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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13일 일곱 살짜리 딸이 시내버스 정류장에 혼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 달라는 엄마의 요구에도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몬 운전사가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시는 240번 시내버스 운전사 김모 씨(60)가 운수사업법과 도로교통법, 버스 운영 매뉴얼을 준수했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11일 오후 6시 27분경 서울 광진구 건대역 정류장에서 건대입구역 정류장을 향해 출발한 직후 여성 승객 A 씨가 “어린 딸이 혼자 내렸으니 버스를 세워 달라”고 요청했을 때 정차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을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당시 버스는 정류장을 떠난 지 10초가량 지나 4차로 도로의 3차로에 진입한 뒤였기 때문에 다시 4차로로 이동해 인도변에 임시로 주차를 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전 문제 때문에 정류장이 아닌 곳에 버스를 세우고 사람을 내리도록 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서울시는 버스와 정류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결과 김 씨가 건대역 정류장 정차 당시 A 씨의 딸이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버스가 출발하고 A 씨가 정차 요구를 한 뒤에야 인지했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김 씨를 비판하는 글을 처음 올렸던 누리꾼은 해당 글을 삭제한 뒤 12일 밤 새로 올린 글에서 “제대로 상황 판단을 못하고 기사님을 오해해서 너무나 죄송한 마음뿐”이라며 “기사님을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버스회사 측에 “정신적인 고통이 크다”며 휴직계를 냈지만 회사 측의 만류로 당분간 휴가를 가기로 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정지영 기자}
서울의 시내버스 운전사가 일곱 살짜리 딸 혼자 정류장에 내렸다며 버스를 세워 달라는 엄마의 요구에도 다음 정류장까지 버스를 그대로 운행해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240번 버스기사 김모 씨(60)는 11일 오후 6시 27분경 서울 광진구 뚝도변전소 정류장에서 건대입구역 정류장을 향해 출발했다. 여성 승객 A 씨가 다급하게 “어린 딸아이가 혼자 내렸으니 버스를 세워 달라”고 소리쳤다. 버스가 뚝도변전소 정류장을 떠난 지 10초가량 지난 시점이었다. 버스는 4차로 도로의 4차로에서 3차로로 진입한 직후였다. 김 씨는 버스를 세우지 않고 건대입구역 정류장까지 250m를 몰았다. A 씨는 딸이 혼자 버스에서 내린 사실을 안 뒤 1분 30초 동안 버스 안에서 울먹이며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다른 승객들이 김 씨에게 차를 세울 것을 요구했으나 김 씨는 버스를 세우지 않았다. 건대입구역 정류장에서 내린 A 씨는 뚝도변전소 정류장까지 뛰었다. 다행히 딸은 행인의 휴대전화를 빌려 엄마와 통화를 해 안전하게 엄마를 만날 수 있었다. A 씨는 곧장 인근 파출소로 가서 “버스기사를 처벌할 수 있느냐”고 문의했다. 경찰은 12일 김 씨를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입건은 하지 않았다. A 씨와 같은 버스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시내버스를 관리하는 서울시의 홈페이지 등 인터넷에 김 씨의 처벌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시 조사 결과 버스가 뚝도변전소 정류장에 정차한 16초 동안 승객 10명이 버스에서 내렸는데 이 중 3명이 어린이였다. 서울시 관계자는 “A 씨의 딸이 제일 마지막에 내렸는데 다른 아이들을 따라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A 씨는 승객이 많아 혼잡한 버스의 뒤편에 있어서 딸과 함께 내리지 못했다. 김 씨는 서울시 조사에서 “차가 다니는 3차로에서 승객을 내려주면 사고가 발생할까봐 다음 정류장에 내려줬다”고 해명했다. 또 A 씨에게 사과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버스회사 측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을 서울시 측에 전했다. 서울시는 김 씨와 버스회사 측이 버스 운영 규정을 위반했는지 조사 중이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정지영·신규진 기자}

서울 은평구의 직장맘 문모 씨(39)는 11일 지난해 자신의 ‘결정’을 곱씹으며 가슴을 쳤다. 여섯 살 아들(현재 7세)을 국·공립유치원에 보내고 싶었지만 1년 넘게 대기해야 한다는 걸 알고 포기해 버린 그 결정이다. 아들이 다니는 사립유치원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이달 말 닷새나 휴업을 예고했다. 전국 사립유치원장 모임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그렇게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맞벌이인 문 씨 부부는 사립유치원이 문을 닫으면 아들을 맡길 곳이 없다. 문 씨는 “유치원에서 ‘대한민국 어린이는 모두 평등해야 한다’며 휴업 찬성 탄원서를 작성하라고 알림장을 보냈을 때는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왔다”고 했다. 한유총이 18일 1차 휴업과 25∼29일 2차 집단 휴업을 예고하면서 ‘보육 대란’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자 엄마들의 울화도 커지고 있다. 11일 한유총 소속 5000여 명은 서울 여의도에서 집회를 열고 “국·공립유치원 확대 정책을 중단하고 사립유치원에도 국·공립 수준의 재정 지원을 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한유총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1, 2차 집단 휴업을 반드시 하겠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현재 24.2% 수준인 국·공립유치원에 다니는 유아 비율을 2022년 4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유총은 이 같은 정부안이 통과되면 출산율 저하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사립유치원은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유총과 정부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유총은 “정부가 국·공립유치원에는 유아 1인당 한 달에 98만 원을 지원하지만 사립유치원에는 22만 원(종일반은 7만 원 추가)밖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교육부는 “한유총이 주장하는 98만 원에는 시설비와 교사 인건비 등 운영 전반에 관한 지원액이 포함돼 있다”고 반박한다. 