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전문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109

추천

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5-06-18~2025-07-18
음악67%
칼럼10%
문학/출판10%
문화 일반7%
연극3%
기타3%
  • 한여름 밤의 ‘클래식 종합선물세트’

    스타 피아니스트 형제인 ‘뤼카스 & 아르튀르 유선 듀오’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협연자로 나선다. 영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이머전 쿠퍼가 베토벤 최후의 3대 피아노 소나타인 30, 31, 32번 소나타를 선보인다. 시대악기 첼로 연주 거장인 피터르 비스펠버이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 전곡을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에서 새롭게 모습을 바꾼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올해 레퍼토리다. 6∼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 리사이틀홀에서 14개 공연이 열린다. 이번 축제의 개·폐막 연주회는 이스라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텔아비브 이스라엘 오페라단 음악감독인 단 에팅거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6일 개막 연주회에서는 유선 듀오가 협연하는 풀랑크의 협주곡에 이어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을, 11일 폐막 연주회에서는 테너 백석종이 협연하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에 이어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를 연주한다. 개막 연주회 악장을 맡는 바이올리니스트 문바래니(WDR 쾰른 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는 2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팅거 지휘자는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떠오르는 별이었다. 늘 새로운 방식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지휘자”라고 소개했다. 에팅거는 “폐막 연주회에서는 오페라 아리아들에 이어 마치 오페라 같은 스토리를 전해주는 ‘셰에라자드’로 프로그램을 꾸몄다”고 소개했다. 14개 공연 중 절반인 7개는 23 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공모 연주자들의 무대다. 7일 IBK챔버홀에서는 바리톤 박주성과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이 보기 드문 ‘두 바리톤’의 독일 가곡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태한은 “박주성 형의 팬으로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다가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는데 이번 공모를 알게 돼 지원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에팅거 지휘자는 “나도 이스라엘에서 바리톤으로 듀오 활동을 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게 우연이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운명론자라는 그는 폐막 연주회 첫 순서를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으로 장식한다. 역시 공모 경쟁을 통해 선정된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은 9일 IBK챔버홀에서 야나체크 현악4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와 2번 ‘비밀 편지’, 버르토크의 현악4중주 5번을 연주한다. 야나체크의 두 곡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작곡가의 관점과 뜨거움이 녹아있는 곡이다. 이 4중주단의 첼리스트 박성현은 “세 곡 모두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곡으로 한국적인 느낌도 있다. 기교적으로 고난도를 요구해 팀으로서 보여줄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11일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코리안 호른 사운드’ 콘서트는 김홍박 등 호르니스트만 여덟 명이 출연하는 보기 드문 호른만의 무대로 눈길을 끈다. 이머전 쿠퍼 리사이틀은 8일, 비스펠버이 리사이틀은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8-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로 새출발합니다”

    스타 피아니스트 형제인 ‘루카스 앤 아르투르 유센 듀오’가 풀랑크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협연자로 나선다. 영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이모젠 쿠퍼가 베토벤 최후의 3대 피아노 소나타인 30, 31, 32번 소나타를 선보인다. 시대악기 첼로 연주 거장인 피터 비스펠베이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6곡 전곡을 연주한다. ‘예술의전당 여름음악축제’에서 새롭게 모습을 바꾼 ‘예술의전당 국제음악제’의 올해 레퍼토리다. 6~1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IBK챔버홀, 리사이틀홀에서 14개 공연이 열린다.이번 축제의 개·폐막 연주회는 이스라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텔아비브 이스라엘 오페라단 음악감독인 단 에팅거가 SAC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6일 개막 연주회에서는 유센 듀오가 협연하는 풀랑크의 협주곡에 이어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 ‘낭만적’을, 11일 폐막 연주회에서는 테너 백석종이 협연하는 이탈리아 오페라 아리아에 이어 림스키코르사코프 ‘셰헤라자데’를 연주한다.개막 연주회 악장을 맡는 바이올리니스트 문바래니(WDR 쾰른 교향악단 제2바이올린 수석)는 2일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에팅거 지휘자는 10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이미 떠오르는 별이었다. 늘 새로운 방식과 다른 해석을 보여주는 지휘자”라고 소개했다. 에팅거는 “폐막 연주회에서는 오페라 아리아들에 이어 마치 오페라같은 스토리를 전해주는 ‘셰헤라자데’로 프로그램을 꾸몄다”고 소개했다.14개 공연 중 절반인 7개는 23대 1의 경쟁을 뚫고 선정된 공모 연주자들의 무대다. 7일 IBK챔버홀에서는 바리톤 박주성과 2023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우승자인 바리톤 김태한이 보기 드문 ‘두 바리톤’의 독일가곡 리사이틀을 갖는다. 김태한은 “박주성 형의 팬으로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달다가 친한 형 동생 사이가 됐는데 이번 공모를 알게 돼 지원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에팅거 지휘자는 “나도 이스라엘에서 바리톤으로 듀오 활동을 했었다. 이 자리에 있는게 우연이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운명론자라는 그는 폐막 연주회 첫 순서를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으로 장식한다.역시 공모 경쟁을 통해 선정된 현악4중주단 아레테 콰르텟은 9일 IBK챔버홀에서 야나체크 현악4중주 1번 ‘크로이처 소나타’와 2번 ‘비밀 편지’, 버르토크의 현악4중주 5번을 연주한다. 야나체크의 두 곡은 남녀의 사랑에 대한 작곡가의 관점과 뜨거움이 녹아있는 곡이다. 이 4중주단의 첼리스트 박성현은 “세 곡 모두 민족주의 작곡가들의 곡으로 한국적인 느낌도 있다. 기교적으로 고난도를 요구해 팀으로서 보여줄 만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11일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코리안 호른 사운드’ 콘서트는 김홍박 등 호르니스트만 여덟 명이 출연하는 보기 드문 호른만의 무대로 눈길을 끈다. 이모젠 쿠퍼 리사이틀은 8일, 비스펠베이 리사이틀은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8-04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사회적 문제 드러내는 한국형 미스터리 되길

