되면서 직접적인 금융지원 역할을 하게 됐다. 1987년에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현재의 중소기업회관을 건립했다.1990년대에 들어서도 한국 경제의 꾸준한 성장세 덕분에 1992년에는 중기중앙회의 조합회원사가 500개를 돌파했다. 1993년에는 중소기업연구원을 개원해 체계적인 중소기업정책 연구를 시작했다. 1994년에는 외국인 산업기술연수제도 시행, 1996년 중소기업 종합전시장 개장 등을 추진했다. 한국은 1995년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했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이어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으로 가입했다. 혁신 中企와 세계로 진출 그러던 1997년 11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가 터졌다. 온 국민이 힘든 시기를 겪은 가운데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중소기업계였다. 수많은 중소기업이 도산하고 전국 주요 공단의 30%가 공장 가동을 멈추는 위기를 맞았다. 중기중앙회는 신속히 ‘중소기업대책반’을 구성해 중소기업 피해 대책을 강구해 나갔다. 1998년 중소기업 창업지원센터를 개소하고, 1999년에는 제조물책임(PL) 공제사업도 추진했다. 2000년대는 중기중앙회가 대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시기다. 산업화 시대에서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로 경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2001년부터 중소기업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중소기업 IT(정보기술)체험관을 열었다. 2000년대 중소기업 정책은 ‘혁신과 글로벌화’, ‘상생과 동반성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과거 자본집약형 산업에서 새로운 기술·지식집약형 산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자 정부는 2000년 10월 ‘중소기업 기술경쟁력 제고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는 글로벌 중소기업 육성과 R&D(연구개발) 투자의 효율성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은 중소기업 기술혁신 계획을 발표했다.중소기업 기술 혁신과 글로벌화 촉진 정책에 발맞춰 중기중앙회는 2003년 무역투자지원센터를 설치해 세계 시장 진출과 마케팅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기술 개발 촉진과 인력구조 고도화, 금융, 판로 개척, 지식서비스 등을 망라하는 각종 지원 정책도 펼쳤다. 또 중기중앙회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며 관련 법령의 제도화를 이끌어냈다. 그 결과 2006년 3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이 제정됐고, 수차례에 걸쳐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다. 또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 강화 법안이 2010년 11월 개정됐다. 이 밖에도 중기중앙회는 이 시기에 △중기중앙회로 명칭 변경 △일반 중소기업단체 가입 등 회원 구조 개방 △노란우산공제 출범 △제1회 중소기업 리더스포럼 개최 △납품단가 현실화 궐기대회 등을 진행했다. 2011년 중기중앙회는 한국 경제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상생 성장을 위해 ‘경제민주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를 위해 시장의 불균형,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를 지적하는 이른바 ‘경제 3불(不)’을 제시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극화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후 2021년에는 10년간 달라진 경제 상황을 반영한 ‘신(新)경제 3불(不)’을 제안하며 정부의 제도 정비를 주장했다. 경제민주화로 중소기업 시대를 열다 중기중앙회는 2013년 중소기업 규제 문제를 정책 이슈화하는 ‘손톱 밑 가시’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 용어를 인용해 대책을 지시할 만큼 중소기업 정책 방향으로 주목받았다. 이 밖에 중기중앙회는 △홈앤쇼핑 오픈(2012년) △가업(家業)승계 제도 개선(2014년) △제1차 중소기업협동조합활성화 3개년 계획 발표(2016년) △개성공단 재가동 국제여론 조성(美하원 방문·2019년 ) △협동조합 지원 지방조례 최초 제정(2019년) 등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갔다.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팬데믹 위기가 시작되자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비상대책본부 운영에 나섰다. 발 빠르게 전국을 돌며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 사항을 듣고, 이를 토대로 정부의 기업 대출만기 연장 결정을 총 5차례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또 2020년에는 △대·중기 납품단가조정위원회 출범 △한국노총과 공동 불공정센터 개소 △중소기업 규제 해소(최저임금·주52시간·중대재해법 등) 건의 △기초지자체 협동조합 지원조례 첫 제정 등 많은 활동을 이어갔다. 지난해는 중소기업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중기협동조합이 중소기업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또 노란우산공제 재적가입 150만 명 돌파,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혁신하기 위해 인터넷 은행인 토스뱅크의 주주 참여 등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올해는 제3차 중소기업협동조합활성화 3개년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 계획에 기반해 중소기업협동조합 최초로 R&D협업 지원사업이 첫발을 내딛고 40개의 조합이 선정됐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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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 우울? ‘마음쉼터’에서 나의 정신건강 체크하세요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가 온라인 메타버스 형태로 선보인 ‘마음쉼터’ 사이트(zep.us/play/DvpG1k·사진)에 별명을 입력하고 접속하자 귀여운 아바타가 생성됐다. PC 키보드의 방향키로 아바타를 움직이면 마음쉼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원하는 건물에 들어가거나 자동차, 배에도 탈 수 있다. 이렇게 아바타를 움직여 방문하는 곳에서는 정신건강과 관련한 OX퀴즈 맞히기, 정신건강 자가 검진, 보물찾기 이벤트,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10월 10일 세계 정신건강의 날을 맞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는 온라인으로 정신건강 관련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메타버스 ‘마음쉼터’를 선보였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해소하고,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을 때 혼자만 끙끙 앓는 것이 아니라 조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마음쉼터’는 서울시민이 아니라도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홈페이지 ‘블루터치’를 통해 전국에서 누구나 접속할 수 있으며, 12월 말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메타버스 내에서 정신건강 자가 검진을 해볼 수 있는 자가 검진 부스에서는 우울, 스트레스,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중독, 조울증 등에 대한 테스트를 해볼 수 있다. 자치구마다 마련된 정신건강복지센터 존에 입장하면 각 구에서 제공하는 무료 심리상담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자 위치 기반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 기관도 안내받을 수 있다. 정신건강의 날을 기념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오프라인 행사인 ‘마음채움터’도 다음 주부터 열릴 예정이다. 24일부터 4일 동안 순차적으로 한국외국어대, 고려대, 한양대, 서일대에서 진행되는 ‘마음채움터’ 행사에서는 청년들이 마주한 여러 이슈에 대한 심리적 고민을 나누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정신건강의 날 기념행사를 통해 서울 시민이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는 정신건강의 긍정적 경험을 쌓아가길 바란다”고 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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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은 남자의 계절? 고독한 남자가 위험하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퇴근 후 차 안에 혼자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자녀 둘을 키우는 조모 씨(39)는 4년 전 첫째가 태어나 행복하기도 했지만,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가 점차 어깨를 짓눌렀다. 육아와 가사 분담 문제로 아내와 다툼이 잦아지면서 부부간 대화도 줄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게임에 몰두해봤지만 이마저도 흥미를 잃었다. 참을 수 없이 답답한 날에는 차에서 음악을 틀고 남몰래 소리를 지르곤 한다.# “집에 가면 강아지만 날 반겨”50대 가장 박모 씨가 밤늦게 퇴근하면 반겨주는 것은 애완견 시추뿐이다. 문득 밀려오는 공허함에 눈물이 핑 돌 때면 갱년기가 왔나 싶다. 대학생 아들은 아내 없이 박 씨와 단둘이 있게 되면 스마트폰만 보거나 방에 들어가 버린다.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밤마다 혼자 조용히 소주잔을 기울이는 날이 많다.‘사나이는 태어나 딱 세 번만 운다’라는 말은 이제는 그다지 유효하지 않은 빛바랜 표현이 됐지만, 여전히 울음을 꾹 참고 사는 남자들이 많다. 힘들어도 내색하지 않고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강한 남자이자 바람직한 남성상이라고 학습되어온 탓이다. 밖으로 꺼내지 않고 묻어둔 남성의 우울, 불안, 스트레스는 가족 등 주변 사람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기 어려운 영역이다. 정서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조차 주변에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남성은 우울증에 덜 걸린다?전 세계적으로 남성의 우울증 진단율은 여성의 절반 수준으로 보고 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우울증 치료를 받은 여성 수는 61만5539명으로 우울증 환자의 67.6%를 차지했다. 남성 우울증 환자 수는 29만5246명에 불과했다.하지만 최근 연구들은 남성의 우울증 발병률 자체가 낮은 게 아니라, 여성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제대로 진단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우울증의 전형적 증상은 2주 이상 우울감 지속, 무기력·피로감, 식욕 저하 등인데 남성 우울증은 비전형적으로 나타나 본인도 눈치채지 못할 뿐 아니라, 오진되기 쉽다는 것이다. 미국심리학회(APA)가 출간하는 ‘남성 및 남성의 심리학’에 실린 우울증의 성별 차이에 관한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남성의 우울감은 분노, 짜증, 음주(알코올 의존) 행위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힘들거나 슬프다는 감정표현보단 화를 내거나, 술을 마시면서 우울감을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로는 위험한 스포츠에 몰입하거나 도박, 게임 등에 중독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성욕 감퇴나 성 기능 저하 등도 남성 우울증 증상 가운데 하나다. 경북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장성만 교수팀이 전국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에 참여한 성인 1만8807명을 분석한 결과 남성 우울증 환자는 성욕 감퇴 증상을 여성보다 2배 더 많이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육통, 소화 장애, 만성피로 등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아 우울증 진단을 더욱 헷갈리게 한다. 장 교수는 “우울증 환자를 평가할 때 성별에 따른 증상 차이를 고려해 치료 목표를 정하고, 약물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숨겨진 우울감…자살률은 여성의 2배연간 자살률 통계를 살펴보면 남성의 정신건강 실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남성의 우울증 진단율은 여성의 절반 수준이지만, 자살률은 여성의 2.2배에 이른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망 원인통계에 따르면 남성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35.9명, 여성은 16.2명으로 나타났다.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여성보다 사회적 관계망이 약하고, 감정을 표현하는데 미숙한 남성들이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며 “모든 것을 내가 다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성도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특히 40대 이후 중년기를 지나면서 남녀 자살률은 큰 폭으로 벌어진다. 자녀 양육, 부모 세대 부양 등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 시기지만, 가장으로서 역할을 다하느라 소진된 자신을 돌보지 못한 채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6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남성의 자살 동기 1, 2위는 각각 경제생활 문제(31.8%)와 정신적 문제(30.2%)였다.독일의 정신의학과 의사인 콘스탄체 뢰플러는 저서 ‘남자, 죽기로 결심하다’에서 “남성 우울증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찾아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보가 부족하면 속으로만 끙끙 앓으며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기 십상”이라며 “남성 우울증 특유의 징후를 남성 우울증 진단 매뉴얼에 속속 포함시켜 남성에 초점을 맞춰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약해 보일까 봐”…마음속 동굴로 남성끼리조차 마음을 잘 터놓지 않는 특유의 남성문화는 감정 소통을 막는 데 영향을 준다. 