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여성 제자를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서울대 교수가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는 전 서울대 성악과 교수 박모 씨(53)가 “직위 해제와 파면을 취소해 달라”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이 상당 기간 반복적으로 행해졌고 학생인 피해자가 받았을 정신적 피해도 상당히 커 비위의 정도가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 교수로서 일반 직업인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음에도 국민의 신뢰를 실추시켰으므로 파면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박 씨가 저지른 성희롱은 대학에서 파면을 당할 만한 정당한 사유고, 징계 과정에서 박 씨에게 진술권과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됐다고 본 것이다. 박 씨는 2011∼2012년 개인 교습을 하던 20대 여성 제자에게 수차례 음란한 사진과 메시지를 보냈고,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사실이 피해자 아버지의 제보로 드러났다. 서울대는 징계 절차를 거쳐 2014년 5월 박 씨를 파면했다. 박 씨는 이후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 확정 판결을 받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농단 비리에 연루된 정·재계 핵심 인사들이 5일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법의 심판’을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날 오후 2시 417호 대법정에서 이 전 대통령(77·수감 중)의 1심 선고공판을 연다. 이 전 대통령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올 4월 9일로부터 180일째 날이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의 회삿돈 349억여 원을 횡령하고 111억여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결심 공판 때 최후 진술을 통해 “부당하게 돈을 챙긴 것도 없고, 공직을 이용하여 사적 이익을 탐한 일도 없다”며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20년에 벌금 150억 원, 추징금 111억4131만여 원을 구형했다. 재판부가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인정하느냐에 따라 유·무죄와 형량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같은 시각 아래층인 311호 중법정에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최병철) 심리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52) 등의 1심 선고가 진행된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을 동원해 대기업에 보수단체 지원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전 실장에게 징역 4년, 조 전 장관에게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앞서 이들은 정부에 비판적인 단체와 예술가에 대한 지원을 배제했다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혐의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받았다. 이후 상고심을 맡은 대법원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려 김 전 실장이 8월 6일, 조 전 장관이 지난달 22일 석방됐으나 다시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같은 날 오후 2시 30분 312호 중법정에선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수감 중)의 국정농단 사건과 경영 비리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동시에 한다. 검찰은 신 회장에게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 원,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앞서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경영 비리 사건에 대해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올 2월 국정농단 사건 1심에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옛 연인이 자신을 성적으로 비하한 것을 되갚기 위해 성적 수치심을 주는 보복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성적 욕망’으로 볼 수 있어 법적 처벌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모 씨(55)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판결한 원심 판결을 깨고 전부 유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고 30일 밝혔다. 이 씨는 헤어진 연인에게 신체 부위를 저급한 표현으로 비하하고 조롱하는 문자메시지를 22차례 보내 성폭력처벌법을 위반하고, ‘빌려 간 돈을 갚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등의 협박 문자메시지를 25차례 보냈다. 이 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전 남자친구의 은밀한 신체 부위 크기를 나와 비교하는 발언을 해서 화가 난 나머지 연인 관계를 정리하면서 신체 비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성적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복수심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위법이 아니라는 취지다. 성폭력처벌법은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하게 할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이용해 음란행위를 한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정한다. 재판부는 “이 씨가 다른 남자와 성적 비교를 당해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는 분노감에 피해 여성에게 같은 상처를 주고 손상된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문자메시지를 보냈더라도 이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는 표현뿐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주는 표현도 ‘성적 욕망’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앞서 1심은 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와 협박 혐의를 모두 인정해 이 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반면 항소심은 협박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가 2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컨벤션 6층 그레이스홀에서 창립 제111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서울변회의 전신인 ‘한성변호사회’는 1907년 9월 23일 설립됐다. 