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아

이청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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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청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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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0~2025-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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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장애인은 죽는 게 나을 지도” 과거 발언…조카 회고록에서 폭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장애인 자식을 둔 조카를 앞에 두고 “장애인은 죽는게 나을지도 모른다”고 발언한 적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24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조카 프레드 C. 트럼프 3세는 다음주 출간 예정인 자신의 회고록 ‘올 인더 패밀리’에서 이같이 폭로했다. 프레드는 40대에 세상을 떠난 트럼프 후보의 형 프레드 트럼프 주니어의 아들이다.NYT에 따르면 프레드의 아들은 희귀 질환으로 인한 발달지적장애를 갖고 있고, 프레드 역시 장애인 인권 운동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일 당시 프레드는 장애인 가족 지원 정책에 대해 건의하고자 백악관을 찾았는데, 삼촌인 트럼프 후보가 “(장애인들이) 처한 상황이나 비용 등을 고려하면 그들은 죽는게 나을 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고 밝힌 것이다.가디언 등에 따르면 회고록에는 트럼프 후보가 장애인에 대한 극단적 발언을 여러 차례했던 내용이 담겨 있다. 2020년 프레드가 아들의 치료비를 위한 도움을 요청하고자 트럼프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도, 트럼프 후보가 “너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아들은 죽게 내버려두고 이사를 오는게 어떻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프레드는 “이전에 백악관에서 한 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발언”이라며 “차이가 있다면 그때는 다른 사람들의 장애인 자녀들이 죽어도 싼 존재였고, 이번에는 나의 아들이 그런 존재가 됐다는 것”라고 당시 받았던 충격을 털어놨다. 이밖에도 프레드는 과거 트럼프가 장애인 뿐 아니라 흑인을 비하하는 멸칭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선 캠프 측은 이에 대해 “완전히 가짜 뉴스”라며 부인했다. NYT 등에 따르면 이번 폭로가 특히 주목을 받는 이유는 트럼프가 자신의 누나인 연방판사 메리앤이나 다른 조카딸 메리와는 공공연하게 반목해왔지만, 그간 프레드는 삼촌과 조카로서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프레드는 자신의 여동생이자 임상심리학 박사인 메리가 자신의 삼촌을 비난하는 책을 출간했을 때 반박 성명까지 발표했다.가디언은 “이번 회고록이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녀들과 손주들까지 초대해 가정적인 모습을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왔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NYT는 “프레드가 회고록에서 트럼프를 악인으로만 그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프레드가 어린 시절 삼촌과 다정한 시간을 보낸 일이나 보호를 받았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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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못깬 유리천장, 해리스는 깰것”… 대선 패배 맛봤던 힐러리, 지지선언

    “내가 깨지 못한 ‘유리 천장’(여성 대통령)을 해리스 부통령이 깰 것이다.” 2016년 미국 최초의 여성 대선 후보가 되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던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사진)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는 기고문을 뉴욕타임스(NYT)에 23일 게재했다. 자신과 달리 해리스 부통령이 반드시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를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날 ‘해리스가 승리하고 역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기고문에서 “여성 후보들이 정계의 성차별, 이중잣대 등과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고 토로했다. 자신이 ‘마녀’ ‘방탕한 여자’ 등 각종 성차별적 모욕을 당했고 사람들이 자신을 본떠 만든 인형을 화형시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사실이 여전히 괴롭지만 8년 전 자신이 출마했을 때와 지금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나의 출마 후 여성의 대선 출마가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일이 됐다”고 했다. 특히 2022년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기하고 다섯 달 뒤 치러진 중간선거에서도 많은 여성 유권자가 낙태권 보장을 공약한 민주당을 지지해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한 것을 예로 들며 “낙태권 보장은 그 어느 때보다 여성 유권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검사 출신인 해리스 부통령의 법 집행 경험이 여러 건의 형사 기소를 당한 트럼프 후보의 각종 거짓말을 반박할 수 있는 신뢰성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11월 5일 대선일까지 해리스 부통령에게 주어진 약 석 달 반의 짧은 선거기간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정당이 1위를 차지하자 이달 7일 결선 투표에서는 4개 좌파 정당과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당이 합심해 극우 정당을 제3당으로 밀어낸 것, 4일 영국 총선에서 중도좌파 노동당이 14년 만에 집권에 성공한 것 등을 예로 들어 해리스 부통령이 범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진보의 물결’을 탔다고 주장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두고 “가장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라며 높이 평가했다.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용단을 내린 것을 두고두고 인정받을 것이라며 “절망의 시간은 끝났다. 이제 조직하고 결집하고 승리할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 부통령 또한 실질소득 증가, 인플레이션 둔화 등 바이든 행정부가 남긴 든든한 유산을 바탕으로 대선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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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힐러리 “해리스, 내가 뚫지 못했던 유리천장 부술 것”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보다 먼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해리스 부통령이라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했다.클린턴 전 장관은 23일(현지 시간) ‘해리스가 승리하고 역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란 제목의 기고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는 내가 평생 본 것 중 가장 순수한 애국심의 발로였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결단에 대한 감사로 운을 띄웠다. 이어 “나는 해리스가 트럼프를 이길 수 있다는 걸 믿고 있다”며 본론으로 들어갔다.2016년 민주당 대선후보로 출마해 아쉽게 트럼프 후보에게 패배했던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 정치계에서 여성 정치인이 성차별과 이중잣대를 극복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다”고 적었다. 실제로 다른 많은 나라들에선 여성 대통령이나 여성 총리가 나온 지 오래됐지만, 미국은 한 번도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적이 없다. 클린턴 전 장관은 기고문에서 정치를 하는 동안 ‘마녀’ ‘방탕한 여자’ 등 온갖 성차별적 모욕을 당한 것은 기본이고, 사람들이 자신을 본따 만든 인형을 화형시키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내가 가장 높고 단단한 유리천장을 깨지 못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날 괴롭힌다”고 털어놨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은 대선 레이스 내내 옷차림 등 외모를 지적받았다.클린턴 전 장관은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은 자신보다더 많은 장애물을 직면할 것이라 내다봤다. 하지만 자신이 출마했을 때와 미국의 현 정치 상황이 달라진 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나의 출마 이후 여성의 대선 출마는 더 이상 이례적이지 않은 일이 됐다”며 “2022년 중간선거에서 확인했듯 낙태권 보장은 어느 때보다 여성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고 했다. 2022년 미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지 5개월 만에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 상원은 예상과 달리 다수당 지위를 사수했다.클린턴 전 장관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주어진 짧은 선거기간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우려를 불식시켰다. 최근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정당에 대항해 급조된 좌파연합이 승리하고, 영국 노동당이 선거에서 이긴 사례를 들며 “해리스 부통령이 진보의 물결을 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인플레이션 해결이나 국민 실질소득 증가 등 바이든 행정부가 남긴 든든한 유산을 갖고 있다고도 덧붙였다.마지막으로 클린턴 전 장관은 “바이든의 친구이자 지지자로서 지금 이 순간은 분명 달콤씁쓸한 상황으로 바이든의 리더십이 그리워질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지도자와 활력 넘치는 캠페인을 조직해 승리를 바라볼 때”라며 강조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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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두로 “내가 대선 지면 베네수엘라 피바다”