한유총의 휴업에는 전국 사립유치원의 약 90% 수준인 3700곳이 참여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유아교육법에서 정한 휴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 휴업”이라며 “실제 휴업에 들어가면 행정조치를 취하겠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사립유치원이 휴업에 들어가면 당장 애를 맡길 데가 없는 맞벌이 부모들만 애를 태우고 있다. 이들이 2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사립유치원 보육료 인상 등 집회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는 11일 현재 7000명 넘게 동의했다. 사립유치원의 휴업 예고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는 학부모가 많다는 방증이다. 경기 수원시의 최모 씨(34·여)는 “애타는 부모 심정을 정부와의 협상 카드로 이용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유덕영·이지훈 기자}

“한잔하러 여기 안암동에 온 적은 있었는데, 강의하러 오려니…. 하하.” 7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 우당교양관 대강당. 백발에 뿔테 안경을 낀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겸연쩍은 듯 말문을 열었다. 신 교수의 친근한 ‘자기 고백’에 강당을 가득 메운 고려대 학생 400여 명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신 교수의 ‘중국불교(화엄종과 선종)’ 강의가 시작됐다. 같은 시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경영관 강당의 강단에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섰다. 차 교수는 “연세대와 고려대는 영원한 맞수이자 동반자”라며 “첫 시간에 강의를 하게 돼 부담이 크다”며 웃었다. 그는 고려대를 상징하는 크림슨색(진홍색)을 배경으로 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연세대 학생들에게 한국의 상속세 제도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다. 신 교수와 차 교수는 이날 처음으로 소속 대학이 아닌 곳에서 정식 강의를 했다. 이날은 고려대와 연세대의 합동 강의 첫날이었다. 두 대학은 지난해 말 합의를 바탕으로 이번 학기부터 합동 강의를 시작했다. 학교를 대표하는 교수 26명이 정치 경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매주 강의한다. 수업 정원은 고려대 400명, 연세대 150명. 신청 때 대기자가 수백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날 고려대 강의 주제는 불교, 연세대는 경제였다. 강의 후 학생들 사이에서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한 연세대 학생은 “기업의 순환출자를 해결할 만한 방법은 무엇이냐”고 차 교수에게 물었다. 한 고려대 학생은 “우리 불교는 ‘사찰’을 중요시하는데 교수님이 말씀하신 부처의 홈리스적 삶과 모순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강의가 끝난 후 교수와 학생들은 만족한 모습이었다. 신 교수는 “쟁쟁한 학생들 앞에서 강의를 해 떨렸다. 사제간의 연이 고려대 학생들과도 맺어진 것 같다”고 했다. 김민이 씨(20·고려대 노어노문과)는 “앞으로 많은 걸 배울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고려대와 연세대 총장은 강의에 앞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두 대학이 운동장뿐 아니라 지식의 장에서도 함께하자는 출발점으로 합동 강의를 도입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은 “이번 합동 강의를 계기로 양대 사학이 교육에 있어서 함께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김배중 기자}
부산과 강릉 등에 이어 서울에서도 여중생들이 또래 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가해자 중 일부는 보호관찰 중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7일 서울 은평경찰서는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차장에서 7월 초 중학생 A 양(13)을 집단으로 때린 혐의(공동상해)로 전모 양(14) 등 중학생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 8명은 평소 알고 지내던 A 양이 ‘건방지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고 발길질을 했다. 가해자들은 폭행하는 순서를 정해 30대씩 A 양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폭행 과정에서 A 양이 신고를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뺏기도 했다. A 양은 전치 3주의 상처를 입고 현재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자 중 3명은 다른 범죄에 연루돼 보호관찰을 받던 도중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중 6명은 지난달 말 검찰로 송치했고, 나머지 2명은 13살으로 촉법소년(觸法少年)에 해당돼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고 설명했다. 촉법소년인 경우 죄를 지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7월 초 A 씨(57·여)는 호텔로 ‘피신’했다. A 씨가 호텔을 찾은 건 남편 탓이다. 남편의 폭력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지만 급하게 몸을 피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이틀간 머물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해 안전한 숙박업소를 선정해 임시숙소로 제공한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 호텔을 나왔다. 그러나 A 씨는 임시숙소에서 일주일밖에 머물지 못했다. 가정폭력 피해자라고 해도 임시숙소 거주 기한이 최대 5일인 탓이다. 그나마 A 씨는 담당 경찰의 배려로 이틀을 더 머물렀다. A 씨는 “당시 충격이 너무 커서 지금도 심리치료를 받을 정도로 불안하다”며 “임시숙소에 더 머무르고 싶었는데 규정 탓에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다”고 털어놨다. 범죄 피해 우려가 있는 사람을 보호해 주는 경찰의 신변보호 제도가 제 역할을 못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부산에서는 신변보호 개시 사흘 만에 한 여성이 살해당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피해자는 헤어진 애인의 위협 때문에 신변보호를 신청했지만 참변을 당했다. 6일 경찰청이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신변보호 대상자는 2015년(4∼12월) 1105명에서 지난해 4912명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5월 말까지 2272명에 달해 연말 50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신변보호 대상자는 급증하지만 관련 예산은 제자리걸음이다. 