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문재인 대통령과 한반도 주변 정상들이 김정은의 6차 핵실험 후 최고조에 이른 북핵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인 외교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한미와 중러는 물론이고 각국의 북핵 해법과 스탠스가 미세하게 엇갈리고 있어 김정은의 핵폭주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실효적인 대북제재 마련은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6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여기서 북한의 도발이 멈추지 않으면 통제할 수 없는 국면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북한의 도발을 멈출 수 있는 지도자가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인 만큼 두 지도자가 강력한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북한을 대화의 길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에는 적어도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게 부득이한 만큼 러시아도 적극 협조해 달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북에 연 4만 t 정도의 아주 미미한 양의 원유를 수출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북한 핵 개발을 반대하고 규탄한다. 다만 원유 공급 중단이 병원 등 북한 민간 영역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사실상 완곡하게 거절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핵 문제는 압박과 제재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북한은 아무리 압박해도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감정에 휩싸여 북한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세울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냉정하게 긴장 완화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도 했다.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를 이끌어내겠다는 한국과 미국의 북핵 해법에 반대 의사를 밝힌 셈이다. 오히려 러시아는 한미일이 주도하는 북핵 해법 대신 자신들의 방식을 제시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중국이 마련한 북핵 해법 로드맵이야말로 긴장 완화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이 로드맵은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 도발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 주석도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처음으로 6일(현지 시간) 통화를 갖고 유엔 안보리 차원의 대북제재안 강도와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북한과 거래하는 모든 중국 기업과 개인을 겨냥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시행을 압박하며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이 11일로 예고한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대북제재안 표결 시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근린궁핍화 정책’이라며 비판한 시 주석은 대북 원유 공급 차단에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alwaysj@donga.com / 문병기·이세형 기자}
문재인 대통령(64)은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65)과 만나 “저와 연배도 비슷하고, 성장 과정도 비슷하고, 기질도 닮은 점이 많아서 많이 통한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도 정상회담 뒤 예정에 없던 극동거리 산책과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관 방문을 제안하는 등 친밀감을 드러냈다. 두 정상은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고 대학에선 모두 법학을 전공했다. 푸틴 대통령이 개혁 정치를 폈던 보리스 옐친 정부에서 요직을 거치면서 성장한 점도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낸 문 대통령과 비슷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 초 ‘축하 전화를 나눈 정상 중 푸틴 대통령이 가장 시원시원하고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이 끝날 즈음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 축구에 대해 “축하한다”고 전했고 문 대통령도 활짝 웃으며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첫 한미 정상회담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뜻이 잘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레이트 케미스트리(great chemistry·아주 좋은 궁합)’라는 표현을 쓰고, ‘베리 베리 베리 굿(very very very good)’이라고도 하더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날 회담장에 34분 늦게 모습을 드러냈고 러시아 측은 지각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에 4시간 늦었고 지난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회담에는 2시간 늦게 등장하며 큰 개를 동반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3년과 지난해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을 각각 약 40분, 약 1시간 45분 기다렸다. 한편 한-러 정상은 한-유라시아(유럽+아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하고 한-러 수교 30주년인 2020년까지 연 교역액을 300억 달러(약 34조 원)까지 확대하는 등 경제교류를 적극 확대하기로 했다. 푸틴 대통령은 “앞으로 유조선 15척이 한국에서 건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 전 열린 한-러 경제공동위원회에서는 가스관,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북-러 3각 협력사업에 대한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극동지역 인프라 사업에 참여하는 우리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3년간 20억 달러(약 2조2700억 원) 규모의 ‘극동 금융 이니셔티브’도 신설하기로 했다.유근형 noel@donga.com / 블라디보스토크=한상준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이 초강경 대북제재를 공동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북핵 외교전의 최대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례적으로 직접 ‘원유 공급 중단’은 물론이고 ‘북한 노동자 송출 금지’를 요청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러시아를 방문해 한-러 정상회담을 한다. 푸틴 대통령은 5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리고 있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현 상황에서는 그 어떤 제재도 소용없고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고 러시아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들(북한)은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 한 풀을 뜯어먹을지언정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진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은 “현재 러시아와 북한의 교역은 사실상 제로 상태다.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송출도 다해야 3만 명이다. 이것도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전날 문 대통령이 전화 통화에서 “대북 원유 공급 중단과 북한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등 북한의 외화 수입원을 차단할 방안을 유엔 안보리에서 진지하게 검토할 때”라고 촉구한 것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러시아의 태도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북-러 양국은 김정은이 6월 북한을 찾은 외신기자에게 “중국을 더 이상 믿기 어렵다.