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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종교계, 학계 등 원로 17명이 27일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와 개헌 추진 등 해법을 내놨지만 청와대 등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날 원로들은 우선 당면한 국가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빨리 자진 사퇴 계획을 밝힌 뒤 거국중립내각을 구성해 여야 합의 총리에게 국정 전반을 맡기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박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진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이 제시한 ‘임기단축형 개헌론’과 맥이 닿아 있다. 한 원로는 “명예로운 퇴진과 관련해 미국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례처럼 박 대통령의 사면이 어느 정도 이뤄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하야 시점을 ‘적어도 내년 4월까지’로 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해석이 엇갈렸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의 궐위 시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르도록 규정돼 있는데 현재 각 정당의 사정이나 형편을 보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며 “각 정당이 대선을 준비할 시간을 충분히 주고 여러 현안을 수습할 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탄핵은 혼란을 더 키울 수 있다”며 “정치권이 개헌을 논의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4월 이내 퇴진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이) 최대한 빨리 그만두라는 것”이라며 “탄핵안이 가결돼도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탄핵 결정 전에) 박 대통령이 그만둘 시간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원로들 의견이니 접수는 하겠지만 이에 대한 청와대 입장은 없다”고 했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여야를 넘나드는 원로분들이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고 물러나야 한다’로 마음을 모아준 것에 감사하다”면서도 “개헌은 권한대행이라는 불안한 체제에서 제대로 논의가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원로들의 제안은) 맞는 얘기지만 이제는 (탄핵밖에) 길이 없다”고 했다. 유근형 noel@donga.com·신진우·황형준 기자}

교육부가 박근혜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해 온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사실상 철회한 것은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데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추진 동력을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5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정 역사 교과서를 일정대로 공개하겠다면서도 ‘무조건 강행’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이 부총리는 “국정화나 국·검정 혼용 등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면서도 “(대안에 대해) 고심은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이 “이 자리에서 국정 교과서 철회를 선언하시면 영웅이 되시고 나중에 역사 교과서에 이름을 남길 수 있다”라고 압박하자 이 부총리는 “저는 영웅이 될 생각은 없고,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교육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최근 교육계, 역사학계, 정치권 등에서 국정화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큰 부담을 느껴 왔다. 24일에는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이 즉시 중단되지 않으면 협조를 거부하고,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교과서를 학교에 배포하지 않거나 역사 수업을 편성하지 않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 부총리의 퇴진을 요구했고, 지난해 국정화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반대로 돌아섰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교과서를 공개한 뒤 수정을 거쳐 일괄 배포한다’는 계획에서 ‘일단 공개한 뒤 여론을 듣고 현장에 적용되도록 추진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교육부는 우선 학교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골몰하고 있다. 대안으로는 △국정과 기존의 검정 교과서 혼용 △국정 교과서 적용 1년 연기 △현행 검정 제도 대폭 강화 △시범학교에 우선 적용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서 국·검정 혼용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는 게 교육부 안팎의 분위기다. 교육부는 새 역사 교과서에 친일이나 독재에 대한 미화는 없고, 균형 잡힌 교과서인 만큼 공개 후 국민들의 판단을 받으면 여론이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기존 검정 교과서의 좌편향성을 비판하면서 국정 교과서의 정당성을 강조해 온 교육부가 1년간 어렵게 만든 교과서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자신들의 주장을 부정할 수 없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하지만 2013년 ‘우편향 교과서’로 불린 교학사 역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거의 없었던 사례를 고려할 때 국·검정 혼용 체제로 갈 경우 국정 교과서도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건 부담이다. 국정 교과서의 내용과 관계없이 야당과 좌파 시민단체들의 채택 저지 움직임이 본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교육부에서 왜 갑자기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당혹감 속에서 국정 교과서까지 차질을 빚으면 정부의 핵심 정책 기조 전반이 다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강한 의지를 교육부가 잘 알고 있고 지금까지 순조롭게 진행해 왔다”며 “사전에 전혀 협의가 없었는데 도대체 교육부의 속내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힘이 빠지자 교육부가 자기들만 빠져나갈 길을 만들려는 것 아니냐” “교육부 공무원들이 여론의 눈치를 보다 반기를 든 것 같다”는 격앙된 반응들이 나왔다. 청와대는 주말 동안 이 부총리를 접촉해 진상을 알아본 뒤 대응 방침을 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교육부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 부총리가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교육부 입장도 이해는 된다”면서도 “당정청 간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는 대목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 결정과 관련해 보고를 받거나 당정협의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유감이다”고 했다.유덕영 firedy@donga.com·신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가 임박하면서 그와 맞물려 정치권에선 ‘개헌 공방’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사건 이후 권력을 분산하는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각 진영의 셈법은 어느 때보다 복잡하다.