올해 경찰의 신변보호 예산은 총 9억5400만 원. 내년도 예산안에도 같은 액수의 예산이 반영됐다. 그나마 받은 예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 스마트워치 예산 3억1100만 원 중 2억5300만 원, 임시숙소 예산 4억7500만 원 중 4억4700만 원만 집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스마트워치의 경우 덜 쓴 돈은 검찰에서 집행했고 임시숙소 예산은 2015년 초과 지출한 것을 감안하다 보니 덜 쓰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런 이유로 생긴 ‘5일 기한’이라는 거주 규정 탓에 가정폭력 피해자가 쫓기듯 임시숙소를 나와 숙박업소를 찾거나 불안한 마음으로 귀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가정폭력으로 임시숙소를 사용했던 B 씨는 “임시숙소에 머물기는 했지만 경찰이 함께 있는 것도 아니라 불안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 효과도 논란이다. 부산에서 살해된 여성도 스마트워치를 착용하고 있었다.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위협받는 사실을 경찰에 알렸지만 출동 시간이 10분을 넘겨 변을 막지 못했다. 스마트워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의 위치 표시 반경이 넓어 정확한 지점 확인이 어려웠던 것이다. 경찰은 이달 새로운 스마트워치를 보급할 방침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피해자를 가장 먼저 접하는 건 경찰이지만 범죄구조기금의 대부분을 검찰이 집행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며 “경찰의 관련 예산 확충과 효과적인 피해자 구제 제도 도입을 고민해볼 시점”이라고 말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두 차례나 거짓으로 출생신고를 하고 각종 지원금을 받은 국내 유명 항공사 승무원 류모 씨(41·여). 지난달 28일 검거 당시 그에게는 생후 2개월의 아들이 있었다. 진짜 류 씨의 아이였다. 도피 중이라 출생신고는 못했다. 만약 출생신고를 하면 류 씨는 ‘또’ 출산장려금을 받을까. 대답은 ‘아니요’다. 류 씨가 살던 서울 강서구는 첫째 아이에게 출산장려금을 주지 않는다.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 중 첫째 출산 때 장려금을 주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전국 지자체 94.8% 출산장려금 지급 정부는 임신과 출산을 위해 여러 지원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나 피부양자 중 임신을 하면 임신 및 출산 진료비를 ‘국민행복카드’(신용카드 형태)로 1인당 50만 원씩 지원한다. 다태아 임신일 경우 40만 원이 추가된다. 이 밖에 철분제, 엽산제 지원 등 다양한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엄마들이 피부로 느끼는 건 지자체가 주는 출산장려금이다. 거주 조건만 맞으면 바로 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동아일보가 보건복지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기초지자체 229곳 중 출산장려금을 주는 곳은 217개(94.8%)였다. 첫째 아이 출산 때 주는 곳은 114개(49.8%). 경북 봉화군이 47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경북 영양군(360만 원)과 전남 해남군(300만 원)이 뒤를 이었다. 둘째 아이부터는 192개(83.8%)로 크게 늘어났다. 셋째 아이 때는 214개(93.4%)였다. 넷째, 다섯째 아이 출산 때 장려금을 주는 지자체는 215개(93.9%)였다. 셋째 출산 때부터 가장 많은 돈을 주는 곳은 경남 창녕군이다. 창녕군에서는 셋째부터 출산할 때마다 매번 2090만 원(최장 72개월 분할)을 엄마에게 안겨준다. 지자체 대부분은 출산 시점을 기준으로 해당 지역에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거주를 조건으로 한다. 또 출산장려금 명목이지만 보통 2∼6년에 걸쳐 나눠 지급해 양육 지원 기능도 반영한 곳이 많다.○ “출산율 높여” “형평 어긋나” 엇갈린 평가 출산장려금은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군 단위 지자체가 적극적이다. 실제로 출산장려 정책으로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전남 해남군은 합계출산율(한 여성의 예상 평생 출산율) 2.42명으로 5년 연속 전국 1위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1.17명)의 2배가 넘는다. 해남군에서는 첫째를 낳으면 300만 원을 주고, 넷째 아이부터는 720만 원을 지급한다. 셋째 아이 이상부터는 월 3만 원짜리로 보험료를 5년간 내주고 만 10세가 되면 보험금을 찾도록 지원해준다. 강숙 해남군 보건소 출산장려팀장은 “해남의 출산정책을 배우기 위한 전국 자치단체의 벤치마킹도 줄을 잇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이다 보니 논란도 잦다. 형평성 문제가 대표적이다. 같은 시도나 생활권에 있는 시군인데 지원금 차이가 나다 보니 당사자들의 불만이 크다. 서울시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강남구는 둘째 50만 원, 셋째 100만 원, 넷째부터 300만 원을 지원한다. 반면 강서구는 넷째 30만 원, 다섯째도 50만 원에 불과하다. 자치구의 재정 형편에 따라 출산장려금이 다른 것이다. 포퓰리즘 논란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경기 성남시에선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이 “셋째 아이를 낳으면 1억 원을 지급하자”란 조례 개정안을 냈지만 난상토론 끝에 폐기됐다. 포퓰리즘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이 많아 해당 의원이 아예 개정안을 철회했다. 하지만 출산장려금은 엄마들이 가장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정책 중 하나다. 2011년 전국 광역시 가운데 처음으로 출산장려금 정책을 도입했다가 지난해 폐지한 인천시는 제도 부활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출산율 감소로 내년도 본예산에 출산장려금 소요 예산을 편성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김윤종 기자}

