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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며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남북 관계가 한층 경색된 국면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후 북한이 이번엔 금강산 시설 철거라는 구체적인 대남 압박 카드를 꺼내들면서 문재인 정부를 볼모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 “금강산, 남북 관계 상징물 아냐” 김 위원장은 금강산지구를 둘러본 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고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전했다. 그는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 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되어 있고 북남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 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조건이 마련되는 대로 각각 2008년, 2016년부터 중단돼온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에 합의했지만 1년 1개월 만에 일방적으로 남한 시설 철거 및 독자 개발을 선언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평양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금강산의 남측 자산에 대한 몰수 조치를 해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이런 정상 간 약속도 걷어찬 셈이다. 김 위원장은 대단히 이례적으로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의 금강산 구상을 맹비난했다.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는 것. 김정일을 지칭한 건 아니지만 두 차례나 ‘선임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당시 핵심 관계자들의 대남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이 선대의 결정까지 비난하고 나선 것은 문재인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소극적인 점을 지적하는 동시에 대북제재를 유지하며 관광 사업 재개에 따른 달러 유입을 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는 “북한엔 자력갱생의 길도 있다”며 더 ‘새로운 계산법’을 내보이라는 것이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사일 발사 같은 물리적 도발은 많이 했으니 남북 경협 중단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향후 관광이 재개됐을 때 더 큰 수익을 챙기기 위해 사전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과의 협상이 잘되면 결국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텐데 이런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남한과 나눌 필요가 있느냐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중국 기업을 들여와 개성공단의 직접 운영에도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南 투자한 8268억 원 날릴 판 금강산 관광사업에 현대아산은 사업권 대가와 시설 투자를 합해 모두 7670억 원을 투자했고 정부는 598억6000만 원을 지원해 총 8268억6000만 원이 투입됐다. 이런 남한 자본이 북한에 넘어가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정부는 북한의 남측 시설 철거가 발표된 23일 공개 항의를 하지 않았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위 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이 “너절한” “피해지역 가림막, 격리병동” 등으로 표현한 남측 시설에 대해 “우리 시설은 이미 10년 정도 경과하는 과정에서 낡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고 민주당 김한정 의원이 전했다. 논란이 되자 통일부는 9시간여 뒤 자료를 내 “(김 장관이 간담회에서) 북한의 의도를 분석하거나 평가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한국에)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평화경제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지 하루 만이다. 특히 ‘김정일 시대’ 대남사업을 공개 질타하는 등 전례 없는 행보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북남(남북)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당 관계자들을 질책한 뒤 “(한국이 금강산관광시설을) 무슨 피해 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여앉혀 놓았다.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남측 시설 철거’ 지시는 16일 백두산 백마(白馬) 등정으로 ‘중대 결단’을 예고한 뒤 나온 첫 메시지다. 금기시된 선대의 ‘유훈사업’을 비판하면서까지 남북 경협에 적극적이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남북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과 우선 재개하기로 합의한 개성공단 내 공장 등 남측 시설의 철거 같은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남측 시설물의 철거를 요구하고 독자적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11월 한국 답방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메시지에 대해 “그것은 북한만이 알고 있다”고만 했을 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시설 철거를)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하라”고 한 것을 두고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3일 방한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비무장지대(DMZ)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이 되어 세계인이 함께 걷게 되길 기대한다”며 “이 평화의 여정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5일 스웨덴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 수석대표로 처음 나섰던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전임자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보다 더 협상권한이 없다고 미국 대표단이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협상 상황을 잘 아는 미 정부 관계자는 “권정근 전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국장이 협상을 시작할 때 김명길 수석대표 앞에 녹음기를 올려놨다”고 밝혔다고 외교 소식통이 22일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항상 협상 내용을 녹음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북-미가)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날 북한이 처음으로 녹음기를 외부로 꺼냈다”며 “우리(미국) 이야기보다 김명길 대표의 말을 녹음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김 대표가 전임(김혁철)보다 더 협상권한(mandate)이 없다고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톡홀름 협상은 미국이 주로 설명하고 북한이 듣는 양상이었다고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등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4가지 합의사항 관련 선택지와 청사진을 먼저 제시하면 김명길이 마지막에 준비된 입장을 밝히는 식이었다는 것. 