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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올여름 휴가 일수가 작년보다 0.2일 늘어난 평균 4일로 집계됐다. 또 휴가 시기는 주로 7월 말에서 8월 초에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7일 전국 5인 이상 751개 기업을 대상으로 6월 24∼28일 ‘2019년 하계휴가 실태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300인 미만 기업이 605개(80.6%), 300인 이상이 146개(19.4%)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휴가 일수는 0.2일 늘었지만 응답 기업의 6.3%만이 작년보다 여름휴가 일수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여름휴가일이 늘어난 기업들은 근로자 복지 확대(38.3%), 경기 부진에 따른 생산량 감축(34.0%), 연차수당 등 비용 절감(19.2%)을 이유로 들었다. 기업 규모별로 평균 여름휴가 기간은 300인 이상 기업은 평균 4.6일이고 300인 미만은 평균 3.9일로 나타났다. 또 응답 기업의 70% 이상이 7월 말∼8월 초에 여름휴가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응답 기업의 73.7%는 경기가 작년보다 악화했다고 답했다. 개선됐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경총은 2012년부터 여름휴가 실태조사에서 경기 상황을 함께 설문한 이래 악화됐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나왔다고 전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4일 오후 6시 55분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글로벌 정보기술(IT)의 ‘큰손’으로 통하는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 회장이 벤츠에서 내려 안으로 이동했다. 손 회장이 머물던 시내 호텔로 이 부회장이 찾아가 만찬 장소까지 이동하면서 약 30분 이상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등도 서둘러 만찬 장소로 향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자동차, 전자, 정보기술(IT) 기업인 간의 만남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번 회동은 이 부회장이 손 회장의 요청에 따라 직접 기업인들에게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손 회장과 기업인의 만남은 오후 9시 30분까지 2시간 30분가량 이어졌다. 이날 손 회장과 기업인들은 인공지능(AI)관련 협업뿐 아니라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만찬 후 기자들과 만나 ‘AI 협업 늘리는가’ ‘함께 투자하는 것인가’란 대답에 “맞다(Yes)”고 답했다. 이어 ‘올해가 될 것인가’란 질문에는 “그러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제재 관련 조언을 주었는지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1시간 이상 만찬이 길어질 정도로 젊은 한국 기업인들을 만나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손 회장은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서도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만났을 때에는 “첫째도 브로드밴드, 둘째도 브로드밴드, 셋째도 브로드밴드”라며 초고속 인터넷 투자를 제안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내 젊은 창업가에 대한 투자와 세계시장 진출 및 AI 전문인력 양성 지원을 당부했고, 손 회장은 “I will(그렇게 하겠다)”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김도형·문병기 기자}

“그날이 오고 있다.” 최근 금융계 A기업 블라인드에는 16일을 기다린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특정 상사를 지적하며 “그간 느꼈던 설움을 더 이상 참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다른 기업 게시판에는 상사로부터 ‘갑질’을 당했을 때 어떻게 신고해야 하는지 방법을 묻는 이들이 많았다. 16일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는 첫날이다. 4일 산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 인사팀과 법무팀 등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조항을 담은 취업규칙을 만들고 교육에 나서느라 비상이 걸렸다. 어떤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이고, 어길 경우 어떤 징계를 담을 수 있을지 노조와 합의해 16일 이전에 취업규칙을 만들지 않으면 과태료 500만 원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취업규칙 변경 절차를 끝냈고 지난달 전사 교육을 실시했다. 현대자동차도 준법지원팀에서 전 직원에게 ‘꼭 알아야 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란 내용의 e메일을 보내는 등 준비에 나섰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와 협의해 취업규칙 문구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기업은 괴롭힘 금지법의 취지는 환영하지만 자칫 과잉 처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괴롭힘의 정의가 애매해 ‘갑질 인지 감수성’을 키워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 “갑질문화 근절 환영 vs 정의 애매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난해 간호사 ‘태움’ 사태,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사내 폭력사태 등으로 직장 갑질 근절에 대한 여론이 거세지자 올 초 근로기준법에 관련 조항을 넣은 것이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조항이다. 이 법으로 가해자를 직접 처벌할 수는 없지만 회사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회사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만약 회사가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한다면 대표이사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기업들이 앞다퉈 직장 내 괴롭힘 방지 교육에 나서는 이유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하반기 전사 교육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임원을 포함한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교육을 따로 진행하고 자체 온라인 인사포털시스템 내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할 수 있는 ‘접수처’를 만들 계획이다. 기업들은 ‘일단 무조건 조심하자’며 눈치를 살피고 있다. 법 시행 초기인 만큼 팀장급들은 ‘첫 타자’가 돼서는 안 된다며 몸을 사리고 있다. 사원 대리급 직원들은 신고 방법을 공유하는 중이다. 한 대리급 직원은 “만일을 대비해 일단 녹음을 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로가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괴롭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데다 자칫 상사의 모든 언행이 문제 제기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어 당분간 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가 배포한 사례집에는 상사가 술에 취해 밤에 카톡을 보내고 답변을 강요하거나 자신과 술을 마시자고 윽박지르는 것 등을 괴롭힘 사례에 포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업무를 위한 강요는 괴롭힘이 아니라고 했지만 상황이 애매할 수 있다. 한 대기업 팀장은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괴롭힘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면서 “상사 입장에선 교육 차원에서 훈계한 것인데 괴롭힘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인사팀 걸핏하면 조사할까” 일부 기업 인사팀은 벌써부터 블라인드나 회사 익명 게시판 등에 특정 간부 사원의 ‘갑질’이 오르면 강력 대응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B기업은 얼마 전 블라인드에 한 팀장에 대한 불만의 글이 올랐고, 댓글이 수십 개 달리자 인사팀이 직접 해당 팀장에 대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불만 내용은 주로 “자기가 잘나간다고 자랑하고, 일을 남에게 미룬다”는 것이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자랑하면 듣기야 싫겠지만 괴롭힘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은 인사팀이 조사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보다 사내 ‘갑질’ 피해가 큰 중소기업에는 개선 효과가 정작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교육 인력이나 인프라가 열악한 중소기업들은 법 시행이 코앞이지만 자체적으로 대비하기 쉽지 않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회사에 법 시행 관련 안내문을 뿌리긴 했지만 아직 취업규칙을 개정할 계획조차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강승현·김호경 기자}
