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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명량’의 관객이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선풍을 일으키면서 솔선수범으로 부하를 지휘한 ‘이순신 리더십’이 재조명받고 있다. 전·평시를 막론하고 군의 성패는 지휘관들의 역량과 소명의식에 좌우된다. 하지만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21세기 한국군 지휘관들의 리더십은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는 국민적 공분과 비판에 흔들리고 있다. 》 ○ 지휘관의 방관과 무소신 척결 필요 일선 지휘관들의 방관과 무소신이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폭력을 ‘대물림’하게 만든 주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구타와 가혹행위로 인한 자살사건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한 지휘관들이 적발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일병 사건도 상급 지휘관의 무관심과 사건 축소, 초급 간부(하사)의 폭행 가담이 빚어낸 21세기판 병영 대참극이었다. 11일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육군 병사들은 “간부들이 바뀌지 않으면 병영혁신도, 군대개혁도 절대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 의정부의 모 사단에서 근무 중인 이모 상병은 “대개 간부들은 ‘진급’에 목을 매면서 부대 내 문제를 가급적 쉬쉬하고 덮으려 한다”고 말했다. 군인의 사명과 본분을 망각한 채 공(公)보다 사(私)를 앞세우고 ‘보신주의’에 안주하는 지휘관들이 병영 내에서 자리 잡고 있다는 얘기다. 일부 병사들은 “일선 지휘관들이 부대 관리의 편의를 위해 고참병 위주의 ‘군기잡기’식 내무 부조리를 묵인하고 방조하는 탓에 병영폭력이 ‘독버섯’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휘관들이 병사를 ‘부속품’이나 ‘소모품’으로 여기는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선 부대를 다녀보면 병사를 하인이나 시종 취급하면서 잔심부름을 시키는 간부가 많다”고 말했다.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은 “이런 문제는 징병제가 갖고 있는 숙명이자 병폐”라고 지적했다. 때가 되면 부하(병사)들이 충원되는 구조에서 일선 지휘관들은 부하에 대한 인식이나 관리가 안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반면 미국처럼 모병제 국가는 병력 확보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만큼 부하들에 대한 지휘관들의 생각이 남다르다고 윤 전 장관은 진단했다.○ “초급 간부 자질 향상이 병영 혁신 출발점” 초급 간부의 자질 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육군 28사단 일반전방소초(GOP) 총기난사 사건과 윤 일병 사건에는 함량 미달의 초급 간부가 사태를 방조하고 악화시켰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일선에서 병사와 직접 마주치며 이들을 챙겨야 할 초급 간부의 질적 저하가 병영 부조리의 불씨라는 의미다. 관련 통계가 이를 잘 보여준다. 군 당국에 따르면 매년 3100여 명의 부사관이 구타 가혹행위와 성추행, 복무규율 위반 등으로 징계를 받고 있다. 이 중 130여 명이 강제 퇴출되고 있다. 전체 부사관 7만5000여 명의 평균 4% 이상이 범죄와 결격사유로 해마다 징계를 받는 셈이다. 또 대학 재학 및 졸업자가 전체의 51%인 병사들과 달리 부사관은 4%에 불과하다. 이런 구조로는 부소대장이나 분대장을 맡는 부사관이 병영을 장악하고 병사를 관리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다. 군 관계자는 “부사관은 장교보다 보수 및 처우가 낮은 데다 사회적 인식도 낮아 갈수록 우수인력을 유치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초급 장교의 질적 저하 문제도 심각하다. 현재 전체 소대장(중·소위) 가운데 학군장교(ROTC) 등 단기 복무장교 비율은 89%에 이른다. 중대장(대위)의 단기복무 장교 비율도 35.6%에 달한다. 육군 관계자는 “단기복무 장교들은 장기복무 장교보다 직업적 책임감과 사명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최일선에서 병사를 관리하는 초급 간부의 자질 향상을 위한 대책이 병영혁신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간부의 인사적체 해소와 예산 문제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다.○ “소통이 필요해…” 일선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소통시간이 부족한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중대장 이하 초급 지휘관은 교육과 훈련은 물론이고 잡다한 행정업무까지 도맡고 있다. 부대원 중에 ‘관심병사’라도 있으면 다른 부대원들은 아예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강원도 양구의 모 사단에서 중대장으로 근무 중인 박모 대위는 “사고라도 터지면 상부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페이퍼 워크’를 처리하느라 일선 지휘관들은 진이 다 빠진다”며 “병사들과 스킨십은 고사하고, 개별 면담도 건성건성 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심지어 상부의 보고시간에 맞추기 위해 별문제가 없는 병사는 아예 면담할 필요가 없다고 보고하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박휘락 국민대 교수는 “상급부대의 지나친 간섭이 초급 간부들을 무능하게 만드는 주범”이라며 “우수한 젊은이들이 군 장교를 지원하도록 양성 및 인사관리제도를 개선하고 초급 간부들에게 충분한 재량권을 부여해 병사 관리에 전념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정성택 기자}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우리 병영문화의 후진성과 야만성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준다.