    이 책의 부제는 ‘미스터리는 어떻게 힙한 장르가 되었나’다. 책 제목은 얼마간 ‘미스터리하다’. 대약진운동 시대 중국이 참새를 박멸하려 했듯이 미스터리 장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박멸을 지시할 독재자는 없다. 하지만 “범죄 드라마와 영화를 아이들이 보고 배운다”며 눈살을 찌푸리는 ‘어른들’은 있다. 저자는 미스터리가 ‘관습과 문법에 있어서 가장 치밀하게 발달한 장르’이면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는 장르’라고 설명한다. 말하자면 제목은 일종의 반어(反語)다. “미스터리는 유해한 이야기가 아니라 유해함에 대한 이야기다. 진실을 알려면 위험을 감수하고 뛰어들어야 한다. 좋은 미스터리는 사회에 대한 심층적 이해를 제공한다.” ‘범죄라는 형태로 드러난 사회적 문제를 공적인 방식으로 해결하는 이야기 모델이 미스터리’라는 것이 이 책의 설명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의 시선은 ‘셜록 홈스’ 시리즈에서 최신의 서사와 더불어 소설에서 영화와 드라마, 게임까지를 거침없이 오간다. ‘퇴마록’ ‘곡성’ ‘파묘’로 대표되는 오컬트 장르, 역사와 공상과학(SF) 미스터리 등을 차례로 분석하며 저자는 한국의 경우 특히 영화로 꾸준히 제작되고 관객들의 선호도 분명한 누아르 장르가 흥미롭다고 말한다. 고전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이 부도덕한 사회로부터 스스로 거리를 둔다면 한국적 네오 누아르의 주인공은 부도덕한 세계에 섞여 있으면서(심지어 그 최전선에 있으면서) 스스로 탈출을 꿈꾼다. 개인이 믿을 만한 구원의 손길은 공적 체제가 아니라 가족을 중심으로 한 혈연 집단에서 오고, 이는 ‘자경단’에 비유된다. 지난해 나온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이 대표적 예 중 하나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은 가족과 혈연관계 때문에 청부살인 업계에 뛰어들고 그 때문에 몰락한다. 이처럼 미스터리 장르는 법률과 제도, 사회라는 공적 영역에 대해 ‘사적인 방식에 대한 대항 서사’가 되지만 이런 측면에서 한국 미스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트릭의 정교함이나 소재의 강렬함에서 갈 길이 멀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스터리가 오늘날 한국 독자들에게 어떤 사회적 책임을 환기할 수 있는가의 측면에서다. 미스터리가 대중적 장르가 된다는 것은, 대중 각자가 개인적 만족을 추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매개할 수 있는 공공의 영역을 구성하는 이야기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은 지역성, 즉 ‘로컬리티’로 향한다. 범죄에 얽힌 사연은 개인의 감정이 아니라 사회화된 억압이나 소외와 이어져 있을 때 비로소 생명을 얻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 미스터리의 고유함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그 안내판을 세우는 일이야말로 중요하다. 사회적 증상으로서의 범죄자에 대한 미스터리 특유의 논리적 사연이 더해질 때 한국의 본격 미스터리는 대중적 설득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부산가톨릭대 교수 및 교보문고 문학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8-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타악기로만 35년, 감동의 두드림

    한국 대표 타악 앙상블인 카로스 타악기 앙상블이 2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창단 35주년 정기연주회 ‘세계를 흔들어라 카로스’를 연다. 공연 마지막 순서로는 ‘환희의 찬가’로 알려진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4악장을 타악 앙상블과 합창단 300명의 협연으로 연주한다. 카로스 앙상블은 서울 올림픽 다음 해인 1989년 KBS교향악단 타악 수석이었던 이영완을 중심으로 창단됐다. 수많은 형태의 앙상블이 창단되고 사라지는 가운데서도 라틴어로 ‘사랑’ ‘아름다움’을 뜻하는 ‘카로스’의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세계 음악 수도 빈을 대표하는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공연했다. 35년 전 29세의 나이로 카로스 앙상블을 창단한 이영완 음악감독(64)은 “타악기가 부수적인 역할에 머물지 않고 주인공이 되는 앙상블을 만들고자 겁 없이 창단했다”며 웃음을 지었다. “타악기만의 독립적인 악단이 없다면 타악인들이 사회에 대한 봉사나 세상을 이끄는 활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단원 16명 중 5명은 창단 멤버이며 윤경화 악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고 오래 함께 호흡하면서 실력이 계속 늘었죠. 세계 어느 무대에서도 뽐낼 수 있는 타악 앙상블이라고 자부합니다.” 타악 연주자는 한 사람이 팀파니에서 마림바(목금), 캐스터네츠나 트라이앵글까지 모든 타악기를 연습하고 연주한다. “모든 멤버가 손으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하죠.” 이번 콘서트는 슈체드린 편곡 비제 ‘카르멘 판타지’로 시작해 바흐 ‘두 대의 건반악기를 위한 협주곡’, 무소륵스키 ‘전람회의 그림’ 등으로 이어진다. ‘전람회의 그림’은 올해 4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오르가니스트 김희성(이화여대 교수) 협연으로 연주한 바 있다. 피아노곡인 원곡이나 라벨이 편곡한 오케스트라 연주와는 다른 리드미컬한 박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프로그램 마지막 곡인 베토벤 교향곡 합창 4악장의 타악 앙상블 연주에 대해 이 감독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웅장하고 섬세한 효과를 내기 위해 편곡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타악 앙상블만의 다이내믹함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가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신세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겁니다.” 35년 동안 기억에 남는 순간에 대해 이 감독은 지난해 빈 무지크페라인 공연을 떠올렸다. “파헬벨 ‘캐논’을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객석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박수가 나올 때 몇몇 관객이 일어서서 눈물을 흘리시더군요. 음악 수도로 불리는 빈의 관객들에게도 큰 감동을 드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는데 저희 자신도 감동을 받았습니다.” 카로스 앙상블은 강동아트센터와 강남문화재단의 상주단체로 활동한 바 있고 지난달에는 양천문화재단과 제2회 서울 두드림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해부터는 서울시 생활 동아리 지원 사업으로 누구나 타악기를 배우고 연주를 즐길 수 있는 ‘카로스 아카데미 다함께 타타타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소망을 묻자 이 감독은 “믿고 따라준 단원들이 카로스 앙상블 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급여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타악 교육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누구나 쉽게 타악기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타악 인재 개발에도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8-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로열오페라’ 그대로… 베르디 걸작 ‘오텔로’ 무대 오른다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페라 ‘오텔로’가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무대 그대로 서울에서 공연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를 내달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고 최근 밝혔다. 웨일스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고 베르디 ‘가면 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등의 전곡 음반을 지휘한 오페라 지휘 거장 카를로 리치가 지휘봉을 든다. 리치는 5일 오후 2시에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개 지휘자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 ‘오텔로’는 푸치니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 대표 거장으로 꼽히는 주세페 베르디가 전작 ‘아이다’ 이후 16년 만인 1887년에 74세 나이로 선보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오페라화했다. 원작에 담긴 주인공의 질투와 파멸, 갈등을 음악의 힘으로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걸작이다. 이번 공연에서 우선 기대를 모으는 부분은 연출가 키스 워너의 솜씨다. 2017년 그가 로열오페라에서 선보인 ‘오텔로’는 공개 직후 ‘상징적이면서 극적인 힘이 넘치는 무대’라는 찬사를 받았고 여러 시즌을 거치며 거듭 공연됐다. 예술의전당은 특히 “1막이 시작되자마자 성인 합창단 80명과 어린이 합창단 14명이 부르는 합창 장면을 주목해 달라”고 밝혔다. 주인공인 베네치아 장군 오텔로의 함대가 터키 함대를 물리치고 폭풍 속에 키프로스로 귀환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조명 디자이너 브루노 포엣이 빚어내는 빛의 대비도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킬 예정이다. 작품 속의 액션 장면을 위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무술 감독이 내한해 출연자들을 지도하며 무대 위에 펼쳐지는 전투와 갈등을 더욱 실감 나게 표현한다. 주인공인 오텔로 역에는 테너 이용훈과 테오도르 일린커이가 출연한다. 이용훈은 한국인 중 드라마티코(극적) 역할을 가장 뛰어나게 소화할 수 있는 테너로 불리며 지난해 10월 서울시오페라단 푸치니 ‘투란도트’에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루마니아 출신인 일린커이는 코벤트가든과 호주 오페라, 도쿄 신국립극장 등에서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 왔다. 오텔로의 질투로 희생당하는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역에는 독일계 아르메니아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추계예술대 교수인 소프라노 홍주영이 출연한다. 홍주영은 국립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의 미미 역 등으로 호평을 받아 왔다. 오페라 역사상 악당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아고 역에는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와 니콜로즈 라그빌라바가 출연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르디 만년 걸작 오페라 ‘오텔로’ 서울에 온다