“이제 제발 정치가 경제를 좀 놓아주어야 할 때 아닙니까?” 3일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같이 올리며 “일본은 치밀하게 정부 부처 간 공동 작업까지 해가며 보복해 오는데 우리는 서로 비난하기 바쁘다”며 작심발언에 나섰다. 이어 박 회장은 “여야정 모두 경제위기라는 말을 입에 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위기라고 말을 꺼내면 듣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억장이 무너진다”며 “중국 미국 모두 보호무역주의로 기울어지며 제조업 제품의 수출이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우리는 여유도 없으면서 하나씩 터질 때마다 대책을 세운다”고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중 무역갈등에 이어 일본까지 경제보복에 나서 한국 제조업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신산업 규제 등 풀어줄 수 있는 것도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박 회장은 “다들 전통산업의 한계를 인식하고 폭풍처럼 다가오는 미래사회를 예견해서 첨단기술과 신산업에 몰입한다. 우리는 기반 과학도 모자라는 데다가 신산업은 규제의 정글 속에 갇히다 보니, 일을 시작하고 벌이는 자체가 큰 성취일 정도의 코미디 상황”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또 “가끔 도움이 되는 법도 만들어졌는데 그나마 올해는 상반기 내내 개점휴업으로 지나갔다. 이 모든 ‘쓰나미’의 와중에 어쩌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현대오일뱅크가 자회사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를 통해 충남 서산시 대산 아로마틱 석유화학 공장 증설에 2600억 원을 투자한다. 3일 현대오일뱅크는 1000억 원 규모의 증설 공사를 이달 안에 마무리하고 현대코스모는 1600억 원 규모의 공정 증설 계획을 확정해 상세설계 중이라고 밝혔다. 아로마틱은 혼합 자일렌을 원료로 파라자일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산업이다. 생산된 제품은 합성섬유, 건축자재, 페트병 등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현대오일뱅크는 증설로 인한 영업이익 개선 효과를 연간 86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올레핀 석유화학 공장까지 가동되면 2022년 전체 영업이익에서 석유화학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5%에서 50%로 급증할 것”이라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SK바이오팜이 개발한 수면장애 신약이 미국 시장에 본격 출시된다. 3일 SK바이오팜은 파트너사인 재즈 파마수티컬스가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제품명 수노시)을 미국에서 이달 8일경 시판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SK바이오팜은 올해 3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획득한 바 있다. SK바이오팜은 미국 판매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로열티로 받는다. 솔리암페톨은 기면증과 수면무호흡증(OSA)으로 인한 과도한 주간 졸림증을 겪는 성인 환자에게 각성 효과를 주기 위해 개발됐다.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국내 업체가 개발한 혁신 신약이 FDA 승인을 받아 글로벌 시장에 발매되는 것은 처음이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솔리암페톨의 미국 시장 출시는 ‘대한민국에서 개발한 중추신경계 혁신 신약’이 미국이라는 세계 최대의 의약품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직책이 팀장이고 직급이 차장이면 ‘김 팀장’으로, 실장이자 상무인 사람은 ‘김 상무’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고….” 미국에서 20여 년을 일하다 한국 기업에 온 A 부사장은 호칭이 어려웠다. 한국에선 직책과 직급 중 높은 것으로 불러야 한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다행히 이 회사가 ‘님’ 호칭으로 바꾸면서 한시름 놨다. 요즘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수평적 조직문화 만들기다. 이미 ‘님’, ‘프로’, ‘영어 이름’ 등 호칭 파괴는 2000년 CJ그룹을 시작으로 아모레퍼시픽,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정답’이 없는 불확실한 패러다임 전환 시기에는 소통을 통한 혁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상사한테 “B 프로젝트 검토해 봤더니 진짜 이건 아니다” 같은 피드백을 빨리 전해야지 괜히 혼날까 미적거리는 것은 회사로선 손해다. 또 젊은 세대 인재를 끌어오려면 실리콘밸리식 수평적 조직문화가 필수다. 그래서 ‘님’으로 부르고, 넥타이도 풀고, 직급 체계도 줄여보고, 심지어 퇴근할 때 상사한테 인사 안 하기 캠페인을 벌이는 곳도 있다. 서로 반말을 쓰는 스타트업도 나타났다. 정말 별의별 실험이 진행 중이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해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은 사실 그만큼 수직적 문화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미도 된다. 우리는 언어에서조차 위계 문화가 배어 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한국어만큼 존댓말 체계가 복잡한 언어는 인도네시아 자바어 정도라고 한다. 또 영어의 ‘Mr, Ms’나 일본어의 ‘…상’처럼 이름에 붙이면 되는 존칭이 보편적이지 않고, 주로 직업이나 직책을 알아야 상대를 부를 수 있어 모르면 말 걸기가 쉽지 않다. 은퇴한 분께 연락할 때에는 그의 모든 경력 중 가장 높은 직책이 무엇인지 찾느라 주변에 물어봤던 기억도 난다. 게다가 ‘친구’의 조건도 엄청나게 까다롭다. 꼭 같은 해에 태어나야 한다. 빠른 연생 제도가 있던 시절, 같은 해 1, 2월에 태어난 사람은 친구에서 빠진다. 각종 모임에서도 나이를 알아야 잡일하는 ‘막내’, 밥값 많이 낼 ‘큰형님’의 역할을 줄 수 있다. 나이와 회사에 입사한 연도는 기업 인사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국내 패션업계 관계자는 “창의성이 중요한 패션업계에서조차 대기업은 수석 디자이너로 20대를 뽑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외에선 나이, 연차 묻지 마 식 파격 인사 사례가 적지 않다. 니콜라 제스키에르 현 루이비통 수석디자이너가 1997년 발렌시아가의 부활을 이끌었을 당시 나이가 26세였다. 우리 사회 문화 자체가 위계를 중시하니 한국 조직문화엔 답이 없는 걸까. 리더의 의지만 있다면 그렇진 않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실제로 별의별 실험을 하다 보니 “회식은 꿈도 못 꾸고 휴가를 반려했다가 오히려 경고 먹는 문화로 천지가 개벽했다”는 임원들의 하소연(?)도 난무한다. 수평적 조직문화의 종착역은 결국 능력주의다. 그러니 나이가 한참 어린 (오너가가 아닌) 상사가 흔한 일이 되는 시대가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다. 지금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놓아야 할 것 같다.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움직임에 대해 일본은 물론이고 주요국 언론과 기업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반도체 업체가 세계 메모리반도체 업계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반도체 산업 전체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일본의 조치로 소재 공급이 끊겨 삼성전자의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반도체를 이용하는 모든 기기의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급망 자체에 교란이 생기면 그 파급 효과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우려 급증 일본의 한국 수출 규제가 발표된 다음 날인 2일 전 세계 IT 업체들은 한국의 반도체 공급업체들에 대해 ‘수출 물량이 충분한지’를 점검했다. 메모리반도체는 사실상 대체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당장 자신들에게 미칠 여파를 걱정한 것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업체들이 공급하는 메모리반도체는 중국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업체들은 최근 7나노 제품 양산에 들어갔지만 중국 업체들은 이보다 훨씬 제품력이 낮은 10나노급을 주력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글로벌 IT 업체들이 한국 업체들에 제품 공급 가능 여부를 타진한 것이다. 그런 피해는 일본도 피해갈 수 없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한국은 일본 반도체 장비업계의 ‘큰 단골’이다. 한국에서 제조된 반도체를 수입하는 일본 기업도 적지 않다.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이 제한받으면 일본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사나이 아쓰시(長內厚) 와세다대 경영대학원 교수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이번 조치는 일본 기업에 좋지 않다. 일본과 한국의 제조 부문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조치의 유일한 승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또 “일부 분석가들은 일본이 ‘제 발등을 찍는다’고 지적했다. 한국산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를 이용하는 일본 기업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규제로 미국의 동맹인 한일 관계가 ‘새로운 저점’을 찍었다고도 진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자유무역에 대한 일본의 위선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통상 질서를 흔드는 폐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아베 정권은 자유무역의 주창자로 해외에서 기대를 모았지만 (수출 규제 조치로) 이런 평가가 손상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조치가 2010년 중일이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갈등을 빚을 때 중국이 자국산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한 것과도 유사하다고 전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희토류 수입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신문은 ‘전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을 둘러싼 대항 조치의 응수를 자제하라’는 제목의 사설에선 “징용공 문제에 통상정책을 들고 나오는 것은 긴 안목에서 볼 때 불이익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날 반도체 기판에 바르는 포토레지스트(감광액)를 만들어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 신에쓰(信越)화학 홍보담당자는 “포토레지스트는 종류가 매우 많다. 