자신의 약한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하고, 그나마 속내를 말하려면 술기운을 빌려야 가능한 경우가 많다.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어온 취업준비생 이모 씨(27)는 “아무리 친구라도 내 약점을 드러내면 지질하고 연약하다고 생각할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 술자리에서 ‘야, 죽겠다. 그냥 마시자’라는 것이 표현의 전부”라고 말했다. 또 “힘들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남녀가 다 똑같을 것”이라며 “하지만 남자들의 대화는 공감보단 조언이나 해결책 제시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괜히 얘기를 꺼냈다는 생각이 들어 속 얘기를 잘 안 하게 된다”고 했다.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과 책임감이 남성을 마음속 동굴로 집어넣기도 한다. 두 자녀를 키우는 직장인 안모 씨(38)는 “남자들은 ‘내가 무너지면 가족 전체가 무너진다’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집에서 특히 힘든 내색을 하기가 더 힘들다”고 했다.●감정 소통 창구 열어야…“가족 역할 중요”남성의 정신건강 회복을 위해서는 단절된 정서적 네트워크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가족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회적 능력이 없다거나, 삶이 실패했다고 느낄 때 자신을 평가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여 줄 배우자나 부모, 형제 등 마음을 터놓을 대상이 필요하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여성보다 사회적 지지체계가 부족한 남성이 가정으로 돌아와 힘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가족 분위기 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거나,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부쩍 많이 한다면 가족 구성원들이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전문적인 도움을 받고 싶지만 병원이나 상담센터에 직접 찾아가는 것이 꺼려진다면 비대면 상담 플랫폼을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다.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화상, 채팅, 전화를 통한 다양한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졌다. 이 교수는 “대면으로 심리상담, 검사, 약물치료 등을 받을 생각을 하면 치료에 대한 마음의 벽이 굉장히 높아질 수 있다. 직장에 마련된 사내 상담실을 방문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전문가에게 접근할 수 있는 문턱을 낮춘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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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란스 10’에 최신 클라우드 기술 ‘쿠버네티스’ 적용

    기업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더존비즈온은 비즈니스 플랫폼 ‘아마란스 10(Amaranth 10)’에 최신 클라우드 기술인 ‘쿠버네티스’를 적용했다고 11일 밝혔다. 아마란스 10은 기업 운영에 필요한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비즈니스 플랫폼이다. 전자결재 등 전사자원관리(ERP)에 필요한 프로그램들이 통합 제공된다. 쿠버네티스는 클라우드 환경에서 애플리케이션의 배포와 운영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는 최신 기술이다. 국내 기업용 전사자원관리·그룹웨어 패키지 소프트웨어 가운데 쿠버네티스 기술을 제품 개발 단계부터 적용한 사례는 아마란스 10이 유일하다. 그동안은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형태의 쿠버네티스를 활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아마란스 10은 기업의 업무 환경에 맞춰 여러 종류의 시스템 구축 방식을 제공한다. 기업의 자체 전산실 서버에 직접 설치해 운영하는 온프레미스(On-premise) 방식인 구축형과 클라우드 서비스 방식인 SaaS(Software as a Service)형 가운데 선택 가능하다. 두 방식 모두 쿠버네티스 기반에 최적화되어 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 방식 가운데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외부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방식과 자체 전산 인프라를 활용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쿠버네티스 기반 기술을 클라우드 SaaS 환경과 구축형 제품에 동시 제공하는 것은 아마란스 10이 최초”라며 “구축형보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클라우드 방식을 선호하는 기업 고객이 2배 이상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란스 10은 애플리케이션의 사용량에 따라 자동으로 서버의 안정성을 조절하는 ‘오토 스케일링’ 기능을 제공한다. 시스템 자원을 모니터링해 운영을 자동 조절하는 기술로, 상황에 따라 서버를 최소로 유지하거나 부하가 발생하면 최대로 늘려 대응하도록 지원한다. 업데이트 시에도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고 이용할 수 있고, 장애 발생 시 자가 복구 기능이 작동한다. 지용구 더존비즈온 솔루션사업부문 대표는 “아마란스 10은 쿠버네티스 기반의 클라우드 SaaS를 구현해 디지털 전환을 위한 완성형 솔루션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의 클라우드 환경 전환 및 구축과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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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씨소프트, ‘리니지W’ 흥행 이을 글로벌 신작 공들인다

    엔씨소프트가 ‘아이온2’ ‘프로젝트H’ 등 리니지 시리즈의 명성을 이을 새 글로벌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니지 시리즈는 1998년 선보인 후 20년 넘게 국내 게임 산업을 대표하는 간판 지식재산권(IP)으로 자리매김했다. 리니지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들은 국내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팬덤을 확보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돼왔다. 오랜 시간 리니지가 엔씨소프트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엔씨소프트는 스타 개발자 군단을 앞세운 차기작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김택헌 CPO(최고퍼블리싱책임자)가 신작 개발의 총괄을 맡았고, 이성구 리니지IP 본부장(부사장), 백승욱 전무, 김남준 상무, 최홍영 상무 등 엔씨소프트를 대표하는 핵심 개발자들이 참여한다. 현재 시장에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은 ‘아이온2’다. 2008년 나온 PC 온라인 게임 ‘아이온’의 후속작으로 글로벌 동시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아이온은 출시 당시 동시 접속자 20만 명을 넘어서고 PC 게임의 인기 지표인 PC방 게임 순위에서 160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국내 게임 최초로 종족 간 공중 PvP(Player versus Player·이용자 간 대결) 기술을 개발해 2008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아이온2’는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최신 게임 개발 엔진인 ‘언리얼5’를 채택했다. ‘아이온2’ 프로젝트는 엔씨소프트의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백승욱 전무와 김남준 상무가 이끌고 있다. 백 전무는 원작인 ‘아이온’ 개발을 주도한 핵심 개발자이고, 김 상무는 ‘아이온’과 ‘리니지2M’ 프로젝트에서 백 전무와 함께 손발을 맞춰왔다. 앞선 프로젝트에서 두 사람은 모바일 게임에서 최고 수준의 4K UHD(Ultra-HD)급 해상도의 풀(FULL) 3D 그래픽으로 타사 모바일 게임 수준을 뛰어넘는 수준 높은 그래픽을 구현했다. 게임 이용자의 몰입을 저해하는 모든 방해 요소를 배제한 ‘심리스 로딩(Seamless Loading)’을 구현했다. ‘리니지2M’은 지금도 국내외 구글 플레이 매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미공개 신작인 ‘프로젝트H’ 개발도 시작했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을 이끈 이성구 본부장이 프로젝트를 총괄한다. 국내외 이용자들이 언어 장벽 없이 한 서버에서 리니지를 즐길 수 있도록 해 ‘리니지W’의 글로벌 흥행에 기여한 최홍영 상무도 합류했다. ‘아이온’ 개발에 참여한 한태성 개발자도 ‘프로젝트H’에 참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플랫폼 다양화와 신작 게임의 글로벌 동시 출시 전략을 통해 해외 매출 비중을 높이겠다는 목표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매출 비중은 2019년에는 22% 정도였으나, 2021년 32%, 2022년(상반기 기준) 36%로 커졌다. 지난해 해외 매출은 7336억 원이었고, 올해 상반기엔 507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한국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지역에서 지난해 동시에 선보인 ‘리니지W’의 흥행이 글로벌 매출 성장을 이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일본 구글 플레이 매출 5위, 싱가포르, 태국, 홍콩에서도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 10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니지W’는 아시아 지역 흥행을 바탕으로 2023년 상반기 북미 지역과 유럽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최우선 과제는 더 넓은 시장에서 엔씨소프트가 만든 게임이 사랑받을 수 있는 글로벌 게임 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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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 열심히만 산 당신에게 찾아오는 불청객, 번아웃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정신이 육체에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해 봐. 이 사람은 내 말은 들어 먹지를 않아. 네 말은 들을지도 모르잖아." 육체가 정신에게 말했다. “그럼 내가 아파볼게. 그럼 이 사람이 너를 위해 시간을 낼 거야.” 독일 정신과 의사 클라우스 베른하르트는 저서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에서 시인 울리히 샤퍼의 글을 인용해 번아웃(Burn-out) 증후군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신력이 스트레스를 버틸 수 없는 한계에 이르면 마지못해 내리는 ‘비상용 차단기’가 번아웃이라는 것이다. 눈앞에 일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우리를 강제로 파업하게 만드는 심리적 원리다.●“너무 열심히 살다 보니…”번아웃이 오면 일과 학업이 유발한 스트레스 때문에 심지가 다 타버린 것 같이 지치게 된다. 주요 증상은 △퇴근 할 때쯤 되면 녹초가 된다 △일(학업)을 생각하면 무기력하고 짜증이 난다 △많이 자도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두통ㆍ소화불량ㆍ생리불순 등 문제가 있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 등이다초기에는 번아웃이 고객을 상대하는 전문직 종사자에게 주로 나타난다고 봤지만, 현재는 직업과 관계없이 직장인, 주부, 학생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주로 책임감이 높고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이들에게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너무 열심히 살아서 생긴 증상이다. 특히 전업주부는 가족 구성원을 위해 많은 부분을 희생하지만 뚜렷한 보상이 없어 번아웃에 빠지기 쉽다. 여론조사기관 마이크로밀 엠브레인은 번아웃 관련 설문을 수년에 걸쳐 반복 조사하고 있는데, 조사가 실시된 2014~2016년, 2020년 모두 직장인 1000명 대상 조사 결과 매번 40% 정도의 직장인이 자신이 번아웃에 해당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형 번아웃 증후군 자가 진단 문항 개발을 연구해온 박수정 인하대 스포츠과학과 교수는 “한국인은 특히 번아웃을 피로, 소화불량, 불면 등 신체적 증상으로 호소하는 특징이 있다”며 “외국의 번아웃 연구 시초는 근로환경에서 비롯됐지만, 한국에서는 유아부터 노인까지 모든 생애주기에서 나타나 는 것도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심지까지 타버려 재만 남은 상태번아웃이라는 말은 1974년 미국 뉴욕의 의사 허버트 프러이덴버거가 병원 의료진들이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쳐있는 모습을 보고 처음 사용했다. 심지까지 몽땅 타버려 불이 붙지 않는 상태를 묘사한 말이다. 그는 논문에서 번아웃을 ‘주어진 업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했지만, 성과나 보상이 없어 회의와 좌절을 겪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40년 동안 번아웃을 연구한 크리스티나 마슬락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심리학과 교수는 번아웃 유발 요인을 6가지로 정리했다. △과다한 업무 △업무 통제력 상실 △보상이 적거나 없음 △동료와의 관계(소속감 없음) △불공정한 대우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업무 등이다. 마슬락 교수는 “대부분의 기업에서 모든 직급의 근로자가 스트레스, 불안, (성과의) 과소평가를 느낀다”며 “피곤한 직원은 최선을 다하기보단, 최소한의 일만 하기 때문에 직원이 회사에서 불행하다고 느낄수록 생산성이 떨어져 회사는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했다. ●치료가 필요할까? “우울증·공황 동반하기도”WHO 제11차 국제질병분류(ICD-11)에 따르면 번아웃은 의학적 질병명으로 분류돼 있지는 않다. 