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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인 8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벌였다. 작년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 열병식보다 참가 무기가 줄었고, 전체 일정과 규모도 축소됐지만 화성 계열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사일 전력들이 어김없이 동원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핵무력 완성 선포’에 대한 내부 과시와 ‘올림픽 참가와 비핵화는 별개’라는 대외적 메시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 화성-15형 신형 ICBM 등 탄도미사일 등장 북한 조선중앙TV로 녹화 중계된 이날 열병식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 전력의 참가 규모였다. 북한은 지난해 태양절 열병식 때 10여 기의 ICBM급 미사일을 동원했다. 그 가운데 3종류는 처음으로 공개된 신형 기종이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북극성)과 이를 개량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북극성-2형)을 포함해 수십 기 이상의 전략무기가 총출동했다. 미사일을 실은 초대형 특장차량과 이동식발사차량(TEL)도 40여 대 이상 참가해 미 본토와 괌, 주일미군 기지에 대한 기습 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올해 열병식의 하이라이트도 미사일 전력이었다. 지난해 11월 말 처음 발사한 화성-15형 ICBM을 비롯해 화성-14형 ICBM급, 화성-12형 IRBM 등이 등장했다. 화성-15형의 최대 사거리는 1만3000∼1만5000km 이상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 미 워싱턴 뉴욕을 타격할 수 있다. 화성-15형 3, 4기는 9축짜리 TEL(한쪽 바퀴가 9개, 양쪽 18개)에 실려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1월 발사 때 사용한 것과 같은 TEL로 보인다. 화성-12형과 화성-14형도 TEL에 실려 4, 5기씩 줄지어 선보였다. 화성-12형은 괌 앤더슨 기지, 화성-14형은 미 서부지역을 각각 사정권에 두고 있다. KN 계열의 단거리미사일과 240·300mm 방사포(다연장로켓), 전차와 장갑차, 지대공미사일 부대도 동원됐다. 수호이(SU-25) 전투기의 축하비행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1만3000여 명의 병력과 수만 명의 민간인, 차량 200여 대 등이 참가한 것으로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 평창 올림픽 의식해 ‘수위 조절’ 했나 이날 공개된 ICBM과 ICBM급 규모는 지난해 태양절 열병식 수준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사 곳곳에서 ‘수위 조절’을 한 정황이 감지된다. 우선 기습타격의 대명사인 SLBM이 등장하지 않았고, 신형 SLBM(북극성-3형) 등 신형 미사일도 포착되지 않았다. 전체 미사일 참가 규모도 작년 태양절 열병식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김정은 지시로 날짜가 변경된 건군절의 첫 열병식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예상보다 행사가 조촐히 치러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그간 발사한 중장거리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공개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평창 올림픽의 남북 해빙 무드를 고려해 신형 미사일의 전격 공개와 같은 ‘깜짝 쇼’를 자제했다는 것. 한마디로 성의를 보였다는 얘기다. 전체 일정도 지난해보다 단축됐다. 이날 열병식은 오전 11시 반부터 약 1시간 30∼40여 분(한국 시간)가량 진행됐다. 작년 열병식(오전 10시 5분∼낮 12시 56분)보다 1시간가량 단축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식전행사 등 전체적인 내용 구성이 (작년보다) 축소됐다. ‘내부행사’라는 이미지를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정은 육성연설, 리설주도 사열 김정은은 열병식 기념연설에서 “침략자들이 신성한 우리 조국의 존엄과 자주권을 0.001mm도 침해하거나 희롱하려 들지 못하게 하여야 하겠다”며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평화를 수호하는 강력한 보검으로서의 인민군대의 사명은 절대로 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검은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의 김정은은 부인 리설주와 함께 리무진 차량에서 내려 명예위병대를 사열한 뒤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지금까지 ‘동지’로 호칭됐던 리설주는 이날 조선중앙TV에서 ‘여사’로 불렸다. 그의 좌우에는 최근 해임된 황병서 후임으로 군 총정치국장에 기용된 김정각과 리명수 인민군 총참모장이 자리했다. 평창 올림픽 북한 고위급 대표단 단원으로 9일 한국을 방문하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도 주석단에 모습을 보였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8일 오전 정부 소식통을 통해 “북한이 건군절 70주년 열병식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정작 북한 조선중앙TV에선 열병식 생중계는 물론이고 예고조차 나오지 않는 등 잠잠한 모습이었다. 지난해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 열병식 당시 대대적인 생중계에 나선 것과는 딴판이었다. 이날 열병식은 종료 4시간 반 만인 오후 5시 반부터 녹화중계 형식으로 뒤늦게 송출됐다. 대외 선전 역시 ‘로키(low key)’였다. 지난해 열병식 때 40여 개사 외신 기자들을 초청했던 것과는 달리 외신 기자도 초대하지 않았다. 유튜브 생중계도 없었다. 당초 북한은 한국 일각과 미국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하루 전날 진행되는 열병식을 비판하자 “국군의 날 행사를 하지 말라고 하면 그만두겠는가”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올해는 건군절 70주년으로, 북한이 중시하는 ‘꺾어지는 해’(0이나 5로 끝나는 해)인 만큼 생중계로 핵무력 완성을 과시하는 등 대대적인 대외 선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예상을 깨고 북한이 열병식을 비교적 조용히 넘기자 “북한이 평창 올림픽은 물론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모두 고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열병식이 과도하게 부각될 경우 북한이 주도 중인 ‘평창 공세’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 또 8일 한국에 도착해 대북 압박을 강조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 비판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김여정이 고위급 대표단으로 한국 땅을 밟기 전날이었다. 김정은이 여동생을 대놓고 ‘평창 불청객’으로 만들기가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평창 참가를 계기로 여러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얻어낸 상황에서 더 큰 양보들을 얻어내기 위해 로키 카드를 유지하겠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창 이후 전반적인 제재 완화 분위기 확산을 위해 도발 자제로 또 다른 선전전에 나섰다는 것.