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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의 경제제재 속에서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74·사진)가 100조 원대의 거대 비밀기업 ‘세타드’를 운영하며 24년간 권력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6개월간 기획취재를 통해 하메네이가 ‘세타드 이즈라예 파르마네 헤즈라트 이맘’(최고지도자의 명령을 수행하는 본부라는 뜻)이라는 거대 기업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11, 12일 보도했다. 로이터가 테헤란 증권거래소 및 미 재무부 자료 등을 근거로 추산한 세타드의 총자산 규모는 약 950억 달러(약 101조7450억 원). 이는 지난해 이란 석유 수출액의 40%에 해당한다. 세타드는 금융 석유 통신부터 의약품 제조, 타조 농장까지 이란 내 산업 전반에 걸쳐 총 37개의 회사를 운영한다. 그중에는 스위스 제약회사와 제휴해 경구 피임약을 제조하는 ‘ATI제약’도 있다. 로이터는 “하메네이는 최근 보건부 장관에게 20년 된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하고 출산장려를 하라는 칙령을 내렸다”며 “최고지도자가 너무 많은 방대한 회사를 관리하다 보니 자신의 정책에 반하는 회사까지 소유하게 됐다”고 비꼬았다. 세타드는 초대 최고지도자였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명령으로 1989년 설립됐다. 초기에는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혼란기에 버려진 토지를 관리하거나 매각해 자선사업을 벌이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하메네이가 권력을 장악한 이후 세타드는 본격적인 기업 활동에 나섰다. 세타드는 2000년 투자관리회사를 차렸고 2007년 이란 주요 은행과 2009년 최대 통신회사 주식을 매입했다. 전국에 100개의 지점을 가진 페르시아 은행의 종업원들은 2006년 세타드의 투자 자회사가 자신의 은행을 인수합병한 이후 문화적 충격을 감당해야 했다. 자유로운 복장으로 유명했던 이 회사의 남자 직원들은 넥타이 착용을 금지당했다. 여직원들은 “왜 청바지를 입었느냐, 립스틱 색깔이 왜 이렇게 붉은가”라는 경고 메시지를 받아야 했다. 또한 세타드는 소수 종교인이나 기업인, 해외에 거주하는 이란인의 부동산을 몰수해 경매시장에 되파는 강압적 방법으로도 자산을 축적했다. 올해 5월 한 달 동안에도 300건의 민간인 몰수토지에 대한 경매가 이뤄졌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한편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도 비대해진 세타드가 하메네이의 자금줄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올 6월 미국 재무부는 세타드와 37개 기업에 대해 추가 제재 조치를 취하면서 이 기업들이 하메네이의 명령을 받아 자금을 제공하고 핵 개발에 대한 제재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는 “하메네이가 세타드의 막대한 재산을 개인적으로 착복했는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러나 적어도 이란 정치권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의 원천인 것은 틀림없다”고 분석했다. 이 보도에 대해 세타드 측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부인했다. 하메네이의 자금줄이 드러난 것이 이란의 핵개발과 제재 완화를 논하는 서방과의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국제사법재판소(ICJ)가 11일 100년 이상 계속돼 온 태국과 캄보디아 간 영토 갈등인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분쟁’에서 캄보디아의 손을 들어줬다. 태국에서 민족주의 세력을 중심으로 반발이 예상돼 양국 간에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ICJ 재판부는 이날 “사원과 주변 땅에 대한 주권이 캄보디아에 있다”며 “이 지역에 있는 태국 군경은 전원 철수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피터 톰카 판사는 “이번 판결은 1962년 판결을 다시 확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은 11세기에 지어진 캄보디아의 힌두사원으로 태국 영토 안에 있다. 태국은 사원 주변 지역 0.35km²만 캄보디아 소유라고 주장하는 반면 캄보디아는 4.6km²가 자국령이라고 맞서고 있다. ICJ는 1962년 사원이 캄보디아 소유라고 판결한 바 있다. 그러나 사원이 절벽에 위치해 태국 쪽 땅을 통하지 않고는 접근하기 어려운 데다 캄보디아는 과거 내전 등으로 인한 국내 정세 혼란으로 오랫동안 이곳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하지 못했다. 캄보디아가 사원 주변 땅의 소유권을 다시 주장하면서 태국과 갈등이 빚어져 2011년에는 두 차례 무력충돌이 발생해 최소 28명이 사망했다. 그러자 캄보디아는 그해 해당 지역 권리 주체를 가려 달라며 ICJ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ICJ 판결을 앞두고 최근 사원 주변 국경지역에는 태국 측이 헬기와 정찰기를 배치하자 캄보디아 측도 사원 주변에 병력을 증강했다. 두 나라의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인근 주민들은 대피호를 파거나 피란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11일 보도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와 훈 센 캄보디아 총리는 판결에 앞서 프레아 비헤아르 사원 영토분쟁에 관해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ICJ의 판결을 존중하며 국경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 정상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양국 민족주의 세력의 선동에 의한 국경지역 분쟁이 발생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반정부 성향의 태국 민족주의 세력은 “ICJ의 어떤 판결에도 불복할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북한군 조종사들이 시리아 내전에 참전해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군의 일원으로 반군 공습에 가담하고 있다고 시리아 야권 단체가 밝혔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영국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SOHR)가 지난달 31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고용한 최소 15명의 북한 헬기 조종사들이 반군 요새에 대한 헬기 공격 임무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영국에서 발행되는 아랍어판 일간지 알쿠드스도 부르한 갈리운 시리아국민위원회(SNC) 초대 의장의 말을 인용해 “아사드 정권이 신뢰를 잃은 정부군 조종사 대신 북한 공군 조종사와 협약을 맺고 반군 공습을 수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러한 보도는 서방의 공식 외교 채널에 의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시리아 공군 조종사 가운데 상당수가 수니파인데 조종사들이 잇달아 망명해 아사드 정권이 믿을 수 있는 조종사가 많이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시리아 정부는 북한군 외에도 레바논 헤즈볼라 대원, 이라크 출신 시아파 전사, 이란의 혁명수비대 장교 등을 최전선에서 활용해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북한이 시리아 정부군을 도왔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제기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일간지 아샤르크 알아우사트는 올 6월 알레포 주변의 시리아군 주둔지에서 북한군 장교 11∼15명이 정부군을 돕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를 증언한 시리아인권관측소의 라미 압델라흐만 대표는 “북한군 장교들이 직접 전투에 가담하지는 않지만 병참 지원이나 작전 계획에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이란 핵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이 참여하는 ‘P5+1’은 이란과 핵 협상을 벌여왔다.