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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가능성을 거론한 이후 한일이 실제 기술적으로 자체 핵무장이 가능한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단 한국도 기술적으로는 자체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단, 일본에 비해 각종 제약이 많다는 게 한계다. 일본은 짧게는 3일 안에 핵탄두를 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일원자력협정에 따르면 미국은 핵무기 비보유국 중에 유일하게 일본에만 대표적인 핵물질인 플루토늄 생산을 허용하고 있다. 발전 등 평화적 이용에 한한다는 단서를 붙였지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를 허용함으로써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순도 90% 이상의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 실제로 일본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원자폭탄 약 6000개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 46t가량을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에 따라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길이 막혀 있다. 플루토늄을 추출할 사용후핵연료의 경우 건식 재처리 초기 단계만 가능한데, 이마저도 미국의 포괄적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일본보다 시간이 더 걸릴 뿐 기술적으로 핵무장이 가능하긴 하다. 국내에는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위해 3%까지 농축된 우라늄(U-235)이 3년 치가량 확보돼 있다. 이를 핵무기급인 90%까지 농축하는 데 한 달가량 걸린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U-235를 1개월만 더 농축하면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15kt·1kt은 TNT 1000t의 위력)을 웃도는 핵탄두 하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실제 한일이 핵무장하는 것을 미국이 용인하거나 묵인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일을 허용할 경우 대만 등으로까지 ‘핵무장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북핵 억지력을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미군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됐던 것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재래식 탄두를 핵탄두로 교체한 뒤 이를 탑재한 미 핵잠수함을 한반도 역내에 배치하는 방안 등이 대표적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잠수함인 미 오하이오급(1만9000t급) 잠수함엔 토마호크 미사일이 최대 154기 탑재된다. 미군 전략폭격기 등에 장착되는 투하용 핵폭탄 B61을 주한미군 및 주일 미군기지에 배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북핵 억지력 제공을 명분으로 수조 원 이상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실제 진행될 경우 (북한을 고려한) 한국 정부가 이를 반대하고 일본은 찬성하면 미일이 밀착하고 한국이 더욱 고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손효주 hjson@donga.com·신나리 기자}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5일(현지 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것이지만, 북핵 협상대표가 아시아 내 핵무장론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모교인 미시간대 특강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며 “키신저 박사(전 장관)는 오늘날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이후에는 역내 핵 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국들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핵무기나 단거리탄도미사일이 그들의 영토 위로 날아다닌다면 이런 확신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미 의회조사국(CRS)도 6일 발간한 ‘비전략적 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s)’ 보고서에서 “미국의 전술핵 등에 따른 핵 억지력을 믿지 못하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 내 핵무장 불가(不可) 방침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핵무장은 우리 정부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정책”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현지 시간) 한일 핵무장론 검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국에선 군이나 공화당 쪽에서 핵공유 등 전술적 차원의 핵무장 아이디어가 나온 적은 있지만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는 국무부에서, 그리고 북핵 협상대표가 한일 핵무장을 거론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비건의 북한, 중국 향한 ‘쌍경고’ 비건 대표는 이날 미시간대 특강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며 “북한 핵 무기를 제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역내 핵 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대북)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는데 그들 영토에 핵무기나 단거리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닌다면 이런 확신이 얼마나 오래가겠느냐”고 했다. 이날 발언은 우선 북한을 겨냥해 비핵화 협상으로 조속히 복귀하라는 메시지로 보인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실무협상을 거부하고 대미 비난성명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 총회마저 불참하겠다고 하자 나온 조치라는 것이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끝까지 핵을 갖게 되면 (대응 차원에서) 한일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이 의미가 없다.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을 때 포기하고 내려놓으라’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 같다”고 분석했다. 북핵 전문가들은 비건 대표가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론까지 언급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에 ‘북한 비핵화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돼서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의 핵무장 도미노로 동북아 내에 핵확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고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 정부는 “검토 안 해” 문제는 비건 대표가 꺼낸 핵무장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다. 