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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네에서 세잔까지’는 예루살렘 이스라엘박물관의 인상파 작품 컬렉션 중 106점을 선보이는 전시다. 클로드 모네, 폴 세잔, 폴 고갱 등 잘 알려진 인상파 화가들을 포함해 피에르 보나르(1867∼1947), 카미유 피사로(1830∼1903), 장 바티스트 카미유 코로(1796∼1875) 등이 그린 풍경화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다. 특히 전시장에 가면 세잔과 고갱의 풍경이 서로 마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짜임새 있는 구도를 갖춘 세잔의 풍경과 개성을 확실하게 밀고 나간 고갱의 풍경을 대비해 보는 것이 흥미롭다. 서울에서 여러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은 기회다. 아쉬운 건 전시의 기획력이다. 제목에는 국내에서 잘 알려진 모네를 앞세웠지만 모네의 작품은 3점만 전시된다. 또 ‘걸작전’이라고 하기엔 작품 사이즈가 크지 않다. 해외여행으로 주요 미술관을 돌아본 관객의 눈을 만족시키기엔, 작가들의 역량을 최대치로 보여줄 만한 대표작도 충분하지는 않다. 현재 전시는 ‘수경과 반사’, ‘자연과 풍경화’, ‘도시 풍경’, ‘초상화’ 등 소재에 따라 나눠져 있다. 각 코너의 시작 부분에는 각 풍경의 차이점을 자세히 설명해주기보다는 인상파에 관한 거시적 설명만 나열돼 있다. 고갱과 세잔의 풍경이 어떻게 다른지, 색채가 왜 특이한 지 등에 대해 초보 관객은 느낌만 갖고 떠날 수밖에 없다. 매년 방학 때마다 열리는 인상파 전시를 반복해 인상파에 대해 동경심을 품은 관객을 겨냥했다는 것 외에는 전시 주제나 구성의 차별성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바닥에 책 무더기가 쌓인 어두운 방. 유일한 빛은 천장에 매달린 튜브에서 뿜어져 나오는 영상이다. 7개의 튜브 속 프로젝터는 사람의 얼굴, 몸통, 입, 손가락과 모리스 블랑쇼(1907∼2003)의 ‘최후의 인간’ 속 텍스트, 의자를 촬영한 영상을 책 위로 겹친다. 짧은 영상들은 계속 반복된다. 미국 작가 게리 힐(69)의 설치작품 ‘나는 그것이 타자의 빛 안에 있는 이미지임을 믿는다’(1991∼1992년)이다. 작품의 키워드는 ‘부분’이다. 책들은 펼쳐진 부분만을 내보인다. 영상의 사람 몸도 전체가 아닌 부분이다. 더 결정적 힌트는 블랑쇼다. 작가가 인용한 부분은 어두운 공간에 누운 화자가 직접 자신의 신체적, 심리적 경험을 말하는 내용이다. 책 속 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이 설치작품이다. 블랑쇼는 인간의 인식이 무수한 감각, 지각 경험으로 형성된다는 미셸 푸코, 질 들뢰즈 등의 후기구조주의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의 ‘게리 힐: 찰나의 흔적’에서 이런 사상을 작품으로 경험해볼 수 있다. 후기구조주의와 맞물려 선보인 1980년대 개념미술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전시한다. 3월 8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현대의 미술관이 성당의 역할을 대신한다(Art museums are the new churches).’ 스위스 출신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을 비롯한 많은 지식인은 이렇게 말한다. 과거에 교리로 얻었던 깨달음을 이제는 예술 작품이 주는 감각으로 얻는다는 이야기다. 사치나 장식이 아닌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 주는 예술이란 뭘까. 답을 얻고 싶으면 작품을 직접 봐야 한다. 동아일보는 올해 꼭 봐야 할 전시 8개를 엄선했다. 한중일과 영미 유럽권의 현대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사 이해에 꼭 필요한 전시를 골랐다. 미술관들은 크게 △여성 작가 재발굴 △기후 변화 대처 △고야, 라파엘로 등 대가 재조명 등 세 가지 경향을 보였다. 또 미술사적으로 중요하지만 국내에 덜 알려진 작가, 동시대 ‘핫한’ 작가도 고려했다. 감상자별로 즐길 만한 정도는 ‘초심자, 애호가, 덕후(오타쿠)’의 3단계로 표기했다.》1 고야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미술관 5월 17일∼8월 16일 어쩌면 피카소보다 더 국내에 소개되어야 할 작가가 프란시스코 고야(1746∼1828)다. 고야는 컬렉터보다 미술가에게 많은 영향을 끼쳐, 근대 미술의 문을 열었다. 스페인 궁정화가였던 그는 왕정 체제가 저물어가는 현실을 그대로 직시했다. 왕족의 허영을 은연중 초상화에 표현하고, 전쟁의 참상을 판화로 기록했다. 유럽 미술사가 이탈리아, 프랑스를 중심으로 알려져 스페인 출신의 고야는 국내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그의 영향력은 사실주의, 인상주의는 물론이고 20세기 초현실주의까지 뻗는다. 마네와 피카소가 고야의 그림을 그대로 차용해 ‘막시밀리안의 처형’ ‘한국에서의 학살’을 그렸다. 바이엘러 미술관은 “고야는 유럽 왕정의 마지막 궁정화가이자 개인의 주관과 내면 표현의 창시자라는 두 개의 지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2 게르하르트 리히터: 결국엔 회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3월 4일∼7월 5일 독일 출신 게르하르트 리히터(88)는 현대 미술의 흐름을 회화로 되돌린 작가다. 작품도 생존 작가 중 최고가에 속한다. 사진을 초점 흐린 회화로 그려 불안한 시대를 표현했다. 이후 다양한 시리즈로 개념을 변주했다. 60년간 여정을 한 번에 볼 기회다. 상반되는 요소로 캔버스를 장악한 ‘기교의 맛’을 감상해 보자. 3 라파엘로 이탈리아 로마 스쿠데리에 델 퀴리날레 3월 5일∼6월 2일라파엘로(1483∼1520) 서거 500주기를 맞아 이탈리아 정부가 기획한 대규모 회고전. 협력 기관 면면부터 화려하다. 이탈리아 우피치 미술관, 바티칸 박물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영국 런던 내셔널 갤러리, 스페인 프라도 박물관…. 시대를 풍미한 거장의 작품들이 한자리에. 4 이불―비기닝 서울시립미술관 12월 15일∼2021년 3월 국제 미술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시대 한국 작가를 꼽는다면 단연 이불(56)이다. 백남준과 이우환이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활동했다면, 이불은 한국에 기반을 뒀다는 점도 다르다. 2018년 영국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개인전 ‘크래싱’이 열렸을 땐 관객이 몰려 줄을 섰다. 그의 작품에는 전통적 가치관이 해체되는 사회 속에서 개인이 겪는 감각이 직설적 언어로 펼쳐져 있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하고 ‘낙태’(1989년) 퍼포먼스를 선보였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특이한 여자’로 치부했다. 이제는 다수가 공감하는 이야기가 됐다. 전시는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조각과 퍼포먼스를 집중 조명한다. 유럽 개인전에서 맛만 봤던 초기 날것의 작업들을 집중적으로 볼 기회다. 