당장 치료가 필요한 병은 아니지만, 업무 스트레스에 따른 만성 스트레스 증후군(syndrome)으로 본 것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이 방전되면 충전하지, AS센터를 가진 않는 원리와 같다”며 “번아웃은 스스로 상태를 인지하고, ‘나는 바보다, 유리멘털이다’라며 다그치는 것을 멈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방치할 경우 궁극적으로는 삶의 질이 떨어지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이 함께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김진세 고려제일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번아웃이라고 해서 반드시 우울증 등 정신 질환으로 발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우울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본인을 방치하고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몰아붙여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번아웃을 질병으로 인정하고, 장애연금 지급 등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스웨덴, 네덜란드, 핀란드에서는 번아웃을 피로, 신경쇠약, 불면증, 현기증 등과 연관지어 질병으로 분류한다. 특히 가슴에 통증이 있거나, 불규칙적으로 심장이 뛰는 등 심혈관계 질환까지 동반된다면 치료를 권고한다. ●‘조용히 그만두기(Quiet quitting)’ 뒤에 숨은 번아웃 미국 애플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최근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Quiet quitting’이라는 용어가 담긴 게시물을 올려 화제가 됐다. 그는 “‘조용히 그만두기’란 주어진 일 이상을 해내야 한다는 사고방식에 갇히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일의 성과로 정해질 수 없다”고 썼다. 이 게시물은 조회수 350만회를 넘기며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조용히 그만두기’는 조용히 퇴사하는 게 아니라, 출근은 하되 심리적으로 일과 거리를 두는 것을 의미한다. 맡은 일은 성실하게 하지만, 그 이상의 업무에는 과도하게 몰입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미국 구인 사이트 레주메 빌더(Resume Builder)가 실시한 최근 조사에서는 35∼44세 근로자 25%가 ‘조용히 그만두기’를 하겠다고 응답했다.사실 ‘조용히 그만두기’는 한국에서 ‘워라밸’이라는 말이 회자되기 시작한 수 년 전부터 일어난 현상이다. 박 교수는 “특히 젊은층에서 ‘조용히 그만두기’ 열풍이 부는 이유는 번아웃 증후군을 포함해 (기성세대와) 개인적, 문화적, 사회적 배경의 차이 모두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기성세대는 이런 분위기를 재빠르게 수용하고, 신세대는 기성세대의 근로문화를 좀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자신만의 ‘셀프 멈춤’ 버튼 만들어야전문가들은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 ‘조용히 그만두기’처럼 일종의 ‘셀프 멈춤’ 버튼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억지로라도 쉬는 시간을 만들어 잠깐이라도 쉬라는 것이다. 지칠 땐 새로운 일을 벌이거나 책임을 맡는 것도 피해야 한다. 휴가나 휴학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 또 할 수만 있다면, 근본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을 제거하면 생각보다 급속하게 회복될 수 있다. 윤 교수는 “휴식에 죄책감을 느끼지 말고, 단 10분이라도 잡담하기, 산책하기, SNS하기 등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능동적 휴식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자신을 비난하기 보단 열심히 견뎌온 스스로를 ‘추앙’하고, 대견하다 여겨야 한다”고 했다. 생활 습관 면에서는 수면, 운동, 수분 섭취 등 건강에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무너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24시간을 쪼개 쓰지만, 정작 식사나 수면이 불규칙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사회적 성취와 인정을 원하는 건 본능적이지만, 건강을 저당 잡혀가며 이루는 성취는 오히려 위험하다”며 “결과보단 과정을 칭찬하며 성취 지향적 태도가 인생 전체를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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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건분야 혁신 위해 국가-학문 뛰어넘는 조직 설계 필요”

    미국 국방부 산하 핵심 연구개발 조직인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국방 정책을 위한 각종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관리·감독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1960년대에 군사 네트워크를 연구하면서 최초의 인터넷이 개발되기도 했다. DARPA는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가능성도 높지만, 성공할 경우 획기적인 군사력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어 세계 각국에서 벤치마킹하는 연구 조직이다. 미국 정부는 DARPA 모형을 보건의료 분야에 적용한 ARPA-H(의료고등연구계획국)도 설립했다. 한국 정부도 DARPA 모형을 참고해 첨단 바이오 기술을 공공 보건에 확산할 수 있도록 하는 한국형 ARPA-H 설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DARPA를 벤치마킹한 다양한 국제 조직 가운데에 보건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웰컴도약기금(Wellcome Leap)을 눈여겨볼 만하다. 웰컴도약기금은 글로벌 자선 단체인 영국의 웰컴신탁재단(Wellcome Trust)이 국제 보건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설립한 비영리 기관이다. 레지나 듀건 웰컴도약기금 대표(사진)는 26일 동아일보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두건 대표는 제19대 DARPA 국장을 역임했다. 웰컴도약기금은 보건 분야 난제를 해결할 연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두건 대표는 “DARPA에서 일하면서 해결 가능성이 있고 인류에 중요한 문제라면 무조건 시도해야 한다는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며 “‘만약’을 강조하면서 보건 분야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결과 창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웰컴도약기금은 전 세계 75만 명 이상의 연구원과 기술자가 네트워크로 이어져 있다. 다만 두건 대표는 “DARPA는 특정 국가의 전략적 이권을 위해 설계됐지만, 웰컴도약기금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 세계 활동가들의 모임을 조성하기 위해 설계됐다”고 했다. 한국형 ARPA-H 모형 개발을 성공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두건 대표는 기존에 없었던 조직인 만큼 자금 조달, 지원 체계에 대한 혁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그저 자원 투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지원 결과를 보장 받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혁신을 일으킬 확률을 높여주는 방식으로 조직을 설계해야 오래 갈 수 있다”며 “또 감염병이나 기후변화 등은 국가, 학문 간 경계를 뛰어 넘어 인류에 위협이 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 역시 국가와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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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원 등 교육비 10% 할인 ‘삼성 iD EDU’ 카드 출시

    삼성카드는 학원, 온라인 강의 등 교육비 할인을 제공하는 ‘삼성 iD EDU’ 카드(사진)를 출시했다고 19일 밝혔다. 삼성카드에서 새롭게 선보인 ‘삼성 iD EDU’ 카드는 교육비 결제에 특화된 상품으로 학원, 학습지, 온라인 강의를 10% 할인해 준다. 월 최대 할인 한도는 7만 원이다. 삼성카드 업종 분류 기준에 따라 입시·보습, 외국어, 예체능 학원 등에서 카드를 사용할 경우 학원비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학습지와 온라인 강의 결제 시에도 동일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학습지 할인 대상은 씽크빅, 교원, 대교, 한솔교육 등이다. 또 메가스터디, 엘리하이, 밀크T, 이투스, 엠베스트, 대성마이맥 등에서는 온라인 강의를 10% 할인받을 수 있다. 온라인 쇼핑몰 멤버십, 배달 앱, 아파트 관리비 등에도 할인 혜택이 제공된다. 쿠팡 로켓와우, 네이버플러스, 마켓컬리 컬리패스 등 온라인 쇼핑몰 멤버십을 통해 결제할 경우 50%를 할인(월 최대 5000원)해 준다. 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 앱 5% 할인(월 최대 5000원)도 적용된다. 아파트 관리비를 월 10만 원 이상 정기 결제할 경우 월 5000원을 할인해 준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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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드립니다”[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어느 늦은 밤 한 교회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혼자 설교 준비를 하던 목사가 수화기를 들자 한 청년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년은 “큰 빚을 지게 돼 깊은 절망에 빠졌고, 사는 것이 괴롭다”고 토로했다. 목사는 안타까워하며 청년에게 위로와 조언을 건네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청년은 가스 찬 방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채 발견됐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새벽 2시, 교회로 또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이번엔 한 여성이 울먹이며 도움을 청했다. 목사는 앞서 떠난 청년을 떠올리며 1시간 동안 이야기를 경청하고 깊이 공감해줬다. 그 여성은 다음날 교회에 찾아와 목사에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1962년 ‘생명의 전화(Life Line)’의 효시가 된 호주 시드니 중앙감리교회의 알렌 워커 목사 이야기다. 알렌 워커 목사는 전화상담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하고 24시간 4교대로 돌아가는 상담센터를 설립했다. 그로부터 14년 뒤인 1976년 9월 한국생명의전화가 개원했다. 46년간 단 하루도 쉬지 않은 한국생명의전화에 지금까지 걸려온 상담 전화는 100만 통이 넘는다. 2011년부터는 19개 한강다리에 ‘SOS생명의 전화’ 74대를 운영하고 있다.● “재난 뒤 자살률 급증…사전예방 철저해야”9월 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둔 7일 서울 성북구 한국생명의전화에서 만난 하상훈 한국생명의전화 원장은 자살예방 캠페인 준비에 한창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는 2003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제정했다. 당시 WHO와 IASP가 내걸었던 슬로건은 ‘자살이라는 킬러와의 전쟁’이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이자 하루에 36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는 한국은 이 전쟁의 최전선인 셈이다.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에는 ‘코로나 블루’로 자살률이 더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사실 정반대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자살자 수는 1만3195명으로 2019년에 비해 604명이 줄었다. 하 원장은 “동일본 대지진 등 큰 재난 직후 오히려 자살률이 감소하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많이 있다”며 “나만 괴로운 게 아니라 모두가 고통 받는다고 느끼면서 일종의 사회적 응집력과 유대감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자살 위험이 잠시 유예된 것일 뿐 일상 회복 이후에 자살률이 급증할 수도 있다. 2020년 전체 자살자 수는 줄었지만 10~30대 젊은 세대의 자살이 증가한 것은 큰 위험 신호다. 특히 10대, 20대 자살률은 전년 대비 각각 9.4%, 12.8% 증가했다. 하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활동이 위축되면서 주변과 단절되고 학업·취업 스트레스가 극대화됐을 수 있다”며 “이들 세대의 절망감을 사전에 사회공동체에서 보듬어야 팬데믹 이후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사전예방 못지않게 중요한 사후예방 지난해 한강다리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를 통해 119구급대가 출동해 구조에 성공한 것은 202건이다. 대부분이 자살 시도를 하기 전 육상에서 구조됐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다. 자살 시도자가 자살을 재시도할 확률은 일반인보다 약 40배 높다. 응급실에 실려 온 경우에 한해 병원의 사후 관리가 이뤄지고 있어 병원 밖에 있는 이들은 사각지대에 있다. 사회적으로는 자살 유가족이라는 낙인으로,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힘들어하는 남겨진 가족들도 자살 고위험군이다. 하 원장은 “자살 시도자 수는 자살자의 10~20배 수준이고, 유족 등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인원은 자살자 1명 당 6명 수준”이라며 “이들을 합하면 최소 20만 명 이상이 심각한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자살 위기 상황에서 즉시 개입하는 시스템은 굉장히 잘 돼 있지만 사전·사후예방 조치는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원장은 △사전 예방 △위기 개입 △사후 예방으로 이어지는 자살예방 3스텝을 잘 세우기 위한 요소로 정부 부처 간 협업과 민관 협력을 꼽았다. 하 원장은 “자살은 우울증 같은 개인적 이유부터 취업, 학교·가정폭력, 빈곤, 궁극적으로는 공동체 붕괴 등 다양한 원인이 있기 때문에 범부처 협업을 이끌어 내는 대통령 직속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미국의 ‘국가자살예방 생명의 전화’처럼 정부가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봉사 하는 시민단체의 풀뿌리 조직을 이용하면 민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이용할 수 있다”며 “시민단체, 종교계, 각종 협회 등과 손잡으면 현재 정부가 관련 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시스템보다 예산도 훨씬 절감할 수 있다”고 했다. ● 명절에 고립된 주변 살펴야…“라떼는”도 금지혼자 외로움과 싸우는 이들에게 명절은 더 큰 고립감과 절망감을 느낄 수 있는 시기다. 