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가까운 상황이다. 여기에 북한 경제력의 근간인 원유와 노동자 송출은 모두 러시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5월 로이터통신 등은 북한 국적의 원유 운반선이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북한 동해안 항구를 지속적으로 오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 중 하나인 노동자 송출도 중국보다 러시아가 더 많다. 결국 문 대통령이 공언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르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위해서는 러시아의 대북제재 동참이 필수적인 상황이다. 러시아가 대북제재에 ‘비토’ 의사를 보이면서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당장 6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제3차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문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회동을 하고 대북제재 동참을 설득할 계획이다. 특히 방러 첫 일정인 한-러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이 이번 순방의 성공을 판가름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6차 핵실험을 계기로 강경론으로 돌아선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제재와 압박 수위를 최고도로 높이고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 지속돼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생각”이라며 “한미 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는 합의가 돼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타르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과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면서도 “평화적 해결을 위해선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어떤 차원의 대화도 피하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은 강력히 압박해야 할 때이지 대화를 말할 때가 아니다”라면서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최고 강도로 부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보완, 개선을 주문하며 ‘인사자문회의’ 설치를 지시했다. 최근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질 논란 등으로 불거진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대한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지금까지의 인사를 되돌아보면 인사 시스템을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인사수석실 산하에 인사 시스템의 보완과 개선 방안을 자문할 인사자문회의를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5명의 후보자가 낙마한 상황에서 인선에 일부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것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실과 인사혁신처가 협의해 과거 중앙인사위원회가 구축했던 인사 데이터베이스를 되살릴 것을 주문했다. 또 문 대통령은 명확한 인사 기준 마련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에게 약속드린 대로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협의해서 인사 원칙과 검증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취임 초 위장 전입,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병역 면탈, 세금 탈루 등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 위반 논란 이후 청와대가 약속했던 새로운 인사 검증 기준 마련을 서둘러 달라는 주문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5대 비리 관련자 인사 배제’를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조각 과정에서 5대 비리와 관련된 인사들이 발탁돼 논란이 일었다. 결국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현실적인 제약 안에서 인사를 할 수밖에 없다”며 사과했다.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05년 7월 이후의 위장전입을 인사 배제 사유로 규정하는 등 세부 안 마련에 착수했지만 구체적인 인사 기준은 확정하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정기획위에서 논의됐던 사안들을 토대로 논문 작성 시점에 따른 표절 기준 등 세부 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부동산 투기 목적의 위장 전입, 고의적인 병역 면탈 등은 여전히 인사 배제 사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북한 김정은이 3일 끝내 6차 핵실험이라는 도발을 감행하자 청와대는 분노와 무력감이 뒤섞인 표정이었다. 청와대는 “최고의 강한 응징 방안 강구”를 강조했지만 정부가 독자적으로 꺼내들 카드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하고 있다.○ 마땅한 카드 없는 靑, “레드라인은 아니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마친 직후인 이날 오후 1시 반, 문 대통령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소집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참으로 실망스럽고 분노”, “실로 어처구니없는 전략적 실수” 등의 수위 높은 표현을 써 가며 북한을 규탄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보좌관과 이날만 두 차례 전화 통화를 갖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또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힘을 모아 강력한 응징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경두 합참의장과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도 전화 통화를 통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한미 군사적 대응 방안을 준비해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문제는 최악의 외교·안보 위기 상황에서 꺼내들 뚜렷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미군의 대표적 전략 자산인 B-1B 전략폭격기 등은 7, 8월에 잇따라 한반도에 출격했지만 별다른 대북 억제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7월 문 대통령이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도 검토하라”고 지시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후속 대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청와대가 이날 6차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레드라인(금지선)’에 대해 “아직도 가야 할 길은 남아 있다”며 유보적으로 나온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레드라인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결합이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는데 ‘완성 단계의 진입을 위해서’라는 북한의 표현은 아직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향해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며 재차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4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적어도 상당 기간 동안 대화는 불가능해진다”고 말한 바 있다. 이미 취임 전부터 6차 핵실험을 대북 정책의 터닝포인트로 규정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내가 말해왔지만 한국은 대북 유화 정책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을 은근히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는 이날 밤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한미 양국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으로 하여금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한다는 데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또다시 이 땅에서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할 수는 없다. 