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이헌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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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지만 누군가에겐 재미있을지도 모를 스포츠의 뒷담화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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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회식 혹한 속 2시간… 이렇게 입고 가면 한파에 끄떡없어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오늘만 같으면 좋겠네요.” 지난달 4일 오후 8시에 찾은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 2018 평창 올림픽 개회식이 시작되는 이곳에서는 개회식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혹한을 예상한 기자 일행은 온몸을 꽁꽁 싸매고 갔다. 하지만 이날 올림픽 스타디움 주변의 공기는 뜻밖에 온화하게 느껴졌다. 온도계는 영하 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같은 시각 풍속은 초속 0.6m였다. 동행한 평창올림픽조직위 관계자는 “운이 좋다. 아주 드물게 이런 날씨가 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날에도 딱 이 정도만 된다면 아무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상을 기대하면서 최악에 대비하라고 했던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게 날씨다. 한국에서 가장 추운 곳 중 하나인 평창의 날씨는 특히 변덕스럽다. 이날 오전 8시 현재 대관령 지역의 수은주는 영하 18도까지 떨어졌다.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추위와의 전쟁’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이 지붕이 없는 개방형 스타디움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평창 조직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이 개막하는 9일 오후 8시 평창지역 기온은 영하 7.7도로 예상된다. 체감온도는 영하 14도까지 내려간다.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봐도 평창 지역의 2월 평균기온은 영하 4.5도다. 2008년에는 최저 14.8도까지 떨어진 적도 있다. 평창 올림픽 개회식은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3만5000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된다. 이에 앞서 개막 공연은 두 시간 전인 6시부터 펼쳐진다. 입장과 퇴장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내 공간 이용이 어려운 일반 관중은 6시간 내외를 꼼짝없이 평창의 혹한에 노출될 거란 얘기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리 잘 준비한다면 혹한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평창 날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에 대해 거의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정식 회의에서 의제가 된 적도 없다. “눈과 얼음과 추위가 없다면 겨울올림픽을 열 이유도 없다”고 말한 IOC 관계자도 있다.○ 제공되는 방한 제품만으로는 추워요 평창 올림픽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개회식을 치른 곳은 1994년 노르웨이에서 열린 릴레함메르 대회다. 평창과 똑같이 지붕이 없는 개방형 스타디움에 3만5000명의 관중이 모였다. 당시 릴레함메르 대회 조직위는 관중에게 판초 우의와 방석, 커피 등 3종류의 용품을 지급했다. 평창 조직위는 3만 명이 넘는 관중 전원에게 일반 우의,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발 핫팩 등의 방한용품 5종 세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밖에 평창의 칼바람을 막을 수 있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투명 방풍막을 설치하고, 난방쉼터 27개와 난방기 40대를 설치한다. 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위태롭지 않다고 했듯 ‘혹한’이란 불청객에 맞서려면 스스로 잘 무장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개회식뿐 아니라 이후 실외에서 열리는 스키, 스노보드 등 올림픽 경기를 관전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올림픽 개막 100일을 앞두고 이곳에서 열린 ‘드림콘서트’ 때 6명이 저체온증 증세를 보였다. 오후 8시 온도는 영상 3.4도였지만 강풍 때문에 관중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훨씬 낮았다. 조직위 관계자는 “몇몇 관람객이 가을 옷차림으로 왔다가 낭패를 당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할 국내 정·관계 및 재계 인사들의 경우도 평소와 다른 드레스 코드가 요청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머리, 손, 발이 특히 소중 예상치 못한 혹한에 맞서 가장 신경 써서 보호해야 할 신체 부위는 머리와 손, 그리고 발이다. 이 세 부분만 잘 감싸줘도 체감온도를 높이는 데 큰 효과가 있다. 노스페이스 홍보를 담당하는 프래드컴 최선영 부장은 “보온성 및 활동성이 뛰어난 니트 소재의 모자와 목도리, 장갑을 착용해 찬바람을 막아주는 것이 좋다. 눈비에 대비해 방수 및 발수 기능이 적용된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 아래까지 덮을 수 있는 긴 기장의 롱다운 제품은 올겨울 트렌드 상품으로 정장이나 캐주얼 룩에도 착용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특히 원단 안쪽에 필름이 붙어 있는 이중 소재를 선택하면 방수와 방풍이 된다. 비교적 온화한 날씨에도 기자 일행이 금세 추위를 느꼈던 대표적인 부위는 발이었다. 기자는 두툼한 등산 양말에 등산화를 신고 있었지만 한 시간가량 지나자 발 부위에 쓰라림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다른 일행들도 모두 다른 부위보다는 손과 발 부위의 추위를 호소했다. 방수 처리가 제대로 된 방한부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지난해 12월 본보 취재진이 찾은 릴레함메르 크로스컨트리 월드컵 대회 현장을 가득 메운 노르웨이 스키 팬 대다수는 스키점퍼에 스키바지 차림이었으며 보온을 위해 신발과 바지 경계에 발목 토시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구두, 면바지는 집에 두고 오세요 구두나 일반 운동화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천 소재의 운동화는 눈비에 쉽게 젖을 수 있고, 발목이 낮은 신발 역시 쌓여 있는 눈이 들어오기 쉽다. 휠라코리아 상품기획 장병두 팀장은 “구스다운 충전재를 사용한 경량 부츠 또는 끈이 없는 슬립온 제품을 추천한다. 보온성이 뛰어나고 장시간 착용해도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눈비에 잘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 소재를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라고 조언했다. 한번 젖으면 마르지 않는 청바지, 면바지 등은 보온성 및 방풍성이 떨어져 꼭 피해야 한다. 꽉 끼는 청바지 등은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와이드앵글 마케팅팀 김현희 과장은 “발열 기능이 있는 기모 소재 안감을 지닌 바지는 보온력이 높다. 스트레치 소재 제품은 활동성을 높이고 편안한 착용감을 준다”고 말했다. 평창의 추위를 몇 해 동안 경험한 조직위 관계자는 “기온보다는 바람이 관건이다. 강풍이 불면 추위가 서너 배가 된다. 두꺼운 옷을 한두 벌 입기보다는 여러 벌의 옷을 겹쳐 입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부터 조직위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8종류의 올림픽 기간 유니폼 가운데는 스키재킷, 스키바지, 방한화 등도 포함됐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자기 사이즈보다 큰 제품을 받으려고 하는 직원이 많다. 그래야 겉옷 안에 여러 벌의 옷을 껴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랜B’는 없다 추위와 함께 적설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감당하기 힘든 큰눈이 오면 개회식을 야외에서 여는 게 힘들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10년에는 하루에 60cm 가까운 눈이 내린 적도 있다. 평창 조직위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를 ‘플랜B’로 정해 두긴 했다. 하지만 개회식을 실내로 옮겨 치를 가능성은 0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지진 등 천재지변에 준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개회식은 무조건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연다고 봐야 한다. 조직위가 최선을 다해 방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만큼 관중 스스로도 잘 준비를 해 오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평창을 제대로 즐기려면 유비무환의 자세가 정답이다.평창=이헌재 uni@donga.com / 김종석 기자}

    •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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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해진 여자아이스하키, 이참에 남북 같은 방?

