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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25세지만 올림픽 출전은 벌써 세 번째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린 2018년 앳된 얼굴로 얼음 위를 질주하던 그는 ‘뽀시래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로부터 8년 뒤, 그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선수가 됐다. 21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는 정재원(25)의 이야기다. 2년 전 가정을 꾸린 정재원은 “결혼 후 첫 올림픽이다. 꼭 메달을 따서 아내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말했다.정재원은 매스스타트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2018 평창 대회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했다. 자신의 우상이던 이승훈(38)과 함께 출전한 정재원은 앞서 달리며 바람을 막아주며 초반 레이스를 이끌었다. 매스스타트는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을 총 16바퀴 돈 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간다.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으며 체력을 비축하면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나라 선수들끼리 돌아가며 바람을 막아주는 게 일반적이다.이승훈은 정재원이 ‘바람막이’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덕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당시 자신의 금메달 일등 공신으로 정재원을 꼽았던 이승훈은 올림픽 이후 정재원에게 2000만 원 상당의 고가 자전거를 선물했다. 정재원은 같은 대회 남자 팀 추월에서는 이승훈, 김민석(27·현 헝가리)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했다.정재원은 4년 뒤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 매스스타트의 주인공이 됐다. 평창 대회처럼 이승훈과 함께 출전했지만 더 이상 선배의 바람막이가 아니었다. 이번엔 레이스 막판에 이승훈이 먼저 치고 나가며 경쟁자들의 레이스 리듬을 깼다. 이때 폭발적 스피드로 전력 질주한 정재원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이승훈은 3위에 자리했다. 정재원과 이승훈은 태극기를 함께 들고 트랙을 돌며 기쁨을 나눴다.지난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재원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인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한다. 매스스타트에 ‘올인’하며 컨디션을 조절 중이던 정재원은 20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깜짝 출전했다. 일부 선수가 출전을 포기하면서 정재원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약 2년 만에 1500m 실전을 소화한 정재원은 1분45초80으로 30명 중 14위에 자리했다. 정재원은 “매스스타트 준비를 잘해 온 덕에 생각보다 기록이 나쁘지 않게 나와 만족스럽다”며 “매스스타트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어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정재원이 넘어야 할 산은 미국의 ‘빙속 황제’ 조던 스톨츠(22)다. 스톨츠는 이번 대회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 1500m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정재원은 “스톨츠가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엄청난 속도로 치고 나갈 것 같다. 스톨츠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을 놓치지 않고 레이스를 잘 펼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남자 매스스타트 준결선은 21일 오후 11시, 결선은 22일 0시 40분에 열린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선수들에게 ‘선수 대표자를 참 잘 뽑았구나’ 하는 소리를 듣고싶다.”한국 겨울종목 사상 첫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당선된 원윤종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파일럿이 20일 밀라노 코리아하우스에서 당선 소감을 밝혔다. 원 신임 선수위원은 19일 발표된 투표 결과 11명의 후보 중 득표 1위로 2명이 선발되는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원윤종은 “선수들이 저에게 믿음을 준 만큼 보답할 수 있는 활동을 하고싶다”고 했다.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다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으로 엘리트 선수의 길을 걷게 된 원윤종은 썰매도 없어 외국에서 낡은 썰매를 빌려 쓰던 시절을 지나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2015~2016시즌 봅슬레이 2인승에서 한국 봅슬레이 최초로 세계랭킹 1위를 찍는 신화를 썼다. 이어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 올림픽 때는 4인승에서 올림픽 은메달을 일궜다.우연히 들어선 봅슬레이 선수의 길에서 올림픽 메달이라는 ‘끝장’을 본 원윤종은 은퇴 후에는 스포츠 행정에 눈을 돌렸고 IBSF 선수위원, 대한체육회 선수위원을 거쳐 스포츠 행정의 ‘끝판왕’인 IOC 선수위원의 자리를 따냈다.원 위원이 IOC 선수위원이 존재를 알게된 건 올림픽 데뷔전이었던 2014 소치 올림픽 때부터였다. 다만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 자리에 도전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했다. 그의 생각이 바뀐 건 세 번째이자 은퇴를 앞두고 있던 2018 평창올림픽 때였다. 원 위원은 “주변을 둘러볼 여력은 없었는데 당시 유승민 선수위원(현 대한체육회장)이 스포츠 외교관으로 전방위로 활동하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어서 이후 기회가 생겼을 때 망설임 없이 도전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인지도나 지명도에서 다른 후보들에 앞설 것이 없었던 원윤종은 1위 당선의 비결로 ‘진정성’을 꼽았다. 원 위원은 선수촌이 개장한 날부터 후보유세 마지막 날까지 아침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번 올림픽 4개 클러스터에 퍼진 6개 선수촌 투표소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서있었다.원 위원은 “밀라노 선수촌에서 비가오던 날이었다. 저녁 9시 30부이 지나 저도 마무리할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한 선수가 다가오더니 ‘얘기좀 할 수 있냐’고 했다. 자기는 엄마 선수인데 가족들을 데리고 올림픽에 참가하면서 아이를 돌보기엔 환경이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를 했다. 지금 현재 밀라노 올림픽에서는 ‘돌봄공간(널싱존)’이 없다고 한다. 파리 올림픽 때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의견이 너무 좋은 것 같아서 당선이 되든 안 되든 적극적으로 꼭 전달하겠다고 이야기를 주고받던 게 가장 기억이 많이 난다”고 했다.이번 유세를 위해 한국에서 운동화 두 켤레, 방한화 한 켤레를 준비해왔던 원윤종은 운동화가 많이 닳았냐는 질문에 “이동은 차로 했고 많이 걷기보단 하루에 14~15시간을 서있다보니까 신발이 닳는게 아니라 제 무릎, 허리 관절이 닳은 것 같다”며 웃었다.원윤종은 가는 선수촌마다 ‘모든 사람들이 저를 알게하겠다’는 각오로 선거운동을 펼쳤다. 선수촌에 지박령처럼 서 있는 그에게 커피를 건네는 선수, 봉사자, 관계자들도 있었다. 원윤종은 “하루에 세 잔 정도는 그렇게 얻어 마시고 제가 졸려서 마신 것도 있어서 하루에 커피 다섯 잔씩은 마신 것 같다”고 했다.IOC 선수위원은 위원보다는 ‘선수’에 방점이 찍힌 직함이다. 원윤종 역시 “선수들의 대표자로서 선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행정기관에 전달하는 게 선수위원회의 역할”임을 강조했다. 