이는 김명길이 실무협상 결렬 후 읽은 입장문 내용과도 유사해 미국 입장을 듣고 발언했다기보다는, 사전에 정리된 평양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그쳤던 것으로 미국 대표단은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될 가능성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비핵화 합의 성과보다는 ‘지속가능한(sustainable) 대화’를 만드는 데 역점을 뒀지만 실패했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국무부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받다가 정상회담이 갑자기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재개할 때 북-미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 북한이 미국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게 협상 대표단의 우려”라고 전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6일부터 남미 칠레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사회 전체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올 들어 정부가 국민과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지하철, 전기 등 공공요금을 잇달아 인상한 결과다. 피해가 서민층에 집중되면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됐다. 19일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요금 인상안을 철회하고 15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음에도 시위는 잦아들지 않았다. 20일까지 최소 8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한국 외교부는 21일 칠레 전역에 여행경보 2단계(여행 자제)를 발령했다. 홍콩, 이집트, 레바논, 에콰도르 등 세계 각국에서도 경제난과 독재에 항거하는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지하철 요금 ‘50원 인상’에 국민 분노 폭발 CNN 등에 따르면 칠레 정부는 6일 가장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에 수도 산티아고 지하철 요금을 기존 800칠레페소(약 1320원)에서 830칠레페소(약 1370원)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30페소(약 50원) 인상에 불과하지만 양극화에 시달리는 국민은 분노했다. BBC방송에 따르면 칠레 저소득층은 월급의 약 30%를 지하철 요금에 쓰고 있다. 요금도 세계 56개국 중 아홉 번째로 높다. 2017년 기준 상위 1% 부자들이 국가 전체 부의 26.5%를 소유하고 하위 50%는 불과 2.1%만 차지할 정도로 빈부 격차도 심하다. 칠레 정부는 올해 1월에도 적자를 이유로 지하철 요금을 올렸고 몇 주 전에는 전기 요금도 인상했다. 공공요금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서민들은 19일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공공기관, 버스, 상점 등에 무차별적으로 방화를 하며 분노를 표시했다. 19일 한 슈퍼마켓의 화재로 최소 3명이 숨졌다. 20일에도 시위대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의류창고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고 체포된 사람도 1400명이 넘는다. 놀란 정부가 19일 요금 인상을 철회했지만 국민의 분노는 지속되고 있다. 중도우파 피녜라 정권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2010∼2014년 집권 후 2018년부터 재집권하고 있는 그는 미첼 바첼레트 전 대통령의 복지 위주 정책을 비난하며 긴축, 민영화 등을 추진했다. 그가 18일 저녁 고급식당에서 밥을 먹는 사진이 공개되자 시위대의 분노가 끓어올랐다. 시위대는 19일 국가 비상사태 선포, 무장 군인과 장갑차 배치 등 정부의 강경 진압 방침에도 분노하고 있다. 1973년부터 1990년까지 17년간 철권통치를 펼친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전 대통령 시절 후 첫 비상사태 선포다. 정부는 20일 비상사태 선포 지역을 수도권 전역, 발파라이소, 코킴보, 비오비오, 오이긴스 등으로 확대했다.○ 원자재 딜레마에 빠진 중남미 에콰도르 정부도 3일 유류보조금 삭감, 세금·노동개혁 등을 골자로 한 긴축 정책을 발표했다 거센 반대 시위에 직면했다. 열흘간의 시위로 최소 7명이 숨지고 1300여 명이 부상당하자 13일 정책을 철회했지만 아직도 민심은 요동친다. 27일 대선이 치러지는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수천 명의 시민이 고물가와 실업에 항의하며 시위를 벌였다. 18, 19일 온두라스에서도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그의 친동생은 최근 미국에서 마약 밀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위대는 “대통령 역시 이에 공모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남미 전체가 ‘원자재 딜레마’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남미는 2000년대 원유, 철광석, 구리 등 원자재 가격 상승기에 집권했던 좌파 정부의 선심성 복지 정책에 익숙해져 있다. 국가 부채가 급증한 와중에 세계 경기 둔화로 원자재 값이 급락하면서 복지 혜택이 줄었다. 이 와중에 긴축을 외치는 우파 정권이 속속 집권하면서 서민들과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동 상황도 비슷하다. 17일 레바논 정부가 온라인 메신저 프로그램 ‘와츠앱’에 한 달 6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집트, 이라크, 튀니지 등에서도 경제난 및 독재 반대를 외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6월 초부터 넉 달 넘게 극심한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홍콩의 상황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조유라 jyr0101@donga.com·신나리 기자}
