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

유윤종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구독 57

추천

클래식음악 분야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푸치니: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 '클래식, 비밀과 거짓말' 등의 책을 썼습니다.

gustav@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음악54%
인사일반20%
문학/출판13%
칼럼7%
문화 일반3%
무용3%
  • 오르간 거장, 6년 만에 내한… “나는 프랑스 음악 홍보대사”

    1985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자리에 23세의 올리비에 라트리가 역대 최연소로 발탁됐다. 39년째 이 자리를 유지해온 그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16일 리사이틀을 연다. 프랑크 ‘영웅적 소품’과 비도르의 오르간 독주곡인 오르간 교향곡 5번 등 프랑스 오르간 음악 외에 오케스트라 곡인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도 오르간 독주로 들려준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오르간은 너무도 다채로워 모든 장르에 사용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프랑스 오르간 곡 외 오케스트라 곡 편곡판들이 눈에 띕니다. “저는 오르간 전통이 뿌리 깊은 프랑스 출신이기 때문에 프랑스 음악의 홍보대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편으로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오르간용으로 편곡된 음악들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생상스가 편곡한 리스트 ‘새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체스코’도 연주하는데, 바그너와 리스트 모두 세 프랑스 작곡가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동물의 사육제’는 아내(오르가니스트 이신영)가 상당히 훌륭하게 편곡해서 제가 한번 연주해 보고 싶었습니다.” ―바흐 멘델스존 생상스 등의 오르간 곡을 연주했던 2017년 내한 공연에서 관객들이 적어낸 곡을 골라 즉흥연주를 펼치기도 했죠. 휴대전화 메시지 서비스 알림음을 즉석에서 변주했고 관객들이 한국의 ‘애국가’를 함께 부르게 한 광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즉흥연주는 그 자리에서 작곡되고 즉시 사라지는 점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대체로 메인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동안 이미 관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뒤에 즉흥연주를 펼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글쎄, 한번 보시죠.” ―도이체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메시앙 오르간 작품 등 여러 앨범을 발매해 왔습니다. 앞으로 나올 음반이 궁금합니다. “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쿠프랭의 미사곡 두 곡이 곧 발매됩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샤펠 루아얄 오르간으로 녹음했습니다. 멋진 곳이죠. 그 전에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리스트 오르간 곡을 녹음한 것도 나올 예정이고요.” ―안타깝게도 2019년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이 화재로 훼손돼 지금도 복원 공사 중이죠. 화재 당시 “슬프지만 오르간이 무사해 다행”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셨는데요. “노트르담 대성당은 내년 12월 8일 다시 문을 엽니다. 저는 당연히 첫번째 미사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겁니다. 우리는 화재 후 몇 달 동안 오르간을 청소하고 복원했습니다. 지붕이 바뀌니 음향 측면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요. 우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더 많은 세계인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런 건물과 늘 만나는 경험은 사람을 다르게 만듭니다. 여행이나 일과로 지친 채 그곳에 갔을 때도 여전히 활력이 넘치곤 했어요. 복원 뒤에도 그 힘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노트르담 연주자 라트리 “오르간으로 어떤 음악이든 가능하죠”

    1985년,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오르가니스트 자리에 23세의 올리비에 라트리가 역대 최연소로 발탁됐다. 38년째 이 자리를 유지해온 그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프랑크 ‘영웅적 소품’과 비도르의 오르간 독주곡인 오르간 교향곡 5번 등 프랑스 오르간음악 외에 오케스트라 곡인 바그너 오페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서곡, 생상스 ‘동물의 사육제’도 오르간 독주로 들려준다. e메일로 만난 그는 “오르간은 너무도 다채로워 모든 장르에 사용할 수 있는 악기”라고 말했다.―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프랑스 오르간 곡 외 오케스트라 곡 편곡판들이 눈에 띕니다.“저는 오르간 전통이 뿌리 깊은 프랑스 출신이기 때문에 프랑스 음악의 홍보대사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한편으로 오르간 음악의 영역을 넓히기 위해서 오르간 용으로 편곡된 음악들도 연주하기로 했습니다. 생상스가 편곡한 리스트 ‘새에게 설교하는 성 프란체스코’도 연주하는데, 바그너와 리스트 모두 세 프랑스 작곡가 (프랑크, 생상스, 비도르)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에 제가 연주하는 작곡가들은 음악적으로 대가족처럼 연관된 셈이죠. ‘동물의 사육제’는 아내(오르가니스트 이신영)가 상당히 훌륭하게 편곡해서 제가 한 번 연주해보고 싶었습니다.”―한국과 인연이 각별하신 셈이죠.“(한국인인) 아내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여러 번 한국을 여행했었죠. 하지만 청중들과 다시 만나는 건 또다른 기분입니다.”―바흐 멘델스존 생상스 등의 오르간 곡을 연주했던 2017년 내한 공연에서 관객들이 적어낸 곡을 골라 즉흥연주를 펼치기도 했죠. 휴대전화 메시지 서비스 알림음을 즉석에서 변주했고 관객들이 한국의 ‘애국가’를 함께 부르게 한 광경도 인상적이었습니다.“즉흥연주는 그 자리에서 작곡되고 즉시 사라지는 점이 멋지다고 생각해요. 대체로 메인 프로그램을 연주하는 동안 이미 관객들과 좋은 관계를 맺은 뒤에 즉흥 연주를 펼치기 때문에 더욱 많은 영감을 줍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글쎄, 한번 보시죠.”―안타깝게도 2019년에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이 화재로 훼손돼 지금도 복원 공사 중이죠. 화재 당시 ‘슬프지만 오르간이 무사해 다행’이라는 인터뷰를 하기도 하셨는데요.“노트르담 대성당은 내년 12월 8일 다시 문을 엽니다. 저는 당연히 첫번째 미사에서 오르간을 연주할 겁니다. 우리는 화재 후 몇 달 동안 오르간을 청소하고 복원했습니다. 지붕이 바뀌니 음향 측면에서는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해요. 우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모든 프랑스인, 어쩌면 더 많은 세계인의 마음속에 있습니다. 그런 건물과 늘 만나는 경험은 사람을 다르게 만듭니다. 여행이나 일과로 지친 채 그 곳에 갔을 때도 여전히 활력에 넘치곤 했어요. 복원 뒤에도 그 힘을 되찾을 수 있기 바랍니다.”―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발매한 메시앙 오르간 작품 등 여러 앨범을 발매해 왔습니다. 앞으로의 녹음 계획을 소개한다면.“프랑스 바로크 작곡가 쿠프랭의 미사곡 두 곡이 곧 발매됩니다. 베르사유 궁전의 샤펠 로얄 오르간으로 녹음했습니다. 멋진 곳이죠. 그 전에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리스트 오르간 곡을 녹음한 것도 나올 예정이구요, 빈 무지크페라인에서 금관 앙상블과 함께 녹음한 앨범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녹음 계획은… 말하기 이르네요, 쉬잇.”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4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90년대 호황 불러온 ‘버티기’… 지금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잃어버리면 되찾기 힘들다. 통화 공급 증가 억제라는 전략을 철회하려면 신뢰성의 상실이 초래할 부정적 영향을 감수해야만 했다. 멈출 수 없는 배에 올라탄 운명이었다. 물가안정을 추구하면서 ‘돛대에 묶여’버렸던 것이다.” 폴 볼커(1927∼2019)는 미국의, 나아가 세계의 경제적 향방과 관련해 이 순간 가장 자주 소환되는 이름이다. 그는 지미 카터 시대인 1979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임명돼 로널드 레이건 시대 말기까지 재임하며 살인적인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고금리 정책으로 대표되는 강도 높은 금융정책을 밀어붙였다. 이에 따르는 고통은 필연이었다. 시위대가 연준을 둘러싸기 일쑤였고 그는 권총을 지니고 다녔다. 볼커가 2018년 내놓은 이 회고록의 원제는 ‘Keeping at it’이다. ‘견뎌내기’ ‘끝까지 버텨내기’라는 뜻이다. 어느 나라나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위협을 받는다. 카터 대통령은 신용통제 조치를 발동해 연준의 계획을 어그러뜨렸다. 레이건 대통령은 ‘선거가 있으니 금리를 더 이상 올리지 말라’고 압박했다. 연준 의장을 지낸다는 것은 이런 압력들을 ‘버텨내야’ 하는 것을 의미했다. 곳곳에서 볼커는 ‘권한’이라는 말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부분에 ‘책임’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공직자가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곳곳에서 터지는 비명을 견뎌내고 있는 오늘의 미 연준은 어떤 길을 갈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의회에서 거듭 이 책 제목을 인용했다. 전설적 투자자 워런 버핏도 주주총회에서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이 책을 추천했다. 볼커의 ‘버티기’는 1990년대 미국의 호황기를 불러왔다. 지금의 상황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볼커는 이렇게 회상한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까? 내가 아는 한에는 없었다. 그런 생각은 당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첼리스트 홍은선 “베토벤 인간적 매력 파헤쳐”