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면 북핵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NN 등 외신들은 8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란 핵협상에 대한 막판 조율을 위해 스위스 제네바 유럽 유엔본부를 찾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케리 장관의 참석은 협상 마무리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8일 중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7일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10년 만에 처음으로 중단시킬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란 측 협상단 고위 관계자인 아바스 아라그치 외교차관도 7일 이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협상 상대국들이 이란이 제시한 협의 내용을 명쾌하게 수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의가 끝나는 8일 양해각서를 작성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P5+1’은 그동안 이란이 포르도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 가동 중단 등 핵 개발 포기를 위한 구체적이고 검증 가능한 조치를 받아들이면 대(對)이란 제재를 완화하겠다며 협상을 벌여왔다. P5+1 측은 일단 6개월간 해외자산 동결 같은 일부 제재를 완화하고 이란의 핵개발 중단 상황을 지켜본 뒤 재협상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7일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제재의 핵심 뼈대는 유지하면서, 그리 대단하지 않은(very modest) 제재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은 ‘석유 수출 금지’ 같은 핵심 제재는 유지하면서 해외 금융자산 동결이나 금·석유화학제품 거래와 같은 부차적인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나 이란과의 핵협상은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과 이란의 자국 내 반대여론에 부딪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 협상에 대해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키우는 역할만 할 것”이라며 “서방국가의 ‘역대 최악의 실수’가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만일 이란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확신을 주지 못하면 완화했던 제재를 다시 복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란 핵협상의 진전은 북핵 협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008년 12월 이후 5년 동안 열리지 않은 6자회담을 비롯한 북핵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 양자회담 개최의 기대감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이 이란의 방식을 참고해 미국과 관계개선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8일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또 한 단계 강등했다. 프랑스의 신용등급이 최고 등급에서 두 단계 밑으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P는 지난해 1월,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피치는 올해 7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최상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S&P는 프랑스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낮춘 이유로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로 당분간 재정건전성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을 꼽았다. S&P는 “프랑스 정부는 공공지출을 줄일 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프랑스의 실업률은 2016년까지 10%를 계속 웃돌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야세르 아라파트(1929∼2004·사진)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치명적인 방사성물질에 의해 독살됐다는 부검보고서가 나왔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TV는 6일 스위스 로잔의 보드대학병원(CHUV) 법의학센터가 작성한 108쪽 분량의 부검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해 아라파트의 유해에서 다량의 ‘폴로늄210’과 ‘납210’이 검출됐다고 보도했다. 아라파트의 유품, 옷 등에서 폴로늄 수치가 높게 나타난 것은 담배연기 때문일 수 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반박한 것이다. 아라파트는 2004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아라파트의 유품, 옷 등에서 평균치의 약 10배에 이르는 폴로늄210이 검출돼 독살설이 제기됐다. 이번 부검은 지난해 11월 진실 규명을 위해 아라파트의 무덤에서 유해를 꺼내 조직 샘플을 채취한 뒤 스위스로 보내 분석을 의뢰한 결과다. 아라파트의 부인 수하 여사는 부검 결과가 나온 뒤 “위대한 지도자에 대한 암살이자 정치 범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외교부는 “수하가 아라파트의 계승자들과 싸우는 한 편의 연속극같다. 연구진 역시 이해 당사자들이 위임한 팀”이라며 결과의 공정성에 의혹을 제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중앙은행(ECB)이 7일 열린 금융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현행 0.5%에서 역대 최저치인 0.25%로 인하했다. ECB는 올해 들어 5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후 동결 기조를 이어오다가 6개월 만에 다시 역대 최저치로 낮췄다. 또한 최저대출금리도 마찬가지로 0.25%포인트 내린 0.75%로 낮췄다. 이날 ‘깜짝 인하 결정’은 금리 동결이 우세했던 시장의 전망을 벗어난 것이다. 이날 금리 인하는 지난달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물가상승률이 0.7%로 최근 4년 동안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역내 물가가 안정돼 있고, 유로존이 재정위기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어려움에 빠졌을 때 주변에 의지할 수 있는 친구나 친척이 있는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4개 회원국 국민에게 던진 질문이다. 실직 파산 등 개인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주변에서 경제적 정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면 더욱 쓸쓸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질문에 한국인은 77%가 “그렇다”고 답했다. OECD국가 중 꼴찌에서 3번째로 낮은 ‘사회적 유대감’이다. 국가부도 사태 직전까지 갔던 그리스도 한국보다 한 단계 높았다. OECD국가 중 한국보다 유대감이 낮은 나라는 멕시코와 터키뿐이었다. 