    베르디 만년의 걸작 오페라 ‘오텔로’가 영국 런던 코벤트가든 로열오페라 무대 그대로 서울에서 공연된다. 서울 예술의전당은 로열오페라하우스 프로덕션 오페라 ‘오텔로’를 18~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한다고 최근 밝혔다. 웨일스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냈고 베르디 ‘가면 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등의 전곡 음반을 지휘한 오페라 지휘 거장 카를로 리치가 지휘봉을 든다. 리치는 5일 오후 2시에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공개 지휘자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 ‘오텔로’는 푸치니와 함께 이탈리아 오페라 대표 거장으로 꼽히는 주세페 베르디가 전작 ‘아이다’ 이후 16년 만인 1887년에 73세 나이로 선보인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오셀로’를 오페라화했다. 원작에 담긴 주인공의 질투와 파멸, 갈등을 음악의 힘으로 배가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걸작이다.이번 공연에서 우선 기대를 모으는 부분은 연출가 키스 워너의 솜씨다. 2017년 그가 로열오페라에서 선보인 ‘오텔로’는 공개 직후 ‘상징적이면서 극적인 힘이 넘치는 무대’라는 찬사를 받았고 여러 시즌을 거치며 거듭 공연됐다. 예술의전당은 특히 “1막이 시작되자마자 성인 합창단 80명과 어린이 합창단 14명이 부르는 합창 장면을 주목해 달라”고 밝혔다. 주인공인 베네치아 장군 오텔로의 함대가 터키 함대를 물리치고 폭풍 속에 키프로스로 귀환하는 극적인 장면이다. 조명 디자이너 브루노 포엣이 빚어내는 빛의 대비도 극적 긴장감을 배가시킬 예정이다. 작품 속의 액션 장면을 위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무술 감독이 내한해 출연자들을 지도하며 무대 위에 펼쳐지는 전투와 갈등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한다.주인공인 오텔로 역에는 테너 이용훈과 테오도르 일린카이가 출연한다. 이용훈은 한국인 중 드라마티코(극적) 역할을 가장 뛰어나게 소화할 수 있는 테너로 불리며 지난해 10월 서울시오페라단 푸치니 ‘투란도트’에서 실력을 증명한 바 있다. 루마니아 출신인 일린카이는 코벤트 가든과 호주 오페라, 도쿄 신국립극장 등에서 베르디와 푸치니 오페라를 중심으로 활약해 왔다. 오텔로의 질투로 희생당하는 여주인공 데스데모나 역에는 독일계 아르메니아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추계예술대 교수인 소프라노 홍주영이 출연한다. 홍주영은 국립오페라단의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 미미 역 등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오페라 역사상 악당의 전형으로 꼽히는 이아고 역에는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와 니콜로즈 라그빌라바가 출연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30
    • 좋아요
    • 코멘트
  • ‘팔색조 디바’ 윤투넨, 내달 1년 미룬 만남

    핀란드 소프라노 헬레나 윤투넨은 2011년 10월 서울시향 아르스 노바 시리즈로 마련된 두 번의 콘서트에서 처음 한국 관객들을 만났다. 지난해 1월 오스모 벤스케 전 서울시향 음악감독의 지휘로 시벨리우스의 가곡들을 노래할 예정이었지만, 벤스케 감독의 부상으로 프로그램이 변경되면서 두 번째 만남은 1년 넘게 연기됐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이 다음 달 9일 니컬러스 카터 지휘로 여는 ‘니컬러스 카터의 슈만 교향곡 3번’ 콘서트에서 윤투넨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마지막 노래’와 헬렌 그라임 ‘저녁 가까이’를 노래한다. 13년 만에 서울 무대를 찾는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반갑습니다. 핀란드 북부에서 태어나셨는데, 그곳에서의 어린 시절이 궁금합니다. 겨울에는 오로라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제 고향 키밍키는 오울루라는 도시 근처의 작은 마을이에요. 오울루에는 오케스트라와 극장, 음악원이 있어서 예술을 접하기 좋았죠. 이 지역을 떠나 헬싱키의 시벨리우스 아카데미에 공부하러 가면서 자연의 가치를 깨달았어요. 헬싱키에서는 빛 공해 때문에 오로라를 보기 어렵거든요.” ―성악가로서 언제 어떻게 재능을 발견했는지 궁금합니다. “열 살 때 오울루 시립극장에서 처음 배역을 맡으면서 무대의 마법에 빠졌어요. 곧 내 삶의 세 가지 사랑인 노래와 극장, 클래식 음악을 결합한 것이 오페라라는 것을 알게 됐죠.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습니다.” 윤투넨은 모차르트 ‘마술피리’의 파미나에서 베르크 ‘보체크’의 마리까지, 광대한 레퍼토리에 걸쳐 찬사와 인정을 받아 왔다. 북유럽을 대표하는 BIS와 온디네(옹딘) 레이블로 시벨리우스 가곡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에 이르는 광대한 앨범에 참여해 왔고, 사본린나 오페라 페스티벌의 푸치니 ‘나비부인’에서 프랑스 낭시 오페라의 코른골트 ‘죽음의 도시’ 마리 역까지 출연하고 있다. ―다양한 시대의 다양한 역할로 오페라에 출연해 왔고, 콘서트와 음반에서도 다양한 성격의 레퍼토리를 섭렵해 왔는데…. “제 목소리는 가볍지만 오케스트라를 관통할 수 있는 색깔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라보엠’의 미미와 ‘살로메’의 타이틀 롤 같은 상반된 개성의 역할을 모두 노래할 수 있습니다. 아, 두 곡 모두 1900년대 무렵의 곡이네요. 저는 이 시대의 오페라를 좋아합니다. 멋진 드라마와 멋진 음악이 함께 어우러지고, 여성 캐릭터들이 복잡하게 표현돼 노래할 것도, 연기할 것도 많습니다.” ―이번에 노래할 ‘네 개의 마지막 노래’는 레이프 세게르스탐 등의 지휘자와 호흡을 맞춰 오셨죠. 슈트라우스의 오페라와 가곡이 주는 그만의 도전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요. “슈트라우스는 가수들에게 매우 매혹적인 소재들을 제공합니다. 그의 작품 속에서 악절은 매우 길면서 또한 여운을 남겨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발레리나가 도약하는 것 같은 환상 말이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쉽게 들리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람 목소리로 호소하듯, 비올라의 깊은 울림

