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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신발 끈까지 다 파란색이네.” 6일 2024 슈퍼블루마라톤대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평화의 공원 평화광장으로 참가자들이 몰려들자 한 아이가 외쳤다. 이날 대부분 파란색 대회 티셔츠를 입은 참가자 8000명은 운동화 끈도 파란색 끈으로 바꿔 묶고 나왔다. 파란색 운동화 끈으로 머리를 묶거나 팔찌로 활용한 참가자도 있었다. 슈퍼블루마라톤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파란색 신발 끈을 매고 함께 달리며 서로를 이해하고 장애가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의 대회다. 지적장애인의 체육·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가 2015년부터 롯데와 함께 개최해 올해로 9회째를 맞았다. ‘블루(BLUE·Beautiful Language Use (will) Echo)’는 ‘아름다운 말은 울림이 됩니다’라는 뜻이다. 슈퍼블루마라톤은 SOK가 2014년부터 시작한 장애인 관련 용어 바르게 쓰기 운동인 슈퍼블루캠페인의 일환이다. 참가자들은 이날 출발 전 ‘슈퍼블루 다섯 가지 약속’(△장애인의 반대말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입니다 △장애는 앓는 것이 아니라 갖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을 땐 상대가 원하는지 먼저 물어보세요 △발달장애인에게 반말을 하지 말아 주세요 △장애우가 아니라 장애인이라고 불러주세요)을 함께 외쳤다. 대회는 평화광장을 출발해 노을공원, 하늘공원을 돌아오는 10km와 5km,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달리는 슈퍼블루 5km 코스, 올해 신설된 슈퍼블루 걷기 코스(1.6km)까지 네 부문으로 열렸다. 슈퍼블루 걷기는 유아차에 타고 있는 어린아이들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코스로 마련됐다. 정양석 SOK 회장은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이 좀 더 편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슈퍼블루 걷기 코스를 신설했다”며 “발달장애인들의 사회 참여와 스포츠 참여가 저조하다. 슈퍼블루마라톤처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더 다양하게 만들어 전국 시도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스포츠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날 슈퍼블루마라톤의 홍보대사인 가수 션과 신동민 작가는 슈퍼블루 5km 코스를 직접 뛰었다. 발달장애인인 신 작가의 그림은 이번 대회 키 비주얼(Key Visual)로 쓰였다. 신 작가는 장애인-비장애인이 팀을 이뤄 훈련하는 ‘션샤인 러닝 클래스’에 참여한 뒤 대회에 참가했다. 정 회장은 “작년부터 운영 중인 사전 행사 션샤인 러닝 클래스는 올해 2회 차를 성황리에 마쳤다.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러너가 소통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며 “슈퍼블루마라톤 참가는 ‘우리는 장애인과 함께합니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이번 대회는 접수 39일 만에 8000명의 참가자가 모집돼 역대 최단기간에 마감했다. 슈퍼블루마라톤이 장애인 인식 개선을 대표하는 대회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처음 출전한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오타니는 6일 샌디에이고와의 MLB 내셔널리그(NL) 디비전시리즈(5전 3승제) 1차전 안방경기에 1번 지명타자로 나서 3점 홈런을 포함해 5타수 2안타 3타점 2득점으로 활약했다. 팀의 7-5 승리를 거들었다. 오타니의 ‘가을야구 첫 홈런’은 다저스가 0-3으로 뒤진 2회말 두 번째 타석에서 나왔다. 오타니는 2사 1, 2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딜런 시즈의 시속 156km 포심 패스트볼을 받아 쳐 오른쪽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3-3을 만드는 동점포이자 오타니가 MLB 데뷔 후 7시즌 만에 기록한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었다. 오타니는 2018년 MLB 데뷔 이후 지난 시즌까지 LA 에인절스에서 뛴 6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한 번도 진출하지 못했다. 오타니는 4회말 중전 안타로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후속 타자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의 2타점 적시타 때 홈을 밟았다. 오타니는 “경기 전부터 야구장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제대로 즐겼다”며 포스트시즌 첫 경기 소감을 말했다. 정규시즌에서 MLB 양대 리그 30개 팀을 통틀어 최고 승률(0.605)을 기록한 다저스는 이날 7-5로 승리했다. 아메리칸리그(AL) 정규시즌 1위 팀 뉴욕 양키스도 이날 안방에서 캔자스시티를 6-5로 꺾고 디비전시리즈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양키스는 5-5로 맞선 7회말 알렉스 버두고의 적시타로 한 점 차 승리를 거뒀다. 이번 시즌 MLB 양대 리그 홈런 1위에 오른 에런 저지(양키스)는 삼진 3개를 당하면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이날 NL의 뉴욕 메츠는 필라델피아를 6-2로, AL의 클리블랜드는 디트로이트를 7-0으로 각각 꺾고 디비전시리즈 1차전을 챙겼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국내 주니어 여자 1위 이서아(16·춘천SC)가 1일 본선이 시작되는 2024 국제테니스연맹(ITF) 홍종문컵 국제주니어 테니스투어대회에서 시즌 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지닌달 ITF 춘천, ITF 안동 타이틀을 싹쓸이한 이서아는 이번 대회에서 3주 연속이자 시즌 다섯 번째 국제주니어대회 타이틀을 노린다. 이서아는 현재 ITF 국제주니어대회 공식 대회 15연승 중이다.이서아는 올해부터 ITF 국제주니어대회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세계 주니어랭킹도 끌어 올리고 있다. 올해 ITF 국제주니어대회 성적은 26승 3패(89.7%)다. 올해 세계주니어 287위로 시작한 이서아의 현재 랭킹은 170위다. 이번 ITF 홍종문컵 국제주니어 대회에도 1번 시드를 받은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다.지난달 29일 안동대회 우승 후 이번 대회가 열리는 서울 올림픽공원으로 이동한 이서아는 지난달 30일 공식훈련 종료 후 “어제 잘 쉬면서 컨디션도 잘 회복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우승이 목표”라는 말했다. 이서아는 1회전(32강)에서 재미교포 윤세나(미국)를 상대한다. 이외에 한국 여자 선수로는 추예성(15·씽크론AC)이 3번 시드, 홍예리(13·서울시테니스협회)가 6번 시드, 정의수(16·중앙여고)가 7번 시드를 받고 대회에 나선다.남자 단식에서는 서현석(17·씽크론AC)이 톱 시드를 받는다. 서현석은 올해 ITF 국제주니어대회 세 차례 준우승 끝에 7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대회에서 시즌 첫 타이틀을 따냈다. 직전 안동대회에서 준우승한 나유키 가쿠(일본), 4강에 진출한 멍판밍(중국)도이번 대회에 출전한다. 올해 ITF 국제주니어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을 각각 두 번씩 한 김동민(14·오리온)도 주목해야 할 선수다.올해 신설된 홍종문컵 국제주니어테니스투어대회는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다. 이번 대회는 J100 등급으로, 세계 상위권을 노리는 국내 주니어 선수들이 출전한다. 이 대회는 故 장호 홍종문 전 대한테니스협회장의 이름을 걸고 하는 첫 국제주니어대회다. 