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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사태의 뒤에는 양계농장과 친환경 인증기관, 계란 유통업체를 잇는 ‘침묵의 고리’가 있었다. 일반 농장뿐 아니라 친환경 농장의 살충제 살포는 이들 사이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계란 생산과 인증, 유통 단계에 있는 ‘내부자’ 세 명은 본보 취재진에게 “알고 있었지만 내가 나서서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었다”고 털어놨다. ○ “양계농장에 살충제는 필수품” 경기 지역에서 친환경 인증 농장을 운영하는 A 씨는 닭 진드기용 살충제를 ‘이약’이라고 칭했다. 닭 진드기로 악명 높은 와구모는 이(蝨)의 일종이다. A 씨는 ‘이약’이 양계농장의 필수품이라고 털어놨다. “이약을 뿌려야 닭이 살아요. 아무리 친환경이지만 닭부터 살려야 되잖아요.” 몇 년 전 진드기가 들끓어 닭 5000마리를 잃었다는 A 씨는 “사료를 먹다가 푹 쓰러져 죽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진드기가 조류인플루엔자보다 무섭다”고 말했다. A 씨도 처음에는 친환경 살충제를 썼다. 하지만 매번 ‘놈’들은 내성을 키워 돌아왔다. A 씨는 살상력이 강한 살충제를 찾았다. “셀수록 비싸서 요즘은 한 번 칠 때마다 수백만 원이 듭니다.” 계사 안의 닭을 밖으로 모두 빼낸 뒤 살충제를 뿌리라는 건 지킬 수 없는 매뉴얼이었다. 그는 “계란을 전부 꺼낸 뒤 모이통 뒤쪽 바닥에 뿌리는 게 그나마 최선”이라고 했다. 이번 정부 조사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농가들 사이에선 “재수 없게 걸렸다”는 정서도 있다고 한다. A 씨는 “진드기가 많은 여름에 대비해 통상 5∼7월에 약을 친다. 살포 후 3주가 지나면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며 “애꿎게 7, 8월에 뿌린 농가들이 주로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걸리지 않으려 조심할 뿐 이약을 계속 칠 것”이라며 “약품업자들이 ‘확실하게 죽여준다’는 살충제를 가져오면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3급 ‘농피아’ 앞에 7급 공무원 꼼짝 못 해” B 씨는 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기관의 심사관이다. 이 회사에는 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 출신 직원이 3, 4명 있다. 농관원은 민간 인증기관들이 규정대로 친환경 인증을 발급하고 관리하는지 감독하는 기관이다. 그는 “회사에 ‘농피아(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마피아)’들이 있어 든든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농관원 출신 ‘농피아’들은 인증 심사를 주로 맡는다. B 씨는 “농관원에서 감사를 나오지만 까다롭게 구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은 7급 공무원이 감사를 나왔는데 3급 출신인 우리 회사 간부가 마중 나가니 고분고분하게 다 넘어가더라”라고 덧붙였다. 인증기관의 농가 눈치 보기는 일상이다. 인증기관은 1년에 한 번 인증 심사를 해주는 대가로 30만∼70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 수수료가 수입의 거의 전부다. B 씨는 “농가 하나하나가 우리의 밥줄”이라며 “규정대로 하면 10곳 중 9곳은 인증 취소 대상”이라고 말했다.○ “살충제 계란 걸러낼 시스템 없어” “살충제 많이 쓰는 건 알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게 없죠.” 경기도의 한 계란집하장(GP센터)의 간부 C 씨가 덤덤하게 말했다. 그가 일하는 GP(Grading & Packing)센터는 산지에서 받은 계란을 세척하고 항생제와 살모넬라균 검출 여부를 검사하지만 살충제 검사는 하지 않는다. 그는 “농가가 주는 대로 받아 유통시킬 뿐”이라며 “살충제 계란을 선별할 수 있는 설비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전국의 GP센터 50곳이 계란 유통 물량의 42%를 처리한다. 정부 관리도 꼼꼼한 편이다. 나머지 유통을 맡고 있는 중소 도매상은 1860곳이 난립해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C 씨는 “일부 도매상은 유통기한을 조작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유통업체들에도 양계농장은 ‘갑’이다. 다른 농산물과 달리 농장이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판로가 많기 때문이다. C 씨는 “얼마 전 마트에 납품했던 계란에서 항생제가 나와 전량 반품하면서 손해가 컸는데 농장주에게 항의는커녕 ‘항생제 쓰면 (걸리지 않게) 출하를 조금만 연기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김동혁 hack@donga.com·구특교 기자}
“동물 카페를 운영하던 여성이 동물들의 끔찍한 죽음을 초래했습니다.” 경기 안양시에서 16.5m² 넓이의 원룸을 임대했던 채모 씨(31)는 15일 세입자 정모 씨(30·여)의 동물학대를 고발하는 글을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정 씨가 4개월 치 월세를 안 내고 있는 상황에서 원룸 건물 주민들이 “뭔가 썩는 냄새가 난다”고 항의해 원룸에 가봤더니 정 씨는 없고 구더기가 들끓는 동물 사체들만 있었다는 것이다. 채 씨는 “동물들이 오랜 기간 원룸에 방치돼 굶다가 서로 잡아먹은 것 같다”는 글과 함께 원룸 여기저기 흩어진 배변과 고양이 머리 뼈 사진을 포털사이트에 올렸다. 채 씨는 사진을 찍은 뒤 40만 원을 들여 원룸 내부를 청소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동물카페 여주인의 두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퍼지자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 안양만안경찰서는 16일 채 씨를 참고인으로 부른 데 이어 17일 정 씨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소환해 조사했다. 동물에게 고의로 사료나 물을 주지 않아 죽게 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채 씨는 경찰 조사에서 “정 씨가 동물들을 원룸에 방치해 죽게 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정 씨는 “잃어버렸던 새끼 고양이 1마리가 죽은 채 발견된 건 맞지만 일부러 방치한 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씨가 운영하던 동물카페가 문을 닫은 뒤 원룸으로 동물들을 옮겨 방치했고 정 씨는 다른 집에서 따로 산 걸로 보인다”며 “고양이 머리뼈가 뜯겨 있던 걸로 봐선 원룸에서 키우던 큰 개가 고양이를 물어뜯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그가 6월에 밀린 월세를 받으려고 찾아간 원룸에 사람은 없고 고양이 3마리와 시베리안허스키 등 큰 개 2마리만 있었다고 주장했다. 정 씨가 운영했던 동물카페가 있는 안양시의 건물에서도 유사한 민원 제기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가 건물 2층의 동물카페 문을 닫은 뒤 동물들을 카페 안에 그대로 뒀다는 것이다. 취재진이 20일 찾아간 해당 동물카페는 문이 닫힌 채 문 밖에 동물 사료가 흩어져 있었다. 우편함에 꽂힌 전기요금 명세서의 6월 요금은 231만6000원이었다. 정 씨가 가게에 동물들을 둔 채 에어컨과 전등을 켜뒀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7월 전기요금이 3880원인 점에 비춰 정 씨가 6월 말쯤 카페 내부를 정리했을 가능성이 있다. 1층 매장의 관계자는 “비가 많이 오면 악취가 심한 물이 천장으로 새어나와 1층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정 씨는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경찰에 다 이야기했다”며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조만간 채 씨와 정 씨를 대질 조사할 방침이다.조동주 djc@donga.com / 안양=구특교 기자}

“계란마다 3, 4개씩 마크가 붙어 있네요. 뭘 사야 할지 몰라 일단 마크가 가장 많은 걸로 샀어요.” 17일 오후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만난 한 주부는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의 이유를 말했다. 이날 매장 내 계란코너 앞은 유난히 많은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평소와 달리 계란을 들고 한참을 고민하는 소비자가 많았다. 살충제 계란을 출하한 농장의 상당수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으로 드러난 탓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계란에 붙은 수많은 인증마크를 “믿을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정부는 친환경 인증제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친환경 농가에서 문제가 돼 더 죄송하다. 민간 인증기관 64곳이 있는데 가능하면 통폐합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번 기회에 친환경 축산물 문제를 전반적으로 손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알다가도 모를 ‘알쏭달쏭’ 친환경 계란 이날 매장에 나온 계란 10여 종의 포장에는 ‘무항생제’ ‘유기농’ ‘동물복지’ 등 다양한 정부 친환경 인증 마크가 인쇄돼 있었다. ‘무항생제’ 인증은 항생제 성분이 없는 사료를 먹고 자란 닭이 낳은 계란에 부여된다. ‘닭장 아파트’로 불리는 전용 철제 우리에서 키운 닭이 낳은 달걀이라도 사료만 문제없으면 된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무항생제 인증 요건에 알을 낳는 닭이 유기농 사료를 먹고 자라야 한다는 요건이 추가된다. 닭 1마리당 0.22m² 이상의 공간도 확보돼야 한다. 닭 우리의 1마리당 면적이 통상 0.05m²인데 4배가량 넓은 것이다. 닭이 흙목욕을 하며 진드기나 이를 스스로 잡을 수 있어 인위적으로 살충제를 뿌릴 필요가 줄어든다. ‘동물복지’ 인증은 닭 1마리당 1.1m² 이상의 방목 공간과 15cm 이상의 횃대(나무막대), 모래 목욕을 위한 흙, 깔짚 등 닭이 본래 습성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내며 낳은 계란에 부여된다. 민간 인증으로는 한국표준협회가 부여하는 ‘로하스(LOHAS)’가 대표적이다. 계란의 품질 자체보다는 환경보호 등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업체가 생산한 제품에 부여된다. ‘유정란’이나 ‘HACCP(해썹·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등도 계란 상자에서 자주 보이는 문구다. 유정란은 수탉과의 교미를 통해 나오는 계란을 말한다. 무정란을 낳는 닭에 비해 자연방사 등 쾌적한 환경이 제공됐을 가능성이 높다. 무정란보다 영양성분이 좋을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는 않았다. 해썹은 위생 불량 등 생산 및 유통 과정의 환경을 제대로 관리하는지 심사해 부여하는 인증이다. 이 밖에 녹차, 유황, 마늘, 홍삼 등을 먹여 낳은 것이라는 계란도 많지만 계란의 안전성과는 직접 관련성이 없다. 시중 대형마트에서 ‘유기농’이나 ‘동물복지’ 인증을 받은 달걀은 일반적으로 다른 제품보다 비싸다. 