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김재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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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재영 논설위원입니다.

redfoot@donga.com

취재분야

2026-02-26~2026-03-28
칼럼100%
  • [광화문에서/김재영]어디에서, 어떻게 일할까… 진짜 고민은 이제부터다

    지난 2년 동안 단절과 고립에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최근엔 연결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가 끝났으니 이제 ‘비정상’적인 재택근무를 끝내고 ‘정상’적인 일터로 돌아오라는 회사의 요구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는 그동안 의심하지 않았던,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일의 의미와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됐다. 재택근무 등으로 회사와 물리적으로 멀어지니 그간 보이지 않던 것이 눈에 들어왔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있다고 일을 열심히 하는 건 아니었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엄청났다.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자율적이고 효율적으로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했다. 결속과 유대를 강조하며 업무의 연장이라 여겼던 회식도 그렇게까지 필요한 것도 아니었다. 일과 삶의 균형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이제 재택근무를 끝내고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무래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사내 소통 부재, 취약한 보안 환경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직종과 직급, 성향에 따라 재택근무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집에서 일할 땐 일과 삶의 경계가 모호해 오히려 피곤하다는 사람도 있다. 팀장급은 팀원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신입 직원의 경우 업무 노하우 습득을 위해 대면 근무를 선호하기도 한다. 재택근무와 대면근무 중 어느 쪽이 효율적이고 바람직한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그간 다양한 보고서가 나왔지만 결론도 제각각이다. 회사와 직원들 스스로도 한번 돌아봐야 한다. 생산성과 관계없는 개인적인 이유로 재택근무의 효율성을 과장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대로 구성원에 대한 불신과 통제에 대한 욕구로 무작정 회사로 불러오려는 건 아닌지. 하지만 앞으로는 모든 직원에게 똑같은 형태의 근무를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서는 IT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근무형태를 모두 포용해 선택지를 넓히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당장은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해 이후 근무 형태를 조절할 계획이다. 게임업계는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를 직원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는 ‘자율 출퇴근제’가 자리 잡았다. 통신업체 등을 중심으로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의 장점을 합친 거점 오피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 장소에 구애 없이 최적화된 업무 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임직원들에게 고사양 IT 장비를 지원하는 회사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화하는 근무 방식에 걸맞게 시스템의 변화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양보다는 질을 강조하는 성과 중심의 인사평가 및 보상체계를 보완해야 한다. 다양한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해법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소통도 필요하다. 강제 출근의 ‘프리 코로나 시대’나, 강제 재택의 ‘코로나 시대’ 모두 답은 아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일할 것인가. 진짜 고민과 실험이 이제부터 시작돼야 한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2-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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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그 누구도 믿지 마라” 내 정보 지키는 보안의식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해커집단은 ‘랩서스’다. 남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생 조직인데 실적이 어마어마하다. 지난해 12월 브라질 보건부를 공격하며 등장한 이후 이달 들어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잇달아 털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선 그래픽처리장치(GPU) 회로도를, 삼성전자에선 갤럭시 설계 파일 소스코드를, LG전자에선 임직원 이메일 계정 등 9만 건을 탈취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미 보안·인증업체 옥타 등도 먹잇감이 됐다. 얼마나 기술이 뛰어나기에 최강의 보안시스템을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내부를 헤집고 다녔을까. MS 위협정보센터(MSTIC)의 보고서를 보면 수법은 비교적 단순했다. 오프라인 식으로 말하면 우편함을 뒤져 개인정보를 얻거나, 쓰레기통에 버려진 파쇄 문서의 조각을 맞추는 정도랄까. 본진을 직접 치기보다는 직원, 협력업체 등의 취약한 고리를 파고들었고, 상대를 믿는 사람들의 심리도 이용했다. 스마트폰 유심칩을 복제하는 ‘심스와핑’을 통해 모바일 인증을 통과했다. 이메일로 2차 인증이나 암호 복구를 많이 한다는 데 착안해 개인 이메일을 해킹했다. 때로는 ‘직원인데 비밀번호를 잊어버렸다’며 헬프 데스크에 접근했다.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을 섭외해 전화를 걸고 사전에 수집한 프로필 정보를 줄줄 읊으며 신뢰를 얻었다. 내부 직원이나 협력업체 직원을 돈으로 매수해 인증정보를 구하기도 했다. 접근 권한을 얻은 뒤 내부망의 채팅 메시지나 회의, 협업툴 등을 살펴보며 다른 공격 대상을 탐색하는 식으로 차츰 접근 권한을 높여갔다. 이들의 간단한 수법이 통할 수 있었던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고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곳곳에 구멍이 생겼기 때문이다. 보안시스템은 그대로인데 우회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는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출입문을 꽁꽁 닫는 데만 주력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우리 편’으로 믿어버리고 경계심을 푸는 식의 보안시스템도 문제였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의 ‘2021 데이터 침해 사고 조사 보고서’는 보안사고의 85%가 인적 요인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최근 미국은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는 ‘제로 트러스트’ 원칙을 전제로 국가 사이버 보안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이미 침입자가 있다는 가정하에 접속 권한을 부여하기 전에 인증 절차와 신원 확인 등을 철저히 하고, 정보 접근 범위도 차등·최소화하는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공언한 우리 차기 정부도 보안 취약점에 대처하고 사이버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막강 전력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고전하는 걸 보면 전쟁의 성패는 무기가 아닌 사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가족과 조국을 지키겠다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신념은 그 어떤 첨단 무기보다 강력했다. 사이버 보안에서도 마찬가지다. 보안의 가장 큰 취약점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귀찮을 정도로 철저한 보안의식을 갖출 때만이 나와 가족, 회사와 국가의 소중한 정보를 지킬 수 있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2-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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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착한 게임’ 성공이 알려준 K게임 재도약의 과제[광화문에서/김재영]

