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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탄도미사일의 탄두중량 확대(500kg→1t)를 미국에 요청한 문재인 정부의 ‘다음 카드’가 핵추진잠수함(핵잠) 도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에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핵 도발을 억지하는 압도적 군사력을 강조한 문 대통령의 대북 국방기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北 SLBM 도발하면 핵잠 도입론 급부상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비롯해 신형 미사일을 잇달아 쏴 올렸다. 최근에는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징후까지 포착됐다. 김정은이 지난해 8월 이후 1년 만에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신형 SLBM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에 군은 주목하고 있다. 김정은이 또다시 SLBM 도발을 한다면 국내에선 ‘핵잠 보유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핵 탑재 SLBM은 ‘궁극의 핵무기’로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하다. 수중에서 기습 발사돼 사전 포착이 힘들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도 요격에 한계가 있다. 군 관계자는 “이 경우 북한의 핵 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정부가 미국 정부와 핵잠 도입을 본격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 대통령도 취임 전인 4월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우리나라도 핵추진잠수함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당선되면 미국과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핵잠건조사업(일명 362사업)에 주요 실무자로 참여했다. 핵잠은 은밀성과 공격력에서 재래식잠수함을 압도한다. 재래식잠수함은 축전지 충전용 산소 공급을 위해 수시로 물 위로 부상(浮上)해야 해 적에게 들킬 위험이 높고 최대 수중작전 가능 기간도 2주가량에 그친다. 핵잠은 사실상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하고, 속도도 디젤잠수함보다 3배가량 빠르다. SLBM을 실은 북 잠수함을 장시간 감시추적하고, 유사시 김정은 지휘부 등 전략표적을 타격한 뒤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다. 북핵 억지를 위한 킬체인(Kill Chain) 능력이 극대화된다는 의미다. 일각에선 2020년대 중반에 배치되는 3000t 잠수함 3척을 핵잠으로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은 핵잠용 소형 원자로 개발능력을 갖췄고, 한미원자력협정이 개정돼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핵잠 연료로 쓰임)도 가능하다. 미국을 설득하고 중국 등 주변국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군 당국자는 “북핵 위협이 용납하기 힘든 사태로 전개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한국의 핵잠 필요성에 긍정적 신호를 보낼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탄두중량 확대 막전막후 “오케이. 와이 낫(Why not·안 될 게 뭐야).” 지난달 30일 워싱턴 백악관 내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확대정상회담 자리, 문 대통령이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중량의 확대 필요성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몇 초 만에 흔쾌히 ‘오케이’라고 호응한 뒤 즉석에서 논의하자고 화답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탄두중량 확대는 회담 공식의제가 아니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대북 대화는 시도하되 ‘강한 안보’에 대한 의지 관철을 위한 카드로 준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소식통은 “정상회담 직전 북한이 ICBM용으로 추정되는 로켓엔진시험을 한 게 문 대통령이 결심을 굳힌 계기”라고 전했다. 또 문 대통령은 “북한을 열 대 때리고 싶지만 우린 한 대만 맞아도 상처가 커져 못 때리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강경 기조에 대한 ‘공감 전략’으로 대화를 풀어나간 것이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핵실험 등으로 인한 ‘김정은 스트레스’를 토로하자 문 대통령은 자연스럽게 탄두중량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회담에 참석한 한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 제안을 시원하게 받아들여 우리가 더 놀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잘 고려하면 향후 우리가 챙길 것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 장면”이라고 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한미 정상이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문제를 논의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실화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미 군 당국이 표적으로 삼는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김정은 지휘소 등 북한의 전략적 핵심 시설은 800∼1000곳인데, 주로 화강암반 지하 수십 m 깊이에 있다. 문제는 현 한미 미사일 지침으로 제한된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에 부착되는 500kg급 재래식 탄두로는 북한의 견고한 지하 시설물을 완벽하게 파괴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에 군 당국은 한반도 최남단에서 북한 전역의 지하 표적을 파괴하려면 사거리 800km급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1t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꾸준히 제기했다. 탄두 중량이 늘어날수록 그 안에 실을 재래식 폭약의 중량은 커지고 파괴력도 높아진다. 다만 탄두 중량을 늘리려면 미사일 지침 개정이 필요하고, 결국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발목을 잡았다. 2012년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최대 사거리를 기존 300km에서 800km로 늘렸지만 탄두 중량은 500kg을 유지하는 선에서 협상이 타결됐었다. 정부 안팎에선 우리 군의 숙원인 탄두 중량 증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의견을 나누고도 이 사실을 밝히지 않다가 이날 언론을 통해 뒤늦게 공개된 배경에 대해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대화를 제안한 상황에서 지금 나와서는 곤란한 내용인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향후 북한이 핵 실험 등 도발 시 우리 정부가 즉각적으로 내놓을 대응 카드가 소진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과의 첫 만남에서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원론적 합의에 도달한 것에 대해서는 서로의 이해가 맞은 ‘윈윈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기지에 대한 대대적인 보강공사를 한 데다 한미 정상이 만나기 직전 실제 미사일 도발까지 하면서 높아진 긴장감이 지침 개정에 대한 합의로 이끌었을 거란 해석도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탄도미사일 탄두 중량을 늘리는 내용의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24일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당시 양국 정상이 미사일 지침 개정과 관련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탄두 중량을 늘려야 하는 배경을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미사일 지침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양국은 탄두 중량을 사거리 800km 기준으로 현재 500kg에서 1t으로 두 배가량으로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는 2012년 10월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에 따라 300km에서 800km로 늘어났다. 