○ 여권 비주류 내에서도 개헌 속도 입장 차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는 25일 의원총회에서 “최순실 사태보다 100배 중요한 게 개헌”이라고 거듭 역설했다. 개헌을 지렛대로 정치권 새판 짜기의 구심점이 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상당수 비주류 의원도 개헌 동력 확보에 힘을 보탰다. 황영철 의원은 “개헌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지 않는 건 국민의 뜻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의총에서 “헌법 개정 없이 차기 대선을 치른다면 다음 정부에서도 비극이 반복된다”며 탄핵과 개헌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비주류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정두언 전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의 개헌 구상을 겨냥해 “정치적 술수이자 자기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내각제를 해서 우리가 집권을 하면 골고루 (자리를) 나눠 먹자는 얘기”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 직후 “개헌은 특정 정치 세력의 바람일 뿐 국민 절대 다수의 바람은 국가를 안정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비주류 내에서도 개헌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건 자칫 박 대통령 탄핵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비박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논점이 흐려지면 결국 탄핵과 개헌, 두 마리 토끼를 다 놓칠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내 주류인 친문(친문재인) 진영이 개헌에 반대하는 상황에서 ‘탄핵 연대’에 균열이 생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개헌을 둘러싼 마찰이 정계개편의 주도권 다툼이라는 시각도 있다. 비주류 일각에선 김 전 대표 중심의 정계개편에 반대한다는 얘기다. 정두언 전 의원은 “(김 전 대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찬성했다”며 개혁 보수가 아닌 ‘수구 보수’라고 했다. 반면 유승민 의원을 두고는 “시대 변화에 따라 개혁해 왔다”며 ‘건전 보수’로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정 전 의원은 남경필 경기도지사와도 가깝다. 비주류 내부에서도 주도권 다툼이 본격화됐다는 얘기다.○ 야권, 호헌파 vs 개헌파 충돌 불가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개헌론을 ‘교묘한 물타기’라고 규정했다. 전날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개헌 논의를 꿈꾸는 정치인은 다 물리쳐야 한다”고 비판한 데 이어 문 전 대표가 비판 수위를 끌어올린 셈이다. 이날 문 전 대표가 “헌법이 무슨 죄가 있느냐”고 하자 추 대표는 “헌법은 죄가 없다”고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이처럼 ‘호헌(護憲)’을 주장하는 민주당 주류·친문 진영과 당내 비주류 및 다른 야당 개헌파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 경기대 종합관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시국대화에서 “개헌론과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에 대해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며 “박 대통령의 공범인 새누리당이 책임을 물타기 하려는 (속셈이) 담겨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동안 정부 견제나 감시 역할은 하지 않고 오로지 두 대통령에게 맹종한 사람들이 이런 상황이 되니까 ‘새누리호’에서 뛰어내리면서 무슨 건전한 보수를 만들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본다”며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 진영 의원들을 겨냥했다. 한 참석자가 “개헌 세력을 규합하겠다는 김 전 대표와 (야권이) 손잡겠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하자 문 전 대표는 “결코 국민이 용납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야권 개헌파와 여당 비박계의 ‘개헌 연대설(說)’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다만 문 전 대표는 “차기 대선에서 선택받은 후보가 임기 초에 개헌을 해야 한다”고는 말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유근형 기자}

‘최순실 씨가 청와대를 수시로 드나들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경호실의 핵심 인사였던 A 씨는 24일 “그게 사실이라면 경호실장 및 차장 등은 출입 기록 하나하나를 꿰뚫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그들이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면 직무유기로 고발해야 한다”라고도 했다. 대통령경호실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며 고위직까지 지낸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정문인 ‘11문’을 통과할 때 101경비단에서 차량번호는 물론이고 운전자, 동승자까지 반드시 파악한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11문은 ‘장관급 이상이 드나드는 출입구’로 서울지방경찰청이 관할이지만 대통령경호실의 지휘를 받는 101경비단이 검문을 맡고 있다. 이영석 경호차장은 이달 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부속실에서 방문자의 신분을 미리 알려주면 11문에서 (검문 없이) 통과시켜 주기도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나 11문도 예외 없이 동승자까지 검문한다는 게 A 씨의 주장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현 대통령경호실 관계자 B 씨는 이날 “11문을 ‘프리패스(무사통과)’했더라도 대통령을 만나려면 3중, 4중의 절차를 거친다”라고 전했다. 누구든 관저로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폐쇄회로(CC)TV나 적외선감지기 등으로 신원을 파악한다. 이어 1층 데스크에서 다시 직접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경호요원들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이런 모든 과정은 경호실장에게 직접 보고되고, 경호차장 경비본부장 등에게도 상세히 알려진다”라고 밝혔다. 결국 최 씨가 청와대를 출입한 게 사실이라면 2013년 3월 취임한 박흥렬 경호실장 등은 이를 알고도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얘기가 된다. 청와대는 최 씨의 무단출입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의원들의 출입 기록 요청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A 씨는 “경호실이 어떤 조직보다 충성심이 강하고 또 그래야 하는 것은 맞다”라면서도 “상황이 이 지경(최순실 게이트)까지 왔는데 남의 동네 얘기인 양 ‘유체이탈’ 하며 아무 대응도 못 하는 모습이 답답하다”라고 지적했다. A 씨는 박 실장의 처신을 두고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실장이 최 씨의 잦은 관저 출입을 조기에 문제 삼았다면 최순실 게이트까지 번지는 사태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경호실은 ‘로봇’처럼 문만 지키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청와대의 양대 축은 비서실과 함께 경호실로, 두 기관이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제대로 지켜야 이번과 같은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청와대 안팎에선 “박 실장 체제 이후 경호실의 역할이 크게 축소돼 직원들 사이에 불만이 많다”라는 말도 나온다. 