특히 가족과 떨어져 사는 홀몸노인 등 1인 가구의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 쉽다. 하 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누군가와 연결돼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며 “주변에 외로움을 호소하는 이가 있다면 직접 찾아가는 것이 가장 좋고, 전화, 문자로라도 안부를 묻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학업, 취업으로 힘겨워 하는 자녀들에게 “라떼는(나 때는) 안 그랬다” “정신력이 약해서 그렇다”는 등의 잔소리도 금물이다. 하 원장은 “작은 스트레스에도 크게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많다”며 “‘요즘 애들은 나약하다’고 일반화하며 충고하고 가르치려하기 보단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고 애쓰면서 소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 원장은 “누구라도 살면서 힘든 생각이 들 때 자살예방상담전화(1393), 정신건강복지센터(1577-0199), 생명의전화(1588-9191) 등 조금만 손을 내밀면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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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빌 게이츠도 한다는 ‘마음챙김’이 뭐길래 [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주의를 호흡에 모아봅니다. 호흡이 가장 잘 느껴지는 부분은 몸에서 어디인지 봅니다. 코, 가슴, 배를 느껴봅니다. 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 코로 숨이 들어 갈 때, 나올 때의 느낌에만 관심을 가져봅니다. (…) 혹시 지금 마음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면 ‘마음이 벗어났네’하고 알아차린 뒤 부드럽게 다시 주의를 코로 가지고 옵니다. 마음이 벗어난 것에 대해 판단하거나 나무라지 않습니다.” 모니터 너머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온라인 화상회의 ‘줌(Zoom)’ 화면의 얼굴들이 하나 둘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한국MBSR연구소(한국MBSR본부)의 일반인 대상 8주 마음챙김(mindfulness) 온라인 명상 프로그램 중 일곱 번째 시간이었다. MBSR(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완화)은 마음챙김 명상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프로그램이다. 이날 주제는 ‘마음챙김 명상을 어떻게 일상생활에 적용할 것인가’였다. 호흡 등 신체 감각을 알아차리는 정좌 명상, 전신을 골고루 느껴보는 ‘바디 스캔(body scan)’ 명상 등 명상 실습이 3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마지막 30분 동안은 참가자끼리 명상 훈련을 하며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이 주어졌다. 한 참가자는 “주의력결핍장애 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자책하기 바빴다”며 “명상을 한 뒤로는 ‘내가 지금 괴로워하고 있구나’라고 알아차리면서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더니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게 됐다”고 소감을 나눴다. ● 종교 색 덜어낸 현대 명상법으로 재탄생 정신건강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마음챙김이라는 단어를 한 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마음챙김이라는 말이 들어간 국내 도서만 300권 가까이 된다. 마음을 보듬고, 차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짐작은 가지만 정확한 의미를 아는 경우는 많지 않다. 마음챙김은 고대 인도어인 팔리(Pali)어 ‘sati(사띠)’에서 유래됐다. 불교에서 명상을 통해 고통에서 자유로워지고 깨달음에 이르는 방법을 설명하는 핵심 단어다. ‘기억’ ‘주의’ 등을 의미해 동아시아에서는 한자 ‘염(念)’으로 설명한다. 1881년 영국에서 영어 불교사전을 펴내며 sati를 ‘mindfulness’로 번역했고, 이 영어 단어가 1980년대 국내에 들어오면서 ‘마음챙김’으로 번역됐다. 마음챙김 명상은 미국과 유럽에서 불교 색채를 덜어낸 새로운 명상법으로 재구성됐다. 불교의 명상법을 쓰지만, 심신 안정과 심리치료 관점으로 접근해 일반인에게 문을 연 것이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부터 마음챙김 명상을 통한 우울, 불안, 불면, 스트레스 감소에 대한 효과를 보여주는 과학적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울·불안·스트레스 완화 효과에 주목 마음챙김 명상은 △MBSR △MBCT(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마음챙김에 근거한 인지행동 치료) △MSC(Mindful Self Compassion·마음챙김 자기연민) △DBT(Dialectical Behavior Therapy·변증법적 행동치료) △ACT(Acceptance & Commitment·수용-전념 치료)등 응용 심리치료 프로그램으로 다양하게 세분화돼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MBSR은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존 카밧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1979년 8주 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정좌 명상, 요가 명상 등을 통해 스트레스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카밧진 교수는 마음챙김이란 ‘현재 순간순간의 경험에 의도적이지만 비(非)판단적으로 주의를 기울이면서 자각(awareness)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MBSR과 심리치료의 한 방법인 CBT(Cognitive Behavioral Therapy·인지행동치료)가 합쳐진 MBCT는 최근 우울증 치료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마크 윌리엄스 영국 옥스퍼드대 임상심리학 명예교수가 진델 시걸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과 석좌교수 등과 2002년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영국에서는 우울증 치료 의료보험이 적용된다. ● 실리콘밸리·세계적 석학도 매료된 마음챙김미국 타임지는 마음챙김의 대중화 성공 비결로 과학적 효과 검증을 통해 명상을 종교 행위가 아닌 주의력 훈련으로 마케팅한 점을 꼽았다. 주의력 향상을 통한 뇌 건강, 창의성 발휘, 심신 치유 등을 명상 효과로 강조한 것이다. 구글은 2007년 일찍이 마음챙김의 힘을 알아보고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이라는 사내 명상 강좌를 만들었다. 프로그램을 만든 구글의 엔지니어 차드 멩 탄은 저서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에서 “명상 연습을 많이 하면 마음이 더 차분해지고 통찰력이 더욱 예리해진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도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 사용자로 유명하다. 한동안 그는 신비한 종교 체험에 현혹되는 사람들이나 명상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헤드스페이스의 창업자 앤디 퍼티컴과 만난 이후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그는 “나에게 명상은 신앙이나 미신과는 관련이 없으며, 단지 주의를 집중하고 생각들로부터 거리를 두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예루살렘히브리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20년 넘게 명상을 해왔다. 그는 2017년 방한 당시 인터뷰에서 “명상이 없었다면 저서 ‘사피엔스’나 ‘호모 데우스’ 같은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명상은 나만의 ‘케렌시아’ 찾는 것” 국내에서도 점차 마음챙김 명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희영 한국MBSR연구소장은 “군이나 공기업, 기업, 학회 등 여러 곳에서 명상 지도자 양성을 위한 위탁교육이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국내 유일 미국MBSR본부(브라운대 산하 ‘브라운 마음챙김센터’)가 인정하는 국제인증 지도자이자 지도자 트레이너 자격 보유자다. MBSR의 창시자인 카밧진 교수 등으로부터 직접 MBSR 명상을 배웠다. 우울과 불안 완화에 대한 효과가 알려지면서 의사들도 명상에 관심을 갖는 추세다. 한국MBSR연구소가 영국 옥스퍼드 마음챙김센터와 제휴를 맺고 4일부터 시작하는 MBCT-L 국제지도자 1년 과정 프로그램의 참가자 대부분은 정신의학과 의사를 비롯한 임상 전문가다. 안 소장은 마음챙김 명상은 궁극적인 뭔가를 추구하며 ‘세상을 등지는 명상’이 아니라 일상에 힘을 얻기 위한 ‘삶을 위한 명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안 소장은 마음챙김 명상을 ‘케렌시아(querencia)’에 비유했다. 스페인어로 ‘안식처’라는 의미인 케렌시아는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와 마지막 일전을 앞둔 소가 잠시 쉴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안 소장은 “투우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소는 케렌시아를 발견한 소라고 한다. 흥분하지 않고 안식처를 찾아 투우사를 이길 방법을 찾는 소”라며 “내 안의 쉴 공간을 창조해 생각할 힘을 넓혀가는 명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알아차림 명상의 첫 걸음은 무엇일까. 바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것’이다. 일하다 잠깐 고개를 들어 훌륭한 경치를 바라볼 때 바쁘게 돌아가던 생각이 잠시 멈추고 신체 감각으로 주의가 돌아오는 원리를 떠올리면 된다. 안 소장은 “이때 생각과 감정에 휘둘리던 모드에서 벗어나게 되고, 마음의 공간이 확장되면서 스트레스가 완화된다”며 “마음챙김 명상은 현재를 알아차리는 훈련을 통해 고요하고 명료한 마음의 힘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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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직원 마음건강, 이젠 회식 대신 앱으로 챙기세요”

    실적 압박, 상사 스트레스, 승진 경쟁, ‘워라밸’ 불균형…. 직장인이 회사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셀 수 없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2년 넘게 겪으며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어났다.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생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근로자의 정신건강 관리에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속속 늘고 있다. 모바일 정신건강 플랫폼인 ‘트로스트’는 이 점에 주목해 근로자 지원 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ce Program)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달 초 트로스트는 기업 고객 1인당 월 9900원에 이용 가능한 ‘트로스트 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트로스트 케어에 가입한 기업 고객은 비대면 심리상담(채팅,전화), 명상 프로그램, 인공지능(AI) 심리진단 등 앱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트로스트 케어 서비스 시작 후 기업 고객은 총 100여 곳으로 늘었다. LG화학, 포스코, 쿠팡, JYP엔터테인먼트 등을 비롯해 질병관리청, 국세청, 대법원 등 공공기관도 다수다. 앱 다운로드 수는 2016년 회사 설립 이후 누적 70만 건을 넘어섰다. 트로스트를 운영하는 휴마트컴퍼니의 김동현 대표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조직 내 사건 사고가 일어난 이후 사후 관리 차원에서 직원의 정신건강 문제에 접근했지만, 코로나19 발생 이후부터는 일상적인 복지 개념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트로스트는 많은 기업에서 직원 복지를 위해 심리상담 전문가를 직접 고용하고 있지만, 실제 이용률은 저조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 대표는 “EAP가 훨씬 활성화된 미국 기업조차 사내 상담 전문인력 이용률이 3% 내외 수준인 경우가 많다”며 “같은 조직 내에 있는 상담사에게 자신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이 앱에서 비대면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기업 관리자에게는 서비스 이용자 수, 주요 고민 키워드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없는 통합적 정보만 제공된다. 상품 비용을 낮추기 위해 그동안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운영 과정을 상당 부분 자동화시켰다. 그동안은 제휴를 맺은 심리상담센터에 일일이 연락을 돌려 기업 연계 고객의 상담을 몇 회 진행했는지 체크하는 수작업이 필요했다. 이제는 앱에 자동 정산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에 드는 비용을 제로(0) 수준으로 줄였다. 다만 여전히 대면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을 위해 오프라인에 심리상담, 명상 등을 체험하는 복합공간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심리상담 B2B(기업 간 거래) 시장은 현재 약 4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회식이나 단합대회로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던 시대는 지났다”며 “임직원들이 가진 심리적 문제가 다양해질수록 업무 몰입도를 높이기 위한 EAP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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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번 구운 직화햄 ‘그릴리’ 첫선… 동원F&B “4세대 냉장햄 선도”