    2014년 루마니아 국제 에네스쿠 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홍은선이 두 차례의 베토벤 첼로 전곡 시리즈 중 첫 회를 14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연다.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콥스키가 함께 한다. 홍은선은 2022년 그가 참여한 낙소스 발매 에네스쿠 실내악 음반이 세계 음반전문지들의 격찬을 받으면서 음악계 주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 앨범은 ‘완벽한 팀워크와 정교함으로 만든 빛나는 음색, 아름다운 연주’(BBC매거진)라는 평을 받았고 국제클래식음악상(ICMA) 후보에 올랐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전반부에 베토벤 첼로 소나타 1번과 4번, 후반부에 ‘헨델 유다스 마카바이우스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첼로 소나타 3번을 연주한다. 홍은선은 “베토벤 스타일의 변화를 잘 살펴볼 수 있도록 순서를 구성했다”며 “베토벤의 음악에는 불굴의 의지 뿐 아니라 그가 느낀 좌절, 고통, 그럼에도 희망을 다시 찾는 모습이 여과 없이 드러난다. 그의 인간적 매력을 파헤쳐보고 싶다”고 말했다. 3만~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2
    • 좋아요
    • 코멘트
  • 부천아트센터 19일 개관… “이중 반사판으로 최적화된 음향 자랑”

    객석 1445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인 경기 부천아트센터가 지난해 10월 준공식에 이어 19일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기념공연 ‘BAC 커넥티드(BAC Connected)’와 함께 공식 개관한다. 부천아트센터는 11일 조용익 부천시장과 태승진 부천아트센터 대표이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공연장의 특징과 계획을 설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오르가니스트 이윤희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 등의 축하 연주가 펼쳐졌다. 풍요한 잔향 속에서도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듀오 연주가 객석 구석까지 명료하게 전달됐다. 캐나다 오르간 전문회사 카사방 프레르가 제작한 파이프오르간의 압도적 음량이 펼쳐질 때도 지난해 준공식 직후 축하 공연에서 느껴진 ‘쏘는 듯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음향을 맡은 영국 애럽사의 나카지마 다데오 기술책임자는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6개의 대형 음향반사판 아래 여러 개의 소형 반사판을 배치한 ‘이중 반사판’으로 장르마다 최적화된 음향을 조성한다. 각각의 공연과 좌석 위치마다 다양한 소리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태승진 대표이사는 “부천아트센터는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라는 소프트웨어가 먼저 준비된 홀이자 최근 준공된 아트센터 중 유일하게 시내 중심에 있는 공연장”이라고 소개했다. 부천아트센터는 지하철 7호선 부천시청역에서 도보로 5분 거리이며, 부천 중심부인 부천시청과 부천중앙공원 사이에 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재정 자립도가 안정적인 수준에 이를 때까지 꾸준히 지원해 서울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과 함께 국내 3대 클래식 콘서트홀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아트센터는 콘서트홀 외 304석의 블랙박스형 소공연장과 녹음 시설을 갖춘 오케스트라 연습실, 갤러리를 갖췄다. 개관 페스티벌은 19일 ‘BAC 커넥티드’를 시작으로 20일 필리프 헤레베허 지휘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28일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 6월 13일 장한나 지휘 빈 심포니(피아니스트 브루스 리우 협연), 6월 17일 베르네-메클러 오르간 듀오, 6월 25일 요엘 레비 지휘 KBS 교향악단, 7월 8일 조수미 & 베를린 필 12 첼리스트, 7월 9일 조성진 피아노 리사이틀로 이어진다. 소공연장에서도 6월 30일 륄리 ‘서민귀족’을 바탕으로 한 소극장 오페라 ‘귀족되기 대작전’을 시작으로 4개 공연이 펼쳐진다.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제작된 현악기를 소개하는 ‘현: 울림’전(5월 19, 20일) 등 전시와 에머슨 콰르텟의 공개 마스터클래스도 열린다. 부천=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름다운 선율과 강렬함이 담겨… 비외탕 협주곡 5번은 작은 오페라”