    지난해 독일 ARD 콩쿠르 비올라 부문에서 우승하면서 청중상, 오스나브뤼크 음악상, 게바 특별상 등 세 개의 특별상까지 휩쓴 비올리스트 이해수(25)가 다음 달 3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갖는다. 세종솔로이스츠가 주최하는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신예 연주자를 조명하는 ‘젊은 비르투오소 시리즈’의 올해 순서다. 독일 크론베르크 아카데미 전문연주자 과정에 다니고 있는 이해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비올라를 시작한 뒤 늘 연습이 즐거웠다. ARD 콩쿠르는 참가만으로도 꿈이었는데 천천히 소망을 이뤄 가는 게 꿈만 같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ARD 콩쿠르 우승 특전인 독일 오스나브뤼크 오케스트라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실내악 프로그램을 기획해 오케스트라 멤버들과 실내악 연주도 하죠. 지역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가장 재미있습니다.” BR 클래식 레이블로 실내악 음반 출반 및 내년 슈투트가르트 방송교향악단과의 협연 무대도 예정돼 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국적을 가진 피아니스트 알베르트 카노 스미트와 협연한다. 전반부에는 미요의 ‘네 개의 얼굴’, 알베르토 포사다스의 ‘도리포로스’, 요크 보언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판타지’ 등 20세기 곡 및 동시대곡 세 곡을 소개한다. “미요의 곡은 다른 도시에서 온 여성 네 명의 특징을 비올라 특유의 사람 목소리를 닮은 음색으로 풀어낸 재미있는 작품이에요. 숨은 명곡을 발견한 기분이어서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후반부엔 바이올린 소나타가 원곡인 프랑크의 소나타 A장조를 연주한다. “바이올린 연주보다 한층 애절하고 호소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 같습니다. 바이올린에는 없는 저음으로 더 울림이 있는 느낌을 표현하려 합니다.” 그는 올해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에 출연하며 고국 음악 팬들과 낯을 익혔다. “커티스음악원에서 사사한 중국계 신윤 황 선생님과 함께 멘델스존 현악 5중주를 협연했죠. 스승님과 처음 무대에 오른 일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올해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도 ‘디어 슈베르트’ 등 두 개의 무대에 출연한다. 1년 반 전 그는 삼성문화재단으로부터 1590년 이탈리아에서 제작된 ‘가스파로 다 살로’ 비올라를 후원받았다. “다크초콜릿 같은 색깔만큼 소리도 중후해요. 악기는 바꿀 때 적응이 필요한데 딱 적당한 시점에 이 악기를 받아서 ARD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올해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는 8월 24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세종솔로이스츠와 네 콘서트마스터’, 27일 같은 장소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퓨어 리리시즘’ 등의 콘서트가 이어진다. ‘네 콘서트마스터’는 세종솔로이스츠가 배출한 세계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 네 명이 협연자로 나서는 콘서트다. 올해는 강효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가 뉴욕에서 세종솔로이스츠를 창단하고 30년이 되는 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의 클래식感]24세 지휘자 펠토코스키와 97세 블롬스테트

    타르모 펠토코스키는 핀란드의 신동 피아니스트였다. 여덟 살 때부터 무대에 선 그는 프란츠 리스트의 피아노곡을 연주하다 유튜브로 리스트에 대해 찾아보았고 리스트의 친구(훗날 사위)인 바그너의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열한 살 때 바그너의 음악들을 흥얼거리고 다녔죠.”친구들도, 가족까지도 별종이라고 놀렸지만 지휘대에서 바그너의 음악을 지휘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열네 살 때 고향에서 열린 지휘 명교사 요르마 파눌라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했고 헬싱키 시벨리우스 음악원에 진학해 정식으로 지휘를 배우기 시작했다.펠토코스키는 도이체 카머필하모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교향곡 35, 36, 40번 앨범을 올해 5월 도이체 그라모폰(DG) 레이블로 내놓았다. 그는 이달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차기 음악감독으로 임명됐다. 2년 뒤인 2026년 9월에 취임한다. 2022년 라트비아 국립 교향악단 예술감독이 된 뒤 두 번째로 갖는 오케스트라 감독 직함이다. 그는 2000년 4월생으로 24세다.펠토코스키는 같은 핀란드인인 클라우스 메켈레보다 네 살 어리다. 메켈레는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 지휘자이자 파리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며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와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지명자’다. 그도 시벨리우스 음악원에서 파눌라에게 배웠고 24세 때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 지휘자가 됐다.파눌라의 제자들로는 에사페카 살로넨, 유카페카 사라스테, 미코 프랑크, 사카리 오라모,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을 지낸 오스모 벤스케 등 스타급 지휘자들이 있다. 메켈레와 펠토코스키는 파눌라 제자 군단의 가장 어린 세대에 속하지만 파눌라는 1993년 시벨리우스 음악원을 공식 퇴임한 뒤에도 이곳에서 계속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는 올해 94세다.펠토코스키는 홍콩필을 맡게 된 것이 특히 뜻깊다고 말한다. 현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인 야프 판즈베던은 올해 미국 홍콩필과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 직을 마친다. 판즈베던은 홍콩필 재직 시절 ‘아시아 악단과는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 바그너의 음악극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을 녹음했고 이 음반들은 음악전문지 그래머폰의 ‘비평가의 선택’에 오르는 등 높은 평가를 받았다. 펠토코스키는 “홍콩필의 바그너 전통을 내가 잇기 바란다. 이미 바그너는 이 악단의 피에 흐르고 있으므로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스웨덴 지휘자 헤르베르트 블롬스테트의 커리어도 펠토코스키나 메켈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찍 시작됐다. 27세 때 노르셰핑 심포니 오케스트라, 30세 때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수석지휘자가 됐다.이달 11일 그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브루크너가 오르가니스트로 재직했던 오스트리아의 장크트 플로리안 수도원에서 연주했다. 콘서트 말미에 밤베르크 심포니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스웨덴 노래 ‘이 달콤한 여름날에’를 깜짝 연주했다. 블롬스테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이날은 그의 97번째 생일이었다. 최근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그의 음악은 ‘연륜이 주는 깊이’ 같은 표현을 넘어 완벽함과 명료함을 전해준다”고 말한다.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한 지휘자 오이빈 피엘스타드(1903∼1983)를 회상했다. “오슬로 필의 경영진은 당시 젊은 나이로 주목받은 저를 수석지휘자로 지명하면서 제 나이와 짧은 커리어를 우려해 당시 59세였던 피엘스타드를 공동 수석지휘자로 임명했죠. 사람들은 젊은 나에 더 관심이 많았지만 피엘스타드는 불편함을 나타내지 않았고 지휘자로서의 나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음악적 접근도 많은 것을 전해주었습니다.” 1953년 쿠세비츠키 지휘상을 수상한 뒤 블롬스테트는 70년 이상 세계 무대에서 지휘해 왔다.“경험은 무언가를 얼마나 많이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휘는 이미 제가 오랫동안 해 온 일입니다.” 블롬스테트가 한 말이 아니다. 요르마 파눌라의 지휘 클래스에 처음 참여한 지 10년째가 되는 펠토코스키의 말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인류는 왜 더 ‘큰 것’을 갈망해왔을까

    ‘걸리버화(gulliverization)’는 어떤 생물의 크기가 특별히 작아지거나 커졌을 때 쓰는 말이다. 두말할 것 없이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서 온 말이다. 이 소설 속의 소인국과 거인국은 실제 가능할까? 소설에 나온 소인국의 사람 키는 약 15㎝, 몸무게는 약 40g이다. 소인국인은 몸의 열손실을 막기 위해 생쥐처럼 끊임없이 먹고 움직여야 하며 뇌 무게가 10g 미만이어서 인지 능력이 우리의 1%에 불과할 것이다. 대인국인은 키가 21m 남짓, 몸무게는 116t가량이다. 우리보다 더 똑똑할지는 모르지만 뼈와 근육이 면적당 10배 이상 많은 무게를 지탱해야 하며 움직일 때마다 뼈가 부러질 것이다. 캐나다의 환경과학자 겸 경제사학자인 저자는 에너지, 환경, 식량, 인구 등 여러 분야의 데이터와 통계를 분석해 왔다. 이 책에서는 ‘크기’에 대해 우리가 놓치기 쉬운 다양한 시선을 제공한다. 20세기는 거대화의 시기였다. 현재 가장 높은 고층건물은 1900년대 초에 비해 9배, 용광로 부피는 10배, 수력발전소 용량은 600배 이상 늘었다. 최초의 양산 자동차인 포드 모델 T는 탑승자 대비 차량 무게 비율이 7.7배였지만 오늘날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그 비율이 30배 이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오늘날까지 미국 주택 면적은 평균 2.5배 커졌고 가족당 인원이 줄어 1인당 면적은 4배 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증가세가 더 가파를 것이다. 큰 것에 대한 경외는 인간의 의식 밑바탕에 늘 있어 왔다. ‘위대(偉大)’ ‘great’라는 말이 이를 대변한다. 그러나 큰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다. 풍력발전소는 클수록 큰 전력을 발생시키고 높은 곳에선 풍속도 증가하지만 날개 길이가 2배 길어지면 무게는 8배가 된다. 크게 지으면 자연재해로 파괴되기도 쉽다. 2차 대전 이후 선박은 대형화를 거치며 크기당 효율이 늘었지만 클수록 항만 시설과 운하 통과에 제약을 받는다. 작아지는 것도 있다. 과거 여객기 이코노미석의 좌석 간 거리는 81∼96cm였지만 오늘날엔 71cm까지 줄어들었다. 효율화가 크기를 ‘짜낸’ 것이다. 생물도 거대화의 이점을 누린다. 몸집이 커지면 더 다양한 생물종을 먹어 치울 수 있고 적에게 맞서는 방어력도 커진다. 포유류의 평균 부피는 1억5000만 년 동안 세 자릿수가 늘어났다. 인간에게도 큰 몸집은 좋은 성장 환경의 증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키가 클수록 세포 수가 늘어 암에 걸릴 위험도 높아진다. 통계적으로 키가 1cm 늘어날 때마다 기대 수명은 0.4∼0.7년 줄어든다. 크기에 대한 다양한 관찰은 ‘비례’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이른바 피보나치수열에 의한 황금비(1.61804:1)가 미학적으로 완벽한 비례를 이룬다고 들어 왔다. 하지만 이를 증명한다고 알려진 자연이나 예술 속의 사례들은 모두 근거가 부실하다. “현실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꿰뚫는 단 하나의 불변 법칙은 존재할 수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리아-가곡-뮤지컬… ‘종합 감사 세트’