    28일 대선에서 3선을 노리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내가 3선에 실패하면 유혈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위협했다. 2013년부터 집권 중인 그는 반대파를 잔혹하게 탄압하는 권위주의 통치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2018년 재선 때도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대선은 마두로 대통령과 외교관 출신의 야권 후보 에드문도 곤살레스의 ‘2파전’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지지층을 규합하고 반대파에게 공포를 일으키기 위해 ‘유혈 사태’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악의 경우 대선 결과에 불복하겠다는 뜻도 내비친 셈이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2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유세에서 “내가 지면 피바다가 될 위험이 있다”며 “이번 대선은 평화로운 베네수엘라를 택하느냐, 동족상잔의 내전으로 얼룩진 베네수엘라를 택하느냐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곤살레스 후보가 50∼60%의 지지율을 얻어 10∼30%의 지지율을 기록한 마두로 대통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마두로 대통령이 선거 결과를 조작하거나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1999∼2013년 집권) 시절부터 무상 복지 등 좌파 성향의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정책을 펼쳐 사실상 나라 경제가 거덜 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 불복을 시사하자 주변국 지도자 또한 정치 혼란 가능성을 우려했다. ‘중남미 좌파의 대부’로 꼽히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마두로 대통령은 선거에서 패하면 권좌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과야나에세키바’의 영유권을 두고 베네수엘라와 영토 분쟁 중인 가이아나도 대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이 지역을 영토로 편입시키는 국민 투표를 강행했다. 일각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외부의 적’을 이용해 집권을 연장하기 위해 가이아나와의 전쟁까지 불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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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라색 재킷에 진주목걸이, 해리스네”…심슨 가족의 예측 화제

    TV 역사상 최장기 시리즈이자 현재도 미국에서 방영 중인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이 이미 24년 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예측했다는 주장이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22일(현지 시간) 미 CBS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에서는 2000년 방영됐던 심슨 가족 에피소드 중 하나인 ‘바트 투더 퓨처’의 내용과 장면이 확산되고 있다. 2030년 미국 대선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에피소드에서 심슨 가족의 딸인 리사 심슨은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에 도전한다. 이 매체는 “만화 속에서 리사가 입고 있는 보라색 재킷과 진주 목걸이가 2021년 해리스 부통령 취임식 당시 착장과 놀라울 정도로 판박이라 이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CNN에 따르면 심슨 가족 만화는 이미 이전부터 여러 차례 미래 상황을 예측해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라는 별명까지 갖고 있다. 심슨 가족은 1990년대에 휴대전화 영상통화나 스마트 워치, 가상현실 안경같은 기술을 그려내거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팬데믹을 소재로 다룬 바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화제가 된 것과 비슷하다.하지만 이번 에피소드는 그중에서도 더욱 특별한데, 다름 아닌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 그렸기 때문이다. 사업가였던 트럼프는 이 편이 방영됐던 2000년 당시 제3당이었던 개혁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했다가 결국 패배해 본선 무대는 밟지도 못한 상황으로, 대권 주자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이 때문에 이미 2016년 트럼프 당선 당시 해당 에피소드가 큰 화제를 불러모았는데, 여기에 해리스와 유사한 모습을 한 캐릭터도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는 것이다. 심슨 가족 작가 앨 진은 자신의 X 계정에 “심슨 가족의 ‘예측’에 참여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적기도 했다. 다만 이 에피소드에서 해리스 부통령에 비견되고 있는 리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후임자’가 된다는 설정이어서 차이는 존재한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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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vs 해리스?…美대선 107일앞 ‘리셋’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민주당 대선 후보직을 전격 사퇴하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신을 대신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와의 TV토론에서 참패한 후 당 안팎에서 거센 후보 사퇴 요구를 받아 왔다. 그는 대선 완주 의사를 밝혔지만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며 건강 이상 우려가 고조되자 대선일까지 107일을 앞둔 시점에 사퇴를 결정했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중도 하차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의무를 다하는 데 집중하는 게 민주당과 국가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우리가 단결해 트럼프를 이겨야 할 때”라고 했다. 현직 대통령의 재선 도전 포기는 1968년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56년 만이다. 당시 존슨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 반대 여론이 높아지며 당내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하락세를 겪었고 재선 도전을 포기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민주당과 미국을 단결시켜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시 대안 후보로 거론됐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민주당 내 ‘잠룡’은 물론이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당 안팎의 주요 인사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다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 ‘원로그룹’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아직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오바마 전 대통령과 펠로시 전 의장은 후보 선정의 공정성 등을 위해 경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당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판세가 요동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대선 후보 선정 절차를 놓고 당내 갈등이 야기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 측은 바이든 대통령이 아예 대통령직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은 미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며 “바이든의 주변인이 그의 육체적, 인지적 소멸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 (대통령으로) 봉사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주장했다. 자메이카계 및 인도계 이민자의 딸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및 비(非)백인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이 백인 남성인 트럼프 후보와 대결한다면 인종, 성별, 정치 성향 등에서 미 역사상 가장 대조적인 두 후보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해리스 중심 결집”… 트럼프 “바이든보다 이기기 쉬워”[바이든 美대선후보 사퇴]클린턴 부부-의원들 잇단 지지 선언… 오바마-펠로시는 “후보 경선 거쳐야”민주당, 내달 全大까지 공식지명해야… NYT “트럼프 48% vs 해리스 46%”현직 대통령인 대선 후보의 중도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미국 민주당이 대체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차세대 대선 주자로 꼽히는 주요 현직 주지사, 소속 상하원 의원의 절반 이상,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당 안팎 주요 인사가 대거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은 아직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과 펠로시 전 의장은 공정성 등을 고려해 ‘후보 경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초의 여성, 비(非)백인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경쟁력을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특히 백인 남성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까지 대선 후보 지명 방식 및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실제 후보 되기까지 걸림돌 많아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당일인 21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받고 트럼프에게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직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등 그의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졌던 인물들이 모두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프 또한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캠프 이름과 선거 자금명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Harris for President)’로 바꾼 서류를 제출했다. 그가 실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주당은 다음 달 전당대회 때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해야 한다. 당 안팎의 여론이 ‘해리스 대선 후보 추대’로 모아지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전당대회 전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민주당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면 전당대회에선 공개 경선이 치러지게 된다. 이 경우 1차 투표 때 일반 대의원 3900여 명의 과반이 필요하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당 고위 간부로 구성된 슈퍼 대의원 739명까지 합한 전체 4600여 명의 과반(2300명)을 얻어야 한다.● 트럼프 “누가 나와도 이긴다” 트럼프 후보는 21일 CNN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더 쉽다. 좌파가 누굴 내세우든 (바이든과)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노쇠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에 깊숙이 참여했으며 불법이민 증가, 고물가 등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만간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TV 광고도 내보내기로 했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그가 부통령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못 냈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과 비백인이란 배경 때문에 중도층, 특히 백인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기 힘든 만큼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후보보다 18세 젊은 만큼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고령 리스크’가 자신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반론이 맞선다. 21일 뉴욕타임스(NYT)가 기존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해 평균을 낸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 후보(48%)에게 2%포인트 뒤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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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스, 첫 女대통령 도전…일각 “백인-남성 트럼프 지지표 빼오긴 힘들어”

