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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부가 앞서 두 차례 진행된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협의에서 우리 정부에 48억 달러(약 5조5666억 원)에 달하는 방위비분담금을 내년부터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7월 방한했을 때 미 정부가 주한미군 운용 및 한국 방위를 위해 1년에 쓰는 비용이 총 48억 달러에 달한다며 “향후 이 돈을 한국이 다 내야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협의 과정에서도 이 기조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 측 대표단은 9월과 지난달 열린 1, 2차 SMA 협의에서 이 같은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 측이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요구하거나 주한미군 감축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 요구 금액이 48억 달러라는 점에 대해선 “그런 요구가 있었다”고 했다. 다른 소식통은 “방한 중인 제임스 드하트 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표는 구체적인 숫자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거액의 요구액이) 내년도 목표액이라고 했다. 당장 내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존 볼턴 당시 보좌관이 7월 방한할 때만 해도 미국은 당장 48억 달러를 내라고 요구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채 “앞으로는 이 돈을 한국이 모두 부담해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한 것. 일각에선 미국이 협의 전에는 “48억 달러라는 거액을 미국이 쓰고 있으니 더 많은 방위비를 내라”며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라면 이번엔 “48억 달러를 내년에 내라”는 식으로 요구를 더 구체화하며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드하트 대표는 방한 사흘째인 7일에도 여야 의원들을 만나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은 “드하트 대표가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을) 신속하고 창의적으로 하라고 했다’고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뜻을 전하며 자신들의 요구가 무리하지 않으니 신속하게 협정을 체결하자는 메시지를 보낸 것. 드하트 대표는 이날 정은보 우리 측 협상대표와의 만찬에서도 한국의 더 많은 기여를 강조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가 과도한 요구를 이어가면서 정부는 ‘버티기 전략’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48억 달러는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크게 웃도는 만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합리적 수준에서 분담한다는 SMA 협정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이날 “SMA 협정 틀을 유지하면서 합리적이고 공평한 수준의 분담을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비용은 주한미군 월급을 제외하면 아무리 최대로 잡아도 1년에 20억 달러 수준이고 이 중 절반가량을 한국이 낸다”며 “한반도 외 지역에서의 미군 작전 비용 등 한국과 1%라도 관련이 있는 비용을 다 모으면 48억 달러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이지훈 기자}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방한 이틀째인 6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대화는 고무적인 신호(encouraging sign)”라고 말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가 16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일 정상 간 깜짝 만남을 높게 평가하면서 한일 간 문제 해결을 독려하고 나선 것이다.○ 스틸웰, 한일 정상 환담에 두 차례 ‘고무적’ 스틸웰 차관보는 6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1차관을 만난 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에 매우 고무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무됐다’는 표현을 두 차례 사용한 것이다. 그는 이어 한미일 이슈를 실질적으로 관장하고 있는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을 만나 70여 분간 면담을 가졌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지소미아, 방위비 분담 협상 등 한미 양국 간 동맹 현안에 대해 구체적이고, 건설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협의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청와대와 외교부를 잇달아 방문해 지소미아 유지를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장성 출신이자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근무한 경력이 있는 동북아통임을 강조하며 “동북아 안보의 축인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되어선 안 된다”는 식으로 한일 관계 복원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현종 2차장은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하는 등 태도 변화 없이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 같은 흐름을 감안해 국방부는 16∼19일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열릴 한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지소미아 복원 문제는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틸웰 차관보의 방한과 릴레이 회담으로 한미 간 입장을 긴밀히 공유했지만 일본의 입장 변화가 없는 만큼 지소미아 복원에 청신호를 보내기가 성급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지소미아 종료 시점인 23일 0시 직전까지 가봐야 종료 여부를 최종 결론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어차피 한일 간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고 미국이 마지막 개입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는 쪽이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지소미아 치킨게임이 23일 직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한일 정상 간 방콕 환담을 계기로 어떤 식으로든 대화 재개의 필요성은 양국이 확인한 만큼, 지금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청와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측,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액수는 제시”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선 한미가 팽팽한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오후 해리 해리스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만찬에서 방위비 협상과 관련해 “(한국이 부담할 수 있는) 적정한(appropriate)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 규모가 얼마인지 파악하러 온 것이다. 7일 관계자를 만나서 규모를 알아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 정부는 구체적인 분담금 금액을 적시해서 (한국 측에 이미) 제시했다”고 말했다고 한 외교 소식통은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전날 방한한 제임스 드하트 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표는 6일에도 주로 비공개 행보를 이어갔다. 