동맹국들과 함께 평화를 통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고 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에서는 “상황을 타개할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도 감지됐다. 한 관계자는 “핵실험으로 북한이 모든 것을 걷어차 버렸다”며 “현재로서는 새로운 대북 해법을 내놓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여권 일각에서는 “이제 북-미 직접 대화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석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북-미 양자 대화는 김정은이 원하는 방향이자, 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중국의 압박에 내심 기대 이런 상황에서 청와대는 중국의 움직임에 일말의 기대를 걸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6차 핵실험은 중국의 레드라인이기 때문에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을 강하게 비판한 중국을 설득해 강력한 대북 압박카드인 원유 공급 중단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2003년 중국이 송유관 청소를 이유로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단하자 북한은 북-미-중 3자회담에 참여했고, 이는 6자회담으로 이어진 과거의 경험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통화를 하고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조 체제를 재확인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청와대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30여 분간의 통화 말미에 “한 말씀만 드리겠다”며 강제 징용 피해자 문제를 먼저 꺼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강제 징용 문제는 해결된 게 아니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 “일본 국민 사이에 걱정이 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강제 징용과 관련해 한일 회담에서 해결이 됐지만 우리 대법원은 피해자와 회사 사이의 개인적 청구권까지는 해결이 안 됐다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상황을 잘 관리하면서 성숙한 관계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문제가 양국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걸림돌이 안 됐으면 한다”고 답했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에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박 대변인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분석하면서 완전한 폐기를 위한 한일 간과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국제사회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5일 문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청했고, 청와대는 광복절 등을 고려해 이날 통화했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사단법인 통일미래포럼(회장 류길재)이 주최한 조찬 포럼에서 “북핵 제재 국면에 변화가 있다면 개성공단 재개 문제를 우선적으로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실적으로 현 상황에선 (재개가)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처음부터 전면 가동은 어려울 수 있더라도 기업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직접 올라가서 시설과 자산을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풀어 나갈 생각”이라며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세종시에 업무보고를 받으러 내려오는 길에 자리를 둘러보고 싶어서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올 1월 과로로 순직한 고 김선숙 보건복지부 사무관이 일하던 자리를 직접 찾았다.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기 전 복지부 복지정책관실을 깜짝 방문한 것이다. 세 아이를 둔 ‘워킹맘’이었던 김 사무관은 1월 휴일 근무를 하다 청사에서 순직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과로로 숨진 여성 공무원의 소식에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진다”며 애도를 표했다. 무거운 표정으로 김 사무관의 자리를 보던 문 대통령은 “아이도 셋이 있고, 육아하면서 토요일 일요일에도 근무하다 그런 변을 당한 게 아닌가”라며 “그걸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기본적으로 일하고 가정에서도 생활할 수 있어야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의 동료들과 마주앉은 문 대통령은 “그나마 이른 시일 내 순직으로 인정돼 다행스러운데 같은 부서 분들 가슴이 아플 것 같다”고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또 공무원들과 육아 휴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등을 떠밀어서라도 육아 휴직을 하게끔, 그게 너무나 당연한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 모두발언에서 “경제 부처가 오랫동안 다닌 익숙한 길을 버리고 한 번도 가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데도 김동연 경제부총리 지휘 아래 너무 잘해 주고 있어 고맙다”고 말했다. 증세 과정에서 기재부가 당청에 주도권을 빼앗겼다는 이른바 ‘김동연 패싱’ 논란을 잠재우고 김 부총리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직접 거명하며 “기재부, 공정위, 금융위가 국민 경제와 민생 살리는 희망의 드림팀이 돼 주실 것을 국민들과 함께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 기재부는 새로운 기술서비스에 대해 당분간은 전혀 규제를 적용하지 않고 일단 산업의 파이를 키워 활성화시키는 ‘규제 샌드박스(Sandbox)’를 도입하겠다고 보고했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 금융권에서 연대보증을 폐지해 연간 2만4000명을 보증의 덫에서 구제하겠다고 밝혔다.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
“내가 전쟁만은 막겠다고 말하면 대북 제재나 국제 공조에 어긋난다고 하고, 외국 정상이 (같은 말을) 하면 좋은 말이 되는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외교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핵 등 한반도 상황을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고 복수의 정부 관계자가 24일 전했다. 자신의 한반도 운전석론과 “대한민국 동의 없이 (대북) 군사행동을 결정할 수 없다”(15일 광복절 경축사) 등 전쟁 불가론에 대한 자유한국당 등 보수 일각의 비판을 겨냥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한국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전쟁만은 막겠다고 말해야 하지 않느냐”며 이같이 수차례 말했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의무인데, 일부에서 마치 이를 (한미 간 대북 공조를 깨는 등) 잘못된 것처럼 비판하고 다른 나라와 북한의 대화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중 잣대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문은 계속해서 열어놓겠다는 문 대통령의 ‘투 트랙’ 대북 기조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업무보고에선 남북 대화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대화와 제재를 병행하는 국면에서 제재는 강조되고 대화는 실종됐다”고 진단한 뒤 “북-미 간 채널도 있고, 북-일 간 대화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왜 우리만 대화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미국, 일본도 국익을 위해 대화하는 것이다. 