    현직 대통령인 대선 후보의 중도 사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미국 민주당이 대체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중심으로 결집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차세대 대선 주자로 꼽히는 주요 현직 주지사, 소속 상하원 의원,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 등 당 안팎 주요 인사가 대거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지지한다”고 밝혔다.하지만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 등은 아직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다. 특히 오바마 전 대통령과 펠로시 전 의장은 공정성 등을 고려해 ‘후보 경선을 다시 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최초의 여성, 비(非)백인 부통령인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후보 경쟁력을 둘러싼 논란도 한창이다. 특히 백인 남성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는 “해리스는 바이든보다 이기기 쉽다”고 자신의 승리를 자신했다.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때까지 대선 후보 지명 방식 및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실제 후보되기까지 걸림돌 많아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당일인 21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영광”이라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받고 트럼프에 승리하겠다”고 밝혔다.직후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그의 잠재적 경쟁자로 여겨졌던 인물이 모두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캠프 또한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캠프 이름과 선거 자금명을 ‘해리스를 대통령으로(Harris for President)’로 바꾼 서류를 제출했다.다만 그가 실제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민주당은 다음달 전당대회 때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해야 한다. 당 안팎의 여론이 ‘해리스 대선 후보 추대’로 모아지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의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전당대회 전 해리스 부통령을 대선 후보로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다만 다른 민주당 인사가 경선에 참여하면 전당대회에선 공개 경선이 치러지게 된다. 이 경우 1차 투표 때 일반 대의원 3900여 명의 과반이 필요하다. 만약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당 고위 간부로 구성된 슈퍼 대의원 739명까지 합한 전체 4600여 명의 과반(2300명)을 얻어야 한다.● 트럼프 “누가 나와도 이긴다”트럼프 후보는 21일 CNN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더 쉽다. 좌파가 누굴 내세우든 (바이든과) 똑같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해리스 부통령이 노쇠한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 운영에 깊숙이 참여했으며 불법이민 증가, 고물가 등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조만간 해리스 부통령을 공격하는 TV광고도 내보내기로 했다.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일단 그가 부통령으로서 뚜렷한 성과를 못 냈다는 지적이 많다. 여성과 비백인이란 배경 때문에 중도층, 특히 백인 남성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기 힘든 만큼 ‘트럼프 대세론’을 뒤집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 후보보다 18세 젊은 만큼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을 집요하게 공격했던 ‘고령 리스크’가 그 자신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반론이 맞선다.21일 뉴욕타임스(NYT)가 기존에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를 종합해 평균을 낸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 후보(48%)에 2%포인트 뒤졌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imsu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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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활용한 작사·작곡, 아티스트 결과물로 볼 수 있나”…K팝 팬들 갑론을박

    최근 K팝 업계의 인공지능(AI) 활용을 두고 전세계 팬들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고 10일(현지 시간) 영국 BBC가 보도했다. AI를 활용해 작사·작곡한 노래를 진정 해당 아티스트가 만든 결과물로 볼 수 있냐는 논쟁이다.BBC에 따르면 이번 토론은 올 4월 한국의 남성 아이돌그룹 세븐틴이 ‘17 이즈 라이트 히어(17 IS RIGHT HERE)’ 앨범을 발매하면서 본격적으로 촉발됐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에는 AI가 생성한 장면이 사용됐다.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세븐틴 멤버 우지 또한 “기술 발전에 발맞춰 가야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K팝 팬으로 영국에서 관련 팟캐스트까지 운영 중인 애슐리 페랄타 씨는 이와 관련해 “예술가가 직면한 창작의 벽을 뛰어넘는데 도움을 준다면 AI 활용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고 BBC에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 등 한국 음악 산업계와 작업을 해온 프로듀서 크리스 네언 또한 “한국 음악계는 혁신에 관심이 많고 항상 어떻게 하면 한 발 앞서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AI 활용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랄타 씨는 “AI가 작사한 노래가 팬들에게 진정성 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팬들이 가수가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수의 진솔한 감정이 녹아있기 때문인데, AI가 쓴 가사로 점철된 노래는 팬과 가수 간의 소통수단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유난히 순환 주기가 짧은 K팝 산업의 구조가 특히 AI의 사용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음악 저널리스트 아르피타 아디야는 “다른 나라의 가수들이 보통 2년마다 앨범을 내지만 K팝 그룹은 6~8개월마다 새 앨범을 내놓는다”며 짧은 시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이 AI 의존도를 높인다고 진단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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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전거 타고오면 스키 이용 공짜…‘오버투어리즘’ 해결 위한 덴마크의 실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억눌렸던 관광 수요가 분출되면서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럽에서 덴마크가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명소 입장 인원, 시간대 제한 등 각종 규제 정책들이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발상을 전환해 ‘친환경 관광객’에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9일(현지 시간) 미 CNN 등에 따르면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 관광청은 15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관광객들이 쓰레기 줍기, 자전거 이용 등 관광 과정에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활동을 하면 각종 보상을 주는 ‘코펜페이’를 시범 운영한다. 친환경 실천을 한 관광객들이 박물관, 식당, 투어 업체 등 지정된 현지 시설 20여곳의 서비스를 일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게 골자다. 가령 덴마크의 명물 친환경 소각장 ‘아마게르 바케’를 자전거로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으로 왔다는 이용권을 보여주면 이곳의 인기 프로그램인 ‘인공 스키’ 체험권을 준다. 덴마크 국립미술관에서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가져오면 이를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워크숍 입장권을 주는 식이다. 이밖에도 보상에는 무료 박물관 가이드 투어나 카약 대여, 채식 식당 이용권 등이 포함돼 있다. 코펜하겐 관광청장 미켈 한센은 “환경에 부담이 되는 관광을 되려 긍정적 동력으로 전환하는게 목표”라며 “관광객들이 즐거우면서도 환경에 보탬이 됐다는 의미 있는 경험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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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처럼 결선서 밀린 르펜 “승리 늦춰졌을 뿐”