드하트 대표는 이날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열린 경제인 리셉션 겸 비공개 만찬에 참석했으나, 이마저도 만찬 참석 여부를 당일 오전에 최종 통보할 정도였다. 드하트 대표는 7일엔 정은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를 비롯한 정부 협상팀과 비공식 만찬을 가질 예정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이지훈 기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을 17일 앞둔 5일, 미국 국무부 인사들이 동시에 전격 방한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제임스 드하트 한미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협상대표, 키스 크래치 경제차관까지 한날 서울을 찾아 지소미아 연장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인도태평양 전략 참여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이날 오후 7시 50분경 인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국)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도움을 주는 나라(donor)였고, 한국은 미국의 원조 수혜국(recipient of US aid)이었지만, 지금은 강력한 기여자(strong contributor)가 됐다”고 밝혔다. 과거 한국이 미국의 원조를 받아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이제 한미동맹을 위해 더 큰 기여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통상적인 외교적 수사(레토릭) 대신 직설적으로 방위비 분담금 등 이른바 ‘동맹 비용’ 증액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스틸웰 차관보는 또 “역내 평화와 안보의 주춧돌(cornerstone)인 안보동맹을 재확인하기를 기대한다”며 지소미아 연장 필요성도 언급했다. 스틸웰 차관보는 6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만날 예정이다. 앞서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4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은 지소미아를 완전히 지지한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관계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한미일) 3개국의 조율 역량을 향상시키는 협정”이라고 밝혔다. 드하트 방위비 협상대표도 한국을 방문했다. 방위비 관련 정례 회의도 예정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국을 방문하는 것은 관례상 이례적이다. 드하트 대표는 방한 기간 한국 측 방위비 협상대표단과 공식 만찬을 하고, 국회 인사, 주한미군 관계자 등을 접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중 서울에서 열릴 방위비분담금 협상 3차 회의에 앞서 사전 여론 파악에 나선 셈이다. 6일 오전에는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크래치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4차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한기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 국무부 고위 인사들이 대거 방한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5일 오후 한국을 찾아 2박 3일의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6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을 예방한다. 스틸웰 차관보가 지소미아에 관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마크 내퍼 부차관보 등 최근 국무부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의 지소미아 파기를 비판한 상황에서 그 역시 이런 기류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무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도 4일(현지 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미국은 지소미아를 완전히 지지한다. 지소미아는 한일 군사관계의 성숙함을 보여주고 (한미일) 3개국의 조율 역량을 향상시키는 협정”이라고 밝혔다. 역내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고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해서도 지소미아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한미방위비분담금협정 협상대표도 5일 3박 4일 일정으로 비공식 방한했다. 분담금 협상 개시 후 정례 회의가 없는데도 미국 측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드하트 대표도 한국 방위비협상 대표단과 만찬을 갖고 국회도 방문한다. 이에 그가 이달 중 서울에서 열릴 방위비분담금협상 3차 회의에 앞서 한국 여론을 사전 파악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드하트 대표가) 서울 분위기를 파악하려는 것 같다. 한국 측이 주장하는 ‘합리적 분담’이 무엇인지 들어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6일 오전에는 이태호 외교부 2차관과 키이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차관이 수석대표로 참석하는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 4차 회의가 서울에서 열린다. 내퍼 부차관보를 포함해 20명이 넘는 미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국의 신(新)남방정책을 연계하고 양국의 경제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담은 공동 성명서가 채택될 방침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법원행정처가 김명수 대법원장의 공관 리모델링을 위해 4억7000여만 원의 예산을 무단 이용하거나 전용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이 4일 발표한 대법원 재무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7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 예산으로 9억9900만 원을 편성받았다. 당초 15억5200만 원을 요구했다가 기획재정부와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비용 과다 지적을 받으면서 6억 원가량 깎인 금액이다. 하지만 이후 법원행정처는 같은 해 8월 조달청 나라장터에 공관 리모델링 사업 공고를 낸 뒤 국회가 의결한 공사비보다 6억7000만 원이 많은 16억7000만 원을 사업예산으로 재배정했다. 법원행정처는 부족한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사실심(1·2심) 충실화’ 예산 2억7875만 원과 ‘법원시설 확충·보수’ 예산 가운데 1억9635만 원 등 모두 4억7510만 원을 기재부 장관 승인과 국회 의결 없이 무단으로 이용하거나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예산 목적 외에 경비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국가재정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대법원장은 2017년 8월 대법원장에 지명돼 9월 임기를 시작했다. 감사원은 또 법원행정처가 공관 리모델링에 필요한 외부 마감, 창호, 도로포장 시공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설계서 등을 기초로 한 예정가를 작성하지 않아 계약금액이 사업예산의 99.8%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감사 결과를 반영해 관련 실무를 개선하고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난해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강제징용 해법을 둘러싼 이견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로 확전돼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4일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깜짝 환담으로 양국 관계 개선의 단초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난관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제징용 日 기업 배상 참여 쟁점 한일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강제징용 문제는 양국 관계 개선의 최대 난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이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 책임을 확정 판결한 뒤 일본 정부는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이 7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을 일본에 공개 제안했다.