이날 한 마트의 계란 판매가격을 확인해보니 해썹과 무항생제 마크만 있는 제품(10구)은 대부분 3000∼4000원 선이었는데 ‘유기농’ 유정란(10구)은 6980원에 팔렸다. 무항생제 마크에 동물복지 인증이 추가된 유정란(10구)도 4980원으로 비교적 가격이 높았다.○ “제대로 심사하면 10곳 중 9곳 인증 취소” 많은 소비자가 비싼 돈을 주고 ‘친환경 계란’을 구입하지만 인증 작업이나 사후 관리가 부실해 ‘무늬만 친환경’ 농가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로부터 인증 업무를 위탁받은 전국 64개 민간기관이 경쟁적으로 인증을 남발하지만 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올 3월 일부 양계농장에서 독성이 강한 살충제를 무분별하게 살포하는 사례를 파악했다. 이어 관할 인증기관에 조사 및 보고를 지시했지만 별다른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민간 인증기관들은 양계농장에서 지불하는 인증 수수료로 운영된다. 인증 심사를 까다롭게 할 경우 농가들이 쉽게 인증을 해주는 기관으로 가버려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한다. 한 인증기관 관계자는 “‘유기농 인증’ 연장 여부를 심사하려 방문한 농가에서 기준보다 훨씬 좁은 공간에 닭들을 몰아넣고 키우는 걸 확인했지만 ‘잘하겠다’는 구두 약속만 받고 인증을 연장해줬다”며 “한 번은 인증을 취소하려 했다가 ‘행정소송을 걸겠다’는 협박에 연장해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인증기관을 상대로 눈속임을 하는 농장주도 적지 않다.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경기도의 한 농장주는 “사료에 항생제를 넣지 말라고 해 그 대신 물에 항생제를 타서 먹이고 있다. 열흘쯤 지나면 검출이 안 돼 한 번도 들킨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인증기관의 심의관은 “정부로부터 ‘너무 느슨하다’고 지적받지 않으면서 농가의 요구도 적절히 만족시키는 균형감각 유지가 인증기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며 “만약 원칙대로 심사하고 관리하면 친환경 인증 농가는 지금의 10%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농가로 알려진 ‘유나네자연숲농장’ 김태현 대표는 “최고 품질의 농가를 인증하는 게 아니라 최악만 아니면 전부 인증해주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민간기관 인증 외에 달리 검증할 방법이 없다. 지명도 있는 농가에서 납품하기 때문에 믿고 파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구특교·강승현 기자}

광복절인 15일 오후 5시경 서울 종로구에 있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은 4000여 개의 빨간 우산으로 뒤덮였다. 온종일 100mm 가까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집회 참가자들이 촛불을 상징하는 빨간 우산을 일제히 펼쳐든 것이다. 당초 계획했던 미국대사관 ‘포위 집회’가 법원의 불허로 무산되고 비가 내리자 새로 만들어낸 집단행동이었다. 빨간 우산을 쓴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대사관을 향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한미동맹 철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수백 개의 꽹과리와 큰북이 내는 굉음이 미국대사관 주변에 울려 퍼졌다. 광복절이지만 태극기를 든 집회 참가자는 보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대학로 주변에 모인 보수단체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광복절에도 촛불시위대는 태극기를 들지 않는다. 태극기를 부끄럽게 여기고 촛불은 영광으로 생각하는 건 잘못”이라고 비난했다.○ “사드 반대” vs “핵무장”…양극단 구호 난무 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6시경까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8·15 전국노동자대회’ ‘8·15 범국민평화행동’ 등의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약 7000명)이 참가했다. 노동자대회와 평화행동 등의 명칭을 내걸었지만 사실상 ‘사드 반대’를 주장하는 집회였다. 일부 참가자는 반미(反美) 구호를 외쳤다. 박석민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은 연단에서 “사드를 반드시 막겠다는 결의가 필요하다. 자주 없이 평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통일선봉대 관계자는 “상주군 사드부대까지 찾아가 사드 철회를 외치고 야만적인 환경영향평가를 온몸으로 막아냈다”고 말했다.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주민 80여 명도 집회에 참석해 ‘사드배치 결사반대’가 적힌 피켓을 들고 호응했다. 일부 시위대는 주한 미국대사관 앞으로 몰려가 욕설을 하며 “박근혜도 우리가 쫓아냈다. 미국 놈의 명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소리쳤다. 광화문광장 옆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는 민중연합당이 ‘8·15 자주평화통일 결의대회’를 열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기 전 통일진보당 의원 등의 석방을 주장했다. 서울 대학로에서는 전군구국동지연합회 등 300여 개 보수성향 단체들이 모여 ‘8·15 구국국민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 “핵무장, 한미동맹 강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문재인 정권 퇴진” 등 반정부 구호도 쏟아졌다. 주최 측 추산 약 1만 명(경찰 추산 약 4000명)이 모였다. 이들이 든 태극기와 성조기가 대학로 주변 건물과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역사 내를 가득 메웠다.○ 2만 명 도심 행진…도로 정체 진보, 보수 집회 참가자들이 각각 집회 후 행진을 하면서 서울 도심 일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진보 집회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에서 세종로사거리를 거쳐 주한 미국대사관 앞까지 약 1km를 행진했다. 당초 미국·일본대사관을 둘러싸는 2km 구간을 행진하려 했으나 전날 법원의 불허로 미국대사관 앞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경로가 바뀌었다. 당초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할 계획이었지만 미국대사관 앞으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4개 차로의 차량 통행이 막혔다. 이 때문에 광화문 주변을 지나는 차량들이 오후 5시부터 1시간 가까이 ‘거북이걸음’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민중연합당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와대 사랑채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3.5km 구간을 행진하며 1, 2개 차로를 점거했다. 보수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부터 대학로에서 종로5가, 종각사거리, 을지로입구, 대한문 방향까지 2시간 동안 3개 차로를 점거해 행진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김예윤·구특교 기자}

“차라리 ‘전용 시위장’을 만들어 주세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주민센터를 찾은 송모 씨(38)가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소음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송 씨는 이날 회사 업무까지 잠시 중단하고 주민센터에 왔다. 이날이 집회시위 피해신고서 접수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송 씨의 집은 청와대에서 200m가량 떨어져 있다. 15년째 조용한 주택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변했다. 그는 “시위대가 폭 4, 5m 골목을 행진하며 ‘이석기 석방’을 외치고 담벼락에 술병을 버리거나 노상방뇨까지 한다”며 “전용 시위장을 설치하는 법안을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후 청와대 근처 집회시위가 급증하면서 주민들이 “살 수가 없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급기야 주민들은 ‘청운효자동 집회시위 금지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를 만들어 8일부터 14일까지 피해신고서를 접수했다. 고사리손으로 신고서를 작성한 초등학생부터 백발이 성성한 8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이들이 고발한 피해 실태는 겉보기보다 심각했다. 본보는 주민대책위와 함께 14일 낮 12시까지 접수된 피해신고서 85건을 분석했다. 가장 많은 피해는 소음(76건·중복 응답 가능)이었다. 주민 대부분은 밤낮 가리지 않는 확성기와 마이크 소리에 괴로워했다. 차도에 설치된 확성기 옆을 지나다 갑자기 큰 소리가 나서 “고막 손상을 입었다”는 주민도 있었다. 대중교통 이용 등 ‘통행 불편’을 느끼는 주민도 절반(42건)에 달했다. 피해 신고서를 낸 한 주민은 “시위대가 집 근처 주차장 공간을 몽땅 차지해 내 승용차는 도로에 불법 주차했다”고 밝혔다. 이어 영업 방해(27건)와 정서 장애(23건), 수업권 방해(21건)의 순이었다. 근처에서 13년째 한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50·여)는 “차량 이동이 막히면서 매출이 50%가량 떨어졌다”며 “직원 2명을 최근 그만두게 했지만 지금 같아선 문을 닫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쓰레기와 노상방뇨에 따른 악취, 장애인의 통행 불편 사례도 10건 이상이었다. 청운초교 A 군(10)은 피해 신고서에 “시끄러워서 공부를 할 수가 없다. 이상한 물건(버려진 천막, 흉상 등) 때문에 보기 싫다”고 적었다. 주민들은 “오죽하면 피해신고서까지 쓰겠느냐”며 하소연했다. 2014년 세월호 집회와 지난해와 올해 초 촛불집회 때도 불편이 있었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응원하고 동참했다. 주민 유모 씨(53·여)는 “세월호 집회 때는 주민들이 나서서 천막까지 함께 설치해줬다”며 속상해했다. 유 씨는 “아들이 고3 수험생인데 집회 소음 탓에 수능 모의고사를 망쳤다고 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14일 오전에도 대형버스를 타고 온 집회 참가자 수십 명이 주민센터 앞 주차장을 가득 메웠다. 한 집회 참가자가 피해신고서를 접수하는 주민을 향해 “오늘도 시끄럽게 하러 왔어요”라며 비꼬듯 말하기도 했다. 주민들은 접수한 피해신고서를 청와대와 국회, 경찰청 등에 제출하기로 했다. 