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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및 개인적 신념에 따른 입영 및 집총거부자, 일명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검토 중인 군 당국이 이들의 복무 분야를 소방 및 교도 관련 업무로 좁힌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국방부는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를 할 수 있는 기관 후보를 소방서 및 교도소로 정하고 막바지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체복무 분야가 복수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대체복무자에게 복무 분야 선택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어 막판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대체복무자들이 소방 분야에서 복무하게 될 경우 현역병이 전환복무 형태로 복무하는 기존 의무소방대를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의무소방대 정원은 2000명이지만 지난해 1116명에 그치는 등 인력 부족이 심각한 실정이다. 이마저도 정부가 의무소방대 등 현역병 전환복무를 폐지한다는 방침이어서 인력 수급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군 당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매년 500∼600명이고, 의무소방대 연간 입대 인원 역시 600명 안팎인 만큼 의무소방대가 폐지될 경우 대체복무자들이 소방 보조 인력을 대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도 인력 활용 방안의 경우 2016년 폐지된 또 다른 현역병 전환복무제였던 ‘교정시설 경비교도대’ 형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경비교도대는 교도소 외곽 경비 임무도 수행하며 총을 들어야 하는 만큼, 집총을 거부하고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제대로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행정 보조 업무로 임무가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군은 국립병원 요양시설도 대체복무기관으로 검토해왔지만 이들이 제대로 합숙생활을 하는지 등에 대한 복무관리가 어렵고 합숙시설 역시 마땅치 않아 제외됐다. 이들의 대체복무 분야가 소방 및 교도행정 보조 업무로 정해질 경우 업무 강도가 일반 군 복무에 비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올 듯하다. 당초 국방부는 현역병에 비해 복무 기간을 늘리고, 근무 강도 또한 강하게 설계해 현역병들의 상실감을 줄인다는 원칙이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대체복무 기간은 현역 복무 기간(단축되는 기간 기준)의 1.5∼2배인 27∼36개월로 검토 중인데 기간을 늘리면 업무 강도를 높이는 데 준하는 효과를 줄 것”이라며 “소방이나 교도 분야 업무 강도는 결코 약하지 않다”고 했다. 한편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지낸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은 ‘대체복무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대체복무요원 복무기간을 44개월로 하고, 지뢰제거 및 보훈사업에 복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손효주 hjson@donga.com·서형석·최고야 기자}

백범 김구 선생, 윤봉길 의사 묘와 안중근 의사 가묘 등 독립운동가 8인의 묘가 조성돼 있는 ‘독립운동의 성지’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이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재탄생한다. 국가보훈처는 16일 “내년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인 만큼 이를 계기로 효창공원의 독립운동기념공원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훈처의 이번 결정은 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는 이달 10일 보훈처가 효창공원을 직접 관리하고, 공원 내에 독립운동과 관련 없는 시설물을 재조정해 독립운동기념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5만1800평에 이르는 효창공원 내에는 현재 백범 김구 선생 묘역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의사가 안장된 삼의사 묘역과 안중근 의사의 가묘, 이동녕·차이석·조성환 선생이 안장된 임시정부 요인 묘역이 있다. 백범기념관과 이봉창 의사 동상, 의열사, 창열문 등 독립운동 관련 시설도 조성돼 있다. 그러나 효창운동장, 원효대사 동상 등 독립운동과 관련 없는 시설물들도 혼재돼 있어 이들을 이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효창공원 소유주도 서울시, 용산구, 국가(문화재청)로 나뉘어 있는 데다 관리 주체 역시 공원 내 시설물별로 제각각이라는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사적 제330호로 지정돼 있는데도 소유주와 관리주체가 여러 곳으로 나눠져 있다 보니 체계적인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 이에 보훈처는 우선 공원 부지 중 서울시 및 용산구 소유지를 국유지로 전환하고 내부 시설물도 독립운동 관련 시설 중심으로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전체적으로 공원을 재정리해 새로운 형태의 독립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보훈처는 광복절인 15일부터 구체적인 사업 추진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세부 계획 수립에 착수했다. 문화재청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내년부터는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독립공원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병사들이 하던 제초 작업, 청소 등 군내 사역임무가 내년부터 민간에 맡긴다. 이런 임무는 일과시간을 지나 휴식시간까지 이어지면서 병사들의 전투력을 떨어뜨리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병사들 간의 갈등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지목돼왔다. 국방부는 16일 “제초, 청소, 제설은 병사들의 고충이 큰 분야로 평가돼 왔다”며 “국방개혁의 일환으로 병사들이 전투준비라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사역임무를 덜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내년부터 육군 GOP(일반전방초소) 사단, 해군 작전사령부 및 함대사령부, 해병 전방부대, 공군 전투비행단 등부터 제초 및 청소 작업에 민간 인력을 투입할 예정이다. 2020년에는 내년 창설될 육군 지상작전사령부, 해군 기타 전투부대, 공군 비행장 등으로 확대하고 2021년에는 육해공군 후방부대 등 군 전체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초 작업은 지난해 7월 군 당국이 GOP 근무 장병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민간위탁이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지목된 분야다. 