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병영 악습에 찌든 21세기 한국군의 ‘민낯’을 목격한 국민의 공분과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내 적폐의 대물림을 끊는 병영문화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우선 폭력을 정당화하는 병영 내 일제강점기의 잔재를 척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1980년대부터 구타와 가혹행위 등 군내 일제문화 척결에 노력했지만 안보현실과 징병제의 한계를 이유로 미흡한 측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젊은층의 성향과 시대적 변화에 맞는 방향으로 병영 환경을 개선하는 과제도 절실하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과거의 틀과 규칙으로 병사들을 관리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령 젊은 세대가 단체생활 경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미군처럼 2, 3인용 생활관을 운용하는 등 다양한 병영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맞춰 점호와 같은 통제감시 제도를 없애고, 훈련은 강하게 하되 생활관에 복귀하면 이등병도 편히 쉴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휘관을 맡는 장교의 역량과 질적 향상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진급 등 자신의 안위보다 책임과 명예심, 역량을 갖춘 지휘관이 많아야 군이 바뀔 수 있다”며 “특히 매년 임관장교 7000여 명 가운데 4500여 명을 차지하는 학군장교(ROTC)에 우수인력이 지원하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 존중이 전투력의 근간인 사기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을 군내에 확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사태의 책임을 군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중장)은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은 학교폭력 등 사회적 배경과 함께 병영문화 개선과 강군 육성정책이 균형을 잃고 혼선을 빚은 측면이 크다”며 “사회 모든 구성원이 선진병영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짜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윤완준·정성택 기자 }
국방부는 28사단 ‘윤 일병 사건’을 계기로 대대급 이상 야전부대에 인권 교관을 두기로 했다. 또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의장을 맡아 군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국방인권협회의가 설치된다. 국방부는 이 같은 내용으로 군 인권업무 훈령을 전면 개정해 11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육군은 또 이번 사건의 1심 재판장을 대령에서 장성급으로 격상하기로 했다. 군 관계자는 10일 “보통군사법원 1심 재판장은 과장급(대령)이 맡지만 사건의 중요성과 추가 수사 등을 감안해 처장급(준장)이 재판장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생각을 수렴하기 위해 e메일(3cmd1541@army.mil.kr)과 착신전용녹음 전화(031-331-1547)를 개설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국민을 경악하게 한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가해자로부터 사건의 내막을 전해들은 김모 상병(21)의 용기 있는 신고가 없었다면 자칫 단순 질식사로 묻혀 버릴 수도 있었다. 만약 폭행 초기부터 신고가 이뤄졌다면, 제도적인 신고 장치만 제대로 갖춰져 있었다면 윤 일병이 목숨을 잃는 극한상황은 피했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군 사고의 대부분은 신고만 제대로 이뤄지고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마음의 편지’로 알리면 예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군은 명령계통을 중시하는 계급조직이다. 이 때문에 신고자가 쉽게 알려지고 지휘관들도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해 신고자 전출을 꺼리고 있다. 이젠 이런 현실을 바꿔야 할 때다.○ “비밀보장 안 되는 신고…하고 싶어도 못해” 군에서 운영하는 신고 채널은 개인이 작성하는 마음의 편지를 비롯해 군 감찰실, 국방부 헬프콜 전화 등이 있다. 이런 채널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윤 일병 사망 사건을 계기로 확인된 셈이다. 사건이 발생한 28사단에서 복무했던 예비역 병장 A 씨(23)는 “마음의 편지를 통한 소원수리는 1년에 20∼30번 한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식당 등 공개된 장소에 100명 가까이 모여서 쓰다 보니 누가 뭘 썼는지 다 알게 된다”고 말했다. 쓰라고 해도 사실상 쓸 수 없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것. 신고자는 보통 관심병사로 분류된다. 지휘관들이 보호 차원에서 신고자를 관심병사로 분류한 것이지만, 관심병사가 되는 순간부터 면담 등을 이유로 자주 불려 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면 부대에 소문이 퍼지고, 동료를 고자질한 ‘배신자’로 낙인찍히곤 한다. 해병대에서 현역으로 복무 중인 B 병장(26)은 “가혹행위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더라도 신고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지 회의적”이라며 “군이 워낙 폐쇄적인 조직이고 말이 빨리 퍼지기 때문에 무언가 하려는 움직임만 보여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신고 자체가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현실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의 ‘모범 답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부대를 분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부대 지휘관들이 이들을 상급부대가 완전히 다른 곳으로 전출시키려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대대급 부대에서 사고가 나면 그 인원은 대대 안에서만 근무처나 보직 조정이 가능하다. 연대급 다른 부대로 옮기려면 연대장의 승인을, 사단 내 부대 조정을 하려면 사단장의 승인을 각각 받아야 한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지휘계통 부대 안에서 이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는 하나마나한 조치가 되는 셈이다. A 씨는 “GOP(일반전방소초)에서 근무할 때 한 부대원이 폭언 등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해 소원수리를 했는데 소대장이 이를 묵살했다”며 “이후 그 친구가 소원 수리했다는 게 선임들에게 알려져 그 친구만 더 힘들어졌고 결국 대대장한테 울면서 호소한 뒤에야 다른 부대로 갔다”고 전했다.○ 전출 후에도 겉도는 신고자들…‘그럴 바엔 남아라’ 군도 고민을 호소한다. 부대 전출 및 보직 변경을 쉽게 허용하는 것이 자칫 특혜의 수단으로 변질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관심병사인 경우가 많아서 다른 부대도 이들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운 좋게 받아주는 부대가 있더라도 새로운 부대의 생소한 환경에서 ‘아저씨(다른 부대 병사를 지칭하는 말)’ 대우를 받다가 전역한다. 선·후임 서열도 사라지는 게 현실이다. 한 예비역 장교는 “아예 해군이나 공군으로 옮기더라도 군 조직의 특성상 개인 기록에 왜 옮기게 됐는지 다 적혀 있어 얘기가 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무철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보훈민원과 조사관은 “권익위에서 2011년 9월부터 공익신고자보호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엔 내부 신고자를 고발자로 배척하는 문화가 남아 있다”며 “내부 공익신고자·공익제보자와 같은 용어 사용으로 제보자는 배신자가 아니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황성호 기자 }