하지만 탄두 중량의 한계는 꾸준히 지적돼왔다. 현재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은 ‘트레이드오프(trade off·탄두 중량을 줄여 사거리를 늘리는 방식)’가 적용돼 사거리 300km는 2t, 550km는 1t, 800km는 500kg의 탄두까지만 각각 탑재할 수 있다. 그러나 1t 수준이 돼야 ‘김정은 지하 벙커’를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협의해야겠지만 양국 정상이 북한과의 대화 등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강한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측면에선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빠르면 10월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이 문제가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국의 군사 회담 제의가 북한의 무반응으로 불발된 데 대해 국방부가 21일 북측에 조속한 호응을 거듭 촉구했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남북 군사당국회담 제안 관련 입장’에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군사 분야 대화채널 복원은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해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북측이 조속히 제안에 호응해 나오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군은 21일까지 서해지구 군통신선을 복원해 군사 회담 개최에 회답해 줄 것을 북측에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문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군사분계선 적대행위 중단을 제안한) 27일(정전협정 기념일)까지는 제의가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다음 달 1일 갖자고 제안한 상황이지만 아직 북측의 응답은 없다. 이유진 통일부 대변인은 “북측의 공식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추가 제안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정부의 대북 기조에 득보다 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정부가 전혀 가능성 없는 시기를 골라 회담을 제안했다”며 “(국제사회에) 실없는 정부로 비치고 회담을 구걸하는 비굴한 모습만 보였다”고 비판했다. 민병원 이화여대 교수는 “갑자기 선물을 확 들이대면 향후 북한이 훨씬 더 많은 걸 요구할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와 정부는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2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크리스 밴 홀런(민주·메릴랜드), 팻 투미 상원의원(공화·펜실베이니아)은 ‘북한과 연관된 은행업무 제한법안’을 발의하며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모든 핵·화학·생체·방사능 무기를 해체한 뒤에 재개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중국 여행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27일 미국인의 북한 여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북으로 들어가는 관광 수익을 끊겠다는 것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진우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를 목표로 잡고 6자회담을 통한 비핵화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가 비핵화 합의의 목표 시점을 제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한반도 주변 4대 강국의 신(新)냉전 기류 속에 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북핵 협상의 성과를 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임기 내’를 목표로 했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과속 우려를 감안해 ‘조속한 전환’으로 한발 물러섰다.○ 격론 끝에 나온 2020년 비핵화 합의 목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19일 10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북한과의 ‘완전한 핵 폐기’ 합의 도출 시점을 2020년으로 잡았다. 올해 안에 포괄적인 비핵화 협상 방안을 포함한 로드맵을 완성해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이란 구상도 밝혔다. 2020년은 문 대통령이 제시한 북핵 협상의 ‘입구’인 핵 동결을 완료하고 핵 폐기를 위한 합의를 도출하는 시점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 북핵 협상 구상을 밝히며 핵 동결을 비핵화 협상의 ‘입구’,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로 제시했다.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명시하는 것을 두고 국정기획위 내부에서도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 도발을 이어가는 가운데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이견이 커지는 상황에서 비핵화 합의 목표 시점을 못 박는 것이 자칫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목표 시점을 공개하기로 결정할 것은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핵·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비핵화 협상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임기 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는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목표 시점 제시에 대해 정부 안팎에선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합의를 이끌어낼 힘이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언급처럼 현실적으로 비핵화 협상 테이블을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먼저 속내를 내비친 것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3년 안에는 핵 동결 절차를 밟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 조급하다는 걸 북한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절충된 전작권 전환 목표 국정기획위는 국방개혁 분야에선 대통령 직속으로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국방개혁 2.0’ 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내놨던 ‘국방개혁 2020’을 업그레이드해 국방부 문민화와 육군 중심의 군 구조 개편 등 강도 높은 국방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초 임기 내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목표는 한미 정상 간 합의와 북한의 핵·미사일 대응체제 구축 시기를 고려해 ‘조속한 전환’으로 수정됐다. 