5일 OECD가 발간한 ‘2013 삶 보고서(How's Life? 2013)’에 따르면 한국인의 삶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0으로 OECD 평균 6.62보다 낮았다. 지난해 갤럽이 OECD 각국에서 자신의 삶이 최상(10)과 최하(0) 가운데 어디에 위치하는지 조사한 결과다. 스위스가 7.8로 가장 높았고 헝가리가 4.7로 가장 낮았다. 미국은 7.0, 일본은 우리와 같은 6.0이었다. 특히 한국은 저학력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낮은 국가로 분류됐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1995년보다 크게 늘었으나 응답자 스스로 건강하다고 답한 비율은 40%를 밑돌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한국의 15∼64세 인구의 고용률은 2011년 기준 63.85%로 OECD 평균 66.0%보다 조금 낮았다. 그러나 한국의 성별 평균 임금격차는 38%로 OECD국가 중 가장 크게 나타났으며, 대졸 학력 이상의 남녀 간 취업률 격차도 29%로 가장 높았다. 2011년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를 기준으로 한 15세 학생의 읽기와 수학·과학 능력은 핀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으나, 16∼24세 성인의 읽기 쓰기 계산 능력은 평균 정도로 나타났다. 한편 경제위기 속에 남유럽 국가 국민들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인들의 만족도는 5년 사이 20%나 떨어졌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도 각각 12%, 10%씩 하락했다. 반면 유럽의 경제 강국 독일은 4%나 올랐다. 이스라엘 멕시코 스웨덴 국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졌다. 또 금융위기 이후 유로존 국민의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5년 사이 10% 넘게 하락했다. 반면 독일 영국은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오른 나라로 꼽혔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경제위기 속에서 각국의 정책 최우선 과제는 국민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스웨덴은 높은 대학진학률과 학업성취도를 자랑하는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배워야 한다.”(스페판 뢰벤 사회민주당 대표) “학생들을 혹사시키는 한국은 롤모델(본보기)이 아니다.”(얀 비에르클룬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스웨덴 사민당 스테판 뢰벤 대표(56)는 박원순 서울시장 초청으로 지난달 27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그는 방한 도중 “25∼34세 인구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이 스웨덴은 42%인 반면, 한국은 63%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수출주도형 국가인 스웨덴은 한국처럼 교육에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언론에 소개된 제1야당 대표의 이러한 주장을 놓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거세다. 비에르클룬드 교육부 장관은 최근 일간지 다옌스 인두스트리(DI) 기고문에서 “뢰벤은 한국을 롤모델로 제시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교육의 양적성장이 고등교육의 질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등교육의 질을 평가한 연구중심 대학 간 글로벌 네트워크인 ‘우니페르지타스21’(U-21) 올해 랭킹에서 스웨덴이 미국에 이어 2위에 오른 반면, 한국은 24위였다”고 말했다. 이 랭킹은 40개국의 고등교육 시스템을 자원, 환경, 접속가능성, 성과 등 4개 관점에서 평가한 것이다. 스웨덴의 일간지 ‘아프톤블라데트’도 한국 교육시스템에 대한 찬반논쟁에 가세했다. 신문은 “한국 15세 청소년의 수학, 과학, 읽기 이해 능력이 2009년 65개 조사국 중 2위를 차지했지만, 이러한 한국 학생들의 우수한 뒷모습에는 한 달에 6000크로나(약 100만 원)가 들어가는 사교육비와 시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학생들이 방과 후에도 사설학원에 다니느라 4시간밖에 못 자며 혹사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뢰벤 대표는 한국 방문 후 돌아간 뒤에는 “우리가 주당 40시간 일하면서 학생들에게 60시간을 공부하도록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이 전했다. 스웨덴의 다른 신문인 바로메테른-OT도 “끝없는 공부와 치열한 경쟁을 빼고 스웨덴이 한국에서 뭘 배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NSA)을 비롯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등 정보 수집 행각을 폭로한 이후 미국에 협조했던 우방국 정보기관의 도청 행각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호주 등 서방세계 정보기관들은 한편으로는 고급 정보를 놓고 서로 경쟁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얻은 정보를 주고받는 협조를 하며 일종의 ‘정보 공유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스노든의 폭로를 특종 보도한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1일 영국의 해외 정보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가 수집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NSA가 지난 3년 동안 최소 1억 파운드(약 1693억 원)의 비밀자금을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GCHQ는 MI5(국내정보담당), 영화 ‘007시리즈’의 모델이 된 MI6(해외정보국)과 함께 영국의 3대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첼트넘에 본부를 둔 GCHQ는 영국 연안을 지나는 환대서양 광케이블과 중동 지역을 지나는 해저 광케이블 등 200개 이상의 광케이블에 접속해 지난해 기준으로 매일 6억 건의 개인정보와 통화를 감청하고 있다. 스노든은 GCHQ의 방대한 도청작전에 대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민간인 감시망”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9년 4월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그해 9월 열린 G20 재무장관 회의 때 GCHQ가 각국 대표단의 인터넷과 전화 통신 내용을 감청한 사실이 폭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GCHQ가 가동하고 있는 10억 파운드 규모의 대형 통신감청 프로젝트 암호명은 ‘시간의 복수’라는 뜻의 라틴어 ‘템포라’다. GCHQ가 해킹한 광케이블에 오가는 정보량은 하루 21페타바이트(1000조 바이트) 이상으로, 영국 도서관 장서에 담긴 정보의 24배에 이른다. 국제 첩보활동 분야의 강자인 프랑스의 해외정보 수집을 총괄하는 대외안보총국(DGSE)도 2011년 말과 2012년 초에 미국 정보기관과 정보 교환 협정을 체결했다고 현지 유력 일간지 르몽드가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르몽드에 따르면 DGSE는 파리에 있는 본사 지하에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3층 높이의 슈퍼컴퓨터를 설치해 도청으로 얻은 정보를 저장하고 있다. 파리 교외지역인 이블린에 1000m² 규모 크기의 통신감청센터를 짓고 있다. DGSE는 스파이 위성, 해저 광케이블을 통해 아프리카 국가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오는 수십억 개의 전자정보를 동시에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령 기아나의 쿠루와 마요트 기지, 지부티와 같은 해외 영토나 옛 식민지에 정보를 수집하는 30개의 위성 안테나가 설치돼 있다고 한다. 