홍순용 장호테니스재단 집행위원장이 이번 대회 토너먼트 디렉터를 맡는다. ITF와 대한테니스협회에서 주최, 장호테니스재단에서 주관하며 (주)조흥, 그린제약, 송파구청, 우리은행에서 후원한다.홍 전 회장은 1957년 장호배주니어 테니스대회를 개최하며 국내 테니스 발전을 이끈 인물이다. 올해 68회를 맞이하는 국내 최고(最古)의 주니어 테니스 대회다. 한국 최초의 프로 테니스 선수인 이덕희 여사, 국내 남자 선수 최초 투어 우승자인 이형택, 호주오픈 4강 신화의 정현 등 국내 내로라하는 테니스 선수들이 모두 장호배를 거쳤다. 홍 전 회장이 2019년 별세한 후에도 장호 가문에서는 테니스에 대한 지속적인 후원을 하고 있다. 특히 홍순용 집행위원장은 오래 전부터 국제주니어대회 개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해왔다. 국내외 대회를 직접 견학하며 신설 대회를 준비했고 홍종문배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 시즌 프로야구는 김도영(KIA)으로 시작해 김도영으로 끝날 분위기다. 봄(4월)부터 프로야구 최초로 ‘월간 10홈런-10도루’를 기록한 김도영은 여름(8월)에는 역대 최소 경기(111경기)-최연소(20세 10개월 13일) ‘30홈런-30도루’를 달성했다. 가을(9월)에도 김도영은 2014년 서건창의 한 시즌 최다 득점(135득점)을 넘어 최다 득점 기록 경신을 이어갔다. 김도영은 팀이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뒤에는 ‘40홈런-40도루’ 도전을 본격화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0홈런-40도루는 2015년 테임즈(당시 NC)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했다. 달성하면 김도영이 국내 선수 최초다. 김도영은 2022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을 때부터 “언젠가는 30홈런-30도루를 할 선수”라고 불리던 선수다. 그런데 하필 그 ‘언젠가’가 올해가 된 특별한 도화선이 뭘까. 이범호 KIA 감독은 “수비에서나 공격에서나 전혀 터치가 없으면 빨리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서 “어린 선수들은 조금만 못해도 ‘(나를) 빼면 어떡하지’ 하고 눈치를 본다. 이런 선수들은 그냥 놔둬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야구장에 ‘마음껏 풀어둔’ 김도영은 올해 처음 풀타임을 치르며 30홈런-30도루와 동시에 3루수로 실책도 30개를 했다. ‘30홈런-30도루-30실책’ 기록 역시 프로야구 최초다. 누군가는 이를 ‘불명예 기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감독의 눈에는 30실책이야말로 올 시즌 김도영이 꽃피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자양분이다. 이 감독은 “난 데뷔하고 20홈런을 치기까지 5년이 걸렸다. 도영이는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안 겪었으면 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본헤드 플레이를 빼고는 실책 때문에 뭐라고 한 적이 없다. 실수했다고 숨기 시작하면 이런 기록은 한 해 뒤에 도전해야 한다. 어차피 실책을 많이 하는 시즌이 한 번은 나와 버려야 한다. 그러면 다음에 실책도 20개, 10개로 준다”고 했다. 해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선수”라는 소리를 듣는 선수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구단에서 눈독을 들였다는 선수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기대만큼의 잠재력을 터뜨리지는 못한다. 아무리 훌륭한 원석이라도 알맞은 ‘가공’ 없이 보석이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같은 다이아몬드라도 어떻게 커팅이 되느냐에 따라 값어치는 천지 차이다. 좋은 원석일수록 전문가 눈에는 보석이 아른거린다. 지도자가 ‘이것만 손보면 좋겠다’며 선수에게 손을 대려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날고 기는 타자도 타석에서 10번 중 7번을 실패하는 게 야구다. 단판 승부가 아닌 1년 144경기를 치르며 당장의 성공보다 중요한 건 실패를 견디는 방법을 알아내고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것이다. 김도영이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를 현실로 만든 수 있었던 건 자신의 능력을 믿고 기다려준 ‘노터치’의 시간들이다. 인간은 돌덩이가 아니다. 바깥에서 잘라내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치며 다듬어질 때 가장 밝게 빛난다.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
“마운드에서 한 타자라도 상대하고 팬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게 돼 행복하다.” 정우람(39·한화)은 자신의 은퇴식을 사흘 앞둔 26일 이렇게 말하면서 “올 시즌에 선수로는 팬들께 인사드리지 못했는데 은퇴하게 됐다. (은퇴식 날) 등판 기회가 올 수도 있으니 연습은 계속하고 있었는데 어제 (한 타자 상대) 등판이 확정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1년부터 은퇴식을 치르는 선수에 한해 경기 엔트리 정원 초과 등록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불펜 정우람이 소속 팀 한화의 시즌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29일 대전 안방구장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정우람은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다 등판 투수다. 경남상고(현 부경고)를 졸업하고 19세이던 2004년 SK(현 SSG)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후 지난 시즌까지 모두 1004경기에 등판했다.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단일 리그 최다 등판이다. 군 복무 기간인 2013, 2014시즌을 제외하고 모두 18시즌을 1군 리그에서 뛰었는데 50경기 이상 출전한 시즌이 15번이나 된다. 2006년엔 82경기, 2008년엔 85경기에 등판했다. 당시 팀당 한 시즌 126경기를 치를 때로 팀 전체 경기의 65%가 넘는 수치다. 하지만 정우람은 올해 단 한 경기에도 등판하지 못했다. 정우람은 52경기에 나섰던 지난 시즌 종료 후 구단과 상의해 ‘플레잉 코치’(선수 겸 코치)를 맡았다. 올 시즌엔 1군 경기 등판 없이 잔류군 투수코치로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 왔다. 정우람은 “좀 쉬었으니 ‘몸 상태가 나아졌나’ 하고 나름대로 체크를 많이 했는데 (등판이) 쉽지 않겠다는 판단이 들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여름쯤부터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냥 코치’처럼 선수들에게 많이 다가갔다”고 했다. 정우람은 홀드왕을 두 차례(2008, 2011년) 차지했다. 2015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으로 SK에서 한화로 이적할 땐 불펜 투수 역대 최고 몸값(4년 84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엔 세이브왕(35세이브)에 오르며 한화를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한화의 마지막 가을야구로 남아 있다. 이런 타이틀에도 정우람은 “나는 대단한 선수가 아니다. 오랫동안 꾸준히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에 인정해 주는 것 같다”며 “멀리 보지 않고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겼다”고 했다. 정우람은 1004경기 통산 977과 3분의 1이닝 투구에서 64승 47패 197세이브 145홀드 937탈삼진 평균자책점 3.18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1000이닝 200세이브 1000탈삼진에 조금씩 모자란다. 정우람은 “우리 팀이 계속 리빌딩 중이어서 욕심을 덜 낸 부분도 있다. 