이런저런 이유에 앞서 그냥 이렇게 말하고 싶다. “제발 한국인이면 이 전시 좀 봅시다!” 5 앤디 워홀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3월 12일∼9월 6일 그 유명한 캠벨 수프 후 ‘팝 아트’는 불멸의 장르가 됐다. 그러나 오해도 많다. 국내 팝 아트에 코카콜라나 미키마우스가 등장하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팝 아트는 세련된 수입 문화가 아닌 평범한 일상과 대중의 욕망을 차용한 예술이어서다. 이 전시로 팝 아트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 6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애프터 라이프 영국 런던 로열아카데미 9월 26일∼12월 8일 세르비아 출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74)는 ‘핫한’ 동시대 퍼포먼스 예술가다. 관객과 지그시 눈을 맞춘 ‘The Artist is Present’(2010년)는 뉴욕 현대미술관의 최고 ‘히트’ 쇼였다. 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지, 샤먼을 자처한 요제프 보이스의 퍼포먼스와는 어떻게 다른지 ‘매의 눈’으로 보자. 7 구사마 야요이 독일 베를린 그로피우스 바우 9월 4일∼2021년 1월 17일 ‘땡땡이’ 호박으로만 구사마 야요이(91)를 기억한다면 그녀를 반의 반도 모르는 것이다. 초기 드로잉부터 퍼포먼스, 설치, 회화까지 다양한 여정을 따라가면 누구보다 자신에게 솔직했던 예술가를 만나게 된다. 8 저드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3월 1일∼7월 11일 도널드 저드(1928∼1994)는 미니멀리즘 예술의 대표 작가다. 미니멀리즘 예술은 작가의 의도보다 같은 사물도 달리 보는 다양한 관객에게 방점을 둔다. 현상학, 구조주의 등 철학과 맞물려 역사적 가치를 획득했다. 작품이 의도를 제거한 단순한 사물이기에 재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작품은 직접 보고 판단해야 하기에. ▼그 밖의 국내 전시▼‘임동식 개인전―일어나 올라가’―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6월 18일∼8월 16일 임동식은 1980년대 국내 최초 자연미술그룹 ‘야투(野投)’를 창립하고 ‘1991 여름 금강에서의 국제 자연 미술전’을 개최했다. 백지숙 서울시립미술관장은 그를 “저평가된 작가”라고 말했다. 임 작가가 지난해 서울시에 기증한 1970∼2000년대 자료 1300여 건을 토대로 하는 전시다.‘탄생 100주년 기념―박래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7∼10월 운보 김기창의 아내이자 한국화가인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은 화려한 색채가 특징이다. 50세에 미국 유학을 떠나면서 판화, 태피스트리, 파피에 콜레 등 기법을 익혀 한국화에 결합했다.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새로운 시(詩)의 시대’ ―경남도립미술관 2월 20일∼5월 17일 3·15 의거 60주년을 맞아 3·15 의거를 과거의 사건이 아닌 현재의 삶과 연결된 현상으로 접근해 기획했다. 서용선의 신작을 비롯해 홍순명, 박찬경 등 예술가 7명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현재와 다음 세대를 전망하는 기표로서 역사를 바라본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4일 서울 중구 복합문화공간 피크닉의 지하 공연장. 흰 벽 앞에 피아노가 놓여 있고 40여 개 객석에는 위스키, 칵테일을 든 관객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자리를 가득 메웠다. 오후 5시가 되자 재즈 피아니스트 윤석철이 무대로 나온다. 최근 MBC ‘놀면 뭐하니’에 출연해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린 그는 매주 월요일 서울 마포구 재즈클럽 에반스에서 잼 세션을 열고 있다. 이날의 주인공은 음악보다는 색도, 소리도 없는 무성영화였다. 윤석철은 버스터 키턴의 영화 ‘셜록 2세’에 맞춰 음악을 연주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소파에서도 화려한 그래픽의 영상을 언제든 볼 수 있는 시대다. 이런 독특한 자리를 만든 이유에 대해 김범상 글린트 대표는 “미국에서 우연히 무성영화를 본 기억에서 출발했다. 제한적 환경에서도 연출이 뛰어나 무성영화의 시대가 길었더라면 더 멋진 걸작이 나왔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흑백의 화면이 지루하진 않을까 걱정했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40분이 훌쩍 지나갔다. 단순한 이야기 구조나 슬랩스틱 코미디에 관객들도 편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공연을 마친 윤석철은 “컴퓨터 없이 사람의 손으로 연출한 화면을 보니, 컴퓨터로 대부분 소리를 만드는 요즘의 음악 제작 과정도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11일에는 생황 피리 양금으로 사운드를 만드는 음악가 박지하가 무르나우의 ‘선라이즈’에 맞춰 즉흥 연주를 선보였다. 18일에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 ‘키드’에 맞춰 기타리스트 이태훈이 무대에 오른다. 세 번의 연주는 피크닉이 겨울을 맞아 마련한 ‘무성영화극장’의 프로그램이다. 무성영화 대표 감독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을 비껴 선 영화들을 선정했고, 각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음악가가 선정됐다. 음악가들은 미리 영화를 보고 사운드를 구성해 연주를 선보인다. 전시 공간 2층에서는 ‘피크닉 겨울책방’ 두 번째 시즌으로 출판사 열린책들과 함께 구성한 전시도 무료로 볼 수 있다. 열린책들이 출간한 주요 책들의 표지와 일부 표지의 원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월 2일까지 열린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985년 출간된 ‘시녀 이야기’ 속 끔찍한 디스토피아의 최후는 어떻게 됐을까. 독자들의 끊임없는 질문이 이 책을 만들었다는 애트우드의 말처럼 ‘증언들’은 15년 뒤 길리어드가 맞게 되는 운명을 펼쳐 보인다. 길리어드는 가부장제를 극단까지 몰고 간 사회다. 미혼여성은 함부로 외출해선 안 되고, 욕망은 나쁜 것이라고 교육 받는다. 삶의 목적은 오로지 결혼. 10대 때 지위 높은 중년 남성에게 시집을 가야 한다. 만약 아이를 낳지 못한다면 ‘시녀’라 불리는 타락한 계급의 여성을 집에 들여 출산을 대신하게 한다. 소설은 길리어드 안팎의 세 여성, ‘리디아 아주머니’, 아그네스, 데이지의 증언을 교차해가며 이야기를 전개한다. 리디아 아주머니는 길리어드의 ‘창설자’로 칭송받는 인물. 아그네스는 길리어드에서 태어나고 자라 사령관과 결혼할 운명에 처한다. 데이지는 길리어드 밖에서 살고 있던 10대로 자신의 부모가 가짜임을 알게 된다. 길리어드라는 기이한 세계의 풍습과 그 속에서 보이는 인물들의 생생한 캐릭터가 책에 푹 빠져들게 만든다. 이들 인물의 정체가 궁금해 책장을 빠르게 넘기며 몰입할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도 남아 있는 길리어드의 흔적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이갈리아의 딸들’이 남녀를 바꿔 가부장제의 모순을 폭로한다면 애트우드는 그 제도를 극단으로 몰고 가 민낯을 까발린다. 