설문에 응한 장병 1015명 중 66.4%가 민간위탁 최우선 순위로 제초를 꼽았다. 현재 전방지역 1개 GOP 사단의 평균 제초 대상 면적은 축구장 백여 개 크기에 달한다. 특히 잡초가 빠르게 자라는 한여름에는 제초 작업을 하느라 병사들이 오히려 교육훈련에 전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에 군 당국은 제초 작업에 민간 인력을 계약직 형태로 채용해 5~10월 6개월 간 4회 가량 제초작업에 투입할 방침이다. 청소는 민간 용역을 통해 세탁실, 도서관, 병영식당 등 군 내 공용시설에 한해 맡길 예정이다. 군 당국은 공동구역 청소를 민간인력이 맡을 경우 병사 1인당 연 148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제초, 청소 등의 임무를 민간에 위탁하면 병사들은 일과 외 시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어 병사 간 갈등이 줄어들고 병영 내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민간위탁이 군부대 주변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제공하는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겨울철 제설 작업은 민간 위탁 대신 전방 GOP지역에는 좁은 도로와 경사지에 적합한 제설장비를 추가로 보급해 병사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1920년 3월 1일 경성 배화여학교. 3·1운동 1주년을 맞아 전국 도처에서 3·1운동 기념 및 재연 만세시위가 일어날 것이라는 첩보가 확산됐다. 일제는 학교 등을 중심으로 철통 감시에 나섰다.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었지만 김경화(19) 박양순(17) 성혜자(16) 소은명(15) 안옥자(18) 안희경(18) 등 배화여학교 학생 수십 명은 등교 직후 일제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도 ‘조선 독립 만세’를 외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이들은 경성지방법원에서 그해 4월 5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을 때까지 한 달여간 옥고를 치러야 했다. 국가보훈처는 ‘제2의 유관순’으로 불리는 배화여학교 소녀 6인의 당시 투쟁을 98년 만에 독립운동으로 인정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들 유족은 제73주년 광복절인 15일 대통령표창을 받는다. 당초 옥고를 치른 기간이 3개월이 안 되면 독립운동에 참여했더라도 독립유공자 포상 대상이 되지 못했다. 보훈처는 올해 4월 이 같은 포상 심사기준을 “수형 기간이 3개월이 안 되더라도 독립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경우 포상한다”로 바꿨다. 배화여학교의 독립운동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이들 6인은 그간 공적을 증명해줄 사료가 제대로 발굴되지 않았고 수형 기간 역시 모자라 독립운동을 하고도 포상 대상이 되지 못했다. 보훈처는 포상 심사기준을 바꾸고 이들에 대한 경성지방법원 판결문을 통해 구체적인 공적을 확인했다. 당시 판결문엔 “피고 등은 서로 공모해 조선 독립 만세를 고창함으로써 치안을 방해한 자”라고 적시돼 있다. 서간도에서 독립군 군복을 만드는 등 무장독립운동을 지원한 ‘독립군의 어머니’ 허은 여사(1909∼1997), 평양 숭의여학교에 재학 중이던 1919년 3월 27일 황해도 신천군 신천읍에서 열린 만세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1년여의 옥고를 치른 곽영선 선생(1902∼1980)에게도 각각 건국훈장 애족장이 추서된다. 전남 강진에서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른 시인 김영랑(본명 김윤식) 선생에게도 건국포장이 추서된다. 선생은 1919년 3월 25일 강진군 강진면 장날을 이용한 독립만세 운동을 계획하고 태극기 등을 제작하다 체포되어 옥고를 치렀다. 보훈처는 이들을 포함한 독립유공자 177명에게 건국훈장, 대통령표창 등을 수여할 예정이다. 177명 중 이번에 새로 발굴된 여성 독립운동가는 배화여학교 6인과 허 여사, 곽 선생 등 26명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국내외 소장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등 관련 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독립유공자 발굴의 사각지대에 있던 여성, 무명의 의병 등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북한군과 유엔군이 지난해 5월 연평도 인근 해상으로 떠내려 온 북한군 시신 1구를 송환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14일 판문점에서 진행한다. 북한군과 유엔군의 판문점 실무접촉은 지난달 16일 북한 내 미군 유해송환 및 유해 발굴을 위한 실무회담을 진행한 지 한 달만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북한 민간인이 아닌 북한군 및 북한군 시신 송환 문제는 남북이 아닌 유엔군-북한군 채널에서 협의한다. 유엔군사령부는 실무접촉에서 북한군 시신이 발견됐을 당시 구체적인 상황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군 시신은 실무접촉이 종료된 직후 북측으로 인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이번 실무접촉에서 북한군 시신 송환 문제뿐만 아니라 미군 유해 추가 송환이나 북미간 유해 공동 발굴 문제가 논의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차기 회담 일정을 논의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회담이 13일 판문점에서 열린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딱 한 달 앞둔 9일 북측이 먼저 제의해 이뤄졌다.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에 다시 중재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이날 오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명의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13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통지문을 보냈고, 정부는 이를 수락했다. 북측 대표단 명단 통보는 없었다. 통일부는 “조 장관을 수석대표로 대표단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표단에 박선원 국가정보원장 특보의 참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1월 9일, 3월 29일, 6월 1일에 이어 올해 네 번째다. 최근 종전선언과 비핵화 이행의 선후(先後)를 놓고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협상의 모멘텀을 높이기 위해 이미 합의한 ‘가을 평양회담’이 당겨질 가능성이 높다. 