공교롭게 이번 투표 기간 원윤종의 ‘친정’인 썰매 종목에서는 가장 큰 논란이 터졌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 희생당한 조국의 전사자들의 얼굴을 새긴 헬멧을 쓰고 경기에 나서려던 스켈레톤의 울라디슬라우 헤라스케비치(우크라이나)가 ‘경기장’(FOP·경기가 펼쳐지는 필드, 코트, 링크 등 선수, 코치, 심판만이 출입 가능한 제한 구역) 내에서는 정치적 메시지를 표현할 수 없다는 IOC 규정에 따라 대회 출전을 금지당했기 때문이다. 헤라스케비치는 자신의 출전금지 처분이 부당하다며 CAS(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으나 선수의 의견은 받아드려지지 않았다. 원윤종은 이에 대해 “저는 기본적으로는 선수와 행정의 가교 역할이니 선수 의견을 잘 받아서 전달하는 게 제 역할이다. 지금 당장은 선수들의 생각을 모아 IOC에 잘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두 도시 이름을 한번에 쓸 만큼 ‘분산개최’ 로 화제가 된 이번 올림픽에서 원윤종은 6곳의 선수촌을 속속들이 모두 다녀본 몇 안 되는 경험을 가지게 됐다. 원윤종은 “밀라노 선수촌이 가장 인원도 많고 규모가 큰 반면 안테르실바 선수촌은 바이애슬론 단일 종목만 있고 선수촌도 빌리지 개념이 아니라 4개 호텔을 묶어놨더라. 선수들 얘기를 들어보니 세계선수권, 월드컵 같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클러스터마다 선수단 규모가 달라서 사정이 다르지만 올림픽은 경쟁의 장이기도 한 동시의 축제의 장이다.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들이 최대한 올림픽 분위기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요소를 구성해 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라고 했다.원윤종은 아직 선수위원 신분으로 AD(선수, 코치, 보도진 등 관계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경기장 및 훈련장 출입 권한을 통제하는 필수 신분증)를 받지 못했다. 원윤종은 빠르면 내일 선수위원으로 업그레이드된 AD를 수령할 예정이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스케이팅을 증오한다”며 열여섯에 은반을 떠났던 ‘천재 소녀’가 꿈의 무대로 돌아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알리사 리우(20·미국)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올랐다. 리우는 20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연기를 펼치며 개인 최고점인 150.20점(1위)을 받았다. 쇼트프로그램 3위(76.59점)였던 리우는 단숨에 순위를 1위로 끌어올리며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 리우는 팀 이벤트(단체전)에 이어 대회 2관왕에 올랐다.중국계 미국인으로 류메이셴이라는 이름도 쓰는 리우는 2019년 미국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14세) 우승 기록을 세우며 이름을 떨쳤다. 그러나 3년 후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였던 베이징 대회 때 7위에 그쳤다. 메달 강박에 시달라던 리우는 ‘번아웃’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 스케이트화를 벗었다. 리우는 대신 등산화를 신고 히말라야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 올랐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에 입학해 심리학을 배우며 평범한 일상을 만끽했다. 리우는 “빙판 밖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된 후 스케이팅이 내 삶의 전부가 아닌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2024년 3월 빙판 복귀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르면서 이번 올림픽 금빛 전망을 밝혔다.리우가 이날 프리스케이팅 연기 배경 음악으로 선택한 노래는 도나 서머가 부른 ‘맥카서 파크 스위트’였다. “이 케이크는 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굽는 데 너무 오래 걸리거든요”라는 후렴구로 유명한 노래다. 리우는 금메달을 목에 건 뒤 “나는 이 메달이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필요로 했던 건 무대였고 나는 그걸 얻었다”면서 “오늘 모든 점프에서 넘어졌더라도 나는 이 드레스를 입고 있었으니 괜찮았을 것”이라며 웃었다. 금빛 드레스를 입고 나무의 나이테를 형상화한 탈색 헤어스타일을 한 리우는 연기 내내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연기를 펼쳤다. 리우는 “나도 나무처럼 매년 나이테 하나를 더하며 성장하고 싶다. 앞으로도 매년 내 머리에 나이테를 하나씩 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이날이 20세 6개월 12일인 리우는 2006년 역시 이탈리아에서 열린 토리노 대회 챔피언 아라카와 시즈카(당시 25세·일본) 이후 20년 만에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오른 20대 선수가 됐다. 미국 선수가 여자 싱글 챔피언에 오른 건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 당시 사라 휴즈(41) 이후 24년 만이다.은·동메달은 모두 일본 선수에게 돌아갔다. 쇼트프로그램 2위였던 사카모토 가오리(26)가 총점 224.90점으로 2위, 신예 나카이 아미(18)가 총점 219.16점으로 3위를 차지했다. 일본 선수 두 명이 올림픽 시상대 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표로 출전한 이해인(21)이 시즌 최고점인 210.56점으로 8위를 했고, 신지아(18)도 프리에서 개인 최고점(141.02점)을 받으면서 11위(206.68점)로 대회를 마쳤다. 두 선수 모두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였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리비뇨 선수촌 최장기 투숙객 유승은(18)이 드디어 선수촌에서 ‘체크아웃’을 했다. 지난달 30일 한국 선수단 본단과 함께 밀라노 공항에 도착한 유승은은 홀로 밀라노에서 200km 넘게 떨어진 리비뇨 선수촌에 ‘체크인’을 했는데 무려 20박 후 리비뇨 선수촌에서 방을 빼고 19일 밀라노에서 하루를 잔 뒤 20일 밀라노 시내의 코리아하우스에서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을 열었다. 유승은은 10일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스노보드 빅에어 여자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8일 같은 스노보드 알파인에서 김상겸이 한국 선수단 첫 메달(은메달)을 신고한 뒤 연달아 스노보드에서 나온 ‘깜짝 메달’이었다. 이후 유승은은 18일 슬로프스타일 경기까지 소화했고 이날 기자회견 등 공식일정을 소화한 뒤 저녁 귀국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유승은의 이름 석 자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올림픽 직전 시즌 발목 부상으로 재활로만 시간을 보냈고 올림픽 시즌 역시 복귀하자마자 손목 부상으로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유승은은 올림픽 데뷔전부터 깜짝 메달을 신고했다. 특히 선수용이 아닌 일반용 보드를 타고도 메달을 따자 뒤늦게 유명 보드사로부터 ‘리비뇨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유승은은 새로 보드를 선물받은 소감에 대해 “이전 보드와 모델을 같았는데 데크 두께, 색깔이 달랐다. 제가 원래 타던 건 중국 공장에서 만든 건데 이번에 받은 건 미국에서 만든 거라 보드 탄력이 다른 것 같다”며 웃었다.이번 대회 전까지 유승은은 세계 ‘스노보드 씬’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유승은은 그동안 혼자 ‘팔로잉’ 했던 세계적인 선수들에게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받았고 세계적 선수들과 대부분 ‘맞팔’을 하는 사이가 됐다. 특히 유승은이 동경하며 오래 전부터 홀로 팔로잉하고 있던 레드 제라드(26·미국)는 유승은의 경기를 현장에서 직관한 뒤 유승은에게 “경기 너무 재밌게 봤다”며 DM을 보내 유승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제라드는 2018 평창올림픽 당시 슬로프스타일 남자부에서 최연소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던 선수다.선수 말고 학교 친구들의 축하도 쏟아졌다. 유승은은 “해외 훈련을 많이 가서 친구가 거의 없는데 메달을 따고 학교에서 원래 잘 인사도 못하고 지내던 친구들이 ‘축하한다’고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엄마 말로는 10년 전 유치원 어머니들까지 연락이 왔다고 한다”며 웃었다.