    “승리가 늦춰졌을 뿐이다. 의석수를 대폭 늘렸으니 실망할 것 없다.” 프랑스 총선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결선 투표에서는 3위로 밀려난 극우 국민연합(RN)의 실질적 지도자 마린 르펜 전 대표 겸 의원(사진)은 7일(현지 시간) TF1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극우의 물결은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RN이 주도한 극우 연합은 지난 총선에서 하원 577석 중 88석을 차지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배 가까이 늘어난 143석을 확보했다. 르펜 의원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좌의 부자연스러운 동맹이 아니었으면 RN이 하원 단독 과반을 차지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또한 그는 결선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을 이끄는 장뤼크 멜랑숑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대표와 중도 우파 마크롱 대통령의 동거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에 두 세력이 RN의 1위를 막기 위해 정치공학적으로 결합했을 뿐 워낙 노선이 달라 유기적으로 결합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다만 르펜 부녀(父女)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평도 있다. 르펜 의원의 부친으로 RN의 전신 국민전선을 창당했던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은 2002년 대선 1차 투표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에게 근소하게 뒤진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결선 투표 때는 많은 국민이 ‘반(反)극우’로 결집해 득표율 82%를 기록한 시라크 전 대통령에게 대패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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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차 접근땐 파란불… 긴급차 우선신호, 출동시간 40% 빨라져

    올 1월 경기 부천에서 임산부를 이송하던 구급차가 황색신호에 직진하던 승용차와 충돌해 구급대원 3명이 다쳤다. 지난해 8월엔 충남 천안의 한 교차로에서 구급차와 승용차가 충돌해 구급차에 타고 있던 보호자가 숨지고 구급대원 1명이 크게 다치는 등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소방·구급차 등 긴급자동차의 교통사고가 매년 200건 넘게 발생해 190여 명이 다치거나 숨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사고의 약 절반이 교차로에서 일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응급 환자를 이송하거나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하던 긴급자동차를 일반 차량이 미처 피하지 못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현재 일부 교차로에 설치돼 운영 중인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시스템은 긴급자동차가 출동할 때 교차로 신호를 자동으로 파란불로 바꿔 출동 속도를 높이고 사고도 예방할 수 있다.● 소방자동차 사고, 매년 200건 이상 발생 현행법상 소방차와 구급차 등은 ‘긴급자동차’로 분류돼 긴급 출동 시 신호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일반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1∼2023년) 총 672건의 긴급자동차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연평균 224건으로, 매년 191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구급활동 중 일어난 사고가 437건으로 가장 많았고, 화재(119건)가 뒤를 이었다. 도로 유형별로는 전체의 47%가 교차로에서 발생했다. 소방차나 구급차 등은 도로교통법에 따라 긴급자동차로 분류된다. 도로교통법 제29조에 따르면 일반차량 운전자는 교차로나 그 부근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하는 경우 교차로를 피해 일시 정지하거나, 긴급자동차가 우선 통행할 수 있도록 진로를 양보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 차량이 소방차 등을 발견하지 못한 채 주행하다가 사고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일반 차량의 속도가 빠를수록 운전자의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고, 전방의 시공간 범위도 좁아져 긴급자동차와 부딪칠 확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출동 시간 줄이고 안전도 지킨다 소방청과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은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처음으로 도입된 이 시스템은 소방차 등의 이동 경로에 따라 교차로 신호를 일시적으로 제어한다. 소방차 등이 요청할 경우 교차로의 신호등이 모두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달 19일 이 시스템이 설치된 경기 의왕시 지역에선 실제 소방차의 출동 시간이 40%가량 빨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의왕소방서 협조로 소방 펌프차에 탑승해 확인한 결과 시스템을 켜지 않고 소방서에서 약 4.9km 떨어진 롯데마트 의왕점으로 출발하자 총 12분 11초가 걸렸다. 의왕소방서 관계자는 “이 지역은 군포나 안양 등으로 빠져나가는 차가 많은 구간이라 항상 막힌다”며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차가 거의 멈춰 있는 상태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탑승 때는 우선신호시스템을 켜고 출발했다. 소방차 내부 태블릿PC에 롯데마트 의왕점을 도착지로 지정한 후 ‘출동’ 버튼을 누르자 시스템이 실행됐다. 이어 펌프차가 주행하는 구간의 신호등마다 모두 파란불로 바뀌면서 7분 14초가 걸렸다. 시스템을 켜지 않고 출동했을 때보다 5분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소방서 관계자는 “시스템을 가동하면 긴급차량이 신호등의 200∼300m 거리로 접근할 때마다 즉각 파란색으로 바뀐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소방관, 구급대원 등은 빠른 출동 시간과 안전 운행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의왕소방서 김태준 소방관은 “사이렌을 켜도 7분 안에는 절대 못 오는 거리인데, 시스템을 켜니까 무리하지 않고 빨리 올 수 있었다”며 “환자 이송, 화재 진압 등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빨리 출동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빨간불에 가는 거랑 파란불에 가는 건 확실히 다르다. 소방관들과 구급대원들의 안전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지역별로 편차 큰 우선신호시스템 다만 긴급차량 우선신호시스템은 일부 지역에만 많이 설치돼 있는 상황이다. 신호를 제어해야 하는 만큼 소방청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 5월 말 기준 이 시스템은 전국 2만3967곳에 설치됐다. 경기(1만1179곳), 인천(3084곳), 부산(2189곳) 등 상위 세 곳이 전체의 약 68.6%를 차지했다. 반면 대구는 1곳에 불과했고, 광주(31곳), 울산(48곳), 서울(704곳) 등 대도시도 적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응급 상황에서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구급대원 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우선신호 시스템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화재, 구조, 구급 등 긴급 상황에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긴급차량의 우선신호 도입은 필요하다”며 “출동 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소방차량의 교통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일부 지역뿐만 아니라 전 지역으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소방차, 구급차 등 긴급차량의 이동경로에 따라 교차로 신호를 일시적으로 제어해 긴급차량이 신호 제약 없이 무정차 통행할 수 있도록 맞춤형 신호를 부여하는 시스템.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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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이렌 들리면 교차로 서행, 오른쪽으로 車붙여 길 터줘야