이번 규제에 어떤 품목이 해당되는지부터 정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백한 ‘자유무역’ 위반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세계무역기구(WTO)가 강조하는 상호호혜와 차별대우 폐지 규정에 어긋난다고 봤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공정하고 자유롭고 왜곡 없는 무역을 선언한 지 하루 만에 일본이 자기모순적인 발언을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국 제품이 상대국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상응하는 보복을 할 수는 있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한국의 무역 조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정치적 논리로 경제 보복을 한 셈이어서 국제 통상 시장에서 일본의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하는 일본이 이번 보복 조치로 국제 통상 질서를 스스로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 세종=최혜령 기자 ▼ “첨단 정밀소재는 日에 의존… 국산화하려면 수년은 걸려” ▼ 반도체-디스플레이 타격 왜 심각한가“국산화가 말이 좋지, 하루아침에는 안 됩니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어요.” 2일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 업계도 그간 국산화 노력을 안 한 것은 아니지만 첨단 공정에는 일본 소재 회사와 공동개발 형식으로 협력해 왔다”며 “화학물질이라는 게 배합비율 등이 기술력이라 갑자기 바꾸거나 대체할 곳을 찾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전날 일본 고객사에 정확한 규제 품목 확인에 나섰고, 일부 업체는 국내와 대만 소재 및 화학 회사 등 대체 가능한 공급처 업체 확보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서는 왜 반도체 강국인 한국이 일본 소재 의존도가 높은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국산화는 50% 수준이다. 정밀한 공정으로 갈수록 일본 의존도가 높아진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 기술 주도권이 미국에서 일본으로 넘어갔을 때 일본은 새 공정을 개발할 때마다 자국 기업과 소재도 함께 개발했다”며 “이후 반도체 생산 기술 주도권이 한국으로 넘어오자 한국은 서둘러 대량생산을 하려다 보니 소재나 장비를 함께 육성하기보다 일본에 수입하는 쪽으로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이어 “고순도 에칭가스나 정밀한 최첨단 공정에 들어가는 포토레지스트 등을 국산화하려면 수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일본이 수출 규제에 나선 포토레지스트 중에서도 불화아르곤(ArF) 레지스트, 극자외선(EUV) 레지스트는 한국에선 만들지 못한다는 게 반도체 업계의 설명이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 위에 정밀하게 회로 패턴을 그리는 노광 공정에 필요한 핵심 재료다. 일본 스미모토, 신에쓰, JSR 등이 한국 업체들의 주요 구매처다. 특히 업계에서는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 중에서도 차세대 노광장비인 EUV 레지스트를 수출규제 품목으로 정했다고 보고 있다. EUV 공정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가능케 하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삼성전자가 대만 TSMC를 따돌리기 위한 승부처로 삼은 공정이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첨단 레지스트 국산화를 기다리다 차세대 공정이 늦춰져 후발 주자에 밀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에칭가스는 확보하지 못하면 공정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일본 스텔라, 모리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고순도 에칭가스는 일본 기술력과 수년의 격차가 있다. 그동안 꾸준히 정밀화학 소재를 개발한 일본 업체를 단기간에 따라가긴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은 연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결국 한국 국산화 속도만 높일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중국의 희토류 보복 당시 일본 기업은 아프리카 등으로 구매처를 다변화해 중국이 결국 백기를 들었다”며 “일본 산업계는 당시 학습효과도 있고,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경제 보복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국 정부와 기업이 국산화 및 대체 공급기업에 대해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산업자원통상부 소속의 한 여당의원은 “정부가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에 나섰고, 일부 업체는 미리 대비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kimhs@donga.com·유근형 기자}
쌍용자동차가 판매 부진으로 재고가 쌓이자 노사 간 합의를 거쳐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 이 회사가 재고를 줄이기 위해 노사합의로 생산 중단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일 쌍용차는 이달 평택공장에서 4일 동안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생산 중단 일자는 이달 5, 8, 12, 15일로 각각 월요일과 금요일이다. 쌍용차는 회사 귀책으로 휴업하면 급여의 70%를 지급한다. 평택공장 생산직 직원들은 휴업일 동안 임금이 30% 줄어드는 셈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올해 들어 판매 감소로 2시간씩 휴식하는 계획 정지도 시행했지만,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 불가피하게 감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쌍용차뿐 아니라 다른 국내 완성차도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국내 완성차 5개의 상반기 국내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0% 줄었다. 한국과 세계 자동차 시장 침체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생산 중단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보기 드문 조치”라며 “그만큼 자동차 시장이 어렵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5대 그룹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인 A 사장은 최근 화려한 프린트 무늬 셔츠와 발목 없는 양말, 뿔테 안경을 새로 구비했다. 아저씨 스타일 검정 구두는 이제 그만, 센스 있는 스니커즈가 기본이다. 1980년대 말에 입사해 패션에 관심을 둘 틈도 없이 일만 해왔던 그가 갑자기 스타일을 바꾼 것은 최근 그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임원 사이에서는 외모부터 젊어야 소통을 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은근히 있다”며 “젊은 세대와 소통을 잘하느냐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들도 젊어지고 있지 않나. 위고 아래고 나를 ‘꼰대’로 찍지 않게끔 외모도 바꾸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업에 부는 밀레니얼 배우기 열풍 A 사장이 밀레니얼 세대 따라잡기에 나서는 까닭은 최근 기업 내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경우 이미 밀레니얼 세대 비중을 30∼4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은 이미 절대다수가 밀레니얼 세대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소통 방식에 대한 갈증을 겪고 있는 상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9년생), X세대(1970년대생),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생) 등 세대별 명칭에 대한 정의는 주로 미국에서 왔다. 하지만 한국은 세대 간 특성 차이가 미국보다 더욱 도드라진다는 게 주요 기업들의 설명이다. 한국은 압축성장을 겪은 만큼 경제적 풍요, 기술 친화도 등 성장 배경이 세대별로 급격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마다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강조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내부의 세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포스코그룹 포스코인재창조원은 올해 2월 그룹 내 리더급 직원을 대상으로 아예 ‘밀레니얼 세대 소통 가이드’를 만들어 나눠 줬다. 포스코는 ‘우향우’ 정신으로 통하는 불굴의 조직 문화가 유명한 기업이다. 