하지만 불과 3개월 전만 해도 유승은은 올림픽 출전도 불투명한 상태였다. 유승은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재활로 보낸) 2025년은 ‘스노보드 하지 말 걸’의 연속이었다”며 “지금까지 버티게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동갑내기 최가온이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금메달을 따고 먼저 귀국하면서 “친구들과 파자마파티를 하고싶다”고 말했는데 본인은 어떤 것을 하고싶으냐는 질문에 유승은은 “저는 친구가 없기 때문에”라고 웃으며 “집에 강아지랑 산책하면서 지낼 것 같다”고 했다. ‘친구가 없다는 게 그만큼 해외훈련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인가’는 추가 질문에 유승은은 “그게 좋겠네요”라고 답해 회견장에 있던 취재진들을 웃게 했다.나이와 맞지 않게 ‘아저씨 입맛’이 유승은은 한국에 가면 먹고싶은 음식을 묻자 “너무 많은데”라며 “김치찌개 너무 먹고싶고. 소고기국밥, 순대국밥, 감자탕…”이라며 아저씨들의 대표 반주 메뉴를 줄줄이 읇었다. “너무 먹고싶어요. 한국 식당이 다르거든요. 너무 좋아요(웃음).”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나이는 25세지만 올림픽 출전은 벌써 세 번째다. 평창 겨울올림픽이 열린 2018년 앳된 얼굴로 얼음 위를 질주하던 그는 ‘뽀시래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로부터 8년 뒤, 그는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선수가 됐다. 21일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는 정재원(25)의 이야기다. 2년 전 가정을 꾸린 정재원은 “결혼 후 첫 올림픽이다. 꼭 메달을 따서 아내 목에 걸어주고 싶다”고 말했다.정재원은 매스스타트가 처음으로 정식 종목이 된 2018 평창 대회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했다. 자신의 우상이던 이승훈(38)과 함께 출전한 정재원은 앞서 달리며 바람을 막아주며 초반 레이스를 이끌었다. 매스스타트는 선수들이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을 총 16바퀴 돈 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간다. 바람의 저항을 적게 받으며 체력을 비축하면 안정적인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 이 때문에 같은 나라 선수들끼리 돌아가며 바람을 막아주는 게 일반적이다. 이승훈은 정재원이 ‘바람막이’ 역할을 완벽히 수행한 덕에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었다. 당시 자신의 금메달 일등 공신으로 정재원을 꼽았던 이승훈은 올림픽 이후 정재원에게 2000만 원 상당의 고가 자전거를 선물했다. 정재원은 같은 대회 남자 팀 추월에서는 이승훈, 김민석(27·현 헝가리)과 함께 은메달을 합작했다. 정재원은 4년 뒤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 매스스타트의 주인공이 됐다. 평창 대회처럼 이승훈과 함께 출전했지만 더 이상 선배의 바람막이가 아니었다. 이번엔 레이스 막판에 이승훈이 먼저 치고 나가며 경쟁자들의 레이스 리듬을 깼다. 이때 폭발적 스피드로 전력 질주한 정재원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이승훈은 3위에 자리했다. 정재원과 이승훈은 태극기를 함께 들고 트랙을 돌며 기쁨을 나눴다.지난 두 대회 연속 은메달을 목에 걸었던 정재원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인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서는 금메달에 도전한다. 매스스타트에 ‘올인’하며 컨디션을 조절 중이던 정재원은 20일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에 깜짝 출전했다. 일부 선수가 출전을 포기하면서 정재원에게 기회가 온 것이다. 약 2년 만에 1500m 실전을 소화한 정재원은 1분45초80으로 30명 중 14위에 자리했다. 정재원은 “매스스타트 준비를 잘 해온 덕에 생각보다 기록이 나쁘지 않게 나와 만족스럽다”며 “매스스타트에서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어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원이 넘어야 할 산은 미국의 ‘빙속 황제’ 조던 스톨츠(22)다. 스톨츠는 이번 대회 500m와 1000m에서 금메달, 1500m에서는 은메달을 획득하며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정재원은 “스톨츠가 마지막 두 바퀴를 남기고 엄청난 속도로 치고 나갈 것 같다. 스톨츠를 비롯해 다른 선수들을 놓치지 않고 레이스를 잘 펼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 집중력을 발휘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말했다. 남자 매스스타트 준결선은 21일 오후 11시, 결선은 22일 오전 0시 40분에 열린다.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탈리아 국민 가수 밀바의 딸 마르티나 코르냐티 브레라 국립미술원 교수(63)는 출장 중이던 13일(현지시간) 엄청나게 많은 휴대전화 메시지를 받았다. 지인들이 보내준 영상에는 차준환(25)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어머니 ‘밀바’의 목소리에 맞춰 연기를 하고 있었다. 어머니 밀바는 모든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5년 전 신경 혈관 질환으로 별세한 어머니가 이 장면을 봤다면 무척 좋아했을 것 같았다. 특히 시각예술 전문가로 순수미술사를 전공한 코르냐티 교수에게도 차준환의 스케이팅은 연기를 넘어 무용 작품처럼 보였다.코르냐티 교수는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날 곧바로 차준환에게 줄 편지와 선물을 챙겨 길을 나섰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대회 기간 대한체육회가 밀라노 현지에 마련한 코리아하우스는 밀바가 살던 공간을 재단 사무실로 만든 건물 바로 옆에 있었다. 19일 기자를 재단 사무실로 초대한 코르냐티 교수는 따뜻한 포옹과 ‘비쥬(볼 키스)’로 기자를 맞이한 뒤 어머니가 가장 좋아했다던 잔에 에스프레소를 한 샷 내려줬다. 코르냐티 교수는 “편지를 전달하러 간 날이 일요일이라 코리아하우스 앞 200명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안전요원에게 ‘밀바 딸’이라며 한국 대표팀 관계자를 만나게 해달라고 했는데 ‘밀바가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다행히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상황을 파악해서 편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했다.코르냐티 교수는 자신의 편지가 차준환에게 무사히 전달돼 기사로까지 소개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감격스러워했다. 그는 “이 모든 인연은 거의 ‘기적’이다. 어떻게 차준환이 어머니 목소리에 연기를 하고, 또 코리아하우스가 어머니 생가 바로 코앞에 있을 수 있느냐. 마치 운명과 같다”라며 웃었다.코르냐티 교수는 “어머니는 한국에서 일곱 번이나 공연을 했다. 사실 인기는 일본에서 더 많았는데 도쿄에 공연을 갈 때면 최대한 서울도 들르려고 하셨다. 한국 음식 중에 갈비탕을 무척 좋아하셨다”며 “하늘에 계신 어머니가 정말 감동받았을 것이란 사실을 차준환에게 꼭 말해주고 싶었다”고 했다. 밀바는 한국 공연 당시 유창한 한국어 발음으로 한국 가곡 ‘보리밭’을 불러 화제가 되기도 했다.코르냐티 교수는 “어머니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최고의 가수가 되신 분이다. 다들 재능을 이야기하지만 재능만으로는 그럴 수 없다. 열정과 노력이 남달랐다. 미래 세대에 정말 모범이 될 만한 분인데 차준환의 몸짓이 만든 ‘공통의 언어’로 전 세계 사람들과 어머니를 추억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올림픽을 18개월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3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올림픽에 무대에 서지 못 할 뻔했다. 하지만 오해를 풀고 당당히 올림픽 티켓을 쥐었다. 어렵게 꿈의 무대에 선 이해인(21)이 올림픽 데뷔전에서 시즌 최고 성적을 찍고 8위로 선전했다. 이해인은 20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아레나에서 마무리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쇼트프로그램(70.07점), 프리스케이팅(140.49점) 합계 210.56점을 받았다. 쇼트 성적 역순으로 연기한 프리스케이팅에서 이해인은 끝에서 아홉 번째로 연기했고 중간 순위 3위에 올랐다. 