이를 두고 A 씨는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600∼700명의 경호실 식구가 실장 한 사람의 역량으로 좌지우지되는 ‘제왕적 경호실 체제’부터 손봐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스스로를 “이 정권을 지지했고 뿌리 깊은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A 씨는 “경호실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깊기에 오히려 쓴소리를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당 지도부 체제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는 쪽으로 내홍의 출구를 찾고 있다. 이정현 대표는 23일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운다는 전제로 비대위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비대위원장 인선 주도권을 놓고 주류-비주류 간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시한을) 12월 21일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고, 지금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저는 썩은 거름”이라며 “좋은 사람, 객관적인 사람, 초·재선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비대위를 구성해 (당이) 화합하고 단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비대위 전환 문제를 최고위원회의에 부칠 용의가 있다”는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추천하는 인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비박계가 (추천)했으니 받으라고 강요하는 게 상식적이냐”고 반문했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선 “외부에서 중립적으로 모셔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박 일각에서 연쇄 탈당을 막을 수습책으로 거론됐던 ‘유승민 비대위원장’ 카드에는 “어떤 누구로부터도 그분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겠다는 얘기를 장난으로라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대표와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에 공감하면서도 비주류의 요구인 ‘지도부 즉각 사퇴’를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대표가 지금 사퇴할 경우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비주류와 가까운 정 원내대표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대통령 탄핵과 ‘친박 인적청산’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친박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 대표가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최고위에서 의결한 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비박(비박근혜) 중진 6인은 이날 2차 회동을 열고 이 대표에게 추천할 비대위원장 후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6인 회동에서 구체적인 인물을 추천해 오면 이에 대해 초·재선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최고위에서 조기 전당대회 로드맵을 뒤집을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신진우 기자}
분당(分黨) 위기에서 새누리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김형오 전 국회의장, 인명진 목사, 조순형 전 의원 등을 세우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중진 6인은 23일 회동에서 이같이 후보군을 압축했다. 비대위원장에 합의를 보지 못하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서둘러 출구를 찾는 양상이다. 원유철 김재경 나경원 정우택 주호영 홍문종 의원 등 중진 6인은 이날 심야 회동을 통해 단수로 비대위원장 후보를 도출해 28일 이정현 대표에게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한 참석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박은 김 전 의장을, 친박은 인 목사나 조 전 의원 등을 주장했다"며 "25일 의원총회에서 의견 수렴을 거쳐 28일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위원회가 "비대위원장은 우리가 추천하는 인사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추천하면 논의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받으라고 하는 것은 안 된다"고 친박 중진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중진 6인 회동이 속도를 내면서 이 대표가 제안했던 '조기 전당대회' 카드는 폐기 수순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표도 이날 중립적인 비상대책위원장을 세운다는 전제로 비대위 전환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사퇴 시한을) 12월 21일이라고 분명히 못을 박았고, 지금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 다만 "저는 썩은 거름"이라며 "좋은 사람, 객관적인 사람, 초·재선이 존경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대위원장을 모시고 비대위를 구성해 (당이) 화합하고 단합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날 "비대위 전환 문제를 최고위원회의에 부칠 용의가 있다"는 발언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이 대표와 친박계가 비대위 구성에 공감하면서도 비주류의 요구인 '지도부 즉각 사퇴'를 거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 대표가 지금 사퇴할 경우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비주류와 가까운 정 원내대표 주도로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대통령 탄핵과 '친박 인적청산' 등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친박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이 대표가 비대위원장 인선안을 최고위에서 의결한 뒤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홍수영 기자 gaea@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원외 당협위원장 8명이 23일 집단 탈당을 선언했다. 정문헌 김상민 이성권 전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영혼 없는 통치 △철학 없는 정치 △책임 없는 정치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패거리와 사익에 급급한 당의 모습이 부끄럽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이어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한 줌도 안 되는 권력을 지키고자 야합하는 비겁한 보수에는 국민의 준엄한 심판만이 기다린다"고 비판했다. 정두언 김정권 박준선 김동성 정태근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하진 않았지만 탈당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당협위원장은 전날 탈당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 김용태 의원 등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정계 개편 △신당 창당 등을 함께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22일 “최순실이 20대 공천과 관련해 새누리당의 현역 비례대표 세 사람에 대한 공천에 관여했다는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왔다. 당장 이름을 댈 수도 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제보자에 따르면 ‘최순실을 만나보라 해서 만나봤다. 