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내건 첫 번째 해결책이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배상 참여를 수용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한국은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이낙연 국무총리, 문희상 국회의장, 장관급 특사 등이 물밑·공개접촉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해 왔다.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에 더해 한국 정부까지 징용 배상의 주체가 되는 ‘1+1+α’안이 대표적이다. 문희상 의장은 4일 “기존 우리 정부가 제시한 ‘1+1’ 해법에 ‘α’로 한일 양 국민들의 성금과 기부금을 포함시키는 법률안을 만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어떤 해법이든 대법원의 배상 현금화 절차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논의를 시작해야 상황 해결의 모멘텀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백화점식으로 아이디어를 던지면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며 “결국 일본 기업과 한국 정부가 필수 행위자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불확실성 여전한 수출 규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경제 갈등 역시 아직은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정부는 9월 11일 불화수소 등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자유무역 원칙을 어겼다며 WTO에 일본을 제소했다. 한일은 지난달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차 양자협의에 이어 11월 중으로 2차 양자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본은 3대 규제 품목에 대해 현재까지 총 8건의 수출을 승인했다. 기체 불화수소(에칭가스) 3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1건, 포토레지스트 4건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업계와 논의한 결과 연말까지 생산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다만 언제든 일본이 다시 수출을 옥죌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기업들은 정치적 대화를 통한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발등의 불’ 지소미아…재협정 논의 가능성도 한일 갈등으로 파생된 외교적 이슈 가운데 가장 먼저 시험대에 오를 현안은 지소미아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응해 청와대가 종료 방침을 밝힌 지소미아는 그대로 두면 23일 0시에 효력이 사라진다.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5일 방한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을 만나 지소미아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지소미아를 일단 연장하고 일본이 수출 규제 철회 조치를 할 때까지 정보 교류를 제한하는 일시 유예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아직은 강하다. 일시 유예 자체가 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대한 번복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것. 다만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수출 규제 철회를 전제로 다시 협정을 맺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 세종=최혜령 기자}
북한이 금강산 관광의 새로운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회담을 하자는 정부의 제안을 하루 만에 거절했다. 북한은 29일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금강산국제관광국 명의로 통일부와 현대아산에 통지문을 보내 “금강산 남측 관광시설 철거계획과 일정 관련에 대해 문서교환 방식으로 합의하자”고 밝혔다. 통지문에는 정부와 현대아산이 28일 북한에 실무회담을 제안하면서 협의하자고 한 ‘금강산 지구의 새로운 발전 방향’과 관련된 언급은 없다고 통일부는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실무회담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측 시설 철거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설물 철거 문제로 (논의를) 제한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대면 협의를 요청하는 통지문을 재차 보내는 안을 포함해 다양한 대응방안 검토에 나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무대에서 퇴장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8개월 만에 재등장시켜 강력한 대미 경고장을 날렸다. 군부 출신 강경파인 김영철은 27일 아태평화위원장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 간 친분만이 능사가 아니며 무력교전이 당장에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미 공군 전략폭격기 B-52 2대가 25일 대한해협을 경유해 동해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긴장 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는 형국이다.○ 北, ‘불과 불 오갈 수 있다’며 추가 도발 위협 김영철은 이날 영어 등 외국어로도 낸 담화에서 “조미(북-미) 관계에서는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고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there can be the exchange of fire any moment)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또 “조미 수뇌들(북-미 정상)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 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분에도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영철의 ‘불과 불’ 발언은 최근 북한의 대미 메시지 중 가장 강도가 높다.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한 지 25일 만에 추가 도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군 당국은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 이전에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최근 금강산, 양덕 온천지구, 묘향산 등 북한 곳곳을 돌며 시찰하고 있다. 