    ‘로스트아크’라는 게임의 돌풍이 심상찮다. 게임사 스마일게이트가 이달 11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인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함께 플레이하는 이 게임(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은 출시 이튿날 동시 접속자가 최고 132만 명에 달해 역대 세계 2위에 올랐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게임 시장에서도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준 것이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이 확률형 아이템 논란, 실적 악화, 주가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거둔 성과여서 더욱 반갑다. ‘로스트아크’의 성공은 업(業)의 본질과 소비자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로스트아크’는 사실 신작이 아닌 ‘중고 신인’이다. 2018년 국내에서 먼저 첫선을 보였다. 개발 기간만 7년, 개발비는 약 1000억 원이나 투입됐다. 많은 게임사들이 손쉽게 개발할 수 있는 모바일게임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몰려갈 때, PC 대작게임 개발을 묵묵히 밀어붙였다. 출시 후에도 곧장 세계로 향하기보단 3년여 동안 국내 서비스를 진행하며 게임을 다듬었다. 진정성 있는 소통도 성공의 비결로 꼽힌다. 확률형 아이템 등 지나친 과금 요소를 줄이고 콘텐츠에 집중해 이용자들로부터 ‘착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내 출시 후 한동안 주춤하던 게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도 소통이었다. 2020년 1월 ‘신년 감사제’라는 이용자 행사를 시작으로 개발 총괄자가 직접 스킨십에 나섰다. 행사 때마다 수 시간에 걸쳐 질의응답을 하며 잘못된 부분은 사과하고 구체적 해결책을 약속했다. 직접 작성한 편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거나 게임 내 전체 채팅을 통해 깜짝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매출을 포기하고 유료 거래 서비스 일부를 유저들에게 되돌려주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응원하는 기부 캠페인을 하고 본사가 있는 지하철역에 개발팀을 응원하는 광고를 게재하기도 했다. 소통으로 게임의 완성도 역시 높아졌다. 핵심 콘텐츠로 꼽히는 ‘군단장 레이드’의 경우 이용자들의 요청에 맞춰 지속적으로 난이도를 조정한 결과 글로벌 흥행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요즘 게임사들은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대체불가토큰(NFT)’,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 등을 선언하며 밖으로만 달려간다. 물론 피할 수 없는 흐름이긴 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재미라는 게임의 본질과 사용자들의 신뢰라는 기본은 잊지 않았으면 한다. 즐길 거리가 없는 메타버스는 진열대가 텅 빈 상점처럼 공허하다. 돈을 벌기 위해서만 하는 게임은 노동일 뿐이다. 이용자들이 계속 유입되지 않으면 신사업도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K게임의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넥슨과 엔씨소프트 주식을 2조6000억 원어치나 사들이기도 했다.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국내 게임사의 기술력과 콘텐츠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기본과 신뢰라는 든든한 토대를 다지고, 이를 박차고 올라 K게임이 다시 한번 비상하길 기대한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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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식 회복 시급한 카카오, 더는 핑계 안 통한다[광화문에서/김재영]

    카카오페이 ‘주식 먹튀’에 사람들이 분노한 건 단지 경영진이 주식을 내다 팔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대하는 상식 및 윤리와 동떨어졌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이로운 금융’이라는 철학을 내세웠지만 그들에게만 이로운 선택을 했다. “생애 첫 공모주 청약에 참여한 소액주주가 많을 것이란 관측은 우리의 시도가 대한민국 기업공개(IPO) 역사에 새로운 길을 열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한다.” 지난해 11월 3일 카카오페이가 유가증권시장에 등장한 날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국내 IPO 사상 처음으로 ‘100% 균등 배정’ 방식을 택했다. 182만 명이 청약에 참여해 평균 2주씩 받았으니 ‘국민주’라 할 만했다. 소액주주를 이렇게 맘에 새기는 회사의 경영진이 앞장서 도망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다. 정작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건 2대 주주인 중국 알리페이가 주식을 대량으로 팔지 않을까였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답은 명쾌했다. “단기적으로 매각 의사는 없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경영진도 당연히 팔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게 상식적이다. 물론 경영진의 주식 매도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 하지만 시가총액 10위권 대기업의 경영진이 한꺼번에 900억 원어치의 주식을, 그것도 상장 한 달여 만에 팔아 치운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이를 금지하는 제도가 없더라도 다른 정상적인 기업에선 생각조차 않을 일을 거침없이 해낸 것이다. 비판에 대한 대응도 상식적이지 않았다. 류 대표는 “경영상의 판단이 옳고 그름을 떠나 대내외적으로 많은 노이즈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해 오히려 분노를 자극했다. “카카오 대표로 내정되면서 이해상충을 방지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는 해명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했다. 자회사 주식을 갖고 있는 다른 기업들의 최고경영자(CEO)들은 그럼 뭐가 되는가. 카카오 본사도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상황이 심각해질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방치했다. 애초에 상장 후 한 달도 안 된 자회사의 CEO를 본사로 불러올리려던 결정 자체도 상식적이지 않다. ‘상장’이라는 미션을 끝냈으니 영전할 때가 됐다는 건가. 투자자들은 상장을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미래에 투자했는데, 정작 카카오 경영진은 상장을 차익 실현의 끝으로 본 건 아닌지 궁금하다. 파장이 커지자 카카오는 리더십을 교체하고 경영쇄신을 약속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가 잃은 신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출발점은 사회의 일반적인 요구 수준에 맞는 상식과 윤리의 복원이어야 한다. 카카오가 지향하는 방향에 대해 그룹 내부에서 합의와 공감을 넓혀갈 필요도 있다. 철저한 반성과 쇄신을 통해 사랑받는 국민 기업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덩치가 커질 대로 커진 카카오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니다. ‘성장통’이라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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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5G 가입자 2000만 시대, 고민해야 할 ‘진짜 5G’ 정책