스노든은 독일에서 국내외 정보의 통신감청을 담당하는 기관인 연방정보국(BND)도 그동안 미국 NSA의 정보수집에 협력해 왔다고 폭로했다. 영국의 GCHQ는 내부 보고서에서 BND가 “이미 40∼100Gbps(기가비트) 속도의 일부 광케이블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BND는 향후 5년 동안 1억 유로(약 1434억 원)를 투입해 기술정찰팀 신규 요원을 100명 늘리고 전 세계 인터넷 데이터를 감시할 계획이라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이 보도했다. BND는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서독 내에서 암약해온 동독 정보기관 ‘슈타지’의 서독인 협조자가 2만 명이 넘는다고 발표해 충격을 줬다. 이 중 7000여 건의 국가반역행위가 적발됐고, 간첩혐의로 300명이 구속될 정도로 정보의 정확도가 높은 기관이다. 이에 앞서 호주 시드니모닝헤럴드는 지난달 30, 31일 호주가 미국과 함께 동남아 주재 외교시설에서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해왔다고 보도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태국 등까지 미국에 해명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호주와 같이 영연방국가인 캐나다 정보기관도 미국 NSA, 영국 GCHQ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외교적 문제를 피해야 하는 해외 정보 수집은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고 그 능력은 국력에 정확히 비례한다”고 말했다. 능력을 가진 강대국들만 정보를 공유하면서 국제 정보 시장에서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국력이 약해 정보가 없는 약소국들은 ‘강대국 정보 카르텔’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파리=전승훈 raphy@donga.com워싱턴=신석호 특파원}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3대 강대국들도 북한 핵·미사일 개발과 한국의 경제 관련 정보 등을 수집하기 위해 치열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수집 능력은 과거 냉전시절 사회주의권의 제국으로 군림했던 러시아가 가장 뛰어나고 주요 2개국(G2)으로 국제무대에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국과 일본 순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러시아판 에셜론 기지’ 라모나 운영 러시아는 도청 등을 통해 신호정보(SIGMINT)를 수집하는 기구로 ‘연방통신정보국(FAPS)’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이 약 10만 명으로 통신망으로 전달되는 정치 경제 군사 과학 기술관련 비밀 정보 수집이 주요 임무다. 러시아는 해외 정보 수집을 위해 일명 ‘라모나(Ramona)’라는 비밀 레이더 기지를 운영한다. 현재 북베트남 캄란, 쿠바의 루르드, 북한 황해도 등에 비밀 레이더 기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모나’는 러시아판 ‘에셜론’ 기지로 특히 한국과 일본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中국가안전부, 인해전술식 정보수집 중국의 국가안전부는 방대한 조직과 인력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대외 정보기관이다. 개혁·개방 이후 외국과의 접촉이 늘어남에 따라 정보 획득과 방첩 활동을 더 조직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1983년 7월 유관 기관을 통폐합해 설립됐다. 총 18개 국(局) 가운데 도청 등을 통해 대외 정보를 수집하는 곳은 기밀요원국과 국제정보국, 정보분석통보국, 반간첩정보국, 기술정찰국, 영상정보국 등으로 추정된다. 1999년 미국 의회는 ‘콕스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의 핵무기와 항공우주 기술 등을 수십 년간 불법적으로 획득했다고 지적했다.아베 집권후 국가정보기관 창설 추진 일본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이나 한국의 국가정보원(NIS)과 같은 국가정보기구 없이 내각에 150명 규모의 정보조사실이라는 조직을 운영해 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 출범 이후 CIA와 비슷한 형태의 국가정보기관을 창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 내각 정보조사실을 확대해 ‘내각정보국’을 신설하는 형태로 현재 내각정보조사실에 1명뿐인 내각정보관을 3명으로 늘려 국내, 대외, 방위의 3분야를 담당토록 하고 3명 가운데 1명을 국장격인 ‘내각정보감’으로 임명할 방침이다. 베이징=이헌진 mungchii@donga.com도쿄=배극인 특파원}

“위대한 것을 성취하려면 행동뿐 아니라 꿈을 꿔야 하며 계획할 뿐 아니라 믿어야 한다.”(Pour accomplir de grandes choses, nous devons non seulement agir mais aussi r^ever; non seulement planifier, mais aussi croire.) 박근혜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프랑스의 대문호 아나톨 프랑스의 말을 빌려 한국과 프랑스 양국 간 창조경제 협력을 당부하는 연설을 끝내자 참석자들은 한동안 기립해 박수를 보냈다. 이날 파리의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랑스 경제인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특유의 또박또박한 어조로 20분간 프랑스어로 연설했다. ○ 박 대통령,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박 대통령은 이날 한국과 프랑스 경제인 24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양국 간 창조경제 협력은 잠재력이 큰 미래 신산업, 문화산업, 중소·벤처기업 등 세 분야에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둔황석굴에서 잠자던 8세기 한국 승려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을 세계에 알린 사람이 프랑스 고고학자였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한 외국인 작가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였다”면서 “프랑스의 문화 역량과 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한국의 첨단 정보기술의 만남을 통해 문화산업을 발전시키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와인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 양국은 130년 가까운 우정을 쌓아온 오래된 친구”라며 “우리 정부는 언제나 기업인의 후원자 역할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교민들 “오랜 독학으로 닦은 프랑스어 실력” 프랑스 경제인 120여 명은 연설이 끝나자 3분간 기립박수를 치면서 “트레비앙(tr`es bien·매우 잘했다)”, “파르페(Parfait·완벽하다)”, “쉬페르(Super·뛰어나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피에르 가타즈 프랑스경제인연합회(MEDEF)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프랑스어가 흠잡을 곳이 없었다”라고 칭찬했다. 루이스 갈루아 한-프랑스 최고경영자클럽 위원장은 “아름다운 불어를 구사한 것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연일 선보이는 프랑스어 실력은 교민사회에서도 화제다. TV뉴스를 통해 접한 박 대통령의 프랑스어 발음이 39년 전 그르노블에서 6개월 유학을 했던 경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실력이라는 것. 