    재난 및 응급 상황에서 소방·구급차 등이 신속히 출동해 대처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관계 당국은 강조한다. 소방시설 주변엔 불법 주정차를 하지 않아야 하고, 교차로에서 사이렌이 들릴 경우 차량을 서행하는 등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화재 진압엔 7분, 심정지 환자 소생엔 5분이 ‘골든타임’이다. 골든타임이란 시민의 생명 보존과 재난 확산 제어를 위해 관계 당국이 대응해야 하는 한계시간이다. 이 시간을 지체할 경우 응급환자 소생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재난 확산 가능성은 높아진다. 먼저 차량 주정차가 중요하다. 비상소화장치 등 소방시설로부터 5m 이내나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좁은 도로, 소방차 전용 구역에는 절대 주차를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통행로와 소화전 확보가 어려울 경우 소방 당국은 불법 주정차 차량을 제거하거나 견인하는 등의 ‘강제처분’을 할 수 있다. 소방기본법 제25조에 따라 강제처분된 차량은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시민들도 소방차 전용 구역에 5분 이상 불법 주차한 차량을 발견할 경우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교통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교차로와 도로에선 시민들의 ‘길 터주기’가 특히 중요하다. 교차로에서 구급차 등 긴급차량이 지나갈 경우 교차로를 피해 도로 오른쪽 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해 통행로를 확보해 줘야 한다. 일방통행로는 우측 가장자리에 정지하면 긴급차량이 지나갈 공간을 만들 수 있다. 사이렌이 들린다면 신호등이 파란불이더라도 일단 서행하면서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 긴급차량이 지나간다면 편도 1차선 도로는 우측 가장자리로 붙어 최대한 진로를 양보하고, 편도 2차선 도로는 긴급차량이 1차선으로 갈 수 있도록 2차선으로 이동하면 된다. 편도 3차선 이상의 도로에선 긴급차량이 2차선으로 갈 수 있도록 일반차량은 1차선이나 3차선으로 양보해 운전해야 한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긴급차량 우선신호 시스템이 대폭 확대돼야 하지만 대도시의 경우 정체 구간이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며 “시민들의 길 터주기 협조와 불법 주정차 문제 해결 등이 일단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서울시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특별취재팀▽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소설희(경제부) 이축복(산업2부) 이청아(국제부)이채완(사회부) 한종호(산업1부) 기자}

    • 202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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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동계층 가정서 태어난 ‘흙수저’ 정치인… 정치 입문 5년 만에 대표돼 당 체질 바꿔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을 압승으로 이끈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노동당 대표(62)는 귀족 출신 ‘금수저 정치인’이 많은 영국 정계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 정치인’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등 노동당 소속 총리들이 대부분 유복하게 자랐지만 그의 부친은 공장 노동자, 모친은 간호사였고 법조인으로 자수성가했다. 리시 수낵 전 총리가 인도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 인포시스의 창업자이며 세계적인 부호인 나라야나 무르티를 장인으로 둔 것과도 대조적이다. 그는 1962년 런던에서 네 남매 중 둘째로 태어났다. 성인 ‘스타머’는 평범한 편이나 특이한 이름 ‘키어’는 노동당 초대 당수 키어 하디와 같다. 강성 노동당 지지자였던 그의 부모가 하디 당수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였다는 설이 있다. 집안 형편은 매우 어려웠다. 희귀 만성 관절염인 ‘스틸병’을 앓은 그의 모친은 다리를 절단했다. 집에선 종종 전화가 끊겼고 미납 공과금 독촉서가 넘쳐났다. 가족 중 아무도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해 파스타조차 생소한 음식으로 여겼다. 10대 시절 일찌감치 노동당에 가입했다. 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다. 리즈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각각 법학 학·석사 학위를 땄다. 법조인이 된 후 미국 대형 패스트푸드 맥도널드를 상대로 시위를 벌인 채식주의자 등을 변호하는 등 인권 변호사가 됐다. 초기 공산주의 지도자 레온 트로츠키를 추앙하는 잡지 ‘사회주의 대안’의 편집장도 잠시 지냈다. 2008년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관할하는 검찰총장이 되면서 이전의 진보 성향과 다른 면을 보였다. 영국 검사 최초로 이슬람 수니파 테러 단체 알카에다 소속 테러범을 기소했다. 2014년에는 경찰 총격으로 숨진 흑인 마크 더건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때 런던 시민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같은 해 검찰에 기여한 공로로 왕세자 시절의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경·卿·Sir)를 받았다. 영국 언론들이 ‘키어 스타머 경(Sir Keir Starmer)’으로 표기하는 이유다. 당시 ‘변절자’란 비판도 받았지만 “공직 경험으로 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함을 배웠다”고 맞섰다. 2015년 런던 내 홀본-세인트판크라스 지역구에서 의원으로 당선됐다. 2020년 당 대표가 됐고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극좌’에 가까웠던 제러미 코빈 전 대표의 노선을 지웠다. 지난해 11월 당시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 2007년 유대계 변호사 빅토리아 여사(51)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부인의 종교를 존중해 매주 금요일마다 ‘유대교 안식일(샤바트)’ 저녁 식사를 가족과 함께한다.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빅토리아 여사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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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英총선 압승 이끈 ‘흙수저 출신’ 노동당 대표는 누구?