    동원F&B는 직화 그릴에 구운 햄 제품 전용 브랜드인 ‘그릴리’를 최근 새롭게 선보였다. ‘그릴리’의 햄 제품은 저온 숙성한 돼지고기, 닭고기를 250∼300도 오븐에 먼저 굽고, 500도 직화 그릴에서 또 구워 불 맛을 입힌 것이 특징이다. 동원F&B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입맛에 맞춰 ‘그릴리’의 제품군을 확장해 연 매출 500억 원대 브랜드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국내 냉장 햄 시장은 1960년대 등장한 일명 ‘분홍 소시지’를 1세대로 시작해 비엔나 소시지(2세대), 합성 첨가물을 넣지 않은 웰빙 햄(3세대) 등을 거쳐 성장해 왔다. 동원F&B는 직화 햄 시장을 냉장 햄 제품의 4세대로 명명하고, 시장을 선도해 간다는 전략이다. ‘그릴리’의 직화 햄은 숯불에 구운 삼겹살 같은 고기 맛을 새롭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햄을 고온의 오븐에서 구우면 육즙을 가득 품게 되는데, 직화 그릴에서 한 번 더 구워 불에 구운 고기 맛을 재현한 것이다. 불 맛을 내는 첨가물이나 보존료, 산화방지제, 색소 등은 넣지 않았다. 현재 국내 냉장 햄 시장은 약 8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사실상 수년째 성장이 둔화된 상태지만, 동원F&B는 직화 햄 시장을 개척해 시장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원F&B는 2016년 업계 최초로 오븐과 그릴 설비를 도입해 불에 구운 고기의 맛을 그대로 구현한 차별화된 제품들을 선보이며 직화 햄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다. 직화 햄 시장은 현재 약 600억 원 규모(연간 기준)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세를 타고 2024년에는 약 1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F&B 관계자는 “냉장 햄은 밥반찬뿐 아니라 간식이나 안주 등으로 용도가 확장되고 있고, 양질의 단백질 식품에 대한 수요도 크게 증가하고 있어 성장세가 밝다”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신제품과 마케팅 활동으로 ‘그릴리’ 브랜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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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 잘 먹고 잘 웃는데… 나도 우울증?[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참을 수 없이 울적한 순간에도 친구들 농담에 웃고,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허전함을 느끼고, 그러다가도 배가 고파 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나 자신이 우스웠다. 지독히 우울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애매한 기분에 시달렸다.” (백세희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중에서) 우울감에 시달리다가도 즐거운 일이 생기면 기뻐하고, 맛있는 걸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하지만 ‘다 그렇게 살지’ 라며 마냥 당연하게 넘길 일만은 아니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1명(2019년 기준)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지속된 우울감을 느낀다고 답할 정도로 우울증은 흔한 증상이 됐다. 특히 잘 자고 잘 웃더라도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고 몸에 힘이 빠진다거나, 다른 사람의 눈치를 과도하게 살피고 있다면 ‘비전형적 우울증’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이런 증상도 우울증인가요?” 20대 회사원 남성 A씨는 2, 3개월 전부터 푹 자고 일어나도 몸이 납덩이처럼 무겁고 팔 다리에 힘이 빠졌다. 출근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져 지각도 자주 한다.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는 속도가 느려졌고, 친구들은 “요새 말 수가 적어지고 목소리도 작아졌다”고 걱정한다. A씨는 가끔 울적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게임을 하거나 친구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졌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10시간씩 잠을 자고 식욕도 평소보다 왕성했다. 하지만 갈수록 몸이 땅으로 꺼질 것 같고 피로감이 심해져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됐다. 감기 증상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나듯 우울증 증상도 다르게 나타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우울증(주요 우울장애)은 △지속적인 우울감 △식욕·수면 저하 △피로· 무기력 △죄책감 △자살 사고 등의 특징을 보인다. 평소 좋아하던 것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아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분별하기 쉽다. 반면 비전형적 양상을 동반한 우울증은 전체 우울증 환자의 3분의 1 정도로 추정되지만, 일반적 양상과 달라 본인과 주변에서 눈치 채기 어렵다. △10시간 이상 과수면 △식욕 증가 △납마비(온 몸이 무겁게 느껴짐) △거절에 대한 과민 반응 등이 특징이다. 행동이 굼떠지거나, 안절부절 못하며 머리카락을 꼬는 등 초조함을 보이기도 한다. 결정적으로 좋은 일이 생기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에 우울증이라고 의심하기 어렵다.대인관계 민감한 청소년·청년층이 위험군비전형적 우울증의 특징 중 하나는 대인 관계에 크게 민감하다는 것이다. 거절을 당하거나 비판을 받았다는 느낌이 들면 급격히 침울해지거나 크게 화를 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우울증 환자 가운데서도 다른 연령대에 비해 대인 관계에 예민한 청소년과 청년층에서 비전형적 우울증 발병 빈도가 더 높다. 청소년의 경우 평소에 우울하고 예민하다가도 성적이 오르거나 게임 같은 취미 활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알아채기 쉽지 않다. 비전형적 증상 등을 이유로 숨어 있는 청소년 우울증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지난해 질병관리청의 ‘청소년건강행태조사’(5만4848명 대상)에 따르면 일상 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심한 우울감에 시달린다고 답한 중·고등학생은 26.8%였다. 그러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0년 10대 우울증 진단 환자는 전체 우울증 환자의 5.7% 수준에 그쳤다. 1인 가구가 많은 청년층은 물리적·심리적 고립감을 느끼기 쉽다. 20대 우울증 환자 수는 2017년 7만6246명에서 2021년 17만3745명으로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최정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모가 청소년 자녀의 정서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나 때는 안 그랬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 청년기까지 정서 문제가 이어진다”며 “조기에 학교 상담교사나 관련 지역 서비스에 적극 연계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가 테스트 5점 이상이면 경미한 우울증비전형적 우울증은 보편적인 우울증과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세밀한 진단이 필요하다. 다만 스스로도 우울증인지 헷갈리고, 당장 전문가를 찾기 어렵다면 간단한 자가 테스트로 가늠해 볼 수 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활용하는 우울증 선별 도구인 PHQ-9(Patient Health Questionnaire-9)는 9가지 질문으로 이뤄진 자가보고 검사다. 위 표는 2010년 대한불안의학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 ‘한글판 우울증 선별도구(PHQ-9)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참고했다. 다만 온라인에 떠도는 근거 없는 우울증 검사는 피해야 한다. ‘나는 내가 가끔 미친 것 같다’ 는 등 과격한 표현은 표준화되지 않은 검사 문항이므로 신뢰할 수 없다. “방치하면 ‘더블 디프레션’ 위험” 긴가민가한 증상 때문에 우울증을 방치하게 되면 2년 이상 우울감이 지속되는 지속성 우울장애로 발전될 수 있다. 증상을 인지했다고 해도 전문의나 심리상담사를 찾기까지 마음의 문턱이 높은 탓도 크다. ‘오늘도 우울증을 검색한 나에게’ 공동저자이자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는 오진승 원장(DF정신건강의학과)은 “모든 질환은 오래될수록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위험한 것은 일명 ‘더블 디프레션(double depression·이중우울증)’이다. 오 원장은 “지속성 우울장애를 쭉 가지고 있다가 심한 우울감이 2주 이상 지속되는 주요 우울장애가 겹치는 ‘더블 디프레션’이 온 환자들은 상당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증상이 심각하다면 약물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항우울제는 세토로닌, 노르에피네프린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조절해 우울감 해소에 도움을 준다. 오 원장은 “정신과 약을 먹으면 머리가 멍해진다거나 중독 될 것이라는 오해가 많다”며 “의사 처방대로 복용한다면 중독이나 내성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완화되더라도 6~9개월 정도는 유지 치료를 위해 약을 더 복용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고 약물 치료에 거부감이 느껴진다면 가까운 곳에 있는 심리상담센터나 시·군·구 단위로 설치된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검사와 상담을 받는 것도 좋다. 오 원장은 “‘이 정도도 우울증인가?’ 하고 무시하기 보단 내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다면 일단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며 “가벼운 증상일수록 쉽고 빠르게 호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상 생활에서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 오 원장은 “몸에 좋은 것이 마음에도 좋다”고 했다. 일찍 자고, 제때 먹고, 금주와 운동을 생활화하라는 것이다. 오 원장은 “밤늦게 깨어 있으면 우울감이 심해지고 늦잠을 자게 돼 생활 리듬이 깨진다”며 “10시간을 자더라도 정신적 피곤은 풀리지 않기 때문에 무기력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운동은 항우울제 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며 “30분씩이라도 일주일에 3회 이상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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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표원, 국가 R&D 전과정 표준 연계 강화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표준협회가 ‘국가연구개발(R&D) 표준연계 활성화 업무협약’을 최근 체결했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국가 R&D 전 과정에서 표준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연구관리 전문기관과 표준 연구성과 전담기관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시장을 선점하려면 우리 기술을 국제표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는 이와 관련해 국정과제 중 하나를 ‘수요자 지향 산업기술 연구개발 혁신’으로 정하고, 그 세부 과제로 R&D에 대한 표준화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술의 R&D 단계부터 표준화 연계를 염두에 두고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인 성과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업무협약은 산업부의 연구개발 기관이 표준화 성과 창출을 위해 R&D 기획, 평가, 관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가기술표준원과 3개 기관은 △표준화 연계 R&D 과제 발굴 △표준화 연계 과제 추진전략 수립 △연구성과 관리·활용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이상훈 국가기술표준원 원장은 “표준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세부 실행방안이 마련됐다는 데 협약 체결의 의의가 있다”며 “R&D 연구자들이 연구 초기 단계부터 국제표준 기술로 만들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국표준협회는 R&D 과제 추진 시 표준화 동향조사와 국제표준화 전략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과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산업부의 R&D 관리 전문 기관으로서 R&D 과제를 기획하고, 표준화 연계 과제를 선정·관리하는 업무를 맡는다. 정양호 산업기술평가원 원장은 “R&D 단계부터 시작해 표준화 기반을 조성하는 사업까지 끝까지 지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기영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은 “표준화 동향 조사에 대한 세부 절차와 기준 등이 마련돼야 하고, 연구책임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국제표준화 전략컨설팅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국가기술표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표준협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와 함께 ‘표준 연구성과 정책 협의체’를 출범했다. 이번 업무협약식에서는 표준 연구성과 관리 유통 전담기관으로 지정된 한국표준협회의 본격적인 활동을 위한 ‘표준성과혁신센터’ 현판식도 열렸다. 강명수 한국표준협회장은 “전담기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표준 연구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성과 활용·확산을 위해 관계기관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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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은 허준이 교수가 받았는데 왜 아버지를 인터뷰 할까[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에 허준이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39·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5일(현지시간) 호명되자 한국 언론의 관심은 재빨리 허 교수의 부모에게 향했다. 허 교수의 아버지는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이고, 어머니는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다. 허명회 교수가 수학과 연관된 통계학과 교수였다는 점에서 언론 인터뷰가 집중됐다. 