국립 종합대학인 서울과학기술대는 교육부의 국립대학 혁신지원사업에 4년째 선정되며 교육환경의 첨단화는 물론이고 교육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QS세계대학평가에서는 국내 29위, 세계 801위에 선정됐다. 올해 평가 대상 대학이 2만6000여 개인 것을 감안하면 전 세계 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올해 수시모집에서 서울과기대는 총 1488명을 선발한다. 학생부종합전형으로 1115명(74.9%), 논술전형 303명(20.4%), 실기전형 70명(4.7%)이다. 모집기간은 다음 달 11일에 시작돼 같은 달 15일에 마감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서울과기대의 수시모집에서 가장 많이 바뀌는 것은 학생부종합전형이다. 학생부종합전형엔 학교생활우수자전형, 전공우수자전형, 고른기회전형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학교생활우수자전형이 지난해 481명에서 올해 551명으로 모집인원이 14% 증가하며 대폭 바뀐다. 면접고사가 폐지되고, 학생부교과(45%)와 서류(55%)의 일괄합산전형이 도입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중 2개 과목의 등급 합이 6등급 안이면 된다. 189명을 선발하는 전공우수자전형은 1단계에서 학생부와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 서류로만 학생을 선발한다. 합격자의 3배수를 이 과정에서 선발한 뒤 2단계에서 성적 60%와 면접 40%를 종합해 최종 합격자를 가린다. 서울과기대는 고른기회전형으로 국가보훈대상자 27명, 저소득층 49명, 평생학습자 72명을 선발한다. 또 정원 외 고른기회 전형으로 농어촌학생 59명, 특성화고 등 졸업 후 기업 재직자 168명을 뽑는다. 303명을 뽑는 논술전형에선 학생부 30%와 논술 70%로 합격자가 선정된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은 없다. 지난해 기출문제와 올해 모의논술 문제와 출제 의도는 물론이고 평가 기준도 서울과기대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70명을 선발하는 조형대학의 실기전형은 1단계 학생부 100%, 2단계에서는 실기 100%로 합격자를 가린다. 지난해 평균 경쟁률이 22.4 대 1이었다. 서울과기대를 지망하는 학생은 이 같은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전형의 복수지원이 가능하다. 엄인용 서울과학기술대 입학관리본부장은 “정부의 대형 지원사업 유치와 다양한 글로벌 프로그램 도입 등에 힘입어 재학생의 만족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면서 “창의적 지성을 바탕으로 미래가치가 높은 우리 대학에서 모두 각자의 꿈을 맘껏 펼쳐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고려대와 연세대가 9월부터 합동 강의를 시작한다. 고연전(연고전) 등 체육이나 문화 분야 교류는 있지만 양교가 정식 강의를 개설해 공동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29일 두 대학은 2학기 수업 때 ‘진리·정의·자유를 향한 인문학적 성찰’이라는 강의를 개설했다고 밝혔다. 강의는 13주간 진행된다. 양교의 교수 26명이 참여해 매주 1회 하루 3시간(3학점)씩 수업한다. 예를 들어 고려대에서 소속 교수가 1시간을 강의하면 연세대 교수가 1시간을 가르치고, 나머지 1시간은 토론하는 방식이다. 동시에 연세대에서도 고려대 교수진이 강의한다. 토론시간은 ‘리딩 멘토’로 지정된 이승환 고려대 철학과 교수와 김주환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가 진행한다. 교수진 26명 중에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문정인 연세대 명예 교수 등 양교를 대표하는 교수들이 포함됐다. 강의 주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진화’ 같은 경제학부터 ‘셰익스피어’ 같은 영문학까지 다양하다. 이번 합동 강의는 지난해 말 염재호 고려대 총장과 김용학 연세대 총장의 합의로 이루어졌다. 두 총장은 고연전(연고전) 외에도 폭넓은 학문 교류가 이뤄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에 5월 김 총장이 고려대에서 강의했고 다음 달에는 염 총장이 연세대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두 총장은 출신 학부는 달랐지만 1979년 한국고등교육재단 해외유학생 장학 프로그램에 나란히 선발돼 오랜 인연을 맺어 왔다. 이호근 연세대 교무처장은 “우리 사회 현안을 관통하는 주제를 통해 학생들이 더 깊은 사유의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박만섭 고려대 교무처장은 “이번 합동 강의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양교를 대표하는 강의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때 경찰관 216명이 ‘보안주자’로 함께 뛴다. 보안주자는 성화를 든 주자와 일정 구간을 함께 달리며 경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보안주자 중에는 광주 광산경찰서 우산지구대 소속 정진희 순경(31·여)이 있다. 정 순경은 2007년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지난해 경찰이 됐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한 정 순경이지만 성화 봉송에 참가한 적은 없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선수 때 많이 뛰어봤기 때문에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선발된 보안주자는 40대가 82명(38%)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54명(25%)으로 뒤를 이었다. 50대도 42명(19%)이나 됐다. 39명은 마라톤 풀코스 완주 경력이 있었다. 부산지방경찰청 소속 김회성 경감은 마라톤 풀코스를 87회 완주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도마 종목에 출전해 동메달을 딴 박종훈 씨(52)의 친형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박종락 경위(53)도 참가한다. 이들은 성화 봉송 기간(101일) 동안 조직위원회가 정한 휴무일(13일)을 제외하고 모든 날에 봉송 주자와 함께 달린다. 각 지방청 관할 구역에 성화가 오면 3개 조로 나뉘어 함께 뛰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각 지방청 공고와 심사를 통해 선발했다”며 “50대 이상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라톤 완주 경력이 있다”고 밝혔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광주 광산경찰서 우산지구대 소속 정진희 순경(31·여)은 올 겨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때 ‘보안주자’로 참가하기 때문이다. 보안주자는 성화를 든 주자와 일정구간을 함께 달리며 경호하는 역할이다. 2007년 태권도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정 순경은 지난해 경찰이 됐다. 정 순경은 그동안 무수히 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했지만 성화를 들고 뛴 경험은 없다. 그는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라며 “마라톤은 해본 적 없지만 선수 시절 그보다 더 많이 뛰었기 때문에 체력에는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정 순경을 비롯해 경찰 216명 성화 봉송 때 보안주자로 참가한다. 선발된 보안주자는 40대가 82명(38%)으로 가장 많고 30대가 54명(25%)으로 뒤를 이었다. 50대도 42명(19%)이나 됐다. 