    4일(현지 시간) 치러진 영국 총선에서 노동당을 압승으로 이끈 키어 스타머 신임 총리 겸 대표(62)는 귀족 출신 ‘금수저 정치인’이 많은 영국 정계에서 보기 드문 ‘흙수저 정치인’이다. 토니 블레어 전 총리, 고든 브라운 전 총리 등 노동당 소속 총리들이 대부분 유복하게 자랐지만 그의 부친은 공장 노동자, 모친은 간호사였고 법조인으로 자수성가했다. 리시 수낵 전 총리가 인도의 유명 정보기술(IT) 기업 인포시스의 창업자이며 세계적인 부호인 나라야나 무르티를 장인으로 둔 것과도 대조적이다.그는 1962년 런던에서 네 자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성인 ‘스타머’는 평범한 편이나 특이한 이름 ‘키어’는 노동당 초대 당수 키어 하디와 같다. 강성 노동당 지지자였던 그의 부모가 하디 당수의 이름을 아들에게 붙였다는 설이 있다. 집안 형편은 매우 어려웠다. 희귀 만성 관절염인 ‘스틸병’을 앓은 그의 모친은 다리를 절단했다. 집에선 종종 전화가 끊겼고 미납 공과금 독촉서가 넘쳐났다. 가족 중 아무도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해 파스타조차 생소한 음식으로 여겼다. 10대 시절 일찌감치 노동당에 가입했다.형제 중 유일하게 대학에 진학했다. 리즈대와 옥스퍼드대에서 각각 법학 학·석사 학위를 땄다. 법조인이 된 후 미국 대형 패스트푸드 맥도널드를 상대로 시위를 벌인 채식주의자 등을 변호하는 등 인권 변호사가 됐다. 초기 공산주의 지도자 레온 트로츠키를 추앙하는 잡지 ‘사회주의 대안’의 편집장도 잠시 지냈다.2008년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관할하는 검찰총장이 되면서 이전의 진보 성향과 다른 면을 보였다. 영국 검사 최초로 이슬람 수니파 테러 단체 알카에다 소속 테러범을 기소했다. 2014년에는 경찰 총격으로 숨진 흑인 마크 더건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 때 런던 시민을 강경하게 진압했다.같은 해 검찰에 기여한 공로로 왕세자 시절의 찰스 3세 국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경·卿·Sir)를 받았다. 영국 언론들이 ‘키어 스타머 경(Sir Keir Starmer)’으로 표기하는 이유다. 당시 ‘변절자’란 비판도 받았지만 “공직 경험으로 국가와의 협력이 중요함을 배웠다”고 맞섰다.2015년 런던 내 홀본-세인트판크라스 지역구에서 의원으로 당선됐다. 2020년 당 대표가 됐고 중도 노선을 표방하며 ‘극좌’에 가까웠던 제러미 코빈 전 대표의 노선을 지웠다. 지난해 11월 당시 제1야당 대표 자격으로 영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을 예방했다.2007년 유대계 변호사 빅토리아 알렉산더(61)와 결혼해 1남 1녀를 뒀다. 부인의 종교를 존중해 매주 금요일마다 ‘유대교 안식일(샤밧)’ 저녁 식사를 가족과 함께한다. 국민보건서비스(NHS)에서 일하는 알렉산더 씨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린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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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 새 방법 협력 기대”

    북한과 러시아의 안보조약 체결을 계기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여러 차례 언급해 온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 로저 위커 의원(사진)이 “한국과 인도태평양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New way)’에 대해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위커 의원은 2일(현지 시간) 북-러 안보조약 체결 뒤 국내 언론 중 처음으로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 응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논의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위커 의원 측은 ‘새로운 방법’이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핵 공유 합의에 대한 모색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미 대선에서 당선되면 한국과 협력해 전술핵 재배치를 적극 추진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위커 의원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면 상원 군사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상원 군사위원장은 해외 미군 배치와 주요 국방 예산을 담은 국방수권법(NDAA) 초안을 작성하는 핵심 요직이다. 위커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에 대해선 한반도 미군 주둔을 유지해야 한다며 “한국의 정치적 결의(political resolve)는 21세기 위협에 대응해야 하는 미국이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주한미군 획기적 강화 기대… 北러 위협 맞서 印太 핵공유를”[출렁이는 美대선]트럼프 재집권시 美상원 군사위원장 유력 로저 위커 인터뷰“美, 21세기 위협대비 軍현대화 필요”… 北러 조약-中핵증강 대응하려면한반도 기존 확장억제 역부족 인식… 트럼프 재선땐 전술핵 논의 가능성“한국의 전략적 위상(strategic position)을 높여야 한다. 향후 몇 년 동안 주한미군의 획기적인 강화(substantial fortification)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로저 위커 의원은 2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위커 의원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안보 협정을 체결하자 미 의회에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인물이다. 최근 한국에서 자체 핵 개발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은 중요한 시사점을 갖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TV토론에서 압승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한반도에서 핵 억지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 것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억지력 약화되지 않아야” 위커 의원은 “한국과 인도태평양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들(new ways)’에 대해 협력해 나가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위커 의원 측은 새로운 방법들이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핵 공유 협정을 의미한다고 답했다. 북-러 안보 조약 체결로 인한 북핵 위협 고조, 중국의 급격한 핵무기 증강 등에 한미가 함께 대응하려면 핵우산 등 기존의 확장 억제로는 역부족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위커 의원은 5월 발표한 국방투자계획 ‘21세기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에서도 “미국은 한반도에서 억지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전술핵 재배치 및 인도태평양 핵 공유 협정 체결 등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상원 군사위를 통과한 2025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와 인도태평양 핵 공유 협정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 한국은 미군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 위커 의원뿐 아니라 다른 트럼프 행정부 출신 인사들도 북-러 안보 조약 체결 이후 여러 차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이 논의될 가능성을 거론해 왔다. 앨리슨 후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최근 “북-러 관계가 확실히 한국을 (자체 핵무장의) 방향으로 내몰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한 인터뷰에서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 재배치는 북한을 향한 매우 강력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위커 의원은 올해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하면 상원 군사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2일 현재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이 82%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상원 군사위원장은 매년 주요 국방 사업과 예산을 담는 NDAA 초안을 작성하는 등 미 군사 정책을 좌우하는 요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미시시피주 상원의원 4선에 도전하고 있는 위커 의원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위협에 맞서 미국의 핵무기 증강과 군사력 강화를 주장하고 있는 위커 의원은 미군 현대화의 핵심 파트너로서도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21세기 위협에 맞서 군을 재건하고 현대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한국 방위산업 기반은 미국이 유지·발전시켜야 하는 요소”라고 밝혔다. 위커 의원은 국방투자계획에서 미국의 국방 예산을 탈(脫)냉전 이전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으로 끌어올려 해군 함정을 2035년까지 357척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로저 위커 의원은 누구하원 7선-상원 3선 경력… 대러 선제 핵공격 주장도로저 위커 미국 상원의원(73)은 1951년 미시시피주의 소도시 폰토톡에서 태어났다. 미시시피주에서 1994년부터 하원 7선, 상원 3선 의원을 지냈고, 2015∼2017년 전국 공화당 상원위원회(NRSC) 의장으로 활동한 공화당 내 주요 인사 중 하나다.미시시피대 학부(정치학)와 로스쿨을 졸업했고 4년간 미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안보관은 공화당 의원 중에서도 강경한 편으로 분류된다. 그는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대러) 선제 핵공격과 지상군 파병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발언해 러시아 정부의 반발을 샀다.최근에는 현재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2.9%를 차지하는 국방예산을 5∼7년 내 5%까지 늘리고 핵무기를 증강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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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전문가들 “삐라 대신 ‘오물풍선’ 보내는 北…파산 인정한 꼴”