봉투를 들고 신사동으로 찾아갔는데 봉투를 열어보더니 다시 내밀며 ‘돌아가라’고 (최순실이) 얘기했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 직후 일부 의원의 이름이 담긴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돌며 의혹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이에 당사자로 지목된 송희경 유민봉 김성태 의원 등은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순실 이름 석 자는 이번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들어본 적도 없다”며 “정보통신 전문가(한국정보화진흥원장 출신)로 인정받았다는 자부심까지 무너뜨리는 불쾌한 상황”이라고 반박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의 ‘조기 전당대회’ 카드에 대한 당내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 이정현 대표가 22일 “(어떤) 쇄신안이든 합당하면 ‘그라운드 제로(원점)’에서 최고위원회의에 부칠 계획이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진 누구도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비로소 중진 6명이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며 비대위 구성도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할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전날 나경원 원유철 의원 등 중진 의원 6명이 저녁 회동을 하고 “비대위 출범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응답인 셈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물밑 접촉을 했다는 말도 나온다. 중진 6인 회동에서는 비대위원장 후보로 박관용 김형오 강창희 전 국회의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손학규 전 대표, 조순형 전 의원, 인명진 목사, 이영작 전 한양대 석좌교수 등 8명이 거론됐다고 한다. 이들은 23일 회동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를 최종 논의해 이 대표에게 추천하기로 했다. 이 대표가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초·재선 의원들의 비대위 구성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당의 주축인 초·재선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고위안(案)으로 채택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조기 전대 로드맵을 취소할 가능성에 대해 “중진 협의에서 (논의)했으니 채택한다는 식의 기준은 될 수 없다. 최고위에서 논의하겠다”는 원칙만 거듭 밝혔다. 이를 두고 한 비박 중진 의원은 “당장의 반발을 잠재우려는 속셈”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탈당을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과 관련해선 “워낙 자유로운 분들이니 당을 벗어나서도 송골매처럼 힘차게 날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쇄 탈당 우려가 없느냐’고 묻자 “좋을 때는 공천 받고 예쁨 받으려고 발버둥치고선 곤경에 처하면 자신은 관계없다는 듯 이슬만 먹고 큰 척한다 해서 국민들이 그렇게 바라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탈당파’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당 대표가 대통령만 비호한다’는 지적에는 “누가 비호했느냐. 그런 거짓말 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이 22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제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 이정현 대표 체제에도 기대할 게 없다"며 탈당을 공식 선언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비박(비박근혜) 진영을 중심으로 탈당 움직임은 있었지만 지방자치단체장 및 국회의원이 탈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 지사는 이날 "헌법의 가치를 파괴하고 실정법을 위반해가며 사익을 탐하는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최고의 권위를 위임받을 자격이 없다"며 "그런 대통령이라면 국민은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되찾아올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즉각 사퇴 요구를 거절하며 자리를 지키는 친박(친박근혜)계 지도부를 겨냥해선 "바른 정당은 국민과 공익을 앞세우며 시대의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정당이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의 사익을 위해 존재하는 순간 그 정당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는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또 "지금 대한민국은 뒤틀리고 낡은 과거를 버리고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역사적 전환점의 문턱에 서 있다. 그렇기에 정방향의 역사와 함께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다. 여기에는 어떤 정치적 계산도 있을 수 없다"며 남아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소신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김 의원도 같은 자리에서 "헌법과 법치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 정당이 필요하다. 우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는 데 온 힘을 쏟아야 한다"며 탈당 이유를 밝혔다. 지도부에 대해선 "헌법가치와 법치보다 의리가 중요하다며 대통령을 끝내 비호하는 파렴치한 집권여당"으로 평가 절하했다. 이어 "두려운 것은 오직 국민, 믿을 것 또한 오직 국민 "이라며 "국민들께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걷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박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는 사람과 찬성하지 않는 사람을 선연하게 구분돼서 나눠야 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 즉각 탄핵 절차에 착수하란 압박 차원에서 탈당이란 선택지를 들게 됐다는 의미다. 김 의원은 "저희들이 선도 탈당한 이후 뜻을 같이할 동지들과 함께 적극적으로 탄핵에 나서겠다"고 했다. 남 지사는 같은 자리에서 "저는 의원이 아니라 탄핵 주체는 아니다"라면서도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 가지고 의원 한사람 한사람이, 탄핵에 대한 찬성, 반대를 분명히 입장을 밝혀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22일 오전 ‘최순실 게이트’ 파문 이후 비주류 중 처음으로 탈당을 선언한다. 당 안팎에서는 양 진영 간 갈등이 이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관측이 나온다. ○ 비주류 탈당 현실화 비주류가 극한 대치 끝에 탈당이라는 행동을 선택했다. 여권의 잠재적인 대선 주자인 남 지사와 비박(비박근혜)계 3선인 김 의원이 깃발을 들었다. 김 의원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검찰의 발표에도 청와대는 안하무인이고, 이정현 대표는 고집을 부리는 모습에 (탈당을) 결심했다”며 “새누리당은 더 이상 개·보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권에서는 최순실 정국에서 위태롭게 유지돼 온 새누리당이 분당(分黨) 수순을 밟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김영우 의원과 재선인 하태경 의원의 선택이 주목된다. 비박 중진인 정병국 나경원 주호영 의원 등도 물밑 대화를 하고 있다. 이들은 탈당 의원 수가 국회 운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교섭단체 구성 요건(20명)에 이를 정도가 될 것인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탈당 러시’의 첫 번째 키는 김무성 전 대표가 쥐고 있다. 