    소프라노 김순영(44)의 노래에서는 목소리의 컨트롤을 틀어쥔 안정감이 느껴진다. 촉촉한 물기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매 순간 바뀌는 가사에 가장 적절한 질감을 제공한다. 2021년 국립오페라단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비올레타 역, 2023년 서울시오페라단 모차르트 ‘마술피리’ 파미나 역 등으로 맹활약해 온 그가 1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 ‘감사’를 연다.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 사랑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죠.” 3년 전 그는 위기를 맞았다. 심장이 빨리 뛰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에 반년 이상 활동을 쉬었다. “스트레스를 꾹 누르다가 터졌던 것 같아요. 잘 회복해서 지금은 더 건강해졌습니다.” 이번 리사이틀 레퍼토리는 바구니에 가득 꽃과 향기를 담은 ‘포푸리’ 같다. 하이든의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중 아리아 ‘평원이 푸른 초목으로 덮이도다’로 시작해 가곡 ‘내일’로 유명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네 개의 가곡’, 벨리니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 중 ‘오 몇 번이었던가’ 같은 오페라 아리아, 김효근 ‘첫사랑’ 등 동시대 한국 가곡, ‘팬텀’ 중 ‘마이 트루 러브’를 비롯한 뮤지컬 넘버로 이어지고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하이라이트로 무대를 마친다. 테너 이명현이 함께한다. 최영선 지휘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가 반주를 맡는다. “여러 장르를 노래해 왔으니 제 대표곡 중 잘할 수 있는 것을 골라서 ‘음악의 종합 선물 세트’를 드리려 합니다.” 그는 부산 오페라 하우스 초대 감독으로 위촉된 정명훈 지휘로 지난달 부산에서 ‘라 트라비아타’의 같은 역으로 출연했다. “정 선생님께서 한국에서 보신 비올레타 중에 최고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저로서는 정 선생님의 지휘에서 감동을 받았죠. 손끝만 보고 있어도 감동이 전달되는 시간이었어요.” 그는 2015년 뮤지컬 ‘팬텀’의 여주인공 크리스틴 다에 역, 2018년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아델리나 패티 역으로도 많은 팬을 얻었다. “오페라가 선이 굵다면 뮤지컬은 연기의 선이 잘게 나눠져 있죠. 뮤지컬에서 연마한 게 오페라에도 도움이 돼요.” 이번 공연 후엔 다음 달 1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주최하는 월트디즈니홀 한국 광복절 기념 콘서트에 참가한다. 8월 2, 3일엔 노블아트 오페라단이 경기 수원 SK아트리움 대공연장에서 공연하는 로시니 ‘세빌리아의 이발사’에 여주인공 로지나로 출연한다. “앞으로의 목표? 지금처럼 건강하게 노래하면서 한 단계씩 성장하는 것. 늘 누군가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성악가가 지금의 작은 목표입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기타로 만나는 바흐, 풍부한 화성 맛보세요”

    ‘꼬북좌’라는 애칭으로 알려진 기타리스트 박규희(39)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음악만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20일 낮 12시, 오후 3시 두 차례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바흐 ‘전주곡 푸가와 알레그로’ BWV 998,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BWV 1005,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BWV 1004 중 ‘샤콘’을 연주한다. 5월 발매한 새 앨범 ‘바흐’에 실린 곡들이다. 바흐 시대 독일에서 기타는 잘 연주되지 않는 악기였고, 이번에 연주하는 곡 중 ‘전주곡, 푸가와 알레그로’는 기타처럼 뜯는 악기인 류트를 위한 곡이다. 나머지는 바이올린 곡들을 편곡해 연주한다. 16일 서울 동작구 뮤직앤아트스튜디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박규희는 “바흐 연주는 큰 과제이자 산 같은 영역이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바흐 피아노 음악에 매혹됐어요. 유학 가서 졸업 시험으로 바흐를 연주하면서 기타로 연주하는 바흐에 빠져들었죠.” 처음엔 ‘오리지널 악기로도 명반이 많은데 기타로?’ 싶었다. “그러다 마음이 바뀌었죠. 나도 14년간 활동하면서 커리어를 쌓아 왔는데 이거 하나쯤 남겨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기타로 듣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음악에 남다른 매력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올린은 화성을 풍부하게 표현하기 힘든 선율악기거든요. 기타는 본디 화성악기니 바흐가 의도한 화성을 더 쉽게 소화할 수 있어요.” 그의 손은 작아 보였다. “손이 큰 연주자들은 안정적으로 지판을 잡을 수 있어 실수가 적고 안정적이더라고요. 저는 저음에서 손가락을 뻗을 때 힘이 들어요.” 알려진 대중음악을 기타로 연주하는 데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디가수 강아솔과 콜라보해서 음반을 내 볼 생각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서로 팬이었죠. ‘아솔님’ ‘규희님’ 하고 부르다가 얼마 전에야 터놓고 친해졌어요. 예전 기타리스트 이병우 님과 가수 양희은 님이 콜라보한 앨범 같은 걸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박규희는 세 살 때 기타를 시작했고 일본 도쿄음대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를 수석 졸업했다. 벨기에 프랭탕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2008년 최초 여성 우승자이자 최초 아시아인 우승자로 주목받았다. 2012년 스페인 알람브라 국제 기타콩쿠르에서 1위와 청중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뒤 일본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연주를 펼치고 있다. 2022년 일본 음악전문지 ‘음악의 벗(音楽の友)’이 선정한 베스트 연주 10에 그의 연주가 선정되기도 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클래식 성지’ 중부 유럽의 낭만 속으로