    조슈아 벨(56)이라는 이름은 1990년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의 상징이었다. 그는 1988년 데카 레이블로 내놓은 브루흐와 멘델스존의 협주곡 앨범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음반을 쏟아내며 그래미상만 네 차례 수상했다. 이후 지휘자로 변신해 2011년 영국 명문 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두 번째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그가 2018년 ASMF를 이끌고 내한한 뒤 5년 만에 다시 서울을 찾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데뷔 무대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8, 19일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호흡을 맞춰 쇼숑 ‘시(詩)’와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가 느낄 특별한 감정과 에너지를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무대에서 연주하게 될 두 곡에 대해 설명한다면…. “19세기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외탕의 협주곡 5번은 마치 작은 오페라 같습니다. 극적이면서 아름다운 선율과 강렬함을 담고 있죠. 느린 악장은 길고 아름다운 아리아를 연상시킵니다. 쇼숑의 ‘시’는 딱 그 제목 같은 곡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를 위해 작곡한 작품인데 내 스승 요제프 긴골드는 이자이의 제자였고 이자이는 쇼숑의 제자였으니 저와 꽤 인연이 있는 셈이죠.”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를 함께해 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ASMF의 음악감독이 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그전에도 이 앙상블을 반세기 동안 이끌었던 네빌 마리너경의 지휘로 자주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저와는 오래된 음악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 (한 예를 들자면) 제가 여러 지휘자와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했지만 이 곡을 지휘자로 들여다보면서 작품을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독주자로서 연주하는 방법도 변했습니다. 음악가로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건 큰 행운입니다.” ―현대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의뢰하는데 적극적인데…. “내게 맞는 작곡가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완전한 무조(無調)음악이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음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음악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 ―연주가로 성공하고 싶은 젊은 음악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젊은 연주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스타가 되고 싶어서 음악가의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실내악과 사랑에 빠졌고,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지휘하고 연주할 때 그때의 경험을 이용합니다. 또 젊은 연주가들은 가급적 많은 선생님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제 스승 긴골드는 항상 ‘여러 사람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서울시향은 벨과의 협연 외에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등 근대 관현악의 방향을 바꾼 기념비적인 두 곡을 연주한다. 1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휘자 김은선 “베를린 필 어떤 색깔 낼지 궁금”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활약해온 지휘자 김은선 씨(43·사진)가 독일의 대표적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PO) 정기연주회에 내년 4월 데뷔한다. 그는 4월 18∼20일 베를린 필하모니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베를린 필 연주회에서 소프라노 타마라 윌슨 협연으로 쇤베르크의 ‘기대’를, 메인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다. SFO 음악감독실에서 9일 전화를 받은 그는 “내년이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이고 ‘기대’ 초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의미 깊은 콘서트를 지휘하게 되어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기대’는 구조가 복잡하고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표현한 곡인 만큼 해석하기 쉽지 않죠. 열심히 연구하면서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은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차례 지휘해온 곡이어서 베를린 필이 어떤 색깔을 낼지 매우 궁금해요.” 김 씨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가 2011년 프랑스 리옹 오페라를 지휘할 당시 그의 보조지휘자로 활동했다. 2021년 SFO 음악감독 취임 직전 본보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페트렌코는 악보를 절대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한밤중에 내일 아침 연습 전에 이런 지시사항들을 악보에 적어두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페트렌코가 이번 베를린 필 데뷔에 대해 축하나 당부 메시지를 전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 일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며 웃음지었다. 유럽 악단 중 보수적인 편으로 통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82년 처음 여성 단원을 입단시켰으며 올해 2월 처음으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레이카를 악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김 씨는 2019년 12월 SFO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2021년 취임)되면서 미국 주요 직위에 오른 동양인 여성 지휘자로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연주해 프로 지휘자 데뷔 이후 첫 국내 무대를 가졌다. 그는 내년 2월 23일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 메인 곡은 두 달 뒤 베를린 필과 같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이다. 그는 “본디 2020년 12월에 뉴욕 필에 데뷔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늦춰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2∼4월 중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베를린 필 지휘 데뷔’ 김은선 “뜻깊은 쇤베르크 150주년 기뻐”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SFO) 음악감독으로 활약해 온 지휘자 김은선 씨(43)가 독일의 대표적 명문 악단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BPO) 정기연주회에 내년 4월 데뷔한다. 그는 4월 18~20일 베를린 필하모니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베를린 필 연주회에서 소프라노 타마라 윌슨 협연으로 쇤베르크 ‘기대’를, 메인곡으로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3번을 지휘한다. SFO 음악감독실에서 9일 전화를 받은 그는 “내년이 쇤베르크 탄생 150주년이고 ‘기대’ 초연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의미깊은 콘서트를 지휘하게 되어 스스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기대’는 구조가 복잡하고 인간의 내면을 치밀하게 표현한 곡인만큼 해석하기 쉽지 않죠. 열심히 연구하면서 자신감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은 다른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차례 지휘해온 곡이어서 베를린 필이 어떤 색깔을 낼 지 매우 궁금해요.” 김 씨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수석지휘자인 키릴 페트렌코가 2011년 프랑스 리용 오페라를 지휘할 당시 그의 보조지휘자로 활동했다. 2021년 SFO 음악감독 취임 직전 본보 단독 인터뷰에서 그는 “페트렌코는 악보를 절대 손에서 놓는 법이 없다. 한밤중에 내일 아침 연습 전에 이런 지시사항들을 악보에 적어두라고 문자를 보내기도 한다”고 전한 바 있다. 페트렌코가 이번 베를린 필 데뷔에 대해 축하나 당부 메시지를 전했느냐고 묻자 그는 “그 일로 특별한 연락은 없었다”며 웃음지었다. 유럽 악단 중 보수적인 편으로 통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1982년 처음 여성 단원을 입단시켰으며 올해 2월 처음으로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비네타 사레이카를 악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김 씨는 2019년 12월 SFO 차기 음악감독으로 선임(2021년 취임)되면서 미국 주요 직위에 오른 동양인 여성 지휘자로 세계 음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를 연주해 프로 지휘자 데뷔 이후 첫 국내 무대를 가졌다. 그는 내년 2월 23일 미국을 대표하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 메인 곡은 두 달 뒤 베를린 필과 같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이다. 그는 “본디 2020년 12월에 뉴욕 필에 데뷔할 예정이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늦춰졌다”고 전했다. 그는 내년 2~4월 중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미국 미네소타 오케스트라에도 데뷔할 예정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9
    • 좋아요
    • 코멘트
  • “비외탕 협주곡 5번, 아름다운 선율·강렬함 담겨… 작은 오페라 같아”

    조슈아 벨(56)의 이름은 1990년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의 상징이었다. 1988년 데카 레이블로 내놓은 브루흐와 멘델스존의 협주곡 앨범을 시작으로 베스트셀러 음반을 쏟아내며 그래미상만 네 차례를 수상했다. 이후 지휘자로 변신해 2011년 영국 명문 악단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ASMF)의 두 번째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그가 2018년 ASMF를 이끌고 내한한 뒤 5년만에 서울을 찾는다. 서울시립교향악단과의 협연 데뷔 무대로 18, 19일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와 호흡을 맞춰 쇼숑 ‘시(詩)’와 비외탕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을 연주한다. 본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그는 “팬데믹 이후 우리 모두가 느낄 특별한 감정과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말했다.―이번 무대에서 연주하게 될 두 곡에 대해 설명한다면.“19세기 슈퍼스타 바이올리니스트였던 비외탕의 협주곡 5번은 마치 작은 오페라 같습니다. 극적이면서 아름다운 선율과 강렬함을 담고 있죠. 느린 악장은 길고 아름다운 아리아를 연상시킵니다. 쇼숑의 ‘시’는 딱 그 제목 같은 곡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를 위해 작곡한 작품인데 내 스승 요제프 긴골드는 이자이의 제자였고 이자이는 쇼숑의 제자였으니 저와 꽤 인연이 있는 셈이죠.” ―바이올린 연주와 지휘를 함께 해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ASMF의 음악감독이 된 지 12년이 지났습니다. 그 전에도 이 앙상블을 반 세기동안 이끌었던 네빌 마리너 경의 지휘로 자주 함께 연주를 했습니다. 저와는 오래된 음악가족이라고 할 수 있죠. 제가 여러 지휘자와 (한 예를 들자면) 멘델스존 협주곡을 연주했지만 이 곡을 지휘자로 들여다보면서 작품을 훨씬 더 깊은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독주자로서 연주하는 방법도 변했습니다. 음악가로서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건 큰 행운입니다.”―현대 작곡가들에게 신작을 의뢰하는데 적극적인데.“내게 맞는 작곡가를 찾는 게 중요합니다. 완전한 무조(無調)음악이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는 음악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이 보수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어떤 음악은 전혀 아름답지 않습니다.”―연주가로 성공하고 싶은 젊은 음악도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젊은 연주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스타가 되고 싶어서 음악가의 길을 택하는 것입니다. 나는 처음부터 실내악과 사랑에 빠졌고, 그게 모든 것의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지휘하고 연주할 때 그때의 경험을 이용합니다. 또 젊은 연주가들은 가능한 많은 선생님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제 스승 긴골드는 항상 ‘여러 사람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콘서트에서 서울시향은 벨과의 협연 외 드뷔시 ‘목신의 오후’ 전주곡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등 근대 관현악의 방향을 바꾼 기념비적인 두 곡을 연주한다. 1만~12만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9
    • 좋아요
    • 코멘트
  • [유윤종의 클래식感]옛 음악 연주 ‘세력전쟁’, 음악팬은 즐겁다