정부는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한미 간 조율되지 않은 핵무장 가능성이 가볍게라도 거듭 거론될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전통적인 미 행정부보다 북핵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북아) 역내 핵 확산 문제에 좀 더 유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비건 대표가 의도적으로 ‘천기누설’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이 2017년 저서 ‘혼돈의 세계’에서 지적했듯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이 생존을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핵 버티기’에 나섰을 때 미국이 핵무기 확산 저지 논리를 한 수 접은 전례도 있다. 한 안보 전문가는 “북한의 위협을 더 이상 막을 수가 없고 중국의 부상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할 때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된다는 운을 떼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비건 대표의 발언과 같은 날 미 의회조사국(CRS) 또한 ‘비전략적 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s)’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 요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와 관련한 분석이었지만 “미국의 전술핵 등에 따른 핵 억지력을 믿지 못하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 아이디어를 고려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특히 한일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 언제든 핵무장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도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핵공유든 전술핵 재배치든 현재 비핵화 프로세스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이야기다. 현재로선 수용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한미 양자 외교를 총괄하는 외교부 미국 북미1과장에 여성 외교관이 처음으로 내정됐다. 주인공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박은경 현 장관보좌관(42·외무고시 37회)이다. 이르면 추석 전 발령이 날 것으로 보이는 박 보좌관은 올해 초까지 북미1과에서 차석을 지냈고 이후 강 장관을 보좌하고 있다. 박 보좌관의 내정으로 외교부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 양자 외교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을 여성 외교관들이 차례로 차지하게 됐다. 2014년 당시 일본 업무를 총괄하는 동북아1과장(현 아시아태평양1과장)에 오진희 현 주체코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여성으로서 처음으로 4강 외교 담당 과장으로 임명된 이후 그간 남성 외교관들이 독차지했던 4강 외교에 ‘여풍(女風)’이 불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선아 전략조정지원반 팀장(43·외시 35회)도 지난해 2월 여성 첫 동북아2과장(현 동북아1과장)에 올랐다. 올해 7월까지 1년 5개월간 한중 관계 실무에 집중했던 이 팀장은 현재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신설된 전략조정지원반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을 검토 및 수립하는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지난달 부임한 이민경 신임 아태1과장(45·외시 35회)도 여풍의 주역이다. 이 과장은 독도 영유권 분쟁을 전담했던 국제법률국 영토해양과장 근무 경험을 되살려 한일 간 갈등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러시아 및 유라시아 지역 외교에서도 여성세가 부각되고 있다. 권영아 유라시아 과장(47·외시 36회)은 6자회담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던 언어 특기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4강 과장들이 정무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경제 및 통상까지 총괄하고 있다. 권 과장은 “여성이어서 힘든 것보다 미중일에 비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러시아나 유라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올해 상반기 기준 본부 과장급에 보임된 여성 비율을 32%로 채우면서 당초 2022년까지 26.8%로 늘리겠다는 ‘외교부 여성 관리자 임용 확대 5개년 계획’을 조기 달성했다. 외교부 직원 내 여성 비율도 42.4%다. 외교부 관계자는 “4강 외교에 여성 과장이 나온 것은 여성 외교관 비율이 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성차별을 받지 않고 중용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설명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8일 미국 조지아주 브런즈윅 인근 해상에서 현대글로비스 소속 자동차운반선이 전도돼 미 해안경비대가 배에 탑승한 국민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미 해안경비대는 현재 사고선박 기관실에 있는 것으로 확인된 우리 국민 4명에 대한 구조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8일 오후 4시 10분경 현대글로비스 소속 골든레이호가 브런즈윅 항구로부터 1.6km 거리의 수심 11m 해상에서 좌현으로 80도가량 선체가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배에 탑승하고 있던 24명 중 20명(한국민 6명, 필리핀인 13명, 미국 도선사 1명)은 구조됐으나 나머지 4명은 아직 구조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사고 수습을 위해 주애틀랜타총영사관 담당 영사를 사고 현장에 급파했으며, 해양수산부 등 관계 당국과 협조해 선원 구조와 사고 경위 파악 및 국민들에 대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그동안 남성 외교관들의 주요 무대로 여겨졌던 외교부 내 한반도 4강(미국·중국·일본·러시아) 양자외교 핵심 보직에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2017년 취임한 이후 여성 외교관들이 잇따라 4강 외교 주무과장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여풍(女風)’의 위세가 더욱 강해지는 모습이다. ●첫 여성 북미1과장시대 임박한미 양자외교를 총괄하는 외교부 북미1과장에 여성 외교관이 처음으로 내정됐다. 주인공은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수행하고 있는 박은경 현 장관보좌관(42·외무고시37회)이다. 이르면 추석 전 발령이 날 것으로 보이는 박 보좌관은 올해 초까지 북미1과에서 차석을 지냈으며, 강 장관을 보좌해왔다. 박 보좌관의 인사가 확정되면 외교부 창설 72년 만에 여성 외교관들이 4강 양자외교를 담당하는 주무과장을 여성 외교관들이 모두 거친 셈이 된다. 2014년 당시 일본 업무를 총괄하는 동북아1과장(현 아시아태평양1과장)에 오진희 현 주체코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첫 4강 외교 담당 여성과장으로 임명된 이후 그간 남성 외교관들이 독차지했던 4강 외교 실무관리를 여성 외교관들이 휩쓴 형국이다. 이선아 전략조정지원반 팀장(43·외시35회)은 지난해 2월부터 지난해 2월 여성 첫 동북아2과장(현 동북아1과장)에 올랐다. 