비주류에서 상대적으로 세가 많은 김 전 대표가 탈당을 결단할 경우 빠르게 분당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 비주류가 주축이 된 비상시국위원회 소속 의원 29명과 원외 당협위원장 7명 등 총 36명은 이날 당에 박근혜 대통령 징계요구서를 제출했다. ‘친박(친박근혜) 인적 청산’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하 의원은 “당에 이 대표뿐만 아니라 정계 은퇴해야 할 사람이 더 많다”며 “친박 패권주의, 최순실 비호 행위를 한 사람을 기준으로 9명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정현 “당 떠나면 면죄부 받느냐”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탈당파를 겨냥해 “상한 국 안에 있는 것이면 그것이 국물이든, 건더기든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다 거기서 거기”라며 “당이 어려워지니까 ‘나는 저 당과 상관없다’며 당을 떠나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참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지도부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에 대해선 “콩나물값 깎다가 애 잃어버린다는 말이 있다”며 “당을 혼란과 공백 위기에 몰리게 했는데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당직자들의 사퇴 요구로 물러난 박명재 사무총장 후임에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을 임명하고 조기 전당대회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이 대표는 또 대통령 퇴진과 탄핵, 국회 추천 총리를 동시에 하겠다는 야당에 대해 “하야와 탄핵은 전혀 별개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하겠다는 것이냐. 더욱 기가 막힌 것은 탄핵한다고 하고, 하야하라고 하면서, 또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해 국무총리를 포함한 중립내각을 구성한다고 한다”면서 “두 손가락으로 원과 세모와 네모를 동시에 그리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조원진 최고위원도 “비주류의 탈당 명분을 세우려고 자기들끼리 대통령을 출당시키려 하는 것도, 야당과 함께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것도 정치적 패륜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비박 진영 황영철 의원은 “패륜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도리에 어그러짐’을 뜻한다”며 “국민 시각에서 본다면 누가 패륜하는 사람인지 알 것”이라고 반박했다. ○ 지도부, 김무성-유승민 ‘분리 대응’ 이날 당 지도부가 원내 비주류의 핵심인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분리 대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돌을 맞아야 할 김 전 대표가 당을 향해 끊임없이 돌을 던지고 있다. 당을 떠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기자들을 만나서도 “김 전 대표는 하늘에 떠 있는 깃털 구름같이 행동과 말이 너무 가볍다”고 몰아세웠다. 반면 이 최고위원은 유 의원을 두고는 “그래도 당과 관련해 상당히 무겁게 행동하고, (김 전 대표와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유 의원도 최근 친박계 지도부를 향해 “하루하루 당이 망가지게 하는 주역들”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를 놓고 당내에선 친박계가 ‘유승민 대안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비주류의 탈당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친박계가 ‘보수 혁신’을 주장하는 유 의원을 당의 전면에 내세우는 파격을 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의원은 탈당에는 단호히 선을 긋고 있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신진우 기자}
검찰이 20일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규정했지만 청와대가 혐의를 부인하며 이번 주로 예상된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나서자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야권은 물론이고 여권 비박(비박근혜) 진영도 탄핵 추진에 동조하고 있어 국회의 탄핵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야권 대선 주자들이 먼저 치고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민주당 김부겸 의원, 국민의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오찬 회동을 갖고 “박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명백하고 중대해 탄핵 사유가 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합의문에서 “국민적 퇴진운동과 병행해 탄핵 추진을 논의해 줄 것과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회 주도의 국무총리 선출 및 과도내각 구성 등 수습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줄 것을 야 3당과 국회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긴급 기자간담회에서 “두 야당이 대통령 탄핵 요구를 하면 헌법에 규정된 만큼 책임 있는 논의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비주류 측도 비상시국위원회 전체회의를 연 뒤 “국회는 대통령 탄핵 절차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회의에 참석한 35명 가운데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등 32명이 탄핵 절차 착수에 동의했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야 3당 및 야권 성향 무소속 의원 171명에 이날 탄핵 추진에 동의한 여당 의원 32명을 합하면 산술적으로는 탄핵안 가결 정족수를 넘어선다. 다만 야 3당 사이에 탄핵 추진 시기에 대한 이견이 있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탄핵안의 국회 통과 및 헌법재판소 인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우려가 있어 국회가 언제 탄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지는 미지수다.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릴 대규모 촛불집회 이후에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민동용 mindy@donga.com·신진우 기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정국 수습을 놓고 ‘강경 노선’으로 방향을 틀면서 비박(비박근혜) 진영과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친박계가 사실상 비박 진영의 탈당을 유도하며 선수를 치고 있다는 관측 속에 비박 진영이 얼마나 결집할지 주목된다. 이정현 대표는 17일 비박 진영이 별도의 회의체인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한 것을 두고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했다. 그는 “(내년 1월 21일 전당대회) 날짜까지 박아 (지도부 사퇴)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지금부터 당의 모든 혼란에 대한 책임은 대책 없이 무조건 저를 사퇴하라고 한 분들에게 있다”고 비박 진영을 겨냥했다. 이어 “오늘을 기점으로 더 이상 당내 분란 세력의 움직임을 좌시하고만 있진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장우 최고위원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한 김무성 전 대표를 향해 “박근혜 정부에서 당 대표로 모든 영화를 누린 분이 거꾸로 당에 돌을 던진다”고 비판했다.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두고는 “지지율도 몇 퍼센트 나오지 않는 후보가 대선 후보인 것처럼 착각해 해당 행위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에 역습을 당한 비박 진영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황영철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건강한 보수 세력이 지지를 철회하는, 이 상황을 초래한 사람들이야말로 해당 행위자”라고 했다. 