    국내 5세대(5G) 이동통신 이용자 수가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0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2019년 4월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지 2년 7개월 만이다. 첫 등장은 화려했다. 정부와 이동통신사들은 ‘롱텀에볼루션(LTE)보다 20배 빠른 속도’를 내세우며 일상과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일상에선 잘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통신품질 평가를 보면 통신 3사의 5G 서비스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801.48Mbps(초당 메가비트)로 집계됐다. 최대 20Gbps(초당 기가비트)에 이를 것이란 공언은 물론이고 LTE의 이론상 최고 속도인 1Gbps에도 못 미친다. 일부 이용자는 과장광고로 피해를 봤다며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했다. 현재 고객 대상으로 서비스하는 주파수 대역은 3.5GHz(기가헤르츠)뿐인데, 이 대역의 최고 속도는 1.5Gbps에 불과하다. LTE의 20배 속도가 가능하려면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대역을 활용해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 말까지 이 대역에 4만5000개의 장비를 세우겠다고 했는데 실제 실적은 0.7%인 312개에 불과하다. 시험에서 0점을 받았다면 1차적으론 학생을 혼내야 한다. 공부를 안 해도 너무 안 한 거다. 하지만 선생님도 책임을 피할 순 없다. 난도 조절에 실패했을 수도, 과목 자체가 학생 수준과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 애초에 28GHz를 설치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주파수는 진동수가 높아지면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고, 휘거나 장애물을 통과하지 못한다. 그만큼 장비를 촘촘하게 깔아야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 전국망엔 부적합하고 기업용으로 써야 하는데 아직 수요도 많지 않다. 통신사들이 미적거리는 이유다. 차라리 3.5GHz에 더 투자해 품질 개선과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는 게 낫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불가능한 숙제를 거둬들일 생각이 없다. “대국민 약속”이라며 통신사들을 다그친다. 물론 28GHz를 포기하기 힘든 이유도 있다. 향후 6세대(6G) 통신까지 고려하면 초고주파 대역에 대한 기술 연구를 건너뛸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통신사들에만 맡겨 둘 사안은 아니다. 지하철 와이파이나 청년 임대주택 등에 깔아서 숫자만 맞출 일이 아니다. 정부와 통신사, 장비업체, 기업 등이 머리를 맞대고 생태계 구축과 활용 방안을 거시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수요가 없으면 공공투자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요금체계도 합리적 방향으로 손질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기다리면 더 빠른 5G를 이용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대보다 낮은 서비스에도 높은 비용을 감수해왔다. 이제라도 다양하고 저렴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에 연연해 속도전을 펴왔다. 이젠 현주소를 냉정하게 인식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 수립과 서비스 개선에 힘써야 한다. 최고 속도가 아니라 체감 속도를 높여야 ‘진짜 5G’가 가능하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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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FT로 재탄생한 작품 ‘심추’, 일주일만에 완판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발행된 임농 하철경 화백의 작품 ‘심추’가 발매 일주일 만에 모두 판매됐다. 모핑아이는 자사가 발행한 ‘심추’ NFT 작품 100개가 자사 NFT 거래 플랫폼인 이브아이에서 완판됐다고 4일 밝혔다. 모핑아이는 지난달 이브아이를 통해 한국 수묵화의 거장인 화백의 대표작 심추를 5000만원에 판매했다. 100개 한정수량으로 발행된 심추는 사전예약 방식을 시작으로 판매를 진행해 일주일 만에 모두 팔렸다. 모핑아이 측은 금융권 임원들과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주요 구매자라고 밝혔다. 심추는 당초 전남 진도군립 하철경 미술관에 전시될 예정이었지만 하 화백이 “국민들이 NFT를 통해 보다 더 쉽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다”며 모핑아이에 감정가 1억 원의 작품을 5000만 원에 제공했다. 하 화백은 모핑아이와 NFT관련 독점계약을 맺고 향후 출시하는 NFT 미술품들을 이브아이에서만 출시하기로 했다. 모핑아이 김기영 대표는 “5월 하 작가의 진도군 미술관 건립 기념 이벤트와 10월에 예정된 고희전 및 디지털아트로의 2차 창작 이벤트 등 향후 구매자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함께 수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모핑아이는 이번 판매를 시작으로 다양한 예술 분야 작가들을 적극 발굴하고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통해 ‘K-디지털아트’ 생태계 조성에 앞장설 계획이다. 모핑아이는 지난해 12월 29일 NFT를 통한 경제적·사회적 실행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 52번째 하이테크 어워드에서 NFT 대상을 수상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2-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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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대표, 부회장 승진해 상생업무 지휘

    카카오의 커머스 사업을 이끌어온 홍은택 카카오커머스 사내독립기업(CIC) 대표(58·사진)가 대표직에서 물러나고 부회장으로 승진해 카카오의 상생 업무를 맡는다. 22일 카카오에 따르면 홍 대표는 이날 비대면으로 진행된 송년회에서 최근 카카오의 새 대표 선임을 언급하며 “카카오와 카카오커머스를 강하게 결합해 더 큰 성장을 이뤄보고 싶다”며 임기가 마무리되는 연말에 대표에서 물러날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여민수·류영준(내정) 카카오 공동대표가 카카오커머스 CIC 대표를 겸하며 직접 지휘하기로 했다. 홍 대표는 부회장으로 직급을 높여 카카오 소셜임팩트에서 사회공헌을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대표는 ‘국내 1호’ 소셜임팩트 기업인 카카오메이커스의 대표를 맡아 운영해온 만큼 카카오식 상생과 사회공헌을 실현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카카오커머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운영하는 회사다. 카카오커머스는 분사 3년 만인 올해 9월 카카오와 다시 합병했다. 카카오는 합병을 계기로 최근 급성장하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업에 주력하며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1-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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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게임법’ 울타리에 갇힌 미래 게임의 상상력