올해 7월까지 1년 5개월 간 한중 관계를 최전선에서 다룬 이 팀장은 현재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외교부 내에 신설된 전략조정지원반에서 한국의 외교 전략을 검토·수립하는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이 팀장은 “최초의 동북아1과장(중국과장)과 전략조정지원반 팀장이 될 수 있었던 건 외교부 선후배들의 도움 덕분”이라며 “앞으로 외교부 내 여성 과장의 증가가 단순히 외적인 이미지 차원이 아니라 국익 중심의 외교를 전개해 나가는 데에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일본, 러시아 외교에도 여풍 지난달 부임한 이민경 신임 아태1과장(45·외시35회)도 여풍의 주역이다. 이 과장은 독도 영유권 분쟁을 전담했던 국제법률국 영토해양과장 근무경험을 되살려 한일 간 갈등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러시아 및 유라시아 지역 외교에서도 여성세가 부각되고 있다. 권영아 유라시아 과장(47·외시 36회)은 6자회담에서 러시아어 통역을 담당했던 언어 특기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4강 과장들이 정무에만 집중하는 것과 달리 경제·통상까지 총괄하고 있다. 권 과장은 “여성 외교관이어서 힘든 것보다 미중일에 비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러시아나 유라시아 외교의 중요성을 설득하는 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일부 젊은 여성사무관들 사이에서는 험지를 자원해 근무하고 전문성을 쌓아가는 권 과장을 롤 모델로 삼는다는 후문도 나온다. 외교부는 올해 상반기 기준 본부 과장급에 보임된 여성 비율을 32%로 채우면서 당초 2022년까지 26.8%로 늘리겠다는 ‘외교부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을 조기 달성했다. 외교부 직원 내 여성 비율도 42.4%다. 외교부 관계자는 “4강 여성과장 탄생은 여성 외교관 비율이 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지만 능력 중심으로 중용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질적인 변화도 있다. ‘양자외교는 남성, 다자외교 무대는 여성’으로 눈에 보이지 않던 외교부 내의 유리천장이나 프레임을 깼다는 얘기도 들린다. 2005년 처음 외교부에 입부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절반을 넘어가면서 다양한 외교 분야에 주목하고 전념하는 이들도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2019년 국립외교원 출신 외교부 입부자도 여성(22명)이 남성(21명)보다 앞섰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5일(현지 시간) 북한 비핵화 협상이 실패할 경우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제기했다. 북한의 협상 복귀를 촉구하는 것이지만, 북핵 협상대표가 아시아 내 핵무장론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발언 배경이 주목된다. 비건 대표는 이날 모교인 미시간대 특강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며 “키신저 박사(전 장관)는 오늘날 북한 핵무기를 제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이후에는 역내 핵 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국들은 미국의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핵무기나 단거리탄도미사일이 그들의 영토 위로 날아다닌다면 이런 확신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미 의회조사국(CRS)도 6일 발간한 ‘비전략적 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s)’ 보고서에서 “미국의 전술핵 등에 따른 핵 억지력을 믿지 못하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 국가 내 핵무장 불가(不可) 방침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국 외교부는 “핵무장은 우리 정부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은 정책”이라는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6일(현지시간) 한일 핵무장론 검토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미묘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미국에선 군이나 공화당 쪽에서는 핵공유 등 전술적 차원의 핵무장 아이디어가 나온 적은 있으나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는 국무부에서, 그 것도 북핵협상대표가 한일 핵무장을 거론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비건의 북한, 중국 향한 ‘쌍 경고’ 비건 대표는 이날 미시간대 특강에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과 나눴던 대화를 소개하며 “북한 핵 무기를 제거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실패할 경우 역내 핵 확산 도전에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이 미국의 (대북) 확장 억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는데 그들 영토에 핵무기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날아다닌다면 이런 확신이 얼마나 오래 가겠느냐”고 했다. 이날 발언은 우선 북한을 겨냥한 메시지로 보인다. 비핵화 협상으로 복귀하라는 것이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비핵화 실무협상을 거부하고 있고 대미 비난성명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 총회마저 불참하겠다고 하자 나온 조치라는 것.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북한이 끝까지 핵을 갖게 되면 (대응 차원에서) 한일 핵무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핵이 의미가 없다.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을 때 포기하고 내려놓으라는 차원에서 한 이야기 같다”고 분석했다. 북핵 전문가들은 비건 대표가 한국과 일본 등의 핵무장론까지 언급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노린 것으로 보고 있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중국에 ’북한 비핵화를 남의 일로 생각하지 말라‘는 강한 메시지를 준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가 불가능한 상황이 돼서 한국 뿐 아니라 일본, 대만과 같은 핵무장 도미노로 동북아 내에 핵확산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경고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 트럼프 핵확산에 유연? 정부는 “검토 안해” 문제는 비건이 꺼낸 핵무장론이 한국에 미칠 영향이다. 정부는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 등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한미 간 조율되지 않은 핵무장 가능성이 가볍게라도 거듭 거론될 경우, 한반도 안보 지형뿐만 아니라 국내 여론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인 비건 대표가 의도적으로 ‘천기누설’을 했을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하고 있다. 