하지만 비박 진영 내 대선 주자들마다 의견이 엇갈리면서 구체적 반격 카드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비박 진영 일각에선 ‘최후의 카드’로 탈당이 거론된다. 김용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최선은 다하되 행동하는 데 있어 후회는 없어야 한다”며 탈당을 시사했다. 김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인이 탈당을 두려워하면 뭘 하겠느냐”며 “다만 탈당의 실효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탈당을 시사한 남 지사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공감하는 분들과 탈당 논의를 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그러나 ‘충동 탈당’은 오히려 친박계의 의도에 말린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김 전 대표와 남 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비박 진영의 잠재적 대선 주자들은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와 2시간가량 만찬 회동을 열었지만 “친박계 지도부가 제시한 조기 전대 계획에 반대한다”는 점 말고는 뚜렷한 공감대를 마련하지 못했다. 한편 새누리당 사무처 당직자들은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상총회를 열어 “당 내홍 수습을 위해 이 대표가 우선 사퇴해야 한다”고 결의했다. 사무처 당직자들이 총회를 연 건 2003년 이른바 불법 대선 ‘차떼기’ 사건 이후 13년 만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16일 ‘대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초·재선은 대망을 품어야 한다”며 “40대 기수가 당의 주축을 이룰 때 명실상부한 제2 창당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초·재선 대망론’으로 3선 이상 중진이 다수 포진한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세를 약화시키겠다는 포석이다. 이 대표는 “선수(選數)가 높다는 이유로 정치적인 야심을 실현할 도구로 소속 의원을 이용하려는 의원들은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정치의 전형적인 행태에 오염돼 있어 당을 쇄신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결국 탈당을 선택할 의원은 없을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당이 쇄신하려면 겸손하고 참신한 인물들이 간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비박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전날에는 자신(이 대표)의 퇴진을 촉구한 대선 주자들을 겨냥해 ‘지지율이 낮다’고 비난하더니 오늘은 비주류 중진들을 구(舊)세력으로 싸잡아 평가 절하했다”며 “결국 상대 아킬레스건을 건드려 자신의 정당성을 인정받고자 하는 속셈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이 대표는 이날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최소한 지금 쏟아지는 오물은 제가 뒤집어쓰고 어느 시점이 됐을 때 새로 시작할 사람한테 넘겨주는 것이 낫다”며 “2년 임기를 다 채우라고 화를 내는 당원들도 있다”고도 했다. 비주류 진영의 퇴진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힌 것이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말을 아꼈던 친박계 중진 의원들도 이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최경환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의원 연석간담회에서 “지도부가 대안 없이 물러나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했다. 홍문종 의원도 “당 대표가 로드맵을 내놨는데 마음에 내키지 않아도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비박 진영을 비판했다. 청와대의 ‘반격 모드’에 맞춰 당내 친박 진영이 전열을 가다듬는 모양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강경석 기자}

새누리당이 사실상 ‘한 지붕 두 가족’으로 갈라졌다. 이정현 대표의 ‘내년 1월 조기 전당대회’ 카드에 맞서 비주류는 14일 현 지도부를 대체할 ‘비상시국위원회’를 띄웠다. 당의 ‘투 톱’인 이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의 공식 회의를 제각각 소집하는 등 이날 하루 동안 국회에서 정국 대응을 위한 회의와 모임만 9개가 열렸다. 지도부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는 비주류 진영 13명은 이날 비상시국위 준비모임을 열고 별도의 회의체를 공식화했다. 황영철 의원은 “대표자회의와 실무위원회를 운영해 국민과 당원에게 신임받지 못하는 현 지도부를 대체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자회의에는 여권 대선주자인 김무성 전 대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등이 포함된다. 7일부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하며 지도부 사퇴를 압박하고 있는 정 원내대표도 이날 ‘질서 있는 국정 수습을 위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었다. 그는 “당내 공식적 모임이라기보다 원내대표 자문기구 형식으로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는 지난주 초·재선 간담회에 이어 이날 당 소속 3선 의원과 오찬 회동을 하며 선수별 모임을 조직하는 등 ‘이정현 체제’에 선을 그은 뒤 독자적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주류 진영은 이 대표의 조기 전당대회 카드를 단박에 거부했다. 김 전 대표는 “위기를 모면하려는 꼼수”라고 지적했고, 황 의원은 “그들만의 잔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3선 회동 간사를 맡은 이철우 의원은 “회동에서 ‘우리가 전당대회를 한다면 국민들이 얼마나 우습게 생각하겠느냐’, ‘거국적인 보수 정계개편을 해야 한다’고 얘기를 모았다”고 전했다. 정 원내대표도 “엄중한 시국에 (전대가) 어울리는 정치 일정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마이 웨이’를 고수하며 주류-비주류 간 사생결단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롭게 출발하려는 로드맵을 발표한 만큼 모두가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전당대회 일정상 12월 21일을 자신의 사퇴 시한으로 제시하며 “로드맵은 당의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초·재선 의원과 각각 간담회를 열어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비주류 모임에서 활동하는 재선들은 이 대표가 주최한 간담회에 대거 불참했다. 당 일각에서는 주류-비주류가 ‘심정적 분당(分黨)’ 상태를 넘어 ‘실질적 분당’ 수순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비박근혜) 주호영 의원은 라디오에서 “새누리당은 당명과 로고를 바꿔 재건할 수준은 넘어섰다”며 “인적 청산이 필요하며 좁혀 들어가면 친박(친박근혜), 진박(진짜 친박) 강경론자 등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과 맞물려 당 해체의 과정이 여당발(發) 정계 개편의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홍수영 gaea@donga.com·강경석·신진우 기자}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사진)가 ‘최순실 게이트’ 파문에 휩싸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5000만 국민이 달려들어 내려오라고 해도 소용없다. 당신이 무슨 대통령이냐고 해도 거기 앉아있을 게다. 그런 고집쟁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주간지 ‘시사저널’은 최근호에서 JP가 3일 서울 중구 청구동 자택에서 시사저널 경영진 및 기자들과 만나 “하야(下野)? 죽어도 안 해. 그 고집을 꺾을 사람은 하나도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보도했다. JP는 박 대통령에 대해 “(내 말도) 전혀 안 듣는다. 