조만간 김정은 참관하에 발사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스스로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한 만큼 협상판을 엎을 우려가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7차 핵실험보다는 SLBM 관련 도발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7월 일부를 공개한 신형 3000t급 잠수함을 물에 띄우는 진수식 행사를 진행하고, SLBM을 잠수함에 탑재해 ‘대미 기습 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진수식은 이르면 다음 달 안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 시선 끌려고 기피 인물 김영철 등장시켜 김영철의 등장이 미국으로선 반가울 리 없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김영철 대신 다른 협상 파트너를 보내달라고 수차례 평양에 요청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그런 트럼프 행정부의 ‘기피 대상’인 김영철을 내세운 건 미국의 주의를 환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데 이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 사흘 만에 김영철까지 동원해 부쩍 대북 메시지가 줄어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셈법을 도출해 내겠다는 의지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보고 ‘연말이라는 시한 잊지 말라.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상기시키기 위한 행보”라고 했다. 청와대는 27일 김계관 고문에 이어 김영철이 담화를 낸 것을 두고 북한이 스톡홀름 협상 결렬 이후 다양한 채널로 미국에 대화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미국을 압박하는 메시지라고 분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손효주·박효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무대에서 퇴장했던 김영철 당 부위원장 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을 8개월 만에 재등장시켜 강력한 대미 경고장을 날렸다. 군부 출신 강경파인 김영철은 27일 아태평화위원장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 간 친분만이 능사가 아니며 무력교전이 당장에도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위협했다. 이에 앞서 미 공군 전략 폭격기 B-52 2대가 25일 대한해협을 경유해 동해 상공을 비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긴장수위가 급상승하고 있는 형국이다.●北, ‘불과 불 오갈 수 있다’며 추가 도발 위협 김영철은 이날 담화에서 “조미 관계에서는 실제적인 진전이 이룩된 것이 없고 지금 당장이라도 불과 불이 오갈 수 있는 교전관계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또 “조미수뇌들(북-미 정상) 사이의 친분관계는 결코 민심을 외면할 수 없으며 조미관계 악화를 방지하거나 보상하기 위한 담보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친분에도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김영철의 ‘불과 불’ 발언은 최근 북한의 대미 메시지 중 가장 강도가 높다.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시험발사한 지 25일 만에 추가 도발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시사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18일 미 공군 특수정찰기인 RC-135W(리벳 조인트) 1대가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정찰비행을 하는 등 최근 미 정찰기의 한반도 작전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실제 도발 징후를 감지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군 당국은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 이전에도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김정은이 최근 금강산, 양덕 온천지구, 묘향산 등 북한 곳곳을 돌며 시찰하고 있다. 조만간 김정은 참관하에 발사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북한 스스로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한 만큼 협상판을 엎을 우려가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7차 핵실험보다는 SLBM 관련 도발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7월 일부를 공개한 신형 3000t급 잠수함을 물에 띄우는 진수식 행사를 진행하고, SLBM을 잠수함에 탑재해 ‘대미 기습 타격에 나설 수 있다’고 위협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며 “진수식은 이르면 다음 달 안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워싱턴 시선 끌려고 기피인물 김영철 등장시켜 김영철의 등장이 미국으로선 반가울 리 없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월 하노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김영철 대신 다른 협상 파트너를 보내달라고 수차례 평양에 요청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그런 트럼프 미 행정부의 ‘기피 대상’인 김영철을 내세운 건 미국의 주의를 환기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이 16일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등정한 데 이어 금강산 관광시설 철거를 지시하면서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 사흘 만에 김영철까지 동원해 부쩍 대북 메시지가 줄어든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셈법을 도출해내겠다는 의지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 상황 때문에 북한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고 보고 ‘연말이라는 시한 잊지 말라. 우리가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상기시키기 위한 행보”라고 했다. 청와대는 27일 김계관 고문에 이은 김영철 담화를 두고 북한이 다양한 채널로 미국에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스톡홀름 협상 결렬 후 미국의 실무협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북-미 관계 교착 상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이번 담화문은 대화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길이 정리되고 레일이 깔리면 대화에 속도가 날 것이다.” 24일 이낙연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한일 총리 회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3개월 반 만에 처음으로 한일 최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자갈밭 같던 비공식 물밑협상 대신 정부 채널을 통한 대화를 공식화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강제징용 등 핵심 이슈에 대해 한일은 여전히 큰 간극을 재확인했다.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종료되는 가운데 당장 한일 관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1년 만에 한일 갈등 봉합 시도 이 총리는 방일 마지막 날인 24일 오전 일본 도쿄의 총리 관저에서 아베 총리와 회담했다. 이날 회담은 오전 11시 12분부터 21분간 진행됐다. 당초 예상됐던 ‘10분 면담’보다는 2배가량 긴 시간이었다. 회담에서 두 총리는 “한일 관계 악화를 방치해선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아베 총리도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계속하자”고 화답했다고 회담에 배석한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이 전했다. 