사단법인 아동복지실천회 ‘세움’은 제24회 시민인권상을 이날 받았다. 세움은 부모가 수감돼 사회에서 소외된 아동의 인권보호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서울변회는 1993년부터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에 공이 큰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윤종수 변호사는 명덕상, 박종운 변호사는 공익봉사상을 받았다. 백로상, 공로상, 표창도 수여됐다. 이찬희 서울변회 회장은 “앞으로도 활발한 공익활동을 전개하겠다. 신뢰받는 법조단체로서 역할과 소명을 다해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극단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사진)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으로 재판에 넘겨진 유명 인사 중 실형이 선고된 첫 사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는 19일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프로그램 8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기관 10년간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이 2010년∼2016년 12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극단 단원 8명을 18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인 이 전 감독이 배우를 고를 수 있는 극단 운영상의 절대적 권한을 이용해 단원들에게 ‘위력’을 행사했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은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했다. 그러나 책임 회피로 일관하고 ‘미투’ 폭로로 자신을 악인으로 몰고 간다며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이 전 감독이 2016년 12월 ‘발성지도’를 한다며 극단 단원 A 씨를 유사 강간해 우울증에 걸리게 한 혐의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미투 운동에 편승한 피해자들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는 이 전 감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신이 당한 피해를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하는 데엔 상당한 고통과 심리적 부담이 따르게 된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극단 단원 4명을 7차례에 걸쳐 성추행한 혐의에 대해선 피해자들이 법정 증언을 하지 않거나 이 전 감독의 지도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정에 갈색 수의를 입고 출석한 이 전 감독은 21분간 이어진 선고 내내 고개를 들고 재판부를 쳐다봤다. 피해자들의 지인으로 보이는 10여 명은 방청석에서 서로 손을 잡거나 눈물을 흘렸다. ‘이윤택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선고 직후 “미투 운동 이후 최초의 실형 선고이며 피해자가 ‘노(No)’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의사에 반한 것은 성폭력임을 인정하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는 수행비서 김지은 씨(33)를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달 14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지현 검사(45)를 성추행한 의혹을 받은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52)은 성추행 공소시효(7년)가 지나 인사에 부당 개입한 혐의로만 불구속 기소돼 1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기소한 전직 검사 중에서 아직 실형을 선고받은 사례는 없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선 구체적인 비전과 로드맵을 청년 변호사들에게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53)은 18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년 변호사’ 취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이렇게 제시했다. 변호사 업계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생기면서 변호사는 점점 늘고 있다. 12일 기준 국내 등록 변호사는 2만5279명이다. 휴업·미개업자를 제외해도 2만562명이다. 업계 불황까지 겹치면서 로스쿨을 갓 졸업한 청년 변호사들은 ‘취업 한파’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최대의 지방변호사회이자 23일 창립 111주년을 맞는 서울변회로선 고민이 크다. 이 회장 역시 청년 변호사들의 취업 문제를 빨리 해결하는 방안을 짜내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경쟁이 심하다고 무작정 로스쿨 졸업생 수나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줄일 수는 없다. 이 회장은 “변호사 업계의 경쟁이 심해졌다고 청년 변호사 수를 줄이자고 하는 건 공염불에 불과하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청년 변호사가 일할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서울변회는 서울회생법원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을 출범했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개인파산회생사건이 늘고 있지만 기존 변호사들은 관심을 덜 기울이고 있는 현실에 착안한 것. 서울변회는 또 ‘후견제도지원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후견 제도는 대법원이 지난해 6월 사단법인 ‘선’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6)의 후견인으로 정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100세 시대엔 성년후견인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장은 “치매 등으로 정상적인 법률 행위가 불가능한 부모의 재산을 두고 자식들이 다투는 경우가 많다. 변호사가 중립적으로 법률 분쟁을 방지하는 일종의 ‘보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대체분쟁조정제도(ADR)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ADR는 법원 판결이 아닌 화해, 조정, 중재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다. 법원도 재판 부담이 줄어든다며 환영하고 있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만 하는 변호사가 아닌 ‘조정’까지 하는 변호사로 직역을 확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상사중재원과 MOU를 체결하고 ‘중재연수원’을 출범시켰다. 