집단 구타로 사망한 28사단 윤모 일병의 사망 원인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8일에도 ‘뇌진탕에 의한 쇼크사가 아니라 기도 폐쇄에 의한 뇌손상’이라고 거듭 해명에 나섰지만 전문의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여전히 미심쩍다는 반응이다. 국방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 국방과학수사연구소 박흥식 소장을 직접 참석시켰다. 박 소장은 “일반적으로 뇌진탕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전날 민간단체인 군 인권센터가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을 뇌진탕에 따른 쇼크사로 제기한 데 대해 해명을 했지만 논란이 지속되자 추가 진화에 나선 것이다. 국방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뇌진탕으로 쇼크사할 정도가 되려면 뇌출혈이 있어야 하지만 뇌출혈은 없었다”며 “윤 일병 머리의 멍은 두피와 두개골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뇌출혈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천군보건의료원 내원 당시 윤 일병이 의학적으로 DOA(Death on Arrival·도착 시 이미 사망)라고 불리는 사망 상태였다”는 군인권센터의 주장도 반박했다. 윤 일병의 부러진 갈비뼈 15개에 대해 국방과학수사연구소 관계자는 “14개는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부러졌고 나머지 1개는 구타로 인해 부러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타로 부러진 갈비뼈가 비장을 찢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일병이 숨을 거둔 의정부성모병원에서 두 차례에 걸쳐 500mL 수혈을 했던 것으로 밝혀져 과다 출혈에 의한 쇼크사 의혹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학병원 전문의들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이근 길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보통 심폐소생술을 할 때 손에 깍지를 끼고 손바닥 쪽으로 가운데 가슴 쪽, 명치 부분을 5∼6cm 정도 내리치게 된다”며 “이때 그 주변 갈비뼈가 한두 개, 많으면 서너 개가 골절될 순 있지만 14개 정도까지 부러지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국종 아주대 의대 응급의학과 교수도 “14개가 전부 심폐소생술 때문에 부러졌다고 단정 짓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최지연 기자}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파문이 커지는 가운데 8일 열린 육해공군 모든 부대의 특별인권교육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전군의 지휘관과 병사가 훈련 등 모든 일과를 중단하고 교육에 참여한 것은 1948년 국군 창건 이래 66년 만에 처음이다. 30사단 법무참모 김규화 대위(29)는 신병교육대대 강당에서 간부 및 장병과 신병 260여 명을 대상으로 한 교육에서 “‘군기를 잡으려면 폭언도 괜찮다. 어느 정도 인권 침해는 가능하다’는 생각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인권교육은 국방부의 특별 지시가 하달된 지 하루 만에 급조된 것이다. 교육의 분위기는 어색하고 모범답안 같은 얘기들만 되풀이했다. 교육 내용도 진지한 토론보다는 ‘자주 묻는 질문(FAQ)’에 정답을 붙인 듯한 방식 일색이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진행된 교육에선 실태 교육과 자유 토론이 이뤄졌지만 간부들과 병사들은 속내를 가감 없이 털어놓지 못했다.○ “‘야, 너’가 아닌 이름을 불러야” 김 대위는 “병사가 없으면 군대도 없다. ‘야, 너’가 아니고 이름을 부르자”며 지난해 군 인권실태 조사 과정에서 나온 병사들의 의견을 소개하는 것으로 교육을 이어갔다. 오전 교육은 영상자료 등을 동원해 실제 군대 폭력 가혹행위 사례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후엔 중대·소대별 자유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30사단 기갑수색대대 1중대 소속 박행운 상병은 “인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나라 지키는 것도 안 된다”며 “후임병과 함께하는 선진 병영문화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20년을 살다 입대한 성필준 일병(21)은 교육을 마친 뒤 “장병들이 장난삼아 성적인 얘기를 많이 하곤 하는데 그런 일들이 엄한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번 교육으로 경각심을 갖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주한미군 카투사 병사들도 이날 한국군지원단장 주관으로 인권교육을 받았다..○ 특별교육만으로 군 인권 개선될까 해군 교육사령부는 4000여 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병사들은 폭력 구타 등 군대 내 가혹행위를 줄이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교육에 참석한 이문희 정훈과장(대위)은 “처음으로 전체 부대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교육자원정보실 전산병인 김대현 상병(21)은 “병사들이 고충을 얘기할 수 있는 ‘생명의 전화’가 설치된 장소를 비밀이 보장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방부는 특별교육을 30사단 1개 부대만 공개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취재진이 너무 많이 몰리면 원활한 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폐쇄주의에 빠진 군이 전시성 행사 대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을 지켜본 전문가들은 “병사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선 군 당국의 지속적인 관심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군 사법체계 제도 개선 주문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이날 윤 일병 사건의 가해 병사에게 ‘살인죄를 주 혐의로, 상해치사를 예비 혐의로’ 적용하라는 의견을 육군 3군사령부 검찰부에 제시했다. 이 사건을 최초로 수사한 28사단 검찰부는 살인죄가 아닌 상해치사죄를 적용했지만 최상급 군 검찰인 국방부 검찰단이 사실상 이를 뒤집은 것이다. 3군사령부 검찰부가 공소장을 변경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치권은 군 사법체계 제도 개선책 마련에 나섰다.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전문성이 없는 일반 장교가 재판장을 맡는 제도 등은 이번 기회에 손을 봐야 한다”며 “군 지휘관들이 사법체계를 운용하면 은폐, 축소하고 싶은 유혹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은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군 인사법과 국군조직법 개정안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정성택 neone@donga.com·손영일 기자 국방부공동취재단}