실무적인 대화는 다양하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임 실장의 말에 문 대통령도 “국익을 위해 남북 대화를 포함한 다양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거들었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21일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 등 미 의원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의 내부 경제 변화에 기여한 측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첫 업무보고에서 어떤 형식이든 남북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한 만큼 통일부 등 관련 부처를 중심으로 우선 북한과의 민간 교류를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의 대외선전단체인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원회는 23일 오후 10시경 대변인 담화를 내 “남조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하여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괴뢰패당의 북침 야욕”이라며 “놀아대는 꼴이 온 겨레의 저주 속에 촛불민심의 심판을 받은 박근혜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것이 현 괴뢰정권의 대결 행태”라고 비난했다. 문 대통령이 모두발언에서 “엄동설한에도 봄은 반드시 온다”며 남북관계 개선의 바람을 밝혔지만 여전히 싸늘한 반응을 보인 것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황인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박성진 포스텍 교수(49·사진)를 지명했다. 문재인 정부의 ‘혁신 창업국가’ 공약을 주도할, 벤처 창업 경험을 갖춘 학자를 지명하면서 문 대통령은 취임 106일 만에 초대 내각 구성을 마무리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 후보자는 기계공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라며 “창업과 기술사업화 지원을 위해 설립된 포스텍 기술지주 대표이사를 맡아 스타트업과 중소·벤처기업 정책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고 인선 배경을 밝혔다. 포스텍 기술지주는 신생 벤처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창업기획 기업이다. 부산 출신으로 해운대고를 졸업한 박 후보자는 포항공대(현 포스텍) 1회 수석 졸업생으로 문미옥 대통령과학기술보좌관과 동기다. 같은 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 LG전자 연구원을 거쳐 벤처기업인 델레포스 연구원, 쎄타텍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지냈다. 이어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긴 박 후보자는 2009년에는 기계공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파우더 메탤러지’의 최고논문상을 받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국민과 중소벤처기업의 염원을 담은 부처의 첫 장관 후보자가 된 것에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초 청와대는 40대 유명 벤처기업인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자 했지만 후보자 다수가 고위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를 이유로 고사하면서 인선이 난항을 겪었다. 결국 인사수석실과 문 보좌관이 학계 인사들의 명단을 정리했고, 최종적으로 박 후보자가 낙점됐다. 이날 오후까지 망설이던 박 후보자가 최종적으로 수락 의사를 전하자 청와대 내에서는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후련하다”는 말이 나왔다. 다만 박 후보자가 ‘진화론’을 부정하고 ‘창조론’을 신봉하는 창조과학회 이사로 활동한 것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창조론’ 신봉자라는 의혹을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박 후보자 지명을 끝으로 문재인 정부 첫 내각 구성은 모두 마무리됐다. 대통령 당선 이후 106일 만에 조각(組閣)을 마쳐 당선 이후 119일 만에 내각 구성을 마친 박근혜 정부에 이어 역대 정부 중 두 번째로 조각 완료 기간이 길었다. 여성 장관 비율은 장관급 피우진 보훈처장을 포함해 31.5%로 집계돼 30%를 넘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공약을 지켰다. 지역별로는 부산·경남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수도권 4명, 광주·전남과 충북 각각 3명, 충남과 전북 대구·경북 출신 각각 1명이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25년 전인 1992년 8월 24일, 당시 이상옥 외무부 장관과 첸치천(錢其琛)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의 외교관계 수립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했다. 남북 분단 이후 적대적이었던 한중 관계가 냉전 종료와 함께 평화적 관계로 나아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수교 25주년을 맞은 24일, 양국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한국과 중국은 25주년이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양국 정상의 축하 메시지 교환 외에는 별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양국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불편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양국 관계를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지속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한다”는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는 이날 한중 수교 25주년에 대한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시 주석 역시 이날 문 대통령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지만 기존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시 주석이 “한국과 중국 간 견해차를 적절하게 해결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공동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나온 시 주석의 언급과 같은 내용이다. ▼ 韓 “본질을 봐야” vs 中 “초심 지켜야”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 역시 한중 양국이 따로 개최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중 수교 20주년인 2012년에는 양국이 공동 행사를 개최했을 정도로 지금과 정반대의 양상이었다. 당시 기념행사에는 부주석이던 시 주석과 외교부장이던 양제츠(楊潔지) 국무위원 등 중국 측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중국은 주중 한국대사관이 24일 오후 베이징(北京) 시내 호텔에서 개최한 한중 수교 25주년 기념행사에 한국과 별 관계가 없는 완강(萬鋼)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주빈으로 보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쿵쉬안유(孔鉉佑) 부장조리(차관보급), 왕야쥔(王亞軍) 당 중앙위 대외연락부 부장조리 등이 참석했다. 특히 중국은 23일 자국 주최 기념행사와 24일 한국 주최 기념행사에 모두 한국과 전혀 관계없는 과학자 출신 인사를 참석시켰다. 중국 외교부는 수교 25주년인 이날에도 정례 브리핑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거듭 밝혔다. 주한 중국대사관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 기념식에는 정세균 국회의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이 참석했다. 외교부에서는 강경화 장관 대신 임성남 1차관이 참석했다. 정 의장은 축사에서 “견월망지(見月忘指·달을 볼 때 이를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꿰뚫어 보라는 말”이라며 “모든 주권국가는 외부 위협에 대해 자위적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추궈훙(邱國洪) 중국대사는 “초심을 지킬 때 한중 관계는 정확한 방향을 마련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23일 출소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사법부의 정치 보복’이라고 여당이 주장하면서 불어닥친 정치권 논란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국회 인준의 악재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회 동의의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 내부에서 김 후보자 인준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형성돼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의장은 2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씨가 (불법정치자금으로) 수표를 받은 것에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만장일치 판결을 내린 것을 부정하는 것은 사법부를 부정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위험한 사고”라며 “정 억울하면 재심을 청구하라”고 말했다. 