“(한일 관계)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한 발짝이라도 개선되면 다행이다.”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차 22일 일본을 방문하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과 일본 수출 규제 등에 대한 양국 입장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신중함과 기대감이 섞인 말이다. 이 총리는 22일 오후 1시 일본 도쿄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열리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참석을 시작으로 사흘 일정을 시작한다. 이 총리는 24일 예정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면담을 포함해 일본 정·재계와 접촉하는 등 13개에 달하는 공식 일정을 소화하며 강행군을 이어간다. 이 총리는 즉위식 참석 후 도쿄 신주쿠(新宿) 신오쿠보(新大久保)역에 있는 ‘고 이수현 의인 추모비’를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이수현 씨는 2001년 26세의 나이에 전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승객을 구하다 숨져 한일 우호의 상징이 된 인물로 이 총리는 양국 관계 회복 메시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후 7시 20분에는 일왕 내외가 외국 사절 400여 명을 초대한 궁정 연회에 참석한다. 이 자리에서 이 총리가 아베 총리와 처음 조우해 환담을 나눌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번 방문의 핵심은 24일 예정된 아베 총리와의 ‘10분+알파(α)’ 면담이다. 짧은 면담 시간이지만 아베 총리와 개인적 인연이 있고 일본어에 능통한 이 총리에겐 깊은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 총리는 아베 총리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다음 달 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이전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해제 등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아베 총리는 잔칫날을 맞아 25일까지 50개국 이상 대표와 회담을 하는 만큼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이 총리가 한일 간 대화 재개의 모멘텀만 마련해도 소기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일 정상 차원의 회동이 가능하려면 일본의 전향적 태도, 성과가 담보돼야 한다”며 “그 성과를 만들어내기까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선 “우리가 (‘1+1안’을) 제안한 건 협의 시작 단계로서 제안한 것이다. 일본이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우리가 제안한 이 안을 포함해 다양한 안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고 여지를 뒀다. 강 장관은 또 “통상 친서 초안은 외교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전달한다”며 “(이번에도) 초안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신나리 기자 / 도쿄=박형준 특파원}

이낙연 국무총리가 22일 나루히토(德仁) 일왕 즉위식 참석 차 일본을 방문하는 가운데 양국이 막판 물밑 조율에 나서고 있다. 이 총리의 방일을 통해 경색됐던 한일 관계가 전환점을 맞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21일 “조세영 외교부 1차관과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20일 도쿄를 비공개로 방문했다”고 전했다. 조 차관의 방일은 급작스럽게 잡힌 것으로 알려져 이 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면담을 앞두고 의제에 관한 구체적인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8월 이후 한일 외교장관 접촉이 3차례, 국장급 회담이 4차례 있었고 지난주 국장급 회담이 있었다. 비중 있는 장관급의 비공개 접촉이 있었다”는 박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질의에 “확인해 드릴 사안은 아닌 거 같다”며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이 총리는 24일 아베 총리를 만나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예정이다. 친서는 외교부의 초안을 토대로 문 대통령이 직접 문구를 다듬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리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일 관계)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한 발짝이라도 개선되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과 관계 개선 의지를 담으면서 대화하자는 메시지가 담겼을 것”이라고 전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 국무부가 18일(현지 시간) 한국과의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일정을 알리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공정 분담’ 책임을 요구하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논의하기 위해 23, 24일(한국 시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국을 맞이할(host) 것”이라며 “새 협정은 2019년 말에 만료되는 현 SMA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국제적 군사 주둔 비용은 미국 납세자만의 부담이 아니라 (미군) 주둔으로 혜택을 보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18일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미 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신나리 기자}
22일(현지 시간)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2차 협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잇달아 48억 달러 청구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동맹의 가치를 내세워 ‘합리적 분담’을 하자고 맞불을 놓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48억 달러 요구를 트럼프 특유의 허풍으로만 인식하면 오산”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번 협의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은보 협상 수석대표의 데뷔전이다. 외교부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던 분담금 협상 대표에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을 앉힌 것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메시지라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48억 달러 요구를 각종 수치와 데이터로 반박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분담금(1조389억 원)으로 ‘1조 원’이라는,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은 만큼 정부로선 소수점 하나까지 따져서라도 협상의 승기를 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도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에 전략자산 전개비용과 연합훈련·연습비용뿐 아니라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 비용 등 기존에 없던 항목들이 새로 추가됐다”며 “이러한 비용이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는 48억 달러에서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이달 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미국의 5배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지만,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현재 한국이 전체 비용의 5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 