또 17일 오전 10시 반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근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반대를 위한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청운효자동 통장협의회 정모 회장은 “문제를 제기해도 당국은 집회 시위의 자유를 금지할 수 없다고만 한다”며 “집회총량제 같은 대안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 기자}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 한 권과 밥 한 끼를 줄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 부탁드려요.” 올 3월 초 자영업자 신모 씨(50·서울 중랑구)에게 전화를 건 한 여성이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여성은 기부금을 받아 불우아동을 돕는 단체인 S사단법인 직원이라고 소개했다. 낯선 이름이지만 기부금 영수증을 발행하고 후원 아동의 안부를 정기적으로 알려준다는 설명에 안심했다. 여성이 알려준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홍보대사라는 유명 연예인 사진도 있었다. 단체의 후원금 지출 명세서도 상세히 게시됐다. 신 씨는 매달 3만 원씩 후원을 약속했다. 후원이 시작됐지만 당초 약속과 달리 신 씨는 후원 아동을 알 수가 없었다. 단체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무언가 이상했지만 가난하게 자랐던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더 요청하지 않았다. 작은 성의로 어린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일 수 있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하지만 신 씨가 매달 낸 3만 원은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고 있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상습사기 등의 혐의로 S사단법인 회장 윤모 씨(54)와 대표 김모 씨(37·여)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법인 관계자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단체는 2014년부터 3년간 128억 원을 모금했다. 그러나 실제 기부에 쓴 돈은 고작 2억 원(1.7%)에 불과했다. 윤 씨 등 단체 간부들은 후원자들이 십시일반 기부한 돈의 상당 부분을 포르셰 등 고급 외제 승용차와 저택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단체로 요트를 빌려 선상파티를 즐기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S사단법인은 2014년 약 2000만 건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뒤 전국 21개 지점을 통해 무작위로 전화를 돌려 후원자를 모집했다. 4만9000여 명에 달하는 후원자는 작게는 5000원부터 최대 수십만 원까지 매달 꼬박 기부금을 냈다. 1000만 원이 넘는 거액을 쾌척한 후원자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후원자들이 자동이체로 소액을 기부하다 보니 후원금의 사용 명세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점을 악용했다”며 “의심하는 일부 후원자에게는 허위 기부금 영수증을 발급했다”고 말했다. ‘기부 사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국내 기부단체 관리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이다. 공익법인을 관리 감독하는 주무부처가 각 단체 성격에 따라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등 10여 개에 이른다. 각 부처의 허가 기준도 제각각이다. 사후 관리도 부처별 전문 인력이 부족해 제공된 자료를 검토하는 수준에 그친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규칙’에 따라 자산 5억 원, 기부금 수입 3억 원 미만의 공익 법인은 수입 명세를 공시할 필요도 없다.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되자 온라인에는 “나도 이 단체에 기부했다”는 피해 사례가 이어졌다. 대부분 기부 권유 전화를 받고 꾸준히 돈을 보내던 후원자들이다. 이들은 분노를 터뜨렸고 일부는 아예 모든 기부를 중단할 뜻까지 밝혔다. 후원자 이모 씨(48)는 “3년간 3만 원씩 꾸준히 기부했다. 많은 돈은 아니었지만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준대서 뿌듯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한 누리꾼은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세상이 됐다. 어디가 됐든 당분간은 기부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 공익법인 정보제공 시스템을 구축한 한국가이드스타 박두준 사무총장은 “이런 범행의 여파로 기부 문화가 침체되면 정상적인 복지단체들이 피해를 보고 도움이 절실한 이웃들의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10일 오후 2시경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의 한 은행 앞. 금발의 한 젊은 외국인 여성이 불안한 표정으로 은행 문을 열고 나왔다. 손에는 하얀 봉투가 있었다. “아침에 북한 뉴스를 봤다. 혹시 몰라 일단 현금을 조금 갖고 있으려 한다”고 말한 뒤 급히 자리를 떴다. 북한과 미국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자 그동안 여러 차례 긴장 상황을 경험했던 국내 거주 외국인 사이에서도 “과거와 다른 것 같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이 타격 위치로 괌을 특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직접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는 것에 주목했다. 한 로펌 소속 변호사인 영국 출신의 마크 벤턴 씨(45)는 1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에서 생활한 지 10년 만에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북한의 위협도 위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움의 이유로 꼽았다. 벤턴 씨는 “서울의 안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외교 정책에 좌지우지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예상을 뛰어넘는 북한의 공격 무기 개발 속도도 걱정거리다. 경기 의정부시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는 개브리얼 조 씨(29·여)는 최근 미국에 있는 부모님과의 통화가 잦아졌다. 조 씨는 “아버지가 전화할 때마다 ‘시카고까지 오는 미사일을 북한이 가졌다는 게 정말이냐’고 묻는다”며 “온 가족이 다 내 걱정만 하고 있어서 나도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인은 평소와 다름없는 한국인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북한 도발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컨설팅사에서 일하는 대만 출신 리산위안 씨(33)는 “한국 사람들은 반세기 동안 이런 위협 속에서 살았으니 별 반응이 없는 게 이해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번 상황은 훨씬 심각해 보이는데도 별로 불안한 모습이 없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캐나다인 앨릭스 리 씨(46·여)는 “‘마초’ 트럼프와 미친 김정은이 대결하는 지금 상황은 과거와 분명 다르다”면서 “캐나다였다면 평화를 요구하는 집회라도 열릴 텐데 한국은 너무 조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 의식에서 이유를 찾는 외국인도 있었다. 프랑스 여행객 레날드 씨(34)는 “프랑스도 반복되는 테러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평소에는 아주 평온하다”며 “한국은 대비가 잘돼 있어 쉽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이 같은 반응에 시민들은 “그럼 라면 사재기라도 해야 하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일상에 충실하고 정부는 안보에 충실하면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직장인 정모 씨(33)는 “물론 ‘북한이 설마 우리한테 핵을 쏠까’라는 안이한 생각을 해도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사회가 혼란에 빠져 우왕좌왕한다면 더 이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북한이 ‘괌’을 미사일 대상으로 특정하자 괌 여행을 앞두고 불안해하는 시민도 있었다. 이날 오전 회원 36만 명의 괌 자유여행 온라인 카페에는 관련 글이 수십 개 올랐다. 22일 출발 예정인 김모 씨(45·여)는 “500만 원어치 예약을 했는데 위약금을 200만 원이나 내야 한다고 해서 일단 눈치를 보고 있다”고 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위약금 부담이 작은 9월 이후 예약 고객은 취소한 경우도 있었다”고 귀띔했다.권기범 kaki@donga.com·구특교·김배중 기자}

“꺄악!” 7일 오후 9시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 한양도성(사적 10호)에서 젊은 여성의 비명이 들렸다. 여성은 높이 10m가 넘는 가파른 성벽 위에 있었다. 함께 있던 남성이 여성의 어깨를 잡고 밀었다 끌어당기는 장난을 친 것이다. 성벽 폭은 채 1m가 안 돼 보였다. 발을 조금만 헛디뎌도 추락할 수 있다. 잠시 후 이들은 성벽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양다리는 절벽 아래로 향했다. 캔맥주를 마시던 남성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셀카를 찍기 시작했다. 좁은 성벽 위에 드러눕다시피 하며 아슬아슬한 포즈를 취했다. 성벽이 최대한 길어 보이게 찍기 위해서다. ‘위험한 촬영’을 10여 차례나 시도했다. ‘성벽에 올라가지 마시오’라고 쓰인 현수막이 무색했다. 주위에서 10여 명이 이들처럼 술을 마시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다. 최근 서울의 사대문을 연결하는 성곽이 드라마, 영화의 주요 촬영지로 등장하면서 젊은이들에게 ‘인기 데이트 코스’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와 비례해서 안전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좁은 성벽 위에는 난간 등 별다른 안전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그 위에서 술을 마시거나 위험한 장난을 친다. 지난해 4월 종로구 동대문성곽공원 인근 성벽 위에서 한 남성이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여름철 ‘안전 불감증’은 더 심하다. 이날도 짧은 치마를 입은 30대 여성은 자신의 키와 비슷한 높이의 성벽 위에 올라가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친구의 손을 잡았다 놓치기를 반복하다 급기야 땅 바닥에 미끄러졌다. 가까스로 올라가서도 안전에 무감각한 행동은 이어졌다. 성벽 맨 위에 놓인 돌은 지붕처럼 경사져 있다. 이 돌에 앉으면 조금만 부주의해도 아래로 미끄러지기 쉽다. 