좀 더 발버둥 쳤으면 달성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래도 얻은 게 훨씬 많기 때문에 아쉬움보다는 행복감이 더 크다”고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통산 100세이브-100홀드를 달성한 선수는 정우람과 정대현 삼성 코치(106세이브-121홀드) 둘뿐이다. 정우람은 그동안 야구를 하면서 가장 슬펐던 때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를 꼽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관중석이 텅 빈 경기장에서 야구를 했다. 팬들이 없으니 이렇게 힘을 못 쓰는구나 하고 느꼈다. 야구장에서 팬들의 함성을 들을 때 가장 멋진 모습이 나왔다. 앞으론 그 함성을 못 듣는 게 제일 아쉽지 않을까 싶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KIA는 17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7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1위를 확정해 한국시리즈(KS)로 직행했다. 19일 두산과의 잠실 방문경기를 앞두고 만난 이범호 KIA 감독(43)은 축하 인사를 건네자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해야죠. 그래야 ‘축하’죠”라고 손사래를 치면서 “남은 경기에서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시리즈에서 최상의 컨디션을 보일지도 계산해야 하니 쉴 시간이 없다”고 했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을 포함해 그동안 KS에 11번 올라 모두 우승했다. 이 감독은 전임 감독의 비위로 올 시즌 개막을 앞둔 스프링캠프 훈련 도중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는데도 KIA를 7년 만에 KS 무대로 이끌었다. 스프링캠프 훈련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는 팀의 1군 타격코치였다. KIA 팬들은 요즘 경기 후반부만 되면 이 감독의 KIA 선수 시절 응원가를 부른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팬들이 감독을 위한 응원가를 부르는 팀은 KIA가 유일하다.이 감독은 ‘선수 마음 돌보기’를 올 시즌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했다. 그는 “일단 선수 마음이 다치지 않아야 나와 선수 간에 신뢰가 쌓인다. 경기에 출전한 선수에게 ‘왜 못했어’라고 하는 건 선수에게 상처가 된다”며 “어쨌든 내가 출전시킨 선수가 아닌가. 잘하면 선수가 잘 대처해 준 것이고 못하면 그 상황에 출전시킨 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화를 낼 일도 많이 없어지더라”라고 했다. 물론 이 감독에게도 마음 파악이 어려운 선수는 분명히 있다. 이 감독은 “(최고참인 최)형우나 (나)성범이 같은 애들은 몸이 좀 안 좋을 때 ‘하루 정도 빼줄게’ 해도 ‘괜찮습니다’라고 한다. 진짜 괜찮아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책임감 때문인 건지까지는 파악이 안 된다. 이런 선수들은 제가 ‘하루 쉬어’ 하고 딱 빼줘야만 쉰다”고 했다. 이 감독은 “팀(KIA)에 오래 있었고 내가 선수 생활을 할 때부터 있던 친구들도 많다 보니 성격을 다 안다. 가만히 놔둬도 어떻게든 다시 돌아와서 잘하는 선수가 있고, 자극하고 압박하는 말을 계속해야 잘하는 선수가 있다. 선수마다 그런 특징을 파악하려 했다”고 말했다. 2000년 한화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를 거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KIA에서 뛰었다. 선수 은퇴 후엔 KIA에서 코치로 4년을 보냈다. KIA의 베테랑 선수들 대부분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를 ‘형’이라 불렀다. 많은 감독이 소통을 강조하지만 시즌 내내 모든 선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령탑 1년 차에 누구보다 능숙하게 이 일을 해낸 이 감독은 “감독이라는 자리의 권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미안하다고 하면 모든 게 끝난다. 선수가 먼저 오길 기다리면 시간만 길어진다”고 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더그아웃에서 선글라스를 낄 일도 거의 없었다. 감독들은 그때그때 표정에 드러나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선글라스를 착용한다. 이 감독은 “나도 지칠 때는 표정이 굳긴 했다. 하지만 안경으로 가리고 싶진 않았다. 선수들도 내 표정을 보고 ‘감독이 화가 났네, 기분이 좋네’ 하거나 ‘저 정도면 화난 게 아니야’ 등도 알게 된다”며 “올 시즌엔 화를 낸 경기가 10경기도 안 되는 것 같다. 물론 선수들이 많이 이겨줬으니 화를 덜 냈겠지만…”이라며 웃었다. 올 시즌 KIA는 개막 이후 열흘만 빼고 시즌 내내 1위 자리를 지켰다. 이 감독은 “정규시즌 내내 선수들이 모두 고생했다. 하지만 앞으로 또 가야 할 길이 있으니 너무 흥이 나 있으면 안 된다. 아직도 (KS 우승까지) 가는 길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이다. 그 길을 딱 찾고 잘 간다면 ‘아, 참 즐거웠다’ 하는 기억을 갖고 선수들과 마무리 훈련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베아트리스 하다드 마이아(28·브라질·세계랭킹 17위)가 여자프로테니스(WTA) 코리아오픈 정상에 올랐다. 하다드 마이아는 2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대회 단식 결승전에서 다리야 카삿키나(27·러시아·13위)에게 2-1(1-6, 6-4, 6-1)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14만2000달러(약 1억9000만 원)를 받았다. 하다드 마이아는 1세트를 쉽게 내줬고 2세트 들어서도 게임 스코어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포핸드 위너로 카삿키나의 서브 게임을 처음 브레이크하면서 3-3으로 균형을 맞춘 뒤 2세트를 따내 승부를 3세트까지 이어갔다. 기세가 오른 하다드 마이아는 3세트를 6-1로 따내며 대회 정상을 차지했다. 이날 승리로 하다드 마이아는 7년 전 이 대회 결승전 패배를 만회하며 투어 통산 네 번째 우승을 거뒀다. 하다드 마이아는 2017년 이 대회에 처음 출전해 결승까지 올랐는데 옐레나 오스타펜코(27·라트비아·12위)에게 패해 준우승했다. 하다드 마이아는 7년 만에 다시 찾은 코리아오픈에서 역시 결승 무대를 밟았고 이번엔 우승 트로피를 놓치지 않았다. 전날 준결승전 승리 후 ‘손가락 하트’ 세리머니를 약속했던 하다드 마이아는 우승을 차지한 뒤 관중을 향해 손하트를 만들어 보였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어를 열심히 연습했는데 다 잊어버렸다. 내년에 (코리아오픈에) 다시 돌아와 한국어로 꼭 소감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공주백제마라톤이 22일 충남 공주시민운동장 앞을 출발해 백제큰길 일대를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렸다. 긴 무더위가 가신 ‘백제의 고도’는 마라톤 축제의 장이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추분(秋分)인 이날 대회 출발 시간인 오전 9시를 앞두고 기온은 섭씨 20도 남짓으로 선선했다. 전날 저녁까지 비가 내린 뒤 환하게 열린 청명한 하늘을 보며 참가자들은 “날씨가 너무 좋다” “하늘이 예쁘다”며 휴대전화 카메라로 서로를 찍어주기에 바빴다. 공주시와 동아일보, 스포츠동아가 공동 주최하는 공주백제마라톤은 2003년 초대 대회 개최 이후 중부권을 대표하는 마스터스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대회에는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32.195km △하프코스(21.0975km) △10km △5km 등 5개 부문에 1만200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참가자가 2000명가량 늘었다.풀코스 남자부에서는 2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박현준 씨(40)가 2시간28분37초로 우승해 주목 받았다. 육상 장거리 엘리트 선수였던 박 씨는 2007년 11월 선수 시절 뛴 마지막 풀코스 기록 2시간27분30초에 단 1분7초 뒤진 좋은 기록을 세웠다. 