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북한은 현재의 대북제재 완화 흐름이 나중에 끊어질 가능성을 우려해 한걸음 물러서는 전략을 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신형 무기를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가장 최신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을 열병식에서 처음 선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열병식의 의미를 마냥 축소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중계를 하지 않은 것도 이례적인 한겨울에 열병식을 진행하면서 한파 탓에 준비가 부족했고, 병력들이 실수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군 헬기가 시민을 향해 기총사격을 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고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가 7일 밝혔다. 5·18특조위는 당시 공군 전투기의 무장출격 대기 사실도 확인했지만 광주 진압작전 계획으로 검토됐는지에 대한 결론은 유보했다. 5·18특조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결과 보고서(220여 쪽)를 공개했다. ○ 황영시 등 계엄사 지휘부 헬기사격 명령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주에 투입된 40여 대의 군 헬기 중 일부 공격헬기(500MD)와 기동헬기(UH-1H)가 5월 21일과 27일 여러 차례 비무장 시민들에게 기총으로 위협·직접사격을 했다. 5·18특조위는 당시 계엄사령부가 예하부대(전투병과교육사령부)에 하달한 ‘헬기작전계획 실시 지침’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 지침에는 ‘무장 폭도들에 대하여 핵심점을 사격 소탕하라’ ‘시위사격은 20미리 발칸, 실사격은 7.62미리가 적합’ ‘헬기사격 실시 전 3∼5차례 경고방송을 실시하라’ 등 구체적인 사격계획이 포함돼 있다. 조선대 뒤편 절개지에 코브라(AH-1J) 공격헬기의 벌컨포 위협사격을 목격한 관련자 증언도 헬기 사격을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5·18특조위는 설명했다. 사격 명령권자도 확인됐다. 당시 황영시 계엄사 부사령관이 ‘전차와 무장헬기를 동원해 신속하고 강경하게 충정(진압)작전을 실시하라’고 김기석 전교사 부사령관에게 구두로 명령했다는 것이다. 5·18특조위는 “황 부사령관은 5월 20∼26일 네 차례에 걸쳐 같은 명령을 했고, 코브라로 APC(장갑차량)를, 500MD로 차량을 공격하라는 취지의 명령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사 과정에서 당시 헬기 조종사 5명은 무장 상태로 광주 상공을 비행했지만 기총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고 5·18특조위는 전했다. ○ 전투기의 폭격 진압 계획은 확인 안 돼 5·18특조위는 당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과 제3훈련비행단 소속 전투기와 공격기의 무장 출격대기 사실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10전비의 F-5전투기와 3전비의 A-37공격기들이 공대지 폭탄(MK-82)을 장착하고 모처로 출격대기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치가 광주를 폭격하기 위한 것이란 명확한 근거자료를 발견하지 못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윤장현 광주시장은 “신군부가 38년간 부인하던 헬기 사격과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에 대한 진상을 공식적으로 밝혀낸 국방부 특조위에 감사한다. 당시 발포 명령자와 행방불명자 암매장 등 미완의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 5·18특별법을 제정해 조사 결과를 국가보고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1988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진상조사 국회 청문회에 대응하고자 군이 비밀리에 만든 ‘511연구위원회’에서 활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7일 국방부 등에 따르면 서 차관은 1988년 5월 11일 발족한 ‘511연구위원회’에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다. 이 위원회는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5·18 관련 자료 중 군에 불리한 내용을 은폐·왜곡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한국국방연구원에 입사한 지 2년가량 된 서 차관은 이 위원회에서 발표문 작성 등에 참여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서 차관이 자의와 관계없이 위원회에 참가했던 것으로 위원회 활동을 주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위원회에 참가한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 광주=이형주 기자}
해군이 운용하는 수송함 중 가장 규모가 큰 독도함급(1만4000t급)의 2번 함 이름이 ‘마라도함’으로 결정됐다. 해군은 지난달 말 해군본부 함명제정위원회를 열어 ‘마라도함’으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마라도는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도서인 만큼 한반도 남방 해역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해군의 설명이다. 마라도에 한반도 남방 해역을 항해하는 선박이 대한민국에 온 사실을 가장 먼저 인지할 수 있게 하는 ‘마라도 등대’가 설치돼 있는 점도 고려됐다. 마라도함은 길이 199m, 폭 31m로 상륙병력, 헬기, 전차 등이 탑재된다. 한반도 유사시 탑재된 전력을 이용한 상륙작전에 투입되며 해상 재난 발생 시에는 구조작전 핵심 전력으로 활용된다. 한진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마라도함은 4, 5월경 진수된 뒤 2020년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병역 의무 대상자 중 비만이나 저체중 증상이 심각한 사람은 과거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근무 대상자) 판정을 받던 것과 달리 병역이 면제되는 5급 제2국민역 판정을 받게 된다. 1일부터 개정돼 시행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에 따르면 키가 146cm 이상인 병역 의무 대상자의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14 미만이거나 50 이상이면 면제 판정이 내려진다. 키가 175cm라면 체중이 153.2kg 이상이거나 42.8kg 미만이면 면제 대상이다. 개정 전 검사규칙에 따르면 키 146cm 이상∼204cm 미만인 경우 초고도비만이거나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의 저체중이어도 체중에 따른 면제 기준이 따로 없어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해야 했던 것. 