이 여성은 돌 위에 앉아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다 장난스럽게 서로 몸을 밀치기도 했다. 성벽 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자신의 방문을 증명할 ‘인증 사진(인증샷)’을 촬영했다.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행동이 담긴 ‘아찔한 장면’을 인증 사진으로 남기려 한다. 야경을 한눈에 감상하기 좋은 낙산공원 성곽길과 부암동 청운공원 인근 성곽길 등에는 ‘아찔한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학생 곽모 씨(21·여·서울 송파구)는 “‘어떻게 그런 사진을 찍었느냐’는 찬사를 들으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면 사람들은 비슷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자극을 받기 마련이다. 대학생 송모 씨(21·여·인천 부평구)는 “이미 SNS에서 자극적인 사진을 많이 봤다. 더 과감한 사진을 남기려고 노력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성벽 위에서는 더 자극적인 사진을 찍기 위한 ‘자리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성곽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안전사고에 대비해 주기적으로 순찰하며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양도성에 하루 많게는 수만 명까지 몰리는 상황에서 방문객을 모두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방문객들이 직원들의 경고를 무시하기가 일쑤다. 성벽 위에 올라가면 문화재 관리행위 방해죄에 해당돼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나 실제 처벌된 사례는 거의 없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한양도성은 길이가 18km에 달하는 긴 구간이다. 현실적으로 단속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한국 사람들은 다들 커피(coffee)라고 하는데 저는 ‘코피’ ‘코피’ 이랬죠.” 한국 생활 14년째인 탈북자 여모 씨(27)가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점원은 한 번 더 쳐다보곤 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에 온 여 씨에게 영어는 ‘공포 그 자체’였다. 중고교 시절 영어시간에는 우스꽝스러운 발음과 억양 때문에 놀림거리가 됐다. 영어 단어를 말했다가 탈북자 출신이라는 게 탄로날까 봐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잘 끼지 못했다. 결국 ‘영포자(영어를 포기한 사람)’의 길을 걸었다. 2011년 서울의 대학에 진학했지만 할 수 있는 영어는 인사말 정도였다. 여 씨는 “영어를 못해 한국 사회에 섞이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가 ‘오아시스’를 만난 건 2015년 여름이었다. 열네 살 금발 소녀 케이 영스트롬 양(현재 16세)이 그에겐 희망의 시작이었다. 고려대 국제하계대학 초빙교수인 부모(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교수)를 따라 한국에 온 케이 양이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준 것이다. 9년째 여름방학마다 한국을 찾으며 북한과 탈북자 인권에 관심이 생긴 케이 양의 부모는 3년 전 국내 탈북자 인권단체인 피에스코어(PSCORE)의 회원이 됐다. 케이 양도 자연스럽게 이 단체 탈북자들과 어울리면서 영어에 대한 이들의 어려움, 두려움을 알게 됐다고 한다. 케이 양은 여 씨와 일대일로 수업하며 알파벳 발음부터 고쳐줬다. 케이 양은 “한국인에겐 일상인 영어 표현들을 탈북자들은 외계어처럼 느끼고 있었다. 발음과 억양을 교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케이 양은 3년째 여 씨를 비롯한 탈북자들에게 ‘영어 특훈’을 하고 있다. 여 씨는 “영어 실력이 늘면서 일상생활에도 자신감이 붙었다”며 “케이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평생 영포자로 살았을 것”이라고 고마워했다. 케이 양은 탈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이분법적이고 단편적으로만 알던 북한 실상에 좀 더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케이 양은 “미국에서는 ‘북한’ 하면 평양을 떠올리는데 북한 주민 대부분이 평양에 접근조차 못 한다는 사실을 듣고 놀랐다”면서 “학교 친구들도 ‘북한은 악, 남한은 선’ 정도로만 알다 보니 북한 주민이나 탈북자의 아픔과 고통은 잘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의 고등학교에 다니는 케이 양은 3년 전 교내에 탈북자 인권을 위한 동아리를 만들었다. 자선 바자 등 각종 모금 행사를 하고, 동아리 회원들이 한국의 탈북자들과 화상통화를 하는 기회도 마련했다. 전교생 400여 명 중 50명이 가입했다. 4일 미국으로 돌아가는 케이 양은 “처음엔 학교 친구들에게 ‘북한 스파이 아니냐’는 놀림도 받았지만 탈북자 인권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계속 늘고 있다”며 “한국에서 탈북자들을 만날 내년 여름이 벌써 기대된다”고 말했다. 케이 양의 증조부는 1950년 군의관으로 6·25전쟁에 참전해 팔에 총상을 입은 국가유공자였다고 한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서울 동대문의 D의류상가 상인을 상대로 한 상가운영회(운영회)의 조직적 ‘갑질’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이르면 다음 주 의류상가 회장 서모 씨(58)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31일 밝혔다. 서 회장은 운영회를 사실상 지배해 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경찰에 따르면 서 회장은 운영회가 입점비와 퇴점비 홍보비 등의 명목으로 상인들로부터 받아낸 돈을 정해진 용도 외에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횡령 등)를 받고 있다. 경찰은 상인들이 낸 돈의 일부가 서 회장에게 흘러간 단서를 상당수 확보했다. 서 회장의 횡령 규모는 30억 원이 넘는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미 운영회 서모 사장(56)과 오모 전무(56)는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D의류상가 운영회의 ‘갑질 적폐’ 수사는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증언에 나서면서 더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상당수 상인들은 그동안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겼다. 수사 초기에 경찰이 각 점포를 돌며 수사 협조 안내 전단지를 돌리면 운영회 직원들이 뒤따르며 전단지를 회수할 정도였다. 한 상인은 “운영회 측에서 상인들을 밀착 감시하며 입단속을 심하게 했지만 언론 취재가 시작되고 경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동대문 D의류상가처럼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갑질 횡포’의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다. 경찰청은 8월부터 소상공인과 비정규직 근로자 등을 상대로 한 임대·관리업자와 고용주 등의 불법 행위를 특별 단속한다고 밝혔다. 중점 단속 대상은 입점상인을 상대로 법적 근거 없이 관리비, 시설비를 물리거나 이를 횡령한 임대업자, 가맹점주를 상대로 금품 제공 등 부당한 요구를 한 상위 사업자 등이다. 경찰은 또 감정노동자를 괴롭히는 ‘블랙 컨슈머’(고의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고객)와 중·소형 마트 등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 납품업자 등도 단속할 예정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한 갑질 횡포는 서민경제 생태를 파괴하는 동시에 사회, 경제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적폐이므로 엄정히 처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배중 기자}

서울 동대문 D의류상가 도매상인들은 자신들의 일터를 ‘동대민국(東大民國)’이라고 부른다. 개장 시간 오후 8시∼이튿날 오전 8시, 밤낮이 뒤바뀐 이곳은 ‘치외법권’ 지역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상인운영회(운영회)라는 자치 조직이 특정 세력에 의해 사유화되면서 상인들을 상대로 ‘입점비’ ‘퇴점비’ 등을 뜯어내는 등 불법적인 관행이 1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이다. 상인들에겐 운영회의 지시가 곧 법이었고 그 ‘법’을 어기면 옷 장사를 할 수 없었다. 국내 의류시장 매출의 30%인 연간 15조 원을 벌어들이는 동대문 의류상가 일각의 어두운 실태가 최근 경찰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동대문의 대표적 도매상가인 D상가 운영회의 불법행위를 수사해 지난달 서모 사장과 오모 전무를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점포주와 상인 사이 똬리 틀고 전횡 D상가는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에 점포는 400여 곳에 이른다. 상인들은 평균 보증금 5000만 원, 월세 180만 원을 내며 4.23m²(약 1.25평) 크기 점포 한 칸을 얻어 장사하고 있다. 점포마다 소유주가 따로 있지만 이들로부터 임대 계약과 관리 권한을 위임받은 운영회가 중간 길목에서 상인들에게 전횡을 일삼는 구조다. 상인들은 운영회가 계약이나 규약 등 법적 근거도 없이 걷어가는 돈이 한 해 수천만 원에 달한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운영회는 처음 입주하는 상인들에게 점포 보증금과는 별도로 500만∼3000만 원의 ‘입점비’를 물려왔다. 운영회는 상가 활성화 또는 기존 상인에게 주는 권리금이라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운영회로부터 권리금을 돌려받은 상인은 거의 없다. 사실상 강제적 기부금인 셈이다. 입점비 액수는 정해진 기준도 없다. 상가 운영 경험이나 인맥이 취약할수록 더 많은 액수를 요구받는다는 게 상인들의 증언이다. 운영회는 계약이 만료된 점포를 다른 점포로 ‘강제 이주’시킨 뒤 추가로 입점비를 받기도 한다. 한 상인은 “가게를 안 옮기고 버티자 운영회에서 찬조비로 2000만 원을 요구해 계약서에도 없는 돈을 내고 겨우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상인들은 운영회의 횡포를 못 이겨 가게를 접을 때에도 200만∼800만 원의 퇴점비를 내야 했다. 운영회가 전액 돌려줘야 할 보증금의 일부를 퇴점비 명목으로 차감하고 나머지만 돌려주는 식이다. 운영회는 퇴점비에 대해 “가게가 빠진 뒤 반품이나 환불 문의가 있을 것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상인들은 “반품, 환불 요구는 드문 일인데 운영회로부터 퇴점비를 제때 돌려받은 경우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상인들은 매주 5만∼15만 원의 홍보비와 명절 행사비용으로 한 해 50만∼100만 원을 운영회에 납부한다. 