한 안보전문가는 “더 큰 국익 앞에서 미국이 비확산 논리에서 한 발짝 물러섰던 사례들이 있다”며 “북한의 위협을 막을 수가 없고 중국의 부상이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할 때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도 고려할 수 있는 옵션이 된다는 운을 띄워 본 것”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비건 대표의 발언과 같은 날 미 의회조사국(CRS) 또한 ‘비전략적 핵무기(Nonstrategic Nuclear Weapons)’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들의 핵무장 요구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러시아 간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탈퇴와 관련한 분석이었지만 “미국의 전술핵 등에 따른 핵 억지력을 믿지 못하는 동맹국들은 자신들이 핵무기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과거 전통적인 미 행정부보다 북핵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북아) 역내 핵 확산 문제에 좀 더 유연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일말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하더라도 남북관계와 북한 비핵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이 아이디어를 수용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거의 없다. 특히 한일 갈등을 빚고 있는 와중에 언제든 핵무장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일본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구도를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핵공유든 전술핵 재배치든 현재 비핵화 프로세스를 통째로 흔들 수 있는 이야기다. 현재로선 수용 가능성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재단은 해마다 3월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선발 공고를 낸다. 재외공관의 추천을 받은 차세대 우수 인재를 발굴해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와 비용을 제공하고, 이들이 재외동포 사회로 돌아가 기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다. 재단은 지난해 학사과정 장학생 35명을 선발해 4년간 생활비로 월 90만 원씩, 그리고 항공료와 대학별 등록금을 지급했다. 한 해외 공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관 A 씨의 딸도 지난해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유럽 지역에서만 19년을 체류하고 12년간 초중고교 과정을 마친 딸은 공관의 단수추천을 받아 장학생에 선발돼 한국 대학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7월 재외동포재단 감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A 씨는 외교부 입부 23년 만에 공관 생활을 접고 본부로 발령받아 감찰조사를 받고 있다. 재단의 허술한 장학생 선발 기준을 이용해 딸을 ‘셀프 추천’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재단은 ‘외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교까지 이수한 학생’으로 장학생 선발 기준을 제시했다. 외교관 자녀를 거를 수 있는 기준 자체가 없었다. 이에 감사원은 “공무원 자녀 여부나 향후 외국 거주 계획 등 대학 졸업 이후 외국에 거주할 가능성을 심의하기 위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3월 감사원 감사가 끝난 뒤 재단은 A 씨의 딸이 “수혜 대상이 아니다”라고 통보한 뒤 4월경 장학생 자격을 박탈했다. 7월 감사 발표 후 재외동포재단에 따르면 당시 A 씨에게 총 788만4500원이 지급됐다. A 씨는 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도 피해자”라며 “재단에 물었지만 ‘(장학금 수혜) 대상이 된다’고만 했지 공무원 자녀라 안 된다는 설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공관의 단수추천 논란에 대해 A 씨는 “근무했던 지역에서 한국 학생은 대다수 주재원이나 외교관의 자녀뿐이었다. 실제 교민 자녀가 얼마나 되겠느냐”고도 항변했다. A 씨는 감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장학금 반환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이런 사례 외에도 재외동포 초청장학생 운영엔 그간 허점이 많았다. 경제 형편이 어렵거나 유공동포 후손인 학생을 우대한다고 해놓고 가점 등 실질적인 우대 기준이 없었던 게 대표적이다. 올해는 ‘경제 형편 곤란’을 선발 기준에서 제외했다가 감사원 감사 후 추가하기도 했다. 재외동포재단 측은 “올해 장학생은 개선된 심의 기준을 적용해 선발했다”고 설명했지만 달라진 심의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다. 재단의 허술하고 미비한 장학생 선발 심사 기준으로 결국 피해를 입는 건 재외동포 차세대 인재들이다.신나리 정치부 기자 journari@donga.com}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욱일기 문제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3일 대한체육회의 ‘욱일기를 포함한 경기장 반입 금지 품목 질의’에 대해 “욱일기는 일본 내에서는 물론이고 각종 국제대회에서도 큰 문제없이 사용되고 있다. 그 자체가 어떤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지 않아 금지 품목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조직위의 입장대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욱일기가 올림픽 한일전에 등장할 경우 두 나라 관중이 충돌하는 불상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체육회의 한 관계자는 “한국을 제외하면 중국을 포함해 다른 전쟁 피해국들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욱일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 않다. 한일 관계가 원만하다면 최소한 한일전에서는 욱일기 사용 자제 요청이 협의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외교부는 욱일기 허용에 적극 대응 의사를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3일 정례브리핑에서 “일본 측이 겸허한 태도로 역사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관련 사항이 시정될 수 있도록 관련 부처와 함께 계속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신나리 기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1일 개각을 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외무성이 한반도 담당 실무진을 교체하는 등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한일 관계에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외무성은 3일 한반도 총괄 담당이던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59) 아시아대양주국장이 차관보급인 경제담당 외무심의관으로 승진했다고 발표했다. 후임으로 아시아대양주국 심의관을 거친 다키자키 시게키(瀧崎成樹·57) 남부아시아부장이 임명됐다. 6자회담 일본 측 수석 대표인 아시아대양주국장 교체는 2016년 이후 3년 만이다. 전날에는 북한 외교담당 가나이 마사아키(金井正彰) 북동아시아2과장이 외무성 살림을 책임지는 대신관방(大臣官房)부로 이동했다. 후임자는 가시와바라 유타카(柏原裕) 중동1과장이다. 