재심은 잘못된 확정판결에 대해 법원에 다시 판결해 달라고 피고인이 청구하는 것이다. 이 의장은 “민주당이 이런 식으로 나온다면 김 후보자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밖에 없다”며 “이념적으로 편향된 후보를 대법원장에 앉혀 놓고 서로 소통하고 코드를 맞춰 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김 후보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국민의당은 25일 법제사법위원회 위원과 법조인 출신 의원들이 조찬 모임을 갖고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법사위 간사인 이용주 의원은 “김 후보자 자체보다 정부, 여당의 사법부 코드 인사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국회 인준 동의 과정에서 대통령 인사에 반대 의견을 표출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야권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날 당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한 전 총리의 출소 사진과 함께 “저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습니다”라는 한 전 총리의 메시지를 띄웠다. 그 아래에는 “정치 보복은 기어이 징역 2년이라는 선고로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사법정의가 바로설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 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적었다. 한 전 총리는 출소 후 지인들과의 조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대통령비서실장, 국회의원, 당 대표 등 많은 역할 중 대통령 역할을 가장 잘하시는 것 같다. 이렇게까지 잘하실 줄 몰랐다”고 말했다고 노무현 정부의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교수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전했다. 한 전 총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게 그분의 운명이고 우리의 역사인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는 한 전 총리 출소에 대해 별다른 메시지를 내놓지 않고 있다. 괜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와 새 정부가 임명한 사법부 인사들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다는 정무적 판단 때문이다. 여기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기소도 재판도 잘못됐다”는 발언으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칫 이 문제로 사법개혁을 위해 인선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청와대는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추 대표가 안 해도 될 말을 해 논란을 키웠다”며 “주요 현안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후 7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추 대표 등 민주당 주요 당직자들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등 청와대 수석 및 보좌관 등이 참석한 만찬 회동이 열렸다. 다만 이날 모임에서는 한 전 총리의 출소 직후 여권에서 제기된 사법적폐 논란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최고야 best@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중국, 일본보다 러시아를 먼저 방문하는 것은 각각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한일 과거사 문제로 인한 불편한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다음 달 6일부터 이틀 동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고 22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을 피하려고 중국보다 더 의존하고 있다는 러시아에 대북 제재에 적극 협조해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가스, 전력 등을 비롯한 북방경제협력에 대한 논의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유라시아 지역의 교통·물류·에너지 협력 강화를 위한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신설했다. 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문 대통령은 다음 달 18일부터 닷새간의 일정으로 미국 뉴욕을 방문해 유엔 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11월에는 국제회의에 연이어 참석한다. 문 대통령은 11월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하고, 곧바로 필리핀으로 이동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3 및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동아시아 다자외교에 나선다. 문 대통령의 중국, 일본 방문은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청와대가 21일 대법원장 후보자로 김명수 춘천지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을 지명하기 직전까지 법원 안팎에서는 박시환 전 대법관(64·12기)과 전수안 전 대법관(65·8기)을 유력한 후보군으로 보았다. 대법원장은 전·현직 대법관 가운데 나오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기 때문에 김 후보자는 후보군으로 거론조차 안 됐다. 박 전 대법관은 실제로 청와대가 가장 먼저 점찍었던 대법원장 후보였다. 전직 대법관 출신이어서 법원 내부의 거부감이 적은 데다 이념적으로도 진보 성향이 뚜렷해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보수화한 사법부의 체질을 바꾸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박 전 대법관은 청와대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장 자리를 끝내 고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대법원장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박 전 대법관을 수차례 설득했지만 실패했다”며 “박 전 대법관이 ‘공직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강의 활동 등을 하고 싶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대법관은 현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다. 전 전 대법관도 11일 페이스북에 “박 전 대법관이 이 시점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분은 없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자신이 대법원장 후보로 거론되는 데 대해 완곡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다. 두 전직 대법관이 모두 대법원장직을 고사하면서 한때 김영란 전 대법관(61·11기)이 대타로 거론됐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에서는 김 전 대법관이 이명박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을 지낸 점 때문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고 한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주 후반부터 전·현직 대법관이 아닌 인물 가운데 대법원장 후보를 고르는 쪽으로 선회했다. 김 후보자가 물망에 오른 것은 이때부터다. 김 후보자 외에 변호사 등 다른 법조인들도 후보로 검토됐지만 당사자들이 대부분 인사 검증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고사한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장 자리에 부합하는 자격을 갖추고 있으면서 국회 청문회도 통과할 수 있는 후보자를 고르느라 어려움이 컸다”고 말했다.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에 김명수 춘천지법원장(58·사법연수원 15기)을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통과하면 9월 24일 임기를 마치는 양승태 대법원장(69·2기)의 후임 대법원장으로 임명된다. 이 경우 49년 만에 대법관 출신이 아닌 대법원장이 되는 것이다. 법원장이 곧바로 대법원장으로 발탁되는 것은 사법 사상 처음이다. 