종전선언과 북-미 2차 정상회담 등을 견인하기 위해 이달 말 ‘여름 평양회담’이 열리거나 판문점에서의 원포인트 회담 가능성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준비 시한이 촉박하긴 하지만 8월 평양 정상회담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 기류를 전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8·15 광복절 연설에 기존 평화와 공동 번영 등의 메시지를 넘어서 새로운 남북, 북-미 관계를 제시하는 문구를 포함시키는 것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9월 유엔총회 종전선언과 관련해 활발한 접촉이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미국은 부정적 기류”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다음 달 정권 수립일을 앞두고 평양 김일성광장 등지에서 열병식을 준비 중인 것이 포착됐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을 직접 위협하는 전략무기의 모습은 현재까지 포착되지 않는 가운데 병력과 장비가 평양에 집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70주년인 만큼 대규모 열병식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북-미 정상 간에 2차 회담 얘기까지 오가는 만큼 신형 전략무기를 공개하지 않고 생방송도 자제하며 수위를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앞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 전날인 2월 8일 건군절 70주년 열병식 때처럼 이번에도 비교적 조용히 치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황인찬 hic@donga.com·한상준·손효주 기자}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문건 늑장 보고와 하극상 논란 등으로 경질설이 끊이지 않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사진)이 지난주 휴가를 보내던 문재인 대통령을 따로 만나 직접 기무사 개혁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7일 정부 관계자는 “송 장관이 지난주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나 기무사를 대체할 새로운 사령부 창설 방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이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제시한 방안 중 사령부 형태로 존속하는 방안을 보고해 문 대통령의 재가를 얻었다는 것. 문 대통령은 송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3일 새 국군기무사령관에 남영신 중장을 임명하고 새로운 사령부 창설준비단 구성을 지시했다. 문 대통령이 “잘잘못을 따지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경질설이 나왔던 송 장관이 유임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방개혁을 위한 입법 과제들이 산적한 데다 교체 과정에서 인사청문회를 거치며 정국 주도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유임될 수 있다는 것. 터키를 방문 중인 송 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남은 5개월 동안 ‘국방개혁 2.0’과 관련한 국정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국방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계엄 문건으로 파문을 일으킨 국군기무사령부를 대체해 새로 창설될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에 역대 기무사령관 및 보안사령관 사진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국방부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역사와 완전히 단절된 새로운 정보부대를 창설한다는 의미에서 새 사령부인 안보지원사 내에는 전신인 역대 보안사령관 및 기무사령관 사진을 게재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했다. 같은 취지로 안보지원사령관은 역대 기무사령관을 계승한 제45대 사령관이 아니라 제1대 군사안보지원사령관으로 명명하는 방식으로 과거와의 단절을 강조한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1991년 국군보안사령부에서 기무사로 명칭이 바뀔 때는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수준이었지만 안보지원사는 아예 기존 대통령령을 폐지하고 새 대통령령을 만든 것”이라며 “기무사의 바통을 이어받지 않는 새 사령부인 만큼 1대 사령관으로 지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무사는 이미 올 4월 역대 기무사령관 및 보안사령관 사진을 모두 철거한 바 있다. 정치 개입 논란이 있는 역대 사령관 사진을 내부에 걸어 놓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경기 과천의 기무사 5층 복도에는 40여 명의 역대 기무사 및 보안사 사령관 사진이 걸려 있었다. 12·12쿠데타 및 5·18민주화운동 무력진압 주역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도 전직 사령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걸려 있었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제16대 보안사령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현 국가정보원장)은 12·12사태 이후 하극상으로 규정해 그 후 줄곧 사진이 걸려 있지 않았다. 현재 역대 사령관 사진은 기무사 역사관에만 역사 기록 및 보존 차원에서 걸려 있다. 군 관계자는 “안보지원사 창설 이후 역대 사령관 사진이 걸린 기무사 역사관을 그대로 존치해 운영할지는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안보지원사 창설 이후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군기무사령부가 ‘군사안보지원사령부(안보지원사)’로 명칭을 바꿔 재탄생한다. 1991년 보안사에서 기무사로 이름이 바뀐 뒤 27년 만에 다시 명칭이 바뀌는 것이다. 국방부는 안보지원사를 다음 달 1일 창설하기로 하고 남영신 기무사령관을 단장으로 하는 안보지원사 창설준비단을 6일 공식 출범시켰다. 국방부는 이날 창설준비단 출범을 발표하며 “안보지원사 창설의 법적 근거인 안보지원사령부령(대통령령)안 입법예고도 시작한다”고 밝혔다. 9일까지 입법예고되는 안보지원사령부령안을 보면 기존 기무사 설치의 법적 근거였던 국군기무사령부령과 달리 ‘기본 원칙’ 조항을 신설해 소속 군인 등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했다. ‘정치 단체에 가입해 정치 활동에 관여하는 행위’ 등 ‘직무 수행 시 해서는 안 되는 행위’도 분명히 했다. 안보지원사령부령은 안보지원사 직무를 기무사 직무와 큰 차이가 없는 군 관련 보안 및 방첩 업무, 군 관련 정보 수집·작성 등으로 명시했다. 이 때문에 당초 “새사령부령을 통해 직무 범위를 축소하고 구체화해 부대원들의 직무 범위 확대 해석에 따른 정치 개입 등 권력 남용 여지를 막겠다”던 군 당국 발표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보지원사라는 명칭을 두고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초 국방부가 새 사령부 임무를 보안·방첩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하기로 했다면 부대명에 ‘보안’이나 ‘방첩’ 등을 넣었어야 한다는 것. 