    ‘1시간만 해도 몇천 원 벌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났던 게임이 결국 서비스 취소 수순을 밟는 모양새다. 최근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라는 롤플레잉 게임에 대해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통보했다. 최종 결정은 게임사의 이의신청을 검토해 내려지겠지만 결론이 바뀔 것 같진 않다. 이 게임은 가상화폐와 대체불가토큰(NFT)을 게임에 접목한 이른바 ‘돈버는 게임(P2E·Play to Earn)’이다. 게임 내에서 임무를 달성하면 가상자산을 받을 수 있고, 이를 거래소에 상장된 가상화폐로 바꿔 현금화가 가능하다. 출시 한 달도 안 돼 하루에 20만 명 이상이 게임을 즐길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게임이 국내에 서비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전 세계적으론 꽤 보편화됐다. 베트남 스타트업이 개발한 ‘엑시인피니티’가 대표적이다. 동남아시아에선 월급 수준의 돈을 벌 수 있는 생계형 게임으로 주목받으며 노동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용돈 좀 벌어보려던 이용자들로선 게임위의 결정이 야속하겠지만 사실 결론은 명확하다.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엔 게임에서 획득한 유·무형의 결과물은 환전이 불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불법이란 얘기다. 이럴 줄 알면서도 게임사는 게임위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업자의 자체등급분류라는 우회로를 통해 서비스를 내놨다. 편법이다. 블록체인 게임 자체에 대한 의혹의 시선도 있다. 이용자를 계속 끌어모아야 하는 ‘다단계’적 속성이 있고, 가상화폐로의 전환 과정이 불투명할 경우 이용자가 피해를 볼 소지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게임위의 결정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다. 2018년 ‘유나의 옷장’을 시작으로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을 도입한 여러 게임이 게임위의 문을 두드렸지만 ‘불법’ ‘사행성 우려’라는 말만 반복한다. 관련 산업과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새로운 유형의 게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계속 나왔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젠 게임을 ‘건전한 여가 선용을 위한 오락’이라는 게임산업법의 정의로 모두 담아낼 순 없다. 게임은 중독과 질병의 상징이기도 했지만 지금은 게임을 우울증 치매 등을 예방하는 ‘디지털치료제(DTx)’로도 활용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한 모바일게임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로 공식 승인하기도 했다. 최근 차세대 플랫폼으로 주목을 받는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에서도 게임은 핵심 수단이다. 그런데 해외에서와 달리 국내 메타버스 업계에선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아니 ‘게임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임으로 분류되는 순간 촘촘한 규제에 묶일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다. 올해 초만 해도 생소하던 NFT와 메타버스가 이제 대세로 자리 잡을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시대와 산업의 변화를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그릇을 만들기 위한 근본적 고민을 시작할 시점이 됐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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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세기말 지구 온도 4도 오르고, 하루 800mm 폭우”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이 지금처럼 계속 증가한다면 약 80년 후에는 지구 평균온도가 2000년에 비해 약 4도 상승하고, 일부 지역에선 하루에 80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극한 기후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왔다. 악셀 팀머만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은 미국 국립대기연구센터 복합지구시스템모델그룹과 함께 반복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9일 국제학술지 ‘지구시스템 역학’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평균 0.8~0.9%가량씩 증가해 2100년에는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2010~2019년 연평균 증가율 1.4%보다 증가율이 소폭 감소하는 경우를 상정했다. 연구진은 15개월에 걸쳐 ‘대규모 앙상블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 기후 분야에서 초기 조건과 변수를 다양하게 설정해 기후변화 시뮬레이션을 100회 가량 반복하는 연구기법이다. 1850~2100년 평균기후와 수일 주기의 날씨, 수년 주기의 엘니뇨, 수십 년 주기의 기후 변동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약 100km의 공간 해상도로 미래 기후 변화 양상을 시뮬레이션했다. 지구를 100km 격자로 나눠 각 격자에서의 기온과 바람 등을 포함한 다양한 기후 관련 변수를 계산했다는 의미다. 연구결과 약 80년 뒤에는 전 지구 평균온도가 2000년 대비 약 4도가 증가하고 강수량은 약 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열대 태평양 지역의 경우 하루에 100mm 이상의 비가 내리는 날이 지금보다 10배 늘어나고, 일부 지역에선 일 강수량 800mm의 극한 기후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전국 평균 연 강수량 1591.2mm였다. 하루 강수량이 800mm에 이른다면 1년 동안 내릴 비의 절반이 하루에 쏟아진다는 뜻이다. 연구를 주도한 키스 로저스 IBS 기후물리연구단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배출로 호우·혹서 등 극한 기후 현상이 더 자주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은 물론 계절 주기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됐다”고 설명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기자 reborn@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1-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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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삼성이 기본소득 얘기하면 어떨지…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안한적 있어”

    “‘삼성에서 기본소득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나’라고 제가 사실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야기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3일 서울 서초구 삼성경제연구소(SERI)를 방문해 본인의 대표 정책인 기본소득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후보는 “미국의 글로벌 디지털기업 최고경영자(CEO) 중 우리가 잘 아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도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자고 했다”며 “성공한 CEO들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근본적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특히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며 “(일자리 감소로) 수요가 사라진다면 결국 기업의 생존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이 부회장과의 구체적인 대화 시점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당 선대위 대변인인 홍정민 의원은 SERI 차문중 소장 등과의 비공개 간담회를 마친 뒤 “(이 후보는) 지속적으로 대기업이나 경제연구소에서도 기본소득을 연구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 후보의 민간 싱크탱크 방문은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뒤 이번이 처음이다. 이 후보가 언급한 대로 머스크 등이 ‘보편적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맞지만 현실 정치에서 당장 도입 가능한 대안으로 주창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기본소득 아이디어가 나온 것은 향후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일자리를 대체하는 ‘노동의 종말’에 대한 대안적 성격에서다. 오히려 게이츠는 “기본소득에 대해 비용을 얼마나 들지 따져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려운 이들에게 혜택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날부터 2박 3일간의 전북 순회도 시작했다. 이 후보는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출발 인사에서 “실제 (호남지역) 정책들이 (전북보단) 광주전남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전북은 호남이라고 배려받는 것도 없고, 호남이라고 차별받고, 또 지방이라고 차별받아 일종의 ‘3중 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첫 행선지로 전북 익산시 한국식품클러스터진흥원을 방문해 청년 사업가 등과 대화를 나눈 뒤 전주 한옥마을을 방문해 시민들과 만났다. 그는 한옥마을에서 한 즉석연설에서 “국민이 동의하지 않는 상태에선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게 지배자가 아닌 일꾼이자 대리인의 자세”라고 강조했다. 국민 반대가 크면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등 주요 공약도 철회할 수 있다는 입장을 재차 밝힌 것. 이 후보는 이날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만찬을 하며 ‘원팀 화합’을 강조했다. 정 전 총리는 만찬 전 기자들과 만나 “민생과 평화, 개혁을 바라는 국민의 마음을 모아 이 후보와 민주당이 꼭 승리하도록 함께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선대위 출범식 때 (정 전 총리가) ‘더 이상 외롭게 하지 않겠다’고 해서 눈물이 났었다”고 감사를 전했다.전주=권오혁 기자 hyuk@donga.com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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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KT 통신 먹통에서 배우는 초연결사회 대재앙의 교훈