프랑스에서 교사를 하고 있는 한 교민은 “프랑스에서 오래 산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연음’과 ‘r’ 발음을 무난하게 소화해냈다”며 “또박또박 정확하고 여유 있는 발음으로 의사전달력이 뛰어난 프랑스어를 구사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교민은 “프랑스어를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외워서는 할 수 없는 프랑스어 실력”이라며 “오랜 기간 독학으로 프랑스어를 공부해 온 듯하다”고 평했다. 박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프랑스 일간 피가로의 세바스티앙 팔레티 기자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인터뷰 시작에 앞서서 유학시절의 추억 등 프랑스어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만난 한국 정치인 중 프랑스어 발음이 가장 좋은 것 같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유학 시절 추억 회상 박 대통령은 이날 39년 전 프랑스 유학 생활에 도움을 준 당시 그로노블 이제르 지역의 도지사(작고) 부인과 만나 당시 유학 시절을 회상하는 ‘추억의 시간’을 가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프랑스 개선문에 있는 무명용사의 묘를 헌화하며 6·25전쟁 참전에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영국 공영방송인 BBC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 (김정은이) 말한 것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면서도 “북한을 신뢰할 수 없다고 우리가 (대화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설득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파리=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전승훈 특파원}

소말리아 등 소위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아프리카 동북부 지역을 근거로 하는 해적들이 최근 7년여 동안 인질 몸값으로 약 4억 달러(약 4244억 원)가량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와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세계은행(WB)은 1일 공개한 조사보고서에서 2005년 4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소말리아 해적들의 활동 상황을 소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해적 활동 59건의 ‘머니 모델’을 분석한 결과 인질 몸값 수익 중 30∼75%는 해적 활동에 ‘벤처 자금’을 투자한 사업가의 몫이었다. 해적사업가들은 이 수익을 인신매매, 무기밀매 같은 범죄 활동에 재투자했다. 선박을 직접 납치한 하급 해적 조직원들이 나눠 가지는 돈은 납치한 선박 1건에 3만∼7만5000달러가량이었다. 소말리아 해적들이 거둔 몸값 수익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11년으로 1억5110만∼1억5567만 달러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3635만∼4039만 달러로 급감했다. 이는 2008년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가 아덴 만에서 벌인 대대적인 해적 소탕작전이 효과를 나타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부모의 잇따른 암살, 수십 년간의 고독한 칩거, ‘선거의 여왕’으로의 부활, 유세 도중 당한 테러, 평생 ‘조국(祖國)과 결혼한’ 미혼녀…. 프랑스의 일간 르피가로는 4일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를 게재하면서 박 대통령을 ‘셰익스피어적인 운명(destin shakespearien)의 후계자’라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삶 속에 영국의 대문호인 셰익스피어의 비극 작품에 등장하는 ‘반복되는 운명의 패턴’이 있다. 그러나 ‘햄릿’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 ‘로미오와 줄리엣’ 등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과 박 대통령이 겹치는 인물을 꼽기는 힘들다. 햄릿은 원통하게 죽은 부모를 잃은 자식이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겹치지만, 결말은 판이하다. 박 대통령과 인터뷰한 르피가로지의 세바스티앙 팔레티 기자는 3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셰익스피어 소설에 나오는 특정 주인공의 삶을 박 대통령에 빗대서 쓴 말은 아니다”라며 “‘셰익스피어적’이란 형용사는 프랑스에서 드라마틱한 운명적 삶을 지칭하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특징은 인간의 의지로 선택하는 게 아닌, 더 큰 초월적인 운명의 힘으로 진행된다”며 “대통령의 딸로 태어나 부모의 죽음을 목격하고, 평생 결혼하지 않고 정치적 힘을 쌓아 오다가, 마침내 청와대로 다시 돌아온 박 대통령의 삶은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셰익스피어적 운명’ 그 자체”라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사진)가 지난달 31일 런던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한국의 투명하고 개방적인 경제발전 전략을 언급하며 ‘(세계 속의) 등불(beacon of light)’과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가 1929년 4월 2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시에서 한국을 ‘동방의 등불(Lamp of the East)’이라 칭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세계 73개국 1000여 명의 대표자들이 참가한 ‘열린 정부 파트너십’ 국제회의 개막 연설에서 투명한 정부가 21세기 성공 국가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하면서 “이곳에서 5500마일 떨어진 한반도의 38선을 바라보라”며 연설을 시작했다. 캐머런 총리는 “아시아의 4번째 경제 강국인 한국은 글로벌 비즈니스의 허브이며, 청소년 독서량이 세계에서 2번째로 많고, 평균 수명이 81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주 영국을 국빈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환영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한국은 문자 그대로 ‘등불’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반면 북한은 어린아이 4분의 1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으며, 질병과 세계 최저의 생활수준으로 한국보다 15년이나 평균수명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투명한 정치 체제가 뒷받침하는 개방된 경제야말로 국가 성공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한편 아랍권 위성방송인 알아라비야 영문판의 파이살 J 압바스 편집장도 지난달 31일 미국의 인터넷매체 허핑턴포스트에 기고문을 내고 격변기의 중동 국가들이 한국의 성공 사례를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압바스 편집장은 “안타깝게도 중동의 대부분 국가에서는 (한국처럼) 여성을 국가 수장으로 선출하는 것은 고사하고 아직 자유선거조차 동떨어진 얘기”라면서 “명예살인(부정한 여성을 죽이는 이슬람권 관습)이나 여성 운전 금지 등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전통을 자랑스럽게 지키면서 현대적인 것을 받아들이는 한국인들에게서 중동의 미래 발전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 지난달 23일 오후 3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 교외의 한적한 주택가. 단풍이 물든 가로수 사이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흰색 페인트가 깔끔하게 칠해진 자닌 크루스 씨(35·여) 집 안에 들어서자 거실 탁자 위에 고무찰흙과 소꿉놀이 도구가 가득했다. 