군 관계자는 “심각한 비만이나 저체중일 경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기에 무리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체중에 따른 병역 판정 기준을 세분한 것”이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중국 군용기가 지난해 12월 이후 또다시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다. 29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중국 군용기 1대는 이날 오전 9시 30분경 이어도 서남쪽에서 KADIZ로 진입했다. KADIZ 내에 25여분 머물던 군용기는 오전 9시 55분경 이어도 동남쪽을 통해 KADIZ를 벗어난 뒤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 내를 3시간 가량 비행했다. 이후 다시 KADIZ로 돌아온 군용기는 40여분가량 KADIZ에서 머물다 오후 2시 5분경 이어도 서방을 통해 중국으로 이탈했다. 군 당국은 이 군용기가 중국군의 Y-8 계열 수송기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정확한 기종을 분석 중이다. 중국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하자 우리 군은 F-15K, F-16 등 공군 주력 전투기를 긴급 투입해 이 군용기가 KADIZ를 빠져나갈 때까지 감시비행을 하는 등 대응 조치를 실시했다. 중국 군용기가 KADIZ에 진입한 건 지난해 12월 18일 중국 폭격기와 전투기 등 군용기 5대가 잇달아 진입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중국 군용기는 비슷한 경로를 이용해 KADIZ와 JADIZ에 진입했다. 당시 중국 국방부는 “일본해(동해)는 일본의 바다가 아니고, 대마도해협은 영해가 아니다”라며 항행의 자유와 대마도해협을 통한 태평양 진출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정부 소식통은 “중국은 이번에도 비슷한 목적으로 KADIZ와 JADIZ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남북 간의 올림픽 대화가 북한 비핵화라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목표를 흩뜨려선 안 된다”고 밝혔다. 26일(현지 시간) 하와이 미군 태평양사령부에서 열린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의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다. 매티스 장관은 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남북 간의 올림픽 대화만으론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않는다”며 “외교로 김정은의 무모한 수사와 위험한 도발의 근거를 따져야 하며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기 위한 국제사회와 우리 정부의 고강도 대북제재가 평창 올림픽 대화 때문에 느슨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회담 후 양국 국방장관은 “한미동맹에 균열을 만들려는 그 어떤 노력도 실패할 것”이라는 성명과 보도자료를 냈다. 한미 군 당국 모두 북한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미동맹을 흔들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위장 평화공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또 “한미 두 국방장관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군사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군사적 대비태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한미 연합훈련을 장기간 연기 또는 축소 없이 올해도 계속하겠다는 메시지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아빠도 ‘88 서울 올림픽’ 때 특공연대 소대장으로 경계지원을 나갔던 기억이 생생한데…. 역시 우리 아들, 아빠랑 부전자전이구나!” 육군 11사단 박준현 상병(22)의 아버지인 예비역 육군 소령 박영상 씨(53)가 최근 아들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 일부다. 박 상병은 지난해 11월부터 올림픽 경기장과 관련 시설 출입을 통제하고, 비상 상황에 초기 대응하는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 지원 임무를 맡았다. 박 상병 아버지 역시 30년 전인 ‘88 서울 올림픽’ 당시 7∼12월 올림픽 경기장 인근 경계임무를 수행했다. 30년의 시간을 두고 부자가 ‘올림픽 지킴이’ 역할을 대를 이어 수행하는 셈이다. 11사단 김영훈 일병(22)도 대를 이어 올림픽 지원 임무를 맡고 있다. 박 상병과 함께 경기장 통제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김 일병의 아버지인 김태남 씨(51)는 1987년 입대해 ‘88 서울 올림픽’ 시설지원단에서 경기장 전기공사와 건설자재 관리 업무를 맡아 했었다. 김 씨는 최근 아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88 올림픽 전기시설 작업을 직접 하고 이를 지킬 수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평창 올림픽 파견 기간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육군은 28일 박 상병과 김 일병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부대 동료들과 함께 읽으며 올림픽 지원 임무 수행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고 전했다. 두 장병은 “아버지에 이어 올림픽이라는 국제적인 행사에서 중요한 임무를 맡게 돼 영광”이라며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맡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외교부가 주변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과의 전략적 소통 강화를 올해 주요 목표로 내세웠다. 최근 남북 간 접촉을 북-미 대화 등으로 확대해 대화를 중심으로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사를 전혀 드러내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대화에만 방점을 찍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부는 19일 오전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업무보고에서 미국과는 정상 간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고위급 협의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과는 △중국 내 우리 독립사적지 보호를 위한 협력 강화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의미 공동 조망 등에 나선다. 일본과는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 등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중국과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본과는 위안부 문제가 ‘일시 봉합’된 상황임을 감안해 이 문제들은 ‘투 트랙’으로 분리해 해결에 나서겠다고 했다. 외교부는 최근 북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해법으론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또 한미중 3자 협의도 추진한다.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중심에 미국과 중국이 있다고 보고 우리가 미중과 북한 사이에서 적극 중개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평창 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이끄는 방안’, ‘주변국과의 대화 프로세스 마련’ 등에 주로 초점이 맞춰졌다고 한다. 