    공식 개촌식을 하루 앞둔 31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동안 각국 선수단의 보금자리가 될 강릉 선수촌에는 각국 국기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사용하는 801동에는 ‘Team Korea’와 태극기가 새겨진 대형 플래카드가 외벽을 장식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 선수촌을 사용하는 선수들은 자신들이 묵는 방에 자국 국기를 내걸곤 한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선수촌에 ‘한반도기’가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합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이날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조직력이 핵심이다. 세라 머리 감독의 요청으로 훈련 외에도 남북 선수가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선수와 북한 선수가 한 아파트에서 지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 22∼25층, 총 9개 동 922채로 구성된 강릉 선수촌에서 한국과 북한 선수단은 각각 다른 동을 사용한다. 북한이 사용할 동은 정했지만 북한의 최종 수용 여부가 남았다. 하지만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같은 동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1일 한국과 북한 선수단의 협의 후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단일팀은 방을 함께 사용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같은 동을 쓰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릉 선수촌은 아파트 한 채당 방이 3개로 이뤄져 있다. 2인 1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채당 6명까지 묵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선수 4명에 북한 선수 2명이 들어갈 수 있다. 단일팀 엔트리 35명은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한 아파트를 쓰거나, 최소한 같은 동을 쓸 경우에는 베란다나 외벽에 ‘한반도기’가 걸릴 수 있다. 한국 선수단 219명(임원 포함)은 강릉과 평창 선수촌 등 두 곳을 사용하지만 북한 선수단 46명(선수 22명, 임원 24명)은 강릉 선수촌에만 묵는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지난달 26일 처음 만나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진천선수촌 숙소를 사용하고, 북한 선수들은 300m가량 떨어진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선수들은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아 벌써 언니, 동생 하면서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는 북한의 진옥과 최은경의 깜짝 생일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단일팀은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최종평가전을 치른 뒤 곧바로 강릉으로 이동해 선수촌에 들어온다. 앞서 남북 단일팀을 경험한 선수들은 ‘합방’의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남북 단일팀 선수로 참가했던 서동원 고려대 감독(45)은 “서울과 평양에서 합동훈련을 할 때는 선수들끼리 떨어져서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대회를 치를 때 서로 숙소를 드나들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릉=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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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구 기자 출신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KBO 새 사무총장에

    야구 기자 출신의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56)가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됐다. KBO는 30일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이사회를 열고 정운찬 총재를 보좌할 사무총장에 장 대표를 임명했다. 1987년 한국일보에 입사한 장 대표는 박찬호 등 메이저리거 담당 특파원으로도 활동한 야구 전문 기자 출신이다. 일간스포츠 야구부장과 편집국장 등을 지냈고, 2010년에는 대한야구협회 홍보이사를 맡기도 했다. 2011년부터는 연예 매체 스타뉴스 대표를 맡아 왔다. 4일 취임식에서 메이저리그를 KBO의 향후 성공 모델로 제시했던 장 총장은 메이저리그 전문가이기도 한 장 총장을 이사회에 새 총장으로 제청했다. 한편 정 총재는 마케팅 부문 역량 강화를 위해 KBO 사무총장직과 KBOP 대표이사직을 분리하기로 하고 신임 KBOP 대표이사에 류대환 KBO 사무차장(54)을 선임했다.이헌재 기자uni@donga.com}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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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이헌재]누구보다 힘들 심석희에게

    경기를 마친 17세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가녀린 입에서는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제 성적이 못 미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있고요….” 4년 전 이맘때 열린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심석희(21·한국체대)는 은메달을 땄다. 그렇지만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는 모든 사람에게 죄송해야 했다. 이후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며 금메달을 받긴 했다. 하지만 기자의 뇌리에는 어린 심석희가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한국에서 쇼트트랙 선수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이 험난하다.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은 전쟁터다.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스케이트 날을 부딪친다.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종종 나온다. 어렵게 국가대표가 되고 나면 하루 6시간 이상의 강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전 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5시면 빙상장에 모여 스케이트를 탄다. 단체 훈련이 끝나도 밤늦게까지 개인 훈련이 이어진다. 심석희는 그중에서도 가장 성실한 선수였다. 소치 대회 때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최광복 코치는 “석희는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는 스타일이다. 부족한 게 있으면 될 때까지 남아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 심석희가 얼마 전 ‘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던 심석희는 16일 조모 코치에게 손찌검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다. 심석희는 18일 대표팀에 복귀했고, 조 코치는 영구제명의 중징계를 받았다. 평소 심석희의 성정과 코치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조 코치와 심석희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 이상의 관계였다. 강원 강릉에 살던 심석희는 어릴 때 서울로 유학을 왔다. 초등학생이던 심석희를 데려와 성심성의껏 지도한 게 조 코치다. 조 코치가 없었다면 심석희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심석희의 페이스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으면서 마찰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문제는 다시 금메달이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선수단은 ‘848’을 목표로 내세웠다. 848은 금메달 8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의미한다. 대한체육회도, 언론도 금메달 8개를 쉽게 얘기한다. 하지만 한국이 금메달 8개를 따려면 ‘효자 종목’이라 불리는 쇼트트랙에서는 최소 5개, 많으면 6개의 금메달이 나와야 한다. 평창 올림픽 쇼트트랙에는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절반이 넘는 금메달을 따야 하는 것이다. 실력이 평준화된 요즘 한 국가가 이만큼 메달을 독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부담은 조급함을 낳는다. 그래서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심석희를 포함해 안 그래도 힘들었을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부담감에 눌리고 말았다. 폭행 사건 후 심석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팬이 보낸 편지 글을 올렸다. “메달이 아니어도 후회 없는, 부상 없는 경기로 보상받고 언니가 꼭 행복하게 웃었으면 좋겠어요”라는 글이었다. 정말이지 심석희가 밝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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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925명 사상최대 ‘겨울잔치’… 17명은 ‘나홀로 국대’ 출전