하지만 실제 집행 내용은 공개되지 않아 상인들은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 길이 없다”고 했다. 특정 인테리어 업체와 계약해 점포 수리를 하라는 운영회의 강요에 못 이겨 멀쩡한 점포를 시세보다 웃돈을 주고 고치는 경우도 많다. 한 상인은 “갈취 피해를 덜 당하려면 운영회 간부에게 고급 양주나 현금 등 수백만 원을 지속적으로 상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회 고위 간부들 수십억 횡령 혐의 경찰은 운영회의 이 같은 관행이 10년 넘게 이어져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운영회가 상가 주인들로부터 일정 권한을 위임받았더라도 경비, 청소 등 일반적인 관리 수준을 넘어 별다른 법적 근거 없이 거액을 요구한 행위는 공갈죄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 경찰은 “운영회 측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어김없이 보복이 가해졌고 조직폭력배로 보이는 사람들이 큰소리로 겁박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상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특수공갈과 강요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또 운영회 고위 간부들이 홍보비와 행사비 명목으로 걷은 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회 측은 “입점비는 동대문시장의 관행에 따라 받아왔지만 얼마 전 없앴고 퇴점비도 받지 않고 있다. 홍보비도 투명하게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최근까지 입점비를 요구받았고 퇴점비 역시 운영회가 돈이 없다며 보증금 자체를 안 돌려주고 있어 떼어가지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 상인들 왜 10년 넘게 당했나 ▼‘문제 상인’ 찍히면 다른 상가에도 입점 거부당해1주일 단위로 의류 제작 ‘스폿’ 방식… 가게 옮기면 수천만원 재고 부담서울 동대문 D의류상가 도매상인들은 동대문 특유의 의류 생산 방식 때문에 상가운영회의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시장 반응을 주시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디자인을 바꿔 소량 제작하는 이른바 스폿(Spot) 생산 방식이어서 운영회의 점포 이주 요구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상인들이 운영회 측 요구에 불응하다 아예 다른 상가로 가게를 옮기게 되면 새 장사를 준비하는 2, 3주 동안 그전에 만든 옷은 유행이 지나버려 재고로 남게 된다. 통상 보름 치 재고가 쌓이면 손실액은 3000만∼5000만 원에 이른다. 운영회의 ‘착취’를 피해 다른 상가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다른 상가의 운영회도 운영회 측과 갈등을 빚고 나온 상인은 ‘문제 상인’으로 간주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의류 도매상은 국내 최대 시장인 동대문에서 밀려나면 기존 수입을 유지하기 어렵다. 간신히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상가 내에서 점포를 자주 옮겨야 하거나 입점비나 퇴점비 등의 액수가 더 늘어난다.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8시인 ‘올빼미 영업시간’도 상인들이 문제 제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한 상인은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휴식을 취해야 할 낮에 깨어 있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D상가의 상인은 약 80%가 여성이다. 이들 대부분이 오전에 잠깐 눈을 붙이고 오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숨죽이던 상인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까지 크게 줄자 “더는 못 견디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서울연구원의 지난달 발표를 보면 올 2분기 동대문 관광특구 상인들의 매출 체감도는 사드 사태 전인 전년 동기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김배중 기자}
▼ 상인들 왜 10년 넘게 당했나 ▼‘문제 상인’ 찍히면 다른 상가에도 입점 거부당해1주일 단위로 의류 제작 ‘스폿’ 방식… 가게 옮기면 수천만원 재고 부담서울 동대문 D의류상가 도매상인들은 동대문 특유의 의류 생산 방식 때문에 상가운영회의 부당한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시장 반응을 주시하면서 일주일 단위로 디자인을 바꿔 소량 제작하는 이른바 스폿(Spot) 생산 방식이어서 운영회의 점포 이주 요구에 취약하다는 얘기다. 상인들이 운영회 측 요구에 불응하다 아예 다른 상가로 가게를 옮기게 되면 새 장사를 준비하는 2, 3주 동안 그전에 만든 옷은 유행이 지나버려 재고로 남게 된다. 통상 보름 치 재고가 쌓이면 손실액은 3000만∼5000만 원에 이른다. 운영회의 ‘착취’를 피해 다른 상가로 옮기기도 쉽지 않다. 다른 상가의 운영회도 운영회 측과 갈등을 빚고 나온 상인은 ‘문제 상인’으로 간주해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의류 도매상은 국내 최대 시장인 동대문에서 밀려나면 기존 수입을 유지하기 어렵다. 간신히 쫓겨나지 않았더라도 한 번 미운털이 박히면 상가 내에서 점포를 자주 옮겨야 하거나 입점비나 퇴점비 등의 액수가 더 늘어난다. 오후 8시∼다음 날 오전 8시인 ‘올빼미 영업시간’도 상인들이 문제 제기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다. 한 상인은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도 휴식을 취해야 할 낮에 깨어 있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D상가의 상인은 약 80%가 여성이다. 이들 대부분이 오전에 잠깐 눈을 붙이고 오후에는 밀린 집안일을 해야 하는 실정이다. 숨죽이던 상인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매출까지 크게 줄자 “더는 못 견디겠다”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서울연구원의 지난달 발표를 보면 올 2분기 동대문 관광특구 상인들의 매출 체감도는 사드 사태 전인 전년 동기의 50∼60% 수준에 불과하다. 구특교 kootg@donga.com·김예윤·김배중 기자}

전역을 두 달 앞둔 20대 초반의 의무경찰이 갑자기 의식을 잃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7분 동안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생명을 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광경찰대 순찰2팀 이범희 수경(21·사진)은 19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동대문시장 일대를 순찰하고 있었다. 매우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갑자기 비명소리가 들렸다. 이 수경은 본능적으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내달렸다. 길바닥에 한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었다. 남성의 몸은 축 처지고 눈동자엔 초점이 없었다. 입을 벌리려 해도 꿈쩍하지 않았다. 남성은 쓰러질 때 머리를 바닥에 부딪쳐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이 수경은 두 달 전 경찰에서 받은 응급처치 교육 내용이 스쳤다. 남성을 편히 눕히고 가슴에 양손을 올린 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가슴을 여러 차례 압박하자 힘이 빠져 양팔이 후들거렸다. 무더위에 온몸은 일찌감치 땀으로 뒤범벅됐다. 배운 대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남성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옆에서는 남성의 아내와 딸로 보이는 사람들이 울고 있었다. 이 수경은 힘에 부쳤지만 계속해서 가슴 압박을 이어갔다. 울고 있는 남성의 가족들을 보니 행동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는 동안 주변에선 119안전신고센터에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기적적으로 남성의 호흡도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구급차량은 신고 7분 만에 도착했다. 이 수경은 구급대원들에게 남성을 넘긴 뒤에야 건물 벽에 몸을 기대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이 과정을 모두 지켜본 한 시민은 “자네가 살렸다”며 어깨를 토닥였다. 이 수경은 진이 빠진 상태였지만 까무러친 남성이 걱정됐다. 그가 실려간 병원으로 뒤따라갔다. 쓰러진 남성은 가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중국계 뉴질랜드인 뤄이신 씨(47·마카오대 경영학과 교수). 응급실에서 다시 만난 뤄 씨의 아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의경 복무를 하기 전 한양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했던 이 수경은 통역사를 자처했다. 이 수경은 뤄 씨 아내로부터 심장판막 수술 사실을 듣고 의사에게 이를 전했다. 뤄 씨의 아내는 “한국이 좋아서 세 번이나 찾아왔다. 만일 이 수경의 도움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매우 소중한 것을 잃고 갔을 것”이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지난해 12월 서울 도봉경찰서를 찾은 김모 씨(23·여)의 양 손목에는 칼로 그은 자국이 여러 군데 있었다. 여고 2학년이던 6년 전 또래 남성 6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었다. 김 씨를 앞에 앉혀 두고 여성청소년과 수사4팀 형사들은 한숨을 내쉬었다. 돕고 싶었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미 6년이 지나 사건 현장은 남아 있지 않았다. 가해자들도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게다가 김 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지 못했다. 김 씨는 경찰서 두 곳에서 ‘퇴짜’를 맞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도봉서 문을 두드린 상황이었다. 형사들은 서울 초안산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 범인 22명을 지난해 검거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2011년 벌어졌던 그 사건도 ‘맨땅에 헤딩’은 마찬가지였다.○ 깨어난 곳은 비 내리는 뒷골목 조사를 시작한 지 며칠 뒤인 지난해 12월 말 김 씨의 친구가 수사팀에 다급히 연락을 했다. 김 씨가 수면제를 먹고 또 자살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형사들은 김 씨를 병원 응급실로 옮겨 위세척을 받게 했다. 