인터넷기업 ‘몬스터보드’에서 일하는 크루스 씨에게 수요일은 ‘엄마의 날’이다. 두 살, 다섯 살짜리 아이가 있는 그녀는 1주일에 28시간 근무한다. 1주일 중 4일만 일하는 남편은 금요일에 쉰다. 당연히 금요일은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 ‘아빠의 날’이 됐다. 》 “네덜란드 엄마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내내 보육시설에 맡기는 걸 싫어해요. 보모 비용이 비싼 이유도 있고요. 하지만 네덜란드에서는 부부가 함께 일해야 생활이 되기 때문에 엄마들이 하루 종일 아이만 보며 살 수도 없어요. 집세를 내면서 문화생활도 즐기려는 부부에게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예요.” 직장생활 16년차인 그녀는 원래 회사와 전일제(주 36시간) 근무계약을 맺었다. 크루스 씨는 “지금은 아이를 키우느라 시간제로 바꿨지만 언제든지 내가 요구하면 전일제 근무로 돌아갈 수 있는 법적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의 전체 노동자 중 시간선택제 일자리 고용 비율은 49.8%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평균은 19.9%. 이 때문에 네덜란드는 ‘세계 최초의 시간제 고용경제’라고 불린다. 네덜란드 정부가 양질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수십 년간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온 결과다.○ ‘노동시간 줄이기’가 가져온 시간제 일자리 경제 1980년대 초 네덜란드는 경제위기를 맞아 실업률이 11.7%까지 급증했다. 실업난 해소를 위해 1982년 노사정 대표들이 모여 ‘바세나르 협약’을 체결했다. 핵심 내용은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근로시간을 단축해 일자리를 나누는 것. 이로 인해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기 시작했다. 공공기관들이 먼저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산에 적극 동참했다. 전일제 근무시간을 36시간으로 줄이고 시간제 근로자를 대폭 채용했다. 암스테르담 시청에서 노동정책 전략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는 드리스 바스텔링크 씨(42)도 시간제 근무자다. 그는 “공공 분야에서는 남성들도 시간제 근무가 일반화돼 있다”고 소개했다. 공무원 시간제 근로자들은 대부분 1주일에 4일(총 32시간) 일하며 3일만 일하는 여성들도 있다. 바스텔링크 씨는 “보건, 교육 분야에서는 시간제로 근무한 여성들이 고위직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시간제 일자리 덕분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화 위기 때에도 네덜란드의 실업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해 EU의 평균 실업률이 10.5%였지만 네덜란드는 5%에 불과했다. 유럽 평균이 22.8%인 청년실업률도 네덜란드는 9.5%에 그쳤다.○ 시간선택제 보호하는 법률, 복지 시스템 암스테르담 시내에 본부를 둔 직장인 교육훈련 전문기업 ‘NCOI그룹’의 직원 400명 중 70%는 시간제 근무를 하는 여성이다. 지난달 24일 이 회사에서 만난 프로젝트매니저 파티마 씨(29)는 첫째를 낳은 뒤 주 4일만 근무하고 있다. 임신 중인 그녀는 둘째를 낳은 후엔 주 3일만 일할 계획이다. 남편도 직장에서 근로시간을 줄여 육아를 돕기로 했다. 부부가 이렇게 근무시간을 줄여도 소득 감소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아이가 아홉 살이 될 때까지 정부가 ‘육아보상금’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에서는 부모가 육아를 위해 줄인 근무시간을 시간당 임금 4.5유로(약 6500원)로 계산해 세액공제를 해준다. 파티마 씨는 “첫째를 낳고 근무시간을 줄인 뒤 정부에서 1년에 1000유로(약 145만 원)가 조금 넘는 세금면제 혜택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네덜란드의 시간선택제 근무 확산에는 출산 및 육아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법에 의한 보호가 배경이 됐다. 1996년 시행된 이 나라의 ‘근무시간에 의한 차별금지 법안’은 인종, 성별과 마찬가지로 ‘근무시간’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 대우하는 것을 금지했다. 이 법에 따르면 네덜란드에서는 주 13시간 이하 ‘초단시간 시간제 근로자’를 포함해 모든 시간제 근로자들은 법률이 보장한 최저임금제에 기초한 월급을 받는다. 또 시간제 근로자는 전일제 근무자와 차별이 없는 시급, 휴가, 보너스 규정을 적용받는다. 또 다른 보호법은 9년에 걸친 정치적 협상 끝에 2000년부터 시행된 ‘근무시간 조정법’. 육아, 출산 등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근무시간을 변경할 권리를 근로자에게 준 것이다. 네덜란드의 높은 고용률과 반비례해 연간 근로시간은 모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2012년 기준 1381시간으로 한국(2100시간)의 66% 수준이다.▽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경제부 박재명 기자▽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국제부 전승훈 파리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제조업 중심이던 시절에는 장시간 노동하는 남성의 일자리가 주목받았지만, 서비스와 지식기반 산업으로 재편되면 고학력, 여성, 청년층의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달 25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에서 만난 ‘유럽연합(EU) 유연성 근로제’ 분야의 전문가 베메르 살베르다 노동연구소(AIAS) 명예소장(사진)은 세계적으로 시간선택제 근로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왜 특히 네덜란드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활성화됐나. “아이가 자랄 때 엄마의 손길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네덜란드의 문화적 특성이 크게 작용했다. 또 1982년 바세나르 협약으로 법정 노동시간을 줄이고, 1990년대 노동법을 개정해 시간제 일자리를 보호한 것이 주효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기업에도 득이 되는 이유는…. “시간제 근로가 오히려 생산적일 수 있다. 가령 전일제 근무자는 근무 도중 병원에 갈 수 있지만, 시간제 근무자는 쉬는 날에 병원을 가도록 권유받는다. 처음에 고용주들은 인력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꺼렸지만 곧 긍정적인 면에 주목했다.” ―시간선택제 근무자가 근무시간을 마음대로 변경할 수 있나. “네덜란드에서는 근로자가 정당한 이유(임신, 출산 등)로 근무시간을 적게 또는 많이 변경하고 싶다고 할 때, 안 되는 이유를 기업 쪽에서 증명해야 한다.” ―네덜란드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촉진하는 이유는…. “시간제 일자리의 증가는 복지국가의 부양능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1980년대 경제위기로 네덜란드 복지국가의 취약점이 드러났고, 그로 인해 얻은 교훈은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노동시장 참여율이 높아지면 경제위기 때 대량실업에 따른 취약성이 줄고 세수는 늘어난다.” ―한국에 조언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미숙련 저임금 직종이 많은 편이다. 세심한 준비가 없으면 자칫 좋은 일자리는 전일제 일자리로 남고, 나쁜 일자리만 시간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차별금지법, 사회보장제도, 최저임금제와 관련한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 ▽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경제부 박재명 기자▽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국제부 전승훈 파리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 22일 낮 12시 반 독일 수도 베를린에 있는 건축 자재 전문회사 ‘바우킹’. 