    “올림픽에 참가하려면 5만7000달러(약 6000만 원)가 필요하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아프리카 가나의 제리 샤이브 선수단장이 28일 지원을 호소하는 성명을 발표했다고 현지 매체인 ‘가나 웹’이 전했다. 열대 국가인 가나는 겨울올림픽에 참가하기 위해 열악한 환경을 극복 중이다. 가나가 출전시키는 선수는 1명. 아프리카 선수로는 두 번째로 스켈레톤에 참가하는 아콰시 프림퐁(32)이다. 29일 평창올림픽조직위 집계에 따르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와 선수는 총 92개국 2925명이다. 가나를 비롯해 단 1명의 선수만 보내는 곳이 17개국에 이른다. 평창 올림픽에는 사상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국가도 6개국이나 된다. 이색 경력이나 사연을 지닌 선수도 많다. 지원을 호소한 프림퐁은 육상선수 출신이다. 가나에서 태어나 네덜란드로 이주했다. 주니어 선수 시절 200m 우승을 차지했을 정도로 유망주였다. 그러나 발목 부상으로 부진했고 네덜란드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려던 꿈은 무산됐다. 그는 훈련 도중 봅슬레이팀의 눈에 띄어 브레이크맨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봅슬레이에서 올림픽 출전을 노렸으나 또다시 무산되자 2015년 가나로 돌아가 스켈레톤 선수로 전향했다. 난민 출신으로 아파트 관리인으로 일하다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선수도 있다. 역시 단 한 명의 선수만 출전시키는 코소보의 스키대표 베스닉 소콜리(36)다. 그는 조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피해 10대 때 미국으로 떠났다. 코소보를 탈출하다 총에 맞고 칼에 찔리기도 했다. 부모와 함께 가까스로 미국에 도착한 그는 세 자녀를 둔 평범한 가장이었다. 아버지가 스키강사였던 덕분에 3세 때부터 취미로 스키를 탔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20년 동안 스키를 타지 않았으면서도 스키 실력은 단연 눈에 띄었다. 우연히 스키를 타러 갔다가 스키강사가 “왜 그리 스키를 잘 타느냐”며 대회 출전을 권했다. 이어 출전한 미국 지역대회에서 우승했다. 가족들이 올림픽에 출전해도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자 그는 지난해 코소보스키협회에 접촉했고 대표 자격을 얻었다. 소콜리 역시 혼자 힘으로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코소보로부터 모자와 스키 헬멧 정도만 지원받고 있다. 그는 요즘도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훈련하고 있다.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코소보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여름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소콜리는 코소보 최초의 겨울올림픽 선수다. 에티오피아에 합병됐다 30년 넘는 투쟁 끝에 1991년 독립한 아프리카 북동부의 에리트레아도 선수 1명을 파견한다. 눈을 찾아보기 힘든 지역이지만 스키선수를 출전시킨다. 캐나다 이민 2세인 섀넌오그바니 아베다(22)다. 아베다는 1980년대 독립전쟁을 피해 캐나다로 이주한 부모 사이에서 1996년 태어났다. 눈이 많은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맥머리에서 자란 아베다는 자연스럽게 스키를 접했다. 처음에는 스스로를 캐나다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부모의 조국 에리트레아는 항상 그의 마음에 있었다. 아베다는 “캐나다에 있는 에리트레아 공동체에서 과분한 응원과 지원을 받았다. 캐나다 친구도 많지만 에리트레아 사람으로서의 뿌리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눈 구경하기 힘든 지역에서 스키에 바퀴를 달고 연습하며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도 있다. 크로스컨트리에 출전하는 에콰도르의 클라우스 융블루트 로드리게스(39)다. 호주에서 스포츠과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까지 딴 그는 유학 시절 스키를 익혔다. 에콰도르에서는 스키를 훈련할 곳이 없어 스키에 바퀴를 달고 훈련했다. 말레이시아의 청년 제프리 웹(19)도 이 나라 최초의 올림픽 알파인 스키 대표로 출전한다. 여자 봅슬레이 2인조에 출전하는 나이지리아의 세운 아디군(31), 은고지 오누메레(26), 아쿠오마 오메오가(25)는 육상선수 출신이다. 이들의 스토리는 평창판 ‘쿨러닝’(자메이카 선수들의 올림픽 봅슬레이 도전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 외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갖가지 사연과 열정을 안고 출전한다. 한국은 역대 겨울올림픽 최대인 144명을 출전시킨다. 김배중 wanted@donga.com·이헌재 기자}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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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달이 아니면 어때…누구보다 힘들 심석희 선수에게

    경기를 마친 17세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가녀린 입에서는 들릴 듯 말 듯 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많은 분들이 금메달을 기대하셨는데 제 성적이 못 미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 있고요….” 4년 전 이맘 때 열린 러시아 소치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심석희(21·한국체대)는 은메달을 땄다. 그렇지만 금메달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는 모든 사람에게 죄송해야 했다. 이후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며 금메달을 받긴 했다. 하지만 기자의 뇌리에는 어린 심석희가 눈물을 글썽이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 한국에서 쇼트트랙 선수로 살아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먼저 올림픽 금메달보다 힘들다는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이 험난하다. 국가대표 선발전 현장은 전쟁터다.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고 스케이트 날을 부딪친다. 부상을 당하는 선수가 종종 나온다. 어렵게 국가대표가 되고 나면 하루 6시간 이상의 강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전 선수단을 통틀어 가장 먼저 하루를 시작한다. 오전 5시면 빙상장에 모여 스케이트를 탄다. 단체 훈련이 끝나도 밤늦게까지 개인 훈련이 이어진다. 심석희는 그 중에서도 가장 성실한 선수였다. 소치 대회 때 여자 대표팀을 이끌었던 최광복 코치는 “석희는 고통을 묵묵히 감내하는 스타일이다. 부족한 게 있으면 될 때까지 남아 훈련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 심석희가 얼마 전 ‘폭행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던 심석희는 16일 조 모 코치에게 손찌검을 당한 뒤 선수촌을 이탈했다. 심석희는 18일 대표팀에 복귀했고, 조 모 코치는 영구제명의 중징계를 받았다. 평소 심석희의 성정과 코치와의 관계를 생각하면 고개가 갸웃해진다. 조 모 코치와 심석희는 단순한 스승과 제자 이상의 관계였다. 강원도 강릉에 살던 심석희는 어릴 때 서울로 유학을 왔다. 초등학생이던 심석희를 데려와 성심성의껏 지도한 게 조 모 코치다. 조 코치가 없었다면 심석희는 세계적인 선수가 되지 못할 수도 있었다. 주변에서는 심석희의 페이스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으면서 마찰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문제는 다시 금메달이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선수단은 ‘848’을 목표로 내세웠다. 848은 금메달 8개와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를 의미한다. 대한체육회도, 언론도 금메달 8개를 쉽게 얘기한다. 하지만 한국이 금메달 8개를 따려면 ‘효자 종목’이라 불리는 쇼트트랙에서는 최소 5개, 많으면 6개의 금메달이 나와야 한다. 평창올림픽 쇼트트랙에는 총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절반이 넘는 금메달을 따야 하는 것이다. 실력이 평준화된 요즘 한 국가가 이만큼 메달을 독식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부담은 조급함을 낳는다. 그래서 올림픽을 목전에 두고 절대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심석희를 포함해 안 그래도 힘들었을 선수들은 경기 전부터 부담감에 눌리고 말았다. 폭행 사건 후 심석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한 팬이 보낸 편지 글을 올렸다. “메달이 아니어도 후회 없는, 부상 없는 경기로 보상받고 언니가 꼭 행복하게 웃었으면 좋겠어요”라는 글이었다. 정말이지 심석희가 밝게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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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키’ 로고 빠진 단일팀 유니폼… 왜?