“만약 이런 사실이 알려지지 않을 경우 내 자식이 군에 갔다가 억울한 일을 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들의 은폐 공모로 인해 묻힐 뻔했던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은 한 병사의 용기 있는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구타당한 윤 일병이 앰뷸런스에 실려 간 뒤 같은 부대의 김모 상병(21)이 가해자 중 한 명으로부터 들은 충격적인 구타 사실을 부대장에게 알린 것이다. 7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1400여 쪽에 이른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모든 것은 김 상병의 작은 관심과 용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4월 6일 윤 일병이 집단 구타로 쓰러진 뒤 40분이 지난 오후 5시경. 위병소 앞 면회실에 서 있던 김 상병은 앰뷸런스가 급히 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당직사관이 누가 실려 갔는지 알아보라고 했고 의무반에 전화를 걸어보니 지모 상병(20)이 전화를 받아 윤 일병이 실려 갔다고 알려줬다. 오후 6시 20분경 김 상병은 식당 근처에서 평소와 달리 불안해하는 지 상병을 만났다. “윤 일병. 어떻게 된 겁니까?”(김 상병) “아, 나 육군교도소 갈 수도 있겠다. 넌 어디까지 알고 있냐?”(지 상병) 냉동식품을 먹다가 질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하자 지 상병은 놀라운 얘기를 꺼냈다. “사실 그게 아니다. 우리 의무병들이 수차례 폭행하다가 냉동식품이 목 안으로 넘어가 기도를 막았고 몸을 떨고 오줌을 지리는 등 평소와 다른 증세를 보였는데도 ‘이 새끼 ×× 군기 빠졌네, 꾀부리지 마라’고 때렸다.” 더 묻고 싶었지만 지 상병은 밥 먹으러 가자는 선임의 말에 자리를 떴다. 오후 9시 45분경. 흡연장에 있던 김 상병에게 지 상병이 다가와 “아까 나눴던 얘기는 우리 둘만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헌병대 수사관이 왔을 때 윤 일병이 단순히 냉동식품을 먹다가 쓰러졌다고 거짓 진술했다”고 말했다. 의무반 선임·후임들이 입을 맞췄다는 것이다. 지 상병에게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지만 지 상병은 “윤 일병이 이대로 안 깨어나고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사실대로 말하면 이 병장(폭행을 주도한 인물)에게 맞아죽을 수 있다. 나도 지금 불안해 죽겠다”고 말했다.▼ 폭행 들통 겁난 가해자 “윤일병 안 깨어났으면…” ▼취침 시간이 됐지만 김 상병은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긴 1시간이었다. 내 자식만큼은 안전한 군대 생활을 하게 만들려면 뭔가 결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바로 부대의 당직을 서는 A 상병을 만났다. 김 상병은 A 상병에게 사건 내용을 말해 주면서 “난 이미 어떻게 할지 정했다. 이 내용을 말하는 이유는 조언을 듣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A 상병은 가해자들이 지금도 말을 맞춰서 거짓 진술을 하고 있는데 어영부영하다간 또 무슨 거짓말을 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지금 당장 포대장님께 전화해 이 사실을 전해라. 가증스럽고 역겹다”라고 했다. 김 상병은 망설이지 않고 보고하기로 결심했다. 김 상병은 곧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이곳에 붙어있는 포대장의 전화번호를 외우러 간 것. 오후 10시 40분경. 포대 앞 공중전화기에서 수화기를 든 김 상병은 포대장 김모 대위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어 “진실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가해자들의 거짓 진술로 단순 질식사로 묻힐 뻔한 폭행 사망 사건의 방향이 극적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사건 개요를 들은 김 대위는 15분 뒤 자고 있던 의무병들을 부대 행정반으로 불렀다. 분대장인 하모 병장부터 시작해 이 병장, 이모 상병과 일대일 개인면담을 시작했다. 답변은 한결 같았다. 말을 맞춘 이들은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뗐다. 그러면서 이 병장은 “그 냉동식품 하나에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안 되겠다 싶었던 김 대위는 의무대에 입원했던 김모 일병도 깨워 개별 면담을 했다. 처음에는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 일병은 뒤늦게 구타를 목격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 대위는 “김 일병은 자기 일도 아닌데 괜히 말하면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보고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대위는 “김 상병은 본인의 신분이 드러나도 상관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용기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하나 보다. 하지만 그 용기는 진실을 일깨워냈다. 김 상병은 자신이 결심한 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이 죽어 가는데 양심에 걸려 도저히 입을 닫고 살 수가 없었습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이슬람 무장단체 간 내전이 격화되고 있는 리비아의 한국 교민 철수를 돕기 위해 청해부대 문무대왕함(4500t)이 파견된다. 교민 철수가 완료되는 시점에는 주리비아 대사관을 일시 폐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문무대왕함이 7일 오만 살랄라 항을 떠나 이달 중순경 리비아에 도착해 교민 철수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현재 리비아에 체류 중인 한국인은 413명이다. 지난달 30일 외교부가 리비아를 여권사용제한국(흑색 경보)으로 지정할 당시 510명에서 97명이 줄었다. 이번 주말 대규모 철수가 완료되면 잔류 한국인은 150명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까지 약 100명의 한국 근로자와 한국 기업 소속 제3국 근로자가 선박 편으로 추가 철수할 계획이다. 