    오는 겨울, 중부 유럽의 초호화 콘서트홀과 오페라 극장에서 최고 수준의 공연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동아일보가 오는 12월 3일(화)∼12일(금) 9박 10일 일정으로 여는 ‘겨울 유럽 클래식 투어’에서다.이번 투어는 12월 4일, 세계 최고 음향의 콘서트홀로 명성을 누리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허바우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곳에서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 전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가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콘서트를 관람하는 것. 이 오케스트라는 영국 음반전문지 ‘그라머폰’이 선정한 명문 악단.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1번과 모차르트 교향곡 40번을 연주한다.12월 6일에는 독일 함부르크의 최신 콘서트홀인 엘프필하모니를 찾는다. 함부르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이자 도시 재생 사업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이곳에서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를 관람한다. 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인 앨런 길버트가 지휘해 브루크너의 교향곡 중 웅대한 구조로 사랑받는 교향곡 8번을 선보인다.12월 8일에는 유럽 최고의 오페라 극장으로 인정받는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에서 바그너의 ‘뉘른베르크의 명가수’를 관람한다. 독일 전승 민화를 배경으로 독일 정신이 잘 표현된 대작이다.12월 9일에는 독일 드레스덴의 오페라극장 젬퍼오퍼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인터메초’를 관람한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초연을 주로 했던, 바로크 스타일의 이 극장은 호화로움을 넘어서는 감동을 줄 것이다.투어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투어동아 홈페이지 참조.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를린 궁정가수’ 베이스 연광철… 보컬 마스터 시리즈 무대 오른다

    서울 예술의전당 ‘보컬 마스터 시리즈’ 두 번째 주인공은 베이스 연광철(59)이다. 독일 바이로이트 바그너 페스티벌에 150회 이상 출연해 왔고 베를린 국립오페라의 ‘궁정가수’ 칭호를 받은 그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홍석원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반주로 리사이틀을 연다. 앞서 3일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첫 한국인 주역가수인 소프라노 홍혜경이 보컬 마스터 시리즈 첫 무대를 열었다. ‘전설의 여정’으로 이름 붙인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광철은 ‘더 이상 날지 못하리’ 등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에 나오는 아리아 두 곡으로 시작해 ‘돈 카를로’ 중 ‘그녀는 나를 사랑한 적이 없다’ 등 베르디 아리아 두 곡으로 전반부를 맺고 후반부는 ‘파르지팔’ 중 ‘티투렐, 신앙심 깊은 영웅’ 등 바그너 오페라 아리아 네 곡으로 꾸민다. 1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인터뷰에서 그는 특히 국내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바그너의 아리아들에 주목을 당부했다. “이 곡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죠. 어디서 어떻게 끝날지 결론이 나지 않는 상태로 음악이 진행되니까요. 하지만 그런 요소들도 제가 무대에서 살아온 모습의 일부죠.” 그는 “독일 문화라고 하면 맥주나 소시지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들은 어떤 음악을 들을까를 생각하고 ‘예습’을 하고 오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16일에는 성악도들을 지도하는 워크숍도 연다. 여러 지원자 중에서 그는 자신의 음역과 같은 베이스 네 명을 택했다. 워크숍에서 강조하고 싶은 점으로 그는 ‘언어’를 꼽았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해외 무대에서 노래하려면 예를 들어 눈을 감았을 때 독일 오페라는 독일 사람이 노래하는 것처럼 들려야 해요. 제 경우 왕 역할을 한다고 하면 ‘키 작은 동양인이 유럽 왕을?’이라는 편견을 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죠. 그 나라 사람보다 더 또렷하게 들리도록 발음해서, 청각적인 것이 시각적인 것을 넘어서도록 만들어야 해요.” 그는 ‘우리나라 음악계엔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며 쓴소리를 던졌다. “성악을 전공하고 오페라를 하다가 뮤지컬도 하고 트로트도 하죠. 공부도 더 많이 하고 활동도 더 해야 할 사람이 다른 분야에서 스타 대접을 받고 대단한 것처럼 포장이 돼요. 미디어와 관객들이 정말 좋은 가수들을 찾아내는 노력을 해야 좋은 가수들이 살아남는 시대가 오겠죠.” 보컬 마스터 시리즈 마지막 무대는 11월 16일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주인공이다. ‘방랑자’라는 주제로 음악극 형식의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클라라 주미 강, 3년 만에 서울 공연… “한국 팬 위해 선곡”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37)은 7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지휘자 앤드루 맨지와 협연 무대를 갖는다. 앞서 2022년에는 영국 프롬스 무대에 데뷔했고, 올해 런던을 대표하는 실내악 공연장인 위그모어홀에서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공연했다. 2009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2010년 센다이 콩쿠르와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 연속으로 우승하며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그의 커리어는 지금도 순항 중이다. 그가 3년 만에 서울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시콥스키(성신여대 교수)와 9월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타르티니 바이올린 소나타 ‘악마의 트릴’,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F단조, 쇼송 ‘시(詩)’, 프랑크 소나타 A단조를 연주한다. 9일 서울 강남구 거암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클라라 주미 강은 “내 스토리를 담고 있고 팬들도 좋아하는 곡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3년 전 국내에서 바흐 무반주 전곡 연주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라는 두 가지 큰 프로젝트를 가졌죠. 코로나19 기간이어서 몇몇 연주는 취소됐고, 띄어 앉기가 적용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는데도 오신 관객들께 큰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감사의 마음도 담았습니다.” 1부의 주제어는 ‘트릴(떠는 장식음)’이다. “프로코피예프의 소나타 1번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작곡돼 현실의 공포를 담은 곡이죠. 트릴로 시작되는 곡이어서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타르티니 ‘악마의 트릴’과 연결시켜 봤습니다.” 2부의 주제어는 ‘프랑스’와 ‘노래’다. “어릴 때부터 입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선율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풀어낼지 생각했죠.” 이번 협연자인 라시콥스키와는 ‘잘 드러나지 않은 연주를 많이 함께 한 사이’라고 했다. “코로나19 기간에 이번 마지막 곡인 프랑크의 소나타를 무관중 콘서트로 함께 했어요. 그때 라시콥스키의 연주에 매료돼서 꼭 이 곡을 다시 하겠다고 마음먹었죠.” 지난해부터 ‘기아 글로벌 앰버서더’로 활동하면서 기아로부터 스트라디바리우스 ‘투니스’ 바이올린을 후원받고 있다. “이전 8년 동안 삼성문화재단 후원으로 사용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다이아몬드나 진주 같다면 이 악기는 남성적이고 손에 잘 맞아요. 사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남다른 기운을 느꼈죠.” 음악적 목표를 묻는 질문에 그는 “훌륭한 작품들을 잘 전달하는 것, 음악에 담긴 ‘노래’를 전하는 것, 음악이 닿지 않는 곳에 음악을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이나 우크라이나에서 만났던 청중을 떠올리며 그런 곳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것이 음악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곳에 음악이 멈추지 않았으면 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관왕 ‘선율’의 손끝에서 프로코피예프 선율이 흐른다