한반도 업무 경험이 많지 않은 인력들로 충원되는 셈이다. NHK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11일 개각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을 교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후임으로는 미일 무역협상 책임자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경제재생상이 꼽힌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 총리가 2일 모테기 경제재생상을 따로 만났다고 전했다. 일본 외교소식통은 “고노 외상이 그간 한일 문제에서 총리보다 더 튀는 발언을 거듭해 총리 관저에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노 외상은 7월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의 말을 도중에 끊고, 자신의 격에 맞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는 등 잇따른 외교 결례로 논란을 일으켰다. 다른 소식통은 “외상 교체는 거의 확정적이다. 모테기 경제재생상은 아랫사람을 상당히 압박하는 스타일이어서 외무성 분위기도 상당히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가는 상황에서 지한파로 꼽히는 가나스기 국장의 교체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가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반면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대화와 외교를 통한 해결을 중시하는 가나스기 국장이 승진한 것은 외무성 안에서 한국 업무에 대한 중요성을 여전히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긍정적으로 풀이했다.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 신나리 기자}

7월 1일 일본의 수출 규제 결정으로 본격화된 한일 갈등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이후 두 달 만에 한미 간 불협화음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열흘 남짓한 사이 미국의 공개 불만, 정부의 유감 표명이 연달아 나오며 한미 간 급속 냉기류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본과 각을 세운 것처럼 미국에도 동등한 동맹 관계를 적극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청와대가 주한미군 기지 조기반환을 언급한 것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재개로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도 ‘좋은 관계’ ‘지켜보겠다’고 했다. 긍정 여부를 떠나 상황을 좀 더 두고 보겠다는 트럼프 특유의 표현. 미국이 지소미아를 파기한 한국을 ‘문재인 정부’라고 지칭하며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하고, 이에 한국 정부가 주한 미국대사 초치에 전격적으로 26개 미군기지에 대한 조기 반환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한 일련의 한미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장 추석 이후 9월 중순 시작될 11차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미 동맹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0일 청와대가 “반환 절차를 금년 내 개시할 것”이라고 밝힌 미군기지 반환 이슈가 방위비 협상을 놓고 한미 간 긴장도를 더 높이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용산 기지에 남은 한미연합사령부는 이르면 2021년 말까지 평택 미군기지로의 이전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 직후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은 과거의 대한민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시만 해도 국력이 성장한 만큼 일본과 보다 동등한 위치에서 시시비비를 가려보겠다는 ‘대일(對日) 메시지’로만 비쳤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 등 여권에선 무조건 미국이 원하는 대로만 가는 게 맞느냐는 기류도 잇따라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가 “동맹 관계여도 국익 앞에 그 어떤 것도 우선할 수 없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내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공식 시작되기 전에 올해 분담금의 약 5배인 ‘48억 달러(약 5조8056억 원) 명세서’를 다양한 경로로 강조하는 것에 대한 불편한 기류도 여과 없이 여권에선 감지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달 12일 라디오에서 한일 갈등 상황에 대해 “(미국에) 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말한 것도 청와대 내 일부 ‘대미 자주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한미 동맹은 서로 필요에 의한 것이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우리도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일상적인 양국 간 채널 역할을 해야 할 외교부가 좀처럼 존재감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청와대 주도의 대미 외교에 이른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지금 대미 외교는 청와대 안보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외교부는 ‘지원 조직’으로 격하된 지 오래”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북한 비핵화 협상 진행이 지지부진해 한미 관계가 호전될 동력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반도에 덮친 퍼펙트 스톰(전방위적 악재)을 가장 힘센 동맹국과 헤쳐 나가느냐, 동맹국마저 밀어내고 태풍의 눈으로 뛰어들 것이냐, 한국은 그 기로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박효목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대한 불만 표출을 이어가면서 한미동맹 파열음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이 다시 청와대를 향해 지소미아 원상복구를 요구했고 청와대는 “국익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나선 것.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한미동맹 잡음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8일(현지 시간)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지소미아와 관련한 질문에 “(한일) 양측이 이에 관여된 것에 대해 매우 실망했고 지금도 실망한 상태”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 미대사를 불러 “공개적인 우려와 실망의 메시지 발신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은 가운데 보란 듯이 ‘실망’이라는 표현을 쓴 것. 에스퍼 장관은 한일 양국에 모두 실망했다고 하면서 한일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처음으로 일본에도 공개 경고를 보냈다. 랜들 슈라이버 국방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도 이날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한일 양국이 서로에게 취했던 조치들을 제거하고 보다 정상적인 무역관계로 돌아가야 한다”며 “(미국이) 양국에 특사(envoy)를 보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방식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소미아 원상복구를 위해 미국이 관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선 전날 외교부의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불만 ‘자제 요청’에 불쾌한 반응이 감지되고 있다. 