엘리트 선수는 은퇴 후 2년이 지나면 마스터스로 참가할 수 있다. 박 씨는 “2007년을 끝으로 운동이 힘들어 그만뒀다가 2019년쯤부터 다시 뛰었다. 아프기 전에는 풀코스에서 1등을 못 해 봤는데 2022년 수술을 받은 뒤 큰 대회 풀코스에서 1등을 세 번 했다”며 웃었다. 그는 “인스턴트 음식을 먹지 않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니 오히려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 한때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기에 이제는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꼭 해야지’보다는 ‘하다 보면 되겠지’ 하며 즐겁게 달리니 오히려 기록이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박 씨는 6개월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있는데 장 기능이 조금 떨어진 것 말고는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했다.풀코스 여자부에서는 2018년도 우승자 노은희 씨(50)가 3시간14분38초로 우승했다. 노 씨는 “올해 나이가 50대에 접어들었다.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50대 부문 우수상을 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공주백제마라톤, 경주국제마라톤까지 모두 뛰어 ‘런저니’ 메달도 받고 올해의 선수상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풀뿌리 마라톤’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은 3월 서울마라톤에 참가하고, 가을 동아일보 주최 대회(공주, 경주국제)에도 참가한 남녀 마스터스 선수 중에서 연령대별 우수 선수를 선발한 뒤 최우수선수(MVP)를 뽑는다. 지난해 동아마라톤 여자부 30대 우수선수로 선정됐던 김하나 씨(37)는 32.195km 여자부에서 2시간15분14초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 풀코스에서 정상에 섰던 김 씨는 이번 32.195km 우승을 발판으로 “(다음 달) 경주국제마라톤에서 2시간55분대 기록으로 3연패에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 남자부 32.195km에서는 이건희 씨(37)가 1시간59분23초로 우승했다. 5km 부문에서는 두 돌이 안 된 아이부터 최고령 강신관 씨(85)까지 남녀노소가 참가해 달리기 축제를 즐겼다. 강 씨는 “매주 토요일 아침마다 성당 마라톤 팀과 함께 달리며 1년에 3∼4번 대회에 출전한다. 오늘 선선한 날씨에 금강변을 달려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이날 대회장에는 최원철 공주시장과 임달희 공주시의회 의장, 배건주 공주시체육회 회장 등이 참석해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최 시장은 5km, 임 의장은 10km 부문에 참가했다.공주=임보미 기자 bom@donga.com}
2024 공주백제마라톤이 22일 오전 9시 충남 공주시민운동장 앞에서 출발해 금강을 따라 백제큰길 일대를 돌아오는 코스에서 열린다. 공주시, 동아일보, 스포츠동아가 공동 주최하는 공주백제마라톤은 2003년 초대 대회 개최 이후 중부권을 대표하는 마스터스 대회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대회에는 42.195km 풀코스를 비롯해 △32.195km △하프코스(21.0975km) △10km △5km 등 5개 부문에 1만200여 명이 참가 신청을 마쳤다. 지난해보다 2000명 이상 늘어난 숫자다. 참가 인원이 늘면서 러너들이 안전하게 레이스를 즐길 수 있도록 출발, 도착 지점도 운동장 바깥으로 옮겼다. 탈의실과 물품보관소는 여전히 운동장 안에 있다. 참가자가 가장 많이 늘어난 부문은 하프코스다. 지난해보다 1000명 이상 늘어난 인원이 하프코스를 달린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10월에 이어지는 서울레이스(하프코스, 11km), 경주국제마라톤(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등 가을 대회를 앞두고 컨디션 점검에 나선 러너들이 모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신설된 32.195km 부문도 인기를 끌고 있다. 32.195km 코스는 풀코스와 나란히 가다가 부여 방면에서 5km 먼저 반환점을 돌아 총 10km를 덜 뛰는 형태다. 조직위는 “32.195km는 풀코스 완주에 필요한 지구력을 키우기에 충분한 거리다. 그러면서도 풀코스만큼 몸에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면서 “풀코스 대회에 출전하기 전 훈련 삼아 32.195km 코스를 뛰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공주백제마라톤 코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공산성과 무령왕릉, 부여 왕릉원 등 백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유적지를 지난다. 조직위 관계자는 “올해는 10km 코스도 무령왕릉과 백제큰다리 등을 지나는 시내 코스로 바뀌어 더욱 풍성한 역사 체험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참가자들은 21일과 22일 이틀간 공산성, 무령왕릉, 석장리 박물관 등을 찾을 수 있는 입장권도 받는다. 21일에는 참가자들이 컨디션을 점검하고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셰이크아웃런’(4.5km) 행사도 열린다. 이번 대회에는 페이스메이커 20명이 참가해 러너들의 완주를 돕는다. 참가자들은 자신의 목표 기록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 달릴 수 있다. 3월에 열린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참가자가 이번 공주백제마라톤과 다음 달 열리는 경주국제마라톤까지 완주하면 ‘런저니’ 메달을 받을 수 있다. 단, 5km 완주자는 제외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내가 초보 감독이란 생각은 절대 하지 않았다.” 이범호 KIA 감독은 사령탑 데뷔 시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뒤 이렇게 말했다. 선두 KIA는 17일 SSG에 0-2로 졌다. 같은 날 2위 팀 삼성도 두산에 4-8로 패했다. 이로써 KIA는 정규리그 7경기를 남겨 놓고 1위 확정 매직넘버가 ‘0’이 되면서 한국시리즈로 직행했다. 이 감독은 단일 리그 체제에서 부임 첫해 팀을 정규시즌 정상으로 이끈 역대 세 번째 사령탑이 됐다. 선동열 감독이 2005년 삼성을, 류중일 감독이 2011년 역시 삼성을 사령탑 데뷔 해에 정규시즌 정상에 올려놨다. 이 감독은 “운 좋게 실패보다 성공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이 감독은 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올 1월 29일 KIA가 호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그는 팀의 1군 타격코치였다. 그는 감독 없이 시작한 호주 전지훈련 도중인 2월 13일 KIA 새 사령탑에 올랐다. KIA는 전지훈련 출발 당일 김종국 전 감독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김 전 감독은 구단 협력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었다. KIA 구단은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고 알리면서 “이 감독은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최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어수선한 팀 분위기를 이른 시간 안에 수습하기엔 이 감독이 너무 어린 것 아니냐 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 감독은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1980년대생 사령탑이다. 프로야구 출범 1년 전인 1981년 태어나 올해 43세다. KIA 최고참 선수 최형우(41)와 두 살 차이다. 2000년 한화에서 프로 선수로 데뷔한 이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소프트뱅크를 거쳐 2011년부터 2019년까지 KIA에서 뛰었다. 