    “문이 안 열려요.” 지난달 25일 KT의 유·무선 인터넷이 1시간 반 정도 먹통이 됐던 때 특히 눈길을 끌었던 하소연은 이런 얘기들이었다. 무인주차장 정산 오류로 지하에 감금됐다, 보안시스템이 작동이 안 돼 사무실 문을 여닫지 못한다, 차량 열쇠로 쓰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이 안 돼 자동차 문을 못 연다…. 모든 것이 통신으로 연결되는 세상이 되면서 새로 등장한 피해사례다. 자율주행, 원격 로봇수술, 스마트시티 등이 보편화된 진짜 초연결사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도시 전체가 한순간에 마비되고 사소한 불편이나 재산 피해 정도를 넘어 다수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태가 올 뻔했다. 현재 통신 약관상 피해보상 기준인 3시간이 아니라 3분만 통신이 멈춰도 악몽인 시대가 곧 다가온다. 이번 KT 사고 이후에도 크고 작은 통신 장애가 이어졌다.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KT의 5세대(5G) 통신이 사흘 동안 중단됐던 사실이 최근 뒤늦게 알려졌다. 자동으로 LTE로 전환되긴 했다는데, 당시 아무도 몰랐다니 5G 품질이 서글프다. 11일엔 서울시가 공사 중에 KT 광케이블을 절단해 서울 영등포·구로구 일대 유·무선 통신망이 3시간 넘게 먹통이 됐다. 지난달 30일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넘게 발권이 중단되더니, 이달 12일엔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의 서버가 10시간 넘게 마비돼 승객 수천 명의 발이 묶였다. 큰 사고가 터지기 전에 29번의 작은 사고와 300번의 사소한 징후가 나타난다는 ‘하인리히법칙’의 경고가 떠오른다. 이제라도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예방이 최우선이지만 복잡한 초연결사회에서 사고를 피할 수 없다면 보다 빠르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사고처럼 사람의 실수뿐만 아니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원인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KT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에 나서며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 때도 당시 KT 황창규 회장은 “잠깐의 방심과 자만으로 큰 상처를 낳았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2019년 말까지 주요 통신시설의 통신망을 이원화하겠다고 정부에 보고해놓곤 실제로는 그해 말까지 절반밖에 하지 않아 시정명령을 받았다. 시설투자도 2019년 이후 3년째 내리막길이다. 당시 정부도 대대적으로 대책을 내놨다. 특정 통신사의 통신망이 마비되면 다른 통신사로 백업하는 ‘재난 로밍 서비스’도 그중 하나였지만 이번엔 소용없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당시에는 네트워크 가장자리 부분에 대한 대책이었고, 이번 사고는 코어 네트워크로 오류가 번지면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어려운 말을 쉽게 풀면 미봉책이었다는 거다. 이번엔 당장 구멍 뚫린 부분만 막겠다는 생각은 안 된다. 초연결사회의 재난 대비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접근해야 해법이 보인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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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글의 ‘공짜뉴스’ 사용… 쟁점과 대안은?

    더피알이 주최하고 IT정치연구회가 주관하는 ‘구글 공짜뉴스를 둘러싼 쟁점과 대안: 로컬과 글로벌의 경계에서’ 세미나가 26일 서울 종로구 밴타고서비스드오피스 회의실에서 열린다. 최근 유럽연합(EU)과 캐나다, 호주 등지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자국어 뉴스 서비스와 관련해 법 제도의 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플랫폼들이 아웃링크라는 명목으로 공짜로 이용해왔던 언론사 뉴스에 대한 정당한 사용료를 지불하라는 움직임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논의가 진행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고 김정연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가 ‘구글의 뉴스사용료 지불을 둘러싼 글로벌 쟁점과 현황’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다. 송경재 상지대 교양학부 교수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이중 잣대와 국내 법제도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강연한다. 자유토론에는 발제자들과 민희 부산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유승현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다. 행사는 더피알 공식 유튜브 계정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된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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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차분한 응원 필요한 ‘우주 독립’의 그날

    대한민국 ‘우주 독립’의 아침이 밝았다. 설계, 제작, 시험, 인증, 발사 등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우주로 향하는 미지의 문을 열어젖힌다. 2010년 독자 발사체 개발의 새로운 꿈을 시작한 지 11년, 1990년 소형 과학로켓 개발에 착수한 때부터 계산하면 31년 만에 맞는 역사적 도전이다. 무게 200t에 아파트 15층 높이(47.2m)에 맞먹는 대형 발사체가 1.5t의 위성을 싣고 지구 저궤도(600∼800km)까지 도달하는 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엄청난 추진력으로 지구 중력을 뚫어내고 극저온 등의 극한상황도 견뎌내야 한다. 위성을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내려놓는 디테일도 필요하다. 성공하면 한국은 1t 이상의 위성과 우주선을 스스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세계 7번째 국가가 된다. 외국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우주개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을 얻게 되는 셈이다. 처음엔 ‘KSLV―Ⅱ’란 개발명으로 불렸지만 2018년 국민 공모를 통해 ‘누리’란 예쁜 이름을 얻었다.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 옛말로, ‘우주로까지 확장된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의미를 담았다. 2조 원 가까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선진국들이 관련 기술을 국가기밀로 꽁꽁 숨기는 상황에서 맨땅에 헤딩하듯 실패와 도전을 반복했다. 최대 난제였던 연소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2번이나 설계 변경을 하고 20여 차례의 시험을 거쳐야 했다. 11년이나 기다렸지만 발사 성공 여부는 단 16분 안에 결론 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를 따져선 안 된다. 만에 하나 성공하지 못할 경우 국민적 기대가 실망과 냉소로 바뀌고, 우주 개발 무용론이 고개를 들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하지만 처음 개발하는 로켓의 첫 발사 성공 확률은 30%를 밑돈다고 한다. 실패한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도 아니다. 이미 지상에서의 실험을 통해 10개 중 9개의 퍼즐은 맞춰놨고 마지막 검증만 다시 하면 된다. 성공한다고 해도 하나의 이벤트처럼 축포만 쏘고 끝낼 일은 아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더 성능 좋고 경제성 있는 발사체를 개발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마침 5월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에 따라 앞으로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다. 6월 예비타당성조사에 탈락해 주춤하고 있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도 빠른 시간 내에 시작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에 맞춰 민간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우주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문에 누리호 발사의 역사적 순간을 국민들이 현장에서 직접 지켜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도 인터넷과 방송 생중계를 보며 응원할 기회는 남아 있다. 이번 기회에 우주의 꿈을 키우는 ‘누리호 키즈’도 많아지면 좋겠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난한 과정을 묵묵히 걸어온 연구진에도 아낌없는 성원과 박수를 보낸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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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사악해지지 말자” 플랫폼 기업이 새길 교훈