창고에서 지게차로 짐을 나르는 근로자가 바삐 움직이는 가운데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필라우 씨(50·여)는 책상을 정리한 후 PC 전원을 껐다. 이날 오전 7시 반에 출근한 그는 이렇게 매일 5시간의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한다. 필라우 씨는 23년 전 이 회사에 입사할 때 1주일에 40시간씩 일하는 전일제(全日制) 근무자였지만 2001년 결혼 후 아이를 낳고 시간선택제 근무로 바꿨다.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까지는 1주일에 10시간씩 근무하다 초등학교 입학 후부터는 주당 25시간으로 근무시간을 늘렸다. 》 필라우 씨는 “시간선택제 근무는 결혼 후에도 경력을 이어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바우킹에서 일하는 170명의 직원 중에 40명이 시간선택제 근로자다. 이들은 전일제 근무자와 똑같은 시간당 임금과 사회보험 혜택을 받을 뿐 아니라 노조에 소속돼 법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이다. 이 회사에선 주 40시간 일하는 직원들도 모두 자율적으로 시간을 선택해서 근무하고 있다. 1년 총 연봉과 총 근무시간은 일정하지만 여름에 초과근무하고 겨울에는 절반만 일하는 등 계절 등에 따라 자율적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예전엔 날씨, 계절에 따라 매출액이 큰 차이가 나는 건축업계의 특성상 4∼10월에 계약직을 대량으로 고용했다가 겨울시즌에 대량 해고하는 일이 반복됐어요. 2001년 노조와 경영진이 1년간 협상한 끝에 전 직원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하도록 바꿨습니다. 이후 직원들의 신분도 안정되고, 신입사원 훈련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경영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회사 크리스티안 자우슈 사장의 설명이다. ○ 시간제 근로의 확대가 가져온 70%대의 고용률 독일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에도 ‘나 홀로 호황’을 누려왔다. 특히 독일은 2004년 64.3%였던 고용률이 2008년에 70%를 넘어섰고, 지난해 말 76.7%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유럽 전체가 높은 실업률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독일의 실업률은 올해 사상 최저치인 5.2%까지 하락했다. 실업률 하락에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독일은 유럽연합(EU) 내에서 네덜란드에 이어 시간제 고용비율이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기혼 여성의 취업률을 크게 높였다. 현재 독일의 15∼64세 여성 가운데 71.5%가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다. 53.1%인 한국의 여성 고용률과 크게 차이 난다. 독일에서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조치가 본격 시작된 것은 2003년. 통독 이후 10년간 경기침체에 빠져 ‘유럽의 환자’로 불리는 상황이 되자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이끄는 사회당(SPD) 정부는 노동시장과 사회보장제도를 전반적으로 개혁하는 ‘어젠다 2010’, 일명 ‘하르츠 개혁’을 추진했다. 이때 본격 논의된 것이 시간선택제 일자리, 파견근로 등에 대한 차별 금지와 복지 개선이었다. 2005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 정부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도 개혁은 계속됐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을 통해 노동참여 인구를 크게 늘림으로써 1인당 국민소득도 2003년 2만3277달러에서 2008년 3만4400달러로 1만 달러 이상 높일 수 있었다. 유연해진 근무제도는 경제위기에서 더욱 큰 위력을 발휘했다. 카를 브렌케 독일경제연구소(DIW) 선임연구원은 “독일이 2008∼2010년 경제위기를 대량 해고 사태 없이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경기 상황에 따라 근무시간을 조절하는 제도의 덕이 컸다”고 설명했다. ○ 여성과 청년, 고령층에 확대되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독일의 시간제 근로자들은 교육 수준이나 전문직 종사자 비율이 높은 편이다. 최근 조사 결과 62%는 직업교육을 이수했거나, 대입자격시험 자격증을 갖고 있다. 또 18%는 박사학위가 있거나 마이스터 기술자 교육을 받았다. 또 시간선택제 근로자들의 43%는 고급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화장품 마케팅업체 ‘코스노바’에 다니는 독일 교포 홍기현 씨(40)는 오전 8시 반 아이가 유치원에 간 후 집에서 e메일과 전화를 이용해 화장품 수출입에 대한 상담을 해준다. 1주일에 12시간 일하는 홍 씨의 한 달 수입은 총 1300유로(약 189만 원). 약 45%에 해당하는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제외하면 실제로 받는 돈은 700유로 정도. 홍 씨는 “전일제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아이를 교육시킬 동안에는 시간제 재택근무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이후 독일의 55세 이상 고령자 노동시장 참여 비율도 2000년 10.1%에서 2008년에는 12.8%로 늘었다.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는 워줄라 씨(76)는 65세 은퇴 후 종합병원 방사선과에서 환자차트 정리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병원 측과 일주일에 10시간 일하고 한 달에 400유로를 버는 ‘미니잡’ 계약을 했다. 워줄라 씨는 “생계 부담은 없지만 사회활동을 해야 더 건강해진다고 믿는다”며 “85세까지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선택제 근로는 청년실업 해소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EU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유럽의 청년실업률은 24% 수준. 특히 그리스는 청년실업률이 60%를 넘고 스페인은 60%에 육박하는 데 비해 독일은 7.7%에 불과하다. ▼ 월수입 65만원 이하 근로자 세금 면제 ▼초단시간 근무 ‘미니잡’ 제도 운영… 가사도우미 등 700만명 혜택일각선 “저임금 노동 확산” 비판독일의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시간당 임금과 사회보험, 노동법상에서 전일제(全日制) 일자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월 450유로(약 65만 원) 이하를 받는 초단시간 근로자들을 위한 ‘미니잡’ 제도는 예외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2003년 하르츠 개혁 당시 독일 정부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부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식당 서빙, 가사도우미, 환자돌보미 등의 일자리에서 월 450유로 이하를 버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소득의 45% 수준인 세금 및 사회보험 부담을 면제해줬다. 이에 따라 미니잡은 선풍적 인기를 끌어 현재 700만 명 가량이 미니잡 형태로 고용돼 있다. 카를 브렌케 독일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니잡 종사자는 55세 이상이 26%, 25세 미만이 19%로 여성, 청년, 노인층 등 고용취약계층의 취업 활성화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미니잡이 저임금, 저연금 노동을 확산한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많은 사람들이 세금 면제 혜택을 받는 미니잡을 선호해 월 450유로 이상 받을 수 있는 일자리로 쉽게 옮겨가지 않기 때문이다. 보리스 벨터 베를린시정부 노동·여성담당 차관(45)은 한국의 시간제 일자리 확대 추진과 관련해 “기업이 단지 비용절감을 위해 비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면 안 된다”며 “시간선택제 근로자에 대한 복지 혜택을 늘리는 대신 노동생산성을 높인다면 노사 양측이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려면 노조와 기업, 정부가 함께 지속적으로 컨트롤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팀장 박중현 소비자경제부 차장 sanjuck@donga.com▽소비자경제부 김현진 김유영 기자▽경제부 박재명 기자▽사회부 이성호 김재영 기자▽국제부 전승훈 파리 특파원, 박형준 도쿄 특파원}