데 이어 국무부까지 18일(현지 시간) 방위비 협상 일정을 알리면서 이례적으로 공식 보도자료에서 증액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보다 더 공정한 분담에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Republic of Korea can and should contribute more of its fair share)” “미국의 국제적 군사주둔 비용 유지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전직 고위 관료들은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셈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 미8군사령관은 1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통화에서 “한국 측이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이 단순히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술로 간주하고 쉽게 비용을 깎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사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존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담당 국장도 VOA에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단순히 북한 문제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 역할 확대와 연계해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미국 국무부가 18일(현지 시간) 한국과의 제11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 일정을 알리며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의 ‘공정 분담’ 책임을 요구하며 분담금 증액을 압박했다. 국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은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을 논의하기 위해 22~2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한국을 맞이할(host) 것”이라며 “새 협정은 2019년 말에 만료되는 현 SMA를 대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의 국제적 군사 주둔 비용은 미국 납세자만의 부담이 아니라 (미군) 주둔으로 혜택을 보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하는 책임”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과도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18일 “정부는 합리적인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을 한다는 기본 입장 아래 미측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임명된 정은보 한미방위비분담협상 대사는 이번에 처음으로 참여해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와 협상을 진행한다.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매년 3월 재외공관의 추천을 받은 차세대 우수 인재를 발굴해 한국에서 공부할 기회와 비용을 제공하는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장학사업이 교민들에게 제대로 공지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재외공관 4곳 중 3곳이 최근 5년간 1년 이상 장학사업을 공고하지 않아 교민들에게 충분한 지원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공관별 홈페이지 게시현황’에 따르면 초청장학사업을 1년 이상 미공지한 공관이 조사 대상 총 177개(전체 185개 재외공관 중 유엔 대표부 등 일부 제외) 가운데 130곳(73.4%)으로 확인됐다. 매년 공지한 곳은 47곳(26.6%)에 그쳤고 15곳은 5년 내내 단 한번도 공지하지 않았다. 한번도 공지를 하지 않은 15개 공관 중에는 주시카고 총영사관(2019 재외동포현황 기준 32만5135명)과 주시드니 총영사관(12만1616명) 등 동포수가 많은 곳도 있었다. 해당 총영사관들을 지휘하는 주미대사관은 2015년부터 3년간, 주호주대사관조차 2017년에 공지하지 않았다. 재외동포재단이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공고하고는 있지만 공관들이 사업공문을 받아놓고도 교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것을 두고 장학제도가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관장과 친분이 깊은 교민들이 알음알음으로 지원해 추천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지원 경로를 면밀히 들여다봐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의원은 “우수한 동포 인재들이 사업을 몰라서 모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못 받는다면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며 “재외동포재단과 재외공관이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장학사업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사진)가 1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동아일보의 북한 전문 강좌인 ‘NK 프리미엄 네트워크’에서 전날 무관중, 무중계, 무승부로 끝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를 두고 “한국 사람들은 격분했지만 여러 사람 목숨을 살린 경기”라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북한의 치밀하고 계획적인 수령우상화 작업을 설명하며 “13일은 북한의 체육절이다. 만약 축구에서 졌더라면 최고 존엄(김정은 국무위원장) 얼굴에 똥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노동신문이 13일 김씨 일가가 북한 체육을 어떻게 육성했는지 대대적으로 보도했는데, 정작 한국에 패했을 경우 북한 체육당국과 선수들이 져야 할 책임과 부담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무승부 경기로) 김정은도 살고, 북한 축구 관계자들을 살렸고, 북한 선수들을 살렸고, 우리 팀(한국 대표단)도 살렸다”면서 “만약 한국이 이겼다면 손흥민 선수 다리가 하나 부러졌든지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북한 축구의 성지’ 평양 김일성경기장에는 뜻밖의 정적이 흘렀다. 북한이 안방경기를 치르면 귀가 먹먹할 정도의 짝짜기 소리와 “본때를 보여라”는 팬들의 함성이 가득한 곳이었지만 15일 한국과 북한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는 텅 빈 관중석을 배경으로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와 심판의 휘슬 소리만 가득했다. 2년 전 한국과 북한의 여자 축구 경기(1-1 무)가 이곳에서 열렸을 때는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북과 장구를 든 응원단이 끊임없이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하지만 이날 킥오프 30분 전인 오후 5시 아시아축구연맹(AFC) 경기감독관이 대한축구협회에 전달한 경기장 상황은 예상 밖이었다. “경기장에 관중이 없다. 외신 기자도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짧은 시간에 일사불란하게 관중을 입장시킬 것이라는 예상도 있었다. 14년째 김일성경기장에서 남자 축구 무패 행진(10승 2무)을 이어온 동력인 자국 관중의 응원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 전날 저녁 양 팀 매니저 미팅 때만 해도 관중 4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경기장에 태극기가 게양되고 애국가가 울려 퍼질 때도 관중은 보이지 않았다. 