반면 북한의 추가 도발 시 대응 시나리오, 우리의 독자 제재 방안 등에 대해선 거의 언급이 없었다. 최근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서 미국 일본 등 20개국은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재확인했다. 국제사회에선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 당국은 추가 대북 압박 시나리오조차 신년 계획안에 포함하지 않은 셈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주변국과의 공조가 핵심인 외교부까지 청와대의 ‘평창 대화 모드’에만 너무 주파수를 맞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현재 61만여 명인 군 병력을 2022년까지 50만 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난해 말 기준 48만여 명인 육군이 주요 감축 대상이다. 또 군 복무 기간을 현재 육군 기준 21개월에서 18개월로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도 보고했다. 해군, 공군 복무 기간도 단축한다. 군은 3월 말 ‘국방개혁 2.0’ 계획에서 세부 내용을 확정해 발표한다.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전작권 전환 검증을 위한 3단계 절차 중 검증이전평가(Pre-IOC)를 건너뛰는 방안을 미 측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내년으로 계획한 예비 단계를 건너뛰고 1단계인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절차로 바로 들어가겠다는 것이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남북 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됐지만 미국은 대북 군사 압박의 끈을 더 조이고 있다. 연초부터 한반도 주변에 전략무기를 잇달아 전진 배치하면서 북한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 유화공세가 언제라도 핵·미사일 도발로 표변할 수 있다고 보고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의도를 위장평화전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화해 뒤 도발을 감행한 전례를 답습한다면 초고강도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를 북한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략폭격기, 핵항모, 핵잠…한반도 인근 총전개 구체적인 작업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괌 앤더슨 기지에 B-2 스텔스폭격기(3대)와 B-52 전략폭격기(6대)를 총 9대나 배치했다. 두 기종 모두 미 본토에서 논스톱으로 날아왔다. 미 태평양사령부는 역내 억지력 유지와 동맹국의 지속적 방어 공약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대북 군사 압박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괌은 아시아·태평양의 허브기지이자 한반도 유사시 미 전폭기의 출격기지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때마다 괌의 B-1B 전략폭격기가 수시로 한반도로 전개됐다. 지난해 9월에는 사상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함북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까지 날아가 무력시위를 벌였다. 군 당국자는 “핵공격이 가능한 전폭기의 괌 증강 배치는 핵우산 등 대한(對韓) 확장 억제가 한 치의 빈틈이 없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북한에는 핵·미사일 도발을 단념하라는 메시지라는 것이다. 핵추진항공모함도 한반도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달 초 미 해군은 샌디에이고 기지의 칼빈슨 항모를 서태평양 지역으로 출항시켰다. 칼빈슨 항모는 조만간 이지스 순양함들과 합류해 미 7함대의 작전구역으로 진입할 예정이다. 이후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의 로널드 레이건 항모전단과 함께 한반도 인근 해역에 포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중소 국가의 해공군력과 맞먹는 항모전단이 2개나 한반도 주변에 배치되면 북한은 상당한 압박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일 내 미 해군의 핵추진잠수함(버지니아급) 1척이 물자 보급을 위해 경남 진해항에 입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잠수함은 사거리 2500km급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해 적국 핵심 표적의 동시다발적 정밀타격을 할 수 있다.○ “미, 북한과의 충돌 대비해 중대한 훈련 중” 이런 가운데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해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미 본토 곳곳에서 공격 헬기, 대형 수송기 등 대규모 무기장비와 병력을 동원해 진행 중인 공습·수송훈련이 대북 전쟁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 하원 군사위원회 맥 손베리 위원장(공화·텍사스)이 16일(현지 시간) “미군은 북한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매우 중대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베리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군사 옵션을 매우 심각히 검토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대하다. 이런 준비가 사용되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전성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안보전략비서관(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직전 고출력마이크로웨이브(HPM)탄을 쏴 무력화하는 방안이 미국의 유력한 대북 군사 옵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아산정책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에서 유사시 미국은 한국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북한의 특정 목표를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 국방부가 최근 개발을 완료한 HPM탄을 B-52 전폭기에 탑재되는 순항미사일(사거리 1000∼2500km)에 실어 북한에 쏘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일명 ‘e폭탄’으로 불리는 HPM탄은 20억 W의 전력을 분출해 수백 m 반경의 모든 전자기기를 고철로 만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인명 살상 등 북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미국의 (핵 불용) 의지를 강력히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주성하 기자}