포스코를 세운 고 박태준 회장이 “차관으로 지은 국민의 기업인 만큼 제철소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 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고 한 데서 나왔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에 무게를 두는 밀레니얼 세대는 우향우 정신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 내 올해 밀레니얼 세대 비중은 36%지만 2024년 6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베이비붐 세대가 48%로 가장 많지만 5년 뒤에는 26%까지 줄어든다. ○ “참아야 승진한다” vs “부장처럼 되기 싫은데”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나. 이겨내야 임원도 되는 거지.” 유통회사에 다니는 이모 씨(26)는 말끝마다 팀장이 ‘그래야 임원 된다’고 할 때 속으로 생각한다. ‘당장 내일 그만둘지도 모르는데, 임원이라니….’ 더구나 그가 모시는 임원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오고, 가족과 행복해 보이지도 않아 임원이 되고 싶지도 않다. 기업마다 밀레니얼 세대 배우기에 나선다 해도 여전히 세대 간 간극은 남아 있다. 특히 부장과 임원들은 ‘동기 부여’가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의 김모 상무는 사무실 문을 열고 나갈 때마다 가끔 놀란다. 시간은 오후 6시. 사무실에는 40대 팀장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이 없어도 남으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짜 일이 있는데도 개인 약속이 있다고 조용히 사라지는 직원을 보면 당황하게 된다”며 “꼰대처럼 호통은 치면 안 되고, 미국처럼 해고 카드를 꺼낼 수도 없고, 어떻게 일을 시켜야 할지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부장은 “승진도, 보너스도 밀레니얼 세대는 별 관심 없어 보인다”며 “이들에게 동기 부여하기가 너무 어렵다. 어렵게 취업 관문을 뚫고 들어와 그만두는 직원이 많은 걸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012년 23%에서 2016년 28%로 높아지는 추세다. ○ 최고의 상사는 ‘감정 노동의 달인’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조직 내에서 부딪치는 것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조직 내에서의 성공에 중점을 둔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나의 행복’에 중점을 둔다.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을 고를 때에도 돈보다 기업 문화, 일하는 방식, 일의 의미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입증이 된 상태다. 2016년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일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연봉 7600달러(약 880만 원)를 포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의 질’이란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 의미가 있는 일, 기업 문화가 좋은 직장,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 등을 말한다. 한국 밀레니얼 세대는 부장들의 하소연처럼 유독 워라밸에만 집착하는 걸까. 조직 전문가인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오히려 일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이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 좌절하고 냉소적으로 변하며 조직 밖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든다”고 했다. 이어 “그 모습이 상사들 눈에는 ‘휴가만 기다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상사가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면서 자신의 성장을 돕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또 이직하더라도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미를 알려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일일이 직원들의 관심사와 추구하는 가치까지 파악해 가며 일을 시켜야 한다니…”라고 X세대 관리자는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20대에만 해도 신인류라며 “난 달라”를 외쳤지만 직장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인 ‘돌격부대’에 호응하느라 자아 정체성까지 내려놓지 않았는가. 하지만 ‘감정 노동’이 이제 관리자의 주요 업무라는 주장이 나오는 시대다.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의 저자 킴 스콧은 “솔직한 피드백 등 소통을 늘리려면 직원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고의 상사는 감정 노동의 달인”이라고 썼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국 제철소의 고로(용광로) 조업정지 처분에 대해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상세히 소개하며 ‘일본 제철소도 한국과 같은 방식이지만 한 번도 문제된 적 없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28일 ‘한국 포스코 고로 정지 위기, 지자체 불법 판단’ 제하의 기사를 내고, 지방 정부가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오염물질을 불법 배출했다고 보고 있어 이 제철소들이 조업정지 위기에 놓였다고 했다. 이 신문은 “오염물질이 정화시설 없이 배출됐다는 이유로 지방정부가 10일 조업정지 처분을 내림으로써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고로 정지 위기에 놓였다”며 “만약 제철소가 문을 닫는다면 자동차, 기계, 조선 산업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산업이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달 충남도로부터 고로 브리더(안전밸브)를 임의 개방해 오염물질을 무단으로 배출했다며 7월 15일부터 10일 동안 고로 조업을 중단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 신문은 일본 철강업계 관계자의 코멘트로 “우리도 (한국 제철소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 중이다. 하지만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다. 법을 어긴 게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하는 세계 철강업계도 (한국의 조업 정지 처분과) 무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논의 과정에 대해 글로벌 철강업체를 보유한 유럽과 일본도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고 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5대 그룹 계열사의 한 최고경영자(CEO)인 A사장은 최근 화려한 프린트 무늬 셔츠와 발목 없는 양말, 뿔테 안경을 새로 구비했다. 아저씨 스타일 검정 구두는 이제 그만, 센스 있는 스니커즈가 기본이다. 1980년대 말에 입사해 패션에 관심을 둘 틈도 없이 일만 해왔던 그가 갑자기 스타일을 바꾼 것은 최근 그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임원 사이에서는 외모부터 젊어야 소통을 잘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은근히 있다”며 “젊은 세대와 소통을 잘하느냐가 리더의 중요한 자질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오너들도 젊어지고 있지 않나. 위고 아래고 나를 ‘꼰대’로 찍지 않게끔 외모도 바꾸고, 유연한 자세를 보이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견기업 B 부사장은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 태어난 세대)에 대해 독학하고 있다. 그는 올 초 서점에서 ‘90년대생이 온다’,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과 같은 책을 샀다. B부사장은 “요즘 실무 직원 상당수가 밀레니얼 세대라 이들에 대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대기업은 조직문화 컨설팅도 받는다는데 우리는 그러기 어려워 독학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공부를 해도 이해가 안갈 때가 많다. 그는 “일하기 싫어 손놓고 있는 게 보이는데 그걸 ‘워라밸(워크 앤드 라이프스타일 밸런스)’로 포장하는 것은 당황스럽다”고 했다.● 기업에 부는 밀레니얼 배우기 열풍 A사장, B부사장이 밀레니얼 세대 따라잡기에 나서는 까닭은 최근 기업 내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의 경우 이미 밀레니얼 세대 비중을 30~4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은 이미 절대 다수가 밀레니얼 세대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밀레니얼 세대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마다 기존과 다른 새로운 소통 방식에 대한 갈증을 겪고 있는 상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9년 생), X세대(1970년대 생), 밀레니얼 세대 등 세대별 명칭에 대한 정의는 주로 미국에서 왔다. 하지만 한국은 세대간 특성 차이가 미국보다 더욱 도드라진다는 게 주요 기업들의 설명이다. 한국은 압축성장을 겪은 만큼 경제적 풍요, 기술 친화도 등 성장 배경이 세대별로 급격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마다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소통을 강조하는 것도 내부의 세대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포스코그룹 포스코인재창조원은 올해 2월 그룹 내 리더급 직원을 대상으로 아예 ‘밀레니얼 세대 소통 가이드’를 만들어 나눠 줬다. 포스코는 ‘우향우’ 정신으로 통하는 불굴의 조직 문화가 유명한 기업이다. 