문 대통령은 전날 국정기획위의 보고를 받고 이를 직접 고쳤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위원인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전작권 전환의 시기를 못 박지 않되 전제조건에 얽매여 한없이 늦추지 않겠다는 뜻이 있다”며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것으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빨리 전작권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양국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4년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 한국군의 북한 핵·미사일 대응능력 구비를 전작권 전환의 ‘주요 조건’으로 설정했다. 시기를 명시하지 않고, 조건에 따른 전작권 전환’에 합의한 것이다. 국정기획위 관계자는 “전작권을 조속히 전환하겠다는 배경에는 국방부에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빨리 갖추라는 압박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병력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 한편 100대 국정과제에는 병력을 50만 명 수준으로 감축하는 한편 이와 연계해 병사 복무 기간을 현재 21개월(육군 기준)에서 18개월로 줄이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 과제는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밝힌 내용들이다. 하지만 병력 자원 확보의 어려움과 부사관·여군 증원에 따른 예산 문제 등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아 추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군사당국·적십자 회담을 동시에 제안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18일 미국이 “지금은 대화의 조건이 멀리 떨어져 있다”(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또다시 엇박자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정부가 한반도 평화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 나간다는 것에 대해선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국제사회와 의견을 같이한 부분”이라며 미국 등과 사전 조율도 있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한미 정상이 합의한 대화 재개의 ‘올바른 조건’을 놓고 공조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회담 제안 카드는 ‘베를린 구상’ 이행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13일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관가에선 저녁에 실무부처 긴급 브리핑이 열린다는 말이 돌기도 했지만 회의 내용은 보안에 부쳐졌다. 이후 사흘 뒤 대화 카드가 공개된 건 미국에 이해와 동조를 구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일 거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실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NSC 하루 뒤인 14일 청사에서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를 만나 베를린 구상과 관련해 일관된 기조로 후속조치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당시 “내퍼 대사 대리가 조 장관의 설명에 이해와 지지를 표시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스파이서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의 회담 제의에 대한 질문에 “한국에 물어봐 달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부 당국은 진화에 나섰다. 통일부 당국자는 18일 브리핑을 통해 “한미 간 (인식에) 큰 차이는 없다”며 “우리 정부가 제안한 건 본격적 대화 조건이 마련됐다는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초기 단계 ‘접촉’ 수준의 성격으로 봐야 하고, 미국 일본 등이 언급하는 ‘본격적 대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외교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등 주요 국가와) 사전에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을 상대로 초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인 만큼 회담 제의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미국 측과의 정교한 사전 조율이 미흡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담 내용 등 구체적인 부분까진 미국 등과 교감이 없었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만 치고 나가는 상황이 반복되면 앞으로 국제사회가 북한 문제를 논의할 때 우리만 배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내에서 충분한 사전 의견 조율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한 정부 당국자는 “대북 경제 제재 방식 등을 두고 고민하던 중 회담 제안 사실을 들었다.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북한 문제에 대해 미국과 공조해온 일본에서도 우리 정부의 회담 제의에 일부 냉담한 반응이 나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지금은 압력을 가할 때”라고 했고, 마루야마 노리오(丸山則夫)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우선순위는 제재를 통해 평양에 압박을 가중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반도 핵 문제 진전에서 얻어왔던 긍정적인 성과는 하나같이 대화를 통해 얻은 것”이라며 “(대화에) 힘을 줘야지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미국을 비판한 것이다. 북한 문제 해결의 ‘운전대’를 잡기 위해 던진 문재인 정부의 대화 제의 카드가 초장부터 힘을 받지 못하자 북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군사회담과 적십자회담 등 문재인 정부의 ‘쌍끌이’ 대화 제의에 북한은 이틀째 침묵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도쿄=서영아/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에티오피아 주재 한국대사관의 현직 외교관이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가운데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해당국 대사의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14일 외교관 A 씨의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던 도중 피해자인 대사관 직원 B 씨로부터 ‘대사에게도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대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날 A 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외교부는 A 씨가 8일(현지 시간) 함께 저녁을 먹은 여직원을 성폭행했다는 피해자 측 제보를 접수하고 A 씨를 국내로 소환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외교부는 성교육 등 사전예방과 함께 성 비위 사건이 터졌을 때 조사를 담당하는 새로운 조직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독일 베를린에서 이달 6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 한중 정상회담을 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당시 북-중 관계를 “혈맹”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동행기자단에 밝혔지만 사실 확인 결과 시 주석이 “혈맹”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던 것으로 14일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 발표에 따르면 시 주석은 “북한과 혈맹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왔지만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다.