이 회장은 ‘해외 일자리’ 창출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국내 시장에만 의존해 경쟁이 심해진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서울변회는 올 4∼5월 미국 뉴욕주,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밀라노 변호사회와 MOU를 체결하고 변호사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선진국에서 로펌 시스템을 배워야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시장을 넓힐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회장은 “최근 로스쿨을 졸업한 젊은 변호사들은 어학 실력이 뛰어나 해외 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11월 1일 임기가 끝나는 김소영 대법관의 후임 후보자로 김주영 변호사(53·사법연수원 18기), 문형배 부산고법 부장판사(52·18기), 김상환 서울중앙지법 민사1수석부장판사(52·20기) 등 3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18일 추천했다. 김 변호사는 ‘집단소송 전문가’다. 법무법인 한누리에서 주가연계증권(ELS) 소송 등 증권 분야 집단소송을 주로 맡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제정의위원회 위원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을 거쳤다. 재야 변호사 몫으로 추천된 것으로 보인다. 문 부장판사는 진보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이다. 김 대법원장도 이 모임의 회장을 지냈다. 2007년 2월 자살하려고 불을 질렀다가 기소된 피고인에게 ‘자살’을 열 번 외치게 한 뒤 “우리 귀에는 ‘살자’로 들린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책을 선물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법관 몫으로 추천됐다고 전해졌다. 김 부장판사는 2015년 2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항소심에서 ‘대선 개입’ 혐의에 대해 처음으로 유죄를 선고했다. 1심은 ‘정치 개입’만 인정해 국가정보원법 유죄 공직선거법 무죄를 선고했지만, 김 부장판사가 맡은 항소심은 공직선거법도 유죄로 보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김 대법원장과 가깝고, 형이 김준환 국정원 2차장이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인천 초등학생 살인 사건’의 주범 김모 양(18)이 법정 최고형을 확정 판결 받았다. 공범 박모 씨(20·여)에겐 살인죄가 아닌 ‘살인방조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13일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양과 박 씨의 상고심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양은 범행을 저지른 지난해 3월 29일에 소년법 적용 대상이어서 법정 최고형이 징역 20년이다. 재판부는 김 양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30년간 부착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의 일종이지만 언어와 인지능력은 정상인 질환)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는 김 양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박 씨가 김 양과 살인 범행을 구체적으로 공모하였다거나 범행을 지시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다만 살인방조죄는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양이 살인은 단독으로 저질렀고, 박 씨는 살인을 돕기보단 방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함께 일하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문환 전 에티오피아 대사(53)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3단독 박주영 판사는 12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등을 받은 김 전 대사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40시간 이수하고, 아동 청소년 관련 기관에 3년 동안 취업하지 못하게 하라고 판결했다. 김 전 대사는 선고 직후 법정 구속됐다.박 판사는 김 전 대사가 에티오피아 대사로 근무하던 때 함께 일하던 직원 A 씨에게 위력을 행사해 성폭행한 혐의를 인정했다. 대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김 전 대사는 해외 교민을 보호하고 주재국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책임 있는 지위에 있음에도 지위를 이용해 업무상 지휘 감독 관계에 있는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밝혔다. 같은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가 적용됐지만 지난달 14일 1심서 무죄가 선고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 사건과 다른 판단이다. 1심의 판결이 서로 다른 건 각 재판부가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친밀함’을 다르게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 전 지사 1심은 수행비서 김지은 씨(33)가 안 전 지사와 성관계를 맺은 뒤에도 안 전 지사를 우호적으로 대했다고 봤다. 러시아에서 성관계를 맺은 후 김 씨가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를 하는 식당을 찾으려 애썼고, 귀국 뒤에도 안 전 지사가 다니던 미용실을 찾아가 머리 손질을 받았다는 것이다. 반면 김 전 대사 1심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고 봤다. 김 전 대사와 A 씨가 업무시간을 빼곤 개인적으로 거의 교류하지 않았고, 성관계를 한 날 A 씨가 김 전 대사에게 이성적인 호감을 표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판사는 “A 씨가 당일 숙제하듯 의무적으로 김 전 대사와 테니스를 치고 저녁 식사 요청에 응한 것으로 보인다. A 씨는 불안과 공포로 얼어붙은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두 재판부의 판단은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하는지에서도 갈렸다. 안 전 지사 1심은 김 씨가 안 전 지사와의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일부 삭제하고 증거로 제출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와 달리 김 전 대사 1심은 수사 과정에서 피해 사실에 대한 진술을 꺼리던 A 씨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지난해 7월 에티오피아대사관에서 일하던 다른 외교관이 성폭행 의혹으로 파면된 뒤 제보를 통해 김 전 대사 사건이 드러났다는 점을 들며 A 씨 진술의 신빙성을 높다고 봤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에서 확정된 판결을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은 허용될 수 없다고 30일 결정했다.