이후 연기한 3명의 선수가 이해인보다 총점이 낮게 나오면서 이해인은 개인 중립선수단(AIN)의 아델리아 페트로시안이 중간 순위 3위 자리를 빼앗기까지 30여분을 키스 앤드 크라이 존에서 메달 후보로 머물렀다.빙판에 쓰러지는 마지막 자세로 연기를 마무리한 이해인은 이후 아예 빙판에 한동안 드러누워 큰 실수 없이 연기를 마무리한 안도감을 만끽했다. 이해인은 “이렇게까지 한 게 믿기지 않아 긴장이 확 풀렸다. 누울 거라고 생각은 못 했는데 누웠다(웃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국내 여자 싱글 선발전에서 1위를 했던 신지아는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개인 최고점(141.02점)을 받아 전체 7위를 차지했으나 쇼트프로그램에서 실수로 14위(65.66점)에 그친 탓에 합산 순위도 11위에 만족해야 했다.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컴비네이션 점프 착지 때 실수했던 신지아는 이날은 트리플 루프 단독 점프 착지 때 약간의 실수가 나왔다. 신지아는 “아쉬운 부분도 많이 있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 없는 시합으로 남을 것 같다. 특히 올림픽에서 (프리) 개인 최고점을 세웠다는 게 너무 기뻤다”며 “이렇게 올림픽에 나와보니 다음 올림픽에 대한 욕심도 커졌다”고 했다.신지아는 4년 뒤 자신에 대해 “지금보다 더 단단한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며 “이번에 단체전 때 (링크 옆에 있는) 팀 시트에 앉아서 직접 세계 최고의 선수들의 경기를 직관했는데 그때 선수들이 정말 즐기면서 타는 게 눈에 보였다. 저도 그런 부분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자신의 이번 연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순간으로 ‘스텝시퀀스’를 꼽은 신지아는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스텝을) 밀면서 몰입감 있게 탔다”고 전했다.두 선수는 올림픽을 마친 뒤 하고 싶은 일은 ‘젤라토 먹기’였다. 신지아는 “코치님이 대회가 끝나면 젤라토를 사주신다고 했다”고 했고 이해인도 “엄마가 오셨는데 같이 아이스크림(젤라또)를 먹으러 가고 싶다”고 했다. 두 선수 모두 마음에 정해둔 맛은 ‘피스타치오’ 였다.여자 싱글 금메달은 앨리사 리우(미국)가 가져갔다. 이번 대회를 은퇴 무대로 예고했던 사카모토 가오리가 은메달을, 쇼트프로그램 깜짝 1위를 차지했던 나카이 아미(이상 일본)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포디움에 오른 메달리스트들은 커스티 코번트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게 메달을,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에게 마스코트 인형을 받았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원 팀’으로 뭉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3000m 계주 정상에 오르며 한국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최민정(28)-김길리(22)-노도희(31)-심석희(29)로 팀을 꾸린 한국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개최국 이탈리아와 캐나다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의 여자 계주 정상 탈환이자 이번 대회 쇼트트랙 첫 금메달이다. 준결선에서 뛴 이소연(33)도 시상대에서 함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민정은 통산 올림픽 메달 수를 6개(금 4개, 은메달 2개)로 늘리며 여름·겨울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통산 최다 메달 타이기록을 세웠다. 김길리는 한국 선수단 첫 멀티 메달의 주인이 됐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심석희(29)가 밀어주고, 최민정(28)이 끌었다. 과거의 앙금을 떨쳐내고 ‘원 팀’으로 뭉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 두 선수와 김길리(22), 노도희(31)로 구성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4분04초014의 기록으로 개최국 이탈리아(4분04초107)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에 여자 계주의 금맥을 다시 잇는 순간이었다. 경기 초반 위기에서 경험 많은 최민정과 심석희의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결승선까지 열여섯 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리던 최민정은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의 미셸 벨제부르(23)가 넘어졌을 때 침착하게 속도를 낮추며 충돌을 피했다. 그사이 이탈리아가 2위로 치고 올라서며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졌다. 차근차근 간격을 좁혀 나가던 한국은 다섯 바퀴를 남긴 직선 주로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3위로 달리던 심석희는 대기하던 최민정의 등을 온 힘을 다해 밀었다. 키 178cm로 체격 조건이 좋은 심석희의 ‘뒷심’을 받은 최민정은 폭발적인 탄력을 얻어 단숨에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길리는 두 바퀴를 남기고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36)의 인코스로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결승선까지 질주하며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2018년 평창 대회 때 불거진 ‘고의 충돌’ 논란으로 감정의 골이 깊었다. 당시 둘은 1000m 결선 도중 충돌해 모두 메달을 놓쳤다. 이후 심석희가 대회 당시 팀 동료들을 비하하고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심석희는 2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아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나서지 못했다. 심석희가 대표팀에 복귀한 뒤에도 둘은 빙판 위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계주 경기 때도 신체 접촉을 피했다. ‘심석희의 강력한 푸시’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여자 대표팀은 지난 두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변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작됐다. 최민정이 “대표 선수로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 팀’을 선언하면서다. 작년 10월 월드투어 1차 대회부터 두 선수의 ‘밀고 끄는’ 호흡이 살아났다. 4번 주자 심석희가 1번 주자 최민정의 등을 밀어주는 ‘필승 공식’을 완성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밀라노 선수촌에서 열린 심석희의 생일 파티에도 참석했다. 8년 만에 금메달을 딴 심석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여자 계주에서만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한 심석희는 “준비 과정부터 오늘 결승까지 힘든 상황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다 같이 잘 버텨내 벅찬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개인 통산 6번째(금 4개, 은메달 2개)이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최민정은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최다 메달 타이기록을 세웠다. 최민정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배들의 업적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19일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 한국의 마지막 주자 김길리(22)에겐 두 바퀴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제쳐야 할 상대는 올림픽 역사상 쇼트트랙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가진 이탈리아의 전설 아리안나 폰타나(36)였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폰타나는 한 박자 먼저 코너에 진입한 상태였다. 