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고 문 대통령에게 말했다. 시 주석의 혈맹 발언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시험 발사 도발 직후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터에,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각별하게 감싼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말이어서 관련국과 전문가들의 의구심이 많았다. 하지만 동아일보가 한중 정상회담에 배석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시 주석은 당시 정상회담에서 “과거엔 북한과 ‘선혈을 나누는 관계’였으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 측 통역관도 “(북-중은) 피로 맺어진 우의 관계였다”고 한국어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어로 선혈은 ‘피’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환추시보 사설에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언급할 때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다. 중국과 북한의 특수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선혈’이란 단어를 사용했지만 시 주석의 입에서 ‘혈맹’이란 표현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의 브리핑을 근거로 대다수 언론은 북한과의 ‘혈맹’을 부각한 중국의 대북 인식을 집중 보도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시 주석이 혈맹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밝혔다. ‘혈맹’이나 ‘피로 맺어진 우의’가 비슷한 개념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4년 류젠차오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중국과 북한이 군사동맹 관계에 있다는 것은 맞지 않다”며 “어떤 국가와도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것이 중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라고 밝힌 바 있다. ‘피로 맺어진 우의’라는 표현은 과거 북한과의 역사적 특수성을 부각할 때 자주 쓰는 수사일 뿐이란 얘기다. 외교부 당국자는 “중국 외교에는 혈맹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시 주석의 발언은 대북 제재에 있어서 이미 중국이 충분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맥락이어서 청와대의 브리핑은 시 주석의 발언 취지 자체를 왜곡한 셈이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 당국자는 “(시 주석 발언의) 방점은 (북한과) 피를 나눈 관계지만 지금은 ‘변화했다’라는 뒷부분에 찍혀 있다”며 “지금은 (북-중 관계가) 더 이상 그런 긴밀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혈맹 브리핑’은 청와대의 외교안보적 무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장면이라는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한중 정상회담 당시 배석한 정부 인사 중에 중국어에 능통한 인물이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익명의 외교 소식통은 “정확한 대국민 소통을 위해 발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지 않고 의역한 것은 큰 문제”라며 “강 장관이라도 브리핑 이후 혈맹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을 생각해 바로잡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신나리 jouranri@donga.com·신진우 기자 / 문예슬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북한이 14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분위기가 조성되자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동시에 불안감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우리의 대륙간탄도로케트(미사일) ‘화성 14형’ 시험발사의 성공에 당황한 미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우리를 반대하는 전대미문의 ‘초강도 제재 결의’를 조작해 내려고 광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안보리에서 새로운 제재 결의 초안을 내돌리면서 이번엔 절충 없이 표결에 부치겠다느니 분주탕(소란)을 피우고 있다”며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 결의 채택 놀음은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말살하려는 속심(속셈)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은 북한의 생명줄인 원유 공급을 중단하도록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또 “화성-14형 시험발사의 완전 성공으로 우리는 미국이 경거망동한다면 그 심장부를 타격하여 일거에 괴멸시켜 버릴 의지와 능력을 보여주었다”며 “만약 유엔 안보리에서 또다시 제재 결의가 나온다면 우리는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며 정의의 행동으로 대답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다만 구체적 ‘후속 조치’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우리 외교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언급했다가 오히려 미국을 자극해 ‘역풍’을 맞을 것을 우려하지 않았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북한 외무성은 7일에도 “미국이 우리 공화국의 종합적 국력을 제재 압박으로 허물어 보려 할수록 우리는 미국에 크고 작은 ‘선물 보따리’들을 계속 보낼 것”이라며 추가 도발을 위협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문재인 대통령의 숨 가쁜 해외 순방이 마무리됐다. 양자회담과 다자외교 무대 데뷔에 대한 호평이 나왔지만 회담의 후속 조치가 대거 예정돼 있는 데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어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현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은 13일 “문 대통령께서 안보 공백을 메우고 초석을 깔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 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이 처한 안보 우려는 현재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소장 한기흥)가 ‘한반도 위기와 대한민국의 진로’를 주제로 개최한 제1회 화정국가대전략 월례 강좌에서 유엔 활동 경험을 토대로 북핵 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시했다.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 외교가 가야 할 길도 모색했다.○ “안보엔 두 번 없다…사드 조속히 완료해야” 미국 하버드대 연구생활을 마치고 귀국 후 첫 공개 강연에 나선 반 전 총장은 “제 소견은 명확하다”며 ‘조속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은 “국내법 절차를 준수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동맹 간 안보 합의사항을 일방적으로 유예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더 이상 시간을 끄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정치적 문제나 법은 재조정할 수 있지만 안보는 한 번 안 되면 끝이다. 