세 사람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선택된 자’처럼 고난과 역경을 비교적 쉽게 헤쳐 나가는 결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시녀 이야기’ 독자를 위한 선물로는 오래 기다린 값을 다한다. ‘시녀 이야기’를 TV 시리즈로 만들어 주목받았던 ‘핸드메이즈 테일’과의 연결성도 세심하게 고려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예술 작품을 꽁꽁 얼려 보관하는 냉장고 같은 전시가 아니라, 생기가 넘치고 활발한 소통이 오가는 부엌으로 만들어야죠.”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미술전인 광주비엔날레에는 늘 딜레마가 있었다. ‘국제’에 방점을 두느냐, ‘지역’과 소통에 방점을 두느냐의 문제다. 초기 광주비엔날레는 국내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갈수록 전시작품이 너무 난해하거나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하다는 등의 이유로 관심도가 떨어졌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7일 만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데프네 아야스(44), 나타샤 진발라(35)는 이런 부분을 인식한 듯 소통을 강조했다. “과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비엔날레가 그랬듯, 해외 작가가 갑자기 풍선을 타고 내려와 작품을 보여주는 형태는 지양하고 싶어요. 지난해 9월에 이어 오늘 공개 토크 프로그램을 개최합니다.” 올해 광주비엔날레의 주제는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 두 사람은 아나 마리아 밀란, 펨케 헤레이라벤, 애드 미놀리티 등 참여 작가와 함께 이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GB토크: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을 개최했다. 작가와 감독의 국내 리서치 일정에 맞춰 열린 토크 프로그램으로, 그간 전시 진행 과정과 참여 작가의 콘셉트를 대중과 공유하는 자리였다. 터키 출신인 아야스는 “예술 작품의 외형적 결과보다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아야스가 6년간 네덜란드 로테르담 현대미술센터 비터더비트의 디렉터를 맡으며 겪은 경험에서 비롯됐다. “비터더비트에서 프랑스 출신 작가 알렉상드르 싱과 함께 1년 6개월에 걸쳐 3시간짜리 공연 ‘더 휴먼스(The Humans)’를 만들었어요. 제작 과정 중 한 달에 한 번 중간 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죠. 이를 통해 작품 속 다양한 참고 자료를 제공해 이해의 토대를 만들었습니다.” 올해 주제 ‘떠오르는 마음, 맞이하는 영혼’에서 특히 ‘마음’을 강조하는데, 논리와 이성 중심의 서구 지식 체계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의 세계를 다룬다. 전시는 특히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세계의 토착 문화나 소수자를 조명할 예정이다. 인도 출신인 진발라는 “과거로부터 피를 타고 내려온 감각적 문화가 지구의 문제나 역사의 트라우마, 저항 문화에 답을 알려줄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다양성이 잘 보호되고 있는 것 같은 핀란드에서도 ‘사미족’처럼 언어와 문화를 위협받은 소수자들이 있어요. 이들은 수 세대에 걸쳐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법을 체득했죠. 이런 토착 문화를 통해 전 세계의 소외된 목소리나 소수자를 연결해 보려고 합니다.”(진발라) 저널리즘과 사회과학도 연구했던 두 사람은 “전시장이 미술사적 공간을 넘어 예술가를 중심으로 한 지적 교류의 공간이 되도록 접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민의 참여를 당부했다. “미술계 관객을 넘어선 새로운 시민, 더 젊은 관객들과 관계를 맺고 싶습니다. 한국에 수많은 비엔날레가 있다고 들었지만, 아직 아홉 달이 남았으니 찾고 싶은 열린 전시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차가운 눈밭 위 불타는 신문을 든 사람이 서 있다. 러시아 출신 사진작가 팀 파르치코프(37)의 작품 ‘버닝 뉴스(Burning News)’다. 작가는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의 마음을 얼어붙게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소식을 뜻하는 ‘버닝 뉴스’를 문자 그대로 구현해 카메라에 담았다. 서울 종로구 공근혜갤러리에서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러시아의 유명한 신문인 ‘이스크라’는 불꽃을 뜻합니다. 과거 신문은 불꽃처럼 의식을 일깨우고 계몽하는 역할을 했죠. 그런데 요즘은 뉴스가 너무 많아 불과 하루만 지나도 어제 무슨 소식을 봤는지 기억하기 어려워요. 수백 년 동안 많은 영향력을 끼쳤던 종이 매체가 변화를 겪는 과도기적 상황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러시아 국립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파르치코프는 촬영 및 영화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단체가 그리워지면 영화를, 혼자 있고 싶을 땐 사진 작업을 한단다. 대중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간결하고 단순한 이미지가 특징이다. 또 다른 연작인 ‘비현실적 베니스(Unreal Venice)’는 햇살 가득한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풍광이 돋보인다. “멀리서 보면 추상화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사람이 살던 흔적이 있어요. 관광 도시인 베네치아를 가보고, 정작 관광객들은 실제 베네치아인의 삶을 만날 일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작품에서 강렬한 색채가 서로 부딪치면서 기하학적 추상화를 만드는 가운데, 빨래해 걸어 놓은 이불보처럼 생활의 흔적이 엿보인다. 2월 2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젊은 미술가들의 전시와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송은미술대상전이 19회를 맞았다. 서울 강남구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본상 수상자 4명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원자 260명 중 선정된 작가는 곽이브(36), 권혜원(44), 이은실(36), 차지량(36)이다. 동양화를 전공한 이은실은 회화 작품을, 곽이브는 도시환경 건축을 재조명한다. 권혜원은 제주도의 동굴에서 시간이 없어진 듯한 경험을 토대로 한 영상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차지량은 2012년부터 7년간 한국을 떠나 살았던 여정을 영상설치로 다뤘다. 4명의 작가에게는 개인전 개최와 ‘송은문화재단―델피나 재단 레지던시’ 지원 자격이 부여된다. 