정부는 문무대왕함을 이 시점에 맞춰 리비아에 보내 최종 잔류 교민과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이 지중해 연안국인 그리스로 이동하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무대왕함의 최대 승선 인원은 200여 명. 50명 안팎의 최종 잔류 교민과 외교관을 모두 수용할 수 있다. 외교부는 리비아와 인접한 튀니지 몰타 이스탄불 등 3개국에 신속대응팀을 파견해 교민들의 철수를 돕고 제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1년 리비아 내전 때도 당시 청해부대 소속이던 최영함(4500t)을 투입해 교민 30여 명을 이송한 바 있다.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올해 4월 육군 28사단에서 선임병 4명에게 폭행을 당해 숨진 윤모 일병(22)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고 수사 책임자들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 일병 사건을 폭로한 민간단체인 군인권센터는 7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사기록을 면밀하게 검토한 결과 공소장에 없는 가해자들의 여죄가 드러났고, 수사 자체에도 의문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군인권센터는 윤 일병의 사망 원인은 부검 결과로 나온 ‘기도 폐쇄에 의한 뇌손상’이 아니라 가해자들에게 심한 구타를 당해 의식을 잃으면서 기도가 막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윤 일병의 증상은 기도 폐쇄보다 뇌진탕 증세에 가까웠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수사기록에 윤 일병이 4월 7일 오후 4시경 숨졌다고 돼 있지만 이 역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해자들이 윤 일병을 경기 연천의료원으로 처음 이송했을 때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었다는 것. 가해자들이 성매매한 사실을 공소 사실에서 뺀 점도 사건 축소 시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국방부가 윤 일병 사건의 전면 재수사를 지시하고 사건을 축소 은폐한 6군단 및 28사단 헌병대장과 군 검찰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윤 일병이 병원에 왔을 때 호흡이 끊겼지만 심폐소생술을 한 뒤 맥박과 호흡이 돌아왔다”며 “성매매는 자백만 있고 증거가 없어 기소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군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해 이번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선임병들의 가혹행위로 얻은 정신질환 때문에 전역 당일 목숨을 끊은 병사의 소속 부대에서 비슷한 가혹행위가 또 적발됐다. 육군 관계자는 “올 4월부터 8월까지 육군 제2탄약창에서 선임병 9명이 폭력, 강제추행, 암기 강요, 후임병 카드 사용 등 가혹행위를 후임병 13명에게 저지른 사실을 적발했다”며 “선임병 3명은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4명은 불구속 입건, 2명은 징계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육군은 4일 피해 병사의 아버지로부터 “아들 중대의 병영 부조리를 해결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수사해 이 같은 가혹행위를 적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인 A 병장 등은 후임병들의 나라사랑카드(급여카드)로 20여만 원을 결제한 뒤 갚지 않았고 창고에 가두거나 서열 암기를 강요하는 등 괴롭힌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간부에게 고자질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했으며 생활관에서 자신의 성기를 보여주면서 성추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가혹행위가 적발된 중대는 본보가 4일 보도한, 전역 당일 자살한 이모 상병이 근무했던 경비2중대다. 이 상병도 선임병 70명의 군번을 외우라고 강요받았으며 외우지 못하면 근무시간 내내 군홧발로 정강이를 차이고 수시로 폭행당하다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였다. 하지만 간부들의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 해당 부대는 “이 상병의 사망진단서가 전역일 밤 12시를 4분 넘겨 발급돼 사망 당시 그의 신분은 민간인이었다”는 논리를 내세워 부대 내 가혹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상병이 자살한 지 25일 후 같은 부대에서 비슷한 가혹행위가 또 드러나 군에 대한 불신과 비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육군은 이날 올 6월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던 22사단에서 3월에도 한 병사가 군 생활이 힘들다는 이유로 목을 매 숨진 사실을 뒤늦게 밝혔다.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해군의 해상작전 링스헬기를 모는 첫 부부 정조종사(혼자 몰 수 있는 조종사)가 7일 탄생했다. 해군 6항공전단 이명준 소령(37·사후 94기)과 양기진 소령(33·해사 58기)이 그 주인공. 양 소령은 한국 해군 최초의 여군 항공기 정조종사이다. 해군에 따르면 양 소령은 이날 링스헬기 정조종사 교육 과정의 마지막 관문인 적 함정과 잠수함을 상대로 한 전술 훈련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사망 사건’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권오성 육군참모총장(59·대장·육사 34기) 후임으로 김요환 육군 제2작전사령관(58·대장·육사 34기)이 7일 내정됐다. 이날 발표된 대장 인사에서 신임 3군사령관에 김현집 합동참모차장(57·중장·육사 36기)이, 제2작전사령관에는 이순진 항공작전사령관(60·중장·3사 14기)이 각각 승진 발탁됐다. 이들은 8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임명된다. 올 4월 최차규 신임 공군참모총장을 임명한 국방부는 북한 소형무인기 사태 등 안보상황을 감안해 군 대장 인사를 9월경 실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권 전 총장이 5일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예정보다 한 달 앞당겨 후속 인사를 발표했다. 최근 잇따른 군 사망 사건으로 흐트러질 수 있는 군 기강을 다잡기 위한 조치다. 김 육군총장 내정자는 3사단장과 육군본부 정보작전지원참모부장, 수도군단장, 육군참모차장을 지낸 야전 작전분야 전문가. 