국방부 관계자는 “보안부대, 방첩부대, 국군보안사령부는 과거 사용된 적이 있는 만큼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조직을 창설한다는 의미로 안보지원사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안보지원사령부령안은 14일 국무회의에 상정되지만 안보지원사령부령 공포는 안보지원사가 창설되고 기무사가 공식 해체되는 다음 달 1일 이뤄진다. 한편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의혹을 수사 중인 군검 합동수사단은 5일 이석구 전 기무사령관(현 제2작전사령부 부사령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3월 기무부대원들에게서 문제의 문건에 대해 보고받은 경위 등을 조사했다고 이날 밝혔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남영신 신임 국군기무사령관 취임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기무사 해편(解編·해체에 가까운 개편) 후 새 사령부 창설 작업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군 당국은 이르면 한 달 내에 새 사령부를 창설할 방침이다. 국방부는 이르면 6일 새 사령부 창설준비단 구성 등을 공식 발표할 것으로 5일 알려졌다. 4일 취임한 남 사령관이 단장을 맡아 직접 이끌 창설준비단은 육해공군 등 20여 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창설준비단은 이번 주부터 기무사를 해체하고 새 사령부를 창설하기 위한 세부 작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2일 기무사 개혁위원회가 개혁안을 발표하기에 앞서 새 사령부 설치의 법적 근거인 새사령부령(대통령령) 밑그림을 거의 완성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국군기무사령부령(대통령령·기무사 설치 법적 근거)에 비해 직무를 상당 부분 축소하고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3일 촌각을 다투는 중대 대북 정보를 다루는 군 정보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새 사령부 창설을 최대한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기무부대원을 대상으로 한 인적 청산 작업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 수뇌부 물갈이 작업은 기무부대원을 약 4200명에서 3000명 안팎으로 감축하는 인적 쇄신 작업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기무사 및 예하 부대에는 사령관을 포함해 장성 9명, 대령 50여 명이 근무 중인데 장성은 5명 안팎, 대령은 30여 명으로 감축될 것으로 보인다. 계엄 문건 작성 및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 사이버 댓글 작업 등 ‘기무사 3대 사건’에 연루된 부대원 800명 안팎은 가장 먼저 원대 복귀 조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무사가 해체되는 만큼 약 4200명을 우선 거의 동시에 원대 복귀시킨 뒤 이 중 문제가 없는 인원은 곧바로 기무사로 복귀시키는 방식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대 복귀가 확정된 인원 중 ‘3대 사건’ 관여도가 높은 이들은 소속 부대에서 징계 절차를 밟는다. 2015∼2016년 기무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한 특별감찰에서 야전 부대원들에 대한 갑질 등 각종 비위 행위가 적발됐던 부대원도 원대 복귀 우선순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일선 야전 부대원과 기무부대원 간의 순환 인사를 확대하는 정기적인 새 피 수혈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전 부대 등에서 위관 장교 시절 차출된 뒤 평생 기무사에서 일하는 장기 근무 관행이 기무부대원의 특권의식을 키우는 데 일조했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현역 대령이 맡아온 기무사 감찰실장을 최초로 군 외부 인사인 현직 검사가 맡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각종 비위에 연루된 기존 기무부대원들을 솎아내는 것은 물론이고 새 사령부에서도 이 같은 비위 행위를 엄정하게 감독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기무사 개혁의 중차대한 책임을 맡은 남 사령관은 토요일인 4일 취임식을 갖고 “정치 개입, 민간 사찰, 특권의식을 말끔히 씻어내 실추된 부대 명예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군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은 3일 계엄 문건 작성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한민구 전 장관, 조현천 당시 기무사령관, 노수철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등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5일 밝혔다.손효주 hjson@donga.com·전주영 기자}

정부는 신임 국군기무사령관에 남영신 현 특수전사령관(55)을 금명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계엄 문건의 보고 과정을 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공개석상에서 각을 세운 이석구 현 사령관에 대한 경질성 인사로 풀이된다.군 소식통은 “문 대통령이 이사령관의 경질을 결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계엄 문건의 보고 과정을 놓고, 송 장관과 ‘진실공방’을 벌인 이 사령관을 경질한 것”이라고 말했다. 학군 23기인 남 신임 사령관은 지난해 9월 장성 인사에서 비육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특전사령관에 기용돼 화제가 됐다. 남 신임 사령관은 1985년 소위로 임관해 제7공수여단장 , 육군제2작전사령부 동원전력처장, 학생중앙군사학교 교수부장, 제3사단장 등을 지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국군기무사령부가 인력과 조직을 대폭 축소하면서 현 체제를 유지하거나 국방부 내 본부로 흡수하는 방식으로 개혁될 것으로 보인다. 장영달 국방부 기무사 개혁위원장은 2일 기무사 개혁안을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한 뒤 기자회견에서 “사령부 형식을 유지할지, 장관 참모기관(국방부 본부)으로 운영할지, 미래에 입법을 거쳐 외청으로 독립시킬지 등 3개안을 병렬적으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개혁위 관계자는 “외청 독립안은 여야 협상 등 난제가 많아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또 “기무사령(대통령령) 등 현재 기무사를 떠받치는 제도적 장치들은 완전히 폐지한 뒤 해체 수준의 개혁을 통해 새 부대가 탄생할 때 거기에 맞춰 새로 제정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력·조직의 감축 방안도 확정됐다. 장 위원장은 “기무사 요원은 계급별로 30% 이상 감축하고 전국 시도에 배치된 ‘60단위’ 기무부대도 전면 폐지키로 했다”고 했다. 기무사 인원은 현재 4200여 명에서 2900여 명으로 줄어든다. 또 군 안팎 구석구석에 뻗친 기무사의 ‘촉수 조직’을 제거해 정치·사회적 현안의 동향 파악과 개입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기무사령관의 대통령 독대 관행과 군내 동향 관찰 업무 폐지를 권고하는 내용도 개혁안에 포함됐다. 