이 중 1명은 이달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로 선정된다. 대상 수상자는 2000만 원, 우수상 수상자 3명에게는 각각 1000만 원을 수여한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16년 동안 서울 종로구 안국동을 지켰던 사비나미술관이 은평구로 이전하고 두 번째 신년을 맞았다. 미술관은 2020년을 맞아 기획전 ‘뜻밖의 발견, 세렌디피티’를 연다. 전시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최초의 순간과 그것이 창작 행위로 이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유근택 이세현 손봉채 등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 21명이 참여했다. 작가들이 작품을 만들게 된 일화나 책, 작가 노트도 함께 소개한다. 유근택 작가의 분수 작품은 2001년 한국예술종합학교 분수대 앞에서 쉬고 있다 물줄기에 매료된 경험에서 출발했다. 이세현 작가의 붉은 산수는 1989년 군 복무 시절 비무장지대(DMZ)에서 야간 보초를 서다 야간 투시경을 사용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작가들마다 작품 세계를 펼치는 데 중요한 시점이 있다. 이 발견이 어떻게 작품으로 이어지는지 추적하고 싶었다. 사회가 어둡고 불안한 가운데 관객에게도 이런 우연한 발견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4월 25일까지.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해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88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1.68명. 1명 이하인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수조 원을 들이고 있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다” “정책에 공감하기 어렵다” “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같은 아우성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인구 감소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처법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논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저출산이 문제다’→‘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명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우치다 다쓰루 명예교수가 인류학 사회학 지역학 정치학 경제학 등 각 분야 전문가 10명과 함께 쓴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인구 감소는 재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관점에서 대응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는 오히려 인구가 줄어들면 환경수용력(환경이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특정 종의 최대 개체수)이 좋아지고 인구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최적의 생존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량화, 대형화를 주도하는 세계자본주의는 사라지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형식의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허덕이며 돈과 시간 여유가 없는 지금과는 달리 경쟁하지 않아도 개인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과거 노동자의 머릿수로 이득을 창출했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 전환도 필 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학자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두뇌자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하루의 시간을 유가치 노동시간, 무가치 노동시간, 여가시간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회의나 서류작업 등의 무가치 노동시간이다. 저자는 일본 사회에서 이 무가치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 여가시간을 밀어내고 있다고 파악한다. 무가치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가치 노동시간에 두뇌를 쥐어짜 혁신하지 않는다면 저출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인이 두뇌를 사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 노동력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그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도 유효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일본 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한 냉철한 지적들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지금 한국 사회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제학자 모타니 고스케는 상식과 논리가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한다. 지난해 광장이 절반으로 갈라졌던 우리나라 분위기가 새삼 떠오르지 않는가. 다른 저자는 눈앞의 이해관계로만 문제를 소비하는 태도를 꼬집는다. 정치인들이 저출산 문제를 얘기할 때 “여자들이 아이를 안 낳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전쟁 이후 경제 발전의 결과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유연(有緣) 공동체에서 벗어나려는 규범의 전환기가 도래했고 인구 감소는 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몇몇 주장이나 논지는 과격하고 문제적이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저출산 문제 논의 구조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정책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우치다 명예교수는 “위기 도래를 예측하면서도 개인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파국으로 치닫는 일본 엘리트의 사고방식은 태평양전쟁 지도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지난해 우리나라 3분기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88명을 기록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은 1.68명. 1명 이하인 나라는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했다. 