무려 6번째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폰타나는 경험 많은 베테랑인 반면 김길리는 이번이 첫 올림픽이었다. 김길리는 “(폰타나가) 워낙 코스를 잘 타는 선수라 ‘빈틈이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람보르길리’(스포츠카 람보르기니+김길리)로 불리는 김길리는 첫 코너를 빠져나올 때부터 폰타나를 추월하더니 가속을 멈추지 않고 간격을 더욱 벌린 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길리는 “보일 것 같지 않던 길이 보였다”며 웃었다. 김길리에게는 지난 아픔을 한 방에 날려버린 폭풍 질주였다. 김길리는 지난해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여자 3000m 계주에서 선두를 달리다 결승선을 반 바퀴를 남기고 중국 선수와 충돌해 넘어지는 바람에 4위를 했다. 김길리는 당시 “언니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굵은 눈물을 쏟았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혼성계주 준결선에서도 앞 선수에게 걸려 넘어져 탈락했고, 여자 1000m에서도 준결선에서 넘어졌지만 구제를 받은 끝에 동메달을 땄다. 김길리는 “오늘은 안 넘어지려고 거의 네 발로 타는 것처럼 양손을 다 짚어가며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메달로 김길리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먼저 2개 이상의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결승선을 통과한 후 두 주먹을 치켜올리며 포효한 김길리를 가장 먼저 반긴 건 마지막 터치 때 모든 힘을 다해 김길리를 밀어줬던 최민정(28)이었다. 앞선 올림픽에서 늘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최민정은 이날은 1번 스타트 주자를 맡아 김길리에게 마지막 터치를 했다. 최민정은 “(김)길리라서 믿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길리는 “(터치를 위한) 언니 손이 닿자마자 ‘이건 해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봅슬레이 파일럿’ 원윤종(41·사진)이 한국 겨울 종목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선출됐다. 원 위원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선수촌 단장회의홀(CDM)에서 발표된 IOC 선수위원 투표 결과 11명의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로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원 위원은 2393표의 유효 투표 중 1176표를 얻어 요한나 탈리해름(에스토니아·바이애슬론·983표)과 함께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한국인 IOC 선수위원은 문대성 전 의원(태권도·2008∼2016년), 유승민 대한체육회장(탁구·2016∼2024년)에 이어 세 번째다. IOC 선수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정식 종목 채택 등 IOC의 주요 의사 결정에 투표권을 가진다. 임기는 2034년까지 8년이다. 원 위원의 당선으로 한국은 김재열 IOC 집행위원(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과 함께 두 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원 위원은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서영우, 전정린, 김동현과 함께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소치 대회부터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겨울올림픽에 세 번 출전한 원 위원은 은퇴 후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선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 원 위원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선수촌이 공식 개장한 지난달 31일부터 투표 종료일인 18일까지 각 종목 선수들이 머무는 6곳의 선수촌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만났다. 운동화 세 켤레를 챙겨 간 원 위원은 ‘발로 뛰는 유세 활동’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 위원은 “선수들을 대표하게 돼 영광이다.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8)의 기록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민정은 21일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 및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첫 개인 종목 3연패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19일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통산 올림픽 메달을 6개(금 4개, 은메달 2개)로 늘렸다. 이로써 최민정은 한국 선수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진종오(47·사격), 김수녕(55·양궁), 이승훈(38·스피드스케이팅) 등과 공동 1위가 됐다. 또한 전이경(50)과 함께 한국 쇼트트랙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최민정이 주 종목인 여자 1500m에서 메달을 추가하면 한국 선수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다. 최민정은 내친김에 2018 평창 대회와 2022 베이징 대회 우승에 이어 올림픽 최초로 단일 개인 종목 3연패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최민정은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는 게 꿈만 같다. 이제는 남아 있는 여자 1500m 경기에 집중해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쉴 새 없이 달려온 최민정은 2023년에 태극마크를 잠시 내려놨다. 그해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금메달을 쉬자너 스휠팅(29·네덜란드)에게 내준 뒤였다. 최민정은 2023∼2024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불참을 선언하면서 “올림픽 준비 차원에서 장비(스케이트 부츠 등)를 다 바꾸고 여러 시도를 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여러 모험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기술과 정신을 재정비한 최민정은 이듬해 열린 2024∼2025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에 복귀했다. 최민정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과 탁월한 지구력,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정상을 정복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여자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김길리(22)와 경쟁한다. 지난해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여자 1500m 결선에서는 김길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민정은 4위에 자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 1개, 동메달 1개(여자 1000m)를 획득한 김길리는 대회 세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김길리는 “여자 계주 금메달의 기세를 이어가 여자 1500m에서도 (최)민정 언니와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닝중옌(27·중국)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남자 1500m에서 올림픽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조던 스톨츠(22·미국)의 스피드스케이팅 3관왕 달성을 저지했다.닝중옌은 20일 밀라노 스피드스케이팅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1500m에서 이 종목 세계기록(1분40초17)보유자이자 직전 베이징 대회 때 올림픽 기록(1분43초21)을 쓴 베테랑 키얼트 나위스(37·네덜란드)와 함께 13조에서 레이스해 1분46초12으로 피니시를 통과, 올림픽 기록 보유자 타이틀을 나위스에게서 바로 빼앗아왔다.