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헌법재판소법 조항도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이날 1974년 긴급조치 1호 위반 사건의 첫 번째 피고인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86)이 ‘긴급조치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취소해 달라’며 낸 사건 등 헌법소원 54건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을 심리 없이 종결하는 것이다. 헌재는 “법원의 재판은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국가의 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건 긴급조치가 합헌이어서가 아니라 위헌임에도 배상을 할 책임이 없다고 본 ‘해석’이므로 헌법소원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헌재는 또 ‘헌법소원 대상에서 법원 재판을 제외한 헌법재판소법이 국민의 재판청구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백 소장의 주장에 대해선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으로 결정했다. 헌재법 제68조 1항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2016년 4월 헌재는 ‘위헌 결정이 나온 법령을 그대로 적용한 법원의 판결은 헌법소원 대상이지만 나머지는 헌법소원 대상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한 사안을 뒤집지 않았다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결정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다만 김이수 안창호 등 재판관 2명은 “대법원 판결들은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취소돼야 한다. 대법원은 긴급조치가 위헌이 명백한 것을 알면서 입법을 한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백 소장은 1974년 유신 반대 운동을 벌이다가 긴급조치 1호 최초 위반자로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2009년 재심을 청구해 2013년 무죄를 확정받았고, 이후 국가 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2015년 대법원에서 패소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최순실 씨(62·수감 중)의 변호인이었던 이경재 변호사(69·사진)가 최 씨의 대법원 변론을 맡지 않기로 했다. 최 씨는 24일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뒤 상고했다. 이 변호사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 씨와 접견하며 상고심 변론은 맡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또 “2년 가까이 최 씨의 변호를 하면서 쉬지 못해 심신이 지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대법원에선 변호사가 직접 법정에서 변론을 할 기회가 적은 것도 변론을 하지 않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2016년 10월 최 씨의 변호를 맡았다. 최 씨가 독일에서 도피 생활을 할 때부터 귀국해 검찰과 특별검사팀의 수사, 1·2심 재판을 받는 처음부터 끝까지 최 씨 곁을 지켰다. 이 변호사는 최 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63)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2)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다만 이 변호사와 함께 최 씨의 항소심 재판을 변론했던 최광휴(54) 권영광(46) 등 두 변호사는 계속 상고심 변론을 맡는다. 이 변호사는 직접 변론은 맡지 않지만 필요하면 두 변호사를 도울 예정이라고 한다. 최 씨와도 교류가 완전히 끊긴 건 아니다. 대법원이 공개변론 등 심리를 적극적으로 진행하면 이 변호사가 다시 변호인으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 최 씨는 항소심 판결에 실망해 상고를 포기할 계획이었으나 “박 전 대통령이 상고를 하지 않는다면 나라도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28일 상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3·수감 중) 항소심에서 징역 14년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지난해 12월 경영비리 사건 1심에서 징역 1년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올 2월 국정 농단 사건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검찰은 29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신 회장의 항소심 결심에서 경영 비리와 국정 농단 사건을 합해 징역 14년과 벌금 1000억 원, 추징금 70억 원을 구형했다. 신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저와 제 가족들은 사회적 물의를 입힌 점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억울함도 있었지만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고 저의 과오에 대한 질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저는 롯데그룹 회장으로서 우리 그룹이 대한민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자각하고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게 국민 여러분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신 회장은 경영 비리 사건에서 롯데 총수 일가에 508억 원의 ‘공짜 급여’를 지급하고 일감을 몰아줘 그룹에 774억 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또 국정 농단 사건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과 최순실 씨(62·수감 중)에게 70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 회장은 “당시 최 씨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또 1심에서 징역 4년과 벌금 35억 원을 받았으나 건강 문제로 구속되지 않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96)에 대해 징역 10년과 벌금 3000억 원을 구형했다.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한 신 총괄회장은 재판장의 질문에 “뭐야”, “여기는 어디야”라고 답하는 등 건강 이상 증세를 보였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이 24일 ‘국정 농단 사건’ 2심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받았다. 1심의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 원에 비해 징역 1년, 벌금 20억 원이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 2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 원을 선고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아 징역 형기가 총 33년이 됐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이 받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한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16억2800만 원)을 뇌물로 봤다. 1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를 부인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인정했고,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묵시적 청탁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출석을 거부해 온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공범으로 기소된 최순실 씨(62·수감 중)는 이날 2심 선고에서 1심과 같은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1심 벌금 180억 원은 200억 원으로 늘었다. 