    북한이 과거의 체제 선전 전단지 대신 최근 ‘오물풍선’을 살포하고 있는 것이 되려 북한 체제의 ‘파산’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미국 전문가들이 진단했다. 다만 앞으로 풍선 내에 다른 화학 물질을 주입할 수도 있는 만큼 가볍게 볼 문제는 아니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 앤디 림 연구원은 2일(현지 시간) 발표한 ‘쓰레기, 풍선, 한국 통일 가치’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남한보다 경제사정이 나았던 과거에는 대남 체제 선전 전단지(‘삐라’)를 날려보내던 북한이 이제는 ‘쓰레기’를 보내고 있다”며 “이제 남한에서 북한 체제가 우스꽝스럽게 여겨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라 평가했다. 5월부터 이어진 오물풍선 테러가 오히려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오물풍선 테러가 남한에 대한 북한의 디커플링(관계 단절) 정책의 연장선상이라고도 설명했다. 2020년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올해는 아예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처럼 적대적 표현 방식 중 하나란 얘기다. 여기에 지난해 9월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 금지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후 탈북민단체가 다시 대북전단을 살포하고 있는 데 대한 보복의 의도도 깔려있을 것으로 분석했다.다만 이들 전문가는 그렇다고 해서 최근 로버트 칼린 미들베리국제연구소 연구원이나 시그프리드 헤커 스탠퍼드 명예교수가 주장한 것처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쟁을 결심한 것은 아닐 거라고 봤다했다. 김 위원장이 진짜 전쟁을 준비하고 있었다면 탄약을 모두 러시아에 팔았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이어 보고서는 “역사적으로 북한은 전쟁 준비 과정에서 ‘교란작전’을 써왔다”며 “만약 실제 전쟁이 임박했다면 남한과 대놓고 디커플링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축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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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오리건주에 한국전쟁 역사전시관 개관

    미국 오리건주 윌슨빌에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전시관이 문을 열었다. 1일(현지 시간) 주시애틀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윌슨빌 타운센터 내 한국전쟁 기념공원 옆에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관이 들어섰다. 2000년 건립된 한국전쟁 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오리건주 참전용사 298명의 이름을 새긴 화강암 벽이 설치돼 있다. 이번에 개관한 약 10평 규모의 전시관은 오리건주 출신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한 90여 명의 약력, 이 중 24명의 인터뷰 영상 등으로 꾸며졌다. 참전 당시 이들이 직접 사용했던 물건과 사진 등도 전시된다. 이날 개관식에는 부친 또한 한국전쟁 참전용사인 티나 코텍 주지사, 줄리 피츠제럴드 윌슨빌 시장, 앤드리아 설리나스 연방 하원의원, 서은지 시애틀총영사, 오리건주 참전용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코텍 주지사는 “참전용사인 아버지와 이 공원을 방문한 추억이 있다”며 “평화와 자유를 향한 한국과 오리건주의 동맹은 한미동맹 성공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영사는 참전용사들에게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감사의 뜻을 담은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 개관을 주도한 오리건주 ‘한국전쟁기념재단(KWMFO)’ 측은 “국가보훈부, 오리건주 한국전쟁 참전용사 협회, 윌슨빌시 당국, 미 자선단체 등이 19만 달러(약 2억6000만 원)를 기부해 전시관을 마련했다”며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업적을 기리고 해당 전쟁이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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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오리건주에 6·25 참전용사 이야기 담은 역사전시관 들어서

    미국 오리건주 윌슨빌에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역사전시관이 문을 열었다.1일(현지 시간) 주시애틀 한국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윌슨빌 타운센터 내 6·25전쟁 기념공원 옆에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관이 들어섰다. 2000년 건립된 6·25전쟁 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서 숨지거나 실종된 오리건주 참전용사 298명의 이름을 새긴 화강암 벽이 설치돼 있다.이번에 개관한 약 10평 규모의 전시관은 오리건주 출신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약 90여 명의 약력, 이중 24명의 인터뷰 영상 등으로 꾸며졌다. 이들이 직접 사용했던 유물, 참전 당시 사진 등도 전시된다.이날 개관식에는 부친 또한 6·25전쟁 참전용사인 티나 코텍 주지사, 줄리 피츠제럴드 윌슨빌 시장, 안드리아 살리나 연방 하원의원, 서은지 시애틀총영사, 오리건주 참전용사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코텍 주지사는 “참전용사인 아버지와 이 공원을 방문한 추억이 있다”며 “평화와 자유를 향한 한국과 오리건주의 동맹은 한미동맹 성공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서 총영사는 참전용사들에게 한국 정부와 국민들의 감사의 뜻을 담은 ‘평화의 사도’ 메달을 수여했다.개관을 주도한 오리건주 ‘6·25전쟁기념재단(KWMFO)’ 측은 “국가보훈부, 오리건주 6·25전쟁 참전용사 협회, 윌슨빌 시 당국, 미 자선단체 등이 19만 달러(약 2억6000만 원)를 기부해 전시관을 마련했다”며 6.25 전쟁 참전용사의 업적을 기리고 해당 전쟁이 미친 영향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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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난 속 佛, 반이민-감세 공약에 환호… 마크롱 ‘불통’ 심판도