    아이스하키는 실력에 따른 차별을 당연시하는 종목이다. 대표적인 게 유니폼이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월드챔피언십(1부 리그)에 오른 팀들만 미국의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가 만든 유니폼을 입도록 허용한다. 2부 리그 이하 팀들은 핀란드 브랜드 타클라의 유니폼을 입는다. 올림픽은 월드챔피언십에 준하는 대회로 평가한다. 그래서 IIHF는 올림픽 본선 출전권 선수들에게 나이키 유니폼을 일괄 제공한다. 이에 따라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도 내달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나이키 유니폼을 착용한다. 개인 자격으로 출전하는 러시아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단 역시 나이키 유니폼을 지급받는다. 하지만 남북이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나이키 유니폼을 입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26일 체육계에 따르면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평창회의’에서 IIHF는 단일팀 유니폼으로 4가지 디자인 시안을 제시했다. 그런데 단일팀 유니폼 디자인에는 나이키 로고가 빠져 있었다. 나이키가 아닌 핀란드제 유니폼을 입는다는 의미다. IIHF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북한이 나이키 유니폼 사용에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의견이 나온다. 나이키는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 북한 축구 선수들은 나이키 축구화를 신고 경기에 뛴 적도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미국의 독자적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아이스하키 유니폼은 IIHF의 독자적 권한이라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대북제재와 관련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독자적 대북제재를 통해 미국산 제품의 대북 수출 및 재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나이키 관계자는 “미국 본사에서 관련 소식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로선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이미 지난해 11월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남녀 유니폼을 공개했다. 안방경기 유니폼은 흰색 바탕에 파란색 포인트가, 방문경기 유니폼은 파란색 바탕에 빨간색 포인트가 적용됐다. 하지만 단일팀이 구성되면서 한반도기가 들어간 유니폼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내달 4일 열리는 스웨덴전까지 새 유니폼이 도착할지는 알 수 없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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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틱-채’ ‘패스-연락’… 단일팀, 용어부터 하나로

    25일 처음 단일팀으로 만난 한국과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다. 이날 충북 진천선수촌에서는 세라 머리 감독 주재로 오리엔테이션이 열렸다. 남북 선수들은 돌아가며 자신의 이름과 나이, 포지션 등 자기 소개를 했다. 누가 언니인지 동생인지 알게 되면서 어색했던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 간간이 웃음을 터뜨리는 선수도 있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26일 “같은 종목을 한 선수들이라 그런지 잘 뭉치는 것 같다. 쓰는 용어가 다르긴 하지만 북한 선수들도 빨리 이해해 가고 있다”고 전했다. 머리 감독은 한국 팀이 사용하던 시스템 북(전술 노트)을 북한 선수들에게 나눠준 뒤 북한 선수 1명당 한국 선수 2명이 붙어 설명해 주도록 했다. 북한 선수들이 전술적으로 팀에 녹아들기 위해서는 용어의 통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시로 조를 바꿔서 경기를 하는 종목 특성상 서로 의사소통이 되지 않으면 빈틈이 생길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아이스하키를 ‘빙상 호케이’라고 부른다. 호케이는 하키(hockey)의 북한식 발음으로 러시아에서 호케이로 부른 것에서 따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처럼 스틱은 ‘호케이 채’, 퍽은 ‘호케이 팍’이 된다. 외래어를 한글식으로 읽는 용어도 있다. 패스는 연락, 골키퍼는 문지기, 레프트 윙은 왼쪽 날개, 오프사이드는 공격 위반으로 부른다. 전형적인 북한식 명칭도 있다. 드롭패스는 ‘띄우기연락’, 백체킹은 ‘백차딩’, 보디체킹은 ‘차딩멕이기’, 뒤에서 퍽을 뺏는 건 ‘채걸기’라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주변에서 걱정하는 것과 달리 남북 선수들은 승리를 위해 함께 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왕 단일팀이 구성된 만큼 호흡을 잘 맞춰 드라마를 완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북 단일팀은 26일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머리 감독은 이날 북한 선수 개개인의 기량과 스타일을 파악하며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은 27일까지는 따로 훈련을 한 뒤 28일부터 합동훈련을 시작할 계획이다. 협회 관계자는 “35명의 엔트리를 A조와 B조로 나눈 뒤 두 조에 양국 선수들을 고루 배치할 것이다. 조별로 손발을 맞추는 훈련을 하고, 미니 게임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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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체불명 北감독, 선수들 의견 대변할듯

    “우리도 전혀 모르는 인물이다. 알려진 게 거의 없다.”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12명을 이끌고 온 박철호 북한 감독(49)에 대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베일에 싸여 있는 인물이지만 그는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 때 북한 팀 스태프 자격으로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당시 북한 팀은 이원선 감독이 지휘했다. 또 2명의 코치가 이 감독을 도왔다. 박 감독은 코칭스태프가 아닌 팀 스태프의 일원이었다. 감독이나 코치가 아니다 보니 딱히 자신을 드러낼 일이 없었다. 북한이 12명의 선수와 함께 박 감독을 내려보낸 것은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평창 회의’에 따른 것이다. 당시 남북한과 IOC는 단일팀에 12명의 북한 선수 외에 1명의 임원(Official)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감독 직함을 달고는 있지만 실제로는 임원에 가까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세라 머리 감독이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쥐는 가운데 박 감독은 북한 선수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 가운데 수비수 2명과 공격수 1명 정도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수비수보다는 공격수 위주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머리 감독의 구상에 어려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머리 감독이 팀에 도움이 될 선수로 꼽았던 원철순과 김농금(이상 수비수), 박선영(공격수)은 대표팀에 뽑히지 않았다. △북한 선수 명단 리봄(골리) 김은정 려송희 김향미 정수현 최은경 황설경 진옥 김은향 최정희(이상 공격수) 황충금 류수정(이상 수비수)이헌재 uni@donga.com / 진천=정윤철 기자}

    •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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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현수 구제 가능성 사실상 사라져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스타 빅토르 안(안현수·33·사진)은 이달 말부터 모교인 한국체대에서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대비한 마지막 훈련을 할 예정이었다. 그는 이달 중순 독일에서 열린 유럽 쇼트트랙선수권대회 남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화려한 부활을 예고한 터였다. 하지만 ‘도핑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그는 얼마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작성한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허용 러시아 선수 명단에 자신이 빠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러시아 언론들에 따르면 23일 러시아 쇼트트랙 선수단 회의에 참석했던 그는 IOC의 공식 발표를 듣고는 감정에 북받쳐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IOC의 결정에 대한 강한 불만의 표시였다. 하지만 빅토르 안에 대한 구제 방안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5일 다시 한번 IOC의 결정을 최종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흐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의 화상 통화에서 “털끝만큼의 도핑 의혹도 없는 100% 깨끗한 러시아 선수들만이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빅토르 안을 비롯한 러시아 측의 반발에 대해서는 “출전 허용 리스트에 이름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IOC의 반도핑 패널이 다양한 수단과 방법으로 도핑 관련 의혹을 확인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IOC의 반도핑 패널은 도핑 이력과 법의학적 증거를 토대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도핑 스캔들에 휘말리지 않았던 일부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 참가 허용 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러시아에선 또다시 평창 올림픽을 보이콧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보이콧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지금은 보이콧이라는 단어를 피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IOC와 지속적으로 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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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폐회식 직관 ‘장근석 패션’? 그대로 입기엔…