이후 마지막 조인 15조에서 이번 대회 참가종목 4개(500, 1000, 1500m, 매스스타트)에서 전종목 금메달을 노렸던 스톨츠가 출발했으나 닝중옌보다 0.77초 뒤진 1분42초75로 2위에 오르며 닝중옌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닝중옌은 앞서 남자 1000m, 팀추월을 모두 동메달로 마쳤는데 세 번째 종목이었던 1500m에서 마침내 메달 색을 금색으로 바꿨다.한국의 정재원은 1분45초80으로 14위에 마크됐다. 정재원은 22일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제까지 출전한 세 종목에서 금2, 은1개를 수확한 스톨츠는 매스 스타트에서 네 번째 메달 추가를 시도한다.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봅슬레이 파일럿’ 원윤종(41)이 한국 겨울 종목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선출됐다.원 위원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선수촌 단장회의홀(CDM)에서 발표된 IOC 선수위원 투표 결과 11명의 후보 중 가장 많은 득표로 선수위원에 당선됐다. 원 위원은 2393표의 유효 투표 중 1176표 얻어 요한나 탈리해름(에스토니아·바이애슬론·983표)과 함께 선수위원으로 뽑혔다. 한국인 IOC 선수위원은 문대성 전 의원(태권도·2008~2016년), 유승민 대한체육회장(탁구·2016~2024년)에 이어 세 번째다. IOC 선수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과 정식 종목 채택 등 IOC의 주요 의사 결정에 투표권을 가진다. 임기는 2034년까지 8년이다. 원 위원의 당선으로 한국은 김재열 IOC 집행위원(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과 함께 두 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원 위원은 안방에서 열린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는 서영우, 전정린, 김동현과 함께 봅슬레이 4인승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소치 대회부터 2022년 베이징 대회까지 겨울올림픽에 세 번 출전한 원 위원은 은퇴 후 IBSF 선수위원회에서 활동하며 행정 경험을 쌓았다.원 위원은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 선수촌이 공식 개장한 지난달 31일부터 투표 종료일인 18일까지 각 종목 선수들이 머무는 6곳의 선수촌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선수들을 만났다. 운동화 세 켤레를 챙겨간 원 위원은 ‘발로 뛰는 유세 활동’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원 위원은 “선수들을 대표하게 돼 영광이다. 올림픽 정신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8)의 기록 행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민정은 21일 열리는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한국 선수 올림픽 최다 메달 획득 및 올림픽 쇼트트랙 역사상 첫 개인 종목 3연패에 도전한다. 최민정은 19일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통산 올림픽 메달을 6개(금 4개, 은메달 2개)로 늘렸다. 이로써 최민정은 한국 선수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진종오(47·사격), 김수녕(55·양궁), 이승훈(38·스피드스케이팅) 등과 공동 1위가 됐다. 또한 전이경(50)과 함께 한국 쇼트트랙 선수 중 가장 많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최민정이 주 종목인 여자 1500m에서 메달을 추가하면 한국 선수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다. 최민정은 내친 김에 2018 평창 대회와 2022 베이징 대회 우승에 이어 올림픽 최초로 단일 개인종목 3연패를 이루겠다는 각오다. 최민정은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는 게 꿈만 같다. 이제는 남아 있는 여자 1500m 경기에 집중해 좋은 마무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쉴 새 없이 달려온 최민정은 2023년에 태극마크를 잠시 내려놨다. 그해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금메달을 쉬자너 스휠팅(29·네덜란드)에게 내준 뒤였다. 최민정은 2023~2024시즌 국가대표 선발전 불참을 선언하면서 “올림픽 준비 차원에서 장비(스케이트 부츠 등)를 다 바꾸고 여러 시도를 해볼 시간이 필요하다.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면 여러 모험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기술과 정신을 재정비한 최민정은 이듬해 열린 2024∼2025시즌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에 복귀했다. 최민정은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과 탁월한 지구력, 폭발적인 스피드를 바탕으로 지난해 세계선수권 여자 1500m 정상을 정복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 여자 1500m에서 여자 계주 금메달을 합작한 김길리(22)와 경쟁한다. 지난해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여자 1500m 결선에서는 김길리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최민정은 4위에 자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금 1개, 동메달 1개(여자 1000m)를 획득한 김길리는 대회 세 번째 메달에 도전한다. 김길리는 “여자 계주 금메달의 기세를 이어가 여자 1500m에서도 (최)민정 언니와 최선을 다해 멋진 경기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19일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 한국의 마지막 주자 김길리(22)에겐 두 바퀴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제쳐야 할 상대는 올림픽 역사상 쇼트트랙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가진 이탈리아의 전설 아리아나 폰타나(36)였다. 쉽지 않은 승부였다. 폰타나는 한 박자 먼저 코너에 진입한 상태였다. 무려 6번째 올림픽에 출전하고 있는 폰타나는 경험 많은 베테랑인 반면 김길리는 이번이 첫 올림픽이었다. 김길리는 “(폰타나가) 워낙 코스를 잘 타는 선수라 ‘빈틈이 없으면 어떡하지’ 걱정했다”고 했다. 하지만 ‘람보르길리’(스포츠카 람보르기니+김길리)로 불리는 김길리는 첫 코너를 빠져나올 때부터 폰타나를 추월하더니 가속을 멈추지 않고 간격을 더욱 벌린 뒤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김길리는 “보일 것 같지 않던 길이 보였다”며 웃었다. 김길리에게는 지난 아픔을 한 방에 날려버린 폭풍 질주였다. 김길리는 지난해 하얼빈 겨울아시안게임 여자 3000m 계주에서 선두를 달리다 결승선을 반 바퀴를 남기고 중국 선수와 충돌해 넘어지는 바람에 4위를 했다. 김길리는 당시 “언니들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굵은 눈물을 쏟았다. 김길리는 이번 대회 혼성계주 준결선에서도 앞 선수에 걸려 넘어져 탈락했고, 여자 1000m에서도 준결선에서 넘어졌지만 구제를 받은 끝에 동메달을 땄다. 김길리는 “오늘은 안 넘어지려고 거의 네 발로 타는 것처럼 양손을 다 짚어가며 자리를 지키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메달로 김길리는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에서 가장 먼저 2개 이상의 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결승선을 통과한 후 두 주먹을 치켜올리며 포효한 김길리를 가장 먼저 반긴 건 마지막 터치 때 모든 힘을 다해 김길리를 밀어줬던 최민정(27)이었다. 앞선 올림픽에서 늘 마지막 주자로 나섰던 최민정은 이날은 1번 스타트 주자를 맡아 김길리에게 마지막 터치를 했다. 최민정은 “(김)길리라서 믿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길리는 “(터치를 위한) 언니 손이 닿자마자 ‘이건 해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심석희(29)가 밀어주고, 최민정(28)이 끌었다. 과거의 앙금을 떨쳐내고 ‘원 팀’으로 뭉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3000m 계주 금메달을 합작했다.두 선수와 김길리(22), 노도희(31)로 구성된 한국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4분04초014의 기록으로 개최국 이탈리아(4분04초107)를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2018년 평창 대회 이후 8년 만에 여자 계주의 금맥을 다시 잇는 순간이었다.