킥오프와 동시에 AFC 감독관은 “무관중으로 경기를 시작한다”고 알려왔다. 한국 응원단과 중계·취재진의 방북 무산에 이어 고액의 중계권료 문제로 국내 생중계까지 불발되면서 ‘깜깜이 경기’를 자초한 북한은 자국 응원단 관람을 막는 ‘셀프 무관중 경기’까지 선택했다. 안방팀이 징계가 아닌 사유로 무관중 경기를 하는 것은 사상 초유의 일로 여겨진다. 북한은 2005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최종 예선 이란전에서 발생한 관중 소요 사태로 일본과의 안방경기를 제3국(태국)에서 무관중으로 치르는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북한의 결정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외화벌이를 위해 외국인 관광을 장려하고 있는 북한은 여행사들이 예약을 받았던 외국인 관광객의 경기 관람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2년 전 여자 축구는 북한(FIFA 랭킹 9위)이 한국(20위)보다 우위에 있다 보니 승리를 예상해 관중을 동원했다. 하지만 남자는 한국(37위)이 북한(113위)보다 전력이 월등히 높아 자국 관중에게 패하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무관중을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이날 이례적으로 경기장을 찾은 만큼 무관중 경기를 통해 “일방적 응원 없이 경기가 공정하게 치러졌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또한 한국을 향한 불만 메시지를 쏟아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한국 대표단이 평양까지 왔지만 관중을 아예 빼버리면서 당장 남북 교류 같은 것에는 흥미가 없다는 뜻을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대한축구협회는 “AFC와 북한 측이 사전 조율을 한 사항은 아니다. 입장권 판매 등 안방경기 마케팅 권리는 주최국 축구협회가 가지고 있으므로 AFC에서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고 밝혔다. 무관중 경기가 징계 사유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 야당은 무중계, 무관중, 무승부로 끝난 이날 남북 대결을 두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들은 문재인 정권의 대북정책 현주소를 확실히 보고 있다. 이 정권의 무능함을 생생히 보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은 노영관 상근부대변인 논평을 통해 “1년 전 내디딘 평화의 첫걸음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라며 “정부가 주장하는 남북 평화체제 구축은 마냥 북한 김정은의 숙원 사업을 위한 발판인 것인가. 지금이라도 정부의 짝사랑을 중단하고, 내 밥그릇 아닌 국민 모두의 밥그릇을 챙기는 데 힘쓰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세계가 주목했지만 ‘깜깜이’ 남북 더비가 됐다는 점에서 북한의 폐쇄적이고 안하무인적 태도를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깜깜이 경기’만은 막아야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점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남북 당국 모두) 무능하고 무례했다”고 지적했다.정윤철 trigger@donga.com·황인찬·신나리 기자}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미국이 대북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단행한 북한 핵실험 규모의 폭탄이 서울에서 터지면 300만 명 이상의 사상자가 나온다는 분석이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에서 나왔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무산 후 워싱턴을 중심으로 대북 회의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은 기류여서 주목된다. 방한 중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 선임연구원(사진)은 1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2017년 9월 실시한 6차 핵실험 위력은 230kt(1kt은 TNT 1000t의 위력으로 230kt은 히로시마 원폭의 11배 위력) 정도인데, 이를 폭탄으로 만들어 서울에 떨어뜨린다면 318만 명이 즉사하거나 중상을 입을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최근 나왔다”고 말했다. 이는 핵폭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 ‘누크맵(NUKEMAP)’을 통해 얻은 것이라고 밝혔다. 랜드연구소는 주로 미 국방부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싱크탱크로 1971년 베트남 전쟁 관련 국방부 기밀문서(‘펜타곤 페이퍼’) 작성에 참여한 기관으로도 알려져 있다. 베넷 연구원은 인터뷰와 이후 아산정책연구원 특별 강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밝힌 지난해 3월 이후 오히려 핵무기 전력을 50% 이상 증강했다”고도 밝혔다. 베넷 연구원은 이어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선 “북한이 각종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머지않은 시기에 또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며 비관적으로 봤다. 그는 “단계적(step by step) 비핵화에 대한 북-미 간 근본적인 이해가 다르다”며 “미국이 최종 목표를 설정한 뒤 균형 있게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쌓아 나가자는 취지라면, 북한은 미국이 먼저 큰 양보를 해야지만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나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북한의 핵탄두 45개 중 단 하나라도 내놓으라고 시험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베넷 연구원은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재앙’과도 같은 이미지 타격을 입은 김 위원장은 귀국 후 대미(對美) 인사 약 20명을 숙청한(purged)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그는 “주요 탈북자에 따르면 숙청된 20여 명은 주로 통일전선부 인사였으며 미국 담당 외무성 인사도 포함됐다. 즉결 처형은 아니고 문책성 인사(remove position)였다”고 전했다. 그는 아산정책연구원 강연에서 한국의 핵능력에 대해선 “한국은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농축할 수 있는 시설이 없다. 핵물질을 추출하는 데만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고 무기 개발은 더 걸린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재형 감사원장이 10일 “내년에 검찰청 산하기관에 대한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 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내년에 검찰청을 다시 감사할 순기가 된다. 2년 주기로 기관운영감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11월 29일 처음으로 대검찰청과 인천지검 등 검찰을 직접 감사한 뒤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날 최 원장에게 검찰에 대한 정례적인 감사를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원장님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내년에 할 수 있을 거다’ 정도로만 하면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을 못 한다. 