옛날부터 그랬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나쁜 점만 물려받았다”고 했다고 한다. 또 “박 전 대통령은 그런 고집은 없었다. 알려진 것과 달리 약하다. 약하니 의심을 잘한다”면서 “(박 대통령은) 엄청난 고집을 자기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 육 여사의 이중적(二重的)…”이라고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는 최태민 씨에 대해 “박 대통령은 천하가 제 손아귀에 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신념화를 한 게 최태민”이라고 했다. 자신이 두 사람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 말한 게 인터넷에 돌아다닌다는 지적에는 “내가 그런 말을 할 리가 있느냐. 누가 그런 허튼소리를 해. 누가 (박 대통령과의) 사이를 끊으려고 그런 짓을 했구먼”이라고 크게 역정을 냈다고 한다. JP는 유력 대선주자에 대한 품평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두고는 “세계 정부에서 10년간 심부름한 사람”이라면서도 “구렁이가 몇 마리 들어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에 대해선 “그거(구렁이)는 들어 있지 않은 것 같아. 퍽 담백하고 솔직해. 순수하다. 정계 흐름도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한다”고 했다. 이어 “안 전 대표는 반 총장 나온다면 도와줄 수 있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문재인, 이름 그대로 문제다”라고 했다고 한다. JP 측은 시사저널 보도와 관련해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며칠 전 고향 선배라고 찾아와 시중에서 나도는 이야기를 농담 삼아 주고받았는데 몰래 녹음까지 해서 왜곡, 과장해 기사를 만들었다. 어처구니없는 내용”이라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100만 촛불’ 에너지를 국정 회복의 동력으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단축’ 선언을 전제로 정치권이 개헌 또는 조기 대선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는 등의 각종 수습책이 분출했다. 박 대통령을 심판할 헌법적 절차는 대통령 탄핵 소추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크다. 하야로 가든, 탄핵으로 가든, 제3의 해법을 찾든 ‘질서 있는 수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는 ‘국회 추천 총리’다. 대통령의 리더십이 붕괴된 만큼 사실상 ‘권한대행’에 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총리 인선에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게 정계 원로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① 즉각 하야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한다면 헌법 68조 2항에 따라 60일 이내에 차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국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하야는 최상책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대선 준비 기간이 짧아 정당은 정당대로, 대선주자는 대선주자대로 각자의 정략적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여 정국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얘기다.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각 당 대선후보 경선과 공식 선거운동(23일)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대선이 졸속으로 치러지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즉각 하야한다면 황교안 국무총리가 차기 대선 관리를 맡아야 한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야당으로서는 수긍할 수 없는 조건이다.② 대통령 2선 후퇴와 거국중립내각 구성 지금까지 대부분 야권과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요구해온 것은 대통령의 명확한 2선 후퇴 선언과 국회 추천 총리 임명 그리고 거국중립내각 구성이다. 박 대통령의 임기는 보장하되 ‘의전 대통령’ 기능만 수행하라는 것이다. 이 방안의 쟁점은 2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대통령이 군(軍) 통수권을 포함한 헌법적 권한을 자신의 선언만으로 국무총리에게 위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책 현안을 놓고 대통령이 총리와 의견 충돌을 빚을 때 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난제가 생기게 된다. 민주당 김성곤 전 의원은 “헌법적 권한은 대통령이 자의로 양도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다. 발상 자체가 초헌법적, 위헌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헌법상으로도 현재 박 대통령은 ‘사실상의 사고(事故)’ 상황이기 때문에 헌법 71조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가능하다는 게 야권 일각의 반박이다.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는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둘째, 거국내각의 기한 문제다. 사실상 ‘임시정부’ 성격인 거국내각이 내년 대선까지 1년 1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국정을 맡는 것이 올바른 선택이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③ 임기 단축 선언과 조기 대선 박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만으로도 민심을 돌리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대통령 스스로 임기 단축을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까지 포함해 모든 걸 놓고 논의하자며 여야 당 대표들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할 경우 정국 로드맵이 합의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구성될 과도내각은 단축되는 임기에 맞춰 치르게 될 대선 관리에 돌입하게 되고, 각 정당은 대선 준비를 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아니면 과도내각은 차제에 개헌 논의를 시작해 달라고 국회에 제안할 수도 있다. 국회가 개헌 작업에 착수한다면, 이론상으로는 이르면 내년 3월 이내 개헌이 가능하다. 개정된 헌법 부칙에 현 대통령의 임기를 정한다면 박 대통령으로서는 불명예 퇴진이 아닌 헌법에 따른 퇴임을 맞게 된다. 국민으로서는 향후 국정 운영의 일정을 투명하게 알게 돼 국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정치권도 예정된 스케줄에 따라 향후 행보를 밟아 나갈 수 있게 돼 안정감을 갖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박 대통령이 임기 단축을 결단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상적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④ 결국 탄핵으로 가야 하나 이 모든 ‘질서 있는 퇴각’이 여의치 않을 때는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통과시킨 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결정하는 절차를 밟는 것밖에는 다른 수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에 따라 박 대통령을 퇴진시키자는 것이다. 이날 야당은 물론이고 여권 일각에서도 “탄핵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 것도 탄핵 가능성을 높게 만드는 요인이다. 다만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헌재는 180일 이내에 결정해야 하는데 그사이 국정 혼란이 장기화될 수 있다. 또 이 시간을 모두 소진하고, 탄핵 결정 이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른다면 사실상 박 대통령이 임기를 거의 다 채우게 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또, 탄핵을 하기로 결정한다면 ‘국회 추천 총리’를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이다. 결국 황 총리에게 탄핵 정국을 맡기게 되는데 야당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결국 어떤 방책을 택하든 이제는 여야가 정국 수습을 위한 공식 협의체 같은 구체적인 발걸음을 뗄 때가 됐다는 것에는 이론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동용 mindy@donga.com·신진우 기자}