인구절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수조 원을 들이고 있지만 “육아가 너무 힘들다” “정책에 공감하기 어렵다” “지원금 몇 푼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같은 아우성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인구 감소에 대한 지금까지의 대처법은 상대적으로 단순한 논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인구가 줄어든다’ → ‘저출산이 문제다’ →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유명 사상가이자 교육가인 우치다 다쓰루 명예교수가 인류학 사회학 지역학 정치학 경제학 등 각 분야 전문가 10명과 함께 쓴 이 책은 발상의 전환을 유도하는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인구 감소는 재앙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관점에서 대응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생물학자인 이케다 기요히코는 오히려 인구가 줄어들면 환경수용력(환경이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는 특정 종의 최대 개체수)이 좋아지고 인구가 일정하게 유지되면서 최적의 생존사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대량화, 대형화를 주도하는 세계자본주의는 사라지고 자급자족을 기반으로 한 작은 공동체 형식의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노동에 허덕이며 돈과 시간 여유가 없는 지금과는 달리 경쟁하지 않아도 개인의 행복에 집중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또 과거 노동자의 머릿수로 이득을 창출했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차원에서 경제학자 이노우에 도모히로는 ‘두뇌자본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하루의 시간을 유가치 노동시간, 무가치 노동시간, 여가시간으로 분류한다. 문제는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회의나 서류작업 등의 무가치 노동시간이다. 저자는 일본사회에서 이 무가치 노동시간이 비정상적으로 길어 여가시간을 밀어내고 있다고 파악한다. 무가치 노동시간을 줄이고 유가치 노동시간에 두뇌를 쥐어짜 혁신하지 않는다면 저출산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인이 두뇌를 사용해 가치를 창조하는 일에 충분한 시간 노동력 돈을 들이지 않는다는 그의 지적은 한국 사회에도 유효하다. 또한 흥미로운 것은 일본사회 전반의 문제에 관한 냉철한 지적들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지금 한국사회와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제학자 모타니 고스케는 상식과 논리가 아니라 분위기에 휩쓸려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비판한다. 지난해 광장이 절반으로 갈라졌던 우리나라 분위기가 새삼 떠오르지 않는가. 또 다른 저자는 눈앞의 이해관계로만 문제를 소비하는 태도를 꼬집는다. 정치인들이 저출산 문제를 얘기할 때 “여자들이 아이를 안 낳아서 그렇다”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태평양전쟁 이후 경제 발전의 결과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유연(有緣) 공동체에서 벗어나려는 규범의 전환기가 도래했고 인구 감소는 그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몇몇 주장이나 논지는 과격하고 문제적이다. 그러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저출산 문제 논의 구조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정책 담당자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우치다 명예교수는 “위기 도래를 예측하면서도 개인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 파국으로 치닫는 일본 엘리트의 사고방식은 태평양전쟁 지도부와 다를 바 없다”고 꼬집는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고 백남준(1932∼2006)의 이름을 내건 국내 미술관들에는 ‘슬픈’ 비밀이 있다. 그의 작품 저작권자인 백남준 에스테이트(the Nam June Paik Estate)와 소통이 거의 끊겼다는 사실이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 미술관에서는 백남준 회고전이 한창이지만 국내 백남준 관련 어떤 미술관도 참여하지 못했다. 이 전시는 다음 달 9일까지 미국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 시카고 현대미술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테델레이크 미술관, 싱가포르 국립현대미술관을 순회하지만 국내에서는 전시 계획이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기 용인에 있는 백남준아트센터는 작가가 살아있을 때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이후 국내 기관과 저작권자간 일련의 갈등 이후 백남준 에스테이트와 과거만큼 원활한 소통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산하로 2017년 문을 연 백남준기념관 역시 백남준 에스테이트와는 관련이 없다. 우리 미술관들은 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걸까.○ 희박한 저작권 개념 예술 작품은 작가의 의도와 아이디어가 중요하다. 작품 복원이나 다른 용도로 쓸 때에도 작가나 저작권 보유자와 협의해야 한다. 임의로 변경된 작품은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작가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작가미술관은 해당 작품의 저작권자나 관련 재단이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일본계 미국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1904∼1988)의 이름을 내건 미국 일본의 작가미술관 모두 재단이 운영한다. 국내 작가미술관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운영한다. 