국방부는 개혁안을 토대로 조만간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방부 차원의 최종 개혁안을 보고할 예정이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국군기무사령부 개혁위원회가 2일 내놓은 ‘기무사 개혁안’은 한마디로 해체에 준하는 방식으로 기무사를 뜯어고치겠다는 것이다. 조직 덩치를 대폭 줄여 힘을 빼고, 직무 범위를 최소한으로 줄여 정치 개입 등 월권을 할 여지를 아예 없애겠다는 게 이날 개혁안의 핵심이다. 개혁위가 제시한 개혁안은 △기무사가 사령부 지위는 유지하되 부대원을 30% 줄이고 직무를 축소하는 방안 △국방부 장관 참모 조직으로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부대 위상을 격하하는 국방부 본부로의 전환안 △국군조직이 아니라 방위사업청 같은 외청 형태의 정부 조직으로 분리하는 방안 등 3가지다. 장영달 개혁위원장은 개혁안을 발표하며 “3개 안을 우선순위 없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할 예정이다. 송 장관은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며 최종 선택의 공을 송 장관과 청와대에 넘겼다. 그러나 외청 분리 방안은 정부조직법과 국군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즉각 실현이 어려운 만큼 형식적인 권고안에 불과하다. 결국 기무사의 운명은 나머지 두 가지 안 중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안은 1991년부터 써온 기무사령부란 이름을 바꾸고 인원도 4200여 명에서 2900여 명으로 30%가량 감축하는 것이다. 감축 방법은 명예전역 지원자를 받거나 기무부대원으로 선발되기 전 근무하던 부대로 복귀시키는 방안이 유력하다. 기무사 개혁위는 첫 번째 안의 세부 실행 방안으로 기무사 존립의 법적 근거로 대통령령인 ‘국군기무사령부령’을 폐지하고 새로운 대통령령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현재 기무사령부령에는 기무사 직무가 ‘보안 및 군 방첩업무’ ‘군 관련 첩보 수집·작성 및 처리’ 등으로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명시돼 있다. ‘코에 걸면 코걸이’식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이런 규정은 기무사가 장성 등 현역 군인들의 사생활 동향 첩보를 무차별적으로 수집하는 근거로 쓰였다. 주관적인 시각이 가미돼 작성되는 이 같은 동향 보고서는 진급 심사에서 인사 검증 자료로 활용되면서 일선 군인에 대한 ‘기무사 갑질’의 빌미가 됐다. 또 구조 작업에 군이 투입된다는 이유로 기무사가 세월호 유가족 관련 사적 정보를 수집할 때 그 같은 활동의 법적 근거로 악용됐다. 개혁위 관계자는 “첩보 활동이 가능한 분야를 최대한 세분하는 식으로 새 대통령령을 만들면 기무사가 자신들의 직무 범위를 정치 개입 및 민간인 사찰로 확대 해석해 무한정 활동하는 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국군기무사령부령’이 폐지되고 새 사령부령이 제정되면 기무사 이름은 바뀔 가능성이 크다. 개혁위는 이 경우에 대비해 ‘국군보안방첩사령부’ ‘국군안보사령부’ ‘DSC(Defence Security Command)’ 등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사가 국방부 본부로 축소될 경우엔 국방부 장관의 직접 통제를 받는 참모 조직이 된다. 따라서 지금과 달리 부대의 독립성은 사라진다. 기무사는 현재 국군조직법상 국방부 장관 소속 부대지만 부대 운용에서는 상당 부분 독립성을 보장받고 장관도 견제한다. 한편 기무사 계엄 검토 문건 및 세월호 유가족 사찰 의혹을 수사 중인 군 특별수사단은 계엄 검토 문건(8쪽)과 세부 문건(67쪽)이 저장돼 있던 기무사 USB메모리를 분석한 결과 두 문건 이외에도 파일 수백 개가 저장됐다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이날 밝혔다. 그러나 해당 파일은 문제가 된 두 건의 문건을 작성하기 위한 참고자료 성격이어서 기무사가 계엄 실행을 준비했다는 의혹을 풀어줄 결정적인 문건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경질도 유임도) 모두 열려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거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령 검토 문건 파문과 관련해 송 장관의 경질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8월로 달이 바뀌자 갑자기 청와대가 교체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인정한 것.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면 개각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도 이날 송 장관 경질설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 “(맞거나 틀리다고) 확인해 드릴 게 없다. (송 장관 경질 여부를 포함한)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고, 기무사 문건 관련 조사는 지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통상 주요 인사의 경질설이 돌면 각종 브리핑을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식으로 부인해 왔다. 그런데 이날은 송 장관의 경질설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현재 진행 중인 민관 합동수사본부의 기무사 문건 수사 결과에 따라 송 장관의 교체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 파문이 최초로 불거졌을 때 “송 장관의 거취와 관련이 없다” “국방부가 처리할 것”이라던 청와대의 스탠스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렇게 청와대의 기류가 달라진 것은 기무사 계엄령 문건에 이어 발견된 67페이지 분량의 ‘대비계획 세부 자료’가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세부 자료에는 국회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국회 무력화 방안, 언론 통제 계획 등 민감한 내용이 담겼다. 그런데 송 장관은 이 세부 자료는 4개월 동안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3월 16일 송 장관에게 이 자료를 보고했지만, 송 장관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송 장관은 4월 30일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민정수석 등과 회의를 하며 기무사 계엄령 검토 문건은 기무사의 과거 정치 개입 사례 중 하나로 보고했지만, 세부 자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세부 자료가 가지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송 장관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여기에 송 장관과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 등 기무사 인사들이 ‘진실 공방’을 벌이는 하극상 논란도 송 장관의 경질론을 부채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그간 각종 구설에 휩싸였던 송 장관을 엄호해 왔지만 이젠 더 엄호하기 힘든 지경에 이른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민관 합동수사본부의 수사 결과가 발표된 뒤 청와대가 송 장관을 교체한다는 시나리오가 이전보다 힘을 얻고 있다. 