포스코를 세운 고 박태준 회장이 “차관으로 지은 국민의 기업인만큼 제철소를 성공시키지 못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서 영일만에 빠져 죽자”고 한데서 나왔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에 무게를 두는 밀레니얼 세대는 우향우 정신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소통방식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포스코 내 올해 밀레니얼 세대 비중은 36%지만 2024년 6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베이비붐 세대가 48%로 가장 많지만 5년 뒤에는 26%까지 줄어든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원들과 ‘행복 토크’에 나서며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뉴리더인 밀레니얼 세대가 중시하는 행복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며 혁신을 이끌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참아야 승진한다” VS “부장처럼 되기 싫은데” “회사에서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나. 이겨내야 임원도 되는 거지.” 유통회사에 다니는 이 모 씨(26)는 말끝마다 팀장이 ‘그래야 임원 된다’고 할 때 속으로 생각한다. ‘당장 내일 그만 둘지도 모르는데, 임원이라니….’ 더구나 그가 모시는 임원은 주말에 사무실에 나오고, 가족과 행복해 보이지도 않아 임원이 되고 싶지도 않다. 기업마다 밀레니얼 세대 배우기에 나선다 해도 여전히 세대간 간극은 남아 있다. 특히 부장과 임원들은 ‘동기부여’가 가장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의 김 모 상무는 사무실 방문을 열고 나갈 때마다 가끔 놀란다. 시간은 오후 6시. 사무실에는 40대 팀장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이 없어도 남으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진짜 일이 있는데도 개인 약속이 있다고 조용히 사라지는 직원을 보면 당황하다”며 “꼰대처럼 호통은 치면 안 되고, 미국처럼 해고 카드를 꺼낼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일을 시킬지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식품업계 부장은 “승진도, 보너스도 밀레니얼 세대는 별 관심 없어 보인다”며 “이들에게 동기부여하기가 너무 어렵다. 어렵게 취업 관문을 뚫고 들어와 그만두는 직원이 많은 걸 보면 신기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012년 23%에서 2016년 28%로 높아지는 추세다. ● 최고의 상사는 ‘감정 노동의 달인’ 밀레니얼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가 조직 내에서 부딪히는 것은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조직 내에서의 성공에 중점을 둔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나의 행복’에 중점을 둔다. 밀레니얼 세대가 직장을 고를 때에도 돈보다 기업문화, 일하는 방식, 일의 의미를 쫓는다는 것은 다양한 연구에서 입증이 된 상태다. 2016년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조사에 따르면 밀레니얼세대는 ‘일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연봉 7600달러(880만 원)를 포기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의 질’이란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 의미가 있는 일, 기업 문화가 좋은 직장, 워라밸 등을 말한다. 한국 밀레니얼 세대는 부장들의 하소연처럼 유독 워라밸에만 집착하는 걸까. 조직 전문가인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는 오히려 일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을 느끼고 싶어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이 자신을 성장시키지 못하고, 의미가 없다고 느낄 때 좌절하고 냉소적으로 변하며 조직 밖에서 삶의 의미를 찾으려 든다”고 했다. 이어 “그 모습이 상사들 눈에는 ‘휴가만 기다리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상사가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면서 자신의 성장을 돕는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또 이직하더라도 지금 회사에서 하는 일이 커리어에 어떤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의미를 알려주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할 일이 태산인데 일일이 직원들의 관심사와 추구하는 가치까지 파악해가며 일을 시켜야 하다니…”라고 X세대 관리자는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이들은 20대에만 해도 신인류라며 “난 달라”를 외쳤지만 직장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인 ‘돌격부대’에 호응하느라 자아 정체성까지 내려놓지 않았는가. 하지만 ‘감정 노동’이 이제 관리자의 주요 업무라는 주장이 나오는 시대다. ‘실리콘 밸리의 팀장들’의 저자 킴 스콧은 “솔직한 피드백 등 소통을 늘리려면 직원에게 개인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고의 상사는 감정노동의 달인”이라고 썼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방한 길에 국내 18곳의 기업인과 회동을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부 관계자 없이 국내 기업인들과 별도 회동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기업인 회동에는 국내 5대 그룹뿐 아니라 미국과 인연이 있거나 투자협력 가능성이 높은 주요 기업까지 총 18개 기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한국에 있는 미국계 기업 14곳을 포함해 총 32개 기업이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리는 이번 회동에 참석하는 국내 기업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5대 그룹과 한화, GS, 신세계, 한진, CJ, 두산, 풍산, 한국타이어, 네이버 등 18곳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미국계 기업 중에서는 P&G, 퀄컴, 코스코, 보잉 등이 포함됐다. 참석 기업 리스트는 주한 미대사관이 백악관과 함께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5대 그룹 외에는 주로 오너십이 강한 기업들로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장기적인 투자 결정이 가능한 곳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방한 일정 중에 한국 기업인들과의 회동을 잡은 배경에 대해 재계는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협조와 대미 투자 확대를 요청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영국을 방문했을 때나 지난달 일본을 방문했을 때에도 여러 기업인을 만나 투자를 요구했다. 지난달에는 미국 루이지애나에 약 3조6000억 원을 투자한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백악관에 초청하기도 했다. 당시 재계는 중국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과 관련해 큰 손실을 입은 기업이자 미국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한 롯데를 초청함으로써 ‘미국에 협조적인 기업은 우대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직설적인 화법을 즐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상 구체적인 투자 확대 요구나 미중 무역갈등과 관련한 구체적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어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현대자동차가 상여금 중 일부를 매달 지급하도록 취업규칙을 바꾼다고 노조에 공식 통보했다. 현대차 임직원의 평균 연봉은 9200만 원이지만 이 중 상여금은 최저임금 계산에 포함되지 않아 7000여 명의 시급이 최저임금(8350원)에 미달한 상태다. 24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21일 노조에 ‘최저임금법 위반 해소를 위한 취업규칙 변경 통보’ 공문을 보냈다. 앞서 현대차는 취업규칙을 바꿔 매년 기본급의 750%에 이르는 상여금 중 두 달에 한 번꼴로 지급하던 600%의 상여금을 매월 지급해야 최저임금법 위반을 피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모비스도 노조에 상여금 분할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을 통보한 상태다. 현대차 노조는 회사가 일방적으로 상여금을 매달 쪼개 지급하는 것은 취업규칙을 변경하는 것으로 단체협약 위반이라고 반발해 왔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이면 최저임금법 위반 처벌 유예기간이 끝날 것으로 업계는 봐 왔다. 유예기간이 늘어난다 해도 만약을 대비하지 않으면 당장 경영진이 처벌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계도기간이 끝나 회사가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면 대표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는다. 단협을 어기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노조는 상여금을 매달 분할 지급하면 이 금액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2016년 창업한 사물인터넷(IoT) 스마트기기 제조 스타트업 A사는 해외에 나가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마침 한국무역협회에서 해외수출 전문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수출현장 MC(멘토링&컨설팅)’ 제도를 알게 됐다. 하영수 무역협회 MC위원은 A사에 해외전시회부터 나가 보기를 권했다. 지난해 10월, 하 위원의 도움을 받아 홍콩국제박람회에 참가한 A사는 인도의 한 대기업으로부터 향후 5년간 독점계약 요청을 받았다. 