    2월 9일 열리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의 가장 큰 걱정 중 하나는 추위다. 혹시 찾아올지 모르는 혹한에 대비해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바람을 막기 위해 행사장 주변에 방풍막을 설치했고, 관람객들에게는 6종의 방한용품(판초,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 핫팩, 발 핫팩, 방한모자)을 무료로 지급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객 각자가 스스로 방한대책을 완벽하게 준비해 오는 것이다. 평창과 가장 비슷한 환경에서 개회식을 치렀던 대회는 1994년 노르웨이 릴레함메르 대회다. 평창과 같이 지붕 없는 개방형 스타디움에 3만5000명의 관중이 모였다. 릴레함메르 대회 조직위는 대회 전부터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모자와 목도리, 방한 부츠와 겨울용 양말을 준비하라”고 수없이 강조했다. 평창 조직위 역시 홍보대사인 배우 장근석 씨를 내세워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23일 개·폐회식 미디어 브리핑에서도 ‘장근석이 추천하는 개폐회식 관람 패션’이라는 동영상을 소개했다. 동영상에 등장하는 장근석의 패션은 받아들여야 할 점과 고쳐야 할 점이 두루 있다. 먼저 롱다운 패딩으로 몸 전체를 보호하는 것은 체온 유지에 무척 효과적이다. 목부터 얼굴까지 감쌀 수 있는 넓고 긴 형태의 목도리를 두른 것도 좋은 선택이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머리와 손, 그리고 발을 보호하기엔 많이 부족하다. 우선 머리 전체, 특히 귀를 감싸주는 모자가 필수다. 장갑 역시 눈이나 비에 젖기 쉬운 털장갑은 피해야 한다. 스키장갑처럼 기능성 장갑을 끼는 게 좋다. 하반신은 피해야 할 부분이 많다. 발목은 노출되지 않아야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지금 신고 있는 신발은 미끄러울 뿐 아니라 보온성이 떨어진다. 따뜻하고 접지력이 좋은 방한 부츠를 신고, 역시 두꺼운 겨울 양말을 신어야 한다. 여분의 양말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바지 역시 지금 입고 있는 면바지는 방한성이 약한 데다 젖을 경우 잘 마르지 않아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평창 조직위는 31일경 업그레이드한 홍보 동영상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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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회식 관람객에 담요-방한모-핫팩 무료 지급

    전국에 걸쳐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친 23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2월 9일)이 열리는 강원 평창군 평창 올림픽플라자 주변은 시베리아의 추위를 연상케 했다. 오후 1시 반 현재 기온은 영하 15도였다. 초속 6m의 강한 바람도 불었다. 전날 내린 눈이 바람에 날려 연신 얼굴을 때려댔다. 체감 기온은 영하 24도까지 떨어졌다. 개회식은 오후 8시에 시작해 10시에 끝난다. 입장과 퇴장 시간까지 합하면 6시간가량 외부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혹한에 대비하기 위해 조직위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바람이 드나드는 관람석에 방풍막을 설치했다. 관람석 하단부 바람길에 설치한 방풍막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로 높이 3.5m에 총 길이 510m에 이른다. 관중석 상단 난간에도 높이 1.5m, 총 길이 500m의 방풍막을 댔다. 이와 함께 난방 쉼터 18곳과 대형 히터 40개도 설치했다. 관람객에게 판초 우의, 무릎담요, 핫팩 방석, 손 핫팩, 발 핫팩, 방한모자 등 6종의 개인 방한용품도 무료로 지급한다. 혹시 모를 응급상황을 대비해 의무실도 기존 4곳에서 5곳으로 늘렸다. 의료 인력 165명이 상시 대기한다. 조직위는 입장 대기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외투를 입은 상태에서 신속하게 보안검색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이나 노약자 등 교통 약자를 위해서는 KTX 진부역이나 대관령 주차장에서 미리 보안검색을 완료한 뒤 별도의 보안검색 없이 행사장에 입장시키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서비스도 제공한다. 개회식에는 3400여 명의 각국 선수단과 3000여 명의 취재진, 2만5000명가량의 관중 등 4만3000여 명의 인원이 몰릴 것으로 추산된다. 조직위는 신속한 수송을 위해 개회식에만 600여 대의 셔틀버스를 투입한다. 관중은 대관령 주차장이나 KTX 진부역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개회식이 끝난 후 모든 관중의 이동이 완료될 때까지는 1시간 30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대관령 주차장까지 약 2km의 거리를 도보로 이동하는 관중을 위해서도 13개의 방한 텐트를 설치하고 따뜻한 음료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조직위는 24일 휴대전화로 평창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수송·교통 정보를 알 수 있는 ‘Go평창’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할 예정이다.평창=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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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손발 맞출 시간 2주일도 안돼… 北선수 12명 ‘대접’ 고심