이 감독은 구단이 기대했던 선수들과의 소통 능력으로 ‘형님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부임 첫해 정규시즌 정상을 밟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을 경기에 넣고 빼고 하는 게 힘들었다. 투수를 바꾸거나 대타를 쓸 땐 교체되는 선수를 걱정했다. 실책한 선수를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힘들었다”며 “교체된 선수들과는 경기 후에 잘 풀고 다시 출전 기회를 주고 하면서 관계를 잘 유지하려고 했다. 그게 잘되면서 선수들과 마음도 잘 맞았던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2월 KIA 사령탑으로 선임된 직후에도 “선수들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했었다. 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올 시즌 KIA는 주전 선수들의 부상이 잦았다. 타선의 중심인 나성범은 시즌 개막 후 한 달이 지난 4월 28일에야 처음 경기에 나섰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도 잇따랐다. 이 감독은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았다. 특히 투수들이 계속 부상을 당해 힘들었다”며 “다른 선수들이 그 자리를 잘 메워주고 부상 선수들이 돌아왔을 때 팀이 더 강해지는 걸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다. KIA는 통산 12번째이자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이 감독은 KIA가 한국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2017년 당시 팀 주장이었다. KIA가 올 시즌 통합 우승을 달성하면 이 감독은 같은 팀에서 선수와 사령탑으로 모두 우승하는 역대 세 번째 지도자가 된다. 김태형 롯데 감독이 두산 사령탑 시절 세 차례(2015, 2016, 2019년) 우승했고 2022년엔 김원형 당시 SSG 감독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며 같은 기록을 남겼다. KIA는 전신 해태 시절을 포함해 한국시리즈에 11번 올라 모두 우승했다. 이 감독은 “한국시리즈에 대한 부담감은 없다. 우리는 12번째 한국시리즈에서도 우승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148년 역사상 최초의 인도계 선수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텍사스 투수 쿠마르 로커(25·텍사스)다. 로커는 13일 시애틀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4이닝 동안 7탈삼진 2볼넷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을 기록하며 팀의 5-4 승리를 도왔다. 부모님이 지켜보는 가운데 데뷔전을 마친 로커는 “늘 내가 인도계라는 사실을 강조하셨던 어머니에게 특히 의미가 각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로커는 미국의 인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어머니 루 씨와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선수 출신인 아버지 트레이시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쿠마르라는 이름도 힌디어로 ‘왕자’라는 뜻이다. 루 씨는 “쿠마르가 두 살 때 ‘얘는 MLB 투수가 될 거야’라고 남편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현실이 됐다”며 감격했다. 로커는 고교 졸업반이던 2018년 MLB 신인 드래프트 때 콜로라도에서 전체 1146순위 지명을 받는 데 그치자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로커는 2019년 밴더빌트대에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겼고 뉴욕 메츠가 2021년 드래프트 전체 10순위로 그를 지명했다. 다만 어깨 부상으로 계약을 맺지는 못했다. 수술을 받고 돌아온 그는 2022년 드래프트 때 텍사스로부터 전체 3순위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존 수술)을 받으며 MLB 데뷔는 미뤄지기만 했다. 로커는 “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았지만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어 지금까지 노력했다”라면서 “오늘 빠른 공을 던지다 홈런을 하나 맞았는데 구위가 돌아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9월 A매치 2연전을 마치고 소속 클럽으로 돌아간 한국 축구대표팀 유럽 리거들이 ‘한가위 축하 골’ 사냥에 나선다.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은 추석 연휴 기간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 2연패에 도전한다. 명절 대표 스포츠 씨름도 추석장사대회로 팬들을 찾아간다. 테니스 메이저대회 US오픈 챔피언 출신 에마 라두카누(영국)가 출전하는 코리아오픈도 연휴 기간 서울에서 열린다.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15일 아스널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안방경기를 치른다. 영국 북런던 지역을 연고지로 삼은 두 팀의 ‘북런던 더비’는 EPL을 대표하는 라이벌전이다. 손흥민은 아스널을 상대로 이번 시즌 리그 3호 골에 도전한다. 손흥민은 11일 한국의 3-1 승리로 끝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오만전에서 1골 2도움으로 활약했다. 손흥민은 12일 인스타그램에 “이제 런던으로 돌아가 토트넘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썼다. 손흥민은 2019년 추석 연휴 기간 크리스털 팰리스와의 EPL 경기에서 2골을 넣은 적이 있다. 대표팀 미드필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소속팀도 이날 리그 경기를 치른다. 프랑스 리그1의 PSG는 브레스투아를, 독일 분데스리가의 뮌헨은 홀슈타인 킬을 상대한다. EPL 울버햄프턴의 황희찬은 16일 뉴캐슬전에서 이번 시즌 리그 첫 골에 도전한다.우상혁은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에서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다이아몬드리그 파이널은 시즌 리그 랭킹 상위 6명이 출전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대회다. 우상혁은 시즌 리그 랭킹 3위로 파이널에 올랐다. 우상혁은 작년 이 대회에서 2m35를 넘어 한국 선수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우상혁이 올해 대회에서 왕좌를 지키면 역대 세 번째로 이 종목 2연패를 달성한 선수가 된다. 현역 선수 중 최고 기록(2m43) 보유자인 무타즈 바르심(카타르)과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가 2연패를 달성한 적이 있다. 바르심은 시즌 리그 랭킹 6위이지만 이번 대회엔 출전하지 않는다.18일 경남 고성군에서 열리는 추석장사씨름대회 백두급(140kg 이하)에선 김민재가 그랜드슬램에 도전한다. 올해 22세인 김민재는 씨름 4대 메이저대회(설날, 단오, 추석, 천하장사) 중 추석 대회를 빼고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앞서 16일 금강급(90kg 이하)에선 현역 선수 최다 우승 기록이 새로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체급에 출전하는 임태혁 노범수 최정만이 나란히 21번씩 우승해 이 부문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16일부터는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여자프로테니스(WTA) 코리아오픈 단복식 본선 1회전이 열린다. US오픈 우승자 라두카누 등이 출전한다. 지난해 이 대회 정상에 오른 뒤 자신을 ‘하프 코리안’이라고 소개했던 제시카 페굴라(미국·3위)는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갈비뼈 부상으로 기권했다. 