하 위원은 “후발주자에 시장 점유 기회를 빼앗길 수 있으니 머뭇거리지 말고 계약을 진행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A사는 결국 인도 기업과 12만5000달러(약 1억45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A사 대표는 “MC위원이 전시회 참가 준비, 수출 계약서 작성, 신용장 조건 등 세세한 부분까지 밀착 지원을 해줘 힘이 되었다”고 말했다. 24일 한국무역협회가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한 ‘2019년 수출현장 MC전문위원 상반기 성과 공유회’에서는 A사와 같은 수출 지원 성공 사례가 쏟아졌다. 72명으로 구성된 수출현장 MC위원단은 삼성 LG 등 주요 기업에서 30여 년간 해외 마케팅을 전담했던 수출 베테랑들이다. 전국의 무역 현장을 직접 찾아가 해외시장 조사, 바이어 발굴, 계약 및 결제 등 수출 전 과정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있다. MC위원들은 올해 상반기(1∼6월)에만 전국의 5117개사를 방문해 7707건의 상담을 처리했다. 작년 수출실적이 10만 달러 미만인 813개사를 지원해 이 중 168개 기업의 수출이 늘었다. 특히 444개 내수기업 가운데 69개사를 수출기업으로 전환시켜 399만 달러(약 46억1200만 원)의 수출이 가능하도록 도왔다. 건강기능식품 B사도 MC위원의 도움을 받아 3월 말레이시아 기업과 20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석희 MC위원으로부터 원산지 증명서 발급, 계약서 작성 등의 조언을 듣고 까다로운 무슬림 시장에 진출했다. 수출현장 MC전문위원 사업을 이끌고 있는 허덕진 무역협회 회원지원본부장은 “앞으로도 많은 내수 및 수출 초보 기업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기아자동차가 매월 일정 요금을 내면 차를 빌려 탈 수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기아 플렉스(KIA FLEX) 프리미엄’을 선보인다고 17일 밝혔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 서비스는 매월 129만 원(부가세 포함)을 내면 K9, 스팅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매달 한 번씩 바꿔가며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이 외에 추가로 전기자동차인 니로EV를 월 1회 72시간 대여할 수 있다. 기아 플렉스 프리미엄 서비스는 모바일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계약-결제-예약-배송-반납의 전 과정을 이용할 수 있다. 만 26세 이상,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1년이 경과하고 본인 명의의 개인 및 법인 신용카드를 소지한 사람을 대상으로 가입을 받을 계획이다. 총가입자 수는 50명으로 한정된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한국 노사 간 불신의 벽이 이렇게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말 광주시 관계자들은 지역 노동계와 현대자동차 사이를 오가며 협상 조건을 조율하느라 진땀을 뺐다. 임금은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현대차와 광주시의 8개월간의 협상 과정은 롤러코스터 같았다. 기자들도 덩달아 ‘광주형 일자리 성사’ 기사를 쓰다가 전체 삭제 버튼을 누르는 일이 반복됐다. 현대차는 “사업성이 없으면 투자 못 한다. 원래 투자 계획안대로 해달라”, 지역 노동계는 “5년 동안 ‘반값 임금’ 유지는 받기 어렵다”며 팽팽히 맞섰다.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광주시는 그 어렵다는 ‘노사합의’를 해냈고, 올해 1월 31일 현대차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 임금을 유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면서 “‘5월의 광주’가 민주주의의 촛불이 되었듯 이제 광주형 일자리는 경제민주주의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2, 3의 광주형 일자리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형태로 경북 구미, 경남 밀양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국가균형특별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일자리 기근 속에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 노동계가 힘을 모으는 ‘○○형 일자리’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광주형 구미형 밀양형 뭐가 다를까 ○○형 일자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노사민정 상생협의로 기업 투자를 이끌면 중앙정부도 패키지 지원에 나선다’는 것만 같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제각각이다. 투자 운영 주체, 대기업 관여 정도 등이 다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2월 발표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확산 방안’에도 지자체의 창의적인 방안을 독려한다고 나와 있다. 11일 실무 협상이 시작된 구미형 일자리는 지금까지 공개된 것을 종합하면 일반적인 지자체 투자유치 모델과 흡사하다. LG화학이 공장을 세우면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책을 주는 형태다. 7일 경북도와 구미시가 서울 LG화학 본사를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유치 제안서를 제출했고, LG화학은 이 자리에서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공장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LG화학은 구체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구미시와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LG화학이 5000억 원을 투자해 분양이 저조한 구미 5국가산업단지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1000명 미만의 인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두고 구미시와 협상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광주시가 1대 주주로서 운영 주체로 나서는 형태라면 구미형 일자리는 LG화학이 자기 공장을 세우는 모델이다. 자기 공장이기 때문에 임금은 LG화학 임금체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협상의 주요 이슈도 광주형 일자리처럼 반값 연봉이 아니라 공장 설립 시 지자체의 지원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밀양형 일자리의 특징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10일 산업부와 경남도는 주조, 금형, 열처리 등 여러 뿌리기업이 투자 주체가 되는 밀양형 일자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 있는 뿌리기업들이 2006년부터 밀양에 있는 하남일반산단으로 옮기고 싶어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경남도와 중앙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근로자에게 복지 혜택 및 기업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전할 기업은 3500억 원을 신규 투자해 일자리 500여 개를 만들 계획이다. ○ “기업 압박” “총선용” 불만도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은 기업 투자를 망설이게 한 문제를 지자체가 협상 주체로 나서 풀어주겠다는 취지에서 이전 정책들과 비교해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광주형은 고질적인 고임금, 구미형은 해외에 비해 열악한 정부 지원, 밀양형은 지역 주민 반대 등을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 해결해 일자리를 만들려 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굳이 상생형 일자리란 말을 붙이지 않아도 기업이 투자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알아서 투자할 텐데, 지자체가 기업을 ‘찍어’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벌써부터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LG인가. 선거 앞두고 지역 간 경쟁 속에 기업만 압박 받는 것 아닌가”란 걱정이 나온다. 특혜 논란도 넘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지역 노동계가 합의해 임금을 현대차의 반값으로 하되 정부와 지자체가 행복주택 어린이집 건립 등을 추진해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다른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은 ‘특혜’라며 불만이다. 한 중견 부품업체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 임금이 반값이라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인 현대차 연봉의 반이라는 것이지 중견·중소 부품업체보다는 높은 것 같다”며 “그런데도 왜 그들에게만 복지 혜택을 몰아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밀양도 벌써부터 총선을 앞두고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김 지사가 5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한 직후 밀양형 일자리가 발표됐다.○ ‘바보야, 문제는 사업성이야’ 이 같은 논란을 딛고 상생형 지역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기업 스스로 필요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사업성이 관건이란 얘기다. 5대 그룹 관계자는 “‘정부주도형’ 일자리 모델의 문제는 기업의 니즈보다 지역사회의 요구나 정치 논리에 경도된 면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여론과 정치적 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투자한다고 해도 결국 정권이 바뀌고 정부 지원도 줄면 기업도 흐지부지 발을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물꼬를 튼 광주형 일자리는 30년 노사갈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한국 자동차 산업에 의미 있는 행보라는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업성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광주형 일자리 법인이 공장을 지으면 현대차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을 위탁할 예정이다. 