허 교수의 어릴 적 학업성취도와 교육법 등 질문이 이어졌고, 관련 기사에는 “훌륭한 자녀 앞에는 훌륭한 부모가 있었다”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물론 전 세계 수학계에서 국격을 드높인 주인공이 어떤 환경에서 성장했는지 궁금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하지만 스타탄생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어도 우리는 “느그 아부지 뭐 하시노?”라며 부모의 직업을 궁금해 하곤 한다. 반대로 자녀의 대학 진학이나 취업 성패에 따라 부모들의 기가 살기도, 죽기도 한다. 왜 우리는 부모나 자녀가 ‘뭐 하는 사람’인지가 그토록 중요할까.● 부모와 자녀는 운명공동체? 심리학, 교육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부모·자녀 동일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성공과 실패를 공유하는 운명공동체라는 의미다. 한성열 고려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문화에서 부모는 자녀를 독립적 존재로 인식하지 않고, 자녀도 표면적으로는 분리돼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부모와 하나라고 인식한다”며 “부모의 것은 자녀의 것이 되고,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화는 동양의 관계주의에 기인한다. 개인보다 관계에 중심을 두는 동양은 가정을 운명 공동체로 본다. 또 가정의 중심은 부부보다 부모·자녀 관계에 맞춰져 있다. 반면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에서는 부부가 가정의 중심이고, 부모·자녀 관계는 독립적으로 본다. 한국인의 심리적 특징을 연구한 고(故) 최상진 중앙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이를 ‘부자유친성정(父子有親性情)’이라고 명명했다. 삼강오륜의 ‘부자유친(父子有親·부모와 자녀는 친밀함이 있다)’에서 따온 말로, 부모와 자녀가 서로를 짠하게 여기며 끈끈하게 묶인 한국의 특성을 개념화했다. 최 교수는 저서 ‘한국인의 심리학’에서 “한국 자녀들은 부모에게 미안함, 측은함, 고마움을 가지고, 부모들도 자식에게 측은함을 느낀다”며 “서양의 부모들은 자녀를 자랑스럽게 느낄 수 있어도 불쌍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 유교문화와 한(恨)이 불 지핀 교육열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최한수(차승원 분)는 아내와 딸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즉석 밥으로 혼자 끼니를 때우는 40대 기러기 아빠로 나온다. 그는 어릴 적 아버지가 술 마시고 도랑에 빠져 죽은 후 평생 가난과 싸웠다. 어렵게 공부해 결혼했지만, 딸이 골프 유학을 떠나자 또 다시 돈에 허덕인다. 기러기 아빠는 자녀의 성공을 위해 헌신하는 대표 사례다. 드라마에서 최한수는 “할 만큼 했다. 포기하자”며 우는 아내에게 “부모가 돼서 우리가 어떻게 포기를 하느냐”며 한숨을 쉰다. 국내의 다양한 심리학, 교육학 연구에서는 한국의 유별난 교육열이 부모·자녀 동일체 의식과 유교의 입신양명(立身揚名), 한(恨)의 정서가 영향을 준 결과로 봤다. 특히 한은 부당한 차별을 받을 때 쌓이는데, 이때 자녀 교육은 부모의 한을 대신 푸는 수단이 된다. 주변의 ‘엄친아’ ‘엄친딸’ 사례를 들며 자녀의 성취를 압박하는 것도 이런 현상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 “나의 성공은 부모님의 작품” 이때 자녀는 부모에게 애정과 부채의식을 동시에 느낀다. 세계적 축구스타인 손흥민 선수는 지난해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낸 에세이 추천사에 “나의 축구는 온전히 아버지의 작품”이라며 모든 것을 아버지의 공으로 돌렸다. 아들의 코치 겸 매니저인 손 감독은 손 선수를 세계적 선수로 키워낸 것으로 유명하다. 설기현 경남FC 감독의 어머니는 홀몸으로 포장마차와 과일 노점을 하며 축구뒷바라지를 했다. 설 감독이 유럽 리그 활동 당시 “모든 성공은 어머니가 지금껏 살펴 주신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말해 현지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박영신 인하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리는 자녀가 성공했을 때 개인의 노력과 능력 덕이라고만 보지 않는다. 그 뿌리에 부모의 희생과 헌신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관계주의 문화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부모에게 ‘고마워서’ ‘보답하기 위해’ 효도한다는 의식이 드러났다. ‘청소년학연구’에 실린 ‘청소년의 효도에 대한 지각과 학업성취’ 연구(1706명 대상)에 따르면 자녀들은 효도의 가장 좋은 방법으로 ‘순종’(22.1%) ‘학업충실’(19.8%)을 꼽았다. 효도하는 이유로는 ‘혈연관계’(37.8%) 다음으로 ‘부모의 희생에 대한 보답’(30.2%)을 꼽았다. ● ‘무한 책임’ 의식 넘어 일가족 살해도 부모·자녀 동일체 의식이 비극적으로 드러날 때도 있다. 지난달 전남 완도 앞바다에서 조유나 양(10) 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는 삶을 비관한 부모가 ‘나의 실패=자녀도 실패’라고 여겨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살인범죄의 실태와 유형별 특성’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9년 가족을 살해하고 자살(미수 포함)한 426건의 사건 중 41.4%는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경우였다. 범행 동기는 처지 비관(25.6%), 생활고(24.6%), 금전문제(12.9%) 순이다. 연구를 진행한 홍영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해자는 가족 구성원을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동반자살은) 가족 전체를 제거하기 위한 계획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서영석 연세대 교육학과 교수는 “자녀에 대한 무한책임 의식을 넘어 ‘나도 힘드니 자녀도 힘들게 살 것’이라고 투사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세습 관행도 문제로 꼽힌다. 재벌(‘chaebol’)은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한국의 대기업 집단’으로 실려 그 특징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정치인들이 자녀에게 지역구를 물려주거나, 일부 대형교회에서 담임목사 직을 세습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 “일체감 중요하지만 의존 아닌 의지로” 다만 부모·자녀 간 동일체 의식을 병적이거나 개선되어야 할 것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거나 과도한 교육열, 세습 등 문제도 있지만, 관계주의 문화 안에서 이해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최인재 한국청소년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양에서는 부모·자녀의 일체감을 서로 독립이 안 된 부정적 상태로 보지만, 우리는 오히려 연합이 제대로 안될 때 정서적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가 있다”고 했다. 이어 “부모와 유대관계가 잘된 아이일수록 성인기에 자아 분화도 잘 한다. 부모가 자녀를 신뢰하는 관계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했다. 박영신 교수는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일부로 여기고 헌신하는 것을 서양의 개인주의 문화보다 열등한 문화로 치부하는 건 서양 시각”이라며 “자녀가 부모에게 죄송하고,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은 성취의 커다란 동력이 된다”고 했다. 다만 이때 각자의 자율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영석 교수는 “주관이나 자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과도한 밀착 관계는 오히려 스스로는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유발한다”며 “상대방의 세계를 인정해주며 의존보다 상호 의지하는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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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대학별 특화-협력 통한 인재공급 바람직”

    《윤석열 정부 지역균형발전의 한 축은 지역대학 육성이다.국가거점국립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은지역대학 육성의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있다. 반도체 산업 인력 양성에도 지역대학의 역량을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동아일보는 8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김동원 전북대 총장, 이용훈 UNIST(울산과기원) 총장, 정성택 전남대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역균형개발과 연구중심대학 역할’ 방담을 열고 체계적인 지역대학 육성 방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도체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정부에서 수도권과 지역에 반도체학과 신설 계획 등을 밝혔는데, 바람직한 반도체 인재 공급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이용훈 총장=반도체는 크게 반도체 소재·소자와 시스템반도체로 나뉜다. 소재·소자 분야는 물리학을 기반으로 하며, 먼지가 통제된 클린룸 같은 고가의 실험설비가 필요하다. 클린룸은 1년 내내 가동해야 하고, 10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엄청나게 많이 든다. 또 시스템반도체는 수학이 기반이고, 고성능 컴퓨터와 칩 설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칩 제작을 위한 파운드리(foundry)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실제 인공지능이나 이동통신 분야에서 새로운 시스템 칩을 설계하려면 교수진은 기본이고, 대학에서 체계적 교과과정을 설계할 수 있어야 반도체학과 신설이 가능하다. 그런데 정작 학교에 시설이 다 있어도 학사 과정에서는 사고 위험이 있어서 실험도 한번 제대로 못 해보고 졸업한다. 독가스 등 안전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론적 강의만 듣다가 졸업한 학생들이 반도체 관련 대기업에 취업해도 많은 부족함이 있다. 기업에서도 기초가 잘되어 있는 학생들을 채용해 숙련된 인력으로 교육시킬 필요가 있는데 대학 탓을 많이 한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각 대학에 모든 설비나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반도체학과를 신설하기는 어렵다. 정부에서 반도체학과 신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먼저 정하고, 지역별로 거점을 정해서 학과를 신설해 학교별로 협력할 부분을 찾는 게 맞다. UNIST 같은 연구중심대학을 비롯한 몇몇 거점에 반도체학과를 신설하면 기존 장비를 중심으로 인력 양성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김동원 총장=전북대에는 반도체 분야 학부과정에 자연과학대학 반도체기술학과를 비롯해 9개 모집단위에 약 2750명의 학생이 공부하고 있다. 석·박사과정 11개 전공 과정에서도 약 295여 명이 재학 중이다. 정부에서 2003년 서울대, 경북대, 전북대 3개 대학에 설치한 반도체공정연구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시설 유지와 보수가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이미 구축된 시설이 있는 대학끼리 거점별로 블록을 형성해서 같이 운영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학별로 각자 알아서 해서는 경쟁력이 부족하다. 지방대에서 반도체 우수 인력이 나올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다. 고졸이나 전문대 졸업 인력 등 다양한 층위의 인재가 필요한 것 아니겠나. 우수 인재들이 수도권에서만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정성택 총장=반도체 관련 인재 공급을 위해서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와 인력 양성 실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우선 대학에서는 대학원 과정에서 석·박사 양성을 위한 융합전공 등 신설, 교수자원 확보, 재정지원사업 재정비를 해야 한다. 학부 단위에서는 기업맞춤형으로 ‘계약학과’를 신설·확장해 기업이 원하는 수요와 역량 수준을 맞춰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사실 ‘반도체 인재’라는 것이 어떤 수준의 인재를 말하는 것인지 애매한 측면도 있다. 특성화고에서부터 평생학습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량층에 맞춘 인력 양성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전기·전자,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가 모여 반도체라는 꽃을 피우는 건데 기초공학 생태계를 유지하는 것도 국가거점국립대의 역할이 아닌가 한다. ― 연구중심대학 전환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고 있나. 어떤 효과를 기대하나.정 총장=전남대는 111개의 다양한 전공학과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 연구와 교육 중 어떤 것이 중요한지 선택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종합대학으로서 예술, 철학 등 학문의 다양성을 가지고 교육에 충실하되, 어느 특정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는 모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적으로 대형 국책연구사업을 대거 유치해 융·복합 고급 인재를 양성하고 대학 내 연구기반 확보에 집중해 연구중심대학 전환의 기반을 닦고 있다. 대표적으로 △4단계 BK21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혁신공유대학 △소프트웨어중심대학 △지역지능화 혁신인재양성 △AI융합대학지원 사업 등이다. 전남대는 광주시가 미국 피츠버그시처럼 의공학에 특화된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역의 연구중심대학인 GIST(광주과학기술원), 한국에너지공대와도 협력할 계획을 갖고 있다. 김 총장=전북대의 연구중심대학 전환은 대학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바이오헬스케어를 비롯한 반도체, 에너지 및 수송 기기 분야의 역량 강화에 달려 있다. 최근 전북대는 국토부의 캠퍼스 혁신파크 사업에 선정됐고, 산학융합플라자를 완공하는 단계에 있어 대학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지고 있다. 전북대의 역량과 새만금 및 전북혁신도시 인프라가 융합되면 미국의 리서치트라이앵글 파크, 실리콘밸리, 보스턴 의약바이오 밸리 등과 비슷한 연구집적 단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UNIST 브랜드 사업을 벤치마킹한 지역 미래산업과 연계한 특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대학 종합발전계획 및 지역전략산업과 연계한 미래 핵심기술 분야 집중 지원을 통한 ‘JBNU’ 핵심기술 브랜드화도 추진한다. 