육군 핵심 기갑전력인 전차 조종수로 활약 중인 여군이 있다는 사실이 16일 뒤늦게 알려졌다.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한신대대 소속 K―1A2 전차 조종수 임현진 하사(24)가 주인공. 임 하사는 창군 이래 최초이자 전군에서 한 명뿐인 여군 전차 조종수다. 임 하사는 매서운 날씨에도 15일부터 4박 5일간 K―1A2 전차의 조종 능력을 숙달하는 혹한기 훈련에 참가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육군에 따르면 임 하사는 군이 2014년 기갑병과를 포함한 모든 병과에 성별 제한을 철폐하자 2015년 9월 여군으로는 처음으로 기갑병과로 임관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수도기계화보병사단 한신대대로 전입해 ‘기갑전력의 꽃’으로 불리는 전차의 포탄을 발사하는 포수 임무를 수행했다. 2016년 9월에는 포수에서 조종수로 보직을 바꾸면서 기갑병과로 임관한 여군 중 최초로 전차 조종수가 됐다. 현재까지도 여군 전차 조종수는 전군에서 임 하사가 유일하다. 지금까지 임 하사의 전차 조종 기록은 2000km에 달한다. 임 하사는 전장에서 적 전차를 단숨에 파괴하고 최단 시간 내에 적 전선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하는 전차의 전투력에 반해 기갑병과를 택했다고 밝혔다. 전차는 ‘지상군의 제왕’으로 불린다. 육군은 임 하사가 강도 높은 교육훈련을 통해 숙달한 조종 능력에 여성의 섬세한 감각을 더해 중장비인 K―1A2 전차 조종수 임무를 모범적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하사는 “빠른 기동력이 생명인 기계화부대의 정예 전차 조종수로 거듭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겠다”며 “분대원들에게 존경받고 여군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는 멋진 여군 전차 조종수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평창 겨울 올림픽을 앞두고 6·25전쟁 당시 파병 와 고국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임진강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했던 캐나다인 참전용사 3명이 방한한다. 국가보훈처는 주한 캐나다대사관과 함께 캐나다인 참전용사 데니스 무어(87), 클로드 샬랑(89), 존 비숍 씨(89)를 한국으로 초청한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17일 가족과 함께 한국에 도착한다. 이들은 5박 6일을 한국에서 보내면서 19일에는 경기 파주시 임진강에서 열리는 ‘임진 클래식’ 재현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임진 클래식’은 6·25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캐나다군이 자국 군인들의 사기를 진작할 목적으로 1952년 얼어붙은 임진강 위에서 아이스하키 경기를 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주한 캐나다인들이 2000년부터 열고 있는 행사다. 당시 임진강 아이스하키 경기는 캐나다군 프린세스 퍼트리샤 경보병부대와 왕실 22연대간의 대항전으로 진행됐다. 이번에 방한하는 무어 씨와 샬랑 씨는 당시 각각 경보병부대, 22연대 소속 선수로 경기에 참가했었다. 올해 ‘임진 클래식’은 고려대와 연세대 아이스하키 선수 16명과 6·25전쟁 당시 참전한 캐나다군 부대 현역 장병 및 한국 거주 캐나다인 16명 간의 대항전으로 70분간 진행된다. 참전용사들은 이날 아이스하키 재현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퍽 드롭(Puck Drop·시구)’을 할 예정이다. 특히 샬랑 씨는 아이스하키 경기 후 19일 저녁 임진각 일대에서 열리는 평창 올림픽 성화 봉송 행사에 봉송 주자로 참여한다. 샬랑 씨는 “65년 전 전우들과 함께했던 아이스하키 경기를 다시 할 수 있다니 놀랍다”며 “항상 우리를 잊지 않는 한국 정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창군 이래 최초로 부부 비행대장이 탄생한 게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제19전투비행단 155대대 김동우 소령(38)과 제5공중기동비행단 258대대 이인선 소령(38·여). 이 동갑내기 부부가 임무 수행 중인 비행대장은 주로 항공작전을 지휘하고 후배 조종사의 교육훈련을 담당한다. 비행대대에서 대대장(중령) 다음 직책이다. 남편 김 소령은 고교 3학년 시절 공군사관학교 입시 면접장에서 같은 수험생인 이 소령을 만나 첫눈에 반했다. 공사 51기로 함께 합격한 뒤 2학년 때부터 교제를 이어간 두 사람은 중위 시절인 2005년 결혼했다. 공군 주력 전투기 KF-16 조종사인 김 소령은 비행시간이 1540시간에 달하는 베테랑 조종사다. 한미 공군의 대규모 연합훈련인 ‘맥스 선더’ 훈련에 여러 차례 참가하며 훈련 경험을 쌓은 그는 지난해 12월 비행대장이 됐다. CN-235 수송기 조종사인 이 소령은 비행시간이 2250시간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비행대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공지합동작전학교 공수작전 교관, 공사 군사작전 교관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은 남북 고위급 회담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화는 생산적이었다”면서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브룩스 사령관은 10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초청 강연에서 이같이 밝혔다. 브룩스 사령관은 먼저 “한국이 수개월 전부터 회담을 제안했고, 주의를 끌만한 변화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평창 겨울올림픽과 올림픽에 남북이 함께 참가하는 방안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대화했다”며 “구체적인 회담 내용은 모르지만 생산적인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북한이 회담에 나선 동기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는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우리는 북한이 분열시키려는 목적을 가지고(with disrupted sense) 연극하듯이 회담에 임하는 경우를 봐왔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번 고위급 회담에 임한 진짜 목적은 따로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 일각에선 북한이 북핵 완성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남북 회담 참여 등 위장 평화 공세를 펼치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그는 이어 “이번 회담은 정직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회담에서 너무 많은 의미를 찾으려 해선 안될 것”이라며 신중론을 이어갔다.판문점=공동취재단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공직자가 기업에 가족 채용이나 협찬을 요구하는 등 부정청탁을 할 수 없도록 공무원행동강령이 강화된다. 부하 직원에게 사적인 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등 ‘갑질 방지 장치’도 포함됐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항이 추가된 공무원행동강령 개정안이 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4월부터 발효된다. 개정안은 우선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영향력을 행사해 민간인에게 알선이나 청탁하는 것을 금지했다. 지금까지는 민간인이 공무원에게 알선과 청탁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만 있었을 뿐 공무원이 민간인에게 청탁하는 것을 막는 근거가 마련되지 않았다. 권익위는 또 공무원의 민간 청탁 유형을 출연·협찬 요구, 채용·승진 등 인사 개입, 계약자 선정 개입 등 8가지로 제시해 권한을 남용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했다. 