    1984년 1월 슈퍼볼 경기에 맞춰 공개된 애플의 60초짜리 광고는 충격적이었다. 흡사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를 연상케 하는 ‘빅브러더’를 비춘 대형 스크린을 한 여성이 해머를 던져 산산조각 낸다. 컴퓨터 시장에서 IBM 독재를 부수고 자유와 다양성을 되찾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공개된 패러디 영상 속에선 빅브러더의 얼굴이 한입 베어 문 사과, 바로 애플로 바뀌었다. 애플의 인앱결제 강제화에 반발해 소송을 낸 미국 게임업체 에픽게임스가 “애플은 개발자를 억압하는 독재자”라고 비판한 것이다.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구글의 창업 초기 모토다. 개방성을 중시했던 구글은 대용량의 지메일을 전 세계에 무료로 제공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개발자들과 공유했다. 하지만 지금은 인앱결제 강제화 논란에서 보듯 시장을 독점하고 우월한 지위를 남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과거 모토에서 ‘don’t’가 사라졌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권이 바뀌어도 권력자만 교체될 뿐 세상은 그대로인 법인데 우리가 너무 순진했던 걸까. 과거 그들이 내세웠던 혁신에 열광했던 만큼 배신감은 더 크다. 최근 들어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 쏟아지는 비난에도 이런 배신감이 크게 작용한다. 한때 그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혁신의 상징이었다. ‘타다 사태’에서 보듯 구산업과 신산업이 충돌할 때 소비자들은 기꺼이 혁신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들이 혁신 없이 영역만 확대하는 모습을 보며 우려가 커졌다. 무료 서비스로 시장을 장악한 후 가격을 올려 소비자에게 피해를 줬다. 골목상권을 파고드는 플랫폼 기업에 소상공인들은 “큰 기업이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하고 한탄한다. 아는 사람이 더 무섭다고, 후배 격인 스타트업들은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투자, 협업 등을 빌미로 기술을 빼간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기업문화도 수평적이고 개방적일 것 같았지만 임원의 괴롭힘에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에 대해 기존 산업과 달리 완화된 규제를 적용해 준 것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혁신이 없다면 더 이상 우대할 필요가 없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을 ‘혁신 없는 괴물’이라고만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지 말고 그동안 이뤄낸 성과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을 희생양 삼아 몰아치듯 규제를 하다가 자칫 막 성장하려는 스타트업들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이 공감을 얻으려면 플랫폼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치를 찾을 수 있어야 플랫폼 생태계의 존재 의미가 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카카오가 일부 사업에서 철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기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은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사악해지지 말자’는 다짐을 플랫폼 기업들 모두 다시 한번 새겨야 할 때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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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플랫폼 독점 짙은 그림자, 혁신 되살릴 해법 찾아야

    무료 서비스로 택시 시장 점유율을 늘린 뒤 수익 창출로 태세 전환을 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꼬리를 내렸다. 3월 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유료 멤버십을 내놨다가 업계와 갈등을 빚더니 최근엔 승객이 부담하는 호출료를 최대 5000원으로 올렸다가 거센 유탄을 맞았다. 친절한 라이언의 표정이 바뀌면 얼마나 무서워질 수 있는지 실감하는 계기가 됐다.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당장 여당이 팔을 걷고 나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플랫폼 기업을 정조준하겠다고 선언했다. 12일 열린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에선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정보 독점과 근로자의 희생 등으로 경제력 집중의 수혜를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 “대-중소기업 하청 구조보다 더 심각한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표현도 나왔다. 대형 플랫폼 기업으로부터 법인세를 더 걷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혁신과 독점·불공정의 두 얼굴을 가진 플랫폼에 대해 어떤 식으로든 규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큰 건 사실이다. 이미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미국은 대표적 빅테크 기업인 GAFA(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를 정조준했다. 6월에는 GAFA를 겨냥한 5개 법안이 미 하원 법사위를 통과했다. 빅테크 기업들이 게이트키퍼(문지기) 노릇을 하며 유통 경로를 장악하고, 신생 기업을 인수해 경쟁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규제 철학도 바뀌었다. 과거엔 독점 구조라도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면 문제없다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면 규제가 필요하다는 ‘신브랜다이스학파’의 입김이 커졌다. 설사 빅테크 기업을 쪼개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듯하다. 유럽연합(EU)은 미국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고 유럽 기업들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 강하다.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 자사의 특정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다른 기업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에서도 플랫폼 독점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기업들은 단기간에 급성장하며 일상 곳곳을 파고들었다. 금융 쇼핑 택시 웹툰 배달 교육 등 이젠 플랫폼 없이 삶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는 석 달 만에 19개가 늘어 158개에 이른다. 문어발처럼 영역을 넓히면서 곳곳에서 소상공인 소비자 전문가집단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규제 방식을 답습하는 일차원적 규제는 피해야 한다. 전통산업과는 다른 플랫폼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해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모빌리티 산업을 택시에 가둔 ‘타다 금지법’이 결국엔 카카오의 독점으로 귀결됐듯 고민 없는 성급한 규제는 오히려 시장의 혁신을 막을 수도 있다. 신규 기업이 플랫폼 시장에 활발히 진입할 수 있도록 역동성을 높이는 한편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야 하는 숙제도 있다. 규제와 진흥, 상생을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플랫폼 전략을 고민할 때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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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어린이 게임 ‘19금’ 만든 셧다운제, 통금 풀 때 됐다