내연기관 시장이 축소되면서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은 공장을 폐쇄하고 있고 국내 완성차 공장도 가동률 저하에 시달리는 마당에 새로운 생산 공장이 시장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또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차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다른 투자자로부터도 사업성을 입증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광주시, 현대차, 광주은행 등이 공개적으로 총 1020억 원의 투자를 약속한 상태로 추가로 4734억 원을 투자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투자 모집 현황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말하기 어렵지만 6월 말 투자 모집을 완료해 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형 일자리도 사업성을 두고 LG화학과 지자체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10일 구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화학이 폴란드에 투자하기로 했던 (양극재) 10만 t 생산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폴란드와 중국의 경우 (기업)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데 구미형 일자리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폴란드에 공장을 지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 수준과 구미에 지을 때의 혜택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구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경기 용인시에 빼앗긴 뒤 구미형 일자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일 뿐이란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이번 협상에서 기업에 제대로 사업성을 보장해주고 지역과 기업에 모두 도움이 되는 투자를 유치하는 선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김현수 산업1부 차장 kimhs@donga.com}

“한국 노사간 불신의 벽이 이렇게 높다는 것을 알게 됐다.” 지난해 말 광주시 관계자들은 지역 노동계와 현대자동차 사이를 오가며 협상 조건을 조율하느라 진땀을 뺐다. 임금은 낮추는 대신 일자리를 만드는 ‘광주형 일자리’를 둘러싼 현대차와 광주시의 8개월 동안 협상 과정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기자들도 덩달아 ‘광주형 일자리 성사’ 기사를 쓰다가 전체 삭제 버튼을 누르는 일이 반복됐다. 현대차는 “사업성이 없으면 투자 못한다. 원래 투자 계획안대로 해 달라”, 지역 노동계는 “5년 동안 ‘반값 임금’ 유지는 받기 어렵다”고 팽팽히 맞섰다.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광주시는 그 어렵다는 ‘노사합의’를 해냈고, 올해 1월 31일 현대차와 ‘지역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지속 창출을 위한 완성차 사업 투자협약’을 맺었다. 협약식에는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광주형 일자리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적정임금을 유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라며 “‘5월의 광주’가 민주주의의 촛불이 되었듯 이제 광주형 일자리는 경제민주주의의 불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제 2, 3 광주형 일자리는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의 형태로 경북 구미, 경남 밀양으로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을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국가균형특별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일자리 기근 속에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 노동계가 힘을 모으는 ‘○○형 일자리’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광주형 구미형 밀양형 뭐가 다를까 ○○형 일자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노사민정 상생협의로 기업 투자를 이끌면 중앙정부도 패키지 지원에 나선다’는 것만 같지 구체적인 사업 모델은 제각각이다. 투자 운영 주체, 대기업 관여 정도 등이 다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2월 발표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 모델 확산 방안’에서도 지자체의 창의적인 방안을 독려한다고 나와 있다. 11일 실무 협상이 시작된 구미형 일자리는 지금까지 공개된 것을 종합하면 일반적인 지자체 투자유치 모델과 흡사하다. LG화학이 공장을 세우면 지자체와 정부가 지원책을 주는 형태다. 7일 경북도와 구미시가 서울 LG화학 본사를 방문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유치 제안서를 제출했고, LG화학은 이 자리에서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공장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LG화학은 구체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구미시와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LG화학이 5000억 원을 투자해 분양이 저조한 구미 5국가산업단지에 양극재 공장을 짓고, 1000명 미만 인원을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두고 구미시와 협상해 나갈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이 광주시가 1대 주주로서 운영 주체로 나서는 형태라면 구미형 일자리는 LG화학이 자기 공장을 세우는 모델이다. 자기 공장이기 때문에 임금은 LG화학 임금체계에서 진행된다. 따라서 협상의 주요 이슈도 광주형 일자리처럼 반값 연봉이 아니라 공장 설립시 지자체의 지원 내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밀양형 일자리의 특징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투자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10일 산업부와 경남도는 주조, 금형, 열처리 등 여러 뿌리기업이 투자 주체가 되는 밀양형 일자리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경남 창원에 있는 뿌리기업들이 2006년부터 밀양에 있는 하남일반산단으로 옮기고 싶어 했지만 지역 주민들이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해 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에 경남도와 중앙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근로자에 복지혜택 및 기업 지원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전할 기업은 3500억 원을 신규 투자해 일자리 500여 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 “기업 압박” “총선용” 불만도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은 기업 투자를 망설이게 한 문제를 지자체가 협상 주체로 나서 풀어주겠다는 취지에서 이전 정책들과 비교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광주형은 고질적인 고임금, 구미형은 해외에 비해 열악한 정부 지원, 밀양형은 지역 주민 반대 등을 지자체가 중앙정부 지원을 받아 해결해 일자리 창출로 만들려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면이 있다. 하지만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굳이 상생형 일자리라는 말을 붙이지 않아도 기업이 투자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주면 알아서 투자할 텐데, 지자체가 기업을 ‘찍어’ 압박하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벌써부터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LG인가. 선거 앞두고 지역 간 경쟁 속에 기업만 압박 받는 것 아닌가”란 걱정이 나온다. 특혜 논란도 넘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의 경우 지역 노동계가 합의해 임금을 현대차의 반값으로 하되 정부와 지자체가 행복주택 어린이집 건립 등을 추진해 근로자의 실질임금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다른 자동차 부품 중소기업들은 ‘특혜’라며 불만이다. 한 중견 부품업체 관계자는 “광주형 일자리 공장 임금이 반값이라지만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도 최고 수준인 현대차 연봉의 반이라는 것이지 중견 중소 부품업체보다는 높은 것 같다”며 “그런데도 왜 그들에게만 복지혜택을 몰아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밀양도 벌써부터 총선을 앞두고 김경수 경남지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다. 김 지사가 5일 성윤모 산업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 지원을 요청한 직후에 밀양형 일자리가 발표됐다.