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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씩 몇 번 일하면 27만 원 주니까 좋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대여소. 동료 노인 5명과 함께 자전거 청소를 하던 이모 씨(72)가 본보 기자에게 말했다. 곧이어 한 할머니가 “춥다. 슬슬 들어갑시다”라고 하자 70, 80대 남녀 노인 6명은 서로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이날 오후 1시에 시작된 자전거 청소 일은 11분 만에 끝났다. 노인들은 청소 작업에 앞서 복지관에 보낼 ‘출근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날 6명은 10분 남짓 동안 자전거 3대와 거치대 7개를 닦고 주변 청소를 했다. 이렇게 월 7∼10차례 일하면 27만 원을 받는다. 본보가 서울의 각 자치구에서 진행되는 ‘공익활동형 노인일자리’ 작업 현장 5곳을 둘러본 결과 이 중 4곳이 필요 이상의 인력이 투입돼 있거나 작업 활동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노인 일자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실효성 없는 일자리정책으로 세금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관리 허술한 노인일자리 보건복지부는 2004년부터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을 통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민간 사업체와 함께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있다. 노인들의 소득을 보전하고 사회참여 기회를 늘리겠다는 게 이 사업의 취지다. 올해 복지부는 작년보다 10만여 개 늘어난 총 61만 개의 노인일자리를 전국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 중 서울시에 할당된 일자리는 7만5000여 개로 약 2150억 원(국비 30% 서울시 예산 35% 서울시 각 자치구 예산 35%)의 예산이 투입된다. 서울시의 일자리는 공익활동형, 사회서비스형, 인력파견형, 시장형 일자리로 구분되는데 ‘따릉이 청소’ 같은 공익활동형이 전체의 78%로 가장 많다. 18일 오전 9시경 서울 중구의 한 주택가에서는 넘어짐 사고 방지를 위해 계단 끝부분에 노란색 페인트를 칠하는 ‘옐로우 굿라인’ 작업이 진행됐다. 이날 작업에는 인근 복지관 소속 노인 22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약 1시간 동안 1m 길이 계단 7칸에 페인트를 칠했다. 작업에 참여한 박모 씨(75)는 “대부분 자리만 지킬 뿐 실제 일하는 사람은 5명 정도”라고 했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적은 사람들이 주로 작업을 한다고 한다. 같은 날 오전 10시경 서울 강남구의 한 공원에서 ‘놀이터 행복지킴이’로 일한 노인 2명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주 업무는 놀이터를 찾는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 하지만 노인들이 근무한 1시간 반 동안 아이들은 3명이 왔다. 노인들을 관리하는 복지관 측은 “아이들이 없을 때는 환경미화 활동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지만 노인들이 출근했을 때는 이미 구청에서 채용한 공공근로자가 공원 청소를 마친 상태였다. 2명의 노인은 이날 전단과 명함 몇 장, 담배꽁초 등 한 줌의 쓰레기를 줍고 지인들을 불러 커피, 초콜릿 등을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내다가 귀가했다.○ 노인 주도적 참여 일자리 만들어야 제대로 운영되는 곳도 있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군자역에서 일하는 ‘시각장애인 안내도우미’들은 4명이 1개 조를 이뤄 3시간씩 4교대로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활동한다. 근로시간을 잘 지킬 뿐 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을 비롯한 교통약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서울시는 노인일자리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자치구별로 다양한 종류의 노인일자리를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국가 주도로 ‘할당 일자리’가 내려오다 보니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곳들이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자리 사업 수행기관에 관리 인력이 부족하지만 노인들이 밖에서 활동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노인복지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행기관에 대한 지원을 늘려 사업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공일자리를 통해 노인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성기 인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공익형 일자리가 돈 나눠주기식으로 운영될 경우 정작 필요한 노인복지에 돈이 쓰이지 못할 수 있다”며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에) 민간 사업장 연계 비율을 늘리는 등 노인들이 적극적인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자리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소영 ksy@donga.com·김자현 기자 ‘노인일자리, 인증샷 찍고 11분만에 끝… “진짜 도움되는 일 원해”’ 관련 정정보도문본 신문은 지난 2월 21일자 사회면에 “노인일자리, 인증샷 찍고 11분만에 끝… 진짜 도움되는 일 원해””라는 제목으로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들이 10분 일하고 (월 7-10회씩 10분) 월 27만원을 받는 것으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13일에 10분 일한 것은 활동 시간에 포함시키지 않았고, 14일에 규정대로 3시간의 활동을 하였습니다. 