    과연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순항할 수 있을까. 남북 단일팀 앞에 놓인 과제와 향후 전망 등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북한 선수들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A. 지난해 4월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북한을 3-0으로 완파했다. 이후 한국은 미국과 유럽 전지훈련을 통해 전력을 더욱 강화했다. 전문가들은 만약 지금 다시 맞붙는다면 5-0 정도로 한국이 이길 걸로 예상한다. Q. 경기당 3명의 북한 선수를 어떤 식으로 운용할 수 있나. A. 북한 선수들을 백업으로 기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아이스하키는 5명이 한 조(라인)를 이루고, 대개 4개조로 운영된다. 1∼3라인은 한국 선수가 주로 뛸 것으로 보인다. 빙판에 서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4라인에 북한 선수들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되면 북한 선수단이 반발할 수도 있다. 한 조에 북한 선수들과 한국 선수들을 함께 섞어 운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조직력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Q. 정부는 세라 머리 감독에게 선수 운용에 관해 전권을 준다고 하지 않았나. A. ‘평창 회의’에 따라 이 말을 지킬 수 없게 됐다. 최소 3명의 북한 선수를 기용하도록 합의됐기 때문이다. 5명의 고정 출장을 주장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안을 정부가 3명으로 줄이긴 했다. 그렇다 해도 머리 감독의 머릿속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 Q. 어떤 선수들이 올지 정해졌나. A. 현재 가장 시급한 부분이다. 큰 틀의 합의만 이뤄졌을 뿐 누가, 언제 오는지 등 세부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 한 관계자는 “시간이 없다. 빨리 결정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2골, 2어시스트를 기록한 정수현이나 수비력이 좋은 원철순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Q. 남북 단일팀은 언제 만나 호흡을 맞출 예정인가. A.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합류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선수를 구성하는 대로 진천선수촌으로 이들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은 2월 4일 스웨덴과 최종 평가전을 갖는다. 그때까지 2주도 남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 첫 경기는 2월 10일 스위스전이다. Q. 라커룸 등 시설 보완도 필요해 보인다. A. 35명이 한꺼번에 들어가는 라커룸은 없다. 강릉하키센터나 관동하키센터도 23∼25명이 쓸 수 있게 만들어졌다. 어쩔 수 없이 각방을 쓸 가능성이 높다. Q. 정부는 그동안 한국 선수들에게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 A. 여자 아이스하키 엔트리는 23명이다. 여기에 북한 선수 12명이 추가돼 단일팀 엔트리는 35명이 된다. 하지만 경기(출전) 엔트리는 원래 규정대로 22명으로 제한된다. 최소한 3명의 북한 선수가 뛰어야 되는 만큼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Q. 한국 선수단의 분위기는 어떤가. A. 현실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단일팀 구성이 성적에 대한 변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본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대표팀 최종 명단에서 아쉽게 탈락한 이민지는 20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1분 1초가 소중한데 단 몇 분이라도 희생하는 게 어떻게 기회 박탈이 아니냐”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몇몇 누리꾼들이 이민지의 SNS에 들어가 온갖 비난을 쏟아냈고, 그는 자신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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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OC “北선수 5명 고정 출전” 파격 제안… 부정적 여론 부담된 南 “3명으로 하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마다 북한 선수 5명 이상이 고정적으로 뛸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은 필요하면 경기 엔트리도 5명 늘려주겠다고 했지만 우리가 거부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IOC 주재 ‘평창 회의’가 끝난 뒤 이같이 밝혔다. 국내에서 논란이 됐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대한 IOC와 IIHF의 태도는 예상보다 훨씬 적극적이었고 파격적이었다. 국내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출전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한국 선수 등록 엔트리 23명을 유지하고 여기에 북한 선수들을 보강하는 ‘23+α’가 제안될 것이라는 전망은 충분히 예견된 상태였다. 그러나 그 ‘+α’가 5, 6명 선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IIHF가 전체 선수단 규모를 뜻하는 ‘등록 엔트리’ 외에 출전 선수 수를 규정하는 ‘경기(출전) 엔트리’ 확대를 제안했다는 것도 파격적이다.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 엔트리는 22명으로 정해져 있다. 단일팀 전체 선수단 규모를 늘리더라도 경기 엔트리를 늘리지 않으면 매 경기 출전하는 선수는 22명으로 다른 나라들과 같다. 그러나 단일팀 경기 엔트리가 5명 늘어난다면 매 경기 22명 대 27명의 대결이 벌어진다. 체력적인 변수 등을 무시하게 된다. 최종 합의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19일 오후까지만 해도 남측 대표단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남측의 한 참석자는 “IOC는 그전부터 ‘남북이 너무 단정적으로 합의를 해오지 마라. 그건 우리에게 부담이 된다’고 말해왔다”며 “IOC는 북한의 참가에 의지가 있지만 각 국제 경기 연맹과도 합의가 돼야 하기 때문에 예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분단 국가였던 독일 출신의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번 평창 올림픽을 남북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겠다며 적극적이었다. 바흐 위원장은 “올림픽 최초로 대한민국과 북한이 ‘스포츠’라는 이름으로 하나로 합치게 됐다”며 “감동스럽다”는 말도 여러 번 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북한의 요구를 적극 수용한 IOC의 압박에 남측 대표단이 국내 여론을 우려해 주춤하는 모양새가 연출됐다. 남북이 17일 판문점에서 열린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바라는 12명 규모는 지나치게 커서 IOC 수용이 어려울 수 있고 이 경우 북측 역시 그 숫자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도 비친 것으로 전해졌지만 IOC는 모두 받아들였다. IOC는 그에 더해 ‘북한 선수 5명 고정 출전’도 제안했다. 남북 단일팀의 메시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 정도 출전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북측 선수 합류로 인한 남측 선수들의 기회 박탈과 감독권 침해 논란으로 국내 부정적인 여론이 높은 한국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운 제안이었다. 도 장관은 “회의 중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쪽과 계속 통화를 했고 감독도 북한 선수 3명 정도는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몇 차례 정회를 거친 뒤 협회의 입장을 반영해 3명으로 절충했다”고 말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파격적으로 합의된 것은 남북은 물론이고 IOC와 IIHF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남북의 단일팀 참가는 IOC에 흥행 분위기를 살릴 재료였다. IIHF로서도 남북 단일팀은 아이스하키 흥행 카드로 손색없었다. 아이스하키 슈퍼스타들이 대거 포진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평창 올림픽에 불참하면서 흥행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합의 발표 후 장웅 북한 IOC 위원은 “결과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합의 전날 밤늦게 바흐 IOC 위원장 주최로 남북한 대표단 만찬이 끝난 후 김일국 북한 체육상은 기자들에게 큰 소리로 “식사 자리가 정말 좋았다. 내일 아침 공동발표문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협상 결과에 만족의 뜻을 표했다. IOC가 회의 결과를 발표한 로잔 올림픽박물관 기자회견장에는 내외신 기자 100여 명이 참석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특히 일본 언론들은 남북 대표단이 머무는 호텔 로비에 머물며 북한 대표단의 동선과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나타냈다. 로잔=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 이헌재 기자}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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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南北 모두 입나올라… 北女 기용방식 고민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최종 명단이 확정됐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18일 골리 신소정, 공격수 한수진과 박종아, 수비수 박예은과 조미환 등이 포함된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했다. 특별귀화를 통해 한국 국적을 얻은 박캐롤라인, 임대넬, 희수 그리핀 등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한국 국적을 회복한 박윤정도 포함됐다. 지난해 4월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2 그룹A(4부 리그)에서 우승했던 명단과 큰 차이는 없다. 세라 머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내달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마지막 평가전을 치른 후 5일 올림픽선수촌에 입촌한다. 세계 랭킹 22위 한국은 스위스(6위), 스웨덴(5위), 일본(9위)과 함께 B조에 속해 있다. 대표팀 일정에는 남북 단일팀이라는 큰 변수가 있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18일 “남북 단일팀 엔트리에 북한 선수 5, 6명이 추가로 참여하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 10명이 한국으로 건너와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본 뒤 머리 감독 등 한국 코칭스태프가 선발하는 방식이 추진되고 있다. 단일팀 구성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북 선수들 사이의 벽을 허무는 일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당시 남북 선수들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양팀 간 대결에서 한국이 3-0으로 승리한 뒤 기념사진 촬영에서 북한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과 한마디도 나누지 않을 정도로 분위기가 냉랭했다. 대표팀의 또 다른 고민은 북한 선수들의 기용법이다. 정부는 경기 운영에 관한 전권을 머리 감독에게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렇지만 5, 6명의 북한 선수를 경기마다 모두 기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머리 감독은 16일 귀국 인터뷰에서 “북한 선수들 중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 등 2, 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의 1∼3라인에 들어올 만큼 좋은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는 대개 5명씩 4개 조가 나서 수시로 교체하면서 경기를 운영한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1∼3라인이 주로 경기를 뛰고 4라인은 백업 멤버로 가끔 빙판에 오른다. 실력이 떨어지는 북한 선수 3명 정도를 4라인에 뛰게 하면 된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최소 5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직전 경기에 못 나온 북한 선수는 다음 경기에 기용할 수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도 한국 선수의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지도 미지수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계획은 IOC는 물론이고 IIIHF, 그리고 상대 팀들의 동의까지 모두 얻어야 한다. 스위스나 일본 등 우리와 한 조에 속한 팀은 반발할 소지가 있다. 스위스는 이미 “한국만 엔트리를 늘리는 건 불공정하다”고 밝혔다. 한국이 1승 목표로 잡고 있는 일본 역시 선뜻 받아들일지 알 수 없다. 협회는 18일 맷 달튼 등 귀화 선수 7명이 포함된 25명의 남자 대표팀 명단도 발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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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뭉친 여자아이스하키 “日은 넘자”