    “준결선에서 연주한 뒤 객석에서 기립 박수가 나오는 거예요. 분위기가 좋다 싶었는데 결선에서 처음 연주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에서는 대부분의 관객이 일어나셨고, 두 번째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3번에는 모두 일어나서 열렬히 박수를 쳐주시더군요.” 지난달 29일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폐막한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선율(23·사진). 그는 프랑스 파리로 돌아와 19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단독 리사이틀을 준비한다. 그는 청중상과 평가단으로 참여한 음악도들이 주는 ‘학생 심사위원상’도 받았다. 4일 전화로 만난 그는 “객석 반응이 좋아 결과에 기대를 걸었다”며 밝은 목소리를 들려줬다.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는 1976년 창립됐으며 밴 클라이번 콩쿠르, 클리블랜드 콩쿠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노 콩쿠르로 꼽힌다. 쿵샹둥, 니컬러스 앤절리치, 루카스 게니우사스 등 유명 피아니스트들을 우승자로 배출했고 직전 대회인 2018년에는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우승했다. 선율은 “2022년 파리에 온 뒤 친구들과 연락도 띄엄띄엄했는데, 우승 후 연락이 쏟아져서 이 콩쿠르의 위상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음악 용어인 ‘멜로디’를 연상시킨다. “아버지가 음악 애호가신데 제 이름에 ‘율’자를 넣자고 한 분은 어머니셨어요.(웃음) 네 살쯤부터 수원시립교향악단 연주회를 부모님과 함께 보러 다녔죠.” 유년기 태권도에 빠졌던 선율은 2009년 경기도문화의전당(현 경기아트센터)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와, 같은 해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백건우 김태형 김선욱 김준희의 ‘포 피아노’ 콘서트를 본 뒤 피아노에 매료돼 특기를 바꿨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예술영재 선발)를 졸업했고 파리 에콜노르말 음악원에서 피아니스트 올리비에 가르동을 사사하고 있다. 2013년부터 현대차 정몽구재단의 문화예술 인재육성 후원을 받고 있다. 2021년 마시모 자네티 지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함께한 ‘파이브 포 파이브’ 첫 공연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하는 등 여러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해 왔다. 지난해엔 포르투갈 비제우 피아노 콩쿠르 2위에 올랐다. 동갑내기 피아니스트 배재성과 함께하는 ‘하랑 듀오’ 활동도 팬이 많다. 그는 “재성이 연주가 마음에 들어 제안을 했는데 두 번 거절당하고 코로나19 중에 간신히 승낙을 받았다”며 웃었다. “즐기려고 시작한 거니까 어느 쪽이 리더란 건 없고, 해보고 싶은 건 뭐든 프로그램에 올리죠.” 19일 리사이틀을 위해 그는 드뷔시 전주곡 2권 중 ‘옹딘’ ‘불꽃’, 브람스 ‘헨델 변주곡과 푸가’, 쇼팽 스케르초 3번,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8번을 프로그램으로 골랐다. “좋아하는 곡 중에서 각 작곡가의 한층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을 골랐죠.”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결선 마지막 곡으로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3번을, 이번 리사이틀 끝 곡으로 그의 소나타 8번을 넣은 데서 보듯 프로코피예프는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다. “소나타 8번은 테크닉적인 메시지가 많은 곡이에요. 어려운 곡을 어려워 보이지 않게 연주하는 게 제 장점이란 얘기를 자주 들었고, 타악기적인 특징 가운데서도 특유의 서정성을 표현하는 점이 프로코피예프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책의 향기]평등 내세운 폭력… 세계 패권 꿈꾸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과 자웅을 겨루는 ‘슈퍼 파워’다. 이에 비해 마오쩌둥 시대(1949∼1976년)의 중국은 왜소해 보인다. 2000만 명 이상의 아사자를 낸 대약진 운동(1961∼1962년)이나 학생이 스승을 조리돌림하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이 우리에겐 이 시대 중국의 대표 이미지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던가. 영국 런던대 중국 현대사 전공 교수인 저자는 1950∼70년대 중국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물론이고 미국과 유럽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끼쳤으며 그 핵심 수출품은 ‘마오쩌둥주의’였다고 설명한다. 중국은 수억 권의 마오 어록을 해외에 전파했고 마오 사상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돈과 무기도 지원했다. 마오의 중국은 제3세계를 넘어 일부 유럽인과 미국인에게까지 ‘세계의 모델’이었다. 국제 마오주의의 가장 큰 공헌자는 ‘중국의 붉은 별’ 저자인 미국인 에드거 스노였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마오를 인류 평등을 주창하는 민족주의자로 묘사했다. 러시아의 반나치 빨치산도, 필리핀 게릴라도, 인도의 반영(反英) 혁명가도 그의 책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마오주의는 모순적인 사상의 집합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마오는 ‘공산주의는 지역과 나라마다의 상황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행동지침을 열어두었다. 특히 모순적인 점은 그가 무정부 상태를 부추기면서 개인 권력 집중을 꾀했다는 점이다. 문화대혁명을 일으킨 뒤 그는 ‘천궁(天宮)을 소란스럽게 만들 더 많은 손오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그는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폭력을 선동했고 연대와 해방을 이야기하면서 권위주의를 획책했다. 마오주의의 이런 다양한 성격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변주를 낳으며 그 끈질긴 생명력에 기여했다. 책의 12개 장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4∼11장은 1965년 인도네시아 마오주의자들에 의한 대학살, 1970년대 인도차이나 공산화와 크메르 루주의 대학살, 페루의 마오주의 반군 ‘빛나는 길’, 선거로 권력을 차지한 네팔의 마오주의 정당 등 세계에 수출된 마오주의의 결과들을 탐색한다. 서구 세계의 괴짜들에게도 마오주의는 매력적이었다. 서독의 적군파나 이탈리아의 붉은여단 같은 무장단체들이 이 이념을 따랐고 1968년 서유럽과 미국의 히피 문화혁명에도 마오주의가 영향을 주었다. 사르트르를 비롯해 알튀세르, 푸코 등 영향력이 큰 지식인들이 마오의 이념에 동조했다. 오늘날의 중국이 마오주의를 대하는 모습은 모호해 보인다. 과거로 돌아가기를 외치는 시위는 견제를 받는다. 그러나 거대한 마오의 초상은 오늘도 톈안먼 광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오와 그의 전략 및 정치 모델은 중국 공산주의의 정당성과 그 기능의 핵심이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당대의 국내 정치적 모순 때문에 성공을 거두지 못한 마오의 국제적 야심이 이제 부활을 눈앞에 두고 있을지 모른다. 원제 ‘Maoism: A Global History’(2019년).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英 피아노 스타 허프 16년만의 단독 무대