두 번이 없다”고 역설했다. 중국 지도부와의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사드 배치 입장을 개진해 온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반 전 총장은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을 튼튼하게 하는 하위 개념”이라고 언급한 뒤 “중국 최고위층과 공·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 공식 직함은 없지만 사드 문제에 대해 중국 측에 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비공식적으로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지난달 2일 ‘사드 보고 누락’ 논란으로 외교 홍역을 치르던 문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 당시 오고 간 대화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반도 평화, 유일한 미중 협치점” 반 전 총장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강력한 대북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북제재는 하고 싶어서 하는 것도, 하기 싫다고 해서 하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운을 뗀 반 전 총장은 “제재 이후 국면에선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결의 이행에 동참할 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가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新)냉전 구도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반 전 총장은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 그런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한반도 안보는 어디까지나 한미동맹 관계를 기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패권 경쟁 속에서도 북핵 문제는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두 나라와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 전 총장은 “미중이 전략적 합치를 볼 수 있는 분야가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라며 “미중 사이에서 잘 설득해 중국이 좀 더 북한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외교적 전략을 취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성급한 대화 교류 안 돼” 반 전 총장은 “10년간의 유엔 사무총장 경험에 비춰 대화는 어떤 경우에도 필요하다”면서도 “독자적이고 성급한 대화·교류 추진은 다분히 위험요소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잇따른 북한의 도발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선제적 군사조치를 취할 가능성에 대해선 외교적으로 재앙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북제재안 채택을 위해 북한에 대한 외교적 압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되 순수한 인도적 지원 등으로 북한과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했다. 개성공단 재개에 대해 반 전 총장은 “현금이 바로 유용될 수 있는 구석도 있고 유엔 안보리의 7개 대북제재 결의안과 상충된다”며 “성급히 (재개를) 논의할 일이 아니다”라고 고개를 저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문예슬 인턴기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빠른 시일 안에 국내 적법 절차를 끝내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완료해야 합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이사장 남시욱) 주최로 열린 ‘제1회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에서 사드 조기 배치 입장을 거듭 밝혔다. 반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주요 국가 정상들과 일련의 회담을 갖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면서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 협의 과정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깨끗이 합의 보지 못한 건 유감”이라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핵 포기 안 하면 더 강한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했는데 시의적절한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현행 대북제재를 폭과 깊이에서 더욱 강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적이고 성급한 대화나 교류 추진은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며 “국제 공조에 입각해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취임 58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4강과의 정상회담을 모두 마쳤다.”(강경화 외교부 장관) “어려운 상황에서도 빠르게 잘 대처했다.”(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반 전 총장과 강 장관은 13일 ‘화정 국가대전략 월례 강좌’에서 만나 5초가량 서로의 손을 꼭 붙잡고 재회의 기쁨을 나눴다. 두 사람은 반 전 총장이 1999년 외교통상부 차관 시절 강 장관이 홍순영 당시 외교부 장관 보좌관에 임명되면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강 장관을 외교부 국제기구정책관에 앉혀 유엔 진출의 길을 열어준 이가 바로 당시 외교부 장관이던 반 전 총장이다. 두 사람은 이후 10년간 유엔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강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반 전 총장님은 제가 외교관 길을 계속 걷도록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준 선배”라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달 야당의 반대로 강 장관의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난항을 겪자 공개적으로 강 장관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이날 반 전 총장에게 “이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내가) 라면을 먹은 게 화제가 됐다”고 하자 반 전 총장은 “나도 총장 재임 시절 급할 때 자주 라면을 먹었다”며 웃었다. 