미술가의 명성을 행정에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백남준의 장조카이자 저작권 보유자인 켄 백 하쿠다는 2006년 백남준아트센터 기공식에 참석해 달라고 경기도로부터 요청을 받자 “경기도가 (백남준의) 49재를 협의도 없이 진행하는 등 미술관을 정치적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다”며 불참했다. 2011년 문화체육부가 백남준 기념사업을 추진하자 백남준 에스테이트는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해 무척 당황스럽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저작권 개념이 희박해 벌어진 ‘사건’은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달 미국의 저명한 조각가 알렉산더 콜더의 복제품이 승인도 받지 않고 서울의 한 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며 콜더 재단이 공식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해당 미술관은 문제된 ‘재현물’을 철거했다. 이 같은 문제는 결국 국내 관객의 피해로 귀결된다. 국내 미술관에 대한 불신이 해외에서 쌓이면 세계적 명성을 지닌 작가의 전시를 국내에서 관람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관객 중심의 작가미술관 만들어야 세상을 떠난 작가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작가미술관이 해당 작가의 명성을 이어가려면 과거 작품에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피츠버그 앤디 워홀 미술관은 관람객의 65%가 워홀을 잘 알지 못한다는 데서 착안해 그의 생애와 시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생애주기별로 작품을 정리하고 다양한 시각장치를 활용해 전시관을 꾸몄다. 미국 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작품을 다루는 조지아 오키프 미술관은 소장품과 기록을 꾸준히 연구해 작가 이름을 알리고 있다. 오키프를 중심으로 동시대를 살았던 다른 예술가들을 엮어 현대적 맥락을 제공해 작가를 잊지 않도록 한다. 전문가들은 국내 작가미술관도 작가를 일종의 문화상품으로만 보는 근시안적 시각으로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작가 측과 원활하게 협의해 ‘카탈로그 레조네(전작 도록·全作 圖錄)’ 제작부터 공익적 차원의 기록 정리를 해야 한다”며 “학술 연구를 토대로 작품을 국제적 인류문화유산으로 만드는 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이지호 화이트블럭 시각예술연구소장(61)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전 이응노미술관 관장을 지냈다. 이 소장은 2017년 프랑스 파리 세르뉘시미술관의 ‘군상(群像)의 남자, 이응노’전(展)과 퐁피두센터 회고전 개최를 적극 뒷받침하며 이 화백이 국제적으로 재조명받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이 소장은 “미술관이 작가를 해외에 알리려면 탄탄한 연구가 기본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작가가 세계적으로 조명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제적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팩트(사실)가 있어야 한다. 팩트는 도록(圖錄)을 비롯한 자료 출간에서 비롯되고 이를 위한 연구가 필수다. 연구를 위해서는 작가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고 이를 확보하려면 작가나 유족, 저작권자와 원활하게 소통해야 한다.” ―파리 전시 이전에 이응노미술관에서도 기획전을 열었는데…. “2014년 이응노의 작품이 국제적인 맥락에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제안한 ‘파리 앵포르멜 미술을 만나다’ 기획전을 열었다. 1950, 60년대 프랑스 앵포르멜 미술의 대표 작가인 한스 아르퉁, 피에르 술라주, 자오 우키와 이응노의 미술세계 사이의 관계를 조명해 이해의 바탕을 만들었다.” ―퐁피두센터, 세르뉘시미술관 회고전은 어떻게 도왔나. “그들도 수년 전까지는 이응노를 잘 몰랐다. 이들 미술관이 이응노 회고전을 선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미술계의 언어로 그의 작품을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아르퉁, 술라주, 앙리 미쇼 등과의 연결고리를 맺어준 것이다. 이응노미술관에서 이응노와 소피 칼을 엮은 전시를 연 적도 있다. 이처럼 국제적으로 이해가 되니 해외 미술관이 자체 전시를 기획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는데…. “수요는 생기고 있지만 연구가 부족하다. 프랑스에 가서 우리나라 단색화를 이야기하면 그 이전에 ‘한국 추상미술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단색화가 나올 수 있는 배경을 알고 싶다는 얘기다. 최근 프랑스의 한 연구자는 ‘너무 한국성(性)만 이야기하면 자칫 국가주의로 보일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내 미술계가 작가를 해외에서 조명받도록 하기 위해 할 일은…. “국내에 갇히지 않고 국제적 맥락에서 한국 작가를 풀어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 해외에서 활동하는 전문가가 부족해 자칫 소수의 외국인 연구자 시각이 한국 미술의 전부처럼 보일 우려도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제목처럼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주제를 다룬다. 내가 믿고 기대며, 어쩌면 함께 하나의 우주를 만들었던 존재의 변심. 삶이 무너질 듯한 일로 느껴지지만 또 주변에서 너무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일, 바로 불륜이다. 저자는 벨기에에서 태어나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교육심리학, 프랑스문학을 공부한 뒤 미국 레슬리대에서 표현심리치료 석사 학위를 받았다. 9개 언어를 구사할 정도로 다양한 문화권을 경험해 세계를 누비며 강연하는 심리 치료사다. 첫 책 ‘왜 다른 사람과의 섹스를 꿈꾸는가’(2006년)도 베스트셀러다. 이번 책은 저자가 10년간 외도로 고민하는 사람들과 상담한 내용을 토대로 불륜을 더 깊게 파고든다. 도덕적 선악 구도에 가려진 불륜의 이면을 파고들면서 책은 빛을 낸다. 상대를 비난하기 전에 관계의 복잡한 실타래를 하나씩 풀어가며 오늘날 우리의 욕망과 사랑을 도발적이고 솔직하게 탐구한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2표씩 받은 책이 무려 9권이었다. 대기과학자 조천호의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는 “기후가 인간 역사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그레타 툰베리가 구호를 외쳤다면 조천호는 이론을 제공했다”(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는 평가를 받았다. 유정연 흐름출판 대표는 ‘다시, 책으로’(어크로스)를 택하면서 “순간 접속의 시대에 깊이 읽을수록 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에 공감한다”고 했다. ‘맹자, 마음의 정치학’(사계절)에 대해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한글세대’ 독자들을 위한 적확하고 맥락 있는 고전 읽기의 안내서”라고 추천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대변동’(김영사)은 “한일 관계 등 외교관계에 의미 있는 시사점을 준다”(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저자의 가장 미래지향적인 책”(박영규 교보문고 대표)이라는 지지를 받았다. 