권익위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공직자에 대한 부정청탁은 줄고 있지만 정작 암암리에 발생하는 공직자의 민간에 대한 부정청탁은 관리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공무원의 사익 추구를 제도적으로 막고자 강령을 개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직자가 부하 직원이나 자신의 직무와 관련한 기관에 사적인 일을 시키지 못하도록 하는 ‘사적 노무 요구 금지’ 조항도 신설됐다. 지난해 박찬주 예비역 대장의 공관병 대상 갑질 의혹 등 상명하복 문화를 빙자한 ‘갑질 사건’이 잇따른 데 따른 조치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2년 1개월 만에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렸지만 우려했던 파행이나 회의 연기는 없었다. 회담 개최 10시간여 만에 남북이 공동보도문을 내며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을 남북관계 복원의 계기로 삼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남북은 향후 올림픽 실무회담, 군사회담 등을 추가로 여는 데 합의해 새해 벽두 물꼬를 튼 양측의 교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게 됐다. ○ ‘평창’ ‘평화’ ‘대화’ 강조한 공동보도문 남북은 9일 고위급 회담에서 크게 세 가지에 합의를 이룬 뒤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진행을 위해 적극 협력 △군사적 긴장 완화 등 평화 환경 마련을 위해 공동노력 △남북선언을 존중하고,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해결 등이다. 마지막 남북 회담이었던 2015년 12월 차관급 회담에선 남측이 북핵 문제를, 북측은 금강산 재개 등을 주장하다가 공동보도문조차 내지 못했다. 이날 남북은 회담 전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평창 이슈를 시작으로 접점을 넓혀갔다. 우선 우리 측은 북한에 평창 겨울올림픽 및 패럴림픽에 선수단을 비롯해 ‘가능한 한 많은’ 대표단을 파견하기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 또 개막식 등에 선수단 공동입장, 주요 경기에서 공동응원, 그리고 축제 분위기 확산을 위한 예술단 파견 등을 요청했다. 북측 또한 고위급 대표단을 포함해 ‘역대급 방문단’ 파견을 약속했다. 남북은 평창 외에 군사적 긴장 완화에 대해서도 예상보다 의견 접근을 이뤘다. 우리 대표단은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비핵화 등 평화 정착을 위한 제반 문제를 논의하자”며 군사 실무회담을 제의했다. 북측 또한 “남북의 군사적 긴장 상태를 완화하고 한반도의 평화적 환경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군사회담 제의에 동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7월 17일 우리 정부가 제의한 군사회담은 6개월 만에 열리게 됐다. 북측은 우리 측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제안에는 별다른 답을 주지 않았다. 우리 대표단은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을 감안해 2월 설 명절을 계기로 상봉 행사를 열자”고 제안했다. 북측은 “(남한) 여야, 각계각층 단체 및 개별 인사들을 포함하여 그 누구에게도 대화와 접촉, 왕래의 길을 열어놓을 것”이라면서도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 군사회담이 ‘본게임’ 될 듯 이날 남북이 개최에 합의한 군사회담은 조만간 개최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회의에서는 현재 고조된 한반도의 위기 해법책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협력하면서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책을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북측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최종 공동보도문 발표를 앞두고 우리 측의 비핵화 발언에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위원장은 회담 후 북으로 돌아가기 전 ‘비핵화와 관련해서 (남측 언론이) 오도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오늘 의제에 없었나’라고 묻자 단호하게 “네”라고 답했다. 비핵화에 대한 입장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또 어떻게 오도를 하려고?”라고 거칠게 답변했다. 우리 측의 비핵화 대화 재개 요청을 “언론의 오도”라고 말한 것이다. 이에 향후 재개되는 군사회담에서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및 취소나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최소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우리와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에는 귀를 닫은 채 민족의 관계 개선을 주장하며 한미 간 균열을 일으키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평창 참가는 북한이 더 적극적으로 나왔고, 군사 부분은 남북이 가능한 범위에서 얘기할 수 있는 중심으로 접근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진짜 더 어려운 것들은 일단 뒤로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관된 비핵화 노력에 대해 ‘김 빼기’에 성공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북한이 올림픽, 군사적 긴장 완화, 각계각층 왕래 등 다양한 평화 공세를 일제히 퍼부으며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인 북핵 문제에는 집중하지 못하도록 일종의 교란 전략을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대남 평화 공세를 펼친 역사를 보면 한 번도 진정한 평화 공세를 한 적이 없다. 북한이 제시한 작은 평화 조건들에 우리가 쉽게 말려들어가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9일 남북 고위급회담 타결 소식에 일단 안도감을 나타내며 반색했다. 이번 회담에서 1차 목표로 삼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확정한 만큼 기대했던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만나서 합의를 도출한 것을 보면 양쪽이 평창 올림픽 참여와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열망이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앞으로 더 많은 만남과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추가적인 회담을 여는 데 합의한 것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문제 외에 그간 경색됐던 남북관계를 해소하는 데 단초를 마련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판문점=공동취재단황인찬 hic@donga.com·손효주 기자}