페굴라의 어머니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보육원에서 지내다 미국으로 입양됐다. 프로야구에선 KIA의 정규리그 1위가 연휴 기간 확정될 수도 있다. 13일 현재 KIA의 정규리그 1위 매직넘버는 5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 4경기, K리그2(2부 리그) 6경기가 연휴 기간 열린다.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해 US오픈에서 선수 생활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을 밟은 제시카 페굴라(30·미국·3위)가 16일부터 시작되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코리아오픈에 기권했다. 사유는 갈비뼈 부상이다.어머니가 한국계인 페굴라는 지난해 코리아오픈 단식 결승에서 위안웨(26·중국·38위)를 2-0(6-2, 6-3)으로 꺾고 우승했다. 당시 코트 인터뷰에서 페굴라는 “저는 엄마가 한국에서 입양된 하프 코리안”이라며 “한국말을 하지 못해 미안하다. 그래도 저는 코리안 바비큐와 김치를 좋아한다. 이곳에서 우승해 특별하고, 내년에 다시 오겠다”고 인사했었다.페굴라에게 코리아오픈은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준 대회였다. 페굴라의 어머니 킴 페굴라는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1974년 미국인 부모에게 입양돼 뉴욕에서 자랐다. 킴 페굴라는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도 유명하다. 페굴라의 부모인 테니-킴 페굴라 부부는 미국프로미식축구(NFL) 버펄로 빌스의 구단주이자 천연가스, 부동산, 스포츠 및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미국에서도 손에 꼽히는 사업가다.페굴라는 2019년 이 대회 참가를 계기로 어머니와 함께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어머니 페굴라의 한국 방문 역시 당시가 처음이었다. 방문 당시 모녀는 킴 페굴라가 입양되기 전 머물렀던 보육원에 함께 방문했다. 페굴라는 “엄마가 한국말을 못 하는 데도 아시아, 한국인 분들이 엄마를 굉장히 자랑스러워하셨다. 내 뿌리의 중요성을 그제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페굴라는 이번 대회 기권으로 2연패에는 도전하지 못하게 됐다. 다만 올해 대회에는 2004년 창설 이래 처음으로 현역 1위 선수가 참가해 기대를 모은다. 프랑스오픈 챔피언이자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는 코리아오픈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시비옹테크는 올해 US오픈 8강에서 페굴라에게 0-2(2-6, 4-6)으로 패했다. US오픈에서 일찌감치 짐을 싼 시비옹테크는 같은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에서 자신감 회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시비옹테크 외에도 2021년 US오픈 챔피언 에마 라두카누(22·영국·72위) 등이 올해 대회에 참가한다.국내 유일 WTA 투어대회인 코리아오픈은 2004년 마리야 샤라포바(37·러시아)가 초대 챔피언에 올랐고 이후 비너스 윌리엄스(44·미국·2007년), 카롤리나 플리스코바(32·체코·2014년), 옐레나 오스타펜코(27·라트비아·2017년), 카롤리나 무호바(28·체코·2019년) 등 메이저 대회에서 활약을 이어간 쟁쟁한 선수들을 우승자로 배출했다. 20회를 맞는 이번 대회는 WTA 500 대회로 승격돼 열린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역사상 최초의 50홈런-50도루 클럽 개설까지 홈런 3개, 도루 2개만 남겼다. 오타니는 팀이 10-8 승리를 거둔 12일 시카고 컵스와의 안방경기에서 1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시즌 47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어 2회말에는 볼넷으로 출루한 뒤 2루를 훔쳐 시즌 48호 도루를 기록했다. 올해 오타니가 한 경기에서 홈런과 도루를 함께 추가한 건 이번이 12번째다. 이 부문 역대 최다 기록은 리키 헨더슨이 1986년 뉴욕 양키스 소속으로 남긴 13경기다. 다저스는 정규시즌 16경기를 남겨 놓고 있다. 홈런 47개는 오타니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다. 종전에는 LA 에인절스 시절인 2021년 기록한 46개가 기록이었다. 오타니는 또 이 홈런으로 빅리그 통산 기록을 218개로 늘리면서 추신수(SSG)가 가지고 있던 아시아 선수 MLB 최다 홈런 기록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홈런 218개를 치기까지 추신수는 16년이 걸렸는데 오타니는 7년 만에 타이 기록을 세웠다. 투타를 겸업하며 2021, 2023년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오타니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타격에만 집중하고 있는 올해도 강력한 내셔널리그(NL) MVP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오타니가 MVP로 뽑히면 MLB 역사상 첫 지명타자 MVP가 된다. 또 프랭크 로빈슨에 이어 MLB 역사상 두 번째로 양대 리그에서 모두 MVP로 뽑히는 기록도 남길 수 있다. 로빈슨은 1961년에는 NL, 1966년에는 AL MVP로 뽑혔다. 지금까지 2개 팀 소속으로 MVP에 뽑힌 선수도 5명밖에 없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덕수고 왼손 투수 정현우가 2025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최하위 팀 키움은 11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가장 먼저 지명권을 행사하며 정현우를 선택했다. 정현우는 최고 시속 150km가 넘는 빠른 공에 포크볼까지 갖춘 투수다. 올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주관 대회에서는 16경기에 등판해 8승 무패, 평균자책점 0.75를 기록했다. 정현우는 “구단 이름(히어로즈)처럼 히어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지명에 나선 한화는 전주고 오른손 투수 정우주를 선택했다. 고교 시절 최고 시속 156km를 기록한 정우주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처럼 최고 시속을 163km까지 끌어올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계속해서 삼성은 3순위로 대구고 왼손 투수 배찬승을 뽑았다. 삼성 연고지 대구에서 나고 자란 배찬승은 “내 피는 (삼성 상징색인) 파란색”이라며 “백정현 선배의 위기 관리 능력이나 변화구 완성도를 닮고 싶다”고 했다. 야수 가운데는 덕수고 박준순이 두산으로부터 전체 6순위 지명을 받으면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렸다. 올해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우승팀인 덕수고는 5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은 오른손 투수 김태형까지 1라운드 지명 선수 3명을 배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전체 11라운드에 걸쳐 총 110명(고졸 94명, 대졸 16명)이 프로 입단의 꿈을 이뤘다. 양동근 프로농구 현대모비스 수석코치의 조카인 양제이, 차명석 LG 단장의 아들인 동원대 차유민 등은 끝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오픈 정상에 올랐다. 신네르는 9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테일러 프리츠(27·미국·세계랭킹 12위)를 2시간 16분 만에 3-0(6-3, 6-4, 7-5)으로 완파했다. 신네르는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에 성공했고 이번에 두 번째 기록을 남겼다. 신네르는 “올해 호주오픈을 시작할 때부터 경기력이 정말 좋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자신감을 이어올 수 있었다.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한 것을 느낀다. 