    “하이든 시대에 어떻게 연주하는 게 옳았다는 판단은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맡겨두는 게 좋겠습니다. 하지만 그 얘기는 ‘그들만’ 하이든을 연주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 브레멘 도이치 카머필하모닉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하이든 교향곡 96번과 104번을 지휘한 이 악단 수석지휘자 파보 예르비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전문가’란 누구일까. 1830년대 바이에른 궁정 오케스트라의 플루티스트였던 테오발트 뵘은 금속세공사였던 아버지의 기술을 이어받아 플루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손에서 플루트는 여러 키(key)로 덮인 악기가 됐다. 연주가 간편해지고 반음계가 정확해졌으며 소리도 커졌다. 오보에와 클라리넷 등 다른 목관악기도 이와 비슷한 키 장치를 이어받았다. 트럼펫이나 호른 같은 금관악기들도 밸브 장치가 달리면서 예전보다 많은 음을 낼 수 있게 됐고 강력한 표현이 가능해졌다. 이전 악기들이 공예품이었다면 새 악기들은 기계였다. 바이올린을 비롯한 현악기는 양 창자를 말려 꼰 기존의 현이 강철 현으로 대체됐다. 팀파니 같은 타악기도 크기와 장력이 커졌다. 이런 일들이 1840년대에서 19세기 후반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고, 그 결과는 훨씬 강력한 음향이었다. 음악사에서 당시는 모험의 시기이기도 했다. 리하르트 바그너는 중세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종합예술’ 음악극을 꾀했고, 강력해진 악기들은 그가 원하는 음향에 맞았다. 산업혁명으로 부유해진 상공인 계층이 콘서트를 채우면서 연주회장의 규모도 커졌다. 새로운 음악과 악기, 극장은 서로를 필요로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는 벨기에를 중심으로 고악기 연주 운동이 일어났다. 정격(正格) 연주, 역사주의 연주 등 명칭은 갖가지지만 이들은 당시 잘 연주되지 않던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연주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하이든에서 베토벤에 이르는 18세기 말∼19세기 초 고전주의 시대 음악까지 작곡 당시의 악기와 연주법을 연구해 손대기 시작했다. 예르비가 말한 ‘전문가’들이다. 1970, 80년대 크리스토퍼 호그우드가 지휘하는 ‘고음악 아카데미’,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가 이끄는 ‘콘첸투스 무지쿠스 빈’ 등은 하이든 모차르트 등의 레퍼토리에서 기존의 악단들이 차지하던 영역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연주하는 게 옳고 저렇게 연주하는 건 그르다는 식의 판단이 넘쳐나면서 현대 오케스트라 지휘자들은 하이든 교향곡 같은 곡을 프로그램에 올리기를 겁먹게 됐죠.”(파보 예르비) 그게 끝이 아니었다. 존 엘리엇 가드너 같은 고악기 지휘자들은 낭만주의 시대인 19세기 중반 멘델스존, 슈만에까지 손을 뻗쳤다. 악기의 혁신이 일어나기 직전 작곡가들이다. 한 발 더 나아가 지휘자 로저 노링턴은 “100년 전까지 오케스트라 현악 연주자들은 비브라토(떠는음)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며 20세기 초반 말러의 교향곡까지 연주하고 나섰다. 이 움직임들에는 조금씩 근대의 음악으로 영역을 넓혀온 역사주의 음악가들과 기존 현대 지휘자들 사이 ‘세력 전쟁’의 냄새가 난다. 이달 서울 예술의전당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지휘해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하는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도 그 전장 한가운데 있다. 그도 19세기 후반 브루크너와 말러의 작품을 지휘한다. 그는 “말러와 브루크너 시대의 관악기는 오늘날과도 다른 소리를 낸다. 말러는 바로크 시대 작곡가 쉬츠나 바흐의 음악을 잘 알았고 나는 20세기 스트라빈스키 음악까지 잘 안다”고 말한다. 음악 팬들은 마다할 이유가 없다. 칼 같은 고증에 의한 연주부터 현대 오케스트라의 관습을 백 퍼센트 따른 연주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음악에서 출발한 헤레베허나 현대 오케스트라에서 출발한 예르비 모두 일종의 ‘절충주의’를 택하고 있다. 옛 연주법을 살리되 효과가 제대로 살지 않는 부분은 현대 악기와 연주법을 응용한다는 개념이다. “어떤 연주법이 옳고 그르다는 문제가 아닙니다. ‘옳은’ 것보다 설득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 파보 예르비의 말이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첼로의 성자’ 페레니, 5년 만에 한국 팬 만난다