    10년 묵은 ‘밤 12시 통금’이 드디어 풀릴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파장이 제법 크다. ‘강제적 셧다운제’(청소년 게임 이용시간 제한)를 이제는 진짜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MS가 자사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한국에서는 만 19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이 발단이 됐다. MS는 보안 문제로 계정 통합 작업을 할 예정이다. 그런데 한국용 서버는 따로 구축해야 했다. 셧다운제를 적용하느라 특정 시간대에 특정 연령을 차단하는 기능을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느니 아예 성인만 가입할 수 있게 바꿔 버리겠다는 것이다. 마인크래프트는 레고 같은 블록을 쌓아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공간을 꾸미는 게임이다.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가상세계 내에서 각자의 마을을 만들고 서로를 방문해 어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메타버스(현실과 혼합된 가상세계)의 원조 격으로 불린다. 지난해 청와대는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에서 어린이들이 청와대를 둘러보도록 하는 이벤트를 진행할 정도였다. 그런데 졸지에 대통령이 어린이들을 ‘19금 게임’에 초대한 셈이 됐으니 모양이 말이 아니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이 0시∼오전 6시에 인터넷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2011년 11월부터 시행됐다. 게임 과몰입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고 수면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나라는 한국과 중국, 베트남뿐이다. 물론 중국은 좀 더 화끈하다. 부모의 신원을 도용해 게임하는 것을 막겠다며 안면인식 기술까지 도입할 정도다. 취지는 좋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PC 게임에만 적용돼 실효성이 떨어졌다. 해외 서버나 다른 사람들의 신원을 도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부작용도 계속됐다. 더구나 정부가 나서서 게임을 못 하게 막으니 게임사가 올바른 게임 사용법을 교육할 책임을 회피할 명분이 됐다. 하지만 한번 만들어진 규제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폐지하자는 법안이 국회 회기마다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현 국회에도 폐지 법안이 5개나 발의돼 있지만 적극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이참에 게임을 ‘악’으로 보는 다른 규제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봤으면 한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며 게임 등급 분류를 거부하고 있다. 게임 내의 경제가 게임 밖으로 확장되고 메타버스와 가상자산이 결합해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글로벌 흐름을 간과한 것이다. 2002년 그리스는 불법 도박을 근절한다는 이유로 모든 종류의 전자게임을 금지한 적이 있다. 결국 유럽연합(EU)이 그리스 정부를 유럽 사법재판소에 제소하면서 2년 만에 효력이 정지됐지만 그사이 그리스 내 게임산업의 기반은 뽑혀 나갔다. 그리스의 어이없는 규제는 웃음거리가 됐다. 우리의 게임 규제는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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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전문직 뒤흔든 플랫폼 갈등, 어설픈 봉합으론 안 된다

    택시나 배달 업종 등에서 나타나던 기존 업계와 플랫폼 비즈니스 사이의 갈등이 최근엔 변호사 의사 등 이른바 ‘사자 직업’으로까지 옮겨붙었다. 전문직발(發) ‘타다 사태’로 불릴 정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은 서로 전면전을 불사하고 있다. 지난달 변협은 ‘변호사업무광고규정’을 바꿔 8월부터 로톡 등 법률 플랫폼에 가입한 변호사들을 징계하겠다고 밝혔다. 로톡이 저가 수임 경쟁을 부추기고, 이에 따라 법률 서비스의 질이 하락하면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에 지난달 31일 로톡은 “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으로 맞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플랫폼과 전문직의 갈등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미용·의료 정보 플랫폼 ‘강남언니’와 ‘바비톡’이 환자를 불법 알선해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날을 세운다. 연말정산 미환급금을 찾아주는 서비스로 유명한 ‘삼쩜삼’은 세무사들과, 다세대·연립주택의 담보 가치를 자동 평가해주는 ‘빅밸류’는 감정평가사들과 설전을 벌였다. 부동산 중개 플랫폼과 공인중개사, 전문의약품 배송 플랫폼과 약사들의 공방도 진행형이다. 누가 옳고 그른지 짧은 지면 속에 따지기는 어렵지만 양쪽의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플랫폼들은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통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전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강조한다. 전문직 단체들은 편리함과 비용만 따지다 숙련된 전문자격인의 통제를 벗어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져 되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맞선다. 앞으로도 이 같은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이 발달하면 현재 전문직의 고유 영역이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무당국이 조세업무 자동화에 나서자 세무사가, 대법원이 ‘미래등기’ 시스템을 도입하려 하자 법무사들이 떨고 있다. 전통 영역과 신산업의 충돌에 대해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야 한다. 다만 양쪽의 이해관계를 적당히 봉합하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 자칫 우스꽝스러운 해법이 나올 수도 있다. 2019년 9월 취임한 다케모토 나오카즈(竹本直一) 일본 과학기술·IT 담당상은 “행정 절차의 디지털화와 일본의 전통 도장 문화의 양립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이에 호응하듯 그해 일본에선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획기적’인 물건이 나왔다. 자동으로 도장을 찍어주는 로봇이다. 개발 회사는 “번거로운 날인 작업을 효율화해 사실상 서류를 ‘전자화’한 것과 같다”고 했다. 황당한 일을 진지하게 하면서 ‘혁신’이라 주장하는 꼴이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현행법의 틀에서 합법이냐 위법이냐 따져보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차원적 접근에 그쳐선 안 된다. 불편한 경험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틈새 서비스는 끊임없이 나올 텐데 그때마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따질 순 없다. 필요하면 기존의 법체계를 완전히 뛰어넘는 고민을 해야 한다. 신산업의 발전을 촉진하면서도 소비자 피해의 부작용을 해소하겠다는 명확한 비전이 필요하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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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정보기술 인재확보 전쟁, ‘록스타’ 키울 대계 세워야