이번 대회 때는 호주오픈 때보단 압박감이 컸는데 이를 잘 다룬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신네르는 이번 대회 7경기에서 21세트를 따내는 동안 두 세트밖에 내주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24년 동안 같은 해에 4대 메이저대회(호주오픈,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2승 이상을 거둔 선수는 로저 페더러(43·스위스·은퇴), 라파엘 나달(38·스페인·154위),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2위) 등 ‘빅3’뿐이었다. 올해에는 신네르뿐 아니라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3위)도 프랑스오픈과 윔블던에서 우승하며 기록을 남겼다. 신네르와 알카라스가 메이저대회 우승을 양분하면서 빅3 가운데 유일하게 정상적으로 투어 일정을 치르고 있는 조코비치는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메이저대회 최다(24회) 우승 기록 보유자인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 준결승에서는 신네르에게, 윔블던 결승에서는 알카라스에게 무릎을 꿇었다. 페더러가 2003년 윔블던에서 메이저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빅3 중 누구도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또 메이저대회 단식 우승 트로피 4개가 전부 2000년 이후 태어난 선수에게 돌아간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여자 단식에서도 이런 일은 없었다. 2001년생인 신네르는 2003년생 알카라스와 새롭게 ‘빅2’ 구도를 이루게 된 데 대해 “새로운 챔피언, 새로운 라이벌이 나오는 건 기쁜 일이다. 라이벌이 있기에 나도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라이벌 관계가 서로를 더 발전시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US오픈 메인 경기장인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는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와 그의 연인인 미식축구 선수 트래비스 켈시를 비롯해 만원 관중(2만3771명)이 찾았다. 이들 대부분은 미국 선수로는 21년 만에 US오픈 남자 단식 정상 등극을 노리던 프리츠를 일방적으로 응원했다. 그러나 개인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결승에 오른 프리츠가 신네르를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국 선수가 US오픈 남자 단식 우승을 차지한 건 2003년 앤디 로딕(42)이 마지막이다. 이날을 포함해 이번 대회 총 관중 수는 104만8669명으로 집계됐다. US오픈 총 관중이 100만 명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세계랭킹 1위 얀니크 신네르(23·이탈리아)가 US오픈에서 우승하며 메이저 대회 통산 2승을 달성했다.신네르는 9일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에서 테일러 프리츠(27·미국·12위)를 3-0(6-3, 6-4, 7-5)으로 완파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커리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었던 신네르는 이번 우승으로 메이저 통산 2승을 포함해 올해에만 총 6개의 투어에서 우승, 세계랭킹 1위로 시즌 마감을 확정했다.전날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야리나 사발렌카(26·벨라루스·세계랭킹 2위)처럼 신네르 역시 올해 호주오픈, US오픈에서 모두 우승했다. 호주오픈이 잔디코트에서 하드코트로 바뀐 1988년 이래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인 이 두 대회 남녀 단식을 같은 선수가 동시에 석권한 건 1988년 마츠 빌란데르(60·스웨덴)-슈테피 그라프(55·독일) 이후 올해가 처음이다.이날 우승으로 신네르는 한 해 하드코트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호주오픈-US오픈)를 석권한 역대 4번째 남자 단식 선수가 됐다. 빌란데르 이후 노바크 조코비치(37·세르비아·2위), 로저 페더러(43·스위스)가 각각 세 번씩 같은 해 두 대회를 석권했다. 다만 신네르는 역대 최연소(23세 23일)로 이 기록을 세웠다. 신네르는 미국 선수로는 2006년 이후 18년 만에 US오픈 결승에서 홈팬들의 응원을 받은 프리츠를 상대했다. 프리츠는 2003년 US오픈 우승자 앤디 로딕(42)이후 21년간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 홈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받았다. 하지만 신네르는 정교한 서브와 정확한 베이스라인 공략으로 프리츠를 압도했다. 신네르는 마지막 두 세트에서는 첫 서브 공격에서 한 차례 실패도 없이 28번 서브를 넣어 모두 포인트를 따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에서 우승을 추가한 신네르는 메이저 대회 첫 우승을 신고한 올해 통산 승리를 2승까지 늘렸다. 이는 빅3(조코비치, 페더러, 라파엘 나달)도 하지 못한 일이다. 메이저 첫 우승을 거둔 해에 통산 2승까지 달성한 남자 단식 선수가 나온 건 47년 만이다. 이전까지는 1974년 지미 코너스(미국), 1977년 기예르모 빌라스(72·아르헨티나)만 달성했던 기록이다. 올해 남자 단식 메이저대회 중 신네르가 우승한 2개 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프랑스오픈, 윔블던은 카를로스 알카라스(21·스페인·2위)가 우승컵을 가져갔다. 한 해 4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가 모두 23세 이하였던 경우는 1993년 이후 31년 만이다. 조코비치가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하나도 들지 못하고 한 해를 마친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의 일이었다. 신네르는 이에 대해 “새로운 챔피언이 나오는 건 기쁜 일이다. 다음 세대가 서로를 더 발전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신네르는 “올해 호주오픈 시작부터 경기력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자신감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나에게 여전히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안다. 나도 앞으로 내가 얼마나 발전할지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아리나 사발렌카(26·벨라루스·세계랭킹 2위)가 시즌 마지막 메이저 테니스 대회인 US오픈 단식에서 처음으로 우승했다. 사발렌카는 8일 미국 뉴욕 빌리 진 킹 테니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 제시카 페굴라(30·미국·6위)를 2-0(7-5, 7-5)으로 물리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사발렌카가 호주오픈(하드 코트), 프랑스오픈(클레이 코트), 윔블던(잔디 코트), US오픈(하드 코트) 등 4대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사발렌카는 지난해와 올해 호주오픈을 2연패했다. 이번 우승으로 사발렌카는 2016년 안젤리크 케르버(36·독일) 이후 8년 만에 하드 코트 시즌 2개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기록도 남겼다. 사발렌카는 포핸드가 남자 선수 못지않게 강해 바운드된 공의 속도가 빠른 하드 코트에서 상대적으로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발렌카는 작년에도 US오픈 결승에 올랐지만 코코 고프(20·미국·3위)에게 패했었다. 2021년 이후 US오픈에서 줄곧 4강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발렌카는 “US오픈은 우승할 뻔한 적이 정말 많았던 대회다. 