    ‘첼로의 성자’ ‘첼리스트의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의 직계 제자’…. 헝가리 첼리스트 페레니 미클로시(75)를 꾸미는 수식어들이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협연하며 잊히지 않는 기억을 심어준 그가 5년 만에 내한해 리사이틀을 갖는다. 서울 예술의전당 주최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5월 11, 14일 두 차례 베토벤 첼로소나타 5곡 전곡을 비롯한 베토벤의 첼로 작품들을 아일랜드 피아니스트 피닌 콜린스와 함께 들려준다. 페레니는 1963년 부다페스트에서 개최된 파블로 카살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뒤 카살스가 자신의 마스터클래스에 계속해서 초청하며 그의 총애를 받았다. 그는 “열일곱 살 때부터 5년 동안 카살스 선생님의 모든 것을 흡수했다”고 회상했다. 1974년 부다페스트 리스트 페렌츠 음악원 교수로 임용된 후 국내외 마스터클래스 등을 통해 수많은 제자를 육성했다. 바로크에서 현대음악에 이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리사이틀을 펼치는 한편 2013년 사이먼 래틀 경 지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순회공연에 동행하는 등 세계 정상급 악단들과 협연해 왔다. 그의 연주를 특징짓는 큰 주제어들은 ‘순수함과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운 기교’다. 음색에서부터 온화한 인간미가 흘러나오며, 가식이나 꾸밈없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설득력 있는 해석을 펼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극히 기교적인 부분에서조차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듯한 천의무봉(天衣無縫)한 매력이 그의 열혈팬들을 만들어왔다. 2018년 서울시립교향악단 소식지 월간 SPO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나는 악보의 음표에서 시작한다. 음표를 들여다보면 순수하고 아무것도 더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음표들이 알아서 자신들의 길을 찾는다. 나는 음표들이 보여주는 길을 따라갈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11일 베토벤 첼로소나타 1, 3, 4번과 ‘아가씨냐 귀여운 아내냐’ 주제에 의한 변주곡, 14일 첼로소나타 2, 5번과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첼로로 연주하는 호른 소나타 F장조를 들려준다. 두 변주곡은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오는 노래를 주제로 베토벤이 작곡한 작품이다. 피아니스트 콜린스는 1999년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아일랜드 피아노계의 중심으로 떠오른 인물. 지난해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페레니와 듀오 무대를 가진 후 호흡을 맞추고 있다. 페레니가 두 차례 녹음한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도 이 레퍼토리의 대표 음반으로 주목받아 왔다. 1997년에는 헝가리 피아니스트 란키 데죄와 훙가로톤 레이블로 전집을 내놓았고, 2004년 헝가리 출신 영국 피아니스트 시프 언드라시와 ECM 레이블로 두 번째 전집을 발매했다. 첫 전집은 디지털 시대 동유럽에서 발매된 베토벤 첼로 소나타의 대표 앨범으로 인정받았고, 두 번째 전집은 ‘리드미컬한 정확함과 넓은 강약 대비, 거장적인 해석’을 인정받으며 이듬해 칸 클래식상을 수상했다. 2만∼9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모차르트-베토벤 교향곡, 당시 악기로 명료한 연주”

    대표적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인 필리프 헤레베허 지휘로 내한한다.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란 19세기 중후반 악기와 연주법의 혁신이 일어나기 이전의 음악을, 그 곡이 작곡되던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내한 무대는 2006년 첫 내한 이후 네 번째다.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1991년 프랑스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뒤 이 악단을 이끌어온 헤레베허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벨기에인인 그는 의학을 공부하던 1970년에 역사주의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하며 본격적 지휘 활동에 뛰어들었다. ―이번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웅대하고 격동적인 교향곡 두 곡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과 베토벤 ‘영웅’ 교향곡은 모두 계몽주의와 희망, 시련을 극복하는 인간의 승리를 담고 있죠. 오늘날 세계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요. “명료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대악기 연주에 사용되는 거트현(강철 현이 등장하기 전 양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은 각 음표를 명료하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옛 춤곡이나 표현적인 접근에 적합합니다. 또한 대위법(여러 선율이 독립적으로 펼쳐지며 조화를 이루는 작곡 기법)에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 ―20세기 역사주의 악단들이 르네상스에서 19세기 중반 이전의 작품을 연주해 왔던 데 반해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19세기 후반 말러와 브루크너의 음악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 “말러와 브루크너 시대의 관악기는 그 이전 시대와도 다르지만 오늘날의 관악기와도 다릅니다. 그 시대의 관악기로 연주하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대부분 현대 악기와 옛 악기를 모두 훌륭하게 다룹니다. 브람스나 말러 같은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인 샤인이나 쉬츠, 바흐의 음악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을 잘 알고 싶다면 바흐, 샤인, 쉬츠의 악보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브람스의 어떤 작품들은 낭만적인 화성이 있는 쉬츠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저도 노래를 했기 때문에 이 음악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바흐뿐 아니라 낭만주의 음악, 심지어 20세기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지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 음반 레이블 ‘PHI’를 갖고 있습니다. 이 음반사 및 다른 레이블을 통해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 “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이나 R 슈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 같은 곡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죠. 이 곡들의 좋은 연주가 많이 나와 있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보고 싶습니다.” ―예전 내한 연주에서 받은 인상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 “한국 청중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직접적으로 반응하죠. 매우 활기차고 젊고 교양 있는 관객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울과 통영 등에 훌륭한 연주회장들도 있고요. 곧 다시 만날 시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17일 콘서트 4만∼18만 원, 20일 6만∼15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5-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고음악의 대가’ 헤레베허 “옛 음악 연주에는 명료함이 가장 중요”

    이 시대의 대표적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6년 만에 예술감독 겸 수석지휘자인 필립 헤레베허 지휘로 내한한다. 2006년 첫 내한 이후 네 번째 무대다. 1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일 부천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 교향곡 41번 ‘주피터’와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연주한다. 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란 19세기 중후반 악기와 연주법의 혁신이 일어나기 이전의 음악을, 그 곡이 작곡되던 시대의 악기와 연주법을 되살려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1991년 프랑스에서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뒤 이 악단을 이끌어온 헤레베허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벨기에인인 그는 의학을 공부하던 1970년에 역사주의 합창단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하며 본격적 지휘 활동에 뛰어들었다.―이번에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웅대하고 격동적인 교향곡 두 곡으로 프로그램을 짰습니다.“모차르트 ‘주피터’ 교향곡과 베토벤 ‘영웅’ 교향곡은 두 곡 모두 계몽주의와 희망, 시련을 극복하는 인간의 승리를 담고 있죠. 오늘날 세계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게 합니다.―시대악기 또는 역사주의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요.“명료함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대악기 연주에 사용되는 거트현(강철 현 등장 이전 양 창자를 꼬아 만든 현)은 각 음표를 명료하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옛 춤곡이나 표현적인 접근에 적합합니다. 또한 대위법(여러 선율을 독립적으로 펼쳐지며 조화를 이루는 작곡 기법)에 특히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죠.”―20세기 역사주의 악단들이 르네상스에서 19세기 중반 이전의 작품을 연주해왔던 데 반해 샹젤리제 오케스트라는 19세기 후반 말러와 브루크너의 음악까지 연주하고 있습니다.“말러와 브루크너 시대의 관악기는 그 이전 시대와도 다르지만 오늘날의 관악기와도 다릅니다. 그 시대의 관악기로 연주하면 완전히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의 단원들은 대부분 현대 악기와 옛 악기를 모두 훌륭하게 다룹니다.브람스나 말러 같은 작곡가는 바로크 시대 독일 작곡가인 샤인이나 쉬츠, 바흐의 음악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을 잘 알고 싶다면 바흐, 샤인, 쉬츠의 악보를 먼저 읽어야 합니다. 브람스의 어떤 작품들은 낭만적인 화성이 있는 쉬츠의 노래처럼 들립니다. 저도 노래를 했기 때문에 이 음악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바흐 뿐 아니라 낭만주의 음악, 심지어 20세기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까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지휘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개인 음반 레이블 ‘PHI’를 갖고 계십니다. 이 음반사 및 다른 레이블을 통해 어떤 작품들을 선보이고 싶은지 궁금합니다.“브루크너 교향곡 전곡이나 R 시트라우스의 ‘네 개의 마지막 노래’ 같은 곡들을 생각해볼 수 있겠죠. 이 곡들의 좋은 연주가 많이 나와 있지만 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습니다.”―예전 내한 연주들에서 받은 인상들에 대해서도 듣고 싶습니다.“한국 청중은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직접적으로 반응하죠. 매우 활기차고 젊고 교양 있는 관객들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서울과 통영 등에 훌륭한 연주회장들도 있고요. 곧 다시 만날 시간을 고대하고 있습니다.”17일 콘서트 4만~18만원, 20일 6만~15만 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30
    • 좋아요
    • 코멘트
  • [책의 향기]당신의 아픔 오래 바라보다 이 세상의 아픔을 보았다