청와대가 송 장관의 경질설을 공개적으로 부인하지 않는 것 역시 송 장관의 결단을 압박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있다. 여권 관계자는 “송 장관이 계속해서 자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앞으로 지시에 영이 서겠느냐”며 “송 장관이 국방개혁안 보고를 마쳤기 때문에 새로 임명되는 장관이 강력하게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 맞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송 장관 측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방개혁의 닻이 이제 막 올랐고, 관련 법 개정 등 할 일이 산적한 만큼 자진 사퇴를 논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송 장관 측 관계자는 “기무사 개혁과 국방개혁을 끝까지 성공시키겠다는 것이 장관의 일념”이라고 강조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손효주 기자}
남북 군 당국은 31일 장성급 회담을 열고 비무장지대(DMZ) 내의 양측 감시초소(GP)를 시범적으로 철수하자는 데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철수 방법은 합의하지 못하는 등 DMZ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책을 원론적 수준에서 논의하는 데 그쳤다. 이날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열린 9차 남북 장성급 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인 김도균 국방부 대북정책관(육군 소장)은 회담 후 기자회견을 열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DMZ 내 남북 공동 유해 발굴, DMZ 내 시범적 GP 철수 방안, 서해 해상 적대행위 중지 등에 대해 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은 이 같은 주제로 대화했을 뿐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합의 사항이나 협의 내용을 명시해 발표하며 이행 의지를 피력하는 공동보도문도 작성하지 못했다. 군 당국이 구두로 발표한 내용도 대부분 6월 14일 열린 8차 장성급 회담에서 이미 논의됐거나 사실상 남북 간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들이었다. JSA 비무장화는 6월 회담 공동보도문에 양측이 충분히 의견을 나눈 사안으로 포함됐다. DMZ 내 남북 공동 유해 발굴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사에서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비무장지대 유해 발굴을 우선 추진하겠다”며 추진을 시사해 왔다. GP 철수도 국방부가 지난달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업무보고에서 GP 병력 및 장비의 시범 철수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날 양측이 서해안과 서북 도서에 집중 배치한 해안포 등의 포구(砲口)를 폐쇄하는 방안을 논의한 정도를 제외하면 새로운 내용은 없었던 셈이다. 47일 만에 다시 열리며 기대를 모았던 장성급 회담이 공동보도문도 채택하지 못한 채 끝나자 북측이 ‘선 종전선언, 후 군사적 긴장 완화책 합의’를 주장하며 ‘전략적 비협조’ 행보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미군 유해 송환을 계기로 미 측에 종전선언을 압박하던 북한이 미국이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자 장성급 회담을 계기로 타깃을 한국으로 바꿨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이날 북측 수석대표로 나온 안익산 육군 중장(우리의 소장급)은 모두발언에서 “(남측 언론이) 우리가 미국을 흔들다가 잘 안 되니까 남측을 흔들어서 종전선언 문제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보도하더라. 그렇게 보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북측이 이번 회담에서 종전선언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 판문점=국방부공동취재단}
‘촛불집회 계엄령’ 문건으로 논란에 휩싸인 국군기무사령부가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통화까지 감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무사 관계자들이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불온서적’으로 지칭하는 등 반감을 드러냈다는 증언도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기무사의 조직 구조와 사찰 방식 등을 공개했다. 이 센터 임태훈 소장은 “(복수 관계자의) 제보에 따르면 기무사는 노 전 대통령과 윤광웅 당시 국방부 장관의 통화를 감청했다”며 “당시 대통령과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관한 업무를 논의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과 장관의 지휘를 받아야 할 기무사가 지휘권자까지 감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무사령관들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노골적으로 반감을 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센터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 노 전 대통령의 자서전을 갖고 있던 입학생에게 기무학교 교관이 “이런 불온서적을 읽어도 되느냐”며 추궁했다고 전했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는 소식에 일부 기무사 요원들이 기립박수를 쳤다는 제보도 있었다고도 한다. 또 기무사가 군부대 면회, 군사법원 방청, 군병원 병문안 등으로 군사시설을 방문한 민간인의 개인정보를 취합해 누적 수백만 명의 개인정보를 사찰해 왔다고 이 센터는 주장했다. 감청 의혹과 관련해 윤광웅 전 장관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재직한 기간이 만 2년이 넘는 만큼 한 번쯤은 (노 전 대통령과) 통화를 하지 않았을까 한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기무사가) 감청을 했는지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 내가 입장을 밝힐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군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과 윤 전 장관이 군용 유선전화로 통화했다면 기무사의 감청이 불법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통신비밀보호법 제7조 등에는 기무사령관이 작전용 통신인 군용전기통신 등에 한해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할 경우 합법적으로 감청할 수 있는 근거가 명시돼 있다.