역사서도 두 권 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휴머니스트)은 “한국의 지배 엘리트들이 지닌 근대의 개념이 왜 ‘일본’과 등가를 이루는지 그 기원을 보여주는 책”(김형보 어크로스 대표)으로 평가받았다. ‘병자호란, 홍타이지의 전쟁’(까치)은 “역사 밖에서 본 한국사를 어떻게 조명해야 할지 일깨운 점”(박혜숙 푸른역사 대표)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델리아 오언스의 장편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살림)에 대해 백선희 번역가는 “감동스러운 성장 이야기이자 순정한 사랑 이야기. 반전이 거듭되는 법정 스릴러이자 생태학자가 그리는 풍경화”라고 했다. 산문집으로는 ‘여행의 이유’(문학동네)와 ‘참 괜찮은 눈이 온다’(교유서가)가 꼽혔다. 각각 “하나의 브랜드가 된 김영하 작가가 인생에서 여행이 갖는 의미를 인문학적 성찰로 들려준다”(서영택 밀리의서재 대표), “한지혜는 소설가이기 전에 진심을 전하는 산문가다. 자신의 지나온 ‘한때’를 떠올리게 한다”(윤희영 현대문학 월간지팀 팀장)는 평을 들었다.이설 snow@donga.com·김민·김기윤 기자}
제주도와 일본 오키나와, 대만 등 동아시아 3개 섬 지역 예술인들이 모여 역사를 성찰하고 평화를 이야기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년 1월 31일까지 개최하는 ‘4·3 71주년 기념 동아시아 평화예술프로젝트(EAPAP·East Asia Peace Art Project): 섬의 노래’ 기획특별전이다. 전시장에서는 2019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 검열 논란이 있었던 ‘표현의 부자유전, 그후’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5개국 작가 86명이 참가했다. 동아시아 지역에 드리운 전쟁과 제국주의 침탈, 식민지배 등 어두운 역사를 성찰하고 이를 통한 평화를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다. 전시는 4·3평화기념관과 포지션민제주에서 진행되며, 주제기획전 ‘섬의 노래’와 ‘표현의 부자유전@제주’ 특별전, ‘2019 여순평화예술제: 손가락총@제주’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섬의 노래’전의 제목은 오키나와 출신 밴드 BOOM의 노래 ‘시마우타’에서 출발했다. 노래는 오키나와 전쟁의 슬픈 이야기를 평화의 메시지로 연결한다. 이 노래의 제목을 제주와 대만과 연대에 대입해 동아시아 평화를 도출하는 실마리로 삼았다. 예술가들이 자신의 체험과 사유를 바탕으로 마주한 섬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냈다. 김운성 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검열 문제로 국내에 알려진 ‘표현의 부자유전’의 전체 면면도 볼 수 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출품 작가 16명 중 12명이 제주 전시에 참가한다. 이 전시는 내년 상반기 대만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2019 여순평화예술제: 손가락총@제주’는 10월 19일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시를 제주로 가져왔다. 4·3사건 당시 제주도민을 학살하라는 명령을 거부한 여수 주둔 군인과 여수·순천 인민위원회의 활동과 항쟁의 역사를 다룬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그리하여 숨/그러자 숨/그 다음엔 숨/이어서 숨/그래서 숨…’(‘질식-마흔엿새’, 김혜순) 국립현대미술관(MMCA) 서울의 가장 층고 높은 공간 ‘서울 박스’에 김혜순 시인의 시가 흘러내린다. 6.4m 길이에 상하로 오르내리는 로봇 발광다이오드(LED) 기둥은 미국 작가 제니 홀저(69)의 신작 ‘당신을 위하여(FOR YOU)’다. 2017년 MMCA 커미션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작품은 김혜순, 한강, 에밀리 정민 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호진 아지즈 등 현대 문학가 5명의 작품 텍스트를 그대로 보여준다. 김혜순 시인의 글은 ‘죽음의 자서전’(2016년)에서, 한강 작가는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2013년)에서 발췌했다. 작가는 역사적 비극을 경험하거나 목격한 이들의 생각을 추적한다. 홀저는 1970년대 후반부터 역사, 정치, 사회 문제를 주제로 자신이 직접 만든 경구를 뉴욕 거리에 붙이면서 작품을 시작했다. MMCA 서울관 로비 벽면에 붙은 ‘‘경구들’(1977-79)로부터’, ‘‘선동적 에세이’(1977-82)로부터’ 포스터 작품에서 이들 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당신의 모든 행동이 당신을 결정한다’, ‘자신을 확신하는 자는 바보다’ 등 서로 비슷하거나 모순되는 다양한 경구들이 1000여 장의 포스터에 알파벳순으로 빼곡히 담겨 있다. MMCA 과천 야외조각공원의 석조 다리 위 난간에도 홀저가 선정한 11개의 글귀가 국문과 영문으로 새겨졌다. ‘지나친 의무감은 당신을 구속한다’, ‘사람은 꿈속에서 솔직하다’, ‘따분함은 미친 짓을 하게 만든다’ 등이다. 간단한 문구를 통해 다양한 해석이 촉발되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는 것이 홀저 작품의 특징이다. 내년 7월 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와 연계해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과 대화 행사도 열린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9월 터키에서 열린 ‘이스탄불 비엔날레’는 국제 미술계에서 ‘핫한’ 전시였다. 프랑스 출신 유명 큐레이터인 니콜라 부리오(54)가 총감독을 맡아, 세계에서 주목받는 동시대 작가를 한자리에 모았다. 더 흥미로운 건 개최 장소가 터키였단 점이다.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중동 문화권의 현대 미술은 요즘 아프리카 작가 다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SeMA)에서 최근 이러한 중동 미술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전시 ‘고향’이 열리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권진 큐레이터는 “전시 한 번으로 전체를 보여주기 어려워 공통 주제를 ‘고향’으로 정했다”며 “자신의 고향을 잃었거나, 고향을 모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 개념을 돌아봤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국내외 16명 작가(팀)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중 눈길을 사로잡는 건 이집트 출신 와엘 샤키(48)의 설치 작품 ‘십자군 카바레’와 베이루트 출신 모나 하툼(67)의 영상 작품 3점이다. 