국방부는 “김 육군총장 내정자는 병영문화를 혁신할 자세와 엄정한 군 기강을 확립할 수 있는 조직관리 능력을 겸비해 새로운 육군을 건설할 최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 28사단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과 관련해 이모 병장(26) 등 가해자 4명이 4월 6일 오후 4시 7분부터 윤 일병이 의식을 잃을 때까지 25분간 64차례에 걸쳐 무차별 폭행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전에도 이날 0시부터 취침시간을 제외하곤 거의 매시간 폭행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10분경 가해자 중 한 명인 이모 상병은 “가슴을 많이 때려 윤 일병이 숨을 헐떡이고 있어 진료를 받아야 하지 않냐”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후에 폭행이 계속되면서 윤 일병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6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윤 일병 사건 공소장과 1400여 쪽에 이르는 수사기록에 명시돼 있다. 국방부는 4월 김관진 당시 국방부 장관(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의 지시로 전군 가혹행위 실태조사를 실시한 데 이어 7월 한 달간 특별 부대정밀진단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정밀진단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관심병사를 재분류한 데 이어 군 인성검사 프로그램을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의뢰해 올해 12월까지 개선하기로 했다. 김 실장이 윤 일병 사건 후속조치를 취했지만 그에 대한 문책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야권은 전날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타깃을 김 실장에게로 옮겼다. 논란의 핵심은 김 실장이 이번 사건의 충격적 실체를 사전에 얼마나 알았느냐다. 미리 알고도 사건의 축소 은폐를 묵인했다면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야권이 집중 공략하는 부분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4월 8일 국방부 조사본부의 서면보고 문건에 ‘지속적으로 폭행 및 가혹행위를 한 사실이 확인됨’이라고 적혀 있었던 점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방부는 “(보고 문건에) 최근 보도된 엽기적 내용은 없었다”며 “그럼에도 김 실장은 이 사건을 심각히 여기고 전국 실태조사를 지시했다”고 해명했다.이재명 egija@donga.com·정성택 기자}
‘근육이 파열될 때까지 안 때린 데가 없다. 수액주사를 사타구니에 맞힌 것은 자격도 없이 맞힌 사실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일보가 6일 단독 입수한 윤모 일병의 부검기록을 본 한 민간병원 의사의 견해다. 이 기록에 따르면 윤 일병의 복부와 등, 폐, 심장 등 온몸과 내장에 구타로 인한 피가 고여 있었다. 근육이 파열된 곳도 있었다. 좌우 갈비뼈 14개가 부러졌고 비장은 터진 상태였다. 이 의사는 “이 정도 상처면 교통사고를 당했거나 꽤 높은 암벽에서 굴러 떨어진 것에 해당할 정도”라며 “직접 사인은 기도가 막힌 질식사지만 구타에 의한 쇼크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윤 일병의 부검 기록은 끔찍함 그 자체였다. 신장 166cm인 윤 일병의 몸은 복부장기(위, 간 등)뿐 아니라 폐, 심장, 옆구리에 피가 고여 있었고, 종아리에는 멍이 가득했다. 등에는 가로 16cm, 세로 15cm 크기의 피멍이 있었다. 이 정도 크기의 피멍은 큰 근육이 끊어질 때 생긴다는 게 의학 전문가들의 견해다. 배, 오른쪽 어깨, 넓적다리, 등에는 최대 가로 4.5cm, 세로 0.1cm 크기의 표피박탈(찰과상)이 있었다. 한 정형외과 의사는 “찰과상의 크기로 볼 때 막대기 같은 도구를 사용해 때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공소장에 따르면 가해자들은 마대자루가 부러질 때까지 윤 일병을 때렸다. 머리에는 피가 고여 있었을 뿐 아니라 부은 흔적도 있었다. 뇌진탕 소견과 유사한 결과다. 왼쪽 무릎 뒤쪽과 오른쪽 넓적다리 뒤쪽에는 흉터가 있었다. 상처가 아물어 흉터가 될 정도로 오랜 기간 구타를 당했다는 얘기다. 수액주사를 놓은 흔적(주사침흔)은 양쪽 팔꿈치 안쪽뿐 아니라 양쪽 사타구니에서도 발견됐다. 통상 수액주사는 혈관이 잘 보이고 맞은 뒤에도 움직이기 편하게 팔꿈치 안쪽에 놓는다. 주사 놓기도 힘든 사타구니에도 주사 흔적이 있는 것을 두고 한 의사는 “병사들이 권한도 없이 수액주사를 놓은 사실을 숨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며 “한편으로는 움직이면 접히는 부위이기 때문에 수액을 놓으면서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등 고통을 주려던 게 아니었는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선임병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28사단 윤모 일병(23) 사망 사건에 대한 묵인과 은폐 논란 속에서 책임 공방의 화살이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김 실장이 사망 다음 날 한 차례만 보고를 받고, 엽기적인 실상이 드러날 때까지 석 달이 넘도록 아무런 추가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둘러싸고 아예 1차 보고의 진위 논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보고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태의 위중함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육군 헌병실장과 법무실장 등 군 수뇌부의 책임까지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은폐냐 총체적인 보고체계 부실이냐 김 실장은 4월 8일 국방부 조사본부장으로부터 윤 일병이 선임병들의 지속적인 폭행으로 사망했다는 서면보고를 받았다. 김 실장이 보고받은 A4 용지 1장 분량의 ‘중요사건보고’엔 “4월 7일 윤 일병 사망이 처음엔 음식물로 기도가 막혀 발생한 사망 사건으로 파악했으나 나중에 폭행에 가담한 한 병사가 폭행 사실을 동료에게 자백함에 따라 진상이 드러났다”고 돼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김 실장은 4월 11일 계룡대에 내려가 군 수뇌부에 전군 실태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의 마련을 지시했고, 전 군은 4월 11∼28일 전군정밀진단을 실시했다. 김 실장은 이런 보고는 받았지만 윤 일병과 관련해 4월 8일 이후로 추가 보고를 받은 건 없다”며 “해당 보고는 통상 절차대로 보고한 것으로 당시 헌병대에서 조사를 진행 중이었고 관련 내용의 전모를 다 알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실장이 보고 받은 날인 4월 8일은 강원 삼척에서 북한의 소형무인기가 발견된 지 이틀 뒤였다. 북한 소형 무인기 3기가 잇따라 발견된 시점이어서 국방부의 언론 보도 브리핑 보고서엔 이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김 실장이 보고를 받은 뒤인 5월 2일 군 검찰이 가해자를 기소할 때는 ‘가래 핥게 하기’ 등 사건의 엽기적인 전모가 조사된 이후였다. 사안이 전군정밀진단을 벌일 정도로 위중했는데도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한 보고가 더이상 김 실장에게 올라가지 않은 것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권오성 육군참모총장도 사건의 전말을 제때 보고받지 않았다고 4일 국회 긴급현안 질의에서 답변했다. 