북한이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복원 사실을 알린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설치된 유선전화, 팩스, 예비선 등 3개 회선이다. 남측은 이날 오후 2시 연결 상태를 확인했고, 10일 오전 8시부터 정상 운영키로 했다. 서해지구 군 통신선 복원은 2016년 2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군 통신선 외에 통일부가 주로 활용하는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 직통전화도 1년 11개월 만인 3일 복원해 남북 고위급 회담 채널로 활용했다. 군 통신선은 3개 경로, 9개 회선이 있었다. 서해지구 외에도 금강산 관광에 이용된 강원 고성군 CIQ 동해지구 군 통신선 3개 회선, 서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설치한 3개 회선 등이다. 이 중 동해지구 군 통신선은 2010년 산불로 소실됐고, 우발적 충돌 방지 회선은 2008년 북측이 차단했다. 마지막 남은 서해지구 군 통신선은 2016년 2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자 북측이 차단했다. 차단 3개월여 만인 2016년 5월 북한이 돌연 이 통신선으로 전통문을 보내 “북남 군사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자”고 요구한 적이 있다. 이에 군 당국이 북핵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회담을 제안한 데 유감을 표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군 통신선이 재가동됐지만 복원은 아니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해 7월 군 당국은 북한에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열자고 제안하며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북측 입장을 회신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군 통신선을 복원해야 비무장지대(DMZ)에서의 사소한 오해가 확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복원을 기대했다. 정부가 요청한 지 6개월여 만에 북한이 통신선 전원을 켜 화답한 셈이다. 이날 회담에선 북측 대표단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복원 시점을 놓고 우리 측에 항의하기도 했다. 자신들은 3일 판문점 연락 채널을 복원하면서 서해지구 통신선을 복원했는데 남측이 9일부터 복원된 것으로 잘못 발표했다는 것. 하지만 정부 소식통은 “3일 이후에도 계속 통신선을 이용해 북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응답이 없었다”며 “기술적 문제로 일시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다가 북측이 복원 사실을 남측에 설명한 9일 오후 다시 연락해 보니 연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에 오해가 있었다는 설명이다.판문점=공동취재단·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의 또 다른 관심사는 북측 대표단이 회담장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우리 측 평화의집으로 오는 과정이었다. 평화의집으로 향한 경로가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13일 북한군 오청성 씨가 총격을 받으며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질주한 경로와 엇비슷해서다. 오전 9시 29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을 선두로 한 북측 대표단이 JSA 북측 판문각에서 걸어 나왔다. 판문각은 지프 차량을 몰고 MDL에 접근한 오 씨를 발견한 북한군 추격조가 그를 붙잡기 위해 총기로 무장하고 뛰쳐나왔던 곳이다. 9시 30분, 이들은 JSA 중립국 감독위회의실과 군사정전회담장 사이 정중앙에 설치된 높이 20cm 안팎의 콘크리트 턱을 넘었다. MDL을 넘는 순간이었다. JSA 내 MDL을 중심으로는 가건물 7개동이 남북에 절반씩 걸쳐 있다. 북측 대표단은 JSA 북측을 바라볼 때 왼쪽에서 네 번째·다섯 번째 건물 사이 MDL을 넘었다. 오 씨는 이곳에서 수십 m 떨어진 왼쪽 끝 건물 왼쪽의 MDL을 넘어 질주했었다. 이들은 곧장 JSA 우리 측 자유의집을 통과했다. 오 씨는 MDL을 넘어 남쪽으로 내달리다 자유의집 왼쪽 벽에 쓰러졌었다. 자유의집 뒤편은 그를 구조하기 위해 우리 군 병력이 집결해 목숨을 건 포복작전을 준비했던 장소다. 북측 대표단은 정면만 바라보며 자유의집 정문을 거쳐 후문을 통해 뒤편으로 나간 뒤 회담장인 평화의집으로 들어섰다.판문점=공동취재단·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한미 군 당국이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을 평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 대회 폐막(3월 18일) 2주 뒤인 4월 1일 시작하기로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훈련 기간은 예년처럼 두 달이며, 참가 전력 등 규모도 과거와 비슷한 수준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보낼 것을 시사하며 훈련 중단을 요구했지만, 북한의 핵 폐기나 도발 중단 없이는 훈련 중단은 물론이고 축소나 장기간 연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 한 달만 미룰 뿐, 훈련 기간과 규모는 그대로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은 최근 양국 실무선에서 독수리훈련 기간을 4월 1일∼5월 30일로 조율했다. 이 기간에 키리졸브 연습 예비단계인 CMX(Crisis Management Exercise·위기관리연습)는 4월 18일부터 실시하고, 키리졸브 연습은 4월 23일부터 약 2주간 실시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독수리훈련은 3월 1일∼4월 30일, 키리졸브는 3월 13일∼3월 24일 12일간 실시됐다. 독수리훈련은 핵항공모함과 전투기 등 한미 양국군 실제 장비와 병력이 동원되는 야외 기동훈련이다. 키리졸브 훈련은 북한의 남침으로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일어날 경우를 가정해 반격, 미군 증원 등의 내용이 담긴 전시 작전계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숙달하는 지휘소훈련이다. 당초 군 안팎에선 두 훈련이 패럴림픽 폐막 뒤 최소 한 달이 지난 4월 중순이나 말부터 실시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한미 정상이 4일 올림픽 후로 훈련 연기를 합의하자 훈련을 계속 연기하다가 8월 실시하는 또 다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합쳐 실시하는 식으로 대폭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선수 안전 위한 조치… 협상 카드 아냐” 그러나 예상과 달리 훈련 시기만 늦췄을 뿐 훈련 기간이나 규모 축소 없이 실시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정부 소식통은 “독수리, 키리졸브 및 UFG를 합쳐서 실시하거나 기간, 규모를 축소하는 건 애초에 고려된 카드가 아니었다”고 했다. 앞서 미 백악관도 4일 훈련 연기를 합의한 한미 정상 통화 후 서면 브리핑을 통해 이번 결정이 전 세계 선수들이 모이는 올림픽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훈련 기간과 올림픽 기간이 충돌하지 않도록(de-conflict) 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안전 조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고, 유화책으로의 선회는 더더욱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차단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유엔이 만장일치로 채택한 평창 겨울올림픽 휴전 결의에 담긴 휴전 기간(2월 2일∼3월 25일) 일주일 뒤 곧바로 훈련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데는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메시지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훈련 연기가 중국이 촉구하고 있는 ‘쌍중단’(북한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을 일부나마 수용한 조치가 아니라 올림픽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는 것이다.