또한 인터뷰 내용도 사실과 달라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여성 공무원 비율이 높아지는 건 바람직하지만 걱정도 됩니다. 숙직은 남자만 서는데 남자 비율이 줄면 그만큼 차례가 자주 돌아오니까요.”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한 행정부의 이모 주무관(39)은 7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남자가 숙직을 떠맡아야 하는 고충을 토로했다. 국회 출장 등 외부 일정이 많은 이 주무관은 숙직을 한 뒤에도 바로 퇴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주간 업무를 마치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숙직을 한 뒤에도 계속 업무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무관은 “숙직 한 번 서고 나면 너무 피곤하다. 여직원도 숙직 부담을 나눴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주무관의 사례처럼 남자만 숙직을 하는 공공기관이 대부분이다. 정부 부처 52곳과 광역지방자치단체 17곳 등 69곳 중 63곳(91.3%)이 남자만 숙직을 선다. 여자가 숙직을 하면 위험할 수 있고 가사와 육아에도 방해가 된다는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의 숙직 업무는 야간에 걸려오는 민원 전화 응대가 대부분이다. 긴급 상황이 아니면 현장에 나가지 않고 다음 날 담당 부서에 민원 사항을 전달하는 정도다. 예전에는 숙직 근무자가 청사 순찰을 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대부분 전문 보안업체가 순찰 업무를 맡는다. 경기 구리시 직원 A 씨는 “숙직 업무라는 게 민원 전화를 대기하는 정도다. 여자라고 해서 못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정부가 여성 공무원 승진 비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맞추면서도 고된 업무는 남자에게만 강요하는 것은 양성평등에 어긋난다”고 했다. 8년 차 주말부부인 서울시내 한 구청의 B 주무관은 “토요일 밤에 숙직하고 일요일 아침에 퇴근하면 비몽사몽 상태여서 지방에 있는 아내와 자녀들을 보러 가기 힘들다. 남자도 여성 못지않게 가족을 챙기고 싶은데 숙직은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직원이 숙직을 하기에는 아직 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의 한 국립대 직원 박모 씨(26·여)는 “밤에 깜깜한 학교에 혼자 있으면 누가 침입하지 않을까 두렵다. 여성이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게 현실인 만큼 남녀 간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H서울주택도시공사 여직원 박모 씨는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들의 몫이다. 숙직을 하면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오기도 힘들고 육아에 지장이 크다”고 했다. 반면 구리시 여직원 황모 씨는 “여성도 숙직을 하고 다음 날 쉴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면 그 시간을 활용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성 숙직에 반대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공직사회가 시대 변화에 맞춰 숙직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병대 수원시정연구원장은 “남자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전근대적 사고에서 벗어나 양성평등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군대 문화의 잔재인 ‘5분 대기조’ 형태의 숙직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야간 민원 전화는 비상상황조 직원들의 휴대전화로 돌아가게 하는 등 대안을 찾으면 된다”고 했다.▼ 서울시, 설문 거쳐 올해부터 ‘남녀 숙직’ ▼ 서울시는 남성 직원만 하던 숙직을 올해 1월부터 여성 직원도 서도록 근무규칙을 바꿨다. 서울시의 여성 공무원 비율이 40%를 넘어서면서 양성평등을 실현해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서울시의 여직원 숙직 문제는 지난해 3월 직원들이 사용하는 자유게시판에 ‘여직원들도 숙직하자’는 의견이 올라오면서 공론화됐다. 2018년 기준 여성 직원의 비율이 40%를 넘어서며 남녀 간 당직 주기 격차가 벌어지는 근무 형태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한 달 뒤 서울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가 이뤄졌고 ‘여직원도 숙직해야 한다’는 데 63%가 찬성했다. 남성 응답자는 66%, 여성 응답자는 53%가 찬성했다. ‘여직원 수 증가’(25%), ‘남녀 구분 불필요’(23%), ‘잘못된 관습 중단’(15%) 등이 찬성 이유였다. 이런 결과가 나오자 서울시는 지난해 10월 당직 근무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지난해 12월 여성 공무원 숙직제도를 시범 운영한 뒤 올 1월부터 정식 시행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근무 시행규칙 개정 당시 여성의 안전과 육아 문제 등을 걱정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나오자 해법 마련에 나섰다. 임신 중이거나 만 5세 이하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는 남녀 구분 없이 당직 근무를 서지 않아도 되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여성 공무원증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한 여성 숙직실도 새로 마련했다. 