    아내가 낯설어졌다. 신문기자인 저자가 밤늦게 퇴근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던 아내였다. 그러던 아내가 폭식하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면제를 다량으로 삼켜 실려 가는가 하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간염이 왔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거듭됐다. 이 책은 정신질환에 걸린 아내를 20년 동안 돌봐온 남편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때로 대면하기 힘들 만큼 처참하다. 그러나 그 마음의 폐허에서 저자는 희망을 길어 올린다. 아내의 병을 마주하면서 저자는 그 배경에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아내의 아버지는 폭력 가장이었고 어머니는 “너만 없으면 이혼할 텐데”라며 딸을 장애물 취급했다. 폭식은 마음의 상처로부터 도망치는 행동이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아내는 다른 남자에게서 성적 희롱을 당했고, 그에게 습격당하는 환각에 시달렸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졌다. “빚이나 실업으로 갈 곳 잃은 이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 변화는 결실도 안겨주었다. 진료비 체납 급증 실태를 심층 취재해 인정받은 것이다. 저자가 처한 상황을 회사는 이해했고, 그는 아사히신문 빈곤저널리즘 전문 기자로 자리를 잡았다. 기자답게 의료 현실에 대한 고발도 빼놓지 않는다. 간 기능장애로 인한 발작 같은 심각한 상황이 와도 일반 병원에서는 “정신병원에 가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병원이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손쉬운 답은 ‘가둬서 보이지 않게 한다’는 ‘수용(收容)주의’였다.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단지 튀어나오지 않게 억누를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웃 나라의 의료 시스템에서 많은 것이 이식된 한국은 어떨까. 보호자에 대한 조언도 따른다. 아내의 알코올 의존증이 깊어지자 저자는 토사물을 치우고 몸을 씻겨주고 아내가 할 일을 대신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조언을 듣고서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있어도, 일거리가 밀려도 놔두어 스스로 그 결과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사람이었다. 힘들 때면 “아내가 간경변이 악화돼 죽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늘 사이 햇살이 빛나는 순간들이 없었다면 긴 터널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퇴원한 아내가 새해 첫날 떡국을 끓이자 저자는 동글동글한 떡을 먹으며 ‘이걸로 일주일은 버티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부부의 근황은? 아내는 술을 끊었다. 간단한 취미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인지저하증은 진행 중이다. 최근 일을 잘 잊지만 ‘싫은 일도 금방 잊으니까’라며 저자는 밝은 쪽을 본다. 제목의 서바이버(Survivor·생존자)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삶을 포기하는 듯했던 아내의 행동들이 오히려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저자는 느낀다. “아내는 필사적으로 살려고 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 어른이 되어 입은 성 피해, 그런 고난을 이겨내려면 과식이나 술 같은 진통제가 필요했다.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동료 기자가 제안해 신문 디지털판에 연재한 내용이 책으로 결실을 맺은 데는 ‘괜찮아. 전부 써도 돼’라는 아내의 격려가 결정적이었다. 연재물은 10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작지 않은 반향을 얻었다. 책을 끝맺는 말이 큰 울림을 남긴다.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같이 살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라 트라비아타, 돈 조반니… 8색 오페라 한상차림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4일부터 6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대전 서구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축제 주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개막작인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5월 19∼21일)를 시작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의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브뢰’(5월 26∼28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6월 2∼4일)와 축제 초청작인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6월 22∼25일)가 공연된다. 올해 페스티벌은 처음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벗어나 5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전 행사 격인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6월 9∼11일 대전오페라단이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 ‘팔리아치’를 공연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25일 열린 간담회에서 신선섭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오페라 작품의 폭넓은 유통과 확산을 통해 앞으로 페스티벌이 전국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년 동안 중단됐던 페스티벌 출연자 공동 오디션도 지난해 11월 열렸다. 오디션에서 선발된 소프라노 손가슬(‘로베르토 데브뢰’ 엘리자베타 역) 등 16명이 무대에 오른다.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하는 ‘로베르토 데브뢰’는 국내에서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은 도니체티의 ‘여왕 3부작’을 완결하는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이 오페라단은 여왕 3부작 중 ‘안나 볼레나’를 2015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2019년에 국내 초연했다.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드라마틱한 힘을 요구하는 배역이 많아 묻혀 있다가 20세기 중반에야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부활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리는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200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시작으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네 번이나 공연한 작품이다. 21세기 가상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갑을관계와 도시 재개발 등 세태를 반영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두 편 공연된다. 공연기획사 아트로가 현석주 작곡 창작오페라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5월 26∼28일)를, 오페라팩토리가 시모어 베래브 곡 ‘빨간 모자와 늑대’(6월 2∼4일)를 무대에 올린다. 5월 13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분수 잔디광장에서는 팝업 공연 ‘밖으로 나온 오페라’가 열린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열 네해째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8개 작품 상차림

    올해로 14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이 5월 4일부터 6월 2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축제 주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개막작인 글로리아오페라단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5월 19~21일)를 시작으로 라벨라오페라단의 도니체티 ‘로베르토 데브뢰’(5월 26~28일), 서울오페라앙상블의 모차르트 ‘돈 조반니’(6월 2~4일)와 축제 초청작인 국립오페라단의 베르디 ‘일 트로바토레’(6월 22~25일)가 공연된다. 올해 페스티벌은 처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을 벗어나 5월 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사전행사격인 오페라 갈라 콘서트가 소프라노 김순영 등 아트플랫폼 모브 소속 성악가들을 중심으로 열린다. 대전예술의전당에서는 6월 9~11일 대전오페라단이 마스카니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레온카발로 ‘팔리아치’를 공연한다. 25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작간담회에서 신선섭 대한민국 오페라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오페라 작품의 폭넓은 유통과 확산을 통해 앞으로 페스티벌이 전국으로 확대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동안 중단되었던 페스티벌 출연자 공동 오디션도 지난해 11월에 열렸다. 오디션에서 선발된 소프라노 손가슬(‘로베르토 데브뢰’ 엘리자베타 역) 등 16명이 무대에 오른다.글로리아오페라단이 공연하는 ‘라 트라비아타’는 정부 수립 이전인 1948년 1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오페라 작품이다. 양수화 글로리아오페라단 예술감독은 “국내 첫 오페라가 민간 단체의 오페라였고 당시 앙코르 공연 5회를 추가하는 대성황이었다. 그 75주년을 기념하며 1막 ‘축배의 노래’로 이 페스티벌을 축하하는 축배를 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라벨라오페라단이 국내 초연하는 ‘로베르토 데브뢰’는 국내에서 무대에 올리기 쉽지 않은 도니체티의 ‘여왕 3부작’을 완결하는 공연으로 눈길을 끈다. 이 오페라단은 여왕 3부작 중 ‘안나 볼레나’를 2015년에, ‘마리아 스투아르다’를 국내 초연했다. 이강호 라벨라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드라마틱한 힘을 요구하는 배역이 많아 묻혀 있다가 20세기 중반에야 전설적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에 의해 부활된 작품이다. 3부작의 마침표를 찍게 돼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무대에 올리는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2005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을 시작으로 서울오페라앙상블이 네 번이나 공연한 작품이다. 21세기 가상의 항구도시를 배경으로 인물들의 갑을관계와 도시 재개발 등 세태를 반영한 무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어린이를 위한 오페라도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두 편 공연된다. 공연기획사 아트로가 현석주 작곡 창작오페라 ‘혹부리 할아버지의 노래주머니’(5월 26~28일)를, 오페라팩토리가 세이무어 바랍 곡 ‘빨간 모자와 늑대(6월 2~4일)’를 무대에 올린다. 5월 13일 오후 1시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분수 잔디광장에서는 팝업(pop-up)공연 ‘밖으로 나온 오페라’가 열린다.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공연 2만5000~20만 원(국립오페라단 ‘일 트로바토레’ 2만~15만 원), 롯데콘서트홀 갈라콘서트 2만5000~12만 원, 대전예술의전당 공연 3만~10만 원,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어린이 오페라 3만~5만 원. 02-580-1300.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6
    • 좋아요
    • 코멘트
  • 베토벤 교향곡 ‘합창’, 우리말 가사로 듣는다