강 장관은 “(유엔 근무 때와 달리 지금은) 어항 속에 있는 것처럼 마음대로 다니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 전 총장은 공감을 표하며 강 장관을 격려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한중수교 25주년(8월 24일)에 맞춰 8월 말로 추진해온 한중 정상회담이 연기된 가운데 중국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통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던 한중관계가 사드 문제로 당분간 해빙기(解氷期)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미국의 한국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 확고하고 명확하며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한다”면서 “이런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한중관계 개선과 장애를 제거하길 원한다”며 우회적으로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당초 8월 24일 한중수교 25주년을 전후로 추진해왔던 한중 정상회담 개최가 어려워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상회담을 하려면 상당한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아직 중국과 회담 시기에 대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8월 말 개최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중 양국은 시 주석이 5월 11일 문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문 대통령을 베이징(北京)에 공식 초청한 뒤 8월 말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실무 준비를 해왔다. 하지만 한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기정사실화하면서 중국 측이 소극적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한 외교 소식통은 “양국 대사관을 중심으로 8월 개최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중순 이후 기류가 달라졌다”며 “사드 배치와 관련한 진전이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한국이 G20 정상회의 기간에 한미일 정상 만찬회담을 통해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 강화를 요구한 데 대해 중국 정부는 공식, 비공식 항의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문병기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1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세컨더리(보이콧) 옵션을 미국 측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에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한미일이 대북 원유 공급 제한을 포함하는 유엔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 중인 상황에서 세컨더리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원유는 김정은의 생명선과 직결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을 폭격할 게 아니라면 김정은(노동당 위원장)을 ‘조수석’에 앉히는 방법은 원유를 주지 않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유일한 카드가 ‘원유 공급 제한’이란 의미다. 원유 공급 제한은 북한의 체제 자체를 흔들 만한 파급효과가 있는 방안이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는 “원유는 김정은의 ‘라이프라인(생명선)’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원유의 절반만 제한하더라도 3개월이면 북한 사회가 마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특히 원유 공급이 끊길 경우 북한으로서는 군사·안보 분야에 치명타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원유 공급 제한 카드를 쓰기 위해서는 중국의 동참이 필수다. KOTRA가 지난해 발간한 ‘북한 대외무역 동향’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2015년 수입한 원료의 85%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 가운데 원유 수입량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100만 t가량을 담당하고 러시아 등 일부 국가가 20만∼30만 t가량을 수출하는 걸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한미일을 중심으로 원유 수출 제한을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에 포함시키려고 해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면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11월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의 요구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컨더리 보이콧 동참, 독자 제재 찾겠다는 의미” 이런 가운데 강 장관이 미국과 세컨더리 보이콧을 협의 중이라고 언급한 것은 유엔 결의안 채택과 상관없이 한미가 고강도 대북 제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유엔 안보리 협상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미국이) 일방적인 제재도 적극 검토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그 부분은 저희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리도 국제사회와 공조해 실효성 있는 독자 제재 방안을 찾아 나서겠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포함한 독자 제재가 중국이 원유 공급 제한에 나서도록 압박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민병원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컨더리 보이콧이 발동되면 타격을 받는 1순위가 중국 기업들”이라며 “원유 공급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방식 등을 놓고 미중 간 물밑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강 장관은 ‘8월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한 남북 회동 가능성이 높지 않으냐’는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의 질의에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그 계기를 최대한 활용해 볼 구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 참석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동을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독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북한을 향해 ‘인도적 지원’이라는 당근과 함께 ‘원유 공급 제한’도 검토해야 한다는 채찍을 동시에 들었다. 문 대통령은 8일(현지 시간) G20 회의에서 “북한 영유아의 영양실조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보건 의료 분야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연계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7년 유엔 보고에 따르면 (북한) 전체 인구의 41%, 특히 5세 미만 아동의 28%가 영양실조 상태”라며 국제사회의 지원을 촉구했다. 반면 전날 한미일 정상들이 북한을 향해 “경제적으로 감내할 수 없는 제재”를 공언한 직후 “인도적 지원 차원이 아니라면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이 제한돼야 한다”는 정부의 고강도 제재 언급도 동시에 나왔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9일 “원유 공급이 인도적으로 반드시 필요하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위원회에 예외를 요구하게 돼 있다. 이 위원회가 용도에 맞춰 (예외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이 부분은 안보리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논의되는 이슈”라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도발과 관련해 원유 차단을 포함한 대북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원유 공급 제한’ 발언이 사견임을 전제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북한이 원유 수입의 90%를 의지하는 중국을 겨냥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미일 정상들이 언급한 ‘감내 못 할 제재’의 핵심 사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중국에 이런 압박이 먹힐지 여부다. 