보안주자 가운데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39명이었다. 풀코스를 87번 완주한 김회성 경감이 대표적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도마 종목에 출전해 동메달을 땄던 박종훈 씨(52)의 친형인 박종락 경위(53)도 이번에 보안주자로 참가한다. 이들은 성화가 봉송되는 101일 동안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정한 휴무일 13일을 제외한 모든 날에 성화주자와 함께 달린다. 각 지방청의 관할 구역에 성화가 오면 경찰관들이 3개조로 나뉘어 함께 뛰는 방식이다. 경찰 관계자는 “체력 등을 감안해 선발했다”며 “50대 이상 참가자들은 대부분 마라톤 완주 경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25일 ‘A FARM SHOW(에이팜쇼)―농림식품산업 일자리 박람회’에서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제시됐다. 관람객들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기업들이 마련한 부스에서 ‘4차 산업혁명’이 적용된 첨단 농업기술을 직접 체험했다. 농업을 기반으로 한 유망 일자리와 ‘6차 산업’으로 진화하는 새로운 농촌의 현재와 미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원격 온실 관리 “음매∼.” 박람회 1층 제1전시장에선 이날 간간이 우렁찬 소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녹음된 것이 아니라 실재하는 소가 내는 소리였다. 이 소에는 몸속에 체온과 주변 온도를 측정하는 길이 10cm, 지름 2.5cm의 바이오 캡슐이 들어 있다. 축사 옆 모니터에는 소의 고유번호와 성별, 번식 경험 여부와 부위별 체온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가축 질병 관리 시스템 ‘라이브케어(LiveCare)’를 개발한 김희진 유라이크코리아 대표는 “농장주는 SK텔레콤 통신망을 이용해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소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관리하는 ‘스마트 온실’도 선보였다. 현장에서 모바일 앱으로 ‘닫기’ 버튼을 누르자 폐쇄회로(CC)TV로 보이는 우면동의 토마토 온실 창문이 저절로 닫혔다. 김현애 KT 전임연구원은 “천장에 달린 스마트 팬(Fan)과 스프링클러 등으로 온도와 습도도 조절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응태 씨(38)는 “농사 지식이 없는 도시민들도 정보기술(IT)을 활용하면 부담 없이 귀농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도 정보통신기술(ICT)을 도입한 농기계 공유서비스, 농업 자동화 등과 같은 스마트 농업 환경을 보여주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관련 공공기관들도 ‘4차 산업혁명관’에서 첨단 농업기술을 소개했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파종로봇을 선보였다. 정경숙 농업기술실용화재단 팀장은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하면 노동력이 절감되고 모종의 품질도 20∼30%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한국임업진흥원은 산림 병해충 피해를 관측하는 드론을 선보였다. 양종열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실장은 “지난해 첨단기술을 도입한 농가들의 생산량은 27.9% 늘었고 노동시간은 9.7% 줄어들었다”며 “농업 첨단기술 도입이 필수인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은 새로운 일자리의 요람 ‘미래 유망 직업관’에서는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직업들이 소개됐다. 화훼를 이용해 심리 치료를 돕는 원예치료사, 공간을 꾸미는 화훼가공디자이너, 플라워 코디네이터 등이다. 이들을 양성하는 연암대 부스에는 대학 진학을 앞둔 중고교생 관람객이 몰렸다. 권혜진 연암대 화훼디자인계열 교수는 “김영란법(청탁금지법)으로 타격을 입은 화훼 농가도 살리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밖에 채소의 영양 정보 등을 연구해 건강한 식생활을 돕는 채소 소믈리에, 관광 콘텐츠로서의 농촌 문화를 기획하는 팜파티 플래너, 곤충 체험학습장을 조성·관리하는 곤충전문 컨설턴트 등과 같은 이색 직업에도 중고교생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학생 김인화 씨(22·여)는 “전공을 살리면서 미래 전망도 밝은 유망 일자리를 알게 돼 유익했다”며 만족해했다. ‘사회적경제관’에서는 다양한 농업협동조합이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전북 완주군은 2500여 농가가 협력해 두부와 간장 등 농산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을 내세웠다. 강평식 완주군 공동체활력과 과장은 “고령화로 고민이 많았던 완주군이 가공 인프라와 체험 프로그램을 갖추는 등 6차 산업을 도입해 지역 경제에 활력이 돌고 있다”며 “지난해 매출만 447억 원”이라고 자랑했다. 충남 홍성군의 ‘젊은협업농장’은 귀농한 젊은이들이 이룬 농촌공동체다. 이 농장은 농작물 재배·판매, 중고품 벼룩시장, 청년창업 실무교육 등을 진행하며 얻은 수익의 일부를 지역에 돌려주는 사업을 벌인다. 이곳에서 인턴을 하고 있는 이준표 씨(24)는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농촌이야말로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요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손가인 gain@donga.com·황성호 기자}
“귀농과 농업 관련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A FARM SHOW’(에이팜쇼)를 알게 돼 왔어요. 농업 트렌드에 관련한 모든 정보가 한곳에 모여 있어 좋네요.”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하다 올해 2월 귀국한 황인국 씨(63)는 귀농·귀촌관 부스들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돌아봤다. 즉석 상담을 통해 얻은 중요한 정보는 바로 수첩에 메모했다. 황 씨는 “귀농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워 불만이었는데 이곳에서 실제 귀농 경험자를 만나고 최신 기술도 볼 수 있어 유익했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 제1, 제2전시장에 마련된 귀농·귀촌관 85개 부스는 하루 종일 분주했다. 퇴직을 앞둔 중년층을 비롯해 취업 대신 창농을 선택한 젊은 청년들의 모습도 여럿 보였다. 올해 6월 플랜트 회사에서 퇴직하고 귀농을 준비 중인 김혁 씨(62·경기 고양시) 부부도 행사장을 찾았다. 최근 강원 횡성군에 약초 재배를 하려고 땅을 샀지만 막상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던 김 씨는 “담당 공무원이 서류 절차에 대해 알아봐 주기로 했다”며 “마무리되는 대로 귀농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행사 참가자들은 귀농·귀촌 경험자들의 경험담을 직접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귀농 경험을 한 선배들이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나 오해를 잘 알고 상담해줘 좋았다는 것이다. 