이호재 hoho@donga.com·김윤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의 2심 형량이 1심보다 늘어난 것은 뇌물죄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심 재판부의 추가 뇌물 판단 근거가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어 대법원 상고심에서 어떤 판단이 내려질지 주목된다.○ 2심 재판부 “가능성 높다” 추정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는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던 삼성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16억2800만 원)을 2심 재판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받기 위한 대가로 봤다. 박 전 대통령이 공범 최순실 씨(62·수감 중)의 조카가 운영한 영재센터에 도움을 주려고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해 받았다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만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달라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봤다. 반면 1심 재판부는 “부정한 청탁의 대상이 되는 경영권 승계 작업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도록 증명돼야 한다”며 경영권 승계 작업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청탁도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2월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승계 작업을 매개로 영재센터 지원을 한다는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영제센터 지원이 뇌물이 아니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2심 재판부는 이를 반박하는 근거로 삼성의 경영권 승계 관련 정보가 포함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의 삼성 관련 보고서(2014년 7∼9월 작성)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실의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단독 면담 말씀자료(2015년 7월 25일) 등을 들었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보고서를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이 봤다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2심 재판부는 “보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또 경제수석실 말씀자료는 2심 재판부가 ‘가장 핵심적인 승계 작업’이라고 평가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미 성사된 뒤 작성된 것이었다. 이어 2심 재판부는 2016년 2월 15일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 영재센터 지원을 요청했다면서 “이때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승계 작업에 대한 인식을 공유했다고 보는 것이 사리에 맞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묵시적 청탁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는 “후삼국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21세기에 망령으로 되살아났다”며 “묵시적 공모가 합리적 제약 없이 확대 적용되면 무고한 사람을 많이 만들어낼 것”이라고 비판했다.○ ‘뇌물’ 강요 가해자 유죄, 피해자 무죄 법조계에서는 삼성의 영재센터 지원이 뇌물인지 여부를 놓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린 것은 두 사람이 각각 영재센터 지원 ‘강요’의 가해자와 피해자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의 ‘강요죄’를 인정한 2심 재판부는 뇌물죄로 처벌 수위를 높이려고 했고, 이 부회장 2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강요 피해에 무게를 두고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또 박 전 대통령이 항소를 하지 않고 사실상 변론을 포기한 것도 2심 재판부의 추가 뇌물죄 인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판은 단 4차례밖에 열리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을 면담도 못 하는 국선 변호인이 변론을 했지만 재판부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2심 재판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법정 출석을 거부함으로써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하는 국민의 마지막 여망마저 철저히 외면했다”고 질타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대학 시절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옥살이를 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60)이 41년 만에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975년 5월 시행된 긴급조치9호는 집회 시위, 신문 방송 등으로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사전에 허가를 받지 않은 집회 시위를 열지 못하게 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영진)는 24일 김 장관의 재심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판결 받은 죄목인 긴급조치 위반은 헌법에 위반돼 무효이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검찰은 올 1월 과거사 반성과 피해 구제 차원에서 김 장관에 대한 재심을 신청했고, 법원이 5월 재심을 결정했다. 김 장관은 1976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해 1977년 유신 반대 시위로 구속됐다.