    남북이 17일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합의한 가운데 대한아이스하키협회는 18일 평창 올림픽에 출전할 남녀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다. 남자는 25명, 여자는 23명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만들어지더라도 한국 선수들의 엔트리 23명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아이스하키협회(IIHF)의 승인을 얻어 북한 선수 5∼6명, 최대 10명을 추가로 합류시킨다는 방침이다. 단일팀 구성과 북한 선수 숫자 등은 2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평창 회의’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첫 경기는 올림픽 개회식 이튿날인 2월 10일 스위스전이다. 경기까지 불과 20여 일밖에 남지 않았다. 대표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북한 선수가 합류해 손발을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대표팀은 이후 12일과 14일에 각각 스웨덴과 일본을 상대로 예선전을 치른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상위권 4개 팀(미국 캐나다 핀란드 러시아)이 포진한 A조와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4개 팀(한국 스웨덴 스위스 일본)이 속한 B조로 나뉜다. A조 1, 2위는 준결승에 직행한다. B조 1, 2위 팀은 각각 A조 4, 3위 팀과 단판 플레이오프를 치러 준결승 진출 팀을 가린다. 남자 아이스하키와 달리 여자 아이스하키는 4강 진출 실패 팀들까지 순위 결정전을 치른다. 모든 팀이 최소 5경기를 하는 셈이다. 세계랭킹 22위인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아시아 최강을 자부해 온 일본(9위)을 넘는 것이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북한 선수들이 합류할 경우 어떻게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면서 경기력까지 유지하느냐가 고민이다. 세라 머리 감독의 말처럼 북한에는 1∼3라인에 뛸 만큼 좋은 선수는 없다.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의 엔트리 증원에 대해 같은 조에 속한 스위스는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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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스하키팀 다독인 문재인 대통령… 일부선수 “단일팀 어이없어”

    “남과 북이 하나의 팀을 만들어 함께 경기에 임한다면 그 모습 자체가 아마 두고두고 역사의 명장면이 될 것이다.” 1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잇따라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 마음 다독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단일팀 구성 제안 8일 만인 이날 남북이 예상보다 빨리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면서 선수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선수 달래기 나선 文 이날 오전 진천선수촌을 방문한 문 대통령은 가장 먼저 빙상장에서 연습하고 있던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을 찾았다. 겨울스포츠의 대표적인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 선수단과 아이스하키 선수단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특히 단일팀 논의로 뒤숭숭한 분위기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의 표정에는 불안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문 대통령은 전날 단일팀 구성에 공개적으로 난색을 표한 세라 머리 여자 아이스하키팀 감독과 먼저 악수를 나눴다. 이어 선수들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이) 우리 아이스하키팀에 보다 많은 국민의 관심을 쏟게 하는, 그래서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씻어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남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사인한 유니폼을 전달받고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여자 선수들도 이리 오세요”라고 챙겼다. 사진 촬영 때는 모든 팀원이 한 몸처럼 움직인다는 의미의 아이스하키팀 구호인 ‘원 보디(one body)’를 외쳤다. 국가대표 선수단과의 오찬 인사말에서도 재차 단일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을 만들 수 있다면 북한이 단순히 참가하는 것 이상으로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 훨씬 더 좋은 단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밝혔다. 단일팀 구성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남북 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구상이라는 점을 솔직히 밝히고 양해를 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단일팀 구성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논란도 의식한 듯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과 단일팀을 만든다고 해서 우리의 전력이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어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자체로 우리 평창 올림픽의 흥행을 도와서 흑자 대회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 “왜 일방적 희생 강요하나” 남북 대표가 회담에서 단일팀 합의를 앞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 고위 관계자들도 선수들 달래기에 나섰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표로 참석했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문 대통령 방문 하루 전 진천선수촌을 찾았다. 노 차관은 “남북 단일팀은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급진전된 사안이다. 당시 여러분은 미국 전지훈련 중이라 따로 양해를 구할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최순실 국정농단과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불참 등의 여파로 평창 올림픽은 위기를 맞고 있다. 단일팀이 성공하면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 수 있다”며 선수들을 설득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정말 필요한 것을 말해 달라.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선수들은 실업팀 창단과 대학 특기생 제도 신설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팀 골리 신소정은 “처음 단일팀 얘기를 듣고는 속이 많이 상했다. 스스로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올림픽을 준비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종환 문화부 장관은 물론이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도 이날 문 대통령의 선수촌 방문에 동행했다. 도 장관은 40분가량 선수단을 따로 만나 선수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몇몇 선수는 단일팀이 성사된 이날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 여자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선수는 “올림픽 출전권을 따 온 건 우리다. 어떻게 정부가 한마디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일팀을 진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4년을 함께 해온 팀이다. 왜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희생하라고 하는지 정말 어이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20, 30대 젊은층의 반응도 호의적이지 않다. 올림픽 출전만을 바라보고 일부 선수는 귀화까지 한 상황에서 정부가 남북 관계를 위해 일방적으로 선수단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관계자는 “18일 한국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 23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선수들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이헌재 기자}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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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선수촌장 유승민 위원… 강릉은 김기훈 교수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37)이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하는 전 세계 선수들의 보금자리가 될 평창올림픽선수촌장을 맡는다. 강릉올림픽선수촌장에는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겨울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기훈 울산과학대 교수(51)가 임명됐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는 16일 선수촌장 위촉심사위원회를 열고 유 위원과 김 교수를 평창과 강릉 선수촌을 책임질 수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위촉식은 23일 평창에서 열린다. 평창선수촌은 평창 겨울올림픽의 메인 선수촌으로 설상 및 썰매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머문다. 강릉선수촌은 빙상 및 아이스하키 종목 선수들이 주로 지낸다. 선수촌장은 선수촌을 대표하는 자리다. 대회 기간에 열리는 입촌식에서 각국 대표단과 선수촌 방문 귀빈을 환영하는 역할을 맡고, 선수단의 안전 및 편의도 책임진다. 한국에서 유일한 IOC 위원으로 활동 중인 유 위원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탁구 단식 금메달리스트로 남자탁구 대표팀 코치 등을 맡았다. 유 위원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선수위원에 출마해 후보자 23명 가운데 2위를 차지해 한국인으로선 문대성에 이어 두 번째로 IOC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평창조직위는 올림픽 참가 경험과 함께 IOC 위원의 상징성을 고려해 유 위원을 평창올림픽선수촌장으로 선임했다. 유 위원은 “리우 올림픽 때 선수촌을 구석구석 누비며 선수들의 표를 얻어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그때 기억을 되살려 이번에도 선수촌을 누벼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선수촌장을 맡아도 IOC 위원으로 활동하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더 열심히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올림픽선수촌장을 맡은 김 교수는 1992년 알베르빌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계주와 1000m에서 정상에 오르며 2관왕을 차지한 스타 출신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 남자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평창조직위는 평창패럴림픽선수촌장으론 박은수 서울시장애인체육회 부회장(62)을 선임했다. 박 부회장은 법무법인 율촌 고문과 서울중앙지법 시민사법위원회 위원도 겸하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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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女아이스하키 감독 “남북 단일팀 우리선수에 분명한 피해”