매년 북한에 100만 t 정도의 원유를 공급하는 중국은 원유를 끊을 경우 북한의 급변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며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에서 항상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는 “원유 공급 제한은 북한의 사활이 걸린 가장 강한 대북 압박 수단 중 하나”라며 “경제 협력이나 지역 이슈에서 중국과 발을 맞춰 중국을 최대한 설득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원유 공급이 인도적 지원인지, 비인도적 지원인지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논란이 될 수 있다. 안보리 결의 2270호는 로켓 연료를 포함한 항공유를 북한에 판매하거나 공급하는 것만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항공유가 아닌 원유 지원을 두고는 국제적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 대표적인 인도적 지원인 식량이나 의약품조차 군수 물자로 전용될 수 있어 논란이 되는 상황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한미일 3국 정상 만찬회동에서 대(對)중국 압박을 위해 ‘삼각 공조’를 강화하기로 한 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효력이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엇갈린 의견을 냈다. 다수의 전문가는 중국이 한미일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지 않을 거라고 내다봤다. 위성락 전 주 러시아대사는 “미묘한 미중 관계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중 관계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중국을 압박하기는 어려운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주도의 대중 압박이 오히려 동북아 정세를 경색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6일 한미클럽 세미나에서 “한미일 3국 공조체제는 북중러 체제를 낳는 등 새로운 냉전구도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동북아연구실장은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한미에 대한 레버리지(협상을 이끄는 지렛대)로 최대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정종욱 전 주중대사는 “노골적인 미국의 불만 표시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계속 무대응으로 일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한일까지 공조해 압박 메시지를 던졌으니 시 주석이 대북 제재 장치를 만지작거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일 삼각 공조가 중국의 대북 정책 변화를 유도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권영세 전 주중대사 역시 “중국도 고민이 깊어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다만 “당장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다”고 분석했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신나리 기자}
“다자외교 경험만 10년입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5일 독일로 출국하기 직전 몇몇 외교부 당국자들을 만나 “그냥 믿고 지켜보면 된다”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 유엔 인도지원조정실(OCHA) 사무차장보 등을 역임한 다자외교의 ‘베테랑’인 만큼 G20 정상회의 같은 다자외교 무대에는 자신이 있다는 취지다. 자리에 있던 한 당국자는 “다자외교 무대에 가기 전에는 긴장하기 마련인데 강 장관의 표정은 편안해 보였다”고 귀띔했다. 강 장관은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무난하게 첫 다자외교 행사를 치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 예로 6일(현지 시간) 한중 정상회담이 시작된 직후 문재인 대통령의 통역기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강 장관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통역기를 문 대통령에게 건네줬다. 외교가에서는 “강 장관이 돌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처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 장관은 이날 한미일 정상 만찬회동 직후에는 ‘1일 청와대 대변인’ 역할도 소화했다. 회동에 배석하지 않은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대신해 직접 현지 프레스센터를 찾아 브리핑과 일문일답을 했다. 앞서 5월 문 대통령은 강 장관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다자외교 위상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며 전문성을 강조했고, 야권의 거센 반발에도 강 장관을 임명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해외 무대에서 ‘프로페셔널’한 외교 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에 강 장관이 특기를 잘 살리고 있는 것 같다”며 “문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도 어느 정도 구축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첫 한중 정상회담이 열린 6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 인터콘티넨털 호텔은 회담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독일을 국빈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초청자 자격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자신이 머무는 호텔에서 열었다. 양국 정상이 입장하기 전 중국 측 실무진이 “시 주석의 발언이 끝나면 (문 대통령 발언 중이라도) 취재진이 퇴장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이날 문 대통령은 강한 인상을 보여주고 싶을 때 사용하는 붉은 넥타이를 맸다. 시 주석은 중국에서 ‘군주의 색’이라고 불리는 보라색 넥타이를 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둘러싼 양측의 신경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 덕담 속 사드는 이견 처음으로 마주 앉은 두 정상은 일단 덕담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장강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는 명언인 ‘장강후랑추전랑(長江後浪推前浪)’을 자서전에서 인용해 정치적 소신을 밝혀 제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문 대통령도 세월호 인양에 참여한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샐비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 선박을 무사 인양했지만 노고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며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는데 초인적인 노력으로 같은 급 선박 중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르게 무사 인양한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 문제에서 두 정상은 확연한 견해차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각종 제약으로 양국 간 경제·문화·인적 교류가 위축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이 양국 관계 발전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각 분야에서 교류 협력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시 주석의 관심과 지원을 달라”고 말했다. 