● ‘바보야, 문제는 사업성이야’ 이같은 논란을 딛고 상생형 지역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기업 스스로 필요에 따라 투자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해야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사업성이 관건이란 얘기다. 5대 그룹 관계자는 “‘정부주도형’ 일자리 모델의 문제는 기업의 니즈보다 지역사회 요구나 정치 논리에 경도된 면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이 여론과 정치적 압박에 못 이겨 마지못해 투자한다 해도 결국 정권이 바뀌고 정부 지원도 줄면 기업도 흐지부지 발을 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생형 지역 일자리의 물고를 튼 광주형 일자리는 30년 노사갈등으로 생산성이 떨어진 한국 자동차 산업에 의미 있는 행보라는 점에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사업성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광주형 일자리 법인이 공장을 지으면 현대차가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을 위탁할 예정이다. 내연기관 시장이 축소되면서 제너럴모터스(GM) 등 글로벌 기업은 공장을 폐쇄하고 있고 국내 완성차 공장도 가동률 저하에 시달리는 마당에 새로운 생산 공장이 시장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또 광주형 일자리가 현대차로부터 투자를 받기로 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다른 투자자로부터도 사업성을 입증 받아야 한다. 현재까지 광주시, 현대차, 광주은행 등이 공개적으로 총 1020억 원 투자를 약속한 상태로 추가로 4734억 원을 투자 받아야 한다. 이에 대해 광주시 관계자는 “투자 모집 현황에 대해 구체적인 것은 말하기 어렵지만 6월 말에 투자 모집을 완료해 법인을 설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형 일자리도 사업성을 두고 LG화학과 지자체 간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장세용 구미시장은 10일 구미시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G화학이 폴란드에 투자하기로 했던 (양극재) 10만 t 생산 물량을 국내로 돌리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폴란드와 중국의 경우 (기업) 투자액의 상당부분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데 구미형 일자리에 그대로 적용될지는 협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LG화학 입장에서는 폴란드에 공장 지을 때 받을 수 있는 혜택 수준과 구미에 지을 때의 혜택을 비교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구미시는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를 경기 용인시에 빼앗긴 뒤 구미형 일자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뿔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행보일 뿐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으려면 이번 협상에서 기업에 제대로 사업성을 보장해주고 지역과 기업에 모두 도움이 되는 투자를 유치하는 선례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 자율주행기업 ‘오로라’에 전략 투자한다. 지난해 상호 협력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 지분 투자로 더욱 고도화된 자율주행 개발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현대·기아차는 오로라에 대한 전략 투자를 단행하고, 오로라의 독보적인 자율주행 시스템인 ‘오로라 드라이버’를 통한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사는 구체적인 투자액과 지분은 밝히지 않았다. 오로라는 구글의 자율주행 기술 총책임자였던 크리스 엄슨,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총괄 스털링 앤더슨 등 자율주행 전문가들이 2017년 설립한 회사다. 설립할 때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직접 오로라와의 협업을 주도해 왔다. 최근 자율주행 기술 개발은 완성차와 자율주행 기술 기업, 벤처캐피털 등이 진영을 만들며 경쟁하는 분위기다. 오로라는 현대·기아차, 중국 바이튼과 자율주행 협업을 해오다 올해 2월 아마존 및 세콰이어 캐피털로부터 5억3000만 달러(6300억 원) 투자를 받아 화제를 모았다. 이어 10일(현지 시간)에는 르노그룹과의 인수합병(M&A)이 결렬된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오로라와 협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로라-아마존-현대·기아차-FCA-바이튼이 오로라 기술을 통해 자율주행 개발에 나선 셈이다. 반면 오로라와 협업해오던 독일 폭스바겐은 11일(현지 시간) 해당 협업을 끝낸다고 밝혔다. 그 대신 포드가 투자한 자율주행 스타트업 아르고AI와 협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는 우버와 긴밀히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 중이다. 올해 4월 도요타, 덴소,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우버의 자율주행 개발 부문에 10억 달러(1조18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제너럴모터스(GM)는 2016년 자율주행 기업 크루즈를 인수했고, 여기에 혼다, 소프트뱅크가 대규모 투자를 한 상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자율주행 기술은 완성차 홀로 개발하기 어려운 분야”라며 “완성차, 투자사, 미국 실리콘밸리 자율주행 기술 기업이 서로 짝을 지으며 투자 및 개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고 말했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자동차 리콜 요건이 명확하지 않고, 위헌 소지가 있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2일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과 한국자동차안전학회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자동차 리콜 법·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류병운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의 대표적인 문제점은 자동차관리법 제31조 리콜 요건이 불명확하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이행 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31조 1항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있는 경우 자발적 리콜을 해야 한다고 명시해 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에 소음 문제가 있다면 제조사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 무상점검으로 문제를 시정해야겠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소음도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니까 리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소모적인 논란이 일고, 소비자는 혼란스러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사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법을 지키고 싶지만 규정이 모호해 늘 위험에 노출된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인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의 임기상 대표도 토론에 참가해 “시민단체가 아무리 리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도 제조사는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등의 결함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면 그만이다. 리콜 책임을 구체화하고 리콜 관련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함으로 인해 사망 또는 상해가 발생됐다고 추정되는 건수나 무상수리한 부품의 결함 건수가 일정 비율을 초과할 경우와 같이 리콜 요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이나 캐나다는 소비자들의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의 사례, 리콜에서 제외되는 결함의 사례 등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자발적 리콜에 대한 자동차관리법상 10년 이하의 징역 등 형사처벌 규정이 위헌 요소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패널로 참가한 박상훈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의 자발적 리콜에 대한 형사처벌은 죄형법정주의 위반 등 위헌적 요소가 있다. (2011년 법 개정 과정에서) 자발적 리콜을 처벌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 국회 속기록이나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서에 개정의 이유나 필요성 등 아무런 기재가 없었다. 입법상 실수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1년 자동차관리법 개정 과정에서 자발적 리콜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이 생긴 대신 국토교통부가 내린 강제리콜 명령을 제조사가 거부했을 때 부과했던 처벌 규정이 없어졌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토부가 BMW에 강제리콜 명령을 내렸을 때 BMW가 끝까지 거부했다 해도 처벌 규정이 없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 독일 등에서는 정부의 시정명령 불복 시 과태료 등 처벌 규정이 있지만 자발적 리콜에 대해 자동차관리법상 처벌 규정은 없다. 신고의무 위반에 대해 일본은 1년 이하의 징역, 독일은 과태료 등의 규정이 있는 상태다.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