    “자유, 삶의 참 빛이여! 하늘 고운 님이여!/우리 가슴 불에 취해 그 빛 따르나이다/부드러운 그대 품에 억센 사슬 깨어져/모든 사람 형제 되는 큰 뜻 이루어지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은 1824년 5월 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초연됐다. 초연 후 199주년을 맞는 5월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우리말 가사로 공연된다.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를 지낸 구자범이 지휘를 맡고 전국 교향악단 수석급 단원들이 주축이 된 참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참콰이어가 출연한다. 소프라노 오미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석철, 바리톤 공병우가 솔로를 맡는다. 구자범은 2년 전 한 방송에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어 지휘자가 되었지만 경외심 때문에 아직 한 번도 이 곡을 지휘한 적이 없다”며 “우리말로 불러서 그 정신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독일 문호 실러가 쓴 가사를 직접 번역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번역 내용과 곡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상세히 밝혔다. 번역한 가사는 기존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꾼 점에 눈길이 간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독일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인 1989년 11월 베를린에서 세계 각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아 이 곡을 지휘하면서 ‘환희(Freude)’ 대신 ‘자유(Freiheit)’라는 가사를 쓴 바 있다. 실러가 원래 ‘자유의 송가’를 썼지만 군주정 아래서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환희’로 단어를 고쳤다는 추측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자범은 “베토벤이 처음 읽은 실러 초판본 시 1연은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도다’ 대신 ‘거지가 왕의 형제 되리라’로 쓰여 있었다. 평등과 형제애를 포함하는 총체적 혁명정신으로서의 자유를 노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이 곡을 붙이지 않은 8연에 ‘왕좌 앞에서 인간의 자존심/형제여, 이것은 선(善)과 피에 관한 것이다’라고 노래한 것을 보아도 이 시는 자유를 노래한 시가 맞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이 공연과 별개로 최근 대구시 종교화합심의위원회가 가사 중에 ‘신’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에 베토벤 교향곡 9번 공연 금지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논란 직전인 4월 7일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구자범은 이 곡에 기독교의 신 외에 북구 게르만 신화 개념인 ‘신들의 빛’, 그리스 신화의 낙원인 ‘엘리시움’ 등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가사에 나오는 ‘다들 엎드렸느냐? 느껴지느냐? 창조주의 뜻이?’라는 말은 ‘창조의 뜻이 설마 너희를 계급으로 나누고 노예로 만드는 것이겠느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참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정하나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과 이윤의 경기필 제2악장, 변정인 인천시향 비올라 수석, 이재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더블베이스 수석, 이현옥 충남교향악단 오보에 수석, 이진아 대전시향 클라리넷 수석, 이민호 수원시향 바순 수석 등이 참여한다. 3만∼12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유, 삶의 참빛이여”…우리말로 부르는 합창교향곡 화제