사드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을 철회해 달라는 요청이다. 문 대통령은 “결론적으로 사드가 북핵 미사일 도발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로 시간을 확보하고, 그 기간에 북핵 문제 해법을 찾으면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대세(전반적인 정세에)에 발 딛고 서서 긴 시야로 보면서 각자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우려를 존중해야 한다”며 “한국이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중시하고 관련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 한중관계 개선과 발전의 장애를 제거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날 ‘사드’라는 표현 자체는 없었지만 실제 회담에서 시 주석이 문 대통령에게 사드 완전 철회를 강하게 제기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충분히 이야기했지만 사드는 안보 고위급 회담을 통해 실무적으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며 “(양측이) 사드는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고 표현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 “대화 채널 만든 건 성과” 평가도 청와대는 이날 회동을 통해 중국과의 신뢰 회복의 첫발을 뗐다고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사드 해법은 한 번에 찾기 쉽지 않다”며 “그보다도 사드 외의 부분에 대해 양국이 협력하고 전 정권에서 흔들렸던 양국 간 신뢰 회복의 중요성을 공감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회담 분위기가 우호적으로 진행되자 우리 측 참석자 한 명은 회담 종료 직후 박수를 치기도 했다. 정종욱 전 주중 대사는 “박근혜 정부에선 ‘한중 전략대화’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양국 관계가 경색됐다”며 “시 주석이 ‘사드 무조건 반대’를 외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우리로선 한숨 돌린 건데 이번에 대화 채널까지 생긴 건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두 정상이 한목소리를 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북한이 지금까지 가장 고도화된 것으로 평가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근원적 해결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이 북핵·미사일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함께 노력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비판적 평가가 나왔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북한이 며칠 전 미사일 도발을 했는데도 중국은 사실상 기존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한 셈”이라며 “진전된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베를린=문병기 weappon@donga.com / 한상준·신진우 기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와 관련한 장문의 기사에는 미국을 지칭하는 표현이 9번이나 등장한다. 반면 이 기사에 남한은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ICBM급 미사일 발사 성공을 계기로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미제와의 기나긴 대결이 최후 단계에 들어섰다” “반제반미대결전에서 우리 인민이 이룩한 빛나는 승리” “우리의 의지를 시험하는 미국에 똑똑히 보여줄 때가 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고 영도자 동지(김정은)가 참으로 절묘한 시점에 거만한 미국 놈들의 면상을 후려칠 중대한 결단을 내려주셨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ICBM을 비롯한 일련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무기 개발이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미국과의 일대일 대결 구도를 부각한 것이다. 기사에는 남한은 물론 중국 일본 러시아도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북핵·미사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한이 아니라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이 필요하다는 게 북한의 속내다. 대북 정책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도와는 상반된다. 통신은 김정은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이 청산되지 않는 한 어떤 경우에도 핵과 탄도 로켓을 협상 탁(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ICBM 개발에 대한 자신감으로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과 핵 위협’을 청산한다면, 즉 북한 체제를 인정하고 안전을 보장한다면 핵·미사일에 대해 미국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이 한반도 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해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북한은 화성-14형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고 주장했지만 미국 태평양사령부는 4일 성명을 내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중거리로 미국 본토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이날 성명에서 “탄도체의 비행 궤도 자료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의 전술과 기술적 특성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대륙을 넘나들며 타격이 가능한 ICBM을 IRBM과 구분 짓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사거리다. IRBM의 사거리는 보통 3000km 이상, 5500km 미만이다. ICBM의 사거리는 최소 5500km를 넘어야 하지만 통상 1만 km 안팎 또는 그 이상을 일컫는다. 군 당국은 화성-14형의 사거리를 8000km 정도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 사거리만 놓고 볼 때 IRBM을 넘어 ICBM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ICBM 성공으로 인정받으려면 사거리 외에도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과 핵탄두 탑재 능력 등을 두루 갖춰야 한다. 김승조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단순히 멀리 날아가는 게 아니라 정밀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며 ‘제어 능력’을 ICBM 개발의 최종적인 성공 요건으로 꼽았다. 국제사회에선 1957년 러시아를 시작으로 미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의 5개국을 보통 ICBM 보유국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국제사회가 의도적으로 이번 화성-14형의 등급을 낮춰서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외교 당국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을 앞두고 북한이 ICBM 개발에 근접한 상황이 되자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해 낮게 평가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