만약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육군 헌병실장과 법무실장 등 수뇌부의 보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관진 책임론에 곤혹스러운 여권 윤 일병 사망 사건의 여파로 당시 김 실장에 대한 문책론이 확산되자 새누리당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7·30 재·보궐선거 승리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고 ‘혁신 드라이브’를 걸려는 시점에 악재(惡材)가 될 것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실장이 사건에 대해 보고를 받고도 진실을 은폐했다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김관진 전) 장관께서는 (장관에게 올라간 보고)자료를 보니까 사전에 이것을 다 알고 계셨다”라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책임을 지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김 실장에게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김무성 대표는 6일 문책 범위를 김 실장까지 확대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는 “김 실장이 당시 잔혹한 폭행 내용까지는 보고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후 ‘전군을 조사해서 폭력을 발본색원하라’고 지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김 실장이 사건 직후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을 보고받았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새누리당은 여론의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나올 경우 순식간에 여론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당 일각에서도 김 실장에게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김 실장이 국방장관 시절인 2011년경 ‘부대 내에서 사고가 나도 육군참모총장이나 국방장관까지는 보고하지 말고 알아서 처리하라’고 지시를 내렸는데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병사신상정보에 따르면 소속 부대는 윤모 일병이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선임병들로부터 지속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면담자는 윤 일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해자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월 18일자 윤 일병 전입 면담 기록에서 포대장 김모 대위는 “본인은 소극적이라고 하지만 상당히 독립심이 강하며 자신감이 있는 인원으로서 임무 수행하는 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적었다. 오판이었다. 3월 중순부터는 윤 일병에 대한 수시면담이 이뤄졌다. 문제는 수시면담관이 폭행사건 피의자 중 하나인 유모 하사였다는 점. 유 하사는 3월 28일 면담 후 기록에서 “최근 들어 집체교육 및 평가에 의해 바쁜 일정을 보냄으로 인하여 많이 피곤해 보이고 지친 표정을 하지만 나름 할 만하고 좀 더 업무를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한다”고 기록했다. 가혹행위가 진행 중이던 3월 12일 기록에는 “윤 일병이 현재 잘 적응 중이며 선임들이 착하고 잘 챙겨줘 아픈 곳도 힘든 곳도 없이 임무 수행 중”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은 6일 병역자원이 줄어들면서 징병 대상자의 현역판정 비율이 1986년 51%에서 지난해 91%로 20여 년 만에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심리이상자 2만6000명, 범법자 524명도 지난해 현역 입영자(32만2000명)에 포함돼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군은 이날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서 열린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 출범식에서 이 같은 내용의 군 복무환경 자료를 발표했다. 이날 회의에선 군 당국이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구타 사망사건 이후 장병들의 고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나서자 논란이 일었다. 육군 관계자는 “신세대 장병은 입대 전 하루 평균 3시간 휴대전화를 이용하다가 입대한 뒤 사용하지 못하면서 권태, 외로움, 불안의 감정을 느낀다”며 “다만,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려면 사용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보안장치 등을 먼저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고 해도 훈련에 몰입하는 데 지장을 주고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첫 회의에 참석한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은 “스마트폰 사용도 좋은 아이디어이고 개인의 가치를 최대한 극대화하면 군의 병영문화가 해결될 것이란 관점도 있어야 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영문화혁신위원회는 94명의 민간 전문가와 정부기관 및 군 관계자로 구성됐다. 위원으로는 국방부 박찬웅 인사기획관, 정대현 교육정책관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정부 부처 국장급 관료와 김종대 디펜스21 편집장,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등 국방 분야 전문가, 제성호 중앙대 교수, 박찬구 서울대 교수 등 학계 인사 등이 망라됐다. 병영문화혁신위는 12월까지 일반전방소초(GOP), 해안초소를 현장 방문해 의견을 수렴한 뒤 병영문화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동위원장직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맡기로 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폭행 사망 사건 4차 공판이 벌어진 5일 경기 양주시 보통군사법원. 깊은 침묵이 잠시 흘렀다. 가해자들은 두 손을 모으고 피고인석에서 침묵을 지킨 채 앉아 있었다. 오전 10시 시작된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에서 군검찰은 가해자인 이모 병장(25)의 혐의에 강제추행죄를 추가하고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군 검찰은 상해치사죄를 살인죄로 변경 적용하는 문제는 추가 수사와 법리 검토 후 일주일 내에 결정하기로 했다. 당초 범죄사실 변경이 검토됐던 살인죄는 이날 심리에서 따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병장을 비롯해 하모 병장(22), 이모 상병(22), 지모 상병(20) 등 병사 4명과 유모 하사(22) 등 5명은 상해치사와 폭행 및 공동폭행 등의 혐의로 5월 2일 구속 기소됐다.