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1년과 자격정지 1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 3월 긴급조치9호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고 헌법 개정 주체인 국민의 주권 행사를 제한했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후 긴급조치로 구속되거나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은 모두 법원에서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고 있다. 김 장관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많은 희생자들과 유족들이 많이 남아 계셔서 저 자신만 무죄를 받은 자체가 대단히 면구스럽다. 개인적으로는 제 인생에서 한 부분이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18대 대선 직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켜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한 공안검사 출신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69)이 형사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23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고 전 이사장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김 판사는 “공산주의가 일반적으로 북한과 연관지어 사용된다는 사정만으로 부정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없다. 발언에서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인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도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 판사는 또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문은 광범위한 문제 제기가 허용돼야 한다. 이를 공론의 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으나 형사 법정에서 (평가하는 것은)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이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민사사건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2016년 9월 민사사건 1심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이 문 대통령에게 30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인신을 구속할 수 있는 형사사건은 보통 민사사건보다 더 엄격한 입증이 필요하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박근혜 전 대통령(66·수감 중)의 국정 농단 사건 항소심 선고가 1심과 달리 TV와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지 않는다. 항소심 선고 공판은 24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312호 중법정에서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1일 “피고인 측이 부동의 의사를 밝힌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생중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국선변호인이 “공공의 이익이란 이름으로 대한민국의 품격과 개인의 인격권이 과도하게 훼손될 우려가 있는 결정을 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한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올 4월 선고 공판을 생중계했다. 당시 재판부는 “공공의 이익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중계방송을 허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이 자필 답변서를 통해 생중계에 동의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공공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한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재판 보이콧을 해왔고, 1심 선고 공판 때도 출석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선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의 해석을 재판부마다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규칙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이 동의할 경우 선고 공판을 생중계할 수 있고,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선 생중계할 수 있다. 1심 재판장이 공공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긴 것에 비해, 항소심 재판장은 피고인의 권리를 중요하게 판단한 셈이다. 1심에 비해 항소심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생중계를 하지 않는 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국정 농단 사건 선고 공판 방청권 경쟁률은 1심이 3.3 대 1이었지만 항소심은 2.04 대 1이었다.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지 1년 5개월이 흘러 국민적 관심이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심 재판부는 올해 4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징역 24년, 벌금 180억 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했지만 박 전 대통령은 항소를 포기했다. 검찰은 지난달 항소심 결판 공판에서 1심 때와 같은 징역 30년에 벌금 1185억 원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는 24일 오전 10시 박 전 대통령 항소심 선고를 한 뒤 오전 11시엔 최순실 씨(62·구속 기소)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9·구속 기소)의 항소심 선고를 진행한다. 이 선고 공판도 생방송되지 않는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19기)와 이석태 변호사(65·14기) 등 7명이 다음 달 19일 퇴임하는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의 후임 재판관 후보로 추천됐다. 이 소장과 김 재판관은 대법원장이 헌법에 따라 지명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3명 몫에 속한다. 대법원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원회는 16일 오후 대법원에서 회의를 갖고 36명의 심사 대상자 중 이 부장판사와 이 변호사 등 7명을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추천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르면 17일 이들 가운데 2명을 지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천 명단에는 대법관 후보로도 추천됐던 윤준 수원지방법원장(57·16기)과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59·14기), 문형배 부산고법 부장판사(52·18기) 등 고위 법관들이 이름을 올렸다. 