내년에도 하겠다는 말씀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도 “2년에 한 번씩으로 정례화를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뒤 “권력기관이 국민에 의한 직접 선출이 아닌 방식으로 견제 받는 건 감사원 감사가 제일 기본이다. 예전에 국가정보원이 국내정치에 개입할 때는 유일하게 검찰을 관리하고 감사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최 원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고 내부적으로 가진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검찰 출신인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초헌법적 발언이다. 반드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검찰의 명예와도 관련돼 있다”고 반박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놓고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열리는 것에 강력 반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7일 “위험한 시도를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미국이 영국 프랑스 독일의 불순한 움직임 뒤에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미국을 배후로 지목했다. 그는 “미국과 그 추종자들은 안보리에서 우리의 자위적 조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주권 방어에 대한 우리의 욕구를 더욱 자극한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추가 미사일 실험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 주의 깊게 관찰해 달라”고 했다. 다만 “다른 미사일 발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한다.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스톡홀름 협상 결렬 후에도 북-미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안보리 추가 제재 가능성 등을 사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버트 우드 미 군축담당 대사는 이날 유엔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미국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며 “스톡홀름 (북-미 실무) 협상은 좋은 대화였다. 우리는 2주 후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톡홀름 비핵화 실무협상 정보의 공유 및 한미 협의차 워싱턴을 찾았다.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외교부 김인철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SLBM 발사가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냐’는 질문에 “제가 추가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안보리 회의 소집에 대해서도 “소집을 요청했다는 (외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회의가 열리는데 그중에 ‘기타 의제’에서 거론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가 북한의 SLBM 도발을 안보리 결의 위반으로 평가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교통위반을 안 해도 법규 지키라는 캠페인을 하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신나리 기자}

정부가 북한이 2일 발사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결의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북한의 SLBM 발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누차 여러 기관에서 말씀드린 것에 대해서 제가 추가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가 북극성-3형 발사를 대북제재 결의 위반 행위로 평가하는지에 대해서도 역시 “추가할 사항이 없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결국 ‘정부가 왜 안보리 제재 결의 위반이라고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재차 확인을 요구하자 “다른 분 질문을 받겠다”고 말을 돌렸다. 이날 외교부 당국자 또한 “SLBM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사용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위반 사항”이라고 하면서도 정부의 평가를 묻는 질문에는 “안보리 결의에는 그렇게(위반) 쓰여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당국자는 수차례 비슷한 질문에 “안보리 결의에 잘 나와 있다”고 대응하다가 미 국무부가 2일 “북한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힌 것이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니냐고 묻자 “교통위반을 안 해도 법규를 지키라는 캠페인을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유엔 안보리가 2009년 6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응해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1874호는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어떤 발사도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북한이 2일 발사한 북극성-3형을 두고 “새형(신형)의 잠수함탄도탄”이라고 밝힌 만큼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임에도, 정부는 북극성-3형 발사의 위반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외교부 대변인이 언급한 ‘여러 기관에서 말씀드린 것’ 또한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가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상임위원들은 북·미 협상 재개를 앞두고 이러한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한 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고 밝힌 것 외에는 아직 안보리 결의위반 여부를 한국 정부가 제대로 평가한 적이 없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2일 국정감사에서 “(북한 미사일의 안보리 결의)위반 여부에 대한 판정은 안보리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5월 취임 2주년 KBS 특집 대담에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를 두고 “유엔 안보리 결의 속에는 탄도미사일을 하지 말라는 표현이 들어있기 때문에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이것이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소지도 없지 않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이 이번에 발사한 SLMB은 준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된다. 