황인국 씨는 “시골은 개인주의적인 도시 문화와 달라 처음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친밀한 표현에 대해 오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주민과 어울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단순히 좋은 말만 하는 게 아니라서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이날 지자체는 다양한 성공 사례와 귀농 지원 정책을 알리며 자기 지역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지자체들이 내세운 귀농 지원 정책에는 영농기술 전수, 융자 사업, 자녀 교육, 주택 마련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팜 셰어’라는 프로그램을 소개한 경기도 부스는 이날 많은 인기를 누렸다. 팜 셰어는 귀농자들을 위해 농장을 공공 임대해 주고 재배와 유통, 판매까지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가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데다 당장 농사를 시작하는 것보다 비용 부담도 작아 서울시나 경기도에 거주하는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였다. 예비 귀농인이 일정 기간 가족과 함께 체류하면서 영농 실습을 해 볼 수 있는 경북도의 ‘체류형 농업 창업 지원센터’에 대해 묻는 참가자들도 많았다. 제주도 부스를 찾은 사람 중에는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았다. 제주도 관계자는 “보통 젊은 커플이 제주도에 오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는데 최근에는 감귤 등 농사 쪽으로 관심을 보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귀농·귀촌관 부스는 27일 오후 5시까지 운영된다.정지영 jjy2011@donga.com·황성호 기자}

한국 생활 2년째인 중국인 치안(가명·24·여) 씨는 직장은 물론이고 흔한 어학당도 다니지 않는다. 상하이(上海)에 살던 치안 씨는 회사를 옮기며 한국으로 왔다. 하지만 6개월 만에 그만뒀다. ‘덕질’ 때문이다. 덕질은 덕후질의 약자다. 특정 분야에 몰입하는 마니아 활동을 일컫는다. 치안 씨는 온전히 덕질에만 전념하기 위해 미련 없이 사직서를 냈다. 그리고 아이돌 팬 사이트 관리자로 나섰다. 그의 일과는 아이돌 스케줄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아이돌의 소속사 홈페이지에 하루 종일 접속한다. 수시로 다른 팬에게 연락하며 아이돌의 스케줄을 정리한다. 일거수일투족을 사진에 담아 중국의 팬을 대상으로 ‘아이돌 굿즈(아이돌 관련 상품)’를 만들어 팔기 위해서다. 아이돌 일정이 많으면 치안 씨의 손도 바빠진다. 그는 사진첩과 DVD, 달력, 지갑, 스티커 등을 만들어 중국 현지 팬에게 판매한다. 치안 씨는 “한국에 온 뒤 하고 싶은 걸 다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중국 젊은이 중 10, 20대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중국에서 한국 드라마의 팬을 뜻하는 ‘한쥐미(韓劇迷)’로 성장했다. 대부분 중산층 가정의 외동딸이다. 만희(가명·23·여) 씨는 “한국에 가서 연예인 팬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하니 부모님도 크게 말리지 않았다”며 “엄마는 이참에 연예인 따라다니며 살도 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한국 유학을 주선하는 중국 현지의 유학업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아이돌그룹 EXO 멤버의 후배가 되자”는 글을 올리며 학생을 유치 중이다. 리인(가명·24·여) 씨처럼 중국 대학을 자퇴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다니는 한국 대학에 다시 입학한 사례도 있다. 연세대 문화학협동과정에 재학 중인 중국인 펑진니(彭巾(니,이)·26·여) 씨는 자신의 석사학위 논문을 통해 한국 내 중국 젊은이들의 새로운 모습을 분석했다. ‘중국 한류 팬덤의 한국 이주와 초국적 활동’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그는 공부와 직장 때문에 한국생활을 선택한 중국 젊은이들이 본업 대신 아이돌 팬 활동에 몰두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치안 씨처럼 팬 활동을 경제활동으로 연결한 경우도 많다. 앨범이나 연예인이 광고한 상품을 한국에서 산 뒤 이를 중국 현지 팬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연예인이 해외로 떠나는 정보를 입수해 다른 팬들에게 팔기도 한다. 이들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촉발된 한중 갈등 관계 속에서도 한국에 호의적인 시선을 보낸다. 다만 이들도 한국의 소속사나 아이돌이 중국 팬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펑 씨는 “중국 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연예인과 기획사가 중국 팬들에게 더 신경을 쓰고 진정성을 가졌으면 한다”고 조언했다.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연세대가 대학원 학생들이 교수의 부당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이 담긴 ‘대학원 권리장전’을 마련한다. 대학원 권리장전은 6월 연세대 학생이 자신의 지도교수를 해치려고 벌인 ‘텀블러 폭탄’ 사건의 후속조치로 마련됐다. 연세대는 텀블러 폭탄 사건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TF)가 자체 논의한 결과 이르면 다음 달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학원 권리장전’을 발표한다고 22일 밝혔다. TF 단장인 최문근 연세대 화학과 교수는 “김용학 총장의 최종 결재를 앞두고 문구를 다듬고 있다”고 말했다. 권리장전에는 교내 연구문화를 개선해 대학원 학생의 학업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대학원생이 부당한 지시와 관련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도록 교목실(학교 목사의 방)에 상담실을 설치한다. 상담실에는 상담 전공 대학원 학생들이 상주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교수보다 또래 대학원 학생들에게 편한 분위기에서 털어놓으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대학원생들이 상담실과 기존 인권센터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윤리인권교육’ 강의도 새로 만든다. 연세대는 궁극적으로 교내 상담시설을 통합해 관리하는 시스템도 만들 계획이다. 연세대뿐만 아니라 이화여대도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다음 달 초 발표할 예정이다. 고려대 대학원도 총학생회 차원에서 하반기 권리장전 발표를 준비 중이다. 고려대 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기존 상담시설의 역할을 강화하고 교수와 대학원 학생의 갑을관계, 성추행 관련 문제 등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담긴다”고 말했다. 한편 6월 발생한 텀블러 폭탄 사건은 25일 첫 공판이 열린다. 피해자인 이 대학 기계공학과 김모 교수(47)는 학교에 출근하고 있지만 2학기 수업은 맡지 않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경찰 조사 당시 가해자인 김모 씨(25·기계공학과 대학원생)의 선처를 호소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신규진 기자}