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의 주범인 이 병장의 경우 이날 추가된 강제추행 혐의를 비롯해 상해치사, 집단·흉기 등 폭행, 강요, 의료법 위반, 공동폭행, 위력행사가혹행위, 폭행 등 혐의가 모두 8개였다. 재판 심리를 맡은 이명주 대령(행정부사단장)은 검찰관 신청을 받아들여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변호인단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방청석은 취재진과 시민 등으로 가득했다. 20석에 불과한 방청석 자리는 부족했다. 이날 재판을 보러 온 사람들 상당수가 복도에 선 채로 지켜봐야 했다. 약 20분간 진행된 재판이 끝나자 일부 방청객은 가해자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성에 차지 않는 모습이었다. 주범으로 지목된 이 병장의 얼굴을 보려고 재판정 앞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어떻게 얼굴을 저렇게 뻔뻔하게 들고 있나”,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 “(피고의) 얼굴에 반성하는 빛이 없다”는 매서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가혹행위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 병장은 피고인석에 앉아 내내 굳은 표정으로 앞을 바라봤다. 옆에 앉은 하 병장은 울먹이는 표정을 짓다가 끝내 고개를 떨궜다. 피해자 윤 일병의 유족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민들은 보라색 풍선과 리본을 법정이 위치한 부대 입구 정문에 붙였다. 윤 일병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적은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도 했다. 윤 일병에 대한 추모의 뜻을 보냈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윤 일병은 말이 없다. 시민 감시단 80여 명과 함께 법정을 찾은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특검을 실시해 군대의 뿌리 깊은 악습을 철폐해야 한다”며 “집단 폭행으로 일병이 사망한 사건을 단 4번의 재판으로 끝내려 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초 이날 재판은 결심공판으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기소를 변경하고 수사를 지속하기 위해 4차 공판으로 변경돼 진행됐다. 이날 재판에선 사건의 관할 법원을 이전하는 신청이 받아들여져 다음 재판부터는 3군사령부에서 심리가 진행된다. 다음 재판 기일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군 검찰은 지휘관들이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아짐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직무유기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하기로 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권오성 육군참모총장(58·육사 34기)이 군(軍) 내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육군 제28사단에서 윤모 일병이 무차별 구타로 사망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지 6일 만이다. 권 총장의 사의 표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오전 군 수뇌부 인책을 시사한 이후에 나온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군에서 계속 이런 사고가 발생해왔고 그때마다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또 반복되고 있다”며 “국가 혁신 차원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의미에서 일벌백계(一罰百戒)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육군 헌병실장은 사건 발생 나흘 뒤인 4월 10일 윤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고받고도 권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한 경찰청장도 이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추적 검거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이 사건에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현장의 작은 소홀함이 국민적 불신과 혼란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분명하게 가슴에 새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육군이 가혹행위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다가 전역한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 상병(22)에 대해 전역일에서 4분이 지난 뒤 사망 진단이 나왔다는 이유로 책임을 피하려 한다는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제2탄약창 경비중대 소속이던 이 상병은 지난달 10일 군사재판을 통해 전역을 ‘명’받고 집에 돌아와 오후 10시 40분경 아파트 18층에서 뛰어내렸다. 가족과 헌병이 이 상병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약 1시간 20분 뒤인 11일 0시 4분 의사는 이 상병에 대해 사망 진단을 내렸다. 이를 두고 육군은 “규정상 전역 당일 밤 12시까지 군인 신분이 유지되기 때문에 민간인 신분이 된 고인에 대한 관할권이 없다”고 밝혔다. 이 상병은 군 복무 중 상습적인 구타 등 가혹행위로 정신질환까지 앓았던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드러났다. 부대 내에서 불거진 문제가 자살로 이어진 정황이 충분한데도 군 당국은 사건 발생 26일이 지난 뒤에도 진상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유족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육군 28사단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만큼 이번 사건도 다시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관할 경찰에 수사 협조를 했으며 관련 기록도 경찰에 넘겼다”며 “절차상 사망 진단이 나온 시점이 전역일 다음 날이기 때문에 원칙적인 면에서 관할이 경찰에 있다고 밝힌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군 검찰은 이날 윤 일병 사건 4차 공판에서 가해자들에게 강제추행죄를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하고 군사법원에 재판 관할을 28사단에서 3군사령부로 이전해줄 것을 신청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