주취자 등 여성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민원인은 청원경찰과 방호 인력이 청사 외부를 순찰하며 응대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다른 공공기관들도 무작정 숙직 제도 변경에 나설 게 아니라 여성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구체적인 매뉴얼 등을 선제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여성가족부는 2012년부터 남녀 직원 모두 숙직 근무를 서고 있다. 남녀 직원 비율이 3 대 7로 여성이 크게 많아지며 남성 공무원의 숙직 주기가 빨라진 데 따른 조치다.구특교 kootg@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김소영 기자}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했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진정한 해방을 맞지 못했다.” 30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1372번째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이곳에서 메모리아(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연합동아리) 민은서 회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싸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이어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그에 따른 배상을 요구한다”며 성명서를 읽어나갔다. 이날 시위는 위안부 피해자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김복동 할머니(93)와 또 다른 피해자 이모 할머니(94)가 28일 눈을 감은 뒤 처음 열린 수요 시위다. 두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며 평소보다 많은 300여 명의 시민이 시위에 참여했다. 시위는 두 할머니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어느 때보다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시위가 시작되기 30분 전부터 초등학생, 아기와 함께 온 젊은 여성, 노인 등 여러 연령대의 시민들이 자리를 채워나갔다. 두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이 진행되자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인천에서 온 고교생 이연수 양(17)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계실 때 힘을 모아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경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는 김 할머니의 입관식이 있었다. 입관식을 지켜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1)는 “맘 편하게 하늘나라에 가서 할머니들한테 전해요. 내가 이기고 왔으니 나머지는 용수가 (한다고) 할머니들한테 전해”라며 흐느꼈다. 김 할머니의 빈소 근처에는 ‘내가 기억하는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추모벽이 설치됐다. 추모벽에 붙은 1000장가량의 나비 모양 메모지에는 ‘할머니, 수요집회에서 눈 맞추고 웃어주셨던 것 오래 기억할게요’ 등의 글이 담겼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문희상 국회의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등의 조문도 이어졌다. 구특교 kootg@donga.com·사지원·김소영 기자}
전문가들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페미니즘 이슈에 20대가 높은 관심을 보인 것을 인권 감수성이 높아진 세대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했다. 김영란 숙명여대 사회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 기성세대가 성폭력 문제를 계도적인 차원에서 논의했다면 이제는 당사자들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부분 1990년대에 태어난 20대는 군사정권 시절을 겪지 않았고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등 인권 의식이 높아진 시대에 살고 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20대 남성들의 반발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은 전통적인 남성의 지위가 도전을 받는다고 느끼고 있어 남녀 간 대결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풀이했다. 20대의 삶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남북 정상회담에 관심이 높은 배경에는 또래 지도자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호기심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이 10여 년 만에 열렸고 젊은 세대들이 제대로 본 건 처음”이라며 “자기 또래인 김 위원장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사진을 합성하는 등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았다”고 풀이했다. 난민 수용 문제는 13명이 꼽아 10대 뉴스에 포함됐다. 난민 수용이 늘어나면 내국인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결국 20대 본인의 삶에 불안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예민하게 반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난민을 받아들이면 국가적 차원에서 세금을 쓰고 복지를 마련해야 하니까 자기들에게 돌아올 기회가 줄어든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며 “20대가 현실에서 느끼는 일종의 절박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