김은지 eunji@donga.com·손효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문건 사태와 관련해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계엄 문건 작성에)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는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무사 문건 사태가 작성 경위보다는 송영무 국방부 장관의 ‘부실 대응’과 발언에 대한 진실 공방 양상으로 전개되자, 문 대통령이 직접 계엄 문건에 대한 수사와 기무사 개혁에 우선순위를 두겠다고 상황을 정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계엄령 문건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보고를 받고 “문제의 본질은 계엄령 문건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과 기무사 지휘부 간) 진실 공방까지 벌어져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가닥을 잡아서 하나하나 풀어갈 필요가 있다”면서 “왜 이런 문서를 만들었고 어디까지 실행하려고 했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기무사 개혁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고 강조해 계엄령 문건은 물론이고 송 장관과 기무사 간 진실 공방의 1차 책임을 기무사에 돌렸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송 장관을 비롯한 계엄령 문건 보고 경위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져봐야 한다”고 밝혀 수사가 마무리된 후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송 장관의 거취도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문병기 weappon@donga.com·손효주 기자}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내 송영무 장관 집무실. 국방부 주요 직위자 10여 명이 모인 장관 주재 간담회장엔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전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송 장관이 국군기무사령부 (계엄 검토) 문건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해놓고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한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과 송 장관이 초유의 진실공방 하루 만에 이 자리에서 맞닥뜨린 것. 민 대령은 매주 월·수요일 열리는 이 간담회에 참석하는 참모 중 한 명이다. 간담회 분위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송 장관은 자신에게서 3m가량 떨어져 앉은 민 대령을 질타하지 않았다. 다만 송 장관은 관련 기사 모음을 보며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국방 vs 기무사 연이틀 진실공방 그러나 이 자리 밖에선 치열한 진실공방이 계속됐다. 송 장관 등 국방부 측과 민 대령 등 기무사 측은 9일 간담회에서 송 장관이 “기무사 문건은 법적 문제가 없다”고 했는지 발언의 진위를 두고 전날보다 더 팽팽하게 맞섰다. 민 대령이 간담회 내용을 복기해 기무사에 보고한 ‘장관 주재 간담회 동정’ 문건(4쪽)에는 송 장관 발언으로 ‘위수령은 잘못된 것이 아님. 법조계에 문의하니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계획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에 국방부 관계자는 “간담회장에선 노트북은 안 되고 수기 메모만 가능하다”며 “민 대령이 자신의 메모 내용과 개인적 해석을 더해 발언을 왜곡해 기록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9일은 위수령 폐지 절차가 진행 중일 때인데 송 장관이 위수령을 언급한다는 건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다는 게 국방부 주장이다. 하지만 민 대령은 이날 동아일보에 “9일은 기무사 계엄 문건이 문제가 되고 있을 때였던 만큼 송 장관이 말한 ‘위수령’은 ‘계엄령’을 지칭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 “고위직 빼고 서명받은 경위 밝혀야” KBS가 송 장관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고 12일 보도하자 국방부가 ‘사실관계확인서’를 받은 것을 두고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는 내용을 담은 사실관계확인서를 들고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았다. 10명이 서명했지만 민 대령은 “거짓말에 서명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민 대령은 “간담회 참석자 14명 중 차관, 합참 차장(육군 중장),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장(예비역 육군 중장)을 제외한 11명에게만 서명을 받으려 했는데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며 “이들은 고위직이니 서명 받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애초에 뺀 것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국방부는 “민 대령의 서명 거부에 따라 사실관계확인서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서명을 중단하고 확인서를 폐기한 게 전부”라고 밝혔다.○ 5분? 20분? 보고시간 미스터리 이석구 기무사령관이 계엄 문건을 송 장관에게 보고한 3월 16일 정확한 보고시간을 두고 벌어진 진실공방은 더 격화됐다. 국방부에 따르면 당시 이 사령관은 오전 10시 38분 장관실에 들어와 대기하며 보좌관실 실무자들과 인사했다. 송 장관은 오전 11시부터 열릴 예정이던 국방과학연구소(ADD) 이사회에 참석하고자 5분 전에 국방부 중회의실에 도착했다. 송 장관 측은 “이 사령관 도착 및 대기시간, 장관이 떠난 시간을 감안하면 보고시간은 5분을 넘길 수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이 사령관은 “대기 없이 들어가 문건의 위중함을 인식하게끔 20분가량 보고한 것이 확실하다”고 재차 반박했다.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과 관련해 군 내 하극상 사태까지 벌어진 가운데, 검찰이 문건 작성 지시와 연관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을 내란 음모 혐의 등을 적용해 출국금지한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사당국은 한 전 장관이 계엄 문건 작성에 직간접으로 개입했다고 보고 출금 조치했다”고 전했다. 한 전 장관 측은 출금 결정에 대해 동아일보에 “수사 중인 사안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군 특별수사단은 이날 기무사 본부와 계엄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 관계자 10여 명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관련 기록을 가져갔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등 여야 원내대표는 민군 특별수사단의 수사 후 별도로 국회 청문회를 열어 이번 사건의 전모를 조사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앞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9일 “계엄 문건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발언했을 당시를 기록한 기무사 문건을 공개하며 조속한 국정조사를 요구해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송 장관과 기무사 측은 이날도 송 장관의 발언을 놓고 진실 공방을 벌였다. 