아베 총리가 이 같은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총리는 귀국길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일 갈등 이후 전개됐던 양국 간) 부정기적이고 간헐적인 대화가 이제 공식화된다”며 “아베 총리의 발언 속에서 정식으로 인정받았고 ‘(대화를) 지속해야 한다’고 했으니 (대화가) 공식화됐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리는 회담을 마치며 흰색 봉투에 밀봉된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에는 한일 양국이 가까운 이웃으로서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협력해나갈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고 양국 현안을 조기에 해결할 수 있도록 서로 관심을 갖고 노력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한 파트너’라는 표현을 강조하면서 지소미아 복원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위해선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한 셈이다. ○ 아베 “국가 간 약속 준수해야”… 11월 정상회담은 어려울 듯 정부는 한일 총리 회담이 양국 관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베 총리로부터 정부 차원의 공식 대화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면서 적어도 당분간 해빙 기류를 이어갈 디딤돌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한일 갈등의 핵심인 강제징용과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 총리도 “현안에 관해서만 말하면 여전히 상황은 어렵다”며 “결과는 (아직) 가치중립적”이라고 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한국이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을 준수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되돌려 가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고 일본 외무성은 밝혔다. 한국이 강제징용 해법을 먼저 제시해야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이다. 오카다 나오키(岡田直樹) 관방 부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아베 총리가 모두발언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은 명확히 (한일 청구권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서를 전달받은 후에도 다시 말했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가 두 차례 징용 문제 해결을 요구했는데, 두 번째는 친서를 받은 후라는 것이다. 또 “아베 총리는 ‘한국의 대법원 판결은 명확한 국제법 위반이며, 일한(한일) 관계의 법적인 기반을 근본으로부터 무너뜨리는 것이다. 한국은 국교 정상화의 기반이 되는 국제조약을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도 했다. 다음 달 23일 지소미아 종료 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한일 갈등 해결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총리는 “얼음장 밑에서도 강물은 흐른다”며 정상회담에 대한 신중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양국이 대화 필요성에 공감한 만큼 후속 논의를 거쳐 접점을 찾아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징용 해법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수정안이 오갔는지 말씀드리기엔 아직 설익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존보다 유연한 입장을 담은 강제징용 해법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이다.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 “이틀전 日 갈때보다 희망 조금 더 늘어” ▼李총리 귀국길 기내 간담회, “아베, 개인 인연 언급… 배려 느껴” “제가 이틀 전에 이 비행기에 타고 있을 때보다는 희망이 조금 더 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24일 사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가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 입장을 말씀했지만 저 개인에 대한 배려를 했다고 느꼈다”고도 했다. 이 총리에 따르면 아베 신조 총리는 발언을 시작하며 지난해 9월 러시아 동방경제포럼에서 만났던 것과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했다고 한다. 이 총리는 “어떤 얘기를 하는 데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마음을 써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도입부에서 “일본에 대해 많이 아시는 이 총리가 오셔서 고맙다”고 했다고 이 총리는 전했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경 회담 장소인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 도착해 회담 시작을 기다렸다. 당초 회담은 11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아베 총리와 아일랜드 총리의 면담이 길어지면서 10분 정도 미뤄졌다. 아베 총리는 잠시 회담장을 비웠다가 다시 돌아와 11시 12분경 이 총리를 맞이했다. 태극기와 일장기가 나란히 꽂혀 있는 대기 장소에서 만나 악수를 나눈 두 사람은 기념촬영을 한 뒤 회담을 시작했다. 순차통역 형태로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담은 예정됐던 10분을 넘겨 21분간 진행됐다. 중일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아베 총리가 전날 왕치산(王岐山) 중국 국가부주석과 19분간 회담한 것을 고려하면 한일 총리 회담이 비중 있게 진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리는 친서와 별개로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대통령과 함께 여러 문제를 상의한 적이 있었는데 대통령이 ‘전체적으로 (한일 문제는) 총리께서 잘 아시니 총리께 (구두 메시지 등은) 맡기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회담 후 아베 총리가 징용 문제 해결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22일 석간에서 ‘국가의 약속 준수 요구’라는 제목 아래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소송 원고 측이 압류한 일본 기업 자산이 빠르면 연내 현금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경우 더욱 관계 악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NHK 방송도 아베 총리가 징용 소송과 관련해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도록 한국에 재차 요구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도쿄=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박형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며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남북 관계가 한층 경색된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북한이 이번엔 금강산 시설 철거라는 구체적인 대남 압박 카드를 꺼내들면서 문재인 정부를 볼모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금강산, 남북 관계 상징물 아냐” 김 위원장은 금강산지구를 둘러본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전했다. 그는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 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각각 2008년, 2016년부터 중단돼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합의했지만 1년 1개월 만에 일방적으로 남한 시설 철거 및 독자 개발을 선언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평양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 조치를 해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이런 정상 간 약속도 걷어찬 셈이다. 김 위원장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금강산 구상을 맹비난했다.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는 것. 