    “올림픽이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남북 단일팀 얘기가 나온다는 게 솔직히 충격적이다.” 16일 오후 늦게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세라 머리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은 입국장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많은 취재진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평창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알고 있는 듯 거침없이 말문을 열었다. 머리 감독은 “올림픽 티켓은 우리 선수들이 노력과 실력으로 따냈다. 충분히 올림픽에서 뛸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선수를 추가할 경우 우리 선수들에게 분명히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도 한국 선수들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을 것이라는 정부 관계자들의 말과는 배치된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으로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과 관련해 “우리 선수들에게는 피해가 없다. 23명 그대로 출전하는 것이며, 이에 더해 북한 선수단의 출전 규모를 플러스알파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협의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의 세계 랭킹이 22위이고 북한이 25위로 비슷하다. 북한의 우수 선수를 참가시키면 전력이 보강되는 측면이 있다”며 단일팀 강행 의사를 재차 피력했다. 하지만 선수단을 이끄는 머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지금처럼 올림픽이 임박한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면 조직력에 위험이 생길 수 있다. 북한 선수에게 우리가 몇 년 동안 손발을 맞춰 온 대표팀 시스템을 가르치는 데만 해도 한 달이 걸린다. 나 역시 불안하다”고 말했다. 3피리어드 경기로 진행되는 아이스하키는 한 경기당 22명의 선수(골리 2명, 플레이어 20명)만 출전할 수 있다. 도 장관의 말처럼 한국 선수 23명 전원이 그대로 출전하는 것이 아니고 경기마다 22명 내에서 한국 선수와 북한 선수가 함께 출전해야 한다. 따라서 단일팀이 되면 북한 선수가 출전하는 수만큼 한국 선수들의 출전 기회가 줄어든다. 피리어드당 20분씩 진행되는데 20명의 플레이어를 4개 조로 나눠 수시로 교체하며 경기를 운영한다. 체력 부담이 워낙 커 대개 50초에서 1분마다 조를 바꾼다. 이 과정에서 조직력과 팀워크가 무척 중요하다. 파워플레이(상대 팀 반칙으로 수적 우세인 상황)나 숏 핸디드(우리 팀 반칙으로 수적 열세인 상황) 때의 작전도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야 한다. 다만 머리 감독은 “단일팀 결성 여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내일 만날 우리 선수들에게 훈련에만 집중하자고 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북한과 상대해 3-0 승리를 이끈 머리 감독은 “북한 선수들 중 수비수 2명, 공격수 1명 등 2, 3명 정도는 우리 대표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의 1∼3라인에 들어올 만큼 좋은 선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가 단일팀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플랜B’를 이야기하고 있다. 한 아이스하키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 선수들이 참가하면 우리 선수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올림픽이라는 축제의 판을 깰 수는 없지 않나. 단일팀이 결정된다면 우리 선수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방안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최소 5경기를 치른다. 3경기를 치르는 예선에서 탈락해도 순위결정전 2경기가 남아 있다.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한국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고루 주고, 경기력도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첫 번째 경기에 빠진 선수를 다음 경기에 출전시키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 다른 관계자는 “상처 입은 우리 선수들 마음을 다독이는 게 먼저다”라고 말했다. 여자 실업팀 창단 같은 보상책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연간 수십억 원이 드는 실업팀 운영을 기업체나 지방자치단체에 떠맡겨야 하는 부담이 따른다. 단일팀이 구성되려면 단일팀 명분이 갖는 설득력과 선수들의 피해 방지책 마련이 관건이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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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화봉 묵직하네”… 성화 옮겨붙자 모든 게 달라졌다

    성별도, 연령대도, 하는 일도 모두 다른 21명이 15일 오전 한자리에 모인 곳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이었다. 이곳은 13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되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서울 구간 성화 봉송 주자들의 집결지다. 일단 이곳에 모여 봉송구간으로 이동한다. 오전 9시 40분. 실제 성화 봉송 시간은 낮 12시 8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약 3시간 전부터 주자들이 모였다. 주자 등록을 한 뒤 성화 봉송용 유니폼과 모자, 장갑 등을 지급받았다. 곧바로 성화 봉송 교육이 시작됐다. 요점은 두 가지였다. “성화봉이 뜨거우니 조심해라”, 그리고 “마음껏 축제를 즐겨라”. 봉송 주자들을 태운 버스는 성화 봉송 구간인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로 향했다. 주자들은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버스 안에서 대기했다. 버스는 주자들을 따라 조금씩 이동했다. 주자들은 차례로 내려 성화를 들고 달린 뒤 버스에 다시 올랐다. 이전 주자가 다음 주자의 성화봉에 불을 붙이면 그 성화봉을 들고 달렸다. 성화봉 안에는 가스가 들어 있어서 조금만 기울여도 불이 잘 옮겨 붙었다. 봉송을 마친 주자의 성화봉을 안전 요원이 건네받아 성화봉에 달린 가스밸브를 닫아 불을 껐다. 주자들이 들고 온 성화봉은 버스 안에 있던 성화봉 꽂이에 나란히 꽂혀 보관됐다. 이후 안전요원들이 성화봉을 모두 모아 성화봉 안에 들어있던 가스통을 분리했다. 버스 안 분위기는 어색했다. 앳된 얼굴의 10대 여중생과 머리 희끗한 사장님이 첫 만남부터 화기애애해지기 힘든 건 당연했다. 21명 가운데에는 남매 듀엣 악동뮤지션의 이수현 양도 있었다. 하지만 누구도 스스럼없이 다가가 말을 걸진 못했다. 분위기가 다소 풀어지기 시작한 것은 도산대로 근처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버스 차창 밖으로는 풍물놀이패의 공연이 한창이었다. 성화 봉송 주제곡인 ‘Let Everyone Shine’도 울려 퍼졌다. 서서히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자기 차례가 된 주자가 버스에서 내릴 때마다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다. 코카콜라, 삼성전자, KT 등 성화 봉송 파트너사들이 마련한 대형 차량에서는 춤과 음악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축제가 따로 없었다. 기자의 차례가 됐다. 성화봉을 들고 도로 위에서 ‘토치 키스’(앞 주자가 다음 주자에게 불을 붙여주는 것)를 기다리는 사이 한 시민이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성화봉을 들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연예인이 된 기분이었다. 약 1.3kg인 성화봉은 한 손으로 들기엔 다소 무거웠다. 하지만 중국 영자신문 차이나 데일리의 레레 기자가 건넨 성화가 ‘팟∼’ 소리와 함께 기자의 성화봉으로 옮겨 붙은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온몸에서 아드레날린이 샘솟는 듯했다. 활활 불붙은 성화는 전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100m가량 언덕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성화봉의 무게도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린 듯했다. 인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외치는 “평창, 파이팅” 응원이 힘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자 이지연 코카콜라 이사에게 성화를 전달한 뒤 다시 버스에 올랐다. 이렇게 큰 박수를 받아본 게 얼마만인지 잘 모르겠다. 성화 봉송을 끝낸 주자들이 누구랄 것도 없이 먼저 하이파이브를 요청했다. 처음의 어색함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이라는 평창 성화 봉송 슬로건처럼 모든 사람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다시 국립극장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날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서로의 진심을 나눴다. 김윤철 군(17)은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만 해도 기쁜데, 성화 봉송까지 하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 임주희 송양유치원 교사(27)는 “아이들에게 평창 올림픽을 좀 더 친근하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오광현 도미노피자 회장(59)은 “전 국민이 피자를 시켜 드시면서 올림픽을 관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장순 레슬링 국가대표팀 감독(50)은 “우리 선수들이 많은 메달을 따 고생한 만큼 보상받길 바란다”고 했다. 평창 올림픽 성화는 16일까지 서울에 머문 뒤 19일부터는 파주, 연천 등 경기 북부 지역과 비무장지대(DMZ)로 옮겨 평화의 메시지를 담는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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