경기 초반 위기에서 경험 많은 최민정과 심석희의 플레이가 빛을 발했다. 결승선까지 열여섯 바퀴를 남기고 3위로 달리던 최민정은 앞서 달리던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졌을 때 침착하게 속도를 낮추며 충돌을 피했다. 그사이 이탈리아가 2위로 치고 올라서며 선두권과 격차가 벌어졌다.차근차근 간격을 좁혀나가던 한국은 다섯 바퀴를 남긴 직선 주로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3위로 달리던 심석희는 대기하던 최민정의 등을 온 힘을 다해 밀었다. 키 178cm로 체격 조건이 좋은 심석희의 ‘뒷심’을 받은 최민정은 폭발적인 탄력을 얻어 단숨에 캐나다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길리는 두 바퀴를 남기고 이탈리아 아리안나 폰타나(36)의 인코스로 파고들며 역전에 성공했고, 이후 결승선까지 질주하며 역전극의 마침표를 찍었다.불과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심석희와 최민정은 2018년 평창 대회 때 불거진 ‘고의 충돌’ 논란으로 감정의 골이 깊었다. 당시 둘은 1000m 결선 도중 충돌해 모두 메달을 놓쳤다. 이후 심석희가 대회 당시 팀 동료들을 비하하고 최민정과 고의로 충돌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심석희는 2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아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도 나서지 못했다.심석희가 대표팀에 복귀한 뒤에도 둘은 빙판 위에서 눈도 마주치지 않았고, 계주 경기 때도 신체 접촉을 피했다. ‘심석희의 강력한 푸시’를 활용하지 못하면서 여자 대표팀은 지난 두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여자 계주에서 금메달을 한 개도 따지 못했다.변화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시작됐다. 최민정이 “대표 선수로서 내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원 팀’을 선언했다. 작년 10월 월드투어 1차 대회부터 두 선수의 ‘밀고 끄는’ 호흡이 살아났다. 4번 주자 심석희가 1번 주자 최민정의 등을 밀어주는 ‘필승 공식’을 완성하며 부활을 예고했다. 최민정은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밀라노 선수촌에서 열린 심석희의 생일 파티에도 참석했다.8년 만에 금메달을 딴 심석희는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2014 소치, 2018 평창 대회에 이어 여자 계주에서만 세 번째 금메달을 수확한 심석희는 “준비 과정부터 오늘 결승까지 힘든 상황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다 같이 잘 버텨내 벅찬 마음이 들었다. 좋은 팀원들을 만난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최민정은 개인 통산 6번째(금 4개, 은메달 2개)이자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최민정은 여름과 겨울올림픽을 통틀어 한국 선수 최다 메달 타이기록을 세웠다. 최민정은 “한국이 강한 걸 증명하고 싶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좋은 팀원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배들의 업적을 잘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눈 감고 하나, 둘, 셋. 뛰어!”19일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는 글로벌 K-팝 그룹 블랙핑크의 ‘뛰어’가 울려퍼졌다. 한국 여자 계주가 8년 만에 세계 최강 타이틀을 되찾는 이 순간에 딱 어울리는 선곡이었다.한국 여자 대표팀이 2026 밀라노 올림픽 3000m 계주 금메달로 이번 대회 빙상 첫 금메달을 신고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길리에게 남은 바퀴 수는 두 바퀴. 제쳐야할 상대는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가진 이탈리아의 전설 아리아나 폰타나였다. 하지만 ‘람보르길리’ 김길리에게 예열은 필요하지 않았다. 김길리는 최민정에 이어 마지막 레이스에 시동을 걸자마자 폭주했고 곧바로 폰타나를 제쳤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스케이트화 날을 황금빛으로 바꿔 꼈던 김길리는 빛나는 황금빛 날과 함께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두 주먹을 쥐고 포효했다. 기다리고 있던 최민정은 막내 김길리의 엉덩이를 토닥였다. 준결선까지 함께 했던 이소연도 눈물을 흘리며 동생들은 안아줬다. 우여곡절 끝 8년 만에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심석희까지 다섯 명의 계주 선수들은 태극기를 나눠들고 경기장을 찾아준 한국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돌았다.이번 대회 혼성계주 준결선에서 넘어지며 제대로 실력을 겨뤄보지도 못한 채 첫 메달 도전을 접으며 눈물을 쏟았던 김길리는 이날은 누구보다 환하게 웃었다. 여자 1000m 동메달에 이어 계주 금메달을 추가하며 김길리는 이번 대회 한국의 첫 멀티 메달의 주인이 됐다. 은메달은 이탈리아, 동메달은 캐나다가 차지했다. 개인전 2관왕에 올랐던 잔드라 벨제부르가 이끈 네덜란드는 4위에 그쳐 메달을 놓쳤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피겨 프린스’ 차준환(25)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을 포디움(시상대) 바로 앞에서 마쳐야 했다. 14일 끝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차준환은 4위에 자리했다. 동메달을 딴 사토 슌(22·일본)과의 점수 차는 0.98점에 불과했다. 이번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선 쇼트프로그램 1위 일리야 말리닌(22·미국)을 포함한 최상위권 선수들이 잇따라 점프 실수를 저지르는 대이변이 펼쳐졌다. 프리스케이팅 두 번째 점프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만 없었다면 동메달 주인은 차준환이 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차준환은 순위와 관계없이 “솔직한 연기로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싶다”던 목표를 달성했다. 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 주제곡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를 부른 이탈리아 국민가수 고 밀바의 딸 코르냐티 마르티나 씨의 생각도 같았다. 마르티나 씨는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리고 차준환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밀라노 시내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 찾아왔다. 마르티나 씨는 어머니가 살던 생가에서 예술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은 공교롭게 코리아하우스와 도보 1분 거리에 있다.마르티나 씨는 “차준환 선수가 어머니의 노래에 맞춰 연기해줘서 정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받았어요. 음악을 정말 깊이 이해하고 연기했습니다. 어머니는 5년 전 돌아가셨지만 하늘에서 준환 선수 연기를 보고 감동받으셨을 거예요. 엄마의 마음까지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어요”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 밀바의 CD와 이탈리아에서 발행한 밀바 기념우표를 코리아하우스에 전했다. 마르티나 씨의 선물은 주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차준환에게 전달됐다. 17일 밀라노 도심 심피오네 공원 ‘평화의 아치’에 설치된 올림픽 성화 앞에서 만난 차준환은 “너무 영광스러웠다. 그렇게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상상도 못 했다. 연기가 마음에 와닿아서 그렇게 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 ‘아, 내 진심이 전해졌구나’ 싶어서 감사했다”고 했다. 음악에 완벽히 녹아든 차준환의 안무와 표현력, 유려한 스케이팅은 피겨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예술성을 보여주는 구성 점수는 차준환이 전체 1위(87.04점)였다. 