    1960년대 미국에서 수습 프로그래머 9명에게 제한시간 2시간을 주고 코딩 등의 문제를 풀어보도록 했다. 1등과 꼴찌의 성적 차이는 엄청났다. 코딩에선 20배, 디버깅(오류 수정)은 25배, 프로그램 실행에선 10배나 차이가 났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탁월한 인재 한 명이 월등한 성과를 낸다는 ‘록스타 원칙’이 여기서 나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나온 저서 ‘규칙 없음’에서 넷플릭스 인사평가에 이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최근 게임, 플랫폼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록스타’ 찾기에 혈안이다. 자고 나면 ‘업계 최고 대우’ 순위가 바뀔 정도로 연봉 인상 경쟁이 숨 가쁘다. 도박판에서 판돈 올리듯 이어지는 출혈 경쟁은 인재를 모셔오기 위한, 인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이다. 하지만 눈을 씻고 봐도 ‘록스타’를 찾긴 어려운 게 현실이다. 버스킹 좀 해본 사람, 동네에서 노래 좀 한다는 사람들까지 일단 데려가야 할 판이다. 연봉 경쟁이 채용 경쟁으로 확전된 것이다. 많아봤자 수십 명 정도였던 회사별 채용 규모가 수백 명에서 1000명 가까이로 확 늘었다. 네이버는 비전공자를 위한 별도의 개발자 육성 및 채용 트랙도 신설했다. 키워서라도 쓰겠다는 것이다. 개발자 풀을 넓히기 위해 자체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적잖다. 개발자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대규모 채용소식도 반갑다. 하지만 적절한 수준의 인재가 공급되지 않는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래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든다. 디지털포메이션(디지털 전환) 추세 속에 전 산업에서 디지털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너무 무관심했다. 2018년부터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양과 질 모두 턱없이 부족하다. 초등학교에선 실과 과목의 일부로 5, 6학년 2년간 17시간, 중학교선 3년 중 1년에 몰아서 주 1시간씩 34시간 배우는 게 고작이다. 초중고교 모든 학년에서 독립과목으로 편성해 필수교육을 하는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크게 뒤떨어진다. 서정연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달 초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인공지능(AI) 시대의 인재 양성’을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AI의 구구단에 해당하는 컴퓨팅 사고력을 구구단처럼 몸에 배도록 하는 기초교육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대학에서도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인재 수요에 맞춰 직업훈련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경직된 정원 규제에 묶여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정원을 55명에서 70명으로 고작 15명 늘리는 데 15년이나 걸렸다. 이젠 문과생들도 개발자가 되겠다며 코딩 공부에 뛰어드는 시대다. 단기 교육과정으로 저숙련 개발자는 어찌어찌 공급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고급 인재 확보는 요원하다. ‘록스타’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10년 뒤에도 인력부족 타령만 할 것 같다.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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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김재영]신뢰위기 빠진 게임산업 이제 게임사가 답하라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 비약적으로 성장하며 미래 산업으로 주목받은 게임산업에 올해 제동이 걸렸다. 단순한 암초 수준이 아니다. 게임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신뢰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게임사들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연초 ‘트럭 시위’ 형태로 불거졌다. 한 게임사가 신년이벤트를 임의로 중단했다가 이용자들을 홀대한다는 반발이 나왔다. 그때만 해도 트럭 시위는 게임 이용자들이 온라인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에서 적극 의견을 표출하는 새로운 트렌드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게임업계의 고질이었던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제기로 확산되며 문제의 차원이 달라졌다. 공정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한 게임사가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확률 공개를 선언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았다.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능력치를 얻을 가능성이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게임 내에서 돈을 쓰지 않는 불매운동, 다른 게임으로의 집단망명 등의 항의 움직임이 표출됐다. 확률형 아이템은 쉽게 복권이나 ‘뽑기’ 같은 구조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하다. 더 이해하기 힘들었던 건 게임업계의 대응이었다. 업계는 확률 정보 공개를 법제화하려는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영업비밀이라 밝힐 수 없다” “개발자도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같은 대응은 논의를 회피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업계에서 “유저들의 결제태도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는 얘기도 돌아 논란이 됐다. 확률형 아이템 판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거금을 들여 게임에 몰입하는 이용자들이 문제라고 책임을 돌린 셈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문제가 된 건 오래전부터다. 게임업계에도 시간이 있었지만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국회 차원에서 규제 움직임이 일자 2015년 게임업계는 유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를 들고나왔다. 자정 능력을 키우겠다며 2018년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도 발족했다. 하지만 공개 범위는 일부에 그쳤고, 그 사이 더 복잡한 확률 모델들이 등장하면서 자율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율기구는 최근 국내 게임사의 자율규제 준수율이 99%라고 밝혔는데, 이용자들의 체감과는 괴리가 있다. 기초문제만 딱 풀어보곤 더 공부할 게 없다며 책을 덮는 아이를 보는 기분이랄까. 이번에 게임업계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막 꽃을 피우고 있는 게임산업 자체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을 금지하거나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자는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자율규제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서둘러 내놔야 할 이유다. 확률형 아이템 의존을 낮추고 다양한 수익모델을 발굴하려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 다행히 아직 이용자들이 게임 자체를 외면하는 지경까진 이르지 않은 것 같다. 지난달 한 역할수행게임(RPG) 유저들은 돈을 모아 게임사에 ‘커피트럭’을 보내려고 했다. 빠른 업데이트와 합리적 운영, 이용자와의 소통 노력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본사 앞에 등장할 트럭이 ‘커피트럭’일지 아니면 ‘시위트럭’일지, 아니면 그 이상의 것이 돌진할지, 게임사들이 답할 차례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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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규제” 권한 다툼에 골병드는 온라인 플랫폼[광화문에서/김재영]

    “자기공명영상(MRI) 촬영도 않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의사들이 서로 자기가 수술하겠다고 하니 불안합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달 초 한 토론회에서 정부와 국회의 온라인 플랫폼 규제 갈등에 대해 이같이 우려했다. 공정거래위원회(국회 정무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 권한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공정위는 ‘플랫폼 갑질’을 막겠다며 지난해 9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법’(온플법)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정보통신기술(ICT) 규제는 우리 전문영역”이라며 반발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의원 입법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보호법’을 발의하며 맞섰다. 공정위 측은 “오랜 기간 준비했는데 방통위가 뒤늦게 숟가락을 얹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9일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공정위안이 정부에서 마련한 단일하고 합의된 안”이라고 강조했다. 16일 정무위 여당 의원들도 “정무위에서 공정위안으로 처리하기로 당정협의를 마쳤다”고 선언했다. 이에 과방위 의원들과 방통위가 반발하자 19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긴급 조율에 나섰지만 결론을 내진 못했다. 서로 일을 하겠다고 싸우는 흔치 않은 미담에는 이유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 플랫폼이 비약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 원으로 10년 전(25조 원)의 6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새롭게 열린 유망 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을 선점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관할권 다툼에 집중하면 정작 규제 내용에 대한 검토는 부실해진다. 업계에서는 플랫폼 유형마다 상황이 다른데 정부가 만든 표준계약서를 어떻게 일률적으로 적용하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플랫폼에 노출되는 순서, 형태, 기준 등을 공개하라는 조항에 대해선 영업비밀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매출액 100억 원, 거래액 1000억 원 이상’이 규제 대상인데 왜 그렇게 정했는지도 모호하다. 단기간 매출이 급등한 소규모 스타트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부처에서는 나중에 시행령이나 고시 등으로 구체적으로 보완하겠다고 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일단 규제부터 꺼내는 관성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ICT 법안 815건 중 규제법안이 73%에 이른다. 충분한 검토를 통해 혁신을 저해하지 않고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수년간의 토론과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통해 법을 만들었는데 우리는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다. 부처 간 적당한 타협으로 짜깁기해 서둘러 법을 통과시키는 방향은 곤란하다. 이번 기회에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과 적용 범위, 방식 등에 대해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업계의 우려를 충분히 듣고 구체적인 실태조사도 진행해야 한다. 무턱대고 메스부터 들이대기 전에 “MRI부터 찍어 보자”는 환자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 202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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