상대방 동의 없이 해수욕장에서 수영복 차림의 여성들을 촬영하고 인터넷으로 중계한 BJ(인터넷방송 진행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A 씨(32)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이용 촬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인터넷 생방송을 진행하며 비키니 등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을 무작위로 촬영했다. 이런 ‘해수욕장 생방’ 등을 통해 A 씨는 한 달에 500만 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유명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인터넷 생방송 진행이 급증해 피해가 우려되자 수사에 착수했다(본보 1일자 10면 참조). 경찰 관계자는 “일부 BJ는 언론 보도로 문제가 되자 인터넷에 공개했던 방송 영상을 삭제했다”며 “상대방 동의 없이 촬영하고 중계하면 분명한 처벌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17일 정부가 발표한 전수조사 결과는 국내 양계농장의 무분별한 살충제 사용 실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친환경 인증 농장은 거리낌 없이 살충제를 살포했고 일반 농장은 용법도 모른 채 뿌려댔다. 농장들이 ‘약발 좋은’ 걸 찾자 판매업체는 아예 불법으로 살충제를 만들어 공급했다. 이날 경기 포천시에서 만난 한 양계농장 주인 A 씨는 “이게 친환경 살충제”라며 기자에게 약품 한 개를 보여줬다. A 씨는 “이 살충제는 식물성제제로 만든 제품이라 닭과 계란에는 해롭지 않다”고 말했다. 이 농장은 친환경 인증을 받은 곳이다. 성분에 상관없이 어떤 화학살충제도 쓸 수 없다. 하지만 A 씨는 이런 사실을 모르는 듯 보였다. A 씨의 당당한 표정은 ‘친환경 농장에서 친환경 살충제 쓰는 게 무슨 문제냐’며 반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설명과 달리 해당 제품은 ‘람다사이할로트린’이라는 급성 독성물질이 들어간 농작물용 살충제다. 유독성에 환경호르몬까지 검출되는 제품이다. 이날 전수조사 결과에서 새로 검출된 플루페녹수론과 에톡사졸 성분도 양계농장에선 사용이 금지됐다. 사과와 고추 등 농작물용 살충제에 들어가는 성분이다. 각종 독성물질이 든 살충제가 양계농장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일반 양계농장에 사용을 허용한 살충제는 12종. 그러나 양계농장들은 이 살충제 대부분이 진드기 같은 해충을 잡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해충 내성이 점점 강해지는 탓이다. 결국 양계농장들은 더 강한 독성물질이 포함된 살충제를 찾게 된다. 금지된 살충제를 구입하는 데 별다른 제약은 없다. 판매처가 구입자에게 사용처를 묻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다. 이 때문에 동물약품 판매업체 등을 통해 사용하면 안 되는 살충제가 버젓이 공급되고 살포된다. 효과가 좋다면 성분을 따지지도 않고 농장들끼리 주고받기도 한다. 피프로닐이 검출된 경기 지역의 한 농장은 근처 다른 농장에서 살충제를 받아왔다. 살충제 불법 제조 사실도 드러났다. 포천시에 따르면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를 공급한 동물약품 판매업체는 5월경 중국에서 분말형태의 원료 50kg을 수입해 증류수 약품 등과 섞어 희석시킨 뒤 액체 형태로 농가에 공급했다. 원료 수입은 불법이 아니지만 이를 희석시키거나 다른 약품을 섞어 의약품을 제조한 것은 불법이다. 포천시는 판매업체를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살충제 살포도 수의사의 처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살충제 성분이나 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윤종웅 가금수의사회장은 “이번 사태는 살충제가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처방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처럼 가축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적인 방제업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포천=김동혁 hack@donga.com·남경현 / 황성호 기자}
경기 포천시의 동물약품 판매업체가 남양주시 마리농장 등 농가 3곳에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를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피프로닐이 검출된 강원 철원군 지현농장도 그중 하나다. 이날 경기도와 포천시 등에 따르면 동물약품 판매업체 A사는 남양주시 포천시 철원군 양계농장에 피프로닐 성분 살충제를 판매했다. 포천 농장주는 ‘효과가 좋다’며 쓰다 남은 살충제를 경기 연천군의 농장주에게 건네주기도 했다. 포천시에 따르면 전날 처음으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마리농장 농장주는 A사 대표 B 씨에게 살충제를 요청했다. A사 소속 수의사는 퇴근길에 마리농장에 이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A사는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에는 ‘양계 전문’이라는 간판도 달려 있었다. B 씨는 포천시 조사에서 5월 동물용 의약품 수입업체로부터 피프로닐 살충제를 구입해 마리농장 등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B 씨는 “(이달 초) 유럽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이 불거지는 걸 보고 문제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해 이 살충제의 위험성을 어느 정도 인식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A사는 이 살충제를 계속 유통했다. B 씨는 “피프로닐 살충제를 닭에 살포하는 게 금지된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포천시는 A사의 피프로닐 살충제 구매와 판매 기록을 전수 조사할 계획이다. 또 마리농장에 이 살충제를 전달한 수의사도 조만간 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허가 약품을 판매한 약사법 위반 혐의로 A사에는 영업정지 처분을, B 씨는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포천은 전국 최대 닭 산지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이 지역 농장 5곳 중 2곳은 진드기 살충제를 사용했다. 다만 사용이 금지된 피프로닐 성분이 아니라 정부 공인 친환경 살충제였다. 철원 지현농장은 6월 말 닭에 진드기가 생겨 A사에서 살충제를 구입해 썼다. 그러나 농장주 C 씨는 “닭 진드기 제거에 좋은 약을 달라고 A사에 요청해 구입했을 뿐”이라며 “그런 성분이 들어 있는 줄 알았다면 당연히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C 씨는 계란을 도매상에게 넘겼기 때문에 자신의 농장에서 나온 계란이 어느 지역에 유통됐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원도는 경기 북부지역에 유통됐을 것으로 파악하고 정확한 유통경로 파악과 함께 회수 조치에 나섰다. C 씨가 살충제를 사용한 지 45일 정도가 지난 것을 감안하면 산술적으로 약 135만 개의 계란이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포천=황성호 hsh0330@donga.com·김동혁 / 철원=이인모 기자}