‘최순실 게이트’로 입지가 좁아진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의 충격을 발판으로 반격에 나섰다.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박계 조원진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대통령 탈당 발언은 국민 동의를 얻기 힘들다”면서 “비주류의 행동이 이해는 가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장우 의원도 “당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당을 가르는 발언들이 당을 더욱 어렵게 한다”며 비박 진영에 공개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날 친박계 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비공개 회동도 열렸다. 김태흠 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 게이트’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면서도 “비박들은 당내 갈등을 조장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최근 지도부 사퇴 요구 등에도 가급적 공개 대응을 자제했던 친박계가 약속이나 한 듯 공세로 전환한 배경을 두고 “친박계가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관리 능력을 내세워 당내 주류로 자신감을 찾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트럼프 현안 보고’ 형식으로 진행하고, 관련 세미나도 열었다. 당 정책위원회는 ‘트럼프 위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부와 함께 선제대응 전략을 마련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이에 비박(비박근혜) 진영의 한 중진 의원은 “트럼프 당선으로 시선을 분산시켜 ‘최순실 정국’을 돌파하려는 속셈”이라고 일축했다. 친박계가 국정 관리 능력을 과시해 야권은 물론이고 비박 진영까지 싸잡아 국정 공백을 초래한 세력으로 전락시키려는 의도라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합의로 국무총리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등의 최근 행보가 친박계에 자신감을 더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정현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전향적인 자세를 몇 번이나 보여줬느냐. 이제 모두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박 진영이 지도부 사퇴 이외에 향후 구체적 정국 수습 로드맵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친박계 반격의 빌미를 줬다는 주장도 나온다. 친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재창당’을 얘기하면서도 그 의미조차 통일되게 제시하지 못하는 비주류 집단은 국정을 이끌 수 없다”고 주장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 지도부 사퇴 공방이 계파 간 ‘재창당’ 주도권 싸움으로 번지면서 ‘한 지붕 두 가족’ 싸움이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의원은 ‘최순실 게이트’로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29일 골프 회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정현 대표는 ‘재창당준비위원회’ 발족과 관련한 당 쇄신책 로드맵을 고려 중이다. 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위기인 만큼 전면적인 쇄신안이 포함된 재창당이 하나의 대안인 건 사실”이라면서도 “이 (재창당) 과정이 꼭 지도부 사퇴를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친박계에선 △새 최고협의체 구성 △당명 변경 △당헌 당규 수정 등을 재창당의 주요 요소로 보고 있다.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계파 및 원내외를 넘어 다양한 인사를 포함한 협의체 구성이 재창당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 진영 김무성 전 대표는 이날 이 대표를 겨냥해 “현 지도부 손으로 재창당위원회니 뭐니 아무리 만들어봐야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는데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반박했다. 비박 중진 의원들과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진정모) 의원 20여 명도 이날 연석간담회에서 ‘선 지도부 사퇴, 후 재창당’을 요구했다. 황영철 의원은 “이 대표가 재창당준비위원회를 주도한다면 건강한 보수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당 해체 후 재창당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오신환 의원은 “당을 해체한 뒤 재창당에 이르기까지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켜나가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주류 측은 13일 원내외 인사들과 당 소속 시도지사들까지 참석하는 비상시국회의를 열어 지도부를 압박할 계획이다. 한편 친박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권석창(충북 제천-단양), 문진국 김순례(이상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달 29일 충북 단양의 모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모임을 주선한 권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친목 모임이었다. 참석자들이 각자 골프 비용을 계산했다”고 했지만 엄중한 시기에 신중치 못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나왔다.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연일 수위 높은 돌직구를 쏟아내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검찰의 수사 방식을 두고 “(검찰이) 석 달 가까이 우 수석의 기세에 눌려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눈치만 보다 이젠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대통령 주변을 파헤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선장이 ‘이 배는 내 배다. 내 사람들만이 이 배를 지킬 수 있다’고 고집하면 그 배에 있는 어느 누가 노를 함께 저으며 풍랑을 헤쳐 나가겠느냐”며 이정현 대표의 사퇴도 거듭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는 전날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의미로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5일에도 자신과 이 대표가 동반 사퇴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친박(친박근혜)계의 한 중진 의원은 “‘투톱’으로 당의 중심을 잡아야 할 분(정 원내대표)이 자기 살길만 찾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도 정 원내대표의 발언에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을 향해 “박근혜 대통령이 후임 총리를 합의해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이번엔 ‘2선 후퇴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며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검, 개헌 논의, 거국중립내각 등도 먼저 제안해놓고 정작 여권이 수용한 뒤에는 막무가내로 반대한다”고 날을 세웠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