다만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점프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뛴 이후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 때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을 놓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에게 ‘커리어 최고’라고 평가받은 연기를 펼치고도 개인 최고점(101.33점)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92.72점)를 받은 것도 아쉬웠다. 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원했던 것 이상의 경기를 했다. ‘왜 한 만큼의 평가도 받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면 그 점은 아쉽다”면서도 “비록 점수표상에서는 그날 제 연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열적인 관중분들에게 이미 큰 사랑을 받았다. 심판 스포츠니 점수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더 과정에 충실하려 한다. 올림픽은 내가 인생에서 가져갈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모든 걸 쏟았기에 후련하다”고 했다. 메달은 간발의 차로 놓쳤지만 차준환은 2018년 평창(15위), 2022년 베이징(5위)에 이어 2026년 밀라노(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차준환은 “지난 4년의 여정을 돌아보면 워낙 굴곡이 컸다. 한편으로는 두 달 전 제 상황을 보면 저조차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기량을 살려 올림픽까지 왔다.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차준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상 여파와 부츠 문제 등으로 인해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고득점을 위해 필수로 여겨지는 쿼드러플 점프를 쇼트, 프리에서 총 3개만 뛰었다. 메달을 경쟁하는 최상위권 선수들은 최소 5개씩 넣었다. 하지만 차준환은 “쿼드러플 점프 개수가 부족했기에 더 좋은 퀄리티를 만들었고, 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고난도 구성으로 소화했다. 기술 수행은 연습 때만큼 잘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 차준환은 올림픽을 앞두고 소속팀인 서울시청 어린이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나보다 잘하는 선수는 많아도 나 같은 선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 차준환은 연기로 그 말을 실천했다. “꼭 피겨뿐 아니라 다들 자기만의 특별함이 하나쯤 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나의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걸 부각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피겨 프린스’ 차준환(25)은 자신의 세 번째 올림픽을 포디움(시상대) 바로 앞에서 마쳐야 했다. 14일 끝난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차준환은 4위에 자리했다. 동메달을 딴 샤토 슌(22·일본)과의 점수 차는 0.98점에 불과했다.이번 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선 쇼트프로그램 1위 일리야 말리닌(22·미국)을 포함한 최상위권 선수들이 잇따라 점프 실수를 저지르는 대이변이 펼쳐졌다. 프리스케이팅 두 번째 점프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넘어지는 실수만 없었다면 동메달 주인은 차준환이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차준환은 순위와 관계없이 “솔직한 연기로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투명하게 전달하고 싶다”던 목표를 달성했다. 차준환의 프리스케이팅 주제곡 ‘미치광이를 위한 발라드’를 부른 이탈리아 국민가수 고 밀바의 딸 코르냐티 마르티나 씨의 생각도 같았다. 마르티나 씨는 이 같은 내용의 편지를 썼다. 그리고 차준환에게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밀라노 시내에 있는 코리아하우스에 찾아왔다. 마르티나 씨는 어머니가 살던 생가에서 예술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은 공교롭게 코리아하우스와 도보 1분 거리에 있다.마르티나 씨는 “차준환 선수가 어머니의 노래에 맞춰 연기해줘서 정말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동받았어요. 음악을 정말 깊이 이해하고 연기했습니다. 어머니는 5년 전 돌아가셨지만 하늘에서 준환 선수 연기를 보고 감동받으셨을 거예요. 엄마의 마음까지 담아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썼어요”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 밀바의 CD와 이탈리아에서 발행한 밀바 기념우표를 코리아하우스에 전했다. 마르티나 씨의 선물은 주변 사람들의 손을 거쳐 차준환에게 전달됐다. 17일 밀라노 도심 심피오네 공원 ‘평화의 아치’에 설치된 올림픽 성화 앞에서 만난 차준환은 “너무 영광스러웠다. 그렇게 알아봐 주실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 연기가 마음에 와닿아서 그렇게 해주신 게 아닐까 싶다. ‘아, 내 진심이 전해졌구나’ 싶어서 감사했다”고 했다.음악에 완벽히 녹아든 차준환의 안무와 표현력, 유려한 스케이팅은 피겨의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예술성을 보여주는 구성점수는 차준환이 전체 1위(87.04점)였다.다만 차준환은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점프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뛴 이후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 때 넘어지는 바람에 메달을 놓쳤다. 쇼트프로그램에서 전문가들에게 ‘커리어 최고’라고 평가받은 연기를 펼치고도 개인 최고점(101.33점)에 한참 못 미치는 점수(92.72점)를 받은 것도 아쉬웠다.차준환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두 원했던 것 이상의 경기를 했다. ‘왜 한 만큼의 평가도 받지 못했을까’를 생각하면 그 점은 아쉽다”면서도 “비록 점수표상에서는 그날 제 연기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열적인 관중분들에게 이미 큰 사랑을 받았다. 심판 스포츠니 점수에 대해선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래서 더 과정에 충실하려 한다. 올림픽은 내가 인생에서 가져갈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다. 모든 걸 쏟았기에 후련하다”고 했다.메달은 간발의 차로 놓쳤지만 차준환은 2018년 평창(15위), 2022년 베이징(5위)에 이어 2026년 밀라노(4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차준환은 “지난 4년의 여정을 돌아보면 워낙 굴곡이 컸다. 한편으로는 두 달 전 제 상황을 보면 저조차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을 정도로 기량을 살려 올림픽까지 왔다.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차준환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부상 여파와 부츠 문제 등으로 인해 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고득점을 위해 필수로 여겨지는 쿼드러플 점프를 쇼트, 프리에서 총 3개만 뛰었다. 메달을 경쟁하는 최상위권 선수들은 최소 5개씩 넣었다. 하지만 차준환은 “쿼드러플 점프 갯수가 부족했기에 더 좋은 퀄리티를 만들었고, 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고난도 구성으로 소화했다. 기술 수행은 연습 때만큼 잘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했다.차준환은 올림픽을 앞두고 소속팀인 서울시청 어린이 기자단과 인터뷰에서 “나보다 잘하는 선수는 많아도 나 같은 선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 차준환은 연기로 그 말을 실천했다. “꼭 피겨뿐 아니라 다들 자기만의 특별함이 하나쯤 있다. 가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기보다 나의 것에 자신감을 가지고 그걸 부각하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