이 총장=UNIST는 2009년 개교한 이후 연구중심대학으로서 지역 인재 양성에 힘을 쏟았다. 한국과학기술평가원(KISTEP)에서 발표하는 ‘지역과학기술혁신역량평가(R-COSTII)’ 순위를 보면, 2010년 전국 16개 광역시도 중 15위에 머물던 울산이 2020년 5위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또 2020년까지 총 6395건의 특허를 출원하거나 등록해서 울산의 R-COSTII 평가지수 상승에 기여했다. 같은 기간 기술이전 건수는 130건인데, 이를 금액으로 평가하면 101억8200만 원 수준이다. 이 기간에 창업한 기업은 66개이고, 기업들의 평가 가치는 5380억 원에 이른다. 또 지역의 제조업 기반 기업들이 스마트제조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인공지능대학원을 유치했고, 올가을부터는 교과목 개발을 통해 탄소중립대학도 만들었다. 의과학자 양성을 위해 울산대 의대와 협력 중인데 이를 바탕으로 울산을 ‘한국판 켄들스퀘어’로 만들어 의약바이오의 메카로 발전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지자체와 협업도 중요할 것 같다. 6월 지방선거 이후 새롭게 출범한 지방 정부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나.김 총장=UNIST나 한전공대를 지원했던 것처럼 지자체에서 지역거점대학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새 정부 국정과제를 보면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라는 기조가 있고, 지자체와 지역대학 간 협력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새롭게 출범한 지방정부는 대기업 계열사 유치 등 경제적 발전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는데, 대학에서 연구를 통한 혁신적 기술을 지역 기업과 공유해 지역발전에 협력할 수 있다. 특히 반도체 인력 양성과 관련 기업 육성·유치를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또 현재 우리 지역에 구성된 지자체와 각 기관 사이의 협의체나 기구가 좀 더 실질적인 역할을 하도록 바꿔 투자협약제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정 총장=지역과 대학은 공동운명체다. 지방과 중앙은 서로 동등한 관계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 대학의 각종 사업들은 지자체 협력 없이는 불가능한 것들이다. 교육부와 정부가 국가발전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를 위해 지자체와 국립대에 대한 안정적인 지원에 나서 줄 것을 기대한다. 전남대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에 부응하기 위해 지자체와 AI반도체특화단지 조성에 힘을 모으기로 확약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이른 시일 내에 광주시, 전라남도, 전남대가 상생 MOU를 추진할 예정이다.이 총장=UNIST는 개교하면서 울산시와 울주군에서 10여 년간 1500억 원 이상을 지원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이 빠르게 성장했기에 감사한 마음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이제는 지금까지 성장한 것을 기반으로 지역과 함께 그림을 그려나가야 한다. UNIST는 에너지 및 화공·화학 분야에 주력해 강력한 연구팀들을 확보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해 지역발전뿐 아니라 국가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UNIST는 AI대학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지역기업의 혁신을 도왔다. 전통적인 제조업 공단에 AI기술을 적용해 스마트 공단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또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을 출범시키면서 울산의 정밀화학기업들이 반도체 소재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 총장=대학교육은 더 이상 고등교육이 아니라 일반교육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교육의 안정된 재원을 만드는 것은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다. 14년 이상 등록금 동결로 고등교육 생태계는 위기다. 교육세를 전환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개정해 고등교육세를 신설하고 안정된 재원을 법령화해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기회를 틈타 교육감이나 대학 총장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은 최악이라고 본다. 정치는 국회에서 해야 한다. 교육자들이 자꾸 교육부나 국회 앞에 가서 피켓 들고 시위하면서 난장판에 뛰어들게 만들면 안 된다. 김 총장=유치원, 초·중등생은 줄어가고 있는데, 세수와 연동된 재정지원 규모는 기계적으로 늘어가고 있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유치원, 초·중등 교육에 대한 교육재정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상위이지만, 정작 고등교육에 대한 재정지원은 OECD 평균인 1%에도 미치지 못하는 0.6%에 불과하다. 고등교육부문 예산을 정책적으로 늘린다든지, 지방교육재정부문을 고등교육세로 전환하거나 고등교육세를 신설해야 한다.이 총장=UNIST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기관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특별한 의견은 없다. 다만 대학 재정운용의 측면에서 볼 때 연구자들의 인건비가 박하게 책정돼 있는 것은 늘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외국 대학들처럼 연구비를 지원받았을 때 간접비용 등을 폭 넓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대학의 재정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부 장관도 새롭게 임명됐고, 국가교육위원회도 출범할 예정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김 총장=우리의 교육정책은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주 변경됐다. 교육정책 수립과 시행에 있어서도 국가 주도에 의한 하향식으로 진행된 적이 많다. 이제는 정부 성격에 따른 어젠다에 휘둘리지 말고 충실하게 현장에서 교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교육부는 단기 계획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 여야가 합의해서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을 10년 정도로 임기를 늘려 오랫동안 비전을 가지고 풀어갈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이 총장=UNIST는 2015년 교육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교육부 아래에 있을 때 생겨난 행정적인 각종 위원회가 너무나 많다. 학내에 위원회가 100개 정도 된다. 결과적으로 규제가 너무 많고, 행정력 낭비가 심하다. 아직까지도 간접적으로 교육부 체제를 경험하고 있는 셈인데, 행정적인 면에서도 대학의 자율성이 보장되면 좋겠다. 정 총장=교육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다. 교육을 중심으로 정부의 여러 사회 통합 기능을 하라는 상징적 의미인데, 그동안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교육부 장관이 사회부총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국가와 교육이 공동운명체라는 차원에서 인재를 키우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최근 반도체 인재 양성 관련 이슈 때문에 교육계가 시끄럽다. 하지만 바이올리니스트 하나 가지고는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지 못하듯, 다양한 학문 생태계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고, 그 주체는 대학이다. 제발 취업률에 연연하지 않는 교육 정책을 펼쳐줬으면 한다.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정리=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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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증권, 통합앱 ‘모니모’서 세전 年 5% RP 특판

    삼성증권은 애플리케이션(앱) ‘모니모’에서 증권 계좌를 신규 개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특판 환매조건부채권(RP)을 판매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모니모는 4월 삼성 금융계열사의 공동 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삼성금융)가 선보인 통합 앱으로, 삼성증권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 4개사에서 제공하는 주요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니모에서 판매하는 삼성증권 특판 RP는 세전 연 환산금리 5.0% 상품이다. 만기는 3개월, 1인당 한도는 100만 원이다. 9월 20일까지 모니모에서 비대면으로 신규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 한해 9월 30일까지 판매가 진행된다. 선착순 5만 명의 한도가 소진되면 이벤트가 조기 종료될 수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주식 이외의 투자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여러 특판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증권은 채권 투자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연 4%대 수익률의 선순위 채권을 판매했는데, 17일 오전 9시 30분 판매 이벤트가 시작되자마자 27분 만에 준비한 300억 원 물량이 모두 판매됐다. 한편, 모니모 앱을 출시하며 선보인 ‘젤리 투자’ 서비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이 앱으로 로그인해 출석체크 등을 하면 보상으로 ‘젤리’를 지급받을 수 있는데, 젤리는 실제로 보험 가입이나 송금, 펀드 투자 등에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모니모 앱의 ‘젤리 투자’ 화면에서 투자할 펀드를 선택해 가입하고 ‘젤리 교환소’에서 젤리를 투자금액으로 환전하면 다음 날부터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젤리 투자는 젤리 하나당 평균 10원이라는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모니모 앱 오픈 이후 약 두 달 만에 가입자 2만2000명을 유치했다”며 “이른바 ‘짠테크’ 열풍에 맞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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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 아픈 시민 찾아 서울 방방곡곡 ‘이동상담소’ 달린다

    “아무 말도 하지 말고 편안한 상태에서 1분간 정신을 집중해 보세요.” 12일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 멈춰 선 ‘마음안심버스’에 올라타자 미니 심리상담실이 펼쳐졌다. 상담실로 개조한 버스 안에는 심리검사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인 작은 방이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각각의 방에서 검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현재 심리 상태를 해석해 주는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심리검사는 자율신경계의 균형 정도를 분석해 스트레스 수준을 측정하는 심박변이도(HRV·Heart Rate Variability) 검사다. 기자를 검사한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심리지원팀 소속 김서윤 씨는 “버스 엔진 소음 등 방해요소를 감안하면 컨디션이 좋은 편”이라고 했다. 검사 결과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 정도가 심하다고 판단되면 전문 기관에 인계한다. 김 씨는 “많을 땐 하루 3건을 인계한다”고 했다. 마음안심버스는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올해 3월 도입한 이동식 정신건강센터다. 버스에 타면 스트레스나 우울, 불안 등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는 검사를 무료로 해주고, 필요할 경우 전문가와 심리상담도 진행한다. 가상현실(VR) 기계로 명상이나 집중력 훈련 프로그램도 체험해 볼 수 있다. 마음안심버스는 정신건강 관리에 자칫 소홀할 수 있는 1인 가구 청년층이나 경제적 취약 계층이 밀집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찾아간다. 이날 버스가 멈춘 아파트 단지에서는 유독 중·장년층의 큰 관심을 받았다. 보통 하루에 70명 정도가 버스를 이용하는데, 이날은 점심시간이 지나자 20여 명이 버스 주변으로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스트레스 측정을 받고자 줄을 선 이모 씨(67)는 “가슴이 답답하고, 이유 없이 심장이 두근두근할 때가 있다. 소화도 잘 안 된다. 병원에 가긴 부담되고,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해서 와보게 됐다”고 했다. 마음안심버스 앞에 강북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마련한 ‘음주상담’ 코너도 인기 만점이었다. 특히 남성 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일주일에 음주를 몇 번 하는지, 한 번 음주를 시작하면 얼마나 마시는지 등 질문지에 답을 하면 이를 토대로 상담이 이뤄진다. 강북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관계자는 “일주일에 매일 술을 마신다고 답해 놓고도 알코올의존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다. 객관적으로 음주량을 체크해 보고,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마음안심버스는 일주일에 1회 또는 2회씩 서울의 각 구마다 특정 지역을 정해 출동한다. 아동, 청년, 여성, 장애인, 노인 등이 밀집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배정한다.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조직 내에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한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버스 신청이 부쩍 늘었다. 군부대, 대학생 기숙사, 호텔 등에서도 버스를 신청해 앞으로 2개월 뒤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의 정신건강 회복 등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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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몰입 금지”라면서도 MBTI에 빠진 한국[최고야의 ‘심심(心深)토크’]