샤키의 작품은 2012년 독일의 유명 국제미술전람회 ‘카셀 도쿠멘타’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유럽에서 ‘성전’으로 여겨지는 십자군 전쟁을 아랍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전시장 벽을 덮은 푸른색과 어두운 핑크빛 벽의 대조는 왕권과 신권의 욕망이 결합한 전쟁의 우스꽝스러움을 비유한다. 부조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작가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던 십자군 전쟁을 묘사한 작품을 차용한다. 그러면서 ‘고전’으로 여겨지는 유럽의 역사 서술이 과연 진실이냐고 반문한다. 하툼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사물에서 불안을 고조시킨다. 작가가 캐나다 밴쿠버에서 머물며 만든 ‘변하는 부분’(1984년)은 화장실의 바닥 타일, 세면대의 고요한 모습과 외부의 가혹한 현실을 암시하는 이미지를 병치한다. 또 ‘거리 측정’(1988년)은 레바논의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테러로 우체국이 붕괴돼 편지를 보낼 수 없었다는 엄마의 편지를, 딸인 작가가 영어로 통역해 읽어 내려간다. 격동하는 사회에서 휩쓸리는 개인의 모습을 직접적으로 담고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은 중동 작가들이 보여주는 흥미로운 주제를 각각 대변한다. 샤키는 역사에 대한 의문을, 하툼은 ‘아랍의 봄’이 증명하는 전통적 가치관이 붕괴되는 사회 속 불안한 개인을 다룬다. 이렇게 복잡한 정치 사회적 배경을 진솔하게 풀어낸 작가가 있기에 중동 미술은 국제 미술계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권 큐레이터는 “중동은 지리적 특성상 역사 속에서 서구와 교류가 많아 작품의 에너지를 유럽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2006년까지는 중동 작품의 85%가 지역 컬렉터에게 팔렸지만 2008년부터는 북미, 유럽, 아시아로 컬렉터가 확대됐다. 샤키의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화선 바라캇컨템포러리 디렉터는 “중동은 커다란 정치 경제적 잠재력을 지녔고 훌륭한 예술가도 많지만 국내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며 “비서구권 미술을 주시하는 국제적 흐름에 맞춰 중동 동시대 미술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만화책이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염산 테러를 가하는 끔찍한 장면을 버젓이 묘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출판사는 공식 사과하며 해당 책을 전량 폐기하기로 했다. 문제가 된 책은 5일 대원키즈에서 출간한 ‘태경TV 학교탈출’이다. 7세 이용가 만화책으로, 인기 유튜브 채널 ‘태경TV’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재가공한 내용이다. 그런데 책에서 “무척 도도하고 건방진” 여성이 남성에게 이별을 통보하자, “복수심에 불탄” 남성이 며칠동안 주변을 맴돌다 얼굴에 염산을 뿌린다. “여자는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흉측하게 변해버렸다”는 대사와 함께 얼굴이 녹아내리는 그림까지 실었다. 해당 장면은 한 누리꾼이 SNS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그는 “성 평등 의식이 없는 저자는 물론이고, (문제가 된 책을) 잘 나간다며 찍어대는 출판사에도 화가 난다”고 적었다. 이후로 간행물윤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유해간행물 신고 게시판에도 50여 건 넘는 신고가 접수됐다. 대원키즈는 이에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사전에 잘못된 점을 인지하고 내용 및 표현을 수정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향후 책에 대한 보다 철저한 검증, 확인뿐 아니라 재발 방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간한 도서는 전량 회수·폐기하며 온·오프라인 도서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전했다. 이미 구매한 이들도 구입처에서 즉시 환불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와이어와 모빌 조각 등 ‘키네틱 아트’로 조각사의 한 획을 그은 미국 작가 알렉산더 칼더(1898~1976)의 복제품을 국내에서 허가 없이 전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뉴욕에 소재한 칼더 재단은 19일 보도 자료를 내고 “서울에 위치한 K현대미술관이 승인 받지 않은 다수의 복제품을 포함한 전시 ‘칼더 온 페이퍼’를 개최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단 측은 전시 공개 전부터 복제품 제외를 미술관 측에 요청했지만, K현대미술관 측이 이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한다. 재단에 따르면 이달 초 K현대미술관은 칼더 재단에 전시 개최 소식을 전달했다. 이후 재단 측은 승인 받지 않은 복제품을 발견하고 한국미술저작권관리협회(SACK)를 통해 이들 작품을 제외해 줄 것을 요청했다. 재단 측은 “우리는 K현대미술관에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여러 번의 기회를 제공했으나 어떠한 진실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며 “지속적 연락 끝에 답변을 받았지만, 이들은 어떠한 합법적 근거 제시도 없이 복제품이 전시에 포함돼야 함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현재 문제가 되는 복제품은 4점, ‘Edgar Var¤se’, ‘Massimo Campigli’, ‘Babe Ruth’, ‘Josephine Baker’다. SACK 관계자에 따르면 와이어 소재인 이들 조각 작품을 미술관 측이 자체 제작해 전시에 포함했다. 이 관계자는 “칼더 측을 통해 4개의 와이어 작품을 포함한 다른 복제품들에 대해서 무단 사용임을 확인하였고 K현대미술관 측에 알렸다”고 말했다. 칼더 재단은 “K현대미술관이 그들의 주장처럼 ‘교육적 목적’을 위해 질 낮은 복제품으로 작가의 명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K현대미술관 측은 칼더 재단의 문제 제기에 대해 처음에는 “해당 작품은 전시장이 아닌 미술관 로비에 일시적으로 비치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다면 철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했다. 이후 재차 연락을 해와 “칼더 재단과 SACK 측에서 제기한 부분이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며 “내부에서 검토한 뒤 추가 입장과 해명 내용을 정리해 발표 하겠다”고 밝혔다. 칼더 재단은 알렉산더 칼더의 작품 전시와 보존, 아카이빙을 위해 설립된 학문적 비영리 기관이다. 칼더의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 지적 재산권 일체를 소유하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