    유럽연합(EU) 중추 국가인 프랑스에서 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 제1당’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1일(현지 시간)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조기 총선 1차 투표 집계 결과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33.2%를 득표해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신민중전선(NFP)이 28.0%로 2위를, 집권당인 중도 르네상스가 이끄는 범여권 앙상블은 20.8%로 3위를 차지했다. 최종 의석수는 7일 치러지는 결선 투표에서 결정되지만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판세를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삼고 있다. 결선 투표에서도 현재 흐름이 이어진다면 의회 전체 의석 577석 중 RN 240∼270석, NFP 180∼200석, 앙상블 60∼90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RN은 기존 의석보다 약 3배 늘고, 범여권 진영은 최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드는 것.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76석 중 RN은 절반에 약간 못 미치는 37석을 차지했다. NFP는 32석을 차지했고, 앙상블은 2석에 그쳤다. 이번 선거 결과는 반(反)이민 정서와 계속되는 경제난에 불만을 쌓아온 유권자들이 현 정부를 심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통상 의회 제1당 대표가 총리에 오르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선 ‘중도’ 성향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극우’ 조르당 바르델라 총리(현 RN 대표)가 동거 정부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이질적인 내각이 경제·외교 현안을 두고 삐걱대며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반이민 정책과 서민 대상 경제정책 강조 이번 선거 투표율은 약 67%로 2022년 최종 투표율(47.5%)보다 월등히 높았을 뿐만 아니라 1997년 1차 투표(67.9%) 이후 27년 만에 최고치였다. 팍팍한 현실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달려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유권자들은 이민자 증가로 인한 사회 혼란과 고물가 등 경제난에 대한 불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극우 정당은 ‘단골 공약’인 반이민 정책과 보호무역 등을 내세워 지지 기반을 넓혔다. RN은 프랑스에 거주하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18세가 되면 자동으로 프랑스 국적을 받는 출생시민권제도의 폐지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또 불법체류자에게 의료서비스나 사회복지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RN은 전 국민 부가가치세(VAT) 인하와 39세 이하에 대한 세금 감면 공약으로 경제난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지지도 얻었다. 감세로 고물가에 지친 민심을 달래주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부족해질 세수를 채울 재원 마련 방법은 제시하지 않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는 여당의 비판을 받았지만 당장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은 환호했다. 마크롱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집권 세력에 대한 분노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는 각종 개혁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일방적’ 소통이 많았고, 굵직한 사안을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크롱 대통령은 2022년 재선 성공 뒤 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입법을 할 수 있는 헌법 제49조 3항의 권한을 23차례나 행사했다”며 “총선은 마크롱주의에 대한 국민 투표”라고 보도했다.● 삐거덕거리는 동거 정부 가능성 높아 마크롱 대통령과 바르델라 총리 체제가 구성되면 마크롱 정부가 추진해온 연금개혁 등 주요 경제 정책이 중단될 수 있다. 또 EU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우크라이나 지원 연대가 깨질 가능성도 있다. 바르델라 RN 대표는 지난달 19일 한 행사에서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유럽의회 선거 결과 자신이 이끄는 르네상스가 14.6%를 득표해 RN(31.5%)에 참패하자 돌연 결정한 바 있다. 당장 RN의 상승세를 꺾지 않으면 2027년 대선에서 RN이 승리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르몽드는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려다가 자신의 다수당(르네상스)을 해산해 사실상 몰락 위기에 처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NFP와 앙상블은 결선 투표를 앞두고 합종연횡을 시도하고 있다. 앙상블 측은 “결선 투표 때 지역구 60곳의 후보를 사퇴시키겠다”고 밝혔다. NFP와 앙상블 후보가 각각 출마할 경우 RN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이유다. NFP도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후보들을 사퇴시키기로 했다고 CNN은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김윤진 기자 kyj@donga.com}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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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극우주역 르펜, 나치 두둔 아버지 내치고 ‘서민 공약’ 돌풍

    “바르델라를 총리로 만들고 나는 대권을 넘보겠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치러진 프랑스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원내 제1당이 유력해진 극우 국민연합(RN)의 ‘실질적 리더’로 꼽히는 마린 르펜 의원 겸 전 대표(56)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당을 이끌고 있는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29)를 직접 정계로 이끌었고, 대표 자리에 앉혔기 때문이다. 바르델라 대표는 수차례 르펜 의원을 ‘정치적 멘토’로 칭했다.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에 오르면 르펜 의원이 이를 발판 삼아 2027년 대선에서 대통령을 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르펜 의원은 이미 2017년, 2022년 대선에서 모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대결했다. 2022년 대선 결선투표 때는 패했지만 41.4%를 얻으며 선전했다. 르펜 의원은 이번 총선을 통해 자신에게 두 차례의 대선 패배를 안긴 마크롱 대통령에게 단단히 설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7년 대선에서 두 사람이 다시 맞붙는다면 승자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르펜 의원은 RN의 전신 국민전선을 만든 극우 정치인 장마리 르펜(96)의 막내딸로 태어났다. 법학을 전공했고 젊은 시절 변호사로 활동했다. 당시 국선 변호인 자격으로 불법 이민자들을 변호한 경험도 있다. 2011년 아버지로부터 국민전선 대표직을 물려받았다. 두 번 이혼했고 세 자녀가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을 두둔하는 발언을 일삼은 아버지를 2015년 당에서 영구 제명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분노한 부친이 “선거에서 딸을 찍지 않겠다”고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2018년 당명 또한 RN으로 바꾸고 아버지와 완전히 결별했다. 2022년 바르델라를 당 대표에 앉혔다. 르펜 의원은 생필품 가격 및 에너지 부가가치세 인하, 저소득층·30대 이하 세금 감면 등 ‘생활 밀착형’ 공약으로 고물가 등에 지친 서민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 발발 뒤 프랑스에서 발생한 유대인 대상 범죄 또한 적극 비판해 왔다. 유럽 주요국 극우 정당에 자주 제기되는 반(反)유대주의와 거리를 두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 2024-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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