언젠가는 이 아름다운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는 게 꿈이었는데 마침내 들게 됐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계속해 “페굴라도 언젠가는 메이저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날이 있을 것”이라고 덕담을 건넸다. 메이저 대회 결승에 처음 올랐던 페굴라는 2세트에서 게임 스코어 5-3으로 앞서며 승부를 마지막 3세트까지 끌고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자기 서브 게임을 연달아 잃으면서 5-6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리고 2세트 12번째 게임 30-40 상황에서 포핸드 실수를 하며 1시간 53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내줘야 했다. 페굴라는 이번 대회 준우승으로 세계 랭킹이 개인 최고인 3위로 오르게 됐다. 페굴라는 “많은 이들이 ‘축하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아주 잘한 거야’라고 하겠지만 ‘더 잘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이 또한 곧 지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다음을 기약했다. 페굴라는 14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코리아오픈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다. 페굴라는 지난해 이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뒤 자신을 ‘하프 코리안’이라고 소개했다. 페굴라의 어머니 킴 페굴라 씨(55)는 한국에서 태어났고 보육원에서 지내다 1974년 미국으로 입양됐다. 올해 코리아오픈에는 세계 랭킹 1위 이가 시비옹테크(23·폴란드)도 참가한다. 시비옹테크가 이 대회에 출전하는 건 처음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김도영(21·KIA)이 프로야구 역사상 세 번째로 30홈런-30도루-100타점-100득점 클럽에 가입했다. 김도영은 선두 KIA가 최하위 키움을 5-2로 꺾은 8일 광주 안방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김도영의 시즌 성적은 타율 0.345에 35홈런-38도루-100타점-128득점이 됐다. 프로야구 역사상 이런 기록을 남긴 선수는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과 2015년 테임즈(당시 NC)뿐이었다. 박재홍은 32홈런-30도루-115타점-101득점으로 이 클럽 문을 처음 열었고 테임즈는 47홈런-40도루-140타점-130득점 기록을 남겼다. 김도영은 타점이 2개 부족한 상태로 이날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3회말 ‘발’로 99번째 타점을 올렸다. 무사 1, 3루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김도영은 3루수 앞 땅볼을 쳤다. 3루 주자 박찬호가 홈으로 향하는 동안 키움 수비진은 병살타 처리를 노렸지만 김도영의 발이 1루에 먼저 들어갔다. 야구에서는 병살타를 친 타자에게는 타점을 기록하지 않는다. 8회말에 나온 100번째 타점은 ‘행운’이 따랐다. 1사 1루에서 때린 타구가 3루 쪽 파울라인을 따라가다가 베이스 끝에 맞아 페어가 됐다. 이 타구가 외야 담장까지 굴러가면서 1루에 있던 소크라테스가 점수를 올렸고 김도영은 시즌 8번째 3루타를 기록했다. 김도영은 “그동안 착한 일을 많이 했더니 행운이 찾아온 것 같다”며 웃은 뒤 “솔직히 최근에 타점 기록을 의식하고 있었다. 푹 잘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승리로 80승(2무 50패) 고지를 정복한 KIA는 우승 매직넘버를 6으로 줄였다. KIA는 남은 12경기에서 반타작만 해도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받을 수 있다. 2위 삼성은 대구 안방경기에서 9위 NC를 10-2로 꺾었다. 삼성 선발 투수 원태인은 5와 3분의 2이닝 동안 2실점하며 이 경기 승리투수로 이름을 올렸다. 원태인은 시즌 14승(6패)을 기록하며 다승 부문 단독 1위로 올라섰다. 3위 LG도 안방 잠실에서 한화를 14-3으로 꺾었다. 코치진이 비디오 판독을 신청하지 않는 바람에 3일 광주 KIA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도둑맞았던 LG 이영빈은 3회말 2사 2, 3루에서 시즌 첫 홈런을 날린 데 이어 4회말에는 연타석 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롯데는 사직에서 SSG에 6-11로 패했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오상욱은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에서 아시아 펜싱 선수 최초로 개인전, 단체전 2관왕에 올랐다. 오상욱은 이번 개인전 금메달로 4대 메이저 대회(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에서 모두 우승하는 ‘그랜드슬램’까지 완성했다. 이 역시 아시아 최초다. 사브르는 플뢰레, 에페와 달리 찌르기뿐 아니라 베기 공격도 인정된다. 신체 조건은 물론 손기술까지 좋아야 한다. 저변이 넓어 어린 나이부터 검을 다루는 데 익숙한 유럽이 유독 독식하던 종목이었다. 한국 펜싱계에는 20년 전만 해도 ‘사브르에서는 100년이 지나도 올림픽 금메달 못 딴다’는 자조가 만연했다. 그런데 그 종목에서 올림픽 2관왕이 나왔으니 ‘기적’이라 할 만하다. 올림픽이 끝나자 화보, 광고, 방송에서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런데 오상욱은 매스컴의 관심을 받을 때마다 상당 부분을 ‘운사모’(운동을 사랑하는 모임)를 소개하는 데 썼다. 운사모는 대전 지역 학생 선수 가운데 장학생을 선발해 고교 졸업 때까지 매달 20만 원씩 장학금을 주는 비영리단체다. 대전시교육청 전국소년체육대회 담당 장학사였던 이건표 회장이 돈 때문에 운동을 그만두는 학생이 없도록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 커져 단체가 됐다. 오상욱은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단체전 금메달,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을 때도 운사모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이야기했다. 오상욱에게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이 감사할 수 있는 거냐고 물었다. 오상욱은 “저는 그걸로 정말 장비를 사면서 운동을 했으니까요”라고 했다. “펜싱 처음 할 때는 도복을 다 물려받아서 누런색이었어요. 장갑, 펜싱화도 찢어진 걸 꿰매 썼고요. 누가 운동 그만두면 사이즈 대충 맞는 걸 집어 왔어요. 그러다 운사모 덕에 중3이 새 장비를 사서 운동하게 된 거죠. 그렇게 불편감 없이 운동을 해 보면 정말 감사해요. 새 도복 입고 가면 애들이 ‘야 뭐야, 너 새거 샀어?’ 하는데 막 어깨가 올라갈 정도로 저에게는 큰 거였어요.”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기 마련 아닌가. 오상욱은 “장학금을 매달 계속 주셨어요. 화장실에 계속 들어간 거잖아요. 나올 일이 없어서 계속 감사한 마음이었어요”라고 했다. 운사모 회원들은 매달 1만 원씩 회비를 낸다. 신규 회원 20명이 모일 때마다 학생 1명을 더 지원할 수 있다. 한 번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학생이 스스로 운동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지원이 끊기지 않는다.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튼튼한 토양을 마련해주자는 게 단체의 취지다. 오상욱도 성인이 된 뒤 운사모 회원이 돼 학생들을 후원하고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꾸준히 주기만 하는 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하기 어려운 일이다. 동시에 꾸준히 사랑을 받으며 한결같이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중3 오상욱은 그 어려운 마음을 품고 실천한 어른들 덕에 올림픽 2관왕으로 컸다. 이제는 오상욱 같은 어른 덕에 더 많은 미래의 오상욱들이 자라고 있다. 임보미 스포츠부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