    정신 건강, 정서 문제 등 마음(心) 깊은 곳(深)에 있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너 자신을 알라.”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명언을 모두가 실천하려는 듯 한국에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성격유형 검사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MZ세대를 중심으로 MBTI의 16개 성격 유형으로 대화할 줄 모르면 ‘아싸(아웃사이더)’가 돼버리는 소재가 됐다. 국가별 구글 트렌드 키워드 검색을 살펴보면 한국의 MBTI 사랑이 얼마나 뜨거운지 알 수 있다. 한국은 2018년부터 MBTI를 많이 검색한 국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1년만 봐도 1위인 한국의 검색량을 100으로 보면 다음은 이란(14), 홍콩(14), 싱가포르(13), 브라질(13) 순이다. 한국이 압도적 1위인 것이다. 각 성격 유형을 ‘엔프피(ENFP)’ ‘잇프제(ISFJ)’ 등 우리말로 표기하는 ‘한국화 현상’도 나타났다. 100년 전 지구 반대편에서 시작된 MBTI는 왜 지금 한국에서 ‘인싸템(인사이더+아이템)’이 된 걸까.●약 100년 전 태동… 한국에는 32년 전 상륙 MBTI는 1920년대 미국의 모녀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사벨 브릭스 마이어스로부터 태동했다. 어머니 브릭스가 성격 유형 분류 작업을 시작했고, 딸 마이어스가 1944년 검사 문항을 체계화했다. 한국에는 1990년 김정택 신부가 선보였다. MBTI는 스위스 심리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심리유형론’을 이론적 배경으로 한다. 융은 1921년 발표한 ‘심리 유형(Psychological Types)’에서 인간의 성격이 △외향(E) vs 내향(I) △감각(S) vs 직관(N) △사고(T) vs 감정(F) 등 6가지 차원으로 나뉜다고 봤다. 마이어스는 융의 6가지 지표에 △판단(J) vs 인식(P) 지표를 더해 MBTI 문항을 만들었다. 정식 검사는 93개 문항으로 이뤄져있고, 각 대극(對極)에 놓인 두 성격 유형 중 더 가까운 곳에 해당하는 알파벳 4개의 조합으로 검사 결과가 나온다. 외향형(E·Extraversion)과 내향형(I·Introversion)은 주의의 초점이나 에너지의 방향이 외부와 내면 가운데 어디로 향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감각형(S·Sensing)과 직관형(N·iNtuition)은 정보를 수집할 때 보고 들은 구체적 사실에 기반 하는지, 추상적 연관성을 보며 큰 그림을 이해하는데 초점을 두는지에 따라 다르다. 사고형(T·Thinking)과 감정형(F·Feeling)은 의사결정을 내릴 때 논리적 절차를 따지는지,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는지에 따라 갈린다. 판단형(J·Judging)과 인식형(P·Perceiving)은 사안에 대해 질서정연하며 상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유연하고 즉흥적으로 대처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비전문가 손에 탄생한 MBTI를 둘러싼 논란들 MBTI는 심리학, 정신의학 전문가가 아닌 이들에 의해 고안됐기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뒤따랐다. 브릭스는 미시간농업대학을 나와 가정주부로 살았고, 마이어스는 스워스모어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했다. 마이어스는 소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살인’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브릭스는 마이어스가 어렸을 때 홈 스쿨링으로 딸을 교육하면서 성격 유형에 따른 교육법에 관심을 가졌다. 융의 심리유형론이 발표된 이후 브릭스는 본격적으로 성격 유형 분류 작업을 했고, 마이어스가 이어 받아 검사 문항을 만들었다. MBTI는 산업화 시대가 열리면서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들도 노동시장에 뛰어들면서 이들을 빠르게 분류해 직무에 배치해야 하는 필요가 생겨났다. 정부 기관, 군 등에서도 MBT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MBTI는 “지나치게 이분법이다” “성격이 16가지로 나뉜다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따랐다. MBTI 개발 과정을 비판적으로 들여다 본 책 ‘성격을 팝니다’의 저자 메르베 엠레는 “각자의 개성을 뭉개 버리고 사전에 결정된 몇몇 유형으로 인간의 행동을 수평화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봉쇄해 버린다”고 비판했다. 비판을 의식한미국의 마이어스&브릭스재단에서는 윤리 가이드라인에 “구직자 선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불법”이라며 “검사자가 성격 유형 정보만으로 특정 진로, 인간관계 등을 조언하면 안 된다”고 명시했다. ●‘적당히’ 복잡한 MZ세대의 놀이 문화로 여러 비판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이고 명료한 해석을 제공하는 MBTI는 가장 대중적인 심리검사 도구가 됐다. 한국의 MBTI 주 소비층인 MZ세대는 이런 특징을 활용해 일종의 놀이 문화를 만들어냈다. 알파벳 4개로 ‘나’와 ‘너’를 한 마디로 규정해주는 명료함에 매료된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관계성에 대해 해석하고 토론하는 문화가 더해지면서 ‘적당히’ 복잡하고 응용이 무궁무진한 놀이 콘텐츠가 됐다. 보통의 심리검사는 비밀 보장이 원칙이지만, MZ세대에게 성격 유형 4자리는 일종의 명함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 프로필에 자신의 MBTI 유형을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연인이나 친구 사이 MBTI 궁합을 맞춰 보는 것은 일상이다. 특정 성향끼리 모여 교류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도 활발하다. 성격 유형이 새겨진 인형, 스티커 등 굿즈를 사는데 기꺼이 지갑을 연다. 대학생 이소연 씨(22)는 “MBTI는 공사 구분 없이 생활하는 어느 순간에나 등장한다”며 “친구, 애인 궁합 보는 건 기본이고,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발표를 시키면 ‘저는 I성향이라 못 하겠다’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고 했다. 이들은 MBTI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소비할 뿐 아니라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생산·유통한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는 성격 유형별 ‘연봉 순위’ ‘반하는 이성 분위기’ ‘애인과 싸웠을 때 반응’ ‘놀림 많이 받는 순위’ 등 일반인들이 만든 콘텐츠가 상당하다. 이런 온라인 게시물에는 “소름 돋게 잘 맞는다” “이래서 MBTI를 안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수십, 수백 개씩 달린다. MBTI가 MZ세대에게 인기를 끌다 보니 과도한 마케팅 소재가 되기도 한다. 자동차, 의류, 식품 기업 등이 ‘성격 유형별 추천 상품’을 판다. 하지만 대부분이 구체적 연구 결과가 뒷받침 되지 않는 것들이다. 최근에는 성격 유형별 선호하는 이성 외모 취향을 매칭해 보여주는 소개팅 앱도 등장했다. 얼마 전에는 일부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특정 MBTI 성격 유형은 지원하지 말라거나, 혹은 특정 유형을 선호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공공기관 채용 공고에서 조차 ‘외향형(E)을 선호한다’는 글이 버젓이 올라온다. 7년차 취업 컨설턴트인 이아라 씨(35)는 “취업준비생들이 특정 성격 유형이 아닌데, 해당 기관에 지원해도 되는지 묻곤 한다”며 “예민한 채용 문제에서 MBTI로 사람을 선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갈등 관계 조정에 사용되는 것이 바람직” “MBTI를 통해 상품 취향을 맞추거나, 선호하는 이성 외모를 구분할 수 있다는 학술적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7일 서울 강서구 한국MBTI연구소에서 만난 김재형 한국MBTI연구소 연구부장은 온라인에 떠도는 각종 MBTI 관련 콘텐츠에 대해 고개를 가로저었다. 17년째 MBTI를 연구하고 있는 그는 검사 타당도와 관계없는 영역에까지 MBTI가 오·남용되고 있는 현실을 우려했다. 김 부장은 “비전문가들이 ‘왠지 그럴 것 같다’는 식으로 만든 콘텐츠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심지어 온라인에서 MBTI 검사로 알려진 무료 간이검사는 사실 정식 검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김 부장은 “가장 유명한 무료 검사인 ‘16 Personalities’는 정식 MBTI 검사 문항과 같은 문항이 전혀 없고, 성격 유형 지표도 알파벳만 동일할 뿐 다른 단어를 쓴다”며 “일반인들이 간이검사 문항을 임의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신뢰도와 타당도가 검증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이런 아류 검사의 난립으로 정식 검사 시행 수가 MBTI 유행 이전과 비교해 크게 늘지 않은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대부분이 온라인 간이검사 결과를 굳게 믿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MBTI가 유행을 지나 건강한 문화로 자리 잡으려면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부장은 “MZ세대들은 학교에서 청소년용 MBTI 검사를 이미 경험해본 세대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교류가 막히면서 쉽고 빠르게 상호작용하고 상대의 정보를 파악하는 수단으로 MBTI가 크게 주목받게 된 것”이라며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확한 정보들은 도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MBTI는 상대를 낙인찍는 목적이 아니라 가정이나 조직에서 갈등 관계 해소 도구로 사용될 때 빛을 발할 것”이라며 “성격 유형이 절대 불변하는 것으로 믿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성격도 나이와 환경 따라 변한다? 지난해 학술지 ‘심리유형과 인간발달’에 흥미로운 논문 한 편이 실렸다. ‘한국인 대표 표본의 MBTI 분포 연구’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MBTI 정식 검사를 한 만 16~59세 한국인의 성격유형 분포를 분석한 자료다. 실제 인구 비례를 고려해 1만9070명을 표본 추출했다. 현재까지 나온 한국인 관련 MBTI 분포 자료 중 가장 정확한 자료라고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연령이 증가함에 따라 각 성격 유형 지표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성격 유형은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생애 발달 주기에 따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면서 변해간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감각(S), 직관(N) 지표는 만 20세 전에는 5대 5 수준이었지만, 이후에는 7 대 3까지 벌어졌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상상력을 발휘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직관(N) 보다는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더 신뢰하는 감각(s) 유형 쪽으로 기운다는 것이다. 판단(J), 인식(P) 지표도 만 16세에는 3대 7 비율이었지만, 만 59세에는 7대 3으로 역전됐다. 성인기에 조직 생활을 거치면서 점차 예측가능하고 질서정연한 판단(J) 유형을 추구하게 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향(E), 내향(I) 지표의 경우 1990년 표준화 데이터와 비교해 볼 때 큰 차이를 보였다. 당시에는 30~50대 연령에서 I 비율이 66%에 달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두 지표의 비율이 5대 5로 비슷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성인기 대외 활동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선호 지표도 바뀐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은 “융은 성격을 씨앗으로 봤다. 성격은 생애 발달 주기, 환경 등과 상호작용하며 뭔가가 되어가는 과정이지 처음부터 완전체가 아니다”며 “MBTI는 나를 찾아가는 과정 가운데 하나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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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일별로 투자 포인트 쏙쏙, 삼성證 ‘리서치 포 유’ 론칭

    삼성증권은 국내외 투자 종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기존 유튜브 방송을 확대 개편한 유튜브 라이브 쇼 ‘리서치 포 유’를 론칭한다고 4일 밝혔다. 삼성증권 공식 유튜브 채널인 ‘삼성팝’을 통해 평일 오후 4시에 진행하며, 실시간 채팅을 통해 시청자들의 투자 관련 질문에 답을 해 줄 예정이다. 매주 월요일에는 한 주간 눈여겨볼 만한 종목 10선을 소개하는 ‘주간 유망종목’이 방송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해외증시의 주요 이슈와 대응전략을 살펴보는 ‘미스터 해외주식’을, 수요일에는 시장대응전략을 전달하는 ‘마켓 CHEF’를 선보인다. 금요일에는 글로벌 성장산업의 경향성을 짚어주는 ‘텍톡(Tech Talk)’이 방송된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의 겉모습과 목소리를 복제해 만들어낸 가상 캐릭터인 버추얼 애널리스트가 진행하는 방송들도 ‘리서치 포 버추얼’로 확대 개편해 선보인다. 삼성증권은 올해 5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가상 캐릭터가 진행하는 유튜브 콘텐츠인 ‘리서치 하이라이트’ ‘미국주식 주간거래 체크포인트’ ‘미국주식 주간거래 스냅샷’을 시작했다. 이 콘텐츠들은 5월 중순 론칭 후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50만 회를 넘겼다. 인기에 힘입어 이달부터는 ‘리서치 하이라이트 글로벌’을 추가 편성했다. 삼성증권은 ‘리서치 포 유’ 론칭 기념 경품 이벤트를 8일까지 진행한다. ‘리서치 포 유’ 홍보 영상을 보고 설문 링크를 통해 퀴즈를 맞힌 시청자 100명을 추첨해 기프티콘을 지급한다. 또 실시간 방송 중에 댓글을 달면 추첨으로 50명에게 네이버포인트 등을 선물로 준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종합 리조트에서 숙박, 레저, 식사를 모두 즐기듯 삼성증권 유튜브 채널에서 투자에 필요한 모든 양질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 2022-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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