15일 오후 2시 경기 남양주시 A농장. ‘살충제 계란’을 출하한 바로 그 양계농장이다. A농장에서 키우는 산란계는 약 8만 마리. 주인 B 씨는 32년째 양계농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달 말 남양주시는 관내 농가에 닭 진드기용 살충제를 지원했다. 하지만 그는 경기 포천시의 한 동물약품 판매업체를 통해 피프로닐이 포함된 진드기 살충제 20L를 구입해 사용했다. B 씨 부부는 이날 본보 기자와 만나 “수의사를 통해 살충제를 구해 썼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지난달 초 양계장에 불이 나면서 설비가 고장 나 계란을 수작업으로 꺼냈다”며 “진드기가 너무 많아 고생하다가 수의사가 갖다 준 살충제로 바꿔 사용했다”고 털어놨다. B 씨가 과거 약품을 거래하며 알게 된 수의사에게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진드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살충제를 갖다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 살충제를 준 수의사에게 “혹시 문제되는 물질이 없느냐”고 확인했지만 “문제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게 B 씨의 설명이다. 하지만 수의사는 한 언론을 통해 살충제 처방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기도는 해당 살충제가 수의사를 통해 A농장에 공급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일단 전화 조사로 판매업체에 소속된 수의사를 거쳐 해당 살충제가 공급된 것은 확인했다”며 “16일 업체 대표 등을 불러 구체적인 경위와 다른 농장에도 공급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B 씨는 “나 때문에 다른 양계장 업주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하다”며 울먹였다. 이날 오후 A농장에선 계란 폐기 작업이 실시됐다. 방역복을 입은 남양주시 직원들이 1m² 크기의 통에 계란을 쏟아 붓고 깼다. 폐기 작업은 오후 늦게까지 진행됐다. 전국 대부분의 농장주는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 사용 소식에 고개를 갸웃했다. 양계농가는 대체로 물청소나 공기압축기 등으로 청결을 유지한다. 정부에서 공인한 친환경 살충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남 양산시에서 닭 4만 마리를 키우는 삼보농장 심부연 대표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산란계 사육농장은 친환경 살충제만 골라 쓰는 등 각별히 신경쓴다”고 말했다. 하지만 피프로닐 살충제의 사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양계농장 관계자는 “노계의 산란율을 높이기 위해 보름에서 한 달가량 물만 먹일 때가 있다”며 “이때 노계가 배출하는 노폐물 탓에 진드기가 몰리는데 이걸 막기 위해 금지된 살충제를 종종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계농가들이 “효과 좋다”는 입소문만 믿고 허용 여부도 모른 채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 산란계 농장은 계란 출하 중단의 직격탄을 맞았다. 강원 지역의 한 대형 산란계 농장은 하루에 수십만 개씩 생산되는 계란을 처리할 길이 막막해졌다. 적재 공간에는 이틀 치 생산량만 보관할 수 있다. 농장 관계자는 “추가로 적재 공간을 마련해도 신선도가 생명인 계란은 시간이 지날수록 상품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남양주=황성호 hsh0330@donga.com / 양산=강정훈 / 춘천=이인모 기자}

얼마 전 유럽의 어느 한국 외교공관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어느 날 대사가 행정직원(계약직 직원) ‘총동원령’을 내렸다. 갑자기 대사의 지인이 온다는 이유다. 직원들은 공항으로 지인을 마중 나갔다. 이후 환영 모임부터 환송까지 그들의 몫이었다. 지난 주말 재외공관에서 행정직원으로 일하는 A 씨가 기자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 일부다. 그는 재외공관의 ‘갑질’ 실태를 고발한 본보 보도(10일자 A12면 참조)를 접하고 자신이 보고 들은 사례를 낱낱이 정리했다. A4 용지 10장 분량에 달하는 장문의 ‘고발장’이었다. 편지에는 ‘공관장 왕국’으로 불리는 재외공관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A 씨는 “대사들끼리 자기 지인이 그 나라로 간다고 미리 알리며 행정직원을 동원토록 하는 일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다. 2014년 여름 한 재외공관에서 고위 외교관이 행정직원을 수차례 성추행했다고 한다. 피해 직원은 이 사실을 다른 외교관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 외교관은 “참아라. 내 성과평가를 하는 사람인데 외교부에 알리면 나까지 다친다”며 입을 다물었다. 드러나지 않은 갑질을 고발한 건 A 씨뿐이 아니다. 한 행정직원은 “오로라를 보고 싶다며 업무와 관련도 없는 북유럽으로 출장 가는 공관장도 있다”고 밝혔다. “말 안 들으면 자르겠다”는 협박에 시달린 직원도 있었다. 현재 외교부는 재외공관 행정직원의 갑질 피해를 파악 중이다. 그러나 직원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외교부가 내부 게시판에 “갑질 사례 신고를 받는다”고 공지한 건 10일 오후 6시. 대통령 지시 후 나흘 만에 내려진 조치다. 갑질을 근절하겠다는 외교부 의지가 의심받는 이유다. 일부 재외공관의 지시는 더욱 황당하다. 피해 사례를 같은 공관 외교관에게 직접 제출토록 한 것이다. 그것도 ‘자필 고백’으로 말이다. 을이 갑에게 “당신이 갑질했다”고 신고하라는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만약 피해 사실을 손으로 써내라는 곳이 있다면 그 역시 징계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과연 외교부가 해묵은 재외공관 갑질을 뿌리 뽑을지, 아니면 또 이벤트에 그칠지 전 세계에 있는 행정직원 3000명이 지켜보고 있다.황성호·사회부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