가까스로 회복한 뒤 조사실에 다시 앉은 김 씨는 여전히 형사들의 눈을 마주 보지 못했다. ‘그날’ 이후 6년이 지나도록 김 씨는 불안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아는 오빠들과 함께 놀자”는 같은 반 친구를 따라나선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2011년 8월 김 씨(당시 17세)는 친구를 따라 전남 장흥의 한 모텔에 갔다. 술을 몇 잔 받아 마신 뒤 정신을 잃은 김 씨가 다시 정신을 차린 곳은 모텔 방 화장실이었다. 갑자기 누군가가 발로 배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더럽게 생리를 한다”며 욕설이 들려왔다. 극심한 고통으로 정신이 희미해질 때쯤 성폭행이 시작됐다. 화장실 문 밖에서 “내가 먼저”라며 순번을 정하는 웅성거림이 의식을 잃기 전 들은 마지막 소리였다. 김 씨가 깨어난 곳은 어느 중학교의 뒷골목. 내리는 비에 흠뻑 젖은 채 홀로 버려져 있었다. 참혹했던 당시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은 김 씨에게도 형사들에게도 고통이었다. 힘겹게 찾아낸 첫 번째 단서는 김 씨가 겨우 끄집어낸 한 조각 기억이었다. “(가해자) 팔 알통 부분에 문신이 있었어요. 잉어 문신.”○ ‘잉어 문신’은 펄떡 뛰는데… 문신. 지워지지 않는 그 표시는 결정적 물증이 될 수 있었다. 여전히 막막했지만 그나마 수사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형사들은 2011년 당시 김 씨에게 모텔에 가자고 했던 친구 A 씨(23·여)부터 수소문했다. A 씨는 자신이 모텔행을 제안한 것은 맞지만 바로 나와서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모른다고 부인했다. 다만 A 씨는 “모텔에는 동네 오빠 2명과 고교 동창 남자 애가 있었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바로 김 씨와 A 씨의 고교 동창인 이 남성을 불렀다. 혐의를 내내 부인하던 이 남성 동창은 “나중에 술이 깨서 화장실에 가봤다. 옷이 벗겨진 채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기에 수습해서 골목길에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러고는 “당시 모텔에 다른 남성 3명이 더 왔다”고도 했다. 김 씨의 신고를 긴가민가하던 수사팀이 성폭행이 벌어진 게 맞다고 확신한 순간이었다. 수사팀은 이들 남성을 도봉서로 불렀다. 장흥과 그 주위에 대부분 살던 남성들은 1명을 제외하고는 올라와 조사를 받았다. 수사팀은 조사하기 전에 이들의 옷소매를 어깨까지 걷어 올려 보라고 했다. 있었다. 송모 씨의 팔뚝 양쪽에 잉어가 펄떡펄떡 뛰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사건에 대해선 하나같이 “모른다”며 “김 씨가 미친 거 아니냐”고 몰아갔다. 서로 입을 맞춘 흔적이 역력했다. 이를 반박할 증거는 없었다. 수사팀의 고민이 다시 시작됐다.○ “그놈이 했어요” 결정적 진술 수사팀은 전국에 퍼져 있는 관련자들을 찾아다녔다. 팀원 4명이 함께 피해자와 피의자 친구들을 찾아 장흥, 광주, 담양, 부산 등 전국을 1만 km 이상 다녔다. 그러던 중 소환에 응하지 않았던 위모 씨가 사는 부산에서 그의 친구로부터 결정적인 단서를 들었다. “송 씨(당시 19세)가 화장실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했다고 하는 얘기를 친구 위 씨가 하더라.” 잉어가 팔뚝에서 뛰던 그 송 씨였다. 경찰은 이 진술을 근거로 위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붙잡았다. 위 씨는 얼마 전 결혼해 아이가 갓 태어난 상태였다. 형사들은 서울로 올라오는 승용차 안에서 “떳떳한 아빠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했다. 3시간 넘게 침묵하던 위 씨는 서울에 진입하자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놈이 했어요. 송○○.” 경찰은 11일 송 씨를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했다. 나머지 가해 남성 5명과 친구 A 씨도 18일 같은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6년 전 자신을 지옥으로 몰아넣은 가해자들이 검거된 뒤에야 김 씨는 마음의 안정을 찾는 듯했다. 그는 당시 사건 이후 고향에서 오히려 ‘헤픈 여자’란 소문이 돌자 도망치듯 서울의 대학으로 유학 왔다. 학사경고까지 받는 등 방황을 멈추지 못했던 그는 이제야 “경찰관이 되고 싶다”며 앞날을 생각하게 됐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요리랑 서빙은 제가 직접 하고 주문받는 것과 계산은 무인계산기한테 맡겼어요.” 충북의 한 대학 앞에서 일본식 덮밥집을 운영하는 최모 씨(27)는 며칠 전 일하던 직원 3명 모두를 휴가 보냈다. 방학으로 손님이 급감해 ‘긴축 운영’에 들어간 것이다. 8월 말까지 음식 조리와 서빙 모두 최 씨 혼자서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5월 말 들여온 무인계산기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한 달 인건비 260만 원을 아낄 수 있다. 최 씨는 “인건비 걱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무인계산기를 선택했다”며 “이번에 최저임금이 엄청 오르는 걸 보니 역시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인건비 감당 못해…뾰족한 수 있나요” 패스트푸드 업계를 중심으로 늘어나던 무인자동화기기 설치가 최근 일반 음식점과 주유소 PC방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압박이 불을 보듯 뻔해지면서 이런 무인자동화기기를 찾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 업계에 따르면 무인계산기 도입 비율이 올 들어 40%를 넘어섰다. 셀프주유소는 지난해 2269곳으로, 2011년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었다. 결제만 하면 기계가 알아서 라면을 끓여 주거나, 무인계산기에 원하는 맛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는 ‘아이스크림 ATM기’도 등장했다. 서울 도봉구에서 140석 규모의 PC방을 운영하는 김모 씨(50)는 올 2월 400만 원짜리 무인계산기를 설치한 이후 3명이던 아르바이트생을 1명으로 줄였다. 이후 월 인건비 200만 원이 절감됐다. 좌석 계산과 음식 주문은 무인계산기가 처리하고 직원 1명이 음식을 조리해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일을 한다. 김 씨는 “무인계산기를 쓰면 일손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문제가 없었다. 최저임금이 많이 오른다고 하니까 주변 상인들이 기계 써보니 어떠냐고 물어온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빠듯하게 식당을 운영했는데 갑자기 인건비를 올리면 결국 사람 줄이고 기계를 쓰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이 없다”고 털어놨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인 ‘알바천국’이 1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고용주의 79.8%가 “아르바이트생 고용을 줄이겠다”고 답했다.○ 불안한 알바생, 찜찜한 소비자 무인자동화기기 제조업체들은 호황을 맞았다. 메뉴를 고르고 결제할 수 있는 무인계산기의 대당 가격은 100만∼600만 원. 매달 수백만 원을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와 비교할 때 부담이 없다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인식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발표된) 15일 이후 구입 문의가 3배 이상 늘었다. 공동구매 문의도 많다”고 말했다. 한 무인자동화기기 업체의 주가는 ‘최저임금 관련주’로 불리며 20% 가까이 급등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PC방을 종종 이용한다는 전모 군(14)은 “일반 PC방은 결제하려면 직원을 기다려야 되는데 무인계산기가 있으면 클릭 세 번으로 결제가 끝나 편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주부 이맹선 씨(46)는 “손님과 직원 사이의 ‘정’이 사라지는 것 같다”며 “사람이 해줄 수 있는 서비스를 기계가 대신할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식당 직원 김모 씨(25)는 “사장님이 무인계산기를 들이면서 동료 2명을 해고했다”며 “아마 손님이 더 줄면 다음 타깃은 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배중·김예윤 기자}

“어쩔 수 없이 캡슐호텔로 정했어요.” 8월 초 일본 도쿄(東京)로 ‘혼행(혼자 여행하기)’을 떠날 박모 씨(31·여·직장인)는 18일 고민 끝에 숙소를 예약했다. 말이 호텔이지 침대와 TV만 있는 캡슐형 숙소다. 당초 박 씨는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숙소를 빌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16일 일본에서 발생한 한국인 여성 관광객 성폭행 피해사건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박 씨는 “일본은 한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가는 나라이고 치안도 안전할 것이라 생각했다”며 “조금 불편하더라도 더 안전한 숙소가 낫다”고 말했다.○ 편하긴 한데 왠지 찜찜한 ‘숙박 공유’ 에어비앤비, 홈어웨이, 투지아. 전 세계를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숙박공유업체다. 이를 통하면 일반인 소유의 숙소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고 저렴하게 빌릴 수 있다. 이 중 에어비앤비가 가장 유명하다. 설립 10년째인 올해 누적 이용객이 2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자가 늘면서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친절한 집주인이 범죄자로 돌변하는 사건이 대표적이다. 16일 오전 일본 후쿠오카(福岡)에서 한국 여성 A 씨(31)가 집주인에게 성폭행 당했다. 집주인 오사베 소이치(長部聰一·34) 씨는 사건 당일 0시 무렵 A 씨에게 술을 권했다. A 씨는 그가 건넨 술 두 잔쯤을 마신 뒤 잠이 들었다. 그 사이 집주인은 범행을 저질렀다. 집주인은 경찰 조사에서 “만지기는 했지만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지만 경찰은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후쿠오카 검찰은 19일 오사베 씨에 대해 구류장(한국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올 2월 미국에 사는 한인 2세 서다인 씨(25·여)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집에 도착 직전 집주인 태미 바커로부터 돌연 ‘예약 취소’ 통보를 받았다. 서 씨가 항의하자 집주인은 “당신이 ‘아시안’이라는 한마디가 모든 걸 설명한다”고 말했다.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에어비앤비 측은 해당 호스트를 영구 퇴출했다. 캘리포니아주 법원은 5000달러(약 56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직장인 김모 씨(33·여)는 스위스 여행 중 숙소 거실에서 폐쇄회로(CC)TV 카메라를 발견했다. 김 씨는 한동안 자신을 찍은 영상이 유포될까 불안에 떨었다. 