김정일을 지칭한 건 아니지만 두 차례나 ‘선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당시 핵심 관계자들의 대남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선대의 결정까지 비난하고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소극적인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관광 사업 재개에 따른 달러 유입을 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는 “북한엔 자력갱생의 길도 있다”며 더 ‘새로운 계산법’을 내보이라는 것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 발사 같은 물리적 도발은 많이 했으니 남북 경협 중단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향후 관광이 재개됐을 때 더 큰 수익을 챙기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과의 협상이 잘되면 결국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텐데 이런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남한과 나눌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중국 기업을 들여와 개성공단의 직접 운영에도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南 투자한 8268억 원 날릴 판 금강산 관광사업에 현대아산은 사업권 대가와 시설 투자를 합해 모두 7670억 원을 투자했고 정부는 598억6000만 원을 지원해 총 8268억6000만 원이 투입됐다. 이런 남한 자본이 북한에 넘어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남측 시설 철거가 발표된 23일 공개 항의를 하지 않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너절한” “피해지역 가림막, 격리병동” 등으로 표현한 남측 시설에 대해 “우리 시설은 이미 10년 정도 경과하는 과정에서 낡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전했다. 논란이 되자 통일부는 9시간여 뒤 자료를 내 “(김 장관이 간담회에서)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한국에)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평화경제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지 하루 만이다. 특히 ‘김정일 시대’ 대남사업을 공개 질타하는 등 전례 없는 행보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북남(남북)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당 관계자들을 질책한 뒤 “(한국이 금강산관광시설을) 무슨 피해 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여앉혀 놓았다.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남측 시설 철거’ 지시는 16일 백두산 백마(白馬) 등정으로 ‘중대 결단’을 예고한 뒤 나온 첫 메시지다. 금기시된 선대의 ‘유훈사업’을 비판하면서까지 남북 경협에 적극적이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남북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과 우선 재개하기로 합의한 개성공단 내 공장 등 남측 시설의 철거 같은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남측 시설물의 철거를 요구하고 독자적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11월 한국 답방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메시지에 대해 “그것은 북한만이 알고 있다”고만 했을 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시설 철거를)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하라”고 한 것을 두고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3일 방한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비무장지대(DMZ)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이 되어 세계인이 함께 걷게 되길 기대한다”며 “이 평화의 여정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 수석대표로 처음 나섰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전임자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보다 더 협상권한이 없다고 미국 대표단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미 정부 관계자는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협상을 시작할 때 김명길 수석대표 앞에 녹음기를 올려놨다”고 밝혔다고 외교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협상 내용을 녹음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북-미가)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날 북한이 처음으로 녹음기를 외부로 꺼냈다”며 “우리(미국) 이야기보다 김명길 대표의 말을 녹음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김 대표가 전임(김혁철)보다 더 협상권한(mandate)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홀름 협상은 미국이 주로 설명하고 북한이 듣는 양상이었다고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가지 합의사항 관련 선택지와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면 김명길이 마지막에 준비된 입장을 밝히는 식이었다는 것. 이는 김명길이 실무협상 결렬 후 읽은 입장문 내용과도 유사해 미국 입장을 듣고 발언했다기보다는, 사전에 정리된 평양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미국 대표단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비핵화 합의 성과보다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대화’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국무부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다가 정상회담이 갑자기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재개할 때 북-미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북한이 미국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게 협상 대표단의 우려”라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일부터 남미 칠레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사회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올 들어 정부가 국민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지하철, 전기 등 공공요금을 잇달아 인상한 결과다. 피해가 서민층에 집중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다. 19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요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15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음에도 시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20일까지 최소 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한국 외교부는 21일 칠레 전역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를 발령했다. 홍콩, 이집트, 레바논, 에콰도르 등 세계 각국에서도 경제난과 독재에 항거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에 국민 분노 폭발 CNN 등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6일 가장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을 기존 800칠레페소(약 1320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0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30페소(약 50원) 인상에 불과하지만 양극화에 시달리는 국민은 분노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칠레 저소득층은 월급의 약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요금도 세계 56개국 중 아홉 번째로 높다. 2017년 기준 상위 1% 부자들이 국가 전체 부의 26.5%를 소유하고 하위 50%는 불과 2.1%만 차지할 정도로 빈부 격차도 심하다. 