김 후보자는 양 대법원장보다 사법연수원 13기수 후배다. 현직 대법관 13명 중 9명(11∼14기)이 김 후보자의 사법연수원 선배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파격 인선이라는 평가에 대해 “김 후보자는 춘천지법원장으로 재직하며 법관 독립에 대한 확고한 소신을 가지고 사법 행정의 민주화를 선도하여 실행했다”며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이 새 정부다운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 후보자는 인권 수호를 사명으로 삼아온 법관으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배려하는 한편 (법원 내 학술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의 기틀을 다진 초대 회장으로 인권을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2004년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회장을 지냈다. 또 2011년 우리법연구회의 명맥을 잇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범 당시 초대, 2대 회장을 맡았다.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현재 법원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청와대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대법원장에 임명해 본격적인 사법부 개혁에 나서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법부 개혁은 원칙적인 과제”라며 “대법관 출신이 아닌 김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점은 파격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그만큼 새 정부의 사법 개혁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부산 출신으로 부산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김 후보자는 1986년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임관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거쳐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특허법원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 민사재판 실무 지침서인 민사실무제요 발간위원으로 활동했다. 또 대법원 재판연구관 당시 민사조장을 지내 민사법 전문 법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초 박시환 전 대법관(64·12기)과 전수안 전 대법관(65·8기)을 대법원장 후보로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두 사람 다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강경석 coolup@donga.com·한상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아주 제한적 범위의 군사적 옵션이라도 실행하면 남북 간 군사 충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 내 많은 외국인과 주한미군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에드워드 마키 미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민주당 간사 등 5명의 미 의회 대표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미국은) 6·25의 폐허를 딛고 이렇게 성장한 대한민국을 다시 폐허로 만들 수 없는 노릇이란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화염과 분노’ 발언 이후 워싱턴에서 여전히 대북 군사옵션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했던 ‘전쟁불가론’을 가장 강도 높은 표현으로 재촉구한 것이다. 특히 이날은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열린 한미 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시작일인 만큼, 왜 이날 이런 메시지를 발신했는지를 놓고 한미 양국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접견한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을 앞장서서 비판해온 미 의회 내 대표적인 대화론자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인 올 1월 미 의회의 전쟁선포 없이 대통령의 핵무기 선제공격을 금지하는 ‘핵무기 선제 사용 제한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북-미 간 직접 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미 의회 대표단은 한중일 순방의 일환으로 방한해 문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이 북-미 대화론자 접견을 통해 “주한미군 생명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한 것은 “전쟁을 하더라도 저쪽(한반도)에서 하고, 수천 명이 죽더라도 저쪽에서 죽지 이쪽(미국)에서 죽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언급에 대한 반박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시작한 UFG 군사연습을 맞아 주재한 을지국무회의에서 “연례적 방어훈련인 을지훈련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한 민관군 방어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히려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 때문에 한미 연합 방어훈련을 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며 “북한은 추가적인 도발과 위협적 언행을 중단하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과정에 적극 동참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또 국무회의 직전에는 청와대 ‘지하벙커’로 불리는 국가위기관리센터 상황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주요 내각이 참석했다. 정경두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으로부터 한미 양국군의 대북 군사태세에 대한 화상보고를 받은 문 대통령은 “북 도발 시 즉각적이고 단호한 격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완벽 대응 태세를 갖춰 달라”고 당부했다. 또 대북 인도적 교류 재개 등을 제안한 베를린 구상을 재차 언급하며 “북한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면 국제사회와의 협력하에 보다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반도 운전석론’을 강조하며 UFG 연습이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대화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금은 제재와 압박 국면으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국민들이 선거 때 한 표 행사하는 간접 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정치가 낙후됐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정당과 정책에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 보고대회 ‘대한민국, 대한국민’ 행사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른바 ‘촛불 정신’의 직접 민주주의 요구를 수용해 대국민 직접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토크쇼 형식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정책을 제안한 국민인수위원 280명이 참석했다.○ 文 “청년 일자리 문제 2022년부터 괜찮을 듯” 이날 행사에는 인디밴드 데이브레이크의 ‘꽃길만 걷게 해줄게’ 공연으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들이 ‘꽃길’을 가도록 하겠다는 다짐을 청와대 내 밴드 공연이라는 파격을 통해 보여준 것. 장애인, 초등학생, 힙합 가수 등이 참여해 실생활과 관련한 정책을 제안하고 질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시작한 지 40분이 지난 2부 ‘국민이 묻고 대통령이 답하다’에서 처음 단상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국민인수위가 설치한 ‘광화문1번가’에 직접 제안한 정책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불공정 사례를 신고받자는 제안을 했다. 즉각 조치 가능한 신고는 각 부처에 전달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발표한 정책에 반영된 부분도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청년 일자리 창출 및 사회안전망 강화, 저출산 문제 극복 방안 등 국민인수위에 가장 많이 접수된 두 개의 질문에 직접 답변했다. 