해리스 대사는 29일 예정됐던 재향군인회의 초청 강연 불참에 이어 이날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주최하는 ‘비무장지대(DMZ) 평화경제 국제포럼’ 행사 개막식 참석을 취소했다. 국방부가 다음 달 4∼6일 개최하는 ‘서울안보대화’에도 미 국방부 관료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미국과의 물밑 조율 대신 해리스 대사를 불러 공개적으로 자제 요청을 한 것을 두고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태용 전 외교부 1차관은 “우방이나 동맹의 경우 이견은 비공개로 서로 간에 풀고, 공개적으로는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게 기본”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도 “해리스 대사를 부른 건 긁어 부스럼 만든 셈”이라며 “일본이 한 수를 두면, 한국은 두세 수 앞서나가서 상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거듭된 지소미아 연장 요구에 청와대는 “국익 앞에 어떤 것도 우선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본의 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 철회 전에는 지소미아 파기 결정 입장을 되돌릴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더더욱 (한미 간) 소통에 빈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한미 균열로 큰 잡음을 만드는 상황은 막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연일 ‘안보 자강론’을 앞세우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방예산이 사상 최초로 50조 원이 넘게 책정됐다”며 “무기 체계의 국산화·과학화를 최우선의 목표로 차세대 국산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전력을 보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최근 인공위성, 경항모, 차세대 잠수함 등 아직 우리 군이 확보하지 못한 무기 체계를 연이어 언급하며 자체 국방 능력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외교부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불러 “메시지 조절에 나서 달라”고 요청한 것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후 계속되는 한미 간 잡음을 수습해 보겠다는 의도다. 해리스 대사는 그런 정부에 “한일 갈등이 미국 이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지소미아 파기에 대한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불만도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어 정부 뜻대로 상황이 전개될지는 미지수다.○ 해리스 “한일 갈등 상황을 보기 참 불편하다”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지소미아 파기 등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여러 외교 경로로 설명을 했음에도 미국이 ‘실망(disappointed)’, ‘문 정부(Moon Administration)’ 등의 이례적인 표현을 써 가며 청와대의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계속 성토하는 것은 한국 정부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 해리스 대사는 조 차관에게 “한일 갈등을 이렇게 놔두면 미국의 이익에도 좋지 않다. 이런 상황을 보기가 참 불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외교소식통과 관계자들은 “해리스 대사가 한일 양국이 대화를 통해 조속히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는 데 방점을 뒀다”고 말했다. 조 차관은 자제를 요청했지만 해리스 대사는 이날도 정부 결정에 미국의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7일(현지 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는 “11월 22일까지 지소미아가 종료되지 않는다”며 “워싱턴은 서울이 그때까지 생각을 바꾸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지소미아 파기에 대해 “미국의 안보 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다른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는 지소미아가 종료돼도 미국을 통해 한일 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만큼 안보에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 설명에 대해 “핵무장을 한 북한을 상대로 하면서 그런 방식은 효과적이지 않다.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가 이뤄졌을 때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시간이 핵심”이라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백악관과 미 국무부, 국방부의 기류가 다소 다른 것 같다는 분위기다. 청와대와 백악관은 ‘하우스(house) 대 하우스’ 차원에서 교감이 이뤄지고 있는데, 정작 미 행정부 내에서 온도 차가 있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안보 공백은 우리 군의 전력 강화로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주장이다. 인공위성, 경항공모함, 잠수함 등 미국의 무기 구입으로 자체 방어력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조 차관도 해리스 대사에게 “한국의 국방력 강화는 한미 동맹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 靑, 지소미아 재검토 열어두면서도 “공은 일본에” 미국의 강한 압박에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 재검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철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공은 일본 측에 넘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일본은 우리가 내민 손을 잡아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한미일 공조 필요성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면서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지고 안보 위협 대응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고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감기약이 10만 원으로 상승하고 광우병 소고기가 유통될 것이라는 많은 비판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미 국무부 관계자가 ‘동해 영토수호훈련(독도방어훈련)’에 대해서도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이날 “독도는 누구의 땅인가”라며 “어떤 국가가 자국의 주권, 안위를 보호하기 위해 하는 행위에 대해 쉽게 얘기해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정부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초치’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미국에서 한국에 실망감과 불만을 잇달아 표출하고 있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양국 문제와 관련해 항의 차원에서 주한 미대사를 부른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한미 간 파열음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 국무부 및 국방부가 거듭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실망과 우려를 표하는 데 대해 “한미 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의 실망감은 충분히 전달됐으니 공개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독도방어훈련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서도 “우리가 영토를 수호하고 국방력을 스스로 강화하려는 진의를 강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해리스 대사는 “한일 양국이 대화를 가속화해 빨리 이 상황을 풀기 바란다. 