인도 남부 출신의 40대 노동자 페루말 씨는 지난달 도하 월드컵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숨졌다. 그는 6월 카타르 도하 월드컵경기장 건설 현장에 돈을 벌러 왔다. 여름 내내 섭씨 50도에 이르는 뜨거운 바람이 불어오는 카타르의 사막 현장에서 하루 11시간씩 주 6일씩 일했다. 카타르에서는 가장 더운 여름 두 달간 오전 11시 반부터 오후 3시까지 작업이 금지돼 있는데도 고용주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힘겨운 노동 속에서도 페루말 씨는 3, 4년 후에 귀향해 딸을 결혼시키고 새집도 지을 꿈을 꾸며 참았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 그는 고열에 시달리다 기숙사 침대에서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동료들이 작업을 마치고 와 보니 그는 심장마비로 숨져 있었다. 앰뷸런스가 와서 그를 데려간 후로 그의 소식을 들은 동료는 아무도 없었다. 1인당 국민소득이 11만 달러로 세계 최고의 부유한 국가로 꼽히는 카타르가 주최하는 2022년 도하 월드컵 경기장 건설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가혹한 날씨에도 노예노동에 시달리며 매년 수백 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고 최근 르몽드, 가디언지가 잇달아 보도했다. 카타르에는 지금 도로, 지하철, 호텔, 마리나리조트, 주거단지 등 사회간접시설 공사가 한창이다. 특히 카타르의 신공항은 교통 허브로 각광받는 두바이에 비견되는 대규모 시설 공사를 벌이고 있다. 아직 월드컵경기장은 짓지도 못한 카타르에는 2022년까지 15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동원될 예정이다. 이들은 대부분 인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시아 출신으로 한 달에 180∼243유로(약 26만∼35만 원)의 월급을 받는다. 르몽드가 주카타르 인도대사관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카타르에서 사망한 인도 노동자는 700명, 올해는 9개월 동안 159명이 숨졌다. 네팔대사관 측은 “네팔 노동자들도 매년 200명가량이 숨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 원인으로는 심장마비가 50∼60%, 작업장 사고 또는 교통사고가 15%를 차지했다. 20대의 젊은 네팔 인도인들이 매일 한두 명씩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것은 고열과 탈수, 과로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이 노동자들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고국을 떠나올 때 비행기 삯, 비자 비용으로 큰 빚을 떠안고 일하러 온 점을 악용해 임금을 몇 달간 체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건설회사인 ‘살라후딘’은 인도 노동자들에게 주거 허가증을 내주지 않아 해외 송금도 할 수 없게 하고, 언제든 경찰에 체포돼 추방당할 위기에 처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들을 비인간적으로 대우했다. 네팔 출신 근로자 람 쿠마르 마하라 씨(27)는 “4인용 숙소에 7∼10명의 노동자를 함께 재웠는데 배고프다고 항의하자 감독관은 나를 숙소에서 쫓아내고 급여도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카타르의 노동 실태를 조사한 섀런 버로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사무총장은 “일주일에 평균 12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있다”며 “카타르 정부의 대책이 없다면 2022년까지 최소 4000명이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예노동은 내년에 열리는 러시아의 소치 겨울올림픽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와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이 최근 비난했다. 소치에서는 옛 소련 국가 출신의 노동자 수십만 명이 일해 왔다. 이들도 저임금과 착취, 여권 압수, 임금 체불에 시달리고 있다. 9월에는 미디어센터를 짓던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몇 개월간 체불된 임금을 한 푼도 못 받은 상태에서 여권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힌 뒤 곧바로 강제 추방되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프랑스에서 ‘부유세’ 도입 등에 대한 ‘증세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인기 스포츠인 프로축구 리그는 다음 달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모든 경기를 취소할 예정이다. 프랑스 축구리그가 중단되는 건 1972년 이후 41년 만에 처음이다.올랑드, 세수 확충 위해 80개 증세안 추진 집권 사회당 정부는 새 정부가 출범한 올해 5월부터 80가지가 넘는 세금 인상안을 밀어붙이고 재정지출을 축소해왔다. 유럽연합(EU)이 요구한 재정적자 축소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다. 프랑스는 올해 3.7%로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 3%까지 낮추기 위해 각종 세금을 인상해 내년에 총 30억 유로(약 4조4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각계각층의 반발은 예상보다 거세다. 우선 사회당 정부는 내년부터 연간 100만 유로(약 14억6000만 원)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는 모든 기업에 ‘부유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정부가 이 정책을 프로축구단까지 예외 없이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반발이 터져 나왔다.프로축구계 “부유세 강행 땐 경기 보이콧” 르피가로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프로 축구클럽인 파리 생제르맹(PSG)은 2000만 유로(약 293억 원),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 구단은 530만 유로(약 77억 원)를 부유세로 내야 한다. 장피에르 루벨 프로축구연맹(UCPF) 회장은 “이 조치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며 적자에 허덕이는 프랑스 축구리그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프랑스 서부 브르타뉴에서는 26일 시위대 1000명이 이른바 ‘에코텍스’(환경세)에 대한 항의로 퐁드뷔 시와 연결된 톨게이트를 파괴하려다 경찰과 충돌해 시위대 3명과 경찰 6명이 다쳤다. 에코텍스는 3.5t 이상을 적재한 상업용 트럭에 내년 초부터 부과하는 세금이다.납세자 반발에 이자소득세 신설안은 철회 또 집권 사회당은 지난주 저축성 예금에 이자소득세를 부과하는 증세안을 내놓았다. 저축성 예금의 이자에 15.5%의 세금을 부과해 6억 유로의 세수를 확보하고, 심지어 1997년에 받은 이자소득에까지 소급 적용한다는 안이다. 그러자 납세자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베르나르 카즈뇌브 예산장관은 27일 “여론을 겸허히 듣겠다”며 이자소득세 신설 방안을 철회했다.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