해외여행 중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박모 씨(29·여)는 “숙소의 위치와 형태가 각양각색인 만큼 이용자가 감수해야 할 위험의 폭도 넓고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휴가철 앞두고 일본행 불안감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나라가 일본이다. 상당수가 숙박공유업체를 이용한다. 그러나 성폭행사건이 알려지면서 숙박공유업체를 이용하지 않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숙박공유업체를 이용했을 때 집주인이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면서 에어비앤비 등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며 “하지만 이번 사건을 보고 이용할 생각을 접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숙박공유업체의 자정 노력은 소비자의 눈높이를 따라오지 못한다. 에어비앤비 역시 사고 발생 시 공급자를 가맹업체에서 퇴출하는 정도의 조치가 사실상 전부다. 이번 한국 여성 성폭행 사건에 대해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안전과 보안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번 사건에 대해 커다란 분노를 느낀다. 이 호스트를 즉시 삭제했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는 피해자 게스트와 접촉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급기야 소비자들이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최근 온라인에는 ‘에어비앤비 지옥(airbnb Hell)’이라는 사이트가 등장했다. 사이트에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다가 피해를 본 사례자들의 익명 후기가 주로 올라온다. 현재로서는 숙박공유업체 이용 때 불의의 사고를 막기 위해 이용자가 △가급적 후기가 많은 숙소 중심으로 선택하고 △각종 문의에 응답률이 높은 ‘슈퍼호스트’를 고르는 등 스스로 주의를 기울이는 편이 낫다.김배중 wanted@donga.com·구특교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5년 전 여고생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20대 남성 7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여고생은 사건 후 자살까지 시도하는 등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다 뒤늦게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경찰이 잇달아 사건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2012년 전남 지역의 한 모텔에서 A 씨를 성폭행한 혐의(특수강간)로 20대 B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남성 6명을 추가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 씨는 “놀러가자”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사건이 일어난 모텔을 찾았다. 모텔에는 친구뿐 아니라 B 씨 등 처음 보는 남성 3명이 있었다. 이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A 씨에게 양주 등 독한 술을 먹였다. A 씨가 술에 취한 뒤 다른 남성 3명이 합류했다. 이들은 A 씨를 성폭행한 뒤 모텔 근처 골목에 버려둔 채 도망쳤다. A 씨는 사건 충격으로 신고도 못한 채 수년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병원 치료를 받고 수차례 목숨을 끊으려고도 했다. 뒤늦게 A 씨와 가족은 지난해 전남의 한 경찰서에서 신고했지만 “증거가 없고 너무 오래 지났다”라며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도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접수하지 못했다. A 씨가 세 번째로 찾은 도봉경찰서가 신고를 접수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도봉서는 2011년 초안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 22명을 지난해 6월 검거한 곳이다. 당시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여성청소년수사4팀은 서울과 전남을 오가며 수사를 벌여 B 씨를 특정했고 관련자 7명을 모두 붙잡았다.구특교 kootg@donga.com·권기범 기자}

“나라를 지탱할 에너지를 만든다는 자부심에 청춘을 바쳤는데…. 이제는 대리운전 일을 알아보고 있습니다.” 15일 울산 울주군 서생면 한국수력원자력의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현장 입구. 협력업체 근로자 김모 씨(55)가 담배 연기 한 모금을 내뱉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지난달 말 원전 공사가 중단된 이후 대기만 하고 있어 낮 12시, 이른 퇴근을 하던 길이었다. 김 씨는 그동안 원전 발전기에 전기가 잘 공급되도록 하루 10시간씩 배선 작업을 했다. 밀폐된 공간에서 숨 막히는 더위, 퀴퀴한 먼지와 싸우며 일했다. 김 씨는 “고단해도 국가 산업에 기여한다는 자긍심이 있어 버틸 만했는데 지금은 밥벌이하려고 뭐든 닥치는 대로 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며 허탈해했다.○ 실직 위기 근로자들 “이젠 진짜 끝” 김 씨처럼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 관련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한수원 이사회의 원전 공사 중단 결정으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시 중단’ 발표에 따라 지난달 30일 공사가 멈춘 뒤 협력업체 근로자들은 공사 재개에 대한 일말의 희망을 안고 사태를 주시해 왔다. 하지만 14일 오전 한수원 이사회가 기습적인 중단 결정을 내리자 “이제는 진짜 끝났다”는 좌절감이 팽배해졌다. 이사회 중단 결정 후 사흘이 지나도록 한수원이 임금 보전 등 대책조차 내놓지 않아 이들은 좌절감에 더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김 씨는 당장 4월 초 계약한 원룸 보증금 400만 원을 돌려받지 못할까 걱정이다. 다른 공장에 다니다 김 씨의 권유로 원전 건설 현장으로 옮겨온 친구도 볼 낯이 없다. 김 씨는 “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 돼 공사가 중단되는 바람에 친구 가정까지 망쳐버린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수원 노조는 16일 오후 1시 공사 현장에서 노조원 100여 명이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조직적 반발이나마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협력업체 근로자는 결집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중단 결정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약자 중의 약자’인 셈이다.○ “이주시켜 준다더니… 보상은 어떡하나” 신고리 5, 6호기 건설 현장에서 50m 거리에 있는 신리마을 150여 가구 주민들은 이날 삼삼오오 평상에 모여 한수원을 성토했다. 특히 갑작스러운 공사 중단에 따라 보상금을 받을 길이 막막해졌다는 탄식이 많았다. 새로운 터전으로 옮기지도 못하고, 폐허가 돼버린 마을에 머물 수도 없는 난감한 처지가 됐다. 이날 기자가 찾은 박모 씨(80·여) 집은 방 천장이 비에 흠뻑 젖어 언제 무너져 내릴지 모를 정도였다. 창고도 최근 폭우로 주저앉았다. 박 씨는 “한수원이 이주시켜 준다고 해서 집수리를 미뤄 왔는데 한순간에 배신하면 어떡하느냐”며 “10대 때 이 마을에 시집와서 한평생 원전 옆에서 고통만 받다 죽게 생겼다”고 울먹였다. 원전 주변 식당도 손님이 급격히 줄고 있다. 토요일인 15일 오후 7시경 남모 씨(54·여)의 추어탕집에는 손님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평소 같으면 가족 단위 주말 손님이 많을 시간이지만 공사 중단으로 근로자도 하나둘 떠나고 한수원과 협력업체 직원들도 흉흉한 분위기를 의식해 외식을 꺼리고 있어서다. 남 씨는 매출이 지난해 여름과 비교해 3분의 1로 떨어지자 3명이던 종업원을 1명으로 줄였다. 그는 “혹시나 했는데 이사회 중단 결정으로 1%의 희망도 사라졌다”며 “공사장 주변 식당 10여 개가 모두 망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울주=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길을 걷다가 갑자기 맹견이 자신을 향해 달려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견주의 각별한 주의가 우선이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보행자도 대응 요령을 숙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특히 큰 피해가 우려되는 어린이들에게 이런 요령을 수시로 교육해 몸에 배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이 ‘나무가 되기’와 ‘바위가 되기’. ‘나무가 되기’는 양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나무처럼 가만히 서 있는 것이다. 손과 팔을 이리저리 흔드는 과도한 동작을 본 순간 개들은 사냥 본능이 발동해 물게 될 가능성이 높다. 눈을 마주쳐서도 안 된다. 시선을 아래에 두고 눈을 한두 번 정도 깜박여 주면 개는 적이 아닌 것으로 인지한다. 주위에 벽이 있다면 벽을 등지고 서 몸이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는 것도 한 방법이다. 목줄이 풀린 개가 달려와 놀라 넘어진 상황이면 ‘바위가 되기’를 기억하면 된다. 개가 지나갈 때까지 온몸을 태아처럼 웅크리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양손으로는 목을 감싸 보호해야 한다. 개들은 목을 제일 먼저 물어 상대방을 제압하려는 습성이 있다. 개가 쫓아온다고 소리를 치거나 달리는 것은 금물이다. 큰 소리에 반응해 쉽게 흥분할 가능성이 높다. 상대방이 뛰게 되면 쫓아가는 추적 본능이 있기 때문에 무작정 달려서도 안 된다.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등을 보이지 않은 상태에서 개를 자극하지 않도록 시선을 피한다. 이후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방법이다. 개 전문가들은 사고를 예방하려면 보행자에게도 관련 예방 교육이 필수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윤주 서정대 애완동물과 교수는 “기본적인 개들의 보디랭귀지와 맹견과 마주쳤을 때 대처하는 법에 대해 배워 본 적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대응 요령을 알려주는 당국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20초가 20년처럼 길었어요.” 직장인 이모 씨(32·여·경기 시흥시)는 올 4월 26일을 잊지 못한다. 이 씨에게는 악몽 같은 날이 아니라 악몽 그 자체다. 이날 이 씨는 회사 근처를 걷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건물 틈에서 개 한 마리가 뛰쳐나와 이 씨에게 달려들었다. 그냥 개가 아니었다. 맹견 중의 맹견인 ‘로트바일러’였다. 당황해 넘어진 이 씨는 무차별 공격을 받았다. 