미국이 창조적인(creative) 아이디어를 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한 뒤 “현재와 같은 상황은 미국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자청해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지고 안보 위협 대응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 기자}

정부가 28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초치’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결정 이후 미국에서 한국에 대해 실망감이나 불만을 잇따라 표출하고 있는 데 유감을 표명하고 이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양국 문제와 관련해 항의 차원에서 주한미국대사를 부른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지소미아 파기로 인한 한미 간 파열음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정부소식통에 따르면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이날 해리스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정부의 지소미아 파기는 한미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자 한 결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 국무부, 국방부가 잇따라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실망과 우려를 표하는 데 대해 “한미관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미국의 실망감은 충분히 전달됐으니 공개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라”고 말했다. 조 차관은 미국이 독도방어훈련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서도 “우리가 영토를 수호하고 국방력을 스스로 강화하려는 진정한 의도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해리스 대사 측은 동아일보에 “(한미 간) 비공개 대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자청해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 균열로 이어지고 안보위협 대응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고 보는 것은 틀린 주장”이라고 말했다. 앞서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지소미아 파기는 미국의 안보이익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우리가 좌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문병기기자 weappon@donga.com}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원전 오염수 처리계획에 대한 한국의 문제 제기에 대해 “책임을 갖고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에 “사실에 근거에 발표하라”고 주장했다. 니시나가 도모후미(西永知史) 주한일본대사관 경제공사는 27일 권세중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장과의 면담에서 이 같은 입장이 담긴 일본 정부의 구술서를 전달했다. 외교부는 앞서 19일 니시나가 공사를 통해 전달한 우리 정부 질의에 대한 답변을 이 자리에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주한일본대사관은 이날 우리 정부가 설명을 요구했던 5개 질의에 대한 일본 정부의 회신서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다핵종제거설비(ALPS) 등에서 정화 처리한 오염수를 처리하는 결정은 ALPS 처리수 취급에 관한 소위원회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그대로 밝혔다. 또한 외교부가 요청한 오염수 관련 자료 공개에 대해서는 “경제산업성 홈페이지, IAEA 보고서나 도쿄전력 홈페이지를 참조하라”고 했다. 일본 정부는 “19일 니시나가 공사의 방문은 일본의 설명과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지, 한국 외교부가 밝힌 대로 ‘초치’가 아니었다”며 “한국 외교부에 항의한다”고 반박했다. 일본 외무성은 다음달 4일 주일 외교단을 상대로 오염수 처리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야구 인생만 50년, 야구팀 유니폼을 벗으면 죽는 줄 알았다. 프로야구 1호 홈런, 최초의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 최초 100홈런(1986년) 등 전설적인 기록을 써내려 간 포수 출신 타격왕…. 26일 오후 외교부 아세안국 초청강연으로 국민외교센터를 찾은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이사장(61)은 “SK 와이번스 감독에서 물러나고 현장을 떠난 지 5년이지만 야구인 이만수가 할 수 있는 게 38가지나 되더라”고 했다. 그중 한 무대가 ‘야구 불모지’ 라오스다. 이 이사장은 2014년 11월부터 라오스에 야구를 보급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마실 물도, 먹을 빵도 모자란 가난한 공산국가에서 야구는 상상하기 어려운 스포츠였다. 라오스에 야구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고 도착했을 때 선수라곤 고작 11명, 그중 5명은 운동화도 없는 맨발이었다. ‘20명은 있어야 야구를 할 수 있다. 야구하고 싶은 사람은 물과 빵을 줄 테니 모여라’ 했더니 400명이 모였다고 한다. 운동장 5바퀴를 돌려서 200명으로 줄이고, 100m 달리기로 100명으로, 50m 달리기를 통해 또 절반을 줄였다. 그리고 마지막 캐치볼 테스트를 통과한 40명으로 최초의 라오스 야구팀을 탄생시켰다. 이 이사장은 “지금 라오스 야구 실력은 중학교 3학년 학생들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것도 6년 만에 일궈낸 성과다. 고비도 많았다. 4년 정도 몸담던 에이스가 생업으로 생계 현장에 나서면서 전력 공백이 생겼다. 이 이사장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지만 뿌듯할 때도 많다”고 미소를 띠었다. 그러면서 라오스 대표팀 선수들이 최근 야구 역사 30년인 스리랑카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11-12로 접전을 펼쳤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이사장은 “야구복을 입었을 때는 모두가 (내게) 하늘의 별도 따다 줄 것처럼 했는데 야구복을 벗고 나니 제일 먼저 겪은 게 거절이었다”고 회고했다. 축구장을 전전하는 선수들을 위해 라오스에 최초의 야구장을 짓기로 한 뒤 라오스 정부로부터 부지 약 6만9000m²(약 2만1000평)를 무상으로 제공받았지만 건설 비용이 턱없이 부족했다. 대구은행에서 3억 원을 기부받고, 이 이사장 본인 재산도 기부했지만 재원은 여전히 부족했다. 