    영국 대표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스티븐 허프(63)가 13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그는 2010년 KBS교향악단, 2019년 심포니송, 2017년과 2021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 무대를 가졌지만 단독 리사이틀은 2008년 이후 16년 만이다. 이번 무대에서 허프는 프랑스 여성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1857∼1944)의 작품을 집중 조명해 눈길을 끈다. 1부는 샤미나드의 ‘피아노를 위한 콘서트 에튀드 가을’과 ‘피아노를 위한 이전에’로 문을 연 뒤 리스트의 소나타 B단조를 연주한다. 이어 2부는 샤미나드의 변주곡 작품 49와 ‘숲의 요정’을 연주한 뒤 쇼팽의 소나타 3번으로 마무리한다. 샤미나드는 어린 시절부터 작곡의 재능을 인정받았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은 샤미나드의 피아노 작품을 즐겨 들었으며, 1901년 빅토리아 여왕의 장례식에서는 그의 오르간 전주곡이 연주됐다. 1913년에는 여성 작곡가 최초로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듣기 좋은 선율과 부드럽게 흐르는 반음계가 특징이라고 평가된다. 작곡가 비제와 토마도 그의 작품에 찬사를 보냈다. 허프는 60장 이상의 앨범을 내며 음반 활동에 진심인 피아니스트로 인정받아 왔다. 영국 음반전문지 그래머폰의 ‘올해의 음반상’을 두 차례 수상했고, 2008년에는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30년 동안 최고의 음반에 주는 그래머폰 골든 디스크상을 받았다. 앨범 거의 모두를 버진클래식스, 하이피리언, 샨도스 등 영국 토종 레이블로 발매해 왔지만 그는 영국 외 호주 국적도 2005년 취득했다. 그는 호주 국적에 대해 “호주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을 떠나기 전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아버지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허프는 작곡가이자 소설과 에세이집을 내놓는 작가, 개인전을 여는 화가이기도 하다. 그는 2022년 임윤찬이 우승한 밴 클라이번 콩쿠르를 위해 과제곡 ‘팡파르 토카타’를 작곡했고 임윤찬은 이 곡을 암보로 날렵하게 연주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 콩쿠르의 심사위원도 맡은 그는 뒤에 “준결선에서 임윤찬이 리스트를 연주할 때 초월적 경지라고 느꼈다. 손가락이 빨라서가 아니라 내면의 카리스마 때문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리사이틀에 이어 10, 11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김은선 지휘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김은선은 이날 프로그램 마지막 곡으로 올해 4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에서 지휘했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선보인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0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유윤종의 클래식感]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과 그를 사랑한 남자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브루크너는 63번째 생일을 맞기 직전인 1887년 8월에 새 교향곡을 쓰기 시작했다. 완성되면 베토벤의 마지막 교향곡과 같은 아홉 번째 교향곡이 될 곡이었다. 작업 중 그는 건강이 나빠졌다. 브루크너는 의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마지막 교향곡을 존엄하신 하나님께 바치고자 합니다. 하나님께서 내가 이 작품을 완성할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신이 준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앞의 세 개 악장은 7년이나 걸려 완성했지만 마지막 4악장은 자주 작업이 중단됐다. “만약 이 작품이 미완성으로 끝난다면 세 개 악장 뒤에 내 ‘테 데움’을 연주해주기 바랍니다.” 브루크너는 지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테 데움은 그가 1884년 완성한 찬미가, 즉 신을 찬양하는 내용의 합창곡이다. 브루크너는 1896년 10월 이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을 완성하지 못한 채 그가 사랑하는 신 옆으로 갔다.한 세기 뒤 브루크너의 음악을 매우 사랑한 음악 칼럼니스트가 한국에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박진용이었다. 그의 책 ‘브루크너, 완벽을 향한 머나먼 여정’에는 그가 이렇게 소개돼 있다. “대학 시절 활동했던 고전음악 감상 동아리에서 음악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대기업에 근무하면서 여러 매체에 클래식 음반 리뷰와 다양한 음악 관련 기사들을 기고했다. 바흐, 베토벤, 브루크너의 음악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었으며 지휘자 푸르트벵글러의 열렬한 팬이었다.”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에 대한 그의 생각도 들어보고 싶다. 앞에 소개한 책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C장조인 ‘테 데움’을 D단조인 교향곡 9번과 연결해서 연주한다는 것은 어색하다. 브루크너는 왜 이 작품의 피날레로 ‘테 데움’을 고집했을까? 베토벤이라는 선배 작곡가의 그림자를 읽어낼 수도 있다. 브루크너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은 모두 D단조이고, ‘테 데움’이 4악장을 대체하면 거대한 합창부를 포함하는 공통점도 생긴다.” 박진용이 이 글을 읽으면 ‘내 생각도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글은 그가 쓰지 않았다. 이 글은 그의 대학 후배인 음악 칼럼니스트 이명재가 썼다.박진용은 1999년 압구정동에 중고 클래식 음반 가게인 ‘서푼짜리 레코드’를 열었다. 체구가 크고 매력적인 저음을 가진 그를 실제보다 많은 나이로 본 단골도 많았다. 수많은 음반이 흘러들고 흘러나간 뒤 ‘서푼짜리 레코드’는 문을 닫았고 주인은 예전의 직장인 생활로 돌아갔다. 그가 38세 때인 2004년 6월의 어느 밤, 박진용은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했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10년이 흘러 그의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은 그를 추모하는 유고집을 내기로 결정했다. 타계 당시 박진용은 음악 전문지에 브루크너의 교향곡 전곡을 분석하는 코너를 연재하고 있었고 연재는 그의 타계로 교향곡 5번에서 중단됐다. 교향곡 6∼9번의 분석으로는 마침 그와 엇비슷한 시기에 브루크너 교향곡 총론을 쓴 이명재의 글이 있었다.박진용 음악칼럼집 ‘브루크너, 완벽을 향한 머나먼 여정’(리수)은 그가 세상을 떠나고 10년이 되는 2014년 6월 24일 세상에 나왔다. 두 사람이 쓴 브루크너 교향곡 총론 외에 전설적 연주가들에 대한 짧은 평전들도 실렸다. 이 책이 나오고 10년이 된 올해는 박진용이 사랑해 마지않았던 교향곡 대가 안톤 브루크너의 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박진용의 글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인 것처럼,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도 결국 ‘완성된’ 교향곡이 됐다. 브루크너는 이 곡의 4악장을 마치지 못했지만 남은 스케치에 번호를 적어 이 미완성 악장의 전개를 상상할 수 있는 단서를 남겼다. 1980년대 이후 이 스케치들을 연결해 완성하려는 시도들이 나왔고 ‘4개 악장으로 된’ 브루크너의 마지막 교향곡도 이제 세계 콘서트홀에서 종종 연주되고 있다.KBS교향악단은 7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804회 정기연주회 ‘당신의 때에 나를 부르소서’에서 한스 그라프 지휘로 브루크너의 교향곡 9번을 연주한다. 음악학자들이 완성시킨 4악장이나 ‘테 데움’은 이날 연주하지 않는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클래식의 이도류’ 김선욱 “음악 본질 안 변해… 기쁨-슬픔 풀어낼 것”

    “사람들은 종종 제게 질문합니다. ‘지휘자를 선언한 이후 피아노는 그만두신 건가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김선욱(36·사진)은 6월 21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열린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 콘서트를 지휘했다. 이 곡의 초연 10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다. 그는 올해 1월 첫 임기 2년의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2006년 18세 때 리즈 국제 피아노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을 기록한 그가 5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피아노 리사이틀을 연다. 2022년 같은 자리에서 슈베르트 즉흥곡집 작품 90과 리스트 소나타 B단조 등을 연주한 지 2년 만이다. 이번에는 하이든 소나타 E플랫장조 Hob.16:49, 슈만 다비드동맹무곡집, 슈베르트 피아노소나타 B플랫장조 D 960 등 세 곡을 프로그램에 올렸다.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그는 팬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마치 야구에서 타자와 투수를 겸하는 이도류(二刀流·검술에서 양손에 칼 하나씩을 들고 싸우는 데서 비롯된 말)처럼, 두 역할을 어떻게 병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이번 독주회를 통해 제가 얼마나 음악에 헌신하고 있는지, 그리고 피아노 연주가 제게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되짚어봤습니다.” 그는 이번 독주회의 주제가 ‘음악으로 말하고, 그리고 노래하기’라고 밝혔다. “하이든의 소나타로 숨과 여백을 표현하고, 슈만의 곡을 통해 몽상과 진심, 기쁨과 슬픔을 여러 이야기로 풀어내며, 슈베르트의 마지막 소나타로는 피아노가 노래하는 듯한 ‘백조의 노래’를 들려드립니다.” 피아니스트로서의 무대를 가진 뒤 그는 9월 1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네 번째 무대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 콘서트에서 첼리스트 우에노 미치아키와 쇼스타코비치 첼로협주곡 1번을 협연하고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도 들려줄 예정이다. 10월 17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 마스터스 시리즈 4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에서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 라이너 호네크 협연으로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로 콘서트의 문을 닫는다. “이번 무대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것은 피아노든 오케스트라든, 음악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음악의 본질을 청중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습니다. 감동의 순간을 함께 나누길 기대합니다”라는 말로 그는 메시지를 마무리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4-07-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