헌법연구관 출신 김하열 고려대 교수(54·21기)와 신동승 헌법재판연구원 연구교수부장(58·15기)도 포함됐다. 여성으로는 이 부장판사가 유일하다. 이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참여연대 대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윤 법원장은 윤관 전 대법원장의 아들이다. 추천위 관계자는 “이 변호사와 이 부장판사가 가장 먼저 추천위를 통과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이 변호사 등을 차기 소장 후보로도 거론하고 있다. 앞서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소장 후임으로 강일원 유남석 재판관을 추천했다. 대법원장 몫으로 헌법재판관에 지명되면 별도의 인준 표결 없이 국회 인사청문회만 거친 뒤 헌법재판관이 된다. 헌재 관계자는 “국회 상황에 따라 이르면 다음 달 10일 두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소장과 김 재판관 외에도 김이수 안창호 강일원 등 3명의 재판관도 같은 날 임기를 마친다. 이들은 모두 국회 몫이다. 국회 인선이 늦어져 재판관 공백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다당제 구조인 현 국회에서 후보자를 어떻게 선출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에 국회는 여당과 야당, 여야 합의로 각각 1명씩 재판관을 추천해 왔지만 지금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원내 제3당인 바른미래당 몫을 둘지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김윤수 ys@donga.com·이호재 기자}
법원이 올해 주휴수당을 포함한 최저임금 월급을 157만3770원(주 40시간 근무 기준)으로 고시한 정부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소상공인연합회가 낸 행정소송을 16일 각하했다. 행정소송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부 해석이 법원 판례와 달라 사회적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휴수당을 월 근로시간에 포함해 최저임금 월급을 산정한 고용노동부의 조치가 판례와 어긋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가 한 주를 개근하면 지급해야 하는 휴일수당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박양준)는 소상공인연합회 측 이모 씨 등 4명이 고용부를 상대로 낸 최저임금 고시 취소 소송을 이날 각하했다. 재판부는 “최저임금 월급 고시는 행정지침에 불과해 행정소송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각하는 소송이나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되거나 판단 대상이 아닐 경우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용부의 고시가 “법원의 주류적 견해와 다른 입장에 서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대법원은 비슷한 내용의 민사·형사재판에서 고용부 해석과 달리 주휴수당 관련 근로시간을 월 근로시간에 포함해선 안 된다고 판단해 왔다. 기존 판례대로라면 올해 최저임금(시급 7530원)을 받는 근로자는 자신이 실제 근무한 주 40시간씩 월 174시간을 곱해 월급으로 131만220원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고용부는 여기에 실제 일하지 않았지만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줘야 할 휴일수당분의 근로시간 35시간을 더한 월 209시간을 곱해 최저임금 월급을 157만3770원으로 고시했다. 이보다 적게 준 사업주는 최저임금보다 높은 132만 원을 줘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재판부는 “월 임금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회적 혼선이 야기되고 있다”고 고용부를 비판했다. 행정소송 요건은 안 되지만 고용부의 해석은 잘못됐다는 취지다. 이날 판결 내용으로 고용부가 10일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부는 주휴수당 등 유급휴일 관련 근로시간을 월 근로시간에 포함하는 조항을 아예 시행령에 넣을 방침이다. 지금까지 행정해석으로 해온 주휴수당 포함 근로시간을 시행령에 못 박아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법원이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을 근로시간에 넣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 상황에서 시행령을 개정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고용부가 법원 판례를 바꾸기 위해 시행령 개정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소상공인회는 “(법원의 각하 결정은) 내년 최저임금이 실질적으로 1만 원을 넘었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며 “과거 복지 차원이던 주휴수당이 이제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법률 검토를 거쳐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각하 결정은 합리적 법리에 기초한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유성열 ryu@donga.com·이호재·김성규 기자}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 성폭행 사건의 1심 판결을 선고한 조병구 부장판사(44·사법연수원 28기·사진)는 이번 선고를 위해 야근을 자주 했다고 한다. 안 전 지사의 혐의인 ‘위계에 의한 간음’에 대한 국내 판례가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아 해외 판례를 찾아보고 참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단국대사범대부속고와 서울대 법대 출신인 조 부장판사는 만 23세이던 1996년 제3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서울지법(현 서울중앙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한 뒤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행정법원 판사 등을 지냈다. 조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박상옥 대법관의 전속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2016년부터 2년간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맡아 ‘대법원의 입’ 역할을 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김명수 대법원장으로 교체되는 과정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시점에 중책을 원만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대전지법 홍성지원에서 시국선언을 주도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2013년 서울행정법원에선 란제리 슬립만 입고 술시중을 들게 하는 유흥주점에 과징금을 부과한 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이호재 기자 ho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