비명을 듣고 달려온 사람들이 겨우 개를 떼어 놓았다. 로트바일러가 이 씨를 공격한 시간은 20초 남짓. 짧은 시간이지만 이 씨는 20년처럼 느꼈다. 로트바일러는 이 씨의 오른쪽 종아리와 팔뚝 어깨 등을 날카로운 이빨로 물었다. 종아리 부상이 심각했다. 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해 이 씨는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뒀다. 이 씨는 “한때 유기견 보호 활동을 할 정도로 개를 좋아했었는데 이제는 조금만 덩치 큰 개를 봐도 그날 일이 떠올라 몸서리가 난다”고 말했다. 애견 인구 1000만 시대를 맞았다. 3년 뒤 애완견을 중심으로 한국의 반려동물 시장은 5조 원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장밋빛 전망과 함께 그늘도 짙어지고 있다. 애완견의 종류가 다양해지면서 개가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하는 ‘강력사건’이 늘고 있는 것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맹견의 습격 지난달 27일 전북 군산시에서 ‘맬러뮤트’ 한 마리가 길을 걷던 A 군(9)의 양팔과 다리 등 10여 곳을 물고 달아났다. 산책하던 견주(개 주인)가 목줄을 놓친 것이다. 출동한 119구조대가 쏜 마취총을 맞고 야산으로 달아난 맬러뮤트는 4시간 만에 잡혔다. 맬러뮤트는 키 55∼70cm, 몸무게가 34∼50kg에 이르는 대형견이다. 알래스카 등지에서 썰매견으로 이용된다. 같은 달 16일 서울 도봉구에서 집 밖으로 나온 맹견 2마리가 행인 3명을 공격했다. 목줄 없이 마당에서 길러지던 개들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대문 틈을 비집고 나와 거리를 활보했다. ‘도고 아르헨티노’와 ‘프레사 카나리오’는 통제 불능 상태로 3명에게 상처를 입혔다. 도고 아르헨티노는 현장에 출동한 119구조대가 쏜 마취총을 맞고 죽었다. 두 견종 모두 다 크면 키 60cm, 몸무게 40kg 이상인 대형견이다. 특히 도고 아르헨티노는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등지에서는 사육이나 반입이 금지된 맹견이다. 사람이 목숨을 잃는 일까지 일어났다. 올 5월 강원 원주시의 개 사육장에서 주인 권모 씨(65·여)가 기르던 도사견에게 물려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권 씨는 도사견 2, 3마리가 있던 사육장에 들어가 청소를 하는 중이었다. 권 씨를 구하러 들어간 남편 변모 씨(66)도 팔 등에 부상을 입었다. 2015년 2월 경남 진주시에서 80대 노인이 핏불테리어에게 밥을 주다 공격을 당해 사망했다. 같은 해 6월 충북 청주시에서 15개월 남자아이가 역시 집에서 기르던 핏불테리어에게 가슴 등을 물려 사망했다. 7일 경북 안동시의 한 농가의 안방에서는 70대 노인이 8년간 키우던 풍산개에게 물려 숨졌다. 동물보호단체 ‘케어’에 따르면 대형견이나 맹견을 키우던 견주가 공격을 받은 뒤 동물보호단체 등에 양도하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한번 사람을 공격한 개는 사람을 제압했다는 인식을 갖게 돼 또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동물단체 등은 대부분 안락사 처리한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반려견 물림 사고’는 2011년 245건에서 2012년 560건, 2013년 616건, 2014년 676건으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1488건으로 급증했고 지난해에도 1019건이나 됐다. 사고 급증의 원인으로 한국의 ‘펫티켓’(‘펫’과 ‘에티켓’의 합성어) 수준을 지목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초 경기 수원시 광교호수공원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견주 B 씨(42)가 로트바일러 3마리를 데리고 애견놀이터를 방문했는데 한 마리가 C 군(10)의 다리를 문 것이다. 겨울이라 두꺼운 옷을 입어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다. 그러나 B 씨는 “(로트바일러가) 아직 아기라서 괜찮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C 군의 부모가 발끈하면서 언쟁이 붙었다. B 씨는 평소 애견놀이터에서 로트바일러 훈련을 시켰다고 한다. 경찰견이나 군견 훈련 때 쓰는 팔 보호대까지 착용하고 이를 물어뜯게 했다. 한 견주가 “맹견은 공격훈련을 하기보다 입마개를 착용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고 항의했으나 “간섭하지 말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C 씨는 “물어뜯기 훈련은 애견놀이터에서 몇 번 가볍게 시켜본 게 전부”라며 “‘우리 아기들’은 평소 예절교육을 잘 시켜 함부로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요즘 항공사도 개 때문에 골치다. 주인과 함께 비행기를 타는 반려동물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해 반려동물과 기내에 동승한 국제선 승객은 5940명. 수화물로 운반된 대형견을 합치면 국적기를 타고 국내외로 이동한 반려동물은 지난해 3만7334마리나 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수화물로 운송해야 할) 대형견까지 기내에 데리고 타겠다는 승객이 종종 있다”고 말했다.○ ‘개 탓’ 아닌 ‘내 탓’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진단한 애견 사고의 원인과 해법은 간단하다. “동물은 결국 사람 하기 나름”이라는 것. 주인이 바뀌지 않으면 어떤 동물을 키워도 똑같은 사고가 발생한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반려견을 충분히 이해하고 체계적으로 훈련시키는 걸 주인의 ‘기본’으로 꼽았다. 한 애견 전문가는 “별다른 지식도 없는데 남들 앞에 무턱대고 ‘강해 보이려고’ 맹견을 기르는 사람이 젊은층 사이에 꽤 있다”고 우려했다. 또 주인이 본인의 개를 가장 잘 아는 만큼 가장 먼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주위 사람이 개를 보고 귀엽다며 무턱대고 만지려 하면 우선 제지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사람에게 해를 가할 수 있는 개의 동작도 못 하도록 해야 한다. 개가 앞발을 들고 서서 사람과 박수 치는 듯한 동작은 자칫 아이나 노약자를 덮치는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출은 가급적 인파가 많은 곳이나 시간대를 피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시키는 건 기본이다.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에게 목줄과 입마개를 하는 건 이미 의무화됐다. 위반 시 과태료는 최대 50만 원 이하다. 늘어난 애견 인구만큼 견종에 대한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국내에서 맹견으로 분류된 견종은 도사견과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칸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불테리어, 로트바일러 등 5종에 불과하다. 최근 시민을 공격했던 도고 아르헨티노 등은 영국 등에서 사육금지 동물로 규제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평범한 반려동물로 취급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1991년부터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제정해 시행 중이다. 도고 아르헨티노와 필라브라질레이루 등은 ‘특별통제견’으로 분류돼 관리받는다. 특별통제견을 키우려면 법원의 허가까지 받아야 한다. 이후 견주는 정부로부터 지속적인 관리를 받는다. 대인배상보험 가입과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 입마개 착용 등을 지켜야 하고 임의로 번식과 판매 교환 등도 할 수 없다. 개가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 견주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하면 최대 14년의 징역에 처해진다. 뉴질랜드는 올 2월 맹견관리자격 제도를 도입했다. 견주가 위험한 개를 다룰 능력이 되는지, 적절한 사육환경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검토해 일정 기준을 넘어야 맹견을 기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해당 맹견의 기질도 검사하고 견주에게 법적 처벌 등이 포함된 교육을 받게 한다. 스위스도 면허제를 도입하고 맹견 등에게 반드시 정기적인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맹견 사고가 이어지면서 최근 농림축산식품부가 견주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대책을 검토하기로 했다. 맹견 범위를 확대하고 수입과 생산 판매 단계마다 내용을 신고하게 하는 등의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긍정적이다. 이웅종 이삭훈련소장은 “맹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풀어놓고 기르는 행태는 매우 위험하다”며 “특히 영국처럼 사고 발생 등에 대한 견주 처벌 강화를 포함시킨다면 우리도 반려동물 관련 사고가 크게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구특교 kootg@donga.com·김배중 기자 ※ 대표적 맹견들(왼쪽)코카시안 오브차카(Caucasian Ovtcharka)●원산지: 러시아●키: 63∼71cm●체중: 46∼66kg●크기: 초대형●특징: 600년간 양떼를 침략자들에게서 보호해온 어마어마한 덩치의 경비견. 평소에는 믿음직스러운 목축견이지만 위험한 상황에 당면하면 사전 경고없이 난폭하게 돌변.(오른쪽)로트바일러(Rottweiler)●원산지: 독일●키: 58∼69cm●체중: 40∼50kg●크기: 대형●특징: 현재 국내에서 번식되고 매매되는 모든 견종 중에 매매 가격이 가장 비싼 개. 평소에는 조용하지만 멧돼지 사냥개로 쓰일 만큼 사나운 맹견.(왼쪽)아메리칸 핏불테리어(American Pit Bull Terrier)●원산지: 미국●키: 46∼56cm●체중: 23∼36kg●크기: 중형●특징: 운동선수 같은 근육질 몸매,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력과 강한 힘, 목표물에 대한 높은 집중력 때문에 오랫동안 투견으로 사육. 하지만 주인에 대해서는 애교가 넘치고 보호 본능이 강한 편.(오른쪽)도고 아르헨티노(Dogo Argentino)●원산지: 아르헨티나●키: 62∼68cm●체중: 40∼45kg●크기: 대형●특징: 순한 생김새와 달리 멧돼지나 퓨마 등 야생동물을 잡을 만큼 힘이 센 개. 얼마 전 대문 밖을 빠져나와 서울 한복판에서 시민들을 습격해 논란을 일으킨 개.(왼쪽)도사(Tosa)●원산지: 일본●키: 60cm●체중: 30∼100kg●크기: 대형●특징: 투견으로 사육되고 개량돼 키워진 견종. 괴력 수준의 엄청난 체력을 바탕으로 말리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근성이 특징.(오른쪽)캉갈(Kangal)●원산지: 터키●키: 80∼100cm●체중: 60∼100kg●크기: 초대형●특징: 터키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터키 국견(國犬). 송아지보다 큰 거대한 덩치로 늑대까지 때려잡는 개로 알려짐. 이빨이 무척 튼튼해 뼈까지 씹어 먹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