칠레 정부는 올해 1월에도 적자를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올렸고 몇 주 전에는 전기 요금도 인상했다. 공공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19일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공공기관, 버스, 상점 등에 무차별적으로 방화를 하며 분노를 표시했다. 19일 한 슈퍼마켓의 화재로 최소 3명이 숨졌다. 20일에도 시위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의류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고 체포된 사람도 1400명이 넘는다. 놀란 정부가 19일 요금 인상을 철회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지속되고 있다. 중도우파 피녜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2010∼2014년 집권 후 2018년부터 재집권하고 있는 그는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복지 위주 정책을 비난하며 긴축, 민영화 등을 추진했다. 그가 18일 저녁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진이 공개되자 시위대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시위대는 19일 국가 비상사태 선포, 무장 군인과 장갑차 배치 등 정부의 강경 진압 방침에도 분노하고 있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 17년간 철권통치를 펼친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시절 후 첫 비상사태 선포다. 정부는 20일 비상사태 선포 지역을 수도권 전역, 발파라이소, 코킴보, 비오비오, 오이긴스 등으로 확대했다.○ 원자재 딜레마에 빠진 중남미 에콰도르 정부도 3일 유류보조금 삭감, 세금·노동개혁 등을 골자로 한 긴축 정책을 발표했다 거센 반대 시위에 직면했다. 열흘간의 시위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300여 명이 부상당하자 13일 정책을 철회했지만 아직도 민심은 요동친다. 27일 대선이 치러지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수천 명의 시민이 고물가와 실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18, 19일 온두라스에서도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의 친동생은 최근 미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위대는 “대통령 역시 이에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남미 전체가 ‘원자재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남미는 2000년대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집권했던 좌파 정부의 선심성 복지 정책에 익숙해져 있다. 국가 부채가 급증한 와중에 세계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값이 급락하면서 복지 혜택이 줄었다. 이 와중에 긴축을 외치는 우파 정권이 속속 집권하면서 서민들과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상황도 비슷하다. 17일 레바논 정부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와츠앱’에 한 달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집트, 이라크, 튀니지 등에서도 경제난 및 독재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6월 초부터 넉 달 넘게 극심한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상황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조유라 jyr0101@donga.com·신나리 기자}
“(한일 관계)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한 발짝이라도 개선되면 다행이다.”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차 22일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 수출 규제 등에 대한 양국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신중함과 기대감이 섞인 말이다. 이 총리는 22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시작으로 사흘 일정을 시작한다. 이 총리는 24일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포함해 일본 정·재계와 접촉하는 등 13개에 달하는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간다. 이 총리는 즉위식 참석 후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있는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이수현 씨는 2001년 26세의 나이에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승객을 구하다 숨져 한일 우호의 상징이 된 인물로 이 총리는 양국 관계 회복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후 7시 20분에는 일왕 내외가 외국 사절 400여 명을 초대한 궁정 연회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처음 조우해 환담을 나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24일 예정된 아베 총리와의 ‘10분+알파(α)’ 면담이다. 짧은 면담 시간이지만 아베 총리와 개인적 인연이 있고 일본어에 능통한 이 총리에겐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이전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해제 등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잔칫날을 맞아 25일까지 50개국 이상 대표와 회담을 하는 만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이 총리가 한일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만 마련해도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일 정상 차원의 회동이 가능하려면 일본의 전향적 태도,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며 “그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선 “우리가 (‘1+1안’을) 제안한 건 협의 시작 단계로서 제안한 것이다. 일본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가 제안한 이 안을 포함해 다양한 안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강 장관은 또 “통상 친서 초안은 외교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다”며 “(이번에도) 초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는 가운데 양국이 막판 물밑 조율에 나서고 있다. 이 총리의 방일을 통해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20일 도쿄를 비공개로 방문했다”고 전했다. 조 차관의 방일은 급작스럽게 잡힌 것으로 알려져 이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을 앞두고 의제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8월 이후 한일 외교장관 접촉이 3차례, 국장급 회담이 4차례 있었고 지난주 국장급 회담이 있었다. 