청년 일자리에 대해 “7월 고용률과 취업자 수는 최근 20년간 사상 최고지만 내용을 보면 비정규직이 늘고 청년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이 취업할 만한 좋은 일자리는 줄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선 일자리를 만드는 데 국민 세금을 쓰는 게 합당하냐고 하지만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청년에게 희망을 줄 뿐 아니라 세금을 많이 내고 소비하는 사람을 늘리는 정책으로 이를 통해 경제가 성장하는 길”이라며 ‘소득주도 성장론’을 재차 강조했다. 또 “인구 추세를 보면 지금이 청년 취업층 인구가 가장 많은 시기다. 2022년부터는 5년마다 100만 명씩 청년 취업 인구가 줄어들어 노동력 확보가 걱정인 나라로 바뀔 것”이라며 “몇 년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면 그 뒤론 예산 부담이 없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저출산 정책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제 아들과 딸 모두 아이가 한 명씩이어서 한 명 더 낳지 그랬냐고 하니 둘 다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며 “근본적인 해법은 엄마와 아빠가 함께 아이를 기를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아빠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근본적으로는 노동시간 주 52시간 제도를 빨리 확립하고, 연차 휴가를 다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해 참석한 국민인수위원들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 토론 시간 부족해 보여주기라는 지적도 이날 행사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 약속한 ‘광화문 대토론회’ 등 대국민 직접 소통 방안으로 진행됐다. 실제로 청와대는 광화문광장에서 보고대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국민들이 제안한 정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기에 야외 행사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장소를 청와대 경내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역대 대통령들도 ‘국민과의 대화’ 방식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행사를 진행해왔다.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이 처음 선보인 국민과의 대화는 이후 4차례 국민과의 대화를 연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꾸준히 진행됐다. 이날 행사도 이전 정부 행사처럼 국민들이 질문을 던지고 대통령이 대답하는 형식이었지만 정책을 제안한 국민인수위원들이 참석하고 대통령뿐 아니라 해당 주제를 담당하는 장관들이 질의응답에 나섰다는 점에서 차별화했다. 답변에 나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내년에 자살 전담 부서를 신설하겠다”고 밝혔으며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공연장 찾는 분, 책 사시는 분들에게 100만 원 선에서 소득공제를 하겠다. 헬스클럽, 커피전문점에도 음악 저작권이 적용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토크쇼’ 형식으로 딱딱한 대담이 아닌 예능 요소를 차용한 점도 새로운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 등 사회자들은 초반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취임 100일 동안 점점 나이 들어 간다”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겐 “백발과 안경 때문에 문 대통령 여동생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하더니 장하성 정책실장에게 “아재 개그의 대명사”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 방향 등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부족해 ‘가벼운 행사’가 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또 전체 행사 시간 60분 중 대통령과의 질의응답이 10분에 불과한 점이 아쉬웠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조국은 ‘작은 거인’이 걸어온 42년 애국의 길을 기억할 것이다.”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전역한 이순진 전 합참의장(사진)의 군 생활을 회고하며 42년간 보여준 국가에 대한 헌신에 경의를 표하자 이 전 의장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어제까지 군 최고 지휘관이었던 4성 장군은 군 통수권자 앞에서 결국 눈물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합참의장 이·취임식장에 참석해 ‘맨 인 유니폼(MIU·제복 입은 사람들)’에 대한 가치를 부각시키려 했다. 문 대통령은 채근담에 나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라는 한자를 거론하며 이 전 의장에 대해 “자신에겐 엄격하면서 부하들에게선 늘 ‘순진 형님’으로 불린 부하 사랑의 모습은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님들이 바라는 참군인의 표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로 안보 상황이 엄중한 가운데서도 우리 국민은 대단히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다. 군이 국방을 잘 관리하고 안보를 튼튼히 받쳐준 덕분”이라고 말하고 “그 중심에는 합참의장 이순진 대장의 노고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 전 의장에게 보국훈장 통일장을 수여한 뒤 부인 박경자 여사에게는 꽃다발과 함께 캐나다행 왕복 비행기표를 선물했다. “대통령께서 이 전 의장이 (출장을 제외하곤) 42년간 한 번도 해외여행을 못 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이 있는 캐나다행 비행기 티켓을 특별히 마련해 주셨다”는 사회자의 설명에 행사장은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 문재인 대통령 “軍이 국방개혁 주체 돼야”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전격적으로 합참의장 이·취임식에 참석한 것은 군심을 달래면서도 최고 통수권자로서 군과의 일체감을 형성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최근 첫 대장 인사에서 23년 만에 공군 출신 정경두 합참의장을 임명하며 육군 중심이었던 군의 개혁을 대대적으로 시작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버락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을 벤치마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9월 미중 정상회담을 몇 시간 앞두고도 마틴 뎀프시 전 합참의장 전역식에 참석해 “마티(뎀프시의 애칭)를 내 친구라고 부를 수 있어 자랑스럽다. 당신이 보여준 헌신에 국가는 최고의 감사를 표한다”며 격려해 미군 안팎에서 감동을 자아낸 바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개인적인 친밀감을 강조하는 ‘오바마 스타일’을 통해 군의 사기를 높이고, 국민과 군이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 전 의장은 2014년 제2작전사령관으로 취임한 뒤 공관 요리병을 소속 부대로 돌려보내고, 부인 박 여사가 직접 식사 준비를 하게 했다. 최근 ‘갑질 논란’을 부른 박찬주 대장과 정반대의 사례인 셈. 여기에 이 전 의장이 첫 3사관학교 출신 합참의장이라는 점은 이번 대장 인사를 통해 육군·육사 중심이었던 군의 개혁에 나선 문 대통령의 의중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강한 군대를 만들라는 국방개혁은 더 지체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국방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싸워서 이기는 군대, 지휘관과 사병까지 애국심과 사기가 충만한 군대,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군대가 국방개혁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방개혁의 중심에 군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거듭 강조하지만, 군이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군이 국방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나는 군 통수권자로서 국방개혁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은 “나는 육군 병장 출신의 군 통수권자로 이 자리에 섰다”며 군과의 일체감을 강조한 뒤 “우리 역사 속에는 을지문덕, 강감찬, 이순신 장군처럼 국민과 민족이 사랑한 군인들이 있었다. 우리 군 장병들에게는 그 피와 정신이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때 참 좋았다. 