이런 까닭에 정부가 SLBM에 대한 입장표명을 꺼리는 것은 지나친 북한 눈치보기란 지적도 나온다. 한편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영국, 프랑스, 독일이 안보리 회의를 소집해 SLBM에 대한 비판적인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김인철 대변인은 8일 “회의 소집을 요청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회의가 열리는데 그중에 ‘기타 의제’에서 거론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5일(현지 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협상에서 북한과 미국은 여전히 뚜렷한 간극을 확인한 채 돌아섰다. 북-미는 핑퐁식으로 성명을 내며 실무협상 결렬에 대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미국은 “좋은 대화(good discussion)를 나눴다”고 했지만 북한은 “이번과 같은 역스러운(역겨운) 협상을 할 의욕이 없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북, 선(先)비핵화는 “말 앞에 수레를 놓는 것” 북한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 실무협상 직후 입장문을 통해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 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 있게 화답하면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들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대사는 북한의 선제적인 비핵화 및 신뢰 구축 조치로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 △북부 핵시험장(풍계리) 폐기 △미군 유골 송환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 지난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이어진 15건의 추가 대북제재, 연합 군사훈련 재개, 한반도 주변 첨단 전쟁 장비 전개 등을 일일이 거론하며 “우리의 생존권과 발전권을 위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위협을 그대로 두고 우리가 먼저 핵 억제력을 포기해야 생존권과 발전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말 앞에 수레를 놓아야 한다는 소리”라고도 했다. 제재 완화와 한미 연합 훈련 중단 등에 미국이 먼저 성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논평은 8시간 반의 협상 내용이나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반응과는 거리를 뒀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김 대사의 발표 후 3시간 만에 내놓은 성명에서 “싱가포르 성명의 4가지 조항을 진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구상(new initiatives)들을 많이 선보였다(preview)”고 말해 생산적인 논의였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약 15시간 만에 북한이 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를 또 뒤집었다. 담화는 “미국이 우리 대표단의 기자회견이 협상의 내용과 정신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였다느니, 조선 측과 훌륭한 토의를 가지였다느니 하면서 여론을 오도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美 “2주 이내 보자” vs 北 “사실 무근” 이번 실무협상은 그동안의 입장 변화 여부를 확인하는 한편 비핵화 협상의 밑그림을 그리는 전초전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북한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아간 모습이었다. ‘새로운 방법(new method)’을 꺼냈던 미국은 이번 실무협상에서 ‘창의적인 방안들(creative ideas)’ 등을 제시했지만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 등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북한은 되레 미국이 빈손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주장했다. 비핵화 최종 단계를 먼저 합의한 뒤 상응 조치들을 단계적으로 논의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 측은 기존 입장을 고집했으며 아무런 타산이나 담보도 없이 연속적이고 집중적인 협상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주장만 되풀이했다”며 “당리당략을 위해 조미(북-미) 관계를 악용하려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일단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들였다는 데 이번 협상의 의의를 두고 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성명에서 “집중적인 관여(intensive engagement)의 중요성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정기적인 대화의 룰을 마련하고자 했음을 시사했다. 다만 후속 회담 가능성은 미지수다. 미국은 이번 실무협상 장소를 제공한 스웨덴이 “2주 이내에 스톡홀름에서 (북-미가) 다시 만나자”고 초청한 사실을 공개하며 즉각 수락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 외무성은 “양측이 두 주 내에 만난다는 것은 사실과 전혀 무근거한 말”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김 대사가 “(미국에)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을 권고했다”고 한 발언은 하루 만에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조미 대화의 운명은 미국의 태도에 달려 있으며 그 시한부는 올해 말까지”라는 경고로 강경해졌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이번 스톡홀름 협상안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합의가 되지 않았는데 2주 안에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대응 조치를 논의할 예정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3형’ 발사 현장은 찾지 않았다. 올해 5월부터 지난달까지 단거리 미사일, 방사포 등 10차례 도발에서 빠짐없이 현지 지도에 나섰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SLBM이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전략자산으로 평가되는 만큼 직접 참관을 자제하며 북-미 대화판은 깨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많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 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를 대표해 시험발사에 참가한 국방과학연구단위들에 뜨겁고 열렬한 축하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공개한 SLBM 발사 관련 사진 10장에도 김 위원장의 모습은 없었고, 간부들 호명도 없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5일로 예정된 북-미 실무협상을 지속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는 것을 경계하는 제스처로 보고 있다. 