    “자유, 삶의 참 빛이여! 하늘 고운 님이여!/우리 가슴 불에 취해 그 빛 따르나이다/부드러운 그대 품에 억센 사슬 깨어져/모든 사람 형제 되는 큰 뜻 이루어지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초연 후 199년 되는 5월 7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우리말 가사로 공연된다. 독일 하노버 국립오페라극장 수석지휘자를 지낸 지휘자 구자범이 지휘를 맡고 전국 교향악단 수석급 단원들이 주축이 된 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참콰이어가 출연한다. 소프라노 오미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테너 김석철, 바리톤 공병우 등 특급 성악진이 솔로를 맡는다.구자범은 2년 전 방송에서 “이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어 지휘자가 되었지만 경외심 때문에 아직 한 번도 이 곡을 지휘한 적이 없다”며 “우리말로 불러서 그 정신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독일 문호 실러가 쓴 가사를 직접 번역했고 자신의 블로그에 번역 내용과 곡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상세히 밝혔다. 그는 “베토벤 이전과 이후에도 실러의 이 시에 곡을 붙인 작곡가는 많았지만, 베토벤은 ‘오라토리오’처럼 시나리오를 구성해서 극음악화 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번역한 가사는 기존 ‘환희의 송가’를 ‘자유의 송가’로 바꾼 점에 눈길이 간다.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은 베를린 장벽 붕괴 직후인 1989년 11월 베를린에서 세계 각국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모아 이 곡을 지휘하면서 ‘환희(Freude)’대신 ‘자유(Freiheit)’라는 가사를 쓴 바 있다. 실러가 원래 ‘자유의 송가’를 썼지만 군주정 아래서의 탄압을 피하기 위해 ‘환희’로 단어를 고쳤다는 추측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자범은 “베토벤이 처음 읽은 실러 초판본 시 1연은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도다’ 대신 ‘거지가 왕의 형제 되리라’로 쓰여 있었다. 평등과 형제애를 포함하는 총체적 혁명정신으로서의 자유를 노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베토벤이 곡을 붙이지 않은 8연에 ‘왕좌 앞에서 인간의 자존심/형제여, 이것은 선(善)과 피에 관한 것이다’라고 노래한 것을 보아도 이 시는 자유를 노래한 시가 맞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이 공연과 별개로 최근 대구시 종교화합심의위원회가 이 교향곡 가사 중에 ‘신’이라는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립합창단이 이 곡의 연주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논란이 된 바 있다. 논란 직전인 4월 7일 게시한 블로그 글에서 구자범은 이 곡에 기독교의 신 외에 북구 게르만 신화 개념인 ‘신들의 빛’, 그리스 신화의 낙원인 ‘엘리지움’ 등이 들어있다고 밝혔다. 가사에 나오는 ‘다들 엎드렸느냐? 느껴지느냐? 창조주의 뜻이?’라는 말은 ‘창조의 뜻이 설마 너희를 계급으로 나누고 노예로 만드는 것이겠느냐?’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참페스티벌오케스트라는 정하나 전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악장과 이윤의 경기필 제2악장, 변정인 인천시향 비올라 수석, 이재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더블베이스 수석, 이현옥 충남교향악단 오보에 수석, 이진아 대전시향 클라리넷 수석, 이민호 수원시향 바순 수석, 윤승호 국립심포니 호른 수석, 이나현 경기필 트럼펫 수석, 김솔 인천시향 트럼본 수석 등이 참여한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24
    • 좋아요
    • 코멘트
  • 빌보드 차트 신기록 경신… K팝 넘어 글로벌 스타 자리매김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를 선두로 K팝 가수들이 미국 음악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3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청이 올해 1월 발표한 수출입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K팝 음반을 많이 구입한 국가는 일본(8574만9000달러), 중국(5132만6000달러), 미국(3887만7000달러) 순이었다. 이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건 미국 시장이다. 2016년 K팝 음반의 미국 수출액은 81만 달러였다. 6년 새 수출 규모가 48배로 늘며 급성장한 것이다. K클래식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 안방, 도시 점령한 BTS BTS가 미국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한국 음악의 대미 수출액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BTS는 2017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 아시아 가수 최초로 출연해 ‘DNA’로 축하 무대를 꾸미며 미국 안방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K클래식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BTS가 간 길은 ‘한국 가수 최초 기록’의 행진이었다. 2020년 8월 ‘Dynamite’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100에서 처음 1위에 올랐다. 이어 ‘Butter’, ‘Savage Love’, ‘Life Goes On’, ‘Permission to Dance’, ‘My Universe’까지 총 6곡을 ‘핫100’ 1위에 올렸다. 지민은 첫 솔로 앨범 ‘페이스(FACE)’ 타이틀 곡 ‘Like Crazy’로 이달 4일 한국 솔로 가수 최초로 ‘핫100’ 1위에 올랐다. BTS는 종합 앨범차트인 빌보드200에서도 2018년 5월 ‘Love Yourself: 轉 ‘Tear’’로 정상을 처음 밟은 후 ‘Love Yourself: 結 ‘Answer’’, ‘Map of the Soul: Persona’, ‘Map of the Soul: 7’, ‘BE’를 모두 1위에 올렸다. 지난해 6월에는 ‘Proof’로 이 차트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도 2017년부터 ‘톱 소셜 아티스트’에 오른 것을 비롯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수상했다. 2021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수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2021년부터 3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 후보에 올랐다. 지난해 4월 BTS가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개최한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는 공연장은 물론이고 도시 전체를 BTS를 상징하는 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였다. BTS는 지난해 5월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 아시아인 혐오범죄 근절 방안에 대해 이야기해 화제가 됐다. 블랙핑크도 맹활약 중이다. 지난해 북미 7개 도시에서 공연을 열었던 블랙핑크는 현재 월드투어를 하고 있다. 블랙핑크는 이달 열리는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에서 주요 출연자로 무대에 선다. ● 임윤찬 조성진 필두로 인기 끄는 K클래식 미국에서 K클래식의 열기는 임윤찬 조성진을 비롯한 피아노 연주자들의 활약과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인 김은선으로 대표된다. 임윤찬이 지난해 6월 우승한 미국 포츠워스의 밴 클라이번 콩쿠르는 1985년 구소련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미국 음악계의 자존심을 떨쳤던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을 기념하는 대회다. 지난해 9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와 텍사스, 콜로라도 등에서 첫 미국 순회공연을 펼친 임윤찬은 올해 5월 10∼12일 뉴욕 링컨센터의 데이비드 게펜 홀에서 제임스 개피건 지휘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할 예정이다. 임윤찬은 내년 2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단독 리사이틀도 연다. 카네기홀은 임윤찬의 공연을 미국을 대표하는 피아노 거장 이매뉴얼 액스, 러시아의 다닐 트리포노프, 우즈베키스탄의 베조트 압두라이모프, 한국의 조성진 등 피아니스트 4명의 공연과 함께 2023∼2024시즌 ‘건반의 거장’ 시리즈 공연으로 분류했다. 2015년 폴란드 쇼팽 콩쿠르 우승 후 월드스타로 떠오른 조성진은 카네기홀에서 지난달 12일 공연해 절찬을 받았다. 카네기홀에서만 세 번째 무대다. 201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 두 번째 권위와 규모를 자랑하는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은 지휘자 김은선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비롯해 미국 내 주요 오페라극장과 오케스트라 지휘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지난해 5월 ‘오페라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푸치니의 ‘라보엠’을 지휘하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했다.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김태언기자 beborn@donga.com}

    • 2023-04-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피아노-바이올린과 미디어아트의 만남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이 연주가들에게 공연을 기획하는 무대를 제공하는 ‘인하우스 아티스트’ 프로그램이 미디어아트를 만난다. 2023년 롯데콘서트홀 인하우스 아티스트로 선정된 피아니스트 이진상(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은 22일 이진상의 무대를 시작으로 세 차례 미디어아트 협업 무대를 선보인다. 현대무용을 기반으로 경계 없는 예술 작업을 이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차진엽과 미디어 아티스트 황선정이 함께한다. 22일 이진상의 무대에서는 전반부에 리스트의 ‘시스티나 성당에서’를 솔로 연주한 뒤 후반부에는 베를리오즈 ‘환상 교향곡’을 피아노와 타악기 합주로 편곡 연주한다. 퍼커셔니스트 김은혜(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중심으로 하는 ‘김은혜와 친구들’이 함께한다.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18일 열린 인하우스 아티스트 기자간담회에서 이진상은 “관객에게도 내게도 새로운 도전이다. 미디어아트를 결합하려면 극적인 요소가 있어야 하므로 인간의 감정을 잘 나타내는 곡들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작품의 메시지인 만큼 전통의 형식에만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는 것. “연주가는 재현예술가이므로 악보를 따라가며 해석하죠. 리허설을 해보니 미디어아트는 내용을 창의적으로 바로 표현하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이진상) 시리즈 두 번째는 6월 22일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과 차진엽의 협업 무대다. 공연 전반부에는 비발디 바이올린 협주곡집 ‘사계’를, 후반부에는 현대음악가 막스 리히터가 재해석한 ‘사계’를 선보인다. 윤소영은 “리히터의 곡은 백지장 같은 매력이 있는 곡이다. 미디어아트와 함께하면 관객들이 매우 재미있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먼저 선보이는 22일 공연의 형식에 대해 차진엽은 “환상 교향곡을 예로 들면 무용수 한 사람이 여주인공 스미드슨을 나타낸다. 현실적인 모습보다는 아득한 상상을 표현한다. 공연장 곳곳을 활용하며 영상 프로젝션으로 효과를 극대화할 것이다. 새로운 공간이어서 제약이 있지만 제약이 오히려 창의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리허설을 하면서 이진상 피아니스트가 악보를 보며 설명하는데, 음표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고 덧붙였다. 이진상은 2009년 스위스 게자 안다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슈만상, 모차르트상, 청중상 등 특별상까지 모두 휩쓸며 음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윤소영은 2011년 한국인 최초로 폴란드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에서도 우승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콰르텟 멤버와 스위스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을 지냈다. 시리즈 마지막인 3회째는 11월 29일 이진상과 윤소영이 함께 무대를 마련한다. 3만∼7만 원.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 2023-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