특히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게 된 게 아주 기뻤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100일 동안 정말 좋았던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청와대는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소소한 인터뷰’라는 제목으로 문 대통령과의 자체 인터뷰 영상을 공개했다. 문 대통령은 퇴근 후 일과에 대해 “퇴근 후에도 각종 보고서를 봐야 하니까 대통령은 퇴근시간이 사실 별로 의미가 없는 것 같다”며 “그래도 시간이 나면 관저 주변을 마루, 토리, 찡찡이와 함께 산책한다”라고 말했다. 강아지 마루와 고양이 찡찡이는 문 대통령이 경남 양산에 머물 때부터 길렀던 반려동물이고, 토리는 청와대 입주 후 입양한 유기견이다. 문 대통령은 “찡찡이는 함께 TV 뉴스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 시간이 행복한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라고 좋은 음식을 주려고 하셔서 살이 찔까 걱정”이라며 웃었다.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는 “2주에 한 번 전속 이발사가 이발해준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실장, 민정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던 문 대통령은 10년 만의 청와대 생활에서 달라진 점에 대해 “근무하는 장소가 달라졌다”고 했다. 과거 대통령들은 본관에서 근무했지만 문 대통령은 비서동인 여민1관 3층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지지자들이 붙여준 ‘이니’라는 별명에 대해선 “그 전에는 ‘달님’으로 불렸는데 약간 쑥스러웠다. 그런데 ‘이니’라고 하니까 훨씬 더 친근하게 느껴져서 좋다”고 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의 별명 ‘쑤기’에 대해선 “저도 옛날에 (김 여사를) 그렇게 부르기도 했으니까 좋다”고 했다. 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청와대는 홈페이지도 개편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일정을 날짜별로 공개하고 ‘청와대 뉴스룸’ ‘국민소통 광장’ 등을 신설했다. 한편 청와대는 2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기념해 청와대 영빈관에서 국민인수위원회 대국민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국민인수위에 정책을 제안한 일반 국민 250명을 초청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평화를 지키는 안보를 넘어 평화를 만드는 안보로 평화와 경제 번영을 이루겠다”고 밝히며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인 ‘햇볕정책’ 계승 의지를 재차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김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의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도 남북 문제의 주도권을 우리가 쥐겠다는 ‘운전석론’과 한반도에서 전쟁은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에서 김 전 대통령에 대해 “햇볕정책을 통해 얼어붙은 남북 관계를 개선해 나갔다”며 “2000년 6월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과 6·15공동선언으로 남북 화해 협력의 빛나는 이정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을 향한 담대한 비전과 실사구시의 정신, 안보와 평화에 대한 의지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주인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 동참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비핵화에 이르겠다는 ‘베를린 구상’이 흔들림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두 번에 걸친 연평해전을 승리로 이끈 분도 김대중 대통령님”이라며 “(연평해전) 이후 참여정부까지 남북 간에 단 한 건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 평화가 지켜졌다”고 말했다. 평화를 강조하면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연평해전을 언급하면서 드러낸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아무리 먹구름이 몰려오더라도, 한반도 역사에 새겨진 김대중의 길을 따라 남북이 다시 만나고 희망이 열릴 것이라고 저는 믿는다”고 했다. 지금의 긴장관계에도 불구하고 임기 내 남북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드러낸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평해전 이후 군사적 충돌이 없었다는 점을 언급한 대목은 대북 문제의 해법은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대화와 평화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 적폐청산,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 등의 과제도 민주 정부의 자부심, 책임감으로 온 힘을 다해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 외에 복지, 경제정책 등에서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전부터 “문재인 정부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뒤를 잇는 ‘3기 민주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이날 추도식에는 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정세균 국회의장,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이 참석했다. 5·9대선에서 경쟁했던 문 대통령과 홍 대표는 대선 이후 이날 처음으로 나란히 행사에 참석했지만 별 다른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추도식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만나 “요즘 건강은 어떠시냐. 요즘도 매주 묘역에 나오시냐”라고 안부를 물었다. 이 여사는 김 여사에게 “너무 잘해주셔서 자랑스럽다”고 덕담을 건넸다. 문 전 대통령은 5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은 향후 김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5월 문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것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었고, 이날 김 전 대통령 추도식 역시 현직 대통령으로서 처음 참석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문병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탈(脫)원전 추진에 대해 “탈원전 정책은 급격하지 않다”고 말했다. 찬반 여론에도 불구하고 탈원전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유럽 등 선진국의 (탈원전) 정책은 수년 내 원전을 멈추겠다는 식으로 굉장히 빠르다”며 “(새 정부는) 지금 가동되고 있는 원전의 설계 수명이 만료되는 대로 하나씩 원전의 문을 닫아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근래에 가동된 원전이나 지금 건설 중인 원전의 설계 수명은 60년이다. 적어도 탈원전에 이르는 데 6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문 대통령은 “이 정부 기간 동안 3기의 원전이 추가로 가동되는 반면에 줄어드는 원전은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 정도”라며 “2030년에 가더라도 원전이 차지하는 전력 비중이 20%가 넘는다”고 밝혔다. 학계와 산업계 일각에서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탈원전이) 전기요금에 아주 대폭적인 상승을 불러일으키는 일도 아니다”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중단 여부를 공론화위원회에 맡기기로 한 결정에 대해 “공약대로 백지화를 밀어붙이지 않고 공론조사를 통해서 결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아주 적절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공론조사 진행 계획을 발표했다. 국민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전화 여론조사는 25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실시한다. 이어 여론조사에 응답한 국민 중에서 시민참여단 500명을 추려 2박 3일간 합숙하면서 숙의 과정을 거친 후 10월 15일 최종 조사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이런 과정을 거쳐 10월 20일경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세종=이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