특히 6월 말 판문점 북-미 회동에서 김 위원장이 ‘중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일단 미국의 반응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SLBM은 전략자산이면서 북-미 정상 간 구두합의 위반임을 김 위원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실무협상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라고 했다. 북한이 SLBM 완성 폭죽을 터뜨리기엔 이르기 때문이란 견해도 있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이번 발사는 시험발사 초기 단계로 향후 추가적으로 실제 잠수함 발사도 해야 된다. 그때는 김 위원장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미 실무협상을 앞두고 열린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남북 간 ‘비핵화 정의’를 논의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외교부는 북한을 직접 상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완전한 비핵화’ 정의에 대해 남북 간 입장이 일치한다는 그동안의 정부 입장과는 달리 북한과 비핵화 정의에 대해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강 장관은 3월 국회에서 “남북미 3자의 비핵화 개념은 정의가 동일한가”라는 질문에 “(비핵화) 개념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 장관은 이날 자유한국당 소속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의 “북측으로부터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 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 북한을 직접 상대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윤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직접 북한의 비핵화 정의를 들어봤냐”고 거듭 묻자 약 5초간 답변을 하지 못하고 침묵했다. 그러자 윤 위원장은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에게 “‘완전한 비핵화’ 개념이 뭔지 북한과 얘기한 적이 있느냐”고 재차 질의했다. 이에 이 본부장은 “저는 아직 북한과 비핵화에 대해 이야기해본 적 없다”고 말한 뒤 “이번 북-미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정의가) 맨 먼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강 장관은 뒤늦게 “북한이 여러 입장 발표를 하고 있지만 수사적 차원이고, 협상을 위해 강한 입장을 갖고 나오는 것”이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비핵화 목표는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강 장관은 북한이 전날 담화문을 통해 북-미 실무협상을 5일 연다고 발표한 데 대해선 “(북한이 발표하기) 전에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에서 미리 들어서 알고 있었다”며 야당이 제기한 ‘한국 패싱’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선 여당 의원들도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아마 연말에 북-미 정상 간 회담이 꼭 성사된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라며 “10월에 얼마나 (북-미 실무협상이 진전)되느냐에 따라 북-미 정상 간 회담이 순조롭게 될 수도 있고, 더 미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강 장관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한국당 유기준 의원이 “미국이 우리 측에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제시했다고 하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그 수치가 저희가 들은 수치는 아니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에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강 장관 후임으로 외교부 장관이 된다는 소문이 파다한데 김현종은 안 된다는 생각이므로 강 장관이 계속 해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지난달 16일 외통위 전체회의에서 4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 당시 김 차장과 영어로 다퉜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이지훈 easyhoon@donga.com·신나리 기자}

5일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북-미 실무협상이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북-미가 아직 장소를 공개하지 않은 가운데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3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스웨덴 스톡홀름행 비행기를 탄다는 정황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2일 동아일보가 중국 국제항공에 문의한 결과 ‘김명길(Kim Myong gil)’이라는 이름의 탑승객이 3일 오후 1시 50분 베이징을 출발해 스톡홀름으로 향하는 CA911편 비즈니스석 예약자 명단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명길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은 3일 오전 평양발 고려항공 JS251편으로 베이징에 도착한 뒤 스톡홀름으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명길은 귀국 편을 정하지 않은 편도 비행기를 예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보 소식통은 “북한이 일정 변경을 자주해 혼란을 주는 만큼 김명길의 탑승은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북-미 실무협상이 4일 예비접촉에 이어 5일 개최된다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1일 담화 발표 때만 하더라도 판문점이나 평양이 유력한 협상 장소로 떠올랐다. 그러나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동선상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비건 대표는 2일(현지 시간) 오후 워싱턴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열리는 개천절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만큼, 이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3일 오전에야 워싱턴을 떠날 수 있어 판문점이나 평양엔 4일 늦은 오후에나 닿게 되기 때문이다. 북-미가 마지막까지 협상 장소나 일정을 공개하지 않는 건 ‘하노이 노딜’ 학습 효과 때문으로 해석된다.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논의하는 북-미 간 ‘새로운 계산법’ 내지 ‘새로운 방법’을 놓고 팽팽한 탐색전이 전개되는 상황에서 실무협상에 좀 더 내실을 기할 필요성에 공감했을 가능성이 높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북-미가 실무협상 장소를 밝히지 않는 이유를 묻자 “과도한 관심으로 준비 상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