○ 北 “훈련 중단 결정하라”며 판 엎을까 9일 열릴 남북 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한미 양국이 예상보다 일찍 훈련을 시작하기로 잠정 합의한 데는 북한이 회담에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할 것을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한미 연합훈련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맞바꿀 대상이 아니며, 한반도 비핵화가 달성되지 않는 한 고강도 군사 압박을 지속할 것임을 분명히 한 뒤 회담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회담에서 북측이 훈련 중단 없이는 올림픽 참가도 없다며 판을 엎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겨냥해 “외세와의 모든 핵전쟁 연습을 그만둬야 한다”고 언급한 만큼, 북측 대표들이 이를 어떻게든 관철시키려 사활을 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에 우리 대표단은 오히려 미국 측이 연합훈련 연기에 합의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성의를 보였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처음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될 남북 고위급 회담 대표단이 7일 확정됐다. 하루 뒤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양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을 중심으로 양옆에 차관급 등 인사가 2명씩 앉아 첫마디를 나누게 된다.○ 남북회담 베테랑들 간의 만남 정부는 7일 오전 판문점 채널로 업무 개시 통화를 나눈 뒤 북한으로부터 회담 대표단 명단을 받았다. 수석대표인 리 위원장 외에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상 차관급), 황충성 조평통 부장(국장급),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 등 5명이다. 통일부는 “북한이 정부 대표단에 균형을 맞춰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전날 정부는 조 장관 이하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을 대표단으로 선정했다. ‘돌부처’ 스타일의 조 장관과 상대를 기선 제압하는 능력이 뛰어난 리 위원장이 각각 이끄는 대표단의 면면에도 관심이 쏠린다. 남북회담 전문가로 꼽히는 천 차관은 논리적이고 판단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통일부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2006년 김대중 전 대통령 방북 관련 실무접촉 등은 물론이고 2014년 10월 당시 북한 황병서 총정치국장 겸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최룡해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인천을 방문했을 때도 한국 측 대표로 참석했다. 천 차관의 상대인 전 부위원장은 북측 단골 회담 대표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남북 각급회담에 참여한 횟수만 17차례다. 1992년 사망한 전인철 북한 외교부 부부장의 아들로 ‘남북 문제 금수저’라 할 만하다. 과거 회담에서 전 부위원장을 만난 한 고위 당국자는 “인상의 처음과 끝은 차분하고, 행동도 가볍지 않고 절제돼 있는 편이다. 질문하면 말이 짧고 잠시 생각하고 답변하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협상 스타일이 사뭇 다른 수석(리 위원장)과 차석의 역할 분담이 점쳐진다.○ ‘민족적 사변의 해’ 기리려 조직 신설했나 체육 고위급 대표 노 차관과 북측 원 부상은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 파견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좌장인 리 위원장이 대표단 파견 규모 등 말길을 열면 이동 동선, 예상 참가 종목 등 구체적인 제안들이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원 부상은 2013년 일본 언론에 마식령스키장 건설 현장을 공개하면서 “남북 공동으로 (올림픽을) 주최하면 뜻깊을 것”이라며 평창 분산 개최를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문체부에 해당하는 국가체육지도위원회가 빠지고 체육성 인사로 대체된 게 아쉽다는 평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평창 올림픽 전에 무리하게 남북관계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을 포괄적인 의제로 내놓게 되면 정작 올림픽을 제대로 논의하기 어려울 수 있다. 북한이 평창에 보낼 대표단을 집중 논의하는 장으로 이번 회담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라는 생소한 조직도 눈에 띈다. 홍 실장은 “민족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올림픽 상설기구가 있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이 어렵다. 다만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정권 수립 70주년과 함께 올림픽 개최를 ‘민족사의 특기할 사변적인 해’로 가리킨 만큼 새롭게 조직을 구성한 것 같다”고 추정했다.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적극 협력했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요구도 가능 한편 군 일각에선 북한이 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을 보내는 조건으로 우리 측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우리 군이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틀 만인 2016년 1월 재개한 최전방 전역에서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비무장지대(DMZ) 내에서의 대표적인 적대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올림픽 기간에 멈추지 않으면 대표단 파견도 없다는 식으로 회담의 판 자체를 엎으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의 시작이라며 올림픽 기간에 1차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추게 한 뒤 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방송 중단을 이어가게 하는 단계적 전략을 수립하고 회담장에 나올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회담 결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온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손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