한국 국회를 상대로 설득했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현재 60% 정도 지어진 야구장은 우기가 걷히고 건기가 찾아오는 10월경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나의 재능기부가 곧 대한민국과 라오스 미래에 대한 투자”라며 “라오스 야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물론이고 더 많은 인적 교류들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직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색하고 잇따라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며 한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앞둔 신경전을 넘어 트럼프 행정부가 지소미아 파기로 한국 방어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는 점을 경고하면서 한국의 이른바 ‘동맹으로서 안보 기여’를 요구하고 나선 모양새다. 미국의 불만이 호르무즈 파병, 남북 경제협력 등 다양한 갈래로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위해 프랑스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갖고 “지난주 김정은으로부터 훌륭한 편지를 받았다. 편지 속에서 그는 ‘한국이 전쟁 게임(war games)을 하고 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참모들에게 그것(한미 연합훈련)에 반대할 것을 권하고 싶지만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섭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나는 그것이 완전한 돈 낭비(a total waste of money)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한미 연합훈련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적은 있지만 ‘돈 낭비’라는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동맹 간 훈련을 비하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무용론을 제기한 것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지소미아 파기로 한미 간 균열 조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 한미 연합훈련을 비난하며 북-미 실무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을 달래는 동시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지소미아 파기와 방위비를 연계하는 언급들이 분출하고 있다. 지소미아 파기로 한일 간 직접 군사정보 교류가 끊어지면 한반도 유사시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미군의 지원이 이전보다 어려워지는 만큼 주한미군의 안전과 한국 방어 비용이 더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측이 (지소미아 파기로) 주일미군을 보완하기 위해 주한미군 전력 증강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방위비 증액 협상의 레버리지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소미아의 중요성을 잘 모를 수 있지만 미 국방부와 국무부 등은 지소미아 연장 요청을 한국이 거부한 데 대해 단단히 화가 난 상황”이라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매우 강경한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자체 방위력 증강으로 한미동맹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통해 미국을 설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체 방위력 증강을 위해선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해온 무기 구입 확대가 불가피한 만큼 이를 통해 방위비 증액 압박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 증액 외에도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과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도 지소미아 파기에 따른 청구서가 날아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 교수는 “미국이 과거처럼 단순한 주한미군 주둔 비용 대신 동맹기여금 개념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관련 군사적 지원이나 비용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문병기·신나리 기자}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5일 홍콩의 반중 시위에 대한 사설에서 “홍콩에서 동란이 일어나면 중앙 정부가 관여해야 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발언을 전했다. 홍콩 등에 대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주창한 덩샤오핑의 말을 인용한 것은 중국이 무력 개입을 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해야 한다는 신호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신화통신은 또 “홍콩 기본법과 인민해방군 주둔 법령은 이미 (중앙 정부의 개입에 대한) 규정을 마련했다”고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26일 홍콩 시위에서 폭력을 주도하는 극단주의 세력이 미국 비정부기구인 국립민주주의기금(NED)의 지원을 받아왔다고 보도했다. 런민일보는 “NED는 홍콩 인권 조사를 위해 1995년부터 2015년까지 1억5000만 홍콩달러(약 232억 원)를 지원했다. 그간 일어난 여러 색깔혁명에 NED가 막후 개입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이 같은 경고는 12주째로 접어든 홍콩의 반중 시위에 따른 충돌이 격화되는 와중에 나왔다. 홍콩 경찰은 25일 공중을 향해 실탄 경고사격을 한 것은 시위대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공중으로 쏜 경찰관에 대해 “용기 있고 절제된 행동이었다. 실탄 경고는 필요하고 합리적인 일이었다”고 두둔했다. 홍콩 밍(明)보 등에 따르면 25일 시위에서 불법 시위,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시위대 36명이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의료당국은 시위로 인한 부상자는 시위대, 경찰을 포함해 38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들 중 남성 1명은 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5일 중국이 홍콩 시위를 계기로 수요가 늘어난 최루가스 생산을 증대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최루가스는 아랍의 봄, 수단 및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에도 사용됐다. 그간 홍콩 시위에서 사용된 최루탄은 영국산이었다. 홍콩 경찰은 시위가 지속되는 동안 1800회 이상의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26일 반(半)중국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홍콩에 1단계 여행경보(남색경보·여행유의)를 발령했다. 홍콩에 여행경보를 발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홍콩 내 시위 동향과 정세, 치안 상황 등을 살피면서 여행경보를 추가로 발령하거나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조유라 jyr0101@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