비중 있는 장관급의 비공개 접촉이 있었다”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에 “확인해 드릴 사안은 아닌 거 같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친서는 외교부의 초안을 토대로 문 대통령이 직접 문구를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일 관계)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한 발짝이라도 개선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으면서 대화하자는 메시지가 담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국무부가 18일(현지 시간) 한국과의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일정을 알리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공정 분담’ 책임을 요구하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논의하기 위해 23, 24일(한국 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국을 맞이할(host) 것”이라며 “새 협정은 2019년 말에 만료되는 현 SMA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국제적 군사 주둔 비용은 미국 납세자만의 부담이 아니라 (미군) 주둔으로 혜택을 보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18일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22일(현지 시간)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2차 협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잇달아 48억 달러 청구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동맹의 가치를 내세워 ‘합리적 분담’을 하자고 맞불을 놓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48억 달러 요구를 트럼프 특유의 허풍으로만 인식하면 오산”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번 협의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은보 협상 수석대표의 데뷔전이다. 외교부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던 분담금 협상 대표에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을 앉힌 것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메시지라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48억 달러 요구를 각종 수치와 데이터로 반박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분담금(1조389억 원)으로 ‘1조 원’이라는,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은 만큼 정부로선 소수점 하나까지 따져서라도 협상의 승기를 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도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에 전략자산 전개비용과 연합훈련·연습비용뿐 아니라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 비용 등 기존에 없던 항목들이 새로 추가됐다”며 “이러한 비용이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는 48억 달러에서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이달 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미국의 5배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지만,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현재 한국이 전체 비용의 5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 데 이어 국무부까지 18일(현지 시간) 방위비 협상 일정을 알리면서 이례적으로 공식 보도자료에서 증액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보다 더 공정한 분담에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Republic of Korea can and should contribute more of its fair share)” “미국의 국제적 군사주둔 비용 유지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전직 고위 관료들은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셈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 미8군사령관은 1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통화에서 “한국 측이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이 단순히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술로 간주하고 쉽게 비용을 깎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사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존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담당 국장도 VOA에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단순히 북한 문제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 역할 확대와 연계해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 국무부가 18일(현지 시간) 한국과의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일정을 알리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공정 분담’ 책임을 요구하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을 논의하기 위해 22~2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국을 맞이할(host) 것”이라며 “새 협정은 2019년 말에 만료되는 현 SMA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국제적 군사 주둔 비용은 미국 납세자만의 부담이 아니라 (미군) 주둔으로 혜택을 보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18일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미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임명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해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협상을 진행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매년 3월 재외공관의 추천을 받은 차세대 우수 인재를 발굴해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와 비용을 제공하는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장학사업이 교민들에게 제대로 공지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외공관 4곳 중 3곳이 최근 5년간 1년 이상 장학사업을 공고하지 않아 교민들에게 충분한 지원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공관별 홈페이지 게시현황’에 따르면 초청장학사업을 1년 이상 미공지한 공관이 조사 대상 총 177개(전체 185개 재외공관 중 유엔 대표부 등 일부 제외) 가운데 130곳(73.4%)으로 확인됐다. 매년 공지한 곳은 47곳(26.6%)에 그쳤고 15곳은 5년 내내 단 한번도 공지하지 않았다. 한번도 공지를 하지 않은 15개 공관 중에는 주시카고 총영사관(2019 재외동포현황 기준 32만5135명)과 주시드니 총영사관(12만1616명) 등 동포수가 많은 곳도 있었다. 해당 총영사관들을 지휘하는 주미대사관은 2015년부터 3년간, 주호주대사관조차 2017년에 공지하지 않았다. 재외동포재단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하고는 있지만 공관들이 사업공문을 받아놓고도 교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을 두고 장학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관장과 친분이 깊은 교민들이 알음알음으로 지원해 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지원 경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은 “우수한 동포 인재들이 사업을 몰라서 모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못 받는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재외동포재단과 재외공관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장학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