민병삼 100기무부대장(육군 대령)은 이날 동아일보와 만나 “매주 월, 수요일 오전에 열리는 장관 간담회에 참석해 장관 말씀 등 주요 내용을 메모한 뒤 기무부대로 복귀해 문건으로 만들어 사령부에 보고해왔다”며 “9일에도 송 장관의 발언 내용이 포함된 문건(4쪽)을 만들어 보고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송 장관이 9일 문제의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내용의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해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서명을 받아내려다가 민 대령이 반발하자 중단했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이 문건의 사본에는 민 대령을 제외한 참석자 10명이 서명했다. 이에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송 장관이 (평소 말할 때) 주어, 술어를 명확히 얘기하지 않는 측면도 있다. (민 대령이) 다른 걸 보고 (간담회 내용을) 정리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장관석 기자}

2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선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처리과정을 놓고 국방수장과 기무사 지휘관들의 엇갈린 증언들이 쏟아졌다. 저마다 결백을 강조하면서 지휘체계와 계급을 무시하고 책임을 떠넘기는 미증유의 상황이 공개석상에서 벌어진 것. 장관 직속 부하(기무사 간부)가 장관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폭로성 진술’이 이어지는 등 이번 사태를 둘러싼 군내 난맥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 현직 기무부대장, “국방장관 발언은 거짓” 민병삼 100기무부대장(대령·육사 43기)은 발언대에 서자마자 “장관이 7월 9일 오전 간담회에서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 보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당시 간담회에 14명이 참석했고, 저는 기무사와 관련한 (장관의) 말씀이어서 명확히 기억한다”며 “36년째 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의 명예와 양심을 걸고 답변한다”고 했다. 국방부를 담당하는 100기무부대장은 장관 직속부하다. 송영무 장관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완벽한 거짓말”이라며 강력 반발하자 그는 “당시 간담회 내용을 담은 문서는 운영과장이 PC에 쳐서 기무사에 보고했다. 그 내용이 다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석구 기무사령관은 “국방위가 요청하면 해당 문서를 제출하겠다”고 했다. 문건보고 과정에 대한 송 장관과 이석구 기무사령관의 진술도 엇갈렸다. 이 사령관은 “3월 16일 오전 10시 38분에 장관실에 들어가 위중함을 인식할 정도로 20분 정도 대면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송 장관은 “(이 사령관은 밖에서) 10분 정도 대기했다. 제가 (장관실을) 나간 건 55분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보고시간은 5분가량이었다는 것이다. ‘거짓말이 아니냐’는 일부 의원의 추궁에 송 장관은 “평생 정직하게 살아왔다. 증인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해일 장관 군사보좌관(육군 준장)은 자신의 아이패드를 꺼내 보이며 “(이 사령관이) 10시 38분에 본관 2층 보좌관실로 들어와서 악수하고 10시 50분에 장관실 들어가서 5분 보고했다”고 했다. 정 보좌관은 민 대령을 향해서도 “지휘관이 한 발언을 왜곡하고 각색해서 국민 앞에서 보고한다는 건 경악스럽다”고 했다. 그럼에도 민 대령은 “제 기억은 정확하다”고 반박했다. 또 이 사령관은 문건 2부를 출력해 1부를 장관실에 두고 나왔고, 나머지 1부는 복귀 후 세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 사령관이 1부를 청와대에 전달했고, 청와대가 보관하다 ‘국면전환용’으로 사용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계엄 문건을 작성한 소강원 기무사 참모장(육군 소장) 등은 “조현천 당시 사령관이 한민구 장관의 지시라며 계엄절차를 검토하라고 해 메인 보고서(8쪽)와 참고자료(67쪽)를 만들었다”면서 “조 사령관이 한 장관에게 보고 후 ‘추후 훈련에 참고하도록 존안해라’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또 ‘군사 Ⅱ급비밀’ 표시가 찍힌 ‘참고자료’는 비문 등재가 안 된 문건이라고 진술했다. ○ 모종의 거사 계획? 과잉 충성의 부산물? 이런 논란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해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 관계자들은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단순 검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군 특별수사단에 진술한 것으로 24일 전해졌다. 하지만 23일 오후 국회를 통해 전격 공개된 기무사 세부자료(67쪽) 곳곳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이 발견된다. 1980년 신군부의 5·17 비상계엄 확대조치를 연상케 하는 정교한 국회 무력화 및 치밀한 언론통제 계획은 물론이고 계엄 발령 후 대미 설득방안 등은 ‘실행계획’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로 볼 수 있다. 정치·언론·군사적 차원을 망라한 ‘모종의 거사’를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반면에 실행계획이라고 하기엔 허술한 대목도 눈에 띈다. 지난해 3월 조현천 당시 사령관이 ‘쿠데타 계획’을 한민구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하고, 1년간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 보관하다 정권교체 후 후임 장관·사령관에게 인계하는 것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사령관도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올 3월 초 문건 작성 부대원이 (두 문건을) 자진 보고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두 문건이 정권에 과잉 충성한 기무사의 민낯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지적이 많다. 군부 정권 시절의 구습에 젖은 기무사가 촛불정국 때 ‘정권 보위’에 총대를 메고 존재감 과시에 올인(다걸기)했고, 그 